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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기와 장소별로 인상적이었던 작품들

(1) 1970년대 중후반에는 성행위, 폭력, 고문 등.. 뭔가 하드코어한 장면을 높은 수위로 묘사하는 걸로 주목 받은 영화가 여럿 등장했다. 이탈리아 영화 중에 "살로 소돔의 120일"(1975), "카니발 홀로코스트"(1980).
일본에는 "쇼군의 새디즘"(1976)이라든가 "감각의 제국"(1976)이 다 비슷한 시기의 작품이었다.

(2) "마지막 황제"(1987)와 "시네마 천국"(1988)도 비슷한 시기에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명작 영화이구나. 스토리 배경이나 장르는 둘이 서로 다르지만.

(3) 한때 인조인간이나 사이보그, 반쯤 좀비 귀신인 인간.. 이런 장르가 아주 인기였던 것 같다. 로보캅, 터미네이터, 아 그리고 가위손..!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은 원작 소설이 아주 옛날옛적부터 있었고.

(4) 후뢰시맨-_- 같은 특촬물이라든가 애니-실사 합성 영상물(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도 쌍팔년도 시절의 참신한 촬영 기법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닥치고 다 CG가 대세가 됐다.

(5) 쉬리(1999) 이후로 본인의 대학 시절.. 딱 2000년대 초중반이 울나라 국산 영화의 중흥기 황금기였던 것 같다.
"라이터를 켜라"(2002)는 지금도 유튜브에서 요약, 평론이 올라오는 명작이고.. "지구를 지켜라"(2003)도 시대를 앞서갔던 문제작, 포스터를 너무 생뚱맞게 만들어서 망한 비운의 명작 소리를 듣는다. 이것 말고도 여러 작품들이 떠오른다.

(6) 그때 "친구", "공공의 적", "두사부일체" 등 조폭물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었다.
그 뒤 2010년대에 들어서는 범죄도시 시리즈라든가 청년경찰, 나쁜 녀석들, 베테랑, 극한직업 같은 영화들도 잘 만든 것 같다.

(7) 2012년에는 일본에서 "공포의 물고기"라는 애니가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는 "파닥파닥"이 만들어졌다. 이것도 꽤 의미심장하다.;;

(8) 2015~16년 사이에는 우리나라에서 일제 시대 배경의 반일물이 인기를 끌었다. "암살"(2015)과 "밀정"(2016).
2019년이야 3· 1 운동 100주년이니 "항거", "말모이", "엄복동", "봉오동 전투" 등의 일제 시대 배경 작품이 유난히 많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얘들은 명작까지는 못 되는 퀄리티이거나 심지어 엄청난 졸작 망작도 있었다.
이거 유행이 식고 관객들이 식상하기도 했으니, 향후 몇 년간은 일제 시대 영화가 흥행 주류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2. 옛날 영화 제목의 음역· 번역

  • The Hidden (1987) ==> 하이든 (!!!!!!!!!)
  • The Sword And The Sorcerer (1982) ==> 스워드 (ㄷㄷㄷㄷㄷㄷㄷㄷ..)
  • The Hitman (1991) ==> 스트롱맨 (네놈을 살려 두긴 "쌀"이 아까워!!)

옛날에는 영화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는 방식이 꽤 창의적인 경우가 있었다. ㅋㅋㅋㅋ

3. 뮤지컬과의 관계

본인은 의외로 꽤 최근에 "할리우드(영화)랑 브로드웨이(연극, 뮤지컬)는 영역이 다르고 지리적인 위치도 완전히 다르구나!!" =_=;; 이걸 깨닫고는 현타를 경험했었다. ㄲㄲㄲㄲㄲㄲ

라이온 킹, 맘마미아, 시카고, 명성황후-_-, 영웅..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며 봤던 뮤지컬 포스터들이 뒤늦게 떠올랐다.
대학 시절에는 노 영해 교수라고 교양 수업을 개설해서 뮤지컬을 가르쳤던 저 바닥 전문가도 계셨는데.. 그땐 난 저런 분야는 정말 까맣게 몰랐다. -_-;;

이 바닥은 영화보다 저변이 더 좁으니 소수의 연뮤덕 매니아 고인물들이 업계를 먹여살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같은 작품이라도 매번 공연할 때마다 100% ctrl+C, V 동일한 공연이 나오지를 않으니..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사람도 있댄다.
안 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영웅"의 경우, 2009년 이후로 무려 15년째 10차례가 넘게 공연 중이며, 영화(2022)도 나오고 최근엔 심지어 뮤지컬 공연을 촬영한 실황 영화까지 만들어져 있다.

영화관이야 요즘은 입장 게이트를 지키는 검표 요원까지 차차 생략할 정도로 온통 무인화 자동화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뮤지컬은 그 특성상 여전히 직원들이 “1막이 끝났습니다. 20분 휴식 후 X시 Y분까지 극장 안으로 들어와 주세요~ 사전 승락되지 않은 촬영은 금지입니다” 등등으로 일일이 직접 통제를 한다. 지연 입장 조건도 훨씬 더 까다롭다.
그래도 뮤지컬은 영화처럼 광고만 지겹도록 10분씩 나오는 게 전혀 없고 칼같이 정시에 본 공연이 시작된다. 그거 하나는 참 좋다.. ^^

영화와 뮤지컬은.. 뭐랄까.. 기름 주유소와 LPG 충전소의 차이를 보는 것 같다.
일반 기름 주유소는 전부 무인화 셀프화가 된 반면, LPG 충전소는 액체보다 더 위험한 기체를 다루는 관계로 법적으로 무인화를 못 한다. 가스 안전 교육을 이수한 직원만이 가스 충전기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4. 영화에서의 전쟁 전투 묘사

영화에서 각종 폭발(포탄, 자동차 등)은 화염만 실제보다 더 딥다 크게 묘사되고, 폭발음은 더 작게 묘사된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낑낑대면서 폭탄 전선 해체하는 장면 따위 없다. 발 떼면 터지는 지뢰 같은 것도 없다.

영화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끝까지 싸우다 전멸하는 연출을 좋아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훨씬 더 조심하면서 신중· 소심하게 움직이며, 병력을 반도 채 잃지 않았어도 철수하고 후퇴하고 추가 지원을 요청한다거나 한다. 현실의 전장은 영화 300 같은 스타일이 아니다.

(1) 스타십 트루퍼스: 수백 년 뒤를 다루는 SF물인데도 저그 괴물들을 상대하는데 미사일은 안 쓴다. 알보병들이 수류탄 하나 깔 생각조차 안 하고 소총만 드르르륵 갈기다가 죽어나가는 게 참 이상하다.

(2) 태극기 휘날리며: 제아무리 1950년대 배경이라지만.. 마지막 금성 전투는 너무 비현실적인 백병전 지향적으로 연출됐다. 무슨 1차 세계대전 참호전이나 그 이하 19세기의 전투 같은 스타일이다.

(3) 봉오동 전투: 독립군 장수가 일본군 장교하고 검으로 맛다이 떠서 목 따는 씬이 있던데...;;; 정말 어이가 달아나는 줄. 저 때가 1920년대인지, 아니면 기원전 삼국지 무협지 시절인지..??
근데 이런 식의 국뽕 왜곡은 중국에서도 엄청 많이 한다. 중일 전쟁 시절에 재야의 은둔 쿵푸 고수가 일본군 1개 소대를 다 쳐바른다는 식으로.. 유튜브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ㅠㅠㅠㅠㅠㅠ

(4) 그레이트 월: 이 바닥 판타지의 끝판왕.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여군들 발 묶어놓고 아래로 점프하면서 괴물들 잡는 거는.. 현실성, 전술적 가치는 안드로메다 행이다. 잊을 수 없네.

(5) 패트리어트: 이때는 전열보병이라는 그 당시 전투 방식 자체가 미친 짓이었다. 그러니 영화가 특별히 더 왜곡하고 과장하고 고증 무시할 필요가 없었다. =_=

하긴, 전투기 공중전을 찍어도 적당히 도그파이팅 하면서 그림다운 그림이 나오는 거는 1~2차 세계대전 사이가 마지막이지 싶다.
오늘날의 전투는 버튼 띡 눌러서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갑자기 폭탄이 날아와서 적군을 쳐잡는 형태이기 때문에 영화 연출이 들어갈 게 별로 없다. 옛날처럼 드라마틱한 전쟁 영웅이 배출되는 형태로 전쟁이 진행되지 않는다.;;

Posted by 사무엘

2024/09/29 08:35 2024/09/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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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전화 급 범죄들

1. 장난전화

경찰 112와 소방 119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긴급전화는 그 어떤 극한 상황에서 타전되는 신고도 받을 수 있도록 정말 엄청나게 민감하게 설계되어 있다.
얘들은 돈이 없어도 공중전화로 바로 걸 수 있으며, 개통되지 않은 핸드폰으로도 전파만 물리적으로 터진다면 걸 수 있다. 발신자의 위치는 곧바로 추적되며, 걸었다가 발신자 쪽에서 끊어도 연결이 유지된다.

이런 하드웨어적인 특례뿐만 아니라 컨텐츠 면에서도 말이다.
112 신고는 통화가 아닌 문자 메시지로도 가능하다.
그리고 범죄자가 옆에서 듣고 있기라도 해서 말을 곧이곧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도 대비가 다 돼 있다. "중국집이죠? 여기여기여기로 짜장면 좀 갖다주세요" 주문을 진지하게 하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말귀를 알아듣고 그 주소로 경찰이 출동한다.

심지어는 구체적인 조건은 잘 모르겠지만, 그만 됐다고 안 와도 된다고 철회 전화를 해도 통하지 않는다. 그것조차 악당이 협박해서 철회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경찰이 일단은 무조건 온다는 것이다. 경이롭지 않은가?

그런 만큼 이런 곳에는 장난전화를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정말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위급한 상황에 처하거나, 아니면 주변에서 그런 사람을 목격했을 때에나 그런 번호로 연락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 기분이 꼴린다고 무슨 불장난 하듯이 장난전화를 걸고 심지어 허위 신고까지 하면.. 이제는 나라에서 이런 것에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경범죄로 끝나던 것이 과태료이고, 상습적이고 악질적이면 민· 형사 처벌을 때리면서 혹독한 금융치료 참교육을 시킨다(경찰· 소방관들의 출동 비용). 그래야만 마땅하다.

하긴, 굳이 경찰· 소방이 아니라 어디라도 장난전화를 걸지는 말아야지. 공항이나 철도역 같은 곳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거짓말은 죄질이 아주 나쁜 부류이고,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칼부림 예고라든가.. 중국집에 음식 허위 주문도 말이다.

20여 년 전에 용궁반점은 도대체 언제 어디서 벌어진 일인지 모르겠다만, 전설적인 장난전화 사례였다. 당장 들으면 웃기지만 이건 범죄에 가까운 수준으로 멀쩡한 가게에다 영업 방해를 저지른 게 아닌가? 아무래도 불편하게 들린다.
그러고 보니 '멘탈 갑 콜센터 직원' 이거는.. 장난전화라기보다는 그냥 무례한 깽판 진상 고객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직원이 갖고 놀면서 잘 대처한 거구나. 이거는 사이다 같다.

지난 2012년에는 이 대웅이라고 당시 군복무 중이었던 청년이 나라 망신을 단단히 시켰다.
마치 IP 주소 속이듯이 발신자 번호를 속이는 앱을 이용해서 미국 뉴저지 경찰서를 상대로 자살 예고 내지 테러 협박 허위 신고를 수 차례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은 위험물이 진짜 있는지 경찰 특수부대가 출동하면서 수색을 해야 했고 엄청난 시간 낭비, 행정력 낭비가 초래됐다.

결국 수사가 시작됐고 범인은 이듬해에 잡혔다. 번호를 속여 봤자 결국은 추적하면 다 잡히는데 저런 바보짓을 왜 한 걸까.
저 친구는 다행히 미국으로 송환까지 되지는 않고 국내에서 벌금형만 받았다. 하지만 미국의 트라우마 역린을 제대로 건드리는 중범죄를 저질렀으니, 이제 미국엔 평생 못 가게 됐다. 자기 인생에 스스로 걸림돌을 놓고 장렬히 자폭을 한 거다.
장난전화를 걸 때는 짜릿하고 "등신들 엿먹어라~" 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그게 자기한테도 그대로 돌아왔다.

뭐.. 미국 내부에서는 더 과거이던 2004년경, 어느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에 웬 경찰 사칭 전화가 와서 "거기 모 백인 여자 알바생이 손님 돈을 훔친 걸로 의심되니 퇴근시키지 말고 소지품과 몸을 수색해라"...;;;를 시작으로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성희롱 성추행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점장은 그게 진짜 경찰의 지시인 줄 알고 그 짓을 진짜로 알바생에게 행했기 때문이다.

천조국이라면 이런 범죄는 정말 엄하게 처벌됐겠으나.. 천조국은 한편으로 악마의 변호사도 많은 나라인 듯하다.
정신병자 급인 가해자 당사자는 심신미약 비스무리한 이유로 형사처벌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 대신 민사가 걸렸고, 애먼 맥도널드 본사만 직원 교육을 똑바로 시키지 않아서 이런 상황에서 대처를 잘 못 했다는 명목으로 배상금을 물게 됐다.

전화기는 얼굴 안 보이는 통신 수단이니 거 참, 정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람이 낚일 수도 있구나 싶다.

2. 비슷한 유형의 다른 범죄 사건

(1) 이 대웅 이후로 거의 10년 뒤엔 권 도형이라는 친구가 암호화폐 관련 사기를 쳐서 세계를 거하게 농락했다. 미국 행인지 한국 행인지 아직도 결정이 안 됐나?
요 몇 년 잠깐 동안은 떵떵거리며 살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쟤는 인생 끝났다. 젊은 시절은 몽땅 다 구치소· 교도소에서 보내게 되겠다. 재산 추징과 몰수도 행해지겠지?

(2) 그리고 또 생각나는 건 얼마 전에 착륙하는 여객기 안에서 비상구를 열어젖혀서 난동을 부린 친구이다. 이건 형사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작년에 판결이 이미 났다.
벌금형이 아니라 징역이다. 비록 집행유예이지만 저 형량은 집유가 가능한 거의 상한선을 찍은 엄청난 중형이다.

비행기에서 헛짓거리 한 걸 국가 공권력이 얼마나 심각하고 중한 죄라고 여겼는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저걸로 끝이 아니고, 이 역시 금융치료가 남아 있다.
민사에서는 7억 30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이.. ㅡ,.ㅡ;; 저 애 부모는 정말 뒷목 잡지 않았을까 싶다.

비행기의 비상구 문은 잘 가고 있을 때는 열 필요가 없고, 바람 압력 때문에 열 수도 없다.
그러나 비상 상황이라면 저속 저고도 상태일 때고, 이때는 손으로 힘 줘서 열 수 있어야 한다. 비행기는 타 교통수단과 달리, 유리창을 깨고 탈출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상구 문은 한번 열었으면 도로 닫으면 되지, 그것만으로 뭐 탈출 슬라이드까지 다 펼쳐지고 비행기에 저 정도로 비가역적인 손상이 가해지나 궁금해지긴 한다.

(3) 얼마 전에 경복궁 담장에다가 스프레이 낙서질을 했던 미친놈들도 중고삐리여서 형사처벌은 면했으나, 금융치료는 비껴 가지 않았다.
1억 수천만에 달하는 복구 비용(약품값, 장비 대여, 복구 인력 인건비)이 청구됐다.

이상이다.
뒷일 생각 안 하고 지금 당장의 짜릿함이나 스트레스 해소, 화풀이를 위해서 장난전화 허위신고를 한다거나, 어디 불을 지른다거나 공공시설을 망가뜨리는 짓이 오늘날까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불과 관련된 사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분야에도 싸이코가 적지 않았다. 숭례문을 불지른 놈, 지하주차장의 차들을 다 태워먹은 놈, 습관적으로 10여 년 동안 산불을 저질렀던 봉대산 불다람쥐놈, 등등.
음 그리고.. 지 기분 꼴린다고, 혹은 처음에 금전 거래로 상호 동의와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멀쩡한 상대 남자를 성추행 강간범으로 신고하고 무고하는 것도 장난전화 허위신고의 범주에 들겠다.

이런 것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이며, 어떻게 해야 저런 미친놈들이 더 나오지 않게 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의 탈을 쓰고 경제관념이 어째 저렇게 지지리도 없을 수가 있는지 참..
거짓말의 여파라든가 자기가 저지른 일의 뒷감당, 책임이라는 개념이 그런 인간들 머리 속에는 없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4/09/26 19:35 2024/09/2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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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 놓고 보니 군대 이야기가 많아졌다.;;

1. 하이브리드 업종

세상엔 하이브리드 업종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먼저 연기 쪽.. 뮤지컬 배우는 연기를 기본으로 하면서 노래도 어지간한 성악가나 가수 수준으로 하는 사람이다. 두 영역의 능력이 다 필요하다.
쿵푸 무술 배우는?? 이연걸, 견자단 같은 사람을 생각해 보면 당연히 일반인보다야 훨씬 더 몸 좋고 힘 좋고 싸움 잘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연기를 위한 무술은 진짜 실전용 무술하고는 영역이 다르다.

연기용 무술은 실제로 상대를 타격하고 제압하고 무력화시키는 격투술 호신술보다는 화려한 연출 시범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
실제로 소림사에서도 레알 무술인 지망생이랑, 무술 연기 지망생은 따로 구분해서 무술을 가르친다고 한다. 사격만 스포츠 사격이랑 군대 사격이 다른 게 아니구만.
군인과 무인이 영역이 달라지고, 무술인과 연기자도 영역이 달라지는 건 필연인 듯하다. ㅎㅎ

다음으로 기상캐스터는.. 뉴스 아나운서나 방송 리포터 급으로 격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본격 연예인이나 레이싱모델도 아니다. 정체성이 뭘까..??

옛날에 김 동완 아저씨가 현역이던 시절에는 예보자가 라이브로 일기도를 그려 가면서 날씨 설명을 해야 했다.
하지만 크로마 키 기반의 화려한 CG가 발달하면서 사람은 각본대로 손짓 하면서 대본을 또박또박 읽기만 하면 되게 되었고, 예전에 비해 기상학 쪽으로 필요한 전문성은 다소 줄어들었다. (아예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님)
그래서인지 1990년대 이 익선 아나운서 이후부터 기상캐스터 자리는 그야말로 방송사별로 예쁜 아가씨들 각축장이 됐다.

각종 스포츠의 중계 방식을 보면 업계 경력이 있는 해설자, 그리고 해설을 일반인들에게 걸출한 입담으로 풀이해 주는 캐스터 2인으로 편성되는 편이다. 일기예보 하는 사람은 해설자이던 게 캐스터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하긴 일기예보가 하도 자주 틀리니 이제는 날씨 예보가 아니라 중계로 바뀌고 있다는 드립도 나돌곤 한다.;;

2. 각종 군종과 병꽈의 경계

군용기라는 게 꼭 공군에서만 운용하는 게 아니다. 공군은 비행기를 띄우기 때문이 아니라 제공권 장악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공군이다.
비행기를 몰더라도 공군이 아니라 육군 항공대에서 헬기 조종을 주로 할 수 있고, 해군 항공대에서 함공모함 함재기 조종을 주로 할 수도 있다.

회전익기는 고정익기하고는 영역, 성격, 조종 특성이 완전히 별개라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공격헬기 조종사를 양성할 때 무슨 5G~6G짜리 가속도를 견디는 훈련을 시킨다거나, 헬기 조종석에 사출 좌석을 설치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함재기는 그 특성상 아무래도 지상 기지에서 발진하는 공군 전투기보다는 작고 항속거리도 짧다. 하지만 훨씬 더 짧은 활주로에서 이착함 하는 게 훨씬 고되고 힘들 테니 그런 쪽으로 고충이 있다.
오죽하면 "공군 조종사는 비행 시간으로 짬이 차지만 함재기 조종사는 이· 착함 횟수로 짬이 찬다" 이럴 정도니까 말이다.

그래도 지상 기지 전투기와 항공모함 함재기가 근본부터 완전히 다른 비행기는 아닌 모양이다. 전투기 제조사에서는 같은 기체를 베이스로 해서 약간만 변화를 줘서 공군 에디션과 항모 함재기 에디션을 모두 만든다고 한다.
마치 과거에 같은 선체 베이스로 전함도 만들고 항공모함도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자동차는 같은 차체 프레임으로 트럭도 만들고 버스도 만든 것에다가 비유할 수 있겠다.

한편, 육· 해군에서 항공대를 운용하는 것처럼 반대로 공군에서도 지상 기지에서 미사일 터렛을 운용하는 게 있다.
대공포는 육군이 아니라 공군 관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활주로가 있는 비행장뿐만 아니라 웬 산꼭대기에도 공군 부대가 있을 수 있다.

뭐, 육군은 보병과 포병이 주된 전투 병과인데.. 포 중에서 박격포는 포병이 아니라 보병 관할이다. 얘는 여느 화포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완전히 같은 물건은 아니겠지만 뭔가 바주카 포와 비슷하달까? FPS 게임으로 치면 로켓 런처와 비슷하다.

하긴, 옛날에 공용화기로서 육중한 기관총이란 게 처음 발명됐을 때는 이걸 보병에다 넣어야 하나 포병에다 분류해야 하나 말이 많았었다고 한다. 인류의 전쟁사에 한 획을 그을 너무 획기적인 무기가 발명됐기 때문이다.
기관총 하나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전쟁이 종결돼 버릴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는데.. 실제로는 그 정도는 아니었고 핵무기가 발명된 뒤에야 옛날 같은 형태의 전쟁이 많이 없어졌다.

3. 한 분야 특화

뭔가 한 분야에 특화된 성능을 발휘하는 튜닝 물건은 험악한 환경에서의 안정성, 신뢰성, 생존성(?)이 떨어진다. 이게 자연의 보편적인 등가교환=_= 법칙인 듯하다.

(1) 살코기를 많이 만들도록 품종개량된 식용 가축 동물은 야생에서는 제대로 못 산다.
과육 열매를 많이 맺도록 품종개량된 농작물도 야생에 내던져지면 잡초와의 경쟁에서 당연히 못 버틴다.
똑같이 식물이 자라는 곳이어도 논밭이 진짜 자연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지극히 인위적인 장소가 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아무 데서나 무단경작을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 농사가 유난히 고달픈 일인 이유, 성경 창 3:18-19의 의미와도 모두 일맥상통한다.

(2) 철이나 알루미늄 같은 금속은 돌보다 더 단단하고 튼튼하고, 한편으로 예쁜 광택이 나고 얇게 펼 수도 있고.. 여러 모로 활용하기 좋다.
특히 열에도 훨씬 더 강하다. 마그마나 용암은 용광로 쇳물이 아니다. 저런 건 삽으로 퍼서 철제 양동이에 아무 문제 없이 퍼 담을 수 있다. 뜨거움의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쓰레기를 몽땅 다 화산 분화구에다 집어넣어서 태워 없애면 어떨까?"는.. 쓰레기를 우주로 날려 보내는 것만큼이나 현실성· 실용성이 없다. ㅎㅎ)

이러니 금속이 좋기는 한데.. 금속은 일반적인 돌덩어리에는 해당되지 않는 골치 아픈 문제가 있다. 화학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거.. 녹과 부식에 취약하다. 금속은 유기물 같은 부패는 없지만 부식이란 게 있다.
금속을 녹이고 가공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전에 광석으로부터 산소 원자를 떼어내고 순금속을 추출하는 것부터가 고열을 동반한 엄청난 첨단 기술이었다. 원시시대를 석기, 청동기, 철기로 괜히 나누는 게 아니다.

금속은 마치 과육만 많이 잘 만들고 생존력은 비실비실한 농작물만큼이나 부자연스러운 상태를 인위로 만들어서 억지로 유지시키는 것에 가깝다. 그 억지라는 건 페인트칠이나 도금 같은 걸 말한다.

(3) 옛날의 구닥다리 화승총은 현장 조달한 조악한 쇠구슬을 넣고도 쏠 수 있었겠지만 오늘날의 최첨단 초정밀 소총은 어림도 없다.
100년 전 구닥다리 자동차 엔진은 저질 기름을 넣어도 꿀럭거리기만 할 뿐 일단 돌아가기는 하겠지만.. 오늘날의 초정밀 자동차의 엔진에다 그랬다가는 큰일 난다. 배기가스 정화 계통이 다 망가지고, 엔진에 불순물이 끼고.. 그야말로 비가역적인 손상을 입는다.

(4) 일반 육군 보병들이야 사격의 유효사거리를 거의 100~200m 정도로 잡는다. 쟤들은 실전에서도 특정 타겟 조준사격보다는 다같이 엄호· 기선제압 사격을 훨씬 더 많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총 멘 채로 진흙탕도 구르고 유격에 각개전투에 별 짓 다 한다.

그렇지 않고 조준경 달고 2~3km 거리에서 저격을 하는 스나이퍼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 초정밀 총은 초민감한 악기 다루듯이 전용 케이스에 넣어서 신줏단지 모시듯 보관해야 하고, 총과 저격수가 완전히 물아일체여야 한다. 사수는 그 감이 무뎌지지 않게 수시로 혹독한 훈련을 해야 하고, 총도 수시로 닦고 조이고 초정밀 관리를 해야 한다. 저격소총을 땅개들 돌격소총처럼 험하게 다뤘다간 큰일난다.

(5) 군인들을 위한 전투용 총기는 한없이 무겁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하루 종일 들고 다닐 군인들의 부담을 생각해서 말이다. 하지만 스포츠 사격이나 저격수용 총은 반동을 줄이는 것에 특화되어 엄청나게 무겁다.
칼도 다 같은 칼이 아니어서 사형 집행용 참수검은.. 찌르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베는 것에만 특화돼 있다. 그리고 엄청 둔기 수준으로 엄청 무겁다. 여느 검도용 검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저격수 사격은 스포츠 공기총 사격과도 영역이 완전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최소한의 공통 테크닉 이후부터는 노하우가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똑같이 피아노를 전공해도 재즈 피아노랑 클래식 피아노가 호환되지 않듯이..

Posted by 사무엘

2024/09/24 08:35 2024/09/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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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과 발, 눈과 귀

손과 발 중 어느 것이 없는 게 더 불편할까? 눈(시력)과 귀(청력) 중 어느 것이 없는 게 더 불편할까? 둘은 마치 교통과 통신만큼이나 담당하는 영역이 서로 다른 것 같다.
인간이 일상적으로는 손을 써서 학교나 직장에서 많은 일을 하지만.. 다리가 없어서 자력으로 어디 이동을 할 수 없다면.. 이거 뭐 말짱꽝이 된다. 오오~ 그러고 보니 수난 이대 소설이 이런 상황을 잘 다루고 있다.

그리고 눈은 엄청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영상이라는 2차원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소리는 영상보다야 정보량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귀는 딴일을 하는 중에도, 굳이 고개를 돌리고 주목하지 않아도 시야각의 제약 없이 어디서나 정보를 습득하게 해 준다. 더구나 소리는 지형이나 장애물을 가리지 않고 잘 퍼지기까지 한다.

이러니 이 유튜브 비디오 시대에도 라디오가 완전히 쫄딱 망할 일은 없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앞을 못 보는 게 소리를 못 듣는 것보다 더 불편하고 더 큰 장애로 보이지만..
사실은 소리를 못 듣는 것도 앞을 못 보는 것에 필적할 정도로 엄청난 장애라고 그런다. 서로 대등하고 호각인 거지,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유전적인 특성 때문에 선천적으로 냄새를 못 맡는 사람이 있다. 외형상 코의 모양은 평범하고 정상이기 때문에 이게 당장 티가 나지는 않는다.
putty 터미널 프로그램의 개발자 Simon Tatham이 냄새를 못 맡는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본인은 과거에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비슷한 체험을 했었다. 딱히 콧물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 김치에다가 코를 박아도 아무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게 무척 놀라웠었다..!
냄새를 못 맡는 건 시청각 장애에 비해서는 그나마 덜 심각한 장애로 여겨진다. 정확하게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이걸로는 병역 감면이나 면제가 가능하지도 않지 싶다.

하지만 음식이 상하거나 썩은 냄새, 타는 냄새.. 악취 이런 걸 못 맡으면 뭔가 결정적인 순간에 위험을 감지하지 못해서 화재나 식중독 같은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커질 것 같다.
마치 땀이 안 나는 병이 있는 것처럼 몸 사리면서 조심해서 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건강에 대한 관념

난 아주 어린 꼬마 시절엔..

(1) 머리를 감기만 했는데 머리카락이 도대체 왜 수십 개씩 빠진다고 하는지 이해를 전혀 못 했다.
흰머리 뽑듯이 족집게로 머리카락을 뽑은 게 아닌데 그게 왜 저절로 빠지지??

(2) 걷다가 넘어지거나 엉덩방아를 찧으면 피부가 까지고 피가 나고 아파서 울 수 있고, 빨간약을 바르기는 한다만.. 도대체 그거 갖고 어떻게 뼈까지 부러질 수 있는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3미터 높이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줄?

(3) 커피를 마시면 잠을 쫓을 수 있다는 말을 이해를 못 했다.
심지어 영어 회화 교재에도 I’m sleepy / Drink some coffee 라고 적혀 있던 대화의 인과관계를 전혀 몰랐다. 졸리는데 왜 커피를 마셔?

(4) 반대로, 잠이야 아무 때든 조용한곳에서 누워서 눈만 감으면 100% 언제든지 경험 가능한 건데, 불면증이라는 게 세상에 도대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에 당연하던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바뀌어 간다~~!!!.

3. 기억

나는 이런 게 도대체 왜 기억이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의 교가의 멜로디를 모두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초등학교는=_= 일부 멜로디를 기억하는 게 있지만 다녔던 학교 중 어느 곳의 교가인지는 모른다.
중학교 교가는 일부 가사를 기억한다. 셋잇단음표와 함께 "거룩한 화랑 정신 핏속에 이어받아 온 겨레 떨치는 횃불이 되자"가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교가는 가사 대부분을 기억한다.
고등학교 교가는 일부 구간이 찬송가 "잠시 세상에 내가 살면서"와 비슷한 곳이 있다.
대학교 교가는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의 작곡자인 그 침신대 교수가 작곡했다.

그리고 단 4주 동안밖에 접하지 않았지만 논산 육군훈련소가=_=를 멜로디는 음원 차원에서 100%, 가사 대부분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국군 도수체조 BGM은 들어도 들어도 정말 와 닿지 않고 기억이 잘 되지 않는다.

유사품인 국민체조 BGM 대비 멜로디가 그닥 명랑 경쾌하거나 매력적이지 않고, key부터가 깔끔한 G가 아니라 애매하게 낮고 어려운 G플랫.. 코드 진행이 장조인지 단조인지 모르겠고 어정쩡하고.. 뭐 그렇다. 그래서 머리에 잘 입력되지 않는다.
음악 전문가이신 여친님도 들어 보더니 정말 그렇다고 인증해 주셨다.

난 개인적으로 매일 아침에 이거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할 국군 장병에게 이 BGM이 그리 좋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_=

아무 음악이나 한번 듣지마자 바로 기억에 들어갔으면 좋겠지만 나 포함 대부분의 인간은 그러지 못할 것이다.
기억 아이템이라는 것을 취준생에다가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뇌의 기억장소라는 직장에 취업하는 것과 비슷하다.

단기 기억에만 남아 있는 건 인턴, 계약직에 불과하다. 재계약이 안 되면 곧 짤린다. 잊혀진다.
장기 기억으로 들어가는 건 정규직/장기복무 합격에 대응한다.
평생 각인되는 거는 종신직 정년보장 철밥통 자리에 들어가는 거고..
인간의 뇌라는 직장이 제공하는 일자리는 그렇게 많거나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4. 욕구

인간 같은 동물에게는 잠뿐만 아니라 식욕, 성욕 같은 다른 기본 욕구들이 존재한다.
인간의 기본 욕구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잘못 발산됐을 때 사회에서 가해지는 제재는 무엇이 있을까?

(1) 밥
조난을 당해서 무인도나 밀림이나 망망대해 구명보트에서 몇 달째 고립돼 있었고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사람 시체라도 뜯어먹었다면.. 그건 뭐 그 당사자를 비난할 수 없다.
문명의 손길이 닿는 곳에서도 정말 굶어죽기 일보직전에 최후의 발악으로 마트를 털기라도 한 거면 일말의 장발장 동정표가 주어질 수 있다.

허나, 이 2020년대 대한민국은 길거리에 아사자 시체가 굴러다니는 무복지 막장 국가가 아니다. 행려병자나 거지가 떠돌던 시절도 이미 지났다.
그렇기 때문에 사지 멀쩡한 사람이 밥을 못 먹어서 긴급피난이 인정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래도 먹튀는 절도죄, 사기죄 같은 잡범 급이지, 정치범 흉악범 급은 아니다.

(2) 배설
노상방뇨 노상방분은 그냥 경범죄로 취급되어 과태료 범칙금 감이다. X을 잘못 싸면 그 사람의 체면과 사회 위신이 심각하게 저해되겠지만-_-, 인간의 생리욕구를 해소한 것만 갖고 사람을 체포하고 형사 처벌을 하지는 않는다.
글쎄, 그 후폭풍 여파가 심하게 악질적이면 재물손괴죄로 이어질 수는 있겠다만 말이다.

반대로 아무 악의 없이 너무너무너무 극단적인 상황에서 급똥 때문에 불가피하게 사회적인 민폐를 끼친 거는 긴급피난으로 인정될 수 있다. (남자가 닥치고 여자 화장실이라도 뛰쳐들어가서 해결을 했다거나..)
하긴, 수영 선수들이 수영장 경기장에 있으면서 몰래몰래 소변을 지리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_= 마라톤 선수는 경기 중에 지리고..

(3) 수면
근무 중, 학습 중 같은 상황에서 졸아 버리면 그냥 그 조직 내부에서 잔소리 듣거나 징계받는 걸로 끝이다. 이거 갖고 판· 검사는 물론이고 경찰 면담을 할 일조차 없다.
졸음운전은 문제가 좀 심각하긴 하지만, 사고가 나더라도 그냥 평범한 과실로 다뤄진다. 음주운전과는 달리 특별히 더 가중 처벌되는 게 없다.

(4) 성
이거는 제일 위험하고 심각한 사항이다. 손 하나 까딱 잘못 놀리면 체포되고 벌금이나 징역까지 받을 수 있고, 최악의 흉악범으로 전락할 수 있다. 사회적 매장은 덤.
옛날에 우리나라에서는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린 피해자가 적지 않았다고 하는데, 요즘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서 열외돼서 억울하게 성추행범으로 몰린 피해자가 적지 않은가 보다.

정상적인 성욕과 끔찍한 성범죄는 마치 사랑의 체벌과 아동학대, 살인과 연명 치료 중단만큼이나 한 끗발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성범죄를 없애겠다고 아예 고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런 쪽의 유혹은 대적하고 맞서 싸우는 게 불가능· 무의미하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도 이건 그냥 피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말한다.

대놓고 적군이라면 싸우고 죽여야겠지만, 우리 편 사람이 잠시 헷가닥 맛이 가서 나한테 덤비는 거면.. 죽일 수가 없잖은가? 내가 그냥 피하거나 "잠시 실례" 기절만 시키거나..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그리고 사실, 강간은 성욕 해소가 본질이 아니다. 성욕만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그건 혼자 화장실 가서 조용히 몰래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강간은 그냥 자기보다 약한 여성을 제압하고 제멋대로 범하는 과정 자체에서 쾌감을 얻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마치 고문이 진짜로 자백 받아내고 정보를 얻는 게 목적이 아니며, 결혼이 성욕 해소가 본질이 아닌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8/11 08:35 2024/08/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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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외형과 인상

1. 복장

사람은 말이나 글을 동원할 필요 없이, 자신의 복장만으로 주변에 무언의 메시지를 어느 정도 전할 수 있고 주변 분위기에 부응할 수도 있다. 이런 게 사회 관습이 되면 드레스 코드라는 일종의 매너로 발전한다.

장례식 때 온통 검은색 옷을 입는 거,
결혼식 때 신부가 물론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지만 그렇다고 여느 파티처럼 한없이 현란하고 화려하고 컬러풀한 옷을 입지는 않는 거.. (최대한 아름답게 보이기는 하되, 한편으로 너는 이제 평생 한 남자하고만 즐겨야 한다!!)
이런 게 다 유래와 의미가 있다.

그래서 하다못해 옛날에 죄수의 목을 치던 사형 집행인 말이다. 이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평판이 썩 좋은 직업이 아니었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망나니라고 해서 대놓고 개차반인 사람이 술 취한 상태로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사형 집행인이 연미복? 턱시도?를 깔끔하게 잘~~ 차려 입고.. 목을 칠 때는 치더라도 사형수를 개인적으로 대면할 때는 아주 공손하고 댄디하고 따뜻 정중하게 대한 경우가 있었다. 특히 단두대가 발명된 뒤부터 말이다.

이런 점에서 옷차림은 음악과도 비슷한 면모가 있는 것 같다. 데모 투쟁 이러는 데서 샤방샤방 조용한 음악을 틀지는 않을 것이다. 타이타닉 호가 침몰하는 와중에 찬송가를 틀면 틀지, 디스코 댄스곡이나 락 헤비메탈을 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옷차림과 음악 모두 mood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들이 mood를 결정하기도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프랑스 영화 안젤리크(2013)에서는..
여주인공이 페락 백작과 정략 결혼 당하는 게 싫어서 결혼식 당일에 까만 승마복을 입고 입장했다.;;;
신랑이 빨간 드레스를 챙겨 줬지만, 신부는 그걸 무시하고 결혼식 날 거의 남장에 가까운 복장을 하고 들어왔다. 이 남자와 결혼하기 싫다는 소극적인 저항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대로 본인이 다니는 교회의 어느 자매님은.. 과거에 침례식 때 빨간 드레스를 입고 왔었다고 한다~!
한때 세상적으로 완전 잘 나가고 잘 놀던 분이었는데, 뒤늦게 예수 믿고 구원받으면서 그 기절로 열혈 크리스천이 됐다.
믿음 고백하고 침례받는 날은 그야말로 자기 인생 최고의 기념일이기 때문에 그 느낌을 저런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었다고.. ㅋㅋ 교회 사람들은 당연히 눈이 휘둥그레졌었다고 한다. ㅡ,.ㅡ;;

으음. 빨간 드레스가 참 강렬하게 와 닿는다. ^^
옛날에 탈옥수 신 창원이 체포됐을 땐 그 당시에 그가 입고 있었던 컬러풀한 옷이 같이 큰 주목을 받았다.
요 몇 달 전엔 어떤 갑부 아줌마가 걸출한 입담으로 대한민국 최대의 도파민 분비 기자회견을 했을 때 역시.. 당사자가 입고 있었던 캐주얼한 옷이 왕창 주목받고 옷도 구설수에 오르곤 했다.

보석이 12종이나 콕콕 박혀 있던 구약 이스라엘 제사장들의 복장도 정말 왕창 튀지 않았을까? 주변 이방 민족 이방 종교들 성직자하고는 완전히 다른 인상이었지 싶다.

2. 대머리

세상에 그 어떤 논쟁도 바로 셧다운 시키고 상대방을 입 다물게 만들고, 그 어떤 화기애애한 대화도 갑분싸 시킬 수 있는 치트키가 바로.. "하지만 넌 대머리잖아"..;; 라고 한다.
뭐 농반진반으로 하는 말이겠지. ㄲㄲㄲㄲㄲㄲ 저건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원천봉쇄의 오류 중 하나이다.

헤어 스타일은 사람의 얼굴 인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의상 만만찮게 사람의 외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남자보다도 여자에게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그런지 옛날 사람들은 자기 머리카락이 멀쩡히 있는데도 가발을 많이 썼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굳이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말이다. 서양에서 법조인이나 고관대작 남자들이 쓴 가발은 유명하다.

허나, 그 반대급부로 탈모· 대머리는.. 그 사람의 생명 유지는 말할 것도 없고 지능, 인격, 팔다리 피지컬과도 추호도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막대한 스트레스와 멘탈 대미지를 야기하곤 했다.
현대 의학으로도 피를 100% 똑같이 인공적으로 만들지는 못하고, 그것처럼 빠진 털을 다시 돋아나게 하지는 못한다. 탈모는 기본적으로 불치병이다.

먹기만 하면 대머리 정수리에서 검은 머리털이 숭숭 돋아나는 탈모 치료약을 만들면 그 사람은 그야말로 억만장자가 될 텐데.. 약이 아니면 치료 시술로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건 없는 생명을 새로 만드는 것과 동급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어떤 질병이나 부상이 정말 불가피하고 심각한 건지를 따져보는 잣대가 둘 있는데, (1) 건강보험이 적용되냐, (2) 그걸로 군대를 빠질 수 있느냐 이다.
단순히 노화나 유전으로 인한 탈모는 보다시피 치료가 의미가 없기 때문에 건보 열외이다. 그러나 지루성 피부염이나 스트레스 같은 질병으로 인한 탈모의 치료는 건보 적용 대상이다.
(탈모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가 더 진행되고.. 악순환인 건가. ㅡ,.ㅡ)

그리고 머리털 정도를 넘어서 눈썹 포함 몸의 털들이 싸그리 다 빠지고 최근 1년 동안 치료를 해도 아무 차도가 없는 극단적인 범발성 탈모는... 군대에서도 5급으로 처분한다고 한다.
뛰고 구르고 방아쇠 당기는 데는 지장이 없을지라도, 동료 병사들한테 심각한 비주얼 테러를 야기하는 건 군 사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_-;;; 그게 아니라 20대에 벌써 정수리만 살짝 벗겨지는 정도로는 현역 처분이다.

성경의 레위기 13장은 부정 vs 정결 판별 요령으로 가득한데 40절은 이렇다. "머리털이 빠진 사람은 대머리이다. 허나 그는 정결하다"
주변 문맥을 같이 보면, 쉽게 말해서 "대머리인 것 자체만으로 부정한 건 아니다" 이런 뉘앙스이다. ㄲㄲㄲㄲㄲㄲ
이건 노화와 함께 뒤따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특별히 격리 처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왕하 2:23에 나오는 초글링 개떼들의 "대머리야 올라가라, 대머리야 올라가라 ㅋㅋㅋㅋㅋㅋ" 조롱은 정말 전설적인 일화이다.
대머리가 놀림감이었다는 게 무려 성경에 기록돼 있을 정도니까.
빡친 엘리사 당사자의 저주 한 마디에 저 애들 40여 명이 곰의 습격을 받아서 사망· 중상 떼죽음을 당했다.
물론 겨우 개인적인 대머리 조롱 때문은 아니고 신성모독적인 배경 때문에 피바다 징벌이 임했던 것일 거다.

3. 무력· 폭력

이건 사람이 몸에 걸치고 있는 것 말고, 손에 든 도구를 이용해서 외형과 인상에 변화를 주는 방법이다. -_-;;

  • 말을 공손하게 댄디하게 하되, 손에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서 그리해라. 그러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 친절한 말보다는 친절한 말과 총으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 알 카포네 (미국 마피아 두목)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가리를 한 대 쳐맞기 전까지는. -- 마이크 타이슨 (권투 선수)
  •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 마오 쩌둥 (중국 초대 주석)

이래서 인간 사는 곳에는 폭력이 끊이질 않으며, 사회가 법과 공권력이란 게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가 보다.
저기서 말하는 친절하고 공손하고 댄디한 건 앞서 소개했던 서양의 사형 집행인이 예의 차리는 것하고 일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_-;;

4. 마네킹

우리 주변에는 사람이 아닌데 사람처럼 생긴 '물건'이 있다. 대표적으로 마네킹.. 백화점을 비롯해 옷 가게에서 옷을 착용한 모습을 preview 시켜 주는 몸빵 셔틀이다.

옛날에는 마네킹이 살색에다 가발도 씌워져 있어서 사람과 꽤 비슷하게 만들어지는 편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물건이 사람과 어설프게 많이 닮아 있으면.. 그건 사람에게 거부감과 공포심을 유발하기 쉽다. 시체 토막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마네킹 공장이나 창고를 배경으로 괴담· 호러물이 한둘 만들어진 게 아니다. ㄲㄲㄲㄲ

그렇기 때문에 2000년대 이후의 마네킹은 말 그대로 몸빵 기능에만 충실해서 색깔은 하얗고 이목구비는 단순해지거나 아예 생략해 버리고, 머리카락도 없고.. 옛날 마네킹에 비해 기하학적으로 훨씬 더 단순한 모습이 됐다. 사람의 체형 체구만 흉내 낼 뿐, 그 이상 사람과 비슷한 면모는 깔끔하게 없앤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네.. 마네킹의 디자인 컨셉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자동차 충돌 실험용으로 쓰이는 '더미'는 마네킹의 탈을 쓴 기계에 가까운 비싼 물건이다.
글쎄, 미대생들을 위한 데생 실습용 인체 석고상은 여전히 실제 사람과 비슷한 모양이어야겠지만 색깔까지 그대로 재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색깔까지 재현해야 되면 아예 누드 모델을 쓰고 말지..)

그것 말고.. 리얼돌...??? 하아 이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대놓고 기계를 표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앞으로 진짜로 인간을 닮은 물건이 개발될 일이 있을지, 그런 걸 만들 필요나 명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5. 그림자

끝으로.. 사람 그 자체 말고 사람의 그림자만으로 이런 기발한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참 흥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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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토 각하께서는 뼛속까지 호색한 색마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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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는 장애인 제조기입니다! (심지어 아예 뇌사 장기 기증자 제조기, 과부 제조기라는 극언까지..)
뾰족한 사람 발등 그림자만 편파적으로 촬영해서 폭행· 협박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꿔 놓은 그림도 있던데.. 뭐 그런 식이다.
아이고.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에서 시작해서 이야기가 좀 밖으로 샜나? 아무튼 오늘도 여러 생각을 늘어놓게 됐다. ^^

Posted by 사무엘

2024/07/22 08:35 2024/07/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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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법자와 범죄자

“우리는 무법자(outlaw)이지 범죄자(criminal)가 아니다.”라고 자기는 아예 법 따위에 매이지 않는다는 걸 ㅂㅅ 같지만 멋있게(?) 표현한 말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일반적으로 법이란 게 없이는 통제가 안 되고 사회를 유지할 수 없는 존재이다. 로마서 13장에 나오는 “위의 권위에 복종하라”는 단순히 악법도 법이니 닥치고 '까라면 까' 차원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성경적으로 대놓고 잘못된 법은 어기더라도 그 법을 집행하는 권위를 일단 인정하고 처벌이라도 감내하라는 얘기이다.

그 어떤 악한, 심지어 북괴 같은 막장 국가라고 해도 법이 대놓고 "이 세상은 어차피 약육강식이다. 마음껏 도둑질하고 약탈해도 좋다, 길거리에서 아무 여자나 마음껏 강간해라" 이렇게 돼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윗대가리 통치자 내지 그 주변 가족, 친지가 빽 믿고 내로남불로 저런 짓을 교묘하게 저지를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건 우리가 신경 쓸 필요 없는 사항이다.

법이라는 게 상당수가 (1) 정당한 위법(사형 집행, 전쟁터에서 적군 죽이기, 정당방위), (2) 정당하지 않지만 고의성도 없는 위법(과실치사), (3) 고의적인 악행(살인), 거기에다 추가로 (4) 스스로 옳다고 믿고 고의로 악행(신념형..).. 이런 걸 변별하는 시스템인 것 같다.

2. 연계 범죄

한번 죄를 짓고 나면 그걸 은폐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혹은 그걸로 궁극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 다른 죄도 덩달아 왕창 짓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령, 위조지폐를 만드는 애들은 그걸로 물건을 직접 사서 이득을 보는 게 아니다. 즉, 5만 원짜리 위폐로 5만 원짜리 물건을 사지 않는다!!
보통은 500원짜리 껌을 5만 원짜리 위폐로 결제하고, 거스름돈 49500원을 챙겨서 이득을 본다. 아니면 택시를 불러서 기본요금 거리만 가고는 비슷한 수법을 구사하거나.

이 짓은 통화위조죄에다가 사기죄까지 추가시킨다. 위폐를 받은 사람이 당하는 손해는 비슷하거나 동일하지만, 피의자의 죄질은 후자가 더 나쁘게 평가된다.
그것처럼.. 사람을 죽이면 살인죄인데, 살인은 보통 그걸로 그대로 끝나지 않는다.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체를 어디 숨긴다거나 심지어 토막낸다거나 훼손하면.. 이것도 전부 다 별개의 죄로 추가된다.
사람 죽이고 나서 그 상태 그대로 자수하거나 체포돼야만 살인죄 하나에만 걸린다. 법이 그렇게 돼 있다.;;

3. 화폐 위조와 화폐 훼손

위조지폐의 경우, 저렇게 통화위조나 사기죄뿐만 아니라 저작권법 위반으로도 형량을 늘릴 수 있다. 한국 은행이 지폐 도안 디자인에다가 칼같은 저작권을 걸어 놨기 때문이다. 으음~~ 영화· 음반이나 폰트뿐만 아니라 현금 비주얼도 문화 컨텐츠인 건가 싶다.

그런데 고액권 지폐 말고 동전은 원가 비용 대비 액면가가 워낙 낮아졌기 때문에 처지가 반대가 됐다. 10원짜리는 아예 녹여 버려서 금속값을 챙기는 게 남는 장사가 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저런 짓을 하다가 최초로 적발된 사람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동전을 녹여서 파는 행위를 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법이란 게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는 그걸 그냥 '폐기물관리법 위반' 명목으로 아주 가벼운 꿀밤 수준의 처벌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화폐 훼손을 금지하는 법은 내 기억으로 2011년쯤에야 새로 제정됐다.

4. 지능 범죄

법이라는 걸 잘 살펴보면 어떤 죄는 가족끼리 저질렀다거나, 합의가 잘 됐다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벌을 감경한다(반의사불벌죄).
그러나 어떤 죄는 가족끼리 저질러졌으면 오히려 가중 처벌한다. 그리고 단순히 형벌만 센 게 아니라 색출 자체를 다른 죄보다 더 악랄하게 하는 게 있다.

가령, 예비 음모 미수까지 몽땅 처벌한다거나, 정황· 의도를 거의 고려하지 않고 그냥 걸리면 그 결과만으로 무조건 처벌한다거나, 수사기관 측에서 함정 미끼까지 던지는 것 말이다. 마약이나 대규모 위조지폐, 산업스파이 같은 지능범죄에 대한 수사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편이다. 냉정하게 보자면 "무죄 추정의 원칙"이 좀 무시된다.
옛날에는 이와 관련하여 중한 죄에 대해서는 불고지죄(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죄)나 연좌제(죄인의 가족· 친지까지) 같은 것까지 있었다. 고문은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건 너무 미개하고 잔혹하다고 여겨져서 없어지는 추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기회 제공'까지는 지능범죄를 적발하기 위한 정당한 수사 기법으로 쓰인다. 그러나 대놓고 범죄 저지르라고 꼬드기는 '범의 유발'은 인정하지 않는다.
성경적으로는 볼 때 하나님이 인간을 시험하는 범위도 딱 거기까지이다. 이미 마음을 악하게 먹은 사람에게 더 기회를 주고 결과적으로 더 강퍅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아예 대놓고 무조건 죄 지으라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씹으면서 로봇 조종하듯이 조작하는 것은 아니다.

보다시피 우리나라 사법은 경찰이 형사 피의자를 잡은 뒤에 검찰이 넘겨받아서 기소하는 형태이다. 그런데 경찰만으로 물리력이 부족한 지경이 되면 군대가 투입되게 되고, 경찰만으로 수사력 정보력이 부족해지면 그 건은 국정원 같은 첩보기관..;;까지 나서서 공조하게 된다. 그런 관계이다.

5. 생명 윤리

우리나라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인 안락사까지만 인정하며, 그 이상으로 더 선 넘는 적극적인 안락사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건 어지간한 노인들로 하여금 "나 같은 건 어서 나가 죽어 줘야 자식들이 편안해하겠지" 이런 무언의 압박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다.

그런데.. 이런 극심한 저출산 시국에 앞으로 젊은 세대들이 그 많은 노인들을 도저히 부양할 수 없고, 자식 없는 홀애비 홀애미가 넘쳐나고, 복지 비용을 감당 못 해서 나라 살림이 파탄나는 지경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들이 옛날처럼 고려장을 대놓고 벌일 수는 없으니 방법은 하나.. "존엄하고 품위 있게 죽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 운운하면서 소극적인 안락사는 적극 장려하고 권장하게 되지 싶다. 지금 노인들에게 운전 면허 반납을 장려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뜻이다.

그 밖에 우리나라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해진다거나, 강간으로 인한 임신, 태아에게 극악한 유전병· 장애가 있는 경우 등 아주 소수의 극단적인 상황에 한해서만 낙태를 허용한다. (모자보건법) 그런데 내가 알기로 지금은 낙태죄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에 저 조항 자체가 별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이혼이나 파양도 각종 사기 결혼· 입양으로부터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수준으로만 규정돼 있다. 세상법이 성경 율법보다는 세부 디테일이 더 규정돼 있어야 하니까.. 가령, 중범죄 전과를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도 이혼 사유이다.

6. 나머지

(1) 공문서 위조, 통화 위조 같은 죄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나라 자국 것만으로 한정이다. 딴 외국의 공문서는 한국 법의 관점에서는 다 사문서일 뿐이다. 이건 마치 다변수 함수에서 x로 편미분을 하면 y z 다른 변수들은 다 그냥 상수 취급일 뿐인 것과 비슷한 패턴인 것 같다. ㄲㄲㄲㄲㄲ

(2) 예전에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은 집합에서 조건제시법과 원소나열법의 차이와 같다고 얘기했던 바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예정'도 개념적으로는 일반사면과 비슷하다. 조건제시이지, 원소나열이 아니다. 구원받는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로 예정됐다는 차원일 뿐, "특정 누구누구는 구원받기로 예정됐다, 지옥 자식 마귀 자식으로 처음부터 예정됐다"라고 생각해서는 심히 곤란하다. 하나님의 예정은 read-only operation이다.

(3) 우리나라는 사형 제도가 사문화돼 버렸고, 휴전도 사문화됐다. 통일 지향...?? 이건 헌법 차원에서 규정하는 이념이다만 이것도 이제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사문이 된 것 같다.
하다못해 이북 북괴조차 "남조선 괴뢰"라는 멸칭을 안 쓰고 우리나라를 무려 "대한민국"이라고 불러 주는 게.. 단순히 울나라를 존중해서가 아니라 그냥 남남으로 생까려는 의도가 더 크니까 말이다. 욕쟁이 할머니가 정감(?) 있게 "이거나 쳐먹어 이 썩을놈아!" 이러다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 "고객님, 왜 이러십니까" 하는 걸 생각해 보시라. ㄲㄲㄲㄲㄲ

※ 행정부와 사법부의 관계

  • 법무부(法務部)는 사법부(司法府)가 아닌 행정부(行政府) 관할이다. 부의 한자도 다른 것에서 알 수 있듯, 府는 部보다 더 큰 집합이다.
  • 어느 범죄자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판결을 내리는 건 사법부의 판사이지만, 그걸 실제로 집행하라고 법무부장관에게 명령을 내리는 건..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다.
  • 비슷한 맥락에서, 범죄자들에게 징역을 때리는 건 사법부의 판사이다. 그러나 도중에 가석방이나 사면을 내리는 곳은 행정부 계층이다.

성경을 보면, 율법 같은 성문법이나 말씀 계시가 완성되지 않았던 옛날에는 하나님의 직접 개입이 잦았다. 이방인의 꿈에 나타나서 불륜· 간음을 저지하기도 하셨고(창세기의 아비멜렉), 민수기 같은 책을 보면 "이럴 땐 어떡할까요?" / "그럴 땐 이렇게 해라. 이걸 관례로 정착시켜라" 이런 패턴이 종종 나온다.

그것처럼.. 오늘날도 어떤 규칙이나 절차가 법으로 정식 제정되기 전엔 행정부 차원에서 긴급조치나 긴급명령이 먼저 발동된다. 그게 국회를 통해 정식 입법되고 나면 기존 명령은 폐지된다.
예를 들어 그 유명한 금융실명제만 해도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1993)"이던 것이 훗날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1997)"이라고 바뀌었다.

말이 나왔으니 사회 제도 중에서 '긴급'이 들어가는 것들을 더 살펴보면 이렇다.

  • 긴급자동차: 출동 중인 구급차나 소방차, 용의자를 쫓고 있는 경찰차가 대표적이다. 각종 교통법규 위반이 어느 선까지는 허용되며, 딴 차들로부터 양보도 보장받는다.
  • 긴급통화: 112 119 신고는 공중전화에서 돈 안 넣고도 할 수 있고, 개통되지 않은 휴대폰으로도 할 수 있다.
    119 신고는 우리 쪽에서 전화를 끊어도 통화가 끊기지 않는다;; 112 신고는 문자로도 넣을 수 있고, 급박한 상황에서 "짜장면 좀 배달해 주세요"라고 암호· 은어를 써도 신고로 접수될 정도로 민감하다. 그 말인즉슨, 긴급통화로 인정되는 이런 번호로는 장난전화를 더욱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 긴급피난: 남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상황에서 도저히 어쩔 수 없어서 남을 해친 것.. 아 이건 정당방위에 더 가깝고, 긴급피난은 남이 자기를 해치지 않았는데도 내가 먼저 사고를 친 것에 해당된다. 차량 급발진 때문에 남의 집 답벼락을 부쉈거나, 슈퍼 급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거나.. 어쨌든 둘 다 위법행위의 조각사유로 인정된다.
  • 긴급체포: 이건 경찰이 아닌 일반인이 구사할 일은 없는 용어이다만.. 암튼 중대한 범죄 현행범이나 용의자를 발견해서 무조건 당장 잡아야 할 때 '선체포 후영장' 차원에서 허용되고 시전된다.

※ 군대 식으로 법 적용하기

휴버대 같은 야쿠자 미화물을 보니 야쿠자(+ 그에 준하는 조폭들도 마찬가지)들은 체면에 살고 체면에 죽는 집단이라고 그런다.
현실의 군대는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집단이다. 그래서..

(1) 병사들이 밥 먹는 것은 단순히 공짜인 정도를 넘어, 전투력 유지를 위한 급양 명령의 수행이다. 즉, 이건 의무이니 정당한 사유 없는 무단결식은 징계감이다.
군대는 병사에게 그 어떤 벌이나 불이익을 주더라도 밥을 굶기는 건 절대 없다. 휴가를 짜를지언정 영내에서 식사를 짜르지는 않는다! 밥 굶기는 건 아동학대 같은 데서나 존재한다.

(2) 사관학교에는 자퇴가 없다. 다니다가 못 견뎌서 때려치우고 나오는 것도 먼저 요청을 한 뒤에 '퇴교 명령'을 받아서 나갈 뿐이다. 퇴교가 군대에서 그 생도에게 내리는 마지막 명령인 셈이다.
이렇게 나간 사람은 앞으로 장교는 그 어떤 임관 코스로도 영원히 다시 될 수 없다. 미필 퇴교자는 병이나 부사관으로 군생활을 다시 시작한다.

(3) 1년 6개월 이상의 금고· 징역 실형을 선고받은 심각한 범죄자는 군대에서도 안 받아 주고 전시근로역으로 처분시킨다.
그러나 그 죄목 자체가 병역기피(병역법 제86조) 쪽이라면 저런 열외에 해당되지 않는다! 빵 살고 나와서는 여전히 신검 다시 받아야 한다. 울나라 법이 그 정도로 허술한 바보는 아니다.

전과자가 돼서라도 군대를 안 가고 싶거들랑 병역기피가 아니라 다른 흉악범죄(?)를 확실하게 저지르거나 배째라 병역거부를(86조가 아닌 제88조) 시전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이야 3년짜리 대체복무 제도가 생겼으니 이것 때문에 전과자 될 일은 많이 없어졌다.

(4) 일단 입영은 했지만 그 뒤에 실종된 탈영병들한테는 말이다. 다들 잘 알다시피 나라에서 3년인가 간격으로 3군 참모총장 명의로 어서 자수하고 복귀하라는 명령을 꾸준히 내린다. 그래서 탈영죄의 공소시효(10년)가 끝나더라도 다음엔 명령 불복종죄를 물을 수 있다. 그걸 빌미로 장기 탈영병을 40대 후반의 아재가 될 때까지 군법 위반 범죄자로 만들고, 합법적으로 계~~~속 뒤끝 부리며 압박할 수 있다.;;;

법조인들 중에는 공소시효를 꼼수로 회피하면서 사람을 저렇게 들볶는 게 법리상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 허나,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병사들의 낮은 임금도 현행 근로기준법과 맞지 않고(지금은 굉장히 많이 오르긴 했지만), 군인은 민간인과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징병제 국가에서 특례가 적용돼야 한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아~ 그래서 결혼 선호 우선순위 2등이 군인이라는 개드립도 있는 거구나. 1등은 당연히 민간인 ㄲㄲㄲㄲㄲ
이륜차에 대한 취급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애매한 면모가 많은 것처럼, 군인이 받는 법적 취급도 그런 구석이 있는 것 같다.

(5) 전에 한번 했던 말일 텐데.. 나는 마 11:11 "하늘의 왕국에서 가장 작은 자라도 그 위대하다는 침례자 요한보다도 더 큰 자다"라는 구절을.. 이렇게 풀이한다.
율법 대신에 군법을 대입해서 말이다. 전자의 요한은 그야말로 광나는 전투화에 A급 전투복 입은 S급 울트라 모범병사요, 모든 간부들이 탐내면서 제발 군대에서 말뚝 박기만을 바라는 인재이다. 허나, 후자의 쬐끄레기는 그냥 전역한 민간인.. 즉, 이건 신분의 차이를 나타낸다.

민간인이라도 군인처럼 일찍 일어나고 규칙적으로 각 잡고 살고 치약으로 깔끔하게 살면 좋다.
그러나 민간인한테 저렇게 살지 않으면 잡혀가서 '군사재판'에 회부된다고 야바위를 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ㅎㅎ

Posted by 사무엘

2024/06/06 08:35 2024/06/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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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뭔가 죄를 짓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사고를 친 정도와 그 의도가 다음과 같은 잣대로 평가된다.
처벌 수위 견적=_=을 낼 때 이런 게 반영된다.

1. 경범죄

이건 위반한다고 해서 '체포'된다거나 전과가 남지는 않는 경미한 위· 범법 행위이다. 그냥 범칙금이나 유치장 구류 한 방으로 경찰 선에서 끝나고 다른 뒤끝이 없다. 판· 검사한테 가지도 않는다. 의료에다 비유하자면 병원에 가지 않고 약국이나 가정 상비약 선에서 끝나는 것과 비슷하다.

횡단보도 무단횡단이나 노상방뇨를 비롯해 일상생활에서 어지간한 새치기 민폐, 무임승차, 무전취식은 다 경범죄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 짓거리가 상습적이고 악질적이고 규모가 커지면 중범죄인 사기, 업무방해, 주거침입 등으로 업글된다. 처벌도 벌금이나 징역으로 바뀐다.
음주운전, 뺑소니나 강도, 성추행범 몰카범은 잡히면 그대로 체포된다. 이런 거 현행범은 일반 시민이라도 제압해도 될 정도이다. 이게 바로 경범죄와 중범죄의 차이이다.

참고로, 과태료는 범칙금과 다르다. 법원도, 경찰도 거치지 않는 행정 계층에서의 금융치료-_- 되시겠다. 사고를 냈을 때의 벌칙이라기보다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각종 행정 조치를 어겼을 때의 제재에 가깝다. (산불을 냈을 때가 아니라 산에 화기를 반입하다가 적발됐을 때, 교통사고를 냈을 때가 아니라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게 적발됐을 때처럼..)
쓰레기 무단투기나 불법주차는 과태료 깜이지 경범죄조차도 아니다. 그 반면, 과속이나 신호위반 적발은 범칙금과 과태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특이한 사례이다.

2. 중지미수

중범죄에 가담하고 현장까지 갔지만.. 나중에 회개해서(죄책감 때문에?)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그 범죄를 수행하지 않고 때려치운 것. 이건 상식적으로 당연히 가장 관대하게 처분된다.
뒤에 나올 자수나 장애· 불능미수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형법 제52조) 이렇게 감경 면제가 옵션이다. 그 반면, 중지미수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 (형법 제26조)로, 감경 면제가 반드시 수반된다.

3. 과실

고의가 "전혀" 없이 전적으로 실수나 사고로 인명· 재산 손실이 크게 난 경우이다. 이건 감방을 가더라도 징역이 아니라 금고형으로 처분되는 편이다.

지난 2019년 말, 진주시에서는 미친 칼치기 끼어들기 때문에 시내버스가 급정거하고, 서 있던 한 여고생이 버스 안에서 뒹굴면서 목을 다치는 사고가 났었다. 결국 평생 전신마비 장애인..
이건 음주 무면허 뺑소니가 아닌 일상적인 과실 교통사고 중에서는 죄질이 엄청나게 나쁜 축에 들었다. 그러나 가해자는 금고 1년으로 모든 처벌이 끝났다.

그렇다고 모든 과실죄가 금고형인 건 아니다. 실수로 산불을 낸 건 고의성이 없었더라도 산림보호법에 의거하여 3년 이하의 징역이다. 형법에 규정된 '실화와 방화의 죄'보다 처벌이 더 무겁다.

4. 장애-불능미수

나쁜 의도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가해자의 삽질이나 실수, 착오 때문에 대미지가 가지 않은 것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정황 하나만 참작될 뿐, 중지미수나 과실보다는 죄질이 나쁘게 평가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건 미수범까지 처벌한다는 조항이 있는 죄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모든 중범죄가 미수범을 처벌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음주운전은 심각한 중범죄이긴 하지만 미수범을 처벌하지는 않는다. 음주운전을 할 의도가 명백했지만 차가 고장 났다거나 다른 이유로 인해 결과적으로 음주운전이 실행되지 않았다면 그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5. 자수

죄를 저질러서 이미 사고를 쳤지만.. 그래도 당사자가 뒤늦게라도 죄를 뉘우치고 순순히 자수하고 자백하면서 수사에 협조한다면? 그럼 형이 많이 가벼워진다.

2000년대 이전에 중국에서는 "모든 피의자는 수사관에게 사실 그대로 이실직고하면서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이게 형법에 명시돼 있었다고 전해진다.
미국에서는 사법거래라고 해서 이런 자수 자백을 유도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그 대신,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합의를 시도하는 것을 매우 금기시한다. 우리나라는 반대로 경찰이 피의자한테 "나한테 다 털어놓으면 내가 형량 가볍게 해 줄게" 이렇게 사법거래 하듯 떠보는 거는 상당수가 그냥 낚시라고 한다. ㅡ,.ㅡ;;

.그리고.. 자수한다고 감형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 역시 아니다.
온 보현이라든가 (지존파를 롤모델로 삼았던 1990년대 연쇄살인범), 장 대호 (한강 몸통 시신 사건)처럼 말이다.

전자는 지존파를 알현하면서 사이 좋게 감방 생활을 한 게 아니라, 지존파와 함께 나란히 사형이나 당했다. -_-;;
후자는 "너 다음 생에라도 또 그랬다간 나한테 죽어?"라고 남자답게 당당히 외치고는 장렬히 무기징역을 먹었다.
누울 자리 좀 보고 다리를 뻗었어야지. =_=;; 일말의 죄책감과 반성의 기미를 보이면서 자수를 해야 정상 참작이 된다. 공명심· 허세 차원에서.. 혹은 수사망이 좁혀져 오고 다 끝났으니까 다른 카드가 없어서 자수하는 건 약발이 별로 안 통한다.

6. 중범죄

자, 경범죄가 아니고 미수· 자수 같은 할인 요인이 없는 범죄라면.. 일단 원칙대로 간다.
집행유예 중에 또 사고를 쳤냐, 동종 전과가 이미 있느냐, 일반인이 아니라 그 바닥 업계 종사자냐(더욱 객관적이고 청렴해야 하는..), 돈 받고 일하던 중에 사고를 쳤냐(더욱 실수하지 말아야 하는..).. 이런 것들은 가중 처벌 요인이다.

강력 흉악범죄를 무리를 짓거나 도구를 써서 저질렀으면 특수라는 이름으로 가중처벌된다. 주위에 보이는 흉기를 우발적으로 집었느냐, 아니면 흉기를 미리 계획해서 챙겨 갔느냐를 갖고도 형량이 크게 달라진다.

그 반면, 초범이거나 그놈의 심신미약이 참작되면 형이 감경된다.
극악무도한 존속살인이지만 애가 극심한 학대를 견디다 못해 부모를 죽였거나, 극악의 조현병· 치매 간병을 견디다 못해 노부모를 죽인 거면.. 이 역시 참작된다.
옛날에 안 두희 구타 살인은 정말 빼박 흉악 범죄였음에도 불구하고 열화와 같은 국민적인 지지와 공감 때문에 가해자가 징역 3년으로 최대한 감경됐다. 그나마도 특사 받아서 형기를 1년 반 정도밖에 안 살고 풀려났었다.

형사범죄의 처분 절차는 다음과 같다. 위에서 아래의 순으로 더 깊숙히 들어간다.

  • 내사종결(경찰 컷): 이때는 증인도 아니고 참고인이며, 가해자는 용의자라고 불린다.
  • 혐의/공소권 없음(검사 컷): 용의자가 죽어 버렸다거나, 알고 보니 정당방위· 긴급피난으로 퉁쳐졌다거나, 공소시효가 끝났다거니, 증거가 충분치 않다거나 등등등이다.
  • 기소유예: 혐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검사 재량으로 기소하지 않고 봐 준 경우이다. 이 범죄 용의자가 시민의 제보로 검거됐다면 이 등급까지만 가도 공로가 인정되어 포상금· 현상금이 나온다.
  • 선고유예: 여기부터는 재판이 시작된다. 증인이 동원되며, 가해자는 피의자라고 불린다.
  • 무죄판결: 판사가 이렇게 판정해 주면 제일 좋겠지만, 여기까지 가는 길이 참 험난하며 여러 사람들이 피곤하다.
  • 집행유예: 감방에 직접 가지만 않을 뿐, 다른 모든 불이익은 똑같다. 여기서부터는 빼박 범죄자-전과자이다.
  • 실형(집행정지 / 면제 / 가석방 / 사면): 이것들은 복역 중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쪽으로 겪을 수 있는 변수 이벤트이다.

내가 왜 어쩌다가 이런 걸 찾아보고 있지?? ㄲㄲㄲㄲㄲ

(1) 장교 임관이나 국정원 입사=_=처럼 신원조회가 빡세게 행해지는 직업에 입문하고 싶다면 정말 중범죄와 관련된 그 어떤 기록도 없는 게 좋을 것이다. 전과는 말할 것도 없고 기소유예조차도 말이다.
100만원 이상의 벌금부터는 국회의원에서 짤리고, 각종 고위 공직 선거에 당선됐던 것도 무효 처분을 당한다.

(2) 벌금을 넘어선 징역· 금고는 집행유예라도 넓은 의미에서의 실형에 속한다. 좁은 의미로는 정말로 감방 들어가는 것만 실형으로 치지만 말이다.
공무원이 아닌 일반 사기업은 사람을 뽑을 때 저 정도로 빡센 신원 조회는 안, 아니면 못 한다. 하지만 "해외여행에 결격사유 없는 자"라고 명시해서 전과자를 우회적으로 거른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게 단순히 군 미필만 거르는 게 아니다.

(3) 30년이 넘는 징역 vs 무기징역 vs 사형..;; 물론 법적으로야 위력을 나타내는 부등호가 < 이지만, 일반인이 보기엔 그게 그거인 것 같다. 마치 사망이냐 실종이냐 전신마비냐 식물인간이냐 처럼 말이다.;;
참고로 무기금고와 무기징역을 합쳐서 종신형이라고 부른다. 천주교에서 공식적으로 신부와 주교를 합쳐서 사제라고 부르듯이 말이다.
사형수는 미결수도 아니고 기결수도 아닌 므흣한 존재이다.

(4) 사회에서 엄청 끔찍한 죄를 지어서 높은 형량을 받았느냐~~ 랑, 교도소에서 너무 사고를 많이 치고 수형 성적이 개판이냐~ 는 약간 별개의 개념이다. 둘이 딱히 상관관계가 있지는 않다.
교도소 중에서도 최악 흉악범만 취급하는 제일 빡센 곳이 있는가 하면, 교도소 안에서 징벌용 독방이라는 것도 있다.

(5) 가석방은 감방에서만 내보내 주고 죄는 그대로인 반면, 사면은 아예 죄 자체를 없애서 교도소에서도 내보내 주는 조치이다.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의 차이는.. 사면 대상자의 집합을 조건제시법으로 기술하냐, 원소나열법으로 기술하냐의 차이와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사면이 행해진 건 김 영삼 시절 1995년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그 뒤 광복절 특사, 삼일절 특사 같은 관행은 다들 특별사면이다.
성경이 말하는 구원 '예정'도 조건제시법이지, 원소나열법인 게 아니다.

(6) 우리나라 법에서 집행유예라는 건 3년 이하의 금고나 징역형에 대해서만 존재했다. 그런데 벌금형에 대해서도 집행유예를 만들자니..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안 그래도 벌금을 몸으로 때우는 대체제도 비현실적으로 너무 관대해서 문제인 와중에 말이다.
한편, 외국에서는 사형에 집행유예가 있는 경우가 있댄다. 우리나라는 이건 이미 수십 년째 집행유예 상태이다. 자유형처럼 오랫동안 길게 지속되는 벌이 아니라, 벌금이나 사형처럼 한 순간에 끝나는 벌에다 집행유예를 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7) 그리고 요즘은 수형 중인 죄수에게 투표권을 주는가 보다. 처음엔 집행유예 죄수한테만 주다가 나중에는 감방 실형 죄수한테도 말이다.
선거권 박탈은 금고· 징역 복역 기간과(집행유예 기간 포함) 함께 당연히 뒤따르는 명예 몰수가 아닌가 싶었는데.. 사실은 세계 인권의 관점에서 보면 이건 굉장히 반민주적인 폭거라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5/22 08:35 2024/05/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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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이야기

1. 평가

국왕이건 대통령이건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군주? 국가원수는 재임 중에 그야말로 엄청난 부귀영화에다 최고의 복리후생 서비스를 공짜로 받으면서 최고 권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그 사람도 죽거나 퇴임한 뒤에는 엄연히 당대 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칭호라든가 '묫자리'의 등급이 그 평가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교외에 초라하게 쳐박혀 있는 연산군묘와.. 정말 으리으리한 규모로 조성돼 있는 세종대왕릉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
이런 사례는 성경의 역사서에도 기록되어 있다.

  • "... 그들이 그를 다윗의 도시에 묻었으나 왕들의 돌무덤에 두지는 아니하였더라" (대하 21:20, 안 좋은 왕 여호람)
  • "... 히스기야가 자기 조상들과 함께 잠드니 그들이 그를 다윗의 아들들의 돌무덤 중에서 가장 좋은 곳에 묻어" (대하 32:33)

역사 속의 왕 중에서 특별히 매우 탁월 훌륭했던 명군 성군은 '대왕'이라고 높여 부르곤 한다.
고구려 광개토, 조선 세종, 프로이센 제국의 프리드리히 대왕 정도가 떠오른다. the great / der Große

2. 묘호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시대까지는 군주의 이름이 다 '무슨무슨 왕'이었다. 그러다가 고려부터는 묘호라는 게 도입돼서 '-종' 이렇게 표기가 바뀌었다. 내가 알기로 아마 중국 시스템을 가져온 거지 싶다.

자기 임기를 못 마치고 폐위된 왕은 '-군'이라고 불리며, 묘지조차 '릉'이라고 불리지 못하게 된다는 건 잘 알려진 상식이다. 연산군· 광해군이 그 예이다.
그럼 정상적인 왕에게 부여되는 '-종'과 '-조'의 차이는 뭘까? 이건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의외로 드문 것 같다.

" '조'가 '종'보다 격이 더 높다.", "쿠데타를 일으켜서 왕위를 뺏은 왕이 '조'(세조, 태조..)다" 이런 말은 들어 본 것 같다.
글쎄, 검색을 해 보니 "공이 많은 왕은 '조', 은덕(?)이 많은 왕은 '종'"이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구분 기준이 매우 불명확하다. 공으로 치면 세종대왕이야말로 '조'가 돼야 하지 않는가? 여전히 좀 헷갈린다.

고려가 원 간섭기에 들어가서 개판오분전이 됐을 때는 왕의 이름에 '-종' 그딴 거 없고 몽땅 다 '충?왕' 내지 '공?왕'으로 물갈이됐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이름을 붙여야 했으니 말이다. ㄲㄲㄲㄲㄲㄲ
그리고 조선도 나중에 제국이니 황제를 표방했지만.. 일제에게 휘둘렸을 때는 그냥 '이왕가'라고 격하됐다. 천황 폐하의 휘하에 있는 왕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 왕들의 묘호는 그대로 고종 순종이 이어진 듯하다.

3. 현대의 대통령

현대 사회 시스템이 전근대 시절의 그것과 크게 다른 특성 중 하나는 고도의 세분화· 전문화, 계층 분리, 법과 규정· 매뉴얼 운용이다.
한 사람 독점이란 게 없으며, 한 사람의 실수나 폭주, 유고가 조직 전체를 순식간에 말아먹지 못한다. 서열 1위 VIP가 급사하면 이미 있던 매뉴얼에 따라 다음 서열이 그 자리를 승계할 뿐이다.

소유와 경영이 구분되고(국가뿐만 아니라 땅이나 기업, 선박, 군대 같은 것도..), 통치자의 권한도 사법 입법 행정 분야별로 분리된다. "짐이 곧 국가이니라, 짐이 곧 법이니라" 이런 게 없다.
뭐, 미국은 세계 최초로 임기제 대통령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나라이고, 오늘날 대한민국은 그 정치 모델을 따랐다. 두 나라 모두 초대 대통령은 자기를 3인칭화하면서 반쯤 왕 행세를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그 당시에는 충분히 파격적이었다.

대통령은 조선 시대 국왕 같은 존재가 아니다. 대통령이 죽었다고 해서 무슨 묘호를 따로 붙이거나 무덤을 왕릉 급으로 성대하게 꾸미지는 않는다. 그냥 국립 현충원의 국가원수 묘역에 모셔 주는 게 예우의 전부이다.
거기에 안장되는 자격은 단순히 무능해서 나라 말아먹은 정도로는 박탈되지 않는다. 악의적인 사고를 훨씬 더 크게 쳐서 형사 범죄 유죄가 확정됐을 때에나 박탈된다.

그런데 국립 대전 현충원 국가원수 묘역이 생긴 이래로 40년이 다 돼 가는 와중에, 저기에 묻혀 있는 사람은 울나라 역사상 제일 존재감 없었던 대통령인 최 규하 내외밖에 없다는 게 함정이다..;; 덕분에 저 묘역 자체의 존재감도 최 대통령의 존재감처럼 돼 간다. -_-;;

(리 승만과 박 정희 대통령 묘소는 서울 현충원 안에서 어지간한 왕릉처럼 따로 조성돼 있긴 하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특례 예외가 더 나올 일은 없을 것이다.)

4. 왕에 준하는 영어 어휘

(1) prince는 꼭 왕의 친아들뿐만 아니라 왕의 사위(부마) 내지 왕에 준하는 고위 통치자.. governor 총독과 얼추 비슷한 뜻이 되는 경우가 있다. 성경의 사 9:6 Prince of Peace가 '평화의 왕자'라고 번역되지 않음을 생각해 보자.
그러고 보니 Prince of Persia도 있구나. ㅋㅋㅋㅋㅋ 여기서도 주인공이 혈통상으로 무슨 왕의 친아들 같지는 않다. ^^

(2) 그러고 보니 여자 계열인 queen은 왕비도 되고 여왕도 된다. 영어에서 로얄 패밀리 관련 용어들이 전반적으로 중의적인 구석이 있는 것 같다.

(3) 다니엘서 6장에서는 이례적으로 총리 president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prince와 대등하게 같이 나열된다. 서로 비슷한 신분이지만 선출 방식, 영역이나 직무, 지위가 다른 듯하다.

5. 왕보다 높은 칭호

다음으로 반대로 왕보다도 높은 사람은 뭐라고 부를까?
성경에서 쓰이는 타이틀은 king of kings '왕들의 왕'이다. 우리식으로 좀 짤막하게 의역하면 '왕중왕' 정도. 사실상 예수님의 칭호로만 쓰인다는 건 성경깨나 공부한 사람이라면 아실 것이다.

그 반면, 세상에서 특히 동양 한중일 문화권에서는 '황제'가 친숙하다.
오늘날은 옛날 같은 왕정이 세계적으로 전멸하다시피했기 때문에 "테란의 황제 임 요환. 소프트웨어의 황제 빌 게이츠"처럼 그 분야의 지존 왕고, 1인자 같은 비유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오늘날 자기 국가원수에 대한 영문 공식 명칭으로 emperor를 쓰는 나라는 일본이 세계 유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야 반일 감정 때문에 '皇'자를 붙이고 싶지 않아서 '천황' 따위 생까고 '일왕'이라고 부르는 곳이 많다.
허나, 김 대중 때 저쪽에 대한 울나라의 공식 표기를 '천황'이라고 굳히기는 했었다. 노 태우 때 '중공' 대신 '중국'이라고 공식 표기를 굳힌 것과 완전히 동급으로 말이다. 왜냐하면 그때 한중 수교 내지 일본 대중문화 개방 같은 큰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6. 나머지 얘기들

(1) 예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성경엔 이스라엘 백성 "우리도 왕을 갖고 싶습니다" vs 사무엘 "그 왕의 간지를 유지하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나 하냐? 니들은 왕을 뒀다간 세금폭탄 맞고 개고생할 것이다. 그때 가서 후회해도 왕을 없앨 수도 없고 소용없을 거다" 이런 말이 나온다.
이거.. 요즘으로 치면 "우리도 빚 내서라도 차를 장만하고 싶습니다." vs "차는 안 몰고 세워 놓기만 해도 유지비가 얼마나 드는지 알기나 하냐? 나중에 빚더미에 올라서 고생해도 차를 무를 수 없을 거다" ...;; 카푸어와 싱크로율이 아주 높아 보인다.

(2) 동양에서는 역대 왕들에게 서로 다른 한자 글자를 할당해서 이름을 붙이는 반면.. 서양은 기존 선조의 이름을 계속 재활용하면서 n세 n+1세.. 이러는 관행이 있다!! 한중일에서 n세 n+1세 이런 이름이 붙은 군주는 내가 아는 한 없다. 신기한 노릇이다. =_=;;

(3) 신라에서는 우리나라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서로 다른 김, 박 왕조가 번갈아가며 왕좌에 올랐으며.. 잠깐이지만 여왕도 있었다. 왕릉이 바다에 조성된 왕도 있었고, 또 죽어서 왕으로 추존된 장군(김 유신)도 있었다.
처음에는 이사금인지 뭔지 이렇게 불리다가 진흥왕인가 그때 처음으로 중국식 표기가 도입됐다. 여러 모로 특이하다.

(4) 왕 내지 절대권력을 의미하는 색깔도 문화권마다 다른지.. 성경 시대엔 보라색?자주색? 계열이 고귀하게 여겨진다.
예수님이 왕드립 패드립을 당하실 때도 이 색깔의 겉옷이 걸쳐졌다(요 19:2).
한때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는.. "5호선 보라색의 상징은 황제입니다. 5호선을 이용하시는 승객 여러분도 황제입니다" 이런 아부성 광고가 붙기도 했는데.. 그 색의 의미가 저기서 유래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중국 청나라에서는 노랑이 황제를 의미하는 최고급 색깔이었다.

(5) 세종대왕에 대해서.. 종모법을 시행해서 노비 신분을 무슨 유전병 우성 인자마냥 퍼뜨리고 전 백성을 노비로 만든 원흉인 것처럼 얘기하는 낭설이 떠돈다.
글쎄.. 오히려 세종 이후 나중에.. "부모 중 누구라도 노비이기만 하면 자식은 모두 노비" 즉, X나 Y 둘 중 하나가 아니라 X|Y를 만들어 버린 게 진짜 노비를 폭증시킨 것 같은데 말이다. 저건 마치 "요셉에 대해서 백성의 땅을 몽땅 뺏어 버린 원흉"이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어 보인다.

(6) 왕은 저렇게 고귀한 신분이거늘, "우리를 사랑하사 자신의 피로 우리의 죄들에서 우리를 씻으시고 하나님 아버지를 위해 우리를 왕(경복궁!!)과 제사장(종묘!!)으로 삼으신 예수 그리스도"에게(계 1:5-6) 찬양과 영광을 돌리고 싶어진다.
진짜 왕 신분은 자주색 노선인 지하철 탄타고 부여되는 게 아니라 예수님의 피를 믿어야 영적 신분으로나마 주어질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4/22 08:35 2024/04/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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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에 대해서 글을 쓰는 건 요거 이후로 무려 5년 만이다. =_=;;

1. 건반악기

세상에 피아노 말고도 여러 건반악기들이 있지만, 피아노처럼 언제 어디서든 건반만 누르면 소리가 탱~ 나는 악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페달을 밟거나 손으로 뭘 주무르거나 입으로 뭘 불어서 바람을 넣으면서 건반을 눌러야 한다. 전자 악기라면 하다못해 전원이라도 켜야 된다.;;
피아노는 방아쇠만 당기면 총알이 나아가는 반자동 이상 등급의 화기인 것 같다. 다른 악기들은 장전을 매번 새로 해야 하는 수동식이거나 아니면 심지어 머스킷 같은 전장식 화기와 비슷하다;;

지금이야 건반의 배색이 주 음계는 흰색, 반음계는 검정으로 정착해 있다. 하지만 옛날에는 이 색깔 배치가 반대였었다고 한다. 수가 더 많은 검정색이 제조 원가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었다나 어쨌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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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실로폰은...? 건반악기이긴 한데 건반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게 아니라 채로 치는 형태라는 것.. 그리고 음별로 건반의 길이가 균일하지 않다는 게 특이하다. 하긴, 피아노는 그렇게 길이의 차이로 음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부위가 건반이 아니라 피아노 몸체 내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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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악기

일명 북, 드럼이라고 불리는 타악기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건 초등학교 음악 교과 용어인 큰북과 작은북이 전부이다. =_=;; 전자는 세워 놓고 옆을 치고, 후자는 눕혀 놓고 윗면을 친다.
이 두 드럼은 전문 용어로는 각각 베이스드럼, 스네어드럼이라고 부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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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물건 말고 '팀파니'라는 악기가 클래식에서 큰북 역할을 하는가 보다. 평범한 둥둥 단음이 아니라 나름 음역(음정) 구분도 되는가 보다. 윗면을 치는 형태인 듯?
작년 봄엔 KBS 교향악단에서 실황 공연 중에 팀파니가 찢어지는 돌발상황이 벌어졌는데.. 연주자가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서 팀파니 3개만으로 4개 같은 연주를 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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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말고 현대/실용 음악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바닥에서는 이렇게 생긴 드럼 키트? 세트가 있다.
저런 세트에는 드럼뿐만 아니라 심벌즈처럼 생긴 금속판도 달려 있어서 양손이 아니라 채로 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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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드럼 세트에서 스네어드럼 말고 툭툭 치게 되어 있는 작은북들을 '톰톰'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얘는 드르르륵 칠 때 나는 소리도 클래식이나 군악에서 나오는 진짜 작은북의 소리와는 다르다. 그러니 확실히 별개의 악기이긴 하다.

한때 '킥 드럼 베이스' 테크노(?) 댄스가 유행이고 유튜브에도 많이 올라오던데 말이다..;; '드럼' 때 나오는 동작이 톰톰을 드르르륵 치는 동작일 것이다.

타악기는 그냥 두들기기만 하면 되니, 피아노나 바이올린, 플루트 같은 통상적인 멜로디 악기들 정도로 오랫동안 전공하고 어렵게 숙달할 만한 요소가 있는지 모르겠다. =_=;; 글쎄, 실제로 드럼을 전공한 분한테 이런 얘기를 하면 무식한 소리 말라고 비웃음 당할지 모르겠지만.. 비전공자는 그쪽 세계를 전혀 알지 못하니 말이다.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탬버린'...;;;은? 드럼 계열이 아닌 초딩 타악기 3관왕인 것 같다. 시소 그네 미끄럼틀 3S가 초딩 놀이터의 3대 구성요소인 것처럼 말이다. 얘들 정도면 악기를 제조하거나 구매하는 것도 엄청 저렴하고, 다루는 것도 워낙 가볍고 쉬우니.. 만년 유치원· 초딩용인 듯하다.
그나마 리코더는 초딩 음악 중에서는 약간 상위급이랄까? 나름 플루트처럼 전문가 괴수 연주자도 있다고 한다. ㄲㄲㄲ

3. 군악

오늘날이야 군대에서 악기를 다루는 건 열병식 퍼레이드 내지 각종 전통 행사에서나 볼 수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실전에서도 제한적이나마 악기가 동원되곤 했다.
북 같은 타악기는 (1) 으쌰으쌰 흥분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한편으로, 다같이 합을 맞춰야 하는 (2) 단체 행동에서 박자 맞추기 용도였다. 그리고 나팔 같은 관악기는 (3) 지시를 전달하는 신호기 용도였다.

디즈니 포카혼타스(1995) Savages 노래에 Now we sound the drums of war 가사는 절대로 비유적인 표현만이 아니었다. 1600년대에 인디언이고 유럽인이고 전투 때 실제로 북을 둥둥 쳤으며 그게 화면에서도 묘사됐다.
패트리어트(2000)에서도 독립전쟁 때 식민지 측이던가 and/or 영국 측이던가 “진격~!!” 명령과 함께 옆에서 누가 드럼을 드르르륵~ 치는 장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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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 시절을 풍미했던 고전 게임 남북전쟁에서도 교전 때.. 대포나 소총수를 움직일 때는 별 소리가 없는데, 기마병을 움직일 때는 나팔 소리를 흉내낸 듯한 빰빠빰빠~ 멜로디가 나왔다. 이거 나름 고증 반영이지 싶다.
그 뒤 비교적 근현대에 속하는 러일 전쟁.. 203 고지 영화도 보니까 일본군이 러시아 진지로 돌격할 때 옆에서 누가 저 남북전쟁 같은 나팔을 삐리리리 불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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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이 나팔은 나중에 호루라기로 바뀌었고.. 각개전투 전술이 고도화되고 무전 같은 다른 통신 수단이 발달하면서 야전에서 아날로그 음향 장비는 완전히 사라졌다. 통신이라는 병과가 군악이라는 병과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한 셈이다.
승마라든가, 빨강 파랑 원색 전투복, 총검술, 제식 등 군대의 여러 요소들이 야전 실전에서 퇴출되고 그냥 스포츠로 바뀌거나 사관생도들 가오만 내는 레거시로 바뀌었다. 허나, 군악이라는 요소는 저런 것들보다는 비교적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이솝 우화던가.. 전쟁터에서 어느 군악병이 적군에 의해 전사하거나 포로로 잡히게 생기자 "살려주시오~ 나는 당신들에게 일체의 총질을 한 적 없고, 오로지 나팔밖에 불지 않다구!!" 라고 항변했는데.. 적군 왈, "허나, 당신의 나팔 소리에 당신네 병사들이 사기가 오르고 고취되고, 더 신이 나서 우리에게 총질을 해댔지" 이렇게 대꾸하고는 그 군악병을 사살 내지 사로잡았다고 한다.
군악이 전쟁터에서 쓸데없는 무용지물 병과가 절대로 아니며, 다 이유가 있어서 군대에서 저런 걸 배치했다는 것이다.;; 군종· 정훈이나 심지어 의무 병과처럼 말이다.

4. 군대 나팔

군대에서는 휴대하기 야외에서 불기 좋은 악기를 선호한다. 하모니카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전장에서 큰 인기였다. 이건 각 군인들의 심신 안정용이다.
수자폰은.. 그 큰 덩치와 무게에도 불구하고 행군용으로 워낙 최적화돼 있으니 천상 군대 악기인 것 같다. 악기가 사람 몸을 감싸고 덩굴을 튼 형태이다.

이런 것 말고 뭔가 군대에서 지휘와 권위를 상징하는 악기는 트럼펫 부류의 금관악기 나팔이라 하겠다.
오죽했으면 성경에서 신약 성도들의 부활 내지 휴거를 알리는 시그널도 나팔 소리일 거라고 말한다. (고전 15:52, 살전 4:16 등) "하나님의 나팔 소리 천지 진동할 때에"라는 찬송가를 생각해 보자.

국기에 대한 맹세, 장성 행진곡 등 각종 국민의례 BGM들과 심지어 군대의 악명 높은 기상 멜로디까지 모조리 B플랫 장조인 이유는.. 트럼펫의 기본조가 B플랫이기 때문이다.
흠.. 하나님의 나팔 소리가 군대 기상 멜로디라면...??? 군대 트라우마가 있는 크리스천 형제라면 처음에 좀 섬뜩하긴 할 것 같다. =_=;;;;

강원도 전방 산골짜기 어딘가에 박혀 있는 모 부대는 우리나라에서 최후까지 기상 나팔을 녹음된 음원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불었다고 한다. 이건 마치 강원도 정선에서 최후까지 통표 폐색 방식을 썼던 옛날 철도역에 대해 듣는 느낌이다.
철길 건널목도 옛날에는 진짜로 금속종을 때려서 땡땡 경보음을 냈고 옛날 초인종도 마찬가지였는데.. 지금은 전부 다 녹음된 멜로디로 바뀐 지 오래다. 기상 BGM도 이와 비슷한 변화를 겪은 셈이다.

군대가 아닌 싸제 학교나 경찰에서는 호루라기가 쓰이는데, 이건 엄연히 악기이다. 쓰임새는 타악기와 비슷하지만 소리 내는 원리는 명백히 관악기이다. 학교 체육 시간에 달리기 경기를 시작할 때 먼 거리에서는 신호총을, 가까운 데서는 호루라기를 쓰는 듯하다.
그에 비해 휘파람은.. 성악도 아니고 기악도 아니고 뭘까? 군대보다는 애완동물에게 신호를 할 때 종종 쓰인다.

5. 나머지 잡생각들

(1) 음악 용어에서는 코드가 code가 아니라 chord를 가리키며.. 베이스는 base가 아니라 bass를 의미한다. 흥미로운 차이점인 듯하다. -_- (화학에서는 base가 근간, 바탕, 기지, 밑 등의 뜻이 아니라 약간 뜬금없게 acid '산'의 반의어인 '염기'를 뜻하기도 하지..)

(2) 음악의 조도 key라고 하고 건반도 key라고 하다니 좀 이상한데..? 뭐 우리말은 원래 두 음고(시각)의 차가 음정(시간)인데, 음고 내지 조까지 다 음정이라고 부정확하게 싸잡아 말하는 편이다. '암호'(password / crpyto-, cypher)와 비슷한 유형의 모호한 다의어인 셈이다.

(3) 멜로디를 읽으면서 반주 코드를 쭉 넣는 거 말이다. 어느 정도는 답이 정해져 있고 컴퓨터로 자동화도 가능할 것이다. AI로 새로운 곡을 아예 작곡도 하는 세상인데 코드 넣는 걸 컴퓨터가 못 할 리는 만무하다.
다만, 멜로디에 대한 코드가 유일하게 하나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이것 자체도 일종의 편곡이며, 멜로디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일종의 창작이긴 하다. 악보라는 텍스트 본문의 주석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4) 산 꼭대기에서 "야호!" 소리가 최대한 멀리까지 들리게 하려면 소리를 어떻게 질러야 할까? 물론 음량은 최대로 잡지만 음고는 한없이 높이지 않는다. 가장 큰 소리가 나올 수 있는 적정 음고가 따로 있다.
이건 마치 자동차 엔진에서 최대 토크 내지 최대 출력이 나오는 엔진 회전수와 비슷한 개념인 것 같다.

(5) 여러 악기가 동원되는 오케스트라를 피아노 양손연주로 멋지게 편곡한 걸 보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더 열악한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포팅을 잘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왼손 빰빰빰으로 타악기 비트를 구현했다거나, 옥타브를 달리한 선율로 특이한 악기 소리를 표현했다거나.. 그런 것 말이다.

(6) 노래에서 숨소리는 철도에서 레일 이음매의 덜컹거림과 같은 개념이 아닐까 싶다. 사진만 보정 뽀샵질을 하는 게 아니라 음원도 뽀샵질(?)을 한다.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없애기 위해서.. 근데 현실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숨을 잠깐이라도 안 쉴 수는 없으니 립싱크와 라이브가 이런 데서도 차이가 나게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4/19 08:35 2024/04/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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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식물 중에서는 호박을 제일 좋아하고, 동물 중에서는 멧돼지를 제일 좋아한다.
전반적으로 시꺼먼데 주둥이 주변만 허연 테두리가 있고, 콧구멍은 무슨 전기 콘센트 같고,
코뿔소도 아닌 것이 뭔가 큼직하고 우악스럽고 저돌적인 인상이고.. 왠지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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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포식자가 없기 때문에 개체수 조절 차원에서 가끔 포획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친다.. 하지만, 멧돼지의 위험성이 너무 과대포장돼서 그저 "저 동물은 해로운 동물이다" 급의 흉포한 맹수로만 프레임 씌워진 건 좀 안타깝게 느껴진다.
쟤들도 먹고 살려고 민가까지 내려오는 가련한 축생일 뿐이다. 괜히 흥분시키거나 도발하지 말고, 등을 쓰다듬고 긁어 주기만 해도 그리도 좋아한다는데.. ^^

남들이 멧돼지를 싫어하면 나라도 멧돼지를 사랑해 주고 싶다. 나도 깊은 산 속에서 토실토실 도야지를 한 마리 직접 만나서 먹을 거라도 직접 주고, 여건이 되면 새끼라도 한 놈 키워 보고 싶다.
고라니도 울나라에서 비슷하게 천대받는 야생동물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걔는 이 정도까지 애정이 가지 않는다. 오로지 멧돼지만 좋다. ㅋㅋㅋㅋ

호박 덕질 얘기는 지금까지 많이 했으니 오늘은 오랜만에 멧돼지 얘기를 좀 늘어놓도록 하겠다. 어쩌다 보니 유튜브들 대부분이 출처가 KBS 애니멀포유 채널이다.

1. 짬멧돼지 (☞ 링크)

군부대 근처에서 짬밥 잔반을 잔뜩 먹으면서 살 뒤룩뒤룩 찐 고양이, 일명 '짬타이거'는 이미 유명하다.
그런데, 강원도 최전방 DMZ 부근에서는 도야지들도 짬밥 먹으면서 '짬멧돼지'가 돼 가는 모양이다. 특히 먹이가 귀한 겨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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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귀여워라~~ 저 멧돼지들은 산 속에서 도대체 뭘 먹으면서 저렇게 덩치를 키웠을까?
멧돼지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밥까지 준 경험은 저 군인들에게도 정서적으로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다.

돼지와 인간이 먹이가 겹친다는 건 성경의 탕자의 비유에도 나올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눅 15:16)
이는 돼지뿐만 아니라 개도 마찬가지다. 아문센 일행이 남극 탐험을 할 때 말이나 나귀 대신 개썰매를 동원한 주된 이유도 식량 보급을 단일· 단순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2. 애완용 멧돼지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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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거다~~ 그래, 이런 사례가 없을 리가 없다니까? 세상에는 멧돼지를 애완동물로 시골이 아닌 도시에서 키우는 사람들도 있다. ^^
돼지는 지능이 아주 높으며, 개보다도 냄새를 더 잘 맡는다. 하지만 성깔이 X랄맞고 고집이 세기 때문에 돼지를 개처럼 인간과 친근한 반려동물 급으로 키우는 건.. 일반적으로 안 된댄다. 덩치가 너무 커진다는 건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돼지를 무슨 마약 탐지견 같은 용도로 훈련시킬 수는 없다. 사냥개나 맹인 안내견은 두 할말 것도 없고.. 그건 개 중에서도 특정 품종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돼지는 새끼를 많이 낳아서 젖꼭지가 그렇게도 많은데도 인간이 딱히 젖을 먹지도 않는 것 같다. 정말 고기 말고는 다른 용도가 없는 듯.. ㄲㄲㄲㄲ

3. 다친 멧돼지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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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애처로운 사례이다.
어느 커다란 도야지가 먹이를 찾아 민가까지 내려왔다가 그만.. 5m 높이의 담벼락에서 떨어져서 뒷다리를 못 쓰는 장애 불구가 됐다.
얘는 이래 가지고는 앞으로 야생에서 목숨 부지하고 살 수 없으며, 인간의 노력으로 치료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안락사로 살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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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다쳐서 비록 제 명에 못 살았지만, 여느 멧돼지들보다는 인도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올무에 걸려서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죽지 않았고, 납탄 맞아서 피 흘리며 죽지도 않고.. 나름 수의사의 통제 하에 저렇게 마취총부터 맞고 고이 안락사 당했으니까 말이다.

4. 서울 도봉구에 멧돼지 6마리 (☞ 링크)

이건 2024년 3월 현재, 서울· 수도권에서 제일 최근에 멧돼지가 출현했다는 언론 보도이다.
북한산 산기슭에 귀여운 도야지가 6마리나 나타났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반가웠는데.. 모두 포획 당했댄다.
에휴~ 좀 먹고 살게 놔두지 왜 잡았는지 모르겠다. ㅠㅠㅠㅠ

그리고 기왕 멧돼지를 어쩔 수 없이 잡았다면 잘 해체하고 살균 처리해서 고기와 가죽을 적극 활용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어미 잃은 새끼가 주변에 있으면 애완용으로 분양이라도 적절히 하고 말이다~!!

※ 여담: 옛날 매체에서의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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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년대 중후반, 조선 영조· 정조 시절엔 신 윤복이나 김 홍도 같은 풍속화 전문 화가가 활동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또 100년쯤 뒤, 1800년대 중후반엔 '김 준근'이라고 정체불명의 화가가 당시 자기 나라의 풍속을 엄청나게 많이 그림으로 남겼다. 백성들의 평범한 일상뿐만 아니라 형벌 집행이나 장례식 같은 것까지..

만약 카메라가 있었다면 저 사람은 화가가 아니라 사진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저 때도 이미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저 사람은 자기 그림을 외국인들에게 엄청 많이 판매했다. 그래서 세계인들에게 조선의 모습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사람은 한반도에서 돼지가 가축으로서 키워지고 거래되는 모습을 그림 기록으로 남긴 거의 최초이자 유일한 화가라고 한다. (☞ 관련 링크 1, 관련 링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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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참 뜬금없지만 화투짝에도 멧돼지가 그려져 있다. 화투에 급 호감이 생기는걸?? ㅋㅋㅋㅋㅋ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털 없는 분홍색 계열의 식용 최적화 집돼지는 생각보다 나중에 등장한 품종이긴 한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4/03/05 08:35 2024/03/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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