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만 전대통령을 헐뜯는 여러 레퍼토리 중에서 내가 지금까지 잘 모르던 게 있었는데, 바로 1919년의 '국제 연맹 위임 통치 청원'이다.
이것은 그가 임시 정부 대통령직에서 탄핵 당하는 사유 중 하나가 되었고, 그의 일련의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나중엔 주변의 여타 독립 운동가들도 이 승만 하면 “아, 그 고집불통 또라이?” 같은 식으로 손사래를 치게 되었다고 한다.
민족주의 역사학자 신 채호는 “이 완용은 있던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이 승만은 없는 나라를 생기기도 전에 미리 팔아먹었다”라고 독설을 퍼부은 바 있다. 알고 보니 저 행적 때문이었다.
오늘날까지도 이와 관련하여 하도 악담이 많이 나돌길래 본인은 인터넷을 뒤지면서 공부를 좀 해 봤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란 거지??
난 또 저 사람이 뭐가 크게 잘못을 저지른 게 있는 줄 알았더니만...
그 당시로 되돌아가서 생각해 보자.
어차피 나라 주권을 일본에게 완전히 빼앗겨 있는 마당에 “일본 식민지로 방치할 바에야 차라리 조선을 일정한 보호 기간 동안 국제 연맹의 감독 대상으로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단, 감독국 중 일본은 빼고”라고 요청한 게 뭐가 그렇게 잘못인가?
그 시절에 조선은 동양 한구석에 처박힌 정말 미개한 듣보잡 나라였다.
그러나 이웃의 일본은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고 서양으로부터 탄탄한 강대국 선진국 인증을 받은 나라였다. 일본은 게다가 미국하고는 가쯔라 태프트 밀약으로 입막음까지 단단히 돼 있었다.
그때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하고 잡아먹는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나라는 피지배민인 조선 말고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는 오히려, 미국은 필리핀, 일본은 조선 같은 식으로 중재를 해서 세계 평화(?) 구도를 유지한 정치가가 노벨 평화상을 받던 시절이었다.
이 승만은 젊은 시절에, 조선이 이런 국제 정세에 무지하고 외교· 정보력에서 뒤쳐진 나머지 일본에게 고스란히 잡아먹히고 망하는 걸 똑똑히 목격했다.
조선이 무력으로 일본을 이기기란 절대 불가능한 마당에, 그럼 그 시절에 미국을 상대로 어떻게 조선이 독립국임을 appeal하고 요청해야 했겠는가?
저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논리이다. 나라도 “조선은 여러분의 통념과는 달리 엄연한 독립국입니다. 정 못 미더우시다면 일정 기간 동안 국제 연맹 관할에 놔두고 검증이라도 해 보세요. 단, 일본은 안 됩니다.” 이렇게 썼겠다. 그 말에 기분 나빠할 사람은 조선 당사자밖에 없었으며, 불행히도 그 당시 계약서의 갑은 미국이고 을은 우리였다. 우리가 갑이 아니었다.
이 승만은 당대의 여타 독립 운동가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또라이짓을 많이 한 건 사실이다.
일본의 든든한 빽이던 미국을 한국의 빽으로 바꾸려던 그 또라이짓의 의미를 알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조선이 지금 세계에서 객관적으로 어떤 좌표를 차지하고 있는지 파악을 못 한 사람들이 이 승만을 조낸 헐뜯었다. 아는 게 그거밖에 없으니까 그저 반대하고 모함하고 헐뜯고 음모론 퍼뜨리는 것밖에 할 줄 모른다.
심지어 이 승만이 피같은 독립 운동 자금으로 자가용이나 굴리면서 호텔에서 흥청망청 지냈다는 모함도 전해진다. 이는 섹스 스캔들 하나 없는 사람을 상대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중상모략일 뿐이다. 자동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미국 방방곡곡에서 조선 독립을 호소하고 강연하러 뛰어다니는 데 썼다. 그리고 국가와 민족을 대표하여 미국 정치인들과 교류를 한다는 사람이 그럼 최소한의 품위 유지 비용도 안 쓰면 어떡하려고 그러는가?
이 승만은 40년 가까이 미국에서 살면서도 미국 시민권을 거부하고 안 받았으며, 자체 제작한 싸제 여권 + 은사인 우드로 윌슨의 보증에 의지하여 해외 여행을 다녔다. 조선 왕족 + 자칭 대한민국 대통령 행세하기를 좋아하던 콧대 높은 고집과 프라이드는 임시 정부 요원에게뿐만이 아니라 미국인들을 상대로도 마찬가지였다. 이 승만은 당신 같은 사람이 그렇게 호락호락 헐뜯을 수 있는 스케일의 사람이 아님을 명심하기 바란다.
젊었을 때 미국을 상대로 외교전에서 패한 이 승만은 수십 년의 연단을 거친 후 드디어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고, 그 뒤에는 미국을 노련하게 다루면서 그 약한 국력으로도 나라의 공산화를 막았고, 미국으로부터 전무후무한 최대의 국익을 뽑아 냈다. 당대의 민족 지도자들 중에 이 승만만치 미국을 잘 알고 잘 다루는 사람은 없었다. 이 승만이 뭘 하든지 무조건 굴욕 외교, 미국 종속 드립을 치는 사람들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할 것이니 나도 더 설명 안 할란다.
이 승만은 정말 난세가 낳은 영웅이고, 준비된 초대 대통령이었으며 혜성처럼 나타난 대한민국의 국부로 손색이 없는 분이다. 성경에 나오는 주요 민족 지도자들과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은 점이 좀 유사하다.
모세: 수십 년 동안의 연단 끝에 드디어 늘그막이 돼서야 지도자로 등극. 홍해 사건/원자 폭탄 같은 기적적인 계기로 민족의 독립 쟁취. 말년에 저지른 실수로 인해 모세는 가나안 땅에 못 들어가고 죽었으며, 이 승만은 나라가 안정을 되찾고 발전하는 모습을 제대로 못 본 채 타지에서 죽음
다윗: 통치자로 등극하는 과정에서 본이 아니게 무고한 사람들이 많이 죽음. 전쟁/반란 때문에 피난 감. 시므이(삼하 16:5-8) 같은 불만 세력들로부터 모함 많이 받음. 오늘날 이 승만 욕하는 사람들은 영적으로 시므이의 후예 정도라고 생각하면 정확함.
이 승만 집권 당시에는 그의 동상이 몇 곳 세워져 있었다. 특히 남산에는 한복 차림인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상이 어마어마한 높이로 서 있었으며, 탑골 공원에는 양복 차림의 유명한 동상이 또 있었다.

이들은 이 승만의 하야 이후 모두 철거되었다.
남산 버전이 크기가 얼마나 컸냐 하면 이 정도이다. 프로토스 질럿이나, 아바타의 나비 족보다도 더 크다.


본인은 이를 환영한다. 초창기 같은 너무 큰 동상은 좀 오버이지만, 초대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물이 이 정도는 있을 필요가 있다.
이 승만은 공과 과의 비율에 비해 오늘날까지 지나치게 모함 당하고 부관참시 당하고 있다. 그들은 진짜 뭘 몰라서 저러는지, 우리나라 정체성을 부정하고 쓸데없는 피해의식과 반체제 의식을 사람들에게 주입하려고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선동조로 저러는지? 난 모르겠다.
부정 선거를 규탄하면서 이 승만의 하야를 주장했던 당대 사람들도, 그래도 이 승만이 독립 운동가라는 점을 인정해 줬으며 그가 진짜로 하야할 때와 나중에 죽어서 고국에서 장례가 치러질 때는 애곡하고 슬퍼해 줬다. 요즘 사람들은 뭘 알지도 못하고, 이 승만 시절을 겪었던 사람보다도 그를 더 씹는 것 같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에 대해서 이 정도 균형 잡힌 의식과 존경심을 갖는 게 내가 보기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주 논리적이고 합당하고 떳떳하고 건전하다고 여겨지는데, 반대편 사람들은 과연 이 글을 보고도 내가 뉴라이트 수꼴 부류로 보일까? ㄲㄲㄲ
이 승만· 박 정희 정도의 독재와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도 온갖 악담과 비방을 하는 사람이
김 정일을 꼬박꼬박 위원장이라고 부르고 사망을 '서거'라고 불러 주고 추모까지 한다면?
내 눈에 띄면 용납 못 한다.
내 홈페이지의 방문객 중에 그런 부류는 없으리라 믿는다.
이와 관련하여 박 근혜 씨의 개념찬 발언이 마음에 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