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을이 무르익어 간다. 날씨가 워낙 좋으니 밖에서 독서를 하기에도 좋고, 무엇보다 캠핑이건 비바크건 노숙이건.. 어쨌든 밖에서 자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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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잠이란 건 이렇게 자야 인간답게 아늑하고 포근하게 푹 잘 수 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
어디든지 으슥한 곳에서 돗자리 깔고 텐트 치고.. 아니면 텐트 없이 바로 침낭을 뒤집어쓰기만 하면 그곳이 곧 나의 숙소이다.

건물은 그냥 전기와 상하수도, 와이파이를 위해서 필요한 존재일 뿐이다.
밤에도 섭씨 두 자리수 기온은 추운 게 아니다. 침낭에 담요만 두르면 바로 따뜻해진다.
텐트 없이 잘 때도 긴팔은 추위 때문이 아니라 모기 때문에 필요했다.

그래도 날씨가 추워지면서 올해의 호박 농사도 끝나 간다.ㅠㅠ 호박 얘기는 나중에 추가로 할 것이고, 이 글에서는 본인이 지난 한글날 연휴 때 온라인 지인분과 가평에 다녀온 얘기를 좀 하고자 한다.

나 혼자 밖에서 잘 때야 저렇게 적당히 으슥한 곳 아무 데나 가서 노숙 수준으로 대충 자고 온다. 첨언하자면, 이렇게 텐트 치고 들어가서 혼자서 무슨 강력 범죄, 미제 살인/실종 사건, 대형 교통사고, 자연재해 같은 기사들을 읽고 있으면 등골이 오싹해지고 짜릿하고 제일 재미있다. ㅋㅋㅋㅋ

하지만 여러 사람이서 고기도 구워 먹고 놀려면 장소를 대충 잡아서는 곤란하다. 제대로 된 캠핑장이나 숙박업소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여름이 휴가 시즌이라면 가을은 캠핑 시즌인 듯? 서울 근교나 교외의 적당히 가까운 캠핑장들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 난리였다.

주말은 그야말로 1~2개월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못 쓰며, 그것도 날짜가 뜨자마자 바로 예약이 마감되는가 보다. 서울 사람들은 캠핑 못 가서 안달 나기라도 한 것 같았다. ㅠㅠㅠ
서울 하늘공원 근처의 노을 캠핑장이라든가 강동 그린웨이 캠핑장 같은 곳은 어림도 없다.

그래서 캠핑장 대신 평범한 민박, 펜션으로 타겟을 바꿔서 서울 북쪽 교외선 쪽의 장흥· 일영 유원지 일대도 알아봤다. 하지만 여기도 어지간한 곳은 주말에 찜하려면 2~3주 전 예약이 필수였다.
마치 평일에 에버랜드에 가는 것처럼 평일에 한적한 모텔이나 펜션, 캠핑장 잡고 놀아 보면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_-;;

그러니 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서 서울에서 점점 더 멀리 떨어진 오지까지 찾아보게 됐다.
낙찰된 곳은 남양주를 넘어서 가평.. 남이섬과 자라섬보다도 더 먼 곳에 있는 펜션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냥 숙소를 잡는 것에만 급급해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를 충분히 살펴보지 못했었다. 바로 앞에 맑은 시냇물(승안천)이 있네? 정도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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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함께 놀고 나서 이분들은 방에서 자고, 본인은 혼자 밖에서 잤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기는 용추 계곡이라는 긴 시냇물과 함께 ‘연인산 도립공원’ 산책로가 근처에 있었다.
그래서 이튿날 아침엔 용추 계곡을 왕복 9km에 가깝게 걸었다. 주변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고 대박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평까지 가게 됐는데 근처에 이런 보물이 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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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길게 뻗어나가는 시냇물이 가히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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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넓은 풀밭 공터도 눈에 띄었다. 이건 정황상 이건 옛날에 난립하던 불법 평상 같은 게 있던 공간이지 싶다.
이런 데서 돗자리 깔고 눕고 싶었다. 여기는 텐트는 당연히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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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이렇게 물이 깊고 많아지는 곳도 종종 나왔다.
날씨가 맑을 때였으면 경치가 더 아름다웠을 것이고, 이때보다 두세 주만 늦게 여길 찾아갔으면 나뭇잎들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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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길이 이런 좁은 흙길로 바뀌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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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치에 감동하여 본인은 10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물에 첨벙 뛰어들기도 했다. 운동화 대신 크록스 쓰레빠 신고 산책한 덕분에 입수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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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흔들바위가 있는 곳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저쪽으로 쭉 더 가면 연인산 정상까지도 도달하지만, 여전히 7~8km는 더 가야 하며 그건 지금 우리 여건으로 가능하지 않았다.
뭔가 의성 빙계 계곡 같은 분위기인데,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이 이렇게 길게 이어지니 너무 좋았다. 이거 나름 가평군에서 비교적 최근에 발굴하고 관광지로 개발한 거라고 한다. 빙계 계곡은 군립공원인 반면, 여기는 도립공원이라는 차이도 있다.

다 좋은데 여전히 아쉬운 건 돌아올 때의 교통이었다.
60번 서울-양양 고속도로.. 상행 방면에서 설악-서종-화도 사이의 미친 교통체증은 어찌할 길이 도저히 없는 건지 모르겠다. 지난 여름에도 제대로 고생했었는데..
화도 IC 내지 졸음 쉼터만 지나면 거짓말처럼 정체가 풀리는 걸 보니, 이건 사고 때문도 아니고 단순 교통량 증가 때문도 아니다. 유령 정체를 포함해 도로에 구조적인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다.

이래저래 서울은 동쪽이 양평이나 남양주 방면으로 놀러 나가는 방향이다. 주말에 동쪽으로 빠져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참 고생길인 것 같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10/17 19:35 2023/10/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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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화진포 해수욕장 + 화진포 관광지

주말이 아니라 평일이어서 그런지.. 여기는 크고 유명한 해수욕장임에도 불구하고 해변은 예상 이상으로 사람이 없고 아주 조용하고 황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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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예상 밖의 애로사항으로는.. 이 달밤--이 당시 커다란 보름달이 떴음--에도 바닷가가 하나도 시원하지 않았다. 바다가 지척임에도 불구하고 바람도 전혀 불지 않고 그저 덥기만 했다.
텐트를 세팅하는 동안 땀을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에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바닷물에 뛰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 뒤에 모래와 바닷물을 털어내는 뒷감당이 부담스러운 지경이었기 때문에 못 했을 뿐이다.

새벽에도 이제 땀이나 안 나는 정도이지, 전혀 시원하지 않았다. 그 대신 습도가 높았는지, 텐트가 밤에 비 대신 이슬 폭격을 맞아서 다 젖었을 뿐이었다. 기온이 별로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이슬이 이렇게 많이 맺힌 건 습도 탓이겠지..;
개인적으로는 이슬 물기라도 수건에다 적셔서 더위를 식히는 데 활용할 수 있었다.

그래도 모래밭은 잔디밭 이상으로 푹신하고, 파도 소리는 자장가처럼 들려서 좋았다. 이런 건 계곡이나 시냇가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다.
여기는 네임드 메이저 해수욕장이어서 그런지 모래밭에서도 공공 와이파이가 잡혔다. 내일은 벌써 연휴 마지막 날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라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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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쯤에 일어나서 날이 서서히 밝아지는 걸 지켜봤다. 그 뒤, 더 더워지기 전인 아침 7시쯤에 물놀이를 시작했다. 이미 6~7시쯤에 해가 뜨자마자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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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송지호 만만찮게 물이 맑고 얕고 정말 좋았다.
간밤에 너무 더워서 쌓였던 땀과 피로를 속 시원하게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이로써 어제부터 오늘까지 송지호, 명파, 화진포 이렇게 해수욕장 3개를 성공적으로 섭렵했다~~ ^^

8시 무렵이 되자 텐트를 흠뻑 적셨던 이슬은 순식간에 증발하고 없어졌다. 밤에도 별로 시원하지 않았는데 이젠 텐트 안에서 지내는 게 도저히 불가능해졌다.
1시간 남짓한 물놀이를 마친 뒤, 텐트를 철수하고 짐을 쌌다. 짐이 워낙 많아서 한번에 다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침구류 같은 건 화장실에 다녀올 때 조금씩 차에다 미리 옮겨 놓기도 했다.

씻고 옷 갈아입고 텐트와 매트에서 모래를 완전히 털어내는 것도 무척 신경 쓰이고 귀찮았다. ㅠㅠ
물에서 나온 직후에는 한동안 덥지 않고 시원하고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러나 뒷정리를 하느라 땡볕 아래에서 오랫동안 있으니 그 보호막이 없어지고, 물놀이 전의 더운 상태로 몸이 되돌아갔다. ㅠㅠㅠㅠ

바다는 계곡에 비해 이런 뒷정리가 참 번거롭긴 하다. 이러니 모래밭 말고 풀밭에 나무 그늘 있는 별도의 바닷가 캠핑장이 장사가 되는 것 같다. 거기는 차와 화장실과 수돗물도 훨씬 더 가까이 있고, 돌아다닐 때 모래 털어낼 걱정도 안 해도 되니까.. 단지, 텐트에서 바다까지의 거리가 더 멀어진다.

아침 9시쯤에 화진포 해수욕장을 빠져나왔다.
본인이 들렀던 해수욕장들은 모두 주차비를 징수한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차단기까지 동작하면서 주차비를 징수한 곳은 화진포 한 곳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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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호와 화진포는 육지 쪽에 호수가 있고 바닷가에 자그마한 바위섬이 있는 게 공통점이다.
그래서 화진포의 성(일명 김 일성 별장) 같은 곳에서 바닷가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고개만 돌리면 호수를 목격할 수 있다.
예로부터 돈과 권력 있는 사람들이 괜히 이 오지까지 찾아가서 별장을 만든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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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호수와 바다 사이의 캠핑장 구간에는 이렇게 숲길이 잘 꾸며져 있었다. 날씨가 더웠지만 이 기회에 여기 산책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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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전후에 공산주의자와 민족주의자 간 내란이 발생할 여지가 없게 해 달라
  • 한반도엔 소련이 개입하지 않고 미국이 단독 진입해야 된다.
  • 북괴는 저렇게 놔 두면 언젠가 반드시 침략해 올 거니까 남한 땅에 제발 일정 수준 이상의 군사력을 남겨놔야 된다. 일본군 무장 해제만이 장땡이 아니다.
  • 우리는 공산당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공산주의를 빙자한 반역 매국질을 반대하는 거다.
  • "아니, 백범 그 양반은 북한과 대화를 하려면 스탈린을 찾아가야지, 왜 김 일성을 찾아가는가?"

아아~ 건국 대통령 리 승만 할배는 저 정도로 선각자 초인이었다. 단지, 신이 아니라 인간이었기 때문에 지상락원 유토피아까지는 못 만들고, 그냥 지지고 볶고 흑역사도 있는 현실 속의 최선, 아니면 끽해야 차선의 국가를 세웠을 뿐이다.
귀가를 앞두고 화진포 리 승만 대통령 별장을 오랜만에 다시 들러서 국뽕을 한 사발 충전했다.

미국이 할배의 말을 안 들어서 우리나라가 이 지경이 됐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도 얼마나 불필요하게 고생하고 삽질을 했나 모른다.
그런데 우리도 가난하고 아무 힘이 없어서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는 처지였으니, 마냥 미국 탓을 할 수는 없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고 한계였으니 말이다.

잠깐만 험악한 막말 좀 하겠다.
리 승만이 분단의 원흉이네, 전쟁 벌여 놓고 튀었네 이 X랄 하는 개새X들,
천안함 함장보고 경계에 실패한 패잔병 씨부리는 씨X놈들. (우리가 군한테 큰 권한을 준 적은 있었냐. 무조건 선빵 맞은 뒤에만 대응 가능하고, 예방 전쟁, 선제공격, 보복 한번 못 한 주제에.. 이건 뭐 군대가 아니라 자위대지..)

그래도 걔들도 인간이니까 먼저 갱생의 기회는 줘야지. 팩트와 정답을 친절히 알려줬는데도 산업화되고 회개하지 않는다면 다 대가리에 총 갈겨서 쏴 X여 버려야 된다.
리 승만 별장에 단체 관광으로 찾아온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좋았다. 이 기붕 별장, 화진포의 성, 화진포 생태 박물관도 다시 들르기는 했는데.. 물론 7년 전 대비 달라진 것도 있지만, 사진 소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이상이다.
서울로 돌아갈 때는 7번 국도를 따라 남쪽 속초와 양양까지 갔다. 하조대 해수욕장 구경까지 잠깐 한 뒤 서울-양양(60) 고속도로를 전구간 이용해서 귀가했다.
이 도로는 긴 터널이 정말 많았다. 중부나 외곽순환 같은 익숙한 고속도로를 전혀 경유하지 않고 서울 시내로 진입하니 느낌이 색달랐다.

강원도 북쪽 끝에서 서울까지 거리가 생각보다 길지 않아서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것 같았다. 홍천-춘천 사이에서 차가 많아져서 약간 막혔지만 이 정도는 견딜 만했다. 그러나 남양주에 도달한 서종-화도 사이에서 정말 미칠 것 같은 끔찍한 정체의 헬게이트가 시작됐다.

새로 들어오는 차량들, 공간을 차지하는 일부 고장 차량들, 차로가 줄어드는 구간 등의 요인이 겹쳐서 차들이 나아가질 못했다. 차가 제대로 달리지 못하니 에어컨도 찬바람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운전이 더욱 괴로워졌다. 바깥 공기는 뜨거운 한증막 같아서 창문을 열 수도 없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여기는 도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상습 정체 구간이랜다. 그런데 어차피 주변의 다른 국도들도 왕창 막히고 있기 때문에 딴 데로 우회할 수도 없고.. 도로가 확장이 어려운 고가· 터널 일색인 데다 민자 구간(경춘)도 섞여 있어서 뭘 어찌하기가 난감한 지경이라고 한다.

뭐 이렇게 휴가를 잘 마치고 돌아왔다. 올해 정도면 2018년 폭염보다 더한 걸까? 무더위가 어서 좀 식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후일담으로 일영· 장흥 계곡이나 안양 병목안 계곡도 가 보고 싶다. 그리고 올해 유일하게 폭염경보가 없었다는 평창 대관령 일대도.. 앞으로 여름에 계속 이렇게 더우면 그런 곳도 차차 개척해 볼 생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8/17 19:35 2023/08/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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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송지호, 명파 해수욕장

텐트 안에서 편안하게 잘 자고 일어났다.
여기도 전날 저녁에는 좀 더웠지만, 새벽이 되자 텐트 창문을 닫아도 될 정도로 시원해졌다. 여기는 저녁에는 뱅이골 공원보다 덜 더웠고, 그 대신 새벽에 시원한 것도 뱅이골 공원보다 덜했다. 온도 변화가 더 작은 것 같다.

아침 8시 무렵이 되자 어김없이 뙤약볕이 내리쬐면서 주변이 몹시 더워졌다. 이제 냇가에서 물놀이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한 뒤, 텐트를 철거하고 고성으로 길을 떠났다. 차창 밖에는 꼬불꼬불 산길과 들판, 개천이 차례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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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고성의 남쪽으로 가서 지금까지 말로만 들었던 송지호 해수욕장에 들렀다. 시간은 아침 9시 무렵..
지금까지 계곡과 냇물에서만 물놀이를 하다가 넓은 동해 바다를 접하니 정말 감격스러웠다.
전날 바닷가에서 야영을 했는지 모래밭엔 텐트 몇 개가 이미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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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수욕장이 인기가 많은 이유를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모래밭이 왕창 넓으며, 반대로 동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물이 잔잔하고 얕았다. 거의 100미터 이상 들어가야 내 가슴과 목까지 물이 차더라.
쉽게 말해 황해의 얕음에다 동해의 맑고 시원함이 결합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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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 동안 시원한 바닷물 속을 거닐면서 무더위를 완전히 날려 버렸다.
너무 시원해져서 “이거 뭐 하나도 안 더운데? 피서 괜히 온 거 아냐?” 이런 배부른 생각까지 하다가..
물놀이를 마친 뒤에 열받아서 뜨겁게 달궈져 있는 핸드폰을 만지면서 현타를 체험하는 거.. 이게 개인적으로 최고로 치는 피서 경험이다.

바다는 물의 행동 패턴이나 물놀이 하는 방법이 계곡· 냇물과는 완전히 다르다.
바다는 모래와 소금물 씻어내기라는 후처리가 필요해서 물놀이를 하는 게 다소 번거롭다. 그리고 물놀이를 하는 동안에는 그늘의 혜택을 전혀-_-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피부가 더 타기도 쉽다.
그래도 계곡하고는 비교할 수 없이 넓고, 물 속 바닥 지형이 더 부드러운 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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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소지품의 맨 위에다가 호박 쿠션을 올려 놓으니 멀리서도 눈에 잘 띄고 좋았다~~~ ㅋㅋㅋㅋㅋ
해수면과 모래밭이 이렇게 높이 차이가 나는 건 황해는 절대 해당사항이 없지. 동해 맞다.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는 근처의 카페(샌드스케치)에서 오전 내내 쉬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옷을 말리고 인터넷을 확인하고, 노트북과 폰과 배터리를 잔뜩 충전하면서 보급을 넉넉히 받았다. 어제 진부령 캠핑장에서는 꽤 오랫동안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배터리를 또 왕창 소모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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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국도 7을 타고 북쪽으로 한참을 달려서는.. 대한민국 최고위도 최북단에 있는 명파 해수욕장을 찾아갔다.
고성군은 서쪽이 몽땅 산이며 휴전선도 거의 수직으로 쫙 그어져 있다. 그래서 종축 간선 도로인 7번 국도의 좌우로 마을이나 해수욕장이 포도송이처럼 송송 매달려 있는 형태이다.

송지호에서 명파까지는 직선 거리로 25km가 넘었다. 도로는 쌩쌩 달리기 좋긴 하지만 조금 달릴 만하면 교차로 신호에 걸려서 서야 하는 게 애로사항이었다. 아무래도 고속도로가 아니니까.. =_=

송지호 해수욕장 주변은 제법 마을이 있고 으리으리한 호텔도 지어져 있었던 반면, 명파 주변은 자본주의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듯이 낙후한 시골 깡촌이었다. 7번 국도 구도로를 끼고 산길을 오르내리면서 접근하는 것도 훨씬 더 불편했다. 뭐, 여기는 통일 전망대 검문소가 지척에 있을 정도의 최북단 오지이니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다.

7년 전에도 여길 가 본 적이 있었는데 이 정도로 차이가 났었나? =_=;; 물론 그때는 해수욕장이 폐장 상태였기 때문에 명파는 해변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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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파는 모래밭과 해변의 크기도 송지호보다 더 작았다. 하지만 낮 시간이고, 또 전국 최북단이라는 인지도가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피서객이 많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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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여기서도 30분이 넘게 2차 물놀이를 하면서 또 시원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해수욕장이 규모가 작으니 주차장에서 모래밭까지, 모래밭에서 바닷물까지 거리가 짧고 금방 갈 수 있었다. 이게 의외로 편하고 좋았다. ^^

현장에 있던 당시에는 명파나 송지호나 수질은 비슷하고 명파가 좀 더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명파는 송지호보다 물이 덜 맑은 것처럼 찍혔다. 시간대와 광량, 카메라의 상태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진짜로 그런 수질 차이가 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명파에서 물놀이를 마친 뒤에는 고성군에서 중심부에 속하는 간성읍에 갔다. 여기서 개인적인 쇼핑과 잉여질을 하고, 낮잠도 한숨 자면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보급을 받았다.
읍내의 도로에는 의외로 "30분 이상 주차 시 단속"이라는 페널티가 걸려 있었다. 해수욕장 때문인지 양구· 인제보다는 주차 조건이 더 빡빡했다. 그래서 차를 오래 세우려면 골목 같은 더 구석을 찾아 들어가야 했다.

해가 진 뒤, 이번 여행의 종지부를 찍은 곳은 화진포였다. 여기도 7년 전에 들러 보긴 했지만, 그래도 경치가 워낙 좋은 곳이니 또 들를 가치가 있어 보였다.
캠핑도 여기 모래밭에서 했다. 이로써 강가 캠핑과 바닷가 캠핑을 모두 달성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8/15 08:35 2023/08/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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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후 보급 + 진부령 유원지

이렇게 두타연과 첫 물놀이 미션을 마친 뒤엔 더 동쪽의 인제· 고성으로 향했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게 됐는데..
전날 캠핑을 했던 장소인 뱅이골 공원에 다시 들러서 여기서 잠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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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시각은 12시 반. 정말 살인적인 뙤약볕이 내리쬐었지만 이 그늘 아래의 벤치는 생각보다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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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원은 쉬거나 캠핑을 하는 장소로 정말 좋은 것 같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완전 한적하고 조용하고 자연의 정취가 느껴지고.. 이런 곳에서 최대한 오래 머물러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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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에서 인제로 갈 때는 국도 31을 타고 쭉 달렸다. 이 도로로 진입하기 위해서 어제 들렀던 파로호 부근까지 되돌아가야 했다.
이거 말고 다른 길은 지방도 453이 있더라. 얘는 양구 해안면 펀치볼을 경유하는 꼬불꼬불 산길인데.. 경치는 좋을 것 같지만 딱 봐도 경로가 국도 31보다 더 삽질스러워 보여서 그리고 가지 않았다.
하긴, 7년 전에는 제4 땅굴과 을지 전망대를 보러 해안면으로 갔으니 저 길을 지나갔지 싶다.

산을 하나 넘고 긴 터널을 지나니 행정구역이 인제로 바뀌었다. 가는 길에도 시냇물과 계곡을 몇 번이나 마주쳤으며, 거기에도 대낮부터 텐트 치고 캠핑하는 사람이 여럿 보였다.
본인은 인제군 원통리 읍내에서 그야말로 총체적인 보급을 받았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으며, 근처 카페에 들러서 약 2시간 동안 인터넷을 확인하고 노트북과 폰, 보조 배터리를 가득 충전했다. 여기가 정말 오아시스 같았다.

그 다음 인제에서 고성으로 가는 길(국도 46)도 아주 경치 좋은 산길이었으며, 산을 하나 넘으니 계곡을 나란히 따라갔다. 이런 길을 오랫동안 운전하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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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과 진부령이 나뉘는 갈림길 부근에서는 온통 황태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던데.. 그뿐만 아니라 이런 명물이 있었다.
'매바위 인공 폭포'라고 높이 83미터짜리 폭포라고 한다. 그 많은 물을 어디서 어떻게 저 높은 곳까지 끌어올렸다가 떨어뜨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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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보라와 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못해 쌀쌀할 정도였다. 여기도 정말 훌륭한 피서지였다.
그리고 저 맑은 물에 바로 뛰어들어서 몸으로 폭포수를 직접 맞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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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령 정상에 도달했다가 쭉 내려가는 도중엔 이렇게 졸음 쉼터가 잘 꾸며져 있었다. 지방도 460에 있던 그 해산 전망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제 날도 슬슬 저물고 있는데, 이런 풀밭에 텐트를 치고 자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하지만 여기는 물놀이를 할 곳이 없고 화장실도 없으니.. 원래 캠핑을 하기로 계획한 곳까지 그냥 갔다.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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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이다. 둘째 날 캠핑을 한 곳은 진부령 유원지이다. 이번에는 아무도 없는 오지가 아니라 정식 캠핑장을 찾아갔다.
어쩌다 보니 입장료 지출까지 하게 됐지만, 이게 나름 장점도 있었다. 시냇물이 바로 코앞에 있는 곳에다가 차를 대고 텐트를 칠 수 있었으며, 수돗물과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캠핑장에는 나 말고도 텐트를 친 팀이 3개 정도 더 있었다. 의외로 애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는 아니고 다들 중· 장년 아저씨들이었다. 그래도 캠핑장의 면적에 비해 이 정도면 아주 조용하고 한산하고 공간이 충분히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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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은 맑고 시원하고 양도 많았다. 얕아 보여도 깊은 곳은 나름 가슴까지 물이 찼다.
낮에 이어 저녁에도 온몸을 시냇물에 담그니 무더위가 완전히 날아가고 세상 근심 걱정까지 다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물놀이를 마친 뒤엔 텐트 안에 누워서 글과 코딩 작업을 했다.

이렇게 여행 둘째 날이 저물었다. 지금까지 산과 계곡을 즐기는 여행을 했다면, 다음 날부터는 바다를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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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3 08:35 2023/08/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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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타연 + 물놀이

새벽에 뭔가 싸늘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떴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주변은 더워서 땀이 날 정도였는데 지금은 기온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뚝 떨어져 있었다. 텐트 창문을 닫고 심지어 텐트 커버를 덮어야 할 정도였다.

유일한 애로사항이던 무더위가 해소되니 여기는 진정한 지상락원 무릉도원으로 거듭났다. ^^ 먼 길을 달려 피서를 떠난 보람이 있었다. 이 상태로 아침 8시 무렵까지 있으면서 푹 잘 쉬었다.
(스포일을 미리 하자면.. 이게 이번 강원도 여행 전체를 통틀어서 경험했던 가장 시원한 밤이었다. ㄲ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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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벌써부터 열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텐트가 나무 그늘 아래에 있었던 덕분에 아직까지는 별로 덥지 않았다. 이제 여기서 북쪽으로 몇 km 남짓 더 가서 두타연 관광을 떠났다.

두타연~~!! 평화의 댐 근처에 이런 게 있다고 얘기는 어렴풋이 들어 왔지만, 민통선 안에 있다고 그래서 지금까지 범접하지 못했다. 지금은 1회당 최대 100명씩 하루에 3번만(아침 10, 오후 1, 오후 3) 군인들의 통제 하에서 입장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나야 제일 이른 아침 10시를 선택했다.

저기는 민통선 안이기 때문에 들어가려면 마치 국제선 비행기를 타는 것 같은 보안 검색을 거쳐야 했다. 차 뒷좌석과 트렁크를 군인에게 형식적으로나마 보여줘야 했을 정도이니..
그 뒤 수십 명의 인원이 자기 차를 몰고 일렬로 늘어서서 한꺼번에 입장하고 퇴장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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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민통선 입구(안내소)에서부터 두타연 바로 근처의 내부 주차장까지도 수 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그 찻길은 몽땅 비포장이더라. 한번 주행하고 나면 차가 흙먼지를 왕창 뒤집어쓰기 때문에 세차를 해 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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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편한 절차를 감내하고 결국은 두타연 계곡을 보게 되었다. 강물이 한데 고였다가 흐르는 커다란 계곡? 물웅덩이 내지 폭포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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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경치는 듣던 대로 정말 아름답고 한편으로 웅장했다. 하지만 힘들게 찾아갔는데 여기서 물놀이나 캠핑을 할 수 없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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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의 자유도는 단체 패키지 관광보다 약간 나은 정도였다. 그냥 서너 팀 정도로만 갈라져서 군인이 지켜보는 상태로 1시간 남짓 머무르는 게 전부였다. 가이드만 따라다닐 수도 있고, 가이드의 페이스가 답답하면 몇몇 무리에 껴서 이탈할 수 있었다.
(원래는 이 정도까지 통제는 안 했댄다. 허나, 최근의 그 미군 월북 사건을 계기로 보안이 더 강화됐다고.. =_= 아놔 그거랑 이게 뭔 상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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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아래에서 한 컷.. 이런 몇몇 지점에서 계곡 물에 손발을 잠깐 담그는 것까지만 가능하다. 이런 곳에서 제대로  쉬지를 못하고 그냥 눈요기만 하고서 허겁지겁 돌아와야 하다니. ㅠㅠㅠ
모든 관광객들은 목걸이를 받는데, 거기에 GPS가 달려 있다고.. 돌발행동이 감지되면 군인들이 바로 출동한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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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연 소개는 이 정도까지 하련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는 민통선 이북 특유의 자연 경치 하나는 정말 죽여 준다.
그러나 나 정도로 안보 관광에 관심이 있거나 자연 계곡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런 보안 불편을 감수하고까지 꼭~~ 갈 만한 곳이라고는 말을 못 하겠다. 물놀이 텐트질을 할 거면 그냥 여기보다 더 서쪽의 천미 계곡을 한번 더 가는 게 나을 테니까.
여기는 특별한 곳에 한번 와서 이런 비경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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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연 입장 안내소로부터 1.5km 남짓 남쪽에는 다리 아래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여기는 두타연과 달리 입장에 아무 제약이 없다. 그러니 본인은 여기서 물놀이를 하면서 더위를 식혔다. 시원한 냇물에 온몸을 적시니 낮 기온 35도에 달하는 폭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오전 시간을 이렇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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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0 19:36 2023/08/1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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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는 말

본인은 지난 4월 말에 경기도 광주 일대를 다녀온 뒤, 이 달(6월) 초엔 우리나라 중북부 전방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6일 현충일이 화요일이어서 징검다리 연휴가 있었는데, 마침 직장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사람은 전날 월요일에도 자기 연차를 써서 다들 쉬라고 사실상 전사 휴무 조치를 내렸다.

이에 본인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 새 버전이 나온 것도 기념할 겸, 6월 3일 토요일 아침에 집을 출발했다. 가평-춘천-철원-화천-포천의 순으로 동선을 짜서 6월 6일 현충일 아침에 집에 돌아왔다.

원래는 이번 여행에서 연천을 답사하고 싶었다. 태풍 전망대와 함께 횡산리 민통선 마을을 구경하고, 상승 전망대와 함께 제1 땅굴 관련 전시물을 관람하려 했으나.. 저기는 방문하는 게 좀 므흣해 보였다.
단체 안보 관광 패키지가 있지도 않으면서 동승자가 전혀 없는 1인 단독 방문은 번거로워서 그런지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는댔다. 그래서 지금 내 처지로는 방문하기가 좀 난감해서 이번에는 보류하게 됐다.

이번 여행에서는 서쪽 연천 방향 대신, 동쪽 양구 방향으로 더 다녀왔다. 그런데 이것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2016년 강원도 여행과 약간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그건 벌써 7년이나 전 일이고 저기는 얼마든지 다시 가 볼 가치가 있었다.
사실, 철원에도 지난 2014년에 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무려 9년 전 일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때와 전혀 겹치지 않는 곳만 들렀다. 이런 식으로 이번 여행은 예전의 여행을 많이 보완하면서 더 즐거운 추억을 내게 남겼다.

1. 가평 남이섬 + 춘천 시내

2010년 직장 워크숍 이후 13년 만에 남이섬에 다시 가 봤다. (그때는 경춘선 전철조차 아직 없던 옛날이었..)
개인적으로는 남양주를 넘어 가평과 춘천까지 열차가 아니라 자가용 운전으로 가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고속도로(60) 대신 수석-호평 고속화도로, 국도 46 등 다양한 도로를 타면서 갔다. 이른 아침부터 차가 생각보다 아주 많고 길도 좀 막힌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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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주변의 북한강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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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중앙의 메타세콰이어길과 꼬마열차 철길밖에 본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섬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돌고 중앙의 숲과 풀밭까지 다시 돌아다니면서 모든 구역을 꼼꼼히 살펴봤다.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 2시간 반이 걸렸으니 오전 시간 전체를 여기서 보냈다.
남이섬은 둘레가 4~5km, 면적은 0.46제곱km에 달한댄다. 0.3제곱km 남짓인 마라도보다도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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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날씨가 너무 좋았다. 하늘이 맑고 파랗고, 더워도 딱 적당하게 기분 좋게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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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컸다. 숲길, 풀밭, 흙길 등 여러 주제별로 생태 공원을 아주 잘 꾸며 놓아 있었다. 중앙에는 물론 카페와 공연장도 있어서 도떼기시장 같은 곳도 있다.
직접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이동 수단도 꼬마열차뿐만 아니라 짚라인, 공중 레일바이크, 자전거, 전기차로 정말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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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이런 것도 예전부터 하고 있었나? 한쪽 구석에다가는 숙박업까지 시작했는지 아예 투숙객이 하룻밤 자고 가는 용도인 팬션과 호텔 객실도 지어져 있었다. 언젠가 나중에 나도 이용해 보고 싶다. =_=;;
아니면 돗자리 정도라도 가져갔으면 유용하게 썼을 텐데.. 옛날 기억이 너무 오래돼서 섬을 실제 크기보다 너무 작게 생각했던 게 실수였다.

아침 9시 무렵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섬이 아주 한산한 편이었다.
그러나 11시쯤 되자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 본인이 퇴장할 때쯤엔 관광객이 수백 명씩 꾸역꾸역 들어오고 있었으며, 주차장은 관광버스들로 꽉 차 있었다. 역시 아침에 좀 일찍 출발했더니 이후의 모든 일정이 더 순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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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이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닭갈비가 그렇게 유명해졌나 모르겠다. 마치 마라도가 짜장면이 유명해진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데 말이다. =_=;;
남이섬에서 춘천 시내로 들어가는 길도 일일이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바깥 경치가 대단히 좋았다. 산과 강, 호수, 댐이 가득했고 길도 고가 교량 아니면 오르막 내리막 언덕 형태였다.

닭갈비는 다 똑같은 닭갈비인 것 같은데 유명 맛집은 그래도 뭐가 다른 것 같았다. 정규 식사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2~3시에도 주차장에 차들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예약 대기가 넘쳐났다. 이 식당은 낮 시간대 브레이크 타임이라는 게 없겠구나 싶었다.

뜬금없는 얘기이다만, "토평 IC"라는 표지판을 보니까 자꾸 토익 TOEIC이 떠오른다. 이것도 강박관념인가? -_-;;;
그리고 춘천이 호반의 도시가 아니라 호박의 도시라고 기억됐으면 좋겠다. ㅋㅋㅋㅋㅋㅋㅋ

2. 철원에서

이렇게 가평· 춘천을 찍은 뒤, 서북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철원으로 향했다. 포천을 거쳐서 철원으로 가는 길(국도 37, 43)은 큰 특징 없이 평범한 4차선 국도 위주였다.
저녁 5시쯤엔 포천 영중면의 38선 휴게소라는 곳에 도착해서 여기 풀밭에서 돗자리를 깔고 쉬고, 가져온 간식을 좀 먹었다.

그 뒤 날이 슬슬 저물어 가는 시간대에 철원의 남부 지역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고 근처에 한탄강이 지나는 곳을 무작정 찾아서 서쪽으로 갔는데, 교량 아래로 아주 멋진 낚시터 겸 캠핑용 공터가 있었다. 이미 낚시 중이거나 텐트를 친 사람도 몇몇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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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정말 시원스럽게 많이 흐르고 있고 유속이 빨랐다. 모든 것이 좋았지만 물이 흐리고 탁하고 별로 맑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물놀이는 못 하고 그냥 텐트 치고 물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탄강을 제대로 즐기려면 동송읍 방면으로 최소한 고석정 정도 되는 상류를 찾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동선은 그쪽이 아니다 보니 그리로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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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하루 종일 돌아다닌 것 때문에 피곤했는지 금세 잠들었다. 사실, 철원으로 가던 중에도 운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졸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텐트 안도 많이 더웠지만 밤 11시가 넘어가니 이제 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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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이런 폭포 비스무리한 것도 있던데..^^
이렇게 첫째 날엔 그 유명한 철원 한탄강 부근에서 숙박을 했다. 좀 더 북쪽 상류로 가서 고석정 근처에서 캠핑을 했으면 경치가 더 좋았을 것 같긴 한데.. 그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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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8 08:35 2023/06/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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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광 -- 下 (202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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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어디든 단풍의 경치가 아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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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통령 관저는.. 이렇게 담장이 둘러진 으리으리한 한옥 기와집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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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뒤로 이런 언덕 산책로가 있다.
사진으로 소개하지는 않지만, 청와대 내부엔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라고 원래 경주에 있던 불상이 떡 옮겨져 있었다. 100여 년 전, 일제가 뜬금없이 무거운 불상을 열차에다 실어서 서울 여기까지 옮겨 온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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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의 뒤통수를 언덕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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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웬 농구 골대까지..?? 청와대 직원이나 대통령 자녀가 농구를 하고 놀라고 있는 시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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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는 넓은 풀밭도 있고, 연못과 개울도 있고 오솔길도 있어서 산책하기에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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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유독 문 재인 대통령 부부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식수가 두 곳이나 있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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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춘추관. 건물 내부는 개방되지 않았다.

3. 촬영용 세트, 그리고 미래 전망

(1) 이제 국내의 민간 지도에 청와대는 당연히 노출되고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더 서쪽에 청와대 직원(?? 특히 경호실)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인 일명 '대경빌라'를 비롯해, 청와대를 두르는 각종 군사 시설들은 여전히 비공개 상태이다.

(2) 경남 합천에는 '합천 영상 테마파크'라는 촬영소가 있는데, 거기에는 청와대 본관을 2/3 크기로 재현한 세트가 있다. 과거에 '태양의 후예'처럼 청와대 씬에서 가상의 대통령이 나오는 영상물은 이런 세트에서 촬영되었지 싶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 청와대가 이렇게 떡 개방되었으니, 가짜 청와대 세트는 앞으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2020년대 이전의 '제6공화국'을 배경으로 하는 정치 드라마나 영화는 진짜 청와대를 며칠 틀어막고 그 안에서 찍으면 될 테니 말이다.

(3) 참고로 남양주 종합 촬영소에는 '판문점 세트'가 있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판문점은 평범한 민통선 이북 마을도 아니고, 겨우 영화 촬영 '따위'의 목적으로는 절대 드나들 수 없는 극도로 민감한 곳이다. 그러니 무슨 남북 통일이라도 되지 않는 한, 가짜 세트가 반영구적으로 현역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뭐, 판문점 세트가 필요한 영화나 드라마도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JSA 말고 또 있기는 했나?)
미래에 레알 판문점도 지금 청와대처럼 전면 개방되고 역사의 유물로 보존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4) 그나저나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남양주 촬영소는 부산에 만들어지는 더 큰 촬영소로 대체되어서 2017~18년 사이에 문을 닫고 없어지려는 듯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대체 촬영소가 만들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2020년대에 와서는 남양주 촬영소를 다시 존치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고 한다.
특정 소재의 영화· 드라마 촬영을 위해서는 옛날 자동차뿐만 아니라 이렇게 유명 장소의 세트가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5) 청와대와 판문점뿐만 아니라 국정원도 만약 가까운 미래에 더 외곽의 지방 모처로 이전한다면?? 그럼 지금 내곡동에 있는 시설 일부가 있는 그대로 개방되거나 심지어 박물관· 기념관 정도로 남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대공분실 일부가 역사 유물로 보존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아파트가 국정원의 너무 근처까지 마구 지어지고 있고, 내가 보기엔 쟤들이 보안을 유지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정원이 이전할 때쯤이면 대모산의 남쪽 반틈도 시민에게 돌아온다고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지 않을까? 국정원을 이전할 때쯤 가락시장 부근에 소재한 전파 관리소도 같이 이전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6) 청와대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본 건데.. 오랫동안 봉인됐던 걸로 유명한 '송현동 공터'도 요 얼마 전에 결국 공원으로 조성되어 시민들에게 개방됐다(열린 송현 녹지 광장). 거기는 땅값은 드럽게 비싼데 규제가 너무 심하게 걸려서 업무 건물을 제대로 올릴 수 없고, 뭔가 수익을 낼 껀덕지가 없었다. 그냥 국가가 접수해서 공공장소를 만드는 게 차라리 더 나았지 싶다.
덕수초-구세군 쪽의 공터는 아직도 문화재 발굴 측량을 하는 건지, 뭐 어찌할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 ^^

Posted by 사무엘

2022/12/21 08:35 2022/12/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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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광 -- 上 (2022/11/13)

본인은 지난 11월, 산들이 온통 단풍으로 붉게 물들고 있을 때, 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청와대 관광을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예전에 청와대는 정문 입구 정도가 아니라 근처 도로의 양 끝에 검문소가 있고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었다. 길거리 블록 전체가 봉쇄돼 있었기 때문에 허가받지 않은 차량이나 보행자는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할 수 없었다.
기자들이나 프레스센터 격인 저 남동쪽 외곽의 춘추관에 접근 가능했고, 아주 특별한 일로 청와대에 초청받은 민간인이라면 남서쪽 외곽의 영빈관이 마지노 선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근무하는 본관에 출입..??? 어림도 없는 일이고 더구나 대통령 가족의 사생활과 관련이 있는 관저는 더욱 접근할 길이 없었다.
민간인이 자유롭게 드나들거나 민간 지도에 표시될 일이 영원히 없을 것 같던 이 시설이 하루아침에 무슨 조선 시대 고궁 같은 관광지로 바뀌다니.. 참으로 경이롭기 그지없다.

1. 개방 내력

청와대는 초창기에는 경무대라고 불렸다가 1960년, 윤 보선 때 지금과 같은 청와대라는 명칭이 부여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는 건물들은 상당수가 1990년대에 지어진 거라고 한다.

청와대는 국가 원수가 상주하는 곳이니 그렇잖아도 철통같은 보안과 경비가 상시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1968년, 1· 21 사태 때 북괴의 무장공비가 청와대 바로 앞까지 침투해 들어왔고, 생포되었던 김 신조가 "내레 박 정희 목 따러 왔수다"라고 읊기까지 하자 온 나라가 준 전시 상태로 발칵 뒤집혀 버렸다.

이땐 전군 장병들의 전역이 경계 모드가 풀릴 때까지 무기한 연기됐었고.. 좀 단축되려던 군복무 기간은 6· 25가 휴전으로 끝난 직후와 동일한 3년으로 도로 환원돼 버리고, 전국민 주민등록번호에 예비군, 5분 대기조.. 별별 불편한 조치들이 이때 생기게 됐다. (심지어 북파공작원까지 몰래 양성을 시작한 건.. 얼마 못 가 흑역사가 됐지만 말이다..;; )

이렇듯, 1· 21은 20여 년 전의 6· 25와 동급으로 우리나라의 안보에 굉장한 충격과 트라우마를 안긴 셈이다.
그런데, 그땐 이런 조치들이 마냥 엄살이 아니었다. 같은 해 말에는 또 울진· 삼척에 100수십 명에 달하는 북괴 무장공비가 여러 차례에 걸쳐 대규모로 침투했었기 때문이다.

북괴는 무장공비를 보내서 뭔가 당근을 제시하면서 주변 주민들을 설득하고 동화시킬 생각을 안 하고, 무식한 폭력을 동원해서 협박하고 죽이고 부술 생각만 했다. 쟤들은 자꾸 무장공비를 보내서 남한을 흔들어 주면 체제가 혼란스러워지고 대남적화가 이뤄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남한도 투철한 반공 멸공 정신으로 무장해서 힘에는 힘으로, 악과 깡과 근성으로 대응했다.
그러니 북괴의 전략은 전혀 통하지 않고 역효과만 났다. 놈들이 저러면 저럴수록 남한 사람들도 민· 관· 군이 더욱 손잡고 힘을 합쳐서 "때려잡자 공산당"이 되고 북괴에 대한 적개심만 극심해질 뿐이었다.

이 1· 21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를 둘러싸는 모든 산들은 군사시설 보호 구역이 되고 거의 DMZ 급으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고 꽁꽁 묶였다.
다만, 한 치의 예외 없이 몽땅 출입금지는 아니고, 북악스카이웨이 도로가 닦이고, 평창동 마을이 조성되기도 했다. 청와대 이북으로도 최소한의 주민이 좀 있어야 간첩이 침투한 걸 발견하고 신고를 할 테니 말이다.

북악스카이웨이는 개통 당시에는 톨게이트가 있는 유료 도로였다. 1970년대에 자가용을 굴리면서 이 길을 다니는 게 가능한 사람은 극소수였으며, 일반 서민들은 여기를 택시 타고 관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럭셔리한 신혼여행 코스였다. ㄲㄲㄲㄲ
그렇게 청와대 주변은 오랫동안 꽁꽁 묶여 있었는데..

1993년, 김 영삼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청와대의 남서쪽 외곽.. 궁정동 안가가 철거되고 무궁화 동산이라는 공원이 조성되어서 대중에게 개방됐다.
그리고 청와대가 내려다보인다는 이유로 접근 금지이던 인왕산이 1주일 중 하루만 제외하고 개방됐다. 단, 청와대가 내려다보이는 포토존에는 감시 요원이 상주했다.

그러다 2007년, 북악산에서 청와대 쪽으로 더 가까이 한양도성을 따라가는 성곽 탐방로가, 신분증 까고 목걸이를 받는 형태로 개방됐다. 이때는 전국의 국립공원들이 입장료 징수가 폐지되고 전면 무료화되기도 했다.
다음으로 2009년엔 북악산의 김 신조 루트가 개방되었고, 저 멀리 우이령길이 국립공원 탐방 예약 형태로 개방됐다.

201x년대, 문 재인 대통령 시절엔 어느 샌가 인왕산에 감시 요원이 없어졌다. 그리고 북악산 남쪽의 한양도성 탐방로도 목걸이를 받지 않고 출입 가능해졌다.
나중에는 그 남쪽 탐방로 구간과 북쪽의 북악스카이웨이 사이 탐방로가 추가로 개방됐다.

그 뒤 2022년, 윤 석열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청와대가 통째로 개방돼 버렸다. 30여 년 전, 무궁화 동산 정도나 찔끔 개방됐던 김 영삼 시절에 비하면 얼마나 큰 변화인가?
아 참고로 2003년, 노 무현 대통령 때는 대통령 전용 '별장'이던 청남대가 민간 관광지로 완전히 개방되긴 했었다. 청와대 말고 청남대 말이다. ㅋㅋㅋ

이제는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으로, 사저는 한남 쪽으로 이전했다. 그에 걸맞게 이제는 촬영 감시 요원이 인왕산이 아니라 남산 정상에 상주하게 됐다.
남쪽의 용산 둔지산 언덕에서는 미군 부대가 완전히 철수하고 나가듯(모두 평택으로..), 북악산은 수방사 군대를 동원해서 지킬 필요가 없는 평범한 야산으로 차차 바뀔 것이다.

2. 내부 구조

저기는 청와대 공식 웹사이트에서 간단히 예약만 하면 방문 가능하다. 방문 예정 날짜와 시간대, 일행 연락처와 인원수를 입력하면 되는데, 보아하니 방문 날짜 이상으로 시간대는 막 꼼꼼하게 체크하지는 않는다.

권장되는 청와대 내부 체류 시간은 1시간 반이며, 본인의 경험상으로도 이 정도면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그 시간을 초과해서 청와대 내부에 짱박혀 있는다고 해서, 많은 관광객들 중에 당신을 골라내서 내쫓거나 페널티를 줄 시스템 같은 건 존재하지 않더라.
예약 시스템은 특정 시간대와 날짜에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정말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그리고 위치가 위치이다 보니, 자가용을 끌고 갈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청와대 정문까지 가장 가까이 가는 대중교통은 2022년 현재 서울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순환 버스인 01로, 남산 정상과 광화문, 청와대를 쭉 잇는다. 그거 말고는 효자동까지 가는 7212 같은 다른 버스를 타도 된다.

01은 이제는 색깔조차 2004년 버스 개편 당시에 제정됐던 노랑을 포기하고 초록이 된 듯하다. 사실, 노란 버스는 학교나 유치원 버스 같은 인상이 강하긴 하지.. =_=;; 지금은 서울 버스들 중에 노랑과 빨강은 사실상 망한 것 같다. ㄲㄲㄲㄲ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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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파악한 게 맞다면, 청와대는 서쪽의 영빈문, 중앙의 정문, 그리고 동쪽의 춘추문 셋 중 한 곳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다. 특별히 01을 타고 정문 근처에서 내린 게 아니라면, 보통은 버스 정류장에서 가장 가까운 서쪽부터 들어가게 된다. 얘는 영빈문을 지나면 보이는 영빈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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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안은 무슨 역시 무슨 대학교 캠퍼스나 산기슭 근린공원 같은 느낌이다.
건물 내부가 개방된 건 (1) 영빈관과 본관 둘뿐이다. 거기에다 관저는 건물 안까지 들어갈 수는 없지만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볼 수는 있는 정도이다.
나머지는 (2) 그냥 청와대 내부의 각종 건물들과 풀밭, 정원을 구경하고, (3) 청와대를 두르고 있는 언덕을 산책하면서 일부 옛날 문화재 유적을 구경하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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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빈관 내부. 뭔가 뉴스에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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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이 가장 좁은 의미에서 청와대라고 부를 수 있는 본관 되시겠다.
본관만이 나름 가장 많이 개방되어 있고, 내부에서 2층까지 올라가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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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로만 듣던 역대 대통령들 사진과 영부인 사진도 이렇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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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서울 역 건물이 지금은 '문화역 서울 284'로 바뀐 것처럼 청와대 건물도 그런 식으로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옛날 서울 역은 대한민국 시기가 아니라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졌으니 위상이 청와대와는 좀 다르다고 하겠다.
아까도 얘기했듯, 청와대 안에서 실내 구경은 여기까지가 끝이다. 다음부터는 실외 구경만이 이어졌다.

Posted by 사무엘

2022/12/18 19:35 2022/12/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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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근황 -- 몇몇 생각, 여행 등

1. 환절기

이번 주쯤부터 날씨가 갑자기 확 급변해서 굉장히 시원해졌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지 않고, 밤에는 20도 초까지 기온이 내려가니.. 폭염과 열대야가 싹 사라지고 정말 천국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당연히 캠핑을 하기에도 최적의 환경이 갖춰졌다.

자정 무렵까지만 해도 찬물을 바로 끼얹거나 냉탕에 바로 뛰어들어도 될 것 같았는데
새벽이 되니 급 싸늘해져서 텐트 창문을 닫고 얇은 이불이라도 덮어야 할 지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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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호박호~~~박~~ 행복행복행....복 ㅎㅂㅎㅂㅎㅂ~~!!
텐트 문을 여니까 곧바로 강물이 비쳐 보인다. 내 마음과 멘탈도 힐링힐링.
호박에 대해서는 별도의 근황글에서 추가로 다룰 것이다.
여름이 가는 건 좋지만.. 점차 추워져서 밖에서 호박을 키울 수 없는 시기도 다가오는 건 아쉽다.

2. 잠시 정치 얘기

우리나라가 정권이 바뀐 지 3개월, 100일이 넘었다.
나도 저 사람이 하는 일이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 정권의 씻을 수 없는 양대 죄악인 "탈원전과 탈북자 북송"을 딱 정확히 공략하여 수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고 현 정권이 선출된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화이팅이다, 힘내라~!!

그 새X는 절대로 편하게 뒈지게 해서는 안 되고, 어서 국립호텔로 보내야 한다. 하루속히 정의가 구현됐으면 좋겠다. 뭉 다음으로는 찢 차례다.
현 법무부 장관은 사상 건전하고 말빨과 실력도 정말 장난이 아닌 인재이던데.. 5년 뒤에 현 대통령의 후임으로나 등극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정말 잘 뽑았다는 건 얼마 전에 북괴도 인증해 주었다. "남조선의 대북 정책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 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와~~ 개인적으로는 현웃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진짜 훌륭한 대통령이라면 북괴가 암살하려고 암살조도 보내고 폭발물도 설치하고,
역적패당이라고 온갖 욕과 저주를 퍼붓고 자기들 선전용 그림 속에서라도 갈갈이 찢어 죽였을 텐데.. 북괴가 옛날에 비해서는 많이 점잖아진 듯하다. 아니면 윤이 아직 그 정도로 훌륭한 행적은 못 남겼거나..

10여 년 전에 MB 각하만 해도 얼마나 훌륭한 대통령이셨는가?
그때 개척해 놓은 원전이고 천연가스고 4대강이고.. 나중에야 빛을 발하고 재평가 받고 있다.
이런 분이 아직도 감방에 가 있다니.. 우리나라는 아직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윤의 재임 중에 하루속히 사면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MB 이후로 북괴가 남한 대통령에 대해 대놓고 험악한 말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레카는 여자여서 선을 안 넘은 듯하고.. 다음 뭉은 만만한 개호구니까 무시와 하대만 했지, 굳이 저렇게 저주하고 싫어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윤은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끝으로.. 젊은 이공계 엘리트 출신 정치인이라고 기대했던 그 사람은 왜 이렇게 추태 부리면서 몰락하고 망가졌나 모르겠다. 이 정도면 도저히 지지하거나 편 들어 줄 수 없다. 뭐 정치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3. 경주 감포 해수욕장

본인은 올해 하계 휴가는 7월 말, 그리고 광복절 연휴 이렇게 두 번에 나눠서 다녀왔다.
글쎄, 직장 동료들 중엔 한여름 성수기를 피해서 9~10월 초가을에 작정하고 제주도나 외국을 다녀오는 식으로 휴가를 쓰기도 하던데.. 본인은 그냥 더울 때 물놀이를 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휴가를 쓰는 걸 선호한다.

7월 말엔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 영종도를 다녀오고, 8월엔 고향인 경주를 방문했다. 그래서 올해는 나름 황해와 동해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었다.
작년에는 어쩌다 보니 동해 바다에는 못 갔는데 올해 이 한을 풀었다. 그 대신, 올해는 양평· 남양주 쪽에는 못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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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감포의 '나정 고운모래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한 뒤, 바닷가에서 텐트 치고 하룻밤 잠도 잤다.
경주에 해수욕장이 여럿 있긴 한데, 여기가 국도 4호선의 시점 바로 옆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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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도 계곡 물처럼 가슴까지 차는 깊이에서 밑바닥의 내 발등까지 다 뚜렷이 보일 수가 있다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물이 이렇게 맑다니!!
(이 사진은 가슴까지 차는 깊이는 아님. 그 깊이까지는 겁 나서 폰을 못 들고 감ㅋㅋㅋㅋㅋ)
서울에서 제일 가까운 황해 해수욕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수질이다.

거기서는 물이 초록색이고 수중에선 과장 보태면 팔을 뻗어도 손끝이 안 보일 지경이었는데.. (참고로 1950년대 런던 스모그는 물이 아닌 공기가 그런 상태였..)
또한 특유의 비리비리한 바다 냄새도 여기 동해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 해수욕장은 바닥의 재질이 덕지덕지 달라붙는 진흙이 아니라 자잘한 자갈 위주여서 더 깨끗한 느낌이 들었다. 바다가 아니라 계곡에 더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서울 사람들이 괜히 저 멀리 동쪽으로 원정 가는 게 아니구나.
한번 눈이 높아지고 나면, 이젠 서울에서 제일 가까운 해수욕장에서는 물놀이를 못 할 것 같다.

이 나이가 돼도 물놀이를 하니까 노무노무 좋았다.
원래 하루는 계곡, 하루는 바다에 가려 했으나.. 그 당시에 남부 지방은 가뭄 때문에 계곡 물이 깡그리 말라 있었다. 그래서 계곡에서는 놀지 못하고 바다에만 다녀왔다.
뭐 얼마 안 있으면 추석 때문에 또 고향에 가게 될 텐데, 그때는 물이 좀 살아 있기를..

4. 양동 마을

그리고 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경주 양동 마을에 이번에 드디어 처음으로 다녀왔다.
경주는 아무래도 신라와 관련된 옛날 문화재가 넘쳐나는 곳이지만, 양동 마을은 의외로 조선과 관련이 있는 양반 집성촌이다. 애초에 위치도 서라벌이니 반월성이니 오릉이니 하는 전통적인 신라 도읍 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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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조선 왕조는 이상한 유교 전통에 선비질, 노비 등 온갖 악습과 병신 무능한 관행이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에서 나온 그나마 선한 것, 대단한 것, 유의미한 것, 한때의 구닥다리 레거시가 아니라 오늘날까지 살아서 이어지는 것, '유네스코'라는 국제 기구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1) 고유 문자 한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됐으며, 유네스코에서는 1989년부터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이라는 것을 제정해서 세계에서 문맹 퇴치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상과 상금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안한 상 명칭과 취지, 권위를 저기에서 승인해 준 것이고, 상금은 우리나라 정부에서 재원을 마련해서 지급한다.

(2) 조선 왕조 실록: 쬐끄만 나라가 500여 년 동안 역사 기록 하나는 굉장히 자세하고 체계적으로 '있는 그대로' 잘 남겼다. 이건 세계 다른 나라들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덕분에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됐다.

(3) 수원 화성: 1700년대 말의 작품이니 별로 오래되지도 않았고, 그나마도 다 파괴된 걸 재건했을 뿐인 보잘것없는 성곽에 지나지 않는데.. '화성성역의궤'라는 건설 매뉴얼 덕분에 재건된 레플리카도 원본과 동일한 권위를 인정받았고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됐다. 기록 유산이 아니라 그냥 유산..

그리고 경주 양동 마을은 여느 민속촌이나 '육영수 여사 생가'처럼.. 당사자들은 떠나 버리고 후대에 재현해 놓은 단순 한옥 껍데기가 아니다. 현재까지도 족보 조작질 없이 진짜 조선 양반 후손들이 문화재급 한옥에서 계속 살고 있다. =_=;; 한국 민속촌이나 안동 하회 마을은 이런 조건까지 만족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양동 마을은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통째로 등재됐다. 그냥 단절된 과거 레거시가 아니라 현재까지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덕목을 잘 충족하는 세계 유산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매우 우수한 사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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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 봤는데.. 처음엔 한옥을 보다가 나중에는 호박만 찾아 다니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밭의 곳곳에서 호박이 많이 잘 맺히고 있어서 반갑고 기뻤다.
자.. 이번엔 기승전..철이 아니라 기승전..호 기승전..박이 됐다. =_=;;

Posted by 사무엘

2022/08/26 08:35 2022/08/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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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은 한 달 내내 날씨가 지독하게 더웠다.
본인은 올해의 하계 휴가는 예전의 관행과 달리, 인천· 경기도를 벗어나지 않는 단거리 위주로 산발적으로 다녀왔다. 그리고 새로운 장소를 개척하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기존 장소를 찾아갔다. 코로나19 시국과 개인적인 신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이렇게 움직이게 됐다.

먼저 을왕리 해수욕장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뒤, 다음으로는 양평 계곡에 다녀오고 거기 부근에서 캠핑을 했다. 당초 계획했던 동해 바다를 포기하는 대신, 이걸 황해 바다와 계곡으로 나눠서 퉁친 셈이었다.

방역 때문에 밤에 시원한 바다 코앞에서 텐트 치고 놀지를 못하게 한다니.. 그럼 멀리 동해까지 원정 가는 것의 의미가 없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코로나니 뭐니 해도 이 더위에 어디든 바다는 보고 와야 하니 그냥 가까운 곳을 찾아가게 됐다.

1. 첫째 날: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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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왕리는 3년 전에 다녀 온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이 어디 가지는 않아서 주변 지리가 낯익어 보였다.
그때도 한낮에 찾아가니 물이 다 빠져 있었는데.. 나중에 용유도 일대의 만조· 간조 시간대를 찾아보니 진짜로 오후 2시 반쯤이 물이 제일 없는 시간대였다. 황해에서 물놀이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런 것도 고려를 해야겠다.

그래도 만조 ↔ 간조 사이의 간격이 얼추 6시간이니, 두어 시간 정도 지나자 물이 금방 들어왔다. 한참 멀리 떨어져서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부표들도 금세 물에 잠겼다.
워낙 폭염이 강하고 수심이 얕기도 한지라, 바닷물은 그냥 온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지근했다. 그리고 아래가 내려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한 흙탕물이었다.

동해는 시종일관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고 거품 낀 맑은 물이 솟구치는 대신, 바닥도 급격히 깊어져서 물에 얼마 들어가지를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원도건 부산이건 별 구분 없이 말이다.
이런 사소한 것들도 매년 꾸준히 바다에 다녀오니 차이점이 눈에 들어오고 경험과 노하우가 생긴다.;;

여기서는 발 담그고 해변 산책, 식사와 카페 휴식 정도만 했다. 방역을 빌미로 해수욕장이 폐장 상태이고, 샤워장조차 운영하고 있지 않으니 뭘 더 할 수가 없었다.
그럼 발을 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야외 수도꼭지 같은 거라도 있어야지? 그것도 없으면 사람들이 나갈 때 온통 공중 화장실로 몰릴 것이고 세면대 하수구가 모래에 막혀서 배기지를 못할 텐데.. 이미 공중 화장실 세면대는 개판이 돼 있었다.;;;

2. 둘째 날: 계곡

이튿날, 본인이 찾아간 곳은 양평의 모 계곡이었다. 여기도 수 년 전에 교회 수련회 일정에 껴서 친구들과 다녀온 적이 있어서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작년에 굉장히 시원하고 인상이 좋았던 안양 병목안 산림욕장의 계곡, 또는 양주 송추 계곡도 후보에 껴 있었다. 하지만 거기는 연계 관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지라, 이번에도 역시 검증된 피서 휴양 코스인 양평을 선택하게 됐다. 서울을 떠나서 국도 6호선을 따라 한강 경치를 감상하는 건 나를 언제나 들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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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서는 인구 밀도 대비 수량이 부족해서 앉거나 눕는 기동밖에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 길고 긴 폭염 와중에 이만치라도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곳, 선풍기와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있는 곳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물이 적은 대신 퀄리티가 바닷물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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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물이 졸졸 흐르는 전용석에 기다랗게 누워서 한 30분이 넘게 컴퓨터 작업을 했다.
그늘 밑에 돗자리 깔고 거기서도 낮잠을 자고 간식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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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문 뒤에는 계곡을 나와서 근처를 방황하던 중,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어느 공터를 발견했다.
놀이터였던 곳이 방치된 것 같은데.. 차도에서 가깝지만 길에서는 공터 안이 수풀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 은폐 보안성을 자랑(?)했다. 게다가 옆에 정자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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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바로 옆에 흐르거나 화장실· 수도꼭지 같은 것만 근처에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캠핑을 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다. 여기서 텐트 치고 밤을 보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3. 셋째 날: 한강 주변 카페, 두물머리 세미원

계곡에서는 6시간을 채 있지 않았던 반면, 이 캠핑 아지트에서는 자는 시간을 포함해서 무려 12시간 가까이 있었다.
둘째 날까지 물놀이와 캠핑을 했다면 셋째 날엔 두물머리 일대에서 시각 힐링과 관광을 즐겼다. 이런 연계 코스 때문에 계곡에 갈 때도 다른 지역 대신 양평을 선택한 것이었다.
다만, 이 관광지들은 상수원 보호 구역에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관광만 가능하다. 이제 물놀이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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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교회 수련회를 다녀오면서 개척한 적이 있던 카페인데.. 예나 지금이나 주변 경치가 가히 킹왕짱이었다. 날씨도 흐릴 거라는 예보와 달리 쾌청해서 더욱 좋았다. 여기서 제대로 씻고 전자기기들을 충전하고 간식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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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햇볕이 내리쬐고 날씨가 많이 더워져서 야외 활동은 자제할까 생각도 했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근처의 '세미원'이라는 곳을 가 봤다.
'평범한 연꽃 공원처럼 보이는데 무슨 입장료까지 받나, 옆에 있는 두물머리 공원과 차이가 뭐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들어갔지만 생각이 곧 바뀌었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시설이 정말 잘 꾸며져 있고 볼거리가 많았다.

특히 저 사진에서 보다시피, 입구에서부터 울창한 나무들 아래로 물이 졸졸 흐르는 징검다리길이 있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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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는 이렇게 커다란 연꽃들이 가득했다. 꽃이 피었다가 시든 자리는 무슨 샤워기 같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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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도 이렇게 잘 꾸며진 공원과 연못이 아주 넓게 갖춰져 있었다. 그저 풀숲뿐인 두물머리 공원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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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하늘과 강이 참 예뻐서 한 컷 찍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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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원에서도 다리를 통해 이웃집인 두물머리 공원으로 갈 수 있었다. 단, 두물머리에서 세미원으로 재입장을 하기 위해서는 티켓을 잘 간수하고 있어야 한다.
뙤약볕 아래에서 긴 거리를 걸어 다니느라 다리가 아프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돌아다닐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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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돌아오면서 강북이 아니라 강남에서 강북 쪽을 바라보며 찍은 한강 경치이다.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이상이다. 본인은 이렇게 이번 휴가철엔 바다(3) - 계곡 개울(1) - 큰 강(2)의 순으로 답사를 하고 돌아왔다.
각 장소별로 물놀이는 바다(2 발만..) - 계곡 개울(3 제일 많이) - 큰 강(1 전혀 못 함)의 순으로 했다.
사진은 바다(1 별로) - 계곡 개울(2 조금) - 큰 강(3 제일 많이) 이런 순으로 많이 남겼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15 08:34 2021/08/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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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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