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병우 박사 타계 추모시

<세벌식 한글 나라에 임하소서>

김 슬옹 (시인, 한글 학회 연구원)

드디어 당신께서 꿈꾸시던
세벌식 한글 나라에 가셨습니까?

그곳에는 모든 사람이 삶을 나눌 수 있는
한글살이가 있다지요.
국민학교만 나와도 신문을 읽을 수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타자기, 텔레타이프, 워드 프로세서, 맹인용 타자기
셈틀에서 세 박자 한글 춤을 춘다지요.

박사님, 세벌식 한글 나라엔
키펀치병으로 고생하는 노동자들이 없다지요.
오른손 왼손 열 손가락이 일하는 즐거움을 나누는데
어찌 그리 괴로운 병이 있으리요만
여기는 두벌식 나라이니 어깨만 웁니다.

박사님 바라옵거니
여기 두벌식 나라에 부활하시옵소서
독재 권력을 등에 업고 제멋대로 정책을 편
관리들 속에 부활하시옵소서.

엉터리 전문가와 돈 먼 장사꾼들에게도
부활하시옵소서
권력과 돈에 진실을 파는
언론에도 부활하시옵소서.

서슬퍼런 일제 시대 우리 이름 지키시고
뭇 사람들의 아픈 눈 밝히시던 당신의
사람 사랑이
정보 시대 한글의 과학화를 여셨건만
오히려 당신을 핍박하는 저 어둠의 무리는 무엇입니까?

그 오랜 한글 고난 서러운데
정보 시대까지 한글 역경 웬말입니까?

되풀이 슬픈 역사 길지만
그 거센 바람 속에서
당신의 뜻거름에
세벌식 한글 나무 힘차게 큰다 하오니
평안히 세벌식 한글 나라에 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