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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항공모함

군대라는 게 작전 방식의 특수성과 차이로 인해 육해공 3군으로 나뉘곤 한다. 하지만 타 영역을 살짝 걸치는 병과도 조금씩 존재한다.
가령, 해병대는 육군과 해군의 조합처럼 보인다. 법적으로는 해군에 소속돼 있고 병도 지원자만 받지만.. 병의 의무 복무 기간은 육군과 동일하다. (우리나라 기준)
그리고 육군에서도 헬기 정도는 육군 항공대 명목으로 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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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처럼 항공모함은 바다 위의 공군 기지이니 해군과 공군의 조합 같다. 항공모함은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92~30년대 전간기 때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존재 가능성과 필요성이 논의되었으며.. 덕분에 2차 대전의 태평양 전쟁에서 제대로 활약하게 되었다.

항공모함은 그 특성상 덩치가 정말 거대하며, 건조 비용이 억소리 나게 비싸고 운영하는 비용도 나라 등골 브레이커 수준이다. 하지만 이게 있으면 망망대해에서 전투기를 출격시켜서 억만 리 타지에서 깜짝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잠수함이 몰래 쏘는 어뢰하고는 다른 차원으로 전투력의 레벨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옛날에 타이타닉 여객선은 내부에 별 시설이 다 있는 그냥 작은 도시, 작은 사회나 마찬가지였는데.. 오늘날은 대형 항공모함이 그러하다. 천조국의 기상이 깃든 니미츠 급을 예로 들면, 수천 명이 먼 바다에 나가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곳이니 안에 수영장도 있고 극장도 있고.. 내부에 별도의 번지수 주소가 있고 우편번호가 할당돼 있다. 항공모함 안에서 길을 잃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안에서 잘 짱박혀서 탈영하는 것조차도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작은 도시 안에 작은 원자력 발전소도 없으란 법이 없으니.. 이런 거대한 항공모함은 무식한 디젤 엔진 대신 원자력으로 움직인다.
다만, 항공모함은 배로서는 그렇게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지상 공항에 비할 바는 못 되니.. 활주로의 길이가 부족하고 환경이 열악한 관계로 아무 군용기나 다 띄우지는 못한다. 그 항공모함의 규격에 맞게 제작된 함재기만이 이· 착함 가능하다. 이함할 때는 양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되라고 모선도 전속력으로 같이 전진해 주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재기가 항공모함의 활주로를 벗어나서 뜨는 걸 보면, 잠시 배 밑으로 추락하는 듯하다가 아슬아슬하게 다시 붕~ 뜨는 게 다반사이고.. 아예 못 뜨고 바다에 떨어지는 사고도 종종 난다. 배의 앞부분의 수면에 추락한 함재기는 같이 전진하던 모선과 부딪혀서 으스러진다.

함재기가 임무를 마치고 착함하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이다. 아니, 착함이 더 어렵다.
한 직후에도 활주로를 오버런해서 도로 바다로 빠지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배와 함재기가 힘을 합쳐서 필사적으로 감속을 해야 한다. 이 정도면 공군과는 약간 다른 방식의 노하우가 필요해 보인다.

글쎄, 소말리아 해적이나 알 카에다, ISIL 같은 조무래기(?)들을 토벌하는 데 딱히 항공모함이 투입된 것 같지는 않은데 앞으로 태평양 전쟁 시즌 2 같은 사건이 벌어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실, 그 옛날의 2차 대전 중에도 선진국들의 군 수뇌부와 군수업체에서는 선박이 아니라 잠수함이나 타 수송기를 기반으로 하는 항공모함(?)까지 구상한 적이 있다고 한다.

물론 그건 너무 무리수이니 실현되지는 않았다. 오늘날 기준으로는 잠수함에서 그냥 미사일만 쏘면 되지 굳이 인터셉터를 날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동차 캐리어도 아니고 비행기 캐리어는.. 아직은 스타크래프트 캐리어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프로토스는 우주 항공모함을 굴리고, 테란은 우주 전함을 굴린다니.. 흥미롭다.

6. 아이스크림

천조국은 무려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저 멀리 태평양 전장에 가 있는 병사들한테까지 아이스크림을 보급으로 챙겨 줄 수 있던 유일한 나라였다. 아이스크림 제조 공장선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은 병사들의 사기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며, 다른 유럽군에서도 이걸 부러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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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와 전함을 팍팍 찍어내고 원자폭탄 만들어 내고 적군의 암호를 몽땅 해독했다는 얘기뿐만 아니라 저런 소소한 병사 복지마저도.. 정~~말 대단하고 경악스럽지다. 천조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몇십 년 더 앞서 갔다.

7. 인종 차별

1941년 말의 진주만 공습 때 '도리스 밀러'(1919-1943)라는 한 흑인 병사는.. 기습을 당해 죽거나 다친 사수들을 대신하여 즉석에서 전함에 비치된 대공용 중기관총을 조종하며 용감하게 응사했다. 심지어 일본 적기를 격추시키기까지 했다.

이게 대단한 이유는.. 저 사람은 취사병이었고, 지금까지 총 쏘는 훈련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는데도 저 정도의 무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마이클 베이의 "진주만"(2001) 영화에도 이 장면이 괜히 들어간 게 아니다.
마치 <15소년 표류기> 소설에서 흑인 견습 선원인 모코가 요리사 일을 하고 있다가 끝부분에서 침입자 악당을 대포 한 방에 때려잡는 장면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병사들에게 아이스크림까지 나눠 주던 천하의 천조국도 1940년대에는 아직 인종 차별이 지금보다 훨씬 더 심하게 존재했다. 군대에서 흑인과 백인은 훈련을 따로 받았으며, 흑인 병사는 감히 전함의 기관총 사수 같은 보직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랬는데 도리스 밀러와 같은 사례가 생기면서 그런 유리천장은 차츰 없어지게 됐다. 그는 명예 훈장까지는 아니지만 해군 십자장을 받았고.. 올해 초엔 미국에서 새로 취역한 핵 항공모함에 이름도 붙었다.

6· 25 사변을 거친 뒤 베트남전 타이밍이 되자, 미군에서는 흑인이 백인 신병을 가르치는 훈련소 교관도 맡으며(검프! 입대한 동기가 무엇인가!! 네놈 IQ는 160은 되는가 보다!).. 풀 메탈 자켓에서는 교관이 대놓고 "나는 검둥이건 유대인이건 집시건 아무 차별 안 한다. 여기서는 네놈들은 다 똑같이 쓸모없기 때문이지!"라고 능력 위주의 평등을 표방한다. 그 정도로 분위기와 방침이 바뀌었다.

1970년대 말에 중국에서는 마오 쩌둥이 '흑묘백묘' 운운하면서 "고양이는 색깔 불문하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라는 논리를 펴는 지경이 되었다. 이건 공산주의건 자본주의건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체제를 가리지 않겠다는 실용주의를 표방한 말이었다.
미국은 체제는 이미 건전하니까 걱정할 필요 없고, 인종에 대해서 '흑묘백묘'가 아니라 아예 '흑인백인 인종무관' 실용주의가 나중에 등장하게 된 듯하다. "흰둥이건 검둥이건 적군만 잘 잡으면 된다"라고..

8. 대테러부대

경찰과 군대에는 정규전(경찰은 일반적인 시위 진압이나 범죄자 검거. 군인은 일반적인 야전 전투)을 수행하는 대다수의 일반적인 경력· 병력이 있는 한편으로, 뭔가 마이너하고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서도 있다.
가령, 일반 경찰이 담당하기에는 어려운 규모의 무장 테러리스트를 잡는 부대 말이다. 이런 애들을 잡기 위해서 무슨 탱크나 대포나 전투기를 동원할 필요는 없음이 명확하다.

이럴 때는 이런 임무를 위해 시꺼먼 복장을 하고 별도의 훈련을 받은 경찰 내지 군대 소속의 대테러부대가 투입된다. 이런 부대는 정체성이 경찰과 군대 어느 것에 딱 정확하게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아예 대놓고 특전사나 UDT 같은 급도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특공대, 미국 SWAT.. 그런 쪽이다. (뭐, 그렇다고 군 특전사에서도 대테러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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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테러부대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생각만치 오래되지 않았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때 독일(서독) 정부가 괜히 허둥대고 삽질한 게 아니었으며, 인질들이 전원 죽는 비극이 괜히 벌어진 게 아니었다. 법적 문제 때문에 정규군을 함부로 투입할 수 없었으며, 반대로 독일 경찰은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북괴의 연이은 테러에 이골이 나 있던 한국 같은 나라나 극도의 통제된 분위기 하에서 치안이 덤으로 갖춰지는 정도에 불과했다.

경찰 소속의 대테러부대는 무력만 강화한 '경찰'이기 때문에 자국민을 최대한 보호해야 하고, 악당들도 사살보다는 생포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작전 지역이 국내가 아니거나 악당이 수가 많고 화력이 강하거나.. 아예 자국민이 아니다거나 하면 이들을 상대하는 공권력도 경찰이 아닌 군대 소속으로 바뀌게 된다.

참고로 지난 2009년 용산 철거 현장 참사 때 시위 진압을 위해 투입됐다가 순직한 사람들은 경찰특공대 소속이었다. 시위대가 무슨 전문적인 무장 테러리스트는 아니고, 그렇다고 통상적인 시위 현장 같은 전투경찰을 투입하기에는 장소가 위험하니 경찰특공대가 적절한 대응이었지만.. 그래도 안타깝게도 화재로 인한 희생자가 발생했다.

9. 토크멘터리 전쟁사

개인적으로 유튜브에서 연재되었던 토크멘터리 전쟁사 시리즈를 재미있게 봐 왔다.
국방부에서 유치한 애국심(?) 고취용으로 오글거리는 어용 관제 군대 홍보물만 만들 줄 알았더니 의외로 이런 재미있고 유익하고 수준 높고 건전한 교양 프로도 만들어 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종영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배후 음모 없이 정말로 단순한 소재 고갈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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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친중종북 좌익 빨갱이 정권의 마음에 안 드는 너무 건전한 애국 메시지 때문에 짤린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17 08:35 2020/06/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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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날 냉병기 시절

옛날에 총(개인 화기)이라는 게 아직 없어서 전쟁터에서 갑옷 입고 투구 쓰고 냉병기로 적군을 직접 때리고 베고 찔러 죽이던 시절에는 군인과 무인의 차이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 지금은 총검술 같은 부류가 제식처럼 거의 보여주기 스킬 아니면 특전사· 공작원의 영역에 머물고 있지만 그때는 그게 지금 군인의 사격술이나 수류탄과 동급으로 군인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스킬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손가락 하나 방아쇠에 걸어서 까딱하는 것만으로 적군을 죽일 수 있는 마법 같은 도구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열을 갖춰 적진을 향해 용맹스럽게 닥치고 돌격하는 게 매우 중요했다. 화살..?? 정도는 그래도 갑옷과 방패로 그럭저럭 막을 수 있고, 기관총 참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때는 기예의 달인이 벌이는 일당백의 비중이 컸으며 그게 군대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지금의 관점에서야 무모한 개죽음처럼 보이지만, 신라 시대에 괜히 '관창' 같은 화랑을 혼자 희생시킨 게 아니었다.
심지어는 개떼같이 다 나와서 싸울 필요 없이, 각 진영의 대표 장수가 나와서 일대일로 결투를 벌인 결과만으로 전투의 승부를 가르는 일도 있었다.

성경에는 다윗과 골리앗 대결이 아주 유명한 예이다.
옛날에 "태조 왕 건" 드라마에서도 신라 박 술희와 후백제 애술의 결투씬이 시대적 배경과 이유가 있어서 들어간 셈이다.
그러니 영화 "봉오동 전투"도 총격전에다가 일대일 검술 대결을 어설프게 흉내 내서 집어넣었던데.. 저건 배경이 무려 20세기 근현대이니 현실성이 없다.

중일 전쟁 때 일본이 저지른 전쟁 범죄 중에 "100인 참수 경쟁"이란 게 있었다. 그게 일본군이 무슨 중세 판타지 급의 백병전을 벌여서 무장한 적군을 칼 한 자루만으로 순삭한 것이라면 아주 용맹스러운 무공이겠지만.. 실제로는 힘없는 민간인과 포로를 상대로 그런 짓을 한 것이니 그냥 범죄이고 상 또라이 싸이코 같은 짓일 뿐이었다. 심지어 신문 기사를 썼던 기자조차도 "엥..? 적군을 죽인 게 아니었어요?" 얘기를 나중에 듣고는 기겁했었다고 한다. (목적어 생략.. -_-)

자, 저런 낭만(?)이 있던 옛날과 달리..
지금이야 총기 화기의 성능이 워낙 좋기 때문에 그 어떤 체격 좋고 두꺼운 갑옷을 입은 병사라도 총에 맞으면 그대로 쓰러지고 죽는다. 소총탄을 막을 정도로 무겁고 두꺼운 장갑은 기계류에나 장착할 수 있지, 그걸 사람이 걸쳤다면 제대로 활동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오늘날 전쟁터에서 사격이 시작되면 제아무리 용맹한 군인이라도 일단은 닥치고 엎드리고 엄폐하고 숨어야 한다. 이것이 냉병기 시절과의 큰 차이점이다.
또한, 지금은 병사들과 같이 "돌격 앞으로~!"라고 외치고 뛰어드는 건 소대장 수준의 초급 장교의 몫이지, 더 높으신 분들이 야전에서 병사들을 직접 지휘하지는 않는다. 최고위 장수 장군 내지 아예 왕이 솔선수범해서 말 타고 앞장서서 돌격하던 옛날과는 많이 다르다.

오늘날 무인과 군인은 화가와 사진가만큼이나 영역이 달라져 있다.
사진 찍사는 무슨 붓이나 연필이나 물감을 능숙하게 다룰 필요는 없으며, 반대로 카메라의 기본 개념과 사용법을 잘 숙지해야 한다(소총 분해와 조립, 조준 따위).
하지만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색깔과 공간 배분· 구도에 대한 감이 여전히 필요하니, 사진가도 미술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무인과 군인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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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라 크로프트와 빛의 수호자" 게임의 컷씬에서 라라가 몇천 년 전의 옛날 장수인 '톨텍'에게 소총 사용법을 가르치는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저 장면에서 톨텍은 총열이 무슨 칼날이고, 개머리판 부분이 손잡이인 것처럼 생각했나 보다. ㅎㅎ

2. 근현대의 주요 전쟁사

19세기

  • 크림 전쟁: 나이팅게일, 최초의 종군기자와 전장 사진
  • 남북전쟁: 국제전이 아니라 일개 나라 안 내전에 불과했지만.. 천조국은 내전 하나도 유럽을 능가하는 당대 최첨단을 달리는 수준으로 치렀다.
    • 후미장전식 총기가 등장하면서 머스킷 전열보병 전술이 몰락하고 개인 각개전투 전술이 등장. 저격수도 등장.
    • 엄폐가 중요해지면서 예복과 전투복의 구분이 생김. 전투복은 100년 전 독립전쟁 시절보다 훨씬 더 저채도의 칙칙한 색상으로 바뀜
    • 병사들의 모자 크기(?)와 헤어스타일도 옆머리까지 꼬불꼬불 말던 시절보다는 짧아짐. 그래도 장교들은 여전히 수염이 덥수룩..;;
    • 초보적인 수준의 철갑선과 잠수함이 출현했고 찔끔찔끔 교전도 했음.
    • 철도를 이용한 대규모 병참 보급과 전면전이 실현됨.
      비행기와 탱크만 없는 1차 세계대전에 가까운 정도였다. 아직 내연기관이 아직 발명되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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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전쟁 vs 남북전쟁의 차이..)

남북전쟁이 끝난 게 1865년, 제너럴 셔먼 호 사건은 1866년, 그리고 신미양요는 한~참 뒤인 1871년이었다.
조선과 미국이 거리가 워낙 멀기도 하고, 미국도 전쟁 피해를 복구하느라 정신 없었기 때문에 신미양요가 저렇게 늦게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미국에 대한 조선의 인식은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고종: 미리견(미국)이라는 나라는 어떠한 나라인가? (1871년 4월 어전회의에서..)

영의정 김 병학 (지금으로 치면 거의 국무총리와 비슷!!): 미리견이라는 나라는 화성돈(워싱턴)이라는 촌장이 영길리(영국)라는 나라와 교섭하면서 성곽과 연못을 개척해서 세운 작은 부족국가라고 지도에 나와 있네요.
얘들은 바다를 왕래할 때 약탈하는 습성이 있는 날강도 해적떼입니다. 일체의 교역 따위 할 필요 없구요, 만약 교역을 하게 되면 우리나라(조선) 국체를 보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고종: 흠.. 그렇다면 우리가 저 코쟁이 오랑캐들과 교역하면 요사스러운 잡학들이 유입되어 공자의 예법이 무너질 것이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겠구나.


대륙 횡단 열차를 굴리고, 세계에서 거의 최초로 후장식 총기를 도입하여 유럽보다도 앞선 방식으로 전투(남북전쟁)를 벌였던 엄청난 나라가.. 한낱 공자의 예법도 모르는 요사스러운 해적 오랑캐 내지 왜구 정도로 전락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웃 일본은 네덜란드를 거쳐서 외국어 통번역가부터 잔뜩 양성해서 서양 문물을 미친 듯이 받아들이면서 근대화 중이었는데.. 조선은 저 지경이었으니 안 망한 게 더 이상하지..
참고로, 야사에 따르면 고종이 신하들과 나눈 다른 대화로는 저 때로부터 30년쯤 뒤에 철도가 개통했을 때 "기차가 더 빠를까, 전차가 더 빠를까?"도 있다. 휴우~

20세기

  • 1차 대전: 참호전, 독가스, 탱크, 초보적인 수준의 전투기
  • 2차 대전(연합군): 역대 최대 규모의 해전.. 대형 전함, 뇌격기, 잠수함과 항공모함과 함재기, 수직 강하 폭격, 그리고 끝물에 개발되거나 등장하기 시작한 핵무기와 미사일, 제트기.
  • 6· 25 한국 전쟁(UN군):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자그마한 듣보잡 작은 나라 하나를 도와주기 위해 결집함. 시기적으로 매우 특수한 배경 덕분에 가능했지, 이런 사례는 전무후무함. 이념 각축장 대리전 성격이 강했음.
  • 베트남전: 밀림을 날아다니는 헬리콥터, M16 소총. 언론이 조장한 반전 여론이 매우 강해졌음. 프래깅(상관 살해)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문제시됨
  • 걸프전(다국적군): 전투기와 미사일로 속전속결. 수송기도 맹활약했음. 전투 장면이 TV로 생중계됨.

중동 전쟁 쪽은 내가 딱히 기억하거나 아는 게 없다.;;

본인 생각에 역사는 국사와 세계사를 통합해서 가르치고 시험 문제도 그런 식으로 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교사의 양성 과정과 교육과정을 감안하면 그건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역사의 모든 것을 동일 선상에서 객관적으로 봤다간 국뽕이고 동심이고 다 박살나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18~19세기부터 벌어지는 동· 서양의 격차는 자괴감 들기에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악질 무단횡단자에게 100:0 판정이 늘어나는 것만큼이나 공교육에서 역사에 대한 인식도 갈수록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말이다.

3. 기관총

그냥 총도 아니고 총알을 분당 수백 발씩 드르륵 갈겨 주는 기관총이라는 건 후장식 총기에 이어서 등장한 정말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처음에는 대포처럼 크고 무거운 공용화기--혼자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없고 여러 명이 운용-- 형태로 먼저 등장했다가 나중에 더 작은 개인화기 버전도 등장하게 됐다.

물론 요즘은 일반 보병이 사용하는 일개 소총도 기관총 같은 자동 연사 기능이 있으며(방아쇠를 당기고 있으면 알아서 드르륵~), 심지어 소총탄 대신 권총탄을 갈기는 기관단총 같은 물건도 있다.
하지만 기관총이란 게 이름에 걸맞게 오랫동안 연사가 가능하려면 발열 관리를 위해 냉각 계통이 필요하고, 총구도 여러 개를 돌려 쓸 수 있어야 하는 등 단순 자동소총에는 필요하지 않은 추가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그러니 이것저것 오늘날까지도 기관총은 용도별로 경/중, 개인용과 공용의 체급 구분이 존재한다.
일반 소총이 정밀· 정확도 쪽으로 더 발전하면 저격수가 사용하는 망원경 달린 커다란 저격 소총으로 바뀌고(스타 고스트..??), 연사력 쪽으로 더 발전하면 M60 같은 경기관총으로 바뀌는 것 같다(둠 2 chaingunner).

모든 기관총이 그런 건 아니지만 기관총이라 하면 (1) 여러 총열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묘사가 많다.
그리고 급탄을 탄창 단위로 탄창 내부의 스프링에 의지해서 하는 게 아니라 (2) 수십· 수백 발의 총알이 일렬로 연결되어 들어간다. 이건 방아쇠만 당기고 있는다고 그냥 되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관총은 작동을 위한 별도의 동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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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냥 총이 아니라 넘사벽급의 화력을 내는 기관총은 무력의 종결자에 등극했다. 기관총이 없는 군대가 기관총을 보유한 군대를 상대로 싸워서 이길 가능성은.. 가히 0이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9세기엔 본격적으로 제국주의가 세계에 손길을 뻗치게 됐다.
오죽했으면 개틀링 기관총을 발명했던 리처드 조던 개틀링은 기관총 덕분에 앞으로 군대는 병사가 덜 필요해도 될 것이고, 더 나아가 너도 나도 기관총을 들고 있으면 다들 무서워서 전쟁을 할 엄두를 못 내게 될 것이라고.. 그렇게 역설적인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참 순진하게 예상했었다.

처음에는 기관총이 "유럽 vs 미개한 식민지" 이런 형태로 쓰였다. 그때야 일방적인 관광 플레이가 가능했다. 하지만 유럽 사람들은 얼마 못 가 동급인 자기들끼리 기관총 vs 기관총 형태로 싸우게 됐다. 1차 세계대전 참호전 말이다.
이때는 전략 전술이 기술 발달을 따라가지 못해서 병사들이 생지옥 속에서 끔찍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 기관총으로 철통 방어하는 참호를 돌파하기 위해서 결국 탱크, 군용기, 독가스 따위가 등장하게 됐다.

무서워서 전쟁을 안 하게 될 정도로 너무 강한 캐사기급 무기라는 개념은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자인 알프레드 노벨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기관총 분야와 폭탄(!!) 분야에서 각각 저렇게 생각하는 엔지니어가 있었다는 게 흥미롭다.
하지만 그런 것은 인류가 20세기에 세계 대전급의 전쟁을 두 번이나 겪고 핵무기라는 것까지 발명된 뒤에야 현실이 되었다. 그 끔찍한 기관총조차 아득히 능가하여 화약 폭발력이 아니라 원자력 정도는 건드리는 경지가 돼서야 말이다.

4. 물과 뭍(!!)에서 폭발 무기의 종류

뭍이라는 말을 참 오랜만에 꺼내 보네.. 한 8~90년대까지만 해도 어린이용 동화책에서도 볼 수 있던 단어였는데 2000년대 이후로는 진짜 국어사전에서나 볼 수 있는 사어가 된 것 같다.

  •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 뒤에 폭발: 각종 포탄(육지· 공중), 수류탄, 미사일 또는 어뢰(수중). 자체 추진이나 유도 기능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비싸고 크기 대비 폭발 에너지가 적다.
  • 반대로 목표물이 근처에 와서 뭘 건드려 주면 폭발: 지뢰(육지) 또는 기뢰(수중). 이런 무기는 통제가 안 되어 "아무나 맞혀라"가 돼서는 매우 곤란하다.
  • 아래로 자유 낙하하면서 폭발: 항공포탄(육지) 또는 폭뢰(수중). 부가적인 설비 없이 순수하게 폭약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화력이 좋다.

옛날에는 화포로 배를 완전히 부숴서 격침시키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폭약을 싣고 불 붙인 작은 무인선을 적함에다가 접근시키고 충돌시켜서 펑~! 하는 저그 스커지 같은 전술도 쓰였었다.

내 기억으로 제너럴 셔먼 호를 격침시킨 방식도 그랬는데.. 거기는 바다가 아니라 대동강이고 배의 동선에 제약이 심했기 때문에 그런 전술이 가능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14 08:33 2020/06/1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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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작정하고 법을 찾아 본 건 다음 분야들이다. 다들 내 관심 분야 내지 생활 패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들이다.

  • 병특 하던 시절에 복무 관련 규정들: 이건 까딱 잘못하다 걸리면 편입이 취소되고 다시 군대로 끌려가는 문제이므로 제일 크리티컬했다. 그래도 이 법은 사회에서 '을'인 복무자에게 굉장히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일단 편입해 들어가면 회사가 아니라 복무자 자신이 티오(인원 배당)를 갖는다는 개념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 거리설교 관련: 주변에 민폐를 잘못 끼치면 경범죄에 걸려서 과태료를 물기 때문이다.
  • 캠핑과 야영 관련: 내가 자연 속에서 밤을 보내는 걸 좀 좋아해서 그렇다. 4개 정도의 법이 얽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 자동차의 합법적인 크기와 무게 관련: 개인적인 관심사 때문이다. 도로교통법뿐만 아니라 도로법이던가 둘 이상의 법에서 중복 규정돼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 남북교류 협력에 관한 법률: 오래 전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특이한 경험을 한 게 있어서 그렇다. 덕분에 우리나라에 국가보안법 말고 이런 법도 있다는 걸 난생 처음으로 알게 됐다. 이에 대해서는 더 먼 미래에 기회가 되면 언급할 일이 있을 것이다.

법 하니까 더 떠오르는 생각으로는.. 우리나라는 사형 제도를 법적으로 완전히 폐지한 건 아닌데 그냥 집행만 무기한 안 하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 전체가 우리나라 영토이며 통일을 지향한다고 헌법에 명시는 해 놨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불가능한 지경이다. 애초에 6· 25 사변도 말은 휴전이라고 써 놨지만 사실상 종전이 됐고 휴전선이 국경선으로 굳어졌다. 이렇게 법과 현실이 서로 안 맞는 구석이 생겨 있는 게 느껴진다.

외국으로 가면.. 일본은 군대를 보유하는 것을 영원히 절대로 금지한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자위대가 사실상 군대나 마찬가지이다. 이것도 법과 현실의 괴리라고 봐야 할까?
물론 저 헌법 때문에 일본은 자기네 무기를 해외로 수출하지 못하고 무조건 내수로만 소비해야 한다. 그리고 외국에 파병도 할 수 없다. 그러니 규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닌 것도 사실이다.

2. 취사· 야영을 할 수 없는 곳

구분 적용 대상 야영 금지 근거 위반 시 처벌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평지나 언덕, 산기슭 정도에 공원 형태로 조성된 녹지 제49조+동법 시행령 제50조 제56조, 10만원 이하 과태료
자연공원법 국-도-군립공원(주로 경치 좋은 산) 및 지질공원(공룡 화석, 지층, 운석..) 제27조 제86조, 200만원 이하 과태료
하천법 나라에서 지정한 국가하천 및 지방하천의 특정 구간 제46조 제98조, 300만원 이하 과태료
수도법 취수시설이 설치된 하천, 호수 등(상수원) 제7조 제83조,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 그러니 수락산은 산 중턱까지 민간 산장 휴게소가 들어서 있는 반면, 근처의 국립공원인 북한산은 그런 거 없고 등산로를 이탈하는 것, 계곡에 들어가는 것 몽땅 금지이다. 그 대신 북한산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곳이다 보니 적당히 낮은 고도까지는 등산로가 아주 널찍하게 잘 닦였고, 화장실과 각종 표지판들도 충분히 갖춰져 있다.
    (하루 만에 완주가 불가능한 국립공원인 지리산은 지정된 구역에서만 야영을 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야영 허용 구역에 반드시 도달해야 한다.)
  • 산보다는 강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 (위반 시의 처벌이 더 강함) 물론 현실에서는 낑낑대며 올라야 하는 산보다는 강이 접근성이 더 좋고 공간이 더 많고 야영하기도 더 쉽다.
  • 단순 공원보다는 특별한 공원에 대한 위반 처벌이 더 강하다. 그리고 단순 하천에 비해 상수원 하천은 뭐.. 처벌 수준을 교통 범죄에다 비유하면, 신호위반 속도위반이던 것이 음주운전으로 껑충 뛴 것과 비슷하다.
  • 4월부터 10월에 저녁 7시까지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한강 공원의 텐트는 원래는 아예 안 되는데 예외적으로 봐주는 것에 가깝다. 위반 시의 과태료 100만원은 도시공원과 비교했을 때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자연공원법이나 하천법보다는 낮게 잡힌 것이다. 저기는 1980년대 한강 종합 개발 사업의 산물일 뿐, 국립공원만치 대단한 곳은 아니니까..
    더구나 상수원도 아니다. 한강의 취수 마지노 선은 잠실대교 수중보이기 때문이다. 거기보다 하류 구간은 취수용으로 쓰이지 않는다.
  • 그냥 이름 없는 평범한 산의 정상에서 밤에 텐트 치고 자는 건 위의 법들 중 어느 것에도 걸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잠만 자는 게 아니라 고기까지 구워 먹으려면 속 편하게 돈 내고 전용 캠핑장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아예 멀리 해수욕장까지 가든가..

3. 민사와 형사

소송에서 민사 vs 형사, 경찰의 교통과 vs 강력과, 의료에서 당장 생명하고는 별 지장이 없는 과(성형) vs 직접 관련이 있는 과(외과)..
요것들이 다 심상이 서로 비슷한 관계인 것 같다.

가령, 누가 내 돈을 빌려 놓고는 기한 내에 갚지 않고 떼먹었다면 민사 소송을 걸어서 강제집행으로 돌려받는 게 순서이다. 사기죄로 엮어서 형사 소송까지 걸려면, 그 사람이 애시당초 돈을 갚을 생각이 없었고 단순 채무불이행 이상으로 매우 악의적으로 채권자를 물먹였다는 정황까지 입증해야 한다.

교통사고 가해자의 경우도 특례법 위반 여부, 고의성 여부, 피해 규모 등에 따라 보험사의 배상만으로 끝나는지 아니면 형사 처벌까지 받아서 콩밥 먹어야 하는지의 여부가 결정된다.

그리고..

  • '피고'는 민사에서만 쓰는 말이고 '피고인'은 형사에서만 쓰는 말이다. 다시 말해 '피고인'은 '피고'와 달리, 재판에서 패소했다간 전과자가 된다. 이걸 왜 구분하며 그것도 왜 하필 '人'짜의 여부로 구분하는지는 참 의아하게 느껴진다. 영어로는 둘 다 그냥 defendant 이다. 경우에 따라 민/형 구분을 위해 앞에 civil / criminal이 붙을 뿐..
  • 완전 생뚱맞은 bar이라는 단어에 변호사라는 뜻이 있는 게 의외이다. 미국에서 변호사 시험은 bar exam이라고 하고, ‘대한 변호사 협회’도 영어로 bar association이라고 부른다. 경찰을 police officer 대신 cop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심상이려나?
  • 변호사와 판사는 민· 형사 소송에서 모두 등장하는 반면, 그럼 검사는 형사 말고 민사에서는 별 필요나 존재감이 없는 존재인 건가..??

4. 형벌의 분류

우리나라 법에 규정된 형벌은 방식을 보자면 재산형과 자유형으로 나뉜다. 자격상실· 정지는 명예형에 속하긴 하지만 형법상의 처분보다는 행정 처분에 더 가까워 보인다. 신체형(태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밖에 형벌을 '규모 내지 급'으로 나누면.. 경범죄급과 중범죄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는 말 그대로 경범죄처벌법의 벌칙이 대부분이며 뒤끝이 없다. 빨간줄이 그인다거나 향후 몇 년 동안 범죄 기록이 조회된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검사가 개입해서 정식으로 기소하고 재판까지 열기에는 너무 자잘하고 사소하고 경미한 영역을 담당한다.

이것을 표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재산형 자유형
경범죄 과료 (과태료,범칙금) 구류
중범죄 벌금 금고/징역

그런데 범칙금이라는 건 정체가 굉장히 모호한 것 같다. 과료나 벌금 같은 부류는 아닌 행정 처벌인데 굳이 과태료와 다른 명칭을 부여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5. 범죄 자체에 대한 중독

세상의 강력 범죄들은 우발적이건 계획적이건 대부분 돈 때문에, 또는 여러 방식의 뒤틀리고 비뚤어진 심성 때문에(자기가 무시 당하고 있다는 생각, 욱하는 감정 조절 실패, 너 죽고 나 죽자는 자포자기 등) 벌어진다.

물론, 그 정도 알량한 이유만으로 끔찍한 범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범죄자는 그에 상응하는 형사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그 정도 이유나 목적조차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 자체만이 목적이고 오로지 거기서만 짜릿함과 쾌감을 느끼는 이상한 사람도 드물게나마 분야별로 있는 게 현실이다.

(1) 원한을 해소하거나 돈을 뺏거나 다른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살인 자체만을 즐기는 거라면 그냥 미친 싸이코패스 쾌락 살인마이다.
국내의 경우 옛날에 “살인을 더 할 수 없어서 우울하고 답답하다. 이럴 거면 날 빨리 사형 집행이나 해 주쇼”로 악명높았던 정 남규 정도가 이 등급일 것이다. 그 사람은 교도소에서 이제 남을 죽일 수는 없으니, 결국 자기 자신을 죽이는 것으로 최후를 맞이했다.

(2) 자기한테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니고 사흘 굶은 상태도 아닌데 남의 물건을 습관적으로 쓰윽~ 하는 건.. ‘도벽’이라고 말까지 만들어져 있다. 남에게 안 들키고 슬쩍이 성공하면 뭔가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기라도 하나 보다. 마치 도박 중독과 비슷하게 말이다.
손버릇이 나쁜 건 어린애부터 성인까지 의외로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3) 그리고 방화도 있다. 10여 년 전에 악명을 떨쳤던 울산 봉대산 불다람쥐 사건 기억하는 분 계신지? 2014년엔 우울증 기분 탓에 습관적으로 서울 대모산에서 산불을 낸 50대 주부가 검거되기도 했다. 야산이나 건물에 몰래 불을 질러서 활활 타는 걸 보고 그 자체만으로 후련함과 쾌감을 느끼는 극도로 위험한 연쇄방화범 부류도 있다.

도박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처럼 살인, 절도, 방화도 중독이 있는 것 같다. 가해자는 범죄자와 정신병자라는 두 영역에 모두 걸쳐 있는 셈이다.
강간도 중범죄이며 변태 중독자가 없을 리가 없는 분야이다. 하지만 성욕은 식욕 수면욕 배설욕처럼 그나마 인간의 본성에 속하는 욕망이다. 이건 다른 범죄 중독과는 약간 다른 분야로 간주하여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흉악범은 보통 누굴 죽이기 위해서,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살인을 이미 저지른 뒤에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서 불이나 물을 동원하는 경우가 있다. (현장 방화, 또는 자동차 째로 수장..)
하지만 피해자의 시신이 화재 현장에서 발견됐거나 물에서 건져졌다 하더라도.. 현대의 법의학 기술은 사람이 진짜로 화재로 인해 죽었거나 익사했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이미 죽은 뒤에 거기에 놓인 것인지 정도는 아주 간단히 정확하게 판별해 낸다. 폐에서 검출된 이물질이라든가 시신 표면의 다른 상처들을 보면 된다.

또한 시신에서 옷을 벗기거나 다른 옷을 강제로 입히는 것은 생각보다 부자연스럽고 꽤 힘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발적인 탈의와 환복인지 아니면 죽은 후에 그렇게 된 건인지도 판별 가능하다고 한다. 옛날에 나치 독일이 유대인들을 가스실에서 학살할 때 샤워를 시킨다고 거짓말을 한 이유도 시신에서 옷을 일일이 벗기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였다. -_-

Posted by 사무엘

2020/06/06 08:32 2020/06/0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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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행기

교통수단들별로 조향과 자세 제어를 위해 존재하는 기동을 잘 생각해 보면..
비행기는 3차원 공간에서 roll (갸우뚱), pitch (끄덕끄덕), yaw (설레설레)가 모두 있다. roll과 pitch는 조종간을 움직여서 조작하고, yaw는 러더 페달을 밟아서 조작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와 달리 자동차는 핸들 조작에 대응하는 yaw만 존재하는 셈이나,
육상 교통수단 중에도 이륜차는 yaw뿐만 아니라 ROLL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커브를 빠르게 돌 때 원심력을 상쇄하기 위해 차체를 커브 안쪽으로 기울이는 것 말이다. 이륜차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비행기도 상황이 같지는 않지만 비슷하다. 좌우로 선회한다고 해서 마치 자동차 핸들을 꺾듯이 yaw만 간단히 주는 식으로 기동하지 않는다.
roll을 줘서 기체를 한쪽으로 기울인 뒤, 그 상태로 pitch를 위로 향하게 하면 기체는 옆으로 선회하게 된다. 비행기를 타 봤다면 이건 익숙한 경험일 것이다. yaw는 roll/pitch부터 주고 나서 자세를 최종적으로 바로잡는 보조 용도로나 쓰인다.

이는 roll, pitch, yaw의 순으로 갈수록 항공역학적으로 부담이 크고 기동의 난이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roll은 비행기의 진행 방향 기준에서 볼 때 동체의 형태가 바뀌는 게 전무하고 주익만 까딱까딱 위· 아래로 움직인다. 그러나 yaw는 동체 양쪽의 엔진 출력을 달리해야 하고, 그 결과도 양쪽이 받는 공기의 양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가 roll 없이 자동차 같은 평이한 코너링을 할 수는 없다.

이런 조종도 비행기가 바른 각도 이내에서 일정 속도 이상으로 날고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착륙이 임박해서 기체가 왕창 속력이 줄었을 때는 조종이 잘 되지 않으니, 아직 속도와 고도가 높을 때 미리 바른 착륙 자세를 설정해 놓아야 한다. 그래서 비행기 조종이 어려우며, 상하 좌우 두 축으로만 가면 되는데도 굳이 축이 3개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착륙을 하려다가 실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인 것이다.

하긴, 회전익인 헬리콥터는 상승이나 하강을 위해서 pitch를 조절할 필요는 없고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그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pitch를 낮춰야 한다. 걔는 전진이 '앞으로 기울어져 선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헬리콥터는 하늘로 떠서 전진하는 원리가 고정익 비행기와는 완전히 다른지라, 거기는 거기만의 항공역학이 따로 존재한다. 테일 로터가 없으면 동체가 로터의 회전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뱅글뱅글 돌아가 버리니, 걔의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yaw는 자동으로 해결될 듯하다.

2. 대중교통의 송풍구

자동차에서 바람(에어컨이건 히터건 단순 바람이건 무엇이든)이 나오는 송풍기는 보통 이런 모양이다. 사각형이고, 풍향을 조절하는 칸막이가 수평 수직 각 축별로 있으며, 풍량 조절은 별도의 동그란 게이지를 돌려서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버스를 타면 이렇게 동그랗게 생긴 송풍구를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송풍구가 위에 달려 있는 열차 같은 다른 교통수단들도 비슷한 형태이지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는 사람이 팔을 위로 뻗어서 힘들게 조작해야 해서 그런지, 잡다한 게이지들 없이 앞서 살펴보았던 승용차용 송풍기보다 더 간편하게 조작 가능하게 돼 있다.
한 칸막이로 수평· 수직 기울이기가 모두 가능하다. 비행기로 치면 yaw와 pitch가 모두 된다. 그리고 칸막이 자체를 다이얼 돌리듯이 돌려서 roll을 하면.. 그걸로 풍량 조절이 된다.
오오.. 이런 식으로 동그란 칸막이 하나에다가 풍향과 풍량 조절 기능을 모두 집어넣었구나~! 순간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이스틱, 트랙볼, 마우스 같은 포인팅 장비들도 기본적으로는 수평· 수직 두 축의 궤적만 전할 수 있는데, 마우스는 모르겠다만 나머지 둘은 스틱이나 볼 자체를 좌우로 비틀어 돌려서 한 축의 궤적을 더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휠 같은 데에다 활용할 수도 있겠다만 처음에 지원되던 수직 단일로 한정이다. 요즘은 휠도 수평· 수직을 모두 지원하는 추세여서 제대로 지원하려면 얘만의 고유한 손잡이가 필요하다.

3. 성경에서 너비와 길이와 깊이

엡 3:18을 보면 "모든 성도들과 함께 너비와 길이와 깊이와 높이가 어떠함을 능히 깨닫고"라고 나와 있다.
앞뒤 문맥을 보고는 많은 성경 역본이나 주석이 저 구절을.. '하나님의 사랑이 x y z축 어디로나 얼마나 방대하고 위대한지 깨닫고"라고 편하게 번역하거나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해당 본문 문장은 통사론적으로 그렇게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다. 추상적인 게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물리적인 너비와 길이와 깊이와 높이이다. 이거 정체가 뭘까?

단서가 될 만한 관련 참고 구절은 롬 8:39이다. 같은 바울이 "높이, 깊이, 그 어떤 창조물이라도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떼어놓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주의 어마어마한 높이와 깊이를 가리키며, 하나님의 사랑이나 지식은 그런 것조차 아득히 초월한다는 걸 말한다. 저 높이와 깊이란 우리를 하나님으로부터 단절시켜 버릴 법해 보이는 물리적인 장벽일 뿐이지, 최소한 사랑 같은 훈훈한 추상명사는 아님이 명백하다.

바울은 서신서를 저술하면서 하나님의 영감으로 우주의 스케일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유를 구사할 때 그런 단어를 종종 사용한 것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서는 '-이', '-음' 이라고 접사의 종류가 달라지긴 했지만, 하나로 일치시키는 게 더 바람직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송 명희 작사 <계신 주님>이라는 찬양 가사를 보면서도 뭔가 3차원적인 심상을 느낄 수 있다.

나의 앞에 계신 주님, 나의 눈동자에 주 있게 하소서 (roll)
나의 머리 위에 계신 주님, 나의 머리 들어 주 바라보게 하소서 (pitch)
나의 좌우 옆에 계신 주님, 나와 동행하시는 주 알게 하소서 (yaw)
나의 뒤에 계신 주님, 나를 안으시며 보호 하시는 주 의지하게 하소서


최 용덕 작사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와도 좋은 대조를 이루지 않는가? ^_^

Posted by 사무엘

2020/02/28 19:34 2020/02/2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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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는 숨을 오랫동안 참고 있으면 곧 극심한 괴로움을 호소하면서 기도를 열어서 무엇이라도 무조건적으로 빨아들이려고 애쓰게 된다. 주변이 온통 물이나 유독가스뿐이더라도 말이다. 이 때문에 다른 물질(흡입), 다른 도구, 외력(강제로 호흡 차단)으로 인해 질식사를 할지언정, 혼자 숨을 참아서 자살할;;; 수는 없다. 이건 인간이 스스로 호락호락 목숨을 끊을 수 없게 하는 일종의 안전 장치이기도 한 것 같다.

글쎄, 과거에 대종교의 핵심 간부이면서 독립 운동가였던 나 철, 서 일 같은 사람은 스스로 숨을 참아서 목숨을 끊고 자결· 순국했다고 전해진다. 마치 어느 만렙 불교 승려가 꼿꼿한 가부좌 자세로 분신 인신공양을 한 것만큼이나.. 저게 아주 특수한 수련을 통해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평범한 일반인에게 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숨을 안 쉬어서 인체가 괴로움을 느끼는 판단 기준은.. 정말 의외인데 산소 부족이 아니다. 반대로 체내에 축적된 이산화탄소의 증가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것만큼이나 이산화탄소는 물질대사로 인해 계속해서 생성되니까.. 그리고 이게 산소 부족보다 먼저 감지되는 더 민감한 현상이다.

코나 입을 틀어막거나 목을 조르는 게 아니라 그냥 얼굴만 비닐봉지로 씌워서 밀폐해 보면(...;;) 얼마 못 가 숨이 가빠지고 얼굴이 벌개지긴 한다. 이것도 산소 부족 때문이 아니라 봉지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해서 호흡만으로 이산화탄소의 배출과 농도 조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요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0.04%, 대략 400ppm으로 여겨지는데, 날숨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가량으로, 약 100배 증가한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은 잘 하고 있으면서 순수하게 산소만 부족한 상황은 인체가 제대로 감지를 못 한다고 한다. 그냥 나른하고 체력이 딸리고.. 물론 그 상태로 등산 같은 무리한 신체 활동을 하면 고산병 같은 증세도 일어나겠지만, 대기압이 정상이면서 격렬한 신체 활동 없이 산소만 없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픽 쓰러지고 훅 갈 수도 있다.

하긴, 그렇게 위험을 감지할 기력 자체가 사라지니까 말이다. 스타에서 다크 템플러가 일꾼을 원샷 원킬 하는 것은 under attack 경보가 안 뜨듯이.. 일산화탄소 중독 같은 걸로 질식한 사람만 해도 다 그냥 픽 쓰러지지, 얼굴 벌개지고 켁켁거리면서 의식을 잃지는 않는다는 걸 생각해 보자.

그리고 굳이 그 정도로 위험한 유독가스가 아니라 질소만 100% 있는 곳에 있어도 사람은 똑같이 픽 쓰러질 수 있다. 누가 나쁜 마음 품으면 이런 중독과 질식을 이용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고통 없이 쉽게 가는 자살· 살인 방법을 고안할 수도 있을 정도이다.

수영을 하면서도 과호흡이라고 해야 하나, 이산화탄소만 내보내어 인체가 내보내는 자연스러운 호흡 충동을 강제로 억제함으로써 실제 체력보다 더 오래 숨을 참는 테크닉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도 조심해서 활용해야 한다. 멀쩡히 수영하던 중에 뇌의 산소 부족 때문에 아무 이상 징후 없이 의식을 잃고 익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키는 Shallow Water Blackout이라는 현상 내지 용어도 있으니 참고하시라.

이런 맥락에서, 요즘은 하품도 산소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최소한 주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졸음 운전은 명백하게 차내의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현상으로 여겨진다. 물론 그래도 날숨보다는 훨씬 낮은 농도이니까 졸리기만 하는 것으로 끝나지, 그 이상이면 탑승자들이 견디지 못한다.

운동을 할 때 몸이 지치는 것에도 숨이 차는 것과 근육이 저린 건 별개의 영역인데, 호흡과 관련해서도 산소 부족과 이산화탄소 과다는 서로 완전히 별개로 생각해야겠다.
인체가 자기 상태를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이것 말고도 몇 가지 더 알려져 있다. 허기를 표현하는 배꼽시계만 해도 지금 정말로 영양분이 부족한 상태만을 곧이곧대로 나타내는 게 아니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며..

좀 극단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사람이 극심한 저체온증으로 동사하기 직전에 정신줄이 오락가락 다 놓였을 때는 오히려 불타는 듯한 더위를 느끼고 옷을 훌훌 벗기도 한댄다. paradoxical undressing이라고 이름까지 붙었는데 이것도 그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해 있다.

이건 자가색정사만큼이나 사람의 사인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스스로 옷을 벗은 단순 저체온증 동사자도 마치 강력 범죄를 당해서 탈의당하고 희생된 것처럼 보이게 되니까..) 그리고 온도나 음식뿐만 아니라 호흡 상태 판단 알고리즘에도 저런 식으로 헛점이 있는가 보다.

그래도 호흡이 어느 물질이 어떻게 변화하는 과정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체내의 산소 부족과 이산화탄소 과다는 대부분, 사실상 동치라고 봐도 무방하긴 하다.

끝으로 호흡 하니까 떠오르는 게..
음식의 맛은 혀로 느낀다고들 그런다. 그런데 숨을 참으면서 음식을 먹을 때는 절대로 감지되지 않다가, 숨을 코로 내쉴 때만 느껴지는 그 형언할 수 없는 ‘끝맛’은 도대체 무슨 기관 내지 장기가 어떤 원리로 감지하는 것일까? 굉장히 궁금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20/01/09 08:35 2020/01/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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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식물보다 키우는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드니 식품 버전인 고기 역시 채소보다 비싼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동물은 해체해서 식용 부위를 추출하는 것도 식물보다 훨씬 더 어려우며 고급 기술이 필요하다. 어디 그 뿐이랴? 보관하는 데도 식물보다 훨씬 더 저온의 냉장· 냉동이 필수이다.

하지만 인간은 근본적으로 채식만 해서는 영양학적으로 제대로 성장하고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고기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인간은 소화 기관의 구조가 육식 동물에 더 가까운지라, 식물을 섬유질까지 몽땅 뽕을 뽑으면서 오랫동안 길게 소화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걸 생각하면 풀만 뜯어 먹으면서 그 엄청난 덩치와 체력, 그리고 쇠고기라는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 내는 소가 참 대단하긴 하다. 개와 돼지는 사료가 인간의 음식과 어느 정도 호환되는 잡식이기라도 하지만 소는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일본인은 초식동물이니 길거리의 풀을 뜯어먹으며 진격하라"는...;; 가능할 리가 만무하다.

아 그런데 일본은 메이지 유신 근대화 이전엔 서민들에게 육식이 아예 법으로 금지되기도 했었다.!! 물자 절약 내지 정신력 단련(?) 명분으로 그것도 무려 1000년이 넘게 말이다. 물론, 알음알음 산짐승이나 물고기를 몰래 잡아먹는 것까지 금지는 가능하지 않았겠지만.. 이 정도면 무타구치 렌야 같은 사람이 "일본인은 초식동물" 드립을 칠 만도 했겠다. ㄲㄲㄲㄲ

또한, 한반도의 조선만 해도 소를 무단 도축하다 걸리면 사형이었다. 조선이 무슨 힌두 교를 믿어서 소가 숭배 대상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소는 단순 식용으로 함부로 잡기에는 다른 용도로도 너무 비싸고 귀하신 몸이며 거의 국가 차원에서 수효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은 상업과 교통· 통신 기술의 발달, 냉동 기술의 발달 덕분에 인류는 어느 때보다도 고기를 풍부하고 저렴하게 먹고 있다.
고기는 식물에 없는 영양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영양과 별개로 부드럽고 기름기가 흐르는 게 비주얼과 냄새까지도 일품이다. 그렇다 보니

  • "반찬이 온통 잡범들뿐이네. 어디 살인 사건 하나 없나?"  (영화 아저씨 대사 중)
  • "식탁에서 자연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구나. 그런데 자연에도 달리는 동물이 있는데 여긴 그게 없네."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라면 끓여 주세요~ 그분..)

처럼 고기 타령을 하는 방법도 참 예술적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굶주리는 사람들도 있고, 또 식용 가축은 너무 많이 키우는 경우 각종 배설물로 인한 수질 오염과 지구 온난화(메탄 가스..) 문제가 커진다. 구제역 같은 질병 리스크도 있고 말이다.
엄청난 대량 생산과 동물학대 급의 착취로 단가만을 낮췄을 뿐이지, 고기 한 점을 얻는 데 드는 절대적인 비용이 예나 지금이나 그렇게 차이가 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통상적인 소· 돼지고기나 생선 말고 좀 기괴한 다른 형태의 단백질 공급원, 그리고 기존 고기들의 대체제들이 연구 개발되고 있는 사례를 나열해 보았다.

1. 민물고기

서양에서는 위생 관념이 막장이던 옛날에도 생선을 날것으로 먹는다는 생각은 차마 안 했던가 보다. 회와 초밥을 세계화시킨 것은 일본이다. 생고기는 익힌 고기와 달리 잘 썰리지 않기 때문에.. 요리사가 잘 썰어 주는 게 중요하다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바닷물고기가 아니라 붕어 같은 민물고기를 회를 쳐서 먹는다면..?? 그것도 양식도 아닌 자연산을 그대로..??

이건 베어 그릴스 급의 그 어떤 생존왕이라도 권하지 않는 식사법이다. "난 관대하기 때문에 기생충의 숙주가 되고 싶어 미치겠소~!"가 아니라면 구충약을 단단히 챙기고 at your own risk로 먹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 쫄깃한 맛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여서 민물회 매니아 취향인 사람도 있다.

민물고기는 척추동물 급에서는 활동 범위가 가장 제한되고 좁은 생물이다. 안 그래도 물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바다로 나갈 수도 없으니 말이다. 교통수단으로 치면 안 그래도 앞뒤로밖에 못 다니는 철도 차량인데 동력원도 단거리용 직류 전기만 가능한 도시철도 지하철에 비유할 수 있겠다. (일반열차용 교류 전철화 구간을 이용할 수 없음)
그리고 민물고기는 인류가 거의 최초로 섭취한 육류라고 여겨진다. 바닷물고기나 다른 육상 동물보다는 더 쉽게 얻을 수 있었을 테니..

2. 충식

취향이 정말 특이한 일부 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듬이 달린 검정색 또는 형형색색의 벌레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징그러움과 더러움과 혐오감을 느낀다.
이런 생물들이 크기까지 척추동물 급으로 거대하다거나, 밟아 죽일 때마다 헤모글로빈이 섞인 시뻘건 피가 찍찍 터져 나왔다면.. 마치 사람 말고 다른 동물이 도구와 불을 다루는 것만큼이나 공포와 끔찍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덩치 작고 징그럽고 체액이 뻘겋지도 않고, 인간에게 민폐를 끼치는 경우가 많고, 번식력 하나는 왕창 막강하니.. 인간은 이런 곤충을 별 생각 없이 정말 잘 죽인다. 그리고 곤충이 식용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먹을 게 없으면 역사적으로 곤충도 먹어 왔다. 메뚜기 정도면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으며, 메뚜기 섭취는 심지어 성경에도 나올 정도이다. (레위기, 침례인 요한..)

실제로 곤충은 먹이 공급 비용 대비 뽑아낼 수 있는 단백질의 효율이 의외로 좋다고 한다. 그리고 동물 학대 논란 따위 전혀 없이 바글바글 떼거지로 양성해서는 곧바로 굽고 튀기고 가공해서 식품으로 만들 수 있다.;;; 벌레를 죽이는 건 돼지나 소 따위를 도축하는 것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가볍고 쉬운 일일 테니..

벌레(번데기 포함)를 그대로 굽거나 튀겨서 내놓는 것이랑, 벌레로부터 단백질 같은 성분만 추출해서 벌레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분말, 칩, 육포 등..) 식품을 만드는 건 별개의 문제이다. 현실에서는 중국 정도가 전자 같은 충식에 우호적인 듯하며, 영상물에서 사람들에게 충식에 대해 꽤 대놓고 긍정적으로 널리 홍보한 사례는 아마 라이온 킹이지 싶다. 심바는 자기 몸의 8할은 타 포유류가 아니라 곤충인 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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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 오늘날 고기의 대체제로 연구되고 있는 건 후자이다. 충식이라는 티를 최대한 안 내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로 하여금 심리적인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3. 콩고기 등의 식물성 고기

식물성 재료를 이용하여 고기의 외형과 맛을 재현하는 기술이 생각보다 오래 전부터 많이 발달해 왔다. 동물을 사랑하지만 고기 맛을 잊지는 못하는 채식주의자라든가, 원가를 최대한 낮추면서 얼큰한 국물과 고기 건더기를 fake로라도 구현해야 하는 라면 스프 제조업자들이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고기화하기 제일 만만한 작물은 단연 콩이다. 콩은 지력을 소모하는 타 식물들과 달리,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해서 지력을 회복시켜 주는 아주 신기하고 유용한 식물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해서 진작부터 밭에서 수확하는 고기 급의 취급을 받아 왔다. 성경에서 다니엘이 바빌론에서 우상에게 바쳐진 고기와 와인 대신에 먹었던 것도 그냥 채소가 아니라 콩이었다. (단 1:12)

대놓고 가공육이 아니면서 각종 냉동· 인스턴트 식품에서 고기 비스무리하게 박혀 있는 것들, 성분에 '대두단백'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들은 전부 콩고기이다. 이것들이 고기 맛을 저렴하게 내는 데 이미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가공 비용이 들어가긴 하지만 그래도 원재료가 진짜 고기보다 워낙 저렴하니 수지가 맞는 듯하다.

콩고기도 싸구려만 있는 게 아니며, 비싸게 고퀄리티로 만들면 요리사도 구분을 못 할 정도로 레알 동물 고기하고 맛과 식감이 비슷해진다고 한다.
다만, 너무 비싸지면 그냥 진짜 고기를 쓰고 말지 콩고기를 만든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마치 위조지폐가 제조 비용이 액면가 이상으로 너무 비싸지면 만드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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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말고도.. 밥이나 분식류를 만들지 어떻게 저걸로 고기를 만드나 싶은 밀이나 쌀로도 고기를 빚어 내는가 보다. 햄· 소시지· 스팸 같은 가공육이야 싸구려는 진짜 고기 대신에 밀가루만 잔뜩 들어있긴 하지만.. 그런 곡식에도 단백질이 없지는 않다.

물론 이런 식물성 고기로 김치를 볶는 것까지 가능한 삼겹살이라든가.. 꽃등심, 갈비를 재현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햄버거 패티용 다진 고기라든가 제육볶음 정도는 충분히 따라잡았다. 기름기와 영양분까지 진짜 고기를 대체하지는 못해도 외형과 맛은 얼추 비슷해졌다는 것이다.

4. 배양육 (인조 고기)

앞의 2번은 척추동물을 죽이지 않는 것이고 3번은 동물을 죽이지 않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거 4번은 아예 채식만치도 생명체를 죽이지 않고, 실험실에서 생화학적인 방법만으로 고기를 만드는 방법을 말한다. 식용 가축의 줄기 세포를 키워서 살코기를 얻는 방법이 쓰인다.

이건 동물을 full scale로 키우는 게 아니라 고기를 얻는 부분만 인위로 얻는 아주 획기적인 방법이다. 글쎄, 원가를 더 절감하기 위해서 일명 GMO라고 불리는 유전자 조작까지 행해질 여지가 있는데, 그건 현재로서는 논란이 많으며 벌써부터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배양육은 진짜 고기를 얻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윤리 문제와 비효율을 상당수 해결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생산 비용 자체가 너무 높다. 굉장히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식물성 고기는 저렴하기라도 한 반면, 식물에도 의존하지 않는 인공 배양육이 기존 대체 고기의 장점을 곧장 흡수 가능하지는 않은 실정이다.
그렇다고 당장 양산해서 단가를 낮출 수 있을 정도로 맛 좋고 육즙과 품질이 뛰어난가 하면 그렇지도 않기 때문에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5. 똥고기

인간의 배설물이 끔찍하게 더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거기에도 인체에 흡수되지 않은 영양분이 적지 않다는 것은 인류의 오랜 실험 정신(!) 덕분에 알려져 있었다.

식물에게야 동물의 배설물이 거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대변이 아닌 소변 정도는 여과· 정수해서 사람이 다시 마시는 기술이 실제로 쓰이고 있다. 특히 우주 정거장 같은 데서 말이다. 우주에서는 물이 귀한데 무겁기까지 하기 때문에 식수를 따로 챙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소 연료가 연소한 결과물로 생긴 물이라든가 인체에서 나온 오줌까지 몽땅 재활용해서 식수로 활용해야 한다.

허나, 대변을 퇴비로 삭힌 것도 아니고 오리지널 X로부터 영양분을 추출하고 살균 처리를 해서 고기 패티를 만들었다면 선뜻 먹을 수 있겠는가? ㅠㅠ
이건 배양육이나 식물성 고기처럼 여러 기업들에서 앞다투어 연구한 건 아니고, 오덕의 나라 일본의 어느 대학교 연구팀(이케다 미츠유키 교수??)에서 2011년에 딱 한 번 결과물을 발표해서 전세계적으로 매스컴을 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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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 문제는 정말 걱정 안 해도 된다면서 연구 책임자가 직접 먹으면서 인증을 했다.;;
그리고 생산 비용이 아무래도 기존 진짜 고기보다 더 비싸지만 생짜 배양육보다는 저렴하며, 이 역시 추가적인 후속 연구와 대량생산을 통해 충분히 낮출 수 있다고 그런다.

그러나 그 뒤로 연구가 얼마나 더 진행됐는지, 2019년 현재는 딱히 검색돼 나오는 게 없다. 연구하는 중에는 맨날 X과 부대끼며 사느라 X냄새 때문에 고생 많이 하지는 않았으려나 모르겠다... ㅠㅠㅠ

제주도에는 일명 똥돼지라고 불리는 '제주 흑돼지'가 유명하다. 털 색깔이 검기도 하거니와, 먼 옛날에 실제로 인분을 먹이면서 독특하게 사육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은 진짜로 똥을 먹이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변은 영양분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 온갖 세균도 많기 때문이다.

이상이다.
1번은 좀 성격이 다르니 그렇다 치고, 나머지 대체 고기 생산 기술은 21세기 인류를 먹여 살릴 고부가가치 신기술 중 하나라면서 세계의 내로라하는 갑부들이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단백질의 출처라는 게 식물로도 모자라서 벌레, 줄기세포, 심지어 대변까지 등장했다..;; 그나마 이미 어느 정도 통용되고 있는 것은 식물이 유일하고, 줄기세포 배양육은 아직 완성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벌레와 대변은 기술적인 난관은 물론이고 사람에게 팔아먹으려면 심리적인 거부감도 극복시켜 줘야 할 것이고, 그게 안 되면 그냥 동물 사료용이나 환경 처리 기술 정도에나 의미를 둬야 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맛 좋은 대체 고기가 저렴하게 보급되어 마치 쿼츠 시계나 디지털 카메라 같은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면.. 기존의 진짜 고기는 마치 기계식 시계나 필름 카메라처럼 현역 일선 주류에서 물러나고, 소수의 매니아 고급 취향용으로나 명맥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다만, 진짜 고기는 안 그래도 비싼데 대량 생산 메리트까지 없어지면 그 가격을 서민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게 되겠다. 그리고 그런 시대가 현재로서는 겨우 수 년 안으로 가깝게 금방 찾아올 것 같지는 않다.

*. 여담: 곤충이 죽는 방식

기왕 충식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문득 의문이 든다. 곤충은 죽을 때 왜 늘 벌렁 뒤집힌 채로 죽을까?
밟거나 누르거나 파리채로 때리는 등의 물리적인 방법으로 죽일 때는 실감하기 어렵지만, 살충제라는 비충격· 비파괴식(?) 방법으로 죽여 보면 놈은 약속이나 한 듯이 뒤집힌 채로 발버둥 치다가 죽는다. 파리건 바퀴벌레건.. 비행 가능 여부와 무관하게 말이다.

몸체를 일부러 뒤집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굉장히 흥미로운 현상인 것 같다.
그래서 각종 만화나 일러스트에서 곤충이 뒤집힌 모습은 죽은 모습과 거의 동급으로 취급된다. 사람 얼굴 그림에서 눈이 X자 모양으로 그려지고 혀가 튀어나온 게 기절하거나 죽은 모습의 상징이듯이 말이다.

글쎄, 겉의 현상만 보고서 본인이 세우는 가설은 곤충은 (1) 살충제가 뿜어져 나오는 바람에도 휩쓸려 날아갈 정도로 가볍고, (2) 배보다 위의 등 쪽이 훨씬 더 무겁다. 자동차나 선박만 해도 무게 중심이 높으면 잘 전복되듯이, 이런 구조 때문에 "곤충은 살충제에 몸이 마비되어 죽을 때는 대체로 벌렁 뒤집힐 것이다" 정도로 추측한다.

물론 이에 대한 답변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다리가 맛이 가는 것하고 몸이 뒤집히는 것하고 무슨 인과관계가 있는지 답변이 납득이나 수긍이 가지 않는다.

멀쩡히 살아 있고 날지 못하는 곤충을 매끄러운 평지에서 180도 벌렁 뒤집어 놓으면 스스로 똑바로 설 수 있기는 한가 모르겠다. 가능한 놈도 있고 불가능한 놈도 있을 것 같다.
저렇게 뒤집힌 채 다리를 꼼지락거리며 사경을 헤매고 있는 곤충을 도로 뒤집어 놓으면 어떨까 궁금해진다. 실제로 이동하지는 못하겠지만 뒤집히지 않은 원래 자세대로 죽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 않을까?

여담이지만 평범하게 자연사 내지 병사한 놈은 이론적으로는 그냥 배가 땅을 향한 평상시의 자세로 죽는다고도 한다. 허나, 대부분의 곤충은 인간에 의해 끔살 당하거나 아니면 자연에서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자연사하는 놈이 과연 얼마나 되려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9/12/26 08:35 2019/12/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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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이야기

지난 추석 때 산에서 벌초를 해 보니 동물과 식물의 차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이 들곤 했다.
톱과 낫으로 식물에게 하는 짓을 동물에게 그대로 했다간.. 그야말로 종류를 불문하고 처참한 광경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식물은 그렇게 베고 또 베어도 죽지 않고 끈질기게 또 자라난다. 뿌리까지 완전히 뽑아 버리거나 약을 쳐서 화학적으로 말려 죽이지 않는 한 말이다.

식물은 동물 같은 고통을 느낀다는 개념 자체가 없으며, 한쪽에서 발생하는 질병이 다른 쪽에서는 전혀 위험을 일으키지 않는다.
생명을 지니고 있는데 동물과 식물은 그 근원이 어쩜 이렇게 서로 다를까 싶다. 식물은 죽어서 부패하는 과정도 동물(특히 빨간 피가 흐르는 것들)보다는 훨씬 덜 역겹고 덜 징그럽지 않던가..

그리고 한편으로.. 산에서 야생 전투모기에게 수십 군데를 물려서-_- 서울 모기와는 차원이 다르게 오래 가는 가려움과 붓기를 체험해 봤다.;;
모기에게는 사람의 이산화탄소와 땀 냄새가 마치 삼겹살 굽는 냄새처럼 느껴지기라도 하는 걸까? 그리고 모기도 단백질이 그렇게 궁하지 않을 때는(;;) 그냥 평범하게 식물의 진액만 빨아먹는다는데?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모기나 거머리가 사람에게 아무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피부를 찢고 피를 쪽 빨아 가는 기술은 인류가 아직 개발하지 못한(주사기..) 신묘막측의 영역이 틀림없다..;;
이런 일이 있었던 관계로, 오늘은 특별히 식물에 대해서 그 동안 관찰하고 생각해 온 여러 썰들을 풀어 보겠다.

1. 풋사과와 풋고추

우리말에서 '풋-'이라는 접두사가 활발하게 쓰이는 식용 식물이 사과와 고추 말고 또 존재하는가 모르겠다. 둘 다 '풋' 버전은 표면이 초록색이다가, 완전히 익은 놈은 빨간색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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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의 경우, 빨간 고추는 너무 매우니 단독으로 우적우적 먹는 일은 사실상 없고, 다지고 갈아서 고춧가루나 다른 양념의 형태로 많이 먹는다. 그러나 초록색 풋고추는 복불복으로 아직 덜 맵기도 하기 때문에 얘만 단독으로 된장에 찍어 먹기도 하는 것 같다.

어떤 풋고추가 매운지의 여부를 외형만 봐서는 알 수 없으며, 내 경험상으로는 그냥 복불복 운에 의존해야 하는 것 같다. 다만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속담은 신빙성이 있다. 작고 홀쭉한 놈이 더 매울 가능성이 높으며, 반대로 큼직한 풋고추는 대체로 맵지 않더라.

한편, 사과의 경우 일부 초록색 껍질의 사과를 보면 마치 한국에서 흰 껍질 계란을 보는 것처럼 희귀· 희소함이 느껴진다. 이건 대놓고 설익은 풋사과를 딴 게 아니라 초록색 상태에서 여느 익은 빨간 사과에 준하는 맛이 나는 '아오리'라는 별도의 사과 품종이라고 한다.

배는 사과 같은 껍질의 색깔 변화도 없고, 내부가 공기에 노출되면 갈색으로 변색되는 것도 없으니..
금속으로 치면 철과 구리의 이온화 경향 같은 차이가 생물학적으로 존재하는가 궁금한 생각이 든다.

2. 억새

난 어린 시절부터 억새라고 하면 그냥 길다란 잎의 단면이 날카로워서 맨살이 베이기 쉬운 귀찮은 풀 정도로만 알아 왔다.
줄기에 뾰족한 가시가 숭숭 돋은 물건은 장미를 비롯해 여럿 있지만.. 잎이 저런 구조인 물건은 내 머리에 떠오르는 게 딱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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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은 억새도 갈대처럼 꼭대기에 하얀 이삭들이 달려 있어서 언뜻 보기에 둘이 잘 구분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억새를 검색하면 둘의 차이점, 구분 방법이 잔뜩 걸려 나올 정도이다.
둘이 그 정도로 서로 닮았는지는 본인도 미처 몰랐다. 다만, 갈대는 물 주변과 습지에서 더 즐겨 서식하고 억새보다 키가 훨씬 더 크다.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는 1937년도 곡인 '짝사랑'이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으악새는 그냥 억새의 방언인지, 아니면 다른 조류 동물인지 심상이 중의적이어서 영원한 논쟁거리로 남아 있는가 보다. 작사자가 오래 전에 죽고 없으니 말이다.

옛날에 "화왕산 억새 태우기"라는 행사가 경남 창영에서 3년 주기로 개최되어 왔다. 그러나 딱 10년 전의 6회 때 불을 잘못 질러서 방문객이 5명이나 숨지는 참사가 터지는 바람에 이 행사는 영원히 폐지되었다.

3. 관목(灌木 shrub)

세상의 식물 중에는 가로수 같은 아름드리 나무가 아니고, 나팔꽃처럼 덩굴 줄기밖에 없는 부류도 아니고..
굳이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나무이긴 한데 나무라는 걸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키가 왕창 작아서 몸통이 안 보이는 물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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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을 관목이라고 부르는가 보다. 다 자라도 키가 2미터를 안 넘고 작고, 초록색 잎만 둥그렇게 무성하면서 줄기· 몸통이 안 보이는 작은 나무(?) 말이다.
길거리나 정원 같은 데서 조경용으로 맨날 보는 식물이니 하나도 생소할 것 없다. 어떤 도로에서는 길가가 아니라 정중앙에 중앙분리대 대용으로 이런 부류의 식물이 심겨 있기도 하다.

얘들은 지면까지 차지하는 부피가 골고루 크기 때문에 조밀하게 심어서 사실상의 울타리 역할도 한다.
내가 이런 식물의 존재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별로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하긴, 대나무는 잘 알다시피 나무가 아니라 풀이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과일과 야채의 경계도 많이 헷갈리는 편이다.

4. 잔디

정원을 구성하는 식물 중에서 나무, 관목보다도 더욱 키가 작고 지표면을 가장 낮게 덮고 있는 건 잔디일 것이다.;; 얘는 뿌리와 잎만 있지 줄기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사람이나 동물들에게 허구헌날 밟히고, 초식동물에게 뜯어먹히지만 얘는 그래도 끈질기게 버티고 살아남는가 보다. 아 그러고 보니 땅뿐만 아니라 무덤 봉분을 뒤덮고 있는 것도 이런 부류의 잔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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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잔디가 심어져 있으면 미관에 더 좋은 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온도와 습도 조절이 되고, 운동 경기를 할 때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크게 줄여 준다. 또한, 돗자리를 깔 때도 밑면에 흙먼지가 덜 묻게 해 준다. 신이 창조해 주신 정말 고맙고 유용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잔디도 겨울에는 죽어서 누래지는 놈이 있는가 하면, 언제나 초록색이 유지되는 상록(?) 잔디 또한 있다고 한다.

5. 잡초

'잡초'라는 건 발효와 부패의 차이만큼이나 매우 인위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분류이다. 잡초라는 종이 생물학적으로 따로 있다거나, 얘들이 무슨 해충· 병원균 급으로 인간이나 자연에게 심각한 해를 끼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똑같은 초록색이라고 해서 모든 식물이 식용 가능한 건 아니다. 글쎄, 상추나 깻잎 같은 건 인간이 먹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모든 채소잎을 뜯어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니 말이다. 심지어 초식동물조차도 아무 식물이나 마음대로 먹을 수 있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밀림· 정글은 녹색 사막이라고 불릴 정도로 보기보다 인구 부양력이 형편없다. 그냥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한다는 의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잡초는.. 광합성을 해서 산소를 만들고 뿌리로 흙을 붙잡아 두는 등 식물의 아주 기본적인 공통 역할을 하는 것 외에 딱히 인간에게 기여하는 게 없고, 심고 관리하지 않아도 자라기는 왕창 잘 자라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인간이 진짜로 재배하려고 하는 농작물(생산성이 더 높은)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잡초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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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가 무성한 뻘밭. 잔디밭과 비교하면 풀들의 키부터가 들쭉날쭉이고 미관에 좋지 않다. 마치 난개발로 스프롤 현상이 심한 도시의 건물들 모습 같다.)

아니면 농사와 무관하게.. 그냥 아무것도 없어야 할 곳에 불쑥불쑥 불청객처럼 자꾸 자라고 생겨나기 때문에 잡초이다. 이런 잡초는 야외에서 시야를 가리고 미관을 해친다.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잡초라고 불릴 일은 절대 없을 테니, 식용 가능하지 않은 것은 잡초의 필수 조건이라 하겠다.

왜 하필 인간에게 별로 유용하지 않은 식물이 유용한 식물보다 억척같이 잘 자라는 걸까? 그 근본 이유를 성경에서 찾자면 인류의 타락과 더불어 "또한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리라." (창 3:18) 말씀을 펴야 할 것이다.
농사를 짓는다거나 육군 군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이런 녹색 괴물의 강인함과 생명의 끈질김에 줄곧 경악하게 된다.;;

6. 약품

끝으로, 식물에게 치는 약품은 다음과 같은 종류로 나뉘는 듯하다.

  • 영양제 또는 병충해 치료제: 대상 식물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
  • 농약: 대상 식물의 주변에 붙어서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해충· 잡초· 세균 따위를 제거하기 위해
  • 제초제· 고엽제: 대상 식물을 죽이기 위해

1번 영양제· 치료제는 혼자 성격이 많이 다르니 논외로 하고, 어떤 약품이 농약이냐 제초제냐 하는 것은 경계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에프킬라가 모기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궁극적으로는 해롭듯이, 그 끈질긴 잡초를 말라 죽게 하는 농약이 보호 대상 식물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다. 단지, 이로운 농작물이 죽기 전에 잡초를 먼저 죽게 해 줄 뿐이다.

골프장은 산을 깎고 많은 나무들을 베어내어야 만들 수 있지만, 내부의 깔끔한 잔디밭도 농약을 왕창 많이 쳐서 유지되는 것이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다만, 도를 넘는 정도는 아니고 나라에서 전국에 등록된 골프장들을 상대로 관리 실태를(농약 사용량 같은..) 조사도 한다고 한다.

농약은 번개탄만큼이나 자살 수단으로 하도 많이 악용된지라 미성년자의 구매, 얼굴 안 보이는 인터넷 거래를 통한 구매가 전면 금지되어 있다. 뭐, 자살이 아니라 실수로 마신 경우도 있고, 또 음식에다 고의로 몰래 타서 남을 죽이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었다. 그러라고 만든 농약이 아닐 텐데..

그렇다고 위험하고 환경에 해롭다는 이유로 농약을 아예 안 쓰면 인류는 다시 옛날처럼 잡초와 병충해와 힘겹게 싸워야 하고 농산물의 가격은 수직 상승하게 된다. 친자연, 유기농만 고집하다간 후진국형 기생충과 전염병에 다시 시달리게 될 것이다.

농약은 잡초뿐만 아니라 병충해도 상대하기 때문에 살충제하고 성분이나 용도가 뭔가 호환되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가령, 그라목손은 살충제로 치면 DDT 같은 위상이랄까?? 너무 위험하고 장기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되긴 했지만 당장 후진국에서 사람들이 말라리아 때문에 픽픽 쓰러지는 와중에 DDT보다 가성비 더 좋은 모기 퇴치제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농약 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맨날 친자연을 외쳐도 애초에 자연이 인간에게 좋은 것만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이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세상일이 그렇게 단순하고 쉽게 돌아가는 게 아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9/12/23 08:34 2019/12/2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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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로남불 진영논리는 이제 좀 그만

입으로만 맨날 정의니 진보니 평등이니 외치던 어느 운동권 출신 법학자가 알고 보니 자기는 지력이 못 따라 주는 지 애새끼를 온갖 추악한 불법과 편법과 비리를 동원해서 신분 상승시키려 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폭로되었다. 학업 성적으로나, 집안 경제력으로나 '장학금'하고는 억만 리 떨어진 애가 장학금을 뭔 빽으로 어찌 그리 많이 받아 쳐먹었는지! 지금 꼬라지를 보니, 차라리 옛날에 최 숭실· 정 유라 정도면 정말 선량하고 기특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도 결국은 답정너 법무부 장관까지 됐다. 이건 내가 보기엔 지금 대통령이 퇴임 후에 여느 전직 대통령들처럼 잡혀 들어가지 않기 위한 철저한 준비 작업으로 보인다.
게다가 저 양반은 그 와중에도 로스쿨 교수 타이틀까지 휴직 상태로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자신을 대체할 교수를 뽑지도 못하게 해 놓고 말이다. 탐욕의 끝이 어디인지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다.

최· 정 모녀한테 그렇게까지 열받을 필요가 없었는 게..
일단 이건 우리나라에서 최고 민감한 주제인 병역하고 전혀 무관한 일이다. 그 아줌마한테 아들이 있지는 않았으니까..
또한, 난리가 났던 분야가 무슨 의전· 로스쿨이나 평범한 문과대, 공대,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따위가 아니다. 애초에 돈 왕창 깨지고 서민들이 범접하지 못하는 예체능 쪽이다.

흙수저 서민의 신분 상승이라든가 안정된 직장하고는 전혀 무관하고, 학술적인 면모도 별로 없는 분야이다. 논문이나 시험 성적 따위가 아니라 그냥 처음부터 대회 입상 실적에만 목숨 걸어야 하는 곳이다.
그런 바닥에서 뭐 기여입학 좀 하고 수업 많이 빠지고 학사관리가 파행이었던 게 그게 그렇게까지 문제이고 욕 먹을 일이고 저 사람들만 혼자 심하게 잘못한 짓이었나? 고삐리의 의학 논문 1저자에 비하면 완전 별나라 얘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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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머리가 나쁘지 않고서는 좌좀좌빨이 될 수 없겠다는 걸 실감한다. 거기에다가 양심까지 털나면(혹은 탈나면) 금상첨화다. 비슷한 게 이 외수 버전, 심지어 당사자 자신 버전도 있다. 과거에 자신이 해 놓은 말에 정확하게 걸려드는 게 어찌나 많은지, 이건 뭐 조적조 미래 예언 바이블 수준이다.
기록이 몽땅 다 남고, 쥐나 새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도청장치가 존재하는 요즘 세상에 어째 겁도 없이 저렇게 자승자박하는 말을 함부로 씨부리는 걸까?

그래서 그런지 내 주변의 좌좀들은 저 아줌마에 비해서는 일말의 염치가 있는지, 요즘은 온· 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정치 얘기가 쏙~ 들어갔더라.
3~4년 전 정권 때 무슨무슨 장관이고 총리고 내정자가 저 따구였으면 단언하건대 나라가 뒤집어졌을 텐데!

심은 대로 거둔다는 걸 개돼지 좀비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그냥 무조건 묻지 마 진영논리는 출 32:26처럼 신을 대상으로 행사하는 것이지, 사람을 대상으로 행사하는 건 여러 모로 추하고 보기 좋지 않다.

내가 마르고 닳도록 강조하는 거지만 우리나라 정치판은 색깔과 이념만으로 변별하고 승부해야 된다. 종교는 오로지 교리만 보고 판단해야 하듯이 말이다. 우리나라 수준에서 뭔 되도 않은 도덕 청렴 지조냐? 도대체 언제까지 내로남불 행태에나 실망할 참이냐?
그건 좌든 우든 피장파장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으니 지금 시국은 확실하게 친일친미냐, 아니면 친중종북이냐 양자택일 구도라고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저건 좌우 같은 취향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영역이라는 것도 덤으로 인지하고 말이다.

2. 경마? 승마?

아무튼.. 본인은 정 유라가 요즘 뉴스를 보면 참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든 한편으로..
승마라는 게 어떻게 돌아가는 스포츠인지도 문득 궁금해서 한번 찾아 봤다. 난 저 바닥은 진짜 하나도 1도 경험하거나 관람한 게 없고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일단 무슨 육상이나 사이클 경기처럼 말 탄 기수 여러 명이 평지를 죽어라고 달리고 경쟁자를 추월해서 빨리 골인하는 순서대로 금은동메달을 받는 것 같지는 않다. 그건 경마이지, 승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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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승마는 혼자서 장애물 넘고 말을 갖고 묘기를 하는 기교로 승부를 낸다. 마치 군대 사격과 스포츠 사격만큼이나 서로 지향점이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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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선수의 복장이 어째 옛날 마술사 정장과 닮아서 馬術과 魔術을 모두 의도한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성경에서 약 3:3이 한국어 기준으로는 혀(=언어 말)와 동물 말이 모두 떠올라서 공감각적 심상이 형성되는 것처럼 말이다.
선거 관련 용어인 출마도 한자는 馬이며, 승마에 빗대어서 의미가 확장된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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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에는 전군을 통틀어 유일하게, 군견도 아니고 군마를 운용하는 군마대라는 부대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 소속되어 말을 조련할 줄 아는 특수 전공 출신의 병사가 생도들에게 승마를 맛보기 수준으로 가르치는 조교 역할을 한댄다.
이건 프로그래머 양성 커리큘럼에다 비유하자면, 엄청 옛날 CPU의 어셈블리어 코딩을 맛보기 차원에서 가르치는 것과 비슷하겠다. 군인에게 승마는 총검술 같은 완전 레거시 스킬일 테니 말이다.

한편.. 말 탄 선수들이 헬멧을 쓰는 건.. 무슨 오토바이 같은 통상적인 충돌 사고가 아니라, 말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에 대비한 것이다.
큰 말의 등은 일반인이 선뜻 올라타기 어려울 정도로 꽤 높다. 그런데 무슨 말이 몸뚱이가 앞뒤로 두 동강(...;;) 나서 사람이 아래로 푹 꺼질 리는 없으니, 말에서 떨어지게 되면 절대로 다리부터 먼저 곱게 착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낙마 사고는 이륜차 교통사고와는 다른 방향으로 매우 위험하다. 뻑하면 팔· 다리 부러지는 중상을 입거나 심지어 허리나 목이 부러지고 사망까지 할 수 있다. 이건 뭐 무작정 사람 몸을 말에다 결박만 해 놓는다고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6년 12월 7일, 도하 아시안게임 때 김 형칠 선수가 경기 중에 낙마 사고로 목숨을 잃는 참극을 당한 바 있다.
평범하게 말에서 내동댕이쳐진 충격만으로 죽은 추락사가 아니었다. 말이 앞다리가 장애물에 걸리는 바람에 앞으로 고꾸라졌으며, 사람과 말의 상하 위치가 완전히 뒤집혔다. 그래서 그는 500kg에 달하는 말의 몸뚱이에 깔려 현장에서 즉사했다.;;

하필 경부선 전구간 전철화가 완료되기 하루 전날 저런 일이 있었다니..
마치 이 한열 열사가 새마을호 전후동력 디젤 동차가 운행되기 바로 전날 죽은 것과 비슷한 심상이 느껴졌다.

3. 복권

말 하니까 경마에 이어 복권 쪽으로도 의식이 흐르는구나. ㄲㄲㄲㄲ
세상의 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들 중에는 지불한 액수만큼 성능이 무조건 발휘되는(그렇지 않다면 불량품이므로 교환· 환불 대상) 일반적인 물건만 있는 게 아니다. 아예 대놓고 모 아니면 도이고 복불복 형태여서 운에 맡겨야 하며, '꽝'이 있을 수 있는 물건도 있다. 요즘은 온라인 게임의 유료 아이템조차 랜덤박스라고 저런 형태로 나오는 게 있다고 들었다.

주식이나 투자용 금융 상품은 그 운빨이란 게 소비자에만 있는 게 아니고 경제 전반의 미래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운빨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소비자의 실력과 안목과 감도 필요하다. 또한, 경마만 해도 말과 선수에 대해서 뭘 좀 알아야 승률이 높은 말에게 베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 말고 진짜 운밖에 변수가 없는 것도 있는데, 애들을 상대로는 물건 자체에 당첨 여부가 고정적으로 담겨 있는 각종 뽑기나 과자 봉지 속 사은품 아이템이 있었다. (컴파일 타임??) 긁어 보면 당첨 여부를 알 수 있다.
그에 반해 복권은 나중에 당첨 번호가 추첨을 통해 따로 정해진다. (런타임??)

우리나라에서는 초창기에 나라가 워낙 가난하다 보니, 국가적으로 목돈이 필요할 때 무슨 국채도 아니고 복권을 비정기적으로 발행한 바 있다. 예를 들어 1948년 런던 올림픽 참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재민 복구를 위해, 6· 25 전쟁 피해 복구를 위해...
사람들은 당첨 대박을 꿈꾸면서 푼돈을 내서 복권을 사지만, 실제로는 이걸로 벌어들인 돈의 절반 이하 매우 소수만 당첨금 지급용으로 사용된다. 나머지 이윤은 당장 저런 일에 쓰였다. 이게 대한민국의 복권 시즌 1이었다.

그 뒤 제2기는 197, 80년대 주택 복권이고, 제3기는 1990년대에 엑스포 복권이니 체육 복권이니 하면서 온갖 은행과 공공기관, 지방 자치 단체에서 발행한 복권들이 난립하던 시기이다. 중앙 정부에서 복권을 발행하던 1기와는 양상이 확 달라진 셈이다. 그러다가 2002년 말, 스포츠토토와 로또가 전국을 평정한 시즌4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당첨금을 지급하는 은행이 국민 은행이다가 농협으로 굉장히 오래 전에 바뀌었더라. 허나, 본인은 이쪽으로 관심이 없다 보니 그 사실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사실, 복권 몇 장 내지 몇만 원 판돈으로 카지노 몇 판 수준의 가벼운 노름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돈을 억울하게(?) 잃은 게 아니다. 약간의 즐거운 희망고문을 체험한 비용, 그리고 유흥을 즐기고 자리를 차지하고 서빙을 받은 게임비를 지불했을 뿐이라고 생각해야 된다. 내가 물리적으로 내는 돈과 저렇게 얻는 효과를 비교했을 때 가성비가 안 맞다면 안 하면 되고, 예산을 다 소모했다면 미련 없이 일어나야 된다.

저걸로 작정하고 생업을 대체하겠다? 대박 내겠다? 잃었던 돈을 되찾겠다? 세상에 그것만치 멍청한 망상이 없으니 단념해야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신병 수준으로 그런 멍청한 망상에 빠진 중독자가 적지 않은 덕분에 저런 업계가 잘 돌아가고 있다. ㅠ.ㅠ 도박의 최종 승자는 도박장 업주일 뿐이거늘 말이다. 복권도 마찬가지로, 돈을 제일 많이 버는 최종 승자는 그냥 복권 발행사일 뿐이다.

다만, 저거랑 별개로.. 복권의 가격에 세금도 이미 포함돼 있었는데 당첨금에다가 세금을 굉장히 많이 또 떼어 가는 건 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든다. 나야 뭐 복권 고액 당첨자가 된 적이 없었고 그럴 일도 없으니 어찌 됐건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원론적으로만 생각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고위층들의 편법 비리 소식을 접하다 보면.. 평범하게 일하고 돈 버는 것에 대해 회의감과 허탈감,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이래 갖고는 집 장만이고 자녀 양육이고 노후고 미래가 안 보이니 자꾸 "인생한방" 쪽으로 관심이 늘어 간다. 바람직한 사회 분위기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다만, 이것도 마냥 서민들만의 탓은 아니고 인간의 욕심과 결부지어서 총체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복잡한 문제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09/16 08:36 2019/09/1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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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민 아파트

고급형으로 시작했던 한국의 원조 아파트와 달리, '시민 아파트'라는 것이 등장하면서 아파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이건 서민· 빈민들을 좁은 서울 땅에 최대한 많이 수용하기 위해 나라에서 작정하고 건축한 저가의(언제까지나 상대적으로) 양산형 보급형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치면 경차인 셈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시골 빈민들이 아무 일자리나 구하러 무작정 닥치고 서울로 몰려드니.. 서울의 인구는 조선, 일제 시대 등을 통틀어 어느 때보다도 크게 증가하고 있었다. 이들도 발 뻗고 잘 곳이 있어야 한지라, 서울 시내엔 무슨 6· 25 피난민들이 몰렸던 부산처럼 무허가 판잣집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서 도시 미관을 해치기 시작했다. 당장 청계천 주변만 해도 195, 60년대 사진을 보면 판잣집들이 장난이 아니게 많이 늘어서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런 판자촌을 대체할 아파트들을 '시민 아파트'라는 이름으로 서울 곳곳에 시급히 짓게 되었다. 2천 가구에 달하는 주택을 공급할 작정이었기 때문에 과거의 고급형 아파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규모였다. 이 과업을 추진한 주역이 바로 당시 서울 시장이자 불도저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김 현옥이다.

시민 아파트라는 명목으로 지어진 가장 오래된 최초의 아파트는 1969년 4월에 최초 입주가 시작된 '금화 시민 아파트'였다. 경기 대학교 서울 캠퍼스의 바로 뒤쪽 언덕에 있다. 여기서 금화란 아파트가 자리잡은 기슭인 안산의 다른 이름이다. 무악산, 금화산 모두 같은 산을 가리킨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 서울에 이런 붕괴 직전의 폐가 흉가가 있다면서 매스컴을 탔던 그 문제의 아파트가 바로 이것이었는데.. 2015년에 다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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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2000년대 초부터 이미 안전 진단 검사에서 허구헌날 D급 E급 폐급을 받아서 오늘 내일 하고 있었지만, 입주민들은 여기가 아니면 딱히 갈 데가 없던지라 불안해하면서도 철거 직전까지 이 아파트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히 불미스러운 붕괴 사고는 안 나고 곱게 철거되긴 했다.

다른 유명한 시민 아파트로는 삼일 시민 아파트라는 게 있었다. 얘는 산기슭 위주로 만들어진 다른 시민 아파트들과 달리 평지인 청계천 근처에 지어졌으며, 유일하게 주상복합 형태이기도 했다. 1960년대 말 당시에 남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고(63 빌딩 이전) 지리적으로도 가깝던 삼일 빌딩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져서 이름도 똑같이 '삼일'이라고 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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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 고가 도로 위에서 아파트 한 동을 본 모습. 얘는 큰 그림을 찾기가 어려웠다)

삼일 시민 아파트는 2004년경에 철거되었다. 청계 고가의 철거와 비슷한 타이밍이다. 일부 상가 건물은 아직까지 현존하긴 하지만 아파트의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또 이 글에서 언급할 가치가 있는 시민 아파트는 남산 기슭에 있는 회현 시민 아파트이다. 2개 동 중 2차분은 1970년 5월, 전국에서 마지막으로 건설된 시민 아파트이며 2019년 현재까지 철거되지 않고 입주민도 존재하는 유일한 시민 아파트이다. 역사적 가치를 감안하여 보존하느냐, 아니면 안전을 위해 철거하느냐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는데, 얘는 리모델링만 하고 철거까지는 하지 않는 것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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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ㄷ자 모양으로 한 동 형태이다. 두 동으로 따로 떨어진 게 아님.)

시민 아파트의 건설과 관련하여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흑역사가 있으니 바로 1970년 4월의 '와우 시민 아파트 붕괴 사고'이다.
서민용 양산형 보급형 아파트를 짓는다는 계획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다혈질 불도저 시장이 너무 짧은 기간과 너무 부족한 예산만 주고서 까라면 까 군대식으로 시공업체들을 쥐어짜며 밀어붙인 게 문제였다. 업자들도 물자 떼어먹기 비리와 졸속 부실 시공이 관행이었고.. 이 때문에 홍대 근처 와우산 기슭의 지반을 제대로 안 닦고 지었던 아파트 한 동이 해빙기에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같이 자빠져 버렸다.

이 사고로 30여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그나마 입주가 덜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이 정도 피해밖에 안 난 것이었다.
이 사고의 책임을 지고 김 현옥은 서울 시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후임인 양 택식 시장은 훗날 서울 지하철 1호선을 잘 완성했는데, 하필 개통식 때 영부인 저격 사건이 터져서 물러나게 되니 이래 저래 참 허무하다.

김 현옥 시장은 아파트로도 감당이 안 되는 판자촌 주민들을 지금의 성남 구시가지인 서울 외곽 변두리로 반강제로 이주시키기까지 했다. 거기 가면 서울시에서 주거와 교통과 각종 생활 인프라를 저렴하게 책임져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현장은 텐트 하나 달랑 쳐져 있는 허허벌판이었으며 약속이 지켜진 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광주대단지 사건 같은 병크가 터지기도 했다. 이것은 아파트 붕괴 사고와 더불어 흑역사의 양대 산맥이다.

시민 아파트들은 저렇게 시범타로 붕괴된 것을 차치하더라도 애초에 고급 프리미엄이 아니라 열악하게 지어졌기 때문에 세월이 흐르면서 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던 고가차도들이 2000년대 이후부터 하나 둘 철거됐듯, 시민 아파트들도 지금은 거의 다 남지 않고 주차장, 공원 등 다양한 형태로 바뀌었다. 회현 시민 아파트 제2동은 와우 아파트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그나마 더 튼튼하게 지어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인왕산 수성동 계곡도 원래 거기에 옥인 시민 아파트가 있었는데 철거되고 원래 형태가 복원됐다고 들었다.

5. 그 이후

지금까지 얘기가 나왔던 게 일제 시대의 충정 아파트, 그리고 할배 때의 종암 아파트, 나중에 박통 때의 마포와 시민 아파트 시리즈들인데.. 이 정도면 우리나라의 초창기 원조 아파트들과 건설 트렌드는 그럭저럭 다 다룬 것 같다.

1970년을 전후해서 너무 무리해서 지었던 시민 아파트는 아파트에 대한 대외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깎아내렸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그 인식을 개선하고자 아파트의 컨셉을 다시 고급화했으며, 그 첫 작품으로 1971년 말에 (1) '여의도 시범 아파트'를 내놓았다. 이름조차도 '시민' 대신 '시범(example!!)'이라고 바꾼 것이다. 여의도 시범 아파트는 국내에서 엘리베이터가 최초로 설치된 고층 아파트라고 한다..;;

아울러, 시민 아파트 자체는 망했지만 시민 아파트의 본래 취지이던 '서민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택 공급'이라는 이념도 여전히 등한시할 수는 없다. 그 역할은 대한 주택 공사에서 분양하는 (2) '주공 아파트'가 담당하게 됐다. 주공 아파트 1호는 1972년에 지어진 반포 주공 아파트라고 한다. 그리고 74년에는 잠실 주공 아파트도 만들어졌다. 여의도와 강남의 이 아파트들은 아직까지 재건축되지 않고 건재하는 중이다.

1970년대에는 강남 허허벌판도 활발하게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3) 대치동 은마 아파트는 1979년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시간· 공간 배경이 그 바닥이다.
세월이 흘러 서울의 서쪽 양천구의 (4) 목동에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1985년부터 1988년에  걸쳐 입주가 진행됐다. 간선 도로가 독특한 일방통행 형태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끝으로, (5) 1988 서울 올림픽과 관련된 대규모 아파트 건설과 분양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을 방문하는 수많은 선수와 언론 기자들이 거주할 '올림픽 선수 기자촌 아파트'가 올림픽 공원 바로 옆에 동그란 방사형으로 지어졌으며, 올림픽이 끝나고 그들이 떠난 뒤엔 민간에 분양되었다. 그리고 가락시장 남쪽의 문정동에는 '올림픽 훼밀리타운 아파트'라고 해서 선수의 가족들.. 그러니 기자촌보다는 올림픽과의 관련이 약간 덜한 주변 사람들이 머물라고 역시 수천 세대 규모로 지어졌다. 세월이 흘러 이 건물들 역시 노후하여 재건축 대상에 올라 있다.

이런 식이면 요즘은 올림픽 한번 치르려면 경기장뿐만 아니라 주변에 아파트를 짓는 것도 필수인 듯하다. 그 많은 사람들을 짧지만은 않은 기간 동안(수 주 이상) 내내 호텔에 투숙시킬 수는 없으니 말이다. 서울 올림픽보다 최근인 평창 동계 올림픽도 동일하게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라는 유물을 평창군에 남겼다.
그 반면, 옛날에 2차 대전이 끝난 직후에 치러졌던 1948 런던 올림픽 때는 세계가 가난하다 보니 군대 천막과 대학교 기숙사를 동원해서 선수촌을 꾸렸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서울과 수도권은 땅값이 치솟고 온통 아파트 천지가 돼 왔다. 그린벨트는 차근차근 풀리고, 논밭으로 놀고 있던 땅엔 건물이 들어서고, 군부대나 그에 준하는 엄한 시설들은 더 먼 데로 이전하고, 꾸질꾸질한 상가와 단독 주택, 낡고 낮은 아파트들은 재개발된다. 그리고 그걸로도 감당을 못 하니 서울 밖에 신도시가 개발되고 이것도 1기, 2기를 거쳐서 3기까지 만드네 마네 하는 지경이다. 일산과 분당이라는 1기 신도시 건설이 시작된 게 무려 노 태우 때였다.

원래 허허벌판이던 곳을 개발하는 거라면 차라리 나은데 재건축이라면 이미 살고 있던 사람들을 보상하고 이주시키는 게 보통 문제가 아닐 것 같다. 원래 그 땅이나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보상에 동의하고 빠져나갔는데 거기에 세들어 살던 사람들, 애초에 그 부동산에 대해 온전한 권리를 갖고 있지 않던 사람들이 더 난리를 치는 편이라고 들었다. 뭐, 악의적인 알박기를 시전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6. 여러가지 관련 생각들

(1) 서울대나 카이스트 같은 일부 국립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교수 아파트, 그리고 예전에 천장산 근처에서 봤던 과학자 아파트는 어디서 어떻게 운영되는 걸까..?

(2) 옛날에는 아파트 이름이 그냥 지역명이나 시공사의 이름이 붙은 무미건조한 2~3음절 한자어 위주였지만, 2000년대부터는 그 이름도 브랜드화해서 온갖 외래어가 섞인 복잡한 명칭으로 바뀌고 있다. 자이, 래미안, 푸르지오, 블루밍 등등..

그래서 주택 공사조차도 주공이라는 싼티 나는 이름 대신 휴먼시아라는 그럴싸한 브랜드명을 개발했는데, 이게 웬걸 '휴거'(휴먼시아에 사는 거지 깽깽이..)라는 엽기적인 개드립 앞에서 버로우 타고 그걸 흑역사 처리한 바 있다.
쟤들은 LH라는 이니셜을 쓰는데 SH(서울 주택 도시 공사)는 또 뭔지?
옛날에는 주택 마련 복권이라고 해서 매주 TV에서 예쁘장한 아가씨들이 "쏘세요!" 소리와 함께 다트를 던지거나 공을 아무거나 꺼내는 추첨도 했는데.. 요즘도 그런 걸 하는지, 목돈 마련 절차가 어찌 되나 궁금하다. 나도 이런 건 조만간 알아야 할 텐데.. >_<

(3)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 남산 외인 아파트의 발파 해체 장면이 굉장히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렇게 건물을 철거할 때나, 또 예전에 삼풍 백화점이 스스로 붕괴했을 때에나, 심지어 9· 11 테러 때 세계 무역 센터가 무너졌을 때에도.. 건물이 무너질 때는 정말 엄청난 양의 먼지 폭풍이 발생하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급격하게 주변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아주 가늘고 길게 야금야금 조용히 건물을 철거하는 것도 고급 기술이다.
일본에서 지난 2012~13년에.. 우리나라 영친왕이 머물렀던 것으로 유명한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의 신관을 천천히 철거했다. 수십~수백 배속 화면을 보면 건물이 차츰차츰 높이가 낮아지면서 땅으로 꺼져 사라지는 걸 볼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9/01 19:35 2019/09/0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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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오늘날 한국인들 대부분의 주거 형태, 또는 최소한 선호하고 지향하는 주거 형태는 아파트임이 틀림없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 수도권 중심부의 직장· 상권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집을 잡고 살려고 바둥대고 애쓴다. 하지만 결혼해서 처자식이 생기고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지면 어쩔 수 없이 더 멀고 저렴한 외곽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집이 서울 도심에서 몇 km 멀어질 때마다 주거비는 크게 감소하지만 교통비와 통근 시간이 얼마씩 증가하고 삶의 질은 그에 비례해서 떨어진다는 무슨 연구 결과가 나온 게 있다.
다만, 이공계 출신의 경우, 공장이나 연구소, 사업장이 아예 대놓고 지방에 있기 때문에 인서울에 집착하는 게 무의미해지기도 한다. 문돌이도 지방직 공무원에 합격해서 외진 데로 발령 나면 마찬가지이겠지만, 그래도 안정된 직업을 얻은 지방행이니 사정이 낫다.

이 와중에 아파트는.. 비록 층· 벽간 소음 같은 문제가 케바케로 있긴 하지만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몰려 살기 용이하게 해 주며, 행정 능률과 토지의 이용 효율을 끌어올리는 여러 장점들이 있다. 그에 비해 단독 주택은 특별히 넓은 정원 있고 차고에다 수영장 있고 개집 있고 다락방까지 있는 미국식 전원 생활이 아닌 이상, 왠지 꾸질꾸질하고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

좁은 골목길에 치안 안 좋고, 주차 문제도 심각하고.. 더구나 집의 모든 관리를 주인이 일일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점은 느긋한 전원 생활형이라 해도 변함없다. 어지간해서는 그냥 월 몇만 원 관리비로 모든 걸 퉁치는 게 나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단독 주택과 아파트의 차이는 자동차로 치면 자가용이냐 대중교통+렌트냐의 차이와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뭐, 반대로 아파트도 좁고 열악하고 닭장 같은 곳은 단독 주택만도 못한 곳, 돈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 신혼 부부나 잠시 세들어 사는 곳처럼 묘사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동 주택도 급이 다 같은 게 아니기 때문이며, 사실 저게 미국에서 아파트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기도 하다. 뭐, 뉴욕 같이 뽁짝뽁짝 대도시는 논외로 하고 말이다.

아파트는 여느 기숙사나 관사, 고시원 같은 곳과 달리, 화장실이 공동이 아니라 각 집마다 따로 있다. 더 좋은 곳은 안방에도 부부 욕실 같은 게 딸려 있기도 하다.
그리고 보통은 입구가 여럿 있어서 각 입구마다 층당 집이 둘만 있는 게 보통이다. 층수는 10층 이상으로 쭉쭉 잘도 올라간다.

하지만 맨션인지 빌라인지 하는 곳은 통상적인 아파트만치 높지 않다. 층수는 그냥 한 자리수이며, 입구는 하나만 있다. 그리고 한 층에서 모든 집들이 한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뭐, 아파트 중에도 이런 형태인 게 없지는 않긴 하지만, 입구별로 층당 집이 둘씩만 있는 아파트보다는 폐쇄성· 보안성이 약한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초가집도 기와집도 아닌 이런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는 한국 땅에 언제 처음으로 등장한 걸까? 그리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주거용 아파트는 무엇일까?

2. 일제 시대

아파트라는 게 조선 내지 대한제국 시절에 존재했을 리는 만무하고.. 짐작하다시피 이건 일제 시대 때 일본인이 지은 건물이 최초이다. 1930년에 경성 미쿠니(三國)상사라는 곳에서 일본인 직원을 위한 관사를 지금의 회현동에 지었다고 한다. 그게 '미쿠니 아파트'라고 불렸다.

화장실은 공동이고 단순 기숙사· 숙소 같은 느낌을 탈피하기 어려운 구석도 있으나, 그래도 이게 한반도에서 상업· 업무가 아닌 주거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3층 이상짜리 건물이었다.
지금처럼 여러 동으로 이루어진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그냥 한 채가 전부였지만, 그 시절에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이 아파트 한 채 안에 수십 세대가 한꺼번에 입주해서 살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미쿠니 아파트는 1990년에 철거돼서 현재 남아 있지 않다.

그 뒤 1935년에, 같은 회사에서 또 지은 아파트가 바로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로 지어진 '유림 아파트'이다. 얘는 직원 관사가 아니라 일반인에게 임대· 분양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진정한 아파트였다. 뭐, 그래 봤자 그 시절에 이런 곳에서 살 만한 사람은 일본인밖에 없었다. 조선인은 부자라 해도 이런 데가 아닌 전용 한옥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얘는 '충정 아파트'라고 이름이 바뀐 뒤, 놀랍게도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고 심지어 거주민도 아직 있다! 2019년 현재 한국 땅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가 이 아파트이다.
위치도 어디 엄한 산기슭 비탈길이 아니다. 충정로 역 9번 출구로 나가면 100미터도 채 안 되는 전방에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흐음.. 녹색 도색이 참 추레해 보인다..)
이 아파트는 중간에 호텔로 용도가 바뀌었다가 다시 아파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1979년쯤에 충정로 도로의 확장 공사 때문에 일부가 헐리기도 했다. 그 대신 한 층 더 증축되어 5층이 됐다. 이건 엄밀히 말하면 무허가 불법 증축이었으며, 헐린 것과 인과관계가 있는 증축도 아니었다.

충정 아파트 다음으로 1942년엔 대한 주택 공사의 전신인 '조선 주택영단'이라는 조직 명의로 한국인이 건설한 아파트도 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기록이 전해지는 게 없으며, 건물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니 한국인이 지은 아파트의 역사는 역시나 해방 후, 더 구체적으로는 6· 25 전쟁까지 끝난 뒤에나 제대로 시작될 수 있었다.

옛날 일본인들이 건물 하나는 튼튼하게 잘 만들어 놨나 보다. =_=;;; 구 서울 역이나 중앙청 건물처럼 말이다. 사실, 태평양 전쟁이 없었고 일제 식민지가 평화롭게 계속됐으면 아파트도 더 지어졌고 1940년대엔 경성에 아예 지하철이 들어설 수도 있었을 거라고 그런다.
일본은 아예 경기도 용인 정도에다가 일본의 수도를 옮겨서 본진으로 삼고, 조선인들은 지진 많은 자기네 섬이나 아니면 만주 벌판으로 쫓아낼 작정이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이다. 그런 망상은 실현되지 않았다.

3. 해방 이후

해방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지어진 최초의 아파트는 1958년 11월, 고려대 근처의 야산 기슭에 지어진 종암 아파트였다(3개동). 철도나 원자로 같은 기간 시설, 공공시설이 아니라 민간 아파트 건물이 지어졌을 뿐인데 준공식 때 무려 할배 대통령이 참석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아파트의 완공이란 게 그 시절엔 보통일이 아니었다. 집집마다 편리하고 위생적인 수세식 화장실이 갖춰진 것조차도 그때는 최첨단 테크놀러지라고 언론 대서특필감이었으니 말 다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종암 아파트는 37년을 존속하다가 1995년에 헐렸으며, 그 부지에는 다른 아파트가 재건축되어 들어섰다.

할배 시절은 워낙 가난하고 열악했으니 국내의 아파트 건축 기록이 이런 것밖에 없다. 본격적으로 아파트가 지어진 것은 역시나 그 다음 박통 때부터이다.
박통 때 최초로 지어진 아파트는 1962년과 1964년 두 차례에 걸쳐 완공된 '마포 아파트'이다. 얘는 우리나라 최초로 대규모 단지 형태를 표방하고(10개동 642세대) 지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6개동까지만 지어졌던 1962년 당시의 항공 사진. 광활한 공간이 참 인상적이다.)
이 아파트는 30년 남짓 존속하다가 종암 아파트보다도 더 이른 1991년에 철거되었다. 그 자리에는 마포 삼성 아파트(1994년, 14개동 941가구!!)가 들어섰는데, 얘는 우리나라 최초의 "재건축 아파트"(2세대!)라고 한다.

종암과 마포라는 두 원조 아파트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처음엔 상류층을 위한 고급형으로 출발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중에 60년대 중· 후반에는 세운 상가, 낙원 상가 같은 주상 복합 아파트가 만들어졌으며, 미군 간부를 포함해 외국에서 모셔 온 VIP가 처자식 데리고 편히 지내라고 '외인 아파트'도 지어졌다. 이것들 역시 모두 서민과는 큰 관계가 없는 고급형이었다. 대학 교수, 정· 재계 인사, 인기 연예인 같은 계층이나 들어가 살 수 있었다.
(下에서 계속됨)

Posted by 사무엘

2019/08/30 08:33 2019/08/3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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