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옛날에 <사진으로 보는 한국 철도 역사> 같은 자료가 좀 있으면 좋겠다고 블로그에다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사진으로 본 한국 철도 100년>이라는 보물을 입수했다. 말 그대로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된 지 100주년이 된 1999년에 철도청에서 이런 도감을 출간했었다. 돈 주고 아예 사 버려서 개인 소장하고 싶다.. 까짓거 변상이야 몇 만원 내서 하면 되니까, 분실 핑계 대고 반납하지 말까? ㅜㅜㅜㅜ
여러 주옥 같은 자료가 많지만 이곳에는 딱 두 개만 소개하도록 하겠다. 늘 그렇듯이 책을 그냥 혼자 어설프게 디카로 찍은 것이기 때문에 화질이 시원찮은 것을 양해 바란다.

난 그런 역사 기록을 글을 통해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인증샷 사진은 처음 봤다. 친절하게도 해당 기관차+열차의 모습과, 시운전 당시에 시속 150km를 가리키던 속도계 바늘을 모두 친절하게 사진으로 남겨 놨다. 속도계는 0, 50, 100, 150 단위로 눈금이 그려져 있는데, 바늘은 맨 오른쪽 끝의 150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본인이 눈 여겨 본 사진은 이것이다.
철길 건널목 안전을 홍보하기 위해 코레일이 지금까지도 이걸 영상물에서 종종 보여주고 있다. 달리는 열차와 충돌한 승용차가 박살이 나면서 질질 끌려가는 모습. 아마 본 적이 있는 분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사진의 설명에서 볼 수 있듯, 연출된 장면이다. 과거에 철도청은 건널목 안전 홍보를 위해, 1년에 한 번씩 일영 역 구내에서 건널목 사고 모의 실험을 거행했다. 아마 부숴도 상관 없는 폐차 수준의 차를 기증받아서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단, 장소가 새마을호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교외선 일영 역 부근이라니 상당히 뜻밖이다.
실험은 일반적인 기관차+객차형 열차를 시속 7~80km로 달리게 한 후, 실제 건널목 사고가 날 때처럼 몇백 m 앞에서 비상 제동을 거는 것을 가정한다. 그래도 열차는 승용차 앞에서 완전히 멈추지 못하고 차를 박살 낸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는 것이다. 실험이 끝나고 나면, 차의 운전석에다 놔 둔 마네킹도 당연한 말이지만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철도청은 이 시범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법 연수생들, 다시 말해 똘똘이 예비 법조인들을 초청해서 보였다는 사실이다. 건널목에서 한번 사고가 나면 결과가 이 지경이 되며 이는 기술적으로 불가피하기 때문에, 나중에 철도 사고와 관련된 법을 제정하거나 집행할 일이 있을 때 이런 경험을 참고하라는 맥락에서이다.
어차피 열차와 자동차가 충돌하면 압도적인 힘과 무게의 차이로 인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결과밖에 나지 않는다. 철도 차량의 안정성을 시험하는 게 목적이 전혀 아니니, 철도 관련 엔지니어가 이런 모의 실험을 참관할 필요는 없다. ^^;; 아마 차 안에 집어넣는 것도 충돌 실험용으로 쓰는 비싼 ‘더미’가 아니라 그냥 일반 마네킹이지 싶다.
‘일영역 건널목 사고’라고 구글에서 검색하면, 1980년대부터 2003년까지 몇 년 간격으로 철도청이 건널목 사고 모의 실험을 실시했다고 보도한 신문 기사를 볼 수 있다. 1999년, 2001년, 그리고 2003년 것까지는 뜨는데 그 후의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철도청 이후의 코레일(2005년 출범)은 이런 실험을 더 진행하지 않는 모양이다. 아예 교외선에 일반열차의 운행 자체가 중단되기도 했고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