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글자판에서 분해한 방식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자판에 한글 낱자를 배당할 때 한글을 자음 아니면 모음으로 나눈 것이 두벌식이고, 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눈 것이 세벌식입니다. 그래서 ㄱ을 예로 들면 세벌식은 두벌식과는 달리 초성 ㄱ과 받침 ㄱ이 따로 존재하게 되며, 이런 차이는 한글 입력 프로그램의 동작 방식까지 바꿉니다.
아울러 두벌식이라 함은, 두벌식이라는 체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현행 표준 글쇠배열을 바로 가리키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세벌식 역시 세벌식이라는 체계를 써서 공병우 박사가 고안한 글쇠배열을 대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는 두벌식과 세벌식이 고유명사가 됩니다.
참고로 기계식 타자기 시절에는 네벌식(자음 2, 모음 2), 다섯벌식(자음 3, 모음 3) 같은 더 복잡한 글쇠배열도 있었습니다.
옷을 셀 때 한 벌 두 벌 세 벌이라고 하지, 일벌 이벌 삼벌 하지는 않습니다. 세벌식이 맞습니다.
아닙니다. 위에서 용어 정의를 내렸듯이, 초성· 중성· 종성이 제각기 배당되어 있는 한글 글자판은 모두 세벌식 글자판입니다. 단지 세벌식 글자판 중에 공병우 박사가 고안한 글쇠배열이 가장 인지도가 높을 뿐이며, 이 프로그램이 특별히 초점을 두는 배열은 공병우 식 세벌식에 속하는 글쇠배열 중 하나인 세벌식 최종 자판입니다. 이 개념은 다음과 같은 집합 관계로 요약됩니다.
즉 공병우 박사는 세벌식이라는 개념 자체뿐만이 아니라, 세벌식 방식대로 만들어진 글자판 배열과 그 배열을 실현한 타자기를 모두 고안한 분입니다.
둘 모두 비슷한 시기에 한글 문화원에서 발표한 공병우 세벌식 글쇠배열입니다. 390 (또는 3-90)은 1990년에 특별히 IBM PC에서 숫자· 기호와의 호환성을 염두에 두고 발표된 글쇠배열입니다. 한편, 최종(혹은 391)은 1991년에 매킨토시 환경에서 한글 텍스트의 입력을 더 감안하여 발표된 글쇠배열이며, 한글 문화원에서 마지막으로 발표한 글쇠배열이라는 점 때문에 '최종'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습니다.
이런 등장 배경의 차이로 인해 1990년대까지만 해도 IBM PC(도스) 환경에서는 세벌식은 곧 390 배열을 의미했으며, 매킨토시 환경에서 세벌식은 최종 배열을 의미한 채 양 진영이 따로 제 갈 길을 갔습니다(공병우 박사 개인도 IBM PC가 아닌 매킨토시 사용자였음). 그러다가 IBM PC에서도 훗날 Windows 같은 GUI 운영체제가 등장하고 맥도 x86 CPU를 채용하게 되면서 결국 두 운영체제가 두 종류의 세벌식을 모두 지원하는 것으로 세벌식 지원 형태가 확장되었습니다.
세벌식이 글쇠배열이 딱 하나로 통일되어 있지 않아서 처음 입문하는 분이 혼동을 겪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Shift를 누르지 않는 아랫글쇠 부분은 390과 최종이 서로 완전히 동일합니다. 차이가 나는 부분은 윗글쇠뿐입니다.
다만, 이 프로그램이 정식으로 지원하고 권장하는 배열은 세벌식 최종입니다.
아주 고전적이고 흥미롭지만 아무도 정확한 답을 모르는 질문입니다. 세벌식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여기에 대한 견해는 차이가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어느 집단에서 표본을 추출하냐에 따라 세벌식 사용자 비율의 편차가 매우 심하다는 것입니다. 수천 명 중에 세벌식 사용자가 한 명도 없는 곳이 있는가 하면, 공대나 프로그래머 집단 중에는 세벌식 사용자가 꽤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날개셋 타자연습 개발자의 개인적인 추측은 수만에서 최대 10만 명 남짓입니다. 전체 컴퓨터 사용 인구를 3000만 명 안팎으로 잡았을 때 0.3%가 채 안 되는 숫자지만 더 낙관적으로 잡기 힘들 것 같습니다. 반면 몇천 명 안팎일 거라고 매우 부정적으로 추측하는 분도 있고, 적어도 1, 20만 명은 된다고 보는 분도 계십니다.
이 외에도 세벌식 사용자의 남녀 비율, 그리고 390 사용자와 최종 사용자의 비율을 산출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어 보입니다만, 아직 어느 것도 객관적인 데이터는 없습니다. 그나마 비표준 한글 글자판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많이 쓰이는 검증된 글자판의 사용자가 이것밖에 안 되는 셈입니다.
세벌식은 표준이 되기에 충분한 필요와 당위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표준이란 것이 꼭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두벌식이 이미 너무 깊숙이 퍼져 버렸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잡한 자판보다는 간단한 자판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드보락이 표준이면서도 드보락을 쓰는 사람이 별로 없는 이유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세벌식 사용자가 세력을 키우려면 세벌식이 표준이든 아니든 세벌식을 쓰는 사람이 많아야 하며, 세벌식을 알리는 일은 세벌식을 쓰는 사람이 앞장서서 해야 합니다. 표준이 된다고 해도 사람들이 표준을 외면하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언뜻 보기에 글자 수가 많아 두벌식과 경쟁하기가 힘들어 보이는 자판이 오히려 두벌식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누군가가 꾸준히 알려야 합니다. 따라서, 세벌식이 표준이 된 이후라도 세벌식 홍보의 필요성은 한동안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