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육해공 교통수단에는 뭔가 인도주의와 관련된 법적 의무라는 게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

  • 자동차: 뒤에서 긴급자동차(구급차,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오면 반드시 양보하고 길을 트고 비켜 줘야 한다.
  • 비행기: 비상 착륙 요청은 국적 불문하고 근처에 있는 어느 공항에서나 최우선적으로 받아 줘야 한다.
  • 선박: 망망대해에서 어떤 선박이 조난/구조 요청 신호를 보낼 경우, 근처에서 이 신호를 받은 선박은 의무적으로 반드시 달려가서 도와줘야 한다. 이것 때문에 그 배의 원래 스케줄이 꼬여서 손해 본 것에 대한 보상은 사람부터 구하고 나서 다음에 보험사에서 해 준다. 현장 근처에 있는데도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씹은 것으로 드러난 선박은 처벌 받는다.

비행기는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비상 착륙을 위해서 부득이하게 연료까지 버리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리고 비상구 좌석에 앉은 승객은 승무원과 함께 다른 승객들의 대피를 도와야 한다는 규정도 타 교통수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관행이다.

그에 비해 철도는 워낙 꼼꼼하게 통제된 선로에서 정규 노선 차량만 다니다 보니, 타 교통수단과 같은 예외적인 규정 같은 게 존재할 여지가 없다. 대통령이 탄 전용 열차가 몰래 지나가게 되면 걔를 0순위로 먼저 보내 주느라 근처의 정규 열차들의 스케줄이 몽땅 작살 나긴 하지만.. 이건 흔히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요즘은 우리나라가 교통 관련 법 집행이 쬐끔은 선진화돼서 긴급자동차를 고의로 비켜 주지 않으면 처벌하고, 또 출동 중인 소방차는 불가피한 경우 불법주차 민폐 길막 차량을 강제로 밀어 버려도 되게 바뀌고 있다.

오죽했으면 일부 지역에서는 이렇게 소방차가 길막 차량을 밀어버리는 훈련까지 공개적으로 하게 됐다. 소화전 근처에 차가 불법으로 세워져서 공간 확보가 안 되면 그 차를 부수고 호스를 끄집어 낸다. 다음은 지난 4월 말에 경남 김해시에서 시행됐던 소방 훈련에 대한 보도 자료이다.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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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니 난 옛날에 철도청에서 건널목 사고 공개 시연을 주기적으로 했던 게 생각나더라.
건널목 사고가 하도 많이 나자 철도청에서는 "제발 건널목을 무리해서 통과하지 마세요~ 열차는 자동차 같은 급제동을 절대로 못 합니다~!! 무거운 열차에 스치기만 해도 차고 사람이고 다 박살 납니다!"라고 홍보하고 또 홍보했는데.. 나중에는 고육지책으로 시청각 교보재를 직접 만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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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 시작해서 1996년, 97년, 그리고 제일 마지막으로는 KTX의 개통을 앞두고 2003년에 했다.
교외선 일영 역 근처의 선로에다가 폐승용차를 한 대 세워 놓고.. 열차가 200미터쯤 앞에서 급제동 걸지만 그래도 승용차를 밀고 100미터 이상 나아가는 걸 촬영해서 보도자료로 만들었다. 승용차는 당연히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안의 사람 마네킹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때 현장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예비 법조인인 사법연수원 연수생들을 잔뜩 초청했다고 한다. 이런 사고는 철도 쪽에 법적으로 잘못이 없다는 걸 특별히 내세우고 싶었던가 보다.
이게 새마을호에서 Looking for you가 흘러나오던 시절에 대한민국 철도청에서 하던 행사 중 하나였다.;;

* 주요 건널목 사고 일지

(1) 지난 2011년엔 서울-대전 구간을 기존선으로 달리던 KTX가 지금의 세종시 부근 모 건널목에서 승용차와 충돌해서 어느 중년 여성 운전자가 사망했다. 믿을 수 없지만.. 이 사람은 차단기를 들이받아서라도 건널목을 빠져나갈 생각을 안 하고, 하다못해 차를 버리고 몸만이라도 빠져나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정말 어리석게도 꼼짝도 안 하고 가만히 있기만 했다. 가만히 있으면 열차가 알아서 자기 앞에서 정지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2) 2019년 가을엔 동해시 망상 해수욕장 부근의 영동선 건널목에서.. 어느 승용차가 열차가 뻔히 달려오고 있는데도 자기가 먼저 통과하겠다고 차단기가 없는 차로로 역주행 객기까지 부리다가 와장창..! 운전자인 아들과 동승자 노모가 모두 나란히 사망했다.

(3) 2002년 5월 초에 전라선 상행 새마을호에서 발생했던 건널목 사고 콤보는.. 이 바닥의 전설을 넘어 가히 레전드 급이다. 한 열차가 여수, 완주, 익산에서 3연속으로 건널목을 무단횡단하는 노인을 치는 사망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 여담: 특수한 차량

대통령 전용 자동차는 시꺼먼 방탄 리무진이 당연히 있을 것이고, 열차는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기준으로 경복호라는 게 있다. 비행기는 air force one이 있는 반면, 선박 버전은 딱히 그런 게 없는 듯하다. 인도네시아처럼 왕창 많은 섬으로 이뤄진 나라 형태가 아닌 한 별로 필요 없기 때문인지도..??

이런 VIP가 업무를 위해 이용하는 육상 교통수단들은 모든 기존 교통 신호들을 씹어먹으며 어쩌면 타 긴급자동차들보다도 우선순위가 높은 0순위이다. 아니, 아예 사전에 길을 몽땅 틀어막는다. 이런 차가 신호에 갇혀서 멈춰 서 버리면 스케줄에 지장이 생길 뿐만 아니라 보안에도 굉장히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경복호도 ITX 새마을 도색(빨강+검정)으로 칠을 한 걸 보니, 쟤도 지금까지 계속 관리는 하는가 보다.
한때는 KTX의 개통 초기엔 모 편성 열차의 어느 객실이 VIP용으로 예약되어 있어서 일반인에게 발매되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이 사실이 언론에 왕창 공개되어 버리고 그게 VIP의 업무에 크게 유용하지도 않았던지라, 이런 관행은 없어지고 그 객차도 몽땅 일반실로 공개되었다.

한편, 다른 차량/기체를 끌어서 이동시켜 주는 물건도 자동차에는 견인차나 카캐리어, 철도에는 입환기, 비행기는 토잉카, 선박은 예인선.. 종류별로 다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1/09/15 08:35 2021/09/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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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지막 블로그 글은 몇 년 동안 새 글이 없이 먼지만 쌓여 가던 '철도-관련 미디어' 카테고리 소속이 되겠다. 만세~!

내가 맨날 Looking for you 타령만 죽어라고 늘어놓고 있어서 존재감이 많이 묻히긴 했지만.. 옛날(200x년대) 새마을호 열차에서는 Looking for you 음악만 흘러나온 건 아니었다.
열차가 시발역에서 운행을 시작했을 때, 그리고 종착역 도착을 앞두고는 황홀하고 모던하고 미래지향적이고 하이테크스러운 분위기의 다른 BGM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 즐거운 여행 되셨습니까?" 요런 안내방송이 나왔다. (☞ 동영상 링크) 본인은 이 BGM을 일명 로고송이라고 불러 왔다. 보통명사 또는 고유명사로 말이다.

초창기에는 출발 때에 한해서 새마을호의 로고송 자체가 Looking for you이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즉, Looking for you를 배경으로 하고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랬다는 거다. 이건 각 역별 도착 시각을 일일이 그것도 4개 국어로 다 안내해 주던 시절의 추억인데, 본인은 직접 들어 보지는 못했다. 지금은 KTX에서도 그러지는 않는걸..

그러던 것이 Looking for you 이후에 별도 로고송+안내방송으로 바뀌었다. 종착 Looking for you는 그래도 06년 말 정도까지 유지됐지만 출발 Looking for you는 KTX의 개통 이후에 얼마 못 가 스티브 바라캇 Dreamers로 바뀌었기 때문에 2002년 이래로 길게 잡아도 2년 남짓밖에 유지되지 못했다.

그건 그런데.. 문제는 곡명이 다 알려져서 철덕들의 찬송가로 등극한 Looking for you 말고, 그 고유 로고송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그 시절에 무궁화호에서 연주되었던 로고송은 CAGNET의 What will I do(원곡은 아닌 듯하고 C장조로 조가 올라간 리메이크)라고 출처가 곧 알려졌다. 얘도 나쁘지 않은 곡이지만 새마을호 로고송 같은 황홀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새마을호 로고송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D장조와 D단조를 오르내리는 그 황홀한 멜로디는 출처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철덕들의 의문은 풀리지 않은 채, 로고송은 2008년 무렵부터 다른 곡으로 대체되었다.

본인은 지난 2009년 1월 6일 아침, 서울 교통방송 라디오에서 정확히 같은 음색은 아니지만 로고송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것을 우연히 목격..은 아니고 청격했었다. (☞ 옛날 글 링크) 그걸 블로그에 공개했으며 다른 철도 동호인께서 호응하는 댓글까지 올려 주셨다. 하지만 일은 그걸로 끝나고 여전히 정확한 출처를 알아내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이 사실이 나무위키에도 등재돼 있을 정도였다. (코모넷 항목.. 코모넷은 그 당시 새마을호에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던 협력업체. 현재는 폐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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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그로부터 거의 1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2018년 12월 17일,
디씨 철갤에서 어느 갤러에 의해.. 이 음악의 출처를 근성으로 "단서를 쫓아 여러 음반 뒤져가며 듣고 또 듣고 생노가다 해가며" 찾아냈다는 소식이 타전되었다!

출처는 바로 Headline News라고, 방송국 BGM용 컴필레이션 음반.. 그것도 엄청 옛날인 1992년 5월에 발매된 음반의 6번 트랙인 Outlook이었다. 이건 우리나라 철덕 역사에 길이 남을 발견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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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나 TV 방송에서 광고나 섹션 전환, 아니면 심지어 방송사고 등 여러가지 상황에서 들려줄 만한 짤막한 BGM들 모음집이다. 이 분야의 음악만 전문적으로 작곡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심각하게 마이너한 분야의 음악인 관계로 전곡이 유튜브 같은 데에 공개돼 있지는 않으며, 인터넷 상으로는 맛보기로 중간 30초 분량밖에 못 듣는다. 하지만 곡 자체도 1분 30초 남짓으로 짧은 편이다.

안내방송 멘트에 가려져서 제대로 듣기 어렵던 구간을 이렇게 음악만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게다가 본인이 라디오에서 들었던 곡은 저 앨범의 4번 트랙(Young Blood 젊은 피??)이라는 것도 덤으로 알 수 있었다! 같은 작곡자가 같은 멜로디를 다른 악기와 다른 분위기로 리메이크 해서 연주했던 듯하다.

이 곡의 작곡자(Nicolo Bardoni & Stephen Warr)에 대해서는 새마을호 Looking for you의 작곡자인 MALTA보다도 안 알려져 있고, 하물며 음반은 Obsession보다도 더 구하기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출처를 알게 된 것만 해도 어디냐.. 이런 듣보잡 마이너 음반까지 뒤져서 로고송의 출처를 알아낸 그 철갤러 분께 진심으로 경의와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철덕의 오랜 의문이 이렇게 풀리니 기분 좋게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겠다.

※ 그리고 이미 국내의 어느 용자께서 이 곡의 음원을 구해서 유튜브에 이미 올리셨다.

Posted by 사무엘

2018/12/29 19:33 2018/12/2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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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영화)

<부산행> 재미있게 잘 봤다.
새마을호가 나온 <라이터를 켜라>, 서울 지하철이 나온 <튜브>에 이어 KTX가 주 배경인 영화가 나왔다. 영화 스크린에서 서울 역, KTX, 무궁화호, 디젤 기관차 등등을 보니까 참 사랑스럽고 정겹고 훈훈했다.
난 좀비나 출연 배우나 심지어 스토리까지도 하나도 관심이 없다시피하고, 오로지 철도 구경하러 <부산행>을 봤다. 전국에 나처럼 생각한 철덕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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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의 운행 번호(406. 짝수는 하행이 아니라 서울 방면 상행 번호임. 400대는 경부선 부산행이 아니라 경전선 경유 마산행!)라든가 실물과는 다른 차량 외부 행선지 LED 같은 건 너무 사소한 아이템이니 따로 거론하지 않겠다.
꼭 남기고 싶은 소감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촬영의 편의를 위해 그냥 깜깜한 밤을 설정하고 만들었던 <라이터를 켜라>와는 달리,
배경이 낮이고 긴 터널 통과라는 설정으로 명암 조절을 한 것은 굉장히 훌륭한 점이다. 높게 평가한다.
대전-동대구 사이는 실제로도 긴 터널이 많은 구간인데, 그때 남자 주인공들의 객차 이동과 좀비 격투가 등장하는 건 각본을 탄탄하게 잘 짰다고 볼 수 있다.

한 터널이 통과 시간이 2분인가 3분이었는데, 열차가 시속 300km로 정상적으로 전속력으로 달린다면 대전-대구 구간에 통과하는 데 3분씩이나 걸리는 긴 터널이 있지는 않다. 그래도 황학 터널이 거의 10km에 달하며, 비상 상황에서 열차가 약간만 감속을 했다는 걸 감안하면 저런 설정은 설득력을 충분히 얻는다.

2.
철도 차량의 진행 방향과 등화의 색깔을 헷갈리는 건 철도 등장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고증 오류이다. <튜브>에서 본 적이 있는데, <부산행>도 초반에 그런 옥에티가 있던 걸로 기억한다.
철도 차량은 그 특성상 자동차로 치면 깜빡이(방향지시등)에 해당하는 등화는 없다. 그 대신 전방으로는 백색등, 후방으로는 적색등을 켠다. 국정원 연재 추리 퀴즈 중에 이 특성을 이용해서 용의자의 논리 오류를 논파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전기 철도 차량과 관련하여 나올 만한 고증 오류는 팬터그래프의 배치 방향이다. 팬터그래프는 진행 방향 기준 최대한 후방에 있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부산행>의 경우, 열차가 달리는 모습을 외부에서 클로즈업 한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아서 팬터그래프 같은 건 확인할 수 없었다.
<라이터를 켜라>는 장면이 바뀔 때 열차의 외부 클로즈업이 종종 나오기도 했는데 이와 대조적이다. 애초에 쟤는 새마을호 디젤 동차가 배경이어서 전철과는 무관한 설정이기도 했다만..(그래서 주인공이 천장 위를 기어가는 스턴트를 하는 것도 가능했고!)

3.
동대구에서 디젤 기관차에 수십 명의 좀비가 달라붙자 기관차 바퀴에 불꽃이 튀고 힘이 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나온다. 이건 두 말할 나위 없이 연출이며 과장이다.
7000호대 디젤 (전기) 기관차는 무려 수천 마력에 달하는 출력을 자랑하며, 몇십 톤짜리 객차를 몇 개씩 견인하는 차력사이다. 얘 혼자 무게만 120톤을 넘으니, 지상의 도로를 달리는 대형 트레일러의 트랙터조차도 기관차 앞에서는 어설픈 풋 사과로 전락한다.

속도만 느리지 토크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그깟 좀비들이 좀 달라붙어 봤자 차량의 주행에는 아무 영향 없다.

4.
저런 것들을 제치고 내 눈에 제일 확실하게 들어온 비현실적 고증 오류는 바로..
대전 역에서 수십 명의 군인 좀비들이 유리창을 깨고 아래의 선로로, KTX 열차 위로 후두둑 떨어졌는데 어떻게 전차선에 닿아서 감전돼서 타 버린 좀비가 한 놈도 없느냐는 것이다. 요거 간파한 분이 계신가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차선에서 펑~펑! 불꽃이 튀고 일부 좀비는 시꺼먼 통구이가 돼서 바닥으로 굴러떨어진다면 관객과 주인공들을 더 멘붕시키고 더 공포감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당장 제작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고, 또 끈질긴 불사신으로 묘사되는 좀비의 이미지와도 맞지 않는 연출이 될 테니 그런 고증까지는 제낀 듯하다.

이 영화는 좀비로 변한 주인공을 제외하면 좀비가 죽는 모습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끝날 때가 다 돼서 그나마 안전한 부산에 주둔한 군인을 제외하면, 군인들도 소총 하나 없이 중대급 병력이 몽땅 좀비에게 무기력하게 쳐발려서 죽거나 자기도 좀비가 되는 모습으로 나온다.
특히 대전은.. 차라리 경비 인력을 처음부터 전경으로만 설정하지 왜 군인을 집어넣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나중에 상화(마 동석)가 승강장에서 사용한 도구도 전경 방패와 방망이이고 말이다.

위험물 관리를 잘못해서 수많은 국민들을 좀비로 전락시키고 나라를 내전 급의 파탄으로 몰아넣은 바이오 기업이 실제로 있다면, 저건 뭐 삼풍 백화점이나 세월호 따위와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큰 사고를 친 것이다. 혼란이 다 수습된 뒤엔 그 기업은 공중분해돼야 할 것이고 대표와 핵심 간부들은 사형· 무기징역급의 중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_=;;
그리고 승객 중에서 악역이라면 악역인 영석(김 의성)은 정말 <라이터를 켜라>에서 국회의원 박 용갑, 그리고 <테이큰>에서 장 끌로드, <13구역>에서 국방부 장관 크루거(13구역 몰살 계획이 탄로나서 짤리는..), <타이타닉>에서 '칼' 같은 비열한 캐릭터라 여겨진다.

Posted by 사무엘

2016/10/01 08:37 2016/10/0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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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긴 교통수단

1. 마일 트레인 (mile train)

철도와 관련하여 진정한 미국의 기상을 느껴 보고 싶다면 역시나 이런 걸 직접 봐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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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가 1마일을 넘는다고 해서 마일트레인이라고 불린다만, 어디 1마일 뿐이겠는가? 2~3마일에 달하고 건널목에서 다 지나가는 데 수 분 이상이 걸리는 열차도 있다. 화차만으로 그야말로 만리장성을 쌓을 기세다.

2. 로드 트레인 (road train)

마일 트레인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땅 넓고 자원 많은 나라들은 도로 위의 트레일러도 열차처럼 운영한다. 일명 로드 트레인이라고 부르는데, 이 분야의 종주국은 미국이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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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가 정말 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궤도도 없이 차량을 저렇게 길게 이어 놓으면 조향(회전)을 어째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우려된다. 그리고 감속을 하는 것도 말이다.

도로에서 가장 긴 차량(수십~100여 m)과 레일에서 가장 긴 차량(2~3km)을 한데 비교해 보니 느낌이 새롭다.

Posted by 사무엘

2014/02/24 08:29 2014/02/2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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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야 너를 사랑해

한겨레 매거진: 철도야 너를 사랑해

인터넷을 뒤지다가 굉장히 재미있는 뉴스 기사를 발견했다.
2012년 11월경에 서울 수색 차량기지에서 다음 철도 동호회 카페인 '레일플러스'의 오프라인 정모가 있었는데, 이 모습을 한겨레 매거진에서 취재하여 보도했다.

내가 한글 세벌식 연구를 안 하고 일요일마다 교회를 안 다녔으면, 나 역시 저 모임에 없는 시간 만들어서 뛰쳐나가는 무명/유명 철덕 중 하나가 됐을 것이다.
철도 동호회 모임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주말마다 차 끌고 1박 2일 중앙선과 교외선 탐방을 다녔을지도 모른다.

글 내용이 매우 흥미진진하다.

-- 이들은 철도에 관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좋아하고 궁금해한다. 이 날 모인 마니아들한테 기관차의 무게가 132톤, 연료탱크의 용량이 9800리터, 8200번대 기관차의 힘이 7060마력이라는 것은 상식이었다. 어떤 마니아는 경적소리로써 기관차의 종류를 구별하고 경적의 음높이를 정확히 재현하기도 했다.

당연한 거 아님?

-- 이들한테 왜 철도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그냥”이라고 말한다. 남녀의 사랑처럼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이라는 것.

난 다른 건 필요없고, 닥치고 Looking for you 음악 때문에~~

-- 철도 박물관 손 길신 관장은 “철도에 대한 관심은 곧 한국사 연구와도 통한다”고 말했다.

우와, 완전 울트라 초캡숑 킹왕짱 100% 1000000000% 공감 또 공감.
정곡을 짚었다.

-- 철도는 0과 1의 단순명쾌한 세계입니다. 기계, 전기, 통신전자, 토목건축 등 이공계 분야가 종합적으로 기능합니다.

이 재원 씨.. 지하철역 공익 요원을 거쳐서 한때 서울 도시철도 공사에 취직했더니만.. 코레일로 직장을 옮겼구나. 존경스럽다. 완전 덕업일치를 이루신 분.

-- 이날 정모에 참가한 회원들은 초등학생부터 40대 직장인까지 나이대는 다양했지만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ㅍ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 대목에서는 웃을까 울을까 망설여진다. ㅠ.ㅠ
철덕계에도 홍일점이 아주 드물게 있긴 하지만, 여자사람은 아무래도 차량, 토목, 시설 쪽보다는 여행 분야로 관심이 한정된 편이라고 한다.
오 유미 씨(전 충북선 목행 역 명예역장)가 국내에서 유명한 여성 철덕이다.

난 한글 입출력 응용 기술 쪽으로 연구를 더 할 수 없다면 굳이 IT 쪽에 남아 있지 않아도 별 미련이 없을 것 같다.
  • 주의 말씀들이 내 입맛에 어찌 그리 단지요! 참으로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 (시 119:103)
  • 그들이 서로 이르되, 그분께서 길에서 우리와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성경 기록들을 열어 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하고는 (눅 24:32)
철도를 공부하면서도 저 성경 말씀과 동일한 체험을 할 수 있다.
  • “1899년에 한반도에 최초로 다닌 증기 기관차는 흔히 매체에서 보는 기관차보다 훨씬 더 작은 탱크식 '모가'형 기관차였다.”
  • “원래 호남선은 서울이 아닌 부산 방면 선로만 있었다. 서울 방면으로 입체 교차하여 바로 올라가는 선로는 1978년에 호남선이 전구간 복선화되면서 같이 건설되었다. 대전 역 우동이 유명한 이유도 이것과 관계가 있다.”
  • “경부선 개통 당시에는 서대문-남대문-노량진-영등포 다음에 바로 시흥(지금의 금천구청)이었다.”
  • “예전에는 서대문 역이 서울 역이었고 지금의 서울 역은 남대문 역이었다. 예전에는 지금의 부산 역은 초량 역이었고 진짜 부산 역은 더 남쪽에 있었다. 유 관순이 다니던 이화 학당은 서대문 역과 아주 가까이 있었다.”
지면 관계상 역사 얘기만 했는데..

이런 지식 하나하나가 참 달콤하고 나의 마음을 뜨겁게 달군다. 철도가 그저 인간을 위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나를 위한 교통수단임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철도가 너무 좋아서 견딜 수 없다.. 나 정말 어떡하면 좋지? ㅠ.ㅠ

예수님은 하나님이고 구원에 이르는 복음은 애초에 한낱 종교 레벨이 아니기 때문에..
철도교야말로 인간이 만든 2류 3류 종교 중에서는, 복음과 “충돌하지 않으면서” 거의 최고급 최상급의 좋은 종교라 할 수 있다. 그저 사람 교양과 정서에나 좋은 종교 레벨에서 말이다.
3류 종교는 1류 종교를 사칭하거나 대립하지 않고 자기 위치만 지키고 있으면 해롭지 않다.

그러고 보니 저건 군대에서 딱 좋아할 만한 종교 같은데? (철도 역사와 함께하는 지리/역사 안보교육, Looking for you 카타르시스)
군대가 무슨 혼의 구원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정훈 교육, 안보 의식 함양과 장병 자살 방지가 목적일 텐데.. 그 용도로는 철도교가 최적격이다!
하늘에는 하나님이 계시고 땅에는 철도가 있다.

{주} 하나님께서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명의 숨을 그의 콧구멍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살아 있는 혼이 되니라. (창 2:7)
{주} 하나님께서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Looking for you를 그의 귀에 들려 주시니 사람이 살아 있는 철덕이 되니라.

Posted by 사무엘

2014/01/09 08:32 2014/01/0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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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Looking for You!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이런 사이트를 발견했다.

"곤시오페아"라고 하는 J-Fusion(일본식 퓨전 재즈) 음악 동호인 커뮤니티이다. 원래는 이 분야의 매니아인 어느 개인의 홈페이지였는데 방문자가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로 발전한 듯하다.

이 사람의 개인적인 주 관심사는 CASIOPEA와 T-SQUARE라는 두 그룹이라고 하지만, 일단 J-Fusion에 속하는 뮤지션들을 다 소개는 하고 있으며, MALTA도 응당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에 MALTA의 음반 Obsession에 대한 코멘트가 딱 한 건 실려 있었다!

[★★★★★] MALTA의 앨범 중 최대의 집념이 담긴 앨범
개인적으로 MALTA의 최고의 앨범을 꼽으라면 두말없이 이걸 꼽을 것입니다.

Obsession 이후의 작품들이나 심지어 이 앨범과 마찬가지로 GRP세션들이 참여했던 이전작과 비교해 봐도,
두 번 다신 이 정도의 음반이 나오리라 기대가 안 될 정도의 높은 완성도와 감성을 지닌 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시적인 우수가 배어 있는 Sentimental Morning, Step Closer, Not Yet(하비 메이슨 작),

팝 넘버로서 좀 빠른 템포의 경쾌한 Obsession, 따스함이 묻어나는 Reflections과 Time And Tide,

펑키한 느낌의 101 Freeway(돈 그루신 작)와 Lucky 7,

발라드 Sweet Dreams와 피노키오 주제가이기도 한 커버곡 When You Wish Upon A Star,

돈 그루신의 재즈적 감성이 가득찬 피아노 연주가 돋보이는, 가히 앨범의 베스트라고 할  수 있을 만한 Looking For You까지 버릴 곡이 없는 앨범입니다.

평소 MALTA의 가벼운 음악풍에 실망하신 분이라도 이것만큼은 적극 추천할 수 있습니다.
by 리스너(vintage1900), at 2012-08-27 오후 8:46:00


이 사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뭘 좀 아시는 분이다~~!!
거 봐, MALTA가 발표한 음반들 중 역대 최고가 1988년작의 Obsession이고,
그 앨범에서 최고봉 베스트 곡이 Looking for you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명불허전이다~!

철덕이 아니면 이런 마이너한 일본 재즈 음반을 아는 사람이 국내에 거의 없을 텐데.
철도가 아니라 진짜 음악 매니아여서 아는 거라면... 정말 만나서 인사 나누고 싶다.
글 쓰는 투를 봐서는 MALTA의 대부분의 음반을 이미 섭렵한 사람이다.
이런 음악을 알아 주는 사람이 있으면 기분이 좋다.

Looking for You의 작곡자 MALTA는 일본 사람이지만 이 사람은 버클리 음대 출신이며
이 앨범 작업은 미국에서 서양 사람들과 함께 행해졌다.
색소폰과 함께 병행해서 흘러나오는 신시사이저는 Larry Williams이고
어쿠스틱 피아노 및 키보드는 Don Grusin. 다들 영문 위키백과에 등재가 돼 있을 정도로 유명한 뮤지션들이다. 대단하다.

이런 음악을 새마을호 열차의 출발-종착 때 틀어 줘서 나를 철덕으로 만들어 버린 건, 과거 철도청의 치밀하고 교묘한 음모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3/10/17 08:16 2013/10/1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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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광고: 나도 KTX 탈 걸

1.

요즘 철도 내지 코레일 광역전철 구간을 이용하는 분들은 차내 모니터에서 “나도 KTX 탈 걸”이라는 테마의 CF 동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두 여배우가 누구인지도 몰랐는데 나중에 검색해 보니 에일리와 신 보라이다. 열차 안에서는 음성이 안 나오니 대화 내용은 전적으로 자막으로만 봐야 했는데 음성은 역시 인터넷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4시간 후에 부산에서 생방송 촬영이 있는데 에일리는 서울에서 자가용을 끌고 가지만 교통 정체에 막혀서 지각하고, 언니인 신 보라는 공항 철도+KTX를 이용해서 빠르고 편안하게 간다는 내용이다.
(여담으로, 머지않아 아예 공항 철도에까지 KTX가 그대로 들어갈 예정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은 정책은 아니라 생각된다. 서울 역까지 찍었다가 다시 부산 방면으로 내려가는 건 동선이 너무 안 좋아서.. 정말 광명 역에서 인천 공항으로 가는 철길이 뚫리긴 해야 한다.)

철도청이 코레일이라는 기업으로 바뀐 뒤부터 확실하게 바뀐 것이 무엇이냐 하면, 대외 광고가 늘었다는 점이다. “당신을 보내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 전에 철밥통 철도청 시절에  철도청이 자체 CF를 내보낸 건 1984년이 유일했다고 한다. “속도 향상으로 고속화된 철도 여행은...” 무궁화호 NDC 동차가 최신형 차량으로 소개되던 시절이었으니 얼마나 격세지감인지! ㅋㅋㅋ

2.

사실, 지금으로부터 10년 쯤 전, 본격적으로 철덕이 되기 전이던 2003년경의 일을 똑똑히 기억한다.
본인은 대학 시절에 열차 여행 중이었는데 객실이던가 역 내부이던가에 철도 노조에서 만든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철도청이 기업으로 바뀌면 우리나라 철도도 영국이나 일본 꼴이 나서 서울-부산간 열차 운임이 10만원이 넘어가고 안전 관리도 개판이 되어서 철도 안프라가 완전히 망할 거라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KTX가 개통하고 철도청은 코레일로 바뀌었다. 그러나 한국 철도는 저런 극단적인 꼴로 전락하지 않았다.
뭐든지 시장 경제에만 맡기고 민영화· 개방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저런 일도 한두 번 겪고 나면 국가 정책에 무조건 괴담 퍼뜨리면서 딴지 걸고 반대만 하는 주장은 좀 가려 가며 들을 줄 아는 안목이 생겨야 할 것 같다. 그런 쪽에 심취해 있는 분들은 반대로 비대한 정부 기관들의 비효율과 세금 낭비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한 측면이 없지 않다.

뭐, KTX는 이제 코레일의 최대 돈줄이며 특히 주말에 경부선은 굳이 명절이 아니어도 없어서 못 탈 정도로 만석이다.
그 어떤 경영자가 코레일의 사장이 되었다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서민들로부터 욕 먹는 한이 있어도 일반열차를 줄이고 KTX를 증차할 수밖에 없다. 임률 높고, 많이 태우고 빠르고 회전률 높고, 수송 원가 낮고 수요도 많고.. 도대체 주저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철도청도 경영을 아주 못한 건 아니었다.
어쩌다가 새마을호에 Looking for you 음악을 넣을 생각을 했을까?
그냥 어차피 탈 사람은 타고 안 탈 사람은 안 타고, 적자쯤이야 세금으로 메우면 된다는 식으로 철도를 아주 안일한 철밥통 사고방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데에다 고객 감동과 중독의 씨앗을 집어넣었을까?
이런 배려 때문에 대한민국에는 중증 말기 극성 철덕이 한 명 생겨 버렸고, 코레일은 철도청이 뿌린 씨앗의 열매를 마음껏 따 먹고 있는 중이다.

3.

지난 2011년 여름에는 꽤 도발적인 철도 광고가 옥외 광고판의 형태로 걸린 적이 있었다.
바로 경부 고속도로 신탄진 IC 북쪽으로 살짝 떨어진 곳에, “KTX 탈 걸”이라는 광고판 말이다. 혹시 아시는 분 계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한국 철도 역사상 최대의 적절한 광고 전략으로 기록될 것이다.

  • 일단 경부 고속도로가 경부 고속선과 아주 가깝게 나란히 달리는 얼마 안 되는 구간이요,
  • 이곳은 버스 전용 차선이 시작되고 주말에 그렇잖아도 상습적으로 막히기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 또한, 수도권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진 국토의 중부이기 때문에 상행과 하행에 모두 비슷한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다.

도로는 막혀서 차들이 거북이걸음 중인데 옆에서는 KTX가 씽씽 지나가고 맞은편엔 “KTX 탈 걸”이라는 광고판이 놓여 있으면 운전자들이 이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이 광고판이 있는 곳 근처를 로드뷰로 보면 이렇다.
요즘 인터넷 지도는 로드뷰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의외로 고속도로에는 유료 도로여서 그런지 로드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인터넷 상으로 사진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광고가 다른 것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11 08:28 2013/08/1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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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5월경에 방영된 <현장 르포 제3지대> -- 지하철에 미친 아이들 편

현재까지 공중파 방송에서 철덕들의 행동과 심리에 대해 가장 흥미진진하게 잘 보여준 TV 프로가 아닌가 싶다. 철덕들의 열정과 낭만이 느껴지더라. 난 무척 감명깊게 봤다!
이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 노랑-초록 도색의 코레일 전동차와, 리모델링 전의 용산 역 승강장의 모습이 덤으로 인상적이다.

역시 겨우 나 정도의 철덕력으로는 저런 사람들에게 명함도 못 내밀 것이다.
저 TV에 나온 이 재원 씨는 MEIS의 운영자이고 지하철역에서 공익 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뒤, 현재는 어엿한 서울 도시철도 공사 직원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국내 유명 철덕이신 '영동선 511' 운영자분도 도철 입사..;;)

“전동차 출발 구동음을 녹음해서 차량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어요. 차량 제작사마다 소리가 제각각이거든요.” (38:50 ~ 39:40 구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 철도 덕후들이 한국 사람보다 한국 철도 차량에 대해 이미 더 잘 알고 더 면밀히 분석해서 일본어로 책을 만들어 놨다. 게다가 그런 책이 일본에서 아주 잘 팔린다고.. “이건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41:10 ~ 41:50 구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록수 역 - 한대앞 - 수인선 선로 답사도 난 2005년에 완전히 똑같이 한 적이 있으니 완전 공감이다. 물론 저 TV 프로를 모르던 상태에서.
상록수 역 어원을 찾다가 최 용신 선생의 일대기 공부를 한 것까지도 똑같다. (42:50 ~ 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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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2/08/11 08:40 2012/08/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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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목록가의 멜로디 외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여호수아 ...
교회 다니는 분이라면 신구약 성경 목록가 다들 아시죠? 그런데 이 노래 멜로디의 origin이
1900년에 작곡된 일본 <철도 창가>라는 사실, 아십니까?
에, 그러니까 육당 최 남선이 지은 <경부 철도가> 같은 그런 노래입니다.

일본에 가면 심지어 전동차의 발차 경보음으로도 이 곡의 멜로디가 나옵니다.
철도와 성경 사이의 완벽한 연결 고리를 발견하여 대단히 기쁩니다.

저 곡 멜로디를 이용해서 경부선 역 목록가나 지하철 노선 목록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자, 이것만 실으면 분량이 너무 적으니 아래 사진은 보너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2010년 12월 21일, 경춘선에 복선 전철화 공사가 끝나고 무궁화호 대신 통근형 전동차가 첫 운행되기 시작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얼마나 철도를 사랑하고 철도 개통에 감격했으면 저러기까지 할까요? 진정한 철덕의 기상이란 게 무엇인지를 보고 도전을 받게 됩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2/07/12 19:21 2012/07/1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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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ing for you의 작곡자, MALTA

이제는 더 말하면 입만 아프겠다만,
본인은 2003~2004년 사이에 새마을호에서 Looking for you라는 음악을 들으면서 철도 성령을 체험하고 철도 덕후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 Looking for you를 작곡한 사람은 MALTA라는 예명을 쓰는 일본의 재즈 색소폰 연주자이다. (☞ 공식 홈페이지)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면, 공유 정신이 투철한 네티즌들 덕분에 이 사람 주요 곡은 물론, 심지어 과거의 실황 공연 동영상까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생각보다 연세가 지긋한 분이고, 본인의 부모님 연배이다. 아니, 부모님보다 나이 더 많다..;;
일본인이라기보다는 서양 사람처럼 생겼다. 덩치도 그렇고.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프로필에 따르면, 그는 13세 때부터 색소폰을 불기 시작해서 도쿄 예술 대학을 졸업했다. 그 후 미국 유학을 선택하여 그 이름도 유명한 버클리(Berklee) 음대를 졸업하고 거기서 강사도 역임했다고 한다.
재즈 내지 실용 음악이 강한 학교에 잘 찾아간 듯하다. 몇 년 전에 본인이 뒷조사를 해 본 기억에 따르면, 버클리 음대 Alumni 리스트에 저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1983년 11월, 일본에서 MALTA라는 예명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첫 음반을 냈다.
Looking for you가 수록된 앨범은 Obsession으로, 1988년에 발매됐다. 즉, 여전히 상당히 초창기 시절의 작품인 것이다. 그때는 기술과 장비가 차이가 있었는지, 음반 녹음을 미국 LA에서 했다고 자랑을 치던 시절이었다. 즉, 우리가 지금 듣는 Looking for you도 원판은 미국에서 녹음됐다는 뜻.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철도 성령을 소환해 낸 전설의 곡 Looking for you가 첫 소개된 그 앨범)

생각을 해 보라. 어느 때에 한국의 대중교통에서, 운행 시작 전이나 종료 후에 객실 내부에서 저렇게 가슴 터질 것 같은 빠르고 경쾌하고 톡 쏘는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왔던가? 그리고 그 당시 철도청이나 코모넷(새마을호 내부의 시청각 UI를 담당하던 하청 업체) 담당자는 어째 이렇게 매니악한 음악을 선곡할 생각을 했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통방통하지 않은가?

난 재즈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저 음악만은 예외로 그냥 닥치고 수백, 수천 번 듣고 또 들었다. 눈 지그시 감고 앉아서 새마을호 객실에서 저 음악 들으면서 타거나 내리던 시절을 회상하는 게 습관이 됐다. 그리고 전곡을 허접하게나마 nwc 악보로 옮겼다.

참고로 Looking for you는 새마을호에 처음으로 비디오 화면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2001~2002년 사이에 등장했다가, KTX가 개통한 2004년 중반부터는 종착역 도착 때만 흘러나오는 걸로 바뀌었고(출발 전에는 이제 Steve Barakatt의 Dreamers로 변경), 2007년 중반 무렵에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본인이 2006년에 세 차례 Looking for you 열차내 재생 장면을 촬영하여 유튜브에 올린 것은 이제 전설적인 역사 기록으로 등극해 있다.

나는 흔히 말하는 각종 가요나 연예인, 영화, 락 음악 같은 것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대신, 그쪽 똘끼가 여기에 전부 쏟아졌다.
MALTA 당사자는 꿈에도 모르겠지만, 역사는 그의 음악이 한국에서 극렬 철도 덕후를 한 명 배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기록할 것이다. 철도님, 사랑합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2/02/11 08:12 2012/02/1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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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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