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폭염이 극심했던 올여름 8월 동안 전국 이곳저곳을 누볐다. 바다와 계곡에서 두루 물놀이를 했다.
1. 홍천 아름다운마을
지난 광복절 연휴에 교회 수련회를 여기로 다녀왔다. 행정구역 상 홍천이지만 동쪽 끝의 내면 소재여서 인제· 강릉과 가까웠다.
3주가 넘게 지속된 열대야 때문에 고통받던 와중에.. 여기까지 먼 길을 운전해서 찾아간 보람이 있었다. 새벽 최저 기온이 겨우 18~19도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너무 행복했다.
수련회 숙소 근처에는 이렇게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사실, 여기까지 갈 것도 없이 가는 길에도 곳곳에 강과 계곡이 많이 보였다. 거기서 물놀이를 하는 일행도 눈에 띄었다. 시간이 부족한 상황만 아니었다면 나도 몇 번이고 차를 세우고 물놀이를 하고 싶었다.
일부 구간은 성인 남자의 가슴과 목까지 찰 정도로 물이 꽤 깊었다.
물놀이를 정말 원없이 했고, 미리 챙겨간 말통에다 이 맑은 물을 잔뜩 담아서 40~50리터 가까이 채웠다. 이것들은 모두 우리 호박이들 농업용수로 쓰였다.
그나저나, 수련회 강의 주제가 "약속의 땅 이스라엘"이었던지라.. 준비 찬송으로는 '여호와 하나님', '허락하신 새 땅에 들어가면서', '나는 순례자, 낯선 나라에'처럼 뭔가 이스라엘스러운 곡을 골랐다.
그리고 갈 때와 올 때 모두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명불허전 상습 정체 구간(화도-서종-설악)의 지긋지긋한 위력을 체험했다.
2. 강원도 양양
교회 수련회는 여친과 함께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친과는 두 주쯤 뒤인 8월 말에 바다로 여행을 따로 다녀왔다.
양양과 속초 사이, 대포항과 물치 해수욕장보다 약간 남쪽에 있는 모텔방을 잡았다. 여기는 7번 국도에 바로 붙어 있고 동해 해변도 바로 내려다보여서 경치가 아주 좋았다.
경치 대박~!!!
여기 주변에도 누군가가 텃밭 일구고 호박을 잔뜩 키우고 있어서 몹시 반가웠다. 동업자가 있구만~!! ^^
아침에 비가 내렸고 하늘이 우중충했지만.. 기온으로나 수온으로나 물놀이를 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본인과 여친 모두 물에 들어갔다.
다만, 날씨가 날씨여서 그런지 파도가 강한 편이었다. 하반신 이상 물이 차는 곳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내 입으로 이런 오글거리는 말을 하기는 좀 뭣하지만.. 바다는 남자의 가슴을 흥분시키는 것 같다~!! ^^
테라로사 커피점이 우리나라 브랜드라는 거, 그리고 본점이 강릉에 있다는 거.. 이 두 가지를 처음 알게 됐다. 지난 6월 에디슨 박물관에 이어 또 다른 강릉 명소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 이런 곳에서 여친과 함께 커피와 후식을 먹어 보니 아주 운치 있었다.
오후에 돌아올 때는 오랜만에 영동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이때가 8월 29일이었는데, 일본의 무슨 태풍 때문인지 강릉 일대에서는 정말 앞이 안 보일 정도의 물폭탄 폭우가 쏟아졌었다. 대관령 서쪽에 들어서가 날씨가 거짓말같이 바뀌어서 맑아졌다.
영동 고속도로는 2000년대 초에 대대적으로 선형개량이 됐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더 나중에 만들어진 서울-양양보다는 선형이 열악해 보였다. 급커브와 급경사가 많고(물론 고속도로 설계 기준에는 맞췄겠지만), 일부 내리막은 시속 80 구간 단속까지 있었다. 세월의 격차와 기술력의 차이가 느껴졌다.
3. 영종도 왕산 해수욕장
8월 31일, 동해를 다녀오고서 이틀 뒤 주말엔 서해 끝자락인 영종도의 왕산 해수욕장을 다녀왔다. 을왕리의 바로 옆 이웃인데, 여기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대중 이런 분위기..
한낮에 갔더니 밀물이어서 물이 많고 나름 파도도 쳤다. (동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사람들도 바글바글 엄청 많았다.
이때는 방수빽에다가 전화기를 집어넣은 채로 사진을 찍었다. 이게 있으니 소지품 걱정을 할 필요 없고, 해수욕 중에도 전화기를 늘 몸에 지닐 수 있어서 좋았다만.. 그 대신 사진의 화질을 많이 희생하게 됐다. ^^
여친님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사진은 아니라고 판단되어 그대로 수록한다~~
* 번외편: 길고양이
여친님은 나처럼 회사 다니는 직장인이 아닌 관계로, 작업실 내지 스튜디오를 따로 구해서 평일엔 거기서 일한다.
거기 주변에는 닝겐뿐만 아니라 주인 없는 길고양이가 여럿 돌아댕기는 것 같았는데.. 어쩌다 보니 아주 귀엽고 애교 많은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치게 됐고 얘와 친해져 버렸다. 요것도 지난 8월에 있었던 주요 사건이다.
바로 요놈이다.
아니, 여느 야생 길고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한테 대뜸 다가와서는 발등에다가 얼굴을 부비고, 벌렁 퍼질러 눕기도 하고..
여친 작업실에도 몇 번 초대해 줬더니 거기도 돌아다니면서 자기 영역 표시를 하고, 벌렁 나자빠져서 행복한 표정을 짓더라. 딴 고양이 냄새가 전혀 없는 아지트를 발견했으니 오죽 좋겠어?
이제는 우리 커플의 얼굴과 목소리를 기억한다. 내가 아침이나 저녁에 찾아가서 "냐아옹~" 흉내를 내면 걔도 야옹 거리면서 나온다. 집으로도 쭐래쭐래 따라온다.
여느 고양이한테는 이러면 그냥 경계하고 달아난다. 절대로 얘처럼 반응하지 않는다. 진짜로 집고양이였다가 버려졌나 싶다.
졸지에 반려묘로 키워야 하나 싶은데.. 일단은 밥만 하루에 한두 번꼴로 주고는 밖에 도로 내보낸다. '츄르'라는 간식을 고양이가 그렇게도 좋아한다고 하는군..
얘는 맛있는 참치나 닭가슴살만 먹고 다른 평범한 사료는 남기는 '편식'까지 할 줄 알더라. 주변에 다른 캣맘들도 있으니 대놓고 밥을 쫄쫄 굶지는 않는 듯하다.
그런데 얘는 꼬리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사고나 학대를 당해서 잘리기라도 한 건지.. 그리고 사료에 비해 물을 너무 안 마시는 것 같다.
작업실 주변에 개집.. 대신 고양이집을 하나 마련해 줬는데, 얘가 거기에 들어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겨울이 되고 날이 추워진 뒤에 저 안에다가 핫팩 하나 던져 주면 어떨까? 그러면 거기서 밤을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길고양이들이 겨울엔 따뜻한 곳을 찾아서 갓 시동 꺼진 자동차의 엔진룸 안까지 들어간다는데 말이다.
여친 작업실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심지어 저 아이의 친구인 듯한 다른 고양이도 가끔 목격되곤 했다. 얘는 꼬리가 있고, 쟤보다 야위었다는 것만 빼면 둘이 색깔이 완전히 동일하고 빼닮았다.
얘는 작업실 근처까지 온 적은 없어서 우리가 직접 밥을 주지는 못했다.
뭐 이런 일이 있었다~~ ^^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