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속도로 톨비

우리가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늘 지불하는 통행료, 일명 톨비라는 건 생각보다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서 복잡한 방식으로 산출된다.
가장 간단하게는 “기본 요금 + 주행 거리 * 임률”이며, 임률이 경차 포함 6종의 차종별로 차이가 있는 것까지는 다들 아실 것이다. 민자 고속도로는 여기에 부가세가 추가되어서 살짝 더 비싸진다.

그런데 이 표준 임률은 4차로(편도 2차로)짜리 고속도로 기준이다. 2차로 고속도로에서는 임률이 절반(50%)으로 할인되고, 반대로 6차로 이상의 넓은 고속도로에서는 20% 할증이 붙는다. 이런 제도도 있었다니.. 과거에 열악하던 88 올림픽 고속도로가 통행료를 반값만 받았던 건 단순 예외적인 특례가 아니라 매뉴얼 상의 규정이었다.

물론 오늘날은 2차로 고속도로는 모두들 확장되고 개량되어 사실상 전멸했으며, 1992년 이래로 국내에 새로 건설하는 고속도로는 무조건 4차로 이상의 규모로 만들고 있다.
그러니 2차로 고속도로의 50% 할인 규정은 마치 삼륜차 운전 면허처럼 비현실적인 사문이 됐다. 오늘날 실질적으로 50% 할인을 받고 있는 건 경차이다. 6종 경차의 임률은 1종 소형차의 절반이기 때문이다.

톨비는 여기에다가..

  1. 1~3종 차량(초대형 차량만 아니면 다~)에 한해서 출퇴근 시간대 할인,
  2. 사업용 화물차는 반대로 심야 시간대 할인이 적용된다. 대형 트럭 기사들이 톨비를 할인받으려고 무리해서 밤 시간대를 골라서 다니는 게 이 때문이다.
  3. 소형차는 주말과 공휴일에는 또 반대로 소폭이나마 할증되기도 한다.
  4. 끝으로, 차량이 아니라 사람을 근거로 할인해 주는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할인도 있다. 이 분야로 등급이 높으면 톨비가 아예 완전히 면제되기도 한다.

지난 2014년인가 15년부터는 설과 추석 연휴 3일 동안은 아예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에서 모든 운전자를 대상으로 톨비가 면제되기 시작했다. 그 전에 무슨 임시 공휴일 때도 잠깐 면제된 적이 있었지만 그건 일회성 이벤트였고, 명절 면제는 관행이 됐다.

생각보다 변수가 굉장히 많지 않은가?
아 참, 폐쇄식 말고 개방식 구간도 있다는 걸 깜빡했다. 개방식은 차들의 실제 주행 구간을 알 수가 없는데 그럼 전국의 모든 개방식 고속도로 톨게이트는 차종별로 고정된 액수의 통행료를 징수하는지?
자동차 내비에서 경로 계산과 동시에 예상 톨비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건 매우 까다로우며, 도로 공사로부터 공인 API/SDK 같은 거라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하철의 운임이 비현실적으로 환승을 자주 하더라도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단 거리를 가정하고 산정되듯, 고속도로 톨비도 출발 IC와 도착 IC 사이에 여러 경로가 존재 가능하다면 이론적으로 가능한 가장 저렴한 구간을 가정하고 톨비가 산정될 것이다.

2.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 요금제

오늘날 서울과 수도권에서 시외버스 아래 등급의 버스들, 그리고 일반열차 아래 등급의 광역전철과 지하철들은 통합 환승 할인 요금제를 적용받고 있다. 승객은 이용한 교통수단들 중 가장 비싼 것의 기본요금(마을버스 < 시내버스 < 지하철 < 좌석버스 < 광역버스..)부터 시작해서 나머지 추가 요금을 내게 되는데, 추가 요금은 이용한 거리에 비례한다.

대부분의 경우 10km 거리까지가 기본 요금이고, 그 뒤 5km당 100원씩 올라가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전철에는 버스에 없는 다음과 같은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 총 이용거리가 50km (기본 10km + 40km, 800원 추가)를 초과하면 이후 거리부터는 8km당 100원으로 임률이 저렴해진다.
  • 단, 서울· 인천· 경기도 구간과 그 바깥 구간을 연속해서 이용하는 경우, 전자의 구간에 대해서만 위의 임률이 적용된다. 충청도(경부선 천안..)나 강원도(경춘선 춘천..) 구간은 무조건 4km당 100원으로 비싸게 계산된다.
  • 공항 철도는 역시 영종대교를 건너는 구간이 제일 비싸다. 10km까지는 900원 고정이지만 그 뒤부터는 1km당 130원으로 폭증한다.
  • 용인과 의정부에 있는 경전철들은 기본요금이 2, 300원 남짓 추가되는 것 말고 임률이 바뀌는 건 없다.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방식이 기존 기본요금 + alpha인지, 아니면 max(기존 기본요금, 경전철 기본요금)인지는 잘 모르겠다.
  • 신분당선은 1차 개통 구간인 강남-정자, 2차 개통 구간인 정자-광교로 구분해서 둘중 한 구간만 이용하면 기본요금 1000원 추가, 모두 이용하면 1300원 추가이다. 물론 거리비례 요금은 별도로.. 2차 구간이 개통했던 직후에는 요금 계산 방식이 더 복잡했고 서울-경기도 경계 구분을 했었지 싶은데.. 저건 그나마 간소화된 형태이다.
  • 경춘선 ITX 청춘, 공항철도 직통열차는 동일 승강장에서 운임 체계가 다른 별도의 좌석형 일반열차를 굴리는 예이다. 누리로는 동일 승강장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좀 애매하고..

고속도로와 철도 모두 민자 구간이 등장하면서 요금을 따로 정산할 필요가 생겨서 시스템이 이렇게 복잡해져 있다.

  • 버스/전철 공통 적용: 조조할인
  • 버스: 아무리 장거리여도 추가요금이 기본요금보다 더 많이 발생하지는 않게 보정, 1회 비환승은 기본요금으로만(서울 한정), 다인승
  • 전철: 최단거리 이용 추정 원칙, 운영구간별 요금 정산, 노인 무임

3. 제한 시간

고속도로는 통행료만 지불한다고 다가 아니고.. 회당 체류 시간이 제한돼 있다.
서울 지하철이 5시간 제한이 있듯이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제한 시간은 24시간이다. 즉, 진입한 지 하루 안으로는 출구 IC로 나가 줘야 한다. 시간이 경과되면 고속도로에서 도대체 뭘 했는지를 의심받을 수 있고 추가 요금을 내게 된다.

솔직히 이 좁은 땅에서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이동한다 해도 자동차로 24시간이 넘게 걸릴 일은 없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차로 여러 사람들이 휴게소에서 모인 뒤, 자기 차를 거기에 두고 한두 차량에만 다 모여서 타고 놀러 가서는 며칠 있다가 돌아오는 상황이다. 그러면 그 차들은 고속도로 내부에서 24시간이 넘게 세워져 있게 된다.

글쎄, 이렇게 세워진 차들이 많다면 휴게소에 장기 주차된 차들 때문에 다른 차들이 못 들어와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장기 주차가 가능하다고 정식으로 지정된 휴게소에서 추가 요금이라도 내는 조건으로 이런 걸 허용한다면 운전자와 도로 공사들이 모두 윈윈 하는 전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화장실과 편의점 정도만 달랑 있는 '주차장' 휴게소도 있으니 말이다. (졸음 쉼터보다 크고 정규 휴게소보다는 작은..)

쉽게 말해 이런 식으로 장기 주차를 양성화 합법화하는 것이다. 주차 요금이 그 차들이 모두 움직일 때 드는 기름값과 톨비와 타지의 주차 비용보다 더 비쌀 리는 절대 없을 테니..
안 그래도 요즘은 하이패스 기술이 발전하고 휴게소도 중간 회차를 굳이 금지하지 않는 형태로 만들어지는 추세이지 않은가? 휴게소에다가 차를 장기 주차했다가 중간 회차하는 것은 마치 휴게소를 고속버스 중간 환승지로 이용하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활용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23 08:36 2020/06/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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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UV

자가용 자동차 중에서 SUV는 실용성을 강조한 외형이어서 그런지 덩치가 커도 사치스럽다는 느낌이 덜 들며, 반대로 작아도 싸구려 느낌이 덜 드는 것 같다. 비슷한 배기량이나 가격의 세단 승용차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SUV는 차량이 차주의 부와 지위라는 편견과 연결된 정도가 덜하다. 그래서 굉장히 무난한 느낌을 준다.

SUV는 동급의 세단 승용차보다 길이가 짧고 높이는 높고 바퀴가 더 크다.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고, 뒷좌석을 접어서 공간을 더 낼 수도 있다. 자전거를 접지 않고 그대로 실을 수도 있어서 좋다.

2. 친환경 모델

친환경 동력원을 주류로 미는 SUV가 조금씩 출시되고 있는 게 흥미롭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휘발유 내지 디젤 모델이 주류로 먼저 나온 뒤에 같은 차체를 기반으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모델이 덤으로 나온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 ‘코나’는 전기 내지 하이브리드가 덤으로 출시된 경우이다. 그러나 기아 ‘니로’(Niro)는 처음부터 휘발유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 모델로만 나와서 친환경 차량임을 처음부터 굉장히 강조했다.

그 뒤 현대에서는 자기 주특기를 살려서 수소 연료전지 기반 전기 SUV인 ‘넥쏘’를 내놓았다. 수소 엔진으로 일렉시티 버스밖에 안 만드는 줄 알았더니 드디어 더 작은 차량까지 만들기 시작한 게 흥미롭다.
얼마 전에 넥쏘가 달리는 모습을 우연히 볼 수 있었다. 자동차가 VVVF 전동차 구동음과 이렇게 비슷한 소리를 내는 모습은 난생 처음이었다. 매우 신기했다.

순수 전기차는 배터리에 의존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보니, 제조를 위해 자동차 회사의 고유 기술보다는 화학 회사의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더 올라간다. 이는 기존 자동차 회사의 입장에서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니 이것 때문에 현대가 미래의 밥줄을 유지하기 위해 수소차를 일찍부터 연구 개발한 게 아닌가 싶다.

다만, 천연가스만 해도 액화하는 게 장난이 아니게 까다롭고 어렵거늘 그것보다 통제가 더 안 되고 온도늘 더 낮춰야 하는 수소는 뭐.. 아직 갈 길이 멀다.
액체 수소는 우주 로켓의 2단 이상의 엔진에서 연료로 쓰이는 편인데, 수소 연료 전지는 그렇게 수소를 고온 고압(?)에서 태우고 폭발시키는 엔진과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연료 전지는 물리 반응이 아니라 화학 반응만으로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로켓이 아닌 자동차 수준에서는 수소를 직접 태우는 방식보다는 연료 전지 방식이 더 실용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3. 버튼

2000년대부터 자동차에는 전통적인 열쇠 대신 버튼식 시동 장치가 등장했다. 열쇠가 굳이 스위치에 꽂힐 필요 없이, 열쇠가 차내에 있기만 하면 된다. 그 상태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ON/OFF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브레이크를 안 밟으면 단순 ON/OFF만 전환)

그 뒤 2010년대 후반부터는 신기하게도 변속기도 버튼식으로 서서히 바뀌어 간다. 자동 변속기 차량의 특성 중 하나가 P와 D를 오갈 때 불가피· 불필요하게 후진등 램프가 잠시 깜빡이는 것이었는데.. 이런 아마추어 같은 특성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재래식 열쇠와 시동 스위치, 그리고 심지어 수동 변속기도 완전 깡그리 멸종한 건 아니며 최하위 모델의 깡통 사양에서는 남아 있는 듯하다.

4. 자동 변속기 차량이 시동이 꺼질 수 있는가?

올해 초에는 나름 비싼 고급 준대형 SUV인 팰리세이드가 산길에서 전복 사고가 난 것이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처음에 운전자의 주장은 급발진을 수습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차량을 전복시켰다는 것이지만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그게 아니고 그냥 개인의 운전 미숙 때문이었다.

당사자가 정말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무개념 김여사 발언(거기 직원 3명을 짜르고, 사고를 겪은 나에게 위자료와 함께 제네시스 G80을 보상으로 달라??? ㄲㄲ)은 무척 병맛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차가 전진 중일 때 실수로 후진 기어를 넣었을 때 차가 어떻게 동작하는 게 바람직하냐 하는 것으로 귀착되었다.

수동 변속기 차량이 기어를 잘못 넣어서 엔진에 과부하가 걸려 시동이 꺼지는 건 흔한 현상이다. 자동 변속기는 그런 현상이 없어서 좋다. 그런데 같은 방향의 고단 저단이 아니라 아예 엔진과 변속기의 진행 방향이 엇갈려 버리면 어떻게 될까?

예전에 영화 타이타닉을 보니 빙산과의 충돌 위기 때문에 배를 필사적으로 감속할 때는 엔진을 역추진 시키고 피스톤이 아예 반대 방향으로 돌기도 했더라만.. 걔는 증기 기관 외연 기관이다. 요즘 자동차 엔진은 피스톤의 회전 방향이 반대가 됐다가는 큰일 난다.

자동 변속기는 고/저단 변속을 잘못 했다고 시동이 꺼질 일이 없는 게 장점인데 그게 아예 전진과 후진조차 잘못 지정된 것까지도 감안해서 동작할 필요가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그것까지 감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국의 다른 차들이 다 그걸 감안해서 동작한다면, 국산차도 제품 경쟁력과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그런 솔루션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요즘 차들은 신호 대기 정차 중일 때 N 상태를 자동으로 흉내 내고, 심지어 시동까지 잠시 꺼 주는(ISG) 기능까지 도입돼 있다. 그런데 신호 대기가 아니라 내리막에서 변속 잘못으로 인해 시동이 꺼지는 건 차의 변속기는 보호해 주겠지만 탑승자까지 보호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차 시동이 꺼지면서 브레이크의 제동력도 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바퀴로 동력 공급을 끊은 중립으로라도 유지돼야지..

그리고 그런 안전 장치가 있건 없건, 운전할 때 전· 후진 변속은 차가 완전히 선 상태에서 해야 안전하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철칙이다.

5. 통신 장치

(1) 그러고 보니 1990년대 승용차들은 라디오를 틀 때면 차 뒤쪽에서 길쭉한 안테나가 무슨 삼단봉처럼 쓰윽 올라가고, 라디오를 끄면 안테나가 다시 내려갔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자동차는 기술이 좋아졌는지.. 그런 길쭉한 작대기가 아니라 뒤에 상어 지느러미 같은 짤막한 안테나로 끝이다. 자동차용이다 보니 안테나도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디자인됐다.

(2) 터널 안에는 라디오의 음질이 AM/FM별로 어찌 됐더라..?? 아무래도 음질은 FM이 더 좋았다. 인공위성으로 송출되는 텔레비전은 화면이 나오지 않았고 말이다.

(3) 옛날에는 버스에서 텔레비전이 비치되어서 비디오 테이프가 아닌 전파 수신 영상을 시청하는 게 굉장히 신기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시다시피 넘쳐나는 게 디지털 영상이고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정작 아날로그 라디오를 청취할 수는 없고.. 굳이 라디오를 들으려면 인터넷 데이터를 써서 강제로 디지털로 바뀐 신호를 들어야 한다.

(4) 블랙박스도 스마트폰 같은 타 기기와 연계해서 날짜 시각 동기화 기능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을 기록해야 하는데 이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는 근본적으로 순정품이 쓰이지 않고 통신 기능도 없는 폐쇄적인 기기이다 보니 21세기답지 않게 사람이 불편하게 수동으로 날짜 시각을 맞춰 줘야 한다.

6. 자동차의 공기 필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요즘 사람들은 외출할 때 마스크를 끼는 게 무조건적인 필수가 됐다. 오토바이를 탈 때 헬멧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공공장소에 들어갈 때 체온 측정을 하는 건 음주 측정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됐다.

그 전에는 마스크라는 건 가끔씩 중공 발 중금속 미세먼지가 너무 짙어졌을 때 호흡기를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물건이었다(입력 차단). 즉, 그 마스크는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으며, 끼지 않으면 자기가 손해였다. 그리고 공기가 상대적으로 맑은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됐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는 미세먼지 마스크와는 용도가 완전히 정반대이다. 이건 이미 감염돼 있을지 모르는 사람의 날숨과 타액 비말(미세한 물방울)이 퍼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출력 차단용이다.

그러니 이제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자기가 남에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 그리고 원칙대로라면 실내에서도 써야 하며, 주변에 사람이 없거나 충분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만 벗을 수 있다.

한편, 자동차는 기계이니 사람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는 않지만.. 공기가 미세먼지 불순물 때문에 탁한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자동차에게도 절대로 좋지 않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었을 때 퀴퀴한 냄새가 나면 사람들은 공기 필터를 교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자동차에 공기 필터라는 건 두 종류가 있다. 흔히 생각하는 객실(cabin)용 공기 필터뿐만 아니라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를 거르는 필터도 있기 때문이다.

엔진용 공기 필터는 우리 생각보다 자동차의 수명에 기여하는 것이 많으며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사람이 끼는 ‘미세먼지 마스크’의 자동차 버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흙먼지 등의 불순물이 많이 낀 공기가 실린더 안으로 들어가면 전부 불순물 찌꺼기가 돼서 배출되지 않고 남는다. 그래서 엔진을 더럽히고 출력과 연비를 깎아먹고 온갖 탈을 일으킨다. 사람으로 치면 호흡기와 순환기에 질병이 생기는 것과 같다.

환경이 위생적이지 못했던 옛날에는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 매우 짧았다. 자동차도 안전 벨트나 안전 유리가 없던 시절에는 비포장 도로에서 정말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저속 주행 중에 사고가 났는데도 탑승자의 사망· 중상이 속출했다.

그리고 그것처럼.. 초창기에 공기 필터가 없던 시절에는 엔진의 고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잦았다. 한 2~3000km 정도만 구르고 나면 엔진 내부가 끔찍하게 더러워져서 진지한 정비 없이는 더 운행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게 공기 필터가 도입되면서 엔진 수명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런 식으로 자동차 기술이 발달해 왔다. 그렇잖아도 자동차의 동력원이 외연 기관(증기)에서 내연 기관(휘발유/디젤)으로 바뀌면서 효율과 성능이 크게 향상됐지만, 엔진의 내부 구조가 훨씬 더 복잡해지고 연료와 공기에 대해 요구하는 민감도도 크게 올라갔다. 아무거나 대충 집어넣어서 불 때서 물만 끓이면 되던 시절을 생각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이런 경향은 자동차에 더 정교하고 복잡한 연료 분사 기술과 배기가스 정화 기술이 도입될수록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동차에는 공기 필터뿐만 아니라 연료 필터라는 것도 진작부터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필터들은 마치 엔진오일처럼 소모품이다.

7. 자동차의 이상 징후

자동차가 오랫동안 정비를 받지 않으면 주행 중에 여러 형태로 외형적인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방향지시등 램프가 일부 고장 나면 내부의 전기 저항이 줄면서 깜빡거리는 주기가 몹시 짧아진다. 일부 버스나 트럭이 그런 상태가 된 것을 본인은 몇 번 본 적이 있다.

  • 배터리에 이상이 없는데도 가끔씩 시동이 잘 안 걸리거나 건 뒤에도 자동차가 부르르 떨리고 회전수가 불안정하다면.. 점화 플러그가 수명이 다 된 것이다.
  • 급브레이크가 아닌데 제동 중에 하이톤의 ‘끼익~’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건 브레이크 패드가 오늘 내일 하는 상태라는 뜻이다. 저런 소리가 안 나야 정상이다.
  • 공회전 중에 ‘두두두두.. 드드드드~’ 소리가 깊고 강렬하게 들리는 것은 노킹 현상이며 이건 심각한 문제이다. 조속히 엔진 정비를 받아야 한다.

그것 말고도 엔진 작동 중에 주기적으로 하이톤의 ‘휙휙휙.. 끌끌끌..’ 소리가 들리는 것은 팬 벨트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자동차 엔진의 회전력은 바퀴 구동축에만 걸려 있는 게 아니라 배터리 발전기, 냉각수 순환 펌프, 에어컨 압축기, 브레이크와 파워 스티어링 등과도 몽땅 연결돼 있다. 그래서 엔진을 돌리는 건 생각보다 몹시 빡센(?) 일이며, 시동을 끄면 엔진은 관성이고 뭐고 없이 회전이 순식간에 멈춰 버린다.

이런 부하가 걸려 있는 회전축을 1m 길이 기준 수십 kg의 토크로 분당 수천 회 회전시키는 것이 자동차 엔진의 위력이다. 그리고 엔진 브레이크는 바로 이런 부하를 이용해서 차의 속력을 줄이는 테크닉이다.

팬 벨트는 차를 직접 굴러가게 하는 구동축을 제외하고 엔진의 힘이 필요한 다른 모든 기계에다 동력을 전해 주는 매체이다. 여기에는 차내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기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게 끊어지면 에어컨이 안 나오거나 브레이크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잠시 후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엔진이 과열되거나.. 아무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재앙이 발생하면서 차는 더 주행할 수 없게 된다. 엔진 오일만치 자주는 아니지만 점화 플러그나 브레이크액, 배터리, 타이어와 얼추 비슷한 주기로 점검하고 교환할 필요가 있다.

변속기 중에서는 CVT가 팬 벨트와 같은 재질은 물론 아니지만 푸시벨트라는 벨트 비슷하게 생긴 부품이 핵심 매체이다. 수동 변속기는 톱니바퀴이고 자동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와 오일인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03 08:35 2020/06/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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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자용 호신술은 흔히 "방어 운전"이라고 일컬어지는 편이다.

1.
무단횡단을 하다가 달려오는 차와 마주치게 됐다면, 무리해서 길을 마저 건너려고 뛰어가거나 차를 피해 도망치지 마라. 차도 당신이 달려가는 쪽으로 회피 기동을 하다가 충돌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0.5초 만에 완전히 도로 바깥으로 벗어날 수 있지 않고, 오는 차가 그리 크지도 않은 소형 승용차라면.. 차라리 그냥 가만히 서 있어라. 그러면 차가 당신을 알아서 피해 갈 것이다. 무단횡단자를 쳐도 이 나라는 과실 비율이 무단횡단자에게 엄청나게 유리하고, 운전자에게 엄청나게 불리하다. 차는 절대로 당신을 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마련이다.

2.
무단횡단이라는 건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있고 차선이나 중앙선도 그어졌을 정도로 최소한의 규모가 있는 도로에서 성립한다. 횡단보도가 있는 경우, 신호등이 있어서 빨간불일 때 건너면 무단횡단이 되지만 신호등이 없다면.. 그냥 보행자가 걸어다니는 빨간불이나 마찬가지이다.
차와 보행자가 어설프게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다면.. 어영부영 있지 말고 보행자가 그냥 손 들고 과감하게 먼저 건너 가 버리는 게 운전자의 입장에서도 훨씬 더 낫다.

3.
2차로 도로 같은 데서 중앙선 침범 차량과 정면충돌 위기에 처했다면 각 차량이 자신의 진행 방향 기준 "오른쪽"으로 피하도록 하자. 이것도 상대방을 생각한답시고 서로 엇갈리는 방향(= 결과적으로 동일한 방향)으로 대피해 버리면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하다못해 비행기도 마주오다가 관제 실수로 인해 동일 방향으로 회피해서 충돌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자동차는 그런 관제를 받는 것도 없으니 운전자들이 자체적으로 일관된 매뉴얼을 갖춰야만 한다.

4.
무작정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때도 많다. 너무 놀라고 오버해서 급 핸들 조작을 하는 게 그냥 곧이곧대로 가면서 감속만 하다가 적당히 앞의 장애물을 들이받거나 측면 접촉사고를 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사고를 낼 수도 있다는 걸 유의하자. 좌우로 휘청거리다가 멀쩡한 옆차와 팀킬, 혹은 최악의 경우 중앙선 침범, 정면충돌, 보행자 치기 등... 비접촉 뺑소니 때문에 자기만 혼자 독박 쓰면 정신 건강에 굉장히 안 좋다.

5.
보행자건 운전자건 무단횡단이나 갑툭튀 칼치기로 인해 멀쩡히 잘 가던 남의 차를 급브레이크를 밟게 만들었으면 좀 미안한 줄 알고 최소한의 쏘리, 사과 비상등 같은 의사 표현을 해라.
차대 차의 경우 이것만으로도 분노 조절 장애로 인한 막장 보복운전 범죄를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 이게 무슨 교통사고 과실 따지는 것도 아닌데.. 평생 다시 볼 일 없다시피할 사람에게 자기 실수 좀 인정하고 넘어간다고 해서 님하의 인생에 불이익이 돌아올 거 하나도 없다.

6.
어디서나 저속 차량은 제발 제일 구석의 n차로로 달리고, 추월은 "왼쪽"으로만 하게 왼쪽 차로를 비워 놓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과속, 칼치기 차량보다 더 나쁜 차량은 자기보다 더 급한 차들의 정당한 추월을 방해하면서 남의 시간을 뺏고 우측 추월 칼치기를 강요하고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차들이다.

(* 우리가 차선이라는 말을 쓰는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실제로 차선이 아니라 차로가 더 정확한 표현인 경우가 많다. 시간과 시각, 음정과 음고처럼 잘 혼동하는 용어이다.
"점선이냐 실선이냐, 색깔이 무엇이냐, 비 오는 날 밤엔 잘 안 보인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차선이고, 자동차가 진입하는 공간을 얘기할 때는 차로가 맞다.)

7.
보너스. 내가 급발진을 겪을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1. 기어 중립 후 브레이크 꾸욱~~으로 통상적인 동력 차단과 제동 시도.
  2. 그게 안 통하고, 조향 걱정이 없는 공간이 있다면 시동을 강제로 끄고 어떻게든 세운다. 비파괴적인 방법은 여기까지다.
  3. 다음으로는 측면으로.. 길가 담벼락이나 가드레일을 긁으면서 차를 세우는 게 최선이다.
  4. 그마저도 할 수 없다면 앞이 완벽하게 막힌 벽면이나 비슷한 체급의 차를 추돌해서 세운다. 측면 긁기보다 더 위험해지며, 에어백에 얼굴 파묻을 각오도 해야 한다.

단, 대형 트럭· 버스처럼 높은 차 또는 나무· 기둥 같은 단면이 좁은 물체를 들이받는 건 매우 위험하다.
최악의 경우는 어설프게 요리조리 피하면서 시간 끌고 차 속도를 실컷 키운 뒤에야 무엇이건 들이받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는 절대로 도달하지 않게 해야 한다.

8. 똑똑한 신호의 필요성

이제는 단순히 운전 습관을 넘어 신호와 교통 정책 쪽으로.. 뭐랄까 전술보다는 전략에 가까운 얘기를 좀 하겠다.

도로와 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모든 방향이 차들로 터져 나간다면.. 각 방향별로 통행 신호를 일정 시간 동안 교대로 부여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 하지만 차량 통행이 아주 적어진다면 저런 고전적인 신호 체계는 지나가는 차도 없는데 쓸데없는 신호 대기를 유발하고 효율이 매우 안 좋아진다.
이럴 때는 무작정 운전자에게 비합리적인 준법 정신을 무작정 열정페이마냥 강요할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은 더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 점멸 신호: 서로 서행(황색) 내지 일시정지(적색) 의무를 지키면서 조심스럽게 통과하면 되지만, 사고의 위험이 아무래도 높다.
  • 회전 교차로: 점멸 신호보다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처리 가능한 교통량에 큰 한계가 있다. 그리고 큰 도로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
  • 감응식 신호: 인적이 드문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버튼을 눌렀을 때에만 파란불 신호가 오게 돼 있다. 그것처럼 자동차 도로에도 차가 특정 자리에 진입해서 대기하고 있을 때만 잠시 후에 좌회전 신호가 오는 '감응식' 신호 교차로가 국내에 드물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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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응 신호는 차량 통행량이 적지만 그만큼 과속· 신호위반으로 인한 안전 사고가 우려되는 시골의 교차로에서 차차 도입되고 있으며, 서울 시내에서는 노량진 수산시장 방면으로 좌회전하는 교차로에서 딱 하나 본인이 본 적이 있다.

카메라라는 걸 맨날 차를 마음대로 못 움직이게 감시만 하는 데 쓰지 말고 이렇게 합리적인 용도로 활용하면 얼마나 좋나?
도로들이 궁극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스마트하게 바뀌어야 효율과 안전이라는 토끼 두 마리를 모두 잡을 수 있으며 운전자에게 불만과 신호 위반의 충동을 억제시킬 수 있다.. 이런 알고리즘은 긴급 자동차의 주행 우선순위 조정 내지 자율주행 자동차의 동작과도 연계 가능할 것이다.

9. 좌회전 유도로에 대한 추억

과거의 도로 교통 정책은 제한된 공간에 차들을 최대한 많이 집어넣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고가 차도라든가 상· 하행 가변 차로..
그리고 신호 방식이 '직진 후 좌회전'인 +자형 교차로의 경우, |쪽이 직진일 때 좌회전 차들도 -쪽을 살짝 침범할 정도로 앞으로 미리 전진해서 신호를 기다리는 일명 '좌회전 유도 차로'라는 게 있기도 했다. (☞ 더 자세한 개념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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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들이 21세기에 와서는 몽땅 없어지고 단순화됐다. 고가 차도나 육교는 점점 철거되고 없어지는 추세이며, 상· 하행 가변 차로도 내가 알기로 이제 거의 전멸이다.

좌회전 유도 차로라는 것도 잘 활용하면 좌회전 신호 대기 차량이 직진 차량의 앞을 막는 현상을 완화하고 교차로의 통과 용량을 증가시키는 매우 좋은 효과가 있는데..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운전자가 많아서 부작용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직진 신호가 됐는데 좌회전 차들이 유도 차로로 진입하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자기 신호가 끝나자 유도 차로에서 멍청하게 서 버려서 -쪽 방향을 길막 하고 그쪽 운전자들로부터 경적과 욕 먹고.. ㅡ,.ㅡ;; 이 광경을 본인도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어휴, 그러면 홍보를 더 해서 좌회전 유도 차로가 정착하게 했어야지.. 무식하게 없애 버리니 아쉽다. 과거 로드뷰를 보면.. 얘는 생각보다 늦은 2010년대 초에 등장했다가 16~17년 사이에 도로 없어진 것 같다.

10. 신호등은 교차로 건너편에 있는 게 보행자에게도 더 나음

그리고 끝으로.. 본인은 차들이 정지선 좀 침범해서 정지해도 괜찮으니, 교차로 신호등이 예전처럼 교차로 건너편에 있었으면 좋겠다. 오래된 생각이다.

그래야 (1) 보행자도 주변 차도들의 방향별 신호등 상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언제쯤 내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파란불이 될지, 이제 얼마나 더 기다리면 되는지를 얼추 예측하고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의 움직이는 차들이나 횡단보다 상태를 봐도 짐작 가능하지만, 신호등을 보는 게 더 편함. 특히 신호등엔 노란불이라는 중간 상태가 있으므로..)

왜 별 쓸데없는 걸 자꾸 바꾸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신호등이 건너편에 있는 게.. 정지선 조금 몇 cm좀 초과한 것보다 훨씬 더 악질적인.. (2) '꼬리물기'를 잡아내는 용도로도 훨씬 더 좋다. 다 지나서 건너편에 도달할 때까지는 교차로를 완전히 통과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난 21세기 들어서 자꾸 보행자 위주니, 대중교통 우대니 하면서 자꾸 자동차에 규제를 거는 식으로 정책이 바뀌는 게 전반적으로 마음에 안 든다. 특히 빌어먹을 속도 규제 말이다.
이놈들은 대중교통을 더 빠르고 편하게 만드는 것보다, 자가용 자동차를 찍어누르는 식으로 일을 추진하는 것의 비중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자들이 평등을 다같이 부자를 만드는 식으로 실현하는 게 절대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그리 크지 않은 길에 한해서 모든 방향의 차도를 틀어막고 대각선 방향 횡단보도까지 파란불 신호를 주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요즘 시내 속도를 너무 지나치게 낮추고 있으며, 시내와 고속도로를 불문하고 과속 단속 카메라가 너무 많다.
천호대교는 교량에까지 중앙 버스 전용 차로가 있는 유일한 예인 것 같은데.. 안 그래도 6차로밖에 안 되는 교량에다 왜 그런 짓을 했나 모르겠다.

거기에다가 희대의 악법인 민식이법은 막장의 정점을 찍었고.. 악질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한테도, 졸다가 고속버스로 승용차를 짓밟아 뭉개서 앞날이 창창한 20대 탑승자 4명을 몽땅 몰살시킨 가해자한테도 선고된 적이 없는 형량이 구형되는 걸 보고 난 어이없음에 할 말을 잃었다. 애초에 시속 30km 초과 과속을 한 것도 전혀 아닌데..
이 정도면 진짜 적기 조례 시즌 2를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애 부모라는 놈이.. 자기가 욕 먹으니까 이제는 국회 탓이나 하는 꼴이 정말 혐오스럽기 그지없어 보였다.

Posted by 사무엘

2020/04/30 08:35 2020/04/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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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네임드급 자동차 제조사 중에서 완전히 자국 국적의 기업은 현대, 기아, 쌍용 정도인 것 같다. 다만, 기아는 현대 그룹에 편입해 들어갔기 때문에 완전히 자체 독립적인 형태가 아니다. 르노삼성이나 한국GM이야 더 볼 것도 없고..

그리고 소형 승용차 말고 버스를 만드는 회사를 나열해 보면 상황이 좀 달라진다. 대우라는 브랜드가 추가되고 그 대신 쌍용은 빠진다. 그래서 현대, 대우, 기아가 남는데.. 거기에다 생소한 제조사가 둘 더해진다. 바로 ‘에디슨모터스’와 ‘우진산전’이다.

얘들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각각 신소재와 철도 차량 같은 다른 분야에 기술과 제품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중에서는 버스만, 그것도 현재로서는 시내버스만 만든다. (시내버스 없이 고속버스만 만드는 기아하고는 대조적)
평범한 버스는 메이저 제조사들 대비 경쟁력이 부족해서인지, 천연가스· 전기 같은 대체 에너지 기반 차량 위주이다.

전자기기만 해도 삼성 LG 말고 다른 중소기업 제품이 있듯이 자동차 역시 그런 구도가 존재하는 셈이다. 자가용 승용차 말고 상용차에 한해서 말이다.
그리고 뭐.. 메이저 제조사들도 대체 에너지 차량을 연구를 안 하는 건 아니다. 다만, 현대는 평범한 배터리 기반 전기차 말고 수소 연료전지 기반 전기차의 연구에 특화돼 있다.

본인은 올해 초에 출근길에 난생 처음으로 전기 버스를 타 봤다. 지금은 안 그러는 것 같다만, 그 당시엔 버스 도착 안내 화면에 '저상'뿐만 아니라 '전기'라는 말이 당당히 떠 있길래 놀랐다. 그 많은 버스들 중에 하필 내가 출퇴근용으로 이용하는 노선에 전기차가 작년 말부터 시범적으로 도입됐던 것이다.
디젤 엔진이 천연가스에 이어 아예 전기 모터로 바뀌었구나! 하지만 번호판이 파란색 배경이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영업용이라는 노란색의 우선순위가 여전히 더 높은지?)

운전석을 보니 계기판에 타코미터가 없고 통상적인 변속기 레버가 없었다. 서울 시내버스들에 의무적으로 장착돼 있는 에코드라이브 제어 장치도 없다(정확한 이름이 갑자기 기억 안 나네..). 기존 버스들보다 운전 시설이 더 단순해졌다.

자동차에서 돌아가는 기계가 엔진만 있는 건 아니고 주행할 때도 엔진 소리만 나는 건 아니다. 그러니 전기 버스라고 해서 무슨 지하철 전동차 같은 소리가 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정차 중일 때 엔진 공회전 소리와 진동이 없고, 출발 시의 가속과 변속 역시 훨씬 더 부드럽고 정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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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량의 제조사는 우진산전이었다. (전면부 중앙의 W자 CI)
과거에 남산에서 다니던 전기 버스는 제조사가 에디슨모터스의 전신인 한국화이바였는데.. 걔는 고장이 잦아서 퇴출됐었다. 그 문제를 극복했는지 에디슨모터스 전기 버스 자체는 지금도 굴러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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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렉시티는 배터리나 수소 탱크 공간 때문인지 맨 뒷좌석이 5칸이 아니라 3칸으로 줄어들어 있더라. 그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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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 전기차는 배터리 문제 때문에 일단은 소형차에 머물고 있다. CVT(무단 변속기)가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소형차에 머물고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어째 저 거대한 버스를 배터리만으로 굴릴까? 이래 가지고 여름에 에어컨까지 틀면 감당 가능하나? 게다가 대형차는 엔진 동력으로 브레이크의 공기 펌프도 충전해야 되는데.. 아 제동은 전기 모터의 회생 제동으로 감당 가능하겠다.

이런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긴, 천연가스 엔진만 해도 디젤보다는 휘발유 엔진에 더 가까운 구조일 텐데 배기량과 기통수는 어떻게 되며 동력비 변환은 어떻게 하는지, 규모를 기름 엔진과 동일한 잣대로 측정 자체가 가능한지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고 궁금하다.

천연가스 버스는 충전소 문제 때문에, 그리고 전기 버스도 충전 시간 및 항속거리 문제 때문에 현재로서는 시내버스 수준에만 머물러 있다. 마치 방위산업체들은 국방부와 납품 계약을 맺듯, 국산 워드 프로세서나 고유 운영체제 개발사들이 학교· 공공기관· 군부대와 납품 계약을 맺듯, 친환경 시내버스를 만들면 시내버스를 굴리는 지방자치 단체들과 계약을 맺고 납품하게 되겠다. 버스는 end-user용 제품이 아니니 말이다.

참고로 우진산전은 철도 전동차의 생산에도 관심이 많아서 전동차 현대 로템과 경쟁하는 구도이다.
에디슨모터스는 단거리 입석형 시내버스에만 그치지 않고 장거리 고속버스도, 심지어 기존 디젤 엔진 모델도 생산해서 메이저 자동차 전문 제조사들과 경쟁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전기차가 한때는 기름차에 밀려서 도태했지만 21세기에는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 전자 공학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그리고 석유의 고갈과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아직 기존 기름차에 비해 부족한 게 많고 대량생산 덕도 제대로 못 보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연구 개발하고 제품 구매도 좀 하라고 나라에서 지원을 많이 해 준다.

다만,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서 전기차 개발사들이 자기 제품의 성능을 실제보다 부풀리면서 사기를 치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미국의 유명한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는 요즘도 살아는 있나 모르겠고..

과거에는 우리나라의 ‘레오모터스’라는 회사에서 자기들이 세계 최초로 고속형 전기 버스를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홍보한 적이 있었다. 언론 보도 날짜가 다들 2009년 12월이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 뒤로는 소식이 전혀 없고 회사가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걸 어떻게 아느냐 하면, 남한산 기슭의 광주 엄미리 마을 어귀에 레오모터스에서 개발한 중형 전기 버스가 버려진 채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가을에 처음으로 우연히 목격했고, 작년에 다시 찾아가 보니 여전히 있었다. 2년 동안 방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석 쪽 유리창이 없어진 것 말고는 외형이 크게 부서지거나 망가지지는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 말고 마치 ‘LNG/LPG 개조’처럼.. 소형 트럭을 대상으로 ‘전기차 개조’를 해 주는 업체도 있다. 내가 들어 본 곳 중 하나는 ‘파워프라자’.. 개조도 하고, 아주 작은 경승용차는 자체 제작도 하는가 보다.

소형 트럭을 전기차로 개조해서 장기적으로 기름값 아끼라는 취지로 영업을 하는 듯하다. 고속도로 주행도 가능하고 스마트 포투 ev와 동급 정도 되는 차량인지, 아니면 자동차 전용 도로에도 못 들어가는 저속 전기차인지는 잘 모르겠다.
뭐, 어떤 경우든 10톤 이상, 그것도 전국을 돌아다니기까지 하는 트레일러를 배터리 전기차 형태로 만드는 건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전기 고속버스도 없는걸..

이상이다.
여객기 제조사가 보잉이나 에어버스만 있는 게 아니듯, 국내 자동차 제조사도 현대 기아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이너 제조사들은 시장에 뛰어드는 김에 전기차 같은 미래 기술을 같이 공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이다.

아 그러고 보니 반세기쯤 전 과거에도 길거리에서 전기로 달리는 교통수단이 있긴 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노면전차 내지 트롤리버스. 배터리 대신 팬터그래프가 달린 버스라니.. 참 흥미롭다.

얘들은 기술적인 구현 난이도가 매우 낮지만 공중에 전차선을 주렁주렁 달고 다녀서 미관에 굉장히 안 좋았으며, 차량 역시 전차선 주변을 전혀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여러 도시들에서 도태되고 사라지기도 했다. 건물 주변의 전봇대와 전깃줄들도 다 지중화해서 없애는 게 요즘 추세인데 전깃줄에 의존하는 대중교통은 시대에 안 맞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요즘은 노면전차는 전깃줄을 땅에다 놔서, 그리고 버스는 배터리 형태로 바꾸고 굴절까지 시켜서 구식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변신했다. 이름도 트롤리버스 대신 무궤도 전차 내지 트램 등으로 바꿨다. 저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 같은 기업들도 이런 차량의 생산에 응당 관심을 두고 있지 싶다.

자동차용 전기는 규격이 어떤 형태로 제정될까? 철도야 교류 25000V 60Hz(일반열차), 직류 1500V(도시철도 중전철), 직류 750V(경전철) 이렇게 딱 나뉘어 있는데 자동차는? 이것도 생각할 점이다. 검색을 해 보니 220V, 380V에다 완속· 급속 두 종류가 존재하고 단자 종류도 완전히 단일 표준화가 아직 안 된 듯..
석유와 LPG는 송유관이나 유조차를 통해 공급받겠지만 LNG/CNG는 도시가스 인프라를 통해 공급받을 것이고, 전기야 건물에 이미 갖춰진 전기 시설을 통해 공급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4/10 08:35 2020/04/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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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전 면허의 종류

자동차를 포함해 모든 교통수단들은 잘 알다시피 관련 면허를 취득한 사람만이 운전하고 운행할 수 있는 물건이다.
특수한 유형의 자동차를 몰기 위해 추가로 따야 하는 자격증이 있긴 하다. (버스 운전 자격, 위험물 차량 취급 자격..) 하지만 아무 특성 없고 제일 몰기 쉬운 자그마한 경차라도, 아니 오토바이라도 몰기 위해서는 면허를 따야 한다.
자격증은 보유자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긍정 관점이지만, 면허는 반대로 이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은 관련 행위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 관점이 더 강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면허가 다 같은 면허는 아니다. 몰 수 있는 차체의 크기 내지 승차 인원수에 따라 종류가 갈리며, 다음으로 운전의 성격에 따라서 종류가 갈린다. 자동차 운전 면허의 경우, 보통/대형은 차체의 종류를 구분하며, 1종/2종은 운전 성격을 구분한다. 2종 면허에 같이 붙는 편인 '자동'은 면허 조건을 명시하는 부가적인 옵션 중 하나이다.

운전 성격은 무엇이냐 하면 비영리 자가용 운전이냐, 아니면 금전적인 이득이 걸린 영업용 운전이냐 하는 것이다. 영어에서 명사가 셀 수 있는 개념인지 여부를 매우 중요하게 따진다면(가산· 불가산), 교통수단의 면허에서 매우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자가용/영업용 종류이다.

자동차 면허에서 1종은 원래 비행기로 치면 사업용 내지 운송용에 대응하는 전용 면허였다. 그랬는데 자동차가 워낙 흔해지면서 그런 구분이 많이 옅어졌기 때문에 1종은 그냥 대형+수동 연계 면허인 것처럼 굳어졌다. 그러니 요즘은 대형 면허 없이 보통만으로 긴급자동차 승합차를 몰 수 있고, 2종 면허만으로도 '바사아자' 번호판의 택시 기사가 될 수 있게 조건이 완화되고 있다.

잘 알다시피 1종 보통으로도 트럭은 대형 버스 뺨치는 크기인 무려 11톤급까지 몰 수 있다. 2종은 4.5톤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이미 중형 버스를 능가하는 크기이다. 그런 트럭은 차가 아무리 커 봤자 사람이 3명밖에 안 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1종 보통으로 승합차는 아담한 15인승 봉고차급까지만 몰 수 있고, 중형 버스를 운전하려면 1종 대형 먼허가 필요하다. 차량 크기와 승차 인원에 이런 관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독자 여러분은 영업용 자동차 중에 제일 몰고 싶은 차가 무엇인가? 택시는 제일 잽싸고 날렵한 난폭운전 총알 기동이 가능=_=하고.. 대형 버스는 왕창 크고 사람을 많이 태운 상태에서 '버스 전용 차로'라는 메리트를 이용해서 꽤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대형 트럭은 차종에 따라서는 버스보다도 더 거대하며, 운전대가 압도적으로 제일 높고 뒷좌석 내지 천장의 아늑한 개인 공간(침대 또는 다락방)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속도와 통행 우선순위는 제일 낮고 둔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무슨 차량을 몰든 운전은 재미있다. 하지만 쉬고 싶을 때 못 쉬고 운행 스케줄을 맞춰서 불철주야 강제로 운전해야 한다면 그것만 한 고문도 별로 없지 싶다.

2. 차들의 크기와 폭

난 대형 시내버스와 고속· 시외· 관광버스는 동일한 반경의 타이어를 사용하는 대형 버스이고 크기가 거의 같지 않은가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제원표를 보니 시내버스는 대형이라 해도 길이가 11m급인 반면, 고속버스 중에는 12m가 넘는 놈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높기도 후자가 좀 더 높다.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 도로법 시행령 제79조,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4조"에 따르면, 국내에서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의 최대 크기 한계는 길이 13m, 폭 2.5m, 높이 4m이다. 굴절 버스나 트레일러처럼 중간에 꺾임이 있는 놈은 좀 더 길어도 되지만, 꺾임이 없는 단일 차체의 한계는 저렇다.
그리고 무게는 축당 10톤, 전체 40톤이 한계인데, 이건 사람을 태우는 버스는 무게 따위 걱정할 필요 없고 트럭이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현대 유니버스, 기아 그랜버드 같은 버스의 최고 사양을 보면 길이는 거의 12.1 ~ 12.5m에 달하고 폭은 2.49m, 높이는 3.3 ~ 3.5m여서 법적 한계에 거의 근접해 있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제일 큰 버스이다. 엔진은 1미터당 1000cc씩 잡기라도 했는지 역시 12000cc를 넘는 배기량에 400마력 이상이다.
화물차 역시 트레일러 말고 25톤 트럭(현대 엑시언트), 또는 그보다 작은 트럭이라도 초장축 모델을 보면 이 한계에 근접해 있다.

이 크기와 무게를 초월하는 차량은 일반 차량들처럼 등록해서 평범한 번호판을 받고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 없다. 공항 활주로, 탄광 내부, 놀이공원 내부 같은 자기 영역에서만 주행 가능하며, 이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도 다룬 적이 있다.
또한 군용차 중에서도 승용차나 트럭을 넘어 아예 탱크나 자주포처럼 무기에 더 가까운 건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는 물건이 아니다. 그거 조종 특기는 군에서든 사회에서든 자동차 운전 면허와 동급으로 인정되지도 않으며 별개로 취급된다.

남자라면 왕창 빠른 차 아니면, 이렇게 엄청나게 큰 차를 몰아야 간지가 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운동 에너지 1/2 mv^2 중에서 m과 v 둘 중 적어도 하나는 왕창 큰 거 말이다.
참고로 국내 기준으로 경차는 길이 3.6m, 폭 1.6m, 높이 2m, 엔진 배기량 1000cc 이내이니 얼마나 작은지가 비교된다..;;

한편, 자동차가 폭의 한계가 저렇게 2m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 철도 차량은 표준궤 기준으로 3m대에서 논다.
"철도차량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과 관련 별첨 자료를 보면 집전 장치를 제외한 높이의 한계는 4.5m이고, 폭은 3.4m가 한계이다. 다만, 차량의 상부와 하부는 폭의 한계가 3.2m대로 약간 줄어든다.
그 좁은 궤도 위에 자동차보다 훨씬 더 뚱뚱한 차량이 올라가서 달린다는 걸 생각하면, 철도가 공간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3. 10% 유도리

우리나라에 자동차 주행의 ‘규제’와 관련된 거의 모든 법규에는 10% 초과까지는 봐 주는 유도리라는 게 존재한다.
최대 속도 100km/h 단속이면 이론적으로 110까지는 봐 준다.
과적 단속이 차량 총중량 40톤까지이나, 실제로는 44톤까지는 봐 준다.

승차 정원 초과는 과속· 과적만치 적극적으로 단속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 상태로 사고가 나서 주행 실태가 까발려지면 그때부터 골치 아파진다.
일단 법적으로는 이 역시 10명당 한 명꼴로 초과는 봐 준다. 단, 고속도로 주행이 아닐 때에 한해서다.

12인승 승합차 정도의 덩치라면 13명이 구겨서 타는 것쯤을 묵인한다는 뜻이다. 다만, 택시는 얄짤없다. 기사의 입장에서 승차거부가 불법인 것만큼이나, 승객의 입장에서도 돈 아끼려고 한 차에 기사 포함 6명 이상씩 한 차에 구겨 타는 것은 동일하게 불법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물론, 아침에 입석 시내버스 한 대에 6~70명씩 콩나물 시루처럼 타는 것은 이런 법으로부터 열외된 영역이다. 거기는 좌석의 안전벨트 설치 규정조차도 적용되지 않을 정도이니 말이다. 또한, 경차도 시장의 특수성-_- 때문에 각종 까다로운 안전 테스트에서 열외되어 오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참고로, 승차 인원을 계산할 때 13세 미만 영 유아 어린이는 3인을 성인 2인과 동급으로 친다는 세부 규정도 있다(!!). 어린이는 차량의 승차정원의 관점에서 2/3인으로 간주된다는 뜻이다. ㅎ

사람 머릿수야 사람이 직접 세는 이산적인 값이니 오차가 있을 리 없겠지만, 과속과 과적 단속은 사정이 다르다. 10% 유도리는 운전자 쪽이나 단속자 쪽에서 혹시나 눈금이나 계기에 오차가 생기는 바람에, 법을 아슬아슬하게 지켰는데도 초과 위반이라고 판정되는 논란과 분쟁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 그 여유 buffer는 마치 도로의 갓길이나 안전지대와도 같은 개념인 셈이다.

평소에 갓길이나 안전지대에 주· 정차를 하거나 거기를 주행하지 말아야 하듯, 애초부터 유도리를 전제하고서 “80이라고 쓰고 88이라고 읽는다, 100이라고 쓰고 110이라고 읽는다”에 충실하게 운전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러다가는 단속에 걸려도 할 말 없다.

여담: 개인적인 생각

(1) 운전 중에 앞에 차가 없이 공간이 아주 많고, 그렇다고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는 것도 아닌데..
단순히 커브나 내리막이라는 이유만으로 브레이크 좀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브레이크 경고등은 뒷차를 굉장히 신경 쓰이게 만들며, 이런 것들이 쌓여서 유령 정체까지 유발하게 된다.

매우 비경제적 비효율적인 짓인 건 덤이고 말이다. 재가속 한번 할 때마다 몇십 원 이상의 비용이 공중으로 날아간다는 관념이 좀 있어야 할 텐데..
버스, 지하철, 택시를 탈 때는 100원 하나 올라가는 것조차 신경 쓰이고 아깝지 않더냐?

(2) 또한 본인은 개인적으로 과속 단속 카메라를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최저임금제뿐만 아니라 저거도 좀 없앴으면 좋겠다. 저것 때문에 쓸데없이 드는 제동+재가속 기름 손실도 전국적으로 장난이 아닐 거다. 대한민국은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라면서? ㄲㄲㄲ
과속 단속 카메라는 커브+신호대기 교차로 같은 걸 앞두고 있을 때에나 극히 제한적으로 뒀으면 좋겠다. 그런데 현실은... 시내 주행 속도 제한이 60이던 걸 50으로 더 낮췄더라. 젠장..

도대체 속도가 무슨 죄냐?
"어 빈부격차 문제가 심하다고? 그럼 부자들을 강제로 세금 걷어서 같이 거지로 만들어 주면 되겠네?" (당연히 자기 패거리들은 더 부자 되고) 식으로..
안내 표지판의 시안성 개선, 1차로 저속 차량 단속, 음주운전의 처벌 강화 같은 더 합리적인 개선을 할 생각은 안 하고, 뭐든지 적기조례 식으로 쥐어짜기 규제부터 하고 보는 인간들 목을 비틀어 주고 싶다.

빼도 박도 못하고 어느 블랙기업의 막장 운영 때문에 발생한 선박 교통사고를 갖고 대통령의 7시간 개X랄 하던 시절이나,
멀쩡히 속도 지키면서 잘 가다가 그냥 자살 급으로 차 사이에서 튀어나온 애를 친 걸 과속이라고 프레임 씌우는 거나..
이 반도가 감성팔이 선동이라는 악성코드에 취약한 건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사람 뇌는 보안 패치 업데이트 좀 할 수 없나? 소프트웨어만으로 안 되면 물리 치료 하드웨어 장착이라도 동반해서..

아아, 그리고 구간 단속은 진짜 최악의 병신짓이고 악랄함의 극치이다.
경제를 시장 자유방임에 맡기는 것만큼이나 자동차 속도도 좀 자유방임에 맡겼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아니면 고속도로에서 속도 제한을 150~160 정도로 좀 현실화하든가 말이다.
이렇게 운전자들이 쌩쌩 잘 달려 줘야.. 시속 120에서도 휘발유 엔진으로 3000rpm을 안 넘어가는 6단 변속기까지 개발해 낸 자동차 회사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대신에 저속 차량은 알아서 우측으로 갖다대고, 추월은 반드시 좌측으로만 하게 해야 한다. 한 차로에 좌우로부터 차량이 동시에 진입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앞지르기 규정 위반” 이게 알고 보면 무려 중앙선 침범, 음주· 무면허, 신호위반과 동급의 12대 중과실이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교통 범죄이다. 그런데 그 범죄를 저지르도록 강요하는 것들이 바로 1차로에서 저속으로 가고 있는 무개념 차들이다. 이것들이 단순 과속 차량보다 훨씬 더 도로를 무질서하게 만드는 애들이기 때문에 그런 관행부터 근절해야 된다.

아~ 이 정도면 난 운전 습관도 우파인 건가. ㅡ,.ㅡ;;
사람이 먼저 그딴 게 아니라 빠른 차와 느린 차의 편차를 인정하고 장려하고, 규제 대신 운전자의 자율과 책임,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더 중요시하는 성향이니까. 프로그래밍 언어로 치면 C/C++과 비슷한 이념이다.

(3) 이런 맥락에서.. 본인은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왼쪽 줄은 걸어 올라가는 바쁜 사람을 위해 반드시 비워 두자" 주의이다.
안 그래도 에스컬레이터의 주행 속도부터가 세계 최하위권으로 끔찍하게 느린 주제에 걷거나 뛰지도 말라고? 안일한 규제 만능주의 행정 편의주의 미친 짓일 뿐이다.
다만, 오르막이나 평지(무빙워크)가 아닌 내리막에서 쿵쾅거리며 뛰어 내려가는 것은 기계에 무리를 줄 수 있으니 반대다. 걸어 내려갈 거면 발에다 힘을 줘서 사뿐사뿐 내려가야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9/12/20 08:32 2019/12/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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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지금과 같은 고속도로 번호 체계는 2001년에 전면 개편되어 그 해 8월 24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체계는 무식하게 개통된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는 게 아니라, 숫자의 번호만 보고도 이 도로가 횡축인지(0부터 시작하는 짝수) 종축(5부터 시작하는 홀수)인지, 대략 어느 위치를 지나는지(대소 비교), 간선인지 지선인지(2~3자리), 지역 순환선인지 같은 것을 얼추 알 수 있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체계는 첫 도입됐던 당시에는 굉장히 참신하고 합리적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치 2004년 버스 노선 개편처럼 말이다. 홀짝으로 종축· 횡축을 구분하는 것은 기존 국도의 번호 체계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이제 고속도로의 번호도 그런 관행을 더 깔끔하게 따르게 되었다. 고속도로도 앞으로 국도처럼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많이 깔릴 것을 미리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체계의 큰 특징은 개통 시기나 사업 주체가 다르더라도 같은 선형이면 동일한 도로라고 보고 동일한 번호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논산-천안 고속도로는 혼자 따로 노는 민자이지만 기존 호남 고속도로와 동일하게 25번이며, 부산-대구 민자 고속도로도 기존 중앙 고속도로와 동일하게 55번이다.

이때 서울-안산 고속도로가 서해안 고속도로(15)로 편입됐으며, 반대로 처음에 서해안 고속도로 소속이던 안산-신갈 구간은 깔끔하게 영동 고속도로(50)의 서쪽 구간으로 넘겨서 각각 종축과 횡축으로 선형을 일치시켰다.

이는 마치 서울 지하철 4호선에다가 코레일 과천선과 안산선을 몽땅 하늘색으로 엮어서 '수도권 전철 4호선'이라고 표기한 것과 비슷한 통합이다. 어차피 열차들이 직통 운행을 하니까 말이다. 지하철과 국철의 구분을 없애고,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지하철 고유색인 빨강이 사라진 게 2000년 4월부터이다.

그리고 철도계 역시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미래에 동일선상의 직결 운행이 예정된 전철들은 같은 색깔로 표기하고 있다. 경의선과 중앙선이 대표적인 예이고, 지금 수인선도 분당선과 동일하게 노란색으로 표기하고 있다.
김포 경전철의 경우, 비록 시스템적으로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직결 운행을 할 수는 없지만 개념적으로 9호선의 연장선상이라고 보고 9호선과 동일한 금색/커피색을 내세우는 중이다.

시스템이 그런 식으로 바뀌었는데..
고속도로의 경우 요즘 하도 많이 생기고 있어서 정신이 없다. 옛날의 경부라든가 서해안, 중앙, 중부내륙처럼 장거리 간선들을 작정하고 바둑판 형태로 만들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 그 대신 여기저기 찔끔찔끔, 복잡한 선형으로 개통하는 게 많은지라, 번호를 어떻게 부여하면 좋을지 직관적으로 예상이 안 되는 게 늘었다. 가령, 15 서해안으로도 모자라서 151(서천-공주)에다 17(평택-파주), 171(용인-서울) 등등..
전라선 철도의 고속도로 버전인 순천-완주는 27이고, 구리-포천은 29..

사실, 제2중부 고속도로도 지금 같은 컨벤션이라면 37보다는 351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결코 짧지 않은 영천-상주조차 301이 됐는데 말이다. 그리고 두 자리 수 번호 중에 x1, x3은 앞으로 쓰일 일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기왕 이 번호 체계가 깔끔하게 유지되려면 미래에 건설될 고속도로들의 전체 큰 그림에 대한 굉장한 선견지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프로그래밍에다 비유하면, 미래에 구현될 기능까지 다 염두에 두고 부모 클래스와 가상 함수들을 미리 세밀하게 설계하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그리고 끝으로, 고속도로의 이름은 기점과 종점 도시를 연결하는 형태로 지어지곤 하는데, 어디가 기점이고 어디가 종점일까? 철도만 해도 역의 번호를 부여하는 순서가(상· 하행) 노선별로 굉장히 케바케 뒤죽박죽인데, 비슷한 문제가 고속도로의 작명 방식에도 존재한다.
가나다 순서인지, 서울에서 가까운 순서인지, 바다에서 가까운 순서인지.. 301은 공식 명칭이 영천-상주가 아니라 상주-영천인 걸 보면.. 도대체 원칙이 무엇인지 난 잘 모르겠다.

옛날에 경부 고속도로가 처음 생겼던 시절에는 '간'이라는 단어까지 있어서 '서울-부산간 고속도로'였는데, 그게 '경부 고속도로'라고 축약되었고, 이후의 고속도로들은 다시 도시 이름을 full로 붙이는 게 유행이 됐다.
가령, 60번 고속도로는 잠시 '경춘 고속도로'라고 불린 적이 있었지만 더 연장된 뒤부터는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됐다.

사실, 한국 도로 공사에서는 궁극적으로는 고속도로에도 이름을 없애고 국도처럼 번호만으로 모든 것을 식별하려 하고 있다. 물론 예전의 오랜 관습이라든가 사업 구간의 차이에 따른 구분 때문에 이름이 가까운 미래에 완전히 없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름뿐만 아니라 재래식 톨게이트도 없애는 게 궁극적인 장기 계획이니.. 우리나라의 교통 시스템은 이것저것 바뀌어야 할 것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은 이름 다음에는 '고속도로'라는 칭호를 붙이고, 번호 다음에는 '고속국도'를 붙이는 게 어떨까 싶다. 예를 들어 "호남 고속도로와 논산천안 고속도로는 모두 고속국도 25호선(또는 25번 고속국도)에 속한 구간이다" 같은 식이다.

한편, 도로 말고 서울의 한강 교량들은 처음에는 개통 순서대로 "제n 한강교"라고 이름을 붙여 왔다. 그러다가 다리의 수가 늘어나고 번호가 뒤죽박죽 꼬여 가자, 번호만 상류에서 하류 순으로 오름차순 리넘버링하는 식으로 개편하지 않았다. 번호 자체를 없애고 마포, 반포, 한남처럼 교량마다 고유한 이름을 붙이게 됐다. 1980년대에 한강 종합 개발 사업을 시작하면서 취한 조치이다.

교량이야 도로처럼 선이 아니라 강의 특정 지점이라는 점에 가까운 개념이니, 고유한 이름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고속도로도 나들목들까지 이름을 싹 없애고 번호만 붙이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다만, 나들목도 외국인이 알아보기 쉽게 번호를 병기하자는 의견도 소수나마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12/07 08:33 2019/12/0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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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부 고속도로 금토 JC

용인-서울 고속도로(171)가 개통한 지도 어언 10년이 넘었다. 2009년 7월이니 서울 지하철 9호선의 1차 개통일과 아주 비슷하다.

근처의 경부 고속도로는 수원 이북으로 서울 TG를 넘어 판교 부근까지 10km가 넘게 곧은 직선이다. (다만, 오르내리막 기복은 이따금씩 있음) 한때 비상 활주로를 표방했을 정도로 직선이며, 게다가 지리적으로도 경도의 변화가 거의 없이 위도만 변하는 그 직선이다.
그에 비해 서쪽의 용인-서울 고속도로는 서수지-서분당 등의 구간도 적당히 구불구불한 곡선인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얘는 길이가 어중간하게 짧아서 휴게소가 전무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분기점이 전혀 없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허나 바로 작년 말에 경부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금토 분기점이 개통되면서 이 역시 옛말이 됐다.

두 고속도로는 X자 모양으로 교차한다. 경부 하행에서 용인 하행으로 갈아탈 수 있고, 반대로 용인 상행에서 경부 상행으로 갈아탈 수 있다. 다시 말해, 헌릉 IC를 거치지 않고도 용인 고속도로를 드나들 수 있게 해 준다.
금토 JC는 이 두 길목만 존재하는 아주 자그마한 분기점이다. 하행이 더 만들기 쉬워서 작년 여름에 먼저 개통하고, 상행은 산을 깎고서 270도 꼬부랑 턴을 해야 하는 관계로 어려워서 반 년 남짓 늦게 개통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머지 방향이야.. 뭐 상행과 하행을 전환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용인 하행에서 경부 하행으로 간다거나, 경부 상행에서 용인 상행의 헌릉IC 방면으로 가는 길목도.. 딱히 가성비가 맞지 않다고 여겨져서 만들지 않았다. 정말 최소한의 조치만 취한 셈이다.

금토 JC는 외곽순환 고속도로와 교차하는 판교 JC를 제치고, 경부 고속도로의 최북단에 있는 분기점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뭐, 판교 JC는 X가 아닌 +형이며, 경부에서는 상행만이 저쪽으로 갈아탈 수 있고, 외곽순환에서는 경부의 하행으로만 갈아탈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2. 톨게이트가 이원화된 IC

폐쇄식 고속도로에는 고속도로와 일반 도로를 연결하는 IC(나들목)가 있고, 그 길목에는 톨게이트(요금소)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1IC 1TG가 원칙(?)이며, 고속도로에 진입한 차량은 톨게이트를 통과한 뒤에 상· 하행 방향을 선택하여 분기하게 된다.

그런데 드물게 톨게이트가 둘 달린 IC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한 지역에서 동서남북 접두사가 붙은 IC가 여럿 흩어져 있는 것 말고, 한 IC에 대한 톨게이트가 복수인 것 말이다.
경부 고속도로 수원신갈 IC의 경우.. 교통량의 증가를 감당치 못해서 원래 있던 비스듬한 IC는 고속도로 진입 전용으로 바꾸고, 더 남쪽에 시내 진출 전용 IC를 추가로 만들게 됐다. 즉, 수원신갈 TG 쌍은 각 방향별 일방통행 형태로 바뀌었다. 2010년대의 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중앙 고속도로 제천 IC도 톨게이트가 둘인데, 여기에는 좀 더 기괴한 사연이 있다.
지금으로서는 믿기 어렵지만, 처음에 중앙 고속도로의 그쪽 구간은 왕복 2차로에다가 '개방식' 요금제 형태로 건설되고 있었다. 장거리 간선 고속도로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만들기 시작했나 모르겠다. 중앙 고속도로가 최초로 만들어지던 모습을 보는 건 마치 스타크래프트나 Doom의 먼 개발 초기 알파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과 비슷하지 싶다.

그러다가 한창 건설을 하던 중에 감사원의 지적으로 인해 법이 바뀌었다. 1992년 4월엔 앞으로 모든 고속도로는 처음부터 최소한 4차로 이상의 형태로 만들 것이고 지금 당장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고속도로에도 이 원칙을 소급 적용한다는 건설부의 방침이 내려왔다. 그래서 중앙 역시 지금처럼 폐쇄식 4차로라는 정상적인 형태로 뒤늦게 뜯어고치게 됐다.

원래 중앙 고속도로(수직)의 제천 IC 밑으로는 국도 5호선(수평)이 지났으며, 이들은 별다른 톨게이트 없이 평범하게(?) 입체 교차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뒤늦게 확장하고 폐쇄식으로 고치면서, 고속도로와 교차하던 국도의 양 옆에 톨게이트가 설치됐다.

이미 입체교차로 자체는 건재하고 있으니 방향별로 단일 톨게이트로 안내하는 길을 따로 또 만드는 수고를 하지는 않은 것이다. 국도의 일부 구간이 톨게이트로 가로막혀 버렸기 때문에 국도 5호선의 기존 구간은 장평천 이남으로 살짝 이설되었다.

뭐, 당연한 말이지만 서쪽과 동쪽의 어느 톨게이트로 진입하더라도 중앙 고속도로의 상· 하행 아무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진출 역시 상· 하행 어느 쪽에서도 동쪽과 서쪽 아무 톨게이트 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다.
지도를 보면 인터체인지가 사통팔달 통하는 전형적인 클로버형인데, 서남쪽만(3사분면..;; ) 장평천 때문에 공간이 부족해서인지.. 고속도로 하행에서 국도 동쪽으로 진출하는 연결선의 선형이 좀 다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듯, 교통량 증가 때문이든, 출생의 비밀 때문이든 톨게이트가 2개 이상이 된 고속도로 나들목이 또 있는지 궁금하다.

  • 중부(35): 꽤 옛날에 만들어졌지만 서울· 수도권과 가까운 위치 덕분에 2차로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애초부터 4차로로 만들어졌다. 다만, 이것마저도 너무 비좁아져서 제2중부(37)를 또 만들게 됐을 뿐이다.
  • 중부내륙(45)/통영대전(35)/서해안(15): 역시 처음부터 4차로로 만들어졌거나, 타이밍의 특성상 도중 설계 변경의 타격을 별로 입지 않은 듯하다.
  • 옛 88 올림픽(12): 전구간 2차로로 당당히 만들어졌으며, 알다시피 도로의 저퀄리티와 높은 사고율 때문에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큰 악명을 떨쳤다. 영동 고속도로도 마찬가지였지만 얘는 88보다는 훨씬 일찍 새 도로로 대체됐다.
  • 중앙(55): 얘만 타이밍이 영 좋지 않았는지 거의 혼자 독박 쓰고 낭패를 본 듯하다. 1990년대 초까지 2차로로 길을 한창 닦고 있던 중에 대판 뜯어고쳐야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 처음부터 6, 8차로급으로 지어진 고속도로는 생각보다 드문 것 같다.
경부 고속도로 서울-수원 구간은 4차로이다가 6을 거치지 않고 곧장 8차로로 확장되고 그 뒤에 서울 구간은 10차로로까지 확장되긴 했지만, 오리지널은 4였다.

외곽순환 고속도로도 지금이야 전구간이 8차로이고 동남쪽의 중부 고속도로와 만나는 일부 구간은 10차로이기까지 하다만.. 먼 옛날에 판교-구리 고속도로 형태로 처음 만들어질 때는 당시 대한뉴스 화면을 보면 역시나 4차로(...)였다. 그나마 용인-서울은 비교적 최근에 그것도 수도권에 건설된 덕분에 처음부터 6차로였다.
철도를 처음부터 복복선으로 부설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만큼이나.. 기존 도로를 연장· 확장하는 게 아닌 이상 처음부터 왕창 거대하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도, 흔한 일도 아닌 듯하다.

다만, 요즘 세상에 어지간한 오지가 아닌 이상이야 고속도로를 겨우 2차로로 만드는 건, 요즘 세상에 철도를 꼴랑 단선으로 만드는 것과도 같은 소탐대실 단견일 것이다.
가령, 고속도로는 아니지만 '대교'라는 이름이 붙었으면서 왕복 2차로인 교량으로 내가 아는 건, 민통선 안의 교동도를 연결하는 교동대교가 유일하다. 그 정도라면 교통 수요 대비 원가 절감을 위해 2차로로 만든 걸 납득하겠다.;;

3. 천안에 있는 휴게소와 나들목

천안은 철도에서는 장항선이 분기하는 곳이며, 고속도로에서는 호남 방면의 논산천안 고속도로가 분기하는 곳이다.
그리고 북부의 북천안 IC 인근은 수원-신갈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비상 활주로 공용 구간이었기 때문에 도로가 곧은 직선이기도 하다.

경부 고속도로의 행정구역상 천안 구간에는 북쪽에서 남쪽 순으로 나열했을 때 입장, 망향, 천안삼거리, 천안이라는 4개의 휴게소가 있다.
그런데 얘들은 그 순서대로 각각 상행, 하행, 상행, 하행에만 있다. 양방향에 모두 존재하는 휴게소는 없다.
또한, 각 휴게소들 사이에 입장-(북천안)-망향-(천안)-천안삼거리-(목천)-천안의 순으로 IC(나들목)가 등장한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입장 휴게소는 자가용보다는 대형 화물차의 운전자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서 주차 공간이 넉넉하며, 주변의 다른 휴게소들보다 인지도가 낮은 덕분에 상대적으로 덜 혼잡하다는 장점이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건물과 주차장이 도로와 일렬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곤 한데, 얘는 휴게소 부지가 도로와는 수직으로 확보되어 있다. 휴게 시설들이 고속도로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망향 휴게소는 인근에 '망향의 동산'이라는 일종의 국립묘지가 있어서 이름이 저렇게 붙었다. 저기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묘지일 뿐, 현충원은 아니기 때문에 꼭 국가유공자나 군· 경만 묻혀 있는 건 아니다. 그 대신 타지에서 죽은 재외 동포가 묻히는데, 이런 이유로 인해 1983년 대한 항공 007편 격추 사고 희생자 위령비도 저기 안에 세워져 있다고 한다. (양재 시민의 숲에 있는 건 1987년의 858편 폭발 사고 희생자 위령비)

천안삼거리 휴게소는 이름은 많이 들어 봤지만 다른 특이점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저기가 무슨 계기로 언제부터 호두과자로 유명해졌나 모르겠다.

경부 고속도로 천안 북부 구간은 마치 수원-신갈-죽전 일대처럼 도로가 북쪽으로 곧게 쫙 뻗어 있어서 과거에 비상 활주로로도 쓰이던 구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고속도로를 활주로로 공용하던 관행이 없어졌으며, 거기에는 북천안 IC까지 생겼기 때문에 비행기가 뜨고 내릴 가능성은 더 확실하게 없어졌다.

끝으로.. 영동 고속도로의 마성 IC가 에버랜드를 위한 IC라면, 남쪽에 있는 목천 IC는 독립 기념관을 위한 IC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마성은 1976년에, 그리고 목천은 1986년에 해당 시설들이 생긴 뒤에 추가로 만들어졌다.

4. 중앙 고속도로 단양 휴게소

지난 추석에 고향을 다녀올 때는 정체 구간을 우회하느라 모처럼 중앙 고속도로를 실제로 달려 보게 됐다.
그 와중에 화장실(급똥...;;ㄲㄲㄲ) 때문에 단양 휴게소를 우연히 들렀는데, 마침 얘도 공교롭게도 평범한 휴게소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본선상에서 휴게소 건물이 전혀 보이지 않으며, 휴게소 진입로가 무슨 어지간한 나들목/톨게이트의 진입로 같았다. 거의 ? 모양으로 한참을 꼬불꼬불 올라간 뒤에야 휴게소 건물이 나타났다.
휴게소를 언덕을 깎아서 옆에 가까이 만든 게 아니라, 그냥 언덕 위에다 만들었다. 그래서 본선과의 높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진출입로가 불가피하게 길어진 것이다. 이런 휴게소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

휴게소를 굳이 그런 형태로 힘들게 만든 이유는? 여기 일대는 주변이 온통 산이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상행과 하행이 서로 7km에 가깝게 떨어져 있으며, 둘 다 형태가 저렇다.;; (특히 경부 고속도로 입장 휴게소처럼 휴게소 건물이 고속도로와는 수직으로 배치) 이럴 거면 얘도 상· 하행 통합으로 큼직한 놈 하나만 만들지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단양 휴게소는 접근하기가 조금 힘든 대신, 다른 여느 휴게소에는 없는 유니크템을 보유하고 있다.
하행 방면의 경우, 건물 뒤에 넓은 풀밭과 '힐링 테마 공원'이라는 게 있다. 자그마한 야외 민속 박물관 컨셉으로 물레방아, 절구, 장승, 각종 뚝배기 같은 게 꾸며져 있어서 쉬어 가기 좋다.

그리고 상행은.. 아예 인근의 언덕 꼭대기에 있는 국보 제198호 "단양 신라 적성비"에 다녀올 수 있다. 휴게소 내부에 저렇게 언덕을 오르는 길과 안내판도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한때 신라가 여기까지 영토를 확장했었다는 땅밟기 인증 표식이다.
경부 고속도로의 휴게소에서 고속도로 개통 관련 기념비와 위령비를 답사할 수 있다면, 이 휴게소에서는 저런 걸 잠시 보고 올 수 있다는 게 매우 흥미롭다. 공교롭게도 이 휴게소에는 중앙 고속도로 개통 기념비도 있다!
본인은 동선과 스케줄 때문에 깜깜한 밤에야 여기를 방문할 수 있었다. 그러니 주변 풍경은 다른 블로그의 링크로 대체하도록 하겠다.

이렇듯.. 중앙 고속도로는 단순 아우토반 이상으로 재미있는 사연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험준한 산악 지형이라 하면 영동 고속도로가 떠오르는 편이지만, 영동 고속도로에서 진짜 영동 산악 지형은 동쪽 끝에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나머지 경기도 구간에서는 넓은 평지가 더 많다.
하지만 중앙 고속도로야말로 온통 산이다. 오르막엔 저속 차량용 전용 차로가, 내리막엔 구간 단속 카메라가 도대체 몇 개가 나오나 모른다.

Posted by 사무엘

2019/12/01 08:38 2019/12/0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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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터빈

터빈이란 직선 운동을 하는 유체로부터 에너지를 받아서 회전력으로 전환하는 기계 장치로, 프로펠러와는 개념적으로 정반대이다. (프로펠러는 회전력으로부터 직선 추진력을 생성)
이 정의에 따르면 물레방아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로부터 회전력을 내니 터빈의 범주에 든다. 바람개비나 풍차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생각하면 터빈은 생각만치 별것 아니다.

터빈 기반 엔진은 내연기관과 외연기관 형태로 모두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외연인 증기 터빈도 존재하고 내연인 가스 터빈도 존재한다.

2. 가스 터빈 엔진 vs 기존 왕복 엔진

터빈은 유체의 연속적인 직선 운동을 받아들이지만, 왕복 엔진은 말 그대로 피스톤의 직선 '왕복' 운동을 받아서 회전 운동으로 변환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터빈은 크랭크 같은 동력 변환 부품이 필요하지 않아서 구조가 더 간단하며, 진동도 더 작다. 엔진음은 털털털~ 대신 웨에엥~ 같은 소리이다.

왕복 엔진은 각 실린더마다 흡입-압축-폭발-배기라는 행정이 시간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발생한다. 폭발이 일어나서 피스톤을 누르는 방향.. 다시 말해 생성된 동력을 전하는 방향과, 배기가스가 나가는 방향이 서로 별개이고 무관하다.

그 반면, 터빈 엔진은 연료가 섞인 압축 공기가 쭉 분사되고 폭발하고, 팽창한 배기가스가 분출되면서 터빈을 돌리는 게 행정 구분 없이 선형적으로 늘어서 있다. 한 엔진 내부에서 부위별로 각 행정들이 동시에 연속적으로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터빈 엔진은 왕복 엔진처럼 실린더를 여러 개 만들어서 각 실린더가 서로 다른 행정 상태를 나타내게 할 필요가 없다.

가스 터빈 엔진은 단순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고회전 고출력에 매우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장시간 고온 고압의 배기가스를 맞으면서 초고속 회전력을 줄곧 전할 수 있는 터빈을 만드는 것이 왕복 엔진의 실린더를 잘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다. 이런 이유로 인해, 가스 터빈은 증기 터빈이나 왕복 엔진보다 훨씬 늦은 20세기 중반에야 등장하고 실용화됐다.

가스 터빈은 꾸준히 시종일관 비슷한 출력으로 돌아가는 곳에서 유리하다. 현실의 자동차처럼 가다 서기를 반복하면서 출력 강도가 널뛰기 하듯이 바뀌고 엔진에 걸리는 부하가 수시로 달라지는 것에 대한 대처는 왕복 엔진보다 불리하다. 연비도 2회전당 1회 폭발인 4행정 왕복 엔진보다 좋지 못하며, 연료 소모가 훨씬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육상 교통수단에서는 왕복 엔진이 여전히 주류이다. 가스 터빈 엔진은 탱크나 철도 차량처럼 덩치가 더 크고 출력 변화의 기복이 상대적으로 작은 물건에서만 제한적으로 쓰인다. 다만, 비행기와 선박 레벨에서는 터빈이 활발하게 쓰이고 있으며, 덩치 걱정 없이 혼자 24시간 꾸준히 돌기만 하면 되는 발전기에서는 아예 외연기관인 증기 터빈이 세상을 완전히 평정해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집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과반· 대부분은 화력이건 원자력이건 증기 터빈이 돌려 준 발전기로부터 생산된 전기이다.

가스 터빈 엔진은 왕복 엔진 같은 실린더가 있지는 않을 텐데 배기량 같은 엔진 덩치를 무엇을 기준으로 나타내는 걸까? 궁금해진다.

3. 자동차의 과급기

자동차의 엔진에서 배출된 배기가스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압력과 온도 그대로 외부에 배출하는 것 자체부터가 위험하다(소음, 화상, 화재 유발..). 즉, 화학적인 성분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상태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머플러에 통과시켜서 압력과 온도와 배출음을 크게 줄인 뒤에 배출한다.

그럼 요즘 일부 자동차에 달려 있는 터보차저(과급기)는 무엇이냐..?? 피스톤을 누르고도 아직 열과 힘이 좀 남아 있지만 그냥 버려지는 그 배기가스의 분출력을 활용해서 터빈을 돌린다. 그리고 그걸로 공기 압축기를 가동해서 엔진에다가 단위 부피당 더 고농도의 공기를 꾹꾹 눌러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얘는 순수 가스 터빈 엔진처럼 터빈 자체가 엔진에 연결되어 동력에 기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기를 더 많이 눌러 넣음으로써 왕복 엔진의 연소 효율을 올리고 엔진 출력을 크게 향상시켜 준다. 엔진의 물리적인 크기를 키우지 않고도 배기량을 키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출력이 올라갈 수밖에.. 관계가 그렇게 된다. 터빈까지 통과하고 난 배기가스는 열과 힘을 더 활용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버려진다.

앞으로는 터빈이라 하면 공기 압축기가 계속해서 따라다닐 것이다. 이것이 내연기관 가스 터빈이 물레방아 내지 증기 터빈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기 때문이다. 압축기 터빈은 바람개비의 깃이 프로펠러보다 훨씬 더 많고 조밀하다. 얘는 엔진 터빈의 동력을 받아서 공기의 흐름만 바꿔 놓지, 자기가 공기의 흐름으로부터 역으로 동력을 얻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어느 내연기관이건 처음에 시동을 걸 때는 외력이 필요하지만, 터빈이 한번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걸로 앞쪽의 압축기도 돌려서 자기 자신이 공급받는 공기의 농도가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애초에 자동차의 과급기도 비행기용 가스 터빈 엔진에서 쓰이는 원리를 차용한 것이다.

4. 프로펠러 비행기: 터보 샤프트와 터보 프롭

자동차는 구동축과 연결된 바퀴를 굴려서 타이어와 지면의 마찰력으로 주행하는 반면, 비행기는 뒤로 뭔가를 밀어내거나 내뿜어서 얻은 반작용으로 주행한다. 그리고 비행기는 그 역할을 뱅글뱅글 돌아가는 프로펠러가 수행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선박도 과거에 외륜 달린 증기선 시절에는 자동차와 비슷한 방식으로 물을 박차고 나아갔다. 그 반면, 요즘 선박들의 뒤에 달린 스크루는 개념적으로 비행기 프로펠러와 동일하다. 회전면이 동체의 진행 방향과 동일하냐(바퀴), 수직이냐(프로펠러)의 차이가 있다.

초창기의 비행기, 또는 지금도 경비행기 수준에서는 프로펠러를 돌리기 위해 그냥 왕복 엔진이 쓰였고, 현재까지도 쓰이고 있다. 비행기에는 실린더가 자동차 같은 선형이나 V형도 아니라, 불가사리의 팔처럼 주렁주렁 분산된 형태로 달린 성형 엔진이라는 것도 있다. 이런 비행기는 엔진 소리도 자동차 엔진 소리와 비슷하다. (붕붕이)

그러나 같은 프로펠러기여도 왕복 엔진이 아닌 가스 터빈으로 프로펠러를 돌리는 물건이 등장했다. 터빈은 재래식 왕복 엔진보다 출력과 성능이 뛰어난 덕분에 일정 덩치와 속도 이상의 체급에서는 왕복 엔진을 순식간에 대체하게 되었다. 터빈은 워낙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에 자동차의 타이어가 아닌 프로펠러를 돌릴 때도 감속 기어를 한번 거쳐야 할 정도이다.

고정익 비행기에서는 터보 프롭이 쓰이고, 얘들만치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는 헬리콥터나 탱크 같은 다른 가스 터빈 엔진에서는 터보 샤프트 방식이 쓰인다. 후자는 동력을 전하는 터빈과 공기 압축기 터빈이 따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고속에서의 효율이 터보 프롭보다 더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렇게 해야 동력비의 변환이 그나마 더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프로펠러를 돌리건, 프로펠러기는 시속 400~600km대의 중속에서 효율적이지, 아음속 정도에만 근접해도 자동차로 치면 '레드존'에 도달하여 출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는 엄청나게 시끄럽다. 여기서 프로펠러라는 것은 헬리콥터의 로터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헬기 조종사들이 괜히 폼으로 헤드셋과 마이크를 끼고 있는 게 아니다.

프로펠러기는 총 격발 반동만큼이나, 혹은 자동 변속기 차량의 creeping 현상만큼이나.. 조종간을 놓고 있으면 프로펠러의 회전 때문에 동체의 roll이 프로펠러 회전 반대 방향으로 서서히 기울어지는 현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시뮬레이터를 한번 만져 보면서 경험했던 기억이 있다. 제트기에서는 볼 일이 없는 현상일 것이다.

5. 제트 엔진 (터보 제트)

가스 터빈과 비슷한 20세기 중반 타이밍 때는 내연기관의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리고 프로펠러를 돌리는 게 아니라, 배기가스 자체를 그대로 세차게 내뿜어서 추진력을 내는 엔진이 연구되고 개발되었다. 이것이 이름하여 제트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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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이건 무척 흥미로운 면모이다.
프로펠러나 압축기를 열나게 돌리는 것만이 목표라면 전기 모터가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도 있다. 육상 교통수단인 자동차나 열차처럼 말이다.
하지만 연소 배기가스를 생성해서 내뿜는 것은 전기로 구현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터는 가벼운 드론 멀티콥터의 로터를 돌리는 용도로나 쓰이고 있다.

제트 엔진부터는 엔진 꽁무니에 '노즐'이라는 게 필요하다. 호스로 물을 뿌릴 때도 호스 끝을 쥐어짜서 부피를 줄이면 물이 세게 솟구치게 되는데, 노즐이 그와 비슷한 일을 한다. 앞의 터보 프롭/샤프트 엔진도 터빈을 돌리고 난 배기가스를 분출하는 게 있긴 하지만 얘는 추진력에 기여하는 것이 아주 미미하다.

'터보 제트' 엔진에서는 압축기를 통과한 짙은 공기가 연료와 섞인 채 폭발하여 배기가스로 바뀌고, 그게 앞의 압축기를 돌리는 터빈까지 돌린 뒤 노즐을 통해 세차게 뿜어져 나온다. 즉, 이 엔진에서는 터빈이 압축기를 돌리는 용도로만 쓰인다.

사실 로켓 엔진도 본질적인 원리는 동일하다. 로켓을 연구하는 칼텍/NASA 산학 협력 연구소의 이름이 괜히 '제트 추진 연구소'인 게 아니다. 이게 만들어지던 시절에는 '로켓'이야말로 천박하게(?) 들리는 신조어이기도 했고 말이다.
다만, 로켓은 산화제를 자체 내장하고 있어서 주변 공기를 흡입하는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러니 터빈이나 압축기 따위가 없다.

또한 우주 발사체용 로켓은 추력을 먼저 아래로 발생시켜서 수직 상승했다가 나중에 지구 궤도를 돌기 위해 수평 이동을 하지만, 고정익 비행기는 추력을 뒤로 발생시켜서 일단 기체를 고속으로 수평 전진시키고, 그 와중에 날개를 이용해서 양력을 덤으로 발생시켜서 상승한다는 차이가 있다. 요컨대 수직 이동과 수평 이동이 발생하는 순서가 서로 반대라는 것이다.

이 정도면 자동차와 비행기와 로켓에서 외부 공기라는 게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인지 관계가 감이 올 것이다.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연료를 태우기 위한 산소 공급 뒤로 내뿜어서 동체를 전진시키는 매체 양력을 일으키는 매체
왕복 엔진 자동차 O. 그래서 배기가스 기반 과급기가 달려 있으면 출력이 더 향상될 수 있음 X. 자동차는 지면에 타이어를 굴려서 나아감. 배기가스는 과급기 정도에나 쓰고, 대체로 그냥 버려짐 X. 양력이 발생하면 고속 주행 중에 차가 떠서 접지력을 잃음. 스포일러 있음.
고정익 비행기 O. 주행풍 기반 과급기가 선택이 아닌 필수 O. 비행기 엔진이 터빈 친화적인 주 이유임. 엔진 종류에 따라 단순 통과 공기 vs 연소시킨 배기가스의 비율이 케바케이나, 일반적으로 전자가 더 큼 O. 비행기는 뜨기 위해서 날개에 맞바람을 받아야 하며, 굳이 산소가 아니어도 공기 자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주 로켓 X. 산화제를 자체 내장하고 있음 X. 자체 산화제와 연료를 태운 배기가스만을 내뿜음. 공기가 없는 곳에서도 비행 가능 X. 양력이 아닌 추력만으로 비행함. 공기는 그저 저항과 마찰열을 일으키는 존재일 뿐. 날개 없음.
초음속 자동차, 비행선 (비교용) O O X
글라이더 (비교용) X X O
헬리콥터 (비교용) O X O

자전거에게는 변속기가 없어도 상관없고 있으면 오르막과 고속 주행을 더 수월하게 해 주는 부품이지만, 자동차에게는 변속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처럼 자동차에게는 터보차저(과급기, 압축기..)가 없어도 상관없고 있으면 출력을 더 올려 주는 부품이지만.. 비행기에게는 무슨 램 제트 급이 아닌 이상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헬리콥터는 비행기계의 오토바이 같은 물건이 아닌가 싶다. 일반 사륜 자동차보다 더 작고, 자동차로 불가능한 기동이 가능한 반면, 더 불안정하고 위험하다는 점에서 말이다. 뭐, 그렇다고 에어쇼 곡예 비행을 헬리콥터로 하는 건 아니니 회전익-고정익의 관계가 이륜-사륜 자동차의 관계와 완전히 동일한 건 아니다.

이런 기술 디테일을 생각해 보면..
온갖 SF물에서 우주를 날아다니는 전투기가 비행기와 너무 흡사하게 날개까지 달린 채로 묘사되었다거나..;;
심지어 팔· 다리 달린 보행 로봇이 공중에서 합체하는 장면이 현실과 얼마나 극과 극으로 동떨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6. 터보 팬

제트 엔진 중에는 오리지널인 '터보 제트' 말고도 바리에이션인 '터보 팬'이라는 게 있다.
얘는 터보 제트와 비슷하지만, 압축기보다도 앞인 제일 앞면에 엔진 자체의 직경보다 훨씬 더 큰.. '팬 블레이드'라고 불리는 바람개비가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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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자동차 타이어의 휠 같다..;; 참고로 저 바람개비 하나하나가 평범한 직선이나 프로펠러 같은 선형이 아니며, 유체역학적으로 아주 신경 써서 예술의 경지에 가깝게 디자인된 것이다.)

그래서 엔진의 뒤쪽에서는 (1) 연소까지는 되지 않고 팬 블레이드에 의해 빨려들어가서 밀쳐진 공기가, (2) 중앙에서 엔진에 들어갔다가 연료와 함께 연소되고 뿜어진 배기가스를 감싼 형태로 같이 분출된다. (1)의 양이 (2)의 양보다 훨씬 더 많으며, 그 비율을 일명 '바이패스 비율'이라고 부른다.

물론 같은 크기의 엔진에서 같은 양의 연료를 주입했을 때.. 터보 팬은 더 큰 블레이드를 돌리고 엔진 주변의 공기까지 건드려야 하니 엔진 내부에서 분출하는 배기가스의 속도는 어쩔 수 없이 감소한다. 그러나 분출되는 공기의 총량은 속도가 감소한 것을 보상할 정도로 더 많아진다. 운동 에너지 1/2 mv^2에서 v 말고 m 말이다.

그럼.. 터보 프롭의 프로펠러도 회전 운동을 통해 주변 공기를 뒤로 밀쳐 주는 건 마찬가지인데, 팬 블레이드가 프로펠러와 차이점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팬 블레이드는 공기를 더 집중해서 끌어모으기 위해서인지, 프로펠러와 달리 주변에 동그란 테두리(덕트)가 감싸져 있다. 그리고 날개깃이 프로펠러보다 훨씬 더 많으며, 회전 속도도 프로펠러보다 더 높다.

뭐, 얘도 프로펠러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물건이지만, 프로펠러와 동일한 방식으로 공기를 밀쳐내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팬 블레이드는 본진에 속하는 제트 엔진의 배기가스와 조화를 이루고 엔진 효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주변 공기의 흐름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엔진의 바이패스비를 올리려면 팬 블레이드가 엄청나게 커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크기를 무한히 키울 수는 없다.
터보 팬은 터보 제트와 같은 출력을 가정했을 때, 분출되는 엔진 배기가스의 역할의 일부를 바이패스되는 일반 공기에다가도 분담시킨 형태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속도의 역할을 질량에다가도 일부 분담시켰다.

이런 이유로 인해 터보 팬 엔진은 출력에 비해서, 특히 프로펠러 엔진과 비교했을 때 소음이 적으며 상대적으로 정숙하다. 터보 제트보다 연비도 더 좋다. 저소음 고연비라니, 이건 민간 여객기로서 매우 큰 장점이다. 그래서 오늘날 여객기들은 모두 터보 팬으로 물갈이됐다.

그에 반해 터보 팬의 단점으로는 터보 제트보다 엔진 구조가 더 복잡하고 비싸다는 것, 그리고 질량 지향에다 바이패스 공기에 의존적인 특성상, 오리지널 터보 제트만치 고속 지향적이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터보 제트는 프로펠러로는 가능하지 않던 마하 2~3급의 전투기에도 쓰이고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에도 쓰이지만, 터보 팬은 아음속~마하 1대의 속도에서 가장 효율적이다. 터보 프롭보다는 고속이지만 터보 제트보다는 저속 영역을 접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가 본격적으로 음속을 돌파하려면 어차피 엔진의 특성이나 성능 말고 다른 영역들에서도 극복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 여객기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속 900~1000km대의 아음속을 유지하고 있으며, 뒷바람을 제대로 타거나 하강할 때에나 살짝 잠깐 초음속이 나오는 정도이다.

7. 램 제트

끝으로, 제트 엔진 중에는 로켓 엔진에 가장 근접하고 마하 3~5에 달하는 극초음속 최고속 비행에 최적화된 최종 단계의 물건이 있다. 이름하여 램 제트이다.
얘는 로켓 같은 자체 산화제 없이 외부 공기에 의존하지만(= 우주 비행은 불가).. 터빈과 압축기도 없다. 동체의 주행 속도가 워낙 상상을 초월하게 빠르기 때문에 그 압도적인 주행풍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공기가 유입되고, 초음속 충격파 발생 구간으로 압축도 자동으로 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터빈 없는 제트 엔진은 기계 구조가 더 단순하고 산화제 없는 로켓 엔진이라 볼 수도 있는데.. 그 대신 얘는 저속에서는 공기가 부족해서 연소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리고 램 제트조차도 마하 5 정도를 넘어서면 비실대기 때문에.. 연소실 내부의 공기의 흐름까지 초음속으로 증속시켜서 그 한계를 극복한 '스크램 제트'라는 파생형도 있다. 물론 그 상태로 엔진 점화 상태를 유지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램 제트급의 엔진이 사람이 여럿 타는 비행기에 적용된 예는 있을 리가... 아직까지는 가벼운 무인기나 미사일 같은 발사체용이다. 그래도 산화제를 안 실어서 더 가볍고 저렴한 상태로 외부 공기를 잘 활용해서 극초음속으로 날아가는 비행체이니.. 이쪽도 수요가 끊길 일이 절대로 없는 연구 분야이다.
아울러, 비행체가 처음부터 초음속 비행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속도대별로 한 엔진이 터보 제트와 램 제트로 모드를 전환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 엔진을 만드는 것도 어마어마한 개발비와 다양한 실험실, 주행 시험장이 필요한데 이런 비행기 엔진의 연구 개발과 실험· 테스트는 어떻게 진행될지 참 신기하기 그지없다.

  • 자동차: 주행하는 동안 언제나 시동이 켜져 있지만(수 시간), 시동 유지를 위한 최소 출력만 내거나 퓨얼컷까지 된 상태로 타력 주행인 시간도 많음. 운전하는 동안 내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게 아니므로.
  • 비행기: 주행하는 동안 엔진 상시 가동이며, 예외적인 활강 상태가 아니면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출력을 내고 있음. 고도를 현상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자동차로 치면 계속해서 오르막을 주행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비행선이 아님)
  • 로켓: 지구 궤도에 도달할 때까지, 혹은 궤도 수정이나 이탈 등을 위해 단 몇 분 동안만 가동됨.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많은 연료를 다 써 버림. 나머지 시간은 모두 그냥 천체의 중력에 이끌리는 관성 운동.

Posted by 사무엘

2019/11/28 08:33 2019/11/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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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석유(휘발유, 등유, 경유..)가 아니고 전기도 아니고 뭔가 석유에 준하는 연료인 '가스'에 대해서 그 특성과 기술적인 디테일을 지금까지 잘 모르고 지냈다.
가스라는 건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한 물질이며, 종류별로 끓는점에도 차이가 있다. 끓는점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저장하고 활용하는 방법에도 차이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공기업에도 가스 공사와 석유 공사가 괜히 분리돼 있는 게 아니다. 채굴하고 다루고 사업을 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영어에서 egg가 계란도 되고 더 보편적인 알도 되듯(저그 럴커 에그..), gas는 보편적인 기체라는 뜻이 있는 한편으로 특별히 가연성 기체 연료 가스라는 뜻도 있고, 심지어 미국 한정으로는 가솔린 휘발유의 준말 역할까지 한다(gas station). 물론, 석유는 상온에서 액체인 반면(끓는점이 수십~수백 도), 가스는 끓는점이 얼마이건 상온과 지표면 대기압 하에서 말 그대로 기체라는 점은 공통이다(끓는점이 -수십 도).

알코올이 에탄올과 메탄올 두 종류로 나뉘는 것처럼, 연료--가열과 동력원 모두--로 쓰이는 가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천연 가스인 LNG, 또는 석유 가스인 LPG. 두 이니셜에서 L은 모두 액화했다는 뜻이다.
LPG는 석유의 범주에 드는 추출물 중에서 그나마 분자량이 작고 제일 낮은 온도에서 기화· 증류되어 나오는 놈인 반면, LNG는 그보다 더 가볍고 석유의 범주를 벗어나는 물질이라는 차이가 있다. 다들 탄화수소 계열의 화합물인 건 동일하지만 말이다.

LNG의 주성분은 흔히 메탄 가스라고 불리는 메테인이며, LPG의 주성분은 프로페인(프로판..)과 뷰테인(부탄)이다. 하지만 뷰테인 같은 물질은 천연 가스와 같이 섞여서 추출되기도 하고 석유 원유에 녹아 있기도 하다. 그러니 출처의 경계가 모호한 구석이 있다.

석유는 장구한 시간 동안 화석화와 탄화까지 거친 뒤에야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메테인 정도는 식물 유기물이 잔뜩 부패할 때도 간단하게 생성된다. 괜히 '천연' 가스라고 불리는 게 아니며, 매장량도 석유보다 훨씬 더, 석탄 급으로 매우 풍부하다고 여겨진다. 우리나라 동해에서 많이 채굴되고 있는 것 역시 이것이다.

사실, 천연 가스는 애초에 유전 근처에서도 많이 채굴된다. 하지만 천연 가스를 따로 수집하고 내보내는 전문적인 시설이 없다면, 얘는 아깝지만 불태워서 없애 버리곤 한다. 가만히 놔두면 불시에 화재· 폭발 사고를 일으켜서 유전을 통째로 날려먹는 골칫거리 지뢰가 되기 때문이다.

LNG와 LPG 중 더 작고 단순한 설비로 인간이 당장 활용하기 더 용이한 것은 LPG이다. LPG가 좀 더 묵직한지라, 액화시켜서 작은 부피로 저장하고 수송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LPG는 공기보다 무겁지만 LNG는 공기보다 가볍다. 그래서인지 단위 분자량당 열량도 LPG가 조금 더 크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가스레인지에서 사용하는 가스가 LPG였다. 얘는 무겁고 두꺼운 금속으로 만들어진 길쭉한 '가스통'의 형태로 배달하곤 했다. 본인은 어린 시절에 살던 집에서 가스 배달(?)이 오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석유를 담는 통이 제리캔이나 드럼통이라면 가스는 저런 통에다가 담았던 셈이다.
또한 휴대용 가스레인지에서 쓰이는 일명 '부탄 가스', 그리고 라이터에 들어있는 액체 연료도 다 LPG 계열의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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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요즘은 집집마다 가스통을 교환하던 번거로운 관행이 진작에 사라졌으며, 수도관이나 송유관처럼 가스관을 통해 가스 레인지나 가스 보일러에 가스가 손쉽게 공급되고 있다. 이건 도시 차원에서 '도시 가스'라는 명목으로 각 가정에 천연 가스를 연료로 공급하는 인프라가 구축된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생각해 보면 이건 매우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긴, LPG는 가스 레인지에 쓰이고 난방용으로는 안 쓰였던 것 같다. 내 기억이 맞다면 연탄 아니면 등유 기름 보일러를 썼겠지?
국내에서는 제주도만이 2019년까지 도시가스 인프라가 없어서 LPG 가스통과 기름 보일러가 여전히 현역인 최후의 보루이다가.. 2020년에야 드디어 도시가스가 개통했다고 한다.

물론 집집마다 가스관을 구축하고 연결하는 초기 비용은 분명 만만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게 일단 이뤄지고 나면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 가스 대신, 더 풍부한 천연 가스를 굳이 힘들게 '액화'시키거나 압축할 필요 없이 기체 상태 그대로 손쉽게 공급할 수 있다.
천연 가스는 LPG 가스통 수준의 용기에 담기에는 효율과 경제성이 매우 떨어지며, 가스관이 저렇게 구축됐다면 그 관으로 굳이 석유 가스를 공급할 필요가 없다. 이는 전기 교통수단으로 치면 배터리 대신 전차선이 쫙 깔리는 것과 같다.

또한, 천연 가스가 약간이나마 더 안전한 것은 덤으로 얻는 장점이다. 얘는 누출돼도 공기보다 가벼워서 하늘로 싹 올라가 버리는 반면, 석유 가스는 누출되면 지면에 내려앉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쌓이고 쌓여 있다가 불꽃을 만나면 한꺼번에 펑 폭발해서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것이다. 연탄이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있다면 LPG는 이런 식의 누출과 폭발 위험이 있다.

이렇듯, 천연 가스는 액화시켜서 많은 양을 한데 저장하고 수송하는 기술이 개발된 뒤에야 에너지원으로 활용 가능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1) 파이프를 통해 있는 상태 그대로 공급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 정도 시설까지 구축할 여력이 안 된다면 (2) 온도를 -160도 가까이 낮춰서 액화시킨 LNG 형태로 수송한다(부피 1/600 감소).

선박만 해도 LNG선은 유조선보다 만들기 훨씬 더 까다롭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탄소가 붙은 천연 가스가 이 정도인데, 하물며 압축이나 액화가 더 어려운 쌩 수소는 연료로서의 실용화가 얼마나 더 난감할지가 같이 상상이 될 것이다. 그을음 없고 해양 오염 걱정도 없는(유조선의 기름 유출 사고..) 깨끗한 에너지원을 개척하는 일은 어떤 형태로든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유전에서 아까운 천연 가스를 그냥 불태워 없애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위의 (1), (2)보다 소규모 설비로 천연 가스를 꽉꽉 쑤셔넣는 방법은 저온 대신 고압을 미는 것이다. 일명 (3) 압축 천연 가스.. CNG이다. 이건 같은 부피의 탱크에 저장 가능한 가스의 양이 LNG의 1/3 남짓밖에 안 되지만(부피 1/200 감소) 천연 가스를 기술의 힘으로 기존 석유 가스처럼 활용 가능하게 하는 나름 합리적인 tradeoff이다. 얘는 짐작하다시피 교통수단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럼 이제 가스로 다니는 차량에 대해서 얘기를 해 보자.
가정용 연료에 LPG가 먼저 쓰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차량용 연료도 LPG가 먼저 쓰였다. LPG 차는 토크가 딸리는지 가속력이 약간 부족한 것 외에는 휘발유 차와 기술적으로는 그다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석유 연료를 통한 세수 확보 문제 때문에, LPG 승용차는 택시나 렌터카 같은 영업용 차량 형태로만 허용되었다. 자가용은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만이 아무 제약 없이 소유 가능했다. 일반인은 경차, 7인승 이상의 큰 차, 아니면 5년 이상 차령의 중고차라는 괴상한 형태로만 LPG 차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점점 제약이 완화돼서 올해 4월부터는 일반인도 자유롭게 LPG 차를 굴릴 수 있게 됐다. 자가용 굴리는 서민들에게 석유 차만 강요해서 유류세를 걷는 것보다, 친환경 차를 타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나랏님이 판단한 모양이다. 안 그래도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이만저만 고달픈 게 아니니 말이다.

참고로 다마스와 라보는 같은 경차 승용차들처럼 연료가 휘발유일까, 아니면 여느 승합차와 트럭처럼 경유일까 문득 궁금했는데.. 어느 것도 아닌 LPG 전용이라고 한다. 휘발유는 돈 한 푼이 궁해서 생계형 경차 상용차를 뽑은 서민에게 어울릴 것 같지 않고, 디젤 엔진은 그 작은 차체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 결국은 이도 저도 아닌 제3의 선택을 한 셈이다.

LPG 차량은 처음부터 제조사에 의해 LPG 전용으로 나온 것, 아니면 휘발유 차량이 개조되어 휘발유/LPG 겸용이 된 것 이렇게 두 계열로 나뉜다. 겸용의 경우 오지에서 가스 충전소를 못 찾으면 아쉬운 대로 휘발유로 달릴 수 있으니 좋긴 하지만.. 마치 전기 하이브리드 차량처럼 평소에 차가 더 무거워지고, 가스통 때문에 트렁크의 용량이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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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가스는 디젤이나 하이브리드처럼 평소에 차를 엄청 많이 굴리는 운전자가 연료비 절감을 위해 고려하는 여러 카드들 중 하나인 것 같다. 초창기의 LPG 엔진은 마치 디젤처럼 추운 겨울에 시동이 잘 안 걸리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것은 LPI라는 직분사 기술이 개발되면서 그럭저럭 해결된 모양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천연 가스 차량이다. LPG 차량은 있어도 LNG 차량은 없다. 천연 가스는 자동차 수준 크기의 설비에서 액화해서 굴릴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CNG 형태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CNG 엔진과 LPG 엔진은 서로 호환되지 않으며, 충전소도 서로 다르다. 동일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같이 팔듯이 동일한 가스 충전소에서 석유 가스와 천연 가스를 같이 제공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

CNG 엔진은 LPG 엔진과는 차원이 다른 신기술로 여겨지며, 국내에서는 시내버스의 형태로 먼저 등장했다. 마치 전국 지하철에 스크린도어가 단기간에 쫙 깔린 것처럼, 우리나라는 전국의 시내버스들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단기간에 CNG 기반으로 싹 물갈이 됐다.
이건 도시의 대기 오염을 완화하는 데 실제로 매우 큰 기여를 했다. 엔진이 달린 버스 뒷면에서 시커먼 그을음을 볼 일이 없어진 것이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버스 말고 소형차 승용차가 처음부터 CNG 형태로 만들어진 건 현재로서는 없다. 안 그래도 LPG 충전소도 부족해서 난리인데 CNG는 뭐.. 버스에서도 CNG가 시내버스 수준에서만 머물고 시외· 고속버스 버전이 없는 이유는 엔진 출력 문제라기보다는.. 충전소 문제, 항속 거리 문제, 그리고 커다란 가스통으로 인한 짐칸 공간 감소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으로 CNG 차량이 늘어난다면 천연 가스 충전소는 오히려 건물의 기존 도시가스 인프라를 이용해서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기존 승용차를 CNG 겸용으로 개조하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게다가 이건 진작부터 LPG 같은 일반인 접근성 제약이 없고 누구나 개조 가능했다! 같은 가스차여도 LPG와 CNG는 이렇게 법적· 기술적 계보가 달랐던 셈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 없으니 CNG 승용차는 그냥 아는 사람만 사용하는 전유물이 돼 왔다.

CNG도 몇 년만 굴리면 개조 비용을 회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연료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절약된다고 한다. 다만, CNG는 충전소가 더 부족한데 항속 거리는 LPG보다 더 짧은 것이 분명 큰 단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잘 생각해 보고 선택해야 한다.

앞으로 수소, 전기 하이브리드 등 자동차의 에너지원은 더욱 다양해지고, 시대의 변화에 맞게 관련 법이나 규제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가스 엔진은 석유 가스건 천연 가스건 압축 착화가 아니라 휘발유 엔진처럼 점화 플러그가 쓰인다고 한다. 얘는 아무래도 경유보다는 근처의 휘발유와 성격이 비슷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걸로 디젤의 전담 영역인 커다란 버스까지 굴린다니 대단한 노릇이다.

여담으로..

  • 천연 가스를 수송하는 LNG선에는 원양어선의 생선 냉동 기능을 아득히 초월하는 초강력 초저온 냉동 기능이 필요하며, 천연 가스 기반 엔진도 덩달아 존재한다. 수송하던 LNG가 온도 관리가 안 되어 조금씩 기화해서 부피가 커져 버리고 팽창을 감당을 못 하게 되면, 그걸 엔진으로 보내서 배를 움직이기 위한 연료로라도 써먹게 해야 덜 아깝기 때문이다.
  • 석유는 저런 가스들과 달리 상온에서 액체이지만, 그래도 이런 일반적인 특성과 별개로 '유증기'라는 게 있기 때문에 여전히 취급에 주의해야 한다. 물이 일반적인 기압에서는 100도에서야 끓지만 그래도 일정량은 상온에서도 수증기 형태로 존재해서 공기 중의 습기를 형성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 그리고 가스를 보충하는 건 주유라고 안 하고 충전(??)이라는 용어가 정착해 있다. 교통카드의 돈도 충전하고 가스도 충전하고... 이때는 한자가 電(전기)이나 錢(돈)이 아니라 塡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10/24 08:33 2019/10/2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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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교통수단

1. 기술 디테일

자동차가 자그마한 승용차 급이다가 대형 버스나 트럭 내지 그 이상으로 커지면 내부 구조가 다음과 같이 바뀐다.

(1) 엔진
휘발유 기반이다가 디젤로 바뀐다. 디젤 엔진은 휘발유 엔진보다 더 복잡하고 무겁고 비싸지만 저속 토크가 더 강하며, 실린더의 개당 부피에 제약이 없어서 엔진의 대형화에 근본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령, 4기통만으로 4000cc에 달하는 엔진은 디젤로는 구현 가능하지만 휘발유로는 가능하지 않다. 이런 차이는 양 엔진의 점화 방식의 차이 때문에 존재한다(점화 플러그 vs 압축 착화).

물론 디젤 엔진 정도야 대형차 전용인 건 아니며 소형 승용차에도 쓰인다. 하지만 반대로 휘발유 엔진이 대형차에서 쓰이는 일은 없다. 휘발유 엔진의 GDI와 디젤 엔진의 CRDI는 둘 다 direct injection으로 끝나는데 각각 자기 분야에서 무엇을 크게 개선한 기술인지 궁금해진다.

참고로, 자동차 말고 타 교통수단들도 작은 놈은 자동차 같은 왕복 피스톤 엔진을 사용한다. 그러다가 덩치가 더 커지면 철도 차량은 아예 전기 모터로 갈아타고 비행기는 제트 엔진을 장착하게 된다.

(2) 브레이크
승용차 수준에서는 방열 성능과 정비성이 더 뛰어나고 제동력 조절도 용이한 디스크 방식이 앞뒤 바퀴에 모두 쓰인다. 그러나 대형차로 가면 닥치고 제동력이 더 좋은 드럼 방식이 적어도 뒷바퀴에는 여전히 지존이다. 다만, 대형차 말고 아예 경차도 원가 절감을 위해 드럼 브레이크가 쓰이곤 한다.

그리고 승용차와 소형 트럭에서는 제동력을 전하는 매체가 브레이크액이라는 액체인 반면, 중형급 버스나 트럭(4~5t쯤?)부터는 역시나 성능이 좋다는 이유로 압축 공기가 쓰인다. 대형차에서 걸핏하면 '축~ 취익~' 방귀 소리가 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브레이크는 짧은 시간 동안 너무 자주 많이 밟으면 엔진만큼이나 과열될 수 있다. 브레이크액이 끓을 정도가 돼서 페달을 밟아도 쑤욱 들어가기만 하고 제동이 전혀 안 걸리는 것은 vapor lock 현상이다. 그리고 브레이크 패드가 달궈져서 제동력이 떨어지는 건 fade 현상인데, 디스크보다는 드럼 방식이 더 취약하다.
대형차는 브레이크액 방식이 아니니 vapor lock 현상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fade 현상과 아예 공기압의 고갈을 조심해야 한다. 계기판에 브레이크 공기압 게이지가 달려 있다.

(3) 변속기
승용차급에서는 자동 변속기가 대세가 된 반면, 대형 상용차(트럭, 버스)에서는 차량 가격과 성능, 연비 같은 효율 문제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수동 변속기가 주류이다.
그리고 100~400마력짜리 자동차 레벨에서 수동 변속기라면 그냥 톱니바퀴만으로 감당 가능하다. 철도 차량도 짤막한 디젤 동차는 이런 식으로 동력을 변환한다.

그러나 수천 마력의 출력으로 여러 객차를 끄는 기관차에서 기어만으로 동력 변환을 하려면 변속기가 너무 커지고 복잡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효율은 약간 떨어지지만 동력을 간접적으로 전해서 변환하는 유체 변속기 내지 토크 컨버터가 쓰이며, 자동차에서도 자동 변속기는 이 방식을 쓴다.

아울러, 전기도 교류는 같은 전력에서 전압-전류 출력 변환이 용이하니, 대형 디젤 기관차는 변속기 오일 대신 전기를 중간 매체로 사용해서 디젤 전기 기관차 형태인 게 보통이다.

사실은 철도 차량까지 갈 것 없이 버스 중에도 저상 버스는 커다란 물리적인 기어박스를 원하는 형태로 밑에 장착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인해, 불가피하게 자동 변속기가 장착되어 왔다. 허나 최근에는 그런 기술적인 한계가 극복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저상 버스에도 수동 변속기가 널리 보급되면 기사가 운전하기는 더 힘들지만, 버스 회사의 입장에서는 구입 단가가 저렴해질 수 있겠다.

(4) 서스펜션
세상의 자동차들은 바퀴와 차체가 곧이곧대로 딱딱하게 붙어 있는 게 아니다. 한쪽으로 충격을 받으면 그걸 흡수하여 반대편으로 들썩거린다. 마치 초고층 빌딩이 바람을 맞으면 미세하게나마 흔들리게 설계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 같다.

육상 교통수단에는 이걸 담당하는 서스펜션 내지 현가장치라는 게 있어야 좋은 승차감이 보장될 수 있다. 자동차가 아닌 마차 시절에도 초보적인 형태의 현가장치는 고안되어 쓰여 왔다.
철도는 길이 워낙 곧고 부드러우니 차량에 이런 게 전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만, 그래도 거기에도 간략하게나마 자동차와는 다른 형태의 현가장치가 있다. (철도 차량에는 차동 기어는 없음. 커브를 돌 때 좌우 바퀴의 회전수를 달리하여 동력을 전하는 장치)

승용차의 바퀴 주변을 보면 지면과 수직으로 코일 내지 스프링이 둘러진 막대기가 보이는데, 그게 서스펜션이다. 더 세부적인 방식으로는 multi-link 방식, rigid axle 방식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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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 대형 트럭의 뒷바퀴를 보면 통상적인 스프링이 아니라 무슨 활 모양의 휘어진 작대기가 지면과 수평으로 여러 겹 둘러진 게 보인다. 요것은 대형차에서 주로 쓰이는 판(leaf) 스프링 서스펜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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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스프링 서스펜션은 코일 스프링보다 승차감이 별로이지만, 그래도 역시나 저렴하고 강한 충격과 하중에도 안 부러지고 버티기 때문에 천상 대형차용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정비를 제대로 안 하다가 판 스프링 중 일부가 주행 중에 부러져서 떨어지고, 그걸 뒷차가 밟는 바람에 휙 튕겨 날아가서 주변의 차들에게 사고를 유발하는 민폐를 종종 끼치곤 한다.

특히 지난 2018년 1월, 중부 고속도로 이천시 구간에서는 달리던 승용차의 앞으로 웬 철판이 날아들어 신혼 부부 신랑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고가 났는데.. '죽음의 철판'이라고 불린 그 물체도 바로 불상의 화물차에서 부러지고 떨어져 나간 판 스프링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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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밟아서 반대편 차로로 튕긴 주범은 어느 관광버스였다. 경찰에서 두 달이 넘게 빡세게 CCTV를 판독하고 조사한 끝에 기어이 찾아냈다. 하지만 깜깜한 밤에 길쭉한 철판 조각이 떨어진 것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 버스 기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철판을 떨어뜨린 차량은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2. 특수한 대형 자동차

세상에는 엔진이 달렸고 바퀴가 굴러가지만,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일반 도로에서 주행할 수 없는 자동차가 있다. 이런 차들은 특수한 구역 내부만 주행할 수 있으며, 통상적인 등록 절차를 거친 '바사아자'(자가용일 리는 없을 테니) 번호판이 달려 있지도 않다.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 없는 이유는 대체로 길이나 폭 같은 크기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에버랜드의 주차장 셔틀버스가 좋은 예이고, 더 일반적으로는 공항 계류장에서 이런 특수한 자동차들이 여럿 볼 수 있다. 비행기를 활주로까지 밀고 당겨 주는 토잉카라든가, 탑승교가 없는 공항에서 승객을 비행기까지 단거리 수송하는 일명 램프 버스/에이프런 버스 말이다.

전자의 경우, 보잉 747급의 대형 여객기를 옮겨 주는 물건은 공사장이나 탄광에서 쓰이는 어지간한 중장비· 건설 기계보다도 출력이 훨씬 더 높다. (거의 1000마력 근처) 토잉카는 바퀴의 공전 현상 없이(= 충분한 접지력) 비행기를 견인하기 위해 자기 자신부터 엄청나게 무겁게 만들어지며, 엔진도 그에 상응하는 출력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램프 버스는 어차피 경사가 전혀 없는 공항 계류장만 다닐 테니 기존 시내버스보다도 바닥이 극도로 낮다. 폭과 길이는 도로교통법에서 규정된 한계를 씹어먹을 정도로 더 크지만(비행기 승객을 한번에 모두 태우기 위해서) 좌석은 아예 전혀 없다. 도시형 입석 시내버스보다 더 단거리 가축 수송에 최적화돼 있는 셈이다.

얘들은 차량 크기뿐만 아니라 배기가스 규제 쪽도 통상적인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오래된 연식의 차량도 계속 굴러다닌다고 한다. 글쎄, 아예 전기차로 바꿔 버려도 될 것 같다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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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국내의 경우 원주 공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터미널과 활주로가 1.7km 가까이 멀리 떨어져 있으며, 중간에 일반 차도를 지나야만 두 장소를 왕래할 수 있다. 그래서 램프 버스도 일반 자동차들과 동일한 번호판에 동일한 체격인 일반 버스이다. 뭐, 저기는 국제 공항도 아니고 제주도 행 대한 항공 여객기가 하루 한 편 다닐까 말까인 군소 공항이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기면 된다.

공항을 벗어나서 여객이 아닌 화물· 중장비· 건설 기계 분야로 가면 역시나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특수 차량을 볼 수 있다.
Mack Titan처럼 road train이라고 불리는 초대형 트레일러는 그래도 그 나라의 도로교통법에 맞게 설계되었고 일반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이다. 그것 말고.. 광산에서 쓰이는 트럭 중에는 통상적인 길이· 높이· 폭과 축중량 한계를 몽땅 무시한 괴물이 있다. Terex Titan, Komatsu 930E, CAT 797F 이런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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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은 공장에서 생산되고 나서 광산 현장으로 이동은 어떻게 했겠는지 궁금하다.
하긴, 가끔은 여러 개의 차선을 점유하는 초대형 화물--로켓 부품 같은?--을 일반 도로에서 트레일러로 불가피하게 수송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는 미리 허가를 받은 뒤에 앞뒤로 에스코트 하는 차량을 두고 옛날 적기 조례가 적용되었던 것처럼 진짜 살금살금 조심조심 움직여야 한다. 이런 짓은 주변에 끼치는 민폐가 크기 때문에 한밤중에 몰래 하는 편이다.

3. 쌍동체 비행기

지금까지 글이 대부분 초대형 특수 자동차 위주로 진행됐는데, 초대형 특수 비행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글을 맺도록 하겠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는 An-225 내지 에어버스 A380이 1위를 다투고 있다. 비행정까지 포함하면 옛날의 휴스 H-4 허큘리스가 명목상 최대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마치 아이스크림 쌍쌍바처럼 꼬리날개를 포함한 동체가 둘로 구성된.. '쌍동체' 비행기가 있었다. 뭐 그때는 쌍동체라고 해 봤자 기체 전체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복엽기만큼이나 당대의 제한된 기술만으로 비행기의 성능과 수송력을 끌어올리려던 여러 시도 중 하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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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상 과학 소설에서는 보잉 747 같은 대형 여객기가 2개 내지 3개의 동체로 편성돼서 한번에 무슨 타이타닉처럼 1000~2000명씩 타는 게 묘사된 걸 본인은 읽은 기억이 있다. 무슨 열차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얼추 비슷하게 현실이 된 게 있다.
Stratolaunch라는 회사에서 로켓을 완전 지상이 아닌 공중에서 저렴하게 발사하기 위해, 로켓을 실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특수 쌍동체 비행기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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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폭이 117m에 달한다고 한다. 기체 대비 저 깨알같은 사람의 크기를 비교해 보시라..;;
얘도 통상적인 규격 하에서 만들어진 공항 활주로에서 이착륙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휴스 H-4 허큘리스를 제치고 전세계에서 폭 하나는 제일 큰 비행기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폭만 무식하게 크고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가녀리게 생긴 저 비행기에서 로켓 발사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엔 이런 식으로 특이하게 거대하게 생긴 특수 목적 교통수단이 분야별로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선박이야 원래부터 워낙 거대한 놈 천지이며, 뭔가 외형이 크게 특이하게 바뀌면서 덩치가 커지는 게 없으니 논외로 하자.

Posted by 사무엘

2019/10/06 08:33 2019/10/0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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