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공 병우 박사 1주기 추모의 시

<길이 기쁘게 사시옵소서>

- 한글 나라 횃불 공 병우 박사님 가신 지 한 돌을 맞아 드리는 노래-

오 동춘

시인/ 외솔회 사무국장
저 높은 하늘의 해처럼
밝고도 빛난 안과 의사님으로
대한나라 한글 운동 횃불로
축복의 아흔 살 누리시며
참으로 뼈 있게, 참되게, 빛 있게
열심히 사시다가 하늘나라 가신
한글 겨레 모두
한정 없이 그립고 아쉬운
우리 깊이 우러러 모시던
공 병우 박사님.

임께선 평안북도 북쪽 끝
벽동 고을 성남면 남성동 388번지에서
백두산, 압록강 푸른 정기
살아 계신 하나님 뜻 받잡고
아름답게 태어나신
우리 존경하는 공 병우 박사님.

거룩한 뜻 가슴에 품고
정규 대학 공부 못 한 채
오직 피땀 쏟는
독학과 강습소 교육만으로
악랄한 일제 치하인
1926년 조선 의사 검정 시험에
당당히 합격의 영광을 이루시고
우리 나라 최초 안과 전문의
인자한 의사님 되시어
사람 마음의 등불인 수많은 사람들의
눈병 밝게 고쳐 주시는
인술 사랑 베푸시다가
환자로 찾아온 조선어 학회 대표였던
고루 이 극로 님으로부터
말과 글이 살아야
겨레가 죽지 않는다는 말씀에
한글 사랑 곧 나라 사랑 깨치어
1995년 3월 7일 오후 5시 20분
신촌 세브란스에서
하늘나라 가시기까지의 구십 한평생
한글 바로 쓰고 널리 펴며
더 갈고 닦으며
한글의 기계화 운동에도
높이 타는 횃불 되시어
1949년 세벌식 공병우 타자기
텔레타이프를 발명하여
우리 한글 문화 발전에
높고 푸른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뒤이어 한 영 겸용 텔렉스,
한글 모노 타이프, 한 영 볼 타자기,
한글 워드 프로세서,
아이텍 고성능 사진 식자기 등의
개발로 자나깨나 한글 사랑
한글 꽃 활짝 피우는 피땀에
밤낮없이 온 몸과 맘을 다 바쳐
희생, 봉사하셨습니다.

높고 높은 한글 공로로
공 병우 박사님께
과학기술처의 과학의 문화상
그리고 군사 정권 밑에서 생긴
5 16 민족상 따윈 준다 해도
임 뜻에 맞지 않는 그런 부질없는 상
깨끗이 거절하고
존경하는 외솔 최 현배 님
한글 사랑 나라 사랑 뜨거운
제3회 외솔상
애국자 서 재필 박사님의
한글 전용 정신 빛나는
애국 애족의 뜻도 높은
제1회 서재필상은
기쁘게 자랑스럽게 받으신 인격 높은
우리 공 병우 박사님
어찌 이 나라
사표가 아니겠습니까?

공 박사님 한글관을 보면
"글자는 민족 문화를 좌우하고
민족 문화는 국가 흥망을 좌우한다는
말은 불변의 진리이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의 흥망은
우리의 글자인 한글을
살리느냐 살리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우리 나라가 아직도
한자의 해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일상 생활에서 한자를 사용하고
우리 문화가 죽어 가고 있는 것도
한글이 죽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 부패한 군사 정권이 망쳐 놓은
한글 전용법과 한글 기계화 정책을
문민 정부가 이제라도 바로잡아야만
한글도 나라도 산다."
라는 한글관을 가진 공 병우 박사님은
조선어 말살 정책으로
일제가 우리 말 우리 글 우리 얼
다 죽이며
우리 성도 이름도 다 빼앗을 때
일제의 창씨 개명을 반대하며
스스로 '금일 공 병우 사망'을 선언하고
민족 정기와 선비 정신
바른 인술 정신을 굳게 지켰습니다.

천주교에 귀의한 공 박사님
조금도 죽음의 공포 없이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흙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쓸 만한 장기는
다른 환자 치료에 쓰고
남은 시체는
병리학 또는 해부학 교실에서
의대생 교재로 쓰게
세브란스에 기증하게 하고
무덤 쓸 자리 콩을 심어 가꾸고
바쁜 사람들 신세 지기 싫으니
죽음도 알리지 말고
빈소도 만들지 말라는 유언까지
미리 다 준비하여
죽음의 준비까지 다 하고
참으로 넓고 크고 바른 인생
깨끗이 살고 가신
공 박사님의 그 높고 거룩한
참된 삶의 발자취
이 겨레 길이 우러를
만고의 거울이 아니겠습니까?

제 나라 말과 글이 뭔지조차
왜 한글이 세계 알파벳인지조차
까맣게 모르는
아직도 최 만리형 한문 중독자들이
중국, 일본처럼
어려운 한자 투성이 나라 만들자
사대 사상에 빠져
한자 타령 외치는 오늘
영어 조기 교육까지 설쳐
바야흐로 국제인 세계인 만든다는
우리 백년 대계의 교육이
초등학교 어린이부터 실시되는
한자, 영어 조기 교육으로
세살 버릇 여든 가는데
어려서부터 한국인으로서의
인간 교육 하지 않고
한자 영어 노예 만들어
한국인 아닌 중국인, 일본인
미국인, 영국인 만드는
오늘의 우리 기막힌 현실을
생각 깊고 슬기로운
우리 공 병우 박사님
어찌 해야 좋단 말입니까?

친일파 아직 설치는 대한 땅에
광복 50년간 흉물이던
구 조선 총독부 이제 헐리고
역사 바로 세워 가는 오늘
이중 삼중의 썩은 지도자
골동품 정치인은 다 물러가고
아직도 국 한 혼용
세로 편집의 일제 찌꺼기
끈질기게 못 버린
시대 역행의 낡은 신문도
한글 세대는 깨끗이 물리치고
새 시대 새 인물 앞세워
나라 겨레 밝게 이끌며
말과 글로 나라의
사상 뼈대 바로 세우는
우리 한글 나라 바로 이루어
남 북의 말과 글
그리고 셈틀 글자판이
하나로 통일되게
한글 사랑 나라 사랑의
높고 거룩한 횃불
공 병우 박사님이시여!
하늘나라에서 기도 깊이
하여 주시옵소서.

군사 경제 대국이 되었다고
우릴 깔보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 생떼 쓰는
파렴치한 오늘의
여우 같은 일본을 보면서도
한국 국어를 일본 국어의
노예로 삼으려는 친일파 무리들
또 굴욕 외교 성사시키며
제2의 이 완용들이
도처에 날뛸까 걱정 크오니
우리는 한글 사랑 한마음으로
공 병우 박사님 한글 정신 받들어
선현의 도우심 받으며
삼천리 금수강산
굳게굳게 뭉친 힘 발휘하여
잘 지켜야 합니다.
정신 차려야 합니다.

밝고 푸른 하늘나라에서
세종 대왕, 주 시경, 최 현배,
김 윤경, 이 윤재, 한 징 선생
등과 함께 나라 지켜보시는
우리 존경하는 공 병우 박사님
우리는 어떤 나라의 간섭도 받지 않는
참으로 한글 깃발 하늘 높은
자주 민주의 으뜸 나라
우리 말 우리 글 우리 얼 사랑
용광로처럼 뜨거운 대한나라
짚신 정신 발휘하여
온 세계에 빛내겠습니다.

이 나라 첫 안과 의사로서
이 겨레 한글 운동, 한글 기계화 운동
횃불이요 큰 보배로서
짚신 땅 높고 거룩한 스승으로서
이 땅 길이 우러러 모실
참삶, 뼈삶, 빛삶의
우리 늘 뵙고 싶은 공 병우 박사님
임께서 못다 하신 나라 바로 서는 일
한글 문화 크게 꽃 피우는 책임
우리 목숨 바쳐 다 하리니
임께선 거룩한 하늘나라에서
길이 편히 쉬소서.
하나님 축복과 사랑 속에
길이 기쁘게 사시옵소서.

<한글새소식> 283호(96년 3월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