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겠다.
글이 마를 일이 없을 거라 여겨졌던 내 블로그가 예약분이 다 고갈됐고.. 새 글이 1주일을 넘어 열흘씩이나 끊겼다.; 으악 세상에, 이건 지구 멸망 급의 이변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은 글감이야 많다. 기승전결 형식을 갖추고 이 블로그 글 스타일로 다듬는 게 금방 되지 않을 뿐이지.
연애와 결혼이란 게 사람 인생에 정말 큰 영향을 끼치는가 보다.
솔까말 지난 몇 달은 내 개인 일과 대신 여친, 아니 약혼자, 아내(진)와 늘어지게 놀고 추억 만드는 것에 1순위로 시간을 할애해 왔다. 많이 돌아다니고, 생전에 안 보던 일본 애니들도 잔뜩 보고.. 그랬더니 시간이 너무 순식간에 잘 간다. ^^ (물론 순수하게 놀기만 한 건 아니고, 각종 결혼식 준비도.. =_=;;)
평생 영원히 이런 식으로만 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올해 이 기간과 앞으로 한동안은 여친한테 더 집중할 것이다. 본인은 그에 대한 후회가 없다. 금덩이를 주고도 못 구할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녀를 나이 40이 넘어서야 만나게 됐기 때문에. 이제 다음달 초에 결혼 예정이다.
뭐, 10월도 벌써 다 가니 반려동물과 반려식물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호박 농사는 이제 끝물이고, 그 대신 올가을에 혜성처럼 등장한 꼬냉이를 더 많이 소개하도록 하겠다.
1. 호박
지난 9월 하순에 맺혔던 12호 열매는 이렇게 무럭무럭 잘 자랐다. 위의 사진은 각각 9월 25일, 9월 30일, 10월 2일, 10월 8일의 모습이다.
최종적으로 이 아이는 지난 한글날 연휴를 즈음해서 애호박 상태일 때 땄다. 수분 성공 후 약 3주 동안 저 정도로 자랐다.
올해 집 옥상 아지트에서 얻은 마지막 호박은 바로 저 13호였다. (10월 13일에 개화)
10월이 넘어가고 날씨가 추워지자 호박이들이 암꽃을 예전보다 훨씬 더 자주 만들기 시작했다.
11호 이후에 12호가 피는 데 50일, 12호 다음으로 13호가 피는 데 3주 반..
수꽃은 펜촉이 생기고 나면 거의 하루나 이틀 만에 바로 피는 반면, 암꽃은 호박의 입장에서 만들기도 더 어려운지 피는 데 시간도 훨씬 더 오래 걸린다.
다만, 이틀 사흘이 넘게 펜촉에 노란색이 깃들지를 않고 있으면 그거는 꽃이 못 핀 채 시들어 버릴 가능성이 높다.
각각 10월 15일과 10월 17일의 모습이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호박이들이 수명이 다해서 그런지.. 이 13호는 예전의 호박처럼 무럭무럭 잘 자라지 못했다.
13호가 피던 당시에 얘 말고도 곳곳에 암꽃 씨방이 생기고 있었고, 무려 14~16호 후보 암꽃이 하루 이틀 간격으로 계속 피기도 했다. 심지어 씨방과 꽃은 아주 크고 튼실했다. 본인은 12호와 13호에다가 했던 것처럼 꽃가루를 묻혀 줬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수분을 전혀 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수분이 실패했고, 열매가 더 자라지 못했다.
심지어 17호 후보도 있었는데, 얘는 꽃이 피지 못한 채 그대로 시들어 떨어졌다. 13호를 끝으로 호박들이 명줄이 다하기라도 하는가 싶었다.
결국 13호는 농사를 끝내고 호박들을 정리할 때 요 줄기째로 통째로 땄다. 내 주먹보다도 작고, 양파나 귤과 비슷한 가냘픈 애호박이 됐다.
10월 20일, 날씨가 잠깐 아주 추워졌을 때 폈던 호박꽃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내 경험상 호박꽃들도 노란색이 덜 배고 아주 창백해지더라.
그런데 그날 이후로 날씨 자체는 낮 기온이 20도 중반까지 올라가면서 호박들이 아주 못 살 지경은 아니게 됐다.
이건 지난 10월 중순쯤에 꽃이나 열매 말고 그냥 평범하게 호박 키우던 모습이다.
올해도 호박이 있어서 내 인생이 즐거웠다. 건물 옥상에서 호박 키우는 건 이제 올해가 마지막이 될 듯하다.
이건 건물 옥상 말고 다른 야생(?)에다 몰래 심었던 호박이들이다.
테러를 많이 당해서 10월 초까지만 해도 저랬던 게 죽고 쪼그라들어서 결국 저 지경이 됐다.
하지만 완전히 죽은 줄 알았던 줄기에서 그래도 용케 새순이 돋아서 파릇파릇하게 또 자라 있는 게 기특하다.
얘는 꽃이나 열매를 더 바랄 수는 없고, 길어야 2~3주 더 버티다가 11월의 추위 속에 장렬히 최후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2. 고양이
자, 호박 다음으로는 고양이..
지난 9월부터 찔끔찔끔 내 근황글에 등장하기 시작한 그 턱시도 턱수염 꼬냉이는 우리 커플을 자기 전담집사로 간택했고=_=;; 완전히 상팔자로 등극했다.
아침과 낮에는 혼자 자기 나와바리를 쭐래쭐래 돌아다니다가 저녁과 우리 작업실로 돌아와서 자는 게 일상이 됐다.
얘는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는 딴 길고양이들과는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하루는 닝겐들 앉는 소파 위를 점령해서는 온몸을 비틀며 난리를 쳤다.
너무 포근해 죽겠다고 아주 그냥 웅변을 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업실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얘를 실내까지 상시 들여놓지는 못한다. 그 대신 신발장 현관에다가 꼬냉이를 위한 편의시설을 좀 설치해 놨다.
사람 입장에서는 신발 발꼬랑내가 진동하는 마굿간 같은 곳이지만, 길고양이의 입장에서는 이것만으로도 호텔 특실이 따로 없을 것이다.
바깥은 춥고 바람 들어오고 사람이나 자동차나 심지어 멍멍이들도 수시로 돌아다닌다. 잠시라도 긴장을 풀 수 없다. 그에 비하면 여기는 얼마나 따뜻하고 아늑하고 안전하고 편안하겠느냐 말이다.
얘도 밖에 나가서는 주변의 다른 길고양이들과 접촉을 하는 것 같던데, 그때는 자기들끼리 무슨 얘기를 나눌지 궁금해진다.
- 한 달쯤 전과 달리, 일단 얘가 물을 잘 마신다. 정작 지금보다 훨씬 더 더웠던 초창기엔 물을 입에도 안 대는 것 같더니만 태도가 달라졌다. 우리와 많이 친해지고 가까워지고 경계심을 더 해제한 것 같다.
- 우리 앞에서 눈 지그시 감고 눕는다거나, 저주파의 '그르르르르릉' 소리를 자주 내기 시작했다. 이 역시 이곳을 아주 편하게 생각하고 있고, 여기에 있으니 기분 좋다는 걸 뜻한다고 한다.
- 그리고 이놈의 츄르.. 이젠 츄르 스틱만 봐도 환장을 한다. 애가 벌떡 일어나고 눈빛과 표정이 달라진다. 츄르는 정말 고양이의 마약임이 틀림없다.
여친님이 평소에 반려묘 유튜브를 즐겨 보는 편인데.. 어쩌다 보니 우리도 그 영상 내용을 얼추 실습을 하게 됐다. =_=;;
글쎄, 난 저 꼬냉이가 야생 본능을 발휘해서 벌레라든가 쥐(!!!)도 잡고, 심지어 보은 차원에서 우리한테 그런 거 선물도 좀 줬으면 싶다. 그래야 사료값을 하는 것이고 인간의 입장에서 고양이 키우는 보람을 느끼지 않겠는가?
하지만 여친님은 그런 건 사양하더라. 댓가를 바라는 것 없이 고양이에게 오로지 내리사랑만을 베푸는 것 같았다. ^^
우리가 신혼여행을 가면 거의 1주일 가까이 얘를 집에 들여다놓지 못할 텐데.. 그때는 평소처럼 집 근처 야생에서 잘 생존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