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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야 맹수가 전멸했고 생태계가 단순하다 보니, 야생 동물 때문에 인간이 골머리를 썩는 게 고라니나 멧돼지 정도에 불과하다. 지리산 반달곰..?? 이건 뭐 등산객에게나 해당될 것이고 실제로 잘 지내는지도 난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일본의 북부 홋카이도 지방에서는 호랑이도 아니고 곰에게, 사람이 봉변 당하는 일이 좀 있었던 것 같다. 근현대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개척되면서 인간의 거주지와 기존 동물의 서식지가 충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농작물이나 가축만 털리는 정도가 아니라 사람이 공격 받아서 죽거나 다치고, 심지어 곰에게 잡아먹히기까지 한 건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내 블로그가 전문적인 잡학 위키는 아니니 모든 사건을 미주알고주알 언급하지는 않지만..
여러 사건들 중 1915년 말에 벌어진 (1) '산케베츠 불곰 사건'은 일본 역사상 단일 맹수에 의해 발생한 가장 끔찍한 재앙이었다. (☞ 링크)

불곰 한 마리가 몇 번 사람들에게 쫓겨나더니 그 다음엔 작정하고 흑화해서 주변 사람들을 몇 차례 공격한 것이다. 그래서 총 6명 + 태아 1명이 목숨을 잃고 3명이 다쳤다.
이 곰은 이전에도 살인에 심지어 식인을 저지른 경험이 있었다. 그래도 사건 현장을 계속해서 집착해서 맴도는 습성 덕분에 엽사에게 금방 발견되어 사살도 됐다.

훗날 이 지역에서는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 모형과 피해자 위령비를 세웠는데, 흥미롭게도 가해자인 곰에 대해서도 위령비를 만들어 줬다. 곰도 인간의 무분별한 개척 때문에 서식지를 빼앗긴 피해자라는 정황을 참작했기 때문이다.

2005년 4월에 발생한 후쿠치야마 선 전철 탈선 사고를 생각해 보자. 이때도 사고를 낸 서투른 기관사가 같이 사망했지만, 1주기 행사 때는 기관사를 제외한 승객 사망자 106명만 공식적으로 추모했던 게 같이 떠오른다. 남에게 민폐 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의 집단주의 국민 정서상, 가해자를 추모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근래에는 그 사고는 기관사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지나치게 빡빡한 스케줄과 가혹한 벌칙, 징벌적 똥군기를 강요했던 JR 서일본 조직의 총체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법적 판단이 바뀌었다. 그러니 지금 관점에서는 이 사고 역시 기관사도 실드와 동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나저나 저 때 불곰이 실내에 쳐들어왔을 때, 어떤 남자는 넘어진 자기 부인을 밟고 천장 근처 대들보로 양상군자-_- 마냥 올라가서 곰을 피했던 모양이다. 아이고~~
다행히 남자도 살고 부인도 살았지만.. 그 뒤로 이들 부부 관계는 당연히 완전 파탄 나 버렸다고 한다. 무슨 대놓고 불륜 바람이 아닌 범위에서 가히 최악의 대형 사고이지 않은지?

산케베츠 불곰 사건은 피해 규모가 큰 사건이었고, 그 다음으로 본인이 하나 더, 자세하게 언급하고 싶은 사례는 (2) 1970년 7월 말에 벌어졌던 “후쿠오카 대학 반더포겔(자연인 내지 산악활동) 동아리 불곰 습격 사건”이다. 이건 사건의 진행 과정이 굉장히 처절하고 임팩트가 크다. (☞ 링크)

일본 혼슈의 완전 남서쪽 끝인 후쿠오카 대학에 다니던 혈기왕성한 20살 남짓 남자 대학생들 5명이 홋카이도까지 원정 가서 산맥 횡단 등산을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산 중턱 공터에서 텐트를 치고 자연을 즐기며 한가롭게 쉬기 시작했는데.. 이때 문제의 야생 불곰(암컷)과 처음으로 마주쳤다.

그 곰은 처음에는 사람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고 텐트 밖에 놓여 있던 배낭들을 뒤적이면서 짐 속의 음식만 털어 가려 했던 것 같다.
허나, 곰알못이던 대학생들이 어설프게 라디오 틀고 금속류를 부딪히고 모닥불을 피우면서 그 곰을 쫓아냈다. 그리고 곰이 보는 앞에서 배낭을 도로 회수했다.

그 곰은 처음에는 순순히 물러가는 듯했지만.. 해가 떨어진 당일 밤 9시쯤 다시 나타나서 텐트의 한쪽 벽면을 앞발로 툭 쳐서 구멍을 내고는 “돌아갔다.”
그리고는 이튿날 새벽 4시 반쯤에 “또” 나타나서 텐트를 잡아당기고 안으로 들어가려 들었다. 결국 이 애들은 텐트를 버리고 반대쪽으로 도망가야 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대놓고 사람을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한번 시작된 그 곰의 집착과 찝적거림과 뒤끝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큰 야생동물의 근처에 있으면 콧김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리거나 느껴지는가 보다.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동화에도 묘사돼 있음..)

이 사람들은 일단 곰으로부터 무사히 도망치고 산에서 아침을 맞이하긴 했다. 이때 짐이고 산 정상이고 다 포기하고 깔끔하게 하산했으면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게다가 이때는 다른 대학 산악팀 일행과 마주칠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개인 여행 가족 여행이 아니라 동아리의 활동 실적 홍보 경쟁 중이어서 등산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여러 대학생들이 오랫동안 알바 뛰며 돈 모아서 굉장히 고생해서 홋카이도까지 원정 갔으니 말이다.

그들은 다른 곳에 가서 텐트를 수리하고 이젠 상황이 완전히 종료됐다고 생각하고 둘째 날 야영을 시작했는데.. 어제 만났던 곰이 거기까지 또 따라와서는 이번엔 1시간씩이나 텐트 곁에서 죽치고 기다리고 있다가 사라졌다.

이들은 그제서야 더는 안 되겠다는 걸 느끼고 밤길에 무리해서 하산을 시작했는데.. 어느 땐가 맨 뒤의 멤버가 등골이 오싹해져서 뒤를 돌아보니 이런 제기랄, 그놈의 불곰이 살금살금 쭐래쭐래 따라오고 있었다!

얘들은 혼비백산해서 줄행랑을 쳤지만, 곰에게 직접 쫓기게 된 1명, 그리고 근처의 다른 산악팀이 버리고 떠난 텐트로 홀로 도망친 1명. 총 2명이 대열에서 이탈하여 연락이 끊겼다.
이런 상태가 되니 나머지 3명도 마냥 하산할 수 없어져서 이젠 곰을 피해 근처 험준한 암벽에서 밤을 지새웠다.

셋째 날 아침엔 나머지 2명을 찾다가 포기하고 멘붕 상태에서 진짜 하산을 다시 시작했는데..
해가 떴지만 자욱한 안개 때문에 시야가 불량한 상태에서 이번엔 바로 코앞에서 또 그 곰과 마주쳐 버렸다. 꺄아악~!

1명은 곰에게 쫓기면서 아웃.. 결국 원래 멤버 5명 중 2명만이 근처의 댐 공사장에 간신히 도착해서 구조 요청을 했다.
각개격파 당하면서 곰에게 쫓긴 2명은 말할 것도 없고, 혼자 텐트에 숨어 있던 1명도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다. 텐트 안에서 한숨 잠도 자고 이튿날 아침을 맞이하긴 했지만, 사람 냄새를 감지한 곰이 거기까지도 찾아간 것이다.

그는 텐트 안에서 나름 시간대별 일기도 남겼는데.. 곰이 거기 반경 수십 m를 떠날 생각을 안 하고 맴돌고 있어서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얼마나 무서워서 와들와들 떨었으면, 일기의 끝부분은 글씨체도 완전 날림으로 일그러졌다. JAL123 추락 사고 때 승객이 여권 쪽지에다가 남긴 유언 같은 느낌이다.

그 곰은 대학생 생존자들이 하산한 뒤에도 거기서 계속 얼쩡거리고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엽사에게 사살됐다. 곰의 사체를 부검해 보니 사망자들을 잡아먹지는 않았고 그냥 사지를 분지르고 공격만 한 것이었다. 이 정도면 공포 영화 소재로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걸..;; ㅠㅠㅠ

저 대학생들이 새끼곰을 건드린 것도 아니었고, 곰이 배가 심하게 고픈 거나 대놓고 악한 성격인 것도 아니었다. 단지 곰의 습성을 모르는 채로 (1) 곰이 관심을 보이던 물건을 도로 회수해 간 것, (2) 곧바로 하산하지 않은 것, (3) 패닉에 빠져 등을 보이고 뿔뿔이 흩어져 도망친 것 같은 실수가 이 정도의 참극을 만들었다.

하다못해 프랑스에서 제보당의 괴수가 날뛰던 시절엔(1765년!!) 어떤 어린애들 여섯 명이 숲속에서 그 괴수와 마주쳤는데, 정말 침착하게 대처를 잘 해서 살아 돌아온 적이 있었던 걸 생각해 보자. 겁 먹고 울고불고 도망치다가 몰살 당한 게 아니라, 다같이 손을 한데 맞잡고 간격을 넓혀서 덩치를 부풀린 뒤 한꺼번에 괴수를 똑바로 째려봤던 것이다. 그러자 놈도 한참을 움찔 하다가 꽁무니를 뺐다~! 저 불곰 사건도 바로 이런 재치와 기지가 아쉬운 구석이 있다고 하겠다..;;

맹수를 상대할 때는 기싸움에서 밀리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곰이 한번 집적대기 시작한 타겟은 인간이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곰을 만났을 때는 죽은척 하고 있으면 안전하다”가 아니라는 것은 정말 확실한 사실 같다. 등을 보이고 도망쳐서도 안 되고, 납작 엎드려서도 안 되고 참..ㅠㅠㅠ
이런 곰에 비하면 우리나라처럼 겨우 멧돼지 정도는 그냥 양반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05/31 08:35 2022/05/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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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 이제 슬슬 호박/농사 관련 카테고리를 추가해야 되나 고민된다. ㄲㄲㄲㄲㄲㄲㄲ

1. 실내에서 수확한 애호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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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약 8.5cm, 무게 260g짜리 단호박. 더 커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제일 먼저 땄다. 밖에서 구입한 늙은 호박으로 호박죽을 쑬 때 같이 넣어서 먹었다. 단단하게 아주 잘 익었고 속에 씨도 많이 들어있었고 고구마 같은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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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파릇파릇한 일반 호박의 풋호박/애호박이다. 껍질째 채썰어서 국수 고명을 만들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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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1kg가량의 무게에 길이도 약 15cm에 도달한 약간 큰놈이다.
과육은 풋호박이지만 껍질은 이제 질겨서 먹기가 난감하고, 속은 제법 누렇게 늙은 호박처럼 숙성이 진행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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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위의 파릇파릇한 놈보다는 좀 더 삭았지만, 아래의 것보다는 그 정도가 덜한 애호박이다.;; 과육이 많고 탐스러워 보인다.
호박 열매의 내부 인테리어가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식으로 바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호박은 속 중심부를 전부 다 파내 버리고 겉의 얕은 부분만 먹는데 어떻게 먹을 게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부피는 길이의 3제곱임을 생각하면 좀 납득이 된다.

호박 한 덩이쯤이야 애건 늙은이건 단돈 몇천 원이면 바로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몇 달간 직접 심고 키워서 호박을 얻어 보니, 사기만 해서는 경험할 수 없는 큰 정신적 만족과 감화, 교훈(!!!)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
내가 심고 암· 수술 수분도 하며 "실내에서 키운 호박"에서 드디어 열매와 다음 세대 씨가 나와서 몹시 기쁘다.

2. 주변에서 본 호박 재배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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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지난 3월 말쯤에 집 근처 한적한 길가에서 본 풍경이다.
도로의 옆에 인도가 있고, 그 옆엔 가파른 비탈과 함께 담장이 쳐져 있다. 담장 너머는 놀고 있는 듯한 사유지 공터.
그런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담벼락 아래에다가 일정 간격으로 뭔가를 심었다. 그리고는 보온을 위해 비닐까지 씌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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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호박이려나?
이 장소의 작년과 재작년치 네이버 지도 로드뷰를 보니, 호박이 맞는 듯했다~! 땅 주인이 매년 이렇게 호박을 심은 것 같다.

서울 시내에서 이런 광경을 보니 정말 훈훈하고 흐뭇하다.
눈에 잘 띄지 않고 접근하기도 어려워서 몰래 뭔가를 심기에는 아주 적합해 보이더라~

자라는 식물 위에다 비닐을 씌우고 며칠 지나 보면, 식물의 증산작용이란 게 어떤 건지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비닐 표면이 물기로 흥건히 젖는다.
저 비닐도 너무 뿌얘서 안에 무엇이 있는지 가까이에서도 전혀 알 수 없었다.

3. 식용 호박과 전시 진열 전용 호박

호박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열매를 맺을 뿐만 아니라, 같은 종 내부에서 열매의 모양과 색깔과 크기 바리에이션도 가장 다양한 정말 흥미로운 식물이라고 한다. (☞ 관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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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부 같은 호박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늙은 호박, 애호박, 단호박이 전부가 절대 아니군..)

이 때문에 미국에서 호박은 먹는 게 아니라 비주얼만 감상하려고 장식· 전시용으로도 엄청나게 많이 재배된다고 한다.
일례로, 미국에서 pumpkin이라고 하면 주황을 넘어 거의 다홍색에 가까운 뻘건색에 주름 없이 동글동글한 그 특유의 호박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 한국에서는 거의 구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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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호박 역시 식용이 아니며, 그냥 할로윈 재꼴랜턴 만드는 용도이다. 오로지 외형에만 최적화 품종개량됐기 때문에 쪼개 보면 과육은 그냥 멀겋고 맛이나 영양은 하나도 없댄다.
미국에서는 식용이 아닌 이런 “빛 좋은 개살구” 잉여 호박도 수요가 많기 때문에 매년 정말 겁나게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하긴, 사격 과녁으로도 멀쩡한 수박을 부수지 말고, 어차피 식용이 아닌 이런 호박을 쓰면 될 것 같다.

반대로 죽이나 통조림을 만드는 식용 호박으로는 미국에서도 역시 쭈글쭈글하고 살색에 가까운 동양식 클래식 늙은 호박이 쓰인다. 영화에서 쓰이는 깨지는 유리창/유리병이랑 현실의 유리창/유리병이 동일한 재질이 절대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또한, F1 경주용 자동차를 정작 일반 도로에서 자가용으로는 거의 굴릴 수 없는 것과도 비슷하다.

4. 호박의 성장 동영상

역시 유튜브에 이런 게 없을 리가 없다. 호박이 싹이 나고 자라고 열매가 생기는 과정을 거의 10만 배 이상의 속도로 초고속 재생한 영상 말이다. 3개월 분량의 변화를 1분으로 축약하려면 비율이 거의 저 정도가 된다. 감상해 보면 무척 흥미롭다~! pumpkin time lapse라고 검색하면 된다.

  • 요건 호박 덩굴 하나를 굉장히 섬세하게 잘 관찰했다. 이 상태로 열매가 맺히고 자라는 모습까지 같이 나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건 없는 게 아쉽다.
  • 요건 야외에서 해가 떴다 지고 그림자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까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열매가 부푸는 게 무슨 고무 풍선이 부푸는 것 같다.
  • 요건 호박밭과 특정 호박 개체를 번갈아가면서 다룬다. 단호박 열매가 부푸는 모습도 잠깐 나온다.
  • 요것도 한 덩굴 위주로 실내 촬영을 깔끔하게 잘 했는데.. 역시 열매가 자라는 모습이 없는 게 아쉽다.
  • 요건 야외 화단을 오랫동안 CCTV로 촬영한 것 같다. 덩굴이 급격히 불어나는 모습, 열매가 맺혀서 커지는 모습도 나오긴 하지만 특정 개체 클로즈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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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타
  •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라는 속담은 호박씨를 심는 게 아니라 먹는 걸 뜻한다더라. ㄲㄲㄲㄲ
  • 호박 줄기의 일부 구간을 흙에 도로 파묻으면 거기서 뿌리가 돋는다고 한다. 그런 얘기를 인터넷 뒤지다가 처음 들었다. 오~ 그렇게 하면 물· 영양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09 08:35 2022/04/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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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뢰와 올무

전쟁터에서 적군을 총포를 쏘거나 수류탄을 터뜨려서 죽일 수 있지만, 지뢰나 부비트랩 같은 걸로 더 교묘하게 죽일 수도 있다.
동물을 사냥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포수가 총을 쏴서 잡을 수 있지만, 지뢰의 사냥 버전격인 덫이나 올무, 함정도 있다.

지뢰의 경우, 비록 현실이 시궁창이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다같이 사용을 금지하려는 협약이 맺어지고 있다.
옛날에 전쟁도 낭만주의에 입각해서 하던 시절엔 잠수함이나 저격수조차 신사답지 못하고 치사하고 비열하다는-_- 볼멘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다. 무장한 적군을 낚고 유인하고 속여서 죽이는 것이야 잔인하다느니 비인도적이라느니 따질 필요가 없다.

단지, 지뢰는 한번 설치하고 나면 설치한 쪽에서도 제대로 파악과 통제가 안 되고 훗날 적군뿐만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까지 아무나 잡을 수 있는 게 문제이다. 그래서 금지할 뿐이다. 독가스를 금지하는 것과 좀 비슷한 이유랄까..??
아무나 밟았을 때 무작정 터지는 지뢰 말고, 아군이 보고 직접 격발시켜야 터지는 크레모아 같은 지뢰 바리에이션은 저런 규제 대상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동물 사냥 쪽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유해조수라 하더라도 총 쏴서 바로 숨통을 끊든가, 포획틀을 설치해서 가두는 식으로 잡아야 한다. 올무로 발목만 묶어 놓고 죽을 때까지 고통스럽게 방치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이거 무슨 발목 지뢰도 아니고..

이건 동물 사냥용 올무가 사람도 해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동물의 입장에서 비인도적이고 잔인하기 때문에 금지이다. 지뢰가 금지인 이유하고는 관점이 살짝 다르다.
게다가 동물을 목을 조르거나 흉기로 때려서 잔인하게 죽이는 것, 같은 종의 동물이 보는 데서 죽이는 것도 법을 FM대로 적용하자면 다 동물학대죄이다. 현실에서 법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단, 쥐덫은 당연히 예외이다. 쟤들은 해를 끼치는 게 워낙 많은 데다, 애초에 산을 초월하여 실내까지 대놓고 침입한다. 그러니 이건 야생동물 사냥이라기보다는 해충 구제에 가까우며, 거의 파리 모기 바퀴벌레 잡듯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잡게 된다.
그리고 민통선 이북에서는 애초에 엽총을 반입해서 유해조수를 잡을 수가 없기 때문에 올무를 설치하는 게 부득이하게 허용된다고 한다.

그러니 민통선 이북과 DMZ 안은 워낙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사냥용 올무가 허용일 뿐만 아니라 지뢰도 절대로 없어질 수가 없는 위험한 동네인 셈이다. 사람과 동물에게 모두 말이다. 비무장.. 총을 사용할 수 없게 해 놓으니 다른 꼼수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동물과 사람, 그리고 동물 중에서도 일반적인 놈과 해로운 놈을 바라보는 법의 관점이 이렇게 차이가 있다.

2. 산탄총과 엽총

우리나라는 총검 같은 흉기에 대한 규제가 세계 평균 이상으로 까다롭고 심한 편이다. (이것 말고 또 규제가 심한 분야로 보이는 건 이륜차의 고속도로/자동차 전용 도로 주행 금지..)
좁아 터진 동네에서 국력과 공권력이 약하고 과학 수사 기술이 부족하고 사회는 혼란스러우니, 그냥 명분과 이유를 불문하고 폭력 자체를 일체 못 쓰게 찍어 누르는 쪽으로 법과 행정 체계가 짜인 것 같다. 그게 사회를 제일 저렴하고 쉽게 통제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런 오랜 관행이 도가 지나쳐서 정당방위를 너무 인정하지 않는 게 비판받고 있다. 괴한이 자기를 칼로 찔러 죽이려 해서 필사적으로 저항하다 결국 돌로 쳐서 사망· 중상을 야기하고 간신히 빠져나오면 과잉방어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맨손 격투만으로 칼을 빼앗아서 멀리 던져 버리기만 해야 정당방위라니.. 이건 말인지 방귀인지 무슨 참신한 개드립인가?
"차가 갑자기 급발진 폭주하면 냉정하게 브레이크 밟고 기어 N으로 바꾸고,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옆의 담장을 긁거나 앞차를 박아서라도 세웠어야지? 왜 요리조리 피하면서 차가 계속 속도가 붙게 놔 두다가 더 큰 사고를 냈냐? 그러니 너는 유죄" 이것보다 더한 어거지가 아닐 수 없다.

부당하게 먼저 선빵 날리고 피해를 끼친 놈이 큰 벌을 받는 게 아니라, 그냥 결과적으로 상대방을 더 많이 때린 놈이 더 큰 벌을 받는 것은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이며 심각한 문제가 있다.
블랙박스가 없던 시절에 "바퀴가 굴러가는(= 운동 에너지가 존재하는) 차들끼리는 무슨 대놓고 중앙선 침범하고 배째라 한 게 아닌 한 100:0은 없다. 똥이라도 더러우니까 피했어야지 그러지 못했으니 너도 과실 쪼금~~" 이러던 미개한 관행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뭐 그건 그렇고..

우리나라는 총칼을 소지하려면 각 물건별로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았더라도 그걸 길거리에서 공공연하게 드러내 보이며 다닐 수 없다. 특히 열병기인 총은 내돈내산인 물건마저도 평소에 경찰서에 영치해 놓아야 하며, 수렵 기간에만 극히 제한적으로 불출해서 사용할 수 있다.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생각 같아서는 나라에서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모든 날붙이의 소지를 금지해 버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란 당연히 절대 불가능하다. 일본도(刀) 진검이나 군용 대검이야 명백한 규제 대상인 반면, 문구류인 커터나 부엌 식칼은.. 몽땅 없앴다간 아예 일상생활을 진행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을 해친 범죄자가 흉기를 미리 치밀하게 준비해서 챙겨 갔느냐, 아니면 범행 현장에서 눈에 띄는 것을 우연히 집어서 사용했느냐 하는 건 죄질을 측정하고 형량을 산정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는 부엌칼이나 과도를 평소에 눈에 잘 띄지 않고 찾기 어려운 곳에 두는 게 좋다.

칼 다음으로 총도 마찬가지다. 군경이 아닌 민간용으로 규제가 그나마 가장 느슨한 총은 사냥용 산탄총이나 공기총 수준이다.
강선이 새겨진 군용 소총은 사정거리가 길고 위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안 되고, 권총은 작아서 불순한 목적으로 몰래 숨기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 이런 건 제아무리 민간 총기에 관대한 미국 같은 나라라고 해도 절대로 호락호락 허가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이 무진장 넓은 나라에서 집을 도적이나 야생 맹수로부터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무장은 있어야 한다. 산탄총은 그 특성상, 정확하게 조준하지 않아도 얼추 잘 맞는 대신에 유효 사정거리가 수십 m급으로 짧다. 그리고 위력에 비해 몸체가 아주 큼직하기 때문에 몰래 숨기고 다닐 수도 없다. 군용 사격도, 스포츠 사격도 아닌 저런 특성을 갖춘 총이 수렵 내지 민간 무장 용도로 허용되는 것이다.

이렇게 크고 위력이 약한 총 말고, 위력이 강한 총은 군대의 전유물이다. 반대로 작은 권총은 경찰의 전유물인 게 흥미롭지 않은가? 평소에 국민에게 불필요한 위압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과거 일제 시대엔 국가에서 이런 배려는커녕 오히려 위압감을 더 주기 위해서.. 헌병과 순사가 총은 물론이고 길다란 일본도를 치렁치렁 차고 다녔다는 걸 생각해 보자. 심지어 학교 선생까지도 그러고 다녔으니 말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산탄총의 길다란 총열을 일부 잘라내서(!!) 권총처럼 크기를 줄인 sawed-off shotgun이라는 물건도 돌아다니는 모양이다. 심지어 뒤의 개머리판도 좀 깎아내서 길이를 더 후려치는데.. 그러고 보니 이런 산탄총은 군용 소총과 달리, 총신이 목재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니 톱질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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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총기의 정확도를 희생한 대신 은닉 휴대성을 얻은 불법 개조이다. 신고와 허가 없이 임의로 샷건을 길이를 줄여서 사용하는 것은 의외의 중범죄로, 걸리면 벌금· 징역 급의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범죄 조직에서 이런 짓을 많이 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Doom 2 게임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스타 무기인 슈퍼 샷건부터가 설정상 이런 sawed-off 샷건이다.;;

우리나라는 총기 규제는 왕창 엄격한 반면, 상시 징병제라는 병역 의무 때문에 성인 남성 대부분이 총을 다뤄 본 경험 자체는 있는 아이러니한 나라이다. 사격장에서 평범한 한국 남자들이 총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을 보고 일본이나 미국 사람들이 놀랄 정도라고..

민주화 이전, 군사 독재 하에 반쯤 병영국가이던 시절에 나라에서 가르친 그 군대 노하우가 어디로 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난 1992년 미국 LA 폭동(일명 4· 29) 때, 일부 한인들은 신속하게 진지를 구축하고 자경단을 꾸려서 흑형들을 쫓아냈다. 실제로 무장하기도 했지만 장난감 기관총이나 탄피 비스무리한 걸 갖다놓으면서 외형상의 화력을 부풀리고 뻥카도 쳤다고 한다. 이건 기지를 발휘한 아주 적절한 대응이었다.

하물며 더 옛날인 1980년 광주 사태도, 시민들이 무장하고 탱크 몰고 다닌 것 자체는 꼭 북괴 공작원이니 북한군 개입이니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같은 맥락에서 수긍이 갈 것이다. 본인은 예전에 예전에 한번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옛날에 북괴나 일제는 우두머리를 우상화하고 떠받들기 위해서, 혹은 주변 나라를 침략해서 식민지를 확장하기 위해서 군국주의 짓거리를 했다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거 없었다. 그저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박멸하기 위해서, 바로 이웃 북괴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서..
지극히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목표 하나만을 위해서 온 나라가 그렇게 병영처럼 돌아가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픈 일이지만, 그때는 나라가 가난하고 힘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2/03/10 08:35 2022/03/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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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기드(rugged) 모델

자동차, 노트북 컴퓨터, 스마트폰 같은 기계들에는 일반 사용자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러기드(rugged) 모델/에디션'이라는 게 있다.
요즘은 기계들이 내부 구조가 상상을 초월하게 복잡하고 정밀해지면서 성능 자체는 매우 향상됐지만.. 그 대신 열악한 환경에서 험하게 다뤘을 때의 신뢰성이 야금야금 감소하고 유리몸처럼 되어 왔다. "무식하게 튼튼하다, 30년이 넘게 아무 고장 없이 잘 돌아간다, 그나마 고장 난 거 같을 때는 툭 쳐 주면 다시 돌아온다" 같은 면모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군인 같은 사람들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통신이나 정보 처리를 위해 각종 전자기기들을 휴대하고 사용해야 한다.
전자기기들은 통상적인 실내보다 더 강한 진동이나 낙하 충격, 굉장한 고온· 저온, 막장 수준으로 높거나 낮은 습도, 혹은 짙은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야외에서 사용하는 것을 가정한다.
그리고 자동차의 경우, 막 침수된다거나 엔진 오일을 굉장히 오랫동안 교환하지 않는 것, 부득이한 상황에서 연료를 질이 좀 안 좋은 걸 넣는 걸 생각해 보자.

요즘 자동차는 온통 컴퓨터 기반의 전자 장비로 가득하기 때문에, 같은 수준으로 침수되더라도 대미지가 30~40년 전의 자동차보다 훨씬 더 심하다.
또한, 요즘 자동차들은 옛날보다 훨~씬 더 정밀하게 연료를 다루고 배기가스를 정화하기 때문에 연료에 불순물이 들어있을 때의 배탈도 훨씬 더 심하게 난다. 단순히 매연 좀 나고 엔진 출력이 떨어지거나 시동 몇 번 꺼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그 정도면 엔진이 이미 비가역적인 대미지를 입어서 망가진다.

사실은 자동차 안에 탑재된 카오디오나 내비 등의 기기는 처음부터 '러기드' 속성을 어느 정도 지닌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주행하느라 쿵쿵 강한 진동이 수시로 전해지는 차량 안에서 테이프도 아니고 CD를 꽉 잡고 안정적으로 재생하는 건 일반 보급형 CDP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여름 땡볕 아래에서 차내 온도가 60~70도까지 올라가더라도 고장 나지 않게 회로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드디스크는 헤드가 디스크로부터 나노미터 급으로 위에 떠서 돌아다닌다는데.. 이런 초정밀한 기기는 진동에는 완전 쥐약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일반적인 놋붉이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배터리들은.. 본인의 경험상 -15도 정도의 저온에도 맥을 못추는 연약한 물건이다. 이런 식으로 어려운 요인들이 많다.

그래서.. 같은 물건이라도 온갖 가혹 환경까지 고려해서 만들어진 군용품은 민간용보다 더 두툼하고 충격이나 진동에 강하게 만들어지며, 사실 외형부터가 무슨 갑옷이라도 입은 듯 아주 투박하게 생겼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 보면 이런 식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군알못 민간인 중에도 일부러 이런 러기드 스타일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일부 있긴 하다..
러기드 노트북은 가방도 가죽이 아니라 딱딱한 재질이며.. 러기드 폰은 방수 방진까지 갖춘 경우도 있다. 오오~

그 대신, 이런 러기드 내지 군용 모델은 민간용 모델보다 성능이 더 떨어지거나 가격이 훨씬 더 비싸다. 성능에다가 극한의 신뢰성까지 함께 달성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람이 야전에서 다루는 군용 수준을 넘어서 전투기나 우주 탐사선의 안에 들어가는 컴퓨터는 겨우 외장· 케이블 정도가 아니라 CPU와 마더보드부터가 특수하게 설계된 전용 부품, 심지어 전용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환경에서 돌아가는 컴퓨터는 진공 상태에서의 고온· 저온에 잘 버티고, 방사능이나 우주선 태양풍 같은 것에도 삐끗 하지 않고 잘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얘들 역시 굉장히 고가인 반면, 속도와 메모리 양 같은 성능은 굉~~장히 뒤떨어져 있다. 우리나라 전기 기관차 안에 아직 386/486 컴터가 현역이네, Windows 2000이 돌아가네 하는 얘기와도 급이 다르다.

다음으로 자동차를 살펴보면.. 일명 두돈반이라고 불리는 K-511 트럭 말이다.
민간용 트럭이 바퀴 크기와 축 수가 저 정도이면 가히 10톤은 넘게 실을 수 있는 덤프트럭 덩치이다. 그런데 왜 제원상의 적재량이 꼴랑 2.5톤인 걸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것도 이유가 있더라. 완전 비포장 야전 험지 오르막 기준으로 2.5톤이고, 평지 공도에서는 4.5톤 이상이라고 한다.
평지 공도에서도 톤수가 여전히 낮은 건 군용차 자체에 탑재된 장갑 쇳덩어리, 쉽게 말해 러기드 오버헤드 때문일 테고.. 하긴, 승용차만 해도 VIP용 방탄차는 총탄과 폭탄을 방어하는 두툼한 장갑 때문에 동급의 민수용 차보다 훨씬 더 무겁다.

보아하니 군대에서 운용하는 차량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 민간 차량과 완전히 똑같은데 번호판만 군대 소속 번호판
  • 군대에서만 쓰이는 표준 차량 (레토나, 두돈반 따위)
  • 장갑차, 탱크, 자주포 따위.. 건설 현장에다 비유하자면 차량보다는 건설기계에 더 가까운 물건들.

끝으로, '러기드' 하니까 말인데..
교회 댕기는 사람한테는 이 단어가 비교적 친숙할 것이다. "갈보리 산 위에 십자가 섰으니"라는 찬송가의 가사에 나오는 "험한 십자가"가 영어로 다 old rugged cross이다. 십자가의 목재 재질이 낡고 거칠다는 뜻인데, rugged를 '험한'이라고 번역한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2/14 08:36 2022/02/1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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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한국 국제

작년 가을엔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국내외로 대히트를 쳤었다.
거기에는 끝부분에 김 희원 같은 방탄-_-유리 전문가를 떠올리게 하는 유리 전문가 출신의 게임 참가자가 나온다.
그런데 이 사람 프로필이 "1987년부터 모 유리 공장 재직"이어야 하는데, 1897년으로 잘못 기재되어 나가서 구설수에 올랐었다.

1897년은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바뀌었던 해이다. 그만치 엄청난 옛날이다.
이건 이제 중국 눈치 볼 필요 없이 "우리나라의 군주도 '왕-전하'가 아니라 '황제-폐하'이다~"
우리도 단순히 독립국을 넘어서 '제국'이기도 하다고 자뻑에 가까운 대외 선포만 한 것에 가깝다.
서 재필의 독립문이 완공된 때도 얼추 1897년 저 때였다.

중국, 일본보다도 영토가 작은 주제에 국호에 大짜를 붙였으며,
거느리는 식민지 하나 없지만 그냥 어감이 간지 나 보이니까 제국인 거다.
왕조가 바뀌었다거나 나라의 정체성이 바뀌었다거나 한 것도 전무하고, 자동차로 치면 그냥 외형만 바뀐 페이스리프트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대한제국은 보통은 그냥 조선의 역사의 연장선으로 뭉뚱그려져서 취급된다.

1899년 8월 17일엔 '대한국 국제(國制)'라고.. 흔히 한국 최초의 근대식 헌법이라고 불리는 법률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이건 내용을 볼 때 근대적인 민주 헌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한국 대황제'에다가 북괴 최고존엄을 집어넣으면 싱크로율이 굉장히 높다.

1조부터 9조까지 내용을 요약하면.. 대한국 대황제(= 고종!!)께옵서는 입법 사법 행정 군사 뭐든지 자기 꼴리는 대로 할 수 있다는 말밖에 없다. 궁금하신 분은 검색 앙망..
게다가 글을 적을 때 '대황제'라는 단어는 무조건 엔터를 눌러서 줄을 바꿔서 맨 첫 단어로 나오게 써 놨다~!!!! ㄷㄷㄷㄷ

북괴에서 최고존엄 돼지 이름에다가 고유한 문자 코드를 집어넣은 것과 거의 똑같은 짓이 아닐 수 없다. -_-;;
신민에게 보장되는 권리 따위는 한 마디도 없고, 제4조에 왕권에 도전하는 신민 나부랭이는 신민의 도리를 어긴 죄인이라는 위협만 있을 뿐이다.
비슷한 시기에 제정됐던 일본이나 러시아 등의 제국주의 헌법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게 바로 옛날 조선 구한말의 실체였다. 이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한반도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뒤에 조선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대한민국으로 체제가 바뀐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축복인지를 알 수 있다.
솔직히 개천절과 한글날 대체공휴일을 줄 바에야, 그건 집어치우고 제헌절이나 다시 빨간날로 되돌렸으면 좋겠다.

남한은 대한민국으로 진화했고 아직 국민 의식이 옛날 선각자들을 못 따라가서 큰일인 반면,
북한은 옛날 조선에 가까운 형태로 유턴해서 되돌아갔고 상황이 일제 시대보다 더 나빠졌다는 거다.

제대로 된 국민 의식 교육을 하려면 각종 시설의 창립일은 제발 해방 후 대한민국 건국 이후를 기점으로 잡도록 하고, 조선이나 북한 따위와는 달라진 것, 차별화하면서 더 좋아진 것을 부각시키고 강조해야 할 것이다.

7. 보복

우리나라의 역사상 매우 잔혹하고 야만적인 법이 존재했던 사례를 꼽자면 6· 25 사변의 초기에 군대에서 시행됐던 (1) '즉결처분'.. 그리고 먼 옛날 고려 시대 초기(5대 경종)에 잠깐 전국적으로 시행됐던 (2) '복수법'을 들 수 있겠다.

(1)은.. 개전 초기에 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니 "군기가 빠져 가지고 명령 없이 무단 후퇴하는 놈은 재판 없이 바로 총살이다"를 의도한 것이었다. 10대 고등학생들까지 쥐어 짜내서 겨우 사흘 동안 극악의 야메 날림 훈련만 시킨 뒤에 총 쥐어 줘야 했던 시절이니 더 말을 말자..
(2)는.. 호족들 민심을 달래려 했나 정확히는 모르겠다. 말 그대로 revenge 복수라는 뜻이다~!

(1)과 (2) 모두, 사소한 이유로 자기 마음에 안 드는 놈을 제멋대로 죽여도 되는 살인 면허로 변질됐다. 그러니 둘 다 거의 1년 만에 허겁지겁 전면 금지되고 폐지됐다.
무분별한 사적 보복은 금지하고 막아야겠지만, 그래도 반대로 우리나라 공권력의 형벌은 죄질에 비해 너무 약하긴 해 보인다. 특히 음주운전 인명 사고 같은 거.. 최소한 생명은 생명으로 갚도록 해야 한다.

성경에도 나오는 "눈은 눈으로, 입은 입으로"는 그 자체는 전근대 시절의 야만적인 법이 절대 아니다. 자기가 당했던 것 '이상'으로는 절대로 더 보복하지 말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8. 일본 -- 전쟁 금지, 고문 금지

일본은 태평양 전쟁을 벌였다가 완전히 박살 나고 무조건 항복한 이력으로 인해, 향후에도 군사력이 싹 봉인 당해 버렸다. 최상위 법인 헌법에서 제9조에 “국력을 동원하는 적극적인 전쟁과 무력 행사를 영원히 포기한다”라고 명시되었다. 일본과 한국은 20세기 전반에는 식민 지배를 하느냐 당하느냐로 행로가 갈렸다면, 후반에는 군대를 가질 수 없는 나라와 군대에 안 가면 안 되는 나라로 계속해서 극과 극으로 달라졌다.

다음으로 일본 헌법의 제36조는 저 9조 “침략 전쟁”만치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것도 제국 시절의 악행을 금지하고 청산한다는 뉘앙스가 적극적으로 들어간 흔적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공무원에 의한 고문 및 잔학한 형벌은 절대로 금지한다”

과거에 쟤들이 식민지 조선인뿐만 아니라 자국민을 상대로도 저런 짓을 적극적으로 했었기 때문에 ‘절대로’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았으면 말이 우리나라 헌법 제12조처럼 평범하게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정도로 평범하게(?) 만들어졌을 것이다.

실제로 일제도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에게 내려지는 형벌 자체는 특별히 심하게 잔인하거나 야만적이지 않았다. 사형 집행도 평범하게 교수형이나 총살형이었지, 나치 독일처럼 이동식 단두대로 목을 뎅겅 짜른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100인 참수 경쟁 같은 건 별개로 생각해야 할 전쟁 범죄인 거고..)

단지, 죄를 묻는 수사를 위한 고문이 악랄했으며, 그런 관행이 전체주의 군국주의 분위기 하에서 묵인되었을 뿐이다.

고문이 행해지는 목적은 딱 둘이다. (1) 혐의를 인정하라, 이게 아니고 혐의 자체는 분명한 경우라면 (2) 누가 시켜서 한 짓인지 배후를 불어라..;;
이렇듯, 한국과 일본의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vs "천황은 국가와 국민의 상징이다"만큼이나 제정된 배경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7항에 근거하여, 일제 시대 식민 통치의 일환으로 사람을 학살· 학대하는 일에 관여한 사람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후손까지 몽땅 금지하는 게 아닌 이상, 지금이야 세월이 워낙 많이 지나서 저건 사문이나 다름없는 규정이 됐을 텐데.. 일제 강점기의 트라우마가 법에 이런 식으로 반영돼 있다. 이런 정서는 반대로 일본의 법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형법에 특정 중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넘어 ‘처단’한다고.. 뭔가 법을 제정한 사람의 감정적인 빡침(?)까지 느껴지게 하는 단어가 몇 군데 남아 있었다. 그 죄는 다른 죄보다 특별히 심각하고 죄질이 나쁘다고 여겨졌던 것 같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이 단어는 삭제되거나 그냥 평범한 처벌이라고 순화되었다. 제일 마지막에는 제87조 내란죄에만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의하여 처단한다”라고 남아 있었지만 이 역시 조만간 사라질 예정.. 프로그래밍 언어 API로 치면 deprecated된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1/14 19:34 2022/01/1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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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절도와 강도

남의 물건을 몰래 슬쩍 하는 절도(도둑)하고, 남을 폭력으로 위협해서 물건을 빼앗는 강도 중에 어느 게 더 나쁜 범죄일까? 오늘날의 관점에서야 후자라는 것에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옛날에 특히 중세 서양 말이다. 결투와 린치라는 게 관습상 허용되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근성과 깡 의지드립", "이기든지 죽든지" 기사 내지 무사의 사고방식이 훨씬 더 강했던 살벌한 시절엔 관점이 좀 다르기도 했다.

강도는 당당하게 남을 대면하는 수고라도 감내해서 물건을 빼앗은 것이지만 절도는 남이 안 보는 데서 물건을 빼앗은 것이기 때문에 더 비열하고 치사하다..;; 그러니 절도가 더 나쁘다. 엥..??
물론 피해자가 저항하다가 죽거나 다치기까지 하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고 가정할 때 말이다.

오죽했으면 서양, 특히 영국에서는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전쟁터에서 잠수함이나 저격수조차 신사답지 못한 치사한 전술이라고 깠다. 그 심정이 이해된다.
옛날에 스파르타에서는 애들한테 일체의 보급을 안 줘서 도둑질까지 조장하는 극한의 생존 훈련을 시켰는데.. 훈련생이 배가 고파서 민가에 침입해 음식을 훔쳐 먹다가 걸리면 물론 벌을 받았다. 그런데 벌을 받는 이유가 도둑질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무능하게 걸리고 잡혔기 때문이었다. 이런 것들도 다 "강도가 절도보다 차라리 더 정정당당하고 남자답다"=_= 사고방식의 일환인 것 같다.

그리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살(단순 비관)은 여느 살인 이상의 매우 큰 죄로 간주되어 왔다. 여기에는 "자살까지 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악바리 있게 노오오오력하고 버티면 무슨 일인들 못 해? 나약해 빠져갖고 어디 부모님이 주신 생명을 감히.." 이런 괘씸죄라는 가치 판단이 가미되어 있다.

그런데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 보자. 세상을 비관하다가 나 혼자 죽을 수는 없다면서 옛날에는 길거리에서 아무에게나 칼부림을 한 미친놈도 있었고, 차를 몰고 여의도 광장을 질주해서 사람들을 치여 죽인 아재도 있었으며.. 지하철 열차에다 확 불을 질러서 수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죽거나 다치게 만든 싸이코도 있었다. 그런 놈(강도)들에 비하면 혼자만 곱게 자살한 사람(도둑)은 오히려 선량한 게 아닌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악바리 있게 노오오오력을 삐딱하게 하면 어디서 또 무슨 사건 사고가 터질지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설마 이것마저도 도둑보다 강도가 더 낫다는 식의 논리로 실드가 가능하겠느냐 말이다.

그러니 오늘날은 범죄나 인권에 대한 관점이 과거하고는 달라졌다. 무분별한 똥군기 근성 의지드립은 심리 치료나 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잘못되고 부적절한 짓으로 간주되어 지양의 대상이 됐다. 그건 욥기에 나오는 욥의 친구들의 조언처럼..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면서 잔인하고 사람 인성만 파괴하는 뻘소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강도와 도둑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살펴보는 게 문득 흥미롭게 느껴진다.

2. 묵비권

2000년대 이후에 개정됐다고는 한다만..
과거에 중공의 형사소송법은 묵비권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93조에 “범죄 혐의자는 수사관의 질문에 사실 그대로 이실직고해야 한다. 꽝~”이라고 쓰여 있었다. ㄷㄷㄷㄷ

위반 시의 처벌 규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정말 대륙의 기상이 느껴진다.
이런 사고방식에 미란다의 원칙이라든가 “형사소송에서 자백만이 피고인에게 유일하게 불리한 증거일 때는 그건 유죄 증거가 될 수 없다” 같은 사고방식이 딱히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냥 “네 이놈, 니 죄를 니가 알렷다~! / 죄를 불 때까지 죄인을 매우 쳐라”이다. =_=;;

3. 무고, 위증 등..

본인은 살인· 강간 같은 물리적인 흉악 범죄에 대해서만 사형 제도를 지지하고 "심은 대로 거둔다" 원칙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입만 뻥긋해서 짓는 죄에 대해서도 절대로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성희롱 예방과 피해자의 권리 교육을 그렇게도 세뇌에 가깝게 시켰으면, 반대급부로 무고· 위증죄나 장난전화 같은 죄의 심각성과 해악을 가르치는 교육도 응당 시키고 처벌도 엄하게 해야 한다.

무고죄는 무고가 들키지 않을 경우에 억울한 피해자가 받을 형량에 비례한 벌을 받게 해야 한다.
강간을 무고한 자는 강간범에 준한 벌을 받아야 한다. 형사 처벌이 아니면 민사로라도 징벌적인 위자료를 부과해서 가해자를 쫄딱 망하게 하고 참교육 시켜야 한다. "아님 말고" 식으로 남을 무고는 절대로 못 하게 해야 한다.

이건 너무 너무 너무 너무*100 당연한 소리 아닌가..?? 요즘 성범죄자 누명은 50여 년 전의 빨갱이 누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것도 참 공교롭게도 중국이 사이다 같이 법을 집행한다. 무고를 당한 사람이 받아야 할 형벌을 무고를 한 사람에게 그대로 선고한댄다.;;

4. 탈옥

한편으로 독일인가 일부 외국의 법은 탈옥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이 자유를 찾아 최대한 노력하는 것 자체는 마치 전쟁터에서 군인이 적군을 죽이는 것만큼이나 정당한 권리로 본다는 발상이다. 도로 잡히더라도 탈옥 기간 동안 정지됐던 나머지 형기만 살면 된다.

피고인 당사자의 자백 여부와 무관하게 검사가 먼저 증거를 찾아내고 유죄를 입증해야 하듯, 죄수가 탈옥해 버리는 것 자체는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죄수의 관리를 제대로 못 한 국가의 책임일 뿐이다. 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
단지 탈옥 과정에서 공공물자를 부수거나 교도관을 해코지 했다면 그에 대한 처벌만이 추가된다.

5. 자살, 안락사 관련

사형 제도라든가 동성애, 낙태 같은 것은 성경의 관점에서는 비교적 명확하게 답이 나와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현실 세상의 법에는 안락사라든가 자살 방조 같은 좀 미묘한 상황에 대해서 범죄의 성립 기준도 다루고 있으며, 이 기준은 각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뇌사자의 연명 치료만 중단하는 정도인 소극적인 안락사는 마취와 보험조차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의 극단적인 사고방식이 아닌 한, 종교적으로도 거의 문제가 없다고 여겨진다. 그 정도면 살인이 아니라 그냥 신이 그 생명을 데려가도록 놔 주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노인은 "나는 나중에 혹시 의식을 잃더라도 무의미한 연명 치료는 하지 말고 죽게 내버려 두세요. 자식들에게 쓸데없는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각서를 미리 유언처럼 써 놓고 평소에 지니고 다니기도 한다.
사실, 성경이 쓰여지던 옛날에는 애초에 그런 연명 치료 의술 자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게 법적으로 긴가민가 문제될 여지도 없었다.

그런데... 스위스인가 유럽의 어떤 나라는 "자기가 살고 싶지 않을 때, 더 추해지기 전에 존엄하게 죽는 것도 인간의 권리이다"를 확대 해석해서 굉장히 적극적인 안락사를 허용한다. 자살하려 하는 사람에게 방법을 추천해 주고 독약을 건네주는 것 정도는 아예 죄로 간주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안락사 시술(?)을 많이 한 모 유명 의사는 죽음의 장사꾼이라는 악명을 얻었으며, 주변 외국에서도 그리로 원정 자살(!!!)을 하러 가는 막장 사례까지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자살을 억제하려고 언어 차원에서 불필요하게 '死, 殺'자가 들어가는 단어들까지 몽땅 없애는 중이다. 자살골 대신 자책골, 사구간 대신 절연 구간, 심지어 언론에서는 자살이라는 말도 일체 안 쓰고 죄다 '극단적 선택'이라고 한다. 마포대교 같은 곳에는 몽땅 CCTV로 도배를 해 놓고 감시하며, 다리 난간에서 오랫동안 서성거리는 사람만 있으면 곧장 경고 방송을 내보내고 119 요원을 출동시킨다.

북한은 그런 거 없이 누가 자살하면 그냥 유가족에게 연대 책임을 물어 해코지를 할 뿐이다. 경애로운 장군님이 다스리는 지상락원에서 감히 자살이라니, 불경죄 괘씸죄를 유가족에게 부과시키는 셈이다. 뭐, 일본은 누가 전철에서 투신 자살을 하면 철도 회사에서 열차 지연으로 인한 손해 위자료를 유가족에게 청구하긴 하는데.. 이건 형사상의 괘씸죄는 당연히 아니고 그냥 민사상의 피해 보상일 뿐이다.
이런 것도 나라마다 법률적인 관점이 제각각인 것을 알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2/01/12 08:35 2022/01/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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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이야기

1. 늙은 호박의 모양 분류

하루는 퇴근길에 집 근처 채소 가게를 보니, 호박이 좀 있었다.
단호박들이 상자에 담겨서 여러 개 진열돼 있고, 그 옆에 농구공만 하게 생긴 큼직한 늙은 호박도 '딱 하나' 외로이 놓여 있었다. "날 데려가 주세요~" 같은 눈길...

그렇잖아도 그 당시엔 호박죽이 없이 한 주를 보낸 상태였으니 이 아이를 사서 집에서 곧장 쪼개고 동지와 크리스마스용 호박죽을 쑤었다.

표면에 상처 같은 게 보여서 혹시 속에 썩은 부위가 있지 않나 염려도 했지만.. 분해해 보니 내부엔 그런 조짐이 다행히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전의 호박들과 달리, 속에는 여전히 초록색 껍질층이 있었다. 하지만 완성된 죽의 색깔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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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내가 지금까지 실물을 봤던 늙은 호박들 중에는 제일 공처럼 둥글고 주름이 별로 없고, 별로 납작하지 않고 종횡비(?)가 괜찮았다. 무게는 3.7kg 정도 나가더이다. 모양이 저러니 속을 파내서 잭꼴랜턴 만들기에도 적합할 것이다.

(1) 저렇게 동글동글하고 주름도 별로 안 보이는 놈
(2) 그리고 적당히 납작하면서 주름도 적당히 보이는 놈
(3) 거의 약과나 타이어 모양이 떠오를 정도로 제일 납작하면서 주름도 아주 깊게 패여 있는 놈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래도 뭔가 (3)이 통상적인 맷돌호박의 범주에 가장 정확히 부합하는 놈일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인터넷으로 주문한 걸로는 대체로 (2)만 접했다. 그리고 (1)은 이번에 처음 봤다.
(1)을 조선호박이라고 부르는 것 같지만, 잭꼴랜턴을 만드는 데 쓰고 신데렐라의 호박 마차에 모티브도 제공한 호박도 (1)형이며, 얘 역시 서양식 호박이다. 종류가 좀 헷갈린다.

늙은 호박은 여느 작은 채소· 과일들과 달리, 상표 붙이고 포장하거나 수박처럼 손잡이 달린 그물줄로 싸서 팔지 않는 것 같다. 수박조차도 1인 가구 증가에 맞춰서 반 통씩 팔거나, 더 작게 개량된 애플수박 같은 품종으로 개량되어 팔리는 형국인데, 늙은 호박은 혼자 취급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고 취급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니 작은 단호박이 더 각광받고 있고, 늙은 호박은 end user 대상뿐만 아니라 즙이나 죽 형태의 가공용으로도 많이 팔리기는 것 같다.

2. 호박의 품종과 상태 분류

호박의 명칭은 품종 명칭과 상태 명칭이 섞여 쓰이는 게 개인적으로 좀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보통 애호박 아니면 늙은 호박으로 구분하는 편인데, 이건 품종이 아니라 상태(색깔)에 따른 분류이다. 품종으로 분류하는 게 더 정확하다.

앞서 1에서 언급했던 둥글둥글 커다란 전통적인 호박은 '맷돌호박'이라고 불리는 편이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론 (1)~(3)을 모두 통틀어서 '일반호박'이라고도 부르고 싶다.
얘는 열매가 커다랗게 맺힌 뒤에도 밭에서 여름과 가을 햇볕 쬐며 오래오래 누렇게 삭혀서.. 단풍 들듯 '늙은 호박'이 된 뒤에 수확하곤 한다. 그러면 단맛도 느껴지고 영양가도 많다. 얘는 죽을 쑤어 먹는 게 제일 일반적이다.

어지간히 잘 자라서 늙은 호박은 무게가 수 kg 이상이 넘어간다. 몹시 단단해서 잘 잘리지 않을 뿐 아니라, 수박처럼 자르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상태로 사과처럼 껍질을 도려내고 속의 내용물을 긁어내야 하니.. 해체하는 난이도를 과장 좀 보태 표현하면 무슨 가축 도축에 맞먹는다. 뭔가 느리고 시골스럽고 억척같은 느낌이 난다.

그래도 늙은 호박은 그런 단단한 껍질 덕분에 상온에서 수 개월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어둡고 통풍 잘 되는 곳, 5~15도대의 서늘한 온도에서 땅이나 다른 호박에 직접 닿지 않게 보관하는 게 제일 이상적이다. 너무 온도가 낮아도 좋지 않으니, 냉장고에 넣을 필요가 없다.

맷돌호박 말고, 오이나 가지처럼 길쭉하게 생긴 호박은 서양호박 내지 주키니 호박이라고 불린다. 늙은 호박 중에도 서양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서양호박이라는 명칭도 좀 부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얘는 그냥 초록색일 때, 즉 '애호박/풋호박' 상태일 때 얼른 수확해서 해체 따위 없이 몽땅 통째로 먹는다. (껍질이나 씨가 제대로 형성되기 전이어서 몽땅 꿀꺽 가능~)

탁탁 썰어서 조림· 볶음을 만들기도 하고, 된장국에 넣거나 국수 고명으로 쓴다. 얘를 주 재료로 삼아서 호박국을 만들기도 한다.
걸쭉한 죽으로 바뀌는 늙은 호박보다는.. 애호박이 자기 원형을 더 유지하는 형태로 먹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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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통념과 반대로 맷돌호박이 시푸르딩딩한 풋호박인 모양은 평소에 매체에서 구경하기가 극히 어렵다. "그 상태로는 상품으로 나오질 않기 때문"이다. 직접 개인 텃밭에다 호박을 심어서 가꿨는데, 심기를 너무 늦게 심어서 누렇게 익기 전에 부득이하게 호박을 따 버렸을 때에나 볼 수 있다.

얘도 애호박의 일종이기 때문에 먹는 덴 아무 문제 없다. 단지, 늙은 호박만치 비싸게 팔 수 없고, 결정적으로 덩치는 큰 주제에 늙은 호박처럼 간편하게 "오래 보관할 수가 없다." 즉, 식품으로서가 아니라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문제될 뿐이다.

또한, 주키니 호박도 오래 놔두면 저렇게 누렇게 변한다.
하지만 기왕 제일 오래 삭힐 거면.. 덩치가 왕창 커지고 양이 많아지는 맷돌호박이 더 수지맞으니 '늙은 주키니'는 보기가 힘든 게 아닐까 싶다. 이런 건 말 그대로 외국에서나 볼 수 있다.

* 단호박은 시간과 지면이 부족한 관계로, 이 글에서 언급을 생략하였다.;;

3. 자이언트 호박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 아프리카코끼리(육상)와 대왕고래(해상)라면, 세상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열매를 맺는 게 가능한 식물은 호박이다. 수박만 해도 호박 같은 급의 슈퍼/자이언트(..) 에디션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호박은 식용으로 키운 일반적인 열매만 해도 저런데, 품종과 재배 환경 마개조를 통해 닥치고 제일 크고 무거운 호박을 만드는 게 신기록 분야로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는 경남 의령에서 호박 농사를 짓는 양 재명이라는 분이다.
보도 자료를 검색해 보면 2010년에 113kg짜리 호박을 키웠고(☞ 링크),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0년엔 465kg짜리 호박을 만들었는가 보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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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호박을 만들려면 좀 특수한 방법으로 심고 물과 영양 공급과 온도 조절을 아주 세밀하게 최적화해 줘야 된다.
그리고 얘는 크기만 엄청 클 뿐, 맛이나 영양은 별로 없고 그냥 수분뿐이기 때문에 사람이 먹을 물건은 못 된다고 한다. 그냥 장식· 관상용인 셈이다. 보면 색깔부터가 빠져서 허옇다..;;

F1 경주용 자동차는 시동 걸고 운전하는 방법이 워낙 특수하기 때문에 정작 일반 공도는 제대로 주행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주 특수한 용도에 너무 맞춰져 버려서 범용성이 떨어진 셈이다.

4. 멧돼지에 의한 피해

멧돼지가 밭에 침입해서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사건이야 전국적으로 한두 번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보통은 고구마나 옥수수의 피해가 많은 것 같으나.. 보도자료를 검색해 보면 나무에서 열리는 사과, 여름 과일인 수박, 심지어 벼나 콩까지도 당하는가 보다.

그래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혹시 호박은..??? 멧돼지가 호박도 먹을까?
유의미하게 검색돼 나오는 건 아마추어 개인용 텃밭에서 발생한 다음 두 건인 것 같다. (☞ 2020년, 2021년) 호박밭이 멧돼지한테 털리면 대략 이런 꼴이 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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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는 그 단단한 늙은 호박을 저렇게 깨 부숴서 먹지 못한다. 그러니 저건 빼박 멧돼지의 소행이라고 한다.
2021년자 블로그의 경우, 근처의 다른 글을 보면 심지어 진흙 목욕을 한 흔적까지 있다고 하네.. ㄲㄲㄲㄲ

애호박도 아니고 그 껍질 단단한 늙은 호박을 주둥이의 엄니로 부숴서 잘 쳐먹었는가 보다. 변두리의 과육 부위보다는 중심부의 씨앗과 펄프 면발을 먹은 건지..?

5. 호박 내부 발아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호박 열매는 시퍼런 풋호박 애호박 상태일 때 따면 열매를 몽땅 다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잘 익은 늙은 호박은 껍질이 단단해지고 중심부에 딱딱한 씨앗들도 형성됐기 때문에 통째로 먹을 수 없다. 요리하려면 껍질을 벗기고(가죽) 속을 긁어내서(내장) 가장자리의 과육 부분만 추출해야 한다.

호박 열매가 익으면 중심부는 과육이 아니라 뭔가 펄프(?), 촉수 같은 축축한 재질로 바뀌면서 그 공간에 씨앗이 들어선다.
호박을 잘라서 단면을 보면.. 씨가 들어있는 중심부는 생각보다 징그럽게 생겼다. 뭔가 저그 건물의 입구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수박과 달리, 씨가 있는 구획과 과육이 있는 구획이 구분되어 있으니 인간의 입장에서 먹기는 더 편하다.

3kg 남짓한 늙은 호박 한 덩이 안에 씨앗은 거의 200개에서 500개 가까이 들어있다고 한다. 어쨌든 수십 개는 절대 아니고, 수백 개 단위이다. 세포 분열의 위력이 이런 것이군..

늙은 호박은 단단한 껍질 덕분에 상온에서도 몇 달 정도 보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한없이 오래 보관 가능한 건 아니다. 겉의 과육이 아니라 축축한 중심부부터 곰팡이 피고 상하고 썩을 수 있다고 한다. 내부가 썩는 주된 징조 중 하나로는 열매의 내부와 연결되어 있는 꼭지-줄기의 연결이 갑자기 끊어지는 거라고 한다. 마치 낙과될 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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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호박 안에서 호박씨가 스스로 싹이 터 버리는 경우도 있다! 적당히 수분과 영양소가 있으니 여기가 땅 속이라고 판단했는가 보다.
하지만 싹을 틔워 봐도 호박 안은 어두컴컴 암흑천지일 뿐이니, 천상 콩나물 수준으로밖에 자라지 못하고 그걸로 아웃이다. 뭐, 그래도 이런 일은 매스컴을 탈 정도로 극히 드물게 발생한다.

그 가녀린 호박 덩굴 줄기의 말단에서 벌어지는 일은 참 오묘하기 그지없다. 식물은.. 씨앗도 그렇고 수확된 열매도 그렇고 산 거랑 죽은 것 경계가 참 애매한 거 같다...;;
그리고 호박은 영양과 온도 같은 환경적인 한계가 없으면 이론적으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으며, 덩굴이 몇 미터 길이까지 뻗을 수 있을까..?? 이것도 노무노무 궁금하다.

이상이다.
호박은 꼬불꼬불 덩굴과 노란 꽃, 둥글둥글 꿀단지처럼 생긴 열매가 참 매력적인 채소이다. 겨울 동안 다들 호박 많이 드시기 바란다. ^^ 본인은 무슨 호박 농가의 이익을 위해서 이런 말 하는 게 아니다.
검증된 실험까지는 아니지만.. 요 한 달간 체중이 약간 줄고 살이 빠진 게.. 아침과 저녁에 호박죽을 먹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

Posted by 사무엘

2022/01/09 08:34 2022/01/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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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귀여운 새끼 사자

동물과 관련하여 혼자 보기 너무 아까운 유튜브 영상이 있으니 이것부터 같이 보도록 하자.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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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자 새끼가 너무 귀엽지 않은가? =_=;;
꺄옹~ 꺄옹~ 이렇게 울면서 혼자 돌아다니다가.. 엄마인지 누나인지가 쓰다듬어 주니 좋아서 꺄르르~ 웃는다. 말 못 하는 짐승한테도 이런 지능과 감성이 있는가 보다.

하지만 (1) 변온동물 내지 (2) 표정 변화나 발성 능력이 없는 동물, (3) 심지어 헤모글로빈 기반의 빨간 피가 흐르지 않는 동물 정도 되면 딱히 이런 면모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것들은 인간이 잡아먹거나 죽이는 것에도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갖게 되는 듯하다. 어류나 곤충 같은 것 말이다.

2. 개고기와 돼지고기

본인은 잔인한 동물 학대에는 물론 반대 소신이지만, 그렇다고 개가 애완견 금수저와 식용 흙수저 품종이 따로 나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식용으로 도축되고 있는 수많은 소, 돼지, 닭들을 두고서 개를 잡아먹는 것만 특별히 잔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령, 소조차도 자기가 도살장으로 끌려간다는 걸 인지하고 스트레스 받고 울부짖을 정도의 지능이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소의 두뇌가 진짜로 소대가리(?) 수준인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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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en vs hell이라고 일컬어지는 어느 짤방.. ㄲㄲㄲㄲ)

개고기는 역사적으로 보신탕, 영양탕, 사철탕 같은 다양한 위장 명칭으로 불려 왔다. 하지만 2010년대를 넘긴 이 시점에는 개고기는 명백히 사양 산업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애완견으로도 모자라서 반려견 이러는 추세와 역행하는 대외 이미지, 마이너한 수요로 인한 높은 단가, 다른 수많은 대체 보양식들의 증가 등의 이유로 인해.. 굳이 개고기 반대 운동이나 강제적인 금지 조치가 없이도 대세가 저절로 이렇게 흘러간 것이다. 개고기를 팔던 기존 식당들은 폐업하거나 감자탕, 삼계탕, 흑염소 같은 다른 메뉴로 전환하게 됐다.

글쎄, 동서고금을 통틀어 우리나라만 유독 개를 즐겨 잡아먹었던 걸까?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는 합법화된 적도 없고, 반대로 법으로 금지된 적도 결코 없다. 합법화를 하면 개고기를 제조, 유통, 조리하는 절차에 법적 기준이 생겨서 개고기를 더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면 "대한민국은 개 잡아먹는 나라라고 법에도 당당히 명시돼 있소"라고 동네방네 광고(?)하는 민망한 효과도 같이 난다. 이거 무슨 공창이나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리고 개고기가 엄청 대중화되고 수요가 늘어서 대량 생산으로 단가를 낮추지 않는 한, 업계에서 법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느라 개고기의 가격이 더 상승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편, 이런 개고기와 달리 고래고기는 애완동물과 무관한 영역이기 때문에 잔인하다는(?) 논란은 없다. 단지, 멸종 위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사냥 금지 조약이 맺어졌을 뿐이다. (개는 반대로 멸종 걱정은 없고..)
오늘날 고래 사냥이 많이 없어지고 고래가 이 정도라도 살아난 건 환경 보호 운동 때문이 아니라 산업용 고래고기의 저렴한 대체제가 많이 개발되어 굳이 고래를 잡을 필요가 없어진 덕분이다. 이 역시 과학 기술의 힘이다.

기름 말고 고래고기도.. 개고기와 비슷하게 요즘은 인기가 시들고 한물 가고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서는 포획이 아니라 우연히 자연사· 사고사한 고래의 사체를 득템한 것만 발견자의 임의 처분이 허용된다. 이 고래가 포획된 게 아닌지 검사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중에 합법적으로 유통된 고래고기라면 애초에 막 신선한 상태일 수가 없다. 그렇잖아도 고래고기가 무슨 참치회 급의 별미인 건 아닌데 이런 시간 오버헤드가 추가되기 때문에 맛이 더 없어진다.

내 경험상 고래고기와 개고기는 모두 그냥 그럭저럭 먹을 만은 했다. 일부러 찾아가며 먹을 정도의 가성비는 아니고..

3. 덩치와 신체 구조

사자의 수명이 겨우 10~15년 남짓밖에 안 된다니 무척 의외이다. 30년 가까이도 사는 초식 동물에 비해 수명이 턱없이 너무 짧아 보인다.
초식 동물은 한가롭게 풀이나 뜯다가 가끔 맹수에게 쫓길 때에만 잠시 죽어라 도망치면 된다. 그러나 이런 육식 맹수들은 사냥이 일상인 게 포식자의 입장에서도 극도의 스트레스와 체력 소모를 유발하며, 그게 명도 더 재촉한다고 한다.

하긴, 초식 동물 중에는 코끼리처럼 1톤이 넘는 체중과 체구를 자랑하는 놈도 있다. 하지만 육식은 사자 같은 대형의 성체라도 200~300kg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날렵하게 사냥을 해야 하는 육식 동물이 코끼리처럼 크고 무거웠다간.. 필요한 식사량 대비 사낭 능력이나 생태계의 먹이 제공 능력이 도저히 감당이 못 됐을 것이다. 더구나 공룡 같은 파충류보다 대사량이 훨씬 많은 포유류가 말이다.

고래만 해도 살육을 즐기는 깡패 범고래는 고래들 중에 작은 축에 속한다. 진짜 초월적인 덩치를 자랑하는 대왕고래 같은 건 플랑크톤만 흡입한다는 걸 생각해 보자.

현실의 동물은 지능이 인간보다야 부족하기 때문에, 인간처럼 불과 도구를 활용하거나 주변의 돌멩이를 집어 던지지도 못한다. 이건 신이 짐승이 인간보다 더 크고 무겁고 힘 세고 빨리 달리고 날카로운 이빨과 털가죽을 가졌을지언정, 인간의 특정 능력은 절대로 따라 하지 못하게 전투력 밸런스 조정을 한 것 같다.

동물 내지 이에 준하는 각종 괴물이 입을 다문 상태에서도 평소에 툭 튀어나와 있는 공격용 이빨을 '엄니'라고 부른다. 어금니와는 전혀 다른 개념.. 코끼리의 엄니는 워낙 독특하기 때문에 '상아'라고 따로 부르는 편이다.
코끼리는 상아가 있고 코뿔소는 말 그대로 뿔이 달려 있다. 코끼리의 상아는 윗니이지만 멧돼지의 엄니는 아랫니이다.

4. 바퀴와 다리

바퀴는 인류의 육상 수송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여겨진다. 그 바퀴가 효율이 완전 극대화될 수 있도록 더욱 고도화된 육상 교통 시스템이 바로 철도이기도 하다.
바퀴 내지 차축은 본체와 분리되어 혼자 무한히 뱅글뱅글 돌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건 생체로는 구현할 수 없고 기계로만 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인간, 아니 그 어떤 동물이라도 모가지가 360도나 심지어 두 바퀴(!!)씩 뱅글뱅글 돌 수는 없다는 걸 생각해 보자..;;;

그렇기 때문에 바퀴는 자연 현상이나 생물 생태를 전혀 참조하지 않고 철저하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바퀴, 그리고 볼트와 너트(나사) 이런 게 뭔가 생체와 기계의 구조적인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게 무척 신기하다.
다만, 바퀴도 만능은 아닌지라, 지형이 조금이라도 메롱인 곳 내지 경사가 급한 곳에서는 신이 창조한 동물의 다리에 비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무한궤도는 험지에서 바퀴의 약점을 좀 보완해 주긴 하지만.. 걔도 다른 단점과 한계가 있음)

우리나라에서는 6 25 사변 당시에 전쟁 물자를 나르기 위해 자동차나 수레가 아니라 다리 달린 인간 지게꾼이 여전히 동원돼야 했다. 산길의 상태가 워낙 개판이었기 때문이다.
다리 달린 사람이나 동물은 길이 아스팔트 포장이건, 비포장 돌밭이건 진행 속도에 차이가 거의 없지만 바퀴는 그렇지 않다.

특히 울퉁불퉁하고 장애물투성이인 산 속 숲속에서는... 인간이 아예 헬리콥터라도 타고 날아간다면 모를까 육상 교통수단으로는 네 발 달린 산짐승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게 오늘날의 기술로도 불가능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포장되지 않은 험한 모래밭 자갈밭 사막에서 낙타의 수송 효율을 능가하는 육상 교통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다리라는 건 반대로 기계로 구현하기가 생각보다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물건이다. 특히 이족 보행은 더욱 말이다. 다리 달린 로보트라는 게 괜히 쌍팔년도 SF물 소재로만 반짝 부각됐다가 사라져 버린 게 아니다.

이 지구에 존재했거나 현존하는 척추동물 이상 등급의 육상 동물들은 아무리 덩치가 크고 무거워도 다리가 4개보다 더 많지는 않다. 자동차 트럭만 해도 초대형은 축(바퀴)이 더 장착되곤 하는데, 신이 다리를 대책 없이 마구 추가로 장착하지는 않으신 셈이다.
다리가 6개 이상으로 왕창 많은 건 곤충이나 그에 준하는 장르로 한정된다(거미, 지네..). 얘네들은 징그럽게 생겼지만 그래도 덩치가 크지 않고 인간이 밟아서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체급이다.

그러고 보니 조류들은 앞발이 날개 역할을 하다 보니 이족보행을 한다. 하지만 인간 같은 직립보행까지 만족하는 놈은 펭귄이 거의 유일하다. 그 대신 얘는 헤엄만 가능할 뿐, 날지는 못한다.
그리고 다리가 아예 없는 뱀은 꽤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오해하기 쉬운데 뱀도 엄연한 척추동물이다.

5. 병거와 기병

바퀴와 다리라고 하니까 이것도 생각나는구나.
고대 이집트니 로마 제국이니 하던 엄청 먼 옛날에는 군용 무기 중에 병거(chariot)라는 게 있었다. 공격 무기를 든 병사와, 말을 조종하는 마부 2인조가 큼직한 마차가 아니라 손수레 비슷하게 생긴 물건에 탑승하고, 그걸 2마리 이상의 말이 끌고 열나게 달리는 것이다.

이게 요즘으로 치면 탱크나 마찬가지인 엄청 비싸고 위압적인 병기였다. 그래서 좀 옛스러운 용어를 동원하자면, 탱크와 병거가 모두 '전차'라고 불릴 정도이다. 병거는 성경에도 엄청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교회 다니는 사람한테는 친숙하다.

하지만 수송용 장갑차처럼 마차에다가 병력을 실어 나르는 것도 아니고, 냉병기 전투를 말이 끄는 수레에 탄 채로 하는 건.. 기병 한 명이 말에 직접 타고 싸우는 것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했다. 병거가 현대의 탱크처럼 탑승자를 완전히 보호라도 해 주는 것도 아니니 나은 구석이 전무하다.

병거가 완전히 도태한 건 인간을 태우고 달릴 수 있을 정도로 큰 말이 품종 개량을 통해 개발되고, 안장과 등자처럼 간단하면서도 안전한 말 탑승을 보장해 주는 획기적인 도구가 발명된 덕분이다.
병거 탑승과 말 직접 탑승의 차이는 트럭과 트레일러의 차이와도 비슷해 보인다.

6. 나머지

(1)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대체로 누가 이기냐? 누가 더 강하냐?" 이건 "캐리어와 배틀크루저가 붙으면 누가 이기냐(스타), 사이버데몬과 스마마가 붙으면 누가 이기냐(둠;;)"와 비슷한 문제인 것 같다. 생산 비용과 시간, 컨트롤 여부, 개체수 같은 정말 다양한 조건과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편적인 비교가 몹시 난감하다.
사자와 호랑이도 비슷한 상황이지 싶다. 현실에서는 둘은 서식지가 일치하지 않아서(초원 사바나 vs 산악 지대) 서로 한데 마주칠 일 자체가 별로 없다.

(2) 심해어가 거의 외계 생명체 급으로 정말 생뚱맞고 기괴하게 생긴 것은 달 탐사선이 통상적인 비행기· 대기권 로켓과 전혀 다르고 기괴하게 생긴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항공역학적인 면모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심해어 역시 햇볕을 쬐며 사는 통상적인 동물의 특성을 지녀야 할 여지가 없으니 그런 모양인 것이다.

지구 안에서는 정말 상상도 못 할 극한 환경에도 저런 생물이 존재하는 반면, 지구 바깥 우주에는 지금까지 엄청난 설레발들이 난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존재하는 것으로 검증된 사례는 아직까지 전무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2/01/06 08:36 2022/01/0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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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후 사진

19세기에 카메라와 사진이라는 물건은 정말 획기적인 발명이었다.
비록 흑백이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인물이나 풍경을 보이는 그대로 화가보다 훨씬 더 신속 정확하게 종이에 담아서 영구적인 기록으로 남겨 줬으니 말이다.

사진을 번쩍 찍히면 자기 혼이 빠져나가는 줄로 알고 무서워한 사람도 있었다.
자기 원래 모습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데 하물며 X선을 발견해서 자기 손의 생뼈 사진을 인류 최초로 관찰한 물리학자 뢴트겐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이런 생각도 같이 하게 된다.

그리고 혼이 빠져나갈까 봐 두렵다면.. 발상을 전환하여 이미 혼이 빠져나가 있는 사람, 다시 말해 시체의 사진을 찍는 건 어떨까?
지금으로서는 정말 믿거나 수긍하기 어렵지만,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 사이.. 유식한 용어로 '빅토리아 여왕' 시절 / 벨 에포크 시절엔 유럽과 미국 일대에서 가족의 ‘사후 사진’이라는 걸 찍어서 남기는 게 유행이었다.

천수를 누리고 죽은 사람 말고, 병이나 사건· 사고로 일찍 죽은 가족의 모습을 사진으로라도 찍어서 남기는 것이다. 특히 아기 말이다. 이거 무슨 영정 사진도 아니고 참..;;
그나마도 예전에는 화가를 불러서 초상화를 그리던 것이 사진으로 더 간편하게 바뀐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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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시신이 부패하기 전에 최대한 어서 찍어야 했다.
시신에다가는 최대한 멋지고 근사한 옷을 입혔으며, 곤히 잠들었거나 의자에 앉아 쉬는 포즈를 만들었다. 아니면 시신의 사지를 붙드는 장치를 연결해서 억지로라도 기립해 있는 모습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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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눈은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자는 포즈가 아닌 사진이라면 사진사나 화가가 사진에다가 떠진 눈을 인위로 그려 넣었다.;; 그 시절엔 컴퓨터나 포토샵 같은 도구가 없었으니, 이건 물감과 붓을 동원한 수작업이었다. 그나마 사진이 흑백이니까 이런 장난질이 그리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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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너무 노골적으로 시체 느낌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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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의 맨 뒤(왼쪽), 선 채로 눈을 감고 있는 저 막내 꼬마 여자아이는 귀신...이 아니라 죽은 상태이다. 언니 오빠들은 시체와 나란히 줄 서서 몇 분간 부동자세로 가족 사진을 찍었다. (☞ 더 많은 사례들)

2. 시체 공시소

역시 비슷한 시기인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 사이에.. 프랑스에서는 ‘시체 공시소’라는 걸 운영했다.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시신을 공개적으로 진열해 놓고, 이 사람의 연고자 내지 유족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러니 이건 행방불명자의 유족에게 시신이라도 찾아 준다는 좋은 목적과 선한 의도로 만들어진 시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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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나 드나들면서 생판 모르는 사람의 시체들을 열람할 수 있다 보니, 여기는 엄근진한 곳이 아니라 무슨 ‘인체의 신비전’ 같은 엽기 관광 명소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친인척 중에 실종자가 딱히 없는 사람들도 어중이떠중이가 다 저기로 성지순례를 떠났다. 시신에게 이상한 옷을 입혀 분장도 시켜서 구경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누구나 무료 관람 가능하던 곳이 나중에는 입장료까지 징수하게 됐다.

1900년대 초는 아직 제국주의에 인종 차별주의와(백인 우월, 인종 박람회..) 우생학까지 쩔던 시절이지 않았던가.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중국 같은 동양인의 시체까지 수입해서 일부러 전시했다고 하는데.. 그때는 지금 같은 냉동 기술도 없었을 텐데 시체를 장시간· 장거리 운송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은 했나 모르겠다... (검색을 해 보니 기초적인 냉장 기술은 개발됐었다고 함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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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시체 공시소가 의외의 기여를 한 분야는 범죄 수사이기도 했다고 한다.
범죄 용의자를 여기 데리고 와서 밝은 전등 아래의 피해자의 시체를 직접 대면시키고는 "이 사람 정말 니가 죽인 거 아니야?"라고 취조하면.. 어지간한 범죄자는 양심의 가책과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죄를 자백했다고 한다. 오~~ 고문이나 가혹행위도 아니고.. 꽤 괜찮은데??

이런 사례들을 보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
먼저, 기술적인 배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시절 카메라는 노출 시간이 수 분대로 길어서 피사체는 그동안 꼼짝없이 부동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흔들려서 망가진 사진을 보지 않으려면 말이다.
살아 있는 사람은 오랫동안 가만히 있기가 몹시 어려운 반면, 시체는 그런 제약이 없다. 그러니 사후 사진이라는 발상을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옛날 시대상을 떠올려 보자. 전쟁, 기근, 질병, 높은 유아 사망률, 지금보다 더 잔인한 형벌(공개 처형, 부관참시 시체 훼손, 능지형), 더 폭력적인 사회 관행(툭하면 싸움질, 결투, 석전, 주취 가정 폭력, 애들한테 가혹한 체벌..)..

그러니 옛날에는 사람의 죽음이라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흔했으며, 길거리에서 사람 시체를 구경하는 것도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던 것 같다. 무연고 거지나 '행려병자' 같은 것도 훨씬 더 쉽게 볼 수 있지 않았던가?
(행려병자라고 하니 말이 좀 어려운데, '행려'를 순서를 뒤집어서 '여행'으로 바꾸면 뜻이 바로 와 닿을 것이다.)

옛날엔 사람들이 멘탈이나 비위 같은 것도 지금 현대인보다 더 억세고 강해야만 했다. 분위기가 그랬으니 저런 관행도 존재 가능했던 것이지 싶다. 비록 후대에 전시의 특수한 상황이긴 했지만, 일본군 두개골을 군 복무 중인 남친이 여친에게 선물로 보냈던 사례도 있었음을 생각해 보자.

아울러, 그 시절에는 지금 같은 인터넷이 없고 컴퓨터 게임이 없고 여가나 유흥 시설, 볼거리들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빈약했다.
오죽했으면 19세기 말에 미국 어딘가에서는 사막 벌판에서 육중한 증기 기관차 두 대를 마주보고 정면충돌시키는 캐막장 잉여 쑈를 기획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ㄲㄲㄲㄲ (그랬는데 보일러가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금속 파편이 저 멀리 관중석까지 날아가는 바람에 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이 쑈는 흑역사로 묻혀 버림)

이런 시대 정황까지 추가로 고려해 보면, 옛날에는 공개 사형 집행이 얼마나 흥미로운 구경거리였을지도 수긍이 간다. 하물며 능지형 정도 되면 초특급 쑈 그 자체라 하겠다.
그 시절에 컬러 카메라나 유튜브 같은 게 없었던 게 다행이다. 그런 게 있었다면 사람 공개 처형 장면 동영상은 ISIL이니 탈레반이니 하는 또라이들이나 올리는 게 아니라 영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 문명국에서도 올라오게 됐을 테니 말이다.

이 사람들은 무슨 사후 세계를 믿지 않고 시체를 아무렇게나 다루는 티베트인이 아니며, 시체 갖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변태 야만인이 아니었다. 엄연히 기독교 배경이 있는 열강 강대국에서도 이런 관행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후 사진이나 공개 시체 공시소 같은 게 민망한 짓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1차 세계 대전을 겪은 뒤부터였다고 한다. 미개인이 아니라 유럽 백인 자기들까지 기관총 대량 학살 시체 더미의 쓴맛을 제대로 봤으니까.. 전간기와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이런 관행은 완전히 사라졌다.

뭐,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7년에 수원 역 노숙 소녀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에서 이례적으로 피해자 시신의 얼굴을 공개했던 적이 있다. 피해자의 신원을 도저히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핏기없고 섬뜩한 인상인데.. 그래도 실제 피해자의 부모가 그 얼굴을 알아본 덕분에 연고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 사건의 경우, 기껏 잡았던 가해자는 답정너 강압 수사로 인한 거짓 자백 정황이 드러났다. 결국은 이전 판결이 무죄로 뒤집히고 리셋돼 버렸지만 진범은 끝내 잡히지 않은 채로 수사가 씁쓸하게 종결돼 버렸다.
애초에 피해자는 껌 씹는 날라리 일진 양아치 가출 소녀가 아니었다. 정신장애가 있고 채팅에서 만난 다른 양아치들한테 낚여서 따라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이었는데.. 처음에 수사 방향을 잘못 잡은 채로 삽질하다 시간을 날리는 바람에 진범 잡을 기회도 놓친 것으로 보인다.

그 뒤로 이렇게 실종자 시신의 얼굴 공개 사례가 국내에서 또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더 옛날에 1997년 언젠가 <경찰청 사람들> 다큐에서도 실종된 범죄 피해자를 찾는다고 무려 토막 살해 시신의 얼굴을 그대로 내보낸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이건 좀 무리수였다.

뭐 피투성이였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끔찍한 몰골은 시청자들을 OME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결정적으로 죽은 시체의 인상은 살아 생전의 모습과 차이가 커서 사람을 찾는 데 별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이 시신도 훗날 다행히 신원이 확인되긴 했지만.. 이 비주얼 단서가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서 된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옛날 사람들과 달리 생사람의 시체를 전혀에 가깝게 볼 일 없이 평화롭게 지내는 것은 여러 요인들 덕분이라 하겠다. 과학 기술의 발전, 그에 걸맞게 발달한 의료 보건 위생 여건과 치안 복지, 정치적 안정, 그리고 인권 의식의 향상까지 말이다. 일상 생활에서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의 교통사고나 대형 안전 사고를 목격하게 될 수는 있지만 그건 뭐.. 평범한 일반인에게는 로또급 확률의 이벤트일 것이다.

그러니 현대인들은 현실이 아니라 영화와 게임에서나 사람이 죽는 장면과 각종 시체들을 실컷 보며 지낸다. 이런 건 실제 사람이 죽거나 죽은 장면이 아니니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결정적으로 이런 건 비주얼이 현실의 그것만치 흉측하지도 않다.

끝으로, 미국에는 통상적인 의대 해부 실습 용도가 아니라.. 법의학 연구 목적으로 기증받은 시신들을 잔뜩 모은 ‘시체 농장’이라는 것도 있다는 걸 언급하며 글을 맺겠다. 대표적으로 테네시 대학교 인류학 연구소 말이다. 이건 과거가 아니라 현재까지도 잘 돌아가고 있는 시설이다.

여기서는 다양한 여건 하에서 시체가 부패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시간대별로 시체에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부풀어오름, 벌레 꼬임, 무슨 무슨 색깔로 변함..) 정말 꼼꼼히 기록해서 수십 년 동안 데이터로 축적했다. 그냥 벌판에 널부러진 시신, 물에 던져진 시신, 여행 가방에 밀봉된 시신, 콘크리트로 공구리 쳐진 시신 같은 이런 상태 차이도 있고, 여름과 겨울, 눈과 비 같은 날씨 차이도 있고.. 토막(;;)났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까지.. 변수가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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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곳... 부지가 넓으니 시체를 꽁꽁 숨겨 놓고는 경찰견의 탐지 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여기서 축적된 방대한 실험 데이터 덕분에, 범죄 현장에서 피해자의 사망 시각과 사망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 맞혀서 단서를 얻고 해결한 사건이 지금까지 적지 않았다.
단, 시체라는 민감하고 특수한 기자재를 잔뜩 다루는 시설인 만큼, 여기도 의대 해부 실습에 준하는 군기와 보안, 윤리 정책이 적용된다. 근무자는 시신 기증자와 당사자에 대해 감사의 묵념을 빠뜨리지 않으며, 보안 서약을 한 정직원이나 허가 받은 기자 말고 일반인은 절대로 출입 금지, 내부 사진 유출 절대 금지 정도는 기본이다.

더구나 여기는 사망 원인이 밝혀진 고인에 대해서 유족이 명시적으로 기증 의사를 밝힌 시신만을 접수한다. 그러니 신원 미상 시신을 대중에게 아무렇게나 전시하고 분장(!!)까지 시켰던 옛날 프랑스 시체 공시소와는 분위기가 180도 극과 극으로 다르다고 보면 된다.

다만, 장례 비용마저 부담되는 가난한 사람들이 무작정 여기로 시신을 보내 버리는 사례가 많아져서 여기도 시신 접수 조건을 좀 더 강화했다고 전해진다. 흠.. 그럼 그냥 의대 해부 실습용으로 시신을 기증해도 될 텐데? 거기는 시신이 언제나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시체 관련 추가적인 이야기들

(1) 오늘날 지구를 누비는 여객기에도 죽은 사람을 실은 관이 수하물로 알음알음 몰래 같이 운구되는 게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2) 1993년 서해훼리 호 침몰 당시엔 언론에서 해저에서 인양 중인 시신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내보낸 적이 있었다. (의도적인 노출보다는 별 생각 없이 카메라를 잠깐 비췄던 게 전파를 탔..)
그것도 그렇고 위의 저 사진도 그렇고, 노숙 소녀 시신 얼굴도 그렇고, 등산가 조지 맬러리의 오래된 시신 같은 것도 보면.. 시신은 부패해서 본격적으로 보기 흉해지기 전에는 핏기가 빠져서 공통적으로 정말 하얗게 변하기는 하는 것 같다.

(3) 사람이건 동물이건 시체가 생기면 시체를 뜯어먹는 동물과 곤충, 아니면 부패· 분해시키는 미생물과 세균이 앞다퉈서 그 시체를 접수해 버린다. 그런데 송장벌레는 비록 시체를 파먹을 목적이긴 하지만 그걸 땅에 파묻어서 보이지 않게 해 주기도 한다니 참 오묘한 노릇이다.
뭐, 일개 곤충이 중장비나 삽질 같은 속도와 효율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얘들은 신이 자연에다 마련해 준 시체 처리반 장의사나 다름없다.;;

(4) 죽은 시체에 옷을 인위로 입히거나 벗기는 건 생각보다 꽤 힘든 일이다~! 특히 크고 무거운 성인 남성의 시신이라면 더욱 말이다. 범죄 현장에서 정황상 사망자가 원래부터 이 옷을 입고 있었는지, 아니면 사후에 옷이 벗겨지거나 바뀌었는지도 어지간하면 판별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나치 독일이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집어넣기 전에 샤워 드립을 괜히 쳤던 게 아니다. 피해자들이 스스로 자기 옷을 벗고 개어 놓음으로써 일 처리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12/28 08:33 2021/12/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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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예 vs 실리

(1) 롤스로이스: 한때는 구매자에게 차값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엄근진한 사회 지위 등, 엄청나게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했다. 심지어 엘비스 프레슬리한테도 "당신 같은 딴따라는 이런 고매한 차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퇴짜 놨을 정도였다. 이런 사람이 굳이 롤스로이스를 몰려면 중고차를 알아봐야 했다.
==> 지금은 그딴 거 없고 아무나 돈만 내면 살 수 있다. "돈만 내면"...;;

(2) 스위스 은행: 그 어떤 국제기구나 공권력이나 수사기관에게도 예금자의 개인 정보를 절대로 넘겨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구린일을 하는 사람이나 집단이 출처가 떳떳하지 못한 돈을 여기에다 예치해 두곤 했다.
==> 스위스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국제 추세를 거스르면서 혼자 독고다이는 못 하며, 은행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수사에 협조해 주고 있다.

(3) 남성상: 과거에는 영국 신사, 조선 양반/선비 같은 이미지가 좋은 이미지였다.
==> 오늘날은 그런 거 없고 나쁜 남자 마초 상남자가 좋은 편이다. (절대적인지는 모르겠지만)

(4) 기네스북: 과거에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연속살인범 우 범곤, 세계에서 가장 오래 강제로 잠을 안 잔 기록(266시간??) 같은 것도 실려 있었다.
==> 이제는 범죄 행위 내지 사람 건강을 망치거나 동물 학대를 조장하는 기행의 기록은 받아 주지 않는다.

(5) 복싱: 과거에는 선수가 바닥에 대짜로 완전히 뻗어서 기절하지 않은 한 무조건 경기 진행이었다. 그래서 "제 발로 링을 내려오거나 들것에 실려 내려오너라" 급으로.. 선수들이 승부욕 때문에 선뜻 gg를 치지 않고 벽에 기대어 있다가 계속 얻어터져서 사망· 중상 같은 사고가 나기도 했다.
==> 사고가 몇 번 난 뒤, 지금은 경기 시간 단축되고 라운드 수가 더 줄고 휴식 시간 늘고, '스탠딩 다운' 판정에다가 선수 주치의의 재량으로 경기를 임의로 종료시킬 수도 있게 하는 등.. 온갖 안전장치들이 추가됐다.

요컨대 과거에는 지금보다 체면, 위신, 명예를 따지는 성향이 더 컸고 "안 되면 되게 하라, 이기든가 죽어라" 근성과 의지드립을 더 강조했다.
오늘날은 그때보다 실리, 인권을 더 따지는 편이다. "이길 수 없으면 살아서 돌아오기라도 해서 후일을 기약하자" 같은 관점이 된 것이다.
"죽음으로 책임지고 속죄하자" vs "그런다고 상황이 더 나아지는 건 없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살 사람은 살자"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2. 폭력

옛날은 사람들의 사는 방식이 지금보다 더 살벌하고 전투적이었다. 법을 어겼을 때의 형벌이 지금보다 더 엄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까운 면모도 컸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애들이 일찍부터 깍듯이 예의를 지키고 철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 그러고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깝죽댔다가는 바로 쳐맞았으며, 심하면 자기 밥과 목까지 날아갔기 때문이다.

학교에는 꼭 일진 양아치들이 있었다. 그때는 체벌이 훨씬 더 심했고 교사가 학생을 폭행하는 데도 아무 제약이 없었건만.. 그런 강력한 교권을 동원해서 진짜로 섬멸해야 할 교내 불량배들을 제대로 단속하지는 않았는가(혹은, 못했는가) 보다.
군대에서는 좀 만만하고 약점 잡기 쉬운 애들이나 고문관한테 구타와 가혹행위가 지금보다 훨씬 더 심하게 행해졌으며.. 그게 군기 잡는다는 명목으로 간부들에 의해 묵인되기까지 했다.

동네의 체육관? 무술 업계(?)에서는 무협지에서나 보던 ‘도장 깨기’ 관행이 진짜 존재했다. 관장이라는 양반이 동네 양아치한테 두들겨 맞았다는 소문이 퍼지면 그 사람은 쪽팔려서라도 밤에 짐 싸서 딴 동네로 몰래 이사를 가야 했다.

바로 이런 풍조의 강화 심화 버전을 상상해 보면, 과거에 서양에는 결투가 있었고 조선에는 석전(!!)이란 게 있었던 배경을 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3자가 참관하는 정식 결투에서 상대방을 죽인 것은 살인이 아니라 합법 무죄였다.

석전에서 남에게 돌 던져서 대가리 깨뜨리고 죽인 것 역시 합법이었고, 이때는 심지어 상대편 진영 집을 터는 것까지도 허용됐다. 군인이 전쟁터에서 적군을 죽인 것과 동급이라는 것이다!
그런 시절에 지금 같은 과학 기술이 있고 여건만 갖춰졌다면 심지어 오징어 게임 같은 것도 합법으로 운영됐을 수도 있다.

3. 인권

옛날은 “인생은 실전이야 이 존만아” 관념이 훨씬 더 강했다. 그리고 ‘갑’과 ‘을’의 권익이 상충하고 둘 다 챙길 수 없었을 때는 명백하게 을이 일방적으로 희생됐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 죽을 죄를 지은 사람은 진짜 말 그대로 죽어야 했다. 사람을 고의로 죽인 흉악범은 자기도 목이 날아갔다.
  • 실수로 불을 내서 마을 전체를 태워먹은 사람은 처형 당하거나 평생 노예로 일하며 죄값을 갚아야 했다. 신분도 대물림되는 마당에 빚이야 당연히 대물림됐다.
  • 노예들을 배로 수송할 때는 전부 꽁꽁 결박을 했다. 사고가 나서 배가 침몰이라도 하면 그들은 그대로 같이 익사해야 했다.;; 정말 비인도적이고 잔인하지만 그렇다고 노예를 일일이 구조할 수 없으며, 탈출하게 내버려둘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죄수가 탈출하면 죄수 관리를 제대로 못 한 간수가 자기 목숨을 대신해야 했다. 이건 성경에도 나오는 관행이다(행12:19, 행16:27, 행27:47).
  • 우리나라도 6 25 때 전국의 형무소 죄수들을 제대로 이감 수용할 수가 없으니.. 죄질이 가벼운 죄수는 그냥 가석방하고, 중범죄자나 좌익사범 같은 위험한 죄수는 그대로 다 총 갈겨서 죽여 버렸다. 군대에서 즉결처분뿐만 아니라 이런 잔혹한 일도 벌어졌었다.

하지만 요즘은 인권 의식(?)이 워낙 발달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사형 집행을 안 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채무도 말이다. 상속을 포기하거나 파산 선언을 하면 된다.
경제적으로 여러 불이익이 뒤따르며 현재의 자기 재산이야 다 공개되고 압류당하고 탈탈 털리지만.. 그래도 자기 능력이 되는 한도까지만 갚으면 되며, 무슨 신체 부위를 판다던가 본인 및 처자식을 노예로 팔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보면 세상이 야만에서 문명으로 바뀐 것 같고 인권이 향상된 것 같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이 “제로썸 게임”의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사형 집행을 안 해서 가해자의 인권을 챙겨 주면, 결국 가해자의 엄벌을 원하는 피해자 내지 유족의 인권이 처절하게 유린당하고 말살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인권팔이 위선자들이 한 마디도 입도 뻥긋 안 한다.

채무자 인권만 챙기느라 걸핏하면 채무를 탕감해 주고 배째가 가능하게 해 놓으면.. 결국 성실하게 빚 갚는 사람만 바보 되고 경제 모랄빵이 벌어진다. 그리고 예전과는 반대로 채권자가 돈을 못 받아서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채권자나 땅 주인 집 주인 기업주가 몽땅 다 샤일록 같은 놈일 거라는 인식도 프레임이고 거짓 선동일 뿐이다.

비정규직을 없애겠답시고 법을 무시하고 얼치기로 그 애들을 정규직으로 승격시키면.. 그럼 피똥 싸게 공부해서 공채 뚫고 정규직 입사한 애들이나 임용 합격해서 정교사가 된 애들은 뭐가 되는가? 이런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나오는 노예나 죄수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먹고 살 만하고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나라 체제가 안정되고 사회 안전망 복지 인프라가 잘 돌아가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 인권을 챙길 여유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다시 옛날 같은 열악하고 처절한 위기 상황이 닥치면.. 아무리 인권 인권 거리더라도 범죄자의 인권과 선량한 일반 시민의 인권을 다같이 챙길 수 없어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사회 시스템이 달라지고 사람들의 윤리관 사회관 같은 게 달라졌더라도 인간이 겪고 있는 문제나 딜레마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건 아니라는 걸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 문제를 해결한 듯하지만 그 문제가 형태만 바뀌어서 다른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게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통찰이 없이, 절대악은 그대로 놔 두고 필요악만 나쁘다고 없애자고 선동하는 애들은 절~~대로 선한 결과를 산출한 적이 없었다. 이런 것에 절대로 속지 말아야 할 것이다.

4. FPS 게임에 비유

FPS 게임에는 time to kill TTK라고..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데 걸리는 시간 내지 필요한 히트수라는 개념이 있다.
단칼에, 총 한 방 잘못 맞으면 바로 훅가는 건 TTK가 짧은 것이다. 그렇지 않고 여러 발 때려야 되는 건 반대로 TTK가 긴 것이다.

TTK가 너무 짧으면 대부분의 뉴비들은 그냥 맵에 spawn되자마자 누가 쏜지도 모르는 총에 맞아서 바로 뒤지고 흥미를 잃기 쉽다. 그러나 고수도 재수 없으면 실수로 언제든지 훅갈 수 있으니 처신을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초반에 살아남은 소수의 초보가 드물게나마 뽀록으로 선빵을 날려서 고수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TTK가 길어지면.. 그 누구라도 한 방 맞는다고 바로 죽지는 않고 반격의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게임을 시작하는 여건과 기회가 비교적 공평해지고 안전해진다. 그러나~ 이런 여건에서는 기습 뽀록이 안 통하며, 초보가 고수를 이기는 건 확실하게 거의 불가능해진다.
극단적인 예로, 성경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일격에 바로 쓰러뜨리지 못해서 골리앗의 반격을 허용했다면 그 다음 스토리가 어찌 됐을까? 바로 이런 이치이다.

이제 FPS를 현실 인생에다가 투영해 보자. 초보/고수를 흙수저 금수저에다 비유하고, 킬 올리는 걸 각종 성공이나 출세, 신분 상승 따위에다 비유해 보자면..
세상의 사회 시스템이라는 FPS는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갈수록 TTK가 짧았다가 더 길어지고 있는 것 같다. 여~~러 정황상 말이다. TTK 값이 바뀜으로서 발생하는 장단점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라떼는 말이야 더 가난하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다 버티고 성공했어" 이런 부류의 아재스러운 조언은..
TTK가 짧은 게임에서 살아남아서 고수를 여차여차 끝에 잡았다는 유형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사람도 노력을 안 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 사람만의 운도 있었고, 지금 TTK가 긴 시스템에서 적용 가능하지는 않은 면모도 있다는 것이다.

(현실의 전장이야.. 눈부시게 발전한 무기들 덕분에 TTK가 엄청나게 짧다. 총이건 폭탄 포탄이건 한 방 맞으면 그냥 죽는 게 아니라 시체도 못 찾는 처참한 꼴로 죽는 게 태반이다. 군함을 수리하는 정비함이라든가 갑옷 같은 게 괜히 없어진 게 아니다.
TTK가 짧을수록 현실 군대 반영 FPS이고, 길수록 과거 Doom 스타일의 비현실적이거나 캐주얼한 영웅 원맨쑈 FPS 장르가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1/11/18 08:35 2021/11/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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