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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평소에는 15년 넘게 개발하고 있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에 대부분의 역량이 집중되기 때문에 타 유명 프로그래머 고수들에 비해 타 플랫폼· 언어· 최신 프로그래밍 기술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은 덜한 편이다. 뭐, 자주 언급을 안 할 뿐이지 직장에서는 아무래도 갑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 무엇이건 업무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맛보기 정도는 한다. 다만 그런 생소한 분야는 본인이 특장점이 없이 그냥 여느 평범한 프로그래머 A, B의 역량과 다를 바 없다.

먼 옛날에 Windows API와 MFC, Visual C++를 처음으로 공부할 때 그러했고, macOS나 안드로이드 개발을 처음으로 익힐 때도 마찬가지이다. 코드와 리소스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감을 잡는 게 참 어려웠다. 이건 그야말로 프로그래밍 언어뿐만 아니라 각 플랫폼별 바이너리 실행 파일(DLL/EXE)의 구조, 개발툴의 기능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리소스(대표적으로 대화상자/화면 레이아웃)의 기술을 위해 XML을 쓰는 요즘 플랫폼에 비해, Win32 API의 rc 파일은 정말 구닥다리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뭐, resource.h와 R.java처럼 개념상 일말의 공통점이 발견되는 것도 있다(개발툴이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리소스 ID 리스트).

또한 안드로이드의 경우, 굉장한 뒷북이긴 하다만 Eclair니 Froyo니 하던 시절과 비교했을 때 개발 환경이 몇 년 사이에 정말 엄청나게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이클립스를 쓰는가 했더니 Android Studio라고 전용 개발툴로 진작에 갈아탔으며, 무엇보다 에뮬레이터도 x86과 arm이라는 엄청난 CPU 구조 차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속도가 꽤 빨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구글 내부에서 안드로이드 OS에만 달라붙어 있는 세계구급 날고 기는 프로그래머 엔지니어들이 도대체 얼마나 되며, 이들이 매일 생산하는 코드의 양은 또 얼마나 될까?

2010년대 이후에나 등장한 IDE가 copyright이 왜 엄청 옛날인 2000부터 시작하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 봤더니.. 이건 그 옛날부터 개발되어 온 타 회사의 IDE를(이클립스 말고) Google이 인수해서 자체적으로 발전시킨 것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으음..

이럴 때마다 늘 드는 생각인데, 새로운 문물이나 지식을 아주 빨리빨리 잘 익히고 남에게 가르치는 것까지 가능할 정도로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부럽다. 난 굳이 말하자면 애초에 남이 안 하는 짓을 골라서 하는 일에 일가견이 있다. 그래서 정보 올림피아드도 공모 부문에서만 입상하고, 코딩과 논문으로 그럭저럭 지금까지 지내 왔다.
그게 아니라 남과 똑같은 조건에서 뭔가를 빨리 달달 외우고 응용하는 능력이라면 본인은 남들 평균보다 못하면 못하지 결코 뛰어나지는 않다.

컴퓨터 쪽에 우글거리는 수많은 고수 괴수들 중에.. 김 상형 님이라고 한때 winapi.co.kr 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했고 지금은 '소프트웨어 공학'을 일본어 스타일로 축약한 '소엔'이라는 사이트로 여러 유용한 프로그램 개발 정보를 무료로 공유 중인 대인배가 계신다.
사이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한때 이분의 전문 분야는 Windows API였다. 텍스트 에디터를 그냥 C++만으로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었고, 그 테크닉을 소스까지 통째로 책을 출간한 바 있다..;;

한 분야의 기술만 통달하기에도 벅찬데 이분은 안드로이드, HTML, 자바스크립트 등 온갖 분야를 다 탐독해서 책을 쓰고 학원 강사로 뛰고 있다.
그냥 위에서 내려오는 회사 업무나 감당하기 위해서 여러 기술들을 찔끔찔끔 서바이벌 수준으로 익히는 게 아니다. 그야말로 남을 가르치고 책을 쓸 정도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혼자서 도대체 공부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한 걸까? 비결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강의와 저술만으로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는 분들은 굳이 회사 들어가서 조직에 매일 필요가 없다. 물론 프리랜서는 월급쟁이보다야 소득이 훨씬 불안정하고 복불복이 심하다. 보통은 자기 친구들에게도 "걍 회사에서 월급 받으며 지내는 게 짱이야, 아무리 엿같은 동료나 상사가 있더라도 어지간해서는 거기서 절대로 뛰쳐나올 생각 마라" 이렇게 권유를 할 정도라고는 하지만..
이것도 자기 하기 나름이다. 엄청난 능력자라면 을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업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면서 자유롭고 편하게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컴퓨터가 나왔으니 영어도 빠질 수 없다.
지금보다 자료 접근성이 훨씬 열악했던 옛날에 독학으로 이를 악물고 영어를 마스터해서 198, 90년대에 이미 유명 영어 교재의 저자로 등극한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 은경 어린이 영어, 오 성식 생활 영어/pops English, 김 인환, 정 철 ... 그리고 최근에는 Arrow English로 유명한 최 재봉 이런 분들.

난 무슨 영문과 교수나 영어 교사, CNN 리포터-_-;; 이런 거 지향하는 게 아닌 이상, 국내에서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는.. "반도 토박이치고는 뭐 그럭저럭 하네" 딱 그 정도까지만 영어가 된다. 자막 없이 영화를 다 알아듣거나, 토익 만점 이런 경지는 아니다. 그리고 그마저도 나이는 자꾸 먹고 있는데 영어를 당장 쓸 일은 없으니 감이 점점 쇠퇴-_-하는 중이다.
도무지 들리지가 않는 것, 그리고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독해 속도를 도저히 더 올릴 수 없는 건 그냥 내 머리의 한계인 것 같다.

영어를 잘하려면 뭐 영어식 사고방식과 어순 감각을 익혀야 되고 무슨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하고.. 이런 것들은 그냥 기초가 없고 첫 단추부터 완전 잘못 끼운 생짜 영어 포기자한테는 꽤 유효한 조언일지 모른다. 영어 점수 2~30점을 6~70점으로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90점을 95점으로 올리는 건 무리임. 저런 기초적인 문법과 어순 감각은 이미 다 갖춰져 있고, 거기서 상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가려면 그냥 닥치고 영어라는 빅데이터에 수시로 많이 노출돼서 감을 유지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 외국 어학 연수는 개나 소나 아무나 가는 게 아니라 딱 이 정도 기초가 갖춰진 애들이 가야지 효과가 높아진다.

그런데, 저런 여러 영어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영어 마스터 비결은.. 학창 시절에 영어 교과서 텍스트들을 몽땅 통째로 암송· 암기했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언어에는 굉장히 무작위하고 arbitrary하고, 그냥 문맥이 곧 용례를 결정하는 그런 정보가 많다. 암송· 암기는 학습자에게 괴로운 과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거 효력은 확실한가 보다.
나도 테이큰의 전화 통화 대사 40초 분량은 통째로 줄줄 외우고 있긴 하다만.. -_- I don't know who you are ...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같은 거.. 그런데 영어를 잘하려면 그런 거 암기를 더 많이 해야 한다.

일본은 개개의 국민들이 다 영어를 못 하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번역을 엄청 많이 잘 해 놨다고 그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들이 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번역을 깔끔하게 잘한 것도 아니니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끝으로, 어려운 과목의 끝판왕인 수학이 있다. 수학은 영어와 달리 유행을 별로 안 탄다. 한편으로는 노력한 만큼 그대로 결과가 나오는 참 정직한 과목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타고난 머리 지능빨을 타니 불공평한 면모가 느껴지기도 하는 과목이다.
수학에는 '정석' 책 하나로 그야말로 억만장자가 되고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성공한 사람이 있다. 물론 이분 역시 머리가 공부벌레 괴수급이었으며, 굳이 책 안 쓰고 학원과 과외 강사료만으로도 그 옛날에, 겨우 20대 나이로도 왕창 잘나갔을 정도로.. 비범했다.

그런 정석의 저자가 말하는 수학 잘하는 비결은.. 수학은 처음에 느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계산해 보고 손으로 일일이 쓰면서 감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감이 생겨 있지 않은 사람이 눈으로만 보고 넘어가서는, 그리고 덥석 해설과 풀이를 봐서는 진짜배기 수학 실력이 절대 늘 수 없다고.. 참 너무 원론적이고 당연한 조언을 한다. 그건 게임으로 치면 그냥 무한 맵에 치트키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저 말을 프로그래밍에다가 적용하자면.. 일일이 직접 코딩해 보고 돌려 봐야 실력이 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 점은 본인 역시 적극 동의한다.
아무 감도 없는 사람이라면 노가다 코딩이라도 해 봐야 된다. 그런 경험을 많이 해 봐야 노가다 코딩을 왜 '노가다'라고 부르는지 그것부터 좀 알게 된다.

개발자, 프로그래머로 먹고 살려면 솔까말 트리 구조 순회 같은 재귀호출을 스택 배열로 직접 구현하기, 포인터 조작으로 연결 리스트의 원소 배열을 역순으로 바꿔치기 정도는 머릿속에서 로직이 어느 정도 암산이 돼야 하고, 굳이 컴퓨터가 없이 화이트보드 앞에서도 의사코드를 쓱쓱 적을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사실, 유수의 IT 업체들이 학-석사 급의 엔지니어를 뽑을 때 코딩 면접도 딱 이 정도 수준의 난이도가 나온다. 무슨 "B+ 트리를 구현하시오, 동영상 압축 알고리즘의 모든 과정을 설명하시오"가 아니다. 그리고 크고 유명하고 재정 넉넉한 기업일수록 당장 현업에서 쓰이는 HTML5니 자바스크립트니 언어 문법 지식보다는 저런 미래의 잠재성과 응용력, 새로운 기술을 더 본다. 능력 함수에서 현재의 f(x) 값보다 도함수 f'(x)를 말이다.

다시 말해, 최신 자바스크립트나 HTML5 API 지식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당장 그런 걸 모르는 사람도 OK 하고 뽑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입사했더라도 현업에서 그런 것쯤은 30분 만에 즉석에서 공부하고 숙달될 능력이 있으니까 뽑는다는 뜻이다. 요구 사항이 훨씬 더 고차원적이다.

컴공과 수학의 관계는 어떨까? 물론 완벽하게 동치는 아니다. 기하 알고리즘을 구현하고 있는데 삼각형 넓이나 세 점의 방향을 구하는 공식, 3차원 공간에서 두 벡터에 대한 나머지 기저를 구하는 세부적인 외적 공식 같은 거야 당연히 까먹을 수 있다. 하지만 기억이 안 나면 당장 검색이라도 할 수 있으면 아무 문제될 것 없다.

단지, 수학은 그렇게 문제를 쓱쓱 풀어 나갔던 경험, 단 한 가지 경우라도 놓쳐서는 안 되고 논리적으로 완벽해야 한다는 그 관념이 나중에 프로그램을 짜는 데 낯설지 않은 정신적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그런 관념이 오로지 반드시 학창 시절의 수학 문제 풀이를 통해서만 형성될 수 있다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기본적인 머리가 있고 필요를 느끼면 결국은 나중에 다른 경로를 통해서라도 적응은 하게 돼 있다.

어휴.. 나도 말은 이렇게 써 놨지만.. 당장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어려운 문제를 대면하면 이게 도대체 지금까지 수업 시간에 배웠던 기본 수학 공식이나 법칙과 무슨 관계가 있고 무엇부터 적용해야 할지 막막한 게 많다. 맨날 이런 기억과 경험만 쌓이다 보면 그 누구라도 수학이 싫어질 수밖에 없고 수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_-;; 세상에는 나랑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던 시절에 그런 문제를 생각해 내고 '만든' 사람도 있구만.. 참 자괴감이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17/10/22 19:35 2017/10/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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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oolsee 2017/10/23 09:11 # M/D Reply Permalink

    사무엘님께서 이런 글을 쓰실 줄이야!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 제 관점에서는 사무엘님도 대.단.하.신 네임드 중 한 분이십니다만....
    글 내용에는 많은 부분에서 공감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만 정체되어 있다거나 특별한 성과가 없다고 느껴지거든요.사실이 그런가는 차치하고 내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 :)
    사람 사는 생각이 비슷한가 봅니다.

    1. 사무엘 2017/10/23 11:00 # M/D Permalink

      제가 본문에서 언급된 다른 사람들만치 공부 잘하고 머리가 빨리 잘 돌아갔으면 지금 겨우 날개셋 정도의 프로그램은 10년 안에 10.0까지 다 만들고 학위도 다 마치고 현재는 딴 일을 하고 있지 싶습니다.. ^^;;
      저도 제 자신이 한없이 작다는 느낌을 늘 받습니다.

  2. 허국현 2017/10/28 17:25 # M/D Reply Permalink

    1. 전에 친척 분이 "IT는 매번 바뀌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걸 하는 거냐?"라는 질문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구원 받으신 분이라 이렇게 답했습니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성경 구절처럼 기술은 바뀔 지 몰라도 사람은 바뀌지 않습니다. 사람에 집중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새로운 것이 계속 추가되는 것 같아 보여도, 기존에 있던 것을 개선하거나, 서로 베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너무 새로울 경우 배울 게 많아져서 오히려 시장에서 죽어 버립니다."

    이해하시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것처럼 프로그래밍에도 중복되는 것이 워낙 많다 보니 김상형님 책 수집하다 보면, 봤던 예제 또 나오고 또 나오고 합니다. 플랫폼과 언어만 바뀌어서...

    오히려 요즘 나오는 책들은 C언어나 Windows API 책들에서 보이는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절대 적을 수 없는 조언들"이 별로 없어서 많이 아쉽습니다.

    김상형님이 그게 가능한 것은 프로그래밍 언어 습득 능력보다도 글을 쓰고 책을 쓰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2.

    이 글의 요약본(?) 내지 시작이었던 페북 글에도 말씀 드렸던 것처럼, 지금보다 10배 정도 머리가 좋아진다고 해도, 후회하고 자신이 작다고 느껴지는 시점만 늦어질 뿐일 것입니다.

    지금 고민하는 거야 쉽겠지만, 더 어려운 것을 고민하고 있겠지요.

    솔로몬도 공부가 힘들다는데 내가 쉬우면 그게 공부인가? 그러면 내가 공부를 열심히 안 하고 있는 거겠지... 그게 제 생각입니다.

    1. 사무엘 2017/10/28 19:43 # M/D Permalink

      이 글보다 수 개월 이상 먼저 페북에 올라왔던 요약본(?)을 다 기억하고 있고, 김 상형 님 책을 그렇게 다 수집해서 반복 패턴을 파악하실 정도이니.. 허 국현 님의 학습 능력과 기억력도 정말 남다른 것 같습니다..! ㄷㄷㄷ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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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생방

공중이나 바다가 아닌 평범한 육상 재래전 전쟁터에서 군인을 가장 많이 죽이는 것은 폭발물 파편이다. 근원지가 수류탄이든 지뢰이든 포격이든 폭격이든, 어쨌든 날아가서 박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터져서 넓은 면적에 파편을 날리는 폭탄이 짱이다. 단순 총알은 파괴 면적이 너무 작은 관계로, 저격이 아니라면 그 자체가 사람을 죽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도 총은 여전히 군인의 상징이며, 소총 사격은 화망을 형성해서 아군을 엄호하거나 적군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충분히 한다. 당장 kill 수를 많이 못 낸다고 해서 개인화기가 일체의 쓸모나 필요가 없는 건 결코 아니다. 지금 세계가 명목상 교류와 평화를 추구하고 옛날 같은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지향하지는 않는 시대가 됐다고 해서, 군사력 자체가 당장 필요하지 않게 된 건 절대 아니듯이 말이다.

그런데,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게 하는 방법은 폭탄이나 총알, 심지어 총검을 이용한 물리적인 충격만 있는 게 아니다. 파리를 굳이 손바닥이나 파리채로 쳐서 잡는 게 아니라 에프킬라를 뿌려서 잡듯, 방탄조끼나 헬멧이 아니라 방독면으로 방어해야 하는 방식의 전투도 있다. 이를 특별히 '화생방전'이라고 한다. 이건 공격 수단들의 근간 원리에서 각각 첫 글자를 딴 명칭인데, 마치 군사의 육해공처럼, 물리 화학 생물이라는 과학의 세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용어이기도 하다.

단, 보다시피 '물화생'은 아니고 '화생방'이다. 물리는 분야가 너무 넓어서 그런 것 같다. 과학의 각 분야에 대응하는 공학을 생각해 봐도 화학공학, 생명공학은 있지만 물리공학이라는 말은 없으니 말이다. 그 대신 기계공학, 전자공학, 원자력공학, 항공우주공학 등이 있을 뿐이지.
스타에서 테란의 물리학 연구소는 배틀크루저의 야마토 포를 개발하는 곳인데, 물리학의 어느 분야를 주로 연구하는지가 문득 궁금해진다.

스타에도 응당 화생방에 해당하는 개념이 있다. 디파일러의 플레이그가 생물에 해당하고, 베슬의 이레디는 방사능에 속한다.
원래는 고스트의 핵도 방사능이어야 하지만, 설정과 밸런스 문제 때문에 게임엔 반영 안 됐고 그냥 크고 무시무시한 폭탄이라고 구현돼 있다.
화학은 잘 모르겠다. 스타에 딱히 독가스 같은 게 등장하지는 않으니까.. 단지, 광범위 대량학살용으로는 독가스보다 더 고차원적인 프로토스의 싸이오닉 스톰이 존재할 뿐이다.

난 태어나서 화생방(전)이라는 단어를 처음 본 곳은 아마 초딩 시절 전화번호부 끝부분 부록에 적혀 있던 '전시 국민 행동 요령'이었지 싶다.
성경에도 계시록뿐만 아니라 슥 14:12처럼 사람이 산 채로 눈과 살과 혀가 녹아/썩어 없어지는 묘사는 뭔가 화생방전을 떠올리는 섬뜩한 장면으로 보인다.

2. 전쟁의 주요 양상

  • 고지전: 나로서는 이거 뭐 6· 25 말고는 다른 고지전 자체가 떠오르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한반도 중부의 서쪽은 평지 위주였지만 우리에게 지형적으로 불리하고 판문점도 가까이 있어서 제대로 싸울 수 없었던 반면, 동부의 첩첩산중에서는 고개를 하나 점령해서 조금이라도 영토를 더 수복하려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으니 말이다.
  • 참호전: 1차 세계 대전 당첨이다. 여차여차 하다 보니 서로 평지에서 땅따먹기를 한 뒤, 참호 파고 지겹도록 시즈 탱크 우주 방어만 벌이는 지경이 벌어졌다. 무슨 FPS에서 캠핑처럼.. 공격이 방어보다 너무 불리하다 보니, 참호 하나 점령하려고 갈려 들어간 병사들이 그 당시에 얼마였나 모르겠다. 그 교착 상태를 해소하려던 와중에 원시적인 탱크와 전투기가 발명됐고 독가스도 동원됐다.
  • 상륙전: 바다에서 육지로 상륙하면서 섬을 하나씩 점령하는 형태의 전투는 2차 세계 대전 중에서 태평양 전선이 대표적이다. 전쟁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미군 해병대의 비중이 본격적으로 커졌다. 뭐, 거기 말고도 본토 진출을 위해서 서부 전선의 노르망디 상륙이 있고 나중에 6· 25 때 인천 상륙도 전쟁사의 한 획을 그었지만..

오늘날은 세상에 고층 건물이 즐비한 대도시가 많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시가전'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만약 북괴가 다시 남침해서 서울로 쳐들어온다 해도, 2017년의 서울은 1950년 당시의 그 허접한 서울이 절대 아니다.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복잡하고 빽빽해진 건물숲 속에서 시가전을 제대로 치러야 할 것이며, 그렇게 호락호락 사흘 만에 서울 점령이란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 속의 전쟁 중에 시가전으로서 내가 딱 떠오르는 건 없다. 그리고 2차 대전은 동부(vs 러시아)나 태평양 전선(vs 일본..) 말고 서부 전선에 대해서는 내가 딱히 기억이나 존재감이 느껴지는 게 없다.

3. 탄피 처리

공기총 같은 거 말고 화약으로 격발하는 총들은 탄두와 화약이 탄피로 감싸져 있는 탄환을 사용한다. 음식을 먹고 나면 그릇이 남고 커피를 마시고 나면 컵이 남듯, 총을 쏘고 나면 탄피 껍데기만 남아서 사출된다.
탄피 부분까지 싹 폭발해서 없어지거나, 아니면 같이 발사되어 날아가는 총알이 있다면, 마치 손잡이 부분까지 몽땅 과자로 돼 있어서 다 먹어치울 수 있는 길거리 아이스크림 콘만큼이나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총알을 그렇게 만들었다간 화약 부분이 평소에는 어지간히 열받아도 절대로 폭발하지 않고 안전하게 있다가 원하는 순간에만 격발하게 만들기가 도저히 불가능하다. (실용적인 가성비 수준에서..)

탄피 처리라는 게 군대에서 골치아픈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얘는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가능한 한 몽땅 회수해서 재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경 보호(?)나 물자 절약 따위 말고 좀 더 social한 이유로는..
평시에는 탄약의 무단 유출을 감지하고 자살· 프래깅 같은 부정 사용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총을 몇 발 쐈는지 알고 싶을 때 탄피 개수를 세는 것만치 단순무식하고 효과적이면서도 정확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시에야 적에게 총 쏘는 게 병사들의 재량 영역이 되며, 수십· 수백 발의 총알이 순식간에 없어진다. 그러니 실탄 사용 내역을 평시만치 일일이 파악하고 통제하면서 탄피를 챙길 여유가 없다. 그 대신, 적군에게 아군의 위치 내지 이동 경로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흔적을 치우는 과정에서 탄피도 눈에 띄는 것 정도는 다 줍고 치운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고 병사들이 병영으로 복귀한 뒤에는 모든 병사들을 일일이 정말 빡세게 몸수색을 해서 잔여 실탄을 몰래 짱박아 둔 게 절대 없도록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1996년 강릉 무장공비 토벌 작전이 끝났을 때에도 이런 후처리 절차가 응당 행해졌다고 한다.

4.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

사람을 죽이는 전쟁 얘기를 했으니 다음으로는 사람 살리는 얘기로 넘어가 보겠다.
멀쩡하던 사람이 어디로 추락하거나 뭘 맞거나 부딪치지 않았는데 외상 없이 의식을 잃고 픽 쓰러지는 건 아무래도 흔히 보는 장면은 아니다. 신경계나 뇌 쪽의 문제로 인해 몸이 셧다운 된 게 아니라면 저런 건 대체로 (1) 호흡기 아니면 (2) 순환기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목에 생선 가시 같은 게 걸려서 숨을 못 쉬고 쓰러지는 건 기도 폐쇄로 인한 질식이니 (1)번 계열이다. 본인이나 어린 자녀가 갑자기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뒤늦게 네이버에서 검색하려 든다면 너무 늦을 것이다. 평소에 숙지해 둬야지.
그리고 물에 빠진 건 숨을 못 쉰 질식에다 폐에 물이 들어간 것까지 복합이다.

호흡과 무관한 순환 계통 문제는 부정맥 같은 심장의 지병 때문이다. 그런데 혈액 순환이 잠시만 중단돼도 어차피 호흡기 문제와 마찬가지로 뇌에 산소가 제대로 못 가게 되고, 뇌세포가 죽기 시작해서 몸에는 심각한 트러블이 발생한다.
물에 빠져서 질식으로 인해 의식을 잃어 가는 거나, 심장 박동이 중단되어 쓰러진 거나 원인은 다르지만 결과는 비슷하며, 단 몇 분간의 golden time 이내에 최소한의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건 동일하다.

이거 하냐 못 하냐에 따라 사람이 사냐 죽느냐, 혹은 살더라도 온전히 살아나냐 반신불수가 되느냐가 갈린다. 그래서 소위 '심폐소생술'(CPR)이라 하는 기법이 도입되고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있다.
누군가가 쓰러지면 먼저 "괜찮으세요?" 물어 보고, 의식이 없으면 주변 사람을 지목해서 "왼쪽 저 여자분은 당장 119에 신고해 주세요, 저기 흰 옷 입으신 분은 근처의 심장 제세동기를 가져와 주세요" 지시를 한다. 그 뒤 CPR 실시다.

심폐소생술은 배터리가 방전된 차를 시동이 걸릴 때까지만 밀어 주는 게 아니다. 의료진이 와서 환자를 인계할 때까지 시술자의 손으로 심장의 역할을 얼추 대신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가슴을 눌러야 한다. 하다못해 사람이 수 분 동안 숨을 참으면 참았지, 심장 박동이 그만치 멈춰 버리면 어찌 되겠는가?
약한 갈비뼈는 부러뜨리는 것도 감수한다는 심정으로 굉장히 세게, 분당 110~120회 남짓한 주기로 생각보다 빠르게, 오래 해야 한다.. 이건 수~10수 분 간격으로 옆 사람과 주기적으로 교대도 해야 할 정도로 꽤 힘든 노동이다.

전문적인 의료· 보건인이라면 몇 차례의 CPR 후 환자 상태를 봐서 인공호흡을 재량껏 시도할 수도 있으나, 일반인을 상대로 한 매뉴얼에서는 그런 건 물에 빠진 가족을 구한 정도가 아니면 안 해도 된다고 진작에 빠졌다.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돼 있는 경우 구강 접촉은 시술자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거니와, 명백한 호흡기 쪽 이상이 아니라면 심장 압박만 잘 해 줘도 산소 전달은 그럭저럭 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CPR이 그만큼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 셈이다.

CPR과 인공호흡은 의식을 잃은 사람을 구명하는 양대 조치로 여겨지고 있는데, 취지와 목적과 효과가 이렇게 서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와 닿았다. 호흡과 혈액 순환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참고로 사람의 목을 졸라 죽이는 교수형도 흔히 생각하는 호흡의 차단이 아니라, 그에 앞서 뇌로 가는 혈류를 막아서 훨씬 더 신속하게 사형수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집행을 잘못하면 여전히 켁켁거리면서 더 고통스럽게 죽게 될 수도 있다.

5. 보건의료인과 군대의 관계

아군을 살리는 일은 적군을 죽이는 일 이상으로 매우 중요하고 어렵고 책임감이 큰 스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 스킬의 보유자는 어떤 형태로든 소총 들고 전장에서 뛰어나니는 알보병 소총수 같은 보직에는 결코 투입되지 않는다. 그 대신,

  • 군 소속의 의사가 돼서 장교 계급으로 병역을 수행하는 방법이 있다.
  • 아니면 군대와는 빠이빠이 하고 그냥 공중보건의 신분으로 스킬의 난이도 대비 굉장한 저임금과 널널함으로 병역을 수행할 수도 있다.
  • 보건의료 계열 출신이긴 하지만 정식 의사보다 낮은 급이거나(물리치료사..) 미묘하게 다른 계열이라면(의공, 수의학 등등..) 의무병으로 빠질 수 있다. 위생병은 의무병의 옛 명칭 되겠다.

단,

  • 공보의로 병역을 마친 의사들은 여느 보충역들처럼 명목상 예비역 이등병이며,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의사들은 직장인(봉직) 내지 자영업자(개원)이지, 무슨 보건소 직원 같은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군· 경이나 교사, 소방관만치 전시 보직이 국가 차원에서 완전히 동일하게 보장되지 않는다.
  • 의사라도 극소수 만학도 의대생이나 의전 출신처럼 군대를 다른 경로로 이미 다녀온 사람이 예외적으로 있다. 이들은 여느 의사들 같은 공보의나 군의관 복무 경험이 있지 않다.

6. 주유와 충전의 차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기계들은 동력의 원천이 기름 먹는 (1) 내연기관이 아니면 전기 먹는 (2) 모터이다.
에너지 공급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주유는 사람에다 비유하면 식량을 그냥 가방이나 창고에 넣고 비축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양도 비축이 금방 끝날 뿐만 아니라, 공간이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해도 문제 없다.
그러나 충전은 실제로 사람 몸에다 밥을 먹이는 것과 얼추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며, 인간이 소화하고 비축할 수 있는 양만큼만 가능하다.

전기는 에너지 그 자체이다. 배터리의 전기가 소모될 때 발생하는 화학 메커니즘을 역방향으로 가해 줘야 충전이 된다. 세상엔 공짜란 없으니 말이다. 충전 아니면 방전, 그리고 전동기 아니면 발전기.. 전기는 이렇게 상호 가역적인 에너지 이동 메커니즘이 있는 게 신기하다. 마치 생물에서 광합성 아니면 세포호흡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사람이 손으로 수동 발전기를 죽어라고 돌려 가지고 그 알량한 전기로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얼마 없다. 결국 기계가 필요하다.
반대로, 아무리 힘이 넘쳐나도 배터리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과다한 에너지가 짧은 시간 동안 가해지면 배터리가 터진다. 충전 시간을 무슨 주유 시간마냥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사람은 오랫동안 굶은 상태에서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막 먹으면 몸에 큰 탈이 나고 심하면 그걸로 죽기까지 한다. 그것처럼 배터리도 무슨 탱크 안에 잘 밀폐· 보관돼 있는 석유처럼 stable한 물건이 아니다. 완충과 완방 반복 시의 내부 상태 변화, 충전 가능 용량의 감소, 너무 추운 환경에서의 자연 방전처럼 까탈스러운 변수들이 존재한다. (아 하긴, 석유조차도 휘발유 같은 건 생각만치 오래 보관 가능하지 않으며, 증발과 변질 때문에 몇 년밖에 못 간다고는 하더라..)

이런 전기와는 달리, 석유는 그 자체는 에너지가 아니라 평범한 액체일 뿐이다. 엔진이 돌아가야만 그제서야 석유가 연소와 폭발을 통해 에너지로 바뀐다. 엔진은 연료의 공급과 비축이 신속하고 간편하고 안정된 반면, 그 엔진을 최초로 돌리기 위해서는 전기 같은 외부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관계가 이렇게 설명된다.

순수 전기차가 배터리의 용량과 무게· 가격 문제 때문에 도저히 실용화가 못 되고 소형차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과거에 브라운관이 화면 크기에 비례해서 급격히 두꺼워지고 무거워지는 것 때문에 30인치대 이상의 대형화는 도저히 엄두를 못 냈던 한계를 보는 것 같다. 요즘의 왕창 크고 넓으면서 두께는 왕창 얇은 텔레비전과 얼마나 비교되는가?

과거에는 전기 자동차는 소형차보다도 더 작은 경차 수준에 머물다가 그나마 기술이 발전해서 이젠 소형이나 준중형 승용차까지는 노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대형 버스나 트레일러가 순수 전기만으로 지금처럼 힘차게 달리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전기차는 자체 동력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까지 엔진의 힘과 열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럽게 얻던 냉난방마저 추가로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니 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획기적인 배터리나 무선 송전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전기차는 대형차· 군용차까지 몽땅 대체하지는 못하고 그냥 개인용 자가용 수준에 머무르면서 기름 자동차와 공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철도에서는 전기 기관차가 대형차 영역인 여객과 화물 수송에서 그야말로 디젤이 넘보지 못하는 차력쇼를 선보이고 있는 것과 무척 대조적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부피 당 에너지 축적 능력 면에서 석유를 능가하는 원천은 없는 듯하다.

참고로 하이브리드 차는 엔진이 어중간하게 크고 무거워지고 비싸지기 때문에 경차나 소형 승용차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고, 심지어 이미 더 크고 무겁고 복잡한 디젤과도 그리 궁합이 안 좋다. 승용차 중에서 최하 준중형 이상은 가야 하고, 적당히 비싸면서 가성비도 챙긴 쏘나타-그랜저급 승용차가 하이브리드를 얹기 제일 적당하다.
하지만 아예 최고급 기함급 대형 승용차는 오로지 성능만 추구한다거나 돈이 썩어나는 부자들만 공략하는 너무 고매한 컨셉이어서 그런지, 휘발유 말고 다른 동력원을 얹은 사례가 없다. (에쿠스 디젤이나 롤스로이스 하이브리드 같은 건.. ㅡ,.ㅡ;;)

* 이상, 위의 모든 아이템들은 민방위 교육 가서 떠올랐던 생각과 글감들이다~
그러고 보니 육군 대령이나 준장급은 예편한 뒤에 예비군 내지 민방위의 안보 강사로 종종 빠지는 것 같고, 대위· 소령급은 예편 후에 군무원으로 취직해서 예비군 동대장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28 08:34 2017/09/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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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안전 이야기

* 2010년에 썼던 글을 리메이크 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유리는 뭔가를 담는 병이나 그릇, 컵의 재료로 쓰이고 안경과 렌즈를 만드는 데 쓰이며, 각종 교통수단이나 건물에서 창문의 재료로도 쓰이는 요긴한 물질이다. 사실, 유리를 빼면 투명한 고체 자체가 주변에 의외로 흔하지 않다. 플라스틱, 얼음, 보석 말고는 뭐 떠오르는 게 없는 것 같다.

유리는 목재나 플라스틱과는 달리 열에 강한 편이며, 불탈 때 유독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성냥을 갖다 대면 바로 불이 붙을 정도로 수백 도로 달궈진 유리 막대도, 차가운 유리와 외형상 전혀 차이가 안 보이기 때문에 취급에 절대 주의해야 한다고 과학 실험실 안전 수칙에 언급되어 있을 정도이다.

유리는 금속과는 달리 녹이 슬지 않으며, 염산이나 황산, 왕수 같은 위험한 강산 약품을 담을 수도 있다. 매우 편리한 점이 아닐 수 없다. (뭐, 플루오르 같은 변태 독극물은 유리조차 녹이기 때문에 다른 플라스틱 병에다 담는다지만..)
또한, 유리는 도자기와 더불어 전자레인지에 넣기에 가장 적합한 용기 재료이기도 하다. 종이나 나무 그릇은 용기도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안 되고, 금속 그릇은 전자파를 반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유리도 단점이 있으니,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잘 깨진다는 것이다. 깨질 때 꽤 경쾌한-_- 소리가 나기 때문에 이말년 작가께서 이 소리를 만화에서 자주 써먹곤 했다.
그리고 그 깨진 유리 조각은 굉장히 날카롭고 위험하다. 길바닥에 이런 게 널브러져 있으면 사람이 다치기 쉬운 건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나 자전거의 타이어를 펑크 내기도 딱 좋다. 이런 조각들은 쓰레기로 배출· 수거하기도 힘들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사람이 자기 신체로 유리를 직접 파괴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짓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라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교통사고나 화재로 인해 건물이나 교통수단으로부터 긴급히 탈출해야 할 때라도, 더 무겁고 단단한 다른 물건(망치, 소화기 등)으로 유리를 미리 먼저 부순 뒤에 나가야지, 박치기를 해서는 안 된다.

긴급 상황이라면 차라리 이해라도 하는데, 열받았을 때 객기 부린답시고 유리창이나 거울을 맨주먹으로 쳐서 깨는 건... 완전 바보 짓 미친 짓이다. 주먹과 닿은 유리 표면이 부서지는 순간 손은 유리 조각에 찔리며, 유리를 뚫고 들어갔다가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날카로운 유리 날에 쫘악~ 베이고 긁히고 유리 조각이 박힌다. 손은 그야말로 피투성이가 되고, 잘못하면 불구가 될지도 모른다. 동맥이라도 손상됐다간, 급소를 다치지 않아도 과다 출혈로 죽는 수가 있으며, 고인은 영락없이 다윈 상 후보로 귀착되어 버린다.

유리는 총· 총소리만큼이나 영화나 게임이 현실을 제일 왜곡하고 사람들에게 잘못된 관념을 심어 주는 물건에 속한다.
액션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조금만 충격을 줘도 유리로 된 문이나 창문이 정말 쉽게, 시원하게 박살나고 주인공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영화에서 소품용으로 쓰이는 유리는 애초에 따로 있기 때문이다. 투평하고 잘 깨지고 파편이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대신, 너무 약하기 때문에 애초에 건축자재로 쓰이지도 않는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현실에서는 절대로 페르시아의 왕자처럼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묘하게도 1과 2에서 모두 이런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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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무려 맨발로 격파하는 왕자님. 자기 영혼(?)이 빠져나가고, HP는 1로 곤두박질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2는 아예 시작부터가 저런 막장 설정으로..;;

좀 큰 규모의 교통사고가 나면 역시 해당 교통수단의 유리창도 박살이 나곤 한다. 과거에는 깨진 앞유리 파편들을 얼굴에 고스란히 뒤집어 쓴 자동차 운전자는 충돌로 인한 충격보다도 이것 때문에 그대로 끔살 당하곤 했다..;;
그래서 두 유리판을 셀룰로이드로 접착한 안전유리가 20세기 초에 발명되었다. 일반 유리보다 강하고 잘 깨지지 않으며, 심한 충격을 받아 깨지더라도 유리 조각들 모양으로 금만 쫙 생기지 모양은 최대한 유지되는 유리이다. 이것도 만능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마치 방탄조끼나 헬멧만큼이나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데 큰 기여를 한 훌륭한 발명품임이 틀림없다.

VIP들이 타는 자동차에는 안전유리를 넘어 방탄유리가 쓰인다. 이건 교통사고처럼 넓은 면적에 고르게 받는 충격이 아니라, 총알처럼 한 점에 집중된 강한 충격에도 쉽게 뚫리지 않게 강화된 유리이다. 즉, 방탄복· 헬멧의 유리 버전이다.
영화 <아저씨>에서 만석이 차 안에서 이거 하나만 믿고 "이거 방탄유리라구 이 ㅂㅅ아~!"라고 깝쳤으나, 한 곳에만 집중된 권총 사격에 유리가 뚫리면서 결국 밥숟가락 놓게 됐다.

중남미 어디던가 치안이 불안한 어떤 나라에서 한인 교포가 차량용 방탄 유리 제조 업체를 운영하는데, 성능이 좋아서 현지인들에게서 인기가 좋다고 TV에서 본 기억이 있다. 길거리에서 수시로 총싸움이 벌어질 정도로 치안이 막장이다 보니 저게 보안 차원에서 수요가 있다고 그런다..
하긴, 외국 또 어디에서는 제조사 사장이 직접 차에 타고 직원이 그 차에다 소총을 갈기는 CF를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멀쩡히 살아서 나온 사장은 "이래서 우리 제품 짱"이라고 선전하고 말이다.

다만, 운동 에너지에서 m이 극단적으로 작고 v만 극단적으로 큰 총알이 아니라, 아예 쇠망치나 도끼 같은 걸로 차량 유리를 찍는다면 창 자체는 박살나거나 뚫리지 않지만 창이 통째로 차량의 필러(기둥, 지지대)에서 뜯겨져 나갈 수가 있다. 다양한 형태의 물리적인 충격에 대비하여 철통보안을 달성하려면 이래저래 신경써야 할 게 많다.

한편, 총알 방어와는 반대로, 교통사고 현장의 탈출이나 차량 내 자살자 구출 같은 이유로 차량의 유리를 인위적으로 깨야 할 때도 있다. 앞유리는 굳이 방탄이 아니더라도 앞서 얘기했던 안전을 위해 어지간한 인력만으로는 정말 지독하게 안 깨지게 설계돼 있다. 거기보다는 측면,  도어의 유리를 공략하는 게 좋다. 도어의 유리에서 모서리 쪽을 망치로 쳐 주면 그럭저럭 깰 수 있다고 한다.

끝으로, 똑같이 투명한 유리여도 그런 창문용 유리랑 아예 유리궁전 건물 외벽을 구성하는 유리는 강도와 두께가 서로 쨉이 안 된다. 이건 똑같이 벽돌처럼 생겼어도 건물 외벽 벽돌과 내부 인테리어용 벽돌이 다른 것만큼이나 다르다. 후자는 아예 겉모습만 벽돌일 뿐 애초에 돌도 아닌 플라스틱 벽돌도 있으니 말이다. 초가집이 사라진 것만큼이나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주류였던 벽돌이 자취를 싹 감춘 게 인상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22 19:32 2017/09/2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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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와 그 이후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옛날 사람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정도로 많은 물자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그리고 폐기하면서 산다. 과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 플라스틱 같은 신소재를 발명하고, 자동차와 컴퓨터를 발명하고 냉동 기술을 개발하고, 거기에다 자본을 극도로 집약하여 첨단 기계 공작 기술에다 대량 생산 설비를 갖춘 덕분이다. 헉헉~ 인류가 지금까지 이뤄 놓은 것들이 정말 대단하긴 하다.

단적인 예로, 종이컵이나 봉지, 플라스틱 컵 같은 간단한 일회용품이라도 없거나 값이 비쌌다면 간편하게 커피를 뽑아 마시는 것조차도 왕창 불편해지고 애로사항이 꽃폈을 것이다. 배달 음식 같은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그런데 문제는 내용물을 다 먹고 나서 빈 용기의 처리는 누가 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먹다 남은 음식은? 그래서 오늘은 쓰레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느 쓰레기들 중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축축하고 제일 더럽고 냄새 나고, 장기 방치할 경우 파리와 구더기가 들끓게 되는 무척 난감한 부류이다. 갓 만들어진 음식이 내는 좋은 냄새는 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양하지만, 음식물이 썩는 냄새는 어떤 재료건 그 특유한 시큼한 냄새로 비슷한 것 같다. 실제로 부패 악취를 일으키는 성분은 다 동일하다고 함..

다만, 법적· 행정적으로 엄밀하게 따지자면 음식물 쓰레기는 원래 인간이 먹을 수 있는데 변질됐거나 다른 사람 입이 닿아서 먹을 수 없게 된 것, 가축 사료로 재활용 가능한 것만이 해당된다. 음식물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해서, 혹은 언젠가는 썩어 없어진다고 해서 전부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다.

파뿌리, 각종 뼈와 가시, 과일· 달걀 껍질과 조개 껍데기처럼 런타임이 아니라 빌드/컴파일 타임 때부터 진작에 먹히지 않고 버려지는 것들은 그냥 일반 쓰레기이다. 그러니 분리해 줘야 한다. 수박이나 참외 정도 되면 외피가 껍질이라고 불러야 할지 껍데기라고 불러야 할지 좀 모호해지긴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어차피 다 거름이 된다는(?) 생각에 산에서 과일 껍질 같은 걸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방뇨 방변 역시 마찬가지이며, 길거리에서는 침도 뱉지 말아야 한다.
썩어서 없어지는 게 무슨 방사성 물질이나 플라스틱 부류보다는 나을지 모르겠지만, 그게 만능은 아니다. 썩어 없어지는 건 그렇게 금방 신속하게 이뤄지는 게 아니며, 중간 과정이 절대로 보기 좋거나 깨끗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패는 그 과정에서 심각한 위생 문제를 일으킨다.

현실에서는 홍보 부족이나 귀차니즘 등의 이유로 인해, 수박 껍질이건 생선 가시건 닭뼈건 모조리 음식물 쓰레기로 싸잡아 버리는 경우도 많다. 법적으로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지만, 그래도 식료품에서 유래되었으며 오래 놔 두면 냄새 나고 벌레가 끼니 완전 일반 쓰레기처럼 취급하기는 여전히 난감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보행자도 아니고 자동차도 아니고 어느 도로에서 어떻게 달리라는 건지 난감한 이륜차(자전거 또는 오토바이)와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다음으로, 종이류는 예전보다 더 질이 낮은 종이나 휴지로라도 재활용 가능한 반면, 비닐· 플라스틱은 재활용 효율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기름기 넘치는 음식이나 더러운 물건을 한번 담은 뒤엔 그렇게 호락호락 씻기지도 않는 것 같고.. 맹물만 담은 페트병조차도 위생 문제가 우려되니 재활용하지 말고 즉각 버리라는 조언까지 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딱딱한 형태가 있는 물건이 아니면 그냥 일반쓰레기로 간주해서 버리는 편이다. 플라스틱류는 석유값이 내려가면 재활용 가성비가 더욱 떨어진다.

그래도 0순위로 제일 적극적으로 반드시 재활용해야 하는 물건은 금속류, 그 중에서도 알루미늄 캔 깡통 같은 것들이다. 텅 빔, 무식을 상징하는 비유적인 의미와는 달리, 깡통은 생각 이상의 최첨단 공업 기술의 산물이다. 통조림에 쓰이는 원터치 캔 같은 건 참 편리한 한편으로 만들기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이 가시는가?
알루미늄은 가공이 워낙 어려워서 100수십 년 전엔 용기 가격이 동급의 은과 비슷했을 정도였다. 그러니 속에 담뱃재 같은 거 털지 말고 깨끗하게 해서 분리 배출하는 게 좋다.

요즘도 학교엔 뒤편에 쓰레기 소각장이 있나 모르겠다.
국민 의식이 미개하던 시절에는 나라에서 (1) "쓰레기를 제발 아무 데나 버리지 말고 휴지통에 버리세요"라고 지겹도록 계몽했었다. 사실, 옛날에는 소비하고 버리는 물자 자체가 워낙 적고, 물자들도 어차피 다 친환경적인(?) 간단한 것들이어서 대충 버려도 문제될 게 없었다. 오늘날 같은 문명 사회가 되니까 그런 안일한 습관이 문제가 되었을 뿐이다.

그렇게 쓰레기통에 버리라는 캠페인이 나중에는 더 심화· 분화(?)돼서 (2)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재료별로 분리해서 버리세요"가 됐고, 국어를 사랑하는 분들은 '분리 수거'와 '피로 회복'은 잘못됐으니 '분리 배출'과 '피로 제거'라고 용어를 바로잡아야 된다고 깐깐하게 군다. 어쨌든, 쓰레기의 재활용이라는 개념은 이제 2,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전국민에게 각인돤 듯하다.

그리고 한편으로, 재활용 가능하지 않은 레알 쓰레기들은 유료 봉투에다 담아서 배출하라는.. (3) '쓰레기 배출을 위한 비용'이라는 종량제 개념까지 정착했다.
국민 의식이 그렇게 바뀌는 동안 업계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신속하게 건조시키고 퇴비화하는 기술, 부패 가스로부터 연료를 추출하는 기술 등 별별 기술을 개발해서 그나마 198, 90년대에 매체에서 비관적으로 끔찍하게 상상했던 환경 재앙이 201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실현되지 않게 했다. 세상 종말처럼 묘사되어 온 석유 고갈도 아직까지는 딱히 실현되지 않았다.

사람을 가리켜 인간 쓰레기라고 하면 굉장히 경멸적인 욕설이 되는데... 이말년 만화에서나 봤던 인간 쓰레기 퍼포먼스를 얼마 전에는 실사판으로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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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사정은 딱하지만 지금 노동 생산성이 최저임금이나 그 미만밖에 안 되는 사람이 최저임금만 1만 원으로 덥석 올려 주면 그러면 돈만 무식하게 찍어 낸 것과 다름없지, 밥값과 교통비는 더 오를 것이고 최저임금만치 못 주는 사업장은 이미 있던 알바들도 다 해고할 텐데? 그런 건 왜 생각을 못 하냐..

Posted by 사무엘

2017/09/04 19:33 2017/09/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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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이야기

"중국 애들 1억 6000만이 대마 하고, 2600만이 메스암페타민, 1100만이 헤로인 한다. 노다지란 말이다. 유엔이 그레 말해!"
개인적으로 <아저씨>(영화)를 테이큰만큼이나 아주 재미있고 인상깊게 봤다. 장면은 좀 잔혹한 편이지만 아시다시피 주인공의 액션이 절륜하고.. 또 굳이 주인공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재치와 센스 넘치는 명대사가 굉장히 많은 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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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 발 남았다." "금이빨 빼고 모조리 씹어먹어 줄게!", "공손하게 댄디하게", "니 동생놈하고 같이 싸잡아서 인체의 신비전에 보내뿐다." "삼청교육대 다시 세워가 싹 다 잡아 쳐넣어야 나라가 산다" 등..
감독이 각본도 썼다는데 정말 대단한 실력이다. (오 사장님은 참 귀여운 막말 제조기이다. ㅋ)

도대체 저 대사는 UN의 언제적 무슨 통계를 인용한 건지 모르겠다만, 다른 나라도 아니고 중국은 아편 전쟁의 트라우마가 있어서 오늘날까지도 마약 사범을 공산당스럽게 제일 무자비하게 다스리는 나라이다. 그런데도 전인구의 15%가 넘게 여전히 마약을 접하고 있나 의아스럽다. 죽이고 또 죽여도(사형) 근절되지 않는 듯..

세상에 마약이 어떤 게 존재하는지가 문득 궁금해졌다. 일단 마약계에는 같은 마약에도 속칭, 이칭이 많다.
일단 (1) 히로뽕, 필로폰, 메스암페타민은 다 같은 각성제 마약을 가리킨다. 식물이 아닌 화학 약품 기반이어서 그런지, 영어권에서는 결정 모양에서 유래된 ice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필로-' 이건 '필레오', '필라델피아', '데오빌로'에서 알 수 있듯, '사랑'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줄여서 '뽕'이 마약의 상징이다. 국뽕 등...

(2) 대마와 마리화나는 같은 식물계 마약이다. 정확히 말하면 둘의 차이는 벼와 쌀, tobacoo와 cigar/cigarette의 차이와 같다. (대마 잎을 가루로 갈아서 피울 수 있게 만든 것)
(3) 헤로인은 우연인지 '여주인공'과 발음이 완전히 같다. 철자는 heroin(e)에서 E의 존재 여부만 다르다. 모르핀과 마찬가지로 아편 계열의 매우 강한 마약이다.

아저씨 대사에서 언급된 마약은 저 세 종류이다. 오 사장의 말에 따르면 대마, 메스암페타민, 헤로인의 순으로 투약자 수가 적어지는데, 나중에 등장하는 마약일수록 실제로 더 하드코어하고 중독성이 강한 놈이라는 것을.. 본인은 뒤늦게 알게 됐다.

그 밖에 중국이 옛날에 곤욕을 치렀던 아편은 양귀비에서 유래된 또 다른 식물계 마약이다. 본드나 부탄가스는 자기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자기 뇌의 건강과 환각 쾌감을 등가교환하는 위험한 물질이 된다.
사실, 담배(니코틴)도 워낙 넓게 퍼져 있을 뿐이지 중독성과 금단증세, 건강에 대한 해악으로 치면 마약"류"에 속한다고 간주된다. 알코올은 두 말할 나위도 없고.

마약 중에는 알다시피 각성뿐만 아니라 반쯤 마취와 진통 효과가 있는 게 있다. 말이 좋아서 마취이지 이거 의학적으로는 사람이 고통을 느낄 수 없게 강제로 정신을 잃게 만들고 반쯤 죽여 놓는 위험한 조치이다.
그래도 극심한 고통이 따르는 대규모 외과 수술을 할 때가 있고, 환자가 수술 중에 고통 쇼크로 죽지 않게 하기 위해 이런 마약은 의사의 판단 하에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혹은, 말기 암이나 방사능 대량 피폭처럼 완치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단지 환자를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서 편하게 보내 주는 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에도 사용되었다(이 용도로는 주로 모르핀).

어릴 때부터 학교의 사회· 도덕 교과서의 마지막 단원은 언제나 북한과 통일 문제였다. 그것처럼 체육· 보건 계열 교과서에는 마지막에 언제나 마약의 해악을 경고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TV 공익광고로도 엄청 많이 나갔고,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안티 마약 공익광고는 그야말로 반공 공익광고 만만찮을 정도로 제일 무섭고 끔찍한 묘사로 악명높았다. 1990년대의 <올가미>, <창살>에 비해, 마 동석이 나오는 2016년도 공익광고는 스타일이 달라도 너무 달라져 있다. (본인은 올가미와 창살 다 본방 본 기억 있음..!)

마약은 전세계 모든 공권력이 근절하지 못해서 안달이다. 단순 소지만 해도 처벌, 또는 혼자 재배하고(!) 소지하고 투약하는 건 상관없는데 남에게 돈 받고 유통한 것이 불법 등 관점도 국가마다 의외로 케바케 제각각이다.
하지만 '쾌락'과 '중독'이 존재한다는 특성상, 마약은 도박 이상으로 지하 경제의 너무 훌륭한 돈줄이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뿌리뽑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요원한 일이다. 농가의 입장에서도 너무 흔하게 대량 생산되고 있는 작물보다는 요런 것들이 이윤이 더 짭짤하다. "이 속에 녹아 있는 필로폰만 정제하면 니하고 내하고 평생 먹고 산다~!"

오죽했으면 마약 유통망은 단순 경찰의 함정 수사를 넘어, 국정원 같은 방첩기관까지 동원해서 잡아내려 한다. 공항 같은 데서 마약이 든 가방을 단순 부탁만 받고 나르다가 걸려도 일단은 다 잡혀 간다. 말단의 조직원만 조지는 게 아니라 배후를 송두리째 일망타진하기 위해서는 방어하는 쪽에서도 유죄 추정의 원칙에다 불가피하게 더 적극적이고 악랄한 수법을 동원한다는 뜻이다. 거의 빨갱이 잡듯이 말이다.

마약까지 팔아서 외화 벌려고 발악을 하는 북괴가 얼마나 국제적으로 민폐 끼치는 악의 집단인지를 알 수 있다(아편, 대마). 그런 마약을 중국에다가도 팔려고 했다니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단단히 잘못 찾았으며, 그 반대급부로 이제는 북한 주민들이 마약 중독자 폐인이 되고 있다. 이런 북괴의 악행을 더는 용납하지 말고 고립 압박해서라도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건 "유엔도 동의하는" 아젠다이다. 국제 단체들이 결의하고 권고하는 게 사형 제도 폐지처럼 전부 옳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북 제재만큼은 옳게 처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서양에서는 마리화나 정도는 담배만큼이나 남들 하듯이 다 하는 풍조도 있는가 보다. 카지노가 한국에서는 강원랜드 빼고는 자국민은 전면 금지이며 원칙대로라면 심지어 외국 카지노에 다녀온 것조차도 처벌받는 반면.. 서양에서는 그게 그냥 평범한 유흥+숙박 시설 역할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건 일종의 정서 차이인 듯하다.

스타크래프트에는 스팀팩이라는 게 있고 '뽕 맞은 마린'이 비록 HP는 깎이지만 일시적으로 공격력과 이동 속도가 증가한다.
일반적인 환각· 각성용 마약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근육을 만들고 근력을 일시적으로 증가시켜 주는 스테로이드 계열 마약도 있어서 이런 건 스포츠계에서 엄격한 금지 대상이다. 30여 년 전 우리나라 서울 올림픽 때의 쾌거 중 하나가 바로 육상 선수 벤 존슨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복용을 자체 기술로 잡아낸 것이기도 하다.

이건 점수와 기록의 관점에서는 반칙 부정행위이고, 또 장기적으로는 선수 개인의 건강도 해치니 반드시 추방해야 하는 관행이다. 음주운전을 잡아내는 것처럼 피를 뽑아서 검사하는 게 제일 정확하긴 하지만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드니, 그 전에 소변 검사를 한다. 단, 선수와 동성인 검사관이 찾아와서 화장실까지 따라간 뒤, 소변이 선수의 몸에서 직접 나오는 걸 일일이 확인한다. 게다가 채취하는 소변의 양도 생각보다 굉장히 많기 때문에 단순히 건강검진 받을 때 시험지 같은 거 간단히 묻히는 수준을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자전거 사이클이나 요트, 승마처럼 다른 기계나 동물을 조작하여 이동하는 종목에서는 근력 강화 약물뿐만 아니라 알코올도 금지 대상이다. 이것은 기록· 점수나 개인 건강 차원이 아니라 안전 때문에 취하는 조치이다.
그러고 보니 <아저씨>에는 저 분야에서도 명대사가 있다. "바닥에 흘리는 X끼 죽는다. 오줌에 물 타는 새X 뒤진다. 잡담하지 않습니다. 오줌 교환하지 않습니다." 마약사범 용의자들을 무더기로 검거한 뒤에 소변 검사를 실시하면서 통제하는 경찰관이 하는 말이다.

마약도 그 정의와 범위, 용도를 분류하자면 다 같은 마약이 아니다. 이 글에서 정말 대충 다룬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가 나오긴 하는데 그건 뭐 인터넷 검색하면 나오니까 참조하시고..
강한 마약은 담배의 금단증세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하다가 안 하면 괴로워서 온몸이 견딜 수 없는, 가히 고문과 동급의 금단증세가 찾아온다고 한다. "X발 개처럼 짖으라면 짖을 테니 제발 마약 주세요오오오~!!!" 그리고 마약 구입할 돈을 마련하려고 눈 뒤집어져서 끔찍한 범죄도 불사하게 된다.

무슨 악령에 들린 것도 아니고 몸이 어떻게 해야 저렇게 폐인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몸은 서서히 망가지고 얼굴은 폭삭 삭고 인상이 망가져 버린다. 일시적인 쾌락 대신 얻는 대가로는 참 가혹해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저런 물질이 절대 근절되거나 병원· 약국 한구석에서 아주 제한적으로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 지하 경제 돈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게 어쩔 수 없는 아이러니이다.

* 살다 살다 내가 마약을 소재로 글을 쓰게 되다니.. 이게 다 아저씨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8/11 19:29 2017/08/1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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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동차에는 운전석과 조수석이 좌우로 나란히 놓여 있고, 2인 승무를 하는 대형 여객기에도 기장과 부기장은 좌우로 나란히 배치된 조종석에 앉는다. 그러나 복좌식 전투기는 좌석이 앞뒤로 나란히 놓여 있다.

전투기는 겨우 한두 명이 타는 것치고는 덩치가 굉장히 크다. 그 작은 안둘기(An-2)가 조종사 포함 10여 명의 인원이 탑승 가능하고 세스나 172 같은 경비행기도 승용차 정도의 인원은 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시길.
전투기는 나머지 공간에 전부 연료와 무장을 싣느라 덩치가 커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객기 조종석에는 좌우에 모두 조종간이 달려 있던데 전투기의 전방석과 후방석은 어떤지 모르겠다. 일단 기체를 조종하는 건 전방석 파일럿이 하고, 무장이나 폭격 같은 건 후방석 파일럿이 한다고 한다. 그리고 굳이 공격을 안 하더라도 조종사 말고도 사람이 탈 자리 여유분이 적어도 하나는 좀 있어야지..

그런데 전투기를 타고 날기만 했다고 다가 아니다. 진급이나 민항사 진출을 위해서는 전방석 비행 시간을 잔뜩 적립해야지, 후방석은 경력에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서로 작전 수행에 기여하는 비중이 대등하지 않은가 보다.

그리고 각 파일럿들의 누적 비행 기록은 자동으로 전산 처리되어 관리되기라도 하나 궁금하다. 이것도 마치 자동차의 적산거리계처럼 조작 가능성이 있으면 안 될 텐데 말이다.
전방석과 후방석은 마치 학계의 논문에서 주(제1) 저자와 제2저자의 차이와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연구 실적 기여도 같은..;;)

지상의 군용차들은 왕창 튼튼하고 무겁고 힘이 좋겠지만 날렵하지는 않다. 무한궤도를 이용해서 험지와 45도 경사를 오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무슨 제로백이 5초 이내이거나 하지는 않다. 고성능이지만 스포츠카 같은 고성능은 아니다.
하지만 전투기는 자동차로 치면 부가티· 포르쉐 같은 스포츠카의 기동성과 날렵함을 갖췄으면서도 무장도 달렸다. 공중의 그 어떤 비행체도 따라잡고 격추시킬 수 있다. 그러니 멋있지 않을 수 없다. 아가리 파이터, 스트리트 파이터가 아니라 이런 게 진짜 '파이터'이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동차나 교통수단에 탑재되는 좌석은 그냥 등받이의 각도 조절(리클라이닝) 기능만 있는 편이고,
과거에 철도 차량 중에 구형 통일호 객차의 좌석은 각도 조절이 없는 대신, 등받이를 밀어서 전후 진행 방향을 바꾸곤 했다.

그런데 기울여서 책상과 등받이를 겸하는 건.. 나름 참신한 디자인 같다.
비행기로 치면 로터와 프로펠러를 겸하는 틸트로터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3.
여러 스포츠들 중 양궁은 우리나라에서 태권도 만만찮게 올림픽 메달 싹쓸이 효자 종목이다. 허나 양궁은 조직이 돌아가는 게 태권도 협회보다 훨씬 더 모범적이며, 긍정적인 쪽으로 대단하고 특이한 면모가 많다.

양궁은 불모지에서 천재 스타가 어쩌다 한번 혼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게 없다. 피겨 스케이팅 김 연아, 수영 박 태환 같은 거 말이다. 마라톤은 이 봉주를 끝으로 아예 명맥이 끊겼잖아.. 그런데 양궁은 그렇지가 않고 그야말로 괴수들이 우글거리는 '인재 풀' 형태이다. 독고다이 스타라는 게 없다.

선수 선발 기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닥치고 오로지 성적이다. 대학원들 중에서 외대 통· 번역 대학원은 학부의 간판· 성적이고 면학 계획서고 그딴 거 다 씹어먹고 오로지 학부 졸업장과 번역 테스트 성적만으로 학생을 뽑는다는데 그런 걸 보는 것 같다.
양궁은 오늘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다음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뽑히리라는 보장은 1도 없으며, 실제로 그러하다. 자리를 매의 눈으로 노리고 있는 후배들이 곧바로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선수의 세대 교체도 엄청 빠르다. 올림픽에서 메달 따기에 앞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뽑히는 게 더 어렵다. 축구처럼 물리적인 체력이 딸려서 젊은 후배들에게 밀려나고 은퇴하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공부 댓다리 잘하는 애들한테는 수능보다 닥치고 변별력 뛰어난 본고사 학력고사가 더 유리하듯, 한국 양궁 선수들은 비가 오고 주변이 시끄러우면 오히려 "땡큐!" 하면서 상대 선수들을 더 쳐발랐다.
올림픽의 양궁 룰 개정은 과장 좀 보태면 한국의 메달 독식을 좀 어떻게든 견제하려고 머리 굴려 온 내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양궁은 판정 자체도 화살이 과녁 중앙에 얼마나 가까운지만 보면 되니, 다른 경기처럼 심판의 판정이나 비디오 판독 그런 거 아무것도 없어도 된다. 얼마나 우아한 자세로 활을 쏘나, FM대로 활과 화살을 파지하나, 활 겨누기 위해서 상대편 선수와 몸싸움 하다가 반칙 저지른 거 없나 그런 걸 보지는 않으니까!
결과만으로 승부하니 아주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과목으로 치면 뭔가 수학적이기까지 해 보이는 개인 멘탈 스포츠이다. (물론,멘탈 스포츠라고 해서 체력 단련 안 하는 건 절대 아님)

협회는 비리 없고, 선수들은 승부조작이나 약물 같은 그 어떤 부정의 여지도 없는 청정지대이다. 세상에, 국내 체육계에 이런 선순환 시스템이 갖춰진 곳도 있었나? 지금까지 양궁 후원 많이 해 준 대표적인 기업이 내가 알기로 삼성 말고 현대 그룹 계열이다.

펜싱과 검도가 다르고, 군대 사격· 저격과 스포츠 사격이 다르듯, 스포츠 양궁도 전근대 시절에 사냥 내지 전쟁용으로 운용된 활이나 석궁하고는 물리적인 특성이 좀 다른 구석이 있을 것이다.

4.
요즘 전자레인지는 가열(조리)이 끝난 뒤에도 사용자가 뚜껑을 열어서 음식물을 가져갈 때 내부적으로 웽~ 소리가 나는 편이다. 자체적으로 내부 냉각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이런 소리가 나는 건 정상적인 현상이며 오동작이나 고장이 아니니, 안심하고 쓰라고 제품 측면 어딘가에 안내가 돼 있다.

그리고 요즘은 에어컨도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바로 꺼지지 않는다. 거의 10~20초 가까이 자체적으로 송풍을 더 하다가 꺼지며, 그 이유는 명확하다. 필터를 좀 건조시켜서 곰팡이와 악취를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하는 일은 서로 다른 가전제품이지만 가동 완료 후에 후처리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5.
길거리에 어떤 가게가 있는데, 그 이웃 또는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 동일 업종의 가게가 또 문을 열었다고 생각해 보자. 이건 일반적으로는 상도덕 위반인 지탄받을 일이라고 여겨지며 욕 먹는다.

그런데 작정하고 동일 업종의 유명 가게들이 몇십 개 이상 특정 장소에 밀집해서 단지를 구성하고 있으면 이게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된다. 전체 매출은 가게들이 제각기 따로 있을 때 이들의 매출의 합보다 더 커진다. 이 많은 가게들 틈바구니 중의 하나로 끼어 봤자 돈을 얼마나 벌겠나 싶지만 상인들은 기를 쓰고 이 단지 안에 입주하려 하며, 혼자 따로 노는 것보다 여기 안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가 상도덕 팀킬이고 어디부터가 밀집 시너지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작은 거짓말은 안 믿어도 큰 거짓말은 선뜻 믿는다거나, 사람을 조금 죽이면 살인자이지만 엄청 많이 죽이면 영웅이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지? 세상살이가 마냥 단순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리고 지방에서 무슨 공무원이나 다른 전문직 같은 걸 확보하고 있지 않은 한, 사람들도 일자리와 관련해서 이런 시너지에 편승하려고 기를 쓰고 서울에 가려 하는 것이지 싶다.

6.
지난 봄쯤에 코레일에서 평범한 대졸 신입사원 말고 경력직· 특수 분야 전문직에 대한 채용 공고를 냈었다.
코레일에서 사무직이나 기관사 승무직 말고 웬일로 컴공 출신 프로그래머도 뽑다니, 본인은 그걸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기는 전문 IT 업체가 아니니 부서별로 두세 명 극소수만 뽑는다.

보직에 따라 서울 아니면 대전에서 근무하게 된댄다. 직무 분야를 보니 무척 인상적이었다.

  • 서버 프로그래밍 및 API 개발
  • 광역철도 자동 운전을 위한 세부 알고리즘 구현
  • 유지보수 무인화를 위한 무선센서 네트워크 제어 알고리즘 구현
  • 철도차량 소프트웨어 운용 및 관리정책 제언

도로 공사에서는 장기적으로 전국의 고속도로에서 톨게이트(차를 세우는 형태의)를 없애고 스마트 하이웨이로 가려 하듯, 코레일에서는 관심사가 온통 무인 운전에 쏠려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광역전철까지도 말이다. 그러니 10년 뒤를 대비해서 지금부터 저런 사람을 뽑는 거다. 그 대신 승무 쪽은 점점 더 채용이 줄어들 것이고.

그도 그럴 것이 930명이 넘는 사람이 타고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도 기관사는 1인인데, 10량짜리 전철이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기관사+차장 2인 승무인 것은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눈 뜨고 보기 어려운 광경이지 싶다. 노조의 입장에서는 안전 운운하면서 1인 승무조차도 반대하고 이런 사고방식을 굉장히 싫어하겠지만 요즘 철도계의 전반적인 기술 수준과 트렌드, 그리고 경영자의 생각은 노조의 생각과 다르다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7.
본인은 7차 교육과정이네 수행평가네, 단군 이래 최저 학력 이러던 일명 이 해찬 세대의 바로 윗세대이다. 아마 6차 교육과정의 끝물을 겪었지 싶다.
1990년대 말의 사정이 그랬고 교육과정 차수가 거의 5~10년에 한 번꼴로 올라가 왔으니 본인은 지금쯤이면 교육과정이 9~10차 정도로 개정됐으려나 으레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현황 정보를 검색해 보니 그렇지 않았다.

지금도 명목상으로는 7차 교육과정 상태이다. 그런데 이걸 끝으로 교육과정에 예전 같은 대규모 메이저 revision을 하지는 않고, 7차부터는 7-1, 7-2 같은 식으로 소규모 수시개정만 하는 듯하다. 단, 지금으로부터 10년쯤 전인 2007년에는 7차 초기의 구조와 다소 동떨어지는 대규모 개정이 있었던가 보다.

이런 넘버링 방식을 보니 현실의 다른 분야에서도 많은 예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Windows의 경우 2015년에 나온 10을 끝으로 브랜드명이 바뀌는 대규모 버전업을 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웹으로 수시 패치만을 배포한다. 뭐, 1주년 업데이트라고 해서 예전의 서비스 팩에 준하는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으며 지금의 Windows 10은 출시 직후의 10과는 이질감이 굉장히 많아지긴 했다.

하지만 브랜드명을 매번 생각해 내는 것도 한계가 있고, 또 매번 운영체제의 비주얼을 바꾸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지 결국은 마소의 정책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게 흥미롭다.
경쟁사의 제품인 macOS는 클래식이 1부터 9까지 올라갔다가 최신 버전은 번호를 10으로 굳혀서 OS X라는 명칭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지금은 X를 떼어냈으니 Windows보다 더 먼저 Windows 10 같은 상태가 된 셈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뿐만 아니라 헌정 체제도 제6공화국 아래에서 노 태우로부터 박 근혜에 이르기까지 n기 정부이다.
6공화국 이후로 설마 옛날의 군사정권이나 유신 같은 급의 거대한 개정· 개헌은.. 글쎄, 예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통일(멸공이든 적화이든) 정도의 엄청난 이벤트가 발생한 뒤에나 가능하지 싶다.

단순히 대통령 임기나 중임 관련 규정이 바뀌는 것(제10차 개헌)으로는 공화국 번호(제7공화국!)가 올라가지 않을 것이고, 그나마 그것마저도 확실하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은 헌법이 고치기가 굉장히 어렵게 돼 있기 때문이다.

잡소리가 굉장히 길어졌다만, 날개셋 프로그램들도 9.x 이후부터는 뭔가 이런 '작은 버전업'을 선택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사실, 타자연습은 오래 전부터 단순 소수점 기반의 버전 넘버링만으로 한계가 있는 처지에 이르렀다. 3.x 초반에 지금의 프로그램 뼈대는 거의 완성됐고 가까운 미래에 프로그램의 기반이 싹 바뀌고 기능이 크게 추가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니 3.x부터는 0.01씩 올리다가 0.1씩 올리다가 하면서 결국 3.7에 이르기는 했지만 번호가 좀 부자연스럽다.
더구나 얘는 자신의 변화 없이 입력기의 버전업만으로 같이 업데이트되기도 했는데 이런 것까지 미세하게 기술하기가 어려웠다.
교육과정 번호를 생각하니 이런 생각도 연달아 떠오르더라.

Posted by 사무엘

2017/07/24 08:28 2017/07/2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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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리플

  • 저그 해처리 레어 하이브 : 학사 석사 박사
  •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 서울 지하철 1호선 2호선 3호선 (힌트: 색깔의 유사성)
  • 크레용-크레파스-파스텔 : 짜장면-짜파게티-스파게티
  • 레코드 SP EP LP : 그래픽 카드 CGA EGA VGA =_=;;

세상에는 3개로 이뤄진 진영이 속성이 서로 다 동일하거나 제각기 다 다른 경우가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플토, 테란, 저그가 좋은 예이다. 미네랄과 가스, 서플라이를 사용하며 기본적인 공방 업그레이드가 3단계씩 있는 건 공통이지만, 건물을 짓는 방식이나 각종 스킬 같은 건 전부 제각기 다르다. 두 종족은 완전 공통인데 한 종족만 다른 경우는... 일단 없다.

요런 체계를 모델링한 세트(Set)라는 아주 재미있는 머리 싸움 보드 게임도 있다. 4가지 속성(색깔, 도형 개수, 채움 패턴, 도형 모양)이 전부 같거나 전부 다른 카드 트리플을 빨리 찾는 게 목적이다. n개의 카드가 있을 때 세트가 하나라도 존재할 확률 내지 전혀 존재하지 않을 확률도 구할 수 있을 텐데 내 수학 지식으로는 모르겠다.

필기 내지 그리기 도구로서 색연필-크레용-크레파스-파스텔-콩테로 갈수록 특성이 어떻게 달라지나 모르겠다. 파스텔은 그냥 딱딱한 분필 같고, 크레파스는 왁스가 들어가서 그런지 좀 끈적거렸던 것 같다.
콩테나 목탄 같은 건 본 적 없다. 목탄화는 <플란다스의 개>의 주인공이 화가 지망생이라 쓰던 물건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2. 트윈

  • 지하철역 중에서 종로3가와 종로5가는 영락없이 삼겹살과 오겹살을 떠올리게 한다. -_-
  • 농사에 비닐하우스가 있다면, 야구에는 돔구장이 있는 듯..
  • 서울 강북에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이 있다면 강남에는 국정원 뒷산인 대모산이 있다. 그리고 강북에 거대한 군사 시설인 용산 미군 기지가 있다면, 강남에는 국군정보사가 있어서 서초대로에 길이 끊겨 있고 gap이 존재한다. 서로 비슷한 심상이 느껴지는데, 얘들은 가까운 미래에 서울 밖으로 이전할 계획이 잡혀 있다.
  • 스타크래프트에나 있어야 할 옵티컬 플레어의 실사판: 공중으로 쏘는 레이저 포인터(특히 녹색), 육지 자동차에는 HID 불법 개조.

크리스천들이 하나님에 대해서는 그분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시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 우리에게 유익한 것을 주신다고 믿는다.
허나, 사람에 대해서는 능력껏 벌어서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세상은 필연적으로 다같이 망하고 거지 되는 세상을 부른다.
이것이 신과 인간에 대해서 '필요'라는 개념이 작용하는 방식의 차이점이다. 이건 성악설이 성립하는 한 반박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한편, 컴퓨터와 관련해서는..

  • 옛날에 컴퓨터를 다루던 사람들은 디스크의 배드 섹터를 걱정했지만 요즘 사람들은 모니터의 불량 화소를 신경 쓰는 듯하다.
  • 옛날 사람들은 컴퓨터를 오래 쓰면 Windows 3.x 내지 9x의 리소스 퍼센티지가 줄어드는 걸 보고 바싹 긴장했지만,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배터리 퍼센티지가 줄어드는 걸 보고 바싹 긴장한다.

3. 부정적인 예

  • C++ 템플릿의 문제(소스 코드가 노출된 채 모든 번역 단위에 매번 인클루드 돼야 함)를 해결하려고 고민했는데 기껏 나온 게 export
  • 남북이 통일하랬더니 기껏 나온 게 고려연방제 (1국가 2체제.. 그냥 전쟁만 없는 반쯤 적화통일)
  • ActiveX를 없애라고 하자 나온 게 EXE 프로그램

이들이 무슨 공통점이 있는지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않은 채 그냥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4. 긍정적인 예

  • 건축업계· 학계에서는 '철근 + 콘크리트'가 신이 건축· 재료공학계에 내린 천혜의 재료 궁합이라고 그런다. 열팽창 계수가 거의 같아서 혼합 가능하면서도 서로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은 보완하면서 최고의 건축 자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항공업계에서는 하필 여객기의 최적 순항 고도에 제트 기류라는 게 존재하는 게 기적적인 행운이라고 한다.
  • 1970년대에 인류가 우주 개발을 하고 있을 때 마침 태양계 행성들이 가까이 일렬로 배열돼 있어서 보이저 2호는 단독으로 천왕성과 해왕성을 동시에 탐사하는 대박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것도 못해도 백수십 년 만에 한 번 찾아오는 기회였다고 그런다.

이런 예가 더 있을지 궁금하다. 혹시 반도체를 만드는 데에도 무슨 천혜의 자연 광물 특성이 활용되는 게 있지 않을까?

5. 예상치 못한 대박

예전에 교통수단 관련 글을 쓰면서 한 번씩 언급한 적이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복습 차원에서..

  • 서울 지하철 9호선은 잠재적 수요를 인정받은 덕분에 서울 3기 지하철 중 거의 유일하게 얘 혼자만 노선 계획이 온전히 살아남아서 건설되고 개통되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국가에서는 이거 만들어 봤자 지상의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적수가 못 될 것이고 공기수송 적자이면 어쩌나 지금의 입장에서는 참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그래서 전동차도 달랑 4량으로 편성하고, 최대한 메리트를 끌어올리려고 급행도 만들었다. 그랬는데, 실제로 뚜껑을 열어 보니 9호선은 초대박을 쳐서 최악의 가축수송 혼잡도를 보이는 노선이 됐다.
  • 지난 1960년대 말, 보잉 사에서는 유럽에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개발되는 걸 예의주시하면서 "이거 초음속 여객기가 대박을 치면 어쩌나"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자기들도 초음속기인 보잉 2707을 개발 준비만 하면서 간을 보는 한편으로, 이미 개발 중이던 보잉 747 아음속 여객기는 주류에서 밀려날 경우 화물기로 언제든지 개조 가능하게 만반의 대비를 해 놓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초음속기는 가성비가 심각하게 부족했고 오일 쇼크와도 맞물려 영 재미를 못 봤다. 그 대신 747은 대형 여객기로 수십 년간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6. 2단계 계층

컴퓨터 프로그램 내지 알고리즘을 보면 작업을 수행하는 양상이 명백하게 독립된 두 phase로 나뉘는 것이 있다.

  • 힙 정렬: 정렬 알고리즘 중에는 얘가 꽤 독특하다. 배열을 기반으로 heap을 생성하는 단계와, 그 heap으로부터 최종적으로 정렬된 리스트를 하나씩 뽑아내는 단계로 나뉜다.
  • 컴파일러: 소스 코드를 구문 분석을 해서 내부 representation으로 변환하는 프런트 엔드, 그리고 이를 토대로 최적화와 기계어 코드 생성을 하는 백 엔드로 단계가 분명하게 나뉜다.
  • 일본어 IME: 일본 문자 자체를 입력하는 방식과, 그 일본어 문자열을 NLP 관점에서 분석해서 어절을 나누고 한자 변환 후보를 제시하는 것은 서로 완전히 별개의 단계이다. 그러니 전자와 후자를 분리해서 일부 파트만 서로 다른 알고리즘 내지 DB 제품으로 교체해서 사용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데이터 압축이 있다. 흔히 간과하기 쉬운데, 압축이라는 절차도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원소나열법을 간단한 조건제시법으로 바꿀 만한 규칙성, 반복 패턴을 찾아서 더 간결한 방식으로 표현 방식을 바꾸는 것이 전자이다. 전자를 수행하는 방법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며, 손실 압축과 비손실 압축도 이걸 수행하는 방식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압축된 데이터는 데이터 + 탈출문자 + 약어에 대한 번문 명령(expansion instruction) + 사전 참조 오프셋 같은 게 뒤죽박죽 섞여 있다.

그 다음으로, 이런 인코딩 결과를 정보 이론 관점에서 빈틈 없는 아주 compact한 형태로 물리적인 표현 방식을 바꿔서 최종 출력하는 것이 후자이다. 후자는 이론적인 압축률의 한계도 다 증명돼 있고 전자에 비해 더 발전할 게 별로 없는 상태이다.
압축 알고리즘이라 하면 이 둘을 싸잡아서 한데 일컫는 경향이 있으나, 이 두 단계는 엄연히 용도와 성격이 다르다. 가령, jpg 이미지 포맷의 경우 이산 코싸인 변환은 전자요, 결과를 허프만 코딩으로 출력하는 것은 후자에 대응한다.

요즘은 보기 힘든데 1990년대에 Windows Installer가 아직 없던 시절에는 마소에서는 확장자가 cab이던가? 독자적인 압축 파일 포맷을 써서 프로그램을 배포했다. 더 옛날에는 원본 디스크를 보면 설치되는 파일들이 확장자만 다 _xe, _ll 혹은 ex_, dl_ 이런 식으로 바뀌고 안에 내용은 어설프게 압축되어 있곤 했다. Lempel-Ziv 같은 알고리즘으로 압축되긴 했는데, 코딩 방식을 조밀화하는 '후처리'는 하지 않아서 가끔씩 원본 파일에 들어있는 문자열이 드문드문 보이곤 했다.

파일을 압축하면 기본적으로 전자 과정을 거쳐서 크기가 줄어드는데, 후처리까지 거치면서 크기가 좀 더 감소할 뿐만 아니라 이때 진짜 난수표 같은 뒤죽박죽 비트 나열로 바뀐다. 둘은 마치 사이다에서 (1) 단 맛을 내는 향신료와 (2) 탄산, 에어컨에서 (1) 온도를 낮추는 압축기와 (2) 송풍기하고 얼추 비슷한 관계가 아닌가 싶다.

7. 혈액형과 상속 개념

코딩 하니까 드는 생각인데..
중등학교 때 혈액형과 수혈 가능성에 대해 배울 때 우리는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에서 말하는 상속이라는 개념을 어렴풋이 접했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수혈 가능성은 형변환 가능성이고.

O형이 베이스 클래스이고 A, B형은 O형으로부터 상속이며 AB는 A와 B 다중 상속이다.
A형과 B형이 O형을 가상 상속을 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매끄럽지가 않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반드시 같은 유형끼리만 수혈을 하지, A/B계열형에다가 O형 피를 수혈하고 AB형에다가 A나 B형 피를 수혈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런 얘기는 어렸을 때 과학 책이나 교과서에서 접하지 못했다.

아무쪼록 다중 상속은 포인터의 형변환이 이뤄질 때 오프셋 보정이 필요하게 하며, pointer-to-member도 포인터 하나 형태로 간단하게 구현할 수 없게 만드는 주범이다.
다중상속 받은 한 클래스의 포인터를 다른 상속 파생 클래스의 포인터로 바꾸는 건 굉장히 조심해서 해야 한다. 이럴 때 C-style cast는 reinterpret_cast와 개념적으로 다를 바 없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static_cast를 써야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니 혈액형간 typecast도 가능한 한 안 하는 게 좋아 보인다. 아무래도 위험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7/05/22 08:27 2017/05/2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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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에 썼던 글을 리메이크 한 것이다.

1. legal mind에 대해

정치라는 게 흔히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세 분야로 나뉜다고 그런다.
입법, 즉 앞으로 시행될 법(미래)을 만드는 건 국회의원들이 한다. 이들이 모이는 국회의사당은 우리나라의 경우 여의도에 있다.
다음으로 이미 있는 법을 이미 벌어진 사건에다 해석하고 적용· 집행하는 건 사법부에서 담당한다(과거). 대법원· 검찰청은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강남에 있다.

끝으로, 행정부는 법을 어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다른 모든 새로운 일을 벌리고 각종 권한을 행사하며 나라를 다스린다. (현재) 행정부의 수장이 바로 대통령이며, 우리나라 대통령의 관저인 청와대는 경복궁 근처 산기슭에 있다. 다른 기관과는 달리 민간인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다.

“짐이 곧 법이니라” 같은 사고방식을 탈피하여, 한 사람이나 조직에게 삼권을 모두 부여하지 않고 각각 자기가 맡은 축의 일만 담당하게 하는 것은 뭔가 보통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성경은 아무래도 왕국이 주제인 책이긴 하지만, 삼권이라는 개념 자체도 분명히 언급을 하고 있다.

{주}께서는 우리의 심판자시요(사법부), {주}께서는 우리에게 법을 주시는 이시요(입법부), {주}께서는 우리의 왕(행정부)이시니 그분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리로다. (사 33:22)

본인은 법 같은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애초에 공무원· 관료 적성도 아니다. 하지만 나 같은 문외한이 생각해 봐도 법조· 법무 쪽으로 종사하는 사람들은 왕창 똑똑하긴 해야 할 것 같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선거로 선출되지만 법조인은 머리 피터지게 공부해서 시험을 통과해야 될 수 있다. 그에 반해 과거지향이다 보니, 무슨 경영 수완이나 리더십 같은 게 필요하지는 않아 보인다. (개업한 변호사야 자영업자이니 논외로 하지만, 월급 받는 변호사 내지 판사· 검사 기준으로..)

이들은 문학· 어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많은 분량의 글을 읽고 써야 하며, 무슨 미적분 문제를 풀거나 수학 공식·알고리즘과 씨름하지는 않지만, 어지간한 수리과학 이상으로 논리· 법칙을 따지고 지능 싸움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온갖 복잡한 개념과 제도들을 계층별로 구분해야 하고 일상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내규나 보험 약관 같은 걸 처음 만드는 건 어찌 보면 프로그래밍과 굉장히 비슷한 절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히 문과 분야의 최고 전문직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물론 법은 적용 대상이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보니, 만들거나 적용하는 데 시간/공간 복잡도나 재귀호출 같은 개념이 쓰이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로 치자면 절차형 언어는 아니고 선언형 언어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감안하고 따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과 굉장히 비슷하다!

보안 결함이 없고 패닉 상태로 뻗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결국 수많은 상황에 대한 if문과 예외 처리들이 덕지덕지 추가된다.
법도 모호성이 없어야 하며, 엄밀하고 탄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저런 상황에서는 저렇게 등등..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기상천외한 상황에서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 줄 정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보험 약관 하나만 해도 얼마나 복잡하나..? 그래서 약관을 따로 간단히 요약해 놓은 팜플렛이 있을 정도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머리 터질 것 같은 약관을 “만든” 사람도 있다. 그런 숨은 똘똘이들이 결국은 세상을 움직이는 셈이다.

국어학자 언어학자는 이미 있는 맞춤법 표준어만 달달 외우는 문법 나치 같은 사람이 아니라, 언어들에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원리를 알고 그런 문법 체계 자체를 새로 만들거나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전산학자는 단순히 이미 있는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나 API, 라이브러리만 달달 외우고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역시나 컴퓨터의 근본 구조와 이론을 알고 언어나 프레임워크를 새로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것처럼 법조인 내지 법학자는 이미 있는 법 규범만 달달 외우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법을 만드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고 '법리'를 총체적으로 꿰뚫고 있는 사람이다. 마치 컴터 코딩쟁이들이 2진법 사고방식에 익숙하듯이, 법리를 염두에 둔 직업병 마인드를 영어로 legal mind라고 한다.

사과가 나무에서 툭 떨어졌는데 뉴턴은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반면, 어느 뼛속까지 골수 민법학자는.. "아, 부동산이 동산으로 바뀌었구나"를 떠올렸댄다.
성경에서 자연인(natural man)이라고 하면 아직 거듭나지 못하고 죄성을 지닌 평범한 아담의 후손을 일컫겠지만, 법률에서 자연인이란 그냥 법인의 반의어일 뿐이다.
혹은, "김 재규의 죄는 내란목적 살인죄인가 아니면 그냥 자연인 박정희를 살해한 살인죄인가" 이럴 때에나 '자연인'이라는 말을 쓴다. 이런 예들은 단순히 염소(동물? 원소?)나 정의(definition? justice?) 같은 개그 소재보다 더 고차원적인 개념이다.

법학도 제대로 공부하면 재미있는 게 많긴 해 보이나.. 난 그거보다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 코딩이 더 재미있다..;;
내가 애초에 텔레비전보다 컴퓨터를 더 좋아했던 것도 컴퓨터는 TV와는 달리 화면에다 내가 원하는 대로 글자와 그림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고 모든 정보를 아날로그가 아니라 정확하게 딱 떨어지는 디지털 형태로 다룰 수 있기 때문이었다.

2. 법리· 법 감정의 문화별 차이

우리나라는 형사 소송에서 피의자와 피해자가 합의를 하는 관행이 있다. (공식적인 제도는 아니고) 흉악범죄 내지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한 가정의 평화를 완전히 박살낸 피의자가 초범이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고, 무엇보다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인해 기껏 구속시켰다가도 집행유예 같은 말도 안 되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곤 한다.

이건 진짜로 피해자가 대인배여서 가해자를 용서했을 리는... 없고.;; 합의 거부하고 쟤들한테 기껏 콩밥 1년 몇 달 먹여 봤자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니, 합의금 단돈 몇천만 원이라도 확실하게 떡고물로 챙기는 게 낫다고 변호사가 종용을 해서 합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헬조선 딱지를 떼려면 뭐 빈부격차 양극화, 대기업 갑질 이런 것뿐만 아니라 저런 사법 정의부터 좀 되살아나야 하리라 여겨진다. 이건 유전무죄 무전유죄 때문에 벌어지는 일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영미권 법조계의 생각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거기서는 저런 짓을 가해자가 피해자를 불의하게 매수하려는 짓으로 간주하여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어설픈 합의를 시도한 게 걸렸다간 괘씸죄가 추가되어 형량이 더 늘어난다. 그 대신 피의자와 "검사"가 합의를 하는 '사법거래'(plea bargaining)라는 게 있을 뿐이다.

또한 영미권은 정당방위의 범위가 한국보다 더 넓다. 밤에 정체불명의 도둑이 밤에 자기 집 담장을 넘어오고 있고 당장 나가라는 집 주인의 경고까지 무시한다? 그러면 집 주인은 그 사람을 엽총으로 사살해도 100% 무죄다. 성경의 출 22:2에 근접해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그건 정말 답답할 정도로 보수적이고 제한적으로 적용한다.

이런 관념이 하도 무뎌져 있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엔 집이 아니라 강 건너서 아예 북한으로 잠입을 시도하는 사람을.. 민간인도, 경찰도 아닌 군인이 소총으로 쏴 죽였는데도 그 군인이 잘못했네 과잉대응이네 하는 한심한 논의가 오갈 정도였다.
누구든지 수하에 불응하면 이등병 초병이 육군 참모총장이라도 체포할 수 있거늘 저건 군인이 지극히 정당한 임무를 잘 수행한 것이지 않은가?

이런 간단한 예만 봐도 알 수 있듯.. 인간은 컴퓨터 같은 튜링 기계가 아니며, 법 감정 내지 법리라는 건 수학 공식처럼 절대적인 게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변호사 면허는 국가와 문화권간에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한국 의사 면허가 있다고 해서 미국에서 곧장 개원하거나 페닥 취업을 할 수 있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 미국에 가면 의대 졸업장 하나만 인정되며, 나머지 면허 취득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공식적으로 '국제 변호사'라는 직업은 없다.
변호사가 간판이나 명함 같은 데에 자기 대외 타이틀로 저런 명칭을 쓰는 건 불법이며 처벌 대상이기까지 하다. 의뢰인에게 심각한 혼동과 오해의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단지, 외국 변호사 면허만 갖고 있어서 자국에서 소송대리권은 없는 '외국법 자문사'가 있거나, 아니면 한국 변호사 면허와 미국 같은 외국 변호사 면허를 동시에 소지한 괴수 변호사만이 소수 존재할 뿐이다.

근데 난 개인적으로 영미권의 법리가 '기독교적 세계관'에 더 부합하고 더 합리적인 것 같다. 뭐, 시대 배경상 당연한 귀결인 건가?

Posted by 사무엘

2017/03/08 19:36 2017/03/0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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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교/출학 (징계제적)

* 이 글은 예전에 컨닝에 대해 썼던 글과도 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출교 내지 출학.
종교계에서의 파문, 공직에서의 파면(민중은 개돼지 그 아저씨가 당한..), 회사에서 징계 해고, 형법에서의 사형 선고, 스포츠 업계에서 영구제명과 비슷한 급이다. 학교에서 학생에게 내리는 가장 강한 징계이다.

대학교 기준으로 (1) 단순히 재학생 신분 박탈 + 고졸로 강등 수준을 넘어서 (2) 그 학생이 우리 학교를 다녀서 학점을 쌓았다는 기록 자체가 완전히 말소된다.
어디 그 뿐이랴? 학적이 사라지는 대신, 블랙리스트에 등재된다. 이 때문에 이 학교로는 하다못해 (3) 수능 다시 쳐서 깡통 상태 신입생 재입학조차도 영원히 할 수 없게 된다.

단순히 성적이 안 좋거나 등록금을 제때 못 내는 정도로는 이런 강한 징계를 받을 일은 절대 없으며, 우리나라 정서로는 심지어 리포트 표절이나 평범한 시험 컨닝 같은 부정행위로도 저 정도까지는 안 간다.
그걸 넘어서 학교 행정 시스템을 농락하고 교권에 정면도전해서 사회에서까지 전과자가 될 정도의 왕창 큰 사고를 쳐야 된다. 예를 들어 캠퍼스 방화라든가 학점에 불만을 품고 집단으로 교수 감금· 폭행이라든가, 교내 전산망 해킹으로 학적 데이터 조작이라든가.. -_-;;

2005~06년이던가 고려대에서는 교수· 교직원을 감금까지 하면서 시위를 벌인 극렬 운동권 애 몇 명이 고대 설립 이래 ‘최초’로 출교 처분을 받았다. 저기 주동자는 ‘고대 해적녀’로 악명을 떨친 그 여자애다. 해군이 해적이라니 무슨 강 의석의 여자 버전인가(군대 비하 발언)..?
아무튼 본인이 태어나서 출교라는 단어를 이때 처음으로 들었다. 하지만 그 출교 조치는 수 년 뒤 소송을 거쳐서 취소됐다고 한다.

그 뒤 그 이름도 악명 높은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으며, 여기 가해자들은 네티즌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제2타로 출교 처분을 받았다. 고려대는 이런 불상사까지 겪은 뒤로 마치 사형 제도 폐지하듯이 출교라는 제도 자체를 폐지했다. 출교는 당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내리는 학교 입장에서도 대외 이미지에 안 좋고 굉장히 부담스러운 처분이니까. 문제 학생을 내쫓을 거면 곱게 짜르기만 하지 미래의 재입학까지 원천봉쇄하는 초강수는 앞으로 두지 않기로 한 듯하다.

자, 다음으로 출교 3타는 잘 알다시피 연세대 로스쿨 캐비닛이 차지했다. 교수 연구실에 침입해서 시험 문제를 지속적으로 유출하다 적발된 건 평범한 죄질이 아니니까. 출교뿐만 아니라 업무방해죄로 집행유예 실형이 선고됐으며, 비록 명문화된 건 아니지만 법조계에는 영원히 발을 들일 수 없는 블랙리스트 인물이 됐다.

사실, 출학은 자기 학교에 재입학하는 것만을 금할 뿐이지 "닌 평생 고졸로 살아라" 내지 (4) 동일 업계/전공 전체에 입문 불가까지 명시하지는 않는다. 그렇게까지 학생의 인생에 태클을 거는 건 교육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애초에 일개 대학의 권한을 벗어나는 조치이다. 프랑스인가 독일인가 거기는 대학에서 졸업 시험에 수차례 낙방한 학생은 전국의 모든 대학교에서 그 전공/과를 평생 영원히 선택할 수 없어지긴 한다. 하지만 그건 국가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능력이 부족한 인원을 커트하는 것일 뿐, 징계는 아니다.

그러니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 가해자 중 한 명은 고대에서 짤린 뒤에 성균관대 의대에 멀쩡히 재입학했다고 한다. 나쁜 짓 저질러도 그래도 공부 잘하는 탁월한 머리는 어디 안 가는 듯..;; 쟤들에 비해 캐비닛은 쟤들보다도 뒤끝이 제일 센 징계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제일 최근에는 잘 알다시피 모친 빽만 믿고 자기 실력 대비 기본적인 출석과 학업이 심히 불량했던 어느 이화여대 승마 선수가 출교 4타의 주인공이 됐다.
스포츠 쪽 진로를 가는 애들이 연습과 대회 참가 때문에 학업에 소홀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또한 말을 굴리려면 유지비가 정말 장난 아니게 깨지기 때문에 승마 + 특별전형은 반쯤 부자들 기여입학이나 다름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애 집안은 도가 너무 지나쳤다. 애엄마가 교수의 교권까지도 좌지우지하면서 갑질을 해 댔으니..

이 사건은 오죽했으면 정치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애는 이화여대에서 즉시 출교됐으며(미래에 재입학도 불가), 총장 등 학교의 높으신 분들이 “우린 쟤 특혜 줘서 뽑은 적 없음” 이러면서 발뺌할 지경이 됐다. 그리고 대학교 만만찮게 불성실하게 다닌 고등학교까지도 졸업 무효가 돼서 최종 학력이 졸지에 중졸로 굴러떨어졌다. 수능 부정행위 무효, 대졸 무효, 학사장교 무효의 순으로 인생이 쫘르륵 운지한 어떤 사람처럼 말이다. 저 상태로 승마는 계속할 수 있으려나?

출교 정도면 전국에서 10수~몇십 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하고 아니, 사실상 사문이나 다름없어야 할 극약 중의 극약 처분이다. 그런데 출교 처분이 21세기 이래로 생각보다 자주 등장해 왔다. 그것도 상당한 명문대에서 사유도 의외로 굉장히 다양하다. 이념· 정치 쪽은 차치하고라도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할 예비 법조인이 부정행위를 밥 먹듯이 저질렀고, 사람 몸 들여다보면서 의술을 펼쳐야 할 예비 의사가 여학생을 성추행했으니.. 출교 당해도 싼 가관이긴 하다. -_-;;

아, 그러고 보니 로스쿨 재학생 내지 사법연수원 입소생 중에서도 성범죄 저질러서 실형 받고 다니던 데서 짤린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고려대에서는 해적녀 이후에도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이런 대자보를 붙이고 학교를 때려친 학생이 나오기도 했다. 그 애도 여자다.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으려나 궁금해진다. 고려대에 리버럴한 유명인사들이 좀 있었군.

저렇게 학교를 뛰쳐나와서 생업전선이나 마이 웨이를 가는 게 아니라 나름 가방끈을 늘리는 게 목적인 학생이라면 학생의 본분과 관련된 윤리는 엄격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다. 미국 같은 데서는 단순 부정행위만으로도 걸리면 해당 학기 전과목 F는 제일 자비롭고 관대한 처분이요, 총장과 면담에 정학이나 퇴학 등.. 빨간줄만 안 그이지 학생 및 연구자로서의 인생은 작살이 난다고 한다. 뭐,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니 선진국이라는 생각도 든다.

똑같이 남의 돈을 쓰윽 했어도 건물 청소부가 저지른 것과 은행원이 저지른 것은 비록 액수가 동일하다 할지라도 죄질이 동일하게 취급될 수가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전시에 군법은 일반 형법보다 처벌이 더 엄할 것이며, 학문을 배우는 학생에게 더 크게 요구되는 윤리도 존재하는 셈이다. 나이가 어리고 경제 능력이 아직 없거나 부족하다고 해서 그저 다 봐 주고 실드만 치는 게 아닌 법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3/06 19:38 2017/03/0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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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다루는 거의 모든 정보들이 전산화, 디지털화되고 통신 기술도 눈부시게 발달한 2010년대 오늘날까지.. 여전히 손글씨 내지 하드카피 같은 원시적인(?) 방법론이 유효한 분야를 찾아보면 먼저 이게 떠오른다.
(1) 유서/유언장 내지 (2) 투표/개표.

유언장이야 이미 죽고 없는 사람의 필적이 맞다는 genuineness를 보장하기 위해 자필 실물만을 법적으로 인정한다.  또한 유언장 말고 육성 유언도 조작이 너무 쉬운 디지털 음원보다는 구닥다리 아날로그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된 것이 비슷한 맥락에서 법적으로 더 신뢰받는다고 한다.

저 분야는 그렇다 치지만, 최첨단 정보화 시대에 정치인 투표쯤은.. 전국 어디서나 간단히 인터넷 내지 터치스크린 클릭으로 짠 해치우고 개표 결과는 투표 마감 땡과 함께 곧장 나와야 할 것 같지 않나?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전산화에도 뭔가 금단의 영역이 있다.
이들은 위조· 조작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여전히 보수적인 방법론이 사용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이 관행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마치 과거에 킹 제임스 성경을 만들 때 서로 으르렁대던 청교도 학자와 성공회 학자들이 매의 눈으로 감시하고 교차검증을 해서 둘 다 동의하는 좋은 번역본이 나왔듯이, 선거 개표도 각 정당에서 뽑힌 대표 참관인들이 각각의 표에 대해서 개표 결과에 눈으로 수긍을 하고 동의하고 교차 검증이 돼야 다음 표의 개표가 진행된다.

성경이 필사되는 과정, 수능 문제가 출제되는 과정처럼 투명성과 공정성, 정확성을 입증하는 절차가 결코 호락호락 허술하지 않다. 그나저나 비록 아날로그 매체이긴 하다만 잉크 묻힐 필요 없이 종이에 닿기만 하면 깔끔하게 마킹이 되는 그.. 투표소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 도장은 어떻게 만드는지 참 신기하긴 하더라.

그 다음으로..
(3) 도박이나 추첨: 요즘은 로또 당첨 번호 추첨 같은 걸 어떻게 진행하나 모르겠는데, 본인이 어렸을 때는 주택 은행 복권의 당첨 번호 추첨을 TV에서 생중계했던 것 같다. 예쁘게 차려입은 진행요원 아가씨들이 100, 10, 1 등 자릿수별로 서 있고.. "쏘세요!" 신호와 함께 주사위를 던지던가 다트를 쏘던가 해서 그렇게 번호를 무작위하게 추출했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게 제일 뒤끝 없고 공정하긴 했는가 보다.

(4) 요즘은 교통수단들을 대상으로 온통 무인 운전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기업들의 전반적인 트렌드도 온통 인건비 절감과 경영 효율화이다. 하지만 이발· 미용 기술은 분명 정형화된 패턴이 존재하며 교통수단처럼 생명을 건 리스크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동화· 기계화· 무인화의 손길이 닿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생명 리스크가 없다고 해서 정교한 머리 손질 기술이 운전 기술보다 반드시 만만하고 쉽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5) 열차 승차권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예매가 완전히 일상화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석과 설에 확실하게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오늘날까지도 역에 발품 팔아 찾아가서 줄 서서 '오프라인 방식'으로 표를 사야 한다.

모든 열차 좌석을 인터넷 예매로 팔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예매 가능한 좌석 수의 전체 비율은 생각보다 낮다. 컴맹 세대 내지 사정상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는 계층을 배려한 것도 있고, 또 원격으로 표를 너무 쉽게 지름으로써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암표와 예약 부도(일명 '노쇼')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6) 국내의 고속도로 톨게이트들은 신용카드 내지 티머니 결제가 가능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하이패스가 없다면 반드시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언뜻 보기에 굉장히 원시적이고 미개해 보이는 관행인데.. 수많은 자동차들이 24시간 끊임없이 드나드는 곳에서 외부 카드 회사와 통신이 이뤄져야 하는 시스템은 신뢰성 문제 차원에서 채택하지 않은 거라고 한다. 하이패스야 자기들이 운용하는 시스템이니까 내부 통신만 이뤄질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고속도로도 주차권 없이 모든 차량의 출입이 100% 자동 인식되는 주차 시스템처럼 바뀌어야 하는데 문제는 고속도로는 단순 건물이나 캠퍼스 안의 주차 시설과는 넘사벽급으로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365일 24시간 신뢰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7) 고속도로 말고 강원랜드 같은 도박장도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다. 거기는 건전한(?) 금융거래를 하는 곳이 아닌 관계로, 법적으로 카드 긁는 게 금지돼 있다. 돈을 쓸 거면 노름꾼들에게 늘 현금박치기를 강요시켜서 피 같은 내 돈이 실물로 없어지는 게 직접 눈으로 보이고 실감나게 하는 것이... 도박장들의 소득 규모를 손쉽게 파악하고 탈세를 방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도박 중독자들이 판돈을 카드로 확 지른다고 생각해 보라. 도박이 아닌 일반적인 지름신 영접만으로도 일부 경제 관념 없는 사람들이 카드빚 때문에 죽네 사네 할 정도인데 저건 얼마나 끔찍한 비극을 부르겠는가?

Posted by 사무엘

2017/03/01 19:31 2017/03/0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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