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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국내 철도 근황

1. 국내의 셔틀 열차

철도 노선 중에는 장거리 간선 다음으로 단거리 지선이 있으며, 이보다도 더 짧아서 사실상 양쪽 끝만 왕래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셔틀 노선'도 있다.
서울 지하철에서 이렇게 셔틀에 가까운 지선의 대표적인 예는 2호선의 성수-신설동, 신도림-까치산 지선일 것이다. 광역전철이나 일반열차 레벨에서는 다음과 같은 게 있다.

(1) 경의중앙선의 서울-신촌-대곡 지선: 열차를 1시간에 1대 남짓밖에 못 굴리는 구간이니 별도의 4량짜리 운행 계통을 이렇게 만들었다. 경의중앙선의 전신이 바로 용산-왕십리-성북 국철이었는데 걔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노선도 나중에는 교외선과 연계해서 별도의 운행 계통으로 분리되면 좋을 것 같다. 경춘선이 중앙선으로부터 분리되듯이 말이다.

(2) 영등포-광명 셔틀: 수요로나 선로용량으로나 처지가 정말 안습하지만.. 그래도 폐지되지는 않고 4량으로 꿋꿋이 버티고 있는 노선이다. 신안산선이 개통되어 광명 역을 경유하는 전용 전철 노선이 개통되면 이 무리수 많은 셔틀은 바로 빛의 속도로 폐지되어 없어지지 싶다.

(3) 광주-광주송정: 현재 CDC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다니며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이다. 통근열차는 경의선과 경원선에서 전철에 밀려 차례로 퇴출되었는데, 그 뒤 굉장히 뜻밖에도 광주선에서 최후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20여 년 전에 비둘기호가 정선선에서 최후를 맞이했던 것처럼 말이다.

신촌 역과 광주 역은 역사가 길지만, 둘 다 간선에서 벗어나는 바람에 완전히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호남 고속철이 개통된 뒤부터는 광주-광주송정의 관계가 진짜 대구-동대구.. 아니, 그걸 능가하는 관계가 됐으니 말이다.
그 대신 저 두 역에는 단거리 셔틀 열차가 드물게나마 다니게 된 것이다.

2. 공항선 일대의 최근 근황

공항철도에서는 한동안 인천공항 역(현재의 제1터미널 역) 이후로 '용유'라고 차량기지 내부의 임시역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17년, 인천 공항 자기 부상 열차가 개통되고부터 이 역은 폐지되고 없어졌다. 그렇잖아도 공항철도는 용유 쪽이 아니라 제2터미널 쪽으로 연장되기도 했고 말이다.

이건 먼 옛날, 분당선의 죽전 차량기지 안에 '보정'이라는 임시역이 있었다가 폐지된 것과 비슷한 변화인 것 같다. 그 임시역은 없어졌으며, 거기서 약간 떨어진 분당선 지하 본선상에 정식으로 보정 역이 따로 생겼다.
공항선의 경우, 자기 부상 열차가 용유 역을 경유하기 시작했다. 마침 얘도 노선색이 개나리 노란색이어서 분당선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기껏 개통한 자기 부상 열차는 승객이 너무 없고 적자가 심했는지, 지금은 운행을 중단한 상태이다. 그러니 얘로나 기존 공항선 열차로나 용유 역을 갈 수는 없게 됐다.

3. 단선 전철

일반열차가 아니라 통근형 전동차가 다니는 광역철도/도시철도/경전철은 종점· 말단 같은 곳을 제외하면 아무래도 복선으로 만드는 게 국룰이었다. 철도를 아예 안 만들면 안 만들었지, 만든다면 복선 전철로 만들어야 속도와 수송량 면에서 자동차 대비 경쟁력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부터는 그런 클리셰도 조금씩 깨지고 있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경원선 소요산 이북 구간은 연장 구간은 단선 전철로 만들어진다. 즉, 열차만 CDC 대신 전동차로 바뀌지, 전동차가 예전의 통근열차가 그랬던 것처럼 교행 대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물론 배차간격은 30분~1시간에 달한다.

그리고 사실은 부산권에도 양산 경전철은 정말 이례적으로 단선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부산 지하철 1호선이 전국에서 유일한 3도어 규격 차량을 쓰듯, 저기는 주요 구간이 기본적으로 단선인 전국 최초 유일의 도시철도가 될 듯하다. 무엇이건 튀는 면모를 하나씩 갖춘 셈이다.

난 부산 지하철 2호선의 북쪽 양산 연장 구간이 단선으로 만들어지는 걸로 들었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거기는 복선이고, 새로 만들어지는 경전철이 단선이다. 글쎄, 당장 건설비는 좀 아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단선에서 열차 운행을 조밀하게 하는 건 굉장히 스트레스 받고 힘들 텐데 그건 좀 우려된다. 아무리 부산도 서울· 수도권에 밀려 인구가 줄어들고 많이 몰락했다지만, 엄연한 도시철도를 단선으로 만들 정도로 수요가 막장인가 싶은 의문이 든다.

나중에 서울 외곽의 교외선에 전동차가 운행된다면 거기도 현재로서는 단선 전철이 예상된다. 당장 운영은 단선으로 하더라도 복선 노반은 확보해 놓고 운영했으면 좋겠다.

4. 서울의 경전철 비교

서울은 노면전차(1899), 지하철(1974), 광역전철의 도입은 전국 최초였다.
그러나 시내버스나 경전철의 도입은 전국 최초가 아니었다. (각각 대구, 부산)

신림 경전철(2022)은 고무차륜 3량이다. 우이 경전철(2017)은 철차륜 2량이다.
전자는 차량이 더 작기 때문에 둘의 편성 당 수송 인원수는 서로 대등하다.

신림 경전철은 여건상의 한계로 인해 여의도까지는 못 가고 샛강에서 멈췄다. 사실, 반대쪽 끝인 서울대 안으로 더 깊숙히 들어가지 못한 것도 아쉽다.
우이 경전철은 여건상의 한계로 인해 왕십리까지는 못 가고 신설동에서 멈췄다.

신림 경전철은 강남 쪽에 있고 관악산 기슭에서 끝난다.
우이 경전철은 강북 쪽에 있고 북한산 기슭에서 끝난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01 08:35 2023/12/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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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의 급행화

열차 중에서 KTX나 새마을· 무궁화 같은 일반열차 말고.. '통근형(입석형) 전동차' 기반인 일명 '지하철, 전철'들 말이다.

얘들은 좌석이 길쭉한 형태이고 좌석 번호 같은 것도 없다. 운임 체계가 일반열차와는 다르며, 버스와 환승 연계가 되고 모든 열차가 사실상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만 있는 게 당연시되는 편이다.
하지만 어떤 노선에서는 이런 열차에도 급행이란 게 있다. 전철에서 급행이 제공되는 형태를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 경부선 (1호선)

급행 전철의 원조라 할 만하다. 1981년 말에 경부선에서 전철이 다니는 서울-수원 구간이 특별히 2복선으로 연장된 뒤, 전동차의 선로용량이 늘어난 걸 기념해서 무려 1982년 초부터 하루 3차례 서울-수원 급행 전철이 운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하철 1호선 서울 역이 아니라, 지상 일반열차 서울 역의 동쪽 끝 플랫폼에서 탑승하고 내린다.

즉, 경부선은 급행에 관한 한 압도적으로 유구한 짬을 자랑한다. 그러다가 전철이 천안까지 연장되고 경인선도 2복선화가 완료된 2005년 즈음에는 매일 1시간에 1대꼴로 용산-천안 급행이라는 것도 추가로 생겼다.

이렇듯, 경부선은 복복선 덕분에 일반열차과 전철의 선로가 완전히 분리되긴 했다. 그러나 급행 전동차가 완행 전동차를 추월하려면 역시 전철이 일반열차 선로로 위험하게 들어가야 했다.
이런 문제로 인해 경부선 급행은 안양에서 수원까지 굉장한 장거리를 일반열차 선로(내선)에서 무정차로 달렸다. 중간의 환승역인 금정 역에는 급행이 정차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2010년대를 보내고 2020년부터는 여기에 변화가 생겼다. 안양, 의왕 같은 넓은 역에 전철용 대피선을 추가로 설치하고, 급행 전동차도 평소에는 언제나 외선으로만 다니게 했다. 급행의 정차역을 좀 더 늘린 대신 종점을 용산이 아니라 청량리로 늘려서 지하철 1호선과 더 가까운 운행 계통으로 바꿨다.

이제 이전의 동인천-천안 급행이 다니던 승강장에는 동인천 급행만 다니게 됐다. 경부선에 전철 운행과 관련된 변화를 한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주행 선로가 일반열차와 완전히 분리됨: 경부선 서울-수원 2복선화 (1981~82)
  • 종점 회차 공간이 일반열차 선로와 완전히 분리됨: 병점 기지, 그리고 수원-천안 2복선화 (2003, 2005)
  • 급행의 추월 공간이 일반열차 선로와 완전히 분리됨 대피선: 구로-수원간 대피선 설치, 운행 계통 변경 (2020)

    한편, 40여 년의 유구한 짬을 자랑하는 서울-수원(천안) 급행을 대체하기 위해 한때(since 2009??) 누리로 열차가 경부선에 도입됐었다. 그러나 무궁화호 급인 누리로가 저렴한 전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었으며, 현재 누리로는 현재 중앙· 영동선 쪽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2. 경인선 (1호선)

    경인선은 한반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철도이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일반열차 없이 전동차만이 2복선으로 다니는 전동차 천국이다.

    급행이 완행과 1:1급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정 간격으로 하루 종일 상시 운행된다. 게다가 완행과 급행이 서로 자기만의 전용 선로에서 따로 다니니 지저분하게 대피/대기 따위 없다. (급행열차를 먼저 보내 주느라 기다립니다) 그냥 자기 시각표대로 가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경인선은 전국의 전철들 중 유일하게 급행보다도 정차를 덜 하는 '쾌특'이란 게 시도된 적이 있기도 하다.

    1990년대, 경인선은 딱히 급행화보다는 그냥 절대적인 수송 능력의 증대를 위해 2복선화됐다. 급행화만이 목적이라면 그냥 주요역에다가 대피선만 설치하면 됐을 테니까..
    2복선화 공사가 진행 중이던 시절엔 개통된 구간만 슬그머니 다니는 잉여 보조 열차가 다녔다. 기존 선로의 양 옆 바깥에 외선이 추가되는 형태였다.

    그러다가 주안 정도까지 개통되면서 완행과 급행의 구분이 생겼고, 내선과 외선의 용도가 바뀌었다. 처음에는 '직통열차'라는 부정확한 명칭이 쓰이다가 2복선화 공사가 완료된 2005년 즈음에 '급행'이라고 공식 용어가 개정됐다.

    3. 서울 9호선

    얘는 처음에 만들어질 때부터 급행이 계획됐고, 그 덕분에 진정한 완급 결합 운행이 이뤄지고 있는 국내 유일의 모범 사례이다.
    "n분 뒤에 급행이 오며, 얘는 n개역 이후부터 앞의 완행을 추월할 예정. 그러니 XXX 역 이전까지만 가면 지금 완행을 타는 게 낫고, 더 멀리 갈 거면 더 기다렸다가 급행을 타는 게 낫다" 이런 안내까지 적극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경인선 같은 빵빵한 2복선이 아니라, 그냥 복선에서 주요역 대피선만 동원해서 말이다. 경부· 경인 같은 광역전철이 아니라 인서울 도시철도 지하철에 이렇게 급행이 존재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무시무시한 10량 편성이 서울 지하철 1~4호선에만 존재한다면, 상시 완급 결합 지하철은 우리나라 전체를 통틀어 9호선이 아마 전무후무한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경전철이 완급 결합 운행이 필요할 정도로 장거리를 달릴 리는 없을 테니..

    경인선 급행이 종점인 인천 바로 직전인 동인천 역까지만 가는 것처럼.. 9호선 급행은 종점인 개화의 바로 직전인 김포공항까지만 간다. 사실, 인천과 개화 모두 방향이 틀어진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이 노선이 서쪽으로 계속 연장된다면 이 역들은 지선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현재는 둘 다 지형적인 이유 때문에 서쪽으로 연장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말이다.

    • 여담이지만, 서울 지하철 9호선은 중전철 형태로 건설된 서울의 마지막 지하철이다.
    • 대전 지하철은 전국에서 경전철이 아닌 중형 중전철 형태로 건설된 사실상 마지막 지하철이다.
    • 울산은 우리나라의 마지막 광역시이다. (이후의 수원, 성남 따위는 그냥 특례시로..) 지하철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광역시이기도 하다.
    • 한편, 대전은 공항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광역시이고, 인천은 아직까지는 KTX를 탈 수 없는 유일한 광역시이다.
    • 그리고 광주야말로 무엇무엇이 없는 유일한 광역시.. 이런 타이틀이 여럿 있을 텐데.. 꼭 교통 분야가 아니어도.. 당장 기억이 안 난다.

    4. 신분당선

    신분당선은 별도의 급행이 다니는 건 아니지만, 그냥 서울과 성남 시계 구간이 역간거리가 엄청나게 긴 덕분에 빠른 급행 같은 효과가 나는 전철이다. 여기 말고 서울이나 용인-성남 시내 구간은 그냥 평범한 도시철도 수준이다.

    앞으로 노선이 왕창 길어지고 시계 구간에도 역이 막 생긴다면 여기도 먼 미래엔 급행이 필요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처음에 대피선 같은 게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현실은 시궁창이다.
    무인 자동 운전으로 완급 결합과 열차간 대피, 추월까지 구현한다면 이건 정말 최첨단 기술일 듯하다. =_=;;

    5. 경춘선, 공항철도

    얘들은 급행이 통상적인 새마을/무궁화가 아닌 별도의 좌석형 열차로 존재하는 노선이다.
    경춘선 전철의 경우, 개통 직후에는 일반 통근형 전동차 기반의 급행이 잠시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ITX-청춘 2층 열차가 도입되면서 곧 폐지되어 없어졌다.

    공항철도는 급행 정도가 아니라 철도역에서 미리 수속을 마친 승객을 태우고 공항으로 논스톱으로 끊는 진짜 직통열차라는 걸 굴리고 있는데.. 얘는 수요가 너무 적은 것 같다. 중간에 몇 역이라도 정차하는 통상적인 좌석형 급행으로 전환하는 게 어떨까 싶다.

    사실, 경춘선과 공항철도 모두 신분당선 만만찮게 역간거리가 길어서 완행도 표정속도가 꽤 높긴 하다.
    하지만 공항철도는 역세권이 개발되면서 10년 전에 비해 역이 굉장히 많이 생겼다. 그러니 얘들도 급행이 좀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공항 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광역버스와의 경쟁력도 더 확보될 것이다.

    경강선도 현재는 수요로나 역 수로나 완행만으로 충분한 정도이지만, 여기는 장차 일반열차가 투입될 계획도 잡혀 있는 엄연한 간선이다. 급행은 ITX-청춘처럼 일반열차에 준하는 별도의 열차가 담당하게 될 것 같다.

    6. 나머지 광역전철들

    수인분당선, 안산선, 경의중앙선, 1호선 경원선 구간 등에도 살짝 급행이 다니는 게 있다. 그러나 이건 평일 출퇴근 시간 한정이고 아주 일부 구간밖에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는다. 완행에다 붙는 추가 서비스 액세서리에 가까운 위상이기 때문에 시간 절약 효과는 미미하다. 허나, 그래도 이것도 아예 시도를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아 보인다.

    즉, 얘들은 앞서 소개했던 경부· 경인선이나 9호선 등에 비해서는 급행의 상황이 열악하다.
    사실, 경부선도 40년 전에 처음 전철이 들어섰을 때는 역간거리가 지금의 경춘선이나 경강선 같은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역세권이 개발되고 역이 엄청 많아지면서 급행이 등장한 것이다. 나머지 전철 노선들도 차차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통근형 입석 전철을 급행화하는 것만으로는 이동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 지금은 결국 '대심도 좌석형 급행 전철 GTX'라는 걸 완전히 새로 만드는 지경이 됐다. 버스에 한계를 느껴서 지하철을 파고, 일본에서 기존 철도에 한계를 느껴서 신칸센을 새로 만든 것과 비슷한 격이라 하겠다.

    자동차 쪽이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구분을 없애고 재래식 톨게이트를 없애는 게 장기 과제라면, 철도 쪽은.. 여객열차들을 사실상 다 동차형으로 바꿔서 기관차-객차는 화물에만 남기는 것, 그리고 승강장을 모두 계단 없는 고상홈으로 바꾸는 것이 장기 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승객이 적은 곳에서 버스 같은 1량 동차가 다니든, 1000명씩 태우면서 동력분산식으로 빠르게 가속하든, 어느 경우든 여객 철도에는 동차가 더 유리하다. 지금은 차량은 동차가 갈수록 늘어 가고, 승강장은 저상홈과 고상홈이 뒤섞여 쓰이는 과도기에 속한다. 이 와중에 전철 시스템과 일반열차 시스템의 구분이 많이 문란해지고, 둘의 중간에 속하는 운임 체계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이런 한국 철도의 하드웨어 백 엔드를 주관하는 기관은 '한국 철도 공단' 이럴 것이지 웬 '국가'라고 이름을 붙였냐? 전국구 단체나 기관 이름이 대한/한국 대신에 '국가'라고 시작하는 건 미국에서 NBA, NASA, NRA(전미 총기..) 같은 이니셜의 N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관행이다.
    갑자기 '국가 철도 공단'이라고 하니까 옛날 철도청 시절 같은 사회주의 냄새가 난다.

    Posted by 사무엘

    2022/08/21 08:35 2022/08/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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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하철: 일반열차와 도시철도

    수도권 전철 1, 3, 4호선에는 코레일 광역전철 구간과 서울 지하철 구간이 한 노선으로 직결 운행을 하는 게 있다. 1호선은 전기 공급 방식이 바뀌며(남영-서울), 4호선은 심지어 좌우 통행 방향까지 바뀐다. (남태령-과천선)

    3호선 일산선은 저런 과거의 삽질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광역전철 구간도 지하철과 동일한 직류 우측통행 규격으로 맞춰서 건설됐다.
    그런데 일산선을 건설하면서 기존 종점이던 지축 역 이북으로 선로만 더 만드는 게 아니라, 지축 역 자체도 확장을 하게 됐다. 얘는 6량 기준의 아주 작은 지상 임시 종점 형태로만 만들어졌는데 이걸 10량 기준의 정식 통과역으로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이거 공사는 철도청이 담당했다. 이 때문에 지축 역은 길이를 2:3으로 나눠서 새로 확장된 곳은 철도청 관할, 기존 영역은 서울 지하철 관할..;; 승객 집계도 따로 하고 출입구 번호의 폰트도 서로 다르고...;;;
    무슨 도끼 만행 사건 이후에 남북 영역 경계선이 그어진 판문점 같은 꼴이 됐다. 4호선의 꽈배기굴 같은 삽질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그마한 삽질인 셈..

    지금은 그런 관행이 없어져서 지축 역은 전부 서울 지하철 관할로 바뀌었으며, 어지간해서는 한 역은 그냥 한 회사가 몰아서 관리하는 관행이 정착했다. 지하철 회사조차도 서울 메트로와 도철로 나뉘어 있던 것이 통합된 게 벌써 4년도 더 전의 일이 됐다.

    2. 도로: 서울과 지방

    그런데 이런 식의 관할 변화는 철도뿐만 아니라 도로에도 있다.
    같은 자동차 전용 도로이지만 청담대교에서 복정 교차로까지는 서울 관할이고 '동부 간선도로'이다. 하지만 거기 이남부터는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이며 경기도 관할이다.

    이 도로는 서울 시내 구간은 가로등 불빛이 백색이다가, 복정 이남 경기도 구간부터는 불빛이 모두 노랑으로 바뀌었다.
    그랬는데 지금 다시 보니 가로등이 교체됐는지 백색 구간이 더 늘었다. 모란 정도는 간 뒤부터 불빛이 노랑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수 년 전에는 서울 시내 구간은 속도 제한이 80이고 경기도 구간부터는 90이었다.
    그랬는데 요 근래에 다시 주행해 보니 전부 80으로 바뀌었고, 등신 같은 과속 단속 카메라가 더 늘어 있었다. 내 인생에 도움이라고는 안 되는 물건 같으니라고.
    (특히 학교 주변이라고 멀쩡한 60짜리 도로까지 상시 30으로 까내린 공무원놈은.. 멱살 잡아 주고 싶을 뿐이다.)

    경부 고속도로도.. 한데 연결된 도로인 것 같지만 법적으로는 양재 IC 이남만이 한국 도로 공사에서 관리하는 최대 시속 100~110짜리 진짜 고속도로이다. 그 이북은 그냥 강변북로 같은 시속 80짜리 서울 시내 관할의 자동차 전용 도로일 뿐이다. 정식 명칭은 '경부 간선 도로'.

    단지, 폐쇄식 톨게이트가 있는 곳과 버스 전용 차로가 적용되는 곳이 법적인 고속도로의 시종점과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운전자들에게 혼동의 여지가 있다.
    양재 IC는 1987년 11월, 지금의 서울 톨게이트가 성남 궁내동에 세워지기 전에 최초의 서울 톨게이트가 있던 곳이기는 했다.

    3. 지하철: 서울과 지방의 격차

    그나마 부산은 동해선 광역전철이 생긴 덕분에 이 노선 한정으로는 서울· 수도권과 같은 대형 전동차를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서울과 수도권의 전철의 차이는 이런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만..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서울 지하철 7호선이 인천까지 연장됐을 때의 일이다. 본인은 인천 지하철 1호선과 서울 지하철 7호선의 환승역이 된 부평구청 역을 찾아가 봤다. 그랬는데 두 노선의 승강장은 완전 극과 극 수준이었다.

    서울 지하철은 전광판이 고해상도 컬러 LCD 화면이었고 스크린도어도 갖춘 최신식 시설을 자랑했다.
    그러나 인천 지하철은 여전히 청색이 없는 90년대의 저해상도 LED 화면이었고 스크린도어도 없고.. 내 기억이 맞다면 심지어 노반도 콘크리트가 아니라 자갈이었다. 참고로 서울 지하철은 굳이 이렇게 새로 개통한 구간 말고 기존 구간도 다 저렇게 리모델링을 완료한 상태였다.

    인천뿐만 아니라 부산도.. 부산 지하철 1호선은 지금도 자갈 노반인지 모르겠다.
    서울 2호선과 부산 1호선은 둘 다 1980년대로 비슷한 시기에 개통했고 처음 개통했을 때는 다들 비슷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서울 지하철은 그 뒤로 엄청나게 많이 바뀌었지만 부산 지하철은 그리 되지 못하고 옛날 모습에서 멈춰 버렸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디자인만 해도 그렇다. 가령, 서울· 수도권 전철의 노선도에서는 환승역 모양에 태극 무늬가 없어진 지 10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부산에서는 여전히 그걸 쓰고 있다. 그러니 옛날 생각이 날 수밖에.. 다만, 부산은 4호선에, 동해선, 김해 경전철까지 전철이 많이 생겨서 예전에 비해서는 노선도가 많이 풍성해진 게 느껴진다.

    그리고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2015년 이후에 도입된 신형 차량은 좀 각진 모양에다 객차간 출입문의 위에 자막 전광판이 있는 게 지금까지 서울· 수도권에 없던 디자인이다. 부산 같은 지방 지하철 차량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4. 도로와 철도의 외곽순환선

    벽제, 일영, 송추 쪽을 지나는 그 존재감 없는 철도는 1961년에 처음 개통했던 시절엔 '서울교외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남이 아직 서울로 편입되지 않아서 광주군이었던 까마득한 옛날이니.. 그때는 이 철도에다가 경원 구간을 합하면 진짜로 서울의 변두리를 빙 도는 노선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랬는데 얘는 2008년에는 '서울'을 떼어낸 그냥 '교외선'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리고 처음에 '판교-구리 고속도로'로 시작했던 그 고속도로는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라는 이름이 붙었다가 나중에 '수도권 1순환 고속도로'라고 개명됐다.
    둘 다 서울이라는 단어를 떼어내고 서울의 변두리, 덤터기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속도로 번호 체계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개정되고 정착한 지도 어언 20년이 넘었다. (since 2001)

    이제 고속도로는 번호가 없이는 제대로 지칭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많아졌고, 요금제도 하이패스 없이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복잡해져 있다. (늘어나는 민자 구간, 폐쇄식/개방식 등등..) 하지만 철도는 노선이 그 정도로 많고 복잡하지 않아서 여전히 이름 위주로 불리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29 08:34 2022/07/2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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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철도역, 차량 관련 이야기

    1. 오지에 만들어진 철도역

    경부선 신거 역(청도-상동 사이)은 1967년에 청도에서 새마을 운동이 벌어지면서 만들어졌던 전설적인 간이역이다. 마을 주민들이 인근의 철길에다가 역을 뚝딱 만들고, 열차를 세워 달라고 철도청에다 요구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서거하고 새마을 운동 붐이 끝나자, 저기는 열차가 상시 정차하기에는 수요가 너무 없는 오지로 되돌아갔다. 결국 역사 건물이 1988년쯤에 철거됐고, 하루 단 한 번 정차하던 대구-마산 무궁화호 NDC 열차도 2007년에 운행을 중단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역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체는 없는 폐역이나 마찬가지인 잉여가 됐다. 그래도 근처의 새마을 운동 발상지 기념관에 신거 역의 레플리카가 만들어져 있다.

    다음으로 영동선 양원 역(분천-승부 사이)은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오지인 봉화군에서도 첩첩산중에 자리잡은 간이역이다. 열차를 좀 더 가까이서 편하게 이용하고 싶다고 주민들이 철도청에다 필사적으로 청원을 넣고, 사비를 모아서 역사와 승강장을 직접 만든 덕분에 정식으로 승인됐다.
    이때가 1988년이라니, 참 공교롭게도 신거 역이 없어진 때와 시기가 비슷하다.

    굳이 따지자면 신거는 무배치간이역이고, 양원은 임시승강장이어서 서류상의 지위는 신거가 눈꼽만치 더 높다. 하지만 지금은 관광 열차라도 정차하고 있는 양원이 존재감이 더 높아져 있다.
    본인은 신거는 2020년에, 양원은 2019년에 하계 휴가 여행을 떠나면서 다 방문해 봤다.

    그나저나 '기적'(2021)이라고 양원 역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상당히 최근에 개봉하기도 했다. 소재와 배경만 저 동네에서 따 오고, 주인공과 스토리는 완전 허구 신파이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감지덕지이지.
    감독이 소싯적에 pump it 리듬 게임의 개발에도 참여했을 정도라 하니, 공돌이 배경이 있고 철덕 기질도 좀 있었던 것 같다. 제목은 열차 기적 소리와 miracle을 동시에 의도한 작명일 테고..

    2. 대구의 철도역과 고속도로 진출입로 명칭

    국제 표준(SI) 과학 단위 중에서 킬로그램은 유일하게 접두사가 붙어 있는 단위이다.
    이와 비슷하게, 동대구 역은 우리나라의 메이저 철도역들 중에 유일하게 접두사가 붙은 역이다.
    대구는 서울, 대전, 부산 같은 타 도시들과 달리, KTX가 정차하는 역이 그냥 대구 역이 아니라 '동대구' 역이다. 희한하지 않은가?

    이건 기존 대구 역보다 더 큰 역을 1960년대 말에 대구의 동부 외곽의 넓은 부지에 새로 만들면서 야기된 특이한 현상이다.

    대구 역은 1905년 경부선의 개통 직후부터 있었지만, 해방 이후의 훨씬 나중에 만들어진 동대구 역이 기존 대구 역을 몰아내고 주인 노릇을 하게 됐다. 하지만 동대구 역이 '동'자를 떼어내고 대구 역의 이름까지 빼앗지는 못했다.

    참 흥미로운 건.. 고속도로에도 딱 '대구'라는 이름의 나들목이나 분기점, 요금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60년대 말에 경부 고속도로의 대구-부산 구간이 건설될 때도 나들목의 이름은 '동대구'였지, 그냥 대구가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지역에 건설 중이던 동대구 역과 이름을 일부러 동일하게 맞췄던 것 같다~!

    • 신경주도 접두사가 붙긴 했지만 이건 논외로 하자. 더구나 이제 기존 경주 역이 선로가 없어지면서 폐역됐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이 이름에서 거추장스러운 '신'자를 그냥 떼어낼 수도 있다.
    • 광주도 광주송정 역에 밀려서 기존 광주 역은 거의 폐역 직전의 잉여가 된 듯하다. 그러게 시내를 관통하던 선로를 다 걷어내서 낙동강 오리알을 만들었으니 몰락이 예고된 수순이었다.
    • 알고 보니 광주 역시 접두사가 붙은 순수 '광주'라는 이름의 고속도로 나들목/분기점은 없다고 한다. 경기도 광주 쪽은 전철역과 나들목 모두 '경기광주'라고 이름이 붙었다.

    3. 도시철도법과 궤도운송법

    엔진 달린 자동차 중에는 정식 등록을 안/못 해서 번호판이 없고 일반 공도를 다니지 못하고, 특정 시설이나 구역 내부만 주행할 수 있는 특수한 물건들이 좀 있다. 공항 계류장 안의 대형 램프 버스나 토잉카, 에버랜드 주차장 셔틀버스, 운전학원 장내 기능 연습 차량 같은 것 말이다.

    이와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개념이.. 핸들 없이 길 따라만 다닐 수 있는 궤도 교통수단에도 존재한다. 3량 이하 소규모 저속 노면전차라든가 케이블카, 모노레일 같은 것 말이다.
    어째 인천에 이런 게 여럿 있다. 인천 공항 지하의 탑승동 셔틀열차(구 스타라인), 월미 바다열차, 그리고 인천 공항/영종도 자기 부상 열차 말이다. 대전의 엑스포 과학 공원 부근을 다니는 자기 부상 열차도 좋은 예이다.

    이런 애들은 등하교· 통근용 대중교통이라기보다는 시설 내부의 왕복 셔틀, 관광, 놀이기구의 성격이 강하다.
    건설과 운영에 통상적인 도시철도법을 적용받지 않으며, 더 각종 책임이 더 적은 '궤도운송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얘들은 법적으로는 도시철도, 광역전철이 아닐 뿐만 아니라 심지어 경전철도 아니다.
    승객이 차내에서 불필요한 헛짓을 하면 철도안전법이 아니라 그냥 해당 교통수단을 운영하는 시설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처벌받는다.

    노면전차라는 게 2000년대 이후부터는 '트램'으로 탈바꿈해서 대도시의 대중교통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얘가 수송력이 커지면 법의 적용 주체가 궤도운송법이 아니라 도시철도법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월미 바다열차는 작정하고 관광 놀이기구이기 때문에 이용료? 운임도 그에 맞게 책정돼 있다. 그러나 인천 공항 자기 부상 열차는 영종도를 쭉 순환하는 대중교통으로 확장돼서 본격적인 도시철도로 탈바꿈하려는 계획이 잡혀 있다.

    옛날에 용인 경전철만 해도 우여곡절 끝에 얼마나 어렵게 개통했었나 모른다.
    의정부나 용인 경전철은 경전철 형태의 도시철도임에도 불구하고 승객 없고 기관사도 없다 보니.. 재미로 놀러 일부러 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운영 사업자들이 자괴감을 느낄 법도 했겠다.

    4. 관광 열차

    여러 사람을 태우는 교통수단 중에는 많이 태워서 목적지까지 최대한 빠르고 저렴하게 가는 게 목적인 일반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좀 천천히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가는 관광형 교통수단도 있다.
    대표적으로 선박 말이다. 비행기가 발명되면서 대륙을 횡단하는 여객선은 자취를 감췄다. 그 대신 관광 크루즈선이라는 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얘는 그냥 선상 호텔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좀 생소한 물건이다.

    비행기는 굳이 따지자면 과거의 힌덴부르크 같은 비행선이 이런 관광형으로 딱일 것이다. 느릿느릿 둥실둥실 떠 다니니까.. 하지만 덩치가 너무 크고 위험하다는 문제가 있다.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외국 여행이 봉쇄 당했던 바로 얼마 전에는.. 일반 여객기로도 그냥 목적지까지 한 바퀴 뺑 돌고 도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관광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비행기를 타는 생색만 내는 것이다.

    쌍팔년도 이전의 옛날엔 심지어 남극의 상공만 도는 남극 관광까지 있었다. 하지만 추락 사고가 한번 난 뒤부터는 여객기의 남극 상공 비행은 현재까지 영원히 금지되고 말았다.

    다음으로 철도는 본격적인 대중교통은 광역전철 아니면 고속철로 이원화됐고, 나머지 레거시 중에서 자동차 도로 교통과 경쟁이 안 되는 것들은 상당수 관광형으로 바뀌어 간다. 그래서 코레일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내륙 순환 열차 O-트레인, 그리고 천혜의 영동선 경치를 감상하는 협곡 관광 V-트레인을 굴리곤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것 말고 동해 관광 열차인가도 있는데.. 얘는 정규 여객열차가 다니지 않는 삼척선을 경유한다. 지금은 정선선도 그렇게 관광열차만 다니는 구간이 됐고 말이다.

    남한과 북한이 통일인지 경제 협력인지를 하면 대륙이 육로로 연결되고, 중국과 러시아까지 열차를 타고 갈 수 있게 된다고 다들 설레발을 친다. 하지만 철도는 무슨 자동차 도로가 아니다. 인프라를 다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베이징이나 모스크바는 예나 지금이나 그냥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게 훨씬 더 낫다.
    시간이 남아돌고 열차 탑승 자체가 목적인 여행객 관광객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 국제열차는 그냥 크루즈선의 육상 버전일 뿐이다. 일반형 대중교통과 관광형 대중교통을 혼동하지 말자.;;

    Posted by 사무엘

    2022/05/01 19:35 2022/05/0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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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역, 열차 등의 특이점

    1. 통상적인 위치와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은 지하철역

    지하철역이라는 건 ‘대로’급 큰길의 특정 지점에 출입구가 만들어지며, 보통은 길과 길이 만나는 교차로에 만들어지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이런 통념을 깨는 역도 소수나마 존재한다.

    (1) 4차로밖에 안 되는 아담한 크기의 도로에 지하철역이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종점 부근이나 지형이 특이한 곳에는 지하철이 2차로 골목길 아래로 지나기도 한다.
    서울 지하철 7호선 면목-사가정 사이.. 여기는 지상에서 땅을 파헤치는 개착식은 엄두를 낼 수 없고 그냥 지하에서 땅굴을 파서 길을 냈을 것이다.

    그리고 6호선 독바위 역, 5호선의 마천 종점 부근도 좁은 골목길이다. 특히 마천의 경우 그나마 큰길이 있는 오금로-마천로를 일부러 회피하고 엄한 곳에다 역을 힘들게 만든 것에 가깝다. 지하철을 만들던 당시에는 그쪽에 군부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2) 7호선 청담 역은 단일역만으로 학동로의 한 블록(약 600미터;; ) 거리를 몽땅 커버하는 형태로 엄청 길게 만들어졌다. 역을 양 교차로에 두 개 만들고 이들을 지하 상가 통로로 한데 연결한 게 아니라, 중간에 단일역이라니.. 참 특이하다. 그래서 환승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출입구도 종로3가 급으로 엄청 많다.

    분당선 서현과 수내는 길이 아니라 건물의 내부와 아래에 역이 들어섰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지하철 출입구 번호와 건물의 출입구 번호가 상이한 아주 괴상한 구조가 됐다.

    그 뒤, 신분당선· 경강선의 환승역인 판교 역도 교차로가 아니라 건물 공간의 정중앙에 있다. 그래서 주변의 버스 정류장이 "판교 역 동서남북편"이라고 다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역을 감싸는 건물이 있는 건 아니다. 뭐, 앞으로 지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는 지하철역도 아주 드문 편이다. 내가 아는 건 3호선 학여울 정도가 유일하다.

    2. 존재감 없거나 봉인된 지하철 출입구

    (1) 수도권 전철 4호선의 북쪽 종점인 당고개 역은 마지막 5번 출구가 철덕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유명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락없이 영화 아저씨의 "나와라, 죽는다"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좁고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에다, 통로도 엄밀히 말하면 역의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더 가까웠다. 3호선 남부터미널 역의 4-1, 4-2번 출구 같은 느낌??
    심지어 이 출구는 안내도에 표시돼 있지도 않았었다(1~4번만..).

    그러다가 2010년대 후반이 돼서야 주변의 폐상가 건물들이 다 헐리고 6번 출구까지 생기면서 5번 출구도 회생하게 됐다.
    게다가 이 역은 4호선이 산 너머 남양주 별내와 진접까지 연장되면 종착역이 아닌 단순 통과역으로 바뀔 예정이다. 창동 차량기지조차 이전하니까 말이다.

    (2) 공교롭게도 같은 4호선의 남쪽 종점인 오이도 역 역시... 마지막 3번 출구는 그냥 버려진 잉여 출구나 마찬가지이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거기는 텃밭과 야산밖에 없는 황무지이다.;;

    (3) 분당선 야탑 역은 지상 출입구 말고 근처의 버스 터미널로 직통하는 지하 통로가 만들어져 있긴 했으나, 2000년대 후반까지 모종의 이유로 인해 개방되지 않고 오랫동안 봉인돼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오래 전부터 옛말이 됐고 2010년쯤부터는 완전히 개방 상태이다.

    또 이런 예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별로 생각이 안 난다.
    출구가 하나밖에 없는 드문 역은 2호선 신답, 3호선 학여울, 6호선 독바위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 광역전철까지 포함하면 산을 뒤로 낀 한적한 지상 시골역 중에 이런 예가 더 나오겠지만 그건 논외로 하자.
    서울 지하철 5호선의 마천, 마곡 역도 처음 만들었을 때는 출구가 1개밖에 없었지만 훗날 공사를 통해 출구가 더 생겼다.

    3. 좌석의 테이블 배치 방식

    내가 철덕 겸 교통덕으로서 이 주제를 하루 이틀 파고든 게 아니었는데 비교적 최근에야 눈에 띄기 시작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좌석의 뒤쪽에 그물과 테이블이 비치된 방식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KTX는 기내지가 꽂혀 있는 그물이 좌석의 위쪽에 있고, 테이블은 그 아래에 있다. 그래서 테이블을 펼치려면 아래에 접혀 있던 것을 위로 끄집어내면 된다.
    이런 형태의 좌석은 내가 아는 교통수단들 중에서는 KTX만이 유일하다. 산천도 포함해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반면, 비행기는 이렇게 테이블이 좌석의 위쪽에 있고, 그물이 그 아래에 있다. 테이블을 펼치려면 스위치를 살짝 돌려서 테이블이 아래로 내려오게만 하면 된다. 차이점이 신기하지 않은가?
    위의 사진에서 보다시피 SRT도 비행기와 같은 형태로 좌석이 만들어져 있다.

    한편, 고속버스는 전통적으로 테이블이 없고 그 특유의 컵 받침대 정도만 있다.
    그리고 좌석이 우등 이상으로 안락해져서 간격(피치)이 커지면 테이블은 저렇게 앞좌석의 뒤쪽이 아니라 자기 좌석의 팔걸이나 옆쪽에서 끄집어내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1/07/25 08:35 2021/07/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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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 철도역명 관련 여러 분석

    1. 볼링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볼링장 레인의 표준 규격은..
    길이 19.15미터, 폭 1066mm이다.

    선수가 투구하는 구역 말고, 도랑이 등장하는 지점과 맨 뒤쪽 핀이 있는 지점 사이의 거리가 19.15m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전철 및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전동차'가 1량의 길이가 19.5m로 정해져 있어서 볼링장 레인보다 근소하게 더 긴 수준이다. 무궁화호 이상의 일반열차는 이보다 더 길어서 20m를 상회하며, 반대로 중형 전동차는 더 짧다.

    다음으로 폭은.. 도랑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공이 굴러가는 공간의 폭이 1066mm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신칸센 말고 1067mm짜리 협궤를 사용하는 일본에서 지하철이나 재래선 열차를 볼링장에다 가져오면 바퀴를 양 도랑에다가 딱 맞게 얹을 수 있다.
    양쪽 도랑(커터)의 폭을 몽땅 포함시키면 1520~1524mm가 되며, 이는 표준궤를 넘어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궤간과 얼추 비슷해진다.

    볼링장에서 공이 굴러가면서 일으키는 잔잔한 진동은 열차가 주행하면서 근처에서 들리고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볼링장의 여러 레인들은 마치 철도 차량기지에 있는 여러 출입구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주변에 철도를 알게 할 만한 것들이 충분히 널려 있다(롬 1:19-20).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변명할 수 없다.

    2.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의 특성

    (1) 서쪽의 경의선 방면으로는 공항 철도가, 동쪽의 중앙선 방면으로는 경춘선이 같이 분기해 나가는 형태이다. 분기하는 노선들은 운임 체계가 수도권 전철과 다른 열차가 다닌다는 공통점이 있다. (직통열차, ITX 청춘)

    (2) 경의선의 종점은 문산이며 중앙선의 종점은 용문이다. 하지만 양쪽 모두 열차가 매우 드물게 제한적으로 다니는 추가 종착역이 존재한다. 중앙선은 지평이며, 경의선은 민통선 안의 도라산까지 연장 개통 계획이 있다.

    (3) 경의선과 중앙선은 모두 일반열차 트래픽 때문에 서울 시내 구간의 선로 용량 제약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둘 다 서울 외곽에 중간 시종착역이 존재했다. 중앙선과 연결되기 전의 경의선은 DMC, 지금도 경춘선은 상봉. DMC-수색과 상봉-망우는 역간 거리가 매우 짧다는 공통점이 있다.

    (4) 경의선의 경우, 서울 역 이북으로 신촌을 경유하는 선로가 만들어지면서 이게 오랫동안 경의선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용산선 구간이 지하로 내려가면서 다시 경의선 본선으로 바뀌었으며, 신촌 구간은 지선이 됐다.
    1시간 1대 서울-신촌-대곡 4량 운행 계통은 마치 영등포-광명 4량 계통과 비슷해 보인다. 훗날 교외선이 어떻게든 전철로 부활한다면 이 열차가 경의-교외-경원 순으로 운행 구간이 그대로 연장되어 의정부나 광운대 정도까지 다니지 싶다.

    (5) 경의선은 경부선과 만나는 용산-효창공원과 서울-신촌에 굉장한 급커브가 있다. 기존 건물과 시설을 피해서 아주 힘들게 철도를 건설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용산-효창공원의 경우, 짧은 구간에서 지상과 지하도 오르내리기 때문에 경사도 강원도 산악철도처럼 거의 법적 한계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6) 하긴, 용산에서 이촌 쪽으로 진입하는 구간도 원래 급커브에다가 절연 구간까지 있어서 만만찮게 열악했다. 무슨 기술로 극복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절연 구간이 없어진 게 한 2017년쯤부터였지 싶다.

    3. '역'이라는 글자로 시작하는 전철역

    우리나라의 지하철역 중에는 이름이 '역'으로 시작하는 것이 있다.
    수도권 전철의 경우 역곡(1호선 경인선), 역삼(서울 2호선), 역촌(서울 6호선) 이렇게 세 개인데, 소속된 노선이 모두 다르고 위치도 각각 부천, 강남, 은평구로 흩어져 있다.
    하지만 저 역명들은 모두 인근의 행정구역(동)의 명칭에서 유래되었으며, 첫 글자인 '역'은 한자가 정거장/정류소를 뜻하는 驛으로 동일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동차가 없던 조선 시대에 서양처럼 말이 끄는 대중교통 마차 정거장이 있었던 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철도역의 의미로 쓰고 있는 驛이라는 글자 내지 단어(역참)는.. 전근대 시대에 높으신 분이 말 타고 지방으로 출장을 가거나 어명 같은 소식을 급히 전하러 이동할 때, 지친 말과 쌩쌩한 말을 교환하는 일종의 보급소였다.

    '파발', '파발꾼', '파발마' 같은 말을 들어 보셨을 것이다. 성경에도 post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특히 에스더기에 왕의 명령을 전하는 파발꾼이 말 타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흘어지는 모습이 유난히도 생생하게 묘사된다. (에 3:13, 15 등)
    뭐, 역참까지 나오지는 않지만 그런 파발꾼이 중간에 들르던 보급고가 바로 역참이다.

    그리고 驛이라는 글자로 시작하는 지명은.. 과거에 여기 일대에 역참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교통· 이동과 관계 있는 한자이지만 부수가 車가 아닌 馬인 것을 주목하자. 하긴, 옛날에 車는 '싣는 수레'라는 심상이 더 강했지, 스스로 움직인다는 심상은 馬보다 약했다.
    한편, 서울 지하철 3호선의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구파발은 '역' 대신 '파발'이라는 말을 집어넣어서 동일한 어원을 나타내고 있다.

    옛날에는 파발꾼이 말 타고 장거리를 쉴 새 없이 달리는 모습이 신기한 한편으로 불안하고 부정적으로 여겨지기라도 했는지.. '역마살이 꼈다'라는 관용구는 그다지 좋은 뜻이 아니다.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지내지 못하고 늘 분주하게 떠돌아다니며 사는 액운)
    조선이 도로가 별로 발달하지 않은(못한) 것도 이런 정서 배경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랬는데.. 한때 역참을 가리키던 한자가 나중에는 철도역을 가리키는 한자로 바뀌었다는(확장?) 것이 신기하다.
    역명 속에 또 들어있는 驛은 철도역에서 유래된 글자가 아니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겠다.

    4. 새로 생기는 역들의 이름

    (1) 가끔은 철도 노선이 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두 철도역 사이에 새로운 역이 추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서울 지하철에서는 1호선 동묘앞(동대문과 신설동 사이)과 2호선 용두(신답과 신설동 사이)가 대표적이며, 수도권 광역전철에서는 분당선 이매(야탑과 서현 사이)가 있다. 이들은 다 2004~05년이라는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지하역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대전 지하철 오룡과 용문 사이에 용두라는 역이 추가될 예정이라 한다. 두 역은 유등천을 끼고 있어서 역간거리가 1.5km 정도로 약간 긴 편인데, 그 사이에 역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서울과 대전 모두 지하에 추가되는 역이 용두동에 있어서 이름도 용두라니.. 매우 흥미롭다. 게다가 서울 2호선과 대전 1호선은 노선색도 초록색 계열로 비슷하다.

    (2) 지난 2010년 1월, 서울 지하철 3호선 수서-오금 연장과 비슷한 시기에 수도권 전철 1호선에서는 군포와 의왕 사이에 ‘당정’이라는 역이 추가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11년 정도 지난 지금은 그 1호선의 장항선 구간인 아산과 배방 사이에 ‘탕정’이라는 역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름이 참 절묘하지 않은지?

    게다가 옆으로 배방과 온양온천 사이에는 ‘풍기’라는 역을 추가로 만들려는 계획이 잡혀 있다. 양평(5호선)에 이어 중앙선의 역과 이름이 겹치는 전철역이 하나 더 생기게 되겠다.

    5. 기타

    (1) ‘캐나다’라는 나라를 우리나라 수도권 전철에다가 투영시켜 보면 개인적으로 일산선이 떠오른다. 붉은색 계열(노선색 주황, 붉은 단풍), 미국보다 북쪽 위치인 것(서울보다 북쪽), 영연방 국가이지만 우측통행인 것(코레일 구간이지만 우측통행), 뭔가 전원적인 분위기.. 이런 것들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ㄲㄲㄲ

    (2) 구워 먹는 육상 동물 고기(소, 돼지)는 디젤 차량 같고, 날로 먹는 생선회는 전기 차량 같다. 그리고 바닷물고기는 교류 차량, 민물고기는 직류 차량, 연어는 직-교류 겸용 전동차처럼 느껴진다.

    (3) 국도 6호선을 타고 양평으로 가는 길목에는 '아세아 연합 신학 대학교'라는 초교파 복음주의 성향의 신학교가 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전철역이 경의중앙선 '아신' 역이라니.. 매우 공교롭게도 학교명의 이니셜처럼 들린다. 역명은 학교와 아무 상관 없이 그냥 양평군 아신리라는 지명에서 유래됐을 뿐인데..

    학교가 있는 곳은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고 주변 자연의 정취가 죽여준다. 애초에 온통 상수원 보호 구역이니까.. 그 대신 통학하기 불편하고, 일명 2호선 대학교들처럼 도시 문명과 어우러진 캠퍼스 생활을 할 수 없는 건 감수해야 한다.;;

    (4) 끝으로.. 이야, 수도권 전철 전체를 통틀어 낚시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신길온천역이 올해 초에 드디어 '능길'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다니 참 감개무량하다. 이제 "우리 역 주변엔 온천 시설이 없습니다 -- 신길온천역장" 이렇게 써 붙여 놓지 않아도 되겠군.

    Posted by 사무엘

    2021/03/22 08:33 2021/03/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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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주요 나라들의 지하철

    1. 영국 런던

    • 세계 최초의 지하철.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벌어지던 시절에!) 흠좀무이지만 증기 기관차가 다니기도 했던 지하철
    • 전차선이 땅바닥에 있고, 터널의 단면이 차량의 단면과 별 차이 없을 정도로 왕창 좁음. 튜브의 원조
    • 실제 위치와 거리가 아니라 역들의 관계만을 간략하게 나타낸 노선도 디자인의 원조
    •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지하철 역명판용 고유 서체(폰트)
    • 매년 성탄절엔 올스톱.. (대중교통이 몽땅..)

    2. 프랑스 파리

    • 고무 타이어
    • 한때 우리나라에서 수입해서 썼던 삼발이 개집표기와 마분지 승차권 시스템의 원조
    • 이름 대신 n호선이라는 명칭을 도입한 원조

    3. 미국 뉴욕

    • 24시간 운행
    • 롱시트가 아닌 전방 좌석형 구간도.. (과거 우리나라의 CDC 통근열차와 비슷)
    • 더럽고 냄새 나고 쥐가 돌아다니고, 그래피티 낙서가 가득하고.. 밤에 혼자 다니면 위험하고.. >_<

    4. 미국 LA

    • 노선을 이름도, 번호도 아닌 그냥 색깔로 식별함. 각 노선들이 올지하 아니면 올지상인 식임. 안내방송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 역 내부에 딱히 개집표기와 개표 영역(paid area) 구분이 없었던 걸로 기억함.

    5. 일본 도쿄

    •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통한 지하철. 그런데 본인은 일본 철도는 신칸센, 아니면 지상에서 달리는 게이큐 쾌특 급행 전철 같은 것만 알지, 정작 도쿄 지하철에 대해서는 배경지식이나 선입견 따위가 형성된 게 없다.;;
    • 최초로 개통된 긴자와 마루노우치만 표준궤에 제3궤조이고, 후대의 것들은 모두 협궤에 가공전차선 방식이다. 집전 방식을 바꾼 건 잘한 것 같지만, 궤간은 처음에 표준궤로 시작했던 것을 왜 줄여 버렸는지가 의문이다.
    • 긴자 선이 1927년에 개통한 뒤에 그 다음 마루노우치 선은 무려 27년 가까이 뒤인 1954년에야 개통했다. 이렇게 긴 간극이 존재하는 이유는.. 모두가 짐작 가능하다시피 오랫동안 전쟁 때문에 지하철을 더 만들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6. 중국 베이징

    • 나름 1970년대에 최초로 개통했지만, 20세기가 끝날 때까지 거의 30년 가까이 노선이 꼴랑 1호선과 2호선 둘밖에 없었다. 이 역시 기술 지원을 해 주던 소련과의 사이가 틀어진 데다, 대약진운동 병크 등으로 인해 지하철을 더 만들 여력이 한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도쿄와는 다른 형태의 사연이 있었던 셈..
    • 그러다가 2000년대가 돼서야 뒤늦게 그야말로 미친 듯이 10여 개의 노선을 한꺼번에 건설하면서 지금 같은 대규모 지하철 네트워크가 완성됐다. 이런 것도 대륙의 기상이 좀 느껴진다.
    • 이것 말고는 역시 별다른 느낌이나 선입견 없음..

    7. 한국 서울

    • 싸고 깨끗하고 환승 할인 잘 되고 와이파이 잘 터지고.. 여러 모로 서비스 좋음
    • 수백 개에 달하는 역들에 2010년대 동안 스크린도어가 몽땅 설치돼 버린 것도 좀 사기에 가까움.
    • 도쿄와 베이징의 지하철은 나름 10호선이 넘는 노선이 존재하는 반면, 서울 지하철은 광역전철이나 경전철이 아닌 중전철 도시철도는 9호선이 진짜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일본이 전쟁 딜레이, 중국이 문화혁명 딜레이가 있었다면 한국은 뭐 그런 정치적인 딜레이가 없었음. 하지만 서울 수도권 이후에 타 지방의 광역전철 개통이 40년 가까이 늦었다. (부산 동해선 광역전철)

    8. 북한 평양

    • 최초 개통 자체는 서울 지하철보다 명목상 1년 더 이름.
    • 왕창 깊고 구소련 지하철과 비슷한 인테리어. (뭐, 러시아 지하철에 대해서는 본인은 아는 것 전무함.)
    • 1970년대에 2호선까지 만들어진 건 베이징 지하철과 비슷하나, 평양은 중국과 달리 2020년대까지 그 노선 그대로 변함없이 얼어붙어 버림. =_= 지하철이 다니는 나라들 중에서는 제일 가난하고 못사는 나라의 지하철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8/17 08:34 2020/08/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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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와 철도의 터널과 교량

    1. 자동차용 터널과 교량

    도로나 철도를 만들다가 산 같은 장애물을 정면돌파 하려면 터널을 뚫게 되고, 기존 도로를 입체 교차하거나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교량을 건설하게 된다. 이런 시설들은 구불구불 우회해서 가야 할 경로를 굉장히 곧게 해 준다.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요즘은 옛날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매우 크고 길고 넓은 터널과 교량이 많다.
    산 하나를 통째로 관통하는 건 일도 아니고 도시 시가지를 통째로 지하로 통과한다. 2차로를 넘어 4차로 광폭 터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제한적이나마 바다를 건너는 터널(아래로)이나 교량(위로..)도 있다. 아무래도 고가(교량)보다는 지하도(터널..)가 만들기 더 어려운 것이 주지의 사실인데, 하저· 해저터널 같은 건 참 경이롭다.

    다만, 이런 곳을 자동차로 운전해서 갈 때는 좀 주의해야 한다. 터널을 드나들 때는 주변의 밝기가 갑자기 변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시야가 교란될 수 있으며, 교량은 바람이나 온도가 일반 평지와는 달라서 길이 미끄러울 수 있다.
    그리고 둘은 형태는 다르지만 길 밖으로 벗어날 곳이 딱히 없기 때문에 비상 대피나 탈출이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터널은 화재라도 났다간 질식의 위험까지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터널이나 교량에서는 한 치의 예외 없이 차선들이 실선으로 그어졌으며, 차로 변경과 추월이 금지돼 왔다.
    하지만 모든 교통사고가 오로지 과속과 추월 때문에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저건 현실과 안 맞는 너무 규제 위주의 악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은 시종일관 한 차로로만 달리기에는 너무 길고 큼직한 터널도 많다. 그리고 강을 건너는 교량 말고 강과 수 km째 나란히 가는 교량도 많은데 거기도 차로를 몽땅 실선으로 틀어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있다.

    국도 20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북건천 분기점은 긴 건천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분기점이 뿅 나타난다. 경주에서 20을 이용해서 달리다가 저기서 4로 갈아타서 영천? 대구 방면으로 가려면 아예 터널에 진입하기 전부터, 한참 전부터 맨 오른쪽 n차로로 차로를 바꿔야 한다. 터널 안에서 차로를 바꾸는 건 실선 차로와 각종 차단봉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형태로 새로 만들어지는 터널에 한해서 터널 안도 점선 차선이 그어지고 차로 변경을 허용하는 추세이다. 교량 쪽은 소식을 못 들었다만, 거기도 좀 더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쪽으로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2. 철도용 터널과 교량

    자동차가 다니는 터널과 교량은 그렇고.. 그럼 이제부터는 철도의 터널과 교량에 대해서 얘기하도록 하겠다.
    요즘 만들어지는 큼직한 터널은 도로용이나 철도용이 외관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옛날 초창기에, 특히 철도가 다들 단선 비전철 위주이던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다.

    철도 차량은 레일 근처 하부의 폭과 중상부의 폭이 차이가 많이 나는 교통수단이다. 이는 제한된 레일 궤간에서 최대한 큼직한 차량을 굴리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그래서 한국의 경우, 법적 차량 한계가 1250mm 이하의 낮은 부위와 그 이상 높은 부위의 폭이 서로 다르게 명시돼 있다.

    철도 차량은 자동차와 달리 레일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정밀 정확하게 다니니.. 터널도 그야말로 차량 한계가 허용하는 한계치까지 작게 만드는 게 가능하다. 그래서 터널의 단면조차 차량의 단면과 비슷하게 하부가 상부보다 더 작으며, 단면이 말발굽 모양처럼 돼 있다. 이것은 철도 터널이 자동차용 터널과 결정적으로 다른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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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언제까지나 옛날에 그랬다는 것이다. 요즘은 한 터널 안에 복선 선로를 집어넣고 위에 전차선도 집어넣고.. 또 고속 주행을 위해 공기가 드나들 틈을 더 내기도 하니 철도 터널도 옛날보다야 더 큼직하게 만든다.

    그리고 철도는 교량도 좀 특이했다.
    옛날에는 철교의 상부에 딱히 난간이나 트러스 같은 게 없었고 생긴 게 참 단촐(?) 소박했다. 뭐, 어차피 레일이 있으니 단순히 통과 차량의 안전을 위한 난간이나 가드레일 따위는 없어도 될 것이다.

    과거의 단선 비전철 철길은 선로의 좌우에 아무 인공물이 보이지 않아서 좌우의 창 밖을 보면 자동차를 탈 때보다 자연의 정취랄까 그게 더 강하게 느껴졌다. 반대편 선로라는 것도 없고 전차선 전봇대도 없고.. 침목과 레일이 놓인 자갈밭이 끝인데 그건 양 옆의 시야로는 어차피 보이지 않는다. 열차가 교량을 통과할 때면 그냥 강물 위로 공중에 떠 있기라도 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교량은 딱히 ‘도상’이란 게 없어서, 레일 밑에 깔린 침목 아래로 곧장 강물이 출렁출렁 내려다보였다. 자갈밭조차 없었다는 뜻이다. 옛 수인선의 소래철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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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오늘날은 이런 식으로 철교를 만들지 않는다. 레일 밑에 아무 지반이 없으면 열차가 지나갈 때 소음과 진동이 주변에 너무 크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궤도 아래에 침목과 자갈 같은 걸 괜히 만드는 게 아니다. 물론 요즘은 나무 침목이나 자갈조차도 안 쓰고 싹 다 콘크리트 땜빵이지만..
    자동차 도로도 고속도로 같은 건 옛날처럼 아스팔트를 안 쓰고 이제 시멘트 포장을 하니, 철길 노반과 도로 노반이 생긴 모습이 다 허옇게 비슷해졌다.

    내 기분상 도로 교량보다는 철도 교량이 상부에 이렇게 철골 구조물이 치렁치렁 솟아 있는 경우가 많다. 삼각형 그물 모양의 뼈대 구조이다 보니 무슨 3차원 그래픽 와이어프레임을 보는 것 같은데..
    단순히 잉여 미관 때문이 아니라 교량을 안정적으로 지탱하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 넣은 거라고 한다. 한강 최초의 교량인 한강 철교도 이런 형태로 만들어졌었다. 110여 년 전에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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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사무엘

    2020/07/03 08:35 2020/07/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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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와 관련된 기간 시설들

    교통수단에는 승객이 이용하는 여객 터미널이나 정류장뿐만 아니라, 그 교통수단을 세워 두고 유지보수 하는 시설도 필요하다. 그래서 비행기에는 격납고가 있고 버스에는 차고지가 있으며, 철도에는 차량기지라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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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시의 지하철에는 이런 차량기지가 각 노선별로 노선의 말단에 있는 편이다. 그럼 도시와 도시를 넘어 전국을 잇는 장거리 일반열차들은 사정이 어떨까? 단순히 차량기지라는 단어 하나로 뭉뚱그리기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성격의 시설이 더 존재한다.

    1. 공작창 (과거)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독점의 지위를 누리면서 철도 차량을 생산하는 기업은 '현대 로템'이다. 하지만 먼 옛날 초창기에 우리나라는 철도의 운영과 관련된 모든 것이 '철도청'이라는 정부 기관에 의해 행해졌다. 철도청 내지 그 산하 기관이 지금의 코레일(소프트웨어, 운영)과 철도 시설 공단(하드웨어, 건설)의 역할을 겸임했을 뿐만 아니라, 차량의 생산과 정비까지 모두 담당했다.

    그래서 차량을 생산하고 기존 차량의 중정비(전부 분해+점검 후 재조립)까지 모두 감당 가능한 하드코어한 국영 철도 차량 공장이 있었는데, 이 시설의 그 시절 명칭은 '공작창'이었다. 다들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공장이 원조이다. 일단 인천 공작창이 유명하고(현재의 송현 초등학교 부근, 1937년 설립), 서울 영등포(현재의 영등포 경찰서 부근)와 용산, 그리고 부산에도 그런 공작창이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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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인천 공작창 내부의 작업 모습)

    없는 철도 차량을 새로 설계하고 창조할 기술까지는 물론 없으니, 처음에는 그냥 수입해 온 부품을 조립해서 증기 기관차나 디젤 동차(해방 후)를 면허 생산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객차 정도는 직접 만들게 됐다.

    이런 공작창들은 후술할 '차량정비단'으로 바뀌거나 아예 폐지되어 없어졌다. 영등포 공작창은 1980년에 대전 공작창(당시 명칭)으로 대체되어 없어졌으며, 인천 공작창도 1983년에 없어졌다. 1970년대 후반부터 철도 차량의 생산은 민간 기업(xx 중공업) 담당으로 넘어가고, 철도청은 기존 차량의 중정비만으로 역할이 분담됐기 때문이다.

    이건 한국 철도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기존 공작창 부지에는 진작에 아파트들이 지어졌기 때문에 오늘날은 공작창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인천의 경우 송현 초등학교의 동북쪽에 있는 미륭/동부 아파트, 그리고 영등포의 경우 경남아너스빌· 동부센트레빌이다. 영등포 공작창이 1980년에 없어졌다는 점에서는 강북의 당인리선의 폐선 시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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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 공작창이 있던 시절에 영등포 역에서 공작창까지 이어진 경로)

    그래서 우리나라 철도 역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의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부터 현대 정공(현대 중공업에서 분리됨)의 MELCO 초퍼 전동차 얘기가 나오고, 1980년에 대우 중공업에서 DEC와 EEC 동차를 들여 왔다는 식으로 이때부터 국내 기업 얘기가 등장한다. 그 전에 현대· 대우 중공업에서 미카 증기 기관차를 조립· 생산했다거나, 구닥다리 니카타 디젤 동차를 생산한 이력은 없다. 그건 공작창이 있던 시절의 옛날 얘기인 것이다.

    1986년 4월에 현대 정공은 7000호대 봉고 디젤 기관차와 유선형 새마을호 객차를 생산하고, 이듬해 1987년 7월에 대우 중공업은 떼제베 열차의 외형을 본딴(그 시절에 벌써!) 전후동력형 새마을호 디젤 동차를 최초로 생산하여 새마을호의 외형을 완성했다. 전동차 분야에서도 현대는 미쓰비시 내지 스웨덴 ABB(서울 5호선~!)사 인버터를 도입하고, 대우는 GEC 알스톰 인버터를 도입했던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운영 부문에서 지하철 공사와 코레일(또는 vs 도철)이 신경전을 벌인 것처럼 차량 생산 부문도 이렇게 회사별 취향(?)과 개성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에서도 현대는 미쓰비시 같은 일본 기업과 기술 제휴를 해서 주유구까지 주로 왼쪽에 달렸을 정도이지만, 대우는 오펠 같은 유럽 기업과 제휴를 해서 차들이 유럽 스타일이었던 것과 비슷하다. (5호선 전동차는 좀 예외적인 사례이니 논외로 하고)

    그러다가 1990년대 말, IMF를 계기로 이들 기업(현대, 대우, 한진 중공업)의 철도 차량 부문은 경영 효율을 위해 하나로 합병됐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과거 자동차 공업 합리화 조치의 철도 버전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회사별 업종 강제 분할 대신, 회사 자체를 합병했으니.. 그리고 그 단일 기업도 결국은 현대 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됨으로써 지금과 같은 '현대 로템'이 된 것이다.

    2. 차량정비단

    지금까지 공작창 얘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일반열차의 차량기지를 논하면서 차량기지의 전신· 원조인 공작창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내력을 거쳐서 오늘날 일반열차의 중정비가 가능한 메이저 기지 역할을 하는 시설은 정식 명칭이 '차량정비단'이다. 지하철 차량기지에다 비유하자면 주박과 경정비만 가능한 마이너 기지 말고(방화, 천왕..), 중정비까지 가능한 메이저 기지(고덕, 도봉...)에 대응한다.

    고양시에 소재한 '수도권 철도 차량정비단'은 KTX의 개통과 함께 만들어진 고속철 전용 기지이다. 근처에 행신 역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것 말고 인서울 끄트머리의 수색에 있는 유명한 일반열차 차량기지는 '차량정비단' 이 아닌 '차량사업소'로, 바로 다음 항목에서 다룰 것이다.

    남쪽의 말단인 광주와 부산에도 행신 기지와 대등한 급의 차량정비단이 있다. SRT 고속철은 행신 방면으로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은 공작창 시절 내력까지 있을 정도로 역사가 길며 차종별로 시설이 당감동(고속철)과 범천동(나머지)에 흩어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광주 기지는 2015년 호남 고속철의 개통과 함께, 그리고 곧 개통할 SRT를 염두에 두고 굉장히 근래에 만들어졌다.

    고속열차가 아닌 일반열차용으로 가장 거대한 메이저 차량정비단은 바로 대전 철도 차량정비단이다. 신탄진 역의 동남쪽에 이 기지로 들어가는 별도의 선로가 있다.

    대전 기지는 영등포 공작창의 중정비 기능을 계승할 목적으로 1980년에 건립되었으며, 완공 직후 몇 년 동안은 실제로 '공작창'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KT&G 본사 및 공장의 남쪽에 소재해 있으며, 무슨 군부대처럼 직원 거주용으로 아파트까지 있다. (대창 아파트)
    얘는 대전 조차장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시설이니 혼동하지 않도록 하자. 조차장에 대해서도 나중에 따로 다룰 것이다.

    한편, 경부고속선 오송 역의 북쪽에도 뭔가 차량기지 같은 시설이 있는데, 이건 '철도 시설 공단'에서 운영하는 고속철 시설 관리 사무소이다.
    경부고속선을 건설하던 당시에는 여기가 레일을 생산하는 공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주변과 경부선· 경부고속선을 끼고 철도 연구원 시험 선로도 순환선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3. 차량사업소

    2020년 현재 우리나라에 철도 차량정비단은 수도권(고양), 대전, 부산, 광주 이렇게 네 곳이 전부이며, 나머지 철도 차량기지들은 모두 '차량사업소'이다. 얘들은 경정비 + 좀 더 여객 운행 지향적이기 때문에 기관사 승무사업소가 같이 딸려 있는 편이다.

    (일각에서는, 특히 지하철 업계에서는 마치 '사구간' 대신 '절연구간'이라는 말을 쓰듯이 어감 개선을 위해 '차량기지' 대신에 '차량사업소'라는 말을 쓴다고 관계를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차량기지'가 '차량사업소'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 용어라고 간주하였음을 밝힌다.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색 기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량사업소이다. 수도권 차량정비단이 고속철을 취급하는 인천 공항이라면, 저기는 나머지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김포 공항 정도 된다.
    정비단과 사업소를 구분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철덕의 기본기를 뗐다고 볼 수 있다. 마치 군사에서 전차와 자주포를 구분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둘의 구분이 좀 모호한 경우도 있다.

    일례로, 옛날에는 용산 역 주변에 거대한 철도 차량기지가 있었고 거기 부지가 아직도 개발되지 못해 놀고 있다는 것을 다들 아실 것이다.
    거기는 원래 인천· 영등포만큼이나 '서울 공작창'이라는 거대한 철도 차량 공장이 있었다. 그 뒤 차량정비단 급의 중정비 시설을 갖추고 있다가 나중에는 '수도권 철도 차량정비단' 관할의 '용산 차량사업소'로 명칭이 바뀌고, 2012년 7월 말에 폐지되었다.

    용산 기지가 하던 임무도 대전 철도 차량정비단으로 몽땅 이관되었다고 하니 용산도 분명 '차량정비단' 급의 시설이었다. 하지만 공식 명칭은 차량사업소였으니 폐지 전의 위상을 무엇이라고 분류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산 차량사업소는 가야 역 인근에, 그리고 부산 차량정비단(당감동 고속철 에디션)의 북쪽에 붙어 있다. 이러니 이것도 헷갈리기 쉽다.

    여기 말고도 차량사업소는 대구(동대구 역), 청량리처럼 정규 노선 열차가 시종착하는 지점에 다들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흔히 접할 수 있다. 단지, 수색이나 부산(가야)처럼 여객 취급 대비 차량 취급의 비중이 더 큰 역이 차량사업소로서의 존재감이 더 부각되어 보일 것이다.

    구로 기지는 매우 거대하고 관제 센터까지 있지만 차량사업소의 관점에서는 일반열차 없이 전동차만 취급하는 곳이다.
    병점 기지는 전동차 위주이지만 일반열차인 '누리로'도 취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4. 조차장

    우리나라의 철도 노선도에는 '조차장'이라는 명칭이 붙은 역이 대전조차장, 제천조차장 이렇게 두 곳 있다. (둘을 연결하면 공교롭게도 충북선과 얼추 비슷한 선형이 나온다.)

    조차장은 철도 노선의 중간 분기 지점에서 여객이나 신호 취급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중요 처리를 엮어서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화물이라든가, 기관차의 입환(방향 바꿔 달기), 열차 편성 변경..
    게다가 이런 조차장 주변이 해당 지역의 차량사업소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역은 여객 취급을 하지 않지만 중요한 역이다.

    대전조차장의 경우, 1978년 호남선의 서대전-이리(익산) 구간이 복선화되었을 때 호남선의 분기 지점에 같이 만들어진 역이다. 역세권이나 여객 수요 따위는 전혀 따지지 않고 철도 운영의 관점에서 필요하고 지리 지형적으로 유리한 곳에다가 만들었을 뿐이지만.. 1993 대전 엑스포 때 '엑스포 역'이라고 간판을 바꿔 달고 잠시 여객 취급을 하기도 했었다.

    제천조차장이야.. 거기도 중앙선, 충북선, 태백선이 한데 만나는 데다, 강원도 쪽에서 오는 화물도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열차의 중간 관리를 위한 조차장 같은 역을 만들 명분이 아주 충분하다.

    한편, 고속철의 경우 화물이나 기관차 입환 따위와는 아무 상관 없지만, 그래도 말단에만 있는 차량정비단이나 차량사업소 말고, 여객 취급도 하지 않는 단순 주박기지가 있기도 하다. 고속선 주변으로 역은 아닌데 무슨 길다란 여러 선로들이 늘어서 있는 것들이 다 그런 기지이다.

    수도권에서 가까이 있는 대표적인 예는 바로 광명 주박기지이다. 영등포-광명 셔틀 전동차가 종착역에서 회차하여 선로를 바꿀 때 여기 진입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얘들은 차량 정비 기능은 없고 진짜 그냥 공간 셔틀이다.

    요런 게 본인이 알기로는 영동군 심천면, 그리고 칠곡의 약목 역 부근에도 더 있다. 고속도로로 치면 비상 활주로 구간 내지 일반 차량이 아닌 작업· 관리 차량용 진출입로 같은 느낌이다.

    5. 운영 회사

    자, 이제 차량을 생산하고 보수하고 세워 두는 걸 넘어서, 아예 철도 회사 자체를 생각하는 단계가 됐다.
    서울 메트로 본사는 자기가 운행하는 2호선 사당 역 근처에 있고, 합병되기 전 과거의 도철은 자기가 운행하는 5호선 답십리-장한평 사이에 있었다. 코레일 본사는 한때 대전 정부 청사에 입주해 있다가 지금은 대전 역 근처에 철도 시설 공단과 함께 나란히 쌍둥이 사옥을 갖게 됐다.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철도 회사는 차량기지와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요즘 추세는 꼭 그렇지 않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이라든가 우이-신설 경전철은 본사 사옥도 차량기지와 나란히, 또는 기지 내부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피스 따로, 현장 따로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특히 우이-신설선은 차량기지를 통째로 지하화해서 항공 사진상으로 아무 티가 나지 않는 테크닉까지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코레일은 10여 군데의 철도역에다가 지역 본부를 할당하고 있다.
    서울 본부야 당연히 서울 역이지만, 수도권 서부 본부는 영등포 역이고, 동부 본부는 청량리... 가 아니라 신이문 역이다.
    영등포 역은 부근에 있던 공작창이 폐지됐지만 여전히 다른 방면으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신이문의 경우, 전동차용 이문 차량기지의 역할도 겸하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역할이 겹친다.

    6. 관제 센터

    그리고 끝으로.. 공항의 관제탑처럼 철도에는 관제 센터가 있다. 철도야말로 레이더 없이도 관할 선로에 놓여 있는 모든 열차들의 상황을 이 잡듯이 파악해서 철두철미한 관제가 가능하다.
    글쎄, 요즘은 버스도 BIS가 잘 구축돼서 모든 버스들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이 다 되고 있지만, 도로는 민간인 차량들도 워낙 많이 다니고 있으니 일반적인 도로 교통 정보 외의 중앙 관제라는 게 별 의미가 없다.

    서울 지하철의 관제 센터는 각 지하철 회사 본사의 모처에 있다. 현재는 서울 메트로와 도철이 합쳐졌으니 장기적으로는 군자 차량기지 부지에 1~8호선을 모두 통합합하는 관제 센터를 새로 만들려는 계획이 잡혀 있다. 아직까지는 예전에 하던 대로 1~4호선과 5~8호선 관제실이 따로 있다.

    일반 철도 버전으로는 구로 차량기지의 북서쪽에 코레일 종합 관제 센터 건물이 있으며, 이건 나름 민간 지도에 표시도 되지 않는 중요 보안 시설이다.

    그런데 이것도 공간이 부족하고 시설이 노후화한 관계로 이전하려는 계획이 있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오송 역 부근으로 확정됐다고 한다.
    죽이 됐건 밥이 됐건 어쨌든 경부와 호남의 분기역이고, 아직 개발 덜 돼 있고, 주변에 고속철 시설 사무소와 시험선도 있고.. 여기에다 종합 철도 관제 센터까지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오랜만에 하드코어한 철도 얘기를 한데 정리해서 쭉~ 늘어놓으니 기분이 좋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23 08:35 2020/02/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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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국내 철도 동향에 대한 평론을 좀 하고자 한다. ㅎㅎ

    1. 철도 차량기지들의 변화

    서울에는 '구로'와 '창동'이라고 각각 코레일과 서울 교통 공사 소속의 전동차 차량기지가 있다.
    그런 기지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절엔 거기 주변이 허허벌판이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이제 공항이나 군부대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 중이며, 해당 지역에서 당장 이전시키지를 못해 안달 나 있다.
    구로는 생각 같아서는 광명 역 주변으로 치워 버렸으면 싶고, 창동 기지의 경우 지하철 4호선이 당고개 이북으로 연장되면 북쪽 종점이 있는 남양주 쪽의 더 외곽으로 이사 가는 것이 실제로 확정되었다.

    그런데 이들보다 서울 중심부에 훨씬 더 가까이 있는 군자 기지는 그런 잡음이 없이 당당히 건재하다. 얘는 서울에서 최초로 지어진 지하철 차량기지로, 근처에는 서울 교통 공사의 통합 본사가 있다(과거 서울 도시철도 공사의 사옥). 앞으로는 군자 기지의 내부에 9호선까지 포함한 서울 지하철 통합 관제 센터까지 지어질 거라고 한다.

    하긴, 군자 기지는 애초에 주요 부지부터가 복개 하천(전농천)이었으며, 주변에도 평범한 주거 구역이 아니라 가스 저장소에 하수도 처리 시설 같은 거나 있으니.. 아파트나 업무 건물에 밀려서 이전할 여지가 없기도 했다. 지금 구로 차량기지의 내부엔 코레일 관제 센터가 있는데, 군자 기지도 바로 그와 비슷한 급의 서울 지하철 허브로 쑥쑥 발전할 듯하다.

    군자 말고 서울 지하철 2호선의 다른 차량기지인 신정 차량기지는.. 기지의 공간 일부를 덮어 버리고 그 위에 아파트가 지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2호선은 순환선이기 때문에 차량기지를 서울 중심부에서 한없이 멀리 옮길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땅을 활용하게 된 듯하다.

    한편, 코레일 소속의 차량기지 중에는 신이문 역과 함께 있는 이문 차량기지가 기존 철도역과 노선(망우선) 부지를 활용하여 그럭저럭 잘 만든 사례에 속한다. 코레일의 수도권 동부지사 본부가 같이 있기도 하다.
    과거엔 용산 역의 바로 옆에도 차량기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수도권 철도차량 정비단'이 있었는데 이 넓은 부지는 앞으로 어찌 개발되려나 모르겠다. 용산 미군 부대 부지만큼이나 떡밥이다.

    2. 철도가 새로 개통하는 도시들

    서울 주변의 경기도에는 수원, 부천, 인천, 의정부처럼 진작부터 철도의 혜택을 입은 도시가 있는가 하면 안산, 과천, 성남처럼 나중에 따로 건설된 철도의 혜택을 입은 도시가 있고, 21세기가 되도록 철도가 아직 전혀 존재하지 않는 철도 불모지도 있다.
    아래의 세 도시는 서울 주변에서 철도 불모지로 유명(?)했던 곳인데, 서로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거나 바뀔 예정이다.

    (1) 하남 (기존 지하철의 연장)

    따로 경전철을 만드네 마네 말이 많더니 결국은.. 잘 알다시피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상일동 지선 구간이 더 연장되는 것으로 결정되어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이다.
    서울 지하철 7호선이 서쪽으로 연장되어 부천과 인천으로 가듯이, 5호선은 동쪽으로 연장되어 하남까지 가게 된다. 환승 없이 한 열차만 타고 서울 도심까지 쭉 갈 수 있으니 승객의 입장에서도 편리하다.

    5호선의 마천 지선은 자신이 아닌 타 노선이 연장되어서 환승역이 더 생겼지만(오금, 올림픽공원), 상일동 지선은 타 노선과 만날 여지가 없이 자신이 더 연장된다는 게 흥미롭다.

    하남 연장 이후에는 5호선 열차들은 더 길어진 상일동으로만 가고, 강동-마천은 별도의 지선으로 취급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경의선 전철이 중앙선과 직결된 뒤부터 서울역-신촌-가좌 구간은 별도의 지선으로 떨어져 나간 것처럼 말이다. 애초에 차량기지가 있어서 가장 먼저 개통했고 본선으로서의 정통성(?)을 지닌 구간은 마천이 아닌 상일동 쪽이기도 하다.

    (2) 김포 (경전철)

    이 동네는 올해 철도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연장 대신, 김포 공항에서 시작하는 경전철이 따로 만들어져서 개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원래 올여름에 개통했어야 했는데 몇 달 더 미뤄진 모양이다.
    김포는 하남과는 반대로 서울의 서쪽 끝 지역인데, 도시철도도 하남과는 정반대 형태로 개통한 셈이다. 그 대신 경전철의 노선색은 9호선과 거의 같은 금색으로 정해졌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동쪽으로는 신논현과 종합운동장을 거쳐 서울의 완전 끝인 보훈 병원까지 쭉쭉 연장됐지만, 서쪽으로는 지금까지 결코 더 연장되지 않았다. 그리고 동쪽으로든 서쪽으로든 서울을 벗어나지도 않았다.
    그렇게 9호선은 자기 노선은 변함없는 대신, 오랜 떡밥이던 "공항 철도와의 직통 운행"이 추진되고 있다. 양 노선간 입체교차 연결선은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 직· 교류 겸용 차량과 운임 분배 같은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

    한때는 공항 철도에 KTX가 다녔다. KTX 정차역으로 지정된 검암 역에는 이에 맞춰 저상홈 승강장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건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몇 달 못 가 폐지되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가까운 미래에 9호선 열차가 공항 철도 구간을 같이 달리게 될 것이다. 지금 서울 지하철 1, 3, 4호선에서나 볼 수 있는 직· 교류 겸용 전동차도 오랜만에 다시 등장하면서 말이다.

    (3) 시흥 (광역전철+일반열차)

    여기는 기껏해야 안산선 말단(정왕, 오이도)이나 수인선이 조금 스쳐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시가지들을 연결하고 서울로 직통으로 가는 철도 같은 건 없었다. 그랬는데 바로 1년 전 2018년 6월에 수도권 전철 서해선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철도가 개통하면서 아쉬운 대로 숨통이 트였다.

    얘는 평범한 지방 지하철이나 경전철이 아니라 엄연히 광역전철이며, 아예 일반열차와 화물열차까지 다니게 될 장거리 간선 철도의 일부이다. 스케일이 제일 큰 셈이다. 이름을 괜히 '서해선'이라고 지은 게 아니다.
    다만, 얘는 경강선이나 부산 '동해선'처럼 민간 자본의 개입 없이 순수하게 코레일만이 운영하는 형태는 아니며, 그렇다고 신분당선처럼 대놓고 별도의 운임 체계를 쓰는 형태도 아니다. 지금의 서울 지하철 9호선이나 공항 철도처럼 운영되는 것 같다.

    3. '송정'이라는 역명

    난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김포공항의 바로 옆 역이 '송정'이기 때문에.. 공항 근처의 강서구에 송정동이라는 행정구역이 있기라도 한 것으로 오랫동안 생각했다. 같은 5호선의 '양평' 역이 영등포구 양평동을 가리키듯이 말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추측이다.
    하지만 실제로 확인해 보니 그렇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놀랐다. 송정동은 강서구가 전혀 아니라 성동구에 있다.

    신사동은 서울의 강남구(3호선)에도 있고 은평구(6호선 새절)에도 있다. 도화동과 논현동은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에도 있다. 신길동은 서울뿐만 아니라 안산(신길온천..)에도 있다.
    하지만 송정동은 겹치는 것도 없이 유일한 명칭이다. 먼 옛날, 거기가 인서울이 아니던 시절에 쓰였던 '김포군 송정리'라는 명칭에서 유래된 거라고 한다.

    물론 인서울에서만 안 겹칠 뿐이지, 전국적으로는 송정이라는 동이 여럿 존재한다.
    서울 밖에서는 광주에 KTX도 서는 광주송정 역이 유명하다. 거기는 진짜로 송정리에서 송정동/광주송정의 순으로 행정구역과 철도역명이 바뀌어 왔다.

    4. 역명에 '역'이 또 붙는 경우

    우리는 지하철역을 가리킬 때 'XXX 역' 같은 식으로 이름의 뒤에다가 '역'을 덧붙인다. 정류장/정거장이라는 명칭은 버스를 타는 곳에다가만 쓴다.
    따지고 보면 철도역 중에도 건물이 없이 진짜 허접한 버스 정거장 수준에 불과한 간이역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철도에 대해서는 그냥 관습적으로 역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역 중에는 기존 철도역과 연계하는 것도 있다. 용산이나 영등포 같은 역은 일반열차와 지하철 계열의 전동차를 타는 곳이 한데 있지만 수원· 서울 같은 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두 시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런 역은 이름에 '-역'이 또 붙게 되는데, '서울역 역'이라고 부르기는 뭣하니 이럴 때는 '지하철 서울 역 / 기차(철도, KTX) 서울 역' 같은 형태로 구분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5. 역명에 '동'이 또 붙는 경우

    그리고 일반열차건 도시철도건 역의 이름은 아주 특출난 사연이나 명물이 있지 않은 이상, 아무래도 인근의 지명을 따서 평범하게 지어지는 편이다.
    일반열차야 역간거리가 시· 군 또는 구의 수준으로 길기 때문에 그런 큰 등급의 지명이 그대로 붙는 편이다. 그러나 도시철도는 역이 그보다 훨씬 더 조밀하게 많이 있기 때문에 동 수준의 명칭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역명이 곧 지명은 아니기 때문에 역명에다 동, 시, 군, 구 같은 행정구역 접미사가 굳이 또 붙을 필요는 없다. 특히 '동' 말이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신설동'('신설' 단독으로는 고유명사로서의 변별력이 너무 부족해서), '목동/길동/상동'(외자 이름이어서), '상일동/둔촌동'(??) 정도가 예외인 것 같다. '동'을 예외적으로 붙이는 조건 내지 원칙을 잘 모르겠다.

    부산에서는 원래는 동을 꼬박꼬박 붙였다가 2010년대 초쯤에 일괄적으로 다 떼어내 버린 바 있다. (예: 노포동 → 노포)

    Posted by 사무엘

    2019/08/13 08:35 2019/08/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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