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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특성 이야기

1. 대미지 컨트롤

인체는 어떤 나쁜 환경이나 대미지에 오래 노출돼서 몸이 다치고 상했더라도, 치료한답시고 그 반대편 상황에 곧장 성급히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는 특징이 있다.

동상을 입었더라도 그 부위를 갑자기 뜨거운 물 같은 데에 집어넣지 말아야 한다.
화상을 입었더라도 그 부위를 갑자기 얼음물 급의 찬물에 풍덩 집어넣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미지근한 물에다가 오래 담가서 냉찜질을..)

아주 오랫동안 굶어서 죽기 직전인 사람한테 갑자기 밥과 고기를 많이 먹이는 짓은 금물이다. 그러면 몸이 그걸 못 받아들여서 토사곽란을 일으키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
탄광 매몰이나 삼풍 백화점 붕괴 같은 사고 때문에 10일 넘게 암흑 속에 갇혔다가 구조된 사람들은 눈을 가린 채로 나온다. 갑자기 빛에 노출되는 것도 눈에 안 좋다고 들었다.

피부가 쇠붙이에 깊숙이 심하게 찔렸다면 그 이물질을 함부로 빼내지 말아야 한다.
어디 무거운 물체에 오랫동안 깔려서 깔린 부위가 괴사할 지경이 됐지만, 그 물체를 함부로 치우지 말아야 한다. 깔린 부분에만 고여 있던 독소가 온몸으로 퍼져서 압좌 증후군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의료 보건 업종이 일이 힘든 것 같다. 각종 금단증상이라는 것도 각종 나쁜 중독이나 자극이 갑자기 없어졌을 때 더 심해진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고..
사람이 밥을 먹는 과정은 자동차 연료통에다가 기름을 꿀꿀 집어넣는 게 아니라, 배터리를 급속 충전하는 것과 더 비슷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2. 유아 기억상실증

"사람들은 대부분 3살 이전 시기를 기억하지 못한다. '유아 기억상실증' 때문이다. 유아 기억상실증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흔한 현상으로, 삶의 초기 3~5년 정도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사람이 떠올릴 수 있는 생애 최초의 기억은 대략 3살부터 3살 반 정도에 형성된다."

이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나도 저기에 정확하게 해당된다.
나도.. 거의 86~87년 사이가 마지노 선이고 그 이전은 선사시대-_-이다.
아부지가 내게 나이를 물으셨는데 내가 제대로 대답을 못 하니 "넌 4살"(한국식이겠지)이라고 대답을 들었던 게 스스로 인지하고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제일 어린 나이이다.

텔레비전으로 본방을 봤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제일 오래된 공익광고도 유튜브를 뒤져 보니 86~87년이다. 그때는 TV를 틀면 온통 올림픽 준비하느라 난리이기도 했고 말이다. -_-
난 흑백 TV나 흑백 사진, 중고딩 가쿠란-_- 교복을 주류로 본 경험은 없다. 그리고 당대에 인지했던 제일 옛날 대통령은 딱 노 태우였다.

인간은 아기 때 주변에서 들리는 모국어를 신기에 가까운 능력으로 흡입해서 언어 구사 능력을 갖춘다. 도대체 어떻게 그 나이대에 그게 가능한지는 내가 알기로 과학적으로 여전히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그렇게 언어 습득과 등가교환으로 언어 습득 이전의 옛날 기억은 지워져 버리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걸 생각하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의 의미도 다시 곱씹게 된다.
어차피 기억을 못 하니까 3살 이하 아기들을 마음대로 학대해도 되는 것도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때 부모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충분히 받는지의 여부로 그 애의 인격이나 정신 건강이 평생 결정되어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참 신기한 일이다.

갓난아기한테 기계적으로 물리적인 젖과 물만 주고 씻겨 주고 기저귀 갈아 주기만 하고, 아무 관심 안 주고 교감과 애정 표현 안 하고 스킨십 안 해 주면..??
놀랍게도 그 아기는 몇 달 못 가 죽는다고 한다!! 무슨 마루타 생체실험을 한 것도 아니고 법적으로 학대는 절대 안 한 것 같은데, 아기한테는 이것만으로도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다. 먼 옛날에 이런 비정한 실험을 실제로 한 군주 내지 학자가 있었다고 한다.;;;

이건 마치 식물이 햇볕을 못 봐서 죽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아무리 물 많이 주고 땅이 비료로 기름져 있어도 햇볕 없고 통풍이 불량하면..;;

3. 이와 잇몸

신체 기관 중에 구강은 외부로 노출되어 있으면서 음식물이 들어가는 부위이다. 여기가 평소에 청결하지 않고 음식물 찌꺼기 때문에 세균이 끼면 이나 잇몸.. 혹은 둘 다 탈이 나게 된다.
이의 병.. 충치, 치아우식증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교육을 하는 편이다. 그러나 잇몸의 병.. 풍치, 치은염-치주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본인 역시 잇몸에 피는 비타민 C 결핍증 정도로만 아는 게 전부였다.

충치가 생기면 이가 윗쪽부터 시커매지면서 썩는다. 에나멜질이 썩네 상아질이 썩네, 신경까지 닿네.. 그러면서 진행 단계가 4개나 세분화돼 있다.
그런 것처럼 잇몸병도 얼추 4단계로 나뉜다. 잇몸은 다른 곳보다도 이와 이 사이의 양치가 제대로 안 될 때 탈이 나기 쉽다.
얘는 시커먼 건 없다. 그냥 벌개지고 붓다가 나중에는 이의 아래쪽이 다 드러나 보이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자는 건물이 화재나 폭발, 테러 때문에 폭삭 주저앉고 붕괴하는 것과 비슷하다.
후자는 건물이 지진이나 홍수 때문에 지반이 싹 없어지는 바람에 그냥 자빠지는 것과 비슷하다.
"꿩 대신 닭"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 없으면 잇몸"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 없이 잇몸만으로 어떻게 고기를 씹겠는가.

건강한 치아를 위해서는 소금이니 알코올이니 하는 어설픈 민간요법 찾아볼 시간에, 동네 치과에서 단돈 1~2만 원으로 의료보험 받을 수 있는 스케일링부터 받는 게 훨씬 더 낫다.
그리고 그냥 약품 가글은 물리적인 칫솔질을 결코 대체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를 무슨 때 밀듯이 너무 세게 닦는 것도 이와 잇몸에 안 좋다고 하니 인체는 뭔가 극단적인 것에 취약한 게 틀림없다.

비전공자인 내가 아는 건 이 정도까지.
근데.. 입안이 무슨 배 속 내장도 아닌데, 같은 입안을 보고 치과마다 진단해 내는 충치 개수가 다르고 치료 견적이 들쭉날쭉이라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내 주변 지인들 얘기를 들어 보면 치과 진료에 대한 과잉진료 불신이 여전히 없지 않다. 자동차 정비 쪽에 과잉 정비(멀쩡한 부품까지 몽땅 다 갈아 버리는-_-) 폐단이 있는 것처럼 의료도 사정이 비슷한가 보다.;;

  • 통상적인 칫솔질 → 치실 → 스케일링 → 잇몸 치료의 순으로 쑤시는 정도가 하드코어해지는 것 같다. 약한 잇몸을 찌르고 쑤시는 건 마치 손톱 끝을 찌르고 쑤시는 것처럼 괴롭게 느껴진다. >_<

  • 양치할 때 치약 묻힌 칫솔에다가 습관적으로 물도 묻히고 싶다. 거품이 잘 나고 치약이 잘 도포되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치과 의사들은 막 해롭고 나쁜 짓까지는 아니어도 그걸 별로 권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들 중 하나로 흔히 검색되는 "치약 성분이 희석되기 때문"은 좀 의아하게 느껴진다. 물을 묻히든 안 묻히든 치아에 닿는 절대적인 치약의 양은 동일하고 물리적인 솔질 강도도 동일한데 왜 약효가 떨어진다는 걸까? 그리고 광고에 나오는 것보다 치약을 훨씬 적게 써도 된다는 지론과도 별로 안 맞아 보이기 때문이다.

  • 이빨이 몽땅 나가는 것보다는 눈 한두 개를 잃는 게 더 치명적이다. 보험에서도 실명을 더 크게 보상하며, 군대에서도 이건 곧장 4급이나 면제 등으로 처분해 준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눈을 다칠 정도의 극단적인 이벤트는 자주 찾아오는 게 아니니, 안과보다는 치과가 존재감이 더 크고 사람이 치과를 찾을 일도 더 잦은 듯하다.

4. 손발가락

'쇠냄새'라는 건 사실 쇠 자체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다. 손으로 그런 금속을 만졌을 때, 손 표면에서 분비되는 고유한 성분이 금속과 닿아 변질되면서 나는 냄새일 뿐이다. 하긴, 그런 미묘한 분비 성분이 있기 때문에 사람 손이 닿는 곳마다 지문 채취도 가능할 것이다.

손가락 발가락은 인체의 말단 부위이다 보니, 질병이나 사고로 일부가 절단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조폭이나 비밀결사 같은 뒷세계에서는 맹세나 징벌· 각인의 의미로 약손가락이나 새끼손가락의 첫 마디를 일부러 자르는 관행도 있다. 그래도 이런 부위는 절단되더라도 지혈만 잘 해 주면 생명에 지장은 없다.;;

잘려서 떨어져나간 그 말단 부위를 잘 챙겨 가서 적절히 치료를 받으면 도로 봉합해서 붙일 수도 있다. 봉합 가능 조건을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좋은 상태에서 치료를 최대한 빨리 받아야 하지 싶다.
당연한 말이지만, 잘린 손발가락이 자동으로 재생되지는 못한다.;; 인체는 무슨 플라나리아나 불가사리, 도마뱀 꼬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재생이 잘 되는 단순하고 물렁물렁한 생물들은 물리적인 절단에 강한 대신, 온도나 주변 염분 농도 같은 게 조금만 틀어져도 바로 녹아 버린다. 용어 좀 쓰자면, '항상성 유지' 능력이 고등한 동물보다 훨씬 못하다. 인체야 상처에다 소금 뿌리면 드럽게 아픈 걸로 끝이겠지만, 플라나리아는 소금 테러만으로도 사람으로 치면 온몸에 염산· 황산 테러를 당한 거나 마찬가지 상황이 될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사고로 멀쩡한 손발가락이 잘리는 거 말고.. 다른 질병이나 세균 때문에 이 말단 부위까지 피가 잘 안 통해서 조직이 괴사하고 썩어서 잘라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조직은 절단하지 않으면 근처의 살아 있는 부위까지 부패균과 독소가 다 퍼지고 썩기 때문이다.

  • 동상: 인체가 견딜 수 없는 저온에 너무 오래 노출돼 있으면 물질대사에 애로사항이 꽃피고 피가 잘 못 돈다. 이 경우 인체는.. 심장에서 멀리 떨어졌고, 없어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말단 부위부터 먼저 포기하게 된다.
  • 버거 병: 이번엔 저온이 아니라 혈전 때문에 혈관이 막히고 피가 제대로 못 돌아서 손발이 차가워지고 작살 나는 병이다. 결과는 역시 괴저로 인한 사지 절단..;; 통계적으로 골초 흡연자가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서 상관관계가 명백하나, 그 구체적인 이유인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다 규명되지는 않은 듯하다.
  • 참호족: 1차 세계 대전 참호처럼.. 세균이 득실대는 더러운 진창 똥물에 피부, 특히 발이 너무 오래 노출되면 피부병을 넘어 피부가 썩어들어간다.;;; 이건 습성 괴저이다.
  • 당뇨발: 참호족만 있는 게 아니라 당뇨발도 있다. 혈당 때문에 말초혈관과 신경이 손상돼서 위와 비슷한 결과가 야기되고 발가락이 시커멓게 썩을 수 있다.;;;
요거 말고 또 다른 케이스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고 보니 동상의 반대편 극단인 화상도 3도 이상을 입으면 당연히 피부 이식 아니면 절단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으로 간다.

Posted by 사무엘

2023/09/30 08:36 2023/09/3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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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은 아파트 단지나 대학교 캠퍼스들이 다 지상에는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공간을 없애고, 전부 공원이나 산책로를 꾸미는 게 대세이다. 차는 단지 입구에서부터 곧장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 버리며, 지하 주차장은 거의 지하 광장처럼 방대하게 꾸며져 있다.

이렇게 하니 아파트 단지 안에서는 애들이 교통사고 걱정 없이 안심하고 뛰놀 수 있고, 뭔가 환경 친화적이어 보이고 미관에도 아주 좋다. 전깃줄만 지중화한 게 아니라 자동차까지 다 지중화한 셈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차를 이렇게 몽땅 지하로 보내 버리면 납품· 택배 차량이나 이삿짐 사다리차, 쓰레기차, 불 났을 때 소방차 같은 건 어떻게 출입하나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니 단지 내의 지상에도 정말 최소한의 자동차 출입로는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이 길은 초 비상 긴급 상황에만 개방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일상적인 작업 차량까지 몽땅 지하로 보내려면.. 최소한 지하 1층은 탑차급 트럭도 드나들 수 있도록 천장이 충분히 높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천장이 그렇게 높지 못해서 탑차가 지상으로도 못 들어가고 지하로도 못 들어가서 낭패인 아파트 단지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곳에 대응하기 위해 차량의 높이를 낮춘 ‘저상 탑차’라는 것도 다닌다고 한다.

하긴, 탑차들은 높이가 너무 높아서 이런 차의 뒤에 서면 앞의 신호등도 잘 안 보여서 개인적으로 운전할 때도 마음에 안 들긴 했다. 하지만.. 이건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할 사항이 아니다.

탑차가 높이가 충분히 높지 못하면 그만큼 짐을 많이 못 싣는다. 이는 배송 업체의 수송 원가 상승과 수익 약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높이가 어중간하게 1.2~1.3m밖에 안 되는 화물칸 안에는 배송 기사가 일어서서 다닐 수 없다. 허리를 굽히고 구부정하게 다녀야 하는데.. 무거운 짐을 들고서 이 짓을 하루 종일 하면 이는 택배 기사의 건강에 아주 나쁜 영향을 준다. 흠~

글쎄, 높이 조절이 가변적으로 되는 화물칸은 어째 만들 수 없는지 모르겠다만, 이건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 택배 기사의 근무 여건, 지상에 차 없는 주거 환경 등 여러 사람들의 요구 사항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2.
지하철역이나 편의점과 연계해서 마치 물건 보관함처럼.. 익명 택배 수취함 같은 시스템이 발달해야 할 것 같다. 택배 기사는 직접 가기 어려운 곳까지 일일이 힘들게 가지 않아도 되고, 사용자도 집과 직장 신경 쓰지 않고, 개인 정보 유출이나 물건 도난 걱정 없이 택배를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더 나아가 택배 수취 본인 확인용으로 며칠 동안만 유효한 간편한 일회용 전화번호나 이름 같은 시스템도 만들면 금상첨화일 듯하다. 불변 고정 전화번호, 휘발성 임시 전화번호, 그리고 영상 노출용 가상의 전화번호.. 이런 게 시스템 차원에서 세분화돼야 할 것 같다. 마치 인터넷 IP 주소처럼 말이다.

서울 남산은 꼭대기까지 차도가 닦여 있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자가용은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다. 노선 버스(01)나 납품· 작업 차량만 드나들 수 있다. 요 몇 년 전에 한강대교 중간에 생긴 노들섬 공원도 부지가 너무 협소한 관계로 작업 차량만 드나들 수 있다.

3.
우리나라의 산은 꼭대기에 군부대(주로 공군 방공부대)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산은 거기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는 길이 어디에든 반드시 존재한다. 비록 민간인이 차 끌고 들어갈 수는 없더라도 말이다.
서울 동대문구엔 배봉산이라는 높이 100여 m짜리의 작은 야산이 있다. 여기 정상에는 오랫동안 군부대가 있다가 없어졌는데, 지난 2018년인가 19년엔 그 자리에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되어 넓은 풀밭과 함께 해맞이 공원이 꾸며졌다.

공사가 끝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본인은 배봉산 정상의 그 공원 근처에.. 1톤도 아니고 2.5톤 트럭이 세워져 있는 걸 봤던 기억이 있다. =_=;;
작업을 위해서는 차량과 중장비를 당연히 여기까지 반입해야 했겠지.. 그런데, 이 작은 언덕에서 어느 경로로 저 큼직한 트럭을 몰고 올라온 걸까? 나로서는 짐작이 되지 않았다.

하긴, 봉화산(지하철 6호선 종점 부근의 그 산)도 정상에 매점이 있을 정도인데 거기도 납품 차량이 올라오는 길이 있긴 하지 싶다.
저런 곳까지 길을 어떻게 내며 상하수도 시설은 어찌 만드는지, 그리고 첩첩산중에다 철탑을 만들어서 긴 케이블카나 전깃줄은 어떻게 설치하는지도 참 신기하다~!!

자동차부터 시작해서 사회 전반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ㄲㄲㄲㄲㄲ
그러고 보니 “저기까지 차체를 도대체 어떻게 집어넣었어?”라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오는 건 자동차뿐만 아니라 포크레인(굴삭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걔들은 집게로 땅을 짚고서 바퀴를 들어올리는 기동까지 하면서 온갖 흙더미나 쓰레기더미 위를 성큼성큼 올라간다고 한다.

포크레인 기사가 되려면 집게를 조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세를 잡는 것도 아주 잘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작은 놈이 아니라 거대한 놈이라면 더욱 말이다.
이거 나름 위험한 일이다. 실제로 삽을 떠야 하는 흙더미 현장으로 올라가는 중에 중심을 잃고 기우뚱 해서 포크레인이 넘어지고, 안의 기사가 크게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한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3/09/04 08:35 2023/09/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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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 쉬는 시간대

※ 공휴일

난 우리나라의 각종 제도와 상징에 마음에 안 드는 게 좀 있다고 견해를 피력했던 바 있다.

  • 국가는 너무 밋밋하고 앞부분 박자가 약간 이상해서
  • 지폐 도안은 온통 조선 시대 인물.. 그것도 실학이라도 좀 한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유학자밖에 없어서. 정 약용, 유 일한, 공 병우, 우 장춘.. 이런 사람이라도 좀 넣으라고..
  • 그리고 공휴일은.. 기독교와 불교라는 종교 공휴일을 두느니, 차라리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무슨 국교가 있는 나라도 아닌데 말이다. 일본에서는 '헌법기념일'이 당당히 공휴일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부터는 이제 대체 공휴일이라는 것까지 도입됐다.
맨 처음에는 논다는 성격이 가장 강한 설, 추석, 어린이날 3타에 시범 적용됐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신정, 현충일, 석가탄신일/성탄절 요 4일을 제외한 나머지 공휴일에 모두 확대 적용되기 시작했고, 2023년부터는 종교 공휴일마저 대체 공휴일 적용을 받게 됐다~!

기묘하게도 우리나라는 개천절-한글날이 6일 간격의 공휴일이고, 성탄절-신정 연휴가 1주일 간격의 공휴일이다. 그리고 그 사이 11월에는 공휴일이 전무하다.
그런데, 작년 2022년에는 전자는 앞뒤 모두 대체공휴일이 적용되는 반면, 후자는 앞뒤 모두 대체공휴일이 적용되지 않았었다.

먼 옛날, 우리나라에 야간 통금이 있던 시절에는 성탄절과 새해가 나란히 통금이 해제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거 영향으로 생일이 10월 초~중순인 사람이 더 많을 정도라고 하는데.. ㄲㄲㄲㄲㄲ

본인은 성탄절이 무슨 로마 제국 태양신 숭배와 기독교-이교도 동화 정책에서 유래된 명절이고 예수님의 실제 탄신일이 아니고 어쩌구저쩌구를 강하게 강조하는 교회를 오랫동안 다녔다.
성경에는 예수님의 죽으심을 기념하고 부활을 기념하라고 명시했지, 탄생은 별로 말하지 않는다느니.. 크리스마스 트리는 렘 10:3-4나 다름없는 이교도 뻘짓이라느니.. 이런 말도 당연히 머리의 지식으로야 동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저런 지식적인 사실과 별개로 다양한 기독교파들이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예수 탄신일을 기리고 있다. 성탄절이 하루가 아니라 기간인 곳도 있고, 성탄절이 아니라 '주현절'이라는 걸 지키는 곳도 있다.
이 와중에 교회가 아닌 세상에서 이맘때쯤에 이렇게라도 기독탄신일이라는 걸 챙기고 길거리에서 캐롤 틀어 주고 온갖 반짝반짝 색종이를 붙여 놓는 것 역시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즉, 이런 게 비성경적이기는 하지만 반성경적이라고 매도까지 할 필요는.. 글쎄다.
성경이나 교회와 아무 관계 없는 세상 정치인일 뿐이지만, 몇 년 전 천조국 도람뿌 성님이 “Happy holiday” 이딴 PC스러운 명칭 대신, 기존 관행대로 “Merry Christmas”를 지켜 주겠다고 하니까 내 개인적으로는 아주 마음에 들고 든든했다. 가재는 게 편이고 팔은 안으로 굽는 건가?

※ 시간

1.
은행에는 매일 시스템 점검 및 현금 정산 시간이 있다. 밤 11시 반~자정을 전후한 시간대에는 송금이 잠시 안 된다.
그런데.. 점검을 할 거면 사람이 가장 깊은 잠에 빠지는 보편적인 시간대라고 김 성모 화백도 인정한 새벽 2시 무렵에나 할 것이지, 애매하게 불편한 저런 시간대에 하는 이유는 뭘까..??
이자 계산이 0시 정각 당시의 금액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그런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 시스템 점검과 정산은 무슨 도로 보수 공사처럼 무작정 으슥한 새벽 시간대에 할 수는 없다. 날짜가 바뀌는 시간대 근처에 해야 한다.

2.
우리나라의 고속열차에는 심야열차 같은 게 없다. 우리나라는 고속철이 시속 300으로 5~6시간씩 달릴 정도로 땅이 넓지 못하기 때문이다.
느린 완행 일반열차는 밤새도록 달려서 이튿날 아침에 서울이나 부산에 도착하는 장거리 심야열차가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요즘은 줄어드는 추세이며, 우리나라는 정서적으로 침대차라는 게 생소한 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새벽 1~4시 심야에는 고속철이 운행되지 않는데.. 이때 말고도 아침 11시~정오 부근에 잠깐이나마 열차 운행이 멈추는 시간대가 있다.
아 물론 10시 반에 이미 멀쩡히 출발한 열차가 11시 정각에 무슨 현충일 묵념하듯이 멈춘다는 게 아니다. 저 시간대에는 새로운 열차를 출발시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속철 하행 열차 시각표를 보시라. 저 시간대에는 경부 호남 전라 SRT 등 어느 노선을 봐도 서울 발 열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침 11시 20분 부산 행 KTX/SRT..?? 그런 거 없다.
상행도 비슷하게 아침 11~12시 이상과 미만 사이의 구간에는 부산이나 목포를 출발하는 열차가 없다. 고속버스와는 다른 특성이다.

새벽 심야 말고 이때도 잠깐 전차선을 일부 구간이나마 단전하고 선로를 점검한다고 들었다. 텔레비전으로 치면 정파 시간과 비슷한 셈이다.

중단 없이 24시간 운행되는 지하철은 전세계를 통틀어 뉴욕 지하철이 유일한 건지..?
얘들도 24시간 운행 중에도 선로 정비와 보수를 틈틈이 하느라 애로사항이 많으며, 또 적자 때문에 이 짓을 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고 그런다.
코로나 시국 때는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딱 2시간만 쉬다가 첫 차를 바로 쏴 준 적은 있었다고 한다.

3.
우리나라는 원래는 혹한기(12월~2월)와 혹서기(7월)를 제외한 매월 15일 오후 2시가 국가적인 민방위 대피 훈련일이다. 약 20분 동안 공습경보가 울리고 대중교통들이 몽땅 멈추고 자동차들도 잠시 옆에 멈춰 서야 하는데.. 난 태어나서 이 나이 되도록 그런 제도가 있는 줄을 몰랐다. ㄲㄲㄲㄲㄲ 존재감이 전혀 없다.
참고로 요즘 부산의 영도대교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약 15분 동안 올라간다고 한다. ㅡ,.ㅡ;; 새벽 2시 말고 오후 2시는 잠이 아니라 평일 일과 때문에 길거리가 상대적으로 가장 한산(?)한 시간대로 취급되는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8/20 08:36 2023/08/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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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전쟁사 관련 글을 쓰면서 거기에 분류되지 않고 남은 여러 잡다한 아이템들이다. ㄲㄲㄲㄲㄲ

1. 군대가 돌아가는 방식

(1) 정식 군인이 아니지만 군인에 준하는 민간인으로는 사관생도, 군무원 정도가 있다. 이들은 무슨 일을 저지르거나 일이 터졌을 때 군법이 적용될 수 있다.
한편, 정식 장교가 아니지만 장교에 준하는 군인으로는 준위..가 있다.

(2) 대학교는 초중고와 달리, 전학이라는 개념이 없고 편입도 입시를 치러야 들어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편입'이라는 건 멀쩡한 대학교가 없어지는 초 막장 상황 정도는 돼야 벌어진다. 이건 전국적으로 매스컴까지 탈 만한 이벤트이다.
군대의 특별임관은 공산군 탈북자가 자기 계급을 그대로 인정받는다거나, 6· 25 시즌 2 같은 상황에서 아주 특출난 병· 부사관이 현장에서 특례를 인정받아 곧바로 장교로 임관하는 정도의 상황을 말한다. 이 역시 흔한 경우가 아니다.

(3) '소위'는 장교 중에서 제일 쪼렙...이다 보니, 순직한 군인에게 '추서'될 만한 계급은 절대 아니다. 준위나 원사가 순직한다고 해서 소위 계급을 받지는 않는다.
그 반면, 우리나라 군대 역사상 유일하게 죽어서 소위 계급이 추서된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 군견 '헌트'였다. 제4 땅굴을 탐사하던 중에 지뢰를 밟고 순직했기 때문이다.

(4)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사람, 외국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라고 정의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이고 진짜로 군인이 투입되어야 마땅할 것 같은 곳에 군인이 아니라 경찰, 아니면 사실상 군인이지만 눈 가리고 아웅 수준으로라도 '경찰'이 투입되곤 한다.

  • JSA 내지 GP: 여기는 DMZ 내부이다. 북한과 너무 가깝기 때문에 서로 좀 싸우지 말라고 국제법상 '비무장 지대'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남과 북 모두, 일반 소총수나 수색대까지는 아니어도 민정경찰이라는 일종의 경찰을 보내서 순찰시키고 있다. 쟤들은 일본 자위대가 군대인 것만큼 군인이다. ㄲㄲㄲㄲㄲㄲ
  • 독도: 이건 무슨 일제 시대 독립 운동도 아니고.. 영토 분쟁 지역이라고 국제 사회에 호소할 가치조차 없다. 당연히 자국 영토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평범한 해안경비대 내지 해경 수준에서 끝이다. 굳이 해군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물론 이런 처신은 일본이 무슨 북괴처럼 수시로 무식하게 도발하는 야만적인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2. 보스와 리더

흔히.. boss 같은 사람이 아니라 leader 같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이런 요지의 글을 나도 한 10년도 더 전부터 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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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선수범하라~~ 수직이 아닌 수평적 관계.. 뭔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큰 조직이 돌아가려면 결국은 보고만 받고 지시만 내리는 boss 같은 사람도 여전히 필요하고, 반대로 실무자들을 통솔하는 leader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

상급자도 시간과 체력의 한계가 있는 사람인데.. 최고위 상급자가 모든 걸 일일이 시범 보이고 다 지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슨 북괴 김 정은 현지지도도 아니고..
군대로 치면 boss 대신 commander이겠지.. 중대장 급 이상 지휘관과, 분대장/소대장 지휘자의 차이인 것이다.

엄청난 옛날에 활 쏘고 창검 갖고 싸우던 시절에야 최고위 장수나 무려 왕이 직접 앞장서고.. 심지어 장수들끼리 일대일 맞장만 뜨는 걸로 전투의 승패를 결정 짓기까지 했었다. 군인과 무인의 차이가 지금보다 크지 않았던 것이다. 현대의 전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각종 병기· 무기의 위력이 너무 강해지면서 제아무리 체력 체격 깡패인 사람도 총 한 방 맞으면 무조건 죽게 됐다.
그러니 이제는 아무리 용맹한 병사라도 총알 포탄이 날아오면 닥치고 수그리고 엄폐부터 하게 된다. 이건 그 어떤 격투 무술이나 스포츠에도 없는 기동일 것이다.

거기에다 통신 기술도 발달했으니 최고 사령관 참모진은 이제 벙커만 짱박히게 되었다. 예전의 장수가 하던 "나를 따르라"는 소위· 중위 같은 초급 장교의 몫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 흉기에만 특화된 직책은 특전사 같은 부사관의 영역으로 넘어간 것이다.
boss인지 commander인지가 되기 위해서 그래도 leader의 경험과 자질이 필요하다는 건 변함없기 때문이다.

3. 고전 영화 "빨간 마후라"

미국에서는 1986년에 "top gun"이라고, 대놓고 소련이라고 지목은 안 했지만 어쨌든 가상의 적국을 설정해서 전투기 공중전을 정말 실감나게 잘 묘사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옛날인 1964년에, 1964년작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명작 공군 영화가 만들어진 적이 있다. 바로 "빨간 마후라"이다.

빨간 마후라에서는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최초로.. 공중전 장면이 아주 생생하게 촬영됐다.
그때는 따로 소품이니 세트니 CG니 넣을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군용기를 띄우고서 날개에다가 그 비싼 카메라를 ON 시킨 채로 달아서 촬영하고..
교전 장면도 공포탄이 아니라 진짜 실탄을 위험 무릅쓰고 갈기면서 찍었다. 군용 실탄이 대량생산 덕분에 차라리 더 저렴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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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5 전쟁이라 하면 육군이 후퇴했다가 고지 점령하는 땅따먹기.. 아니면 인천 상륙작전 쪽의 인상만 너무 강한데.
빨간 마후라는 1952년에 '공군'이 세운 탁월한 무공인 평양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을 다뤘다.

전쟁 중엔 적의 보급로를 끊기 위해 교량을 폭파하는 게 중요한 임무로 등장하곤 했다.
2차 세계 대전 영화 중에서도 "콰이 강의 다리"처럼 증기 기관차가 달려오는데 철교를 폭파해서 일본군을 엿먹이는 데 성공한 일화를 다룬 작품이 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크림대교가 소리소문 없이 폭파된 적이 있었다.

그것처럼.. 6· 25 사변 중에 육군은 이때 이미 휴전선 고지전만 엎치락뒷치락 중이었던 반면,
공군은.. 강릉 기지에서 전투기를 띄워서 평양 적진까지 쑥 날아가서 육지 교량 목표물을 폭격했던 것이다. (저 땐 아직 수원 세류 공군 기지가 아직 없었음. 그래서 더 먼 강릉에서..)

그것도 미군/UN군이 실패했던 임무를 우리 공군이 위험 무릅쓰고 저공 폭격해서 성공하고도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었다! 단, 영화에서는 신파를 넣으려고 주인공이 피격 당하고 전사하는 걸로 스토리가 바뀌었다.
그리고 그 당시 여건상 어쩔 수 없었던 거..
6 25 당시 국군이 띄웠던 구닥다리 왕복 엔진 P-51 무스탕을 구할 수 없었던지라, 영화에서는 촬영 당시에 현역이던 제트 전투기 F-86이 대신 등장했다.

아~ 그래서 개인적으로 얘는 6 25를 다루고 있다면서 시대가 그 후의 나중을 다루는 것 같고 좀 헷갈렸었다.
"빨간 마후라" 노래는 원래 이 영화의 OST였지만.. 영화와 음악이 워낙 고퀄이었기 때문에 공군에서 얘를 군가로 정식 채택해 버렸다.

영화는 원본 마스터 필름까지 외국으로 수출해 버려서 없어졌다가 나중에 굉장히 어렵게 다시 구하고 복원해서 디지털화한 것이다.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서 이렇게 유튜브로 편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 보기 )

참, 그러고 보니 초딩용 공군 전용 동요도 있었다.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 우리 공군 아저씨 ... 우리의 '희망의 꽃' 대한의 공군" 이렇던가..
'희망의'에서는 박자가 셋잇단음표라는 게 포인트임. 타군에 대해서 이런 노래는 딱히 없는 것 같다.

4. 천조국의 전사 통지 방식

그리고 끝으로.. 미국, 아니 미군은 물리적인 군사력 화력뿐만 아니라, 참전 용사들을 예우하는 수준도 가히 천조국 급인 걸로 유명하다. thank you for your service가 몸에 배여 있다.
미국 국내선 정도이면 기장이 "현재 우리 비행기에는 명예 훈장의 수훈자께서 같이 탑승해 계십니다"라고 자랑을 할 정도이고, 전사자 유해를 같이 운구하고 있다면 도착 공항에 착륙한 뒤에 "참전 용사께서 먼저 하기하도록 승객 여러분께서 기다려 주십시오" 이렇게 안내를 한다.

이렇듯, 예우 대상자의 생사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전사했다면 그야말로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유해를 수습하며, 유족에게 전사 소식을 전하는 방식도 정말 남다르다. 다음 영상을 보자. (☞ 보기 )
이런 소식은 정복 차림의 간부급 군인, 특히 고인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을 발품팔이 시켜서 반드시 대면으로 전한다. 자기 아들이나 남편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뉴스 따위로 먼저 접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름 최대한 예를 갖춰서 소식을 전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파병 군인을 둔 가정이라면 갑자기 정복 차림의 군인 두세 명이 자기 집을 찾아오는 게 사실상 저승사자의 왕림이나 마찬가지이다.

전사 소식을 들은 유족이 표정이 싹 변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문을 쾅 닫아 버리거나.. 심지어 물을 끼얹거나 멱살 잡고 쌍욕에 폭행까지 한댄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일체의 맞대응을 하지 않고 묵묵히 몇 시간 며칠이고 집 문앞에서 기다리고 유족들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 준다.

오히려 유족이 졸도라도 할 경우를 대비해서 집 근처의 가까운 의료시설의 연락처까지 미리 파악해 놓고 찾아간다.
유족이 제정신인 상태에서 전사 사실을 받아들이고 후속 절차에 동의까지 해야 이 사람들의 임무가 끝나기 때문이다.
어디 콜센터 직원이나 카페 알바하고는 차원이 다른 감정노동을 하는 셈이다.

2009년작 영화인 Taking Chance가 이 주제와 관련된 유명한 작품이다.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Chance라는 게 인명이어서 실제 의미는 "챈스 일병의 귀환"인데, "기회 잡기"라는 언어유희를 구사한 것이다.
이건 '영현 봉송'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식만 전하는 전사 통지하고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하지만 전사 통지관 분위기에다가 명예훈장 수훈자의 예우 같은 심상이 더해져서 더 드라마틱한 영화 소재가 만들어진 것 같다. 제일 하이라이트 장면은 전사자 유해를 호송하는 차량의 앞뒤로 다른 민간 차량들이 알아서 헤드라이트를 켜면서 경의를 표하고 에스코트를 하는 모습이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26 08:35 2023/07/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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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광합성

대변은 소변과 달리 생물학적 의미에서의 배설물이 아니라는 건.. 뭐 초· 중학교 수준의 상식이다.
그 뒤 생물에 대해서 공부를 쪼금 더 하면.. 동물이 아닌 식물에 대해서도 직관적이지 않은 의외의 사실을 하나 배우게 된다.

식물이 광합성을 해서 이산화탄소(+ 빛, 물)를 흡입하고 산소와 양분을 만들기는 하는데,
그 산소 O2는 이산화탄소 CO2를 구성하던 산소가 아니라는 거. 물을 구성하던 산소이다.

길바닥에 채일 정도로 널리고 흔해 빠진 잉여 잡초라 할지라도, 초록색 잎이 달린 놈들은 기본적으로 저런 작용을 하는 최첨단 생체 기계이다. 물과 공기(이산화탄소)와 햇볕만으로 산소와 포도당을 만들어 주는 생체 기계가 없다면,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당연히 생존할 수가 없다.
물론 잡초는 그 생산량 규모가 거의 자가생존이나 가능한 정도이고, 농작물 대비 극히 보잘것없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식물의 잎이 누렇게 시드는 건 그 첨단 생체 기계가 녹슬고 고장 나서 광합성을 못 하게 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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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은 명반응과 암반응이라고 나름 프론트 엔드와 백 엔드의 구분까지 있다. 프론트 엔드에서 물과 빛이 쓰이고(산소 생성), 백 엔드에서 이산화탄소가 동원된다(포도당.. 탄소 고정!). 백 엔드가 수행되기 위해서는 프론트 엔드의 결과물(ATP, NADPH)이 필요하다.

암반응의 구체적인 원리는 무려 20세기가 돼서야 규명됐고, 특별히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신학의 칼빈주의...가 아니고 '칼빈 회로'라고 불린다.
글쎄, 휘발유 엔진과 디젤 엔진 중에서 디젤만이 사람 이름이 붙어 있는 것처럼.. 광합성은 프론트와 백 중에서 백 엔드에 대해서만 사람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열기관 쪽에서는 '카르노 순환'이라는 개념이 있기도 한데.. 순환이건 회로건 영어로는 똑같이 cycle이다.

암반응 원리를 규명한 멜빈 캘빈은 그 공로로 1961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참고로 바로 이듬해 1962년에 왓슨과 크릭이 노벨 생리학상을 받았다는 걸 생각해 보자. DNA 구조 발견하고서 10여 년 만의 일이다.

통상적으로는 물을 전기 분해하기 위해 드는 에너지가, 그 부산물로 나온 수소가 내는 에너지보다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수소는 그냥 천연가스처럼 석유를 캐면서 덤으로 얻는 지경이며, 수소 연료전지는 진정한 의미에서 화석연료를 탈피했다고 보기도 민망하다. (종이 빨대가 친환경적인 것만큼이나??ㄲㄲ)

그런데 식물은 물을 증발만 시키는 게 아니라 '광분해'를 통해 어째 아예 분자 차원에서 산소-수소로 분해까지 시키는지? 참 신기한 일이다. 물론 스케일이 다르기 때문에 그 메커니즘을 기계의 동력원으로 바로 적용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탄소 고정은 광합성 암반응을 통해 녹색 식물이 보편적으로 행한다. 그러나 질소 고정은 아무 식물이나 못 하기 때문에 식물도 생장을 위해 일부 특수한 박테리아나 비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내가 학창 시절에 지리 역사를 얼마나 싫어했는데 뒤늦게 관심이 생긴 건 철도 때문이다.
내가 학창 시절에 생물을 얼마나 싫어했는데.. >_< 뒤늦게 관심이 생긴 건 호박 때문이다. ^^

2. 식물에게 물 잘 주는 요령

-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물이라는 건 식물의 광합성에서 암반응이 아니라 명반응 때 쓰인다. 이를 감안하면 물은 햇빛이 비치는 아침이나 낮에 주는 게 좋다.

- 흙의 물기가 마를 겨를이 없을 정도로 찔끔찔끔 자주보다는.. 적당히 간격을 뒀다가 한번 줄 때 많이 주는 게 좋다. 이러는 게 식물이 물기를 찾아 뿌리를 내리는 동기도 부여하고 좋다.
식물마다 케바케이긴 하지만, 보편적인 원칙은 식물 주변의 흙이 바짝 말랐다 싶으면 주면 된다.

- 다만, 일단 줄 때는 무식하게 끼얹지 말고 넓은 면적에 살포시 주는 게 좋다. 물뿌리개라는 물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게 사람이 음식 먹는 것에다 비유하면 꼭꼭 씹어서 천천히 삼키는 것과 같다.

- 자연에서 내리는 비는 자연재해급의 폭우가 아닌 한, 위의 두 원칙에 충실한 기상 현상이다. (한번 내릴 때 많이, 내릴 때는 살포시) 식물에 물 주는 것도 비가 더 자주 내려 주는 것과 비슷하게 수행하면 된다.

- 특별히 물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녀석들 말고 일반적인 육상 식물은 육상 동물과 마찬가지로 익사할 수 있다. 감당을 못 할 정도로 물을 너무 많이 줘 버리면 뿌리가 숨을 못 쉬어서 죽는댄다. -_-;; 아니면 축축한 거 좋아하는 곰팡이가 도져서 병충해를 입기도 한다.
직업 농사가 아니라 취미로 식물 가꾸는 사람들은 물을 안 줘서가 아니라 물을 너무 많이/잘못 줘서 식물을 죽이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 식물이 잎이 축 늘어지고 기공을 닫고 있는 건 체내의 물이 부족해서 물을 증발시키는 걸 중단했다는 뜻이며, 이는 광합성을 못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때는 당연히 물을 줘야 한다.
근데 내 경험상 그냥 낮 기온 30도 이상으로 너무 더울 때도 이러고 있기도 한다. 이때는 물을 더 줘도 별 소용 없다. 축 늘어져 있는 게 언제나 죽기 직전 위급 상황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저녁이 되면 다시 잎이 살아난다.

- 그리고 물을 줄 거면 뿌리 부위에다 직격을 하는 게 좋다. 뙤약볕이 내리쬘 때 잎이 물을 맞아서 잔뜩 젖으면.. 물방울이 돋보기처럼 햇볕을 한데 모아서 잎을 미세하게나마 태우고 상처를 낸다. 그리고 그런 물기가 잎에 흰가루 같은 곰팡이성 질병을 야기하기도 한댄다.
비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잎을 젖게 만들기는 한다.. 하지만 비가 내릴 때는 뙤약볕이 내리쬐지는 않으니 저런 문제가 없다. ㄲㄲㄲㄲㄲ

식물은 햇볕이 너무 강할 때 동물처럼 자외선 맞아서 표면이 타고 조직이 상하는 건 없나 궁금했는데.. 저런 사정이 있구나.;;;
사람도 너무 덥고 맹렬한 뙤약볕 아래에서 물놀이를 하면, 물이 더위는 식혀 주지만 자외선은 더 잘 투과시켜서 피부를 태운다고 어디서 봤던 거 같다.

-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서는 예전에 가뭄이 너무 심했을 때 아침 11시부터 저녁 5시인가 대낮에 집 잔디밭에 물 주는 걸 금지했다. 공무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단속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매겼다고..
그 시간대엔 물을 줘 봤자 곧 증발해 버리고 물 낭비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식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물 절약을 위해서 저런 고육지책을 시행했던 것이다.

3. 호박 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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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자라게 하는 건 역시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강한 햇볕과 충분한 비.. 요 둘인 것 같다. 에어컨이 필요할 정도로 상당히 더워진 5월 말쯤부터 내가 키우던 호박들이 무서운 속도로 커지고 길어지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거의 괴물 수준으로 잎이 커지고 줄기가 굵어졌다. 길이가 30~40cm에 달하는 잎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롭고 황홀했다. 그리고 이제 좀 덩굴이 옆으로 길게 뻗으려는 기미가 보였다.
종자나 모종을 따로 구매해서 심은 게 아니라, 늙은호박을 사 먹고 안에 있던 씨를 파묻었을 뿐인데.. 심은 지 50일 남짓한 기간 만에 참 많이도 컸다. ^^

호박은 (1) 힘줄 같은 굵직한 흰 줄무늬가 그려진 잎, (2) 가시인지 털인지 까칠까칠하게 난 줄기, (3) 납작하고 쭈글쭈글한 열매가 매력이다. ^^
다만, 한 줄기에서도 줄무늬가 있는 잎과 없는 잎이 동시에 돋는 것 갈다. 그리고 줄기도 처음에는 아무 특징이 없다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저렇게 털이 돋고 까칠해지고 확 굵어진다. 그러다가 나중에 뿌리 부근의 줄기는 뭔가 나무처럼 딱딱하게 굳기도 하는 것 같다. 성장 양상이 생각보다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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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호박잎을 먹기 위해서 뜨거운 물에 데치고 나면.. 이런 흰 힘줄이 없어지는 것 같다~! 표면이 다 시퍼래진다.)

호박을 그저 자라는 비주얼만 볼 게 아니라 열매를 제대로 얻을 목적으로 키우려면.. 뭔가 잘라내고 없애는 것도 적절히 해야 한댄다. 다음과 같이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 처음에 싹이 너무 조밀하게 많이 났을 때, 가망 없는 것들은 솎아내야 한다.
  • 그리고 줄기랄지 순이랄지.. 이것도 마냥 방치하지 말고 어떤 거는 잘라내야 한댄다.
  • 잎만 무성하게 너무 많이 자라면 그것도 잘라내야 한다. 내 경우, 위의 다른 잎들에 가려져서 어차피 햇볕을 많이 못 받는 것 위주로 잘라서 데쳐서 먹곤 했다.

잎이 광합성을 위해서 필요하기는 한데, 너무 많으면 이것도 잎이 소모하는 영양분이 잎이 만들어 내는 영양분보다 더 많아져서 효율이 떨어진댄다. 도대체 어떻게 수위를 조절해야 '적당히'인지.. 이게 참 알기 어렵다.
호박을 마냥 영양성장만 하게 놔두지는 말아야 할 텐데 말이다. 생식성장을 해야 작은 덩치에서도 꽃과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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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영양분이라도 너무 진한 액기스를 희석 없이 직통으로 내리꽂는 건 동물· 식물을 막론하고 좋지 않다. 그건 오히려 식물을 말라죽게 만든다. 소변을 식물에게 바로 뿌리는 게 이래서 좋지 않으며(사람이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동급), 비료는 식물 뿌리에 직접 닿지 않게 줘야 한다.
그에 비해 호박은 비료를 많이 필요로 하고, 처음에 심을 때 아예 퇴비에 파묻은 채로 심기도 한다는데.. 다른 식물들보다는 이런 데에도 더 강한 것 같다.

4. 나머지 얘기들

(1) 육지의 아마존 밀림보다도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과 바닷말들이 산소 생산에 기여하는 게 더 많다고 한다. 어떻게 측정한 것이고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심지어 바닷말은 엽록소가 있고 광합성을 함에도 불구하고 식물로 분류되지도 않는다는데 말이다.
그렇게 산소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바닷물 자체가 이산화탄소를 녹여서 보관해 줌으로써 온실효과를 억제하는 것도 장난이 아니라는데.. 이거 고삐가 풀려서 지구가 불지옥 행성으로 바뀌는 상황을 가정한 SF물이 벌써 15년 가까이 전에 발표됐던 만화 "호텔"이다.

(2) 비가 엄청 많이 내려서 주변이 물바다가 된 것 같은데,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내리쬐면 기껏 떨어졌던 빗물이 삽시간에 증발해서 도로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지구에서 물의 순환이란 걸 생각하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물이 '열을 보관하고 운반하는' 버퍼, 매체로서 지구에 기여하는 바는 실로 막대하다.

그나저나 그늘은 양지 100% 대비 태양열 몇 %만 받고 햇빛은 몇 %만 받으며, 식물의 생장 효율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지 궁금하다. 수성은 태양에서 그렇게도 가까이 있는데도 뒷면 등짝은 -100도대까지 내려간다고 하지 않은가? 물론 거기는 수증기나 공기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온도가 널뛰기하는 거다. =_=;;

(3) 사람이 없어도 2~3일 간격으로 알아서 옆의 식물에다 물을 뿌려 주는 타이머 물컵 같은 거.. 역시 검색해 보니 없을 리가 없다. ^^ 애완용 식물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 이런 게 장사가 될 것 같다.
실내 말고 실외 텃밭에서도 쓸 수 있게.. 기능은 좀 적어도 좋으니 더 싸고 많이 도입할 수 있고 악천후 속에서 신뢰성이 더 강한 녀석이 있으면 좋겠다.

(4) 동물 쪽은 곤충, 식물 쪽은 잡초..가 정말 인류로 하여금 오랫동안 자연 발생설을 믿게 만든 원동력임이 틀림없다.. ^^

Posted by 사무엘

2023/06/15 08:36 2023/06/1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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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상 4~5월은 밖에서 자기 너무 너무 좋은 시기이다.
밤 기온 5~10도는.. 새벽엔 좀 쌀쌀하긴 하지만 침낭이나 담요를 덮으면 아주 따뜻해지고 딱 좋아진다. 전자기기가 퍼지지 않고, 모기 없고, 키우는 식물이 얼어 죽을 정도도 아니고.. 정말 최고이다.
요즘이야 밤에도 15~20도 부근이니 얇은 침낭이나 이불 하나만 덮은 채 아예 옷을 벗고 자도 된다. 보온 장비가 전혀 필요하지 않아서 짐 부담이 제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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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난 이렇게 자야 좀 발 뻗고 잔 것 같다.
덥고 갑갑한 콘크리트 건물은 인간이 자라고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냥 수도, 전기, 화장실, 빨래, 와이파이 보급하라고 있는 곳일 뿐.
주변 사람들이 내게 하는 아침 인사가 “잘 잤냐”가 아니라 “어젠 어디서 잤냐”로 바뀐 지 오래다. ㅋㅋㅋㅋㅋ 심지어 일요일에 만나뵙는 교회 목사님까지!!

오늘은 지난 한두 달 동안 내 취미와 관련하여 수집한 유튜브 영상과 언론 보도들을 늘어놓아 보련다.

※ 특이한 차박러 아저씨

1. 버스 (EBS, 2021/9/16 방영)

우와 이 아저씨 완전 대박인데..????
혼자 버스를 한 대 구입해서 집으로 개조하고, 시골 공터 자기 아지트에다 세워 놓았다. ㄷㄷㄷㄷㄷ
그리고 텃밭에서 "호박"도 키우고 수박도 키운다.

뭔가 내가 동경하는 형태의 삶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다.
이런 덕질도 돈이 없으면 못 할 텐데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내력이 있는 분인지 궁금하다.
나도 저런 데서 글 쓰고 코딩 하고 호박과 멧돼지를 간간이 키우고 있으면 참 행복할 것 같다. ^^

2. 새한 덤프 트럭 (MBN, 2019/9/27 방영)

전라도 어딘가에 초록색 새한 8톤 덤프 트럭이 2010년대에도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차주가 저런 분이었구나~~!!!!
최대한 차 번호를 가린 채로 촬영했지만 저 차 번호는 이미 진작부터 다 알려지고 퍼져나가 있다. =_=;;

저 아저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가족을 떠나서 혼자 저 차에서 산댄다.
밤에 차에서 자고, 짐받이 위에서 라면 끓여 먹고, 비 오면 위에 천막도 치고..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골라서 하고 계시는구나~!!
산에서 텐트 치고 사는 거 아니면, 저렇게 살아 보는 것도 좋지.
그것도 1977년에 구입해서 등록한 40년 넘게 묵은 등록문화재급 올드카에서 말이다.;;; (저 다큐는 2019년에 촬영)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도 몰려다니며 "이 차 시동은 걸려요? 가기는 가요? 부품은 어디서 구해요?" 달라붙는 사람이 많아서 제발 관심 끄고 그런 거 묻지 말라고, 기웃거리면서 구경하지 말라고 차 문에다가 경고문을 써 붙여 놨댄다.
강원도에서 제무시 트럭 끌면서 통나무 나르는 분 중에는 이런 특이한 분이 없는지 궁금하다.

※ 텐트

3. 여고생 기숙사 앞, 밤마다 교장이 텐트 치는 사연 (☞ 링크)

지방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경비 인력을 못 구해서 심야 시간대엔 교감과 교장이 직접 경비를 시작했댄다.
그런데 교장은 여학생 기숙사 안에 들어가지는 못하기 때문에..;; 밤엔 기숙사 입구에서 텐트를 치고 지내게 됐다고.. ㅠㅠㅠㅠㅠ

어디 명품이나 최신 스마트폰, 어린이집이나 주차 자리처럼 예약 접수가 폭주하는 곳에서 사람들이 죽치고 앉아 기다리는 경우는 있다. 아침 일찍 창구가 열리자마자 바로 들어가려고 전날 밤부터 돗자리 깔거나 심지어 텐트까지 치고 진을 치는 거다.
그런데 저 경우는.. 좀 웃프달까;; 그런데 건물 주위에다 텐트 숙직실을 세팅해 놓고 당직을 선다니.. 나도 해 보고 싶다~~ ^^

※ 사건 사고

4. '비바크' 하던 50대의 참변…멧돼지 착각한 엽사 총에 사망 (☞ 링크)

파주에 산다는 어떤 50대 남성이 전국 각지를 떠돌면서 자연 속에서 텐트 없이 노숙 비바크를 즐겼다.
그는 지난 3월 말엔 멀리 의성까지 가서 공터에서 잘 자고 있다가 멧돼지의 공격을 당한 게 아니라...
자신을 멧돼지로 오인한 엽사의 총에 맞아 죽었다. =_=;;

엽사는 목표물을 놓친 줄로만 알고는 현장을 확인도 안 하고 그냥 가 버렸다. 저 사람 시체는 나흘이나 지나서야 다른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고 한다.
와 살다 살다 별 희한한 소식을 다 듣네. ㅠㅠㅠㅠㅠㅠㅠ 얼마나 장거리 사격을 했길래? 산탄총이 아니라 무슨 군용 소총을 쐈냐?
엽총 쏘는 게 무슨 미사일이라도 날리는 거냐? 자기 눈으로 확인이 안 되는 곳에다가 오사· 오폭을 하게?

정말 공감 가는 취미 활동을 하다가 비명횡사한 저 아재분을 추모하는 바이다.
멧돼지 그렇게 많이 잡아도 ASF는 근절되지도 않고 갈수록 남하하고 있더구만.. 이제는 애꿎은 멧돼지는 그만 잡고 백신이나 만들어서 뿌려야 된다는 주장이 관련 학계에서 제기되는 중이더라.
힘내라, 귀여운 멧돼지들아~! 너흰 죄가 없단다.

딱 1년 전, 작년 4월 29일엔 서울 구기 터널 인근 북한산 기슭에서 멧돼지 오인 총기 인명 사고가 났었다.
70대 택시 기사가 잠시 소변을 보던 중에 근처의 엽사에게 사살 당했다. =_=;;

5. 강가에서 차박하려던 부부 폭우에 실종‥결국 숨진 채 발견 (☞ 링크)

아이고~ 혼자도 아니고 부부가 자연을 즐기는 참 훌륭한 취미를 갖고 있었는데 무슨 참변이냐..ㅠㅠㅠㅠ
미래가 창창한 30대 젊은 부부가 그 오지인 울진, 봉화를 일부러 찾아가서 맑은 물 맑은 공기를 즐기려 했는데 말이다.
저 비박 아재만큼이나 안타까운 사연이 아닐 수 없다.

계곡 물 코앞에다 차를 대고 옆에 텐트를 쳤는데.. 다들 기억하시다시피 지난 어린이날 연휴 주말엔 전국에 비가 많이 내렸다.
저기도 물이 많이 불어나자 저 사람들도 뒤늦게 위험을 느끼고 텐트를 걷고 현장을 나가려 했다.
그런데 오가는 길목에 계곡물을 가로질러야 하는 구간이 있었고, 거기도 물이 왕창 불었다. 결국 거기를 건너던 중에 물이 급류에 휩쓸렸던 것 같다.

지난 2014년 8월에 이런 부류의 차량 급류 사고가 청도(승용차)와 창원(마을버스)에서 각각 한 건씩 났던 게 생각난다. 그때도 차량 탑승자들이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이건 무슨 터널 안 화재처럼.. 차량을 탈출해도 어차피 목숨 부지할 방법이 없었다.

이 사고의 경우, 남편 시체가 하필이면 영동선 철길 교량 아래에 놓이는 바람에 열차 타고 창밖 바라보던 승객이 발견을 하고 경찰에 신고했댄다.
비 많이 내릴 때 그것도 물에 잠기는 길까지 거쳐서 계곡 바로 코앞까지 차를 끌고 간 건 많이 위험하긴 했다. ㅠㅠㅠㅠ

Posted by 사무엘

2023/05/24 19:35 2023/05/2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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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세계

1. 색 나열

가시광선이라는 전자기파는 파장에 따라서 빨주노초파남보... 이런 경이로운 색깔을 인간의 눈에다가 꽂아 준다. 이런 색깔 나열은 여러 분야에서 유형이나 등급을 구분하는 용도로 쓰인다.

단적인 예로, 태권도 띠는 "하양 - 노랑 - 초록 - 파랑 - 빨강 - 검정" 순으로 등급이 올라간다. 내 기억으로 옛날에 카트라이더 게임의 면허증 색깔도 이와 같은 순서로 쪼렙에서 만렙으로 올라갔었다. 만렙은 무지개색이던가..??
서울 버스의 색깔도 "노랑 - 초록 - 파랑 - 빨강"의 순으로 단거리-지선 지향이 장거리-간선 지향으로 달라진다.
이런 것 말고도..

전쟁터에서 발생한 대량의 부상병을 분류하는 표식(트리아지)에는 파랑이 없다.

  • 하양: 전문 의료진이 없이 간단한 응급처치만 하고 내보내면 됨
  • 초록: 하양보다는 더 크게 다쳤지만, 그래도 위급하지 않음. 좀 방치해도 생명에 지장 없음.
  • 노랑: 초록보다는 좀 더 주의 관찰이 필요하고 조만간 제대로 치료를 해 줘야 됨
  • 빨강: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환자. 관심과 치료 최상위.
  • 검정: 이미 사망했거나 치료 불가능/무의미/가망없음.

자동차 번호판은 이런 식으로 색깔 구분이 있다.

  • 하양: 자가용..?
  • 노랑: 영업용 (바사아자 + 배)
  • 옅은 파랑: 순수 내연기관이 아닌 친환경 자동차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 수소..)
  • 남색: 외교

번호판에는 반대로 초록색이 없구나..;; 오히려 옛날에는 자가용의 번호판이 죄다 초록색 배경이었는데 요즘은 싹 없어졌다.
다음으로 죄수복은.. 옷 자체의 색깔뿐만 아니라 명찰(번호표)의 색깔에 의미가 담겨 있다. 어찌 보면 부상병 분류 트리아지와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 하양: 특이사항 없는 일반적 잡범, 또는 미결수
  • 노랑: 살인· 강간 급의 흉악 중범죄자, 혹은 교도소 내부에서 요주의 인물
  • 파랑: 마약사범. 약쟁이;;
  • 빨강: 사형수

끝으로, 불 끄는 소화기도 용도별 색깔 구분이 있다.

  • 하양(A): 일반 화재용
  • 노랑(B): 유류 화재
  • 파랑(C): 전기 화재

요즘 시판되는 어지간한 소화기들은 ABC 세 유형에 모두 대응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빨강은..?? 소화기 자체가 시뻘겋기 때문에 저 유형 표시에는 빨강이 없다. 이거 뭐 전기가 마약사범에 대응하는 건가..?? -_-;;;

어떤 경우든 흰색은 특이사항이 없는 가장 쉽고 일반적이고 무난한 상황을 나타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전쟁터에서 백기가 "교전 의사 없음 / 항복"이라는 뜻을 나타내고, 유치장이 비어 있으면 경찰서에서 백기를 걸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노랑은 약간 특수한 경우, 그리고 파랑은 많이 특이한 경우를 가리키는 용도인 것으로 보인다.

2. 각각의 색

(1) 하양

세계사를 통틀어 볼 때 정말로 조선만 유난히 흰색과의 접점이 컸는지 궁금하다.
평민 백성들이 농사 지을 때도 흰 옷, 양반 선비들 두루마기도 흰 옷.. 물론 임금은 빨강 같은 컬러풀한 복장이며, 다른 벼슬아치들이나 포졸, 군인들 옷 역시 유색이지만 말이다.

백의민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며, 도자기도 고려 때 청자이다가 조선에서는 백자로 바뀌었다고 그런다.
국까· 국혐 진영에서는 가난해서 염색을 할 여유조차 없어서 흰 옷으로 때우던 걸 무슨 순결이니 고결이니 정신승리 하는 거라고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누런 베이지나 아이보리도 아니고 쌩 화이트야말로 옷이건 도자기건 구현하기가 더 어려운 고난이도인데, 이건 문화 수준이 상승한 거라고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근데 한편으로는.. 무슨 청색 LED도 아니고 백색이 뭐가 그리 대수이겠나? 진실이 무엇이건 조선이 문화 차원에서 백색을 의도적으로 선호하기는 했던 것 같다.

(2) 초록

이거 좀 놀라운 사실인데.. 인간은 원색들을 다 균일하게 인식하는 게 아니다. 초록색을 더 많이 편향적으로 인식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산술적으로는 균일하게 가시광선의 파장을 변화시켜 보면.. 빨-주-노는 작은 영역의 변화만으로 굉장히 금방 지나가는 반면, 중간 초록색은 더 많은 영역에서 오랫동안 비슷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파-남-보는 또 금방 지나가는 편..

그래서 각종 그래픽 툴에서 색깔 팔레트 내지 색깔 선택 대화상자, 색공간 차트를 보면.. 초록색이 다른 색보다 영역이 더 넓은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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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RGB 값을 흑백으로 디더링 할 때, G에 부여되는 가중치가 가장 크다. 공식이 하나로 딱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거의 3:6:1로 분배되는 게 일반적이다. 초록색이 가장 밝은 색으로 취급된다는 뜻이다.

옛날에.. 24비트나 32비트 트루컬러가 등장하기 전에 16비트 하이컬러라는 게 잠깐 등장한 적이 있었다.
팔레트가 쓰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든 천연색을 몽땅 자유자재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뭔가 특이한 모드인데..
RGB를 각각 5비트씩 할당하고 1비트는 남겨 놓는 게 일반적이었다. 아니면 초록색에다가만 1비트를 더 줘서 5-6-5를 구성하곤 했다. 초록색이 특별 취급을 받은 게 이 때문이다.

(3) 빨강

우리나라 태극기는 건국 이래로 수십 년 동안 동일한 형태가 쓰이다가 1997년 9월경에 살짝 개정된 바 있다. 태극 무늬의 청색· 홍색이 좀 더 산뜻한 색조로 바뀌었다.
옛날 태극기의 빨강은 주홍 scarlet에 더 가까웠다(왼쪽). 그러나 지금은 진홍 crimson에 더 가까워졌다(오른쪽). 빨강이 다 똑같은 빨강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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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옛날 태극기는 우리나라가 아직 못 살던 시절 내지 개발도상국이던 시절을 나타내고, 새 태극기는 말석 끄트머리나마 선진국 진영에 들어간 위상을 나타내는 것 같다. OECD 가입만 해도 1년 남짓 전인 1996년 가을이지 않던가?

그리고 성경에서 이렇게 주홍과 진홍을 나열하면서 빨간색을 대비시킨 유명한 구절이 떠오른다. 바로 사 1:18이다. "{주}가 말하노라. 이제 오라. 우리가 함께 변론하자. 너희 죄들이 주홍 같을지라도 눈같이 희게 될 것이요, 진홍같이 붉을지라도 양털같이 되리라."

3. 염색

색을 내는 액기스라고 해야 하나.. 이런 물질은 다른 매개유체에 녹는 염료, 아니면 그 자체를 바르는 안료로 나뉜다.

(1)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실용적인 안료로 개발된 색은.. '프러시안 블루'라고 한다. 1700년대 프로이센 왕국 사람이 발견해서 저런 이름이 붙었는데.. 철이 산화철이 되면 보통 붉은색이 되는데, 저렇게 시안(CN) 화합물과 결합하면 파란 계열이 되는가 보다. 다만, cyan이라는 청록색이 저 물질과 관계가 있지는 않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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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시안 블루는 색깔도 예쁘고 저렴하고 만들기 쉽고 독성도 없어서 실생활에서 아주 널리 쓰였다. 프로이센 육군의 제복으로도 당장 이 색깔이 들어갔고, 작은 세포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한 염색용으로도 쓰고..
옛날에 '청사진'이라는 걸 만들 때 입혀지는 파란색도 이 안료와 관계가 있다. 다만, 청바지의 청색은 이 안료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2) 한편, 영국군은 전통적으로 '레드 코트', 즉 빨강이 유명하다.
이 색은 깍지벌레로부터 얻은 '코치닐' 색소 기반이다. 즉, 인공이 아닌 천연 안료인 셈인데, 저 시절에는 그게 적당히 간지 나면서 값도 저렴해서 대량 생산이 가능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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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인공 무기물 안료 중에서는 산화철뿐만 아니라 카드뮴이 들어간 '카드뮴 레드'가 빨간색 물감으로는 고급으로 쳐진다고 들었다.
허나, 카드뮴이 잘 알다시피 인체에 아주 해로운 금속이기 때문에 이 정도면 미술 전공자나 쓰지 초-중등 교육 수준에서는 볼 일이 없을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05/19 08:35 2023/05/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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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보호에 대해서

1. 다음은 아주 정상적이고 건전하고 바람직한 동물 보호 사례일 것이다.

  • 진짜 처벌하고 잡아내야 할 밀렵이나 잔인한 동물 학대 현장을 고발함
  • 길고양이 상습 살해범을 집요하게 추적해서 잡음
  • (우리나라 얘기는 아니지만) 다른 맹수들이 무차별 보복 학살당하는 걸 막기 위해, 소수의 알려진 식인 맹수 개체를 먼저 앞장서서 잡아 없앰

2. 다음은 좀 논란거리에 가깝다.

(1) 개고기 반대
내 개인적으로.. 개고기를 막 좋아하고 즐겨 먹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개 잡는 것만 특별히 더 잔인하다고 보는 건 역시 반대다. 돼지나 소도 생물학적으로 그 정도 감성과 지능은 다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이 개나 고양이를 인간과 더 친밀한 애완동물이라고 여기는 정서 그 자체가 잘못된 것 역시 아니다. 그건 나도 이해하고 존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고기는 저 두 이념이 충돌해서 발생하는 논란거리이다.

다만, 오늘날 개고기는 특별히 반대 운동을 할 필요도 없이 더욱 수요가 줄고 사양 산업이 되고 도태하는 중이기도 하다.;; 다양한 먹거리가 넘쳐나는 오늘날, 굳이 이런 보신탕을 찾아 먹으면서 몸보신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합법화나 규모의 경제의 혜택을 받지 못해서 막 저렴하지도 않으니, 가성비조차 별로 맞지 않다.

(2) 갑각류나 어류도 고통 없이 잡아야 된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물고기를 산 채로 바닥에 패대기쳐 잡는다거나, 낙지나 조개조차 산 채로 불에 올려서 먹는 건 비위에 거슬린다. 차라리 바로 단칼에 썰어서 즉사시키고 회를 만든다면 모를까..
그런데 저것들을 일체의 고통 없이 잡느라 맛이 떨어지거나 수산물 값이 왕창 오르게 된다면 그건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난 거기까지는 선뜻 공감이 되지 않는다.

3. 끝으로, 이건 동물 보호라고 볼 수 없으며, 공권력으로 물리 치료나 금융 치료, 아니면 아예 정신 감정을 시켜야 할 미친 짓일 것이다.

  • 개 물림 사고나 갑툭튀 교통사고를 유발해 놓고는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식으로 우기기
  • 아예 고깃집 앞에서 육식 반대 시위 (극단적인 채식주의)
  • 브리짓 바르도 아지매의 망언 (동물 보호도 아니고 그냥 인종 우월주의에 입각한 거의 정신병임-_-.. 개고기는 그냥 구실일 뿐)

이상.. 이 주제는 이렇게 등급이 딱 정리되지 않겠나 싶다. ㄲㄲㄲㄲㄲ
동물을 잡을 때 잡더라도 살아 있을 때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복지를 보장해 주고, 유흥 쾌락용으로 학대하지 말며, 식용이나 연구 목적으로 죽일 때는 단칼에 빨리 보내 주고, 동족이 보는 앞에서 죽이지 말라..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이다. 곤충 이상으로 빨간 피가 흐르는 고등한 동물 정도라면 말이다.

단지,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 일체의 살생을 하지 말라느니, 아예 동물을 인간과 동급으로 취급해서 단위조차 '마리'가 아니라 '명'이라고 하라느니.. 그건 미친 정신병임이 틀림없다. -_-;;;
난 그냥 애완동물이지, 반려동물이라는 말도 개인적으로 좀 거북하게 느낀다. 동물이 무슨 배우자 반려자와 같은 급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 나머지 얘기들

1.
맹인 안내견 같은 동물은 애완용이 전혀 아니며, 얘야말로 진짜로 반려동물에 가까운 필수품이다.
얘는 자동차로 치면 긴급자동차나 장애인 탑승 차량과 같으며, 생명 직결 개인 의료기기에 준하는 취급을 받는다. 법적으로 온갖 특례를 받기 때문에 어지간한 동물이 못 들어가는 공공장소나 대중교통에 다 들어갈 수 있다.
고양이나 돼지를 이런 식으로 훈련시킬 수는 없고, 개의 특정 품종만이 이렇게 육성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하다. 이런 안내견을 훈련시키기 위해서 공공장소에 들여보내는 것은 운전 연습 도로 연수 중인 차량만큼이나 배려와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이다.

2.
매스컴 타고 형사 처벌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동물 학대를 저질러서 처벌받는 사람들의 범행 동기는 대체로 다음 중 하나로 정리되는 것 같다.

  • 감정형: 지 기분 꼴리는 대로. 마침 앞에 연약한 강아지나 고양이가 있으니까 때리고 밟고 던지고 죽이면서 화풀이
  • 경제형: 위의 경우와 달리, 딱히 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동물을 처리하는 시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인도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주로 농촌 얘기이다.
  • 신념형: 캣맘 같은 동물 보호 운동하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경고하려고..

경제적인 이유를 뺀 나머지 이유는 진짜 그냥 싸이코패스이다. 동물한테 그런 짓을 할 정도이면 사람도 그렇게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동물을 상대로 흉악한 범죄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선진화 척도를 보려면 최상이 아니라 최하가 어느 수준인지를 확인해 봐라. 화장실 위생을 살펴보고, 동물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를 보아라" 부류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다만, 나치 독일이 히틀러 총통의 주도 하에 세계에서 거의 최초로 현대적인 동물 보호법을 제정했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동물을 보호하면서 인간은 가스실로 보낸 건 특별하게 비뚤어진 신념이 작용했기 때문에 벌어진 좀 예외적인 사례에 가깝다.

3.
동물은 자기 한 끼를 해결할 만큼만 다른 동물을 죽이고는 그치는 반면, 인간은 먹지도 않을 거면서 전쟁을 벌여 수많은 동족을 잔인하게 죽인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식량을 저장· 축적할 줄을 알고 또 식욕보다 더 고차원적인 욕심도 잔뜩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보다 더 크게 살륙을 저지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은 전쟁을 벌일 때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이나 항복한 포로, 어린아이는 어지간해서는 죽이지 않고 보호한다. 사냥꾼도 최소한의 윤리 의식이 있다면 새끼 밴 암놈은 도의적으로 잡지 않는다.

반대로 야생동물의 세계에서는 그런 배려 따위 없다. 오히려 연약하고 사냥하기 더 쉬운 새끼를 더 집중적으로 잡아먹는다. 임신한 암놈이 잡아먹히면 안의 태아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 보너스이다.;;;
물론 짐승이야 오로지 본능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것이니, 여기에 무슨 가치 판단을 하고 선악을 따지는 건 아무 의미 없는 짓이다.. 오히려 인간도 너무 굶주리면 천륜이고 인륜이고 뭐고 다 저버리고 생존을 위해 닥치는 대로 잡아먹게 되는데, 야생동물의 저런 행동은 딱 그런 유형임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동물 보호 이념이 이런 생태에 개입할 필요는 없으며 그럴 수도 없다.

4.
하나님의 말씀과 뜻이 담긴 성경이야 사람과 짐승은 다르며 육식도 당연히 적극 인정하는 논조이다. 구약 시대에는 심지어 식용이 아니라 속죄제 명목으로 어린양을 잔뜩 잡아서 피를 뽑아내고 고기를 불태우게 했다.
그렇다고 해서 구약 성전의 뒷마당에 어린양들을 기리는 위령비 같은 거 만들라는 말은 하지 않으셨다. 그런 어린양이 불쌍하면 진짜 어린양이신 예수님 믿고 죄나 짓지 않고 살면 된다.

동물에 대해서 필요 이상의 동정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성경에도 어느 정도 동물에 대한 복지와 배려는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소가 구덩이에 빠져서 못 나온다면 안식일에라도 즉시 사람을 동원해서 건져내야 할 것이고(눅 14:5), 어미의 젖으로 새끼 염소를 삶지 말며(출 23:19, 34:26; 신 14:21).. 곡식 밟는 일을 하는 소의 입에다 마개를 씌우지 말라는 명령도 있다. (신 25:4)

곡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일하게 할 정도이면 다른 분야에 대한 배려가 어느 정도일지도 인간의 지능으로 유추가 가능할 것이다. 심지어 이 명령은 이례적으로 신약 성경에서 말씀 사역자· 목회자가 받는 보수를 논할 때도 비유로 인용돼 있을 정도이다. (고전 9:9, 딤전 5:18)

Posted by 사무엘

2023/05/11 19:35 2023/05/1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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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멧돼지를 새끼 때부터 데려 와서 키우고 있다는 사람을 취재한 방송은 어지간한 건 다 유튜브를 통해서 봤다.
허약하다고 새끼들 사이에서 낙오된 새끼를 우연히 주운 거, 또는 어미가 포획되어서 남은 새끼.. 보통은 이 두 범주를 벗어나지 않더라.

국내에서 제일 오래되고 유명한 사례로는 부산에서 멧돼지를 타고 길거리를 돌아다니기까지 한 그 할아버지(2005년 KBS2 주주클럽 보도)일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멧돼지를 무려 세 마리를 데려 와서 같이 썰매 끌고 밭도 갈게 한 사람이 있었다.

이런 사례가 더 있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 봤는데, 놀랍게도 2010년 9월에 보도된 게 있었다. 단, 유튜브에 올라온 지는 몇 달 밖에 안 돼서 본인이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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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5 지점. 아이고 꿀꿀이 귀여워라~ㅠㅠㅠㅠ^^
방영 당시에 나이가 이미 7살에 달했고 무게는 300kg이나 됐다고 한다. 지금까지 사료값이 꽤 들었을 듯.. ^^
고기용으로 대규모로 사육되고 도축되는 돼지들이 거의 반 년밖에 못 산다는 걸 생각하면 쟤는 꽤 팔자 좋게 잘 살았다..;;

보다시피 쟤는 털이 시커멓게 북슬북슬 났지만 멧돼지보다는 집돼지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집어서 말은 못 하겠지만 왠지 그렇다. 측면을 볼 때는 멧돼지 같은 반면, 얼굴 정면은 집돼지 같다.

이런 잡종 도야지를 가리키는 비공식 명칭으로 ‘집멧돼지’라는 말도 있다고 그런다. 농장에서 키우는 멧돼지일수록 더욱 그런 경향이 있는 듯..
멧돼지가 털이 북실북실하면 양(!!!)처럼 보이기도 하고.. 쟤는 얼굴이 뭔가 하마 같기도 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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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먹방.
저 유튜브 영상은 돼지에다가 호박까지 같이 나오니 내가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
주인이 밭에서 호박도 키우는 것 같더라. 동그란 애호박을 하나 따서 주자 도야지는 그걸 한입에 바로 씹어 먹어 버렸다.

그나저나 주인 양반이 이 도야지의 이름을 ‘누렁이’라고 지었나 보다. 엥, 도대체 왜?? 누렁이는 진짜로 털색이 누런 삽살개나 도사견의 이름으로 많이 쓰이지만 쟤는 색깔이 누런 것 같지는 않은데? 호박도 아니고..? 저 작명 이유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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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쉴 새 없이 먹어댄다. 그런데 귀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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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이 도야지가 좀 사고를 쳐서 혼나고 삐쳤는지, 호박밭 한구석에 들어가서 짱박혀 버린다. 아이고 포즈 한번 보소.. ㅋㅋㅋㅋ 어째 이런 대박 자태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을까?
도야지에 대한 애정이 솟아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걸 생각하면.. 개 잡아먹는 것만 특별히 더, 돼지 잡아먹는 것보다 더 잔인하고 야만적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내친 김에 한번은 인터넷 서점에서 멧돼지와 관련된 문학 작품들을 찾아봤다. 다음 7개인데..

1. 유아용 그림책
멧돼지 남매가 보내는 편지(2011, 30p)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2016, 40p)
배고픈 멧돼지(2022, 40p)

2. 초딩 저학년용 동화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2015, 92p)
심쿵! 송추골 멧돼지 5남매(2018, 52p)

3. 초딩 고학년: 대장 멧돼지 곳니(2020, 176p)
4. 청소년 소설: 멧돼지가 살던 별(2022, 184p)

보다시피, 대상 독자와 분량, 난이도의 차이가 있다.
지면 대부분이 그림이고 글은 별로 없는 유아용 그림책부터 시작해서..
멧돼지가 포획돼서 죽는 것도 나오고 인간과 멧돼지의 공존 가능성을 고민하는 길고 어려운 소설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관점의 차이가 있다.
"멧돼지가 쿵쿵.."은 유일하게 멧돼지가 배은망덕한 악역으로 묘사된다. "팥죽과 할머니"라는 전래동화에서 팥죽이 호박죽으로, 악역인 호랑이가 멧돼지로 바뀐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멧돼지를 완전히 죽이지는 않으며, 혼쭐 내고 쫓아내기만 하는 걸로 끝난다. 그리고 주인공인 애들이 큼직한 늙은 호박을 타고 날아가는 판타지스러운 장면도 나온다.. ^^

그 반면, 나머지 책들은 멧돼지를 마냥 적대시하지 않는다.
얘들도 환경 파괴로 인해 집과 먹이를 잃은 피해자라는 거, 악의적으로 사람들 사는 곳에 가는 게 아니라는 거..
얘들도 기본적으로 사람을 두려워하며, 날뛰는 건 진짜 굶주리고 패닉에 빠져서 이판사판 날뛰는 거라는 거.. =_=;;
멧돼지의 현실적인 관점에서 얘기를 풀어 나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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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남매가 보내는 편지"는 제목만 봐도 저런 뉘앙스가 노골적으로 느껴진다. 그림체가 전원적이고 멧돼지가 뭔가 순둥순둥한 곰처럼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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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멧돼지.. 지침서"는 멧돼지 입장에서의 생존 요령 가이드이다. "너무 무리하지 말 것", "집이 없어졌으면 당황하지 말고 새 집을 찾아 나설 것" 이런 식.. =_=;;; 해학괘 재치가 느껴지지만 약간 웃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러 그림책들 중에서 멧돼지가 제일 귀엽게 그려진 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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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배고픈 멧돼지"는 뭔가 "멧돼지가 쿵쿵.." 같은 산골 마을 분위기인데, 그래도 . 그림체는 꽤 단순투박해 보인다. 나름 제일 최근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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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추골 멧돼지 5남매"는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재직 중인 연구원으로부터 자문까지 구하면서 멧돼지의 실제 생태, 그리고 현장에서 만났을 때의 바람직한 대처 요령도 깨알같이 수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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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멧돼지 곳니"는 멧돼지들 내부에서의 서열 싸움이라든가, 자기들의 적인 사냥개와 다투는 얘기까지 나오는 듯하다.
그리고 끝으로 "멧돼지가 살던 별"이 내가 찾아본 책들 중에서는 제일 고난이도이다. 난개발로 인해 집을 잃는 가난한 세입자들, 그리고 가정폭력까지..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집과 새끼를 몽땅 잃은 멧돼지의 비극에다 투영시켜서 묘사했다. 리뷰나 줄거리가 아니라 실제 본문을 읽어 보고 싶어진다.;;

이상이다.
옛날에 "은비까비" 만화영화에서 "은혜 갚은 산돼지"야말로 역대 창작물들 중에서 멧돼지를 제일 좋게 묘사했지 싶다.
김 우진의 1920년대 희곡 "산돼지"도 있고.. 이때는 멧돼지가 아니라 산돼지라는 명칭도 종종 쓰였었다.

우리나라가 무슨 아프리카 사바나도 아니고, 소의 야생 버전인 들소 따위가 산에 우글거리지는 않는다.
애완동물인 개· 고양이의 야생 버전인 늑대· 이리, 살쾡이가 야생에서 심각하게 불어나서 해를 끼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돼지만은 가축과 별개로 이런 야생 버전들이 늘어나서 인서울에서까지 날뛴다니 참 신기한 노릇이다.

우리 도야지들.. 어디에 있든 꿋꿋하게 잘 살아남아서 다산하고 번성하고, 인간한테 잡히면 맛있는 돼지고기로라도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
인간들은 다른 건 몰라도 제발 산에서 도토리까지 다 쓸어 가는 짓은 좀 하지 말자.
그나저나 돼지열병(ASF)은 좀 가라앉았나 모르겠다. 이게 걱정이네.. ^^

Posted by 사무엘

2023/04/26 08:35 2023/04/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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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의 특성

오늘은 오랜만에 돼지 이야기를 좀 하겠다.
호박은 개인적으로 직접 키우기도 하니 이 블로그에 올릴 이야깃거리와 실물 사진이 종종 새로 생긴다. 그러나 멧돼지는 내가 직접 보거나 키우지 못하는 녀석이니 사육 근황을 올릴 것도 없고, 돼지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밖에 늘어놓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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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울나라 축산 과학원에서 지난 2008년에 한국 토종 흑돼지를 유전자 차원에서 복원해 냈다는 '축진참돈'이라고 한다. (축산업을 진흥하는 진정한 돼지) 돼지가 어째 저렇게 작고 아담하고 귀여운지 모르겠다~!!
예전에 했던 얘기도 있지만, 도야지는..

- 흔한 통념 정도처럼 뒤룩뒤룩 살 찌고 비만이 심하거나 불결한 동물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잡식성으로 이것저것 아무거나 '돼지 같이' 잘 먹는 건 사실이다.

- 번식력이 탁월해서 한 번에 새끼를 무려 10마리 가까이 낳는다. 10여 년 전, 국내에서 구제역 때문에 돼지를 씨를 말리는 수준으로 살처분했어도 개체수가 곧 원상회복됐다. 그리고 코끼리나 코뿔소나 호랑이 말고 야생 멧돼지가 멸종 위기라는 말은 내가 딱히 들어 본 적 없다.
뭐, 멧돼지를 걱정 말고 안심하고 잡아 죽이고 학대하라는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돼지류가 생존력과 번식력이 타 동물들의 평균 이상이란 건 엄연한 사실이다.

- 얘들은 신체 구조상 고개를 위로 들지 못한다. 평생 하늘을 영영 못 본다고 한다. 근데 돼지만 이런가..???

- 더울 때 체온 유지하려고 개가 혓바닥을 내밀고 헥헥거린다면(땀을 못 흘림).. 도야지는 진흙 목욕을 즐긴다.

- 지능이 높다. 사람 기준으로 IQ를 매기면 약 80 정도에 해당되며 돌고래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능이라든가 냄새 맡는 성능은 개보다 더 나으면 낫지 못하지는 않으며, 헤엄도 잘 친다. (성능이라고 하니까 무슨 동물보다는 기계 같네..^^ 낡은과 늙은의 차이처럼.)
돼지 박물관에 가 보니 관람객이 우리 쪽에 접근만 하면 먹이 주는 줄 알고 다들 바싹 몰려와서 기다리는 게.. 굉장히 웃겼다.;; 이런 것도 돼지에게 지능과 학습 효과가 있으니까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 단, 높은 지능과는 별개로, 고집이 굉장히 세고 말 그대로 '저돌적'이고..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질러대고 주둥이로 무언가를 계속 파헤쳐서 탐색하거나 섭취하려는 본능은 어찌 못 한다. 개와는 달리 체계적인 훈련이 배변 말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도야지가 가축을 넘어 애완용으로 그닥 대중화되지 못하는 주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한다. 워낙 빨리 자라서 사람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너무 크고 무거워진다는 문제도 있고 말이다.

- 하긴, 도야지는 소리도 별로 이쁘지 않다. '꿀꿀'은 굉장히 왜곡 미화 보정된 의성어일 뿐이며, 현실에서는 '꽥꽥 끼엑~~' 진짜 돼지 멱따는 소리에 가까운 괴성이다.

- 돼지의 장기는 크기가 좀 크다는 점만 빼면 놀랍게도 인간과 아주 흡사하다. 즉 돼지 배를 갈라서 본 것과 사람 배를 갈라서 본 것이 거의 똑같댄다. 그러니 장기 이식 수술 같은 거 실험 실습을 돼지를 상대로 한다.
옛날에 단두대가 발명되던 당시에 임상실험=_=도 돼지를 상대로 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검색해 보니 그렇지는 않고 양 시체를 갖고 했댄다.

- 시커먼 털에 엄니도 달린 멧돼지랑.. 털 없는 집돼지는 아종 수준의 바리에이션일 뿐이며 서로 교잡 가능하다. 유전자가 서로 "호환"된다.
밤에 야생 멧돼지 수컷이 돼지 농장 축사에 몰래 침입해서 거기 암퇘지와 짝짓기를 하는 바람에 멧돼지와 집돼지 잡종이 뜬금없이 태어난 경우도 있댄다. 털은 시커먼 멧돼지 같은데 코나 귀 모양은 집돼지 같은 '집멧돼지'랄까. 새끼가 태어난다니 일면 좋지만, ASF 방역의 입장에서는 이건 굉장히 위험천만한 현상이긴 하겠다.

- 새끼들을 잔뜩 데리고 다니는 성체 멧돼지는 100% 무조건 암컷이다. 수컷은 짝짓기 때만 암컷을 찾아왔다가 그 뒤로는 혼자 유유자적 한다나..??

- 소는 가죽이 유명해서 자동차 시트나 구두를 만들 때 쓰이는 반면, 돼지는 털이 유용하게 쓰인다. 과거엔 칫솔을 비롯한 각종 브러시류들이 돼지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 멧돼지는 주둥이가 깡패이다. 두더지는 앞발로 땅을 파고 말은 뒷다리로 걷어차는 위력이 괴수인 반면, 멧돼지는 코를 벌름거리는 주둥이로 냄새도 맡고 땅도 파고 들이받기 공격도 한다.
앞의 사냥개를 주둥이로 턱 후리자 사냥개가 그냥 공중으로 붕 날아가서 근처의 나뭇가지에 걸렸다는 일화도 있다. 덩치 큰 수컷 성체 멧돼지의 경우, 주둥이로 1톤에 가까운 힘까지 낸다고 한다. 굳이 엄니가 없어도 매우 위력적이다.

- 야생 성체 멧돼지는 뱀을 가볍게 잡아먹을 수 있다. 독사가 물어 봤자 돼지의 두꺼운 가죽과 지방층을 뚫을 수 없기 때문에 독이 혈관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DMZ wild인가 거기 다큐 프로를 보니, 멧돼지가 뱀을 그냥 국수 면발 흡입하듯이 후루룩 잘 먹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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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좁은 농장 축사에서 꼼짝달싹 못 한 채 사료와 항생제 떡칠이 돼서 딱 6개월 동안 몸집만 키우다가 바로 도축되는 식용 돼지랑..
허기진 채 황량한 야산을 방황하다가 인간들 주거지에까지 내려와서 날뛰던 끝에 사살되는 멧돼지..
누가 그나마 더 나은지, 누가 더 가련한 처지인지는 잘 모르겠다.;; ㅠㅠㅠ

(2) 구제역은 뭐고 ASF(아프리카돼지열병)는 뭔지 모르겠다. 모두 사람에게는 무해한데..
구제역은 돼지뿐만 아니라 소도 영향을 받는 반면, ASF는 돼지 전용인 듯하다. 구제역 시절엔 야생 멧돼지를 잡네 마네 하는 얘기는 없었는데 말이다.
식당에서 삼겹살 1인분 가격이 8천 원 남짓이던 시절이 그립다.;;

(3) 민가에까지 내려오는 멧돼지는 진짜 첩첩산중에서 사는 다른 멧돼지와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도태된 놈이라고 그런다.
인간이 자꾸 산 깎고 도로 닦고 집을 지으니 멧돼지가 살 공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얘들의 스트레스가 늘어날 수밖에 없겠다.

(4) 멧돼지를 하도 많이 잡아서 이제 2020년대쯤부터는 서울 시내에서는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뉴스 보도가 거의 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 2021년 가을쯤에 오동 근린공원(북서울 꿈의 숲 일대)에서 멧돼지가 발견됐고 엽사가 잡으러 나섰다는 소식이 매스컴을 크게 탔었다. 하지만 그 뒤로 잡았다는 소식은 없고 그대로 허탕친 것 같다. (☞ 링크) 얘는 애초에 전국구 뉴스가 아니어서 유튜브에 딱히 동영상 보도 자료도 없다.

그 뒤 2022년 8월경엔 멧돼지 한 마리가 불암산에서 내려와서 중계동의 어느 은행 ATM 부스에 들어갔다가 갇혀서 사살됐다. (☞ 링크)
에휴, 들어간 거면 들어간 거지 뭐 ‘돌진’이냐.. 대놓고 사람을 해친 것도 없구만 괜히 쓸데없이 애꿎은 멧돼지를 완전 상종 못 할 위험한 괴수로 프레임 씌우려고..;;
서울에 아직 야생 꿀꿀이 도야지가 있기는 한 것 같다. 지난해 10월에는 창덕궁 후문에서 또 멧돼지가 나타나서 포획됐었으며, 올해 1월 5일에는 부암동 길거리에서 큼직한 놈이 하나 길거리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5) 그런데 지난 여름에 옥천에서는 밭을 보호하고 멧돼지 잡으려고 설치한 전깃줄에 정작 전깃줄을 설치한 당사자와 딸 두 명이 나란히 감전사하는 안타까운 참변이 발생했다.
그리고 엽사가 사람을 멧돼지로 오인하고 쏴 죽이는 사고도 2022년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무려 세 번이나 났었다. 얘기를 들어 보니 깜깜한 밤에 혼자 사냥개의 도움 없이, 열화상 카메라도 없이 그냥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나는 쪽으로 냅다 총질을 한 듯하다.. 이거 무슨 군대에서 미사일 쏘는 것도 아니고..  -_-

두 건(7월 말 양산, 11월 서산)은 피해자가 근처의 동료 엽사였지만 다른 하나(4월 말)는 정말 뜬금없이 으슥한 북한산 기슭에서 잠시 소변이나 보던 택시 기사였다..;; 가해자는 징역은 아니고 금고형을 1년 8개월 남짓 선고받았다.

(6) 독일 사람인지...??
시골에서 방목하며 키우는 멧돼지만 전문적으로 올리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풀밭을 날뛰고 진흙 목욕을 즐기고 나뭇잎을 뜯어먹는 도야지...
우왓.. 이거 뭐야.. 바로 구독 누르고 즐겨찾기에 추가했다. (☞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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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난 돼지가 좋고 멧돼지가 좋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민가에까지 내려왔다가 인간의 손에 장렬히 산화했느냐? 흑흑.. 슬프다. 시골에서 내가 입양해서 키우고 싶기도 하고.. 아들 청년 압살롬을 잃은 애비 다윗의 심정이 이러했을 것 같다.
시내나 건물 안에서 날뛰는 멧돼지 쟤들도 대체로 겁 먹은 공황 상태이거나, 아니면 너무 배고파서 자포자기 이판사판이어서 자제력을 잃어서 사고를 치는 것이다. 여러 모로 가련한 상태이다.

난 산에서 멧돼지한테 공격 당해서 다친다 해도 이건 영광스러운 상처이지, 신고하지도 않고 그 돼지한테 책임을 묻지도 않을 것이다.
아 물론 다른 사람을 해친 멧돼지를 포획하는 걸 개념 없이 반대하고 막지는 않는다.
예전에 왜.. 어느 초딩을 공격한 정도를 넘어 아예 잡아먹으려 했던 그런 개는 당연히 안락사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인서울에서 멧돼지 다음으로 웬 너구리들이 주변 사람들을 공격해서 다치게 한다고 하니, 멧돼지만 잡는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게 아닌 셈이다.

(8) 성경에도 멧돼지가 나오긴 한다. 시 80:13에서 딱 한 번.. 아가서에서 나오는 여우(아 2:15)와 더불어, 농작물을 망치는 유해동물의 양대산맥이다. ㅋㅋㅋㅋ
그래서 종교 개혁 당시에 교황 레오 10세는 루터를 저 구절에서 모티브를 따서 멧돼지 같은 놈이라고 디스했었다.
고매하신 교황 성하께서 쌍욕을 직설법으로 퍼부은 건 아니고.. "주여.. 주의 포도밭을 웬 숲속의 멧돼지들이 파괴하려 하나이다~~ㅠㅠㅠㅠ" 이런 식으로 말이다. 시편 22편 12~13 같은 분위기 나게.. =_=;;

아울러, 베드로가 본 행 10:12의 보자기 환상에는 도야지도 당연히 포함돼 있었을 것이다.
"일어나 잡아먹어라~!! 하나님이 깨끗하게 하신 것을 니가 감히 속되다고 판단하지 마라!!" ^___^
돼지를 잡아먹을 땐 잡아먹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엔 최대한 잘 먹이고 잘 대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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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흔히 도토리가 다람쥐의 먹이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다람쥐보다도 도토리를 더 좋아하는 동물은 돼지이다. 멧돼지도 포함..
멧돼지가 자꾸 인간 거주지로 내려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산에서 산나물이나 도토리 같은 걸 더욱 무단 채취하지 말아야 한다. 추운 겨울에 야생동물들이 먹어야 할 먹이를 빼앗지 말라~!!

임산물의 무단 채취는 국유림이건 사유지이건 불문하고 형사 처벌될 수 있다. 어지간해서는 그냥 과태료이겠지만, 상습· 조직적으로 대규모로 했다면 징역· 벌금 급으로 갈 수도 있다. (산림보호법 제54조, 5년 이하 징역, 5천만원 이하 벌금) 의외로 처벌이 세다.
이건 실수로 낸 산불보다도 형량이 더 세다. (동법 제53조,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물론 일부러 불지른 방화 산불의 형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러니 산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 쓰레기 투기 금지는 말할 것도 없지만 취사 금지, 무단 경작 금지에 이어 '임산물 채취 금지'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어떤 곳에서는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가 규칙인데, 어떤 곳에서는 "야생동물의 먹이를 빼앗지 마시오"라니 참 가지가지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22 08:35 2023/02/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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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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