세벌식의 글쇠가 두벌식보다 많은 것을 보고 지레 겁을 먹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생소해 보일 뿐이지 어렵지 않습니다. 연습만 열심히 한다면 손에 쉽게 익을 겁니다. 두벌식을 처음 배울 때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셨을 것이고, 세벌식 자판에 대한 거리감은, 키보드에 찍혀 있지 않은 글쇠배열대로 친다는 것 자체 빼고는 별로 없습니다. 세벌식은 한글의 시각적 짜임새와 맞아떨어져 자연스럽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두벌식보다 오히려 더 쉽습니다.
당장 몇 달간은 좀 불편할 것입니다. 괜히 바꾼 건 아닌지 후회도 하실 겁니다. 그러나 세벌식으로 바꾸는 것은 결국 여러분의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가 될 것입니다. 배우는 시간은 평생 쓰는 시간에 비하면 잠깐입니다. 세벌식이 배우기 어렵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오히려 두벌식을 배우게 되면 힘든 길을 걷게 되는 것이죠.
두벌식에 익숙한 사용자가 글자판을 세벌식으로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에 따라 적응 소요 시간이 다르며 자판을 어떤 방식으로 쓰느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러 경험담을 토대로 볼 때, 세벌식으로 완전히 바뀌는 시기는 입문 후 대략 2주에서 3주 사이 정도로 보입니다.
이 정도 기간은 세벌식을 배우고 나서부터 두벌식을 쓰는 것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가정해야 성립합니다. 두벌식과 세벌식을 혼합해서 쓰는 사람도 간혹 있긴 하나, 이는 소수의 예외적인 경우일 뿐입니다. 일반인들이 이렇게 혼합해서 쓴다면 세벌식으로 제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양 자판의 배열이 머리 속에 들어있으면, 혼동이 와서 제대로 타속이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세벌식으로 바꿀 때는 두벌식과 완전히 담을 쌓아야 합니다. 대략 1주 정도면 두벌식 배열은 거의 잊어버리게 됩니다. 순간의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여 자판을 두벌식과 혼합해서 쓰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연습은 세벌식으로, 사용은 두벌식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세벌식으로 바꾸려다 실패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런 경우에 속합니다.
두벌식을 아무리 오래 써 왔든, 세벌식을 연습하면서 두벌식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은 과도기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상할 것이 조금도 없습니다. 두 자판을 같이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세벌식 연습만 꾸준히 해서 글자판이 완전히 손바닥 안에 탁 트이도록 하십시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시간이 흘러 세벌식에 익숙해지면 따라 과거에 쓰던 두벌식의 기억도 차츰 살아납니다.
타자에 특별히 왕도가 있는 게 아니니 뭐라 답변을 하기가 힘듭니다만, 이런 말은 해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자판은 눈이나 머리가 익히는 게 아니라 손이 익히는 것이기 때문에 꾸준한 연습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이미 영어를 보지 않고 칠 수 있는 분이라면 세벌식 글쇠와 영어 글쇠를 대응시켜서 자판을 외우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일단 자판을 안보고 칠 수는 있게 되니까요.
그리고 여기 도움말을 보면서, 세벌식 최종은 왜 글쇠 구조가 이런 식으로 기존 자판과 판이하게 되어 있는지 그 원리를 이해해 보십시오. 당위성이 생기면 글쇠 배열이 더 잘 외워질 것입니다. 자주 등장하지 않고 치기도 힘든 겹받침은 그 겹받침을 쓰는 음절을 통째로 외우면 학습이 잘 되겠지요. (퀸, 밟, 핥 등)
한편, 처음부터 무리하게 문장을 치려고 하지 마십시오. 어느 영어 교재 광고에 나오는 말마따나, 타자 속도도 학습한 시간에 비례해서 차곡차곡 느는 게 아닙니다. 글쇠를 어느 정도 익혀 물미가 터지는 순간부터 갑자기 늘게 되어 있죠. 글쇠익힘이나 낱말연습으로 기초를 차곡차곡 다져야 합니다. 느려도 황소 걸음이란 말이 타자연습에서도 통하는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