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

우주복을 입지 않은 채 사람이 맨몸 내지 평상복 차림으로 우주 공간에 내던져지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온몸의 생리 작용이 뒤틀리기 시작하고, 불과 수 분 후에 의식을 잃고 질식사한다.
하지만 압력 차이 때문에 무슨 FPS 게임처럼 사람 몸이 풍선 터지듯 터진다거나, 즉사(질식사, 동사 등-_-)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과거 우주 개발 과정에서 우주복이 찢어지고 사람이 우주 공간에 잠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
그럼.. 머리만 산소 탱크와 밀폐 헬멧으로 연결하고 두툼한 외투만 걸치면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우주 공간이 지구 지표면과 다른 점은 크게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영하 270도에 달하는 극저온: 지표면 위로 뜨거운 열권을 지나고 외기권으로 나가면 사실상 우주가 시작된다. 여기는 온도가 매우 낮지만, 물질이 없기 때문에(당연히 수분도, 공기도..) 저온의 타격을 우리가 생각하는 형태로 입지는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햇볕에 직접 쪼이면 자외선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우주 공간에서 온도라는 개념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사람 피부가 닿는 순간 코와 입은 얼어붙지만, 전신의 열이 싹 빠져나가고 동상에 걸리고 조직이 얼어죽는 건 아님. 공기의 온도가 섭씨 100도에 달하는 사우나 안에는 있어도 괜찮지만, 물은 50도만 넘어가도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는다. 저온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2. 진공 극저기압: 사실 우주 공간에서 사람에게 가장 해를 끼치는 요인, 즉 직접적인 사인은 무중력도 아니고 바로 이거라고 한다. 몸이 폭탄에 맞은 것처럼 산산조각 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압력 차이 때문에 모세혈관이 터지고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해지고 신체가 부풀어오른다.
그러니 몸에는 당연히 갖가지 탈이 난다. 잠수병과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과 소련이 최초로 우주 개발을 할 때도 진공에서 생명체의 생존 가능성 실험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3. 무중력: 무중력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중력이 없다는 건 중력에 의한 마찰력도 없다는 뜻! 제대로 걸을 수가 없고 몸을 지탱하기도 힘들고 컵에 물을 따를 수도 없는 신세계가 펼쳐진다. 우주에서는 정지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신체를 바둥거려도 이동이 되지 않고 뭔가를 반대 방향으로 던지고 쏴야만 이동 가능하다고 한다.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을 탔는데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지기 직전에 체험하는 그 아찔하고 불안한 상태가 바로 무중력 상태이다!

바람은커녕 심지어 우주선 안의 공기의 대류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촛불을 켜면 그 주변의 산소만 동그랗게 소모한 뒤 탁 꺼진다. 환기가 안 되면 사람이 자다가도 자기가 내뱉은 얼굴 주변의 이산화탄소에 감당을 못 하고 질식할 수 있다. 지구상의 실험실에서 극저온과 진공은 만들 수 있지만, 무중력은 우주 정거장까지 가지 않고는 경험할 수 없다. (지구상에서는 추락 실험으로 길어야 몇 초 정도씩밖에 경험 못 함)
우주 정거장에서 오랫동안 무중력 상태를 경험한 사람을 조사한 결과, 무중력 역시 인간의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뼈가 약해지고 체력도 떨어지며, 혈액 순환이 잘 안 돼 얼굴이 붓는다.

4. 해로운 광선: 우주에는 지구와 같은 자기장도 오존층도 없다.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온갖 해로운 우주선(cosmic ray)에 그대로 노출된다. 인간이 지구에서 1년 동안 받는 방사선의 양을 우주 공간에서는 하룻밤만에 받는다. 개중에는 사람의 세포를 죽이고 암을 발생시키고 유전자를 손상시키는 것도 다분하다.

결론을 말하자면..
시커먼 암흑 천지인 우주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 같은 그런 살벌한.. 무슨 금성 같은 킬링필드는 아니며, 인체도 그렇게 호락호락 평형을 잃는 존재는 아니다.
그래도 우주는 역시 인간이 복잡한 장비의 도움 없이는 잠시도 머무르기 힘들고 생명의 도전을 거부하는 오지임에는 틀림없다. 우주 비행사가 착용하는 우주복은 무게만 100kg에 달한다고 한다. 그걸 입고 전투까지 하는 스타크래프트 마린 메딕이 존경스럽다. ^^;;;

그렇기 때문에 우주선에 장착되는 임베디드 컴퓨터는 우리가 개인용으로 사용하는 컴퓨터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이 성능이 떨어지지만, 역시 튼튼하고 '우주선'에도 강하며 전력 소비가 적은 놈이 1순위로 채택되는 것이다.

earthling이라는 말이 있다. 이때 -ling은 저글링, 초글링 할 때의 그 '링'이다. 마치 테란(지구인)처럼 우주의 관점에서 지구에 사는 인류를 참 초라하게 일컫는 말인데, 한국어로 맛깔나게 표현하자면 '땅깨 나부랭이'뻘 되겠다. -_-;;

인간이 마지막으로 달에 갔다 온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나서야 이 경제 불황 속에서도 세계는 강대국을 중심으로 인간을 다시 달에 보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을 주축으로 우주 개발 경쟁에 다시 불이 붙는 중이다. 40년 전에도 정말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쳐발라서 그 거대한 로켓을 쏘아올리고 달에 사람을 보냈지만, 이것저것 다 떼어낸 후 다 끝나고 돌아온 건, 낙하산을 뒤집어쓴 달랑 소형 캡슐 하나였다.

지구를 벗어났다가 안전하게 귀환하기란 그만치 힘들다. 우주 왕복선, 우주 정거장이 괜히 필요해진 게 아니다. 우주 왕래를 좀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이다.
흔히, 달에 간 건 그렇다 쳐도 지구 같은 발사대도 없는 달에서 어떻게 사람이 내렸다가 되돌아올 수 있었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사실 나도 그게 궁금했다.

그런데 달에 갔다 온 건 마치 비행기가 달 공항에 '어숍쇼~' 착륙했다가 다시 이륙하듯이 그렇게 뜬 게 절대 아니다. ^^;; 달 표면에 무슨 깔끔한 활주로라도 있는 줄 아나? =_= 지구 인력을 탈출한 모선은 달 궤도를 계속 뱅뱅 돌고 있고, 별도의 소형 착륙선을 아래로 떨어뜨려 보낸 것이다. 그리고 임무를 마친 착륙선은 최소한의 연료로 떠서 모선에 합류 후, 그렇게 귀환했다.
그리고 달에는 40년 전, 탐사선을 띄우기 위해 세팅한 발사대의 흔적이 당연히 남아 있다.
달은 지구보다 인력이 훨씬 더 약한 덕분에 이런 식으로 귀환이 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라도 이상이 생겼다면 우주 비행사들은 우주 공간이나 달이 그들의 무덤이 되어 버릴 수도 있었다. 아폴로 11호 당시 미국 정부는.. 달 탐사가 실패했을 때 대통령이 발표할 담화문.. --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명복을 빌고, 우리는 유족들을 진심으로 애도할 것이고 어쩌구저쩌구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된 -- 도 미리 다 써 놓고 있었다는 것.. 유명하다.

도중에 사고가 나고 실패라도 한다면 중계방송을 당장 중단하고 방송을 바꿀 태세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케네디 대통령이 야심차게 예고한 것처럼 1960년대가 완전히 가기 전에 달 탐사는 극적으로 성공했다.
비록 중간의 아폴로 13호는 13 공포증을 극복하려고 하다 오히려 이를 증폭-_-시키는 계기가 되고 말았지만, 다행히도 승무원이 전원 무사 생존 귀환함으로써 성공적인 실패로 또다른 모범이 되었다. 영화로 제작될 가치도 충분한 스토리였다.

이렇게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 승무원들은 몸에 탈이 없는지, 혹시 우주 공간에서 새로운 병원균을 옮겨 오지는 않았는지 한두 주간 병원에 감금돼 정밀 검사를 받은 뒤, 이상이 없으면 풀려나고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마치 실탄에 수류탄까지 지급 받고서 무장공비 소탕 작전에 투입됐던 군인들이, 작전 후에는 옷 다 벗겨지고 실탄 회수 확실히 한 뒤, 위로/포상 휴가 주어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랄까.

아무쪼록 우주 얘기는 참 재미있다.
비록 지구에서 발사체 띄우다가 사고로 사람이 죽은 경우는 있어도, 우주 공간에서 실종되거나 죽은 사람이 아직까지 없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단, 명왕성의 발견자인 클라이드 톰보의 경우처럼.. 지구에서 죽은 사람의 유해를 우주 탐사선에다 실어 보낸 경우는 있다 ^^)

사실, 달 다음으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은 금성이고 화성보다도 훨씬 더 가까우나, 금성만 유독 이산화탄소 불지옥이어서 화성과 같은 탐사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건 심하게 낭패이고 아쉬운 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53 2010/01/11 10:53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06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106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601 : 1602 : 1603 : 1604 : 1605 : 1606 : 1607 : 1608 : 1609 : ... 1697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0/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1489780
Today:
378
Yesterday:
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