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자동차 잡설

1.
좋은 자동차의 주된 특징은?
당연한 말이지만 고속으로 달려도 고속으로 달린다는 티가 안 난다는 것!
엔진음의 높이라든가 바람 가르는 소리, 차에서 느껴지는 진동 등을 감안했을 때 시속 7, 80 정도로 슬금슬금 달리는 것 같은데 속도계 바늘을 보면 이미 120~130을 밟고 있다.
소형차를 타다가 중대형 고급 승용차를 타 보면 이런 차이가 바로 느껴진다.
그러나 지하철은 시끄러운 초창기 VVVF 전동차를 타면, 터널 소음까지 더해져서 꼭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 같은 굉음이 들린다. 하지만 그래 봤자 시속 80도 안 내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요즘은 지하철 회사들이 승차감 개선을 위해서 굉장히 애를 많이 쓰고 있는 건 사실. 특히 분당선은 요 몇 년 전에 비해 정말 소음이 많이 줄어든 걸 인정한다.)

2.
자동차별로 연료 주입구의 방향이 제각각인 것을 본인은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꽤 흥미롭게 눈여겨봐 왔다.
이는 마치 지하철 역마다 전동차의 문이 열리는 방향이 제각각인 것과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현대 자동차의 차들은 전통적으로 연료 주입구의 방향이 ‘왼쪽’이다.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부터 시작해서 엑셀, 소나타, 그랜저 등~ 예외가 없다.

물론, 옛날에 고유 모델을 개발하기 전에 포드 사 자동차의 조립 생산에 가깝던 그라나다, 코티나 같은 차는 주입구가 오른쪽에 있었다. 그리고 스텔라도 코티나의 섀시 기반이었기 때문에 오른쪽.
(덧붙이자면, 현대는 고유 모델을 만들면서 FR 대신 FF를 대세로 바꾼 듯하다. 포니는 FR이었지만, 그 후 엑셀, 소나타, 그리고 심지어 그랜저까지도 다 FF였다.)

연료 주입구가 오른쪽에 있는 최후의 현대 차는 엘란트라였다. 고유 모델이면서 오른쪽이 채택된 거의 유일한 차가 아닌가 싶은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엘란트라의 후속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아반떼는 응당 왼쪽으로 바뀌었다.

그 반면 대우 자동차의 차들은 거의 전부가 오른쪽이다. 르망, 에스페로, 로얄, 프린스, 레간자, 누비라 등등등... 다만 경차인 티코는 주최 측의 농간이 있었는지 왼쪽이 되었으나, 후속 모델인 마티즈에서는 다시 오른쪽으로 되돌아갔다.
연료 주입구의 방향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기네 차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표현하기라도 하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연료 주입구 하니까 또 생각나는 건... 우리나라에서 유연 휘발유가 사라지고 무조건 무연 휘발유로 바뀐 게 언제부터이더라?

3.
끝으로, 디지털 계기판 생각이 나서 몇 자 더 적는다.
엔진 회전수와 속도가 아날로그스러운 바늘이 아니라, 숫자와 액정 게이지로 나타나는 계기판이 본인은 어린 나이에 너무 신기했다.

디지털 계기판을 탑재한 차는 별로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의아스러운 점은, 이게 무조건 고급 승용차에만 탑재된 건 아니었다는 것.
현대 차보다는 대우 차가 디지털 계기판 모델이 훨씬 더 많았다. 심지어 보급형 소형 세단인 르망에도 그게 달린 차가 있었고, 에스페로라든가 로얄 프린스/살롱 중에 좀 고급 모델은 디지털 계기판이 있었다. 레어템이던 임페리얼은 아예 무조건 디지털이었다. 이 녀석은 헤드라이트에도 작은 와이퍼가 달려 있던 나름 초 럭셔리 모델이었으나, 그랜저에 밀려서 크게 재미는 못 보고 단종되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기아 자동차도 프라이드만 빼면 다 디지털 계기판 사양이 있었다. 콩코드, 캐피탈, 세피아, 엔터프라이즈 등.
디지털 계기판에 유난히도 인색한 제조사는 오로지 현대 자동차. 소나타의 일부 고급 모델과 엘란트라에서밖에 본 기억이 없다. 엘란트라는 연료 주입구의 방향도 그렇고 이 점에서도 또 예외적인 특이한 차라는 게 드러난다. 나름 최고급 차종이라는 그랜저에도 디지털 계기판이 장착된 적은 확실하게 없었다.

그런데, 1990년대에 이렇게 등장한 디지털 계기판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이내 사그라졌다.
속도를 나타내는 숫자가 아날로그만치 부드럽게 업데이트되지 않고 0.n초 간격으로 랙이 있다는 것, 그리고 숫자는 바늘보다 의외로 읽기가 힘들다는 게 경험적으로 드러나면서였다.
오늘날도 각종 주행 정보는 차라리 내비 화면에 뜨지, 내비 화면이 전통적인 자동차 계기판을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엔진 타코미터와 속도계는 그냥 동그란 원 궤도를 그리는 전통적인 바늘로 나타내는 게 짱인 듯하다. 제아무리 프레젠테이션 장비가 발달해도 전통적인 수업엔 칠판과 분필만치 편한 게 없듯이 말이다.

그나저나, 연료 게이지와 냉각수 온도계는 자동차에 따라서는 시동을 꺼도 바늘이 현 위치를 나타내고 있는 놈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시동을 끄면 바늘이 밑으로 곤두박질치는 놈도 있다. 둘의 동작 방식의 차이가 대략 궁금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11/14 18:18 2010/11/1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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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 기윤 2010/11/15 12:33 # M/D Reply Permalink

    2. 전부 왼쪽이 아니었나요? (......) 오른쪽도 있었군요... (.....) 좀더 관찰해봐야겠습니다.

    3. 게임은 속도계에 한해서는 딱히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구분하지 않는듯 합니다. 렉(..) 이 없어서 그런듯. 근데 게임이라도 RPM 미터기가 디지털식인건 본 적이 없군요. 그러니까 아날로그 RPM 과 디지털 속도계의 조합?

    p.s. 모바일로 접속하니 모바일 전용 페이지가 뜨는군요.... 덜덜 좀 놀랐습니다. 다 좋은데 덧글쓰는 칸은 장문을 쓰기엔 좁군요.. 스크롤바가 필요합니다;;;

    (추가) 아이폰으로 작성했더니 개행으로 안되어있고 전부 붙어있군요;; PC 로 접속해서 수정했습니다.

    1. 사무엘 2010/11/15 14:34 # M/D Permalink

      “전부 왼쪽이 아니었나요?” <-- 현대 자동차의 텃새 때문인 듯. 오른쪽에 달린 차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답니다.
      디지털 계기판이라도 엔진 타코미터가 디지털 숫자로 나와 있는 변태 같은 차는 없습니다. 바늘은 아니고 progress bar 같은 게이지를 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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