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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대와 현대의 전쟁 방식 차이 복습

옛날 전쟁에서는 겨우 성을 하나 정복하는 것만 해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사다리를 타고 오르거나 같은 높이의 언덕을 쌓는 등 별짓을 다 해야 했다.
그리고 해전에서는 배와 배끼리 접근하여 부딪치고, 발판을 놓아서 상대편 배로 건너가서 칼싸움을 벌였다. 적선은 완전히 부수고 침몰시키기보다는 나포해 오는 게 더 현실적이었다. 뭐, 목선이었으니까 아예 불질러 없앨 수는 있겠지만 그랬다가 잘못하면 아군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적의 군함을 노획(!)해 오는 병사는 그야말로 평생 놀고 먹어도 될 정도의 포상을 받았다. 군량미 한 섬을 적군 것을 노획해도 그건 아군이 일일이 수송해 온 군량미의 10배가 넘는 전술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는데 하물며 배는 뭐.. 그 정도로 보상해 줘도 국가의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였다. 지금 우리나라도 단순 간첩 신고 포상금보다 "간첩선"의 신고 포상금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뭐, 그렇게 눈에 보이는 전과를 세우는 병사 말고 공성전에서 사다리를 제일 먼저 오르기, 전열보병(!!) 시절에 제일 앞줄에서 머스킷 주고받기.. 이렇게 제 발로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이지만 누군가가 반드시 맡아야만 하는 임무에도 동기 부여를 위해 엄청난 포상과(생사 여부 무관), 반대로 도주 시 엄청난 처벌이 뒤따르곤 했다.
무기의 화력이 부족하고 부족하고 시설이 열악하던 옛날에는 어느 분야의 조직에나 닥치고 근성 의지드립 똥군기가 지금보다 얼마나 더 횡행해야만 했을지가 짐작된다.

그런데 화포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이런 싸움의 양상이 바뀌었다. 갑옷이 없어지고 방탄복으로 바뀌었다. 공성전이라는 것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성을 쌓는 게 아니라 참호를 잔뜩 파서 방어하는 전술이 잠시 등장했다가 그걸 뚫기 위해 탱크라는 게 발명되었다.

현대의 해전은 교전 거리가 이미 수~수십 km에 달하며, 포탄은 보이지도 않는 까마득히 먼 곳에서 날아온다. 눈에 보이는 거리에서 총탄을 교환하는 건 그냥 백병전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그러니 제2 연평해전 때 배 옆구리를 들이대서 막던 기동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하고 불리한 짓이었는지도 다시 생각을..)

이렇게 먼 거리에 포를 정확하게 쏘려면 직사가 아니라 중력과 공기 저항을 감안한 곡사 궤적은 물론이요, 심지어 지구가 둥근 것까지도 감안해야 한다. 해수면이 무한한 평면이라고만 단순하게 가정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 쏘는 방향에 따라서는 심지어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향력도 고려 대상이 된다. 포 하나 쏘는데 오만 물리 지식이 동원된다. 그게 바로 오늘날의 전장의 현실이다.

그래서 20세기 초· 중까지는 군함이 크기가 왕창 커졌다. 돛 달린 목선이 엔진 달린 철갑선으로 바뀐 데다, 배가 커지면 더 많은 사람이 타고 더 멀리 더 오랫동안 항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함포도 그에 비례해서 더 커질 수 있으며, 더 강한 화력과 더 긴 사정거리를 보장하게 된다. 큰 배 한 척이 작은 배 여러 척보다 훨씬 더 나았다.

배의 지하에 수십 명의 노꾼들이 타고, 위에서 수병들이 화살을 쏘다가 상대편 적선으로 건너가서 칼싸움을 벌이던 시절에 비하면 상황이 얼마나 극과 극으로 달라졌는가? 멀리 갈 것도 없이 임진왜란 거북선만 해도 노꾼이 필요한 배였다.

하지만 제국주의와 세계 대전 시절이 끝나고, 군함을 폭격기와 미사일로 잡는 시대가 되면서 군함이 한없이 더 커지는 유행도 끝났다.
태평양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 자그마한 비행기들이 추락에 가까운 고각 급강하를 하면서 적국 군함에다 포탄 내지 어뢰를 떨군 뒤 튀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해야 자유 낙하만 시키는 것보다 탄의 명중률이 올라가기 때문이지만, 이건 비행기의 입장에서는 항공역학적으로나(실속..) 군사적으로나(대공포 피격 가능성..) 매우 위험한 기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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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폭탄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뢰도 군함이나 잠수함이 아닌 비행기가 투하하고 가는 게 이례적인데.. 아무래도 비행기가 군함의 머리 위로 위험하게 접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배의 아래에서 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비행기에서 발사하는 항공 어뢰는 더 높은 고도에서 더 고속으로 바닷물에 떨어져도 내부 부품이 손상되지 않고 곧장 추진과 격발이 가능하도록 성능과 신뢰도가 계속해서 개선되었다.

이렇듯, 군용기야 같은 비행기끼리 공중전을 벌이는 전투기가 있고, 지상이나 수면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폭격기도 있다.
그럼 전함은..?? 망망대해에서 같은 배끼리만 싸우는 것 같지만.. 적당히 큰 배는 현대전에서 의외의 역할도 한다. 바로 육지에 근접해서 내륙에다 신나게 엄호 포격을 퍼부어서 아군의 상륙 작전을 지원하는 것 말이다. 얘들이 어지간한 포병 부대를 능가하는 화력을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천 내지 장사리 상륙 작전 같은 영화를 보면 이런 포격 장면을 응당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곳은 몰라도 인천의 경우, 해안이 매우 얕고 조수 간만의 차이도 심하기 때문에 군함이 한없이 안쪽으로 들어와 줄 수 없다. 해병대가 차량 지원도 없이 뻘밭을 달려서 상륙해야 되니 더욱 어렵고 위험한 작전이라고 일컬어진 것이다. 현대전에서는 옛날처럼 사다리 타고 성벽을 오른다거나 적진 참호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갈려 나가는 일은 없지만(대응 전술이 개발되었으니), 이런 해병대라든가 낙하산 메고 적진에 뛰어내리는 공수부대가 성벽을 오르는 거나 다름없어 보인다.

2. 태평양 전쟁

1940년대의 태평양 전쟁 때 활약했던 일본군 장성 중에는 야마모토 이소로쿠, 그리고 나중에 쿠리바야시 타다미치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들은 일본이 저지른 침략 전쟁과 반인륜 범죄 같은 이슈들을 배제하고 생각할 때, 군인으로서는 나름 유능한 인물이었다.

이들은 개인적으로는 미국과의 전쟁을 반대하는 소신이었다. 그저 친미나 평화주의 이념 때문이 아니라, 이 국력으로 미국 같은 나라와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는 논리적인 판단에 근거해서 반대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틀어지고 무역로도 봉쇄되는 등 국제 정세가 계속 불리하게 흘러가자..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기왕 미국과 싸워야 한다면 지금 같은 여건에서 상상 밖의 통수를 치는 것밖에 할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치 서울대를 가기 위해 수능을 무조건 만점 맞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만 잘하면 되고, 위조지폐도 무조건 완벽하게가 아니라 그저 액면가보다만 비싸지 않은 퀄리티를 투자하면 되듯.. 적당히 미국을 타격하면 쟤들로 하여금 "쟤랑 싸우면 우리가 이기기야 하겠지만 우리도 출혈이 클 테니 그건 귀찮.. 차라리 적당히 협상"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을 거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는 40여 년 전에 러시아를 꺾었듯이 이번에도 미국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신이 지켜 주는 나라이고 우리 민족은 야마토 정신이 깃든 대단한 민족이니까" 같은 근자감도 들어갔을 것이고..
그 결과 그는 1941년 12월에 그 이름도 유명한 진주만 공습을 실행해서 처음엔 실제로 굉장한 피해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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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본은 그 뒤로도 반 년 정도, 대략 1942년 5월 정도까지는 승승장구했다. 연합국 연합군이 우왕좌왕 하던 사이에 동남아시아 지역을 순식간에 정복하면서 리즈 시절을 찍었다. 맥아더 장군조차 그 기세에 밀려 필리핀에서 철수하면서 "I shall return."이라는 말을 남긴 게 그 해 3월 11일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리즈 시절은 거기까지였다.
미국은 통수에는 통수로.. 먼저 둘리틀 특공대를 보내서 일본 본토를 타격하는 깜짝쇼를 선보였다. 그 뒤 전열을 가다듬고 자기 국력을 총동원해 가히 show me the money급의 물량으로 비행기고 배고 무기고 식량이고 팍팍 찍어냈다.

일본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불굴의 정신력도 사실은 미국이 압도했다. 대공황을 버틴 깡다구에다가 일본에 대한 극도의 적개심으로 눈이 시뻘개진 젊은이들이 "꼭 입대해서 쪽발이들을 내 손으로 때려잡고 싶습니다!"라고 줄을 서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윌리엄 홀시 제독이 외쳤던 "Kill Japs, kill Japs, kill more Japs"는 요즘으로 치면 "개미를 죽입시다 개미는 나의 원쑤" 내지, 둠가이의 "Rip and tear"이나 다름없는 구호였다. 그땐 물론 임프, 카코데몬 따위가 아니라 쪽발이를 성경의 왕하 2:24처럼 찢고 죽인다는 얘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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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그 뿐이랴, 미국은 정보전마저도 일본을 앞섰다. 쟤들은 일본군의 통신 암호를 쭉 해독해서 사실상 맵핵까지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 연합군은 서부 유럽 독일군의 에니그마만 해독한 게 아니었다.
심지어는 "놈들이(일본) AF라는 곳을 공격할 거라는데 거기가 구체적으로 어딜까? 혹시 여기가 맞는지 우리가 낚시 무전을 평문으로 보내서 쟤들이 반응하는지 확인해 볼까?"라고 떠봤는데, 쟤들이 정확하게 거기에 낚여 준 덕분에 작전을 사전에 다 파악한 적도 있었다.

저기서 AF란 그 이름도 유명한 미드웨이였다. 일본이 미국의 통신을 도청했다고 자국으로 송신하는 메시지까지도 미국이 통째로 도청해 낸 것이다.
일본은 하와이와 가까이 있는 미드웨이 일대를 점령해서 영토를 넓히고 전세를 더 유리하게 이끌고 싶었지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1942년 6월에 벌어진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은 항공모함 4척을 모두 잃는 참패를 당했지만, 미국은 전쟁에 대비가 단단히 돼 있었고, 전사자 수는 일본의 1/10에 지나지 않았다. 어차피 다른 전투에서 많이 손상을 입었던 요크타운 항공모함 한 척이 격침된 것 정도가 전부였다.

미드웨이 해전은 우리 식으로 풀이하자면 미국판 명량해전이나 마찬가지인 승전보였다. 얘는 인류의 전쟁 역사상 최초로, 해전이지만 전함의 함포가 아니라 항공모함의 함재기들이 서로 먼저 마주쳐서 싸우고 적선까지 격침시킨 전투였다.
그 뒤 1942년 11월에 벌어진 과달카날 해전은 태평양 전선에서 일본의 보급로를 완전히 끊어 놓았으며, 이때부터 전세는 슬슬 미국과 연합국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듬해 4월에는 미국에서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동선과 스케줄을 '맵핵'으로 파악했다. 그래서 우연을 가장한 특별 작전을 펼쳐서 그 적장을 제거해 버렸다! 소수의 전투기를 출격시킨 뒤, 전선 시찰 중이던 저 사람이 탄 수송기를 벌집으로 만들어서 추락시키고 튄 것이다.
미국은 자신이 일본의 무전을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번 사건도 철저하게 우연한 전과로 치부했으며, 그 뒤에 일본이 의심스러워서 낚시 역정보를 퍼뜨리는 것에는 반대로 절대 응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일본을 아주 그냥 갖고 논 거나 다름없었다.

1944년의 필리핀 해 해전과 레이테 만 해전을 거치면서 일본은 더는 회생 불가능한 치명타를 입었고..
맥아더 장군은 필리핀을 떠난 지 2년 반쯤 뒤인 1944년 10월에야 귀환해서 I have returned라고 자평할 수 있었다.

1945년 2월에는 여느 전선보다는 일본에서 굉장히 가까운 곳인 이오지마 섬에 미군이 상륙하게 되었다. 이때 최선임 지휘관이었던 일본군 장성이 바로 구리바야시 다다미치이다.
그는 어차피 대세를 뒤집을 수 없다면 우리가 최대한 오래 살아서 미군의 진격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놈들을 최대한 귀찮게 하고 최대한 피해라도 끼치자고.. 지는 걸 전제로 하고 예전과 좀 색다른 전술을 폈다. 3년 전쯤의 야마모토 이소로쿠와 통하는 면이 있어 보인다.

놈들은 화력이 워낙 넘사벽이기 때문에, 엄폐물 없는 해변에서 상륙 자체를 저지하는 것은 무의미 불가능하다. 그러니 일단 상륙은 허용한 뒤, 적이 깊숙이 들어왔을 때 게릴라전을 펼치며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괴롭히면서 정신을 빼 놓았다. 그는 반자이 어택 따위 하면서 절대로 허무하게 개죽음 당하지 말고, 가늘고 길게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적을 괴롭히라고 부하들에게 훈시했다. 해변에 방어를 구축하는 게 아니라 섬 내륙 곳곳에 지하 땅굴과 동굴을 이용한 아지트 네트워크를 꾸며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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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래 봤자 섬은 끝내 함락되었고 일본군은 궤멸을 맞이했다. 그래도 구리바야시 다다미치의 전략이 적중한 덕분에 미군은 1주일이면 끝날 거라고 쉽게 생각했던 땅따먹기에 1개월이나 소모해야 했다. 그리고 상상 이상의 인명 피해도 당하게 되었다. 워낙 고생해서 그런지 이모지마 섬 전투와 관련해서는 미 해병대원들이 산꼭대기에다 성조기를 꽂는 모습의 저 사진이 유명해졌다.

바로 다음 달 3월 9일과 10일에는 이제 도쿄 대공습이 펼쳐져서 일본의 수도가 불바다 잿더미로 바뀌었다. 옥쇄 항전 운운하는 정신나간 일본을 보면서 미국은 진주만 공습을 당했을 때와는 다른 관점에서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으며, 한편으로는 저런 또라이들의 본거지에 직접 쳐들어가는 것에도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직접 쳐들어가지 않는 대신 원자폭탄을 떨구게 됐다. 이제야 일본 천황이 직접 무조건 항복을 하고 드디어 전쟁 종결..

굽시니스트 님의 ‘본격 2차 세계 대전 만화’ 시리즈를 본 게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다. 태평양 전쟁의 서막인 진주만, 그리고 피날레인 원자폭탄 사이에도 연대기별로 다양한 사건과 전투가 있었다. 2차 대전은 전역이 워낙 넓었고 전개가 드라마틱했기 때문에 영화로도 제일 많이 만들어져 나왔다. 올해 초엔 마침 영화 ‘미드웨이’가 개봉해서 본인은 아주 재미있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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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전이 전투기와 탱크가 첫 등장한 전쟁이라면 2차 대전은 로켓, 미사일, 핵무기, 컴퓨터 같은 것을 개발시킨 전쟁이다. 그래도 2차 대전을 끝으로 식민지니 제국주의니 하던 구도가 완전히 종결되었으며, 세계가 고전적인 형태의 전쟁은 없이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다시 생각해 봐도 그 시절에 일본은 정말 또라이 같은 나라였다. 쟤들이 어쩌다가 영국· 미국 하고도 사이가 순식간에 틀어졌는지 참 신통한 노릇이다.
물론 일본은 그 옛날에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항공모함과 전투기, 잠수함을 독일로부터 기술 원조를 받아서든 어떻게든 자체 제작까지 했던 대단한 선진국인 건 사실이었다. 조선 따위 범접할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안 그래도 국력이 미국에 비하면 택도 안 되는데 육군과 해군이 대립하면서 따로 놀고, 레이더는 개발해 놓은 것을 적국이 먼저 활용하고 있는데도 정작 자기는 활용을 못 하고, 거기에다 무식한 똥군기와 의지드립으로 인한 폭주, 점령한 식민지에서 차라리 예전의 백인의 지배가 훨씬 더 나았다고 원주민들이 학을 뗄 정도의 폭압 학정 병크 등..
전반적인 행정 시스템과 정신 세계랄까.. 그런 소프트웨어들이 도저히 미국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결국 일본 제국은 총체적 난국을 겪으면서 비참하게 몰락하고 전쟁에서 졌다.

Posted by 사무엘

2020/04/07 08:34 2020/04/0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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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량형 이야기

오늘날처럼 미터법과 SI 단위가 세계 공통 표준으로 정착하기 전에는 동양에서는 척관법이, 서양에서는 야드파운드법이 오랫동안 쓰였다. 성경에서 마 5:41은 번역 과정에서 서양 단위(1마일, 2마일)가 동양 단위(5리, 10리)로 로컬라이즈도 된 흥미로운 예이다. 마치 "결혼하거나 결혼당하고"가 "시집 가거나 장가 가고"로 로컬라이즈 된 것처럼 말이다.

옛날 단위들은 기준이 서로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자(척)와 1피트는 둘 다 비슷하게 30cm대인 것 같다. 그리고 펄롱과 스타디온은 1/8마일에서 유래되었으며 둘 다 비슷하게 200m가량인 듯하다. 이런 식으로 뭔가 비슷한 쌍도 있다.

피트의 경우 말 그대로 발의 길이에서 유래되었는데, 보통 성인 남자의 신발 사이즈가 270 등 20cm대 후반인 것을 감안하면 그 정도 규모가 공감이 갈 것이다.
이 피트가 오늘날 항공업계에서 비행기의 고도를 나타낼 때도 활발하게 쓰인다. 3만 피트는 10km에 가까우며 여객기 순항 고도의 거의 상한선이다. 물론 비행기를 넘어 우주 발사체의 고도까지 가면 그런 거 없고 다시 km로 돌아간다.

그에 비해 성경에 나오는 큐빗은 발이 아니라 팔꿈치에서 가운뎃손가락 끝까지의 길이에서 유래되었으며, 파운드야드나 척관법과 무관한 히브리 고유의 단위인 것 같다. 그래서 성경의 번역 과정에서 딱히 로컬라이즈 되지도 않는 편이다. (참고로 큐피드 Cupid하고는 마찰음의 위치가 서로 맞바뀌어 있다. ㄲㄲ)

1큐빗은 대략 50cm대로, 자/피트보다 더 크다. 그래서 키가 6큐빗 1뼘이라는 골리앗은 키가 3m를 초월하는 거인이며(삼상 17:4).. 바산의 왕인 '옥'이라는 괴수는 침대의 길이가 소형 승용차의 길이와 비슷한 9큐빗이었음을 알 수 있다(신 3:11). 길이가 300큐빗이라고 기록된 방주(창 6:15) 역시, 길이가 270 '미터'인 타이타닉보다는 훨씬 작은 배이다.

길이 말고 거리로 가면 스케일이 더 커진다.
사실, 길이 length나 거리 distance나 차원은 서로 완전히 동일한 단위이다. 하지만 길이는 자(줄자)로 재어 측정하는 반면, 거리는 굳이 직선 형태가 아닐 수도 있고 측정자가 뭔가 직접 구르고 이동하면서 측정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피트'의 경우, 길이의 단위이니까 발의 길이로 정해졌지, 거리의 단위라면 보폭이 기준이 됐을 것이다.

부피만 해도 유체(기체+액체)의 부피와 고체의 부피는 좀 뭔가 다른 인상이 느껴지며, 고체의 부피에 리터나 갤런 같은 단위는 영 안 어울려 보이지 않은가? 그런 인간적인 심상이(?) 단위에 담기기도 한다.

그리고 반대로 물리적인 차원이 다르더라도 그런 인지적인 심상이 비슷하면 동일 단위가 여러 분야에서 쓰이기도 하게 된다.
가령, 무게의 단위 중에는 그대로 화폐 단위로 통용되는 것이 여럿 있다(탤런트, 파운드). 톤은 원래 담당이던 무게와 동시에 선박 배수량 부피 단위, 그리고 동급의 TNT 양을 기준으로 폭발 에너지의 단위로도 쓰인다. 무게라는 게 물질의 고유 물리량인 ‘질량’을 나타내는 것이니 의미 확장에 가장 유리하니 말이다.

얘기가 옆길로 좀 샜으니 거리의 단위로 돌아오면..
동양에서는 아리랑 가사에도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리’(약 400m), 그리고 서양에서는 마일과 노트(knot 약 1.8km) 정도가 있다. 접두사가 덕지덕지 붙은 킬로미터보다 저런 단어가 더 익숙하고 짤막하고 좋긴 해 보인다.

미국에서 시속 55~60마일 제한이 한국으로 치면 시속 100km 제한과 얼추 비슷하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군사분계선의 길이가 어째 킬로미터 대신 155마일이라고 불분명한 출처를 통해 널리 퍼져 있다.
마일은 그렇다 치고 노트는 해상 업계에서 활발히 쓰이는 중이다. 인류는 미터법이 제정되기 훨씬 전부터 배를 타고 신대륙까지 개척했으니 단위가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1노트는 1해리, 해상 마일이라고도 부르며, 1마일보다 약간 더 크다.

한국과 미국이 기름값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원/달러 환율뿐만 아니라 리터/갤런 부피 단위도 변환해야 한다(1갤런은 약 3.78리터). 2000년대 초엔 갤런당 1$대이던 게 2000년대 말 불황 때는 4$가 넘게 치솟았었고.. 그러다 지금은 2$를 넘어 3$대인 걸로 알고 있다.

지역과 상황에 따라 케바케이긴 하지만 미국의 기름값은 한국 기름값의 거의 50~70%대라고 생각하면 대체로 맞다. 뭐, 저기는 자동차가 신발이나 마찬가지인 동네여서 모든 가족 구성원이 차를 굴리는, 아니 굴리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인 걸 감안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가 아니라 중학교를 졸업한 뒤에 면허를 따며, 30대 나이의 직장인이 아니라 10대 알바생도 자가용으로 출근한다. 안 그러면 등교고 통근이고 아예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기름을 훨씬 더 많이 소비하겠지만, 같은 일을 했을 때의 소득도 한국보다는 높을 테고.. 그런 차이가 있다.

또 무슨 단위가 있을까?
면적의 경우, 국내에서는 땅이나 임야에 대해서는 헥타르를 많이 쓰고 집에 대해서는.. 그 유명한 ‘평’을 많이 썼다. 요즘이야 제곱미터로 몽땅 물갈이 됐다. 헥타르는 미터법 단위의 10배수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지만 평은 1/3배수에 가까워서 좀 직관적이지 못하다.

리터는 그 정의부터가 세제곱 cm의 1000배이기 때문에 얘 역시 미터법 단위의 10배수 alias(딴이름 별칭)에 가깝다. 옛날에는 이탤릭체/필기체 소문자 l로 많이 썼었지만 요즘은 숫자 1과 혼동된다고 대문자 L로 쓰는 게 대세가 돼 있다.

인치는 한국에서 일상적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듣보잡 단위이지만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나타낼 때는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존재감이 각인돼 있다. 12인치 모니터, 30인치 모니터가 대충 어느 정도 크기인지 다들 아실 테니 말이다. 그리고 옛날에는 디스켓의 크기도 5.25인치, 3.5인치 같은 식으로 분류했다. 물론 이것들은 다 미국의 공업 규격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흔적이다.

미터법은 철도 궤간이나 국제 표준시(GMT/UTC) 같은 것과 달리, 대영제국이 퍼뜨린 표준이 아니다. 얘는 기원을 굳이 따지자면 프랑스에 가깝다.
미터법은 SI 단위로 체계가 확장되고 현대의 과학계가 정식으로 채택함으로써 (1) 인류 역사상 어떤 도량형도 가져 본 적 없던 엄밀한 정의를 갖게 되었다. “빛이 진공에서 n초만치 진행한 거리, 세슘 원자가 x회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 플랑크 상수가 y가 되게 하는 질량값” 따위 말이다.

(음악으로 치면 도레미파 기준음의 엄밀한 정의를 "어디어디서 나는 특정 소리"가 아니라 소리굽쇠의 440hz 진동수라고 숫자를 동원해 딱 굳힌 것과 비슷하다. 모든 악기의 음높이를 일관되게 조율하려면 그 바닥에서도 절대적인 기준이 필요할 테니... 물론 hz를 엄밀하게 정의하려면 '초'부터 엄밀하게 정의해야 할 것이다.)

길이, 시간, 무게(질량)이야 말 그대로 시공간을 구성하는 기본 축이니까 전근대 시절부터 단위가 존재했지만, 전기(전압, 전류, 전하량)나 밝기 같은 물리량은 애초에 고전 단위계에서는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이렇게 (2) 후대에 과학이 발전하면서 추가로 도입된 단위 차원은 오로지 SI 단위에만 존재한다.

다른 단위들의 합성을 통해서 만들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이 몇 개가 더 존재하려나 모르겠다. 온도는 그런 새로운 차원의 대표적인 예이다. 서양에는 화씨라고 불리는 단위가 전통적으로 존재해 온 반면, 동양에는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길이의 단위가 평균적인 인체의 치수를 근거로 제정되었다면, 온도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온도별로 다양한 상태로 쉽게 변하기도 하는 물의 끓는점과 어는점을 기준으로 단위가 만들어지는 게 자연스럽다.

그 끓는점과 어는점을 어떤 숫자로 정할지는 엿장수 마음대로이지만 말이다. 단, 과학이 발전하면서 온도는 열역학적 완전 정지를 나타내는 하한이란 게 있다는 게 밝혀졌다. 절대온도는 섭씨 온도와 비례상수는 동일하고(y=ax+b에서 a), 절대영도를 표현하기 위해 상수인 b만 다르다.

사실, 열과 온도는 마치 질량과 무게만큼이나 엄밀· 정확하게 차이를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열은 또 줄이니 칼로리니 하는 에너지로도 연결되니까.. 같은 열을 받아도 다들 알다시피 공기와 물고 금속은 온도의 변화가 전부 다르니 말이다.

SI 단위계는 인간의 심상 인지 유사도와 무관하게 (3) 물리적으로 차원이 동일하다면 반드시 같은 단위를 쓰게 하고, 기존 차원으로부터 유도· 파생되는 단위라는 개념을 명확히 했다. 이 원칙에 따라 칼로리는 차원이 동일한 줄에 밀려 도태하는 중이고, 요즘은 그냥 영양학적 열량 분야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와트는 분야가 다르지만 차원이 동일하기 때문에 고전역학의 일률과 전기에서의 전력을 모두 나타내는 데 쓰인다.

끝으로 SI 단위계는 (4) 숫자의 10진법 자릿수 보정을 위해 킬로, 밀리 같은 접두사도 명시하여 체계화했다.
그러니 여러 모로 굉장히 깔끔하고 쓸 만한 단위계가 됐다. 로마 숫자에서 아라비아 숫자로, 그림문자에서 음소문자로 바뀌는 것 같은 변화가 아닌가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세계에서 거의 독보적으로 미터법을 따르지 않는.. 아니 더 정확히는 따르지 못하고 있는 갈라파고스 국가이다. 관습적으로 정착한 단위와 학술적으로 통용되는 단위가 서로 심하게 다르기 때문에, 대중을 상대로 과학 발표나 강연을 하면서도 각종 통계 자료에서 “아, 이 값들은 단위가 미터법인 걸 양해 바랍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해명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현업 종사자조차도 단위를 헷갈리는 바람에 정비 불량으로 비행기와 우주선이 추락하는 사고가 난 적도 몇 차례 있다. 기름을 n 갤런만치 넣어야 하는데 실수로 n 리터만 넣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세계 최강의 과학기술 강국이며 행정 시스템 선진국인 천조국의 위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흑역사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종이 크기도 세계 표준인 A4(제곱미터 기반) 대신 레터라는 인치 기반의 독자 규격을 쓰는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의 글로 또 다룰 것이다.

일본이 협궤가 골칫거리라면 미국은 단위계가 골칫거리인 셈이다. 뭐, 둘 다 110V 전압도 골칫거리이긴 하다만.. 근대화 산업화를 일찍 한 나라는 이렇게 시대 흐름에 뒤쳐진 레거시도 하나씩 생기는가 보다.

우리나라는 SI 단위가 잘 정착한 축에 들지만 부동산의 면적에서는 평이 다른 단위로 대체되기는 영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딱히 도량형은 아니지만.. 나이를 좀 한국식과 만의 구분을 없애고 간단하게 "현재 연도 - 태어난 연도"로, 즉 만 나이로 통일해 버렸으면 좋겠다. "한국식 나이로, 만 나이로" 이게 미국에서 "미터법을 쓰자면..." 이러는 거나 다를 바 없는 삽질이다.

학년을 따질 때 빠른 생일 1, 2월 구분을 없앤 지는 꽤 됐는데.. 저것도 더 간단하고 합리적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0/04/01 19:34 2020/04/0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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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관련 용어 정리부터 좀 하자.

휴전선 = 군사분계선(MDL) = 6· 25 전쟁 휴전 이후의 남북간 영토 경계선

38선 = 6· 25 전쟁 전의 남북간 영토 경계선


남한 기준으로 육지에 추가적으로 존재하는 경계 계층들을 위도의 "내림차순(북→남)"으로 정리하면

군사분계선 > 비무장지대(DMZ), GP > 북방한계선(NLL) 철책, GOP > 민통선


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군사분계선의 지형 스타일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1. 완전 바다(인천 옹진의 서해5도)

북괴가 제해력이 없던 덕분에 이 섬들은 북한 본토와 상당히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남한이 수복할 수 있었다. 위도상으로 38보다 근소하게 이남이고 6· 25 이전부터 남한 땅이었기 때문에, 국군+UN군이 여기는 휴전 이후에도 북한에게 내어주지 않았다.

여기는 육지 형태의 DMZ가 없으며, 북방한계선이 곧 군사분계선이다. 그리고 물만 건너면 바로 앞이 북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교동도 같은 민통선 안도 아니며, 여기 주민 자녀는 무슨 대성동 주민처럼 납세와 병역 면제 같은 특혜도 없다. (대학 입시 때 실향민이나 오지 특별전형 같은 것만 있는 걸로 앎..)
워낙 멀고 가기 힘든 곳이니 굳이 민통선 지정을 안 해도 일반인들이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저기는 평범한 육군이 아닌 해병대가 주둔한다.

2. 한강 하구 또는 평지(김포, 강화, 파주 일대)

본토의 서부전선은 지형상의 불리함과 판문점 근처라는 이유 때문에 크게 북진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한강 주변까지 후퇴하게 됐다.
이 지역에는 강안경계라는 게 존재하며, 서쪽 끝의 하구에는 여전히 해병대도 있다. 강화군부터는 민통선이 존재하지만 출입 검문이 동부 전선만치 빡세지는 않다.
거기서 더 동쪽으로 가면 군사분계선은 옛 38선 근처의 평지로 옮겨진다. 아직까지는 민통선 다음에 곧장 군사분계선이지, NLL/GOP 같은 분명한 구분은 없다.

3. 첩첩산중(연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까지 대부분의 본토 전방)

이제 여기가 군사분계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최전방 지형이며, 과거에 땅을 조금이라도 더 수복하려고 처절한 고지전이 치러졌던 곳이다. 길이로나 군인 비율로나 뭐.. 주변의 1, 2, 4를 모두 합해도 이 3 하나보다 모자랄 것이다.
대부분 험한 산지이지만 철원에는 주변에 평야와 호수도 있다. 그리고 양구에는 혼자 땜통처럼 동그랗게 파인 펀치볼 지형이 있다.

4. 산과 해안(강원도 고성)

여기도 기본적으로는 첩첩산중이지만 군사분계선이 -가 아닌 / 모양으로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여 고위도로 간다. 그리고 뒤로는 바다도 있어서 해안경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여느 내륙과는 지형이 차이가 있다. 황해가 아닌 동해의 맑고 청명한 해수욕장 백사장이 남북 분단 때문에 이렇게도 많이 봉인돼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정리하자면, 서쪽에서 동쪽으로 갈수록 군사분계선이 물이던 것이 평지를 거쳐 산으로 바뀌며, 민통선이니 북방한계선이니 DMZ니 하는 더 세밀한 구분이 생긴다.
참고로 민통선 내부에 주민이 상시 거주하는 예외적인 마을이 교동도 말고 내륙에도 파주, 연천, 철원 정도에 걸쳐서 전국적으로 몇 남짓 있다. 단순 논밭이 아니라 주택 말이다. 가령, 연천의 경우 횡산리 마을이라고 임진강과 코앞의 군사분계선으로 둘러싸인 실향민 마을이 있는데.. 분위기는 거의 대성동 마을과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성동의 경우 판문점이 가까이 있기도 하고 근처에 있는 철조망이 북방한계선이 아니라 진짜 군사분계선이기 때문에 DMZ 안에 있는 유니크한 마을이라고 간주된다. 그런데 대성동 말고 타 민통선 마을 출신들도 각종 면제 혜택이 있다고 위키에 적혀 있는데, 정말 그러한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철원보다 더 동쪽으로는 군사분계선 주변의 지형이 워낙 험하니 민통선 마을 같은 건 없다. 가령, 동쪽 끝의 고성군 수동면 같은 곳은 마을이 산과 휴전선으로 완전히 고립되게 생겼으니 주민들이 모두 이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거기는 주민이 전무하여 사문화된 행정구역으로 전락했다.

다음은 우리나라 안보 관광지의 양대 산맥인 파주와 철원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굉장히 오래 전에 표로 정리한 것이다.

  파주 철원
철도 교통편 경의선. 역에서 직결 가능 경원선. 추가 이동 필요
관련 철도 임진강, 그리고 민통선 안의 도라산 역 (다 영업 중) 백마고지 역. 민통선 안의 월정리 역, 철원 역 옛 터. 금강산선 교량 흔적
거점 관광 지역 임진각 고석정 인근의 철의 삼각 전적지
남북 철도 연결 여부 아니요. 민통선 안에 들어가기도 전에 철도중단점 있음
녹슨 증기 기관차 옛날 장단 역에 있던 것이 지금은 복원 처리 후에 임진각에 전시돼 있음 월정리 역 구내에 부서진 기관차 잔해가 있으나 상태는 안 좋음
도로 교통 강변북로+자유로+통일로. 자동차 전용 도로 연계가 좋음 동부간선+국도 3 또는 43호선. 서울 바깥부터는 자동차 전용 도로 없음
가는 길목에 강안 경계 초소를 볼 수 있음 38선 돌파 기념비가 있음
땅굴 제3 제2 (제3보다 더 긺)
지역 특징 판문점, 대성동/기정동, 개성 공단 자연 경치가 더 아름다움. 수복 전의 북한 시설이 있음 (노동당사)
인근 전망대 도라 평화, 승리
인근 하천 임진강 한탄강
민통선 안에서 식사 통일촌 또는 해마루촌. 관광 연계 가능 전선 휴게소. 개인적으로 직접 예약하고 자차로 방문해야 함
민통선 경계 대체로 임진강 선형을 따라 있음 (리비 사거리 등) 육로에 민통선 초소가 있음

이런 식으로 고성의 통일 전망대와 파주의 오두산 통일 전망대도 비교 대조 가능하다.
오두산의 경우, 고성과는 비교할 수 없이 낮은 위도에 있지만 강과 강이 합류하는 경치 좋은 곳이면서 군사분계선도 강을 따라 형성되었으니.. 고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망대를 만들기에 굉장히 좋은 입지를 갖추게 됐다. 그쪽으로 자유로 도로를 닦으면서 괜히 전망대를 만든 게 아니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30 08:33 2020/03/3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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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원받은 첫 순간에 대한 기억

구원받은 첫 순간을 기억하는지 여부는 그 사람의 현재 실질적인 구원 여부와 아무 상관 없으며, 전혀 중요하지 않다. 모 교단· 교파에서는 저 날짜를 챙기는 걸 굉장히 강조하는 것 같은데.. 그다지 영양가가 없는 관행이다.  성경엔 "처음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처음..."같은 말씀이 적혀 있을 뿐이다.

좀 바보 같은 예이지만.. 본인은 시내버스를 타고 멍하니 있다가 "내가 이 버스를 탈 때 카드를 찍었나? 찍었던 순간이 기억이 안 나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 버스에 계속해서 탑승해 있기 위해서 내가 처음에 카드를 찍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어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내가 만약 카드를 찍지 않고 무단으로 쓰윽 들어갔다면 애초에 기사 아저씨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무임승차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처럼 한번 받은 구원은 내 기억이나 언행이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 쪽에서 절대적으로 안전하고 든든하게 유지된다.
본인도 철도 안에서 거듭난 날짜야 기억하지만, 내 인생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거듭난 때는 너무 어린 시절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10대 중반, 중2~중3 사이의 기간에 언제부턴가 선행이 아니라 믿음으로 얻는 구원이라는 개념을 어렴풋이 받아들였고, 죽으면 하늘나라 간다는 확신이 생겼을 뿐이다. 구체적인 날짜는 불명이다.

정확하게 언제 구원 받았는지는 알면 더 좋지만, 몰라도 지금 신앙생활 하는 데 아무 지장 없다. 과거가 아니라 현재가 중요한 법이다. 정 알쏭달쏭하고 모르겠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예수님 영접을 정식으로 다시 하면 그만이다.

2. 구원 확인 질문

어떤 사람이 구원받으면 영적 신분이 크게 바뀌지만 당장 외관상으로는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 그 사람의 기분이나 성품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으며, 하루아침에 더 큰 믿음이 생겨서 곧장 성경 말씀을 모두 지키며 살게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 경험상 정말 구원받은 사람이라면 최소한 구원 확인 질문을 불쾌해하지는 않는 게 상식이고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심각하게 무례한 태도로 질문받은 게 아닌 한 말이다.

우리나라의 문화 정서가 서양 문화권에 비해 "뭐야, 지금 날 의심하는 거예요?" 감정이 더 강한 게 사실이다. 그리고 뭔가를 기초적인 것부터 꼼꼼하게 확인하고 따지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일일이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같은 말을 하는 걸 남사스러워한다.

하지만 안 그래도 사람의 구원 여부는 행실만으로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데.. 단순 구원 확인은 무슨 육신을 죽이고 헌신과 섬김을 실천하라는 어려운 명령이 아니다. 예수 믿는 사람을 색출해서 잡아 가두거나 죽이겠다는 상황도 아니다. "네, 저는 예수님의 피로 구원받았고 지금 죽으면 바로 하늘나라 갈 확신이 있습니다"라고 있는 그대로 가볍게 대답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렵거나 부끄럽거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

예수쟁이라면 그런 질문을 받았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마침 질문 잘 하셨습니다"와 함께 자기 구원을 간증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아니.. 이상적인 경우라면 남이 그런 질문을 할 일 자체가 없는 게 제일 좋다. 옆에서 행동을 보기만 해도 쟤는 정말 구원받은 크리스천이구나.. 싶은 것 말이다.

그저 단순히 "니예 니예" 친절하고 인상 좋은 차원이 아니다. 그 정도는 꽃뱀 제비 사기꾼이라도 얼마든지 연기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 차원을 넘어서 어렵고 힘들 때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고, 세상에 연연하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느낌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구원을 받지도 못한 채로 그냥 인맥 관리와 사교를 위해 습관적으로 교회 다니는 사람.. 그것도 각종 직분까지 받아서 수행하는 사람이 정말 숱하게 많을 것이다.

3. 양자됨, 입양

기독교에서는 성경 말씀에 근거하여 우리가 예수 믿어서 구원받는다고 가르친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하나님에게 죄를 용서받고, 죽어서 내세에 가는 장소가 바뀐다. 믿음에 대해서는 두 달 전에 썼던 글에서도 심도 있게 다룬 바 있다.

이것을 좀 더 신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영적 신분이 바뀐다고 한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고 왕 같은 제사장이 되는데(다들 성경에 나와 있는 지위임), 한편으로 신약의 바울 서신들을 찾아보면 하나님의 가문에 입양되어 양자가 된다는 말도 있다. (롬 8:15,23; 갈 4:5; 엡 1:4-5)

구약 경륜 시절의 유대인이 뭔가 혈통적이고 선천적인 요소가 가미된 지위라면, 구원받은 성도들의 집합인 신약 교회는 양자이고 식물로 치면 본줄기에 접붙여진.. 뭔가 후천적이고 영적이고 2차적인 지위이다. (롬 11:17, 24)
컴퓨터에다 비유하자면, 전자가 마치 매킨토시처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일체형이라면 후자는 소프트웨어 지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약 교회가 유대인보다 뭔가 열등한 게 아니다. 반대로 하나님이 이제 유대인을 완전히 버리고 끝장 내고 교회가 유대인을 대체하게 된 것도 아니다. 이건 그냥 시대에 따라서 하나님께서 다양한 세상 경영 방식을 허락하고 도입하신 것일 뿐이다.

친자식은 너무 마음에 안 들면 부모가 법적으로 그 녀석과 연을 끊고 족보에서 파내고 상속도 안 물려주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인가 거기 민법에 따르면, 양자는 한번 친자로 입양한 이상 파양을 할 수 없으며, 상속을 무조건 줘야 한다고 한다. 그게 성경의 원리가 담긴 법이라고 울 교회 목사님께서 줄곧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미국이 법이 그런지는 내가 딱히 확인을 못 해 봤다.

양자의 권리를 진짜 혈통상의 친자녀와 마찬가지로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또 가슴으로 낳아서 일부러 데려온 특별한 아이를 좀 수틀린다고 제멋대로 도로 파양하고 상속을 안 주는 것 역시 도의적으로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신약 교회 성도들은 옛날 사람들이 꿈에도 생각할 수 없던 쉬운 방법으로 하나님께 예배 드리며, 옛날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복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이와 별개로 유대인들도 회복되고 예수님을 알아보게 될 것이다.

수많은 찬송가들이 구원을 노래하면서 “나 구원 받았네 I am saved”라는 가사를 담고 있는데.. 그와 달리 “I am adopted 양자가 됐네, 입양되었네”라는 이색적인 찬양도 있다. 작사 작곡자는 Ron Hamilton. Rejoice in the Lord (God never moves without purpose or plan)의 작곡자이기도 한데, I am adopted 역시 나름 성경을 묵상하고서 지은 곡인 것 같다.
I'm adopted, hallelujah! I finally belong. I've got a brand new family overflowing with love.”

Notes:

  • 예수님은 죄에 대한 대속 헌물이라는 명목으로는 그분 자신이 어린양이라고 묘사된다(창 22:8, 계 5:6). 그러나 성도들의 인도자 명목으로는 목자(요 10:11) 또는 목자장(벧전 5:4), 이때는 반대로 우리 성도들이 어린양에 비유된다.
  • 영화 <친구>에서는 잘 알다시피 “아부지 뭐 하시노? / 그래 이 빌어먹을 놈아. 너거 아부지는 죽은 사람 염해 가면서 니 공부시키는데 니는 30점을 못 맞나?” 그런 갈굼 대사가 나온다. 그런데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크리스천들의 잘못된 행실로 인해 비슷한 논리와 방식으로 모독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롬 2:24)
  • 자기가 만들지도 않은 생판 남의 아이를 굳이 입양해서 키우는 건 정말 숭고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전쟁 고아 명목으로, 또 전쟁 이후에도 한동안 미국에 고아를 얼마나 많이 수출했었나 모른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은 정말 천하에 반미 할 자격이 없는 나라이다.

4. 믿지 않는 죄와 다른 악행죄의 관계

성경이 말하는 기독교 구원 교리에 따르면 인간이 구원받지 못하고 죽는 것, 자기 죄 가운데 죽는 것, 죽어서 혼이 지옥에 가는 것, 먼 훗날 백보좌 심판 후에 불못에 던져지는 것.. 이건 다들 필요충분조건 동치이고 동일 상황을 말한다.

마치 선형대수학에서 역행렬이 존재하는 n*n 정사각행렬 A에 대해서 “Ax=O에 오로지 영벡터 trivial solution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행렬식의 값이 0이 아니다”, “rank가 자신의 크기와 같은 n이다” 등 결국 그 말이 그 말인 동일한 진술이 여럿 존재하는데, 그와 비슷한 개념이다. 아이고, 왜 하필 저런 엄한 분야가 비유 대상으로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다만..

인간을 지옥으로 보내는 유일한 죄는 하나님의 구원의 선물을 거절한 죄, 믿지 않은 죄뿐이다. 특별히 무슨 악행을 대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안 하는 것(OMIT),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죄로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요 3:36에서 “아들을 믿지 않는 자”가 “아들을 순종하지 않는 자”로 바뀐 것은.. 언뜻 보기에 그 말이 그 말 같아도 교리적으로 굉장히 해롭고 위험하게 변개된 것이다. 요일 5:10을 같이 보면 이런 불신자는 하나님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는 거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지옥 정죄를 받은 사람들이 불신죄 단 하나만으로 완전 천편일률적으로 다뤄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피라는 실드가 없는 사람들은 불신 자체 말고 자기의 행위로 지었던(COMMIT) 다른 죄들이 모조리 드러나며 그걸 근거로 심판도 받는다. 계 20:12는 “자기 행위들에 따라 책들에 기록된 그것들에 근거하여 심판”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어차피 구원은 물 건너갔으니까 나머지 세부 내역들은 볼 것도 없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구원받은 사람들 사이에도 그리스도의 심판석에서 보상의 차별이 있듯이, 그렇지 못하고 영원한 멸망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도 형벌의 등급에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역은 성경에 자세히 나와 있지 않지만 말이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믿지 않은 죄와 나머지 통상적인 악행죄의 관계는 뭐랄까..
군대에서 탈영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난 뒤에도 탈영병 복귀 명령에 대한 항명죄를 빌미로 공소시효를 몇 년 더 연장하는 것과 비슷한 관계 같다.
FPS에서 로켓의 직타 대미지와 스플래시 대미지의 관계와도 비슷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27 08:35 2020/03/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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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이모저모

철도는 빼박 육상 교통수단이지만, 우리말 한정으로 천문 우주와도 일말의 접점이 있다. 바로.. ‘궤도 軌道’가 railway도 되고 orbit도 되기 때문이다.
용어 복습을 하자면, rail 궤조 ⊂ railway 궤도 ⊂ track 선로이다.

  • 모노레일은 궤도가 단 하나의 궤조로만 구성된 교통수단이고, 전차선이 바닥의 양 궤조 사이에 같이 깔려 있으면 그 선을 제3궤조라고 부른다.
  • 궤도가 상하행별로 2개로 구성된 철길은 복선 선로 double track이라고 부른다.
  • 끝으로, 시설에 구애받지 않은 통합 집합적인 명칭이 the railroad 철도이다.

물론 천체의 궤도는 지상 열차의 궤도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0의 개수가 차이가 날 정도로 길고 방대하다.
우리나라 철도의 커브는 극악의 급커브인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종각이 반경 140m짜리이고 최상의 퀄리티인 경부고속선의 급커브가 7000m인 반면..
우주로 가면, 지구의 인공위성만 해도 지구의 평균 반지름 6400km에다가 저궤도 300~500km를 더하면 얼추 7000km가 나온다. 7000m가 아니라 그 1000배인 7000km가 된다~!

하물며 지구가 아닌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는 뭐.. 반경이 수억~수십억 km에 달하니, 이건 그냥 직선이나 마찬가지이다. 철길이 이런 경로대로 깔려 있다면 열차는 그냥 엔진이 과열돼서 터질 때까지 밟아도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문득 테이큰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Do you have any idea what it costs just to change the angle of the lens on a satellite orbiting 200 miles above the Earth?" 테이큰은 악당들 때려잡는 액션만 있는 게 아니라 work out, personal 같은 성경 용어도 나오고, 더 나아가 우주에 대한 통찰까지 제공하는 영화인 셈이다~!

그래서 본인은 인공위성에 대해서 문득 관심이 생겼다. 철도, 항공 다음으로는 우주이구나.. ㅎㅎ
인공위성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인류의 역사상 최초로 "실물 사진"으로 입증해 준 존재이다. 더 나아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생중계, 유선 전화선이 연결되지 않은 곳에서의 국제 전화(남극이나 망망대해 선박..), 그리고 지구 어디서든지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GPS까지.. 다 인공위성 덕분에 가능해진 것들이다. 우리가 매일 너무 당연하게 얻는 일기예보와 각종 구름 사진, 미세먼지 사진도 인공위성을 통해 얻는 정보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또한, 인공위성 중에는 지구 관측뿐만 아니라 천문 관측용도 있다. 지구에서도 천문대는 산꼭대기 같은 최대한 높은 곳에 만들려고 애쓰는 편인데, 대기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우주를 우주에서 관측 가능한 것은 치트키 급의 엄청난 혁신을 천문학계에 선사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엄청난 인공위성에 대해서.. 스푸트니크부터 시작해서 미주알고주알 모든 것까지는 다루자면 시간과 지면이 부족할 것이다. 내가 저 분야를 전공한 것도 아니니.. 이 글에서는 (1) 궤도 그리고 (2)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개발 내력 정도만 얘기하도록 하겠다.

1. 궤도

일반적인 비행기야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 보통 10km대의 고도에서 날며, 전투기 같은 특수한 고성능 비행기도 20km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걔네들은 주변 공기를 이용해서 엔진을 상시 가동해야 하는 물건이다.

그러나 인공위성은 공기가 없는 곳에서 한번 왕창 빠르게 주어진 속도만으로 지구를 뱅글뱅글 반영구적으로 돌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못해도 160km 이상의 열권~외기권 영역에서 활동한다.
여기부터 2000km 정도까지는 그냥 '저궤도'라고 불린다. 고도가 낮아야 위성이 지표면을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겠지만, 고도가 너무 낮으면 그만치 빠르게 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공기와의 마찰도 커져서 고도의 유지가 어렵다.

아폴로 우주선은 약 190km대의 일명 parking orbit에서 지구를 1시간 28분 16초 만에 한 바퀴 도는 속도로 두세 시간 남짓 있다가 3단 엔진을 켜서 달로 갔다. 그 정도로 아주 잠깐만 있다가 자리를 뜬 것이니 그런 낮은 고도만 유지해도 괜찮은 것이었다.

인공위성들 중 유일하게 '유인'인 국제 우주 정거장은 320~345km대의 고도를 유지하는 중이라고 한다. 사람이 수시로 드나들기도 해야 하니 막 한없이 높은 곳에 있지는 않다.
테이큰에서 브라이언이 200마일 고도 드립과 함께 뻥카를 쳤던 첩보 위성도 당연히 이와 비슷한 저궤도인 셈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공식 고도는 559km로, 지구 관측용 위성보다야 당연히 더 높다.

지구에서 서울-부산 거리가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를 수평이 아니라 정확하게 수직 이동만 해도 우주가 나온다는 게 흥미롭지만.. 그 거리를 수평 이동하는 것과 수직 이동하는 것은 난이도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이다.
1500km대의 고도는 저궤도의 끝물 정도에 해당한다. 이쯤 되면 공기와의 마찰 걱정은 덜하지만, 자기장이 강한 밴 앨런 대에 속해 있어서 전자기기들이 교란 받고 제대로 동작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다가 대략 2000km 이상부터 36000km까지는 중궤도라고 일컬어진다. 여기는 지표면을 세부적으로 관찰하고 촬영하는 것보다는, 넓은 영역으로부터 신호를 주고받는 게 더 중요한 통신 위성이 들어가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그 이름도 유명한 GPS 위성이 약 20000km대 고도에 있다. 마치 지도가 대축척(좁은 영역, 많은 디테일)과 소축척(넓은 영역, 적은 디테일) 버전이 모두 쓰이듯, 인공위성도 용도별로 궤도의 고도가 차이가 나는 셈이다.

중고도의 한계치인 대략 36000km를 정지 궤도라고 한다. 여기는 인공위성이 지구의 자전 속도와 동일한 속도로 도는 게 가능한 지점으로, 지표면에서는 계속해서 동일 지점 상공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정지 궤도라고 불린다.
왜 저 지점이냐 하면.. GMm/r = 1/2 * mv^2 이라는 식에서 만유인력 상수 G (6.673*10^-11 …), 지구의 질량 M (5.9*10^24 kg), 적도 지점에서 지구의 자전 속도 v (초속 463m/s)를 집어넣으면 나오는 r 값이기 때문이다.

위성의 질량 m은 서로 약분되기 때문에 계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만유인력 상수의 단위 차원은 길이^3, 질량^-1, 시간^-2. 다시 말해 속력의 제곱에다가 길이/질량을 추가로 곱한 것과 같다. 고등학교 물리를 다시 복습하게 되네..;; 까마득한 그 옛날에 생각보다 심오하고 대단한 걸 배웠었다.

정지궤도 위성의 자전 속도는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야 훨씬 빠른 초속 2.6 ~ 3km대이지만, 아무래도 저궤도 위성보다는 대략 1/3에 가까운 느린 속도이다. 그리고 그 특성상 아무 지점이 아니라 적도의 상공에서만 정지해 있을 수 있는지라, 극지방에 가까운 고위도 지방에서는 정지궤도 위성의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이건 한없이 추락하면서 정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정말 가만히 있기만 해도(= 지표면에서 보기에 정지가 아닌) 지구의 인력, 달의 인력, 태양의 인력 등등이 모두 평형을 이뤄서 추락하지 않을 수 있는 지점은 거기보다 훨씬 더 멀리 나가야 도달할 수 있다. 지구와 달만 생각하면 거의 9:1에 가까운 지점인데, 지구 정지 궤도는 그 반대인 1:9에 가까운 지점이다(라그랑주 점). 이건 애초에 인공위성의 능력을 벗어난 영역일 것이다.

저궤도와 중궤도를 넘어 고궤도는.. 이런 게 있다는 것 정도만 알면 될 것 같다. 그 정도로 멀고 높은 곳에서 돌고 있는 위성이 있긴 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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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중에는 타원 궤도를 도는 놈도 있다. 한 초점인 지구에 근접했을 때는 거의 중-저궤도 급이지만 다른 먼 초점으로 갔을 때는 지구에서 4만 km 가까이 떨어지기도 하니, 이건 저궤도와 고궤도의 특성을 모두 갖춰다고도 볼 수 있겠다.
요런 타원 궤도를 잘 설계하면 인공위성이 집중적으로 탐사해야 하는 지점에서는 천천히 돌다가, 별 필요가 없는 곳에서는 빨리 통과하게 할 수도 있다. 요건 소련-러시아가 연구를 많이 해서 '몰니야 궤도'라고 불린다.

달은 지구의 자연위성이며, 모행성에 비해 이례적으로 비정상적으로 큰 천체임이 주지의 사실이다. 지구로부터의 거리도 38만 km가 넘으니 고궤도의 갑이라 하겠다. 1년에 수 cm 남짓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진다는 것도 관측을 통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성은 일반적으로는 속도를 잃고 모행성과 가까워지는 게 자연스러운데, 관성 이상으로 자체적인 운동 에너지라도 있는지 모행성과 점점 멀어지는 건 역학적으로 어떻게 가능한 현상인지 모르겠다.

저에서 고까지 고도의 크기를 살펴봤으니 그럼 저궤도 위성 얘기를 좀 더 하고 이 주제를 맺도록 하겠다.
저궤도 위성은 지표면을 관찰하기 위한 용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지구의 모든 지점을 두루 다닐 수 있는 궤도가 바람직하다. 그래서 적도만 수평으로 도는 게 아니라 남북극 수직으로, 아니면 하다못해 비스듬한 궤도를 선택한다.

아폴로 같은 우주선이야 지구의 자전 원심력과 공전 속도로부터 뽕을 최대한 뽑는 게 목적이다. "내가 parking orbit에서 잠시 머무른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이니 닥치고 적도 수평 궤도만 잠깐 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인공위성은 지구만 두루 살펴보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운용 방식이 살짝 달라지는 셈이다.

이런 저궤도의 바리에이션으로 '태양 동기 궤도'라는 것도 있다. 지구의 태양 공전면을 위에서 아래로(북극 쪽을) 내려다봤을 때, 인공위성의 공전 궤적이 지구-태양의 직선 경로와 늘 일직선이 되게 하는 궤도를 말한다.
계산이 까다롭겠지만 궤도를 이렇게 잘 동기화 시키면 위성이 매일 같은 지점을 지날 수 있으며, 인공위성이 태양열에 노출되는 빈도도 1년 내내 균형이 잡히기 때문에 기계의 수명 관리에 도움이 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인간이 만든 기계들 중에 태양광 발전의 덕을 진작부터 제일 많이 보고 있는 물건이 바로 인공위성이기도 하다.

2.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개발 이력

자국 인공위성이 없는 나라에서는 인공위성으로부터 얻는 정보나 서비스를 인공위성 보유국으로부터 매번 구입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중계방송 같은 것뿐만 아니라 일기예보 데이터도 말이다. 물론 당장은 그렇게 구입하는 게 원천기술 개발보다 비용이 저렴하겠지만, 고급 서비스를 기반 기술 없이 무작정 다 수입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 8월에 발사된 '우리별 1호'가 일단 최초의 자국 국적 인공위성이다. 하지만 발사체는 말할 것도 없고 위성의 실질적인 설계와 제작까지 사실상 외국 업체였다(특히 위성의 제작은 영국). 우리나라는 아직 어깨 너머로 보고 기술을 배워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다가 1993년 9월의 우리별 2호가 국내에서 개발· 제작되어 인공위성계의 포니와 비슷한 물건이 되었다. 아직까지는 뭔가 통신· 방송 기능을 하는 위성이 아니라, 기술 습득 자체가 목적인 프로토타입 수준이었다.

자동차, 컴퓨터, 원자력에 이어 인공위성은 1990년대는 돼서야 국산이 나온 것이다.
우리별 브랜드는 1999년 5월에 발사된 3호를 끝으로 더 쓰이지 않게 되었다. 2003년 9월에 발사된 우리별 4호부터는 '과학기술위성'이라는 평범한 브랜드가 붙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을 맨땅에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한동안 이윤 없이 기초 연구 투자를 많이 해야 하며, 결과물도 무슨 자동차처럼 엔드 유저가 바로 사용 가능한 형태가 아니다. 이거 연구 개발을 사기업이 몽땅 담당하는 건 곤란하니 국방 과학 연구소 같은 국책 연구소가 따로 만들어졌다. 그게 바로 '인공위성 연구 센터'이다. 요즘은 '항공 우주 연구원'(KARI 항우연)도 인공위성의 개발에 관여하긴 하지만, 발사체 로켓이랑 인공위성은 아무래도 목적과 성격이 다르니 연구소를 분리하는 게 이치에 맞겠다.

인공위성 연구 센터는 무려 카이스트 대전 캠퍼스의 내부에 있다~!
어이쿠, 대강당과 동문 사이의 길목에 자리잡고 있었구나.. 정말 까맣게 몰랐다. 사실, 난 항우연도 카이스트 북서쪽의 학부 기숙사 철조망 너머 바로 근처에 있다는 걸 모르는 채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항우연이 거기에 있다는 것도 나로 호 때문에 유명세를 타니까 따로 찾아봐서 알게 된 것이다.

우리별 시리즈 이후로 이 인공위성 센터에서 만든 위성은 과학기술위성 시리즈이다.
얘의 2호가 바로 우리나라 역사상 유일하게 자국 우주 센터의 나로 로켓으로 발사된 덕분에 '나로 과학위성'이라고 따로 명명되었다. 다만, 발사 실패로 멀쩡한 위성을 두 번이나 깨먹었던지라.. 같은 위성을 수차례 다시 만들어야 했다.
그 뒤 과학기술위성 3호는 2013년 11월에 발사됐으며, 현재까지도 관측용으로 운용 중이다.

우리별 말고 '아리랑' 위성 시리즈는 인공위성 센터가 아니라 항우연에서 개발한 저궤도 관측 위성이다. 1호가 1999년 12월에 발사됐다. 이 바닥도 마치 서울 메트로와 도철 같은 양대 산맥 계보가 있는 것 같다.

'무궁화' 위성 시리즈는 국산 기술 개발이 아니라, 그냥 자국 방송과 통신 서비스 목적으로 KT에서 외국 기업에 외주를 줘서 제작하고 발사한 위성이다. 궤도도 정지궤도로 훨씬 더 높다. 1995년 8월에 1호가 첫 발사됐으며, 얘가 우리나라 최초의 자국 국적 통신 위성이다.

한편, 지난 2010년 6월에는 '천리안'이라고 항우연에서 개발한 최초의 국산 정지궤도 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얘는 우리나라의 일기예보에도 쓰인다. 1호의 수명이 다하는 것에 대비하여 후속 2호도 이미 개발되었으며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기술이 발전하고, 인공위성 서비스가 국산화돼 왔다.
다만, 우리나라는 인공위성에 비해 그걸 지구 궤도에 얹어 주는 발사체 기술이 취약하고 부실하다. 뭐, 발사체 기술은 핵무기를 쏘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거의 똑같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규제를 받아서 개발을 못 한 것도 있다. 나로 호 한번 쏜 지도 벌써 5년이 넘게 훌쩍 지났구나..

이런 남한에 비해, 북괴는 뭐 국제 협약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한방 크게 해먹는 비대칭 무기에 목숨 걸면서 발사체에 나름 노하우를 갖춘 것 같다.
남한의 종북 빨갱이 정권에서는 기를 쓰고 정체를 은폐하면서 미상의 바르사체, 불쌍의 발사체라고 둘러 말하는데.. 뭐긴 뭐야 그냥 미사일이지..

솔직히 일본의 어느 또라이 극우가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헛소리 갈긴다고 해서 지금 멀쩡한 독도가 일본땅으로 넘어가는 것도 아니고, 만에 하나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무슨 1940년대 같은 태평양 전쟁 시즌 2를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그럴 필요도 없다.
일본이 저 뻘짓을 하는 것보다 바로 윗동네에서 계속해서 군사 훈련을 하고 바르사체를 쏘는 게 훨씬 더 위협인데.. 친중종북을 조장하기 위한 반일 반미 선동을 나는 도저히 그냥 봐 줄 수 없다.

아이고, 정치 얘기가 나와 버렸구나. 아무튼 이런 내력으로 인해 남한은 인공위성, 북괴는 발사체가 발달했다. 두 기술이 사이 좋게 융합이 됐으면 좋겠지만 그건 희망사항이고 현재로서는 가능하지 않다.

3. 우주 쓰레기, 우주 공간에서의 충돌 문제

나로 호의 발사 실패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로켓을 발사시켜서 인공위성을 띄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고도가 충분히 높지 않은 인공위성은 공기와의 마찰이 누적되면서 속도를 잃기 때문에 아주 조금씩 지구로 도로 끌려와서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그런 위성들은 기계류의 수명과는 별개로 반영구적으로 운용될 수 없으며, 궤도 유지를 위한 연료가 고갈되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데, 궤도 수명보다 기계 기능 수명이 먼저 끝나서 지구와 교신도 안 되고 고철덩어리가 된 인공위성은.. 딱 곱게 곧장 끌어내릴 수도 없고 굉장한 골칫거리이다. 이런 것들을 일명 우주 쓰레기라고 한다.
우주 쓰레기들은 자신을 실은 채 지구에서 발사되었던 그 로켓의 운동 에너지를 저렇게 그대로 간직해 있다. 태평양 한복판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가듯, 지구 저궤도에는 우주 쓰레기 조각들이 쌓여서 주변의 우주 발사체들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먼저 우주가 아닌 비행기 얘기를 잠시 꺼내도록 하겠다.
지난 2001년 1월 31일에는 일본 스루가 만 상공에서 같은 일본항공 소속 여객기(907, 958편) 2대가 관제 착오로 인해 고작 10~20미터 남짓한 거리까지 근접한 채로 교차 통과한 '니어미스' 사고가 났었다.

승객을 몇백 명이나 태운 MD-10 및 보잉 747급 대형 여객기가 3만 피트가 넘는 순항 고도에서 시속 900~1000km로 공중충돌을 할 뻔한 것이다.
그렇게 됐으면 일본은 JAL123 추락 사고(1985)와 테네리페 활주로 참사(1979)를 능가하는 초대형 항공 사고 기록을 보유하게 됐을 것이고 일본항공의 파산은 수 년 이상 당겨졌을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양 여객기는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려서 들썩이고 요동쳤으며, 특히 음료 서빙 중이던 907편은 회피 급기동을 하느라 기내가 뒤엎어지고 완전히 난장판이 돼서 100여 명에 달하는 부상자가 발생하고 회항하게 됐다. 거의 자유 낙하에 가까운 급강하라도 했는지, 서빙 카트가 붕 떠서 여객기의 위로 천장을 뚫고 내팽개쳐졌을 정도였다.
이건 준사고가 아닌 사고로 기록됐다. 정신없는 격무에 시달리다가 관제를 잘못한 관제사는 유죄 판결을 받고 해고됐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해프닝 내지 사고가 인공위성끼리도 있었다.
지난 2008년 9월 25일에는 한국에서 2003년에 발사했던 과학기술위성 1호(구 명칭 우리별 4호)가 거의 650km 상공에서 미국의 모 군사위성과 431m 거리를 두고 간신히 비껴간 적이 있었다. 뭐 10m보다는 넉넉한 거리이고 인공위성이 여객기보다는 훨씬 작고 가볍겠지만.. 문제는 속도다.

순항 중인 아음속 여객기가 초속 300m 정도라면 쟤는 초속 7~8km... 수십 배의 차이가 나며 쨉이 안 된다. 초속 7~8km짜리한테 430m 거리는.. 정말 옷깃이 닿은 거나 마찬가지인 초근접인데 다행히 이때는 충돌 사고까지는 안 났다고 한다. 공기가 없다시피하니 후폭풍도 없었을 테고..

하지만 2009년 2월 10일에는 실제로 외국 국적의 인공위성끼리 충돌한 사고도 있었다(미국 이리듐 통신위성 vs 러시아 퇴물 인공위성). 산산조각난 두 인공위성의 파편이 널부러지면서 우주 쓰레기의 양은 더욱 늘어나고 무질서도가 올라가게 되었다..;;

물론 지구 위의 하늘은 매우 광활하고 넓으며, 저런 극단적인 일이 자주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가능성이 확실한 0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인공위성 하나 띄우기 위해 돈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닌데, 비행기의 조류 충돌도 아니고 우주 쓰레기 충돌 때문에 애써 만든 인공위성이 박살이 난다면.. 이는 매우 비극적인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은 비용 문제 때문에 딱히 없는 걸로 난 알고 있다.

이런 비행체에 비해 고속철은 최고 초속이 겨우 8~90m가량인데.. 상하행 열차가 서로 후폭풍 없이 안전하게 교행하기 위해서 양 선로의 간격을 얼마로 두는지, 그 공기역학적 근거가 무엇인지도 문득 궁금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24 08:35 2020/03/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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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찬양 "그 이름"

본인은 교회에서 올해의 첫 청년부 특송으로 송 명희 작사, 최 덕신 작곡 <그 이름>을 골라서 친구들을 지휘하고 다같이 불렀다. 특별히 다 외워서 악보 없이 몽땅 암송으로 말이다.

세대 차이 때문인지 어린 90년대생 친구들 중엔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나는 거의 20년 전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았는데.. =_= 암송의 취지는 그럭저럭 쉽고 인지도 높은 클래식한(?) 곡을 좀 더 가사 음미 위주로 불러 보자는 것이다. 허나, 곡 자체가 생소하다니..;; 화음은 테너 하나만 넣는 걸로 그쳤다.

작사자인 송 명희 시인은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그래서 무슨 스티븐 호킹처럼 고개가 삐딱하고 인상이 일그러진 채 휠체어 탄 모습이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다. 호킹은 뇌성마비가 아니라 루게릭 병을 앓은 거라고 하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골수 무신론 과학자와 골수 기독교 시인의 외형상의 유사점을 찾는다는 게 좀 어색하긴 하다;;)

이런 분이 "그 이름"뿐만 아니라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 같은 시도 썼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사실, 성경적으로는 "나도 남이 갖지 못한 것을 가졌기 때문에 하나님은 공평하다"(상대)보다는.. 그걸 넘어 하나님은 "영원하지 않은 것, 꼭 공평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은 마음대로 놔두고, 정말 공평해야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철저하게 공평하게 주셨다"(절대)라는 게 더 정확한 진술이 아닐까 한다. 인간이 구원받는 방법 같은 것 말이다.

내가 옛날에 글을 읽은 기억이 정확하다면, 송 명희는 1980년대 초에 라디오로 기독교 방송을 듣다가 누군가가 자기의 시에다가 무단으로(?)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62년생이니 이미 청소년~20대 초반 나이로 시집까지 출간했던 듯)
그리고 이를 계기로 저분은 작곡가 최 덕신과 연락이 닿았다. 그때 최초로 곡이 붙은 시는 "너의 쓴 잔을 내가 마시었고..."였다. 송 명희는 자기가 썼던 다른 시들도 몽땅 최 덕신에게 넘겨주고, 곡을 붙이는 것을 허락했다고 한다.

그래서 '주찬양 선교단'이라는 그룹 명목으로 1986년 봄에 "그 이름"이라는 앨범이 발표됐다. 타이틀곡인 "그 이름"뿐만 아니라 "나", "우리의 어두운 눈이 그를", "너의 쓴 잔을" 같은 곡도 소개됐다. 참신한 곡으로 가득했던 이 음반은 국내 기독교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30만 장이 넘게 팔렸다고 한다.

타이틀곡인 "그 이름"은 음반으로 듣기로는 6/8이나 12/8박자 같지만, 악보에 따라서는 셋잇단음표가 가득한 4/4박자로 기재된 곳도 있다.
멜로디에서 특이점을 하나 따지자면, 얘는 불협화음으로 시작한다. 맨 처음 시작 부분의 선율이 I 으뜸화음과 어울리지 않는 매우 드문 곡 중 하나이다.

기독교 음악에 대해서 외형적으로 굉장히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분 중에 이걸 문제삼는 분도 있으나.. 본인은 그 정도까지 음악 형식 나치 성향은 아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본인도 Looking for you 같은 곡이 멜로디나 악기 구성이 교회 예배 찬송용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_<

다음으로 가사를 살펴보면.. "그 이름"은 성경의 많고 많은 구절들 중에 시 118:22-23 "건축자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니.."에서 모티브를 딴 매우 드문 찬송시이다.
성경에는 "만일 이 사람들이 잠잠하면 돌들이 즉시 소리를 지르리라" (눅 19:40), "지혜롭고 분별 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아기들에게는 드러내심" (마 11:25) 같은 식으로.. 하나님 스타일의 역설을 언급하는 곳이 있는데, 저 모퉁이의 머릿돌도 마찬가지이다.

성경에는 저 구절이 마 21:42, 막 12:10, 눅 20:17, 행 4:11, 벧전 2:7 이렇게 다섯 번이나 반복해서 인용돼 있다. 그 모퉁이의 머릿돌이 바로 예수님이라고 말이다.
이는 "내가 네 원수들을 네 발받침으로 삼을 때까지 너는 내 오른편에 앉아 있으라"(시 110:1)와 거의 같은 패턴 겸 동일한 인용 횟수이다. (마 22:44, 막 12:36, 눅 20:43, 행 2:35, 히 1:13)

인간이 구원받기 위해서 what you do가 아닌 what you are.. 즉 be 동사가 중요하듯이, 예수님 역시 인간에게는 다른 잡다한 학문 지식 정보를 따지지 않고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를 물으신다. But whom say ye that I am? (마 16:15)
그래서 성경에서는 예수님의 출신· 정체와 관련된 예언을 저리도 중요시하고 신약 성경에서 거듭 인용했던 것이다. 그리고 저런 심오한 구절을 근거로 만들어진 "그 이름"이라는 찬양에 본인 역시 더 애착을 느낀다.

본인은 특송의 끝부분에 후주와 함께 골 4:3 낭독을 집어넣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문을 열어 주사 그리스도의 신비를 말하게 하실 것을 기도하고 구하라." (일부 표현 수정)
이 구절은 "그 이름"의 가사를 교리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매우 훌륭하게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1. 성경적으로 더 정확한 용어는 비밀이라기보다는 신비(mystery)이다. 아 물론 개인의 관점에서는 마음 속의 비밀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가사가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2. 가사는 "가슴이 너무 벅차서 차마 말할 수 없네"라는 매우 서정적인 분위기이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는 예수님에 대해서 주변에 말을 "해야 한다." 이때 door of utterance라는 표현이 들어있는 저 구절로 권면하는 것이 적절하다.

지금까지 "그 이름" 가사에다가 골 4:3을 같이 연계한 특송 동영상이나 자료는 거의 없었지 싶다.
찬양 인도자는 자기가 고르는 곡의 가사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성경 고증을 체크하고 성경과 찬송가를 모두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22 08:35 2020/03/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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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여행하는 원리

1. 달

우주 발사체를 달에다가 보내는 원리는 개념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큰 로켓을 쏴서 발사체를 일단 지구를 도는 상태로 만든 뒤, 살짝 더 가속해서 그 궤도를 원이 아니라 달 근처까지 가는 길쭉한 타원으로 만든다. 그러면 발사체는 달에 근접했을 때 달을 도는 궤도로 끌려가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경로는 고안자의 이름을 따서 ‘Hohmann transfer orbit (호만 전이 궤도)’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거기까지만 하면 걔는 달을 한 바퀴 뱅 돌면서 8자 궤도만 그렸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와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달 근처에서는 또 연료를 분사하여 속도를 줄여서 달의 인력에 끌려가게 해야 한다.

일례로 아폴로 13호 우주선도 아직 달 착륙선을 내리지 않았고 아무 감속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났으니, 가만히 있기만 하면 지구로 자동 귀환 자체는 가능했다.
단지 그렇게 자연스러운 유턴이 금방 이뤄지는 일이 아니고, 2명분의 보급밖에 없는 달 착륙선 안에서 승무원 3명이 대피한 채로 며칠 동안 무사히 버틸 수 있겠는지가 최대의 문제였던 것이다.

새턴 V 로켓과 그 안의 아폴로 우주선이 발사될 때와 귀환할 때의 크기 차이를 생각해 보면,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게 우주에서 달로 가는 것보다 더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래도 이게 인간이 지금까지 생각해 낸 가장 ‘경제적인’ 우주 여행 방법이다.

2. 화성

그럼 달보다 더 먼 행성으로 가는 원리는 어떻게 될까?
가령, 달 다음으로 주로 거론되는 곳이 화성인데, 별 차이 없다. 역시 두 행성 사이의 호만 전이 궤도를 이용한다. 지구의 자전 속도와(적도..) 공전 속도를 최대한 얻어서 우주로 날아간 뒤, 지구의 인력을 탈출할 만치만 가속했다가 화성의 공전 속도에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감속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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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발사체가 이렇게 최적의 기동을 할 수 있게 지구와 화성이 배치되는 때는 대략 780일(2년 2개월)마다 한 번 주기로 찾아온다고 한다.
물론 이때는 달에만 갈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분사해서 더 빡세게 가속을 해야 할 것이다. 3~4일이면 가는 달이랑, 최단 거리를 잡아도 7~8개월은 걸리는 화성이 스케일이 같지 않으니 말이다. 구체적으로 필요한 엔진 크기와 연료량은 천체물리학자와 로켓 공학자들이 머리 싸매서 치밀하게 계산해 놓는다.

뭐, 그렇다고 화성 정도를 가기 위해서 로켓 크기가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으로 커져야 하는 건 아니다. 이동하는 건 다 관성으로 하는 것이니, 거리나 기간보다는 도달해야 하는 속도가 아무래도 화성이 더 높다는 점이 중요하다.

새턴 V 로켓만 해도 달을 넘어 화성까지 염두에 두고 굉장히 크게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지구 저궤도까지 payload 130톤, 달까지 약 43톤, 그 뒤 금성이나 화성까지 32톤이니.. 그리 나쁘지 않은 성능이다.
뭐, 이렇게 경로를 짜고 동선을 정했다 하더라도 화성으로 실제로 가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국과 소련 모두 중간에 통신이 두절되어 실패한 미션이 여럿 있었다. 특히 소련은 징크스 급으로 몽땅 실패해 버렸기 때문에 그 뒤로 금성이라는 내행성 담당으로 전업(?)하고, 미국이 화성 담당처럼 역할이 나뉘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옛날 Doom 게임의 스토리에서 내가 지금까지도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하는 점은.. 화성으로도 모자라서 왜 하필 "그 작은 포보스와 데이모스라는 화성의 위성에 군사 기지가 있다는 설정을 넣었을까?"이다. 거기는 반지름이 겨우 10km대에 불과하고 동그랗게 형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그냥 돌덩어리인데..??

거기 표면은 그냥 무중력 상태나 마찬가지이며 탈출 속도도 엄청나게 낮다. 야구공 하나만 힘껏 던져도 우주로 날아가 버리고 다시 떨어지지 못할 텐데.. 이런 장소에서 Doom 게임 같은 거대한 던전을 만드는 것도 당연히 절대 불가능하다.
그 시절에 존 카맥 아재가 게임에서 스토리는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긴 했지만.. 저 정도면 너무 노골적이고 성의 없는(?) 고증 무시인 것 같다..;;

3. 더 먼 외행성

그런데 이런 식으로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몽땅 타 행성의 중력과 관성만 이용해서 움직인다 하더라도 화성을 넘어 더 먼 행성으로 가는 것엔 한계가 있었다.
우주 속도(혹은 탈출 속도)에는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속도만 있는 게 아니다. 태양계에서 중력의 끝판왕은 당연히 태양이며, 이는 우주 발사체도 예외가 아니다.

지구의 지표면에서 하늘로 공을 던지면 공이 얼마 못 가 땅으로 떨어지듯,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라고 외행성을 향해 한번 가속을 한 것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못한다. 우주 공간이니 마찰이나 공기 저항 따위는 없지만, 중력의 끝판왕 태양이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발사체의 속도는 아주 서서히 감소하며, 결국은 태양으로 끌려오게 된다.

지표면에서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탈출 속도는 11.2km/s이지만 태양까지 벗어나기 위해 얻어야 하는 탈출 속도는 42.1km/s나 된다.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해 보니, 현재 인간의 현실적인 로켓 기술력으로(엔진 출력, 연료 탑재량) 호만 전이 궤도 방식으로만 발사체를 쏘면.. 정말 끽해야 목성 정도까지밖에 못 간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태양계는 우리가 책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대 광활 방대 공허한 공간이다.

저 탈출 속도라는 건 공을 던지거나 대포를 쏠 때처럼 추가적인 동력 공급이 없이 원큐로만 속도를 낼 때 그 정도가 돼야 탈출 가능하다는 뜻이다. 저건 당연히 현실에서 낼 수 없는 속도이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저것보다 훨씬 느린 대신에 지속적인 동력 공급이 되는 로켓을 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느린 로켓도 발사 직후에는 가속도가 거의 4G에 달해서 전투기 조종사 급의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은 견디기 어렵다. 그리고 발사된 우주선은 일단 지구를 벗어나는 것에 진을 대부분 빼 버린 뒤이기 때문에 또 큰 힘을 쓸 여력이 그리 남아 있지 않게 된다.. ㅡ,.ㅡ;;

물론 목성은 자체적인 중력이 지구보다도 훨씬 더 크고 태양으로부터도 충분히 멀기 때문에, 자기 표면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탈출 속도가 태양에 대한 탈출 속도보다 더 크게 된다. (전자 59.6km/s, 후자 18.5km/h) 스포츠에다 비유하자면 마치 자국 국가대표로 뽑히는 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처럼 되는 셈이다.

아무튼, 이 와중에 우주선이 태양으로부터 더 멀어지는 속력을 얻기 위해서 과학자들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스윙바이’이다. 공전하는 주변 행성을 적절한 각도로 스침으로써 확 꺾여 지나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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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니어, 보이저, 뉴 호라이즌스처럼 태양계 밖으로 나간 외행성 탐사선들은 다 화성과 목성을 맴돌면서 목성으로부터 힘을 받아서 초속 15~20km대의 속도를 얻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운동량은 언제나 등가 교환된다. 얘들은 개념적으로 이미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타 행성으로부터 운동 에너지를 얻은 셈이며, 이런 스윙바위를 상대해 준 행성은 우주선이 에너지를 얻은 만큼 운동 에너지를 잃고 공전 속도가 ‘감소’한다.
하지만 우주선이랑 그 행성은 무게 차이가 뭐.. 10 다음에 0이 수십 개 붙을 정도로 차이가 나니 행성의 상태 변화는 관측조차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지구 같은 경우 자전을 함으로써 물질을 순환시키고 자기장도 생성해서 살아 있는 행성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데, 자전에 이어 행성의 공전도 이렇게 우주선의 가속에 활용되고 있다는 게 매우 흥미롭다. 돛단배가 돛을 잘 달면 느리게나마 바람을 거슬러 항해도 할 수는 있다고 하는데.. 스윙바이도 뭐 그런 얘기 같다. 보이저 호들은 행성들의 공전면과 무관한 그 아래나 위로도 잘만 방향 전환을 했으니..

4. 내행성 (특히 수성)

스윙바이의 진짜 묘미는..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는 외행성에 갈 때 가속용으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는 것에 있다. 반대로 지구보다 태양에 더 가까이 갈 때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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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금성이야 지구와 가깝고 중력이나 공전 속도도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가는 것(궤도 진입)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서로 가까워지는 타이밍에 맞춰서 호만 전이 궤도대로 가감속만 해 주면 된다. 단지 착륙의 경우, 내부 표면 환경이 완전히 헬이니 거기서 버티는 게 어려울 뿐이다.

하지만 수성은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 다른 모든 행성들보다 압도적으로 어렵고 난감한 행성이다. 그 이유를 이론과 감으로 완전히 이해하고 있어야 훌륭한 천체물리학 전공자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은 그렇지 않음)
얘는 태양과 가장 가깝다는 특성상, 평균 공전 속도가 다른 모든 행성들보다 압도적으로 더 빠르다. (수성 47.8km/s, 지구 29.7km/s)

이런 수성에 지구의 공전 속도를 유지하면서 날아간 우주 발사체가 수성을 향해 접근하면 계속해서 속도가 붙어서 거의 61km/s에 이른다고 한다. 까놓고 말해 태양을 향해 추락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거기에다 수성의 중력으로 인한 가속까지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성은 매우 작고 가벼워서 탈출 속도도 낮은 행성이다. 태양을 바로 옆에 두고서 우주선이 딱 이런 작고 빠르기까지 한 행성의 궤도에 진입해서 위성 노릇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우주선은 수성을 이탈해서 태양을 도는 궤도로 끌려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지금까지 얻었던 속도를 팍팍 줄여야만 하는데.. 정말 엄청난 양의 감속을 해야 하는 관계로 로켓 엔진만으로 감당하는 것은 도저히 무리이다. 초속으로만 따지니 감이 잘 안 잡힐 텐데, 초속 1km는 시속 3600km이다..;;; 아무리 공기 저항이 없는 공간이라 해도 절대 만만찮은 운동량이다.

그래서 수성으로 가는 우주선들은 지구, 금성, 그리고 심지어 수성 그 자체도 근접 비행하면서 스윙바이를 통해 속도를 줄이고 또 줄였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했다. 이는 마치 급경사를 곧장 오를 수 없어서 빗면, 똬리굴 등으로 우회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 같다.
이 때문에 수성 탐사선은 지구에서 발사된 후 수성 궤도에 진입하는 데 거의 7~8년씩이나 걸리곤 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 방법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외행성은 태양으로부터 끊임없이 멀어지기 위해서, 내행성(수성)은 태양과 가까이 있으면서 태양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다들 주변 행성의 공전력을 끌어들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태양에 끌려갔다고 해서 우주선이 그대로 태양 표면의 플라즈마 불바다로 풍덩~ 직선 최단 거리 자유 낙하하는 건 아니다. 걔네들은 지구의 공전으로부터 이미 받아 있는 속도도 호락호락한 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물체들은 어지간해서는 태양과 가까워지면서 각속도가 붙어서 태양을 뱅글뱅글 도는 형태로 귀착된다.

내 경험상 천체의 운동이나 우주 비행 궤적은 여러 모로 직관적인 직선 최단 거리라는 게 별로 통용되지 않는 분야이더라. 직교좌표가 아닌 극좌표를 생각해야 할지도?? 그렇다고 여객기 항로처럼 무슨 구면기하학이 적용되는 영역도 아닌데.. 다만, 이 바닥은 지구 대기권의 항공역학과 달리 마찰이나 공기의 저항 따위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건 일면 장점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20/03/19 08:35 2020/03/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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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종류

하늘을 날아다니는 유인 비행기는 운영 주체와 비행 목적· 방식에 따라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그룹으로 나뉘는 것 같다.

1. 민항기(여객기+화물기)

항공사에 소속되어 정해진 스케줄대로 승객을 태우고 날아가는 바로 그 물건이다. 비행기들 중 덩치가 가장 크고 일반인들 눈에도 제일 많이 띄니 존재감이 가장 크다. 자동차로 치면 고속버스(여객)나 대형 트럭(화물)에 대응하겠다. 자가용· 사업용을 넘어 가장 어려운 운송용 조종 면허까지 딴 파일럿만이 이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다.

사고가 한번 나면 전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게 되는 비행기도 바로 여객기이다. (특히 국제선) 일례로 1997년 8월 6일 같은 날에 괌에서 대한 항공 801편 추락 사고와, 여주에서 KF-16 전투기 추락 사고가 났었다. 하지만 후자는 전자에게 완전히 묻히는 바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2. 군용기

민간 여객기와는 운용 방식이 사뭇 다르다. 그나마 수송기는 단순 민항기와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날개가 위쪽에 달렸고 날개 아래에 프로펠러가 있다거나, 선박처럼 뒷문을 개방해서 진출입 램프로도 쓰는 식으로 구조가 차이가 있기도 하다.

전투기는 그 덩치에 겨우 2명밖에 못 타지만 자동차로 치면 탱크의 무장에다 스포츠카의 성능을 갖췄다! 비행기들 중에 속도가 제일 빠르고 제일 과격한 급기동을 할 수 있다. 다만, 훈련을 빌미로 너무 위험한 기동을 하다가 종종 고장· 추락 사고가 난다.

3. 헬리콥터

정· 재계 높으신 분들의 자가용, 또는 병원· 소방서· 방송국· 산림청 등의 기관에서 특수한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 민· 군· 관에서 모두 골고루 비슷한 유형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회전익기에다가만 따로 고유한 그룹을 부여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다만, 얘는 긴급한 인명 구조용으로 쓰이는 대신, 평시 여객용으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육상 교통수단으로 치면 오토바이와 비슷해 보인다. 공중 정지와 수직 이착륙처럼 고정익기로 할 수 없는 기동을 할 수 있지만, 덩치가 매우 작고 항속거리가 짧으며 자세가 더욱 불안한 것도 오토바이를 닮아 있다.
 
4. 나머지 자가용· 개인 사업용이나 교육 실습용 소형 비행기

이런 마이너한 수요를 위해 공항 중에는 일반항공용 FBO(운항 지원 사업자)를 갖춘 곳이 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요즘 생산되는 경비행기는 전투기의 사출 좌석 같은 건 아니어도 비상 낙하산이 있다. 탑승 인원이 워낙 적고 기체가 작고 가볍기도 하니 그런 것까지 챙길 수 있구나 싶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민항기 군용기 헬리콥터 경비행기
취급 장소 일반 공항 공군 기지 헬리포트/패드 비행장/이착륙장
식별번호 7/8xxx (제트기) ?? 6/9xxx 1/2/5xxx (피스톤/프롭)
자동차 대응 고속버스, 트럭 탱크, 장갑차, 경찰차, 지프 오토바이 승용차

2와 3이야 워낙 독특한 분야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1과 4는 더 분명한 구분이 필요해 보인다.
단적으로 말해, 프로펠러 경비행기라도 비행기 조종만 하는 것하고, 아예 여객기 조종사가 되는 건 격이 완전히 다르다. 자동차만 해도 그냥 승용차 모는 것하고 아예 고속버스 기사가 되는 건 격이 완전히 다르니 말이다. 항공 쪽 진로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17 08:36 2020/03/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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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 상묵(1916-1984)이라는 사람은 살았던 시기와 젊은 시절 행적과 프로필이 원조가카(1917-1979)하고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기 때문에 같이 비교해 볼 만하다. 대구 사범학교를 졸업해서 교사를 몇 년 하다가 그만두고 일본군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교사만 해도 수입 안정적이고 명예와 처우가 좋은 매우 훌륭한 직업인데.. 그걸로 만족하지 않고 호랑이굴에 제 발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이건 이례적이었다.

물론 이건 1930년대 말 이후가 돼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일제가 전쟁을 벌이느라 일손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조선인까지 징병제로 징집하기 시작했으며, 더 나아가 황족이 아닌 평민 조선인에게도 일본군 간부가 될 기회가 열린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입장에서 조선인에게 총을 믿고 쥐어주고 자기 군대를 맡기기 위해서는.. 내선일체와 조선 민족 정체성 말살 프로파간다를 미치도록 밀어붙여야만 했다.

이 와중에 신 상묵과 원조가카 같은 사람이 나타났다. 이들은 교사가 된 덕분에 또래 청년들과 달리 군대 걱정을 별로 할 필요가 없었다. "징병제 때문에 기왕 군대에 끌려갈 거라면, 더 공부하고 준비해서 병이 아닌 간부로 다녀오자"가 아니었다. 전적으로 자발적으로 입신양명을 위해 일본군 간부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세부 디테일은 좀 차이가 있었다.

신 상묵은 부사관을 지원해서 오장/조장, 지금 국군으로 치면 거의 상사· 원사급에 올랐다. 근무지도 조선의 일본군 헌병대로, 정말 대놓고 항일 인사들을 고문하고 동족을 괴롭히는 경찰 같은 군인 보직을 맡았다.

1940년대 일제 말기에는 한반도 내부에서 옛날 같은 수준의 독립 운동이야 이미 씨가 마른 상태였다. 그저 일부 자잘한 비밀 결사 수준의 국지적 저항이나 있을 뿐이었는데.. 그 중 하나였던 "무궁당 사건"의 수사와 피의자 취조를 이 사람이 했다. 당연히 악랄하게 했다. 이런 바닥에서 조선인이 단순히 헌병 보조원 끄나풀을 넘어서 최상위 간부 계급에 짧은 시간 만에 도달한 것은 아무래도 구린 실적이 좋았던 덕분일 것이다.

2.
그에 비해 박 정희는?
부사관보다 더 되기 어려운 장교가 되기 위해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만주 군관학교를 거쳐 일본 육사를 들어갔다.
그는 거기서도 성적 우수자여서 온갖 특혜가 주어졌지만, 최소한 조선 본토에 오지 않았으며 타지에서도 있지도 않은 동족 독립군이 아니라 중공군과 싸우러 갔다. 하긴, 한 나라의 육사까지 나온 장교에게 겨우 헌병은 완전 재능낭비의 비전투 한직 병과일 테니..

요컨대 원조가카는 신 상묵보다 더 노력해서 더 높은 지위에 올랐지만, 신 상묵보다 훨씬 덜 악질적으로 일본군 복무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긴 칼 차고 돌아와서 교사 시절에 자기를 깔보고 무시하던 일본인 동료들에게 설욕을 했다.

이 정도면 그의 의도는.. 본인이 누차 강조하지만 그냥 현실 불만족으로 인한 출세욕, 신분 상승 욕구였을 뿐이다.
오늘날로 치면 카이스트 졸업하고 나서 국내 공돌이들의 처우가 불만족스러워서 로스쿨, 의전을 다시 들어갔거나,
유명 운동 선수가 여러 처우 문제 때문에 외국으로 귀화한 것 정도의 일탈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1940년대에 무슨 스포츠팀처럼 한국군과 일본군을 선택 가능하기라도 했었나? (광복군은 뭐...;; 논외로 하자. -_-)
그 시절에 일제로부터 월급 받는 업종에 종사했던 모든 조선인을 싸잡아 친일파 매국노라고 욕할 게 아니라면, 이 이상의 쓸데없는 친일파 헛소리는 논할 가치가 없다.

3.
그러고 보니 이 종찬(1916-1983)도 저 두 사람과 거의 같은 연배이고 일본군 복무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다만, 이 사람은 부역자 수준을 넘어 진짜 매국노급 친일파인.. 이 하영의 후손이어서 집이 귀족 금수저 가문이었다. 그는 그런 빽 덕분에 박 정희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일본 육사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기를 쓰고 거기 들어가려고 누구처럼 멸사봉공 혈서 따위 안 써도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해방 후에 참 군인 소리 들을 개념 행적을 많이 남겼으며, 이에 대해서는 할배나 원조가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저 사람은 애초에 일본군 복무하던 시절에도 비윤리적인 명령에 대해 "본인은 천황 폐하께서 그런 명령을 내리셨을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소신껏 항명을 할 정도로 강직했다.

4.
또한, 먼저 언급했던 저 신 상묵의 아들이 바로.. 국회의원 출신에다 열린우리당, 더불어민주당 진영에서 지금도 잘나가고 있는 정치인 신 기남이다.
이 사람은 다른 건 모르겠고 지난 2000년대에 한글날의 국경일 재지정에 관심을 많이 갖고 애썼던 덕분에 한글 학회 등 관련 운동 단체로부터 애국자라고 칭송받고 상도 잔뜩 받았었다. 그랬는데 부친의 과거 이력 흑역사가 뒤늦게 알려져서 곤혹을 치렀다.

5.
두 사람 얘기만 하려다가 세 사람 얘기가 돼 버렸는데..
내가 이런 얘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한쪽에다가만 친일파 프레임 씌우는 불순하고 멍청한 수작에 속는 사람이 없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것도 본인의 오래된 생각이고 누차 강조하는 사항인데.. 우리나라가 겨우 1940년대 말 건국 초기에 일제 군경 경력자를 재등용한 것은 Windows 95가 그때 컴터 환경의 한계상 도스/16비트 코드를 그대로 수용했던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불가피한 현상이었다. 당장은 신 상묵 같은 사람이 없으면 안 됐다. 항일 인사를 잡던 그 수사 기술이라도 재활용해서 일본놈보다 더 질 나쁜 빨갱이들을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 상묵은 해방 후에 대한민국에서는 원조가카 같은 군인이 아니라, 경찰 간부가 됐다.

오죽했으면 그 시절에 반민특위를 해체했던 법무부 장관조차도 골수 친일파이기는 개뿔, 항일인사 독립운동가 출신이고 한글 학회에 엄청난 사재를 기부한 민족주의자였다.
필요 이상의 쓸데없는 망상을 30대 나이가 넘어서까지 갖고 있어서는 심히 곤란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04 19:35 2020/03/0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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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계산 도구

본인을 포함한 일반인들은 학교에서 10진법 아라비아 숫자를 기반으로 사칙연산을 배웠다(특히 구구단..) 종이 없이 암산은 기껏해야 한두 자리 정도까지만 가능한데, 암산을 할 때는 당연히 머릿속에 아라비아 숫자를 종이에다 쓰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계산기와 컴퓨터가 지금처럼 존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아날로그 계산 도구인 주판이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었다. 이걸로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잘 하면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았으며, 이것만으로 돈과 숫자를 다루는 직종에 취업도 가능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애들 대상으로 속셈 학원이라는 것도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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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악기처럼 생긴 구석도 있어 보인다..;;
하긴, 아라비아 숫자가 일반적인 오선지+콩나물 악보라면, 주판은 오르골용 연주 테이프 내지, 컴퓨터의 내부 표현 형태를 그대로 옮긴 길쭉한 수평선 나열에 대응하겠다.)

사실, 아무리 전자 계산기가 있다 해도, 주판의 달인이 주판알을 굴리는 속도가 숫자를 느릿느릿 입력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다(..;;; ). 글쎄, 숫자 타이핑의 달인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이유로 인해 일부 영역 한정으로는 아직까지도 주판이 계산 속도면에서 승산이 있다. 마치 오토바이가 자동차보다 최고 속도 성능은 뒤쳐지지만 가속력이 월등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주판의 달인 정도면 심지어 암산을 할 때도 머릿속에서 가상의 주판을 생각하고 주판알을 튕기면서 계산한다. 그래서 주판 실물이 없더라도, 또 당사자가 무슨 서번트 증후군 영재· 천재급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아라비아 숫자를 떠올리며 낑낑대는 것보다는 더 많은 자릿수의 암산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동일한 개념과 의미이더라도 이를 어떤 언어를 통해 접하느냐에 따라 느낌과 뉘앙스가 달라지듯, 본질적으로 동일한 숫자라도 어떤 진법과 어떤 encoding 체계로 접하느냐(아라비아 숫자? vs 주판?)에 따라서 뇌의 능률이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아라비아 숫자는 현대 수학을 존재 가능케 한 매우 합리적이고 편리한 체계이긴 하지만, 문자로서의 가독성과 손가락 개수라는 실용성까지 고려하다 보니 연산 자체에 딱 최적화된 체계는 아닌 것 같다.

  • 옛날에 주판뿐만 아니라 계산자라는 물건도 쓰던 시절..
  • 초등에서는 주판을 가르쳤고 중등에서는 제곱근의 근사값을 손으로 구하는 계산법도 가르쳤던 시절..
  • computer가 요즘처럼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계산원, 계산수!) 가리키는 빈도가 더 높던 시절.. (speaker가 기계와 사람의 뜻을 모두 갖고 있듯이)

이런 시절은 사는 모습이 어떠했을지 궁금해진다. 타자수뿐만 아니라 계산수도 여성 종사자가 많았었다.

저런 걸 다루는 것도 군대로 치면 총검술 같은 legacy 스킬의 범주에 들겠다. 타자기가 Word의 아날로그 버전이라면, 계산자와 주판은 Excel의 아날로그 버전이지 않겠나.;;
물론, 주판 같은 걸로 숫자의 기계적인 연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잘하는 것은.. 오늘날의 극도로 추상적인 세계를 다루는 수학자에게 필요한 천재적인 창의성이나 직관하고 딱 정화하게 일치하는 영역은 아니다. 이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21 08:37 2020/02/2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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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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