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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나들이 2

특별한 여행이라기보다는 그냥 본인의 일상· 근황에 가까운 가벼운 나들이를 요 근래에 했던 것들을 또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솔직히 말해 요즘 개인 연구건 직장일이건 잘 안 풀리고 있다. ㅠㅠ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가는데 답이 딱 안 나오고 개발 방향이 갈팡질팡이고 버그는 안 잡힌다. 올여름 중으로 날개셋 9.5 최종판과 후속 논문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이 와중에 날씨가 점점 더 더워지는것도 개인적으로는 악재다.

이럴 때일수록 좀 쉬고 머릿속을 초기화한 뒤, 완전히 새로워진 관점에서 문제를 다시 접근하면 해결책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1. 노숙

내가 이런 걸 왜 지금까지 몰랐나 싶다.
비 내리는 날 새벽과 아침에 숲 속 나무 정자 아래에서 빗소리 듣고 풀 냄새 맡으며 뒹굴거리는 건.. 가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중독성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이런 걸 가리키는 '한뎃잠'이라는 훌륭한 순우리말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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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안 올 때는 그냥 집 근처 공원의 벤치에 누워서 자 보기도 했다.
이런 짓 하지 말라고 벤치의 중간에 일부러 칸막이나 손잡이를 만들어 넣는 것 같다만, 그래도 그게 없어서 한 사람이 쭉 누울 수 있는 벤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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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뎃잠을 여러 번 자 보면서 느낀 건데.. 사람이 자는 동안에는 (1) 체온이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고 중간에 잘 깨긴 하더라. 어지간히 더운 곳이 아닌 이상, 잘 때 덮는 이불이 괜히 필요한 게 아니다.
또한, 찬 공기뿐만 아니라 (2) 차가운 바닥으로 열을 빼앗기는 것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푹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온을 위해서 밑에 까는 이불이 필요하다.

본인은 몸에 열이 많고 더위를 많이 탄다. 여름보다 겨울을 더 좋아하고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취향이다.
또한 불면증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체질이다. 피곤하면 어디서나 눈만 감으면 곧장 잠들며, 5~6시간이 워프된 후에 개운한 상태로 일어난다.
일부러 물을 1리터쯤 마시고 잠든 게 아니라면, 밤중에 오줌 마려워서 깨는 것조차도 거의 없다. 그 대신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부터 가지만..

그래서 본인은 나름 야영· 노숙에 최적화된 체질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런데도 보온을 충분히 하지 않은 생태로 밖에서 잠들면 기대했던 것보다 이른 서너 시간 남짓 후에 깨 버리더라. 충분히 못 자고 수면 리듬이 깨졌으니 그 뒤로는 편안한 하루가 보장되지 못한다. 그래도 그대로 코나 목이 가 버리고 감기에 걸린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새벽 1~2시에 잠드는 순간까지도 밖이 춥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데, 5~6시 무렵에 눈을 뜨면 밖이 상당히 춥다. 그래서 다른 부위보다도 얼굴을 잘 감싸서 호흡할 때 찬 공기가 코로 대놓고 들어가지 않게 조치를 취해야 했다.

물론 이것도 늦어도 5월 초 정도까지의 이야기이고, 계절이 여름으로 바뀐 뒤부터는 해당되지 않는다. 집에서 자듯이 대충 이불 덮고 자도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그 대신, 이제부터는 모기 때문에 밖에서 제대로 자기 어렵다. 모기를 피해서 몸을 감싸고 덮어 버리면 밖이 시원하다는 장점이 사라지니까..
방수· 방충이 되는 1인용 텐트를 장만해서 적극 활용하고 싶어진다.

2. 남한강 이남-남한산성-서울 동남부 깜짝 드라이빙

팔당 댐에서 동쪽으로 더 가면 강북은 국도 6호선을 따라 양평으로 가는데, 강남의 광주 방면으로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오래 전부터 궁금했다. 그래서 하루는 머리를 식히고 분위기를 전환할 겸 달려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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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더 경치 좋고 쉬기 좋은 곳만 찾자면 북한강(가평 방면)이나 남한강 이북(양평 방면) 쪽으로 가는 게 더 낫지만, 더 남쪽으로는 갈 일이 잘 없으니 희소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개발되지 않은 오지 탐험은 늘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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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으로의 합류가 얼마 남지 않은 경안천의 모습이다.

그리고 남한산성을 도보 등산과 시내버스(성남)에 이어, 동남쪽의 광주시 구간을 통해 드디어 자가용으로도 가 보게 됐다. 전에 서울 남산을 도보 등산과 케이블카에 이어 시내버스로도 간 것처럼 말이다.

서쪽 성남시 구간의 도로는 경사가 굉장히 급한 반면, 동쪽 광주시 구간의 도로는 길고 경사가 완만해 보였다. 꼭대기 근처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산을 타고 오른다는 느낌 자체가 별로 안 들 정도였다.

3. 북악산 한양도성 구간 산책

본인은 지금까지 북악산을 세 번 정도 서로 다른 등산로로 종단· 횡단을 해 봤는데.. 나름 남쪽으로 청와대를 가장 가까이 지나고(직접 볼 수는 없지만) 산의 정상을 지나고, 유일하게 신분증을 까고 출입 신고를 해야 입장할 수 있는 한양도성 구간을 최근에 한번 더 답사했다. 재작년 봄에 최초로 답사한 뒤 2년 만의 일이다. 사실, 여기가 제일 북악산다운 곳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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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문 근처에 있는 최 규식 경무관 동상이 대대적으로 때 빼고 광 내서 밝은 구리색으로 싹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1· 21 사태 당시에 같이 순직했던 정 종수 경사에 대해서도.. 참 늦은 감이 있지만 흉상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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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덥긴 해도, 산은 잎이 초록색일 때 올라야 제일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위의 사진은 정상에서 청운대를 내려다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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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작년엔 정상 표지석만 찍었고 이렇게 내가 나온 모습을 촬영하지는 않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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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의 한양도성 등산로(혹은 산책로? 탐방로?)는 성 바깥쪽이 온통 철조망으로 둘러져 있다. 북악산의 다른 영역과 한양도성 등산로를 완전히 분리· 단절하여, 여기로 오려면 반드시 안내소를 거쳐서 번호표 목걸이를 받아야 하게 말이다.

이 등산로보다 더 안쪽으로 청와대를 둘러싸는 철조망도 당연히 있으며, 이건 등산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등산로를 이탈하여 풀숲을 헤치며 남쪽으로 쭉 내려가면 볼 수 있겠지만, 그런 시도를 했다가는 당사자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는 단순한 동네 뒷산이나 공원이 아니라 무슨 전방 같은 군사 시설 주변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독특한 분위기가 조선 시대 유물과 한데 어우러졌다는 것이 북악산 등산의 묘미이다.

대부분의 산책로는 한양도성 안쪽으로 성을 따라 나 있지만, 잠깐 성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기도 한다.

4. 용마-망우산 구간 재답사

본인이 지금까지 아차· 용마· 망우산 일대를 올랐던 내력은 다음과 같다.

  • 가장 먼저 서쪽 중곡 역 방면에서 용마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정상을 찍었다. 다음으로 능선 겸 서울 둘레길을 따라서 북상하다가, 더 동쪽의 망우산 중심부로 이탈하여 망우산 정상 표지도 봤다. 하산은 북쪽의 시립 묘지(일명 망우리 공동묘지) 방면으로 했다. 당시 산에서 비를 철철 맞았던 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 2차 답사 때는 동쪽의 아차산 입구에서 산을 올라서 산 정상을 찍었다. 그 뒤 용마산 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북상하다가 구리 아치울 마을 방면으로 하산했다. 날씨는 아주 좋았다.
  • 3차로는 아예 차를 가져가서 시립 묘지에서 들어갔다가 그리로 나왔다. 차도를 따라 시민 묘지만 한 바퀴 돌면서 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각종 옛날 유명인사들의 묘소도 구경할 수 있었다. 답사 당일은 아주 흐렸으며 산에 안개가 자욱했다.

그리고 이번 4차 답사 때는..
이들 산의 종축 중앙이고, 용마 터널 근처이기도 한 사가정 공원에서 용마산을 올랐다. 여기서 용마산 능선에 도달하고 나니, 망우산 방면과 아치울 마을 방면이 갈리는 교차로도 거의 곧장 나왔다.

본인은 거기서 계속 북쪽으로 가서 예전처럼 시립 묘지 구간으로 들어갔다. 다만, 계속 길만 따라 간 건 아니며, 도중에 동쪽으로 진로를 바꿔서 백교(한다리) 마을에 도달함으로써 산의 횡단을 마쳤다. 이 정도면 여기 산들도 안 간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등산로를 밟아 보게 됐다.

'사가정'이란 이 일대에서 살았던 '서 거정'(1420-1488)이라는 조선 시대 문신의 호라고 한다. 개드립을 좀 치자면, 기왕 저렇게 호를 지을 거면 왜 '사가장'이라고 지을 생각은 안 했나 모르겠다.
사가정 공원은 생각보다 이른 2005년에야 생겼다. 일자산 근처에 온통 둔촌 둔촌 하는 것처럼, 이곳에서도 옛날에 이 산의 기슭에 살았던 유명한 학자 내지 관료를 홍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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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등산로가 시작되다 보니 처음에는 길이 돌계단처럼 나 있고 곳곳에 벤치와 오두막, 운동 기구가 있었다.
숲이 울창한 덕분에 온통 짙은 그늘이 져 있어서 직사광선 노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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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용마산 남북 능선에 진입했다. 아치울 마을로 하산하는 갈림길을 지나서 북쪽으로 쭉 가면, 망우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도 나온다. 거기도 지나치면 길이 포장된 도로로 바뀌고 망우산 묘지 구간으로 진입한다.
본인은 묘지 구간을 좀 지나다가 동원천 약수터 방면으로 이탈하여 숲 속을 방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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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방황하던 끝에 용마-망우산을 횡단하는 덴 성공했다. 그리고 딱 한 번 하늘이 트인 공터가 나왔다. 누군가의 묘지..
여기만 나무 베어내고 숲을 잔디밭으로 바꿔 놓아 있었다. 망우산의 항공 사진을 보면, 이렇게 혼자 외딴 곳에 자리잡은 묘지가 몇 군데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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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다 그친 뒤에 산을 오르니 날씨 맑고 하늘 푸르고, 5월이어서 잎도 온통 짙은 초록색인 데다.. 계곡마다 물이 졸졸 흐르고 있어서 정말 좋았다. 서울 방면과 구리 방면 어느 쪽으로든 말이다. 어떤 곳은 물이 등산로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기도 했다.
비록 산 아래의 경치는 거의 보지 못했지만 산 속의 경치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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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길을 따라 내려가니 이내 차도와 함께 저수지와 마을이 나왔다. 아치울보다 더 북쪽에는 백교/한다리라는 이름의 마을이 있다.
늘 산기슭의 한적한 전원마을을 구경하면서 산행을 마치는 건 내 스타일 등산의 뻔한 클리셰가 돼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8/06/04 08:29 2018/06/0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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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9월의 짤막한 활동 일지

1. 뚝섬 한강 공원에서의 외박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여름 밤엔, 아예 돗자리와 노트북 PC, 밤참 간식거리를 몽땅 싸들고 자전거를 몰고 여기서 외박을 했다. 여기는 아무래도 집 근처보다는 확실히 더 시원했고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이것도 지금 다시 회상해 보니 재미있는 추억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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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자리가 아니라 풀밭에다 아예 텐트를 친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1인용 작은 텐트라도 하나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 너무 작은 건 침낭이나 영현빽(..!!) 같은 느낌도 들긴 한다만.. 하긴, 잠도 생물학적으로는 일시적인 죽음이긴 하지.

2. 경기화학선의 흔적 추가 답사

본인은 2년 전에 오류동 역에서 분기해 나가는 전설의 지선 철도이던 경기화학선 폐선 부지를 답사한 적이 있었다.
그 뒤 근래에는 거기보다 더 남부인 부천 옥길동 일대에서 같은 선로가 이어지는 곳을 추가로 답사했다. (☞ 예전 글) 거기에 일종의 선로 분기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 선로는 진짜 경기화학 공장 내부의 역(명목상)으로 들어갔고, 다른 하나는 시흥시 방면으로 10여 km 남짓 더 경기 자동차 과학 고등학교 근처까지 내려가서는 군부대에 도달했다. (제3 군수 지원 사령부 소속의 모 부대임)
그리고 이 분기점 일대는 마치 그린벨트처럼 자연의 정취가 살아 있는 곳이며, 이런 기막힌 위치에 '은빛 전원 교회'라는 예배당도 있었다.

본인은 이런 지리 여건에 깊은 흥미를 느끼게 됐다. 그리고 여기도 싹 다 개발되고 아파트가 지어질 거라는 소리에 하루 날잡아서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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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일단 은빛 전원 교회부터가 건물이 통째로 흔적도 없이 싹 철거되어 사라져 있었다. 몇 달쯤 전의 일이고 이 교회 예배당은 딴 데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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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상으로 경기화학 공장 공터의 화물 하역장인 곳에도 그런 거 없다. 공장 방면 선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도로를 만들려는지 터가 닦이고 있었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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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군부대 방면 선로와 공장 방면 선로가 분기하는 지점이다. 인터넷 지도 로드뷰 내지, 이곳을 나보다 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사진 기록과 대비해 봐도, 선로 상태는 더 안 좋아졌으며 잡초는 더욱 무성해져 있었다. 오른쪽이 공장 방면인데, 선로가 저걸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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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군부대 방면으로 내려가는 선로도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는 이 이상 더 접근을 사실상 할 수 없다. 다른 곳에서 또 선로의 흔적을 추적해야 한다.
여기는 그래도 간간이 군용 화물을 실은 열차가 오간다고도 들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열차가 다닐 수 있는 상태가 아니며 수인선 폐선 부지와 별 다를 바 없다. 그나마 이런 상태의 선로를 볼 수 있는 나날도 얼마 안 남았고 조만간 다 없어질 것 같다.

재작년에는 본인은 이천에 가서 수려선 오천 역 역사로 쓰였던 옛 폐건물을 답사하고 촬영하고 오기도 했다. 그때는 정말 운이 좋았다. 그 건물 역시 주변 지역의 재개발로 인해 철거하네 마네 하던 상황이었는데, 내가 다녀간 뒤 거의 정확히 한 달 뒤에 실제로 철거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화학선 분기점 주변은 내가 한 발 늦었다. better late than never 차원에서 지금 같은 사진을 건진 거라도 다행으로 여겨야겠지만, 상태가 더 좋던 시절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3. 도산 공원· 도산 안 창호 기념관

서울 강북에는 지리학자 김 정호를 기리는 명칭인 '고산자로'라는 도로가 있다. 그런데 강남 압구정 일대에는 '도산대로'라는 도로도 있는 것을 언젠가 버스 차창 밖으로 어렴풋이 봤다.
도산? 검색해 보니 안 창호의 호를 가리키는 게 맞았다. 게다가 이분의 묘지와 기념관까지 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건 신사동 가로수길에 비해 굉장히 인지도가 없고 너무 생소하게 들렸다.

이런 곳이 있다는 제보를 입수한 본인은 도산 공원을 다녀왔다. 하긴, 근처의 전철역들과는 1km 가까이 골고루 어설프게 멀리 떨어져 있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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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창호는 순국 후에 처음에는 망우리 공동묘지에 묻혔다. 그러나 1970년대 초에 박통이 무슨 필이 꽂혔는지 안 창호에 대한 대대적인 재평가와 승격을 지시했으며, 1971년에는 이 부지에 기념관과 근린공원의 건립을 지시하고 묘지도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잘은 모르지만 안 창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대단한 인물이며, 미국에도 이 사람을 기리는 이름이 붙은 도로 내지 건물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는 안 창호가 실제로 활동하고 지낸 곳은 아니지만 어쨌든 강남 금싸라기 땅을 당당히 점유하고 있는 공원과 기념관이 됐다. 시설이 완공되고 개장한 때는 1973년. 건설 당시에는 여기 주변은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황량한 허허벌판이었다.
안 창호 기념관은 1988년에 더 남쪽에 개장한 윤 봉길 의사 기념관보다도 건립 시기가 훨씬 더 이르다. 하긴, 윤 의사 기념관 역시 당사자의 고향이나 거처와는 무관한 곳에 있긴 하다.

나중에 이 홈페이지에 정식으로 여행기가 올라오겠지만, 본인은 다산 정 약용 선생의 묘지와 기념관도 다녀왔다. 왠지 안 창호와 비슷한 성향의 인물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건 당사자의 출생지인 물 좋은 남양주 두물머리 시골 마을에 있기 때문에 부지가 훨씬 더 넓으며, 반쯤 강변 유원지 + 테마파크의 형태를 하고 있다. 어떤 인물을 기리는 공간을 이렇게 교외에 거창하게 만들지, 아니면 소박하지만 접근하기 아주 편한 인서울에 만들지.. 이건 제각기 장단점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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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은 이렇게 온통 나무들로 울창해서 직사광선이 바로 내리쬐는 곳이 거의 없었다. 중간 중간 운동 기구와 의자, 정자도 있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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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중간에는 안 창호 선생의 동상도 커다랗게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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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 "나 하나를 건전한 인격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민족을 건전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 "우리 중에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안 창호는 사상 세계가 굉장히 심오했으며, 남 탓 사회 탓 정치인 탓 외세 탓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은 가장 먼저 나 자신 개인에게서"를 통한 의식 개조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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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창호 기념관은 한 층의 넓은 방 한 칸에 이런 분위기로 사진과 유품이 전시돼 있는 정도였다. 정 약용 기념관보다는 훨씬 더 조촐하다. 이분에 대해서는 보통 콧수염 난 미중년 아저씨의 모습으로만 기억하는데, 생애에 마지막으로 찍힌 사진으로 여겨지는 1937년 서대문 형무소 수감 사진에서는 수염이 더부룩하고 젊은 시절보다 다소 초췌해져 있다.

"나는 밥을 먹어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 잠을 자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서 해 왔다. 이것은 내 목숨이 없어질 때까지 변함이 없을 것이다."는 김 구로 치면 '나의 소원'과 같은 급의 발언인데.. 안 창호는 같은 말을 그래도 훨씬 더 실천주의적으로 멋있게 했다.
또한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기도 했으니, 아마 고전 10:31을 염두에 두고 저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 (먹든지 마시든지 모든 행동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vs 대한 독립을 위해서..)

이 정도 구경을 했다.

4. 우이 경전철

그리고 지난 2017년 9월 2일엔.. 드디어 서울에서도 경전철 시대가 개막됐다.
어디 먼 곳이 아니라 서울 시내에, 그것도 서울 지하철 최초의 환승역인 그 낡은 신설동 역을 기점으로 신분당선처럼 전방이 보이는 무인 운전 전철이 새로 개통하다니 느낌이 대단히 새롭다. 1974년에 최초로 생긴 역과 2017년에 새로 생긴 역이 이렇게 한데 연결됐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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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역들의 건설 시기가 너무 차이가 나는 만큼, 분당선 왕십리 역은 아무래도 북쪽으로 더 이어질 가능성이 없으며, 우이 경전철 신설동 역은 남쪽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이 없다. 신설동에서 경전철과 2호선 성수 지선 사이의 환승은 내가 직접 해 보니 굉장한 막장 환승인 것을 감안해야겠다.

열차의 구동음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형 전동차와 다를 바 없이 동일하다. 다만, 차량 편성은 듣던 대로 겨우 2량이다. 승강장이 정말 짧긴 하더라.
인구 수에 비해 전철 수가 너무 부족하던(4호선이 유일) 성북구 일대가 이 전철의 혜택을 많이 입겠다. 또한 130번 같은 시내버스가 타격을 입을지도 모르겠다.

도봉산에 이어 북한산도 궤도 교통수단으로 가는 날이 오다니 감개무량하다. 산으로 가는 전철답게 노선색도 산뜻한 연두색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25 08:37 2017/09/2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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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색소폰 연주

아시다시피 본인은 Looking for you를 3천 번 들었다.
성경의 사무엘이 '사무엘아' 음성을 두 번 듣고 나서 세 번째 들은 뒤엔 출처를 공부한 뒤 들을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네 번째 '사무엘아' 음성을 들은 뒤에야 하나님의 음성에 제대로 응답하게 됐다.

그것처럼 나도 새마을호에서 Looking for you를 두 번 듣고 나서 세 번째 들은 뒤엔 출처를 인터넷으로 검색했고, 다음엔 들을 준비를 하고 새마을호를 탔다. 네 번째 Looking for you가 흘러나왔을 때 나는 철도 안에서 거듭났고 철도를 내 개인의 교통수단으로 영접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뒤로 나는 Looking for you를 주선율, 주요 화음, 대략의 비트까지 다 청음 채보했다.
콩나물 대가리를 한땀 한땀 입력해 넣고 원곡과 대조하면서, 어느 기보가 원음에 더 근접한 정확한 기보인지를 고민하면서..
Looking for you 작곡자의 마음과 심정을 이해하는 자가훈련을 했다.

이 음악의 어느 부분이 나를 감화시켜서 나를 철덕으로 만들었는지, 왜 이런 결과가 야기될 수밖에 없는지를 연구했다.
그리고.. Looking for you의 주선율을 만든 악기 공부를 (잠깐 동안이지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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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성탄절, 우리 교회 복음 전도 집회에서.
아, 교회에서 Looking for you 연주했다는 얘기는 아님. 오해 마시길..

2. 나의 등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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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서식이 있으니 올랐던 산들의 높이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매우 좋다.
이것도 중복 정보 없이 정규화가 잘된 구조로 구축하려면 산에 대한 테이블과 등산 세션과 관련된 테이블을 분리하긴 해야 하는데, 엑셀로 그것까지 하기에는 많이 귀찮지.

입산 지점에 최종적으로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가서 어디로 하산했는지,
산 속에서 주로 본 게 무엇인지, 바깥 경치로 주로 무엇을 봤는지,
정상에는 무엇이 있었고 어떤 형태였는지, 산이 행정적으로 어떤 관리를 받고 있는지 같은 것을 일목요연하게 조회 가능하게 했다.

3. 코딩

그럼 이제 일상생활 얘기로 넘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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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화면을 비추느라 명암차 때문에 주변이 어두워진 거지, 촬영 당시에 책상 주변은 실제로는 저 사진만치 어둡지 않았음)
화면이 미치도록 광활한 데스크톱 컴과,
눕든지 앉든지 편한 자세로 침대, 책상, 자동차 등 아무 데서나 사용 가능한 놋붉 컴 중
뭘로 코딩을 할지가 매우 고민된다. 일종의 행복한 고민.

참고로 노트북의 화면 전체와, 데스크톱 모니터의 오른쪽에 떠 있는 작은 프로그램 창하고 화면 크기(화소 수)가 동일하다. ㄲㄲㄲㄲㄲㄲㄲㄲ 미래의 리드미 문서를 작성하고 있는 날개셋 편집기의 화면임.
내가 지금까지 갖고 있던 그림과 동영상들이 화질이 얼마나 구린지를 까발리고 정죄하는 마법의 모니터다.

역시 프로그래머에게 화면이 큰 건 컴퓨터에게 램이 많은 것과 같다~! 정말 다다익선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꾸 창 전환이나 스크롤 하는 게(개발툴, 웹브라우저, 에디터, msdn 등등) 컴터로 치면 메모리 부족해서 하드디스크 스와핑 하는 것과 개념적으로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이다.

무식하게 혼자 3~5K급으로 해상도가 너무 높은 모니터 하나냐, 혹은 걍 2K 해상도급 모니터 듀얼/트리플 중 어느 게 더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 제각기 장단점이 있어 보인다.
참고로 배(선박)와 DLL(Windows 파일..;; )은 작은 놈 여럿보다는 큰 놈 하나가 성능면에서 더 효율적이다.

일체형 PC는 간지나고 공간 덜 차지하고 지저분한 선 없이 콘센트 하나만 꽂으면 모니터 본체 스피커가 전부 OK이니 정말 좋긴 하다.
다만, 이렇게 한번 세팅된 이후로 부품 업그레이드가 어려울 것이고 발열 제어도 곤란하니 엔드급 게임은 무리일 것이다.

구조적으로 볼 때 철도 차량의 동력분산 / 동력집중의 차이와 비슷해 보인다. 일체형 PC가 동력집중이 아니라 분산식에 대응한다. 그리고 트렁크· 캐빈· 엔진룸 따위의 구분이 없는 원박스 형태의 자동차도 일체형 PC와 비슷한 컨셉이라 볼 수 있겠다. (공간 활용 최대, 그러나 정비가 어렵다는 점에서 비슷)

4. 시간 부족과 일정 압박

CPU 클럭 속도 향상의 병목은 발열이고, 자동차 속도 향상의 병목은 공기 저항이다. 스마트폰 성능 향상의 병목은 배터리 용량이다.
그리고 날개셋 한글 입력기 개발에서 최악의 병목은 잠으로 인한 시간 부족 되시겠다.
난 오랜 경험상 매일 6시간이 정말 마지노선이고 그 이하로는 도저히 못 줄이겠다. 결국은 낮에 졸음과 집중력 저하로 인해 밤에 안 잔 것 이상의 대가를 치르게 되더라. -_-;;

어지간한 고시 준비생만치 시간을 분초 단위로 쪼개며 살아도 시원찮을 판에 이래 가지고 날개셋 9.0은 언제 완성할 것이며 박사 졸업은 도대체 언제 하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보다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선호함. 눈 감았다 뜨면 그냥 6시간이 싹 워프되고 개운 가뿐하게 일어나긴 한다. 천성적으로 남 눈치 안 보고 앞날 걱정을 미리 안 하는 체질이어서 그런지 스트레스는 적게 받는 편. 불면증 같은 게 어떻게 존재하는지 이해를 못 한다.

단지 잠을 더 줄일 수가 없을 뿐임.
이것도 기초체력 문제인가..? 잠 적으신 분이 굉장히 부럽다.

5. 덕질

논문 쓸 '꺼리, 아이템'들을 만들어내는 활동은 재미있지만 (코딩, 시스템 구현, 실험 등등)
그걸로 온갖 형식 갖춰서 실제로 논문을 쓰는 건 꽤 성가시고 번거롭다. =_=;;
그래도.. 잔인한 주인이 무자비하게 내린 온갖 복잡한 재귀호출 뺑뺑이와 자질구레한 메모리 할당· 해제 요청들을 컴퓨터는 진짜 순식간에 전광석화처럼 해낸다.

소프트웨어의 추상화 계층이 올라가면 코드를 유지보수하고 확장하기는 편해지지만 컴퓨터의 입장에서는 뭘 하나 하려 해도 포인터가 가리키는 대로 메모리를 여러 단계 요리조리 따라가야 하고, 캐시 미스가 나면 더 느린 메모리에 갔다가 와야 된다.

사용자가 '확인'을 누르거나 키보드를 하나 눌러서 화면에 글자 한 자가 찍힐 때까지 컴퓨터가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일의 양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하물며 실존하지 않는 종이, 실존하지 않는 음악과 영상이 존재하는 것 같은 경험을 사람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컴퓨터는 얼마나 많은 계산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있을까?
프로그래머로서 이런 컴퓨터가 고맙고 대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글자를 온통 배배 틀고 배경과 뒤섞어 놓은 일명 '캡챠'는 사람은 곧바로 알아보지만 컴퓨터가 알아보지 못하는 (걸 지향하는) 그림이다.
그러나 사람이 도무지 판독할 수 없는 랜덤 노이즈로 보이는 QR 코드 같은 건 컴퓨터가 곧바로 판독해 낸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주석과 들여쓰기가 잘 된 코드와, IOCCC용 난독화 코드는 컴퓨터가 해석하는 데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런 걸 생각해 봐도 사람과 기계는 근본적으로 특성이 달라도 이렇게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6. 컴퓨터 세팅

개인용 컴퓨터를 새로 지르거나 회사 같은 데서 내 업무용 컴터를 받았을 때 내가 기종을 불문하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은

  • 키보드 속도를 최고속으로 맞춘다. 보통 디폴트 값은 반복 속도가 늘 최고속에서 한 단계 낮은 걸로 돼 있는데.. 난 이게 최고속으로 돼 있지 않으면 답답하고 불편해서 못 쓴다. 키를 이 정도 시간 동안 눌렀으면 cursor나 선택 막대가 어느 정도로 이동해 있을 거라는 예상치와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재입력/반복 키보드 속도 조절 체계'는 IBM PC AT 시절 이래로 변함없이 이어져 온 유구한 전통이다.
  •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설치한다. 내 홈페이지에 대외적으로 공개돼 있는 최신 버전이 아니라, 나 혼자만 갖고 있는 "개발 중"인 진짜 최신 버전이다. 한글을 내가 원하는 형태로 입력 가능하고 그 구닥다리 16*16 비트맵 폰트를 화면으로 좀 봐야 내가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 Looking for you.mp3 복사해 넣는다. 음악 파일 중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가 무조건 제일 먼저 집어넣는 파일, 특히 사운드 테스트용으로 쓰는 파일은 답정너 looking for you이다. 이게 흘러나와야 내 개인용 컴퓨터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노트북 내지 미니키보드들의 왼쪽 아래를 보면 Ctrl의 오른쪽에 Alt가 있는 것은 보장되지만 이것 말고 Fn, Win, 한자 키 같은 것은 생각보다 배치가 제멋대로이고 파편화가 심하다. 규격이 통일돼 있지 않다. 이것 때문에 한 키보드에 적응되고 나면 다른 키보드에서 modifier 키를 잘못 누르기 쉬워서 몹시 불편하다.

말이 나왔으니 하나 더.. 요즘 Windows 10은 사용자에게 선택의 여지를 안 주고 시도 때도 없이 강제 업데이트를 해서 꺼져야 할 때 바로 안 꺼지고, 켜져야 할 때 바로 안 켜지는 게 굉장히 싫다. 대규모 업데이트가 너무 잦고, 심지어 업데이트 후에 컴퓨터가 맛이 가는 것도 몇 번 겪어서 하기가 더욱 싫어진다. 그리고 컴퓨터를 오래 쓰고 나면 언제부턴가 시작 메뉴에서 앱들 검색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기 시작한다. 나만 이러는 거 아니지?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서 이더넷 유선 랜도 데이터 요금이 부과되는 네트워크라고 속이는 레지스트리 패치를 적용시켰다. 그래야 운영체제가 제멋대로 깽판을 안 부린다. 제아무리 보안 업데이트도 인터넷 패킷 종량제 앞에서는 깨갱 할 수밖에 없으니까.

7. 삼각형의 오심을 그리는 프로그램

작년이니 엄청 옛날에 이미 작업된 사항이긴 한데, 막 중요한 건 아니어서 이제야 여기서 공지를 하게 됐다. 홈페이지의 '옛날 자료실'에 올라와 있는 '삼각형 오심을 그리는 프로그램'이 거의 10여 년 만에 기능이 크게 추가되고 보강됐다. 수학 강사인 교회 지인의 제안으로 행해진 작업이다.

삼각형의 오심이야 간단한 기하 알고리즘으로 (1) 두 직선의 교점과 (2) 두 변이 이루는 각을 이등분하는 변만 구할 줄 알면 컴퓨터로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다. 삼각형은 2차원 평면도형 중 가장 간단한 물건인데 얘의 모양에다 중심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도 이렇게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된다.

구체적인 개선 사항은 해당 웹페이지에도 나와 있지만, '구점원'이라는 걸 그리는 걸 추가했다. 삼각형 세 변들에 대해 변의 중점으로만 이뤄진 작은 삼각형의 외심원을 구한 것인데, 이게 또 방점과 접하고 수심을 지나기도 하는 등 기하학적인 의미가 장난이 아니다. 이걸 제6심이라고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내심을 제외한 수심, 구점원 중심, 무게중심, 외심 이렇게 네 점은 언제나 한 직선상에 있다는 게 보장된다..;; 이 오일러 직선을 그리는 기능도 추가했다.
또한 삼각형의 꼭지점만 마우스로 끌어서 이동시키는 게 아니라 삼각형 내부를 끌면 삼각형이 통째로 움직이게 했다. 한 점이 삼각형의 내부에 있는지 판별하는 건 세 점의 방향성 판별 공식을 이용해서 구현 가능하다.

웹브라우저에서 윤곽선 폰트 에디터까지 구동하는 세상인데 이런 간단한 그림을 그리는 프로그램쯤은 이제 플래시조차 필요 없고 HTML+(JS)로 다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엔드 유저의 관점에서는 EXE 형태의 프로그램이 점점 필요 없어지고 있긴 한데, 일단 내가 아는 skill은 C++과 Windows API이니 저렇게 간다. GDI 말고 다른 API를 동원해서 선들을 안티앨리어싱도 좀 시킬 걸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완벽하게 만들려고 욕심 부리면 뭐 한도 끝도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7/02/26 19:33 2017/02/26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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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2/28 10:37 # M/D Reply Permalink

    왜 여친얘기는없죠

    1. 사무엘 2017/02/28 14:36 # M/D Permalink

      헉, 돌직구를 맞았군요~~ ㅠㅠ (그런데 누구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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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기간 정산

1. 폭염과 열대야의 악몽

여름은 참 최악의 계절이다. 끝이 안 보이는 미친 날씨 때문에 차박(내 인생의 큰 낙), 등산(운동..;;), 거리설교(교회), 자전거 출퇴근(회사)은 오래 전부터 몽땅 올스톱 됐다. (그런데 이런 날씨에도 끝까지 근성으로 교회에서 매주 거리설교 나가시는 분들은 완전 존경을..)

어떻게 자정~새벽 2시 한밤중에 기온이 이렇게 높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아침 8~9시 무렵이면 이미 오후 2~3시처럼 덥다. 그나마 새벽 4~6시 사이가 가장 인간적인 생활이 가능한 시간대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괴로운 건 시간대를 불문하고 지하철 승강장이 너무 덥다는 것이다. 일단 차를 타고 나면 차 안은 시원하긴 하지만, 지하철을 기다리는 단 몇 분 동안에 이미 옷이 땀으로 흠뻑 젖곤 했다.

여름이 겨울보다 좋은 건 정전기 없고 손이 시렵지 않고(밖에서 놋붉 꺼내서 코딩할 때..), 아침에 피부가 트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전부 단점뿐이다. 다만, 워낙 더워서 그런지 8월부터는 그래도 모기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적(바다)· 녹조(강) 소식이 예전만치 심하게 들리지 않았으며 차 송풍기의 냄새가 싹 사라진 건 일말의 다행스러운 점이다.

변변한 태풍 하나 없을 정도로 무더위와 가뭄이 심각했건만, 옛날처럼 언론에서 가뭄이다, 절수, 제한급수 이러면서 호들갑을 안 떤 것부터가 4대강 같은 전국적인 치수 사업을 잘한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여름은 절대로 그냥 못 지나갔을 텐데 말이다.

어디 지형적으로 유속이 느려지는 곳은 여전히 녹조가 생기긴 하지만 그건 4대강 때문이 아니라 4대강 덕분에 그것밖에 안 생긴 거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물 관리를 안 했으면 뭐 녹조가 없긴 했을 것이다. 그냥 바짝 마르고 쩍쩍 갈라진 강바닥만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화력 발전을 안 한 덕분인지, 고등어를 없애 버린 덕분인지 언제부턴가 미세먼지 얘기도 쏙 들어갔다.

이럴 땐 그래도 산기슭에 있고 중앙 냉방도 나오는 학교 연구실이 시원하고 좋다. 하지만 이제 수업 학점은 다 채웠고 학위논문 지도를 받을 때까지는 당분간 휴학을 하게 되는데, 이제부터는 학교에 차를 가져갈 수 없어서 접근성 메리트가 크게 떨어진다. 등록을 해야만 정기주차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학 기간엔 회사를 더 자주 나가고 특히 이번 방학 동안에는 한마음 미션에서 성경 강의도 뛰느라 학교엔 사실상 더욱 갈 여유가 없었다.
그 대신 집 근처 카페(낮과 저녁)와 패스트푸드점(심야)에 피서 가서 코딩을 하는 신풍조가 생겼다.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도 거기가 생각보다 집중 잘 되고 능률이 좋더라. 음료수값 정도 투자할 가치는 있어 보인다.

올해가 가기 전에 서해, 동해, 남해를 다 구경하고 오고 싶다. 시원하고 차 세울 수 있는 공터가 넘쳐나는 외지에서 차박을 실컷 하고 싶다. 자동차는 훌륭한 이동식 텐트이다.
가을 이후부터는 등산도 다시 계속할 것이다. 가야 하는 산들이 몇 개 더 남아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여권의 유효기간이 1년 남짓 남는 관계로, 마지막으로 여권에 도장을 하나 더 남기고 올 예정이다. 사증란이 아직 한참 남아 있는데.. -_-;; 어디로 갈지는 아직 미정이다.

그나저나 자가용을 굴리고 나니 개인적인 철덕 기질과는 별개로 예전보다 열차를 확실히 덜 타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진작에 답사 다녀 왔을 수인선과 서울 9호선 연장 구간, 신분당선 이런 것들도 아직 못 가 봤다. 내가 사는 곳에서 너무 멀기도 하다만.

2. 코딩 드립

진실로 수확할 것은 많되 일꾼들이 적도다.
진실로 코딩할 것은 많되 체력과 머리가 따라주지 못하는도다.

코딩하고 싶은데 코딩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가 아니라 철덕은 코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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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야, 이거 재미있어.. 그래, 코딩이!
이전에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던 기능들이 새로 구현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재미가 없을 리가 있나.
그래서 내가 코레일에도 안/못 들어가고 이 짓 하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

예전에도 말을 한 적이 있나 모르겠는데..
프로그램 짜는 거 자체보다도, 그 전에 제한된 시간과 지능 하에서 코딩을 무엇부터 어떻게 할지, 프로그램 짜는 절차를 먼저 프로그래밍하는 것도 굉장히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 손발이 덜 고생하기 때문이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 8.6 (다음 버전)은 대박 예감을 하고 있다.
아, 굳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다거나 수익을 많이 낸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내 기준과 논리 체계 하에서 구조적인 대박이 확실시된다는 뜻이다.

3. 여러가지 사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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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한번 시원스레 잘 내린다. 한창 학교에 틀어박혀서 종합 시험(논문 제출 자격 시험) 공부를 하던 때의 풍경이다. 학교에서 외박을 했다.
7월 초까지만 해도 아직 장마철이어서 종종 비도 오고, 이른 아침엔 그렇게까지 덥지는 않았었는데 얼마 못 가 날씨가 불지옥 급으로 바뀌었다.
참고로 본인이 이 사진을 찍고 있던 동안 여기서 400m쯤 떨어진 곳에 있던 중앙 도서관은 지하가 침수돼서 매스컴까지 타고 난리가 났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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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근처에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원 말고도 '매봉산'이라는 아주 작은 언덕이 있다. 사실 이게 다른 공원들보다 지하철역에서도 더 가까이 있다. 얘는 높이나 면적이 강남구의 매봉-도곡 역 근처에 있는 또 다른 '매봉산'과도 비슷해 보인다. 둘 다 산책용 근린 공원이 조성돼 있다.

단, 응암동 매봉산은 도곡동 매봉산에는 없는 시설이 있다. 바로 유류 저장고.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6년엔 매봉산 기슭에 석유 비축 시설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1978년엔 여기 근처에 난지도가 만들어졌다. 그 시절에 여기는 인서울이 아니며 민간인 거주를 의도하지 않은 완전 외곽 변두리로 취급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난지도도 폐쇄되고 월드컵 경기장이 건설되자 여기는 민간인 친화적인 곳으로 탈바꿈했다. 석유 비축 시설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졌다. 이제는 더 쓰이지 않는 동그란 석유 탱크는 녹슨 채로 매봉산 등산객들을 맞이하는 중이다. 이제는 더 쓰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탱크들은 지금도 여전히 민간 지도의 항공 사진에 표시되어 보이지 않는다. 현재는 탱크를 완전히 철거하고 거기 일대를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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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호선의 종점인 마천 역에서 나와서 남쪽으로 쭉 걸어가면 군부대가 나오고 남한산성 방면의 청량산 등산로가 이어진다.
그런데 거기서 북쪽으로 쭉 걸어가면 '천마산'이라고 봉화산보다도 더 아담한 언덕과 함께 근린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 산의 건너편은 하남시.
지형이 흥미로운 것 같아서 여기도 한번 원정 산책을 갔다 왔다. 주차 공간도 있어서 접근성이 나쁘지 않았다.

4. 비행기 조종

교회 어르신 중에 공군 관계자가 계셔서..;; 올여름엔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 조종이라는 진귀한 경험을 한번 해 봤다.
씨러스 SR22 경비행기로 사천 공항에서 청주 국제공항 중간 기착 후, 김포 국제공항까지 날아가 봤다. 물론 시뮬레이터로. (세종 대학교 모의 비행 훈련 센터)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항공 시뮬 게임을 해 본 거라고는 초딩 시절에 1990년도 LHX (공격 헬기)가 전부였다. 그 흔한 플심 같은 것도 전혀 안 해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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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승 경비행기인지라 순항 속도 자체는 KTX와 별로 차이가 안 났지만 (1) 중간 정차 안 하고 (2) 지형 안 타고 직선으로 쭉 가고 (3) 가감속이 훨씬 더 민첩하기 때문에 정말 금방 이동했다. 우리나라가 땅이 얼마나 좁은지 알 수 있다. 지금 같은 경제력과 구매력으로 일본처럼 인구 1억에 국토 길이가 1천 km는 돼야 그나마 비행기가 국내선만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하철 전동차의 마스콘은 내가 있는 쪽으로 당겨서 가속을 하고 앞으로 밀어서 감속을 한다. 이게 자동차의 액셀과 브레이크 페달 역할을 한다.
철도 차량과는 달리, 비행기의 엔진(스로틀) 레버는 앞으로 밀어서 출력을 올린다. 특별히 글라이더처럼 활강을 하는 게 아니라면 엔진은 자동차로 치면 오르막을 오를 때처럼 늘 켜져 있으며, 마치 송풍기 풍량을 조절하듯이 출력 강약을 조절할 뿐이다. 변속이나 엔진 브레이크(연료 공급이 아니라 바퀴 회전 관성 의해 엔진도 역으로 회전수가 덩달아 유지되는 것) 같은 건 없다.

비행기는 가만히 놔두면 내 예상 이상으로 뒤집히거나 자세가 불안정해지기가 쉬운가 보다. 시뮬레이터만으로도 그게 느껴졌다. 조종간 잡는 거, 그리고 착륙할 때 고도와 속도, 위치 잡는 거 꽤 힘들었다. 물론 착륙 테크닉은 기계화 자동화도 돼 있을 것이고, 자동차로 치면 마치 주차 테크닉처럼 많이 해서 경험이 쌓이면 실력이 금방 늘겠지만 아무래도 속도감이 잘 안 느껴지는 공간에서 기체의 위치를 원하는 대로 맞추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말 안 움직인다 싶은데 좀 한눈 팔다 다시 아래를 보면 풍경이 싹 바뀌어 있다. 비행기 타는 경험이 그렇다.
시뮬레이터의 가격만 해도 시뮬 대상인 비행기 자체의 가격과 비슷한 어마어마한 고가이다. 단지, 한번 도입한 뒤에 유지비가 비행기 실물을 띄우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더 저렴할 뿐이다.

조종간, 브레이크, 플랩, 스로틀 레버 정도를 만져 봤고 나머지 계기는 정신이 없어서 머리에 경험을 못 담았다.
가이드를 해 주신 교관님은 밑에 지형을 척 보더니 여기는 어디쯤이고 저 멀리 있는 산은 무슨 산이고.. 남한 땅 지형 지리 정보가 머리에 다 입력돼 있으신 듯했다.
그야말로 자기 손바닥 안처럼 다 파악하고 계셨다. 20년 가까이를 전투기 몰고 전국의 하늘을 날아다니신 짬이 어디 간 게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비행기 얘기· 군사 안보 얘기, 교회 얘기 등등도 많이 나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Posted by 사무엘

2016/09/01 08:32 2016/09/0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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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과 잡설

* 이번엔 프로그래밍 말고 다른 분야의 컬렉션이다.

1. 이메일 주소 변경

이미 오래 된 일이지만... 본인은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를 올해 상반기부터 드림위즈에서 gmail로 변경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도움말에 안내되어 있는 메일 주소도 고쳤다. 지금까지는 영문 홈페이지에다가만 gmail을 안내했지만 이제는 한국어 사이트에다가도 주소를 바꿨다.

변경한 이유는 드림위즈가 이메일을 보내는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서비스가 낙후해 있고 용량이 적고 비번이 8글자까지밖에 입력 안 되는 개막장인 정도여서가 아니다.
메일을 보냈는데 실제로는 상대방에게 메일이 가 있지 않아서 중요한 일정에서 골탕을 여러 번 먹고 나니, 이제는 안심하고 드림위즈 메일을 이용할 수 없어졌다.
지도교수님에게 보낸 수강 관련 중요 메일이 안 가고, 문서 작업 때문에 보낸 초안 원고가 안 가고.. 게다가 늘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러시안 룰렛마냥 복불복인 것 같다.

예전에 알집이나 알FTP가 왜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가? 구린 라이선스 정책은 부가적인 얘기이고, 중간에 파일을 잘라먹고 사용자의 데이터를 파괴해 버리는 크리티컬한 버그 때문에 욕 먹었던 것이다. 자기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을 못 하니까. 드림위즈 메일도 이와 동일한 이유 때문에 버리기로 했다.
하긴, 주변 지인에게 이걸 얘기하니 돌아오는 반응은 "드림위즈 아직도 살아 있었어?"이긴 했다. =_=;;

gmail은 다 좋지만 국내 포털들과는 달리 간편한 대용량 첨부 기능과 수신 확인 기능이 없는 게 아쉽긴 하다.
대용량 첨부 중에서는 오로지 다음만이 2GB가 넘는 ‘초대용량’까지도 첨부가 된다. 드림위즈와 네이버는 그렇지 않더라.

2. 복날 몸보신

교회엔 내가 철도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핫도그(ㄱㄱㄱ, ㄱㅈㄱ 또는 ㅂㅅㅌ의 애칭)에 사족을 못 쓰는 지인이 있다.
난 경험상 개고기는 수육은 좀 느끼한 것 같고 그래도 개장국은 맛있게 잘 먹는다. 양념도 마음에 들고. 개고기는 성경적으로는 하나도 걸릴 것 없으니, 하나님께서 주신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말씀과 기도로 성결하게 한 후 먹으면 된다. 난 오히려 청국장이나 홍어 같은 건 못 먹는다.

하긴, 핫도그라 하니까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의 아문센의 남극 탐험이 생각 난다. 그거야말로 그 당시 장비와 보급 기술만 갖고는 핫도그 없이는 성공할 수 없었다. 아, 거기서는 고기도 다 날것으로 먹었을 테니 '핫'은 아니겠다만.. -_-;;

일단은 개는 극지방에서의 생존성과 수송력 제공 가성비가 말을 훨씬 더 능가했다. 스스로 체온 조절이 가능하고 식량도 사람의 것과 동일했다. 영국의 스콧 팀은 조랑말과 스노우모빌을 운용했지만 둘 다 남극의 혹한 속에서는 죽고 고장나고 피봤다.

아문센 팀은 탐험 과정에서 효용이 떨어진 개들을 사정없이 잡아먹었다. 심지어는 먼저 잡거나 죽은 개의 고기를 다른 개에게 사료로 주기도 했다! 하지만 열량 소모가 극심한 남극에서는 최대한 여유를 갖고 준비한 기존 보급에다 바다표범 현지 조달로도 식량이 부족했고,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스콧과 영국 언론은 영국 신사 드립을 치면서 개썰매나 타고 개고기를 쳐먹은(는) 야만인이라고 아문센을 사정없이 깠다. 그러나 신사면 뭘 하나, 결국 스콧은 아문센과는 달리 남극에서 살아서 못 돌아오고 다 죽었다.

요즘은 고어텍스, GPS, 초고밀도 생존 식품 같은 첨단 기술 덕분에 그때처럼 '서플라이 디팟'을 미리 안 만들고 동력기관이나 동물도 안 쓰고, 심지어 비행기로 실시간 보급조차 안 받고 사람만으로 남극점에 뚝딱 갔다 온다. 하지만 그래도 한여름에만 갈 수 있는 건 변함없으며 1인당 100수십 kg에 달하는 보급 자루를 썰매에다 싣고 질질 끌면서 정말 힘들게 살 잔뜩 빠지면서 갔다 온다.

옛날에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던 시절엔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프로파간다 하에서 손님들의 동선상에 있는 보신탕집들은 강제로 셧다운 당하고, 사철탕· 영양탕 등으로 간판 바꿔 달고 음지에서 영업하던 적이 있었다.;;; 정말로 개고기만 딱히 야만적이고 잔인하다고 볼 이유가 없는데..
오히려 애완견을 집 안에서까지 데리고 와서 키우는 게 성경적으로 당장 대놓고 죄악은 아니더라도 별로 비추에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인간 학살자 독재자들이 이상한 동물 보호론자였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개고기는 아무래도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는지라 국밥류로 한 끼 식사 정도 하려면 초밥 정식 먹듯이 1만 몇천 원 이상 들 각오는 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사람이 가면 1인 1국밥 식사 대신 야채가 많아서 가성비가 더 높은 전골류를 권하더라.
저 친구가 "맛 한번 보지도 않고 개고기를 반대한다" 이렇게 한탄을 하길래, 모 전대통령의 "나한테 당해 보지도 않고.." 드립이 문득 떠올랐다.

3. 전동차 재림 신앙

언젠가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던 때의 일이었다. "아차!" 도시락통을 놔 둔 채 전동차에서 내렸다는 걸 알아 챈 건 왕십리 역에서 하차한 지 3분 남짓한 시간이 경과한 뒤였다.
전동차 안에서 노트북 PC로 다른 작업에 너무 집중하고 있던 게 화근이었다. 전동차로부터는 이미 100미터가 넘게 떨어진 상태.

유실물이 있다는 것을 감지한 직후에는 불안과 흥분 때문에 마치 차에 갓 시동을 건 직후처럼 심장 회전 rpm이 치솟았다. 그러나 난 최대한 침착하려 애쓰면서 rpm을 조절했다.
"역무실에다 신고를 해야 할 텐데 이 역에 코레일 역무실은 어디쯤 있더라?"(분당선이므로) 생각을 하면서 다시 코레일 관할 구간으로 갔다.

그런데 생각을 해 보니 왕십리역은 분당선의 시종점이고, 여기는 딱히 차량 기지나 주박 공간이 있지는 않다. 단지 인상선만 있을 뿐.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가설이 도출됐다. 그 열차가 떠난 지 아직 10분도 채 경과하지 않았으니, 내가 탔던 열차는 인상선을 거쳤다가 다시 반대편 승강장으로 곧 그대로 들어올 것이다. 청소부 아줌마는 바닥만 신경쓰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선반을 일일이 다 살펴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행 1:11 말씀이 내게 평안과 위로를 주었다. "너희 갈릴리 사람들아, 너희가 어찌하여 서서 하늘을 바라보느냐? 너희를 떠나 하늘로 들려 올라가신 이 동일한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그분께서 하늘로 들어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
그렇다. "너희 전철 승객들아, 너희가 어찌하여 패닉에 빠져 있느냐? 너희를 떠나 인상선으로 들어간 이 동일한 상행 열차는 너희가 봤던 상태 그대로 진행 방향만 바꿔서 하행선 승강장으로 되돌아오리라." 아멘.

상행 열차는 맨 앞칸을 탔으므로 이번엔 난 하행 승강장의 맨 뒷칸에서 다음에 들어올 열차를 기다렸다. 잠시 후 하행 열차가 들어왔고, 그 열차의 선반에 아까 내가 놔 뒀던 도시락통이 있는 걸 창문을 통해 확인했다. 역무실에 연락을 할 필요조차도 없었다.

"그럼 그렇지!" 전동차 재림 신앙은 그 믿음대로 응답되었고 간증거리가 되었다. 지하철 영화 <튜브>에서 위기를 넘겼을 때 통제실 권 실장이 기뻐하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다른 승객들은 열차에 올라타서 자리에 앉았지만, 나는 그 도시락통만 쓱 끄집어 낸 뒤 도로 내렸다. 주변의 다른 승객들은 나의 행동에 저런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07/29 08:33 2015/07/2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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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3분 고기덮밥

오뚜기 3분 고기덮밥은 본인이 태어나서 최초로 접한 레토르트 파우치 식품이다. 물론 밥까지 들어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덮밥 '소스'일 뿐이라고 단서가 자그맣게 붙어 있다.
영문 명칭 Goulash에서 알 수 있듯, 얘는 유럽풍의 매콤한 쇠고기 스튜 요리에서 컨셉을 따 온 듯하다.

처음 먹었던 때가 20여 년 전 초딩 중저학년 시절이었는데, 본인은 그때부터 이걸 굉장히 좋아했다. 비슷한 상품인 3분 짜장, 카레, 하이스보다도 더.
그 시절에 고기덮밥의 개당 가격은 700얼마 정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 샌가 이 고기덮밥은 상점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해서 더는 찾아 먹을 수가 없게 됐다. 유사 상품들도 다 변함없으며, 햄버그 스테이크나 미트볼도 지금까지 멀쩡히 팔리고 있는데 유독 고기덮밥만 없어진 것이다. 펭귄 통조림은 회사가 망하면서 단종된 게 맞지만, 고기덮밥은 왜 혼자서 단종됐지..??

그러나 여기에도 반전이 있었다. 없는 게 없는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 보니 고기덮밥은 멀쩡히 잘 팔리고 있었다. 이에 본인은 곧바로 12개짜리 패키지를 질러서.. 오랜만에 옛날 맛을 즐겨 보았다.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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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엔 계몽사에서 에메랄드 색 '어린이 세계 명작 전집'을 재판해서 판매하자 옛날 추억에 잠긴 독자들이 많이 주문을 했었다... 내가 바로 그런 심정이다. 단지 이번엔 동화책이 아니라 인스턴트 식품일 뿐.

유통기한이 2016년 여름일 정도로 지금까지도 멀쩡히 잘 생산되고 있는 물건인데
왜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편의점부터 홈플러스/이마트 등 대형 마트까지.. 좀체 물건을 찾을 수 없는지 난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3분 고기덮밥을 오프라인 상점에서 목격하신 분(증명-_-), 혹은 반대로 그게 왜 온라인으로만 판매되고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사라졌는지 이유를 아시는 분은 본인에게 제보해 주시길 바란다.

* 나같은 사람이 맛집이나 음식 소개를 한다는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전선 휴게소 메기 매운탕에 이어 음식 소개는 이번이 거의 두 번째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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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0 08:28 2014/12/2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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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재주 2015/01/15 22:34 # M/D Reply Permalink

    이 포스트가 떠올라서 오늘 장 보다가 사 왔습니다. 뭔가 스파게티 소스를 밥에 비벼 먹는 느낌이네요. ㅎㅎ

    여기는 동네 슈퍼에서도 팔고 있던데, 동네마다 조금씩 취향이 다른 게 아닌가 싶습니다.

    1. 사무엘 2015/01/16 10:47 # M/D Permalink

      오~ 그렇군요. 실제로 파는 상점이 있구나.. 그런데 난 왜 한 번도 못 봤지? =_=;;
      스파게티 소스 같은 맛이긴 한데, 그래도 그것 이상으로 맛있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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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신선놀음 중

오랜만에 근황 겸 내 사진이나 좀 투척하겠다. 이제 날짜상으로는 여름이 다 갔다지만 난 여전히 낮과 밤에 반팔 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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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북한산 맑은 공기를 주입해 주면 코딩이 잘 되는 거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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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전원 주택 2층 다락방에서의 신선놀음. 참고로 우리집 아님.

날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학교· 교회 등의 지인 한정으로나 의미가 있겠지만..
도대체 저 인간은 왜 어딜 가나 맨날 노트북 PC를 들고 다니고 게다가 인터넷조차 없이도 혼자 뭘 끄적거리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내 연구실을 오프라인 방문하는 걸 언제든지 환영한다. 장소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컴퓨터 펼쳐 놓고 작업하고 있는 곳이 어디든지 연구실.
내가 지금 한글 입력에서 관심사가 무엇이고 뭐가 고민인지를 코드와 함께 친절하게 알려 드리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4/10/01 08:39 2014/10/0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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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벌 2014/10/02 19:39 # M/D Reply Permalink

    MS 윈도만 쓰시는 줄 알았더니 노트북에 사과가? 맥OS를 쓰시나요? 혹시 리눅스는 안 다루시나요?

  2. 천세진 2014/10/02 23:45 # M/D Reply Permalink

    잘 지내고 계시죠?
    2011년 가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뵈었네요.. ㅎㅎ
    전 낯선 환경에서는 작업이 잘 안 되던데.. 대단하십니다..
    날개셋 Mac OS X 버전도 곧 나오겠네요.. ㅎㅎ

  3. 사무엘 2014/10/03 00:41 # M/D Reply Permalink

    천세진: 와~ 오랜만에 뵙네요. 반갑습니다. 저는 물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세진 님도요? ^^

    음 그런데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맥북을 쓰는 게 반드시 맥OS를 사용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의도치 않게 제가 방문객들을 낚은 듯하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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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거리 20000km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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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마의 총 주행 거리가 지난달(8월) 하순에 드디어 2만 km를 돌파했다.
계기판에 ODO라고만 적혀 있어서 무슨 이니셜인가 궁금했는데 이건 합성어 이니셜은 아니고, odometer라는 단어를 줄인 글자이다. 우리말로는 적산거리계.

사실, 차 자체는 부모님에게서 인계받은 이래로 종합 검사까지 한 번 받았을 정도로 차령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이제야 2만 km를 겨우 넘었을 정도이니 이 얘기를 들은 분들은 다 허탈해하면서 “이거 뭐 완전 새 차군. / 차를 지금까지 안 굴린 거나 마찬가지군” 등의 반응을 보이곤 했다.

운전을 대부분 주말에만 하니 주행 거리는 매달 400~500km, 1년에 5~6천 km대에 불과하다. 평일에 회사나 학교에 몰고 가는 빈도는 한 달에 한두 번이 될까 말까이지만, 그래도 무더위나 우천 등 날씨가 안 좋을 때, 부득이 지각을 면해야 할 때, 짐이 많을 때 등 결정적인 상황에서 차를 아주 유용하게 활용해 왔다.
그리고 그렇게만 몰아도 차량 유지비는 기름값만 8~10만원 정도 꼬박꼬박 나온다. 자동차라는 게 참 비싼 물건이긴 하다.

하지만 차는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금이나 보험료 등이 적지 않게 깨지며, 차령이 올라갈수록 세금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중고 감가상각도 커진다. 그러니 무작정 안 몰고 세워만 둔다고 해서 돈을 아낄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단 차를 장만한 이상, 어느 정도는 꾸준히 타야만 오히려 이득이다. 경제 속도만 있는 게 아니라 경제 주행 거리라는 개념도 있는 셈이다.

물론 본인 역시 세월이 흐를수록 주행 거리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대학원에 적을 두고 있는 동안은 연간 1만 km 정도까지는 주행 거리를 늘릴 생각이다. 특히 박사 과정부터는 학교에 월 단위 정기 주차 등록도 가능하니까 말이다.

지금도 학교 근처의 동문 회관에다가 잠시 주차할 수는 있지만, 한계가 많다. 그건 명목상 연 10회 제한이 있으며, 또 한 번에 최대 3시간까지밖에 안 되기 때문에 수업 하나만 듣고 허겁지겁 돌아오기에도 빠듯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평일 일과 시간에는 서울 시내의 도로 정체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차의 가성비가 크게 떨어진다.
새벽에 일찍 학교에 가서 하루 종일 연구실에 있다가 밤 늦게 돌아오는 용도로 활용해야 도로 정체도 피하면서 차를 능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그럴려면 역시나 정기 주차 등록이 필수인 것이다.

집은 먹을 게 많고 내 마음대로 쉬기도 편해서 좋지만, 너무 덥고 또 아무래도 공부나 코딩의 집중이 잘 안 되어 나태해지기 쉽다.
학교는 반대로 뭔가 집중하고 작업하기는 좋다. 집보다 훨씬 더 시원하며 무선 인터넷도 빵빵하다. 학부생이라면 그저 공공장소인 도서관 독서실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나 같은 대학원생은 아늑한 연구실이 있으니 더욱 좋다.
그러나 일단 움직여서 밖에 나가는 이상 당장 돈이 깨지며, 이동하는 게 매우 번거롭고 불편하다. 그 불편을 자동차가 크게 줄여 줄 것이다.

끝으로, 또 엔진 이야기.
본인은 내 차가 디젤이 아니다 보니, 힘 좋고 연비도 더 좋은 디젤 차량에 대한 환상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디젤은 소음· 진동은 차치하고라도 같은 배기량이어도 더 무겁고 가격도 생각보다 더 비싸다. 단순히 차값뿐만 아니라 오일 같은 엔진 관련 소모품/부품 가격도 말이다.

차를 장만했으니 이제 내 사전에 대중교통이란 없다는 심보로 연 2만 km 이상씩 마구 굴릴 게 아니라면, 디젤 차는 의외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한다. 더구나 나처럼 이제 겨우 연 5~6000km 수준인 주말 운전족 정도로는 휘발유 차가 백 배 낫다고?
아예 충분히 출력이 큰 SUV 정도라면 모를까, 그냥 어정쩡한 1000cc대 후반 배기량의 디젤 승용차를 장만하신 분 중에는 다음에는 그냥 휘발유 차를 살 거라고 오히려 후회하는 경우도 있어서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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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2 08:15 2014/09/0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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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벌 2014/09/02 19:20 # M/D Reply Permalink

    자동차라는 물건... 움직여도 돈 들고, 세워놔도 돈 들고. 없으면 불편하고... 저는 평소엔 대중교통을. 주말에 가족과 함께 움직일 때는 그래도 대중교통을.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을 가족과 함께 갈 때는 자가용을 쓰네요. 전철을 타면 내가 졸아도 되지만 내가 운전하면 그럴 수도 없고 :)

    1. 사무엘 2014/09/03 11:12 # M/D Permalink

      뭐, 지방이 아니라 대도시에서 사는 대부분의 월급쟁이 직장인들이 자동차를 그런 식으로 활용하겠지요.
      평일 출퇴근용으로 뻑뻑한 서울로 매번 차를 굴리는 건 경제력이 부장급 이상은 되거나, 아니면 차가 없으면 통근이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 멀고 외진 데서 살 때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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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기 전에, 심지어 철도를 빨기 전에.. 정말 까마득한 먼 옛날엔
자동차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마나 심취해서 진심으로 쪽쪽 빨고 지냈는지...;;

1991년, 지금으로부터 거의 23년 전에 혼자 다른 책을 베끼고 온갖 사견을 덧붙여서 만들었던 자동차 화보-_-;;가 고향집에서 뒤늦게 발견되었다. 나의 초딩 3학년 시절의 작품이다.
물론 사진 찍는 건 어머니께서 도와 주셨다. 디카가 없던 시절이니 당연히 필카로 찍고 현상해서 찾아 와서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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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눈에는 자동차별로 타코미터의 존재 여부, 파워윈도우의 존재 여부, 그리고 뒷좌석 중앙에 팔걸이의 존재 여부가 특별하게 다가왔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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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각그랜저, 그리고 콩코드, 로얄 시리즈 등.. 정말 추억의 올드카들이다. 지금은 저 차 번호들은 존재할 가능성이 0에 한없이 수렴하므로 번호판을 굳이 가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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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우리집 자가용이었던 엑셀의 카탈로그 내지 취급 설명서를 베껴서 그린 거지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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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액정 디지털 계기판, 그리고 헤드라이트에까지 와이퍼가 달려 있던 임페리얼을 무척 신기하게 여기고 인상깊게 관찰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략 이런 내용.
걍 이 취미를 그대로 유지해서 현대 자동차에라도 입사했으면 돈은 더 많이 벌었겠다는 생각이 폭풍처럼 든다. ㅠ.ㅠ

Posted by 사무엘

2014/07/19 08:22 2014/07/1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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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선민 2014/07/19 12:55 # M/D Reply Permalink

    ㅎㄷㄷ 하군요....

    1. 사무엘 2014/07/19 19:19 # M/D Permalink

      저 시절이 참 흥미진진했습니다. ^^
      지금도 저는 옛날 소프트웨어만큼이나 옛날 자동차 얘기가 나오면 입이 근질거린답니다.

  2. 김 기윤 2014/07/19 21:31 # M/D Reply Permalink

    언젠가 말씀드린 것도 같은데, 저는 차량 자체를 덕질하진 않고 도로를 덕질하였었죠.
    당시 하던 게임이 Transport Tycoon이었던 것도 한몫 했지 싶습니다.

    인터체인지를 탑뷰 형태로 지우개 안 쓰고(!) 그린다거나, 각종 표지판을 그리고, 고속도로의 바꿀수 있는 차선의 점선 길이나 간격은 일반도로보다 더 길게 그란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린 다거나..!

    1. 사무엘 2014/07/21 00:31 # M/D Permalink

      그것도 비범한 관찰력입니다. ^^
      제 블로그에 올라오는 소식은 제 SNS에 올라오는 것보다 한 박자 늦지요. 하지만 그 대신 내용이 더 심화· 보강되는 편입니다.

  3. 김국 2014/07/19 22:04 # M/D Reply Permalink

    정부연구과제로 컴퓨터 키보드 현황과 표준화 방향을 연구합니다. 설문지에 관심이 있는 분은 제게(kimkuk99@daum.net)로 간단한 신원(성명, 관심, 소속 필요한 만큼) 과 이메일 주소를 보내주세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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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 근황

1. 소감

작년에 면접 때 만났던 학교 사람들, 그리고 면접을 같이 봤던 사람들을 대부분 다시 보니 굉장히 반가웠다. 2010년 이래로 추세를 보아하니, 석사 때와 박사 때 모두 하필이면 꼭 내가 입학하는 학기에만 우리 과에 신입생이 지금까지 이례적으로 많곤 했다.

또한 석사 입학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내가 입학하는 타이밍에 학부 학번이 같은 동갑내기 입학 동기 단짝이 있어서 더욱 좋았다. 석사 동기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석사 과정을 졸업한 후 박사 진학에도 뜻이 있는 듯했으나, 결혼 후 육아 때문에 아직까지 학교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없다.

물론, 난 이제 회사 근무 시간은 반토막이 났다. 편한 마음으로 학교에 가기 위해, 개강 바로 전날까지도 회사에서는 잔업을 넘어 야근, 철야를 했다. =_=;;; 학교 가는 날엔 수업과 개인 연구에 전념할지라도, 앞으로도 회사 가는 날 그 며칠만은 그야말로 밤을 새겠다는 각오로 출근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2. 교통

학교 한복판은 온통 공사판이고, 정문 앞의 도로는 버스만 다닐 수 있게 바뀌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모 고가 차도는 철거 중이라고. 시설이 참 많이도 바뀌었다. 오후에 지하철역에서 학교 안까지 직통으로 들어가는 셔틀버스가 없어진 관계로, 오후에 하교하는 교통은 다소 불편해졌다. 공사 때문에 일시적으로 없앤 건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정문에서 좌회전이 아예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완전히 없앤 듯하다.

난 이제 돈 몇만 원만 주면 교내에 정기 주차 등록도 할 수 있으며, 동문 회관 주차장도 연간 최대 10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가용 접근성은 석사 때보다 확실히 나아졌다.
하지만 동문 회관은 주차 가능 시간대와 시간, 횟수가 제한되어 있으며 여전히 강의동까지는 너무 멀고 많이 걸어야 해서 불편하다. 그리고 서울 시내는 경험상 평일 낮 시간대에도 길이 끔찍하게 막히는 관계로 자동차가 무작정 해결책은 아니다.

자동차의 가성비가 올라가려면 결국 도로 정체를 피해서 일찍 들어갔다가 늦게 나올 수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동문 회관 주차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자가용을 이용할 거면 학교에서 하루 종일 있을 생각을 하고 정기 주차를 이용하는 게 해답이다. 입학 후의 교통편은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3. 노땅 복학생 -_-

석사 시절에만 해도 나는 과 재학생들 중에 나이 서열이 거의 막내 축에 들었으며, 재학 중에 이렇다 할 석사 신입생이 들어오지도 않아서 학교에서 내가 말을 놓을 일이 없었다.
그랬는데 이제 난 질질 끌면서 학교 생활을 하다 보니 나이 30이 넘은 노땅이 돼 버렸다. 재학생 중에도 내 밑으로 어린 학생들이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있다. 내 위에 있던 분들은 이제 졸업, 휴학, 논문 학기 등의 개인 플레이 모드로 다들 잠적하셨고.

그러니 난 14학번 신입생이긴 하되 실질적으로는 신입생이 전혀 아닌 처지다. 오히려 기존 재학생보다 더 과거에 같은 곳에서 석사 생활을 한 경력이 있으니, 신입은커녕 복학생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휴~~
학교에서 '형' 소리도 듣고, 학부 학번이 나와는 10자리와 1자리가 뒤바뀐 까마득한-_- 후배도 보게 됐다. 학부를 휴학 없이 졸업 후 칼같이 대학원에 진학한 친구다. 여자니까 군대 걱정도 없고.

남자 후배들에게는 당일 말 놨는데, 여자 후배와 동기하고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여전히 고민된다. 이 나이 돼서 이성에게 반말 모드로 바꾸기가 차암~난감함을 느낀다. 4년 전에 석사 동기하고는 아직 20대여서 그런지 금방 말 놨던 것 같은데.. 그래도 지금 보는 사람들하고도 언젠가는 말 놓을 거다.. ㅎㅎ

4. 연구 분야

나는 주 관심사가 한글과 컴퓨터 기술 융합이고, Ken Lunde의 한국 버전 같은 사람이 되는 게 목표이다. 이것은 분명 '언어정보학'이라는 범주에는 속하지만, 과에서 전통적으로 육성하는 말뭉치나 사전 같은 것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그게 진학과 관련된 고민거리라고 생각했다. 심지어는 이공계 배경이 있는 사람이 언어에 대해서 흔히 생각하기 쉬운 자연어 처리나 텍스트 마이닝 같은 쪽도 아니다. 관심은 있지만 내가 그 분야로 박사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깊은 연구와 기여를 할 의향은 없다.

그래도 과 주임교수님과 얘기를 나눠 보니 학생들의 관심사와 연구 주제를 생각보다 굉장히 더 넓게 존중하고 독려하셔서 나 역시 큰 위안을 느꼈다. “니가 뭘 연구하려고 하는지 난 잘은 모르겠다만, 그래도 대학원은 원래 자기 공부 자기가 찾아서 하는 데가 아니냐. 니 지도교수하고 잘 얘기해서 길을 스스로 개척해 봐라” 정도. 그래, 내쫓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여기저기서 모든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도 이제 앞으로 한두 번만 버전업 더 하면 거의 14~15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실질적인 기능 개발은 7.x대에서 다 끝나지 않을까 싶고, 내가 한글에 대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기초 실험과 연구는 30대 나이 때 결과물이 잘 나올 것 같다. 평생 할 공부를 20대 때 짧고 굵게 다 마친 주변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건 무의미한 비교다. 난 애당초 완전 내 하고 싶은 대로만 살면서 전혀 다른 길을 가 왔는데, 자기 하고 싶은 걸 억제하고 꾹 참고 전문직을 간 다른 친구들을 이제 와서 견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5. 컴퓨터 음악 입문

안 지홍 박사 같은 교수가 이 학교에도 한 분 계셨구나.
뭔가 CT(문화 기술)스러운 융합 과목이 컴공과에 개설되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덥석 수강 신청했다.
역시나 다른 컴공과 대학원 수업과는 달리 수강생이 15~20명에 달할 정도로 매우 많고 여학생도 있고, 타 과(전자공학, 산업공학~! 나 포함), 타 연구실 학생들도 보일 정도로 이들의 배경도 다양했다.

학기 초에는 간단한 기보법부터 시작해서 초· 중급 음악 이론을 다루는데, 조표, 조옮김, 음정 같은 건 난 다 아는 내용이니 그냥 제껴도 된다.
그러나 강의 노트를 보니, 뒷부분으로 내용이 갈수록 challenging하게 바뀐다.

일단 말로만 듣던 미디 파일 포맷은 마스터해야 할 듯하다. 관련 라이브러리를 갖다 붙여서 컴퓨터로 곡을 생성해서 미디 파일로 저장하는 것까지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작곡 알고리즘 분야의 논문 발제· 발표도 있다.
음악도 자가반복적인 구조가 있고 일종의 언어와 비슷하다고 그러고, 강의 노트 중엔 촘스키 계층, 마르코프 체인, 셀룰러 오토마타 같은 이상한 물건도 막 나온다.

교수님도, 다룰 줄 모르는 악기가 없고 악보 하나도 읽을 줄 몰라도 괜찮은데, 이 과는 엄연히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음악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몰라서는 안 된다고 첫 시간에 못을 박으셨다. 그럼 난 더 좋고.
내가 이미 다 아는 내용과, 관심은 가지만 전혀 몰라서 새로 공부하고 싶은 내용이 적절히 섞여 있어서 더욱 유익한 수업이 될 것 같다. 물론 이번 학기에 이 수업 하나만 듣는 건 아니다. ^^

Posted by 사무엘

2014/03/10 08:29 2014/03/1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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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재주 2014/03/11 00:50 # M/D Reply Permalink

    https://www.youtube.com/user/davidhcope

    머신러닝을 활용해서 컴퓨터가 작곡한 음악입니다.
    글 주제가 딱 이거 같아서 달아봅니다

    1. 사무엘 2014/03/11 09:51 # M/D Permalink

      네, 그 주제 맞습니다. ^^
      음.. 사람(본인)도 못 하는 작곡을 어떻게 튜링 기계를 시켜서 하게 할 수 있는지 수업에 대해서 도전도 되고 좀 우려도 되네요.
      수십만 개의 단어와 의미망만 구축해 준다고 해서 컴퓨터가 소설을 뚝딱 쓸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요.
      음악은 분명 좁은 의미에서의 언어는 아니지만 언어와 굉장히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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