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와 우주발사체의 관계

1. 비행기와 우주선의 하이브리드 가능성

본인은 예전에 자동차 겸 열차, 자동차 겸 비행기, 비행기 겸 선박처럼 하이브리드 교통수단에 대해 열거해 본 적이 있다. 심지어 같은 열차라도 가변 궤간이 가능한 놈, 같은 비행기라도 고정익과 회전익이 같이 가능한 놈이 있으니 이 분야도 창의적인 활용 가능성이 생각보다 넓다.
그런데 그때 본인이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조합이 있다. 바로 비행기와 우주선의 하이브리드이다.

잠시 이런 상상을 해 보자.
인천 공항에서 대한 항공 비행기(+ 겸 우주선)를 타고, 발사대가 아닌 활주로에서 사뿐히 이륙한다. 며칠 동안의 비행(??) 끝에 비행기는 아폴로 11호의 착륙을 기념하는 달 "고요의 바다 공항"에 우아하게 착륙한다. 비행하는 동안 객실에는 바깥 온도나 현지 시각뿐만 아니라 주변의 G값도 표시된다.

귀환할 때는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잠시 후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하게 됩니다. 약 5분간 지구와의 통신이 두절되며 진동이 발생할 수 있으니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셈.." 방송도 응당 나온다.
안개가 너무 짙으면 비행기가 결항되는 것처럼, 지구 밖에 태양풍 같은 게 너무 강해져 있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우주 행 비행기는 결항된다.

이건 참 낭만적으로 들리는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간편하게 우주에 다녀오는 건 현실 내지 가까운 미래에는 요원한 일이다.
우주 발사체 내지 비행체를 단 분리 없이 일반 비행기의 역할까지 겸할 수 있게 만드는 건 현재의 인간의 기술로는 가능하지 않다. 둘은 엔진 구조가 엄청나게 다르고 비행 원리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주선을 비행기처럼 운용했다간 연료를 감당할 수가 없다. 핵 미사일을 쏠 때 무슨 활주로 이륙을 시켜서 띄우던가? 우주선의 기술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 기술과 본질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 미사일 기술과 동일하기 때문에 냉전 시절에 우주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우주선은 미사일을 쏘는 기술에다가 발사체와 엔진 크기를 더 키우고 연료를 출력 조절이 용이한 액체 기반으로 바꾸고, 안에 사람이 타는 공간과 각종 안전 장치를 넣었을 뿐이다.

그에 비해 항공역학적인 기체 설계는 어차피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전혀 유용하지 않다. 한쪽에 특화된 기술이 다른 한쪽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
사실은 지구처럼 양력을 이용한 대기권 비행이 가능한 행성 자체도 태양계에서 지구 말고는 없다.

전쟁이 스타크래프트 인게임이 아닌 것만큼이나 우주 비행 역시 스타크래프트 시네마틱 같은 게 아니다.
터보 팬/제트부터 램 제트, 로켓까지 다양한 엔진의 종류와 구분이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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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는 종이비행기 레이쓰조차 대기권과 우주를 모두 잘만 드나들지만, 현실은.. -_-)

그렇게 SF물을 너무 많이 본 사람들은 실제 아폴로 우주선 사령선과 달 착륙선이 통상적인 비행기와 너무 동떨어지게 생긴 것을 보고 이질감을 느기께 된다. 날개 따위 없는 그냥 지상 구조물 캡슐처럼 생겼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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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역대 우주선 중에 비행기와 가장 비슷하게 생겼고, 지구 귀환 후에 바다가 아닌 육지 활주로 착륙이 가능했던 유일한 물건은 우주왕복선인데.. 얘도 지구 대기권만 벗어난 우주에 가는 용도이지, 지구 중력을 벗어난 우주까지 간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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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비행기나 심지어 비행선처럼 우아하게 우주로 나가는 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1980년대에 나돌던 공상 과학 아이디어 중에서 정보 통신 분야는 오늘날 예상을 초월하여 달성되었지만 항공 우주 분야는 대부분 빗나갔다. 달과 화성에 기지는커녕, 이미 있던 우주왕복선과 초음속 여객기마저 대가 끊겼지 않은가?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 달 착륙은 가히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으며, 공교롭게도 이 날에 맞춰 개통했던 경인 고속도로 연장 구간은 '아폴로 고속도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람들도 개나 소나 아폴로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미래의 과학 꿈나무 똑똑한 우리 아이는 아폴로 학원에 보내세요" 그랬다.

그랬는데 지금은 아폴로는 눈병 이름으로나 기억되고 있고.. 2010~20년대에 사람들에게 그만 한 충격을 주며 각인된 이름은 아폴로가 아니라 인공지능 '알파고'인 게 참 흥미롭다.
사실은 저 눈병(급성 출혈성 결막염)의 별명조차도 발견된 시기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타이밍과 일치하여 붙은 것이었다.

2. 철도 차량과 비행기의 국내 생산 업체

테란의 레이쓰, 발키리, 배틀크루저를 생산하는 미래의 업체는 기술력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만.. 다음으로 현실 얘기를 잠깐 해 보겠다.

1999년 7월 1일, 현대· 대우· 한진 중공업의 철도 차량 생산 부문을 통합해서 '한국 철도차량'이라는 합작업체가 출범하고 그게 훗날 '현대로템'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런데 철도 차량뿐만 아니라 비행기를 만드는 업계도 비슷한 사정을 겪었나 보다. 1999년 10월 1일 국군의 날을 기해 현대 우주항공, 대우 중공업, 삼성 항공우주산업(업종 분리 이후 현재의 삼성/한화 테크윈)을 합병하여 '한국 항공우주산업'이라는 합작업체가 출범했다.

물론 보잉 같은 급의 대형 민항기까지 만드는 건 아니지만 경비행기, 훈련기, 헬리콥터, 무인기 정도는 뚝딱 만들고, 메이커급 전투기도 조립 면허생산 정도는 한다.

로템의 경우 본사는 철도 허브 도시인 의왕에 있고 공장 중 하나가 경남 창원에 있다.
항우산? KAI?는 본사와 공장 모두 경남 사천에 있다. 사천 공항이며, 인근의 공군 기지며, KAI 모두 비슷한 동네인 것 같다. 민간 지도에는 다 가려져서 나오지 않는다.
저기가 나름 우리나라의 항공 허브라고 봐도 될 듯하다. 철도 박물관이 의왕에 있다면, 우리나라 항공우주 박물관은 사천에 있다.

3. 지구 외의 행성에서의 비행 가능성

행성과 행성을 오가는 우주 비행이라는 건 로켓을 이용해 지구 대기권을 탈출하여 공전 궤도에 진입한 뒤, 그 다음에는 다른 천체의 중력에 끌려가거나 튕겨 나가는 고전역학을 예술적으로 조절하는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잠깐씩 몇 분 동안 또 연료를 분사해서 가속하는 것도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연료 없이 그냥 관성 비행이다.
이것 말고 그냥 한 천체 안에서 비행기를 띄우고 날아다니는 건 사정이 어떨까? 엔진 가동을 위해 필요한 산소 문제는 일단 빼고 생각하기로 한다.

  • 일단 진행 속도가 왕창 빨라야 양력이 생긴다. 그런데 한편으로 고속 주행과는 상극인 공기의 저항도 날개로(받음각) 잘 받아야 된다.
  • 날개의 받음각이 커지면 양력이 커진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걸 무작정 키워 버리면 항력도 도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기체는 실속에 빠져서 추락의 위험에 빠진다.

비행기 조종이란 건 이렇듯 서로 모순되는 듯한 여러 변수들을 적당히 조절해서 최적의 값이 나오는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니 날개에 달린 플랩이라는 물건도 비행기를 빨리 뜨게 할 때 쓰이지만(양력 증가), 착륙 후에 비행기를 빨리 감속시켜서 세울 때도 쓰이는 것이다(항력 증가). 그런데 플랩을 잘못 쓰면 착륙 직후에 비행기를 못 세우고 도로 띄워 버려서(양력 증가..) 기체에 대한 제동· 제어력을 상실하기도 한다. 이런 양날의 검 같은 면모는 열차나 선박 같은 타 교통수단의 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흔히 지구가 여러 복잡한 조건을 기적적으로 만족하여 생명이 탄생 가능했던 유일한 행성이라고 여겨지는데.. 이와 비슷한 급으로 지구만이 유체· 항공역학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비행기를 띄우고 날리는 게 가능한 유일한 행성으로 여겨진다. 적어도 태양계에서는 말이다.

달이나 수성은 대기가 없으니 날개고 양력이고 활강이고가 아무 의미가 없다. 굳이 공중으로 이동하려면 언제나 달 착륙선 같은 로켓을 띄워야 하며, 착륙할 때는 역시나 연료 역분사로 낙하 속도를 줄여서 내려앉아야 한다. 그리고 로켓은 연료 소모가 너무 극심해서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 다음으로 금성과 지구와 화성은 공교롭게도 뒤의 행성이 앞의 행성보다 공기압이 거의 95~100배 더 옅다.
화성은 대기가 너무 옅기 때문에, 계산에 따르면 지상에서 초음속 자동차 급으로 달리며 공기를 받아야 양력이 생길까 말까라고 한다. 물론 고속 주행 자체에 공기 저항으로 인한 어려움은 지구보다 덜하겠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하게 긴 직선 활주로가 필요하고 그만큼 사고 위험도 클 것이다.

반대로 금성은 공기가 워낙 뻑뻑한 덕분에 그냥 자전거 속도 정도로 달리면서 날개로 바람을 받으면 곧장 하늘로 뜰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양력이 아주 잘 생긴다. 다만, 어지간한 잠수함도 못 버틸 엄청난 압력인 95기압(거의 해저 수심 800m가량) 하에서 자전거 속도만치라도 달리는 게 선뜻 가능하겠는지는 별도로 생각할 문제다.;;
거기에다 고열 문제는 덤이다. 금성의 그 온도에서는 비행기 엔진이 전부 과열돼서 타 버릴 것이다.

참고로 금성은 중력가속도는 지구(9.8m/s^2)의 90% 정도이니(8.87m/s^2)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화성은 대기의 '비율'만 따지자면 거의 96%가 이산화탄소이며, 이는 의외로 금성과 동일하다. 농도만 훨씬 옅을 뿐..

목성 이후의 행성들은 그냥 설명을 생략하겠다.
목성은 중력가속도가 지구의 2배를 넘기 때문에(거의 22m/s^2) 거기서는 사람들이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들 것이고 비행기가 뜨기도 그만치 더 힘들다. 물론, 거기는 아예 땅이 없고 거기 근접만 해도 그냥 초고압 유독가스와 방사선에 다 끔살 당할 것이다. (Quake 3의 fog of death 실사판)

나머지 행성들은 중력가속도가 그렇게 강하지는 않지만 극도의 저온과 악천후 때문에 여전히 지구 같은 낭만적인 비행이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공기가 적절한 배합과 양으로 구성돼 있고 순항 고도에 '제트 기류'라는 것까지 존재하는 지구가 그야말로 인류에게 축복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0/08/08 08:35 2020/08/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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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이모저모

철도는 빼박 육상 교통수단이지만, 우리말 한정으로 천문 우주와도 일말의 접점이 있다. 바로.. ‘궤도 軌道’가 railway도 되고 orbit도 되기 때문이다.
용어 복습을 하자면, rail 궤조 ⊂ railway 궤도 ⊂ track 선로이다.

  • 모노레일은 궤도가 단 하나의 궤조로만 구성된 교통수단이고, 전차선이 바닥의 양 궤조 사이에 같이 깔려 있으면 그 선을 제3궤조라고 부른다.
  • 궤도가 상하행별로 2개로 구성된 철길은 복선 선로 double track이라고 부른다.
  • 끝으로, 시설에 구애받지 않은 통합 집합적인 명칭이 the railroad 철도이다.

물론 천체의 궤도는 지상 열차의 궤도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0의 개수가 차이가 날 정도로 길고 방대하다.
우리나라 철도의 커브는 극악의 급커브인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종각이 반경 140m짜리이고 최상의 퀄리티인 경부고속선의 급커브가 7000m인 반면..
우주로 가면, 지구의 인공위성만 해도 지구의 평균 반지름 6400km에다가 저궤도 300~500km를 더하면 얼추 7000km가 나온다. 7000m가 아니라 그 1000배인 7000km가 된다~!

하물며 지구가 아닌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는 뭐.. 반경이 수억~수십억 km에 달하니, 이건 그냥 직선이나 마찬가지이다. 철길이 이런 경로대로 깔려 있다면 열차는 그냥 엔진이 과열돼서 터질 때까지 밟아도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문득 테이큰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Do you have any idea what it costs just to change the angle of the lens on a satellite orbiting 200 miles above the Earth?" 테이큰은 악당들 때려잡는 액션만 있는 게 아니라 work out, personal 같은 성경 용어도 나오고, 더 나아가 우주에 대한 통찰까지 제공하는 영화인 셈이다~!

그래서 본인은 인공위성에 대해서 문득 관심이 생겼다. 철도, 항공 다음으로는 우주이구나.. ㅎㅎ
인공위성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인류의 역사상 최초로 "실물 사진"으로 입증해 준 존재이다. 더 나아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생중계, 유선 전화선이 연결되지 않은 곳에서의 국제 전화(남극이나 망망대해 선박..), 그리고 지구 어디서든지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GPS까지.. 다 인공위성 덕분에 가능해진 것들이다. 우리가 매일 너무 당연하게 얻는 일기예보와 각종 구름 사진, 미세먼지 사진도 인공위성을 통해 얻는 정보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또한, 인공위성 중에는 지구 관측뿐만 아니라 천문 관측용도 있다. 지구에서도 천문대는 산꼭대기 같은 최대한 높은 곳에 만들려고 애쓰는 편인데, 대기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우주를 우주에서 관측 가능한 것은 치트키 급의 엄청난 혁신을 천문학계에 선사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엄청난 인공위성에 대해서.. 스푸트니크부터 시작해서 미주알고주알 모든 것까지는 다루자면 시간과 지면이 부족할 것이다. 내가 저 분야를 전공한 것도 아니니.. 이 글에서는 (1) 궤도 그리고 (2)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개발 내력 정도만 얘기하도록 하겠다.

1. 궤도

일반적인 비행기야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 보통 10km대의 고도에서 날며, 전투기 같은 특수한 고성능 비행기도 20km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걔네들은 주변 공기를 이용해서 엔진을 상시 가동해야 하는 물건이다.

그러나 인공위성은 공기가 없는 곳에서 한번 왕창 빠르게 주어진 속도만으로 지구를 뱅글뱅글 반영구적으로 돌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못해도 160km 이상의 열권~외기권 영역에서 활동한다.
여기부터 2000km 정도까지는 그냥 '저궤도'라고 불린다. 고도가 낮아야 위성이 지표면을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겠지만, 고도가 너무 낮으면 그만치 빠르게 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공기와의 마찰도 커져서 고도의 유지가 어렵다.

아폴로 우주선은 약 190km대의 일명 parking orbit에서 지구를 1시간 28분 16초 만에 한 바퀴 도는 속도로 두세 시간 남짓 있다가 3단 엔진을 켜서 달로 갔다. 그 정도로 아주 잠깐만 있다가 자리를 뜬 것이니 그런 낮은 고도만 유지해도 괜찮은 것이었다.

인공위성들 중 유일하게 '유인'인 국제 우주 정거장은 320~345km대의 고도를 유지하는 중이라고 한다. 사람이 수시로 드나들기도 해야 하니 막 한없이 높은 곳에 있지는 않다.
테이큰에서 브라이언이 200마일 고도 드립과 함께 뻥카를 쳤던 첩보 위성도 당연히 이와 비슷한 저궤도인 셈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공식 고도는 559km로, 지구 관측용 위성보다야 당연히 더 높다.

지구에서 서울-부산 거리가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를 수평이 아니라 정확하게 수직 이동만 해도 우주가 나온다는 게 흥미롭지만.. 그 거리를 수평 이동하는 것과 수직 이동하는 것은 난이도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이다.
1500km대의 고도는 저궤도의 끝물 정도에 해당한다. 이쯤 되면 공기와의 마찰 걱정은 덜하지만, 자기장이 강한 밴 앨런 대에 속해 있어서 전자기기들이 교란 받고 제대로 동작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다가 대략 2000km 이상부터 36000km까지는 중궤도라고 일컬어진다. 여기는 지표면을 세부적으로 관찰하고 촬영하는 것보다는, 넓은 영역으로부터 신호를 주고받는 게 더 중요한 통신 위성이 들어가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그 이름도 유명한 GPS 위성이 약 20000km대 고도에 있다. 마치 지도가 대축척(좁은 영역, 많은 디테일)과 소축척(넓은 영역, 적은 디테일) 버전이 모두 쓰이듯, 인공위성도 용도별로 궤도의 고도가 차이가 나는 셈이다.

중고도의 한계치인 대략 36000km를 정지 궤도라고 한다. 여기는 인공위성이 지구의 자전 속도와 동일한 속도로 도는 게 가능한 지점으로, 지표면에서는 계속해서 동일 지점 상공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정지 궤도라고 불린다.
왜 저 지점이냐 하면.. GMm/r = 1/2 * mv^2 이라는 식에서 만유인력 상수 G (6.673*10^-11 …), 지구의 질량 M (5.9*10^24 kg), 적도 지점에서 지구의 자전 속도 v (초속 463m/s)를 집어넣으면 나오는 r 값이기 때문이다.

위성의 질량 m은 서로 약분되기 때문에 계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만유인력 상수의 단위 차원은 길이^3, 질량^-1, 시간^-2. 다시 말해 속력의 제곱에다가 길이/질량을 추가로 곱한 것과 같다. 고등학교 물리를 다시 복습하게 되네..;; 까마득한 그 옛날에 생각보다 심오하고 대단한 걸 배웠었다.

정지궤도 위성의 자전 속도는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야 훨씬 빠른 초속 2.6 ~ 3km대이지만, 아무래도 저궤도 위성보다는 대략 1/3에 가까운 느린 속도이다. 그리고 그 특성상 아무 지점이 아니라 적도의 상공에서만 정지해 있을 수 있는지라, 극지방에 가까운 고위도 지방에서는 정지궤도 위성의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이건 한없이 추락하면서 정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정말 가만히 있기만 해도(= 지표면에서 보기에 정지가 아닌) 지구의 인력, 달의 인력, 태양의 인력 등등이 모두 평형을 이뤄서 추락하지 않을 수 있는 지점은 거기보다 훨씬 더 멀리 나가야 도달할 수 있다. 지구와 달만 생각하면 거의 9:1에 가까운 지점인데, 지구 정지 궤도는 그 반대인 1:9에 가까운 지점이다(라그랑주 점). 이건 애초에 인공위성의 능력을 벗어난 영역일 것이다.

저궤도와 중궤도를 넘어 고궤도는.. 이런 게 있다는 것 정도만 알면 될 것 같다. 그 정도로 멀고 높은 곳에서 돌고 있는 위성이 있긴 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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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중에는 타원 궤도를 도는 놈도 있다. 한 초점인 지구에 근접했을 때는 거의 중-저궤도 급이지만 다른 먼 초점으로 갔을 때는 지구에서 4만 km 가까이 떨어지기도 하니, 이건 저궤도와 고궤도의 특성을 모두 갖춰다고도 볼 수 있겠다.
요런 타원 궤도를 잘 설계하면 인공위성이 집중적으로 탐사해야 하는 지점에서는 천천히 돌다가, 별 필요가 없는 곳에서는 빨리 통과하게 할 수도 있다. 요건 소련-러시아가 연구를 많이 해서 '몰니야 궤도'라고 불린다.

달은 지구의 자연위성이며, 모행성에 비해 이례적으로 비정상적으로 큰 천체임이 주지의 사실이다. 지구로부터의 거리도 38만 km가 넘으니 고궤도의 갑이라 하겠다. 1년에 수 cm 남짓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진다는 것도 관측을 통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성은 일반적으로는 속도를 잃고 모행성과 가까워지는 게 자연스러운데, 관성 이상으로 자체적인 운동 에너지라도 있는지 모행성과 점점 멀어지는 건 역학적으로 어떻게 가능한 현상인지 모르겠다.

저에서 고까지 고도의 크기를 살펴봤으니 그럼 저궤도 위성 얘기를 좀 더 하고 이 주제를 맺도록 하겠다.
저궤도 위성은 지표면을 관찰하기 위한 용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지구의 모든 지점을 두루 다닐 수 있는 궤도가 바람직하다. 그래서 적도만 수평으로 도는 게 아니라 남북극 수직으로, 아니면 하다못해 비스듬한 궤도를 선택한다.

아폴로 같은 우주선이야 지구의 자전 원심력과 공전 속도로부터 뽕을 최대한 뽑는 게 목적이다. "내가 parking orbit에서 잠시 머무른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이니 닥치고 적도 수평 궤도만 잠깐 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인공위성은 지구만 두루 살펴보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운용 방식이 살짝 달라지는 셈이다.

이런 저궤도의 바리에이션으로 '태양 동기 궤도'라는 것도 있다. 지구의 태양 공전면을 위에서 아래로(북극 쪽을) 내려다봤을 때, 인공위성의 공전 궤적이 지구-태양의 직선 경로와 늘 일직선이 되게 하는 궤도를 말한다.
계산이 까다롭겠지만 궤도를 이렇게 잘 동기화 시키면 위성이 매일 같은 지점을 지날 수 있으며, 인공위성이 태양열에 노출되는 빈도도 1년 내내 균형이 잡히기 때문에 기계의 수명 관리에 도움이 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인간이 만든 기계들 중에 태양광 발전의 덕을 진작부터 제일 많이 보고 있는 물건이 바로 인공위성이기도 하다.

2.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개발 이력

자국 인공위성이 없는 나라에서는 인공위성으로부터 얻는 정보나 서비스를 인공위성 보유국으로부터 매번 구입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중계방송 같은 것뿐만 아니라 일기예보 데이터도 말이다. 물론 당장은 그렇게 구입하는 게 원천기술 개발보다 비용이 저렴하겠지만, 고급 서비스를 기반 기술 없이 무작정 다 수입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 8월에 발사된 '우리별 1호'가 일단 최초의 자국 국적 인공위성이다. 하지만 발사체는 말할 것도 없고 위성의 실질적인 설계와 제작까지 사실상 외국 업체였다(특히 위성의 제작은 영국). 우리나라는 아직 어깨 너머로 보고 기술을 배워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다가 1993년 9월의 우리별 2호가 국내에서 개발· 제작되어 인공위성계의 포니와 비슷한 물건이 되었다. 아직까지는 뭔가 통신· 방송 기능을 하는 위성이 아니라, 기술 습득 자체가 목적인 프로토타입 수준이었다.

자동차, 컴퓨터, 원자력에 이어 인공위성은 1990년대는 돼서야 국산이 나온 것이다.
우리별 브랜드는 1999년 5월에 발사된 3호를 끝으로 더 쓰이지 않게 되었다. 2003년 9월에 발사된 우리별 4호부터는 '과학기술위성'이라는 평범한 브랜드가 붙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을 맨땅에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한동안 이윤 없이 기초 연구 투자를 많이 해야 하며, 결과물도 무슨 자동차처럼 엔드 유저가 바로 사용 가능한 형태가 아니다. 이거 연구 개발을 사기업이 몽땅 담당하는 건 곤란하니 국방 과학 연구소 같은 국책 연구소가 따로 만들어졌다. 그게 바로 '인공위성 연구 센터'이다. 요즘은 '항공 우주 연구원'(KARI 항우연)도 인공위성의 개발에 관여하긴 하지만, 발사체 로켓이랑 인공위성은 아무래도 목적과 성격이 다르니 연구소를 분리하는 게 이치에 맞겠다.

인공위성 연구 센터는 무려 카이스트 대전 캠퍼스의 내부에 있다~!
어이쿠, 대강당과 동문 사이의 길목에 자리잡고 있었구나.. 정말 까맣게 몰랐다. 사실, 난 항우연도 카이스트 북서쪽의 학부 기숙사 철조망 너머 바로 근처에 있다는 걸 모르는 채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항우연이 거기에 있다는 것도 나로 호 때문에 유명세를 타니까 따로 찾아봐서 알게 된 것이다.

우리별 시리즈 이후로 이 인공위성 센터에서 만든 위성은 과학기술위성 시리즈이다.
얘의 2호가 바로 우리나라 역사상 유일하게 자국 우주 센터의 나로 로켓으로 발사된 덕분에 '나로 과학위성'이라고 따로 명명되었다. 다만, 발사 실패로 멀쩡한 위성을 두 번이나 깨먹었던지라.. 같은 위성을 수차례 다시 만들어야 했다.
그 뒤 과학기술위성 3호는 2013년 11월에 발사됐으며, 현재까지도 관측용으로 운용 중이다.

우리별 말고 '아리랑' 위성 시리즈는 인공위성 센터가 아니라 항우연에서 개발한 저궤도 관측 위성이다. 1호가 1999년 12월에 발사됐다. 이 바닥도 마치 서울 메트로와 도철 같은 양대 산맥 계보가 있는 것 같다.

'무궁화' 위성 시리즈는 국산 기술 개발이 아니라, 그냥 자국 방송과 통신 서비스 목적으로 KT에서 외국 기업에 외주를 줘서 제작하고 발사한 위성이다. 궤도도 정지궤도로 훨씬 더 높다. 1995년 8월에 1호가 첫 발사됐으며, 얘가 우리나라 최초의 자국 국적 통신 위성이다.

한편, 지난 2010년 6월에는 '천리안'이라고 항우연에서 개발한 최초의 국산 정지궤도 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얘는 우리나라의 일기예보에도 쓰인다. 1호의 수명이 다하는 것에 대비하여 후속 2호도 이미 개발되었으며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기술이 발전하고, 인공위성 서비스가 국산화돼 왔다.
다만, 우리나라는 인공위성에 비해 그걸 지구 궤도에 얹어 주는 발사체 기술이 취약하고 부실하다. 뭐, 발사체 기술은 핵무기를 쏘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거의 똑같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규제를 받아서 개발을 못 한 것도 있다. 나로 호 한번 쏜 지도 벌써 5년이 넘게 훌쩍 지났구나..

이런 남한에 비해, 북괴는 뭐 국제 협약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한방 크게 해먹는 비대칭 무기에 목숨 걸면서 발사체에 나름 노하우를 갖춘 것 같다.
남한의 종북 빨갱이 정권에서는 기를 쓰고 정체를 은폐하면서 미상의 바르사체, 불쌍의 발사체라고 둘러 말하는데.. 뭐긴 뭐야 그냥 미사일이지..

솔직히 일본의 어느 또라이 극우가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헛소리 갈긴다고 해서 지금 멀쩡한 독도가 일본땅으로 넘어가는 것도 아니고, 만에 하나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무슨 1940년대 같은 태평양 전쟁 시즌 2를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그럴 필요도 없다.
일본이 저 뻘짓을 하는 것보다 바로 윗동네에서 계속해서 군사 훈련을 하고 바르사체를 쏘는 게 훨씬 더 위협인데.. 친중종북을 조장하기 위한 반일 반미 선동을 나는 도저히 그냥 봐 줄 수 없다.

아이고, 정치 얘기가 나와 버렸구나. 아무튼 이런 내력으로 인해 남한은 인공위성, 북괴는 발사체가 발달했다. 두 기술이 사이 좋게 융합이 됐으면 좋겠지만 그건 희망사항이고 현재로서는 가능하지 않다.

3. 우주 쓰레기, 우주 공간에서의 충돌 문제

나로 호의 발사 실패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로켓을 발사시켜서 인공위성을 띄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고도가 충분히 높지 않은 인공위성은 공기와의 마찰이 누적되면서 속도를 잃기 때문에 아주 조금씩 지구로 도로 끌려와서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그런 위성들은 기계류의 수명과는 별개로 반영구적으로 운용될 수 없으며, 궤도 유지를 위한 연료가 고갈되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데, 궤도 수명보다 기계 기능 수명이 먼저 끝나서 지구와 교신도 안 되고 고철덩어리가 된 인공위성은.. 딱 곱게 곧장 끌어내릴 수도 없고 굉장한 골칫거리이다. 이런 것들을 일명 우주 쓰레기라고 한다.
우주 쓰레기들은 자신을 실은 채 지구에서 발사되었던 그 로켓의 운동 에너지를 저렇게 그대로 간직해 있다. 태평양 한복판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가듯, 지구 저궤도에는 우주 쓰레기 조각들이 쌓여서 주변의 우주 발사체들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먼저 우주가 아닌 비행기 얘기를 잠시 꺼내도록 하겠다.
지난 2001년 1월 31일에는 일본 스루가 만 상공에서 같은 일본항공 소속 여객기(907, 958편) 2대가 관제 착오로 인해 고작 10~20미터 남짓한 거리까지 근접한 채로 교차 통과한 '니어미스' 사고가 났었다.

승객을 몇백 명이나 태운 MD-10 및 보잉 747급 대형 여객기가 3만 피트가 넘는 순항 고도에서 시속 900~1000km로 공중충돌을 할 뻔한 것이다.
그렇게 됐으면 일본은 JAL123 추락 사고(1985)와 테네리페 활주로 참사(1979)를 능가하는 초대형 항공 사고 기록을 보유하게 됐을 것이고 일본항공의 파산은 수 년 이상 당겨졌을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양 여객기는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려서 들썩이고 요동쳤으며, 특히 음료 서빙 중이던 907편은 회피 급기동을 하느라 기내가 뒤엎어지고 완전히 난장판이 돼서 100여 명에 달하는 부상자가 발생하고 회항하게 됐다. 거의 자유 낙하에 가까운 급강하라도 했는지, 서빙 카트가 붕 떠서 여객기의 위로 천장을 뚫고 내팽개쳐졌을 정도였다.
이건 준사고가 아닌 사고로 기록됐다. 정신없는 격무에 시달리다가 관제를 잘못한 관제사는 유죄 판결을 받고 해고됐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해프닝 내지 사고가 인공위성끼리도 있었다.
지난 2008년 9월 25일에는 한국에서 2003년에 발사했던 과학기술위성 1호(구 명칭 우리별 4호)가 거의 650km 상공에서 미국의 모 군사위성과 431m 거리를 두고 간신히 비껴간 적이 있었다. 뭐 10m보다는 넉넉한 거리이고 인공위성이 여객기보다는 훨씬 작고 가볍겠지만.. 문제는 속도다.

순항 중인 아음속 여객기가 초속 300m 정도라면 쟤는 초속 7~8km... 수십 배의 차이가 나며 쨉이 안 된다. 초속 7~8km짜리한테 430m 거리는.. 정말 옷깃이 닿은 거나 마찬가지인 초근접인데 다행히 이때는 충돌 사고까지는 안 났다고 한다. 공기가 없다시피하니 후폭풍도 없었을 테고..

하지만 2009년 2월 10일에는 실제로 외국 국적의 인공위성끼리 충돌한 사고도 있었다(미국 이리듐 통신위성 vs 러시아 퇴물 인공위성). 산산조각난 두 인공위성의 파편이 널부러지면서 우주 쓰레기의 양은 더욱 늘어나고 무질서도가 올라가게 되었다..;;

물론 지구 위의 하늘은 매우 광활하고 넓으며, 저런 극단적인 일이 자주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가능성이 확실한 0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인공위성 하나 띄우기 위해 돈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닌데, 비행기의 조류 충돌도 아니고 우주 쓰레기 충돌 때문에 애써 만든 인공위성이 박살이 난다면.. 이는 매우 비극적인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은 비용 문제 때문에 딱히 없는 걸로 난 알고 있다.

이런 비행체에 비해 고속철은 최고 초속이 겨우 8~90m가량인데.. 상하행 열차가 서로 후폭풍 없이 안전하게 교행하기 위해서 양 선로의 간격을 얼마로 두는지, 그 공기역학적 근거가 무엇인지도 문득 궁금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24 08:35 2020/03/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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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여행하는 원리

1. 달

우주 발사체를 달에다가 보내는 원리는 개념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큰 로켓을 쏴서 발사체를 일단 지구를 도는 상태로 만든 뒤, 살짝 더 가속해서 그 궤도를 원이 아니라 달 근처까지 가는 길쭉한 타원으로 만든다. 그러면 발사체는 달에 근접했을 때 달을 도는 궤도로 끌려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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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로는 고안자의 이름을 따서 ‘Hohmann transfer orbit (호만 전이 궤도)’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거기까지만 하면 걔는 달을 한 바퀴 뱅 돌면서 8자 궤도만 그렸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와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달 근처에서는 또 연료를 분사하여 속도를 줄여서 달의 인력에 끌려가게 해야 한다.

일례로 아폴로 13호 우주선도 아직 달 착륙선을 내리지 않았고 아무 감속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났으니, 가만히 있기만 하면 지구로 자동 귀환 자체는 가능했다.
단지 그렇게 자연스러운 유턴이 금방 이뤄지는 일이 아니고, 2명분의 보급밖에 없는 달 착륙선 안에서 승무원 3명이 대피한 채로 며칠 동안 무사히 버틸 수 있겠는지가 최대의 문제였던 것이다.

새턴 V 로켓과 그 안의 아폴로 우주선이 발사될 때와 귀환할 때의 크기 차이를 생각해 보면,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게 우주에서 달로 가는 것보다 더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래도 이게 인간이 지금까지 생각해 낸 가장 ‘경제적인’ 우주 여행 방법이다.

2. 화성

그럼 달보다 더 먼 행성으로 가는 원리는 어떻게 될까?
가령, 달 다음으로 주로 거론되는 곳이 화성인데, 별 차이 없다. 역시 두 행성 사이의 호만 전이 궤도를 이용한다. 지구의 자전 속도와(적도..) 공전 속도를 최대한 얻어서 우주로 날아간 뒤, 지구의 인력을 탈출할 만치만 가속했다가 화성의 공전 속도에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감속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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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발사체가 이렇게 최적의 기동을 할 수 있게 지구와 화성이 배치되는 때는 대략 780일(2년 2개월)마다 한 번 주기로 찾아온다고 한다.
물론 이때는 달에만 갈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분사해서 더 빡세게 가속을 해야 할 것이다. 3~4일이면 가는 달이랑, 최단 거리를 잡아도 7~8개월은 걸리는 화성이 스케일이 같지 않으니 말이다. 구체적으로 필요한 엔진 크기와 연료량은 천체물리학자와 로켓 공학자들이 머리 싸매서 치밀하게 계산해 놓는다.

뭐, 그렇다고 화성 정도를 가기 위해서 로켓 크기가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으로 커져야 하는 건 아니다. 이동하는 건 다 관성으로 하는 것이니, 거리나 기간보다는 도달해야 하는 속도가 아무래도 화성이 더 높다는 점이 중요하다.

새턴 V 로켓만 해도 달을 넘어 화성까지 염두에 두고 굉장히 크게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지구 저궤도까지 payload 130톤, 달까지 약 43톤, 그 뒤 금성이나 화성까지 32톤이니.. 그리 나쁘지 않은 성능이다.
뭐, 이렇게 경로를 짜고 동선을 정했다 하더라도 화성으로 실제로 가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국과 소련 모두 중간에 통신이 두절되어 실패한 미션이 여럿 있었다. 특히 소련은 징크스 급으로 몽땅 실패해 버렸기 때문에 그 뒤로 금성이라는 내행성 담당으로 전업(?)하고, 미국이 화성 담당처럼 역할이 나뉘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옛날 Doom 게임의 스토리에서 내가 지금까지도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하는 점은.. 화성으로도 모자라서 왜 하필 "그 작은 포보스와 데이모스라는 화성의 위성에 군사 기지가 있다는 설정을 넣었을까?"이다. 거기는 반지름이 겨우 10km대에 불과하고 동그랗게 형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그냥 돌덩어리인데..??

거기 표면은 그냥 무중력 상태나 마찬가지이며 탈출 속도도 엄청나게 낮다. 야구공 하나만 힘껏 던져도 우주로 날아가 버리고 다시 떨어지지 못할 텐데.. 이런 장소에서 Doom 게임 같은 거대한 던전을 만드는 것도 당연히 절대 불가능하다.
그 시절에 존 카맥 아재가 게임에서 스토리는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긴 했지만.. 저 정도면 너무 노골적이고 성의 없는(?) 고증 무시인 것 같다..;;

3. 더 먼 외행성

그런데 이런 식으로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몽땅 타 행성의 중력과 관성만 이용해서 움직인다 하더라도 화성을 넘어 더 먼 행성으로 가는 것엔 한계가 있었다.
우주 속도(혹은 탈출 속도)에는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속도만 있는 게 아니다. 태양계에서 중력의 끝판왕은 당연히 태양이며, 이는 우주 발사체도 예외가 아니다.

지구의 지표면에서 하늘로 공을 던지면 공이 얼마 못 가 땅으로 떨어지듯,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라고 외행성을 향해 한번 가속을 한 것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못한다. 우주 공간이니 마찰이나 공기 저항 따위는 없지만, 중력의 끝판왕 태양이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발사체의 속도는 아주 서서히 감소하며, 결국은 태양으로 끌려오게 된다.

지표면에서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탈출 속도는 11.2km/s이지만 태양까지 벗어나기 위해 얻어야 하는 탈출 속도는 42.1km/s나 된다.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해 보니, 현재 인간의 현실적인 로켓 기술력으로(엔진 출력, 연료 탑재량) 호만 전이 궤도 방식으로만 발사체를 쏘면.. 정말 끽해야 목성 정도까지밖에 못 간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태양계는 우리가 책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대 광활 방대 공허한 공간이다.

저 탈출 속도라는 건 공을 던지거나 대포를 쏠 때처럼 추가적인 동력 공급이 없이 원큐로만 속도를 낼 때 그 정도가 돼야 탈출 가능하다는 뜻이다. 저건 당연히 현실에서 낼 수 없는 속도이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저것보다 훨씬 느린 대신에 지속적인 동력 공급이 되는 로켓을 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느린 로켓도 발사 직후에는 가속도가 거의 4G에 달해서 전투기 조종사 급의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은 견디기 어렵다. 그리고 발사된 우주선은 일단 지구를 벗어나는 것에 진을 대부분 빼 버린 뒤이기 때문에 또 큰 힘을 쓸 여력이 그리 남아 있지 않게 된다.. ㅡ,.ㅡ;;

물론 목성은 자체적인 중력이 지구보다도 훨씬 더 크고 태양으로부터도 충분히 멀기 때문에, 자기 표면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탈출 속도가 태양에 대한 탈출 속도보다 더 크게 된다. (전자 59.6km/s, 후자 18.5km/h) 스포츠에다 비유하자면 마치 자국 국가대표로 뽑히는 게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처럼 되는 셈이다.

아무튼, 이 와중에 우주선이 태양으로부터 더 멀어지는 속력을 얻기 위해서 과학자들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스윙바이’이다. 공전하는 주변 행성을 적절한 각도로 스침으로써 확 꺾여 지나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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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니어, 보이저, 뉴 호라이즌스처럼 태양계 밖으로 나간 외행성 탐사선들은 다 화성과 목성을 맴돌면서 목성으로부터 힘을 받아서 초속 15~20km대의 속도를 얻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운동량은 언제나 등가 교환된다. 얘들은 개념적으로 이미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타 행성으로부터 운동 에너지를 얻은 셈이며, 이런 스윙바위를 상대해 준 행성은 우주선이 에너지를 얻은 만큼 운동 에너지를 잃고 공전 속도가 ‘감소’한다.
하지만 우주선이랑 그 행성은 무게 차이가 뭐.. 10 다음에 0이 수십 개 붙을 정도로 차이가 나니 행성의 상태 변화는 관측조차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지구 같은 경우 자전을 함으로써 물질을 순환시키고 자기장도 생성해서 살아 있는 행성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데, 자전에 이어 행성의 공전도 이렇게 우주선의 가속에 활용되고 있다는 게 매우 흥미롭다. 돛단배가 돛을 잘 달면 느리게나마 바람을 거슬러 항해도 할 수는 있다고 하는데.. 스윙바이도 뭐 그런 얘기 같다. 보이저 호들은 행성들의 공전면과 무관한 그 아래나 위로도 잘만 방향 전환을 했으니..

4. 내행성 (특히 수성)

스윙바이의 진짜 묘미는..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는 외행성에 갈 때 가속용으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는 것에 있다. 반대로 지구보다 태양에 더 가까이 갈 때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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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금성이야 지구와 가깝고 중력이나 공전 속도도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가는 것(궤도 진입)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서로 가까워지는 타이밍에 맞춰서 호만 전이 궤도대로 가감속만 해 주면 된다. 단지 착륙의 경우, 내부 표면 환경이 완전히 헬이니 거기서 버티는 게 어려울 뿐이다.

하지만 수성은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 다른 모든 행성들보다 압도적으로 어렵고 난감한 행성이다. 그 이유를 이론과 감으로 완전히 이해하고 있어야 훌륭한 천체물리학 전공자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은 그렇지 않음)
얘는 태양과 가장 가깝다는 특성상, 평균 공전 속도가 다른 모든 행성들보다 압도적으로 더 빠르다. (수성 47.8km/s, 지구 29.7km/s)

이런 수성에 지구의 공전 속도를 유지하면서 날아간 우주 발사체가 수성을 향해 접근하면 계속해서 속도가 붙어서 거의 61km/s에 이른다고 한다. 까놓고 말해 태양을 향해 추락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거기에다 수성의 중력으로 인한 가속까지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성은 매우 작고 가벼워서 탈출 속도도 낮은 행성이다. 태양을 바로 옆에 두고서 우주선이 딱 이런 작고 빠르기까지 한 행성의 궤도에 진입해서 위성 노릇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우주선은 수성을 이탈해서 태양을 도는 궤도로 끌려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지금까지 얻었던 속도를 팍팍 줄여야만 하는데.. 정말 엄청난 양의 감속을 해야 하는 관계로 로켓 엔진만으로 감당하는 것은 도저히 무리이다. 초속으로만 따지니 감이 잘 안 잡힐 텐데, 초속 1km는 시속 3600km이다..;;; 아무리 공기 저항이 없는 공간이라 해도 절대 만만찮은 운동량이다.

그래서 수성으로 가는 우주선들은 지구, 금성, 그리고 심지어 수성 그 자체도 근접 비행하면서 스윙바이를 통해 속도를 줄이고 또 줄였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했다. 이는 마치 급경사를 곧장 오를 수 없어서 빗면, 똬리굴 등으로 우회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 같다.
이 때문에 수성 탐사선은 지구에서 발사된 후 수성 궤도에 진입하는 데 거의 7~8년씩이나 걸리곤 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 방법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외행성은 태양으로부터 끊임없이 멀어지기 위해서, 내행성(수성)은 태양과 가까이 있으면서 태양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다들 주변 행성의 공전력을 끌어들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태양에 끌려갔다고 해서 우주선이 그대로 태양 표면의 플라즈마 불바다로 풍덩~ 직선 최단 거리 자유 낙하하는 건 아니다. 걔네들은 지구의 공전으로부터 이미 받아 있는 속도도 호락호락한 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물체들은 어지간해서는 태양과 가까워지면서 각속도가 붙어서 태양을 뱅글뱅글 도는 형태로 귀착된다.

내 경험상 천체의 운동이나 우주 비행 궤적은 여러 모로 직관적인 직선 최단 거리라는 게 별로 통용되지 않는 분야이더라. 직교좌표가 아닌 극좌표를 생각해야 할지도?? 그렇다고 여객기 항로처럼 무슨 구면기하학이 적용되는 영역도 아닌데.. 다만, 이 바닥은 지구 대기권의 항공역학과 달리 마찰이나 공기의 저항 따위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건 일면 장점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20/03/19 08:35 2020/03/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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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자기장

매일 아침마다 우리 머리 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열과 빛만 곱게 쏴 주는 평범한 불덩어리가 아니다.
태양풍이라고 불리는 온갖 방사선과 전자기파 같은 흉악한 ray들도 쏴 대는데, 이게 전자기기들을 교란시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천체에 그나마 붙으려 하는 가벼운 기체(대기)들을 쓸어내고 생명체도 죽게 만든다. 태양은 불덩어리뿐만 아니라 초대형 초강력 전자 레인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가스 레인지와 전자 레인지의 성격을 모두..)

이는 항성이라는 게 애초에 나무나 석유를 태워서 불 때는 것 같은 평범한 방식으로 발열· 발광하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양풍에 비하면, 오존층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편인 자외선의 해로움 정도는 그냥 약과로 느껴질 정도이다.
태양풍을 어찌하지 않으면 지구는 아무리 온도가 적당하고 산소와 물이 있다고 해도 다 증발하고 날아가 버리며,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금성이나 화성처럼 생물이 살 수 없는 불모지 사막이 돼 버린다.

고체인 운석이야 대기와의 마찰열로 그럭저럭 걸러진다. 하지만 운석보다 더 미시적인 태양풍을 차단해서 지표면의 평안과 안녕을 보장해 주는 것은 다름아닌 지구의 자기장이다. 자기장이 일종의 실드를 형성해서 지구를 감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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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자기장이란 건 생각보다 굉장히 대단하고 고마운 물건이다. 단순히 나침반 바늘을 돌려서 방향 파악에 도움을 주는 것을 훨씬 능가하며, 지구의 생명 존재와 관련해서 오존층보다도 기여하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스타에다 비유하자면 태양풍은 베슬의 EMP+이레디 복합이고, 지구 자기장은 프로토스 실드와 비슷하다.

지구에 자기장이 생성될 수 있는 것은 지구의 깊숙한 중심부에 유체 형태의 고온 고압 금속 핵이 있고, 내핵과 외핵의 온도 차이로 인한 대류가 발생하고, 그 상태로 그럭저럭 지구가 자전도 해서 얼추 발전기가 돌아가는 것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천체의 자기력의 원천은 영구 자석이 아니라 일종의 전자석이며(다이나모 이론).. 지구의 자전은 지표면에서 낮과 밤을 만들고 물질을 순환시키는 것 말고도 밑바닥에서 이런 중대한 일까지 덩덜아 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가 자전을 멈춰 버리면 (1) 낮과 밤 구분이 엉망이 되고 (2) 기상과 기후도 싹 바뀌고, (3) 지금까지 원심력 때문에 적도 쪽에 몰려 있던 바닷물이 다시 남북의 고위도 지역으로 흘러가서 수위가 상승하고 저지대가 침수될 뿐만 아니라.. (4) 지구의 자기장까지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지구도 태양풍을 직격으로 맞으면서 화성보다는 금성의 마이너 버전을 찍게 된다. 태양이 굳이 적색거성으로 부풀지 않아도, 지구 온난화가 악화되지 않아도 지금 정도의 거리와 태양의 위력만으로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점이 몹시 섬뜩하다.

하긴, 금성만 해도 지구보다 대기가 훨씬 더 짙으니 운석이 지표면까지 떨어질 걱정 따위는 안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금성은 모종의 이유로 인해 자전이 끔찍하게 느리다(자전 주기가 공전 주기보다도 더 긺..). 느린 정도를 넘어 자전 방향 자체가 반대이니, 이건 얘만 뭔가 자전 브레이킹-_- 같은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져서 마이너스, 역방향 후진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얘는 지구에 근접하는 스타일의 행성이 될 기회를 놓치고 표면이 태양풍에 탈탈 털렸으며, 그 와중에 화산 같은 지질 활동의 결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와 황산을 수습하지 못하고 끔찍한 온실효과 불지옥으로 전락했다.

지구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비교적 빠른 자전, 그리고 풍부한 자기장 덕분에 지질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나 살아 있는 행성이 될 수 있었다. '선캄브리아'라는 까마득히 먼 옛날에 어떤 계기로 시아노박테리아의 활동 덕분에 대기 중에 산소의 농도가 크게 증가했다. 선캄브리아 시대는 한국사로 치면 마치 고조선만큼이나 기간은 길지만 너무 오래돼서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기간이다만..
그 뒤로 지구와 금성의 상황이 달라진 것을 국사에다 비유하자면 남북 분단과 전쟁 이후에 남한과 북한의 상황이 달라진 것만큼이나 극단적이다.

우주 천체에서 생명체의 존재 가능 조건을 생각하 보면.. 크기, 무게, 온도, 대기 등 수많은 변수들이 하나라도 약간이라도 어긋나면 그냥 게임에서 사망 트랩 밟듯이 끝이다.
그러니 인간이 달에 나갈 때만 해도 물은 말할 것도 없고 숨 쉬는 산소까지.. 승무원 3명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모든 물자는 지구에서 100% 조달해 갔다. 양과 무게를 철~저하게 계산해서 말이다. 우주 현장(?)에서 조달 가능한 것이라고는 전혀 없었으며, 자그마한 사고라도 났다간 이 사람들은 그냥 "우주에서 다이"였다.

그러니.. 비록 직접적인 물증은 아니지만 그 너무 광활한 우주에서 딱 하나 지구 같은 행성이 생긴 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좀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연히 됐다고 볼 수 없고 신· 절대자의 의도와 설계에 의해 된 거라고 '심증상으로' 믿는 것은 누가 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복음 전하고 기독교를 변증할 때 "우연히 될 수 없다"라는 요지로 창조는 그냥 간접 증거로만 얘기하고 넘기고, 더 중요한 "예수 부활"이야말로 증언을 바탕으로 역사적인 팩트라고 얘기하면 된다.

여담..

(1) 지구 대기의 중간권을 넘어서 열권쯤부터 전리층이 시작되고, 밴 앨런 벨트는 거의 외기권쯤부터 시작되는가 싶다. 열권이면 이미 우주 발사체의 궤도도 포함된다. 서울-부산보다도 짧은 거리를 위로 수직 상승만 하면 단순 영공을 넘어 우주인데 그게 어렵다. 그만큼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 게 어려운 일이다. (국제 우주 정거장이 지구를 돌 때마다 아래 국가들에다가 영공 통과료를 지불하지는 않음.. 애초에 항공 관제를 받을 수도 없다)

(2) N, S 중 한 극만 단독으로 갖고 있는 단극 자석, 혹은 자기홀극이 과연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수학으로 치면 홀수 완전수의 존재 여부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있고 존재 불가능이 증명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워 보인다.

(3) 전자석과 반도체는 어떤 특성을 조건부로(자성, 도체) 가지면서 일반 영구 자석이나 일반 도체보다 훨씬 더 유용하게 쓰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전기 전자 공학의 학문적 난이도는 그에 비례해서 수직 상승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19 08:36 2020/02/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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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천체들 중에 (1) 인간이 지구 말고 직접 착륙하고 다녀온 적이 있는 천체는 2019년 현재 달이 유일하다. 그럼 사람 말고 (2) 탐사선이 사뿐히 착륙해서 활동이라도 한 적이 있는 천체는 더 먼 금성과 화성이 있다.
그런데 금성은 극심한 고온 고압 때문에 탐사선이 한두 시간 버틸까말까인 지경이다. 앞으로 정말 그럴싸한 명분과 떡밥이 생기지 않는 한, 금성 착륙 미션이 가까운 미래에 또 행해질 것 같지는 않다.

즉, 무인 탐사선이 성공적으로 착륙해서 며칠~몇 주 이상 동안 탐사 가능하고, 실제로 그런 내력이 있기도 한 천체는 태양계에서 화성이 유일하다.

그리고 착륙이 아니라 (3) 탐사선이 추락· 운지한 적이 있는 천체는 더 멀리 수성과 목성, 토성까지 간다. 수성은 메신저(2015. 4. 30.), 목성은 갈릴레오(2003. 9. 21.), 토성은 카시니-호이겐스(2017. 9. 15.) 딱 한 번씩이 유일하며, 그것도 시기가 다 21세기로 생각보다 최근이다!

물론 이것들은 10~20년씩 돌면서 해당 행성의 자료들을 왕창 보내 준 뒤, 추진체의 연료가 다 떨어져서 궤도 유지가 안 되는 지경이 되자, 통제불가 우주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최후의 연료를 사용하여 궤도 이탈과 소멸을 선택한 것이다. 마치 전쟁터에서 적군에게 포로로 잡히지 않기 위해 마지막 총알로 자기 머리를 쏘는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메신저야 대기가 없는 수성의 표면에 떨어져서 박살나고 표면에 자그마한 크레이터라도 남겼겠지만, 목성과 토성으로 뛰어든 탐사선들은 짙은 대기 마찰로 인해 그냥 아무 흔적도 없이 불타고 짜부러져 사라졌을 것이다.

천왕성 이상부터는 보이저, 파이어니어, 뉴 호라이즌스 같은 외행성 탐사선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사진만 찍었지, 착륙이나 충돌 같은 방식으로 인간이 접근한 내력이 전무하다. 접근은커녕 관측부터가 너무 어려우며 드문 실정이다. 이미 토성에서 천왕성 사이가 태양에서 토성까지의 거리에 맞먹을 정도로 거리가 살인적으로 멀다는 것을 우주덕이라면 감을 잡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2)에 속하는 천체, 다시 말해 무인 탐사선이 착륙한 천체가 태양계에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이다.
카시니-호이겐스 호는 1997년에 발사되어 7년에 달하는 비행과 스윙바이 끝에 2004년에 토성의 궤도에 진입했는데, 그 중 '호이겐스' 호에 속하는 부분은 분리되어서 2005년 1월 14일에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착륙했다. 이것은 인간이 만든 우주 탐사선이 화성과 목성까지 초월하여 가장 먼 천체에 착륙한 기록인 동시에, 행성이 아니라 달 외의 또 다른 행성 위성에 착륙한 최초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럼 타이탄은 어떤 위성이며 과학자들은 왜 타이탄을 선택한 것일까?
타이탄은 토성에서 가장 큰 위성이며, 태양계 모든 행성들의 위성 중에는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에 이어 둘째로 큰 위성이다.
크기로만 따지면 얘는 행성인 수성보다도 약간 더 크다. (수성은 달보다 약간 더 크고..) 다만, 밀도는 수성보다 훨씬 더 작아서 전체 질량이 수성의 40% 남짓이라고 한다. 사실, 수성은 태양과 너무 가까운 관계로 딱딱하고 무거운 금속 핵 위주로만 남아서 밀도가 커진 편이다. 옛날에 원래는 수성이 지금보다 더 큰 행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타이탄은 토성에 딸린 수십 개의 위성 중 하나이지만, 땅이 있는 천체들 중에서 이례적으로 짙은 대기가 존재한다. 겨우 그 크기와 질량 주제에 표면 대기압은 1.41기압으로 지구보다도 더 높으니 놀랍기 그지없다. 대기의 98%는 질소라고 하는데, 나머지를 차지하는 메탄 가스, 그리고 -180~-170도대의 낮은 기온 때문인지 대기는 금성처럼 온통 누렇다.

그리고 관측 결과에 따르면, 타이탄의 내부에는 대기뿐만 아니라 액화(= 액체) 탄화수소가 강, 바다, 호수의 형태로 흐르고 구름을 형성하고 비가 내리는 등 나름 순환까지 한다고 한다.
저기는 태양으로부터 너무 멀어서 끔찍하게 춥고, 물과 산소가 아니라 온통 메탄밖에 없는 불모지이지만, 그 먼 곳에 액체와 대기가 있는 천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과학자들을 흥분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태양으로부터 엄청 멀리 떨어져 있으니 그런 대기 같은 물질도 달라붙어 있는 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오.. 호이겐스가 착륙한 타이탄 표면은 금성이나 화성 같은 행성과 마찬가지로 온통 돌밭 뻘밭이었다. 하강하는 동안에는 타이탄의 상공에서 내려다본 표면 사진도 보내 줬는데.. 무슨 산맥 같은 지형이 보였다.
참고로, '호이겐스'(현지 발음으로는 하위헌스)라는 이름부터가 타이탄을 최초로 발견한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겸 천문학자 이름에서 딴 것이다.

착륙하는 지점이 혹시 액체 바다는 아닌가 우려되었으나 그렇지 않았다.
옛날에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할 때도 혹시 흙먼지에 파묻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다행히 그렇지 않았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대기가 너무 짙어서 하늘에 모성인 토성이 뜨고 지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나 모르겠다. 그리고 태양에서 그렇게도 먼 곳인데 깜깜한 암흑 천지는 아닌지, 저 정도의 풍경 사진 촬영이 가능한 광원이 주변에 있는지 궁금하다.

호이겐스는 착륙 후에 각종 데이터들을 지구로 직통으로 보낸 게 아니라 모선인 카시니에게로 보냈으며, 카시니는 그걸 지구로 보내 줬다.
허나, 호이겐스와의 교신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교신은 착륙 후 약 90분 남짓 지속되다가 두절되었으며, 그 뒤로 호이겐스는 연락이 영원히 끊어졌다. 공식적인 사유는 호이겐스 쪽의 통신 장치가 극저온에 오래 노출되면서 고장 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타이탄이 무슨 금성 같은 고온 고압 불지옥도 아닌데 왜 탐사선이 2시간을 채 버티지 못했는지는 난 잘 모르겠다. 광활한 우주 공간도 어차피 극저온이긴 마찬가지인데?
다만, 진공에서의 저온과 지구 같은 대기가 있는 곳에서의 저온은 여파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마치 뜨거운 공기와 뜨거운 물의 열전달 여파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또한 스마트폰과 자동차만 해도 날씨가 영하 수십 도 이하로 추워지면 배터리가 방전되고 난리가 나는데.. 하물며 훨씬 더 저온에서는 정교한 전자 기기가 분명 탈이 나긴 할 것이다.

타이탄이 금성 같은 곳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화성처럼 착륙한 탐사선이 수 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활동 가능한 곳도 아니었나 보다.

이렇듯, 카시니-호이겐스 탐사선은 인류에게 토성에 대해 굉장히 많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줬다. 결말만 얘기하자면 호이겐스는 2005년에 위성 타이탄에 착륙했고, 카시니는 2017년에 토성으로 떨어져서 각자 자기 임무를 마치고 산화했다. 얘는 상당수의 비용은 미국 NASA에서 부담했지만 그래도 명목상으로는 유럽과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 매끈한 아름다운 토성 사진도 카시니-호이겐스 호가 찍은 것이다. 물론 그 전의 보이저 탐사선도 토성 사진을 찍긴 했다만..
목성은 고리가 딱히 보이지 않고 온갖 울퉁불퉁 나뭇결무늬로 가득한 반면, 토성은 표면이 아주 매끈하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외행성 탐사선들은 어째 태양계 공전면의 위· 아래로 잘도 드나드는 것 같다. 토성을 올려다보며 찍은 사진과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이 모두 존재하기 때문이다(상하가 일부러 뒤바뀐 건 아니라고 가정하면..). 자세한 이론 배경은 잘 모르지만, 스윙바이만으로 공전면의 위나 아래로 진행하는 것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9/08/16 08:37 2019/08/1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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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주 통신망

인류는 19세기에 전깃줄을 이용한 전화라는 유선 통신 기술을 발명해 냈으며, 20세기 초에는 아예 전자기파를 이용한 장거리 무선 통신 기술까지 개발했다.
그리고 1960년대에는 통신 위성 덕분에 아예 둥근 지구의 반대편으로 전화와 TV의 전파를 실시간으로 주고 받는 게 가능해졌다. 위성 생중계가 최초로 시작된 올림픽이 1964년의 도쿄 올림픽이었다고 그런다.

그러니 유선 전화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 무선 전화도 오래 전부터 있긴 했다. 단지 기계값과 시간 당 통화료가 아주 비싸기 때문에 자동차나 선박에 장착되는 사치품 내지 아주 특수한 물건으로 취급되었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말부터는 그냥 전국민 1인 1휴대전화 시대가 시작됐다. 이를 위해서 전국 곳곳에 휴대전화 기지국이 건설되었으며, 각종 건물과 지하철 내부에도 중계기가 설치되었다.

전깃줄 중에 진짜로 전기를 보내는 용도로만 사용되는 굵은 송전선은 지상의 산들과 철탑 위로 아주 높고 길게 뻗어 있다. 요즘 만드는 도시들 내부에서는 지중화되어서 지하로 지난다.
다음으로, 동축 케이블이니 광섬유 케이블이니 하는 이름으로 데이터 통신을 담당하는 전깃줄들은 대륙과 대륙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바다 밑으로 쫙 깔려 있다. 해저 지진이 나서 이런 케이블이 파손되면 주변 국가들의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인간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지구 곳곳에 깔아 놓은 통신 인프라를 생각하면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 민간보다는 군용에 더 가까운 레이더(radar) 관련 기술도 말이다. 따지고 보면 레이더의 발명은 비행기의 발명 그 자체만큼이나 비행기의 운용· 관제 방식과 공중전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일본에서는 자국인 과학자/공학자가 아주 훌륭한 레이더용 안테나(야기-우다 안테나)를 발명했는데, 그걸 군부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병크를 저질렀다. 그래서 정작 적국인 연합국(영국)이 그 기술을 활용해서 전쟁에서 일본을 관광 태웠다는 안습한 일화까지 전해진다.
레이더도 원래 레이저(laser)처럼 복잡한 단어들 이니셜로 만들어진 단어이지만, 지금은 그 자체가 새로운 형태소처럼 쓰인다.

그런데 경이로운 통신 기술은 지구 대 지구 스케일만 있는 게 아니다. 지구 대 우주 분야도 있다.
까놓고 말해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 승무원들의 활동 동영상은 어떻게 해서 지구로 실시간 중계될 수 있었을까?
뉴 호라이즌스 호가 보낸 명왕성 사진은 어떻게 해서 지구로 잘 전달될 수 있었을까?
신호가 가는 데 편도로만 17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보이저 탐사선은 어떻게 지금도 지구와 교신이 되고 있을까?

우주로 나가려면 적도 근처에다 우주 센터와 발사대를 만들고 로켓만 죽어라고 쏴 올릴 게 아니라, 로켓에 실린 탐사선이 보내 주는 정보를 넙죽넙죽 잘 받기 위한 통신 시설도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 NASA에서는 진작부터 Deep Space Network(심우주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전파 수신용 거대한 접시형 안테나 기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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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중반까지만 해도 우주는커녕 지구 표면의 남극이나 에베레스트 산 정상을 탐험하는 사람들과도 실시간 무선 통신이 가능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생사를 곧장 확인할 수 없었다. 주변 풍경 인증샷은 탐험가들이 카메라로 찍은 뒤에 무사 귀환할 때까지 필름을 반드시 잘 간수해야만 전해질 수 있었다!

아폴로 우주선의 달 탐사가 그런 식으로 답답하게 진행되지 않고 전세계 텔레비전으로 전파를 타고 생중계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안테나 기지는 로켓이 실제로 발사되고 수많은 관중들이 몰리는 우주 센터보다는 존재감이 훨씬 덜하다. 하지만 이런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우주 탐사의 숨은 일등공신이라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NASA 내부에서 이 안테나 기지를 관리하는 부서는 '제트 추진 연구소'이다. 이름만 봐서는 만년 발사체 연구만 할 것 같은 곳에서 통신망까지 연구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프라의 대부인 전 길남 박사/교수도 젊은 시절에 저기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저기는 비행기용 제트 엔진(터보 팬 같은..?)을 연구하는 곳이 전혀 아니다. 엄연히 산화제까지 같이 들어있는 우주 발사체용 로켓 엔진의 연구가 본업이다. 하지만 저 연구소가 처음 생겼던 당시에는 '로켓'이라는 단어가 그리 대중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름이 저렇게 붙은 것이다.

비슷한 다른 예로는 IBM이 있다. 이름에 '컴퓨터, 정보' 같은 단어가 들어가기에는 역사가 너무 긴 기업인 관계로, 오늘날까지도 고작 '국제 사무용품 기기'라는.. 마치 국제시장 같은 매우 낡은 명칭으로 통용되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워낙 넘사벽급의 기술과 인지도를 자랑하는 세계구급 기업이니 이름 따위는 바꿀 필요가 없다.

제트 추진 연구소 때문에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는데, 다시 안테나 얘기로 돌아오기로 한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들 기지에 만들어진 안테나는 지름이 30m대 내지 70m대까지 있을 정도로 매우 거대하다.
그리고 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이 대략 120도대의 경도 간격으로 세 군데가 존재한다. 그래야 임의의 지표면에 도달한 전파가 지구의 자전에 구애받지 않고 셋 중 적어도 한 곳 이상에서 언제나 수신 가능하기 때문이다.

  • 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 바스토우 모하비 사막 (UTC-08:00)
  • 스페인 마드리드 (UTC+01:00)
  •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 (UTC+10:0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의 그림은 지구를 북극점 위에서 내려다본 시점에서 세 기지가 감지 가능한 신호 영역을 나타낸 것이다.
가령,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신호를 최초로 잡아서 전세계에 타전한 곳은 미국이 아닌 오스트레일리아 기지였다. 미국에서도 잡히긴 했지만 저쪽이 신호가 더 또렷했다고 한다.

보행자와 차들로 북적대는 육지의 도로와 달리, 비행기가 순항하는 공중이나 배가 항해하는 공해는 장애물이 없다시피하다.
하물며 우주의 스케일은 지구를 훨씬 능가한다. 우주는 정말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방대 광대하게 텅 빈 공간이다. 태양계 행성들의 크기는 행성들 간의 거리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 탐사선은 한번 가속을 한 뒤엔 관성으로 한없이 등속 운동만 하면 되며, 전파도 그냥 조준만 잘 해서 쏴 주면 지구나 탐사선에 도착하는 건 그냥 시간 문제일 뿐이다. 다른 장애물에 부딪칠 걱정은 사실상 할 필요가 없다.

우주 공간에서 지구와 탐사선의 사이에 물리적인 장애물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건 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외행성 탐사선의 경우, 지구와 워낙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전파도 진행하는 동안 점점 넓게 퍼지고 신호가 약해진다. 게다가 지표면에서는 주변에 숱하게 돌아다니는 지구 발 노이즈들을 걸러내고 그 약한 우주 발 신호만 증폭해서 받아야 한다.

신호를 보낼 때야 지구에서 최신 설비로 최고 출력 고주파로 그나마 최대한 빵빵하게 쏘겠지만, 가녀린 탐사선에서 지구로 보낸 신호를 받는 것은 정말 보통일이 아닐 것 같다.
안테나가 괜히 저렇게 거대한 게 아니다. 그나마 지금은 기술의 발달 덕분에 옛날 같은 지름 70m짜리는 필요하지 않고 30m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런다.

그나마 보이저보다 나중에 더 최신 기술로 발사됐고 지구에 훨씬 더 가까이 있는 뉴 호라이즌 호도 거기서 지구까지 전파가 도달하는 데 4~5시간을 잡아야 한다. 그런 propagation delay와는 별개로, 데이터의 전송 속도도 초당 수백 바이트, 1980년대의 2400~9600bps 모뎀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거리가 너무 멀고, 탐사선의 전파 출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건 뭐 어쩔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탐사선은 자기 메모리에 저장해 놓은 수십 GB에 달하는 사진들을 지구로 찔끔찔금 보내느라 그야말로 세월아 네월아 애써야 했다.
propagation delay인 4~5시간만 지나고 나면 지구에서 인터넷 하듯이 고화질 명왕성 사진이 짠~ 뜨는 건 인류의 기술로는 아직 가능하지 않다.

지구가 둥글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빛의 속도조차도 느리다는 걸 실감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자기 전공과 생업에 대해서 무슨 생각이 들지 궁금해진다.
더 나아가 달 같은 데서 지구의 인터넷을 연계해서 쓰는 게 가능해질까? 흥미로운 상상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9/04/18 08:31 2019/04/1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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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람과 방향

우리말에서 '남침'이란 남쪽"을" 침범/침략한다는 뜻이다. 글쎄, SVO형 언어인 중국어의 어순을 고려한다면 '침남'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어에서는 단어가 저렇게 형성됐다.
과거에 북괴가 한 짓이 남침이며, 여기서 '남'이 target, destination이다. 어휘력 문제인지 아니면 이념과 역사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도에서 이거 뜻을 분간할 줄 모르는 사람도 있대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곤 했다.

그런데 바람의 방향을 말할 때 '남풍'은 남쪽으로 부는 바람이 아니라 남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다. '남'이 source, origin이니 '남침'과는 사정이 다르다.
비슷한 맥락으로 편서풍은 서쪽에 있는 중국에서부터 불어서 반도에 황사와 미세먼지를 가져오는 바람을 말한다.

영어에서 "I'm coming!"을 "오는 중이야"가 아니라 "가는 중이야"라고 번역하고, 부정의문문의 대답일 때는 "Yes, I did"를 "아니, 했다니까"라고 번역하는 것처럼.. 혹시 방향별 바람의 명칭도 언어에 따라서 보정해서 번역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허나, 바람의 방향은 목적지가 아닌 출처를 따지는 게 인간의 보편적인 관습상 더 중요한가 보다. 바람은 수학의 벡터 같은 존재는 아닌 듯하다.

성경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바람은 동풍이다. 서풍은 출애굽기 이집트의 재앙에서 메뚜기 떼 처리용으로 딱 한 번만 나온다. (출 10:19) 서쪽 아프리카에 있는 이집트에서 들끓는 메뚜기들을 동쪽 홍해로 쓸어 넣으려면 서풍이 불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와 대조적으로, 홍해 경부 고속도로를 만든 바람은 동풍이었다고 나온다(출 14:21). 그 말인즉슨, 바닷물은 모세가 서 있는 방향에서 건너편으로 갈라진 게 아니라, 건너편에서 모세가 있는 쪽으로 역순으로 갈라졌다는 뜻이다. <십계>나 <이집트의 왕자> 같은 영화에서 묘사된 바와는 다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본인이 예전에 이집트의 왕자를 분석하면서도 언급한 바 있다.

성경에서 이런 것만 쭉 살펴보면 "하나님은 특정 방향을 선호하신다"라고.. 그럴싸해 보이지만 논란의 여지도 있는 그런 패턴 내지 팩트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복음이 자연스럽게 전파되어 온 방향이 '동 → 서'(동풍)이며, 반대로 '서 → 동'은 뭔가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방향이라고 한다.

2. 천체들의 회전 방향

우주의 관점, 아니 더 정확히는 태양계의 관점에서 봤을 때 천체들의 주된 회전 방향은 '반시계 방향'이다. 태양계 행성들을 위에서 아래로, 북극 방향으로 내려다봤을 때 도는 방향이 반시계라는 뜻이다. 자전과 공전 모두 말이다.

  • 어떤 행성의 공전 방향은 그 공전 대상인 모성의 자전 방향과 대체로 동일하다. 그리고 자전 방향도 자신의 공전 방향과 대개 일치한다.
  • 그런데 태양은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한다.

이런 재귀적인 논리 전개에 따라, 지구를 포함해 태양을 도는 모든 행성들은 반시계 방향으로 공전하며, 자전 방향도 대부분 반시계 방향이다. 지구를 도는 달도 마찬가지이다.
지구는 옆에서 적도를 봤을 때 바다와 대륙들이 서에서 동으로, 즉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면서 스크롤된다. 그리고 반대로 지표면에서 태양을 보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보인다.

뭐, 예외는 금성(행성들 중 혼자 유일하게 자전 방향이 반대), 천왕성(자전축이 90도대여서 데굴데굴 구르는 형태로 공전), 그리고 해왕성의 위성인 트리톤(해왕성의 자전 방향과 반대인 역행 공전)이 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자그마한 예외 수준이다.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방향은 동에서 서(즉, 동풍의 방향)라고 여겨진다.
지구가 서에서 동으로 자전하고 있으니, 지구상의 어떤 물체를 동에서 서로 이동시키려면 신의 입장에서는 물체를 잠시 집어서 지구로부터 떼었다가 잠시 후에 제자리에 다시 놓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만 해도 인간 같은 미물이 보기에는 그 물체가 갑자기 공중에 떴다가 초고속 공간 워프를 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려면 물체를 들었다가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더 앞선 지점에다가 놓아야 한다. 뭐, 하나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 있겠냐만, 그게 좀 더 번거롭다.
성경과 과학을 굳이 어거지로 조화시켜 보자면 이런 디테일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ㅎㅎ

이렇듯, 교통에서 좌측· 우측통행만큼이나 시계· 반시계 회전 방향 문제는 무척 흥미롭다. 어째 시계는 또 그렇게 도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통용되었나 싶기도 한데..
한편으로 육상 트랙의 회전 방향은 반시계 방향이 세계 표준으로 정착해 있다.

과연 우리 태양계 밖의 다른 항성계 중에는 시계 방향이 주류인 물건이 있을까?
사실은 태양도 자기 천체들을 이끌고 우리 은하를 공전하고 있긴 한데, 거기를 도는 방향은 우리 은하의 북쪽에서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반시계가 아닌 "시계 방향"이라고 한다.
다만, 이 태양의 공전은 그 스케일과 주기(수억 년에 1회!)가 정말 까마득할 정도로 방대하기 때문에 여느 행성의 공전과 같은 급으로 취급하기는 곤란하다. 저걸 도대체 어떻게 관측하고 알아 냈는지,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는 도대체 무슨 거대한 중력원이 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3. 지구와 달의 역학 구도

(1) 달처럼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동일하여 모성에서는 언제나 앞면만 보이는 위성을 동주기 자전 위성이라고 한다. 동주기 자전이라는 건 자전 방향과 공전 방향이 서로 일치한다는 것도 당연히 내포함을 알 수 있다.

지구의 위성인 달은 잘 알다시피 다른 행성들의 여느 위성과는 다른 특이한 점이 무척 많다. 유난히 큰 것, 지구에서의 겉보기 크기가 태양과 거의 같은 것 말이다. 다만, 자전과 공전 주기가 동일한 건 천체역학적으로 볼 때 긴 시간이 주어지면 다른 천체에서도 궁극적으로 도달 가능한 현상이다. 트리톤만 해도 동주기 자전 위성이며, 이것 자체는 달만의 유니크한 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2) 사실, 위성이 모성을 공전하면 위성뿐만 아니라 모성도 위성의 질량의 영향을 받아서 들썩거리게 된다. 위성과 모성 모두 둘의 질량 중심점(barycenter)을 축으로 돌게 되는데, 그 질량 중심이 어차피 모성의 내부에 있기 때문에 모성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지구와 달의 질량 중심은 지구의 중심으로부터 467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한다. 지구의 반지름 6378km보다는 짧으니 여전히 지구의 내부이긴 하다. (☞ 관련 동영상)
그 반면 명왕성과 위성 카론의 경우, 크기와 질량이 어느 한 쪽이 압도적으로 크지 못하기 때문에 그 중심이 두 행성의 외부인 우주 공간에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상대방을 마주 보면서 빙글빙글 돌게 된다.

(3) 앞서 살펴봤다시피 지구와 달의 질량 중심은 지구의 내부에 있고.. 다음으로 지구와 달 사이의 공간에서 양 행성간의 인력이 동등해지는 중간점은 거의 9:1쯤 되는 지점에 있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가 약 384000km인데, 그 중점은 약 345000km라는 것이다. 이건 '라그랑주 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9/02/21 19:31 2019/02/2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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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행성들

* 오래 전에 썼던 글을 리메이크 했다.

1960~80년대 냉전 기간 동안 미국과 소련의 주도로 진행된 우주 개발은 인류의 세계관, 우주관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과업이 아니었나 싶다. 그 전에는 아담스키 같은 사람이 내가 금성에서 온 우주인을 만나고 왔다고 구라-_-를 쳐도 반박할 근거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화성에서 사는 외계인이 지구로 쳐들어온다는 스토리인 <우주 전쟁> 같은 소설도 20세기 중후반부터는 읽기에 김이 좀 빠지게 됐다.

태양계의 행성들은 제각기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다르고 궤도의 이심률, 방향 등이 다를지언정, 거의 다 같은 평면상에서 태양을 돌고 있다. 행성들이 마치 원자 주위를 도는 중성자, 전자들처럼 3차원 공간을 다 차지하면서 마구잡이로 도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우리은하 전체가 납작한 평면 원반 형태이다. 그 위아래로 쭉 가면 뭐가 나올까 궁금해진다. (참고로 성경은 하나님의 왕좌가 자리잡은 방향도 북극이 향하는 그 절대적인 북쪽이라고 말한다.)

태양계 시뮬레이터가 있으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태양을 비롯해 각 행성과 위성들의 질량, 반지름, 초기의 운동 방향을 입력해 주면 실시간으로 행성들이 우주 공간을 원뿔곡선을 그리면서 빙글빙글 도는 것이다. 그리고 행성의 임의의 시점에서 하늘을 봤을 때 태양이나 인접 행성들이 어떤 크기로 보일지도 보여주는 그런 프로그램을 누가 물리 엔진 잘 짜서 만들면.. 내가 직접 우주를 창조하는 창조주 기분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 아마 천체의 운동을 제대로 기술하려면 3체 문제 같은 것도 적당히 풀어내야 할 것이다.

지구와 달부터 시작해서 태양계의 행성들을 지구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나열해 보았다.

0. 지구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 물이 액체 상태로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 자전축이 직각의 1/4에 가까운 적당한 각도로 기울어져 있는 것, 비정상적으로 큰 위성이 존재하는데 달과 태양의 겉보기 크기가 같다는 것.. 뭐 정말 온통 특이한 점밖에 없는 행성이다. (수성, 금성만 해도 자전축은 5도를 안 넘으며 곧게 빙글빙글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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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자전 속도가 아주 서서히 느려지고 있으며, 달은 서서히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1. 달

우주의 천체들 중 지구에서 제일 압도적으로 가까이 있는 덕분에 수십 년 전에 인간이 수 차례 직접 다녀오는 데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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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은 우주선(달 탐사선, 사령선)을 지구의 대기 궤도(parking orbit)에까지 올려주고, 그 뒤 우주선이 추가적으로 가속하여 지구를 도는 궤도를 초점이 달에 근접할 정도로 길쭉한 타원에 이르도록 가속한다.

그렇게 달 쪽으로 가다가 달의 중력에 끌려갈 때쯤이면 감속하여 달의 궤도에 진입하는데, 감속을 안 하면 우주선은 달을 삥 돌면서 8자 모양만 그리고 도로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아폴로 13호가 불의의 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원리를 이용하여 달 착륙만 포기하고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다.

사령선은 달을 도는 동안 달 착륙선을 밑으로 내려보내고, 착륙선은 나중에 다시 사령선과 합체한다.
지구에서 달까지 편도로 가는 데는 3~4일 정도 걸린다. 이 모든 과정에서 로켓이 연료를 분사하여 뭔가 가감속을 하는 시간은 수~수십 분에 불과하다. 로켓은 비행기가 아니고 우주 여행은 지구 대기권 비행이 아니다. 나머지 모든 시간은 그냥 관성으로 천체 궤도를 돌고 끌려가며 이동하는 시간이다.

2. 금성

일찍이 샛별이라고 불리면서 인류의 선망이 되어 온 이 행성은 지구와 가장 가까이 있으며 크기와 중력도 지구보다 약간 작을 뿐 얼추 일치한다. 가는 것 자체는 2~3개월 남짓 걸리고 궤도 진입도 쉬운 편이어서 다 좋은데... 딱 하나. 금성 내부가 24시간 초고온 고압의 불지옥이라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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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로 꽉 찬 지표면 대기의 압력은 잠수함도 못 들어갈 정도인 해저 900m급과 대등하고, 온도는 1년 내내 극지방과 적도를 가리지 않고 섭씨 400도 이상이다. 두꺼운 구름을 뚫고 지표면을 들여다보려면 결국 탐사선을 착륙시켜야 하지만.. 이런 곳에 착륙한 탐사선은 수~수십 분밖에 못 버티고 고장 나고 파괴되고 말았다.
왜 하필 지구에서 제일 가까운 행성 하나만 유일하게 저 지경이 됐는지,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와 나란히 쌍둥이나 마찬가지인 행성인데 왜 운명은 서로 정반대로 바뀌게 되었을까?

금성은 태양계의 행성 중 공전 궤도의 이심률이 가장 작으며, 동그란 원에 일치한다고 한다. 크기도 별로 안 큰 행성이 대기압도 가장 짙고 자전 속도가 태양계 행성 중 살인적으로 가장 느리며, 심지어 공전 주기보다도 길어서 하루가 1년보다 더 길다. 또한 이놈과 천왕성만 공전 방향과 자전 방향이 상호 정반대인 것도 이색적이다. (다른 행성들은 그렇지 않음)
또한 금성은 지구와는 달리 자연 위성이 존재하지 않으며,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지도 않다.

3. 화성

인류의 기술로는 가는 데 5개월~1년 정도 걸린다(당연히, 지구와 가장 가까워졌을 때 기준). 여기는 그나마 춥고 메마른 사막일 뿐인 덕분에 여러 탐사선들이 착륙 후에 수 개월~수 년간 활동했으며, 표면 사진도 제일 많이 전해져 있다(온통 시뻘건 산화철이 섞인 붉은 흙). 쉽게 말해 달 다음으로 2순위로 착륙해 볼 만한 곳이다.
그래도 거리의 압박이 있다 보니 여기에 가는 것도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가는 도중에 통신이 끊기고 실패한 우주선 미션들도 굉장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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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은 금성보다도 더 작지만 자전 주기와 자전축 기울기는 지구와 묘하게 비슷하다. 그리고 태양과 충분히 멀어서 그런지 위성도 두 개 있다. 하지만 그래 봤자 둘 다 지름 10km대의 못생긴(=딱 봤을 때 구 모양을 하고 있지도 못한) 돌덩어리에 불과하며, 지구의 달하고는 스케일이 비교가 안 된다.
포보스는 태양계 전 행성의 위성들 중 공전 고도가 가장 낮으며, 화성과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는지라 먼 미래에 화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 반면, 데이모스는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고 한다.

4. 수성

태양계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이 있으며, 한편으로 소행성 왜행성 따위를 제외한 행성들 중에서는 제일 작아서 달보다 약간 더 큰 정도이다. 응당 위성도 없고 대기도 거의 없으며 표면엔 크레이터가 많아서 더욱 달과 비슷한 심상이다.

수성에서는 태양이 얼마만한 크기로 보일까? 공전 주기는 짧은 편이지만, 자전은 지구로 치면 거의 2개월에 가깝게 걸릴 정도로 매우 느리다. 그래서 긴 시간 동안 낮에는 표면이 섭씨 2~300도에 달하는 프라이팬처럼 달궈지고, 밤인 뒷면은 영하 세자릿수대에 도달한다고 한다. 달만 해도 그렇게 되는데 달보다 태양에 훨씬 더 가까이 있는 수성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수성은 지구와의 최단거리도 만만찮지만, 태양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빠르게 공전하는(지구 공전 속도의 약 1.5배이고, 공전 궤도의 이심률도 꽤 큼) 작은 내행성이라는 점으로 인해 탐사선을 보내기가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그냥 수성으로 보냈다가는 우주선도 십중팔구 태양으로 끌려가 버리기 때문이다. 아까 달 궤도에 진입할 때처럼 감속을 잘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엄청나게 빡세다.

그래서 지난 반세기 우주 시대 동안 수성을 탐사한 우주선은 마리너 10호와 메신저 단 둘밖에 없으며, 전자는 사실 수성의 궤도로 진입도 못 했다. 태양을 돌다가 수성에 근접하게 됐을 때만 잠깐 잠깐씩 탐사했을 뿐이다. 나중에 발사된 후자가 수성을 수천 번 돌면서 전체 표면 지도를 완성한 뒤, 나중에 궤도 유지를 위한 연료가 고갈되자 수성 표면으로 추락했다.

외행성 탐사선들이 보통 행성 스윙바이를 이용해서 가속을 하지만, 수성으로 가는 우주선은 금성을 이용해서 ‘감속’을 한다. 이거 속도를 맞추느라 메신저의 경우, 수성까지 가는 데는 발사 후 무려 6~7년에 달하는 시간이 걸렸다.
아울러, 이런 수성 탐사선은 원자력 전지(외행성)도 아니고 태양광 전지(지구 인공위성)도 아니고 무슨 양산 같은 열 차폐막을 두르고 날아갔다. 뱅글뱅글 바비큐 기동만으로도 태양열의 제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수성은 크기나 색상(칙칙힌 회색..)이 달과 얼추 비슷하니 이 글에서 별도의 사진은 생략하겠다. ㄲㄲㄲㄲ

5. 소행성대

화성에서 목성 사이의 우주 공간에는 마치 마곡 역 개통 전에 서울 지하철 5호선의 발산-송정처럼 중간에 뭐가 빠진 것 같은 긴 공백이 존재한다. 티티우스 보데의 법칙으로도 예측할 수 있는 이 지점에는 마치 우주 찌꺼기 같은 자그마한 소행성들이 태양을 돌면서 마곡 역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 물건은 ‘세레스’라는 이름이 붙은 소행성이다. 예전엔 커다란 한 행성이었다가 뭔가 큰 사고가 나서 박살이 나고 저 지경이 된 잔해들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세레스의 고해상도 표면 사진은 2015년이 돼서야 촬영될 수 있었다. 얘도 온통 크레이터가 가득한 곰보 같은 모습이더라.

6. 목성

화성 이후부터 행성 사이의 거리는 수성-화성 사이의 행성에 비해서 굉장히 벌어진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며, 토성만치 폼나지는 않지만 나름 고리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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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의 무늬가 마치 나뭇결 같다는 생각도 든다만.. 저기는 잘 알다시피 착륙할 땅 자체가 없다. 표면에 내려가면 금성 뺨치는 고온 고압 유독가스 폭풍에 한 치 앞도 안 보이고 모든 것이 그냥 짜부러진다. 금성에는 없는 방사능도 왕창 튀어나온다.

목성은 그 큰 행성이 밀도가 작아서 그런지 자전 속도가 매우 빨라서 주기가 10시간대에 불과하다. 그리고 표면의 중력 가속도는 약 2.5G 정도라고 여겨지니 지구보다 더 무겁다.
덩치가 큰 덕분에 위성이 현재까지 무려 70개가 넘게 발견되어 있는데, 그 중 제일 큰 '가니메데'는 수성보다도 약간 더 크다. 그래도 질량은 수성의 절반 남짓이라고 한다.

7. 토성

제원을 살펴보면 여러 모로 목성의 축소판인 행성이다. 크기는 목성보다 약간 작지만 목성보다 훨씬 더 화려한 고리를 갖고 있으며, 자전 원심력으로 인해 적도 방향으로 목성보다도 더 찌그러진 타원처럼 보인다. 태양계에서 고리도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유일한 행성이 바로 토성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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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의 표면은 온갖 화려한 물결 무늬, 나뭇결 무늬, 대적반, 동그란 흉터 같은 형상들로 점철된 반면, 토성의 표면은 너무 반들반들하다. 대기가 짙어서 표면이 잘 안 보이는 건지, 아니면 관측이 충분히 가까이에서 못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은 타이탄이며, 2005년에 카시니-하위헌스 탐사선이 착륙도 했다. 주변 풍경은 화성과 비슷해 보였다.

8. 천왕성

천왕성은 정말 엄청나게 멀다. 태양-토성의 거리가 토성-천왕성의 거리와 비슷할 정도이다.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이 적중하는 마지노 선인 행성인데, 그 법칙은 지수함수 형태이다..)
얘부터는(해왕성도) 지구에서 밤 하늘 관측으로는 볼 수 없으며, 블랙홀 찾듯 중력 존재감을 추적한 계산만으로 발견된 것이다. 표면 사진은 보이저 2호가 촬영해서 보내 준 것만이 유일한데, 이마저도 색깔이 희뿌옇고 퀄리티가 그리 좋지 못하다.

천왕성은 자전축이 무려 98도로 사실상 누워서 자전하기 때문에, 자전과 낮과 밤의 관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태양을 향하고 있는 한쪽 극지방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낮이고, 반대편은 밤이 그만치 계속된다.

9. 해왕성

앞서 얘기했듯이 물리적 특성과 크기, 발견 경위 등이 천왕성과 비슷한 처지이다. 목-토, 그리고 천왕-해왕 이렇게 짝을 이루는 것 같다. 그래도 지구보다도 더 새파란 게 색깔 하나는 예뻐 보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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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2호는 목성에서 토성까지 가는 데 2년, 거기서 천왕성까지 무려 4년 반, 거기서 해왕성까지 3년 반 정도가 걸렸다. 목성에서 해왕성까지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년이 걸린 셈이다. 그나마 행성들이 얼추 일렬 최단거리로 늘어섰던 천우의 타이밍 때 날아간 게 이 정도이다.

위성 트리톤은 태양계 행성들의 위성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해왕성의 자전 방향과는 반대인 역행 공전을 하고 있다.

10. 명왕성

너무 멀고 크기가 너무 작고, 보이저 탐사선의 조명조차 못 받았다 보니, 제대로 된 표면 사진조차 없이 오랫동안 상상도만 존재했던 물건이다. 최초 발견자가 미국인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굉장한 애착을 갖고 있었지만, 알고 보니 자기 궤도에서 독보적인 행성도 아니었으며 왜행성· 소행성 등급으로 결론 지어졌다.

그런데 그 작은 명왕성에도 카론이라는 위성이 붙어 있다. 이 둘은 한쪽의 크기와 무게가 충분히 독보적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두 행성의 바깥에 있다. 일종의 이중 행성계를 구성하면서 서로 상대방의 중력에 이끌려 빙글빙글 돌고 있다.

2006년에 발사된 뉴 호라이즌스 호가 9년 반 동안 보이저보다도 더 빠르게 날아간 끝에 드디어 명왕성의 표면 사진을 최초로 보내 줬다. 덕분에 명왕성의 표면은 자기보다 앞의 가스형 행성들보다 더 선명하게 잘 알려지게 됐다. 보아하니 색깔이 수성· 달이나 세레스 같은 회색이 아닌 붉은색 계열인가 본데, 화성처럼 철 성분이라도 있나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14 08:31 2018/11/1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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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96, 70년대에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해서 폰 브라운의 영도력으로 새턴 V라는 왕창 크고 아름다운 로켓을 만들었던 동안, 소련에서는 세르게이 코룔로프의 휘하에서 N1이라는 이름의 로켓을 만들었다.
그랬는데 1969년에 미국에서 아폴로 11호 미션을 먼저 성공시키자, 소련에서는 2등은 별 의미가 없다면서 유인 달 착륙 계획을 취소했다. 패배를 깔끔히 인정했다.

사실, 그 당시 소련은 그렇잖아도 미국과는 달리 로켓 엔진의 고출력 대형화를 달성하지 못해서 기술적으로 매우 고전하던 중이었다. 자동차로 치면 휘발유 엔진은 디젤 엔진만치 실린더 하나의 배기량을 무한히 키우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무작정 공간을 크게 만들어서 무식하게 연료를 한꺼번에 많이 폭발시킨다고 장땡이 아니다. 그럴수록 연소 효율이나 폭발 압력 관리 같은 난관이 커진다.

미국의 새턴 V는 맨 아래에 가장 큰 출력을 내야 하는 1단 로켓이 저렇게 딱 5개의 큼직한 엔진으로 구성돼 있었다. 분출구 크기와 주변의 사람 크기를 비교해 보라. 각각의 엔진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알 수 있다. 저게 평범한 기술로 구현 가능한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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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 소련의 N1은 자그마한 엔진이 무려 30개나 다발로 달려 있었다. 단수도 새턴은 3단이지만 N1은 4단으로 한 단계 더 많았다. 밑바닥이 무슨 자동차 휠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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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턴 V는 가장자리에 엔진이 4개 있고 중앙에 하나가 더 있는 형태인데, N1은 가장자리에 엔진이 24개 있고 중앙에 엔진이 추가로 정육각형 꼭지점 모양으로 달려 있으니.. 공교롭게도 딱 6배수 관계이다.

그런데 같은 동력을 공급하는 용도로 힘의 원천이 지나치게 많으면 제어가 너무 힘들어진다. 10기통을 훌쩍 넘어가는 스포츠카 엔진이라든가, 1km 이상의 긴 열차에서 3대 이상의 기관차가 동시에 가속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

하물며 로켓 엔진은 자동차나 비행기 엔진보다 더 많은 연료를 더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태워 없애야 한다. 그만큼 더 위험하다. 연료와 공기를 그 많은 엔진에다가 균등하게 공급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엔진들 중 한 곳에라도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뒷감당을 할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N1 로켓은 1969년부터 시작해서 수 년에 걸쳐 네 번이나 발사 시도를 했지만, 모두 폭발 사고가 나고 실패로 끝났다. 이건 나로 호 같은 자그마한 로켓도 아니고, 인간을 달에 보내는 수준의 초대형 로켓이다. 그러니 한번 실패할 때마다 등유와 액체 수소 등등 연료만 생각해도.. 허공에 날리는 비용과 손해가 장난이 아니었다. 발사대까지 불바다에 휘말려 다 날려먹었을 정도였다.

그에 반해 새턴 V는 발사 실패가 전무하고 언제나 100% 성공이었으니.. 참 대조적이다. 저 로켓의 1단 밑바닥 모양이 마치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의 운명의 차이를 보는 것 같다.

물론 세르게이 코룔로프도 천재였으며, 미국 같은 자금빨과 지원이 있어서 기술을 꾸준히 개선했으면 새턴 V에 필적하는 로켓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달 착륙용 로켓 이후로 1980년대의 우주왕복선 계열로 와서는 후속작 에네르기아 로켓이 과거 N1 로켓의 한계를 모두 극복하였으며, 소유스 로켓은 100% 무사고 성공 기록을 자랑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옛날에 달 착륙 경쟁을 하던 시절에는 소련이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우주로 날아가는 로켓은 수평으로 달리거나 굴러가면서 내기도 어려운 엄청난 고속 가속을... 중력을 정면으로 180도 거스른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구현한다는 게 정말 보통일이 아니다. 그러니 수백~수천 톤에 달하는 연료를 겨우 몇 분 만에 다 태워 없애 버린다.

수 톤 남짓한 payload를 지구 저궤도에 띄우고 우주로 보내기 위해서 이만한 연료가 필요한데, 그 연료 자체의 무게 때문에 또 엄청난 양의 연료가 추가되고.. 이런 걸 다 감안하며 계산해 보니 결국 저 거대한 로켓이 필요해진 것이다. 나라에서 세금을 걷으려면 원래 필요하던 돈뿐만 아니라 세금을 걷는 데 드는 비용까지 다 감안해서 세금을 걷어야 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저런 난관을 해결하고 대형 고출력 엔진만 만든다고 해서 일이 다 끝나는 것도 아니다.
로켓은 총알처럼 강선을 타고 고속으로 뱅글뱅글 돌면서 날아가는 게 아니고, 무슨 비행기 같은 조향 장치(rudder)가 있지도 않은데.. 진행 방향이 어긋나기가 정말 쉬워 보이지 않는가? 그거 방향이 어긋나면.. 비행기가 실속에 빠지듯이 로켓은 최악의 경우 땅으로 꼬라박아 버릴 수도 있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따져 보면.. 지금 같은 컴퓨터도 없던 반세기 전에 천체 운동 궤도를 계산하고 로켓의 모든 내부 구조를 설계한 우주 개발 공돌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천재들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또한 우주왕복선은 탐사선을 등에 업은 기형적인 자세로도 수직-수평으로 방향을 잡고 제대로 날아가는 게 정말 보통일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에는 베르너 폰 브라운(1912-1977), 소련에는 세르게이 코롤료프(1906-1966)가 있었고.. 중국에는 첸쉐썬(1911-2009) 같은 사람이 있었다. 천재 한 명이 나라의 항공 우주 기술을 다 이끌다시피했다. 우리나라...는 몰라도 일본에도 또 그런 엘리트가 분명 있을 텐데 싶다.

참고로 브라운의 경우, 정말 진성 우주덕으로서 인간을 달도 모자라서 화성에까지 보내고 싶어했는데.. 아폴로 17호 이후로 우주 개발 관련 예산이 모조리 짤리는 바람에 몹시 상심하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뭐, 천조국도 예산이 무한정 있는 건 아니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화성까지 가는 건 현재 기술도 편도로만 최하 반 년이 넘게 걸리는데.. 거기에 사람을 보내면 그 동안 뭐 먹고 어떻게 살며 귀환은 어떻게 할지 문제가 너무 어렵긴 하겠다..;;

* 보너스: 영화 옥토버 스카이

마침 10월이 되기도 했으니 저런 로켓과 관련하여 본인이 감명깊게 접한 옛날 영화가 하나 떠오른다. 바로 옥토버 스카이.. October Sky (1999)이다.
이건 Homer Hickam(1943~)이라는 미국의 실존 인물과 그의 친구들의 학창 시절 행적을 다룬 영화로, 아폴로 13과 더불어 본인의 favorite 투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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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냥 탄광촌 깡촌에서 그저 그런 아이로 살고 있었는데..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발사 소식을 계기로 로켓에 완전히 미치고 꽂혀 버려서 로버트 고다드의 후예처럼 살기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와 주변 사람들의 만류, 미친놈 취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철주야 로켓 연구만 하다가..
1960년,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지금 인텔 ISEF의 전신인 전미 과학 전람회(NSF)에 자기 로켓을 출품했다. 그리고 추진체 분야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본인도 먼 옛날에 ISEF의 허접 참가자였다. 그러니 저 장면에서 더욱 콧등 찡함이 느껴진다. (1960년은 인텔 사는 아직 없던 시절..)
그리고 저 소년이 쏘아올린 작은 로켓은 훗날 우주왕복선으로 바뀐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화 결말부를 한번 보시라.

Homer Hickam은 그 대회 입상실적 덕분에 버지니아 공대를 특채로 들어갔다. 대학 졸업 후에는 장교로 임관하여 월남전에 참전했으며, 전역 후에는 NASA에 들어가서 각종 연구 개발과 우주왕복선 승무원 양성에 관여했다고 한다.
일본 최초의 우주인이며 옛날에 <생명 그 영원한 신비> 다큐 진행자로 잘 알려진 모리 마모루도 그때 저 사람을 만났었다는 얘기다!

저런 괴짜들, 덕후들이 자기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진정한 저력이다. ㅜㅜ
1960년대에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라 하면.. 난 지금까지 실비아 라이컨스 아동 학대치사 범죄 사건(An American Crime 영화) 정도밖에 몰랐는데, 저 때 과학 전람회가 열린 곳도 인디애나폴리스이다. 시간과 공간 배경이 비슷하다.

그런데 왜 영화 제목이 뜬금없이 '10월 하늘'이냐 하면.. Rocket Boys의 단어 anagram을 의도했기 때문이다.
나도 Looking for you가 아니었으면 항공우주덕으로 기울었을 텐데.. 음악 때문에 철덕으로 방향이 고정돼 버렸다.;;

Posted by 사무엘

2018/10/02 08:30 2018/10/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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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인간을 달에 보냈다가 성공적으로 귀환시킨 새턴 V(5호) 로켓은 일체형이 아니라 세 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얘는 높이? 길이?가 110미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며, 인간이 역사상 개발한 가장 고출력 고성능 유인 이동 수단이었다.

이 로켓은 플로리다 주에 위치한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발사되었으며, 사령 본부는 거기서 좀 떨어진 텍사스 주의 휴스턴에 있었다. 둘 다 적도에 최대한 가까운 미국 남부인 것은 동일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단 로켓: 발사 직후 딱 2분 반 동안 2천 톤의 연료를 몽땅 태우고 뿜으면서 기체를 고도 68km, 시속 9921km까지 도달시켰다. 발사 카운트다운이 0으로 떨어질 때까지 가만히 있는 건 아니며, 그보다 수 초 전부터 미리 점화된다.
  • 2단 로켓: 1단의 뒤를 이어 6분 동안 기체를 고도 176km, 시속 25182(초속 7)km로 가속시켰다.

참고로 우주왕복선의 고체 연료 부스터가 분리되는 때가 마하 4 + 고도 46km정도이고, 다음으로 액체 연료 탱크가 분리되는 때가 마하 23 + 고도 110km쯤이다. 지구 저고도까지만 가는 우주왕복선보다야, 새턴 로켓이 스케일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 정도 크기의 로켓이 발사되면 그야말로 반경 수 km 이내에서 지축이 흔들리는 게 느껴지며, 전쟁이 나거나 유전이 폭발했나 싶을 정도로 거대한 화염과 연기가 발사대 주변을 뒤덮는다. 그 거대한 폭발이 철저하게 제어되고 통제된 방향으로만 발생하기 때문에 로켓이 우주로 날아가는 거지, 안 그랬으면 그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그저 불바다+폭죽밖에 남는 게 없을 것이다.

자동차든, 비행기든, 로켓이든.. 모든 교통수단들은 처음 출발하기가 제일 어려우며 이때 연료 소모도 많다.
로켓은 자동차처럼 구르면서 정지 마찰력을 극복하는 것은 없지만, 기체가 제일 무거운 상태에서 지구의 중력뿐만 아니라 공기 저항까지 극복해야 하니 고충이 크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연료가 줄어들면서 기체가 가벼워지고, 공기압도 줄어들기 때문에 로켓은 점점 더 힘이 붙는다.

이런 이유로 인해 1단 로켓이 출력이 압도적으로 가장 강하다. 1단 로켓으로 제일 강하게 가속을 받을 때는 조종사가 거의 4G까지 경험한다고 한다. 1단만 등유(케로신)를 사용하고, 2단과 3단은 수소(액체) 기반이니 모두 액체 연료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1단이 부피 대비 연료가 훨씬 더 무겁다

물론 산화제로는 모두 액체 산소를 사용한다. 연료를 많이 태워서 큰 힘을 내려면 연료를 많이 주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자동차만 해도 공기를 꾸역꾸역 많이 주입해서 엔진 성능을 향상시키려고 터보차저를 달며, 대형 여객기는 10km 남짓한 순항 고도보다 높이 올라가면 공기가 부족해서 헥헥거리기 시작한다. 하물며 우주를 날아가는 로켓은 산소를 직접 조달해야 한다.

액체 수소에 액체 산소.. 액체 연료 로켓은 내용물이 굉장히 차갑다(...). 한여름에 차가운 음료를 꺼내 놓으면 컵 주변에 이슬이 맺히듯.. 이 로켓도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고 나면 표면에 서리와 얼음덩이 같은 게 송글송글 맺히곤 했다.

2단 로켓이 분리되어 떨어질 때, 지금까지 로켓의 맨 꼭대기에 달려 있던 자그마한 비상 탈출용 로켓(launch escape system)도 같이 떨어져 나간다. 이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얘는 이건 전투기의 사출좌석처럼 비상 상황에서 자기 아래에 승무원이 탄 캡슐(사령선)만 따로 로켓 본체로부터 분리하고 탈출과 낙하를 시켜 준다. (그래도 다행히도 역대 아폴로 계획에서 이 탈출용 로켓이 실제로 승무원들을 구조하는 데 쓰인 적은 전무했다.)

총에서 발사된 총알은 안정된 궤도를 유지하며 날아가기 위해서 스스로 뱅글뱅글 돈다. 그리고 총의 총열은 단순히 총알의 진로만 유지해 주는 게 아니라, 총알이 그렇게 회전하면서 나아가게 하려고 안쪽 표면에 나선 모양의 홈이 파져 있다. 이걸 강선이라고 하는데, 그 좁고 긴 총열에 강선을 새겨 넣는 게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로켓은 그렇게 돌면서 나아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발사 중에 진로가 어긋나지 않도록 자세를 제어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처음에 발사될 때는 비교적 느리게 수직 상승하기 때문에 우리가 실감을 잘 못 하지만, 로켓은 육지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오른 뒤부터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정말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그리고 나중에는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기울어지기도 한다.

달에 가는 로켓이라고 해서 무작정 눈에 보이는 저 달을 향하여 앞? 위?만 보고 직선 지름길(?)로 나아가는 게 아니다. 지구는 자전을 하고 있고 달도 지구를 공전하니, 달이 있는 쪽만 보고 나아가는 건 애초에 직선 운동이 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무데뽀로 지구를 빠져나가는 데에는 연료가 너무 많이 소모된다.

달로 가는 로켓이라 하더라도 일단은 지구 궤도에 진입하여 지구를 1.5~2바퀴 돈 뒤(3단 로켓의 엔진도 끄고), 거기서 적절한 타이밍에 엔진을 재점화한다. 원 궤도가 긴 타원 궤도가 되게 살짝 가속을 함으로써 지구로부터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그러다가 달에 가까워지면 자연스럽게 달의 인력에 끌려가는 것이다.

이 과업을 위한 추진력을 공급하는 것이 바로 마지막 3단 로켓이다. 기체는 2단 로켓이 올려 준 고도보다 약간만 더 올라가서 188km 남짓, 일명 parking orbit에 해당하는 고도에서 이제는 수평으로 가속하는 데 힘쓴다. 200km가 채 되지 않고 우주 정거장보다도 낮은 고도이니 여기서 지구를 한없이 많이 돌고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고작 한두 바퀴 남짓만 돌다가 더 가속해서 달로 가니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1단과 2단 로켓은 연료를 다 소모한 뒤에 지구로 추락하지만, 3단 로켓은 다 쓰고 나면 우주 공간에 버려진다. 태양을 도는 궤도로 끌려 가거나, 아니면 달에 충돌하는 등 알아서 잘 사라져 줬으면 좋겠지만, 모든 3단 로켓이 그렇게 처분되지는 않은 듯하다.

2002년에는 지름 수십 m 남짓한 정체불명의 물체가 지구를 도는 것이 어느 아마추어 천문가에 의해 관측되어 J00E2E이라는 이름이 붙기까지 했는데, 이건 알고 보니 1969년에 발사된 아폴로 12호에서 떨어져 나온 3단 로켓 몸체였다. 태양 궤도로 끌려가는가 싶다가 도로 지구의 인력에 이끌려 와서 우주 쓰레기로 전락한 것이다.

아무튼 3단 로켓이 분리됨으로써 로켓은 이제 아무것도 없고 아폴로 우주선만 남게 된다. 로켓이 1~3단 세 파트로 나뉘었던 것처럼 우주선도 역시 사령선, 기계선, 착륙선(달 착륙선)이라는 세 파트로 나뉜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이들 우주선도 추진력이 있으니 소형 로켓이다.

로켓의 진행 방향이 →라고 가정할 때 사령선은 ▷ 요런 원뿔 모양이며, 기계선도 대충 요렇게 분출 노즐이 끝에 달린 원통 ▶□ 모양이다. 문맥에 따라서는 기계선도 사령선의 일부라고 보기도 한다. ▶□▷처럼..

로켓의 발사 당시에 파트들은 "3단 로켓 → 착륙선(◎) → 기계선(▶□) → 사령선(▷) → (2단 로켓과 함께 떨어져 나가고 없는 탈출 로켓)"의 순으로 배열돼 있다. 달 탐사선은 처음에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로켓의 내부에 감춰져 있다.
그런데 3단 로켓이 분리되고 아폴로 우주선이 활동을 시작할 때는 기계선과 사령선이 앞으로 나가서 180도 "유턴"을 한 뒤.. 달 착륙선과 사령선을 ◎◁□◀ 이렇게 전방에다 연결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상태로 아폴로 우주선은 달을 뱅뱅 돌다가 달 착륙선을 다시 분리시켜서 말 그대로 달에다 착륙시켰다. 승무원 3명 중 2명은 그렇게 달에 발을 디디고, 1명은 사령선에 남았다. 사령선에 남은 사람은 비록 달의 땅을 밟지는 못하지만 혼자서 달 뒷면을 구경하면서, 그 동안(뭐 한 번에 50분 남짓이었다고는 하는데)은 지구와도 통신이 끊기고 세상에서 제일 철저한 고독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달이야 대기가 없으니 지구 같은 대기권 진입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달 표면으로 자유 낙하하다가 연료 역추진으로 추락 속도를 낮춰서 땅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달 착륙선은 또 하부와 상부로 나뉘는데, 하부는 다리가 네 개 달려 있고 다시 달에서 출발할 때의 발사대 역할을 했다. 달을 떠날 때는 착륙선의 상부만이 이륙해서 달을 한두 바퀴 돌다가, 대략 110km 고도에 있는 사령선과 합체(도킹)했다. 달을 떠나서 사령선이 있는 상공까지만 가는 건 아예 모든 준비를 갖추고 지구를 떠나는 것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훨씬 더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인간이 마지막으로 달에 다녀 왔던 아폴로 17호에서는, 달에다 두고 온 월면차에다가 카메라를 설치한 덕분에 달 착륙선이 이륙하는 모습을 3인칭 시점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17호는 유일하게 밤에 발사된 달 탐사 미션이며, 아프리카 대륙 모습이 나온 '푸른 구슬' 사진을 찍은 그 미션이기도 하다.

달 착륙선이 사령선과 다시 합체하는 건 아폴로 계획 전체를 통틀어서 매우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도박이었다. 이걸 실패하면 달에 갔던 승무원 2명은 달에서 질식하고 굶어 죽게 되고, 사령선에 남았던 1명만 혼자 지구로 돌아오는 상상도 하기 끔찍한 비극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승무원을 사령선에 무사히 진입시키고 나면, 달 착륙선은 연료도 떨어졌고 더 쓸 일이 없기 때문에 다시 버려져서 달 표면으로 서서히 추락했다. 사령선은 지구 방향으로 가속을 해서 달의 궤도를 이탈하고, 지구의 인력에 이끌려서 지구로 돌아가게 된다.

아폴로 미션들 중 13호의 경우, 기계선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 때문에 달 착륙은 못 했지만 그래도 달을 멀리서 한 바퀴 돌기만 하고 모든 승무원이 지구로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다. 얘는 달 착륙선을 버리지 못하고 부득이하게 지구에 도로 갖고 오게 됐다. 허나, 달에 무사히 다녀오고 착륙선을 버리기까지 한 뒤에 그런 사고가 나서 기계선이 무용지물이 됐다면.. 승무원들은 착륙선의 기능을 이용할 수(추력, 산소 공급..) 없었을 것이며 지구로 살아서 돌아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끝으로, 이제 우주 여행의 최종 관문인 지구 대기권 재진입이 남아 있다. 아폴로 우주선은 초속 1.2km로 비행하면서 그야말로 쇠가 녹는 2000도 이상의 마찰열을 견뎌야 했다. 비록 각도는 매우 완만하지만 그야말로 총알보다 더 빠른 속도이다.
그리고 재진입 타이밍 때 사령선은 드디어 기계선과도 빠이빠이 한다. 기계선은 사령선과 같은 열차폐막의 보호 없이 대기권에서 불타 없어진다.

재돌입을 무사히 마친 사령선은 낙하산을 펴고 바다에 떨어진다. 얘는 우주왕복선과 달리 딱딱한 육지에 착륙할 수 없다. 달에 착륙할 때와는 달리 충격 완화를 위한 역추진 장치 같은 게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계선이 없이 사령선은 단독으로 아무 동력이 없으며, 활강 능력도 없다.

사령선이 망망대해의 어디쯤에 떨어질 걸로 예상되는지는 사령선의 모든 궤적을 추적 중인 본부에서 컴퓨터로 다 계산해서 파악해 놓는다. 그래서 그 지점에 군함과 헬기를 대기시켜 놨다가 승무원들을 구조하고 데리고 온다.

이상.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수천 톤에 달하는 로켓을 쏴서 사람 세 명을 달에 보냈는데 이것저것 다 떼어내고 최종적으로 돌아오는 건 저 사령선 캡슐 하나뿐이다. 아래 사진에서 꼭대기의 비상 탈출용 로켓 바로 아래의 흰 원뿔 말이다.
총알만 해도 화약과 탄피를 빼고 실제로 목표물에 박히는 탄두는 총알 전체의 크기에 비해 아주 작긴 하다. 하지만 비율이 저 로켓만치 터무니없이 작지는 않다...;;

참고로 저 높은 로켓의 꼭대기 사령선에 승무원들이 처음 탑승할 때는.. 옆의 발사대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간 뒤, 발사대와 로켓 사이에 설치된 탑승교를 건너서 안으로 들어간다. 누워 있던 길다란 로켓을 기립시키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겠다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간이 지구 중력을 탈출했다가 돌아오는 게 얼마나 끔찍하게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오로지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그 모든 난간을 뚫고 1960년대의 과학 기술만으로 그 일을 이뤄 낸 미국의 공돌이들이 그저 경이롭게 보일 따름이다.

새턴 로켓과 아폴로 우주선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이것저것 부품을 많이 떼내서 버리는데, 3단 로켓과 달 착륙선은 폐기 장소가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초기에는 그냥 해당 궤도(주로 달)에 방치한 뒤에 스스로 서서히 추락하게 했지만, 나중에는 우주 쓰레기를 만들 여지를 없애기 위해 잔여 연료로 확실하게 궤도를 벗어나고 달 표면에 신속하게 추락시키는 쪽으로 처분 방식을 바꿨다.

새턴 V 로켓의 1단 엔진은 미국 내부에서도 기술자의 명맥이 끊기는 바람에, 전해지는 설계도 도면만으로는 후대의 엔지니어들이 동일한 물건을 만들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한다. 21세기에 눈부시게 발달한 반도체 내지 전자 공학 기술만으로는 커버가 안 되는 고유한 노하우가 또 있는가 보다. 그래서 자기네 선배 직원(또는 협력업체 직원)이 옛날에 만들었던 부품을 정밀 촬영을 하고 reverse engineering을 해서 기술을 재현해 내려고 애쓰는가 보다.

우주에서는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산소, 물 같은 물질을 지속적으로 보급받을 길이 전무하니.. 인간은 지구에서 챙겨 온 보급 물자에만 의존해서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뭐, 물이야 수소 연료를 산화시킨 부산물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그리고 전세계 최고의 엘리트 공돌이들이 만들어 낸 치밀한 계획이 우주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들어맞지 않거나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틀어졌다면.. 우주에 나갔던 그 사람들은 그대로 죽음을 면할 수 없었다. 그만큼 우주는 인간에게 친화적인 공간이 아닌 것이다.

세상에는 이런 달 여행 방법을 그 옛날에 처음으로 생각해 내고 실행에 옮긴 사람도 있는데.. 잘 알지도 못하고서 이게 자작극이고 주작이라고 무식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미국의 적국이요 막강한 경쟁자였고, 대등한 우주 개발 기술이 있던 소련이 tolerant, weak, helpless해서 미국의 달 착륙을 인정하고 축하한 게 아니었다. NASA의 음모론 이러는 사람들치고 소련을 계산에 같이 넣어서 생각하는 사람을 난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1995년에 영화 <아폴로 13>이 개봉했던 시절, 미국 본토 내부에서도 영화를 실컷 잘 봐 놓고는 이게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흔한 SF물인 줄로만 안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고 한다. (☞ 이 링크에서 Silly comments on Apollo 13 검색..) "저게 현실에서 일어났으면 사람들 다 죽었겠지? / 우주에서 저런 일이 일어났으면 우주왕복선을 날려서 승무원들을 구출하지 그래?" 이랬다나 어쨌다나.. orz

Posted by 사무엘

2018/07/06 08:30 2018/07/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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