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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버스 이야기

2004년 하반기부터 서울 시내 대중교통은 외형이 상당히 큰 변화를 겪었다.
버스와 지하철이 환승 연계가 가능해지고 요금이 통합되었으며, 특히 지하철의 경우 구간제로 운영되던 운임 체계가 완전히 거리 비례제로 바뀌었다. 지선에서부터 간선, 광역 컨셉으로 4색 버스가 등장한 것 역시 이때부터인데, 이 컨셉은 여타 지방에서도 차츰 도입되는 중이다. 비록 X랄염병(GRYB) 같은 병크도 있었지만 버스 개편 자체는 성공적이었고 외국에서도 서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게 되었으며, 이것은 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에도 기여한 업적이 되었다.

개편 당시에는 환승 할인 대상이 아니던 빨간 광역 버스가 지금은 드디어 환승 할인 대상에 포함되었으며, 인천을 포함한 대부분의 경기도 버스들도 서울 버스의 운임 체계에 편입되어 한 교통수단처럼 이용할 수 있게 인프라가 더욱 좋아졌다. (분위기가 이러한데 공항 철도는 과연 환승 할인이 시행될 날이 오려나 모르겠다.)

이렇게 운임 체계가 바뀌면서 당장 단거리를 버스, 지하철 환승하며 다니기는 무척 편해졌지만 거리별 임율은 현실화가 되면서 2004년 당시로서는 상당히 비싸졌다. 서울 시내에서도 지하철 운임이 1000원이 넘어가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때의 요금이 2009년에 딱 한 번 또 인상된 상태.

다만, 상호 환승이 없이 버스 아니면 지하철 이렇게 단일 교통수단만 이용하는 경우라면 거리 비례 운임에서 열외되어 장거리를 상대적으로 싸게 다니는 방법이 여전히 존재는 하므로 이를 알아 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하철에는 정기권이라는 게 있다. 버스를 전혀 이용하지 않고 지하철만 죽어라고 타고서 직장과 교회를 오가는 사람이라면 이것보다 좋은 아이템이 없다. 44회분 요금만으로 한 달간 무려 60회를 탈 수 있다. 서울 정기권의 경우 종점에서 종점까지도(가령 방화 - 상일동 같은) 무조건 1회로 계산되며, 거리 비례 정기권도 원래 운임에서 15% 가량 할인된 운임을 기준으로 44회분 요금이다. 집이 지하철 역까지 좀 멀다면, 버스 환승을 하지 말고 자전거를 이용해서 지하철 정기권 덕을 보는 게 좋겠다.

그럼 버스에는 무슨 장점이 있는가?
환승 없이 단일 노선의 편도 승차는 종점에서 종점까지 가더라도 그냥 기본요금이다. 따라서 내릴 때 카드를 접촉할 필요가 없으며, 기본 거리 이상을 간 후에 내릴 때 접촉하더라도 요금이 추가되지 않는다. 그 추가분은 다음 교통수단에 30분 이내에 환승으로 탑승할 때에야 계산된다. (처음 탄 버스에서 내릴 때 카드를 접촉하지 않았다면 환승 처리 자체가 되지 않고 또 기본 요금 청구)

그렇기 때문에 한 버스 노선이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한번에 쭉 가 준다면 버스가 좀 지하철보다 돌아 가고 느리더라도 지하철보다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버스는 지하철보다는 더 가까이서 타고 목적지에 훨씬 더 가까운 곳에 내려다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도 없고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건물이니 얼마나 좋은가? 이 특성을 이용하여 본인의 지인 중에는 서울 강북에서 무려 분당까지 900원 기본 요금만으로 출퇴근 잘 하는 분도 있다.
(보통 지하철로는 문에서 문까지 걸리는 시간이 버스로는 순수하게 버스 안에 있는 시간만 그 정도 걸리는 듯.)

본인은 여기까지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 버스가 아닌 경기도 버스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환승을 안 하더라도 내릴 때 카드를 무조건 접촉해야 한다고 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환승시 할인 혜택을 못 받는 정도가 아니라, 다음에 버스를 탈 때 예전 승차가 종점에서 종점까지로 간주되어 거리 비례 운임이 바가지로 부가된다나?
마치 지하철 승차권을 분실하는 바람에, 최장거리 이용 추정 요금 정산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경기도 버스 중에도 비록 붉은 도색은 아니지만 서울 교외에서 서울까지 장거리를 운행하면서 광역 성격을 지닌 버스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달랑 900원만 받아서는 수지가 안 맞기 때문에 모든 승객들의 이용 거리를 정확하게 계산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최소한 경기도 시내만 이용하는 승객과, 서울을 오가는 승객은 구분하려고 말이다.

그런데 본인이 보기에 이건 말이 안 되는 게.. 그럼 현금 승차자는 어떻게 가려내냐는 것이다.
현금으로 타면 어차피 경기도 버스가 애초부터 비싼 광역 급행이 아닌 이상, 1000원만 내고 이론적으로 종점에서 종점까지 타고 다닐 수 있으며 그걸 기사가 일일이 분별할 길이 없다. 버스도 지하철처럼 이용 구간 정보가 담긴 1회용 토큰 같은 걸 만들지 않는다면 말이다.
사실, 서울 버스가 단일 노선의 편도 승차는 기본 요금만으로 허용하는 것도 현금 승차자와의 형평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경기도 버스들은 이용 요금 부과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궁금하며, 여기에 대해 더 잘 아는 분의 답변을 기다린다.
그나저나 요즘은 4색 버스의 경계가 많이 문란하다.
노란 버스는 여의도나 강남이 아니면 도무지 볼 일이 없으니 존재감이 없고,
초록색과 파란색은 구분 기준을 도무지 알 수 없다. 원래 2004년 당시의 계획은 초록색과 파란색의 기본 요금부터 다르게 하자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기본 요금이 900원보다 싼 소형 마을 버스를 노란색이나 초록색으로 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 그것도 초록색이고, 시외를 오가는 장거리 간선도 초록색이 있다. -_-;

빨간 버스는 거리만 장거리일 뿐, 일부 고속(화)도로를 지나갈 때를 제외하면 여전히 모든 정류장 정차이고 느린 완행이긴 마찬가지이다. 어차피 시민들 기억 속엔 예전처럼 도시형 버스 아니면 광역 좌석 버스 같은 두 시스템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30 08:34 2010/07/3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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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 기윤 2010/07/30 10:08 # M/D Reply Permalink

    일본은 거리 비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뒷문에서 타고 앞문에서 내리면서... 계산한다고 들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고 (..)

  2. 사무엘 2010/07/30 11:09 # M/D Reply Permalink

    버스는 많은 승객이 일일이 현금으로 거리와 운임을 제각각 정산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죠.
    아예 지하철처럼 차량 밖에 별도의 개· 집표 내지 운임 정산 시설이 있다면 모를까.. 똑똑한 교통 카드 같은 게 없다면 시내버스는 여러 모로 거리 비례 운임제를 시행하기 곤란한 구조입니다.
    어쨌든 경기도 버스의 미스터리는 여전히 알쏭달쏭입니다.

    아울러 본문의 보충 설명: 공항 철도는 교통 카드 자체는 사용할 수는 있지만 환승 할인은 되지 않는 독특한 체계이죠. 그런데 9호선 김포공항 역 개통 덕분에, 카드 접촉을 안 하고도 여타 지하철과 연동 탑승까지는 괴상하게도 가능해졌습니다. 직통 열차의 경우, 앞뒤로 향한 좌석에 고상홈+동력 분산식 전동차인 건 어떤 면에서 신칸센처럼 된 것이구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비록 공항 철도 요금은 별도로 정산되더라도, 전후의 기존 버스/지하철은 환승 할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가령 방화-(5)-김포공항-(공철)-계양-(인천1)-귤현을 탔다면, 공철 운임을 빼고 5호선과 인천 1호선을 이용한 구간은 매우 짧으니까 합해서 기본 요금 900으로 정산되게 말이지요.
    2004년에 완비된 통합 환승 체계는 아주 똑똑하며, 교통수단 탑승에 대한 여러 정보가 기록됩니다. 저렇게도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할 겁니다. 지하철 소프트 환승까지도 실현됐는데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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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쪽으로 덕후 기질이 있는 분이라면, 1960-70년대 미국의 항공기 개발 역사에 대해서 들어 봤을 것이다. 미국은 초음속기와 더불어 대형 점보 아음속기를 나누어 연구했는데, 초음속 전투기도 아니고 초음속 여객기는 수지가 안 맞다는 판단 하에 연구를 훗날 포기하고 만다. 그 대신 대형 아음속기는 지금은 여객기로 쓰더라도 나중에 초음속기가 실용화될 경우 화물 전용기로 언제든 쉽게 개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마치 철도에서도 고속철 개통 이후 기존 재래선 열차, 특히 기관차형 열차는 화물 위주로 위상을 바꾸는 것처럼 말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기를 쓰고 콩코드 초음속기를 개발하고 있는 걸 알고서, 아음속기의 위상을 애초부터 그렇게 높게 잡지 않았다.

그러나 초음속기의 실적은 의외로 부진했다. 심지어 21세기인 오늘날까지도 초음속기는 실용화되지 못해 있다. 몇 차례의 오일 쇼크 크리로 인해, 운용 비용이 기존 아음속기보다 수 배 이상 비싼 초음속기는 맥을 못추게 된다. 거기에다 콩코드에게는 2000년 여름의 4590편 추락 사고에다 911 테러까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식의 외부 악재가 잇따르기도 했다. 200여 대는 생산해 줘야 개발비를 건질 수 있는 콩코드기는 20대도 못 만들고 생산이 중단되었으며, 2003년에 완전 은퇴하는 비운을 맞이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깜짝쇼 차원에서 콩코드를 꺼내서 먼지 털고 잠시 다시 운항할 계획이 있다던데 과연?

이런 점에서는... 차라리 일찌감치 초음속기 개발을 포기하고 대형 아음속기를 만들되, 만에 하나 남이 우리 대신 실현할지 모르는 초음속기의 성공에 최소한의 대비만 해 놨던 미국의 예측이 섬뜩하리만치 완벽하게 정확했다. 똑똑한 애들이다. 보잉 747 같은 점보 아음속 여객기는 화물기로 전락하기는커녕, 경제성과 실용성을 인정받아 지구촌 항공 여행 시대를 개막하는 주역으로 떠올라 지금까지도 현역에서 쌩쌩하다.

본인은 철도 덕후로서 이것과 관련하여 서울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의 개발 역사도 떠오른다.
왜, 스타크래프트도 완전 개발 초창기에는 시즈 탱크가 뮤탈리스크를 공격하는 ㅎㄷㄷ한 장면이 있지 않았던가?
원래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선은 무려 복복선 쌍섬식 승강장을 염두에 두고 건설되었다. 또한 2호선도 지금 같은 순환선이 전혀 아니라 오히려 지금 강북 구간에다가 5호선과 9호선을 합쳐 놓은 듯한 노선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74년에 육 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 일어나고, 이 때문에 서울 1기 지하철을 구상했던 양 택식 당시 서울 시장이 짤리면서 그의 계획도 같이 모두 흑역사로 바뀌었다. 그 대신 후임인 구 자춘 시장이 오늘날의 지하철 2호선을 만드는 데 공헌한다.

철도든 항공이든 대형 사업에는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그 돈줄을 쥐고 있는 정치와 외부 정세에 따라 일의 진행이 확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나저나 사람 하니까 생각나서 덧붙이는 아이템.

한 비행기에 탑승하는 기장과 부조종사(captain과 co-pilot. 타이틀이 서로 다르다는 게 인상적)에게는 서로 완전히 다른 기내식이 지급된다. 이유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혹시나' 하는 안전 때문. 같은 음식을 먹다가 둘 다 식중독에 걸리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심지어는 어느 도시전설에 따르면, 미국의 모 항공사는 한 비행기에 기독교인만으로 기장과 부조종사를 편성하지도 않는다... '카더라'. 이유는 휴거 교리 때문이다. 휴거가 일어나더라도 기내에 한 명이라도 남아 있어야지, 비행기 조종간을 잡던 사람이 어느날 둘 다 갑자기 뿅~ 없어져 버리면 그 비행기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사실, 후자의 신빙성은 장담 못 한다(에 그러니까, 휴거 교리의 신빙성이 아니라, 저렇게 크리스천을 의식하는 항공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NASA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린 끝에, 여호수아와 히스기야 때 지구 자전이 멈추거나 역행하면서 뒤바뀌었던 시간대를 찾아냈다” 식의 유언비어일지도 모른다. 저건 “선풍기 틀어 놓고 자면 죽는다”만큼이나 워낙 유명한 떡밥이 된지라 NASA에서 우린 그런 실험 한 적 없다고 부인 성명을 직접 냈을 정도이며, 지금은 창조 과학회에서조차 예화로 인용하지 말라고 공식 선언한 흑역사로 전락했으니 주의하자.

휴거를 상상하고 묘사하는 사람들은.. 흔히 그 날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라지는 바람에 교통사고가 나고 세계가 급패닉에 빠질 거라고 설레발을 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와는 반대로, 구원받고 휴거되는 사람이 워낙 극소수이고 없어서, 김 용묵 같은 골수 광신자나 사고로 실종되는 걸로 치부되고 세상은 평온할 것 같다. 완전 랜덤으로 조를 짠다 하더라도 조종사와 부기장이 전부 구원받은 예수쟁이인 경우가 과연 있기나 할까?

Posted by 사무엘

2010/07/24 09:45 2010/07/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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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 기윤 2010/07/24 20:28 # M/D Reply Permalink

    콩코드.. 어느 정도 이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한테는 꿈의(!) 여객기이지만, 실제 운행요금이라거나 운임은... 흠좀무..

    1. 사무엘 2010/07/24 22:53 # M/D Permalink

      물체의 속도가 광속에 가까워지면 질량도 무한대에 가깝게 커져서 광속에는 절대 도달 못 하게 된다던데..;;
      사실은 음속만 넘어서도 가속하기가 엄청나게 어려워진다더군요. (연료 소모량이 두세 배 증가하는 수준이 아님. -_-)
      ‘쾅쾅!’ 하는 소닉 붐은 비행기가 성층권에서 날고 있어도 지상으로까지 전해지기 때문에 초음속 비행은 무조건 육지에서 엄청 멀리 떨어진 바다 위에서만 할 수 있고요.
      영하 수십 도로 얼어붙어 있는 성층권에서도 공기의 마찰은 날개 표면 온도를 섭씨 100~200도까지 올린다고 합니다.

      초음속 여객기는 인간의 과학 기술만으로 과연 실용화가 될 수 있겠는지 궁금합니다. 핵융합 발전이라든가 수소 연료처럼.

  2. 김재주 2010/07/27 00:47 # M/D Reply Permalink

    핵융합 엔진이라도 만들어진다면 혹시 모르죠. 사실 초음속 여객기는 비싼 연료비가 문제지, 그것만 해결되면 충분히 매력적인 물건이잖아요?

    1. 사무엘 2010/07/27 01:37 # M/D Permalink

      유럽-미국 같은 대서양뿐만이 아니라 태평양을 건너는 초음속 여객기가 있으면 참 신나겠죠. 연료비만 어떻게 좀 획기적으로 절감할 방법만 있으면, 참 해피해지죠.
      하지만 과연 미국 영공 내부를 초음속으로 나는 게 기술적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LA까지라면 몰라도 뉴욕까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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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운전대가 있는 방향이나 버스의 경우 출입문이 달린 방향은 해당 국가가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차량 주행 방향(좌측 또는 우측 통행)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동일한 자동차 제조사라도 내수용과 수출용 configuration을 서로 달리해서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잘 알다시피 우측 통행을 하는 관계로, 자동차의 운전대는 진행 방향 기준 왼쪽에 있고 대형 버스나 봉고차 같은 승합차의 출입문은 오른쪽에 달렸다. 좌우에 출입문이 다 있는 소형 승합차도 옛날에 본 것 같긴 하나, 흔하지 않다.

철도로 가 보자. 철도 차량 중에 특히 동차는 본인이 아는 한 대칭성이 가장 뛰어난 교통수단이다. 앞뒤로만 움직일 수 있는 특성상 앞뒤가 완전히 대칭이며, 전진과 후진을 완전히 동일한 성능으로 할 수 있다. 차를 돌릴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동작이 가능하다는 뜻. 물론 동차가 아닌 기관차도 기관차 하나만 보면 앞뒤 대칭인 녀석도 있으며, 기관차를 어느 방향을 향하여 객차와 연결하더라도 아무 방향으로나 주행 가능하다.
철도 차량의 객차는 출입문 역시 좌우에 모두 달려서 전부 개폐 가능하며, 승강장이 선로의 좌우 어디에 있든지 모두 대처가 가능하다. 철도의 승강장 방향은 사실상 random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제 우리의 관심사는 비행기이다. 비행기는 출입문이 어디에 달렸을까?
비행기는 돌아다니는 스케일도 전국구를 넘어선 세계구인 만큼, 본인은 언뜻 보기에 철도 차량처럼 좌우에 모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간단히 답만 말하면 민간 여객기의 출입구는 조종사의 진행 방향 기준 "왼쪽"에만 있다. 그 대신 화물은 오른쪽에서 싣는다.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기 바란다.
탑승교를 지나서 비행기 앞쪽에 있는 출입구로 들어간 뒤엔, 뒤쪽에 있는 이코노미 객실로 가기 위해 언제나 '우회전'을 했지 좌회전을 한 적이 없을 것이다.
또한, 반대로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언제나 '좌회전'만 해서 비행기에서 내렸다.

뉴스에서 귀빈들이 비행기에서 밖으로 내리는 장면을 떠올려 봐도 내리는 방향은 비행기의 전방 기준 좌측이다.
그렇다. 출입구는 왼쪽에 있다. 비록 비상용 탈출구는 좌우, 심지어 천장에도 여러 군데에 있지만 말이다.

비행기들의 이 규격은 의외로 획일화 일치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전세계의 공항들도 거기에 다 맞춰져 건설되어 있다. 하긴, 민간 여객기의 제조사 자체가 미국의 보잉 사 아니면 유럽 에어버스처럼 극소수이고 전세계 독점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구조가 들쑥날쑥이 될 여지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 의문이 생긴다. 왜 오른쪽이 아니고 하필 왼쪽일까? 본인도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은 과거에 배가 육지와 연결되던 방향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오늘날 통용되는 항공 관련 용어와 각종 시스템, 컨벤션들도 상당수 선박 용어에서 유래되었듯이 말이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승객이 왼쪽 방향에서 타기 때문에, 비행기 조종사들은 엔진을 가동할 때 관례적으로 오른쪽에 있는 4번 엔진(승객이 타는 방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부터 시동을 켠다. 이건 옛날에 소규모 프로펠러기 시절에는 승객 안전을 위해서 그럴 필요가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별 의미 없는 관행이 되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22 08:30 2010/07/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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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재주 2010/07/23 05:43 # M/D Reply Permalink

    재플린이 아니었으면 airplane이 아니라 airship이라고 부르고 있었을는지도 모르죠.

    1. 사무엘 2010/07/23 09:37 # M/D Permalink

      경항공기인 비행선은 이미 airship이라고 부르고 있죠. 그리고 spaceship이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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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여행은 정말 재미있다. 이착륙 할 때가 제일 재미있다. 엔진 소리의 음높이가 팍 치솟고 '쿠르르릉!' 소리와 함께 비행기가 전속력으로 달음박질을 하더니, 이내 주변의 중력 가속도가 달라진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비행기는 하늘에 붕 떠 있다. 이게 이륙이다.
한편 착륙은? 점점 고도가 낮아지더니 '쾅쾅!' 소리와 함께 비행기는 이내 랜딩 기어 바퀴에 의존하여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고, 엔진이 역회전하여 제동 거는 바람 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앞쪽이 아닌 뒤쪽부터 착지한다. 뒤쪽에 바퀴도 더 많이 달려 있다.

조종사에게는 이착륙이 제일 힘든 고비이지만 그건 그 사람들 사정이고, 승객에게는 이때가 제일 재미있는 순간이다. 비행기도 열차만큼이나 운전 시스템이 어지간한 건 다 자동화가 돼 있지만, 이착륙만큼은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 좁은 활주로 위치에 딱 맞게 착지하는 건 정지선을 딱 맞춰 지하철 전동차를 세우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또한, 그 집채만 한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로 뜰 수 있는지 선풍기 위의 종이를 비롯해 소위 '베르누이의 법칙'을 설명한다는 여러 예제를 봐도 본인은 이해가 잘 안 되고 실감이 안 간다.

비행기는 최대한 높은 고도로 올라가서 난다. 비록 올라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높은 곳일수록 대기가 옅고 공기 저항이 작아져서 연료 소모가 줄고 동력 효율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가 너무 옅어서 비행기를 띄워 주는 매개체인 유체 자체가 부족할 지경이어도 안 되기 때문에, 어차피 한없이 높이 올라가지는 못한다. 열기구나 풍선은 터지기 때문에 한없이 못 올라가듯이 말이다.

장거리 여객기의 순항 고도는 3만 피트가 넘으며, km로 환산하면 약 10km 남짓이다. 지구의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의 경계쯤이 되는데, 여기가 가격 대 성능비가 가장 뛰어나서 순항하기 좋은 고도라고 한다. 사실 2차 세계 대전 때 미군이 일본에 원자 폭탄을 투하할 때도 거의 9~10km에 달하는 여객기 순항 고도에서.. 이 정도로 굉장히 높은 곳에서 폭탄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떨어지던 폭탄은 지상으로부터 약 500m에 달한 지점에서 터졌다.)
우리가 지상에서 전방 10km에 아무것도 없는 탁 트인 공간을 볼 일은 거의 없다. 아쉬운 대로 비슷한 체험을 하는 건 등산을 했을 때 정도나? 그러나 비행기 안에서는 나보다 거의 10km 밑으로 성냥갑보다도 작은 집과 도로, 심지어 구름과 바다와 산까지 볼 수 있다.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지구 과학 수업 시간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대류권에서는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떨어지지만 성층권에서는 올라갈수록 다시 기온이 올라간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상 100km 정도 고도만 돼도 이미 중간권을 지나 열권이다. 참고로 국제 우주 정거장이 있는 곳은 지상으로부터 약 400km 남짓. 즉, 서울-부산 거리 정도만 위로 올라가도 이미 지구가 확실히 둥글다는 게 느껴지며 우주가 코앞에 있다. 로켓은 비행기와는 달리,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서 닥치고 오로지 위로 전속력으로 치솟기만 하라고 만들어진 물건인데, 그 정도 높이까지 발사체를 띄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나로 호가 실패했듯이 말이다.

그리고 기상 현상이 없을 것 같은 그 높은 상공에 공기의 급속한 흐름이 있다는 것도 신기한 사실이다. 일명 제트 기류(jet stream)이다. 이걸 잘 타는 비행기는 바람을 타고 마치 무빙워크 위로 걷듯이 손쉽게 비행이 가능하다. 제트 기류는 발견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이걸 이용하느라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딱 같은 위도를 유지하면서 일본을 거쳐서 태평양을 수평으로 횡단하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는 북쪽으로 빙 돌아 알래스카를 거쳐서 오는 것이다. 알래스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세상에 그래도 러시아 동쪽 맨 끝과 알래스카 사이 경계가 그나마 인간이 사는 이어진 영토가 제일 없는 곳이다 보니, 거기가 지구상에서 날짜를 끊는 경계선으로 설정된 것도 참 흥미로운 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또 든다. 순항 중인 비행기 안에서, 순항 중인 다른 비행기(특히 마주 오는)를 창문 밖을 통해 볼 일이 있을까?
승객은 그런 걸 보기가 좀체 어려울 것이고, 아주 운 좋을 때나 우리 비행기의 밑으로 나는 비행기를 하얀 점으로 아주 잠깐 볼 것이다. 그러나 정면이 보이는 조종석에서는 그런 것 목격이 가능하다고 한다.

오늘날은 전세계적으로 거미줄처럼 이으면서 하늘을 누비는 여객기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들도 아무 길이나 직선 거리를 찾아 다니는 게 아니라 경제성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최적화 항로만 몰아서 다니기 때문에 서로 마주칠 가능성이 은근히 높다. 게다가 국제법상 여객기들은 어느 때라도 인근의 공항에 n시간 안으로 즉시 비상 착륙 가능한 항로만 골라서 날아야 하기 때문에, 육지로부터 완전 멀리 떨어진 태평양 허허벌판 같은 곳은 지나지도 않는다고 들었다.

아무 장애물이 없고 가시거리가 굉장히 긴 조종석에서는 하늘 저 편에 무슨 하얀 점처럼 보이는 게 맞은편 여객기이다. 물론 상행(한국->미국)과 하행(미국->한국)별로 날 수 있는 고도도 다 수백 m 이상 차이가 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 점은 그냥 순식간에 커지다가 쌩~ 하고 없어져 버린다. 나도 900km이고 저쪽도 900km이면 상대 속도는 무려 시속 1800km이며, 1초에 500미터가 넘게 나아가는 속도이다. 아찔하다.

고속도로에서도 자동차끼리 안전 거리가 최하 100미터인데, 자동차의 10배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비행기는 서로 100~200m끼리만 근접해도 실제로 부딪쳐서 인명/재산 피해가 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near miss라는 사고로 처리된다. 사고라는 말은 이 사건이 사고 일지에 기록되고 원인 책임 규명 조사와 관련 책임자 징계가 뒤따른다는 뜻이다.

영화나 CF를 보면 구름 위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멋진 동영상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것은 CG가 아닌 이상, 당연한 말이지만.. 비행기를 촬영하는 또 다른 특수 비행기를 띄워서 거기서 촬영한 것이다. 흠좀무..;; 두 비행기끼리는 최소 수 km는 떨어져 있고 고도의 기술로 zoom 해서 그런 걸 촬영한 거라고 보면 된다. 하긴 요즘은 전투기 공중 급유까지 하는 세상인데 뭘 못 하겠는가.
다만 비행기는 뒤쪽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남기면서 움직인다는 특성상, 뒷모습을 가까이에서 찍는 것은 여러 모로 위험하고 무리라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21 09:08 2010/07/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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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물 2010/07/21 12:46 # M/D Reply Permalink

    오픈 아이디 로그인이 갑자기 안되네요.

    1피트는 약 30.48cm입니다. 1만 피트가 10km 남짓이라는건 오차가 너무 심한데요.

    1. 사무엘 2010/07/22 00:19 # M/D Permalink

      저는 타자가 능숙하기 때문에 기계적인 타이핑 실수는 거의 안 하지만
      비몽사몽 졸면서 글 쓰다 보면(글 쓸 만한 시간대가-_-), 주어 술어 호응이 꼬인다거나 그런 식의 실수가 꼭 들어가더군요.
      킬로미터 단위가 맞고 피트 단위가 착오가 있었습니다. 비행기의 순항 고도는 3만 피트가 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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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두르고 있는 띠 문제

아는 분들은 이미 다 알 만도 한 문제이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가 편의상 반지름이 대략 6400km 정도 되는 완전한 구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이 지구의 적도 부분을 띠로 둘러서 꽉 조인 매듭을 만들었다고 치자. 그러면 이 띠의 길이는 원의 둘레에 해당하므로, 반지름에다 2π를 곱한 약 4만 km 정도의 길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원둘레에 딱 맞던 이 띠의 길이를, 사람 키보다 약간 큰 정도인 2m만치 더 늘렸다. 다시 말하자면 4만 km에 달하는 띠의 길이를 겨우 2m 더 늘린 것이다. 띠는 이제 원둘레보다 눈꼽만치 더 길어졌고 헐렁해졌다. 그래서 띠를 지표면으로부터 모든 구간을 균일하게 띄워서 다시 빳빳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띠는 지표면으로부터 얼마나 떠 있을까? 띠가 더 길어진 게 티가 나긴 할까?

이 문제의 답을 감으로 당장 떠올린 것과,
연필을 들고 수학 공식을 세워서 푼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
.
.

잘 알다시피, 띠를 겨우 2m 확장했을 뿐이지만 그 넓은 지구의 지표면으로부터 띠는 무려(?) 30cm가량은 지표면으로부터 균일하게 떠 있게 된다.
그리고 이 30cm라는 수치는 행성의 반지름과는 전혀 관계없다. 지구가 아니라 목성의 적도를 두르고 있는 띠라 하더라도, 띠를 2m 확장했다면 띠의 반지름은 지표면으로부터 무조건 30cm씩 더 올라가게 된다. 그러므로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고 띠의 길이가 4만 km라는 사실에 주의를 환기시킨 것은 훼이크요 낚시 교란 작전일 뿐이었다.

지표면에서 30cm 뜬 것 자체도 반지름이 이미 수천 km에 달하는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새 발의 피, 손톱의 때도 안 되는 보잘것없는 변화량이다. 그러나 우주의 관점에서 본 변화와 지표면에서 본 상대적인 변화의 폭은 서로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으며, 인간의 직관은 그런 것을 혼동하기 쉽다. 이 문제는, 마치 인간의 눈이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것만큼이나 인간의 생각 역시 편견과 실수에 빠지기 쉬움을 보이는 좋은 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인간 두뇌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수학이라는 사고 체계가 발달한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17 17:13 2010/07/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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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 기윤 2010/07/18 20:46 # M/D Reply Permalink

    (단위는 모두 미터)
    반지름을 r 이라 할 때
    띠의 길이는 2πr.
    길이가 2 길어졌다고 하면 길어진 띠의 길이는 2πr+2

    그러면 다시 둘레가 2πr+2 의 반지름은 이것을 2π 로 나눈 값이므로
    r+1/π ... 1/π는 약 0.318
    즉, r 과 상관없이 띠의 길이가 2m 길어지면 반지름은 31.8cm 증가..

    -------------------------------------------------------

    연필이 아니고 컴퓨터와 키보드, 그리고 윈도우 내장 계산기(..)가지고 계산해 보았는데 정말 놀랍군요 -_-;

  2. 나그네 2010/07/19 18:58 # M/D Reply Permalink

    정말 놀랍고도 신기한 문제였네요
    2m 늘렸을 뿐인데 지구에서 30cm나 띄워지다니 말입니다.
    다시 수학책 꺼내서 공부해야 할까봐요.

  3. 사무엘 2010/07/19 21:12 # M/D Reply Permalink

    저도 이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굉장히 놀랐더랬죠.

    직관만 믿다 수학적으로 낭패 볼 수 있는 좋은 예를 또 들자면 기하급수가 있습니다.
    "하루 품삯 쌀 한 톨, 이튿날 두 톨, 다음날 네 톨... 이렇게 해서 30일치 분량의 쌀알을 주십시오"
    이런 거래를 해서 나중에 부잣집 주인을 떡실신시킨 농부 이야기도 있잖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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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
테러리스트에 의해 납치된 여객기가 저공비행 후 세계 무역 센터 건물에 자폭 충돌하는...
미국 건국 이래 초유의 대형 테러 참사가 벌어졌을 때의 일이다.

여객기를 이용한 테러였음을 인지한 미국 정부는, 당시 미국 영공을 날고 있는 모든 여객기들로 하여금 지금으로부터 3시간 이내에 인근의 공항으로 비상 착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대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영공으로까지 확대되었으며, 이때 무려 5천여 대에 달하는 비행기들이 비행을 중단해야 했다고 한다.

이들은 긴급 명령을 받고서 인근 공항으로 허겁지겁 다 내려갔는데... 유독 태극 마크가 선명한 대한 항공 소속의 모 여객기만이 215명의 승객을 태운 채 명령을 씹고 나홀로 계속 날고 있었다. 흠좀무. 도쿄를 출발하여 앵커리지로 가던 보잉 747기였다.

이 때문에 테러를 당한 지역인 미국 동부뿐만 아니라 서부도 비상이 걸렸다. 중무장한 F-15 전투기 두 기가 즉시 출격했다. 초음속으로 날아가서 여객기를 따라잡고 바짝 붙었다. 미국 공군 사령관의 명령 한방이면 그 여객기는 테러리스트에게 장악 당한 걸로 간주되어 격추 당할 수도 있었고, 1983년의 피격 사건의 비극이 소련에 이어 미국에서 재연될 뻔했다.

이건 마치 무장 탈영병의 사살을 군대에서 허락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탈영 자체는 비록 무겁긴 해도 사살할 정도로 죽을죄는 아니다. 그러나 개인 무장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저항하는 탈영병을 어쩔 수 없이 사살하는 것이다.

그런 것처럼 테러리스트에게 탈취 당한 비행기는 도심에서 추락하거나 사고를 치면 더욱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조기에 격추하는 것이다. 작년(2009) 성탄절 때 미국 여객기 테러를 시도했던 빈 라덴 배후의 테러리스트도, 다른 때가 아니라 비행기가 딱 미국 시가지 상공에 진입하고 착륙 직전 상태가 됐을 때 폭탄을 터뜨리려 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저런 사람이 버젓이 탑승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니, 911 때 당하고도 미국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보다. 뭐, 이제 관광 비자도 면제되고 좀 편해지나 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그 사람 덕분에 미국 가는 절차가 더욱 복잡하고 까다로워졌지만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그래도 다행히 비행기가 격추 당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먼젓번의 관제 지시는 씹었지만 그래도 전투기의 “위로, 아래로” 같은 명령에는 순응했기 때문이다. 대한 항공 여객기는 영문을 모른 채 전투기의 인도를 받으면서 캐나다의 어느 작은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보잉 747 같은 초대형 여객기를 취급하기엔 좀 버거운 규모. 이미 다른 수많은 여객기들이 착륙하고 난 뒤였기 때문에 이 여객기가 앉을 공항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이때는 이미 대한 항공 여객기가 납치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쫙 퍼진 상태였던지라, 앵커리지는 물론이고 캐나다 공항 인근 주민들이 죄다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여객기는 무사히 착륙했고, 이 비행기를 끝으로 북미 영공은 일시적으로나마 완전 폐쇄 상태가 되었다.

비록 상황은 평화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이 모든 소동과 오해의 원인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우리나라 조종사가 영어가 딸려서 비상 착륙 명령을 못 알아들었던 것이다!

평소에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교신이 아니라 처음 듣는 메시지가 긴급한 속도와 억양으로 흘러나오니 조종사는 어리둥절해했다. 게다가 메시지 도중에 hijack transponder 이런 단어가 나오니까 그걸 누르라는 소리인 줄 알고 ‘피랍’ 신고를 두 번이나 하는 센스. ㅠ.ㅠ

납치라는 단어가 뭔지도 모르고서 “납치됐니?” “납치됐어”라고 회신을 해 준 꼴이다. 그러니 미국으로서는 500% 테러리스트 피랍 인증으로 간주하고 전투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아찔한 순간이었겠는가?

국제선 항공업계는 영어 못 알아들으면 영락없이 고문관 신세가 되는 분야임을 입증하는 계기였다.
그 최강의 엘리트 집단이라는 비행기 조종사라고 해서 다 영어 잘 하는 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이 특히 그런 불명예스러운 면모로 인해 영어권 국가들로부터 주목 대상이며, -_-;; 영어 실력이 어느 수준 이상 안 되면 조종사 뽑지 말라고 압력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같은 나라가 아니라 영어와 언어 구조가 비슷한 나라들끼리도, 같은 영어 표현을 알아듣는 방식이 서로 달라서 더 위험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테네리페 참사는 딱 그것 때문에 발생한 사고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 사건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는 사이트를 링크하며 글을 맺는다.
http://iloverossi.egloos.com/tag/911/page/1

다음은 덧붙이는 아이템들.
1. 고속버스 회사들은 고속도로 통행료를 도로 공사에다 지불한다. 여객 열차를 운영하는 코레일은 선로 사용료를 철도 시설 공단에다 지불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톨게이트만 없을 뿐이지 국제선 항공사들은 영공 통과료를 해당 경유 국가에다 꼬박꼬박 낸다. 이것도 기름값이나 주기료만큼이나 은근히 무시 못 할 비용이다.
한 국가가 걷은 영공 통과료 수입은 아까와 같은 그런 관제 업무에 쓰인다. 우리나라는 최근 천안함 사태 때문에 북한과 사이가 제대로 틀어지고 항공기들의 북한 영공 보이콧 결정이 났을 때, 잠시 북한 영공 통과료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2. 국제선 비행기의 내부는 법적으로 도착 국가의 영토로 간주된다고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가 누구라도 자동으로 미국 시민이 될 수 있다면, 미국 행 비행기 안에서 태어난 아기도 미국 시민이 된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사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03 08:55 2010/07/0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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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의 모습이 남아 있는 방법은?

1. 초상화로만 (컬러^^)
2. 흑백 사진으로만 (19~20세기 초중반)
3. 흑백+컬러 사진 공존 (20세기 중반)
4. 컬러 사진으로만 (20세기 후반~)

역대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만 봐도 1, 2를 거쳐 4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19세기 중· 후반과 20세기 초· 중반을 살았던 우리나라의 이 승만 초대 대통령은 컴퓨터만 빼고 과학 기술의 급변화를 경험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엔 한학만 공부하다가 나중에 영어를 비롯한 신학문을 섭렵했고,
미국으로 유학 갈 때는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넜겠지만 커서는 비행기도 탔다.
조선 땅에서 말을 타 본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차도 몰아 봤다. 그는 정말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의 산 증인이었다.

이 승만의 사진은 흑백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컬러 사진도 있다니 놀랍다.
심지어 그 유명한 1948년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선포식 사진도 컬러 버전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컬러 사진 자체는 무려 구한말 시절 것부터 있긴 한데, 그 당시 컬러 사진은 비싸고 흔치 못했을 뿐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날의 대한민국 건국은 정말로 중국이나 소련이 아닌 미국을 끌어들인 이 승만의 공로가 가히 절대적이다.
뭐, 김 구 대통령으로 우리끼리 통일 조국 운운하는 떡밥이 있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우리끼리 그렇게도 쉽게 원하는 대로 나라 세우는 게 가능했다면, 애초에 우리끼리 살던 나라를 외세에 허무하게 뺏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요즘도 '노란 대통령'을 추모하는 리본을 걸어놓고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하는 게 유행인 것 같다. 그 사람에게도 공적과 과오가 공존하며, 그런 유형의 사람이 대통령을 함으로써 국민에게 나름 의미를 남긴 것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 사람보다야 훨씬 더 프로필이 우수하고 훨씬 더 대인배이고 훨씬 더 민족을 사랑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서 더 훌륭한 업적을 이뤄 놓은 초대 대통령이 나는 더 존경스럽고 그립다. 한글, 세벌식, 새마을호뿐만 아니라 이런 것도 내게 이 나라에 대한 일말의 자부심과 애착을 제공하는 근거이다.

대한민국 건국, 감사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사무엘

2010/06/25 07:57 2010/06/2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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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호, 우주 기술 외

1. 나로 호, 좌절 말고 더욱 분발하길

우주 강국의 꿈은 참 멀고도 험한 것 같다.
2009년과 올해의 나로 호 발사는 국민의 염원을 저버리고 두 번 다 실패로 끝났다.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보다 전 2008년에는 드디어 우리나라도 러시아에 의존하여 우주인을 배출은 했으나, 순탄한 과정만으로 된 건 아니었다. (10년 전에는 나름 노벨 상 수상자도 배출했는데, 그마저도 어차피 과학 분야도 아니고 묘하게 존재감 없다.)

우리가 21세기에 와서야 힘겹게 겨우 따라 하고 있는 모든 과정을 미국과 러시아(구소련)는 무려 반세기에 가깝게 전에 먼저 개척했다니, 얼마나 엄청난 기술인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미국도 무려 여섯 번이나 달에 갔다 오는 데 성공하고 우주 개발 경쟁에서 구소련을 확실히 떡실신시킨 뒤부터는, 우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급속도로 식어 갔다. 월남전 때문에 미국 내부의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쓸데없는 데에 돈지랄 하지 말고 당장 민생이나 살피라"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2차 세계 대전 시절까지만 해도 가히 Show me the money 국가였던 미국조차 오죽했으면 아폴로 17호 이후 40년이 넘게 유인 우주선 달 탐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물론, 소련도 비록 유인 우주선만 못 보냈을 뿐이지, 달에 탐사선을 보내고 월석 캐서 돌아오는 것까지는 얼마든지 해냈다.)

성경에 따르면, 출애굽 시절에 무려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을 체험하고도, 백성들이 불평하고 모세를 원망하고 이집트 시절을 도로 그리워하게 되기까지 며칠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당장 좀 배고프고 목 마르고 불편하니까 말이다. 나중엔 매일 '만나'라는 음식을 하늘로부터 기적적으로 받아서 연명하면서도 하나님께 잘도 반역했다.
그런 것처럼, 사람이 달에 직접 갔다 오는 데 성공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도 그게 여러 번 되풀이되는 일상사가 되니까 국민들의 관심은 이내 현실적인 것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래 놓고는 세월이 흐르고 나니, 그때 달에 진짜 갔다 오긴 했는지 음모론이나 펴고 있는 게 인간의 간사한 심리이다.

이렇듯 진짜로 대단한 성공한 과업에 대해서도 조금만 마음에 안 들고 미흡한 게 있으면 대중의 반응이 저렇게 싸늘한데, 하물며 우리나라에서 쏴 올리는 발사체는 아직 실패만 거듭하고 있고, 기껏 배출했다는 우주인은 우주인인지 우주 관광객인지 모를 취급만 받고 있으니 국민들이 "300억짜리 폭죽, 국민 세금으로 우주 관광"(참고로 KTX 광명 역은 3천억짜리 간이역) 하면서 비아냥거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더구나 요즘 사람들은 우주 개발이 처음으로 진행되던 옛날만치 우주에 대한 동경심이 있지도 않으며(이미 우주에 대해서 어지간히 알 건 다 알게 됐으므로..), 오히려 이공계 기피 현상의 영향으로 과학자 자체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도 그때와 큰 차이이다. 일본인 최초의(그리고 아시아 최초라고 하는) 우주인이라는 모리 마모루도 1992년인가 그때 우주로 나가서 한 실험은 우리나라 이 소연 씨가 한 실험과 어차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귀환 후 국민적 이미지는 그 두 사람이 꽤 차이가 나는 것 같다. =_=;;;

이런 시국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밤낮 구분도 없이 가슴을 졸이며 나로 호 발사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부디 이번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다음에는 반드시 성공하기를 대한민국 국민 중 하나로서 기원한다.

2. 기술 보안 이야기 -- 우주인을 중심으로

앞 단락에서는 우주인 얘기와 우주 발사체 얘기를 별 구분 없이 뒤섞어서 전개해 왔는데,
지금부터는 우주인을 주제로 좀더 진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미국은 워낙 땅 넓고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이다 보니 비행기를 자가용으로 갖고 있는 항공 면허 소지자도 있고, 또 IT계의 억만장자 중엔 사비를 들여서 우주에 갔다 오기도 한 우주덕(우주 덕후)도 있다. MS 워드와 엑셀 개발의 초창기 주자인 전설의 프로그래머 찰스 시모니는 잘 알려진 우주 관광객이며, 게임계에서 모르면 간첩인 존 카맥(둠, 퀘이크 개발자)도 우주 개발 산업에 엄청 관심이 많다. 저 사람의 프로그래밍은 지구인의 실력이 아닌 게 분명하니, 이제 자기 별로 돌아가려고 우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농담도 나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우주인 후보를 소집해서 국비로 육성을 해 줬는데...
본인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선발된 우주인 2인 중 남자인 고 산 씨를 굉장히 부러워했다. 잘생기고, 외고 출신으로 서울대 수학과, 영어와 러시아어 같은 여러 외국어에 능통하고, 성격도 적극적이고 좋고, 운동도 잘 하고, 나이도 적당하고... 모든 면에서 부러운 엄친아이고 스펙 면에서 이보다 우주인에 적격인 사람이 국내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내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고 씨가 무슨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예비 우주인으로 강등되고, 실제로 우주에는 이 소연 씨가 갔다 오게 됐다. 이때 고 씨가 무슨 규정을 왜 위반했는지 아는가?

고 씨는 성격이 너무 적극적이었다. 러시아 사람들이 자신들을 단순 우주 관광객으로 취급하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내가 무슨 내 돈 들여서 떠나는 우주 관광객도 아니고 나름 국가 대표로, 국민 세금으로 우주에 가는 건데!
수업을 들을 때도 우주선의 원리에 대해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많이 하고, 조금이라도 더 새로운 정보를 얻어 오기 위해 러시아어도 독학으로 꾸준히 공부했다. 교관이 언짢아하면서,

"우리는 당신들이 우주에서 사고만 안 칠 정도로만 가르치면 임무 다 하는 겁니다. 너무 많은 걸 알면 다치는 수가 있으니 자꾸 꼬치꼬치 캐묻지 마시죠?"
이렇게 대꾸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랬는데 호기심을 참지 못한 고 씨는, 여차여차 하던 끝에 러시아가 극비 사항으로 관리하는 우주선 운영 교본을 대여해서 몰래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그게 보안 요원에게 적발되었다고 한다.
그건 그야말로 러시아인들이 구소련 시절에 피와 땀으로 터득한 노하우가 담긴 우주 개발 교본이었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주인의 생존 요령, 우주선을 띄우는 방법, 뭘 하는 방법... 이런 것들.

고 씨는 추후 인터뷰에서 "내가 조금만 참고 걔네들 지시에만 고분고분 따랐으면 우주에 갔다 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의 행동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과연 대인배이다.

우리나라 기술진이 미국에 나가서 처음으로 반도체 기술에 대해 배울 때도, 또 프랑스로 가서 고속철 기술에 대해 처음으로 배울 때도 이와 굉장히 비슷한 수모를 겪었다. 뭐 좀 슬쩍 들여다보기만 해도 규정 위반했다고 사람 퇴장시키고, 교육 일정을 제멋대로 펑크 내고 말이다. 삼성 반도체, 현대 자동차 이런 것들.. 정말로 피땀 흘려 맨바닥에서 이뤄 낸 우리나라 밥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록 그런 대기업들이 경영하는 짓거리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은 있더라도 말이다.

또 반대로 말하자면, 나라를 좀먹는 기술 유출 같은 사건 같은 것에 절대로 둔감하지 말아야 한다. 예전에야 남산 안기부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지만, 요즘 국가 정보원은 그런 산업 스파이들을 우리가 알게 모르게 굉장히 많이 잡아 냈으며, 지금까지도 세금값 하는 얼마 안 되는 국가 기관 중 하나로서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

그리고 군사 기밀.. 고 산 씨도 FM 좀 몰래 훔쳐보다가 저렇게 불이익을 당했는데, 육군 교전 요령 같은 군사 기밀이 담긴 FM을 대놓고 북으로 빼돌린 투스타 장군이라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아직도 간첩은 있고 잡히고 있다. 옛날처럼 안보를 빌미로 국민들 불안 조장하고 겁 줄 목적으로 보도를 대놓고 안 할 뿐이다.

지금이 그러한데 하물며 건국 초기에는 군대 내부에도 좌익이 드글드글했다. 북한이 침략했을 때 맞서 싸우기는커녕 적과 내통하고 그냥 항복해 버릴 간부들이 즐비했다. 오죽했으면 친일파 출신까지 적극 활용해서 사상 검증과 숙군 작업부터 해야 했을까? 그것부터라도 하고 나서 거의 곧바로 6 25가 터진 건 정말 다행이었다. 또 뒤집어 말하면, 일본군 출신 중에서도 그때 북한군 공산당과 싸우다 전사한 사람 많았다.

마치 산불은 순식간이지만 숲이 다시 자라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는 것처럼 기술이란 것도 마찬가지이다. 예전 글에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 싶은데, 성경에도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기계를 만들었다는 왕이 딱 한 명 등장한다(대하 26:15). 우주 개발 하니 이와 관련하여 여러 착잡한 생각이 드는 게 있어서 몇 자 글로 정리해 보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23 09:19 2010/06/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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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각형을 서로 크기가 제각기 다 다른 작은 정사각형들로 완전히 분할하는 방법이 존재할까?
있을 것 같으면서도 찾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 같고..
그런데 그걸 찾아낸 사람이 있다. 정말 대인배가 아닐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기가 112인 정사각형을 21개의 서로 다른 크기의 정사각형으로 분할하는 방법이 발견되었다. 가장 작은 부분 정사각형의 크기는 2이며, 큰 놈은 50이다.
사람의 힘만으로 찾은 건 아니고 컴퓨터를 동원하여 무려 1970년대 말에 찾은 거라고 한다. 마치 4색 문제를 증명할 때처럼 말이다. 20세기 중반에는 24개의 정사각형을 쓰는 방법이 발견되었다가 더욱 간단한 해가 발견된 것이다.
(저 정사각형들도 최대 4개의 색만으로 서로 경계를 구분하여 칠할 수 있으니, 4색 문제하고도 관계가 있다. ^^)

이것이 optimal한 solution임이 추후 증명되었다. 즉, 112보다 더 작은 크기의 정사각형을 21개보다 더 적은 개수의 서로 다른 정사각형으로 분할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plane sweeping 기법과 관계가 있으려나? (정올에서 여러 겹치는 사각형들의 실제 넓이 내지 둘레를 구할 때 쓰이는..)

참고로, 2차원이 아니라 3차원에서 정육면체를 서로 크기가 다른 정육면체로 꽉 맞게 채운다거나 그 이상의 차원에서 같은 방법으로 hypercube를 채우는 방법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명확한 것이, 그런 정육면체가 있다면, 여섯 면이 다 제각기 크기가 서로 다른 정사각형으로 거대한 정사각형을 이룬 모습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어야 하는데, 정육면체만으로 그렇게 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16 08:47 2010/06/1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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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총독부 청사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시기적으로 우리나라의 1990년대 중반에 해당하는 김 영삼 정권 때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고 지금은 당연시되고 있는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었으며, 고속도로 통행료의 징수 방식이 후불제로 바뀌었다. 직할시가 이때부터 광역시로 바뀌기도 했다. 물론 성수 대교와 삼풍 백화점의 붕괴, 그리고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같은 비극적인 대형 참사도 이 정권 때 유독 많았다.

이외에도 1994년엔 서울 600주년을 기념한 타임캡슐 매장 행사가 열렸고 여기에 아래아한글 2.5가 포함되기도 했다. 이에 덧붙여 또 의미 있는 거사가 추진된 게 있다. 바로 반세기 가까이 광화문과 경복궁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조선 총독부 청사가 1995년에 헐린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나저나 세종로는 예나 지금이나 폭이 기겁을 할 정도로 넓고 아름답다. 저 차선 수를 봐라...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길이라 함.)
조선 총독부 청사는 우리나라가 일제에게 주권을 빼앗긴 후 일제가 경복궁 건물의 일부를 헐고 그 부지에다 지은 건물이다. 둥근 돔은 마치 옛날 서울 역의 외관을 떠올리게 하며, 1920년대에는 그게 고급스러운 유행이었던 것 같다. (조선 총독부 청사 1926년, 서울 역 1923년)

하지만 우리로서는 침략자요 민족의 원수들이 사는 곳으로 정말 치욕의 기억이 사린 건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위치조차 경복궁을 딱 가로막는 구도이니 말이다. 그 당시엔 조선 총독부로 들어가 요인 암살과 건물 파괴를 시도한 독립 운동가들의 의거도 물론 있었다. 동양 척식 주식회사(흠,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생각나네)와 더불어 테러 대상 1순위.

그 후 일제는 패망했다. 마음 같았으면 저 얄미운 건물도 당장 부숴 버리고 싶었을 것이고, 실제로 초대 대통령인 이 승만부터가 수 차례 이를 계획하고 지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었다. 우리나라가 당시 얼마나 가난했던가. 근처의 경복궁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저놈만 곱게 폭파할 비용도 기술도 없었고, 당장 우리나라 정부가 사용할 건물도 없는 마당에 그 건물은 한동안 대한민국 정부의 중앙청으로 쓰이게 됐다.

세월이 흘러 인근에 정부 종합 청사 건물이 따로 지어지면서, 조선 총독부 청사는 잠시 국립 중앙 박물관으로 용도가 변경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을 철거해야 하느냐 그냥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여 보존하느냐를 두고 양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특히 한글 학회처럼 민족 성향이 강한 단체에서는 저 흉물을 하루빨리 철거해 달라고 정부를 상대로 끊임없이 청원을 해 왔다.

본인은 뭐 그렇게 풍수지리 같은 건 안 믿는다. 뭐 우리 민족의 정기를 끊으려고 쇠말뚝을 박고 뭘 관통시키고 이런 거... 별로 관심 없다. 하지만 본인은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해, 그때 조선 총독부 건물은 철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첫째, 상술했듯이 경복궁을 가로막는 저 위치가 너무 부자연스럽고 우리나라 문화 유적에 대한 좋은 인상을 못 준다.
둘째, 차라리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서대문 형무소 같은 장소야 당장 피지배자들이 직접적인 고초를 겪었던 곳이고 보존 가치가 있지만, 저기는 어차피 한국 서민이나 독립 운동과는 별 관계가 없는 곳이었으며 역사 교육 효과보다는 생뚱맞음과 민족적 반감만 더 키운다.

게다가, 믿거나 말거나, 서울을 방문한 일본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가 저기였다고 한다.
자기 민족이 한때 남의 민족을 관광-_-했던 본부로 반드시 관광 간다는 것. 어???

그래서였을까?
김 영삼 정권 때 본격적으로 조선 총독부 청사 철거 떡밥--독도 폭파 떡밥도 아니고--이 나돌기 시작했을 때, 일본 정부는 공문까지 보내어 우리에게 아주 정중하게 이렇게 제안했다.
"이건 그래도 옛날에 우리가 지은 건물이니, 우리가 알아서 곱게 해체해서 잔해를 본국으로 가져가 보관하겠다. 모든 과정의 비용은 우리가 일체 부담하겠다"고 말이다.

와.. 이건 무슨 전사자 유골 찾아 가는 것도 아니고...;;; 저 말에 무슨 뉘앙스가 깔렸는지는 빤히 보이지 않는가?
이 말에 빡친 김 영삼 대통령은 그 제안을 일언지하에 씹었으며, 도리어 대통령 특명을 내려서 서둘러 건물을 헐어 버렸다고 한다. 일부는 폭파하고 돔 같은 일부 주요 부품(?)만 독립 기념관으로 가져가서 보존해 놨다. 그때 외인 아파트만 폭파한 게 아니다. ^^ 이것 덕분에 당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크게 올라갔다는 후문.

이 일에 대해서
"그래도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인데 왜 굳이 우리 돈까지 들여서 헐어 버렸냐?"
"그나마 철거도 일본이 알아서 완전 공짜로 해 주겠다고 제안했는데 왜 그렇게 경솔하게 행동했냐?"
뭐 이런 말도 오가곤 했으나, 본인은 별로 영양가 있는 말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때도 그렇잖아도 일본이 독도 망언 엄청 하던 시절이었으며, 이 때문에 사기업도, 공기업도 아니고 무려 정부 기관이었던 철도청조차 열차 내 일본어 안내 방송을 잠시 중단한 적까지 있었다. 과연 대인배이다. ㅋㅋ

참고로, 6 25 때도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은 이 총독부 청사는 무척 튼튼했다고 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말하듯,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도로· 건물· 철도 따위가 오늘날까지도 끄떡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졌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_=;;

성인이 되고 서울에서 좀 살아 보니까, 서울 지리를 아는 게 세상 문물을 접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걸 느낀다.
성북동이 어디 있는지, 서울의 도시 개발 역사가 어땠는지 까맣게 모르는 상태에서 <성북동 비둘기> 같은 시가 감흥이 와 닿을 수가 없으며,
동작동이 어딘지도 모르고서 동작동 국립 묘지 운운하는 반공 웅변 원고 외우는 건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지하철 3호선 경복궁 역을 이용해서 경복궁 구경을 하고 왔는데 그 터에 옛날에는 저런 건물이 있었다는 게 이제야 실감이 간다.

다음은 이 글 내용과 관련하여 덧붙이는 아이템들.

1. 일본이 저런 식으로 우리에게 무언가 슬쩍 제안을 한 사례가 나중에 또 있었다. 바로 1999년, 김 대중 정권이 김 종필 총리를 위시하여 웬 한자 병용 병크를 터뜨렸을 때의 일이다. 그 해 2월 11일에 서울에 온 일본 외무 장관 '고무라 마사히코'는 우리나라의 홍 순영 외무 장관에게 "기왕 한자를 병용할 거면 우리 일본식 한자를 써 주시죠? ㅋㅋ"라고 요청을 했다.
비단 이런 사례뿐만이 아니라, 또 민족 감정 같은 걸 배제하더라도 일본인의 관점에서야 한국이 한글 전용보다는 한자 혼용하기를 훨씬 더 원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한글 학회 같은 진영에서는 이 사실을 굉장히 불쾌하게 여기며 그에 대한 피해 의식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 대로 선생님의 글을 참고하자.

2. 그나저나 왜 자꾸 "일제 36년"이라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뺄셈도 못 하나? 1945-1910은 35이지 36이 아니다. 게다가 8월 29일부터 8월 15일까지니까 엄밀히 말하면 만 35년도 아니고 34년 350몇 일이다!
나라 주권을 외세에게 빼앗겨 지낸 게 뭐가 자랑스럽다고 무슨 사람 나이처럼 1을 덧붙이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15 08:27 2010/06/1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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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0/06/24 13:29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 사무엘 2010/06/24 18:09 # M/D Permalink

      아앗...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잘 기억하시네요. 자료를 좀더 찾아보니, 역시 폭파는 아니고 그렇게 헐었더랬습니다.
      지금 세종로는 편도 4차선 정도로 차선수가 확 줄어들고, 중앙에 커다란 섬? 문화 공간이 생겼더군요. 이 순신 장군 동상에 이어 세종대왕 동상도 세워졌고요.
      그래도 저 중앙청 건물은 있는 것보다 없는 게 경관에 백 번 낫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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