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벌식을 써야 하는 이유는?

두벌식이 그렇게도 나쁜가요?

한글이 초성과 종성을 갈은 자음으로 표현하는 문자이니 두벌식이라는 체계 자체는 상상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글쇠 수가 적은 장점만 고려하기에는 현행 두벌식 배열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 도깨비불 현상: 글자를 입력하는 도중에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글자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을 말하며, 이는 두벌식의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나라사랑'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는데 도중에 '날'이라고 '나라사랑'보다 사전 순서도 더 나중인 글자가 잠깐 보이게 됩니다. 초성과 종성이 구분되지 않는 글자판에서는 이 ㄹ이 종성인지 아니면 다음 글자의 초성인지가 후속 글쇠가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역사적 배경: 현재의 표준 글자판은 과거 타자기 시절에 쓰이던 네벌식이 그 전신인데, 이는 그 당시 비전문가가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열지 않고 졸속으로 제정한 것입니다. 민간에서 쓰이던 세벌식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한 게 아니라, 정치적인 탄압을 받고 말살 당했습니다. 그러다가 네벌식 배열의 큰 틀을 유지한 채 글쇠 수만 더 줄인 두벌식은 타자기에서는 아예 별도의 받침 글쇠를, 컴퓨터에서는 도깨비불 현상이라는 걸 만들어 낸 채 한글 기계화 방식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 비효율적인 배열: 왼손에 초성과 종성에 대한 부담이 과도하게 지워진 점, 실제 빈도를 고려하지 않고 대충 비슷한 글자끼리 묶은 글쇠 배열 등, 지금의 표준 두벌식은 두벌식이라는 체계 안에서도 그렇게 잘 만든 글쇠배열이 아닙니다. 두벌식의 특성상 받침과 초성 경계간에 자주 발생하는 손가락 연타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말입니다. 이런 불편한 두벌식 자판으로 7, 800타를 낸다면, 세벌식에 익숙해질 경우 최소한 1000타는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애초에 크기가 너무 작은 모바일 기기라면 모를까, 세벌식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PC에서까지 한글을 겨우 두벌식으로만 입력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글쇠배열을 익히는 시간은 잠깐이지만 이것을 쓰는 시간은 평생입니다.

그럼 반대로 세벌식이 두벌식보다 그렇게 좋은가요?

네. 세벌식은 초· 중· 종성 글쇠를 누를 때 방향성과 리듬감이 느껴지는 형태이며, 도깨비불 현상이 없고 모아치기나 동시 입력 같은 고속 타자에 유리한 입력법도 쉽게 적용 가능한 글쇠배열입니다. 두벌식보다 글쇠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손 움직임이 한글과 맞고 자연스럽기 때문에 편합니다. 세벌식은 타자기 시절의 유물이나 속기사의 전유물이 아니라 범용적인 글자판이며, 당연히 표준으로 채택되어야 했을 글자판입니다.

"같은 자음이 초성, 받침이 따로 있어서 복잡하고 불편하다. 컴퓨터에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느냐?"라는 의문에 대한 답변은 "실제로 써 보면 생각하는 것만치 복잡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더 편리합니다. 컴퓨터에서도 세벌식은 의미가 있습니다"입니다.

세벌식 자판의 그 복잡한 배열을 보니, 세벌식은 Shift를 무척 많이 누를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두벌식이 Shift를 더 많이 누릅니다. 본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분석' 기능을 사용해서 연습글들을 분석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상적인 한국어로 쓴 글이라면 두벌식이 세벌식보다 Shift를 두세 배 이상 더 누릅니다.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는, 세벌식 자판에는 쌍시옷 겹받침(ㅆ)이 아랫글쇠에 있기 때문입니다.

세벌식 자판의 주된 특징은?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것을 정확히 알아야 표준 두벌식과는 판이하게 다른 세벌식 자판에 대한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고, 세벌식 자판을 익히는 게 즐거워집니다. 다음은 세벌식 최종 글쇠배열을 기준으로 한 설명입니다.

• 글쇠가 한글의 각 성분과 1:1 대응하기 때문에 한글을 조합하는 느낌이 직관적이며, 도깨비불 현상 없이 한글이 생기기 때문에 눈이 편합니다.
• 반드시 오른손에서 타자가 시작되어 99% 왼손에서 한 글자가 완성됩니다. 글자를 칠 때 손가락 움직임도 몇 가지 예외를 빼면 대부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됩니다. 이는 초· 중· 종성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래서 세벌식 타자는 자연스럽고 리듬감이 있으며, 글쇠를 마구 누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납니다.
• 기계간의 자판 통일을 고려한 구조이며, 어떤 자판보다도 구현하기가 간단하여 이 자판 그대로 기계식 타자기, 전동식 타자기, 컴퓨터 입력기 등 어떤 한글 관련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도 일관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국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초성과 중성인 'ㅇ'과 'ㅏ'가 손가락이 가장 치기 좋은 검지손가락 기본 자리에 있습니다. 또한 자주 등장하는 겹받침 'ㅆ'은 아랫글쇠에 있으며, 다른 모든 겹받침도 윗글쇠를 이용한 한 타에 입력할 수 있습니다.
• 두벌식보다 Shift를 반 이상 덜 누릅니다. 또한 한글을 칠 때는 오른쪽 Shift밖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 인접한 손가락의 연타는 두벌식의 1/3 이하밖에 발생하지 않습니다. 같은 손가락의 연속동작도 좀처럼 생기지 않습니다.
• 숫자가 다섯 개씩 두 단에 배치되어 있어 한 손만으로 모든 숫자를 칠 수 있습니다. 숫자만 입력하는 환경에서도 키패드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 한글 문서에서 자주 쓰는 괄호와 쌍점이 아랫글쇠에 있으며, 물음표와 따옴표를 검지손가락으로 입력합니다. 그리고 ※와 가운뎃점이 글쇠에 배당되어 있습니다.

세벌식을 쓰면 타속이 정말 지금보다 빨라질 수 있나요?

동일한 조건에서는 세벌식이 두벌식보다 확실히 더 빨리 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판을 바꾼 후 실제 타속이 어떻게 될지는 학습자 개인의 의욕, 연습량, 마음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옛 두벌식 타속이 아까워서 조바심이 날 수도 있겠지만, 처음에는 속도에 너무 집착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세벌식을 쓰면 무엇보다도 두벌식보다 손이 확실히 편해집니다. 세벌식의 특징과 장점을 떠올리면서 그걸 느끼려고 해 보십시오. 타자가 즐거워지고 손의 피로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을 얻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타자를 즐기면서 세벌식에 물미가 트이면 옛 타속 정도는 자연스럽게 따라잡게 됩니다.

개발자의 세벌식 타자 시범 동영상을 링크합니다. (유튜브)

이렇게 좋은 세벌식 대신 두벌식이 표준이 된 이유는?

세벌식 타자기가 나오지 않게 된 것과 이유가 비슷합니다. 세벌식과 타자기의 관계를 읽어보세요. 세벌식은 멀쩡히 잘 쓰이고 있다가 탄압을 받아서 말살 당한 것이지, 시장에서 자연스레 도태한 것도 아닙니다.

결국 우리가 세벌식을 쓴다는 데 부여할 수 있는 의미는?

단순히 더 나은 글자판을 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한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시가 될 수 있으며 자기에게 평생 이득이 되는 투자입니다. 세벌식 사용자가 늘어나면 정부와 기업도 세벌식 자판과 관련된 지원을 게을리할 수 없을 것이고, 여론이 확산되면 결국 세벌식 자판은 표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