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괴이한 철도 인명사고

- 여수발 서울행 새마을호 연쇄 사고... 3시간새 3명 숨져 2002-05-02 21:09

여수에서 서울로 가던 열차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철길을 건너던 행인 3명을 차례로 치어 숨지게 하는 기이한 열차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열차는 여수 발 서울 행 162호 새마을호로 1일 전남 여수와 전북 완주, 익산에서 3차례나 사고를 내 3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7량의 객차를 달고 여수를 출발한 이 열차(기관사 김 길선· 56)가 첫 사고를 낸 시각은 여수를 출발한 지 40여분만인 오전 11시쯤. 여수시 율촌면 부근 철길 건널목을 건너던 이 모 씨(여· 81· 순천시 연향동)를 치어 숨지게 했다.

긴급조치를 끝내고 북상하던 이 열차(기관사 변 기연· 45)는 오후 1시 4분쯤 전북 완주군 삼례읍 후정리 삼례 역 구내에서 철길을 횡단하던 강 모 씨(여· 72· 완주군 삼례읍)를 치었으며 35분 후인 오후 1시 39분쯤 익산시 함열읍 와리 용성 건널목에서 자전거를 타고 철길을 건너던 이 마을 구 모 씨(79)를 다시 치어 숨지게 했다.

사고 때마다 열차의 운전대를 잡은 기관사가 다른 것도 특이한 점. 첫 사고를 낸 기관사 김씨는 기관차 승무경로 지정규칙에 따라 여수~순천, 두번째 기관사는 순천~익산, 세번째 기관사는 익산~대전 구간을 운행했는데 기관사가 교체될 때마다 차례로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사고열차는 당초 예정시각보다 32분 늦은 오후 4시 23분쯤 서울역에 도착했으며 승객은 끔찍한 사고를 3번이나 목격해 어안이 벙벙한 채 항의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연합뉴스)


※ 다음은 월간동아 335호에 실린 최 영철 기자의 글입니다. 희생자의 나이가 연합뉴스 기사와 일치하지 않는군요.

저승사자가 ‘새마을호’를 이용했나

- 같은 열차 기관사 3명이 3시간 내 3명 치어 … 철도 역사상 처음 일어난 ‘이상한 사고’

열차 한 대가 세 시간 동안 기관사 세 명이 바뀔 때마다 사망사고를 낸 엽기적 사건이 ‘열차괴담’을 양산하고 있다.

믿기 어려운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지난 5월1일 10시20분 전남 여수를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새마을호 162열차(기관사 김 길선)는 출발 26분 후인 10시46분, 여수시 율촌면 율촌역 인근 여흥 건널목을 건너던 이 모 씨(81·여)를 치는 사망사고를 냈다. 이후 기관사를 바꾼 이 열차(기관사 변 기연)는 첫 사고가 난 지 2시간18분 후인 오후 1시4분쯤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 역 구내 길이 12m 익옥천 교량을 지나던 강 모 씨(82·여)를 친다. 그리고 바로 35분 후인 오후 1시39분에는 전북 익산시 함열읍 와리 용성 건널목에서 자전거를 타고 무단 횡단하던 구 모 씨(90)가 열차에 받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익산 역에서 기관사가 바뀐 지 10분 만의 일이었다. 여수를 출발해 익산시까지 210km를 오는 동안 세 명의 노인이 모두 다른 장소에서, 각기 다른 기관사가 운전한 같은 열차에 치여 숨진 것.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사고 조사를 마친 철도청이 내린 결론은 ‘우연의 일치’라는 것. 다만 국내 철도 역사 103년과 세계 철도 역사에 이런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게 철도청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지난해 1월부터 올 4월 말까지 건널목이나 철길 횡단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모두 230명. 하지만 단일 구간 내에서 한 열차가 각기 다른 사망사건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꼬리에 꼬리 물고 ‘열차괴담’ 양산

철도청의 조사 결과 이번 사건에 기관사의 과실은 없었던 것으로 잠정 결론 났다. 철도청 순천 지역 사무소 윤 영철 조사팀장은 “기관사의 책임이 없으므로 아무런 배상 책임이 없고, 유족들에겐 위로비 명목의 장례비가 지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철도청의 이런 입장 표명과 관계없이 시중에서 구구한 ‘괴담’들이 떠돈다는 점. “저승사자가 급하다 보니 새마을호를 이용했다” “열차 번호 162호, 기관차 번호 7408호, 둘 다 각기 숫자를 합하면 아홉수, 마지막과 끝, 죽음을 의미하는 숫자들이다” “7408호 기관차는 지금까지 노인들만 100명을 죽인 귀신 붙은 기관차다” “올해 전라선에서 숨진 15명의 혼이 씌었다” 등등(철도청 홈페이지 게시판). 물론 이에 대한 철도청의 반응은 “사실무근의 허황된 이야기”라는 것.

하지만 이번 사건들에 많은 공통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목숨을 잃은 노인들은 각각 그 시간, 그 자리에 가야 할 만한 이유가 있었고 모두 무엇인가에 홀린 듯 건널목이나 철길로 빨려 들어갔다.

사고 이틀 전부터 친구 집(건널목 건너편)에 가지 못해 마음이 급했던 첫번째 희생자 이씨 할머니는 열차가 온다는 경보음이 울리는 상황에서도 지팡이를 짚은 채 건널목에 들어섰고, 두 번째 사고의 희생자 강씨는 철길 건너 자신의 과수원에서 일하다 전날 온 비로 철길 밑 도로가 물에 잠기자 철길 무단횡단을 선택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강씨는 이날 과수원 옆의 짧고 건너기 좋은 철길을 놓아두고 교량 위를 걷다 사고를 당했다. 평소 가는귀가 먹고, 눈이 어두웠던 세 번째 구씨의 경우는 더욱 이상하다. 건널목 차단기 틈새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서는 구씨를 안내원이 온몸으로 제지했으나, 그는 오히려 안내원을 피해 열차가 오는 곳으로 자전거를 몰아 간 것.

“정말 귀신이 씐 것인지, 굿이나 제사라도 지내야 할 모양입니다.” 마지막 사고 당시 열차를 운전했던 기관사 임 수영 씨(38)는 아직도 이 꿈같은 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과연 여수 발 서울 행 162호 새마을호에는 귀신이라도 붙은 것일까. 수수께끼 같은 이번 사건의 전말은 죽은 자만이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