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드의 입체적 배치

C/C++에는 여느 프로그래밍 언어들과 마찬가지로 if else 조건문이란 게 있고 이게 여러 단계로 중첩될 수 있다. 단계가 깊어질수록 코드에서 들여쓰는 왼쪽 여백이 증가한다.

그런데 C/C++에는 전처리기 지시라는 것도 있어서 컴파일되는 실제 코드와는 완전히 별개의 다른 문맥과 차원에서 해석된다. 희곡에서 다른 코드들이 연극 대사라면 전처리기 지시는 괄호 안의 상황 설명지시와 비슷한 존재 같다. 결정적으로는 전처리기에도 조건부 컴파일을 지시하는 #if #else #endif 같은 물건이 있다.

전처리기의 #if도 여러 단계로 중첩되면 알아보기가 상당히 힘들어진다.
그러니 문득 드는 생각은.. 소스 코드의 들여쓰기도 3차원 입체로 표현 가능하면 어떨까 싶다. 통상적인 if else 등의 들여쓰기는 지금처럼 왼쪽 여백으로 표현하고, #if의 단계가 증가하면 그 부분의 코드가 몽땅 X, Y가 아닌 Z축으로.. 전방으로 한 단계 돌출되는 것이다. 해당 부분이 끝나면 다시 쑥 들어가고..
그러고 보니 전처리기 중에는 #if 말고도 #pragma pack처럼 스택 기반으로 설정을 저장하는 것들이 더 있기도 하다.

컴퓨터야 1차원적인 메모리 셀에서 코드와 데이터를 죽어라고 읽고 쓰고 계산하는 기계이겠지만, 그걸 기술하는 프로그램 코드라는 건 색깔(syntax coloring)과 XYZ 축 공간을 모두 이용해서 인간이 최대한 알아보기 편하게 시각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수단을 몽땅 동원해도 남이 만든 코드는 선뜻 읽기가 어렵다.;;.

2. 컴파일러의 경고

C/C++ 코딩을 하다 보면 컴파일러가 뱉어 주는 경고 메시지의 도움을 종종 받곤 한다.
제일 자주 보는 건 아무래도 선언만 해 놓고 사용되지 않은 변수, 초기화하지 않고 사용한 변수, void형 함수가 아닌데 return으로 실행이 종료되는 구간 따위이다. 이런 건 에러로 치면 단순 스펠링 오타나 {}() 호응 미스, type mismatch만큼이나 흔하다. 아 하긴 type mismatch는 가벼운 건 warning 형태도 있긴 하다.

경고의 민감도를 상향 조정하면 if문에서 괄호 없이 대입(=) 연산자가 쓰인 것(혹시 비교 연산 ==이랑 헷갈린 거 아니냐?), 우선순위가 아리까리 한 << 나 & 같은 연산자가 괄호 없이 마구 섞여 쓰인 것, 심지어 for이나 if문이 뒷부분 없이 그냥 세미콜론으로 종결된 것까지도 실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일단 지적해 주기도 한다.
글쎄, 컴파일러가 그 정도로 민감하다면.. 본인이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a=a++이나 a>>-2처럼 이식성이 없는(즉, 컴파일러마다 결과가 다를 수 있는 undefined behavior) 수식이야말로 안 쓰는 게 좋다고 경고를 띄워 줘야 하지 않나 싶다.

요즘 컴파일러는 printf/scanf에서 %문자와 실제 인지의 대응이 맞는지까지도 체크한다. printf 출력일 때는 float건 double이건 %f만 써도 충분하지만(float도 어차피 double로 값이 promote되므로), scanf 입력일 때는 둘은 %f와 %lf로 정확하게 구분돼야 한다.
가변 인자는 그야말로 type-safety의 완벽한 사각지대인데 이런 실수를 컴파일러가 잡아 준다면 프로그래머에게 굉장히 도움이 된다. 원래 전문적인 '정적 분석'용으로 쓰이는 함수의 인자별 annotation 정보까지 컴파일러가 활용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본 컴파일러 경고들 중 제일 계륵 같은 건 코드를 32비트에서 64비트로 포팅 하면서 생겨난 수많은.. type mismatch이지 싶다. 이제 int의 크기와 포인터의 크기가 일치하지 않게 되고, 덕분에 int와 INT_PTR의 구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단, 이 경고는 레거시 코드에서 발생하는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편이다. 그리고 (1) 치명적인 것하고 (2)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은 것이라는 분명한 구분이 존재한다.

int에다가 포인터를 곧장 대입하는 부분은 전자에 속한다. 이건 번거롭더라도 int를 당연히 INT_PTR로 바꿔 줘야 한다.
그러나 두 포인터의 차이를 대입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인 부분에 속한다. 왜냐 하면 64비트 환경이라 해도 작정하고 프로 연구자가 컴퓨터를 굴리는 게 아닌 한, 단순 end-user급에서 대놓고 2GB, 4GB를 넘는 데이터를 취급할 일은 거의 없다시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자열의 길이를 구하는 strlen, wcslen 같은 함수 말이다. 리턴 타입이 size_t이지만.. 난 경고를 없애기 위해 그냥 대놓고 #define _strlen32(x) static_cast<int>(strlen(x)) 이런 것도 만들어서 썼다.
주변의 int 변수를 몽땅 확장하기에는 내 함수의 인자와 리턴값, 구조체 멤버 등 영향 받는 게 너무 많고 귀찮고, 그 반면 세상에 문자열 길이가 4GB를 넘어갈 일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무시해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경고가 뜨는 게 마음에 걸리고, 그렇다고 기계적이고 무의미한 typecast 땜빵을 하고 싶지도 않으니.. 이건 64비트 컴퓨팅이 선사한 계륵 같은 경험이었다.

3. #include 절대경로 표시

요즘 개발툴 IDE, 에디터들은 코드에서 각종 명칭을 마우스로 가리키기만 하면 그게 선언된 곳이 어딘지를 친절하게 알려 준다. #define 매크로도 다 파악해서 이게 전개된 결과가 무엇인지도 툴팁 형태로 표시해 준다.
이와 관련해서 개인적으로는.. #include 다음에 이어지는 토큰을 마우스로 가리키고 있으면 얘가 무슨 파일을 가리키는지도 절대경로를 알려 주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이 파일을 여는 기능은 Visual Studio건 xcode건 이미 다 제공되고 있으니, 그렇게 알아낸 파일명을 가만히 표시만 해 주면 된다.

C/C++의 include 경로 찾기 규칙은 꽤나 복잡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define이 정의돼 있는 줄 모르고 삽질하는 것처럼, 예상하지 않은 다른 디렉터리에 있는 동명의 파일이 잘못 인클루드 되어 착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마치 경로를 생략하고 파일명만 달랑 입력했을 때 실행 파일 디렉터리를 탐색하는 순서라든가 LoadLibrary 함수가 DLL의 경로를 탐색하는 순서와도 비슷한 면모이다.

#include로 지정하는 경로는 C/C++ 문법의 지배를 받는 문자열 리터럴이 아니다. ""로 둘러싸기 때문에 문자열 리터럴처럼 보이지만 <>로 둘러싸는 것도 가능하고.. 여기서는 역슬래시 탈출문자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디렉터리 구분자를 지정할 때 \를 번거롭게 두 번 쓸 필요도 없다. 애초에 #include는 컴파일러가 전혀 아닌 전처리기의 영역이니 당연한 소리인데.. 가끔은 당연한 사실이 당연하게 와 닿지가 않는다.

그런데 #include 경로명에다가 매크로 상수를 지정할 수는 있다. 내가 지금까지 이런 기괴한 용례를 본 건 지금까지 FreeType 라이브러리의 소스가 유일하다. IDE가 이런 것까지 다~~ 파악해서 실제로 인클루드 되는 헤더 파일을 사용자에게 알려준다면 코드를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 리터럴 형태의 표현

프로그래밍 언어가 표현력이 좋으려면, 함수 코드든지 재귀성을 지난 복잡한 데이터든지(리스트, 배열 테이블 등) 불문하고 하나의 리터럴 내지 값(value)로 취급 가능하며, 굳이 이름을 붙여서 변수로 할당하지 않아도 함수 인자나 리턴값으로 자유자재로 주고 받고 대입 가능해야 한다.
쉽게 말해 함수 포인터가 들어갈 곳에 이렇게 함수 몸체가 곧장 들어갈 수 있어야 하며..

qsort(pData, nElem, nSize, [](const void *a, const void *b) { return 어쩌구저쩌구 } );

데이터가 들어갈 곳에도 이렇게 배열을 즉석에서 지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memcpy(prime_tbl, {2,3,5,7, 11}, sizeof(int)*5);

하지만 C/C++은 이런 쪽의 유연한 표현력이 매우 취약했다.
함수 쪽은 machine word 하나에 딱 대응하는 것 이상의 context를 담은 추상적인 포인터를 지원하지 않는 관계로 클로저나 함수 안의 함수 따위를 지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언어 차원에서 복합 자료형을 built-in type으로 직접 지원하는 게 없다. 전부 프로그래머나 라이브러리의 구현에 의존하지..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데이터 리터럴은 변수를 초기화하는 이니셜라이저 형태로나 아주 제한적으로 표현 가능하며 이마저도 구조체· 배열의 초기화만으로 한정이다. 리터럴 형태 표현 가능한 배열 비스무리한 건 읽기 전용 null-terminated 문자열이 고작이다.

함수를 리터럴 형태로 표현하는 건 C++에 람다와 함수형 패러다임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그 뒤 복합 자료형을 리터럴 형태로 표현하는 것도 C++1x 이후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문법이 도입되면서 바뀌고 있긴 하다.

이름을 일일이 붙이지 않고 아무 테이블 및 계층 자료구조, 그리고 함수를 마음대로 선언해서 함수의 인자나 리턴값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마치 메신저나 이메일로 스크린샷 그림을 주고받을 때 매번 그림을 파일로 저장하고 그 파일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간단히 print screen + 클립보드 붙여넣기만으로 그림 첨부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의식의 흐름을 매우 편리하고 직관적으로 코딩으로 표현 가능하게 해 준다.

디자인 근본적인 차이로 인해 C++이 무슨 파이썬 수준의 유연함을 갖는 건 무리이겠지만 저 정도만으로도 엄청난 변화이며 한편으로 컴파일러를 구현하기에는 굉장히 난감할 것이다. 저수준 성능과 고수준 추상화 범용성이라는 두 모순되는 토끼를 몽땅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런 문법이 템플릿 내지 캐사기 auto와 결합하면.. 복잡도가 끔찍할 수준일 것 같다.

5. 기타

(1) 변수나 함수를 선언할 때는 type을 지정하면서 각종 modifier나 storage class를 같이 써 주게 된다. 거기에 들어가는 단어 중에는 static과 const, 그리고 int와 __declspec(..)처럼 대충 순서가 바뀌어도 되는 것이 있다.
그런데 long unsigned a도 된다는 것은 지난 20여 년 동안 본인이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영어 어순 직관과 어울리지 않으니까.. 하긴, 2[a]도 되는 언어에서 저 정도쯤이야 이상할 게 없다.

(2) void main(void) {}은 컴파일은 되지만 void가 뭔가 권장되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로 쓰이는 전형적인 예시라 하겠다. main 함수의 프로토타입도 그렇고, 또 함수에 인자가 없음을 나타낼 때는 C/C++ 가리지 않고 ()만 써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3) 잘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요즘은 C와 C++은 서로 따로 제 갈 길 가고 있다. 특히 C99와 C++1x부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이 흐를수록 C 코드를 C++ 컴파일러에서 곧바로 돌리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보통은 C가 C++에 있던 // 주석, inline 키워드, C++ 라이브러리에 있는 몇몇 기능들을 자기 스타일로 도입하는 형태였지만 최신 C에서 C++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도입한 기능 중 하나는 restrict 키워드이다. 얘가 가리키는 메모리 주소는 딴 데서 건드리지 않으니 마음 놓고 최적화해도 된다는 일종의 힌트이다. volatile과는 반대 의미인 듯하다.

컴파일러에 따라서는 C++에서도 얘를 __restrict 이런 형태의 비표준 확장으로 도입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Visual C++은 내가 알기로는 그리하지 않은 것 같다. 마소 컴파일러는 C 단독은 거의 없는 자식 취급하고 C99 지원도 안 하고 있으니 말이다.

(4) 방대한 C/C++ 코드에 정적 분석을 돌려 보면, 아무 type-safety 단서 없이 무데뽀로 아무 메모리에다 임의의 바이트만치 쓰기를 허용하는 memset, memcpy 계열의 함수에 실수와 버그가 들어간 경우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고 한다.
배열 크기만큼 써야 하는데 포인터 크기(4/8바이트!)만치만 기록해 버리는 건 약과다. 둘째 인자와 셋째 인자의 순서가 바뀌어서 0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0바이트만치만 기록한다거나..;;

sizeof(A)*b라고 써야 할 것을 실수로 sizeof(A*b)라고 써 버려서 역시 4/8바이트 고정과 같은 효과가 나기도 한다. 전체 바이트 수를 써야 하는 곳과 배열의 원소 수만 써야 하는 곳을 헷갈리는 것도 미터나 피트 같은 단위를 헷갈려서 착오를 일으킨 것과 비슷하다.
문제는 저런 건 잘못 써도 언어 문법상으로는 아무 잘못이 없고 철저하게 합법이라는 것이다. 컴파일러가 잡아 주지 못하니 더 고차원적으로 문맥을 읽는 정적 분석에 의존해야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0/04/17 08:36 2020/04/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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