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오늘날 한국인들 대부분의 주거 형태, 또는 최소한 선호하고 지향하는 주거 형태는 아파트임이 틀림없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 수도권 중심부의 직장· 상권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집을 잡고 살려고 바둥대고 애쓴다. 하지만 결혼해서 처자식이 생기고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지면 어쩔 수 없이 더 멀고 저렴한 외곽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집이 서울 도심에서 몇 km 멀어질 때마다 주거비는 크게 감소하지만 교통비와 통근 시간이 얼마씩 증가하고 삶의 질은 그에 비례해서 떨어진다는 무슨 연구 결과가 나온 게 있다.
다만, 이공계 출신의 경우, 공장이나 연구소, 사업장이 아예 대놓고 지방에 있기 때문에 인서울에 집착하는 게 무의미해지기도 한다. 문돌이도 지방직 공무원에 합격해서 외진 데로 발령 나면 마찬가지이겠지만, 그래도 안정된 직업을 얻은 지방행이니 사정이 낫다.

이 와중에 아파트는.. 비록 층· 벽간 소음 같은 문제가 케바케로 있긴 하지만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몰려 살기 용이하게 해 주며, 행정 능률과 토지의 이용 효율을 끌어올리는 여러 장점들이 있다. 그에 비해 단독 주택은 특별히 넓은 정원 있고 차고에다 수영장 있고 개집 있고 다락방까지 있는 미국식 전원 생활이 아닌 이상, 왠지 꾸질꾸질하고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

좁은 골목길에 치안 안 좋고, 주차 문제도 심각하고.. 더구나 집의 모든 관리를 주인이 일일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점은 느긋한 전원 생활형이라 해도 변함없다. 어지간해서는 그냥 월 몇만 원 관리비로 모든 걸 퉁치는 게 나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단독 주택과 아파트의 차이는 자동차로 치면 자가용이냐 대중교통+렌트냐의 차이와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뭐, 반대로 아파트도 좁고 열악하고 닭장 같은 곳은 단독 주택만도 못한 곳, 돈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 신혼 부부나 잠시 세들어 사는 곳처럼 묘사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동 주택도 급이 다 같은 게 아니기 때문이며, 사실 저게 미국에서 아파트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기도 하다. 뭐, 뉴욕 같이 뽁짝뽁짝 대도시는 논외로 하고 말이다.

아파트는 여느 기숙사나 관사, 고시원 같은 곳과 달리, 화장실이 공동이 아니라 각 집마다 따로 있다. 더 좋은 곳은 안방에도 부부 욕실 같은 게 딸려 있기도 하다.
그리고 보통은 입구가 여럿 있어서 각 입구마다 층당 집이 둘만 있는 게 보통이다. 층수는 10층 이상으로 쭉쭉 잘도 올라간다.

하지만 맨션인지 빌라인지 하는 곳은 통상적인 아파트만치 높지 않다. 층수는 그냥 한 자리수이며, 입구는 하나만 있다. 그리고 한 층에서 모든 집들이 한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뭐, 아파트 중에도 이런 형태인 게 없지는 않긴 하지만, 입구별로 층당 집이 둘씩만 있는 아파트보다는 폐쇄성· 보안성이 약한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초가집도 기와집도 아닌 이런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는 한국 땅에 언제 처음으로 등장한 걸까? 그리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주거용 아파트는 무엇일까?

2. 일제 시대

아파트라는 게 조선 내지 대한제국 시절에 존재했을 리는 만무하고.. 짐작하다시피 이건 일제 시대 때 일본인이 지은 건물이 최초이다. 1930년에 경성 미쿠니(三國)상사라는 곳에서 일본인 직원을 위한 관사를 지금의 회현동에 지었다고 한다. 그게 '미쿠니 아파트'라고 불렸다.

화장실은 공동이고 단순 기숙사· 숙소 같은 느낌을 탈피하기 어려운 구석도 있으나, 그래도 이게 한반도에서 상업· 업무가 아닌 주거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3층 이상짜리 건물이었다.
지금처럼 여러 동으로 이루어진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그냥 한 채가 전부였지만, 그 시절에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이 아파트 한 채 안에 수십 세대가 한꺼번에 입주해서 살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미쿠니 아파트는 1990년에 철거돼서 현재 남아 있지 않다.

그 뒤 1935년에, 같은 회사에서 또 지은 아파트가 바로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로 지어진 '유림 아파트'이다. 얘는 직원 관사가 아니라 일반인에게 임대· 분양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진정한 아파트였다. 뭐, 그래 봤자 그 시절에 이런 곳에서 살 만한 사람은 일본인밖에 없었다. 조선인은 부자라 해도 이런 데가 아닌 전용 한옥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얘는 '충정 아파트'라고 이름이 바뀐 뒤, 놀랍게도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고 심지어 거주민도 아직 있다! 2019년 현재 한국 땅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가 이 아파트이다.
위치도 어디 엄한 산기슭 비탈길이 아니다. 충정로 역 9번 출구로 나가면 100미터도 채 안 되는 전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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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녹색 도색이 참 추레해 보인다..)
이 아파트는 중간에 호텔로 용도가 바뀌었다가 다시 아파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1979년쯤에 충정로 도로의 확장 공사 때문에 일부가 헐리기도 했다. 그 대신 한 층 더 증축되어 5층이 됐다. 이건 엄밀히 말하면 무허가 불법 증축이었으며, 헐린 것과 인과관계가 있는 증축도 아니었다.

충정 아파트 다음으로 1942년엔 대한 주택 공사의 전신인 '조선 주택영단'이라는 조직 명의로 한국인이 건설한 아파트도 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기록이 전해지는 게 없으며, 건물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니 한국인이 지은 아파트의 역사는 역시나 해방 후, 더 구체적으로는 6· 25 전쟁까지 끝난 뒤에나 제대로 시작될 수 있었다.

옛날 일본인들이 건물 하나는 튼튼하게 잘 만들어 놨나 보다. =_=;;; 구 서울 역이나 중앙청 건물처럼 말이다. 사실, 태평양 전쟁이 없었고 일제 식민지가 평화롭게 계속됐으면 아파트도 더 지어졌고 1940년대엔 경성에 아예 지하철이 들어설 수도 있었을 거라고 그런다.
일본은 아예 경기도 용인 정도에다가 일본의 수도를 옮겨서 본진으로 삼고, 조선인들은 지진 많은 자기네 섬이나 아니면 만주 벌판으로 쫓아낼 작정이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이다. 그런 망상은 실현되지 않았다.

3. 해방 이후

해방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지어진 최초의 아파트는 1958년 11월, 고려대 근처의 야산 기슭에 지어진 종암 아파트였다(3개동). 철도나 원자로 같은 기간 시설, 공공시설이 아니라 민간 아파트 건물이 지어졌을 뿐인데 준공식 때 무려 할배 대통령이 참석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아파트의 완공이란 게 그 시절엔 보통일이 아니었다. 집집마다 편리하고 위생적인 수세식 화장실이 갖춰진 것조차도 그때는 최첨단 테크놀러지라고 언론 대서특필감이었으니 말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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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암 아파트는 37년을 존속하다가 1995년에 헐렸으며, 그 부지에는 다른 아파트가 재건축되어 들어섰다.

할배 시절은 워낙 가난하고 열악했으니 국내의 아파트 건축 기록이 이런 것밖에 없다. 본격적으로 아파트가 지어진 것은 역시나 그 다음 박통 때부터이다.
박통 때 최초로 지어진 아파트는 1962년과 1964년 두 차례에 걸쳐 완공된 '마포 아파트'이다. 얘는 우리나라 최초로 대규모 단지 형태를 표방하고(10개동 642세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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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동까지만 지어졌던 1962년 당시의 항공 사진. 광활한 공간이 참 인상적이다.)
이 아파트는 30년 남짓 존속하다가 종암 아파트보다도 더 이른 1991년에 철거되었다. 그 자리에는 마포 삼성 아파트(1994년, 14개동 941가구!!)가 들어섰는데, 얘는 우리나라 최초의 "재건축 아파트"(2세대!)라고 한다.

종암과 마포라는 두 원조 아파트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처음엔 상류층을 위한 고급형으로 출발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중에 60년대 중· 후반에는 세운 상가, 낙원 상가 같은 주상 복합 아파트가 만들어졌으며, 미군 간부를 포함해 외국에서 모셔 온 VIP가 처자식 데리고 편히 지내라고 '외인 아파트'도 지어졌다. 이것들 역시 모두 서민과는 큰 관계가 없는 고급형이었다. 대학 교수, 정· 재계 인사, 인기 연예인 같은 계층이나 들어가 살 수 있었다.
(下에서 계속됨)

Posted by 사무엘

2019/08/30 08:33 2019/08/3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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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셋 한글 입력기 9.81

원래 이 글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 9.9의 개발 근황 소식이 될 예정이었으나, 중간 소규모 업데이트인 9.81을 소개하는 글로 용도가 바뀌게 되었다.
이번 버전에서는 외부 모듈의 다음 두 시급한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것 때문에 9.81이 먼저 나오게 됐다.

  • Chrome 브라우저에서 한글 조합 중에 마우스 클릭 등으로 조합을 종료했을 때 조합 문자열이 덧나는 문제 (주소 입력란, 웹페이지 내부 입력란 모두)
  • Outlook에서 한글이 뒷글자가 지워지면서 겹침 형태로 이상하게 입력되는 문제

하지만 이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동작하는 프로그램의 이름을 파악해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인위적으로 보정을 하는 매우 단기적이고 지저분한 방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장 9.8 버전에서 Outlook 오동작이 발생했던 이유도 크롬이 뻗는 더 심각한 버그에 적용되었던 해결책이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부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크롬의 조합 문자열 덧나는 문제 보정은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다.

  • 내 입력기가 제공하는 기능 중의 하나인 초성 지향 두벌식은 조합이 종료됨과 동시에 조합 문자열이 딴 걸로 바뀌는 게 가능해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 '날'에서 '나라'가 되는 게 아니라, '나ㄹ'에서 '날'이 나중에 만들어지는 기능 말이다. 하지만 이건 크롬에서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나ㄹ날' 이렇게 글자가 덧나는 문제가 여전히 발생한다.
  • 크롬이 차기 버전에서 자기의 버그를 고치는 경우, 이 보정 동작은 반대로 조합 중인 문자열이 씹히고 날아가 버리게 하는 버그로 바뀌게 된다! 내 입력기는 크롬이 그 버그를 갖고 있는지, 아니면 고쳤는지를 기술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감안하시길 바란다.
이것 말고 이번 9.81에서는 UI 쪽에도 여러 자잘한 것들이 바뀌고 개선되었다.

  • 이모지로 쓰이는 U+1F9??대의 "기호 및 픽토그램 보충"도 영역명을 정식으로 추가하고 글꼴 본뜨기 스크립트에 반영했다.
  • 반대로 PUA 영역에 샘플 차원에서 오랫동안 남아 있던 옛날 아래아한글 사용자 영역 잉여 심벌 글꼴을 삭제했다. PUA에는 구결, 그리고 반각 한글 음성 부호 내지 풀어쓰기 부호만 남겨 놨다.
  • 도움말도 Firefox 브라우저를 TSF 기반 프로그램으로 언급했으며, 유니코드 1.1 / 2.0 / 5.2 내력 등 몇몇 내용을 고치고 더했다.

※ 자잘한 버그 수정

  • 지난 9.8에서 입력 도구의 리스트박스에서 마우스 휠 스크롤이 가능해지긴 했다. 그런데 스크롤할 것이 없는 화면에서 휠을 굴리면 위치 계산이 잘못되어 화면의 내용이 일시적으로 싹 사라지는 버그가 있었다. 이를 고쳤다.
  • '한글 표현 방식' 페이지를 여는 것만으로 날개셋 제어판의 '적용' 버튼이 잘못 켜지던 아주 사소한 버그를 발견하여 고쳤다. 외부 모듈에서 날개셋 제어판을 열면 적용 버튼 자체가 표시되지 않긴 하지만.. 외부 모듈 말고 '입력 패드'에서 제어판을 열면 이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 입력 설정을 팩토리리셋(?) 하거나, Edge 같은 메트로 앱에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구동했을 때.. 0번과 2번 글자판에 둘 다 두벌식이 잡히던 문제를 해결했다. 0번이 두벌식이면 2번은 세벌식으로 잡히는 게 본인이 의도한 동작이었다.

맨 앞의 휠 스크롤 버그를 제외하고 나머지 둘은 직전 9.8만의 문제가 아니며, 더 옛날부터 존재했던 버그이다.

※ 외부 모듈의 한자 변환 관련

(1) 외부 모듈의 한자 선택 UI에서, 1줄짜리 작은 화면과 n줄짜리 큼직하게 펼친 화면을 전환하는 자그마한 버튼을.. 오랫동안 Wingding 글꼴의 삼각형 그림문자로 표시하고 있었으나, 이번에 >>로 깔끔하게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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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S Word는 우클릭 메뉴를 통해 한글과 한자를 변환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날개셋 역시 이 인터페이스를 꽤 옛날 버전부터 지원해 왔다.
그런데 날개셋이 단어 단위로 한자 변환이 가능해진 건 6.x 후반대부터이며, MS IME와 완전히 동일하게 단어의 앞부분부터 한자어를 탐색하게 된 것은 무려 8.x의 후반대부터이다.

이런 기능이 구현된 뒤에도 MS Word의 우클릭을 통한 한자 변환은 먼 옛날 버전과 동일하게 1글자 단위로 머물러 있었다. Word에서밖에 볼 일이 없는 기능이며, 다른 기능이나 버그 수정에 비해 개발 우선순위가 낮았기 때문이다.
오랜 마음의 부담으로 남아 있던 부분을 드디어 손 봤다. 이제 Word의 우클릭 메뉴에서도 단어 단위로 한글에서 한자 또는 한자에서 한글 변환이 가능해졌다. 편집기 계층의 옵션에서 "단어 단위 한자 변환"을 켜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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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 Word black blank 문제

MS Word에서 기존 MS IME로 한글을 입력하다가 나중에 입력기를 날개셋으로 바꿔서 한글 입력을 시작했을 때..
이전에 MS IME로 입력했던 구간들의 공백이 다 시커멓게 바뀌던 일명 black blank 버그를 고쳤다. 아니, 정확히는 그냥 그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회피 조치를 취했다.

이건 Office 2007때부터 10년 넘게 존재했던 유명한 문제이다. (2003 이하에서는 그런 문제 없음)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프로그램이 뻗는다거나 하는 문제는 아니며, 문서를 저장했다가 다시 불러오면 시커먼 공백은 사라진다. 그냥 그런 알려진 문제가 있다고 도움말에도 진작부터 실려 있었다.

이건 엄밀히 말하면 MS Word 내지 MS 한글 IME만 특이하게 동작하는 걔네들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그렇게 한글을 쓰다가 굳이 날개셋뿐만 아니라 타 중국어· 일본어 IME로 바꿔서 글자를 입력해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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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고로.. 세벌식으로 쳤을 때만 저런다(MS IME에서). 두벌식으로 쳤을 때는 안 저런다.

한국어 IME에서는 별로 쓰일 일이 없지만 중국어· 일본어 IME에서는 밑줄처럼 조합 문자열의 속성 지정 기능이 쓰인다.
이걸 살짝 건드리는 것만으로 이미 입력된 텍스트가 저렇게 바뀌는 건 일부러 저런 버그를 구현하기가 더 힘들 것 같다만..
그냥 안 건드림으로써 문제가 생기지 않게 했다. 한컴 입력기에도 그런 문제가 없기도 하고 말이다.

※ 동작 방식 변경

(1) 편집기를 종료하거나 모든 창을 닫을 때, "앞으로 이 질문을 하지 않음" 옵션은 진짜로 앞으로 닫아야 할 창이 2개 이상 남아 있을 때에만 나오게 동작을 좀 더 똑똑하게 개선했다. "빈 문서는 저장 확인을 하지 않음" 옵션까지 감안해서 말이다.

(2) 편집기에서 한 화면의 페이지 수를 계산할 때, 맨 아래 마지막 줄은 자신의 줄 간격을 포함하지 않고 글자 자체의 높이만 고려하게끔 동작 방식을 바꿨다.
덕분에 마지막 줄이 글자가 뻔히 다 나타나 보이는데도 화면에 표시된 줄로 간주되지 않아 그 위치로 cursor가 이동하지 않고 화면이 스크롤되던 비효율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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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입력 도구에서 각종 목록이 한 화면에 충분히 들어가서 스크롤을 할 필요가 없으면 실제 운영체제 GUI처럼 스크롤바 버튼이 disable되게 했다. 그리고 스크롤바가 너무 작아서 한 화면에 제대로 표시를 할 수 없으면 bar 영역이 아니라 버튼 영역만 보이게 했다.
이건 옛날에 대충(?) 만들고 오랫동안 미완성으로 남아 있던 부분을 보완한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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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수 한자 입력과 문자표에서.. 목록에 나타난 글자를 클릭하고 있으면 글자가 확대되어 보이는 기능을 드디어 구현했다.
이 두 도구가 제공된 지는 지난 5.x 버전 이래로 어언 10년이 돼 가지만.. 이 간단한 기능이 없어서 지금까지 뭔가 좀 허하게 느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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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모지 문자표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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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놈을 추가했다. 이모지 문자표.
9.61에서 추가됐던 필기 인식에 이어, 그냥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기능만 그대로 활용하는 입력 도구가 하나 더 추가됐다. 이로써 입력 도구는 총 12개가 되어서 제법 많아졌다.

사실 얘는 넣을까 말까 좀 고민되기도 했다. 한글 입력이랑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기능이 아니고 이모지 문자표는 Windows고 mac이고 다 운영체제 차원에서 기본 제공되는 게 요즘 추세이니 말이다. (Windows의 경우 Win+.)
하지만 이 기회에 컬러 폰트 API를 실습해 보고 싶기도 하고, 여느 문자와는 성격이 다른 이모지를 입력하는 별도의 UI도 있긴 해야겠다는 생각에 며칠 작업을 해서 해치웠다.

필기 인식이 Windows Vista 이상을 요구하는데, 이모지 문자표 도구는 그보다 더 높다. Segoe UI Emoji 폰트가 존재하는 Windows 10 이상(혹은 8.1??)에서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건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 구현된 기능들 중 요구하는 운영체제 버전이 가장 높은 기능이다.
운영체제가 기본 제공하는 이모지 문자표와 달리, 날개셋에서 제공하는 문자표는 크기 조절이 되며, 창을 계속 띄워 놓은 채로 딴 프로그램도 계속 사용하면서 이모지들을 입력할 수도 있다.

이 정도면 9.81 정도의 버전업 명분과 정당성은 충분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08/27 08:36 2019/08/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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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호 일대는 강물이 십자형으로 만나는(세로: 북한강과 경안천, 가로: 남한강과 한강) 교차로일 뿐만 아니라, 행정구역도 남양주(북서)와 양평(북동), 하남(남서)과 광주(남동)로 제각기 갈리는 굉장히 흥미로운 곳이다.
주변의 지형을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키면 얼추 아래와 같다. 각 사분면별로 땅의 이름, 강의 이름, 산과 강변 공원과 교량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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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 교차로에서 좀 떨어진 곳에는 남한강 이남에도 행정구역상 양평이 있으며, 경안천 서쪽에도 광주시 퇴촌면이 있음.)

여기 주변은 상수원 보호를 위해 개발이 절대적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의 정취가 물씬 풍기며 경치도 대단히 아름답다. 다산 생태 공원과 두물머리 공원에 대해서는 본인이 예전에 답사기를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강북 말고 강남, 특히 광주시 쪽은 딱히 갈 일이 없었고 접근도 쉽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었다.

양평에서 약간 남쪽으로 남한강만 건너면 되는데 접근이 어려운 이유는... 거기 주변에는 한강을 건너는 다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동쪽의 양평 시내 쪽으로 한참을 더 가면 양평대교가 나오지만 그건 2012년에야 건설된 것이고 그마저도 고속도로용(45번 중부내륙)이기 때문에 일반 차량들은 이용하지 못한다.

광주시 쪽의 남한강변으로 가려면 남쪽으로라도 잔뜩 내려가서 경안천을 건너는 광동교를 건너야 한다. 저기는 거의 고립된 섬이나 마찬가지 같으며, 개인적으로는 '광주섬'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을 정도이다. 가까운 미래에 남한강을 건너는 다리가 저기 주변에 생길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엔 본인은 여기에 한번 가 볼 기회가 생겼다.
본인 어머니의 어느 친구분이 은퇴 후 바로 저기 일대의 시골 마을에 주말 농장을 분양받으셨기 때문이다. 본인은 어머니를 따라 거기에 한번 놀러 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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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는데 밤에 잠은 당연히 밖에서 잤다. 이 당시 한낮에 30도를 훌쩍 넘는 7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에는 침낭을 덮어야 할 정도로 쌀쌀했다.
물론 본인은 이런 날씨가 아주 좋았다. 비까지 오면 완전 금상첨화였을 텐데~!

본인은 집과 직장에서 내내 버그와 싸우다가 불금을 기념하여 여기를 찾아갔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도시에서 보지 못한 진짜 버그들과 대판 싸우게 됐다. >_<
자그마한 벌레들이 컴퓨터나 자동차 내부로 들어가서 기계의 동작을 물리적으로 망가뜨릴 것만 같았다.

이런 경험을 해 보면 단순히 도시에 꾸며져 있는 공원의 풀숲하고 진짜 시골의 풀숲은 이런 데서 야생의 급이 차이가 난다는 것과, 텐트의 방충망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또한, 생명 자연발생설을 믿었던 옛날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_-;; 하긴, 흐르는 물에 손을 씻어야 한다는 것, 지렁이가 흙을 삼켰다가 뱉으면서 땅을 기름지게 해 준다는 것, 구더기가 파리의 유충일 뿐 둘이 같은 종이라는 것 등도 인류가 알아낸 지 생각만치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 걸 선뜻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평균적인 비위와 근성이 강하지는 못했을 테니 말이다.

시골에서는 인공물이 별로 없으니 음식물 정도의 쓰레기 투척이나 노상방뇨에도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글쎄, 기생충 같은 위생 차원에서는 그것도 너무 많아지면 별로 안 좋긴 하지만..
자연이 어지간한 생체 배설물· 폐기물을 자체적으로 정화하는 능력은 컴퓨터로 치면 garbage collection을 떠오르게 하는 것 같다. 스타에서도 생체인 저그는 테란· 플토와 달리 자기 체력이 천천히 자체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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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섬을 감싸는 지방도 342호선은 강을 따라가는 동시에 꼬불꼬불한 산도 타는 경로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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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강변을 따라 공원과 산책로도 아주 잘 꾸며져 있었다. 방문하던 당시에는 너무 더워서 구경만 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가을쯤에는 여기서 돗자리 펴고 더 오래 있을 수 있겠다. 물론 더워도 날씨가 아주 쾌청하니 풍경 사진을 찍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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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섬의 서쪽에는 하중도에 '팔당 물안개 공원'이라는 게 있었다. (혹은 팔당물 안개 공원?? 띄어쓰기가 확실치 않음 ㅡ,.ㅡ;;) 녹지의 면적으로만 따지면 두물머리와 다산 공원을 아득히 능가한다. 하중도와 본토를 연결하는 교량 아래에는 연꽃이 잔뜩 심어져 있었다.
산책로는 거리가 편도로만 1~2km에 달하기 때문에 이 더운 날 도보 답사는 할 수 없고, 그냥 조금만 살펴보고 돌아왔다.

여기는 넓고 경치는 좋지만 서울 방면에서의 교통 불편과 홍보 부족, 그리고 이 뙤약볕에 그늘이나 화장실, 카페, 편의점 등 보조 시설이 부족한지라 토요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별로 없었다. 본인도 이제야 처음 알게 됐을 정도이니 이 공원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덥긴 해도 두물머리나 다산은 이 시간대에 이 정도로 한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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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다음으로는 팔당 전망대 부근에서 강을 바라보며 풍경 사진을 남겼다. 딱히 산 같은 고지대가 아닌 곳에 '전망대'라니 심상이 좀 어색하다만, 여기는 맨 위의 일러스트에서 진짜로 원점에 해당하는 중심지이다.
전망대 주변에는 카페와 식당이 여럿 있고, 좀 외곽에는 짙은 분홍색으로 칠해진 모텔도 있었다. 산 좋고 물 좋은 동네에서 데이트 하다가 잠은 여기서 자라는 건가 싶다.;;

이렇게 광주섬(?)에 눈도장을 찍고 땅밟기를 마쳤다.
정암산 등산도 하고 싶은데 그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야말로 광주섬에 대한 총체적인 관광을 하는 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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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호 주변은 상수원 보호 명목으로 사람이 얼씬도 할 수 없다. 저렇게 공원이 꾸며져 있으면 그것만으로 감지덕지지 팔당댐 근처는 아예 철망· 철조망이 둘러져 있다.
본인은 문득 한강 물을 가까이서 체험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뚝섬 한강 공원에 들렀다.

10여 개에 달하는 서울 한강 공원들 중 투톱은 여의도와 뚝섬이지 싶다. 둘 다 지하철역 접근성이 아주 좋은 데다 여의도는 위치가 너무 좋고, 뚝섬은 한강 공원들이 여기저기 조성되기 전부터 이미 민간 싸제 유원지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뚝섬의 경우 지금도 국공립 시설뿐만 아니라 민간 시설이 많이 들어서 있는데, 그 중엔 '아리랑 하우스'라고 커페, 레스토랑과 오리보트 대여 서비스를 하는 곳이 있다. 여기 말고 한강에서 오리보트를 탈 수 있는 곳이 한강 공원에 또 존재하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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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보트는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아서 돌리는 것 말고 전동 모터가 달린 것도 있으며, 대여료도 더 비싸다. 보트 한 척에는 최대 3명(240kg)까지 탈 수 있다더라.
전동이라 해도 그냥 빠르게 걷는 수준이다. 수면에 긴 여파를 남기면서 시속 수십 km로 질주하는 고속 모터보트는 따로 있으며 요금도 더 비싸다.

운전하는 게 놀이공원 범퍼카 같은 느낌이다만.. 그렇다고 다른 배에 일부러 부딪치지는 말아야 한다.
또한 한없이 멀리 나가거나 아예 강 건너편으로 갈 수도 없다. 부표 이내에 가로· 세로 공히 200미터 남짓한 사각형 영역 안만 돌아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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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교량이 아니라 쪽배로나마 한강 서울 구간의 수면을 자가운전으로 돌아다녀 보는 건 이게 태어나서 거의 처음이었다.
여기도 엄연히 방대한 면적의 물이 흐르는 구간이니, 나름 바다 냄새가 나고 바람도 육지보다 더 많이 불어서 시원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8/24 08:33 2019/08/2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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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두물머리 공원

여느 봄이 다 그랬겠지만 지난 5월부터 6월 초 정도가 날씨가 참 좋았다. 한낮에 건물이나 차량 안에서는 에어컨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열대야 따위 없이, 더워도 기분 좋게 더웠기 때문이다.
바람 불거나 그늘에 들어가거나 해가 지면 금세 시원해지고, 밤에는 20도나 그 아래로 아주 서늘해지고.. 건조해서 빨래는 금방 마르고.. 지금 이 상태에서 더 덥지만 않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이럴 때가 나들이 가기에도 아주 좋은 시기이다. 그래서 본인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동쪽으로 달려갔다.
재작년에 비슷한 컨셉으로 남양주 다산 유원지를 갔었는데 그때는 날씨가 흐리고 비까지 와서 충분히 경치 구경을 못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날씨가 최적인 덕분에 자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말로만 들어 오던 양평 두물머리 공원부터 들른 뒤, 다음으로 다산 유원지를 다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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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양평으로 가는 길은 뭐랄까 신세계로 가는 느낌이다.
일명 '구도로'는 예빈산과 한강 사이의 틈새에 구불구불 만들어져 있는데, 1990년대 이전에는 이게 국도 6호선이었다. 그러나 더 곧은 길이 개통하면서 그게 국도의 지위를 대체하게 됐다. 새 길은 산을 팔당 1~4터널 시리즈로 뚫고 지난다.
위의 사진은 물론 구도로의 모습이다. 강 건너편엔 검단산이 보인다.

새 길은 '경강로'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옛 길의 남양주 구간은 '다산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울에도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신당 사이 구간의 길이 다산로이며, 다산 콜센터도 있으니 정 약용의 흔적을 서울과 남양주에서 두루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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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공원의 첫 모습은 이런 넓은 공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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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에는 남한강이 보이고 뒤에는 카페들이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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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편까지 최단 직선 거리를 잡아도 750m 남짓이다. 옛날에는 이 자리에 나루터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요즘은 아예 다리를 놓거나, 바다의 섬들을 왕래하는 연락선을 굴렸지 겨우 강을 건너는 나룻배는 완전히 전멸했다. 배에도 정식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가 있을 뿐이지 겨우 노 젓는 뱃사공은...;; 참 낭만적이긴 하지만 비현실적인 직업이 됐다. 인력거의 수상 버전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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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이 곁들어진 경치가 몹시 아름다웠다. 그래서 풍경 사진을 여러 장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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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흙길 공터 대신 넓고 푸른 초원과 좁은 산책로가 이어졌다. 보기만 해도 멘탈이 힐링힐링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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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계속하자 바닥이 동그란 광장과 함께 '두물경'이라는 표지석이 나타났다. 여기가 땅의 모서리이며, 여기 전방이 남한강· 북한강이 합쳐져서 한강으로 바뀌는 교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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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후로도 아름다운 경치는 계속 펼쳐졌는데, 여기까지만 소개하도록 하겠다.
혼자 가서 독서와 사색이나 코딩 삼매경에 빠지기 좋고, 연인이 있다면 같이 데이트 하기에도 좋고, 아예 처자식이 딸렸다면 같이 놀러 가도 좋은 곳이다.

다만, 여기는 벤치에 앉으면 앉았지 돗자리를 깔고 놀 만한 곳은 별로 없다. 그럴 목적으로는 서남쪽의 다산 유원지(다산 생태 공원)가 더 낫다. 본인은 2년 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거기도 다시 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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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유채꽃이 날 반겨 줬다.
양평 두물머리 공원이 여의도 같은 섬이라면, 다산 유원지는 본토와 단절되지는 않았지만 혼자 강으로 쑥 튀어나온 일종의 '곶'이다.
주차는 다산은 완전 무료이고, 두물머리는 공영 주차장 말고 강에서 제일 가까이 있는 싸제 주차장은 고정 요금 2000원을 징수했다.
참고로 양평과 남양주 모두 무료 와이파이를 쏴 주고 있어서 공원 안에서도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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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최대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구간은 다산이 두물머리보다 더 길게 늘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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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두물머리 만만찮게 넓고 푸른 초원이 많이 널려 있었다.
이런 수풀뿐만 아니라 돗자리를 깔 수 있는 풀밭도 있고 말이다. 다만, 텐트를 치는 건 낮· 밤을 불문하고 금지였다.
사진을 더 많이 찍긴 했지만 귀찮아서 제일 특징적인 것만 소개하고 넘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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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다산 생태 공원의 특징을 적당한 색채와 적당한 구도로 잘 담은 풍경 같다.
종합하자면, 두물머리의 강점은 넓고 웅장한 자연의 비주얼, 그리고 긴 산책로이다.
다산의 강점은 강을 더 가까이에서 구경하면서 자연의 정취를 느끼며 쉬는 공간이다. 여기 일대에 놀러 갈 생각이 있으신 분은 이 점을 참고하면 되겠다.

여기를 구경한 뒤 본인은 근처의 예빈산 중턱에서 텐트 치고 야영도 하고 싶었지만.. 보급 부족과 피곤 등 여러 이유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그냥 귀가했다. 예빈산은 아직 등산도 못 한 산인데.. 언젠가 꼭 도전하고 싶다.

글을 맺으면서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남양주는 생각보다 꽤 큰 도시인 것 같다.
보통은 불암산과 수락산의 동쪽으로 별내, 퇴계원, 그리고 포천과 가평 근처까지 '경춘선' 라인이 남양주라고 일컬어지는데..
한편으로 양평 방면으로 덕소, 팔당, 그리고 한강을 접하는 다산 유원지까지도 남양주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는 남양주의 완전 남쪽 끝이며, 남북은 산으로 가로막혀서 생활권이 단절돼 있다. 남양주는 도농 복합일 뿐만 아니라 다핵도시인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08/21 08:36 2019/08/2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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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년 말(12월)부터 국내에서는 잘 알다시피 5G 이동통신 기술이 상용화 됐다. 그런데 그런 뉴스가 전해지기 전부터 언제부턴가 집과 각종 공공장소의 와이파이 접속명은 뒤에 5G가 붙기 시작해서 iptime5G 이런 식으로 바뀌었고, 속도도 더 빨라지긴 했다.
똑같은 전자기파와 똑같은 랜선을 쓰면서 어떻게 인터넷 속도가 이렇게 계속 더 빨라질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컴퓨터 클럭 속도는 멈춘 지 15년 가까이 됐지만, 현재까지 아직도 치트키 수준으로 경이롭게 증가하고 있는 건 인터넷 속도인 것 같다.

2.
컴퓨터 키보드의 글쇠들 주변을 보면, 다른 먼지들이 쌓여서 더러워지는 건 이해가 되는데 1~2cm 남짓한 길이의 솜털들은 도대체 어디서 떨어진 건지 모르겠다.
손가락 끝이나 손바닥서 털이 나는 것도 아니고, 사람 얼굴에서 떨어진 털이 거기로 갈 리는 없을 텐데.. 알 수 없는 노릇이다.

3.
옛날에 비해 컴퓨터 장치들이 독립성이 강화되고 더 똑똑해지는 게 느껴진다.
가령, 옛날에 모니터와 이어폰은 전통적으로 자신만의 전용 단자가 있으며(직렬· 병렬 포트나 USB 따위가 아닌), 컴퓨터의 입장에서는 꽂든지 말든지 소프트웨어적으로 별 차이나 반응이 없던 물건이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컴퓨터에서 각 모니터의 탈착을 감지할 뿐만 아니라 그 모니터의 종류, 적정 해상도와 주사율까지 알아서 조절하게 됐다. 그리고 사운드 쪽도 이어폰을 꽂은 상태에서 볼륨을 너무 높이면 컴퓨터가 사용자의 청력까지 걱정해 주는 경지에 다다랐다.

옛날 브라운관 모니터는 밝기 조절, 채도 조절, 상하좌우 shift/resize를 전부 별도의 다이얼을 돌려서 해야 했다. 그러나 요즘 모니터는 자체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 UI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메뉴와 화살표, 엔터 같은 키만 있다.
아울러, 노트북의 터치패드도 단순히 마우스와 호환되는 포인팅 장비가 아니라 자체적인 옵션을 갖고 있고(각종 제스처 인식 여부) 드라이버를 잡아 줘야 하는 물건으로 탈바꿈했다.

4.
본인이 회사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CPU, 그래픽 카드, 메모리 등 하드웨어 전반이 전형적인 2010년대 중반급의 사양이고 별다른 이상이 없다. 그런데 화면의 반응이 왠지 굼뜨고 느리게 느껴져서 불편했다. 간단히 창을 마우스로 끌어서 이동시켜 봐도 모션이 매끄럽지 않고 미묘하게 랙이 걸려서 뚝뚝 끊기는 것 같았다.

듀얼 모니터 중 하나가 4K급 해상도여서 혹시 비디오/디스플레이 쪽으로 성능이 딸리는 병목이 존재하나 의문이 들었는데.. 그 예상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쪽 문제인 건 맞지만 원인이 컴퓨터 쪽이 아닌 모니터에 있었기 때문이다.
모니터가 4K 해상도에서는 주사율이 30hz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옛날에는 그냥 평범한 모니터가 보통 50hz이고, 좀 좋은 제품은 60내지 그 이상이었던 것 같다. 주사율이 높으면 마우스 포인터의 이동 모습이 아주 부드러워져서 컴퓨터를 쓰는 인상, 경험, 느낌을 좋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또한, 유튜브 동영상만 해도 단순히 화질만 720~1080 HD급이 아니라 프레임 수도 60fps라고 기재된 게 있다. 그건 타 동영상에 비해 모션이 아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게 티가 나며, 감상할 때 심리적으로 굉장히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그런데 모니터에서 초고해상도를 구현하기 위해서 이런 중요한 주사율을 등가교환하다니...;; 컴퓨터가 성능이 아무리 좋아서 화면을 초당 수백 회 고치더라도 사람은 모니터 주사율보다 더 부드러운 화면을 볼 수 없게 된다.
LCD는 과거의 브라운관 CRT보다는 주사율이 낮아도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30hz는 너무 심한 것 같다.

과거에 영화라는 게 처음 발명됐을 때의 기본 프레임 수인 24fps는 30보다도 작은데, 사람이 끊김 없이 자연스러운 영상이라고 느끼는 가히 최소의 마지노 선으로 잡은 값이라고 한다. 이 숫자를 정하기 위해 인지과학적인 실험과 고찰이 들어갔지 싶다.
아날로그 텔레비전의 주사율은 교류 전기의 진동 주기와도 연계해서 설정되었다고 한다. 60hz이면 그와 연계해서 30hz (= 30fps) 같은 식이다. 물론 디지털 동영상에서 프레임 수나 최신 디스플레이에서 주사율은 굳이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고 그냥 정하기 나름이고 기계의 제조 원가나 전력 소모 대비 기술적 한계에 달려 있다.

일반 정지 영상에서 여러 안티앨리어싱 기법이 존재하듯, 영상에서도 motion blur라고 그야말로 애니메이션계의 안티앨리어싱에 해당하는 기법이 있다. 낮은 fps에서도 동영상이 뚝뚝 귾기지 않고 최대한 부드럽게 이어지듯 보이게 하기 위해서이다. 3D CG로 동영상을 생성하는 그래픽 소프트웨어 내지 각 프레임들을 이어서 동영상을 만드는 인코더가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 넣어 주는 기능이 있을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화면의 해상도와 프레임 수뿐만 아니라 종횡비 그 자체도 어쩌다가 지금처럼 바뀐 걸까? 어쩌다 보니 컴퓨터용 모니터는 가로로 더 길쭉해졌고 스마트폰은 세로로 더 길쭉해졌을까? 모든 영화들은 종횡비가 동일한 걸까? 이런 것도 알고 보면 내력과 사연이 많이 있는데 기회가 되면 차츰 더 알고 싶다.

5.
SSD는 뭐랄까.. 양날의 검 같다.
기계적인 동작이 없으니 소음 없고 전력 소모 적고, 엄청 빠르고.. 비싼 것만 빼면 하드디스크를 완전히 압도하여 조만간 주기억장치와 보조 기억장치의 경계를 허물 것 같은 신기술임이 틀림없다. 반도체 공학의 신비로움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반도체 기반 보조 기억 장치들은 외형과 단자 형태에 따라 (1) USB 메모리 스틱, (2) SD 카드, 또는 (3) SSD로 나뉘는 듯하다. 그 중 SSD는 광학 디스크(CD/DVD)나 USB/SD와 달리, 하드처럼 같은 C: 고정식 디스크 역할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동작 원리는 기계식 하드와 완전히 다르지만 말이다.

그러니 하드/SSD만 일컫는 통합 명칭이 필요해 보인다. 고정 디스크? 하드라는 명칭이 너무 굳어졌다면 '기계식 하드/SSD 하드'라는 말이라도 쓰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어떤 로컬 디스크에 대해서 파일 시스템이야 요즘은 Windows 기준으로 NTFS가 아닌 곳이 없을 테니 별 의미가 없고.. 디스크가 기계식 하드인지 SSD인지를 되돌리는 API도 GetVolumeInformation 같은 급의 함수에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자동차가 엔진 제어 방식이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뀌면서 원인 불명의 급발진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처럼.. 디스크 역시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뀌면서 일상적으로 편리해진 대신에 뭔가 안정성이 떨어진 것이 있다. 단순 가격 차이를 떠나서 SSD는 기계식 하드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 5% 부족한 면모가 있다. 이 사이트의 글을 한번 읽어보자. "화 있을진저, 너희 백업 없이 SSD를 쓰는 족속들아!"

  • SSD는 한번 고장 나면 데이터를 살릴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매체이다.
  • 하드가 충격이나 자성에 약하다면 SSD는 열과 전기 충격에 매우 약하다. (불안정한 전류, 갑작스러운 정전, 컴퓨터 다운, 과열..) 취약한 분야가 서로 다름.
  • 하드는 배드 섹터를 빼고 나머지 부분이라도 읽고 복구가 가능하지만 SSD는 그런 것 없다.

하긴, 정전이 돼서 작업 중인 데이터를 날렸다고 해서 자기 컴의 RAM의 복구를 시도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SSD는 RAM과 같은 구조의 기억장치는 아니지만 SSD도 그만치 훅 가기 쉽다는 뜻이다.

본인도 새로 산 노트북을 사용한 지 불과 5개월 남짓 만에 SSD 불량으로 인한 교환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 경고가 더욱 공감이 갔다. 심각한 피해를 입은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꼼꼼히 백업하지 않던 기록과 소스 코드를 일부 날렸기 때문이다.
하드디스크는 떨어뜨리고 물에 집어넣은 것도 국가 수사 기관 차원에서 작정하고 털면 무슨 끈질긴 생명체마냥 내용을 어느 정도 복구해 낸다고 한다. 하지만 SSD는 정말로 훅 가기 때문에 이거 뭐 정보 보호와 보안 관점에서는 더 편리할지도 모르겠다..;;

옛날에는 노트북에서 자주 발생하던 잔고장이 액정 화면의 접촉 불량, 그리고 키캡 이탈이었는데.. 2010년대에 구매한 제품에서는 그런 건 없고 하드와 SSD의 접촉 불량을 더 자주 겪었다. 그러고 보니 운영체제를 재설치하는 통과의례도 Vista 시절부터는 없어졌다. 자동차고 컴퓨터고 모두 지난 20여 년 동안 참 많이 바뀐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9/08/18 19:35 2019/08/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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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천체들 중에 (1) 인간이 지구 말고 직접 착륙하고 다녀온 적이 있는 천체는 2019년 현재 달이 유일하다. 그럼 사람 말고 (2) 탐사선이 사뿐히 착륙해서 활동이라도 한 적이 있는 천체는 더 먼 금성과 화성이 있다.
그런데 금성은 극심한 고온 고압 때문에 탐사선이 한두 시간 버틸까말까인 지경이다. 앞으로 정말 그럴싸한 명분과 떡밥이 생기지 않는 한, 금성 착륙 미션이 가까운 미래에 또 행해질 것 같지는 않다.

즉, 무인 탐사선이 성공적으로 착륙해서 며칠~몇 주 이상 동안 탐사 가능하고, 실제로 그런 내력이 있기도 한 천체는 태양계에서 화성이 유일하다.

그리고 착륙이 아니라 (3) 탐사선이 추락· 운지한 적이 있는 천체는 더 멀리 수성과 목성, 토성까지 간다. 수성은 메신저(2015. 4. 30.), 목성은 갈릴레오(2003. 9. 21.), 토성은 카시니-호이겐스(2017. 9. 15.) 딱 한 번씩이 유일하며, 그것도 시기가 다 21세기로 생각보다 최근이다!

물론 이것들은 10~20년씩 돌면서 해당 행성의 자료들을 왕창 보내 준 뒤, 추진체의 연료가 다 떨어져서 궤도 유지가 안 되는 지경이 되자, 통제불가 우주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최후의 연료를 사용하여 궤도 이탈과 소멸을 선택한 것이다. 마치 전쟁터에서 적군에게 포로로 잡히지 않기 위해 마지막 총알로 자기 머리를 쏘는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메신저야 대기가 없는 수성의 표면에 떨어져서 박살나고 표면에 자그마한 크레이터라도 남겼겠지만, 목성과 토성으로 뛰어든 탐사선들은 짙은 대기 마찰로 인해 그냥 아무 흔적도 없이 불타고 짜부러져 사라졌을 것이다.

천왕성 이상부터는 보이저, 파이어니어, 뉴 호라이즌스 같은 외행성 탐사선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사진만 찍었지, 착륙이나 충돌 같은 방식으로 인간이 접근한 내력이 전무하다. 접근은커녕 관측부터가 너무 어려우며 드문 실정이다. 이미 토성에서 천왕성 사이가 태양에서 토성까지의 거리에 맞먹을 정도로 거리가 살인적으로 멀다는 것을 우주덕이라면 감을 잡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2)에 속하는 천체, 다시 말해 무인 탐사선이 착륙한 천체가 태양계에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이다.
카시니-호이겐스 호는 1997년에 발사되어 7년에 달하는 비행과 스윙바이 끝에 2004년에 토성의 궤도에 진입했는데, 그 중 '호이겐스' 호에 속하는 부분은 분리되어서 2005년 1월 14일에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착륙했다. 이것은 인간이 만든 우주 탐사선이 화성과 목성까지 초월하여 가장 먼 천체에 착륙한 기록인 동시에, 행성이 아니라 달 외의 또 다른 행성 위성에 착륙한 최초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럼 타이탄은 어떤 위성이며 과학자들은 왜 타이탄을 선택한 것일까?
타이탄은 토성에서 가장 큰 위성이며, 태양계 모든 행성들의 위성 중에는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에 이어 둘째로 큰 위성이다.
크기로만 따지면 얘는 행성인 수성보다도 약간 더 크다. (수성은 달보다 약간 더 크고..) 다만, 밀도는 수성보다 훨씬 더 작아서 전체 질량이 수성의 40% 남짓이라고 한다. 사실, 수성은 태양과 너무 가까운 관계로 딱딱하고 무거운 금속 핵 위주로만 남아서 밀도가 커진 편이다. 옛날에 원래는 수성이 지금보다 더 큰 행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타이탄은 토성에 딸린 수십 개의 위성 중 하나이지만, 땅이 있는 천체들 중에서 이례적으로 짙은 대기가 존재한다. 겨우 그 크기와 질량 주제에 표면 대기압은 1.41기압으로 지구보다도 더 높으니 놀랍기 그지없다. 대기의 98%는 질소라고 하는데, 나머지를 차지하는 메탄 가스, 그리고 -180~-170도대의 낮은 기온 때문인지 대기는 금성처럼 온통 누렇다.

그리고 관측 결과에 따르면, 타이탄의 내부에는 대기뿐만 아니라 액화(= 액체) 탄화수소가 강, 바다, 호수의 형태로 흐르고 구름을 형성하고 비가 내리는 등 나름 순환까지 한다고 한다.
저기는 태양으로부터 너무 멀어서 끔찍하게 춥고, 물과 산소가 아니라 온통 메탄밖에 없는 불모지이지만, 그 먼 곳에 액체와 대기가 있는 천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과학자들을 흥분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태양으로부터 엄청 멀리 떨어져 있으니 그런 대기 같은 물질도 달라붙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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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호이겐스가 착륙한 타이탄 표면은 금성이나 화성 같은 행성과 마찬가지로 온통 돌밭 뻘밭이었다. 하강하는 동안에는 타이탄의 상공에서 내려다본 표면 사진도 보내 줬는데.. 무슨 산맥 같은 지형이 보였다.
참고로, '호이겐스'(현지 발음으로는 하위헌스)라는 이름부터가 타이탄을 최초로 발견한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겸 천문학자 이름에서 딴 것이다.

착륙하는 지점이 혹시 액체 바다는 아닌가 우려되었으나 그렇지 않았다.
옛날에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할 때도 혹시 흙먼지에 파묻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다행히 그렇지 않았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대기가 너무 짙어서 하늘에 모성인 토성이 뜨고 지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나 모르겠다. 그리고 태양에서 그렇게도 먼 곳인데 깜깜한 암흑 천지는 아닌지, 저 정도의 풍경 사진 촬영이 가능한 광원이 주변에 있는지 궁금하다.

호이겐스는 착륙 후에 각종 데이터들을 지구로 직통으로 보낸 게 아니라 모선인 카시니에게로 보냈으며, 카시니는 그걸 지구로 보내 줬다.
허나, 호이겐스와의 교신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교신은 착륙 후 약 90분 남짓 지속되다가 두절되었으며, 그 뒤로 호이겐스는 연락이 영원히 끊어졌다. 공식적인 사유는 호이겐스 쪽의 통신 장치가 극저온에 오래 노출되면서 고장 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타이탄이 무슨 금성 같은 고온 고압 불지옥도 아닌데 왜 탐사선이 2시간을 채 버티지 못했는지는 난 잘 모르겠다. 광활한 우주 공간도 어차피 극저온이긴 마찬가지인데?
다만, 진공에서의 저온과 지구 같은 대기가 있는 곳에서의 저온은 여파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마치 뜨거운 공기와 뜨거운 물의 열전달 여파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또한 스마트폰과 자동차만 해도 날씨가 영하 수십 도 이하로 추워지면 배터리가 방전되고 난리가 나는데.. 하물며 훨씬 더 저온에서는 정교한 전자 기기가 분명 탈이 나긴 할 것이다.

타이탄이 금성 같은 곳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화성처럼 착륙한 탐사선이 수 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활동 가능한 곳도 아니었나 보다.

이렇듯, 카시니-호이겐스 탐사선은 인류에게 토성에 대해 굉장히 많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줬다. 결말만 얘기하자면 호이겐스는 2005년에 위성 타이탄에 착륙했고, 카시니는 2017년에 토성으로 떨어져서 각자 자기 임무를 마치고 산화했다. 얘는 상당수의 비용은 미국 NASA에서 부담했지만 그래도 명목상으로는 유럽과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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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매끈한 아름다운 토성 사진도 카시니-호이겐스 호가 찍은 것이다. 물론 그 전의 보이저 탐사선도 토성 사진을 찍긴 했다만..
목성은 고리가 딱히 보이지 않고 온갖 울퉁불퉁 나뭇결무늬로 가득한 반면, 토성은 표면이 아주 매끈하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외행성 탐사선들은 어째 태양계 공전면의 위· 아래로 잘도 드나드는 것 같다. 토성을 올려다보며 찍은 사진과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이 모두 존재하기 때문이다(상하가 일부러 뒤바뀐 건 아니라고 가정하면..). 자세한 이론 배경은 잘 모르지만, 스윙바이만으로 공전면의 위나 아래로 진행하는 것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9/08/16 08:37 2019/08/1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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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국내 철도 동향에 대한 평론을 좀 하고자 한다. ㅎㅎ

1. 철도 차량기지들의 변화

서울에는 '구로'와 '창동'이라고 각각 코레일과 서울 교통 공사 소속의 전동차 차량기지가 있다.
그런 기지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절엔 거기 주변이 허허벌판이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이제 공항이나 군부대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 중이며, 해당 지역에서 당장 이전시키지를 못해 안달 나 있다.
구로는 생각 같아서는 광명 역 주변으로 치워 버렸으면 싶고, 창동 기지의 경우 지하철 4호선이 당고개 이북으로 연장되면 북쪽 종점이 있는 남양주 쪽의 더 외곽으로 이사 가는 것이 실제로 확정되었다.

그런데 이들보다 서울 중심부에 훨씬 더 가까이 있는 군자 기지는 그런 잡음이 없이 당당히 건재하다. 얘는 서울에서 최초로 지어진 지하철 차량기지로, 근처에는 서울 교통 공사의 통합 본사가 있다(과거 서울 도시철도 공사의 사옥). 앞으로는 군자 기지의 내부에 9호선까지 포함한 서울 지하철 통합 관제 센터까지 지어질 거라고 한다.

하긴, 군자 기지는 애초에 주요 부지부터가 복개 하천(전농천)이었으며, 주변에도 평범한 주거 구역이 아니라 가스 저장소에 하수도 처리 시설 같은 거나 있으니.. 아파트나 업무 건물에 밀려서 이전할 여지가 없기도 했다. 지금 구로 차량기지의 내부엔 코레일 관제 센터가 있는데, 군자 기지도 바로 그와 비슷한 급의 서울 지하철 허브로 쑥쑥 발전할 듯하다.

군자 말고 서울 지하철 2호선의 다른 차량기지인 신정 차량기지는.. 기지의 공간 일부를 덮어 버리고 그 위에 아파트가 지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2호선은 순환선이기 때문에 차량기지를 서울 중심부에서 한없이 멀리 옮길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땅을 활용하게 된 듯하다.

한편, 코레일 소속의 차량기지 중에는 신이문 역과 함께 있는 이문 차량기지가 기존 철도역과 노선(망우선) 부지를 활용하여 그럭저럭 잘 만든 사례에 속한다. 코레일의 수도권 동부지사 본부가 같이 있기도 하다.
과거엔 용산 역의 바로 옆에도 차량기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수도권 철도차량 정비단'이 있었는데 이 넓은 부지는 앞으로 어찌 개발되려나 모르겠다. 용산 미군 부대 부지만큼이나 떡밥이다.

2. 철도가 새로 개통하는 도시들

서울 주변의 경기도에는 수원, 부천, 인천, 의정부처럼 진작부터 철도의 혜택을 입은 도시가 있는가 하면 안산, 과천, 성남처럼 나중에 따로 건설된 철도의 혜택을 입은 도시가 있고, 21세기가 되도록 철도가 아직 전혀 존재하지 않는 철도 불모지도 있다.
아래의 세 도시는 서울 주변에서 철도 불모지로 유명(?)했던 곳인데, 서로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거나 바뀔 예정이다.

(1) 하남 (기존 지하철의 연장)

따로 경전철을 만드네 마네 말이 많더니 결국은.. 잘 알다시피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상일동 지선 구간이 더 연장되는 것으로 결정되어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이다.
서울 지하철 7호선이 서쪽으로 연장되어 부천과 인천으로 가듯이, 5호선은 동쪽으로 연장되어 하남까지 가게 된다. 환승 없이 한 열차만 타고 서울 도심까지 쭉 갈 수 있으니 승객의 입장에서도 편리하다.

5호선의 마천 지선은 자신이 아닌 타 노선이 연장되어서 환승역이 더 생겼지만(오금, 올림픽공원), 상일동 지선은 타 노선과 만날 여지가 없이 자신이 더 연장된다는 게 흥미롭다.

하남 연장 이후에는 5호선 열차들은 더 길어진 상일동으로만 가고, 강동-마천은 별도의 지선으로 취급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경의선 전철이 중앙선과 직결된 뒤부터 서울역-신촌-가좌 구간은 별도의 지선으로 떨어져 나간 것처럼 말이다. 애초에 차량기지가 있어서 가장 먼저 개통했고 본선으로서의 정통성(?)을 지닌 구간은 마천이 아닌 상일동 쪽이기도 하다.

(2) 김포 (경전철)

이 동네는 올해 철도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연장 대신, 김포 공항에서 시작하는 경전철이 따로 만들어져서 개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원래 올여름에 개통했어야 했는데 몇 달 더 미뤄진 모양이다.
김포는 하남과는 반대로 서울의 서쪽 끝 지역인데, 도시철도도 하남과는 정반대 형태로 개통한 셈이다. 그 대신 경전철의 노선색은 9호선과 거의 같은 금색으로 정해졌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동쪽으로는 신논현과 종합운동장을 거쳐 서울의 완전 끝인 보훈 병원까지 쭉쭉 연장됐지만, 서쪽으로는 지금까지 결코 더 연장되지 않았다. 그리고 동쪽으로든 서쪽으로든 서울을 벗어나지도 않았다.
그렇게 9호선은 자기 노선은 변함없는 대신, 오랜 떡밥이던 "공항 철도와의 직통 운행"이 추진되고 있다. 양 노선간 입체교차 연결선은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 직· 교류 겸용 차량과 운임 분배 같은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

한때는 공항 철도에 KTX가 다녔다. KTX 정차역으로 지정된 검암 역에는 이에 맞춰 저상홈 승강장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건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몇 달 못 가 폐지되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가까운 미래에 9호선 열차가 공항 철도 구간을 같이 달리게 될 것이다. 지금 서울 지하철 1, 3, 4호선에서나 볼 수 있는 직· 교류 겸용 전동차도 오랜만에 다시 등장하면서 말이다.

(3) 시흥 (광역전철+일반열차)

여기는 기껏해야 안산선 말단(정왕, 오이도)이나 수인선이 조금 스쳐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시가지들을 연결하고 서울로 직통으로 가는 철도 같은 건 없었다. 그랬는데 바로 1년 전 2018년 6월에 수도권 전철 서해선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철도가 개통하면서 아쉬운 대로 숨통이 트였다.

얘는 평범한 지방 지하철이나 경전철이 아니라 엄연히 광역전철이며, 아예 일반열차와 화물열차까지 다니게 될 장거리 간선 철도의 일부이다. 스케일이 제일 큰 셈이다. 이름을 괜히 '서해선'이라고 지은 게 아니다.
다만, 얘는 경강선이나 부산 '동해선'처럼 민간 자본의 개입 없이 순수하게 코레일만이 운영하는 형태는 아니며, 그렇다고 신분당선처럼 대놓고 별도의 운임 체계를 쓰는 형태도 아니다. 지금의 서울 지하철 9호선이나 공항 철도처럼 운영되는 것 같다.

3. '송정'이라는 역명

난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김포공항의 바로 옆 역이 '송정'이기 때문에.. 공항 근처의 강서구에 송정동이라는 행정구역이 있기라도 한 것으로 오랫동안 생각했다. 같은 5호선의 '양평' 역이 영등포구 양평동을 가리키듯이 말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추측이다.
하지만 실제로 확인해 보니 그렇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놀랐다. 송정동은 강서구가 전혀 아니라 성동구에 있다.

신사동은 서울의 강남구(3호선)에도 있고 은평구(6호선 새절)에도 있다. 도화동과 논현동은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에도 있다. 신길동은 서울뿐만 아니라 안산(신길온천..)에도 있다.
하지만 송정동은 겹치는 것도 없이 유일한 명칭이다. 먼 옛날, 거기가 인서울이 아니던 시절에 쓰였던 '김포군 송정리'라는 명칭에서 유래된 거라고 한다.

물론 인서울에서만 안 겹칠 뿐이지, 전국적으로는 송정이라는 동이 여럿 존재한다.
서울 밖에서는 광주에 KTX도 서는 광주송정 역이 유명하다. 거기는 진짜로 송정리에서 송정동/광주송정의 순으로 행정구역과 철도역명이 바뀌어 왔다.

4. 역명에 '역'이 또 붙는 경우

우리는 지하철역을 가리킬 때 'XXX 역' 같은 식으로 이름의 뒤에다가 '역'을 덧붙인다. 정류장/정거장이라는 명칭은 버스를 타는 곳에다가만 쓴다.
따지고 보면 철도역 중에도 건물이 없이 진짜 허접한 버스 정거장 수준에 불과한 간이역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철도에 대해서는 그냥 관습적으로 역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역 중에는 기존 철도역과 연계하는 것도 있다. 용산이나 영등포 같은 역은 일반열차와 지하철 계열의 전동차를 타는 곳이 한데 있지만 수원· 서울 같은 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두 시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런 역은 이름에 '-역'이 또 붙게 되는데, '서울역 역'이라고 부르기는 뭣하니 이럴 때는 '지하철 서울 역 / 기차(철도, KTX) 서울 역' 같은 형태로 구분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5. 역명에 '동'이 또 붙는 경우

그리고 일반열차건 도시철도건 역의 이름은 아주 특출난 사연이나 명물이 있지 않은 이상, 아무래도 인근의 지명을 따서 평범하게 지어지는 편이다.
일반열차야 역간거리가 시· 군 또는 구의 수준으로 길기 때문에 그런 큰 등급의 지명이 그대로 붙는 편이다. 그러나 도시철도는 역이 그보다 훨씬 더 조밀하게 많이 있기 때문에 동 수준의 명칭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역명이 곧 지명은 아니기 때문에 역명에다 동, 시, 군, 구 같은 행정구역 접미사가 굳이 또 붙을 필요는 없다. 특히 '동' 말이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신설동'('신설' 단독으로는 고유명사로서의 변별력이 너무 부족해서), '목동/길동/상동'(외자 이름이어서), '상일동/둔촌동'(??) 정도가 예외인 것 같다. '동'을 예외적으로 붙이는 조건 내지 원칙을 잘 모르겠다.

부산에서는 원래는 동을 꼬박꼬박 붙였다가 2010년대 초쯤에 일괄적으로 다 떼어내 버린 바 있다. (예: 노포동 → 노포)

Posted by 사무엘

2019/08/13 08:35 2019/08/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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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N의 군사 활동 양상

6· 25 사변 당시의 유엔군과 지금의 유엔 평화유지군의 관계는, 구 일본군과 지금의 일본 자위대와 비슷한 관계/위상이지 않을까 싶다. 전자가 후자로 바뀌면서 뭔가가 크게 너프 됐다는 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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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유엔 평화유지군은 옛날처럼 그렇게 적극적으로 누구 편을 들고 싸우지 않는다. 그리고 옛날 유엔군이 지금처럼 파란 전투모 쓰고 흰 탱크 몰면서 위장이라고는 완전히 포기한 외형으로 북괴와 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계 대전 때는 연합군, 6· 25 때는 유엔군, 그리고 걸프 전쟁 때는 다국적군이 뭔가 정의의 편에 선 진영이었다. 우리나라는 인류 역사상 거의 전무후무한 수많은 나라들의 도움을 한몸에 받았다.

2. 탄약창

육군 부대들 중에서 탄약창은 돌아가는 스타일이 공군과 가장 비슷한 곳이지 싶다. 근무 인원에 비해 엄청나게 넓으며, 행군하고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곳을 방어한다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생방 훈련을 빡세게 하는 것도 공군과 비슷하다.

그도 그럴 것이 탄약창이 보관하고 취급하는 물건들은 전투력의 원천인 총알을 날아가게 하는 폭발력을 내는 위험한 화학 물질들이다. 자동차나 비행기를 움직이게 하는 석유만큼이나 취급에 절대 주의해야 한다. 공격을 받아서 탄약들이 비좁은 곳에서 연쇄적으로 유폭이라도 한다면 Doom 2의 Barrel o' fun이 현실에서 벌어지게 된다..;;
뭐 그래도 탄약창이 비행기를 띄우는 곳은 아니니 공군 기지처럼 반드시 넓은 평지에 있다거나, 활주로 비스무리한 게 있고 새를 쫓아내는 인원을 운용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한편, 군함의 경우 배 한 척이 육군으로 치면 병사들의 생활관과 전차와 자주포와 곡사포와 탄약창 역할을 몽땅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다른 곳을 많이 맞아서 부서질 경우, 항해 불가능 상태가 되고 물이 새서 침몰할 수 있다. 하지만 탄약고를 맞아서 탄약들이 폭발한다면.. 평범하게 침몰만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큰 배라도 화염 버섯구름과 함께 두 동강 나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박살날 수 있다. 승조원들은 거의 다 죽는다..;;

3. 지휘통제소 지하 벙커

공항이나 항공모함에는 관제탑이 있고 철도에도 모처에 종합 사령실 내지 관제 센터가 있다. 그것처럼.. 군대에도 높으신 분들이 모여서 작전 회의를 하는 비밀 지휘통제실이란 게 있다. 지난 2011년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지휘했던 그런 장소 말이다.

공항 관제탑이야 시야 확보 때문에 눈에 잘 띄는 높은 곳에 있지만, 철도나 군대의 비밀 장소는 그런 거 없고 일반인들의 눈에 안 띄는 곳에 꽁꽁 숨겨져 있다. 폭격을 맞아도 안전한 지하 벙커 형태가 대부분일 것이다.

안 그래도 군부대는 전지역이 민간인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보안 시설인데, 이런 지휘통제실은 보안 시설 중에서도 더욱 삼엄한 보안 시설이다. 저기는 병(상황병 보직)과 간부를 막론하고 신원 조회를 통과한 인원만 출입할 수 있다. 평범한 생활관이나 연병장 정도를 사진 찍다가 걸리면 카메라를 빼앗기고 벌금이나 영창 같은 경징계를 받는 수준에 그치겠지만, 저기서 얼쩡거리다가 걸리면 아마 군사 재판에 회부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지하 벙커가 한 곳만 있지는 않다.
먼저 관악산 남태령의 수방사 부대 지하에 B1이라는 벙커가 있어서 대통령이 취임 첫 해에 관례적으로 여기를 방문한다고 한다. 대통령은 취임 첫 해에 경호처 요원들의 경호 시범을 관람한다던데 벙커 방문도 그렇게 하는가 보다.

그리고 의외로 서울대 내부 지하에도 B5라는 벙커가 있는데... 한국어 위키백과의 설명에 따르면 B1과 B5는 어차피 같은 관악산이기도 하고 별로 멀지도 않으니 둘이 지하 통로로 연결도 돼 있다고 한다. 또한, 용산의 국방부 청사 지하에도 B2라는 벙커가 있다. (그럼 B3, B4는??)

우리나라 정부뿐만 아니라 미군 역시 자체적인 지하 벙커를 만들어 놓은 게 있다.
일단 서울 안의 미국 영토인 용산 주한미군 부대 내부에 'CC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있다. 참고로 CC는.. 스타크래프트 테란의 건물 명칭의 이니셜과 같다.
과거 전땅크가 12· 12 사태를 일으켰던 당시에 노 재현 국방 장관은 홈그라운드인 국방부 B2 벙커는 너무 가까우니 위험하고.. 근처의 저 미군 벙커로 피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악산뿐만 아니라 청계산에도 군부대가 많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지만.. 알고 보니 본인이 예전에 오른 적이 있는 상적동 쪽에 'CP Tango'라는 이름으로 주한미군 지하 벙커가 하나 더 있다. 우와.. 2005년에 당시 미국의 국무장관이던 '콘돌리자 라이스' 여사가 성남 서울 공항을 통해 방한한 뒤 곧장 저기를 방문하여 매스컴을 탄 적이 있다.

미군 지하 벙커는 대구의 미군 기지에도 있으며, 앞으로 주한 미군 기지들이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로 통합되고 나면 거기에도 응당 생길 것이다.
CP에서 P는 GP처럼 post를 뜻한다. CC보다는 격이 낮은 듯..

북한은 6· 25 때 평양 시내가 폭격 맞아서 아주 박살이 난 경험이 있고, 미 제국주의 원쑤들의 첩보 위성도 많이 의식할 테니, 지하를 들쑤셔서 별 시설들을 다 만들어 놨지 싶다.

4. 국군 유해의 항공 송환

지난 2012년 2MB 시절에는 1950년 가을, 6· 25 전쟁 중에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군인들 유해에 대한 조사가 미국과 북한 합동으로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국군으로 밝혀진 유해가 12구가 하와이를 거쳤다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레카 시절에는 추가적인 송환 실적이 없다가.. 지난 바로 작년에 7년 전보다 훨씬 더 많은 64구의 유해가 추가로 발굴되어서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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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를 운구한 수송기가 우리나라 영공에 진입하자 이번에는 우리나라 전투기들이 작정하고 출동해서 수송기를 호위했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수송기를 향해 거수 경례를 했으며, 에어 포스 원 명대사보다 더 멋진 말을 현실에서 남겼다. (☞ 링크)

"오랜 시간 먼 길 거쳐 오시느라 대단히 수고하셨습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공군이 안전히 호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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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때는 유해 수는 훨씬 더 많지만 7년 전과 달리 신원과 유족이 완전히 확인된 유해는 없었던 모양이다.

참고로 전투기들이 멋지게 날아가는 모습을 같은 공중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들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카메라맨이 별도의 비행기를 타고 그쪽을 보면서 촬영한 것들이다.
이런 영상물은 저렇게 언론 보도 자료로도 쓰이고 군 내부에서의 정훈 자료로도 쓰인다. 더구나 군용기는 아무 때나 원하는 대로 쉽게 띄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 한번 떴을 때 NG 없이 잘 찍어야 한다.

공군에는 군용기의 공중 촬영만 전담하는 부사관 보직이 따로 존재한다고 한다. 타군의 여느 사진병보다는 훨씬 더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병이 아닌 간부가 맡는다.

5. 개념 연예인

훈훈한 이야기 하나 더 하고 글을 맺겠다.
지난 2016년 말, 배우 이 시영 씨가 MBC의 연말 연예인 시상식에서 버라이어티 신인상을 받았었다. (☞ 링크, 정지 화면 자막 나열)
리얼입대 프로젝트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것 때문인데, 저분은 여느 꼴페와는 정반대로 마치 독립운동가 이 시영이 떠오를 정도로 소감을 정말 건전하고 개념 있게 잘 말했다.

"이 상을 제가 받아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일주일도 안 되게 군대 다녀와서는 상을 받는다는 게 너무 죄송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나라를 지키고 계시는 국군 장병들께서 주시는 상이라고 생각하고 고맙게 받겠습니다. (...) 지금까지 많은 군인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제가 안전하고 행복한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


개인적으로 완전 감동 받았다. 영화 <언니>가 저런 훌륭한 배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쫄딱 망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08/10 08:35 2019/08/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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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

1. 컴퓨터와 인간

전에도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 싶은데..
컴퓨터는 전원을 넣은 뒤에 실제로 사용 가능해질 때까지 준비 시간이 대단히, 가장 긴 전자 기기에 속한다.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 컴퓨터와 단순 계산기를 비교해 봐도 차이를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컴퓨터에는 '부팅'이라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하드디스크 대신 SSD 덕분에 부팅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긴 했지만, 컴퓨터가 사용 가능해질 때까지 내부적으로 무수히 많은 준비 작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범용 컴퓨터는 타 전자 기기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넘사벽급으로 확장과 프로그래밍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선천적으로 할 줄 아는 건 없다시피하고 프로그램만을 기막히게 빨리 잘 수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전자 기기라면 회로 하드웨어 차원에서 콕콕 박혀 있을 명령과 데이터도 다 일일이 매번 메모리에다 새로 주입해 줘야 하며, 자신과 일체형이 아닌 타 하드웨어들을 감지하고 초기화하고 점검해 줘야 한다. 오늘날의 컴퓨터가 괜히 '프로그램 내장형'인 게 아니며(메모리에 내장), 그러니 이런 오버헤드가 클 수밖에 없다.

컴퓨터와 단순 비교는 안 되겠지만, 인간만 해도 직립보행과 큰 두뇌를 얻기 위해 타 동물들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다른 장점을 희생한 게 많다고 한다. 태어난 직후엔 다른 어떤 동물의 새끼보다도 무능하고 연약한 상태이며,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엄마 품에 오래 있어야 한다. 비슷한 덩치의 다른 동물에 비해 힘이 약하고 소화 효율도 그리 좋지 않다.

하지만 그 연약한 인간은 동물이 상상도 할 수 없고 신묘막측의 영역에 가까운 언어 습득과 구사 능력이 있으며,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불을 다루는 능력도 지구상에서 인간 외에 다른 어떤 생명체도 갖추고 있지 않다.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이 스스로 불을 피운다거나 돌멩이를 집어서 던질 줄 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공깽일 것이다. (뭐, 그래 봤자 인간에게 제압당하는 건 변함없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컴퓨터가 타 전자 기기들과 구조적으로 다른 것만큼이나 인간도 다른 포유류와 구조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 둘이 서로 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양상이긴 해 보인다.

2. 정치와 종교 싸움

인간이 나누는 여러 대화 주제들 중에 정치와 종교는 제일 골치 아프고 답 안 나오며 사람을 친구 아니면 적으로 극단적으로 가르는 분야이다. 사람들이 기를 쓰고 자존심을 걸고서 자기 신념을 고집하는 분야이다. 그러니 어지간해서는 이런 주제는 안 꺼내는 게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이 분야에 어느 정도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그저 먹고 자고 싸고 씨 뿌리는 욕망만 충족되면 되는 개돼지 짐승이 아니며, 그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인 가치를 추구할 줄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크리스천에게는 종교관 한정으로 복음 전파의 의무도 있다.

둘 중 정치는 내가 속한 "집단의 현재 현실" 또는 가까운 미래와 관계가 있다. 내가 낸 세금을 정치인들이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쓰지 않고 사회와 국가· 민족 전체를 공멸로 몰고 가고 있다면, 이에 대해 분노하고 항거하는 것이 개인의 권리이자 어느 정도 의무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이 뻘짓 한 게 당장 나에게까지 돌아와서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그 반면, 종교는 "개인의 가치관(특히 경전의 해석 체계) 내지 영원", 먼 미래(특히 죽음 이후)와 관계가 있다. 현실 그 자체인 정치와 달리 추상적이고 비가시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분야에 대한 신념을 다루며, 스케일도 집단이 아니라 개인으로 줄어든다.

정상적인 정교 분리 국가라면, 주변에 온통 자신과 종교관이 다른 사람뿐이라고 해도 세금이 낭비된다거나 국가 안보가 무너진다거나 하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 이게 다르면 사람간에 어느 수준 이상으로는 더 가까워질 수 없어진다. 특히 이것 때문에 결혼도 못 하고 파토 난다.
이렇듯, "집단의 물질적인 현재"와 "개인의 영적인 미래"를 다루는 두 축은 인간의 자아 및 정체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 개인적으로는 동일한 분별력과 믿음과 양심이라면 정치 성향과 종교관도 뭔가 일관되게 동일하게 나오지 않겠나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본인과 신앙관이 일치하고 정치 성향만 정반대인 사람, 혹은 반대로 정치 성향만 일치하고 종교 쪽은 정반대인 사람도 많이 봐 왔다. 글쎄, 어떤 건 취향 존중의 영역이겠지만.. 명백하게 옳고 그름의 영역인 것까지 좌우 균형 취향으로 왜곡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3. 인종간의 우열?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라고.. 20세기 중반에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엄청난 생물학자가 있다. 이과 출신이라면 다들 이름을 기억하실 것이다. 크릭은 2004년에 사망했지만 왓슨은 90대의 나이로 현재까지 살아 있다. (과거 vs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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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사람은 획기적인 연구 성과 덕분에 노벨 상을 받고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었으나.. 나중엔 무슨 마가 꼈는지 유전자 차원에서의 인종의 우열 운운하는 또라이 같은 망언도 많이 늘어놓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늘그막의 이미지를 많이 구겼다.
인텔의 창업주인 누구누구가 엔지니어로서는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노조를 탄압한 악덕 기업주였네 뭐네 하는 소리처럼 들리는데.. 저 사람들은 기업가가 아닌 학자였고, 단순히 돈만 밝힌 것하고는 흑역사가 차원이 달랐다.

타 분야의 전문가가 자기 전공과 무관한 정치· 종교· 이념 쪽으로 어그로를 끄는 것도 아니고, 유전자 쪽 연구의 넘사벽급 전문가가 직접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니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백인과 흑인이 동등한 지적 능력을 갖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흑인 직원을 다뤄 본 사람이라면 내 말에 다들 공감할 거다." / "인종 간 지능의 우열을 가리는 유전자가 앞으로 10년 안에 발견될 수 있을 것" ... ㅡ,.ㅡ;;

이 때문에 왓슨은 국제 왕따로 전락해서 강연 초청과 책 출판 계약이 몽땅 짤리고.. 한때는 생계를 위해 노벨 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기까지 했을 정도로 몰락했다고 한다.
학자가 논문 표절, 연구 결과 조작, 연구비 횡령, 마루타 실험-_- 같은 업무상의 비윤리적인 짓 때문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상과 신념이라는 외부 요인만으로 학계에서 매장 당하기란 참 쉽지 않을 텐데.. 저 사람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안 그래도 진화생물학 진영에서는 진화론은 우생학과 아무 관계 없다고 못을 박으며, 기독교 창조론자들이 벌이는 진화론 비방(?)과 음해를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다. 하지만 왓슨과 크릭의 언행은 진화론이 동일선상에서 비방 받을 빌미를 잔뜩 제공하게 됐다. 물론 교인들도 밖에서 개독 소리 들을 짓, 예수 이름이 모독 받을 짓을 한 게 많으니 서로 상쇄되는 건가.. -_-;;;

이 점을 감안하여 본인은 거리 설교를 하면서 기원에 대해 잠깐 언급할 때, 진화론을 대놓고 공격하고 욕하지 않는다. 단지, 우주와 생명이 다 우연히 저절로 생겨났다고 믿는 게 신이 창조했다고 믿는 것보다 더 큰 믿음이 필요하다고만 말한다.

난 왓슨 저 양반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취지는 얼추 알 것 같다. 백인들이 탁월한 과학 기술로 세계를 정복했으며, 나머지 나라 사람들은 미개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말을 저렇게 공공연하게 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저 사람이 비정상적인 PC(정치적 올바름) 트렌드를 저격하면서 "결혼이란 남자와 여자가 하는 것이고 동성애는 잘못됐다, 빨갱이는 박멸해야 된다" 같은 식으로 과격한 말을 한 거라면 성경적으로 실드 받을 여지라도 있을 텐데.. 저건 아무 실드 없이 자기 무덤을 파는 짓일 뿐이다.

인종 간에 유전자 차원에서 지능의 우열이 정말 있을 수는 있다고 치자.
평균 이상으로 천재 괴수들을 줄줄이 배출한 가문이 있다면 저 사람들은 유전자 차원에서 뭐가 있는지 궁금해질 법도 하다. 실험 결과가 참 불편하게 느껴지겠지만 그걸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객관적으로 규명할 수만 있다면 과학자의 연구 대상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연구가 정치 개입 없이 객관적으로 제대로 진행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우며, 그건 십중팔구 "열등한 인종은 없애 버려야 된다, 고자로 만들어서 대를 끊어야 된다" 같은 나치즘 내지 다윈 상을 암시하는 결론으로 곡해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혼자만 하고 마는 것도 아니고 공공연하게 표현까지 하는 건 미친 짓 위험한 짓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지 싶다.

난 개인적으로는 인종뿐만 아니라 언어조차도 어떤 의미에서는 우열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로마 숫자와 아라비아 숫자가 우열이 존재하는 것만큼이나 말이다.
어떤 언어는 다른 언어보다 더 오버헤드 적고 간결하고, 학문이나 기계화나 성경 번역 같은 용도에 구조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어휘, 문법, 문자 표기 등등을 총체적으로 따져 봤을 때 말이다. 선천적인 요소와 후천적인 요소의 비율까지는 차마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런 견해를 피력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고, 열등한 언어를 쓰는 사람은 머리를 개조해서 모국어를 강제로 바꾼다거나 나가 죽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총체적인 검증과 비교가 가능하지 않으니 이런 생각은 혼자만의 심증 수준에 머무를 뿐이다.

오늘날 언어학 전공자들은 문화 제국주의 운운하면서 언어의 기원이나 우열 같은 거 따지는 짓을 절대 금기시하고 불가지론으로 부치고는 있다. 그러나 언급을 꺼린다고 해서 실체 자체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도 덕이 안 되는 짓이고.. 참 어려운 문제이다. ㅎㅎ

Posted by 사무엘

2019/08/07 08:34 2019/08/0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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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indows 명령 프롬프트에서의 UTF-8 지원

본인은 1년 남짓 전에 UTF-8 인코딩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Windows도 콘솔 환경에서 UTF-8이 지원되는 날이 올까 썰을 푼 적이 있었다.
이건 Windows 10이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 chcp 65001이 가능해졌다. 명령 프롬프트와 배치 파일에서 깨지는 문자열 걱정 없이 파일 이름이나 각종 메시지를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임이 틀림없다.

사실, 콘솔 자체는 문자의 특정 인코딩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임의의 바이트 나열을 주고받을 수 있는 '파일'일 뿐이다. 그러니 콘솔의 코드 페이지가 437이건 949건 65001이건 전혀 상관없이 프로그램은 모조리 생까고 아무 인코딩으로나 유니코드 문자열을 printf 같은 함수로 출력할 수 있다. 가령, chcp 949 상태이더라도 consoleapp.exe > output_in_utf8.txt 는 깨지는 문자 없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C# 같은 언어로 콘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System.Console.WriteLine을 해 보면, 닷넷 프레임워크가 현재 콘솔의 코드 페이지 번호에 따라(아마도 GetConsoleOutputCP 함수) 문자열을 1바이트 단위 기반으로 변환해서 출력한다.
그러므로 chcp 949 상태에서 듣보잡 한자를 찍으면 깨진 문자열이 아니라 완전히 정보가 소실된 ?로 바뀌어 찍히며, 이는 >를 이용해 파일로 redirect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chcp 65001을 해 줘야 이런 손실이 없어진다.

상황이 이러한데.. 현재 운영체제는 새로운 셸인 PowerShell 말고 기존 명령 프롬프트에 대해서는 chcp 65001이 그냥 가능은 하다는 선에서만 지원을 멈춘 듯하다. 하위 호환 문제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UTF-8를 디폴트로 구동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새로운 콘솔 프로세스를 생성해서 거기 코드 페이지를 65001로 변경하는 작업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꽤 번거롭고 지저분하다. Windows의 콘솔 API들은 자기 자신의 코드 페이지를 변경하는 것만 직통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하긴, 437이니 949니 하는 ANSI 코드 페이지라는 건 유니코드를 지원하지 않는 레거시 앱들과의 호환 때문에 존재하는 개념이다. 그러니 시스템의 기본 코드 페이지가 65001이더라도 저런 디폴트 fallback용 코드 페이지는 계속해서 존재해야 할 것이다.
배치 파일은 @echo off로 시작하는 게 거의 관행인데, @를 거의 메타커맨드 식별자화해서 앞에 @encoding 이런 식으로 인코딩을 지정하는 것도 아주 황당한 생각은 아닐 것 같다.

더 궁극적으로는 굳이 콘솔에만 국한되지 않더라도, Windows API에서 A 함수와 W 함수는 UTF-8이냐 UTF-16이냐의 차이밖에 없어지는 날이 올까? UTF-8을 native로 지원한다는 표식이 된 프로그램에 한해서라도 말이다.
물론 요즘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야 처음부터 W 함수만 쓰겠지만.. 타 플랫폼에서 1바이트 문자열 기반으로 유니코드를 지원해 온 프로그램을 포팅할 때는 저런 접근 방식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레거시 프로그램들과의 호환은.. 지금 마소에서 high DPI 지원을 위해서 기를 쓰고 제공하는 샌드박스 가상화 계층만 만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나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manifest 파일에 native UTF8을 지원한다고 명시해 주는 식으로 말이다.

2. 메뉴 간소화

기능이 너무 많아서 메뉴가 "파일, 편집, 보기, 도구"부터 시작해 10개를 훌쩍 넘어가고, 각 카테고리별로 항목들이 20개 가까이 주렁주렁 달린 방대한 프로그램을 생각해 보자. 사용자에게 굉장히 위압적으로 보일 것이다.

더구나 이런 메뉴들은 static한, 고정된 기능 나열 목록일 뿐이다. 파일 내지 글꼴 같은 다이나믹한 목록이 아니며,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곧장 고를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아니다. 프로그램의 모든 기능을 골고루 다 쓰면서 지내는 사용자는 당연히 극소수이고 말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런 압박스러운 메뉴를 어찌해 보려는 노력이 먼 옛날부터 있었다.
자주 쓰는 기능과 그렇지 않은 기능을 프로그램 개발사에서 답정너 분류한 뒤.. 메뉴를 반토막 간소화해서 보여주는 옵션을 갖춘 프로그램의 예로는.. 도스 시절 MS QuickBasic IDE, 그리고 아래아한글 2.1과 그 이후 버전이었다. 메뉴에서 사라진 기능이라 해도 단축키로는 물론 상시 접근 가능하다.

아래아한글의 경우, 워디안/2002 이전의 3.x~97에도 간소화 메뉴 옵션이 있었던가 그건 잘 모르겠다.

마소에서는 딱 2000년대 초에 일명 Personalized menu라는 걸 도입했다. 사용 빈도를 동적으로 체크해서 오랫동안 안 쓰인다 싶은 메뉴는 감춰 버리고, 메뉴를 꺼낸 지 시간이 좀 오래 지나거나 맨 아래의 ▼을 눌러야만 메뉴가 마저 다 나오게 했다.
Windows 2000/ME의 시작-프로그램 메뉴, 그리고 MS Office 2000/XP/2003 정도에서 이런 메뉴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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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소의 입장에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진행한 실험이었으며, 실제로 메뉴 첫인상을 좀 단순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사용자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아서 최종적으로는 FAIL 판정을 받았다. Office 길잡이 같은 급의 병맛 흑역사는 아니었지만 몇 년 못 가 없어졌으며, 결국 2000년대 후반부터는 리본 인터페이스가 도입되었다.

참고로 Visual Studio IDE는 일반인이 쓰는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그런지.. MS Office의 UI 엔진을 그대로 쓰던 시절에도 Personalized menu가 쓰인 적이 없었다. macOS에도 저런 게 도입된 적은 없지 싶다.

3. macOS

한편, macOS는..

  • 응용 프로그램 패키지(.app)는 하위 디렉터리와 그 밑의 여러 파일들로 구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Finder에서는 단일 파일인 것처럼 취급해 준다.
  • 그 반면, zip 압축 파일은 그냥 단일 파일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에 들어있는 하위 디렉터리와 파일들을 실제 파일과 다를 바 없이 seamless하게 표시해 준다.

없는 디렉터리를 있는 것처럼 표시하고, 반대로 있는 디렉터리를 숨기는 가상화를 구현하느라 애 많이 썼을 것 같다.
app 패키지도 안드로이드 apk처럼 그냥 압축 파일 컨테이너에다 넣어 버리지 싶은 생각이 든다. 성능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은 건지?

그리고 macOS는 GUI 응용 프로그램은 app이고 콘솔 프로그램은 그런 껍데기 없이 a.out 실행 파일인 건가? 일반 실행 파일과 달리 app은 표준 C 함수 말고 NSWorkspace 소속의 코코아 API를 써서만 실행할 수 있는 거고? (내부의 하드코딩된 경로에 일반 실행 파일이 있긴 함) 그 관계를 잘 모르겠다.

내 경험상 mac은 프로세스 간 통신이 Windows보다 제약이 심하고 폐쇄적인 것 같다. 특히 훅킹 같은 게 없기 때문에 macOS용으로 Spy++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는 없는 듯하다.
게다가 한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으로 키 입력을 보내는 게 요 1, 2년 전쯤 시에라에서부터 막혔다. 사용자가 제어판을 열어서 동의를 찍은 프로그램에서만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macOS에서는 날개셋 편집기나 외부 모듈 같은 프로그램은 만들어도 날개셋 입력 패드 같은 구현체는 만들 수 없겠다. 또한 외부 모듈에서 키 입력을 보내는 날개셋문자도 구현할 수 없겠다. =_=;;

4. 맥 계열과 타 PC와의 차이

(1) 같은 파일이 컴퓨터를 옮기니까 크기가 몇십 MB씩 차이가 나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Windows는 전통적으로 1024 기반의 MiB 단위를 쓰는 반면, 맥은 그냥 깔끔하게 1000 단위로 자리수를 매겨서 발생한 차이였다.

(2) 그러고 보니 맥OS는 메시지 박스에서의 버튼 배치 방식도 Windows와 다르다. '예'에 해당하는 1순위 버튼이 색깔도 파랗게 강조된 형태로 대화상자의 맨 오른쪽 아래에 있다. 이건 뭐 그냥 디자이너의 취향 차이인 것 같다.

(3) 일반적으로 키보드의 좌측 하단에는 modifier key들이 ctrl, fn, win, alt의 순으로 배치돼 있다. 그러나 애플 제품들은 맥북/아이맥 구분 없이 다 fn, ctrl, alt, cmd(win)의 순이기 때문에 1234가 2143으로 기묘하게 바뀌어 있다.
서로 알력 싸움에 따로 노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두 종류의 컴퓨터를 드나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게 불편하기 그지없다..;;

5. 안드로이드와 iOS

요즘 전세계에 보급된 스마트폰들에서 안드로이드와 iOS의 점유율이 적게는 7:3, 많게는 4:1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 둘을 더하면 진짜 99.99%이고, Windows Phone 등 타 운영체제는 이제 유의미한 점유율을 완전히 상실한 듣보잡이라고 한다. 마소에서도 Windows 기반의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는 이미 포기하고 접었고..

오픈소스 진영에다가 구글· 삼성의 막강한 지원 덕분에 안드로이드는 확실한 주류가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iOS가 무시 가능한 처지인 건 아니다.
이건 마치 전세계 도로의 우측통행 vs 좌측통행의 점유율과 비슷한 구도인 것 같다. 내 기억으로 저것도 비율이 3:1 내지 4:1쯤이지 싶다.

좌측통행이 분명 비주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극소수인 건 아니며, 영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존재감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강대국 선진국들이 엄연히 좌측통행을 하고 있다. 그러니 완전히 없어질 수가 없다.
이런 좌측통행의 점유율과 위상이 마치 오늘날 iOS의 그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오래된 생각이다. (CPU 업계에서 리틀 엔디언과 빅 엔디언의 점유율 비율은 어찌 되었나 궁금해지기도 한다만..)

그러고 보니 세벌식도 여전히 1%가 채 안 되고, 내가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지위가 약한 마이너이구나..;;
더구나 지금 세벌식을 쓰는 사람들도 자기 자식에게까지 차마 세벌식을 권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걸 생각하면 일면 우울해진다. 타자가 편리한 것보다 당장 생활에서 불편하고 번거로운 게 더 크게 느껴지는가 보다.
그나마 명분이 옳고 객관적으로 이론적으로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08/04 08:34 2019/08/0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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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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