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고속도로 통행료 과금 체계는 크게 폐쇄식 아니면 구간식이라는 둘 중 하나로 나뉜다고 본인은 예전의 글에서 정리한 바 있다.

  • 폐쇄식: 톨게이트는 고속도로의 각 진출입로(나들목)마다 다 있으며(그리고 폐쇄식이 시작되거나 끝나는 양 말단 지점에도),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모든 차들은 통행권을 받고 들어간다.
  • 구간식: 톨게이트는 본선 내부에 일정 간격으로 놓여 있고, 각 게이트마다 고정된 액수의 통행료만을 징수한다. 통행료를 내면 영수증만을 줄 뿐, 통행권 같은 걸 따로 발급하지는 않는다.

두 방식은 운영 방식이 서로 완전히 다르고 배타적이다. 그러나 예전보다 고속도로의 수가 많아지고 특히 민자 고속도로라는 게 생기면서, 요즘은 통행료의 과금 방식에도 일종의 ‘짬뽕’이 느는 추세이다. 쉽게 말해서 복잡해지고 있다는 뜻 되겠다.

단적인 예로, 논산-천안이나 부산-대구 같은 민자 고속도로는 여전히 진출입로별로 거리 비례 폐쇄식으로 통행료를 부과함에도 불구하고, 민자 구간의 시작과 끝 지점에 톨게이트가 또 있다.
이때는 기존 표준(?) 통행권을 반납하고 새로운 통행권을 발급받는지, 아니면 기존 통행권에다 추가 정보를 넣어서 요금을 정산하는지, 아니면 그냥 고정된 액수의 통행료를 추가로 징수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내가 직접 운전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리고 반대로, 수도권의 구간식 통행료 구간에도 일부 나들목에는 또 폐쇄식 같은 진출입 톨게이트가 추가로 존재한다. 물론, 이곳은 통행권 같은 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고정된 통행료만 징수한다.
중부 고속도로에는 동서울 톨게이트 이북의 하남 IC,
경부 고속도로에는 서울 톨게이트 이북의 판교 IC가 그 예이다.

하남과 판교는 폐쇄식 통행료 징수 체계가 끝나고 구간식 관할이다. 수도권이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아직 폐쇄식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해당 지역 사이를 드나들 때도 적게나마 통행료를 구태여 걷기 위해서 이런 꼼수가 도입된 것이다.

서울이 아니라 부산/대전 방면에서 해당 지역 나들목을 드나드는 경로에는 톨게이트가 있지 않다. 어차피 그런 차들은 서울이나 동서울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한번 냈거나, 아니면 조만간 통행권을 받고 장거리 운행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인근의 외곽 순환 고속도로에서 판교를 드나드는 차들이다. 이들은 그렇잖아도 인근의 청계나 성남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한번 냈는데 판교에서 또 통행료를 내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교 IC는 외곽 순환 고속도로의 톨게이트를 통과한 영수증을 제시한 차에 대해서는 통행료를 면제해 준다. 순수하게 경부나 중부 고속도로만 이용해서 서울과 해당 위성/신도시 사이를 오가는 사람만이 납부 대상이다.

이렇게 되면 일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하이패스만 달려 있으면 복잡한 통행료 계산은 이런 것까지 다 알아서 자동으로 처리가 된다. 마치 대중교통에서 티머니 교통 카드가 있으면 환승 할인까지 자동으로 처리가 되듯이 말이다.

외곽 순환 고속도로는 구간식이기 때문에 그 많은 나들목마다 일일이 톨게이트가 있지는 않다. 그러나 북쪽의 퇴계원-일산 사이의 민자 구간은 그렇지 않아서 민자 구간의 시작과 끝 지점에도 톨게이트가 있고, 그 내부에 있는 모든 나들목들에도 톨게이트가 있다.

물론 이들은 고정액 징수이다. 본선을 통해서든 나들목을 통해서든 민자 구간은 일단 들어갈 때 반드시 돈을 내는 형태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본선 톨게이트에는 들어가는 차와 나가는 차가 모두 돈을 내지만, 나들목 톨게이트에는 진입하는 차만 돈을 내는 구조가 아닌가 싶다. 통행권을 반납하는 것도 아닌데 드나드는 차를 모두 막을 필요는 없다.

이렇듯, 고속도로의 폐쇄식 구간에서 본선 톨게이트가 중복으로 존재하거나 구간식 구간에서 나들목 톨게이트가 있는 식으로 변칙적인 통행료 징수 체계가 부분적으로 등장한 이유는, 독자적인 통행료 징수 체계를 쓰는 민자 구간이 존재하거나 예외적인 광역 교통 수요로부터 통행료 수입을 거두기 위해서라는 두 가지 이유로 요약된다.

24시간 언제나 통행료를 걷는 고속도로와는 달리, 남산 터널(2는 제외하고 제1, 제3)의 입구에서 걷는 혼잡 통행료는 건설비 회수가 아니라 순전히 불필요한 교통의 억제를 위해서 페널티 차원에서 부과한다. 그래서 심야나 새벽 시간대에는 무료이며, 주말에도 무료. 그리고 승용차라도 3명 이상만 합승해 있으면 통행료를 면제해 주니 기준이 관대하다. 다만, 통행료를 걷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아직까지 하이패스가 통용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2/08/13 19:15 2012/08/1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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