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래어 표기

본격 다음 학기 등록과 수강 신청 시즌도 지나고, 방학이 이렇게 끝나 간다. ㄲㄲㄲ
내 수업 시간이라는 process address space에다가 각종 수업이라는 DLL들을 LoadLibrary, 아니 LoadLecture하는 느낌이다. 이들 수업 DLL들은 preferred base가 있기 때문에, 시간대가 겹치지 않아야 한다. relocation info는 없는 듯, 재배치는 거의 불가능하다. -_-;;;

작년 가을 첫 학기는 모든 게 생소하던 상태에서(학부 때에 비해 학교도, 과도 다 바꾼)
일단 동기들이 많이 듣는 과목, 유명한 교수가 가르치는 과목, 문과 위주로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 학기엔 컴퓨터과학과 수업도 하나 신청. 드디어 공학관에도 드나들게 된다.
학부 시절 이후로 전산학 관련 공부를 재개하는 건 무려... 6년 만이다.. ㅜ.ㅜ

그런데 웃긴 게 과목명의 외래어 표기법.
카이스트는 ㅓ를 ㅏ로 적는 경향이 있었다.
디지탈시스템, 데이타베이스, 데이타구조 -_-;; 그래서 서울 고속버스 ‘터미날’의 압박을 보는 것 같았다.
연세대는 그렇지는 않고 다 ㅓ로 되어 있는데.. 이거 웬걸.. 오토마타를 오토메타라고 표기하고 있다.

참고로 automata의 본토 발음은 2음절에 강세를 줘서 ‘어타머터’에 가깝다. ㅔ는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터미날’보다 더 압박스럽다.
사실은 algorithm도 알고리듬이 맞을 터인데 전부 알고리즘이라고 algorism 같은 표기가 보편화해 있다.
전산학 용어의 외래어 표기가 은근히 이상하게 꼬인 듯한 느낌이다.

이런 관행도, 마치 자동차별 연료 주입구 방향만큼이나 학교마다 텃새가 있기라도 한지는 모르겠다.
뭐, 뭘로 정해지든간에 로마에서는 로마 법을 따라야겠지.

2. 국가를 대표하는 명칭

우리말은 일부 분야 용어에서 국(國)이 곧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암시적으로 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민족주의 정서가 녹아 있어서 그런 걸까?
대표적인 예로, 과목 이름도 그냥 국어라고만 하지 한국어라고 안 그런다.
국기에 대한 경례라고 하지, 태극기에 대한 경례라고 안 한다.

한국 사람이 굳이 ‘한국어’라고 그러면, 마치 같은 사람들끼리 자신을 ‘인류’(human)라고 안 그러고 새삼스럽게 ‘지구인’(Terran)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흠, 그럼 미국 학교에서는 국어 교과서도 제목이 똑같이 English라고만 적혀 있나? 아니면 차라리 그냥 Literature, Linguistics 같은 세분화한 과목명이 적혀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 일본도 ‘국어’라는 명칭을 쓴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 조선어 말살 정책을 펴던 시절엔 우리로 하여금 한국어는 조선어라고 부르고, 일본어를 국어라고 부르게 강요한 흑역사도 존재한다.
여고생의 일기장에 “담임 선생님은 국어를 쓰는 학생을 처벌했다”라고 적혀 있던 문장이 조선어 학회 사건의 불씨가 된 것이다.

그런데... 미국도 ‘민족주의적인’ notation을 안 쓰는 건 아니다. 이건 주로 단체 이름 이니셜에서 나타난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국가 이름인 한국(Korean)이 붙었을 자리에 전부 National이 붙어 있다. ‘미국’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냥 ‘전국’이라는 뜻이다.
N으로 시작하는 무수한 이니셜들을 생각해 보라. NASA, NBA, NCSA, NASDAQ ...
국어는 National Language라고 안 적어도, 저런 상황에서는 N자를 쓴다. ^^;; 흥미로운 점이 아닐 수 없다.

3. 세벌식의 C언어스러운 면모

우리는 학교에서 C언어의 최대 장점 내지 특징이 뭐냐 하면 뛰어난 이식성이라고 배워 왔다.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야말로 어느 아키텍처, 어느 운영체제를 가더라도, 다른 언어는 없어도 C 컴파일러는 다 있다. 이 언어 자체도, 적당하게 당대 고급 언어의 구조화 프로그래밍 특성을 살리면서 또 컴퓨터스러운 특성도 적당히 잘 절충한 덕분에 업계 최강의 네이티브 코드 생성 언어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공 병우 세벌식 진영의 이념과 묘하게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공 병우 세벌식의 최대 장점 내지 특징도 기계간의 글자판 통일과 최대한의 성능 추구이지 않은가! 수동식 기계식 타자기부터 시작해 컴퓨터까지 일관되게 모아쓰기 형태의 한글을 입력할 수 있는 방식이다. 리듬감 같은 인체 친화적인 특성을 잘 살리면서, 또 기계의 특성도 적당히 잘 절충한 것까지도 똑같다.

그럼, C언어가 garbage collector가 없고 배열 첨자 검사가 없고 포인터 때문에 복잡한 건 세벌식으로 치면 글쇠 수가 너무 많고 4단까지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을까? ^^;;

그리고 또 고려할 필요가 있는 면모로는, 오늘날에는 C언어의 이식성이라는 게 옛날에 그렇게 내세우던 것만치 그렇게 큰 장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CPU 아키텍처 자체가 이제는 일반 컴퓨터는 어차피 x86 계열로 완전히 물갈이됐고, 스마트폰에서는 ARM 이렇게 사실상 두 종류밖에 안 남았다.
또한 범기계적인 가상 머신/프레임워크를 염두에 두고 동작하는 자바나 C# 같은 언어가 높은 생산성을 내세우고 또 네이티브 코드에 비해 성능 격차도 줄어들면서 C스러운 이념의 의미를 다소 퇴색시켰다.

세벌식도 마찬가지. 기계식 타자기는 오늘날 완전히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스마트폰 내지 터치스크린 세상에서는 두벌식 세벌식 논쟁이라든가 ‘기계간 글자판 통일’ 같은 이념은 옛날에 비해서는 훨씬 더 의미가 없어졌다.
터치스크린 상에서는 무슨 입력 방식을 만들더라도 어차피 800타, 1000타는 못 내고 모아치기, 무한 낱자 수정 따위는 필요하지도 않다. 그냥 글쇠 수가 적고 직관적이기만 하면 장땡이다. (C#이나 자바 같은 언어에, 컴파일러 intrinsic이나 구조체 패킹 같은 별 변태적으로 세세한 컴파일/링크 옵션이 존재하던가? ㄲㄲ)

물론, 의미가 상당수 퇴색했다는 뜻이지 전혀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CPU 자원을 100% 쪽쪽 빨아먹는 현란한 그래픽 데모 프로그램은 여전히 네이티브 코드로 작성되어야만 한다. 또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논문이나 책 원고 입력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곳에서는 당연히 C/C++ 코딩이 필요하고, 세벌식이 두벌식보다 압도적인 우위이다. 그러나 그런 전통적인 패러다임은 역할이 예전에 비해서는 축소되어 그런 걸 진짜로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만 의미를 지니게 될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사실: 두벌식 사용자는 틸데 ` 키와 '를 이용하여, 작은따옴표를 여닫 구분하고 큰따옴표는 " 하나만 쓴다.
그러나 세벌식 최종 사용자는 “”가 있기 때문에 큰따옴표를 여닫 구분하고, 작은따옴표는 ' 하나만 쓴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 컴퓨터 ISA(instruction set architecture)를 언어에다 비유한다면,
실제 물리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x86, MIPS, ARM 같은 ISA는 자연 언어요,
가상 머신 기준으로 만들어진 바이트코드 ISA는 인공 언어가 아닐까 싶다.
자바나 닷넷 ISA는 컴퓨터 ISA계의 에스페란토 같은 녀석인 걸까?
인간의 언어도 수많은 소수 언어들이 사멸한 것처럼, 지금까지 ISA도 망해서 없어진 게 꽤 된다. ^^;;

Posted by 사무엘

2011/02/24 08:14 2011/02/2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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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의사신 2011/02/24 11:10 # M/D Reply Permalink

    1. 커누스 교수님의 명작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 시작부에 보면 왜 Algorithm이 Algorithm이이 되었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면서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이 알콰리즈미라는 사람에 의해 생겨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http://100.naver.com/100.nhn?docid=107777 을 읽어 보세요)

    그러면서 algorithm과 algorism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학교 도서관에 아마 1권 정도는 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데 한 번 읽어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관련 내용은 한 페이지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역자의 글을 보시면 류광님께서 써 놓으셨던 내용이 인상깊은데, "algorithm을 알고리듬이라고 읽는 것이 더 영어적이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는데 '앨거리썸'에 비하면 알고리즘이나 알고리듬이나 오십보백보라 그렇게 했다"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대수학, Algebra라는 단어 역시 알콰리즈미의 저서에 있는 단어에서 따 왔다고 합니다.

    1.1 커누스 교수님도 기독교도이시긴 하신데, 그리스도인이실까요? 가끔은 궁금하게 느껴집니다. 그 분 책 2권의 찾아보기 시작 부분에 명언 첨부된 것은 "찾는 이가 찾을 것이요"(마 7:8)입니다...


    2. 영문학 역시 English Literature라고 합니다. 그냥 Literature라는 것은 없는 것 같네요.

    그런데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 중에 하나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한 책은 한국어라고 명확하게 표기합니다. 국어라고 안 하고.

    3. Programming Language Pragmatics 뒷 부분에 보면 .Net과 Java를 비교한 것이 나오는데요. Java는 바이트코드를 번역해서 실행하거나, JIT 컴파일해서 실행하는 반면, 닷넷은 바이트코드(엄밀히 말하면 CIL(Common Intermediate Langugae))를 읽어서 JIT 컴파일해서만 실행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닷넷 프로그램들은 처음 실행할 때 시간이 참 많이 걸리죠.

    4. 김민장님의 책(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280852 )을 읽다가 원어민들은 ISA는 '아이에스에이'처럼 읽지 않고 '아이사'라고 발음한다는 것을 보고 놀랬던 기억이 납니다.

    1. 사무엘 2011/02/24 21:23 # M/D Permalink

      뭐, 알고리즘이나 알고리듬이나 본토 발음과는 다소 괴리가 있긴 합니다만, rhythm(음악 용어)을 ‘리즘’이라고 적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왜 algorithm만 그런 식으로 표기하는지 충분히 의문이 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산학· 컴퓨터 서적을 많이 읽으시나 봐요. 저 역시 김 민장 님의 책은 개인적으로 구해서 봤고, Programming ... 그 책은 학부 시절에 전공 서적으로 본 기억이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식견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됐죠.
      아무래도 네이티브가 아니라 중간 계층이 있는 프로그램들은 런타임뿐만 아니라 load 타임 오버헤드는 감수해야 할 듯. 예전에 vbrun?00.dll을 필요로 하던 비주얼 베이직 exe도 생각납니다. ^^

  2. 정 용태 2011/02/24 15:58 # M/D Reply Permalink

    1. 외국어 단어의 국내발음화... 이건 그 단어를 사용하는 집단의 영역표시같은 느낌도 듭니다. 펑크그룹 DAFTPUNK 도 모르던시절 대프트펑크라고 했다가 음악애호가한테 무식쟁이라고 놀림받았던 기억도 ㅋㅋ

    2. 국어 한국어 하니까 저는 이게 떠오릅니다. 일본에 있는 국어학회가 일본어학회가 되었죠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0314699

    3. 이건 큰 관계 없지만 한국어나 영어가 입력의 기계화나 속도를 중요시하는 면에서는
    누가 빨리 효율적으로 달리는지 경쟁하는 구도라면, 일본어나 한자 입력기의 경쟁 주제는
    걸어 다니기 힘든 사람이 다양한 성능과 기능의 휠체어를 타고 목적지까지 쉽고 안전하게
    갈것인가를 경쟁하는거 같습니다.
    그만큼 문자나 언어에 따라 입력도구의 사상과 기능이 목표로 하는 지향점이 다르고...
    그 모습은 모바일 기기의 입력에 있어서도
    컴퓨터에서만큼이나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 사무엘 2011/02/24 21:24 # M/D Permalink

      음.. 저도 DAFTPUNK는 완전 처음 보는데.. 대프트펑크라고 읽으면 안 되나 봐요? ㄲㄲ
      일본어 학회 얘기는 이 글 주제와 관련하여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군요. 잘 봤습니다. ^^;;
      3번 의견에 대해서도 저 역시 공감합니다.

    2. 아라크넹 2011/02/27 14:35 # M/D Permalink

      daft가 영국식 발음으로는 다프트라고 읽나 봅니다. 다프트 펑크 자체는 프랑스쪽이니 영국식 발음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3. 김기윤 2011/02/24 19:15 # M/D Reply Permalink

    3번항목, 생각해보니 재미있군요. ㄲㄲㄲ

    ....음... 이거말고 따로 할 말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1. 사무엘 2011/02/24 21:24 # M/D Permalink

      그죠, 재미있죠? ㅋㅋㅋㅋ
      공 병우 세벌식의 이념을 C 언어의 이념과 결부지은 첫 시도가 아닌가 싶네요.
      앞으로 제 논문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비유.. ㄲㄲㄲ

  4. 박상대 2011/02/24 22:18 # M/D Reply Permalink

    저는 가수 V.O.S.를 '보스'라고 읽었다가
    바보 취급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V.O.S.를 왜 '보스'라고 읽으면 안 되냐고 따졌다가
    "U.S.A.를 '우사'라고 읽진 않잖아!" 라는 말을 듣고나서
    할 말이 더 없었던 적이 기억이 나네요.

    1. 사무엘 2011/02/25 09:10 # M/D Permalink

      H.O.T.를 '핫'으로.. ㅋㅋㅋㅋ
      하지만 미국 본토 사람들은 이니셜을 그대로 읽는 걸 생각보다 즐기는 것 같습니다.
      영어권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문자가 불완전하면 문자 그대로 읽는 게 잘 안 되고, 특히 이름 같은 건 답이 없는 경우로 치닫는 경우가 빈번해지지요.

  5. 김재주 2011/02/25 19:04 # M/D Reply Permalink

    일본어는 참 특이합니다. 그나마 가나 방식으로 입력하는데 숙달되면 제법 빠르게 칠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봐도 어색하고 로마자나 한글 같은 표음문자 도입해서 쓰자면 또 음절 수 때문에 길어지는 문제가 있죠. 게다가 한자까지 생각하면 이건 뭐...

    그래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애초에 한자같은 문자 문화권으로 묶인 것 자체가 동북아의 비극일지도 모르죠 ㄲㄲ. 한자도 제 나름의 규칙이 있고 체계가 있는 오묘한 면모는 있으나 문자생활의 효율성 면에서 썩 좋지 않습니다. 뭐 종이가 귀한 옛날에는 훌륭한 문자였을지 모르나

    1. 사무엘 2011/02/26 09:15 # M/D Permalink

      한자는 참.. 지구상에서 현재까지 쓰이는 유일한 표의문자(ideograph)
      문자의 전체 개수를 아무도 모르는 유일한 열린집합 문자.
      아라비아 숫자라기보다는 로마 숫자 같은 인코딩을 시도한 문자라 할 수 있죠.
      한중일 3국이 한자의 영향을 받았습니다만 한자를 활용하고 극복한 방식은 3국이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 와중에서 나름 자국 문자 ‘전용’을 어느 정도 이룩한 우리나라가 대단히 특이합니다.

  6. 비밀방문자 2011/03/02 04:55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 사무엘 2011/03/02 20:10 # M/D Permalink

      털린 지는 꽤 된 것 같던데 말이죠. ㅋㅋㅋㅋ
      님은 앞으로 블로그 글 올리실 때 좀 더 검열을 강화하셔야 할 듯.
      그나저나 오늘 첫 수업 나름 즐겁게 시작했네요. 한 학기 잘 해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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