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 이모저모

철도는 빼박 육상 교통수단이지만, 우리말 한정으로 천문 우주와도 일말의 접점이 있다. 바로.. ‘궤도 軌道’가 railway도 되고 orbit도 되기 때문이다.
용어 복습을 하자면, rail 궤조 ⊂ railway 궤도 ⊂ track 선로이다.

  • 모노레일은 궤도가 단 하나의 궤조로만 구성된 교통수단이고, 전차선이 바닥의 양 궤조 사이에 같이 깔려 있으면 그 선을 제3궤조라고 부른다.
  • 궤도가 상하행별로 2개로 구성된 철길은 복선 선로 double track이라고 부른다.
  • 끝으로, 시설에 구애받지 않은 통합 집합적인 명칭이 the railroad 철도이다.

물론 천체의 궤도는 지상 열차의 궤도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0의 개수가 차이가 날 정도로 길고 방대하다.
우리나라 철도의 커브는 극악의 급커브인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종각이 반경 140m짜리이고 최상의 퀄리티인 경부고속선의 급커브가 7000m인 반면..
우주로 가면, 지구의 인공위성만 해도 지구의 평균 반지름 6400km에다가 저궤도 300~500km를 더하면 얼추 7000km가 나온다. 7000m가 아니라 그 1000배인 7000km가 된다~!

하물며 지구가 아닌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는 뭐.. 반경이 수억~수십억 km에 달하니, 이건 그냥 직선이나 마찬가지이다. 철길이 이런 경로대로 깔려 있다면 열차는 그냥 엔진이 과열돼서 터질 때까지 밟아도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문득 테이큰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Do you have any idea what it costs just to change the angle of the lens on a satellite orbiting 200 miles above the Earth?" 테이큰은 악당들 때려잡는 액션만 있는 게 아니라 work out, personal 같은 성경 용어도 나오고, 더 나아가 우주에 대한 통찰까지 제공하는 영화인 셈이다~!

그래서 본인은 인공위성에 대해서 문득 관심이 생겼다. 철도, 항공 다음으로는 우주이구나.. ㅎㅎ
인공위성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인류의 역사상 최초로 "실물 사진"으로 입증해 준 존재이다. 더 나아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생중계, 유선 전화선이 연결되지 않은 곳에서의 국제 전화(남극이나 망망대해 선박..), 그리고 지구 어디서든지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GPS까지.. 다 인공위성 덕분에 가능해진 것들이다. 우리가 매일 너무 당연하게 얻는 일기예보와 각종 구름 사진, 미세먼지 사진도 인공위성을 통해 얻는 정보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또한, 인공위성 중에는 지구 관측뿐만 아니라 천문 관측용도 있다. 지구에서도 천문대는 산꼭대기 같은 최대한 높은 곳에 만들려고 애쓰는 편인데, 대기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우주를 우주에서 관측 가능한 것은 치트키 급의 엄청난 혁신을 천문학계에 선사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엄청난 인공위성에 대해서.. 스푸트니크부터 시작해서 미주알고주알 모든 것까지는 다루자면 시간과 지면이 부족할 것이다. 내가 저 분야를 전공한 것도 아니니.. 이 글에서는 (1) 궤도 그리고 (2)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개발 내력 정도만 얘기하도록 하겠다.

1. 궤도

일반적인 비행기야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 보통 10km대의 고도에서 날며, 전투기 같은 특수한 고성능 비행기도 20km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걔네들은 주변 공기를 이용해서 엔진을 상시 가동해야 하는 물건이다.

그러나 인공위성은 공기가 없는 곳에서 한번 왕창 빠르게 주어진 속도만으로 지구를 뱅글뱅글 반영구적으로 돌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못해도 160km 이상의 열권~외기권 영역에서 활동한다.
여기부터 2000km 정도까지는 그냥 '저궤도'라고 불린다. 고도가 낮아야 위성이 지표면을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겠지만, 고도가 너무 낮으면 그만치 빠르게 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공기와의 마찰도 커져서 고도의 유지가 어렵다.

아폴로 우주선은 약 190km대의 일명 parking orbit에서 지구를 1시간 28분 16초 만에 한 바퀴 도는 속도로 두세 시간 남짓 있다가 3단 엔진을 켜서 달로 갔다. 그 정도로 아주 잠깐만 있다가 자리를 뜬 것이니 그런 낮은 고도만 유지해도 괜찮은 것이었다.

인공위성들 중 유일하게 '유인'인 국제 우주 정거장은 320~345km대의 고도를 유지하는 중이라고 한다. 사람이 수시로 드나들기도 해야 하니 막 한없이 높은 곳에 있지는 않다.
테이큰에서 브라이언이 200마일 고도 드립과 함께 뻥카를 쳤던 첩보 위성도 당연히 이와 비슷한 저궤도인 셈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공식 고도는 559km로, 지구 관측용 위성보다야 당연히 더 높다.

지구에서 서울-부산 거리가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를 수평이 아니라 정확하게 수직 이동만 해도 우주가 나온다는 게 흥미롭지만.. 그 거리를 수평 이동하는 것과 수직 이동하는 것은 난이도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이다.
1500km대의 고도는 저궤도의 끝물 정도에 해당한다. 이쯤 되면 공기와의 마찰 걱정은 덜하지만, 자기장이 강한 밴 앨런 대에 속해 있어서 전자기기들이 교란 받고 제대로 동작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다가 대략 2000km 이상부터 36000km까지는 중궤도라고 일컬어진다. 여기는 지표면을 세부적으로 관찰하고 촬영하는 것보다는, 넓은 영역으로부터 신호를 주고받는 게 더 중요한 통신 위성이 들어가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그 이름도 유명한 GPS 위성이 약 20000km대 고도에 있다. 마치 지도가 대축척(좁은 영역, 많은 디테일)과 소축척(넓은 영역, 적은 디테일) 버전이 모두 쓰이듯, 인공위성도 용도별로 궤도의 고도가 차이가 나는 셈이다.

중고도의 한계치인 대략 36000km를 정지 궤도라고 한다. 여기는 인공위성이 지구의 자전 속도와 동일한 속도로 도는 게 가능한 지점으로, 지표면에서는 계속해서 동일 지점 상공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정지 궤도라고 불린다.
왜 저 지점이냐 하면.. GMm/r = 1/2 * mv^2 이라는 식에서 만유인력 상수 G (6.673*10^-11 …), 지구의 질량 M (5.9*10^24 kg), 적도 지점에서 지구의 자전 속도 v (초속 463m/s)를 집어넣으면 나오는 r 값이기 때문이다.

위성의 질량 m은 서로 약분되기 때문에 계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만유인력 상수의 단위 차원은 길이^3, 질량^-1, 시간^-2. 다시 말해 속력의 제곱에다가 길이/질량을 추가로 곱한 것과 같다. 고등학교 물리를 다시 복습하게 되네..;; 까마득한 그 옛날에 생각보다 심오하고 대단한 걸 배웠었다.

정지궤도 위성의 자전 속도는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야 훨씬 빠른 초속 2.6 ~ 3km대이지만, 아무래도 저궤도 위성보다는 대략 1/3에 가까운 느린 속도이다. 그리고 그 특성상 아무 지점이 아니라 적도의 상공에서만 정지해 있을 수 있는지라, 극지방에 가까운 고위도 지방에서는 정지궤도 위성의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이건 한없이 추락하면서 정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정말 가만히 있기만 해도(= 지표면에서 보기에 정지가 아닌) 지구의 인력, 달의 인력, 태양의 인력 등등이 모두 평형을 이뤄서 추락하지 않을 수 있는 지점은 거기보다 훨씬 더 멀리 나가야 도달할 수 있다. 지구와 달만 생각하면 거의 9:1에 가까운 지점인데, 지구 정지 궤도는 그 반대인 1:9에 가까운 지점이다(라그랑주 점). 이건 애초에 인공위성의 능력을 벗어난 영역일 것이다.

저궤도와 중궤도를 넘어 고궤도는.. 이런 게 있다는 것 정도만 알면 될 것 같다. 그 정도로 멀고 높은 곳에서 돌고 있는 위성이 있긴 한지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공위성 중에는 타원 궤도를 도는 놈도 있다. 한 초점인 지구에 근접했을 때는 거의 중-저궤도 급이지만 다른 먼 초점으로 갔을 때는 지구에서 4만 km 가까이 떨어지기도 하니, 이건 저궤도와 고궤도의 특성을 모두 갖춰다고도 볼 수 있겠다.
요런 타원 궤도를 잘 설계하면 인공위성이 집중적으로 탐사해야 하는 지점에서는 천천히 돌다가, 별 필요가 없는 곳에서는 빨리 통과하게 할 수도 있다. 요건 소련-러시아가 연구를 많이 해서 '몰니야 궤도'라고 불린다.

달은 지구의 자연위성이며, 모행성에 비해 이례적으로 비정상적으로 큰 천체임이 주지의 사실이다. 지구로부터의 거리도 38만 km가 넘으니 고궤도의 갑이라 하겠다. 1년에 수 cm 남짓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진다는 것도 관측을 통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성은 일반적으로는 속도를 잃고 모행성과 가까워지는 게 자연스러운데, 관성 이상으로 자체적인 운동 에너지라도 있는지 모행성과 점점 멀어지는 건 역학적으로 어떻게 가능한 현상인지 모르겠다.

저에서 고까지 고도의 크기를 살펴봤으니 그럼 저궤도 위성 얘기를 좀 더 하고 이 주제를 맺도록 하겠다.
저궤도 위성은 지표면을 관찰하기 위한 용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지구의 모든 지점을 두루 다닐 수 있는 궤도가 바람직하다. 그래서 적도만 수평으로 도는 게 아니라 남북극 수직으로, 아니면 하다못해 비스듬한 궤도를 선택한다.

아폴로 같은 우주선이야 지구의 자전 원심력과 공전 속도로부터 뽕을 최대한 뽑는 게 목적이다. "내가 parking orbit에서 잠시 머무른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이니 닥치고 적도 수평 궤도만 잠깐 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인공위성은 지구만 두루 살펴보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운용 방식이 살짝 달라지는 셈이다.

이런 저궤도의 바리에이션으로 '태양 동기 궤도'라는 것도 있다. 지구의 태양 공전면을 위에서 아래로(북극 쪽을) 내려다봤을 때, 인공위성의 공전 궤적이 지구-태양의 직선 경로와 늘 일직선이 되게 하는 궤도를 말한다.
계산이 까다롭겠지만 궤도를 이렇게 잘 동기화 시키면 위성이 매일 같은 지점을 지날 수 있으며, 인공위성이 태양열에 노출되는 빈도도 1년 내내 균형이 잡히기 때문에 기계의 수명 관리에 도움이 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인간이 만든 기계들 중에 태양광 발전의 덕을 진작부터 제일 많이 보고 있는 물건이 바로 인공위성이기도 하다.

2.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개발 이력

자국 인공위성이 없는 나라에서는 인공위성으로부터 얻는 정보나 서비스를 인공위성 보유국으로부터 매번 구입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중계방송 같은 것뿐만 아니라 일기예보 데이터도 말이다. 물론 당장은 그렇게 구입하는 게 원천기술 개발보다 비용이 저렴하겠지만, 고급 서비스를 기반 기술 없이 무작정 다 수입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 8월에 발사된 '우리별 1호'가 일단 최초의 자국 국적 인공위성이다. 하지만 발사체는 말할 것도 없고 위성의 실질적인 설계와 제작까지 사실상 외국 업체였다(특히 위성의 제작은 영국). 우리나라는 아직 어깨 너머로 보고 기술을 배워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다가 1993년 9월의 우리별 2호가 국내에서 개발· 제작되어 인공위성계의 포니와 비슷한 물건이 되었다. 아직까지는 뭔가 통신· 방송 기능을 하는 위성이 아니라, 기술 습득 자체가 목적인 프로토타입 수준이었다.

자동차, 컴퓨터, 원자력에 이어 인공위성은 1990년대는 돼서야 국산이 나온 것이다.
우리별 브랜드는 1999년 5월에 발사된 3호를 끝으로 더 쓰이지 않게 되었다. 2003년 9월에 발사된 우리별 4호부터는 '과학기술위성'이라는 평범한 브랜드가 붙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을 맨땅에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한동안 이윤 없이 기초 연구 투자를 많이 해야 하며, 결과물도 무슨 자동차처럼 엔드 유저가 바로 사용 가능한 형태가 아니다. 이거 연구 개발을 사기업이 몽땅 담당하는 건 곤란하니 국방 과학 연구소 같은 국책 연구소가 따로 만들어졌다. 그게 바로 '인공위성 연구 센터'이다. 요즘은 '항공 우주 연구원'(KARI 항우연)도 인공위성의 개발에 관여하긴 하지만, 발사체 로켓이랑 인공위성은 아무래도 목적과 성격이 다르니 연구소를 분리하는 게 이치에 맞겠다.

인공위성 연구 센터는 무려 카이스트 대전 캠퍼스의 내부에 있다~!
어이쿠, 대강당과 동문 사이의 길목에 자리잡고 있었구나.. 정말 까맣게 몰랐다. 사실, 난 항우연도 카이스트 북서쪽의 학부 기숙사 철조망 너머 바로 근처에 있다는 걸 모르는 채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항우연이 거기에 있다는 것도 나로 호 때문에 유명세를 타니까 따로 찾아봐서 알게 된 것이다.

우리별 시리즈 이후로 이 인공위성 센터에서 만든 위성은 과학기술위성 시리즈이다.
얘의 2호가 바로 우리나라 역사상 유일하게 자국 우주 센터의 나로 로켓으로 발사된 덕분에 '나로 과학위성'이라고 따로 명명되었다. 다만, 발사 실패로 멀쩡한 위성을 두 번이나 깨먹었던지라.. 같은 위성을 수차례 다시 만들어야 했다.
그 뒤 과학기술위성 3호는 2013년 11월에 발사됐으며, 현재까지도 관측용으로 운용 중이다.

우리별 말고 '아리랑' 위성 시리즈는 인공위성 센터가 아니라 항우연에서 개발한 저궤도 관측 위성이다. 1호가 1999년 12월에 발사됐다. 이 바닥도 마치 서울 메트로와 도철 같은 양대 산맥 계보가 있는 것 같다.

'무궁화' 위성 시리즈는 국산 기술 개발이 아니라, 그냥 자국 방송과 통신 서비스 목적으로 KT에서 외국 기업에 외주를 줘서 제작하고 발사한 위성이다. 궤도도 정지궤도로 훨씬 더 높다. 1995년 8월에 1호가 첫 발사됐으며, 얘가 우리나라 최초의 자국 국적 통신 위성이다.

한편, 지난 2010년 6월에는 '천리안'이라고 항우연에서 개발한 최초의 국산 정지궤도 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얘는 우리나라의 일기예보에도 쓰인다. 1호의 수명이 다하는 것에 대비하여 후속 2호도 이미 개발되었으며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기술이 발전하고, 인공위성 서비스가 국산화돼 왔다.
다만, 우리나라는 인공위성에 비해 그걸 지구 궤도에 얹어 주는 발사체 기술이 취약하고 부실하다. 뭐, 발사체 기술은 핵무기를 쏘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거의 똑같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규제를 받아서 개발을 못 한 것도 있다. 나로 호 한번 쏜 지도 벌써 5년이 넘게 훌쩍 지났구나..

이런 남한에 비해, 북괴는 뭐 국제 협약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한방 크게 해먹는 비대칭 무기에 목숨 걸면서 발사체에 나름 노하우를 갖춘 것 같다.
남한의 종북 빨갱이 정권에서는 기를 쓰고 정체를 은폐하면서 미상의 바르사체, 불쌍의 발사체라고 둘러 말하는데.. 뭐긴 뭐야 그냥 미사일이지..

솔직히 일본의 어느 또라이 극우가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헛소리 갈긴다고 해서 지금 멀쩡한 독도가 일본땅으로 넘어가는 것도 아니고, 만에 하나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무슨 1940년대 같은 태평양 전쟁 시즌 2를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그럴 필요도 없다.
일본이 저 뻘짓을 하는 것보다 바로 윗동네에서 계속해서 군사 훈련을 하고 바르사체를 쏘는 게 훨씬 더 위협인데.. 친중종북을 조장하기 위한 반일 반미 선동을 나는 도저히 그냥 봐 줄 수 없다.

아이고, 정치 얘기가 나와 버렸구나. 아무튼 이런 내력으로 인해 남한은 인공위성, 북괴는 발사체가 발달했다. 두 기술이 사이 좋게 융합이 됐으면 좋겠지만 그건 희망사항이고 현재로서는 가능하지 않다.

3. 우주 쓰레기, 우주 공간에서의 충돌 문제

나로 호의 발사 실패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로켓을 발사시켜서 인공위성을 띄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고도가 충분히 높지 않은 인공위성은 공기와의 마찰이 누적되면서 속도를 잃기 때문에 아주 조금씩 지구로 도로 끌려와서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그런 위성들은 기계류의 수명과는 별개로 반영구적으로 운용될 수 없으며, 궤도 유지를 위한 연료가 고갈되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데, 궤도 수명보다 기계 기능 수명이 먼저 끝나서 지구와 교신도 안 되고 고철덩어리가 된 인공위성은.. 딱 곱게 곧장 끌어내릴 수도 없고 굉장한 골칫거리이다. 이런 것들을 일명 우주 쓰레기라고 한다.
우주 쓰레기들은 자신을 실은 채 지구에서 발사되었던 그 로켓의 운동 에너지를 저렇게 그대로 간직해 있다. 태평양 한복판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가듯, 지구 저궤도에는 우주 쓰레기 조각들이 쌓여서 주변의 우주 발사체들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먼저 우주가 아닌 비행기 얘기를 잠시 꺼내도록 하겠다.
지난 2001년 1월 31일에는 일본 스루가 만 상공에서 같은 일본항공 소속 여객기(907, 958편) 2대가 관제 착오로 인해 고작 10~20미터 남짓한 거리까지 근접한 채로 교차 통과한 '니어미스' 사고가 났었다.

승객을 몇백 명이나 태운 MD-10 및 보잉 747급 대형 여객기가 3만 피트가 넘는 순항 고도에서 시속 900~1000km로 공중충돌을 할 뻔한 것이다.
그렇게 됐으면 일본은 JAL123 추락 사고(1985)와 테네리페 활주로 참사(1979)를 능가하는 초대형 항공 사고 기록을 보유하게 됐을 것이고 일본항공의 파산은 수 년 이상 당겨졌을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양 여객기는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려서 들썩이고 요동쳤으며, 특히 음료 서빙 중이던 907편은 회피 급기동을 하느라 기내가 뒤엎어지고 완전히 난장판이 돼서 100여 명에 달하는 부상자가 발생하고 회항하게 됐다. 거의 자유 낙하에 가까운 급강하라도 했는지, 서빙 카트가 붕 떠서 여객기의 위로 천장을 뚫고 내팽개쳐졌을 정도였다.
이건 준사고가 아닌 사고로 기록됐다. 정신없는 격무에 시달리다가 관제를 잘못한 관제사는 유죄 판결을 받고 해고됐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해프닝 내지 사고가 인공위성끼리도 있었다.
지난 2008년 9월 25일에는 한국에서 2003년에 발사했던 과학기술위성 1호(구 명칭 우리별 4호)가 거의 650km 상공에서 미국의 모 군사위성과 431m 거리를 두고 간신히 비껴간 적이 있었다. 뭐 10m보다는 넉넉한 거리이고 인공위성이 여객기보다는 훨씬 작고 가볍겠지만.. 문제는 속도다.

순항 중인 아음속 여객기가 초속 300m 정도라면 쟤는 초속 7~8km... 수십 배의 차이가 나며 쨉이 안 된다. 초속 7~8km짜리한테 430m 거리는.. 정말 옷깃이 닿은 거나 마찬가지인 초근접인데 다행히 이때는 충돌 사고까지는 안 났다고 한다. 공기가 없다시피하니 후폭풍도 없었을 테고..

하지만 2009년 2월 10일에는 실제로 외국 국적의 인공위성끼리 충돌한 사고도 있었다(미국 이리듐 통신위성 vs 러시아 퇴물 인공위성). 산산조각난 두 인공위성의 파편이 널부러지면서 우주 쓰레기의 양은 더욱 늘어나고 무질서도가 올라가게 되었다..;;

물론 지구 위의 하늘은 매우 광활하고 넓으며, 저런 극단적인 일이 자주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가능성이 확실한 0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인공위성 하나 띄우기 위해 돈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닌데, 비행기의 조류 충돌도 아니고 우주 쓰레기 충돌 때문에 애써 만든 인공위성이 박살이 난다면.. 이는 매우 비극적인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은 비용 문제 때문에 딱히 없는 걸로 난 알고 있다.

이런 비행체에 비해 고속철은 최고 초속이 겨우 8~90m가량인데.. 상하행 열차가 서로 후폭풍 없이 안전하게 교행하기 위해서 양 선로의 간격을 얼마로 두는지, 그 공기역학적 근거가 무엇인지도 문득 궁금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24 08:35 2020/03/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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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분석

1. 철도 차량의 3무

철도 차량은.. (자동차와 비교했을 때)

  • 운전석에 steering 핸들이 없고
  • 좌석에 안전벨트가 없고,
  • 차축에는 차동기어가 없다.

이것이 철도 차량의 3無이다.
자동차는 커브를 돌 때 한 엔진이 생성한 동력을 차동기어를 통해 양 바퀴에다 달리 배분하고, 비행기나 탱크는 아예 좌우의 엔진 출력을 달리해서 속도 차를 만든다.
그에 비해 철도 차량은 바퀴 자체가 완벽한 원기둥이 아닌 살짝 원뿔대처럼 만들어져 있고, 커브를 틀면 레일이 접촉하는 부위의 직경 차이로 인해 양 바퀴의 회전 속도가 차이가 나게 한다.

그리고 철도는 개인 자가용이 전무하다시피한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고, 선박이야 초대형 선박들도 선주의 신분을 따지면 전부 private 일색이다. 서양에서 사략선이란 게 괜히 있었던 게 아니다.

그 비싼 비행기도 미국처럼 땅 넓고 잘사는 나라로 가면 자가용의 규모가 결코 작지 않지만.. 철도는 자가용으로 굴리기에는 너무 꽉꽉 조여지고 통제되는 시스템이니 private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자가용은커녕 대중교통 운영사 자체가 사기업인 경우도 우리나라는 매우 드물며, 사철도 일부 공장, 발전소 등에 극도로 제한적으로 있는 형편이다.

2. 철도의 경사와 커브

교통 내지 항공 업계에서는 경사를 나타낼 때 각도가 아니라 수평 이동 대비 수직 이동 비율인 기울기, 탄젠트를 사용한다. 우리나라 철도에 규정된 오르막의 한계는 35퍼밀, 즉 3.5%이다. 그리고 이 정도면 이미 거의 극악에 가까운 한계이며, 현실에서는 2%대만 돼도 철도 차량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급경사이다.
자동차 도로는 좀 가파른 곳에 5%, 10% 경사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저런 경사 표지판이 있음).. 철도 차량은 등판능력이 부족한 셈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급경사를 자랑하던 곳은 강원도에 태백선· 함백선이 병행하는 구간이다. 하지만 서울에도 경의선 용산-효창 사이의 지상-지하 구간은 기존 건축물들을 피해서 부족한 공간만으로 수직 이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법을 겨우 간신히 어기지 않는 수준으로 거의 35퍼밀에 근접하는 경사가 생겼다.

서울에서건 용산에서건 경의선이 서쪽으로 방향을 확 트는 건 자연스럽지 않고 부담스러운 급커브인데.. 지하화하면서 급경사까지 생긴 셈이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시청-종각에서 급커브를 트는 건 동쪽이고.. =_=)
이와 비슷한 예로, 분당선 서울숲-왕십리 역시 그 깊은 하저터널 이후로 곧장 지상으로 올라오느라 꽤 부담스러운 급경사가 생겨 있다.

이 분야의 끝판왕 구간은 2016년에 개통한 인천 지하철 2호선의 아시아드경기장-검바위이다. 여기도 지상과 지하가 바뀌는데, 여기는 전국의 궤도 교통수단을 통틀어서 가장 가파른 무려 55퍼밀짜리 경사가 있다.
이건 법을 어긴 게 아니라 고무차륜이어서 접지력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반 철차륜 철도라면 가능하지 않다.

3. 철도가 잘못 만들어지는 경우

철도는 사람들의 정치적인 개입으로 인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잘못 만들어질 수 있다.

  • 님비: 시끄럽다고 철도 건설을 무작정 반대하고 비현실적인 이설 내지 지하화를 요구한다. 요즘 철도는 안 그래도 선형 직선화라는 명목으로 구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만들어지는 편인데 이런 일까지 벌어지면 철도의 접근성과 도로 대비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 핌비: 이번엔 무조건 자기 지역을 경유하라고, 혹은 생판 뜬금없는 곳에 역을 만들라고 요구한다. 선로에 곡선을 만들고 열차의 표정속도까지 떨어뜨려 가면서, 정작 자기들은 열차를 충분히 많이 이용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철도 시설은 여느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한번 만들고 나면 고치기가 극도로 어렵다. 전쟁이나 지진 때문에 다 파괴되어서 몽땅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도를 한번 잘못 만들어서 발생한 손해와 비효율은 후손들이 두고두고 뒤집어쓰게 된다.

핌비 성향으로 인해 철도가 이상하게 만들어져서 철덕들에게 두고두고 까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 오송: 이 분야의 가히 전설을 넘어 레전드라고 불린다. 개인적으로 충북 지역에 아무 연고도 없고 감정도 없지만.. 주민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과 전투력으로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호남 고속철의 선형이 매우 괴상해졌음은 물론, 승객 수요도 못 살린 최악의 자충수를 두게 됐다.
  • 총신대입구: 열차 운영 자체와 관련된 사항은 아니지만.. 총신대는 자신과 그리 가까이 있지도 않은 지하철역의 역명에 왜 그리도 이상한 집착을 했나 모르겠다. 7호선 남성의 부역명에나 총신대를 집어넣고, 4호선과 7호선 환승역은 '이수' 정도로 바꿨어야 했다.
  • 강남리 마을 전철: 광역전철인 분당선에 무슨 농간이 있었는지.. 서울 강남구 구간에 1km도 채 안 되는 간격으로 역이 너무 많이 만들어졌다. 이건 두고두고 시간적인 비효율과 금전적인 비효율을 야기하게 됐다(텅 빈 채 왕창 깊기까지 한 여러 잉여역들을 관리하는 비용)

4. 철도 차량의 번호판

철도 차량에는 자동차처럼 간편하게 탈착할 수 있는 번호판 같은 건 없다.
그 대신, 기관차의 경우 앞면에 차량 등록번호 4자리가 새겨져 있다. 현재 7xxx대는 대형 디젤 기관차, 8xxx대는 전기 기관차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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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마치 비행기의 식별 번호와 비슷하다. 한국을 뜻하는 HL로 시작하는 4자리 숫자가 있는데, 맨 앞자리는 그 비행기의 엔진 형태를 나타낸다. 7xxx, 8xxx는 제트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객기가 해당되고, 그보다 작은 번호는 헬리콥터나 프로펠러기, 피스톤 경비행기에 할당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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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도 앞부분을 잘 보면 2~3자리짜리 일련번호가 붙어 있다. 옛날에 새마을호 디젤 동차의 표면에는 그런 걸 딱히 못 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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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비행기와 철도의 유사점

(1) 비행기가 광활한 하늘에서 정말 높고 빠르게 날다가 고도와 속도를 줄이고 줄여서 딱 정확하게 활주로의 시작 지점에 맞춰 착지하여 착륙하는 건 참 경이롭다. 지하철 전동차가 빠르게 달리다가 딱 정지선에 맞춰 칼같이 정차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2) 착륙을 최대한 부드럽게 한다고 해도 비행기의 랜딩기어가 착지하는 순간에는 객실에도 진동이 전해지게 된다. 이건 철도 차량으로 치면 레일 이음매를 고속으로 통과할 때 전해지는 진동과 동질감이 느껴진다. 물론 요즘 철도는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이음매 없이 쭉 매끄러운 레일을 놓는 게 대세이며, 비행기 역시 조종 기술과 랜딩기어의 서스펜션의 발전을 통해 착륙 진동을 줄이고 있다.
덜컹거림이 없는 철도라니, 마치 켜질 때 깜빡거리지 않는 형광등을 보는 느낌이다.

(3) 비행기에는 동체의 균형을 잡고 방향을 조절하기 위해서 꼬리날개(미익)라는 게 달려 있다. 최소한의 조작만으로 최대의 회전력을 내려면 미익은 동체의 무게중심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게 바람직하다. (시소처럼)
미익은 최대한 멀리 떨어진 뒤쪽에 장착되는 부품이라는 점에서 전기 철도 차량의 팬터그래프와 비슷한 존재인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09 08:35 2020/03/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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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와 관련된 기간 시설들

교통수단에는 승객이 이용하는 여객 터미널이나 정류장뿐만 아니라, 그 교통수단을 세워 두고 유지보수 하는 시설도 필요하다. 그래서 비행기에는 격납고가 있고 버스에는 차고지가 있으며, 철도에는 차량기지라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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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지하철에는 이런 차량기지가 각 노선별로 노선의 말단에 있는 편이다. 그럼 도시와 도시를 넘어 전국을 잇는 장거리 일반열차들은 사정이 어떨까? 단순히 차량기지라는 단어 하나로 뭉뚱그리기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성격의 시설이 더 존재한다.

1. 공작창 (과거)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독점의 지위를 누리면서 철도 차량을 생산하는 기업은 '현대 로템'이다. 하지만 먼 옛날 초창기에 우리나라는 철도의 운영과 관련된 모든 것이 '철도청'이라는 정부 기관에 의해 행해졌다. 철도청 내지 그 산하 기관이 지금의 코레일(소프트웨어, 운영)과 철도 시설 공단(하드웨어, 건설)의 역할을 겸임했을 뿐만 아니라, 차량의 생산과 정비까지 모두 담당했다.

그래서 차량을 생산하고 기존 차량의 중정비(전부 분해+점검 후 재조립)까지 모두 감당 가능한 하드코어한 국영 철도 차량 공장이 있었는데, 이 시설의 그 시절 명칭은 '공작창'이었다. 다들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공장이 원조이다. 일단 인천 공작창이 유명하고(현재의 송현 초등학교 부근, 1937년 설립), 서울 영등포(현재의 영등포 경찰서 부근)와 용산, 그리고 부산에도 그런 공작창이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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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천 공작창 내부의 작업 모습)

없는 철도 차량을 새로 설계하고 창조할 기술까지는 물론 없으니, 처음에는 그냥 수입해 온 부품을 조립해서 증기 기관차나 디젤 동차(해방 후)를 면허 생산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객차 정도는 직접 만들게 됐다.

이런 공작창들은 후술할 '차량정비단'으로 바뀌거나 아예 폐지되어 없어졌다. 영등포 공작창은 1980년에 대전 공작창(당시 명칭)으로 대체되어 없어졌으며, 인천 공작창도 1983년에 없어졌다. 1970년대 후반부터 철도 차량의 생산은 민간 기업(xx 중공업) 담당으로 넘어가고, 철도청은 기존 차량의 중정비만으로 역할이 분담됐기 때문이다.

이건 한국 철도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기존 공작창 부지에는 진작에 아파트들이 지어졌기 때문에 오늘날은 공작창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인천의 경우 송현 초등학교의 동북쪽에 있는 미륭/동부 아파트, 그리고 영등포의 경우 경남아너스빌· 동부센트레빌이다. 영등포 공작창이 1980년에 없어졌다는 점에서는 강북의 당인리선의 폐선 시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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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공작창이 있던 시절에 영등포 역에서 공작창까지 이어진 경로)

그래서 우리나라 철도 역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의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부터 현대 정공(현대 중공업에서 분리됨)의 MELCO 초퍼 전동차 얘기가 나오고, 1980년에 대우 중공업에서 DEC와 EEC 동차를 들여 왔다는 식으로 이때부터 국내 기업 얘기가 등장한다. 그 전에 현대· 대우 중공업에서 미카 증기 기관차를 조립· 생산했다거나, 구닥다리 니카타 디젤 동차를 생산한 이력은 없다. 그건 공작창이 있던 시절의 옛날 얘기인 것이다.

1986년 4월에 현대 정공은 7000호대 봉고 디젤 기관차와 유선형 새마을호 객차를 생산하고, 이듬해 1987년 7월에 대우 중공업은 떼제베 열차의 외형을 본딴(그 시절에 벌써!) 전후동력형 새마을호 디젤 동차를 최초로 생산하여 새마을호의 외형을 완성했다. 전동차 분야에서도 현대는 미쓰비시 내지 스웨덴 ABB(서울 5호선~!)사 인버터를 도입하고, 대우는 GEC 알스톰 인버터를 도입했던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운영 부문에서 지하철 공사와 코레일(또는 vs 도철)이 신경전을 벌인 것처럼 차량 생산 부문도 이렇게 회사별 취향(?)과 개성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에서도 현대는 미쓰비시 같은 일본 기업과 기술 제휴를 해서 주유구까지 주로 왼쪽에 달렸을 정도이지만, 대우는 오펠 같은 유럽 기업과 제휴를 해서 차들이 유럽 스타일이었던 것과 비슷하다. (5호선 전동차는 좀 예외적인 사례이니 논외로 하고)

그러다가 1990년대 말, IMF를 계기로 이들 기업(현대, 대우, 한진 중공업)의 철도 차량 부문은 경영 효율을 위해 하나로 합병됐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과거 자동차 공업 합리화 조치의 철도 버전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회사별 업종 강제 분할 대신, 회사 자체를 합병했으니.. 그리고 그 단일 기업도 결국은 현대 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됨으로써 지금과 같은 '현대 로템'이 된 것이다.

2. 차량정비단

지금까지 공작창 얘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일반열차의 차량기지를 논하면서 차량기지의 전신· 원조인 공작창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내력을 거쳐서 오늘날 일반열차의 중정비가 가능한 메이저 기지 역할을 하는 시설은 정식 명칭이 '차량정비단'이다. 지하철 차량기지에다 비유하자면 주박과 경정비만 가능한 마이너 기지 말고(방화, 천왕..), 중정비까지 가능한 메이저 기지(고덕, 도봉...)에 대응한다.

고양시에 소재한 '수도권 철도 차량정비단'은 KTX의 개통과 함께 만들어진 고속철 전용 기지이다. 근처에 행신 역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것 말고 인서울 끄트머리의 수색에 있는 유명한 일반열차 차량기지는 '차량정비단' 이 아닌 '차량사업소'로, 바로 다음 항목에서 다룰 것이다.

남쪽의 말단인 광주와 부산에도 행신 기지와 대등한 급의 차량정비단이 있다. SRT 고속철은 행신 방면으로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은 공작창 시절 내력까지 있을 정도로 역사가 길며 차종별로 시설이 당감동(고속철)과 범천동(나머지)에 흩어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광주 기지는 2015년 호남 고속철의 개통과 함께, 그리고 곧 개통할 SRT를 염두에 두고 굉장히 근래에 만들어졌다.

고속열차가 아닌 일반열차용으로 가장 거대한 메이저 차량정비단은 바로 대전 철도 차량정비단이다. 신탄진 역의 동남쪽에 이 기지로 들어가는 별도의 선로가 있다.

대전 기지는 영등포 공작창의 중정비 기능을 계승할 목적으로 1980년에 건립되었으며, 완공 직후 몇 년 동안은 실제로 '공작창'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KT&G 본사 및 공장의 남쪽에 소재해 있으며, 무슨 군부대처럼 직원 거주용으로 아파트까지 있다. (대창 아파트)
얘는 대전 조차장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시설이니 혼동하지 않도록 하자. 조차장에 대해서도 나중에 따로 다룰 것이다.

한편, 경부고속선 오송 역의 북쪽에도 뭔가 차량기지 같은 시설이 있는데, 이건 '철도 시설 공단'에서 운영하는 고속철 시설 관리 사무소이다.
경부고속선을 건설하던 당시에는 여기가 레일을 생산하는 공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주변과 경부선· 경부고속선을 끼고 철도 연구원 시험 선로도 순환선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3. 차량사업소

2020년 현재 우리나라에 철도 차량정비단은 수도권(고양), 대전, 부산, 광주 이렇게 네 곳이 전부이며, 나머지 철도 차량기지들은 모두 '차량사업소'이다. 얘들은 경정비 + 좀 더 여객 운행 지향적이기 때문에 기관사 승무사업소가 같이 딸려 있는 편이다.

(일각에서는, 특히 지하철 업계에서는 마치 '사구간' 대신 '절연구간'이라는 말을 쓰듯이 어감 개선을 위해 '차량기지' 대신에 '차량사업소'라는 말을 쓴다고 관계를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차량기지'가 '차량사업소'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 용어라고 간주하였음을 밝힌다.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색 기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량사업소이다. 수도권 차량정비단이 고속철을 취급하는 인천 공항이라면, 저기는 나머지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김포 공항 정도 된다.
정비단과 사업소를 구분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철덕의 기본기를 뗐다고 볼 수 있다. 마치 군사에서 전차와 자주포를 구분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둘의 구분이 좀 모호한 경우도 있다.

일례로, 옛날에는 용산 역 주변에 거대한 철도 차량기지가 있었고 거기 부지가 아직도 개발되지 못해 놀고 있다는 것을 다들 아실 것이다.
거기는 원래 인천· 영등포만큼이나 '서울 공작창'이라는 거대한 철도 차량 공장이 있었다. 그 뒤 차량정비단 급의 중정비 시설을 갖추고 있다가 나중에는 '수도권 철도 차량정비단' 관할의 '용산 차량사업소'로 명칭이 바뀌고, 2012년 7월 말에 폐지되었다.

용산 기지가 하던 임무도 대전 철도 차량정비단으로 몽땅 이관되었다고 하니 용산도 분명 '차량정비단' 급의 시설이었다. 하지만 공식 명칭은 차량사업소였으니 폐지 전의 위상을 무엇이라고 분류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산 차량사업소는 가야 역 인근에, 그리고 부산 차량정비단(당감동 고속철 에디션)의 북쪽에 붙어 있다. 이러니 이것도 헷갈리기 쉽다.

여기 말고도 차량사업소는 대구(동대구 역), 청량리처럼 정규 노선 열차가 시종착하는 지점에 다들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흔히 접할 수 있다. 단지, 수색이나 부산(가야)처럼 여객 취급 대비 차량 취급의 비중이 더 큰 역이 차량사업소로서의 존재감이 더 부각되어 보일 것이다.

구로 기지는 매우 거대하고 관제 센터까지 있지만 차량사업소의 관점에서는 일반열차 없이 전동차만 취급하는 곳이다.
병점 기지는 전동차 위주이지만 일반열차인 '누리로'도 취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4. 조차장

우리나라의 철도 노선도에는 '조차장'이라는 명칭이 붙은 역이 대전조차장, 제천조차장 이렇게 두 곳 있다. (둘을 연결하면 공교롭게도 충북선과 얼추 비슷한 선형이 나온다.)

조차장은 철도 노선의 중간 분기 지점에서 여객이나 신호 취급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중요 처리를 엮어서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화물이라든가, 기관차의 입환(방향 바꿔 달기), 열차 편성 변경..
게다가 이런 조차장 주변이 해당 지역의 차량사업소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역은 여객 취급을 하지 않지만 중요한 역이다.

대전조차장의 경우, 1978년 호남선의 서대전-이리(익산) 구간이 복선화되었을 때 호남선의 분기 지점에 같이 만들어진 역이다. 역세권이나 여객 수요 따위는 전혀 따지지 않고 철도 운영의 관점에서 필요하고 지리 지형적으로 유리한 곳에다가 만들었을 뿐이지만.. 1993 대전 엑스포 때 '엑스포 역'이라고 간판을 바꿔 달고 잠시 여객 취급을 하기도 했었다.

제천조차장이야.. 거기도 중앙선, 충북선, 태백선이 한데 만나는 데다, 강원도 쪽에서 오는 화물도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열차의 중간 관리를 위한 조차장 같은 역을 만들 명분이 아주 충분하다.

한편, 고속철의 경우 화물이나 기관차 입환 따위와는 아무 상관 없지만, 그래도 말단에만 있는 차량정비단이나 차량사업소 말고, 여객 취급도 하지 않는 단순 주박기지가 있기도 하다. 고속선 주변으로 역은 아닌데 무슨 길다란 여러 선로들이 늘어서 있는 것들이 다 그런 기지이다.

수도권에서 가까이 있는 대표적인 예는 바로 광명 주박기지이다. 영등포-광명 셔틀 전동차가 종착역에서 회차하여 선로를 바꿀 때 여기 진입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얘들은 차량 정비 기능은 없고 진짜 그냥 공간 셔틀이다.

요런 게 본인이 알기로는 영동군 심천면, 그리고 칠곡의 약목 역 부근에도 더 있다. 고속도로로 치면 비상 활주로 구간 내지 일반 차량이 아닌 작업· 관리 차량용 진출입로 같은 느낌이다.

5. 운영 회사

자, 이제 차량을 생산하고 보수하고 세워 두는 걸 넘어서, 아예 철도 회사 자체를 생각하는 단계가 됐다.
서울 메트로 본사는 자기가 운행하는 2호선 사당 역 근처에 있고, 합병되기 전 과거의 도철은 자기가 운행하는 5호선 답십리-장한평 사이에 있었다. 코레일 본사는 한때 대전 정부 청사에 입주해 있다가 지금은 대전 역 근처에 철도 시설 공단과 함께 나란히 쌍둥이 사옥을 갖게 됐다.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철도 회사는 차량기지와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요즘 추세는 꼭 그렇지 않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이라든가 우이-신설 경전철은 본사 사옥도 차량기지와 나란히, 또는 기지 내부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피스 따로, 현장 따로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특히 우이-신설선은 차량기지를 통째로 지하화해서 항공 사진상으로 아무 티가 나지 않는 테크닉까지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코레일은 10여 군데의 철도역에다가 지역 본부를 할당하고 있다.
서울 본부야 당연히 서울 역이지만, 수도권 서부 본부는 영등포 역이고, 동부 본부는 청량리... 가 아니라 신이문 역이다.
영등포 역은 부근에 있던 공작창이 폐지됐지만 여전히 다른 방면으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신이문의 경우, 전동차용 이문 차량기지의 역할도 겸하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역할이 겹친다.

6. 관제 센터

그리고 끝으로.. 공항의 관제탑처럼 철도에는 관제 센터가 있다. 철도야말로 레이더 없이도 관할 선로에 놓여 있는 모든 열차들의 상황을 이 잡듯이 파악해서 철두철미한 관제가 가능하다.
글쎄, 요즘은 버스도 BIS가 잘 구축돼서 모든 버스들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이 다 되고 있지만, 도로는 민간인 차량들도 워낙 많이 다니고 있으니 일반적인 도로 교통 정보 외의 중앙 관제라는 게 별 의미가 없다.

서울 지하철의 관제 센터는 각 지하철 회사 본사의 모처에 있다. 현재는 서울 메트로와 도철이 합쳐졌으니 장기적으로는 군자 차량기지 부지에 1~8호선을 모두 통합합하는 관제 센터를 새로 만들려는 계획이 잡혀 있다. 아직까지는 예전에 하던 대로 1~4호선과 5~8호선 관제실이 따로 있다.

일반 철도 버전으로는 구로 차량기지의 북서쪽에 코레일 종합 관제 센터 건물이 있으며, 이건 나름 민간 지도에 표시도 되지 않는 중요 보안 시설이다.

그런데 이것도 공간이 부족하고 시설이 노후화한 관계로 이전하려는 계획이 있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오송 역 부근으로 확정됐다고 한다.
죽이 됐건 밥이 됐건 어쨌든 경부와 호남의 분기역이고, 아직 개발 덜 돼 있고, 주변에 고속철 시설 사무소와 시험선도 있고.. 여기에다 종합 철도 관제 센터까지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오랜만에 하드코어한 철도 얘기를 한데 정리해서 쭉~ 늘어놓으니 기분이 좋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23 08:35 2020/02/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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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춘선 철도는 일제 강점기의 말기에 근접한 1939년에 개통했다. 1939년부터 1941년에 걸쳐 찔끔찔끔 개통한 중앙선과 시기가 비슷하다.
경춘선은 그 당시 사철 형태로 건설됐으며, 다른 철도와 달리 설립 배경에 왜색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나름 춘천 지역 조선인 유지들의 자본이 많이 투입된 것으로 유명하다.

해방 이후 경춘선은 국영 철도로 편입됐다. 경춘선은 원래 지금의 제기동 역 근처의 '성동' 역에서 시작했지만 1971년에 해당 선로가 폐선되었다. 그 대신 청량리에서 출발해서 성북(지금의 광운대)에서 경춘선 선로가 분기하는 형태로 선형이 바뀌었다.

경춘선에는 한동안 무궁화호와 통일호라는 두 종류의 일반열차가 다녔지만 2004년 3월, KTX의 개통과 함께 구닥다리 통일호는 퇴역했다. 그 뒤 2010년 12월, 복선전철화가 완료되면서 선형이 대대적으로 바뀌었고 차량은 광역전철 전동차로 대체되었다.
급행 전동차도 잠깐 다녔지만 없어지고 이내 ITX-청춘으로 바뀌었다.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급행 전동차는 현대 YF 쏘나타의 2400cc 고급형 모델이 자취를 감춘 것과 시기적으로 비슷하게 없어진 것 같다.

경춘선의 복선전철화는 차량뿐만 아니라 선로에도 굉장히 큰 변화를 야기했다.
광운대 역 부근은 경원선 복선 선로이다. 경춘선 열차가 거기서 경춘선으로 나가려면 경원선의 맞은편 열차 선로를 타넘으며 잠시 평면교차를 해야 했다. 열차가 몇 분 간격으로 다니는 철도에서 평면교차는 단선 교행만큼이나 절대로 좋은 여건이 아니었다. 선로 용량이 줄어들고, 사고의 위험도 커지고..

그랬는데 새로운 복선전철 선로는 경원선이 아니라 중앙선의 상봉· 망우 역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얘들은 중앙선으로 합류 자체를 안 하고 중앙선보다 북쪽의 선로에서 따로 노니 평면교차를 하지 않게 됐다.
(물론 더 멀리 용산까지 가는 ITX-청춘은 여전히 평면교차를 한다. 그리고 지금 분당선 전동차 중에서도 가끔 왕십리를 넘어 청량리까지 가는 열차도 선로를 건너갈 때는 불가피하게 잠시 평면교차를 한다.)

이로써 성동-성북 선로가 없어진 지 거의 40년 만에 성북-갈매의 꼬불꼬불한 시내 선로도 폐지됐다. 그리고 거기에 있던 신공덕, 화랑대 같은 역도 없어졌다.
이 두 역은 초라해 보여도 나름 1939년 경춘선의 개통 당시부터 있었던 역사 깊은 역이었다. 물론 이름이야 일제 시대에 거기 근처에 대한민국 육사가 있었을 리가 없으니, 처음엔 화랑대가 아니라 태릉이고.. 그런 식이었다.

경춘선의 시내 관통 구선로가 있던 곳에는 숲길 산책로가 꾸며졌다. 이 점에서는 역시  공원 산책로가 조성된 용산선 구선로 구간과도 상황이 비슷해 보인다. 수도권 전철 경의선이 개통한 때도 2009년이니 서로 더욱 비슷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용산선은 경의선 신촌-가좌 구간에 밀려서 현역 시절에도 존재감이 너무 없었고 2000년대부터 사실상 화물 전용에 폐선 신세였지만.. 경춘선은 그런 지경이 아니었다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일까? 경춘선 구선로는 ‘경춘선 숲길’이라는 별칭이 붙은 한편으로.. 상당수의 구간에 기존 레일이 고스란히 남겨지고 보존되었다. 소리소문 없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용산선 선로와는 다른 처분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서울여대 정문과 육사 정문 사이의 공간, 즉 구 화랑대 역은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었으며, 주변에 ‘화랑대 철도 공원’이라는 것도 만들어졌다! 본인은 이를 답사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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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도로와 육사 정문의 갈림길 사이에 '경춘선 숲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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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본인을 반긴 것은 협궤 선로용 소형 증기 기관차인 '혀기'였다.
삼성 교통 박물관에서도 동명의 기관차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 저건 규격이 달랐다.
교통 박물관 것은 더 옛날 1937년에 제조되어서 1952년까지 운행되었으며, 탄수차가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텐더식). 그러나 여기에 있는 것은 1951년에 제작되어 1973년 초까지 운행된 신형인 한편으로 탄수차가 별도로 있지 않는 탱크식이다.

우리나라 철도에서 협궤는 수려선과 수인선뿐이었고 이들 기관차도 딱 저기만 다녔다. 그리고 1973이라는 연도에서 미뤄 볼 때, 얘는 수려선이 폐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이 퇴역한 것으로 보인다.

1967년 8월 말에 증기 기관차가 현업에서 공식적으로 퇴역한 뒤에도 협궤 전용인 혀기 기관차는 거의 1970년대 중후반까지 더 굴러다녔다. 그래서 1977년작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같은 영화에서 주 기철 목사 가족이 평양으로 가는 것을 묘사한 열차씬에서도 고증 오류를 무릅쓰고 폭이 대놓고 좁은 협궤 열차가 달리는 모습이 잠깐 나온다.
경의선은 협궤가 아니었지만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현역 증기 기관차를 간단하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수인선 구간을 답사했음이 분명하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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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차의 안에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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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웬 외국산 전동차..는 아니고 노면전차이다. 저게 전동차라면 출입문이 저렇게 낮게까지 만들어지고 더구나 폴딩 형태이기까지 할 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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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름 화랑대 역 승강장 레플리카와.. 무려 무궁화호 객차 세트가 등장했다.
세상에, 인서울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철도 기념물을 구경하게 될 줄이야~!
본인은 작년 이맘때쯤엔 문정 근린 공원에서 철길 흔적을 발견했다고 좋아서 난리를 쳤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한 거물을 발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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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 구역사는 마치 옛날 신촌 역처럼 봉인되고 보존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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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 있는 육사 정문의 모습이다.
생도들은 좋겠다. 학교 주변에 이런 철도 기념 공원이 있으니 말이다. 서울여대 애들도 마찬가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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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호 객차의 앞에 놓여 있는 건 미카 증기 기관차였다. 맨 처음 봤던 혀기보다 훨씬 더 크다.
증기 기관차들은 어린이 대공원에 있던 것을 여기로 옮겨 놓은 거라고 한다. 어린이 대공원은 50여 년 전에 처음 만들어지던 시절에는 꼭 필요했던 시설이지만 지금은 다른 유원지나 공원, 놀이 시설에 밀려서 너무 낡은 감이 있다. 뭐, 그래도 주말이면 지금도 차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 변함없으니, 완전히 파리 날리고 망한 지경은 아니다.

근처에는 마지막으로 다른 1량짜리 일본 전동차가 하나 있었는데 이건 사진 첨부를 생략하겠다.
증기 기관차들은 다 유래에 대해 설명이 나와 있던데 정작 이런 외국 차량들은 그냥 병풍으로 갖다놓은 건지 아무 설명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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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동쪽으로 더 가면 이제 철도 공원은 끝나고 철길과 함께 산책로만 이어진다. 이런 식이다. 생각보다 길어서 1~2km는 된 것 같다.
육사를 완전히 지나고 태릉 선수촌과 태릉 골프장까지 거친 뒤에야 끝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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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철길부터 먼저 끝난다. 이제 여기 이후부터는 그냥 철길 노반 자갈밭만 몇백 m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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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경춘선 숲길이 통째로 끝난다. 저기부터는 행정구역도 서울을 벗어나서 구리시이다.
참고로 철길 산책로는 철도 공원의 동쪽뿐만 아니라 서쪽으로도 제법 길게 이어져 있다. 거기는 주변이 여기처럼 한적한 차도나 육사 캠퍼스가 아니라 본격적인 주택가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인다. 이 글은 동쪽으로만 끝까지 가 본 답사기임을 밝힌다.

여기서 경춘선 전철 갈매 역까지는 10분 정도 더 걸어서 도달할 수 있었다. 본인은 거기서 전철을 타고 귀가했다.
작년 말에 개통한 지하철 6호선 신내 역도 이번 기회에 드디어 구경할 수 있었다. 여기 근처에 있으니까... 서울 지하철에서 차량기지 내부에 있는 단선 종착역은 지금까지 7호선 장암밖에 없었는데 이제 6호선 신내도 추가됐다. 7호선은 전역인 도봉산이 환승역인 반면, 6호선은 종착역 자체가 환승역이 됐다는 차이가 있다.

9호선 개화도 차량기지 내부에 있는 종착역인 것까지는 일치한다. 그러나 거기는 단선이 아니며 모든 일반열차들이 도달하는 정규 종착역이다. 장암이나 신내처럼 전체 열차의 절반 이하만 찔끔찔끔 드나드는 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13 08:36 2020/02/1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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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철도계 근황과 미래 전망

1. 신안산선 착공

한국 철도 역사상 최장, 최대의 기약 없는 베이퍼웨어로 악명을 떨쳤던 신안산선이 2019년 가을부로 드디어 '착공'에 들어갔다. 서울 3기 지하철 계획 중 10호선에 속했던 노선이 저런 대체 노선으로 바뀐 지가 어언 20년 가까이 전인데.. 노선과 운영 방식 등 갖가지 계획들이 원만히 확정되지 못하고 2010년대에 이르도록 질질 끌다가 이제야 건설이 시작된 것이다. 계획상의 완공 예정 시기는 2024년이라지만, 현실적으로는 거기에 최하 1, 2년은 더 추가해야 할 듯하다.

소사-원시 서해선에 이어 또 서울 서남부에 광역전철이 하나 더 생길 예정이라니 기대된다. 일단 여의도에서 광명 역이 직통으로 쭉 연결될 예정인데.. 여의도 정도 위치에서 KTX 타려면 그냥, 서울이나 용산으로 가면 되지 광명이 딱히 거리 메리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2. 객차형 열차의 종말

버스업계에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만큼이나 21세기의 국내 철도계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새마을-무궁화-통일-(비둘기)이라는 기존 차급 체계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다양한 전동차들이다. 고속철 KTX부터 시작해 누리로, ITX-청춘, ITX-새마을이 전부 전동차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EEC 아니면 통근형 차량만 있던 전동차가 어느샌가 주류로 급부상했다.

우리나라에 디젤 동차가 마지막으로 도입된 것은 1997~99년의 CDC 통근열차이다. 차급으로나 동력원으로나 시대에 맞지 않으니 오죽했으면 걔를 2008년경에 RDC라는 무궁화호로 승격해서 과거 NDC처럼 비전철 구간에서 써먹게 됐다.

그것처럼 우리나라에 기관차 피견인 객차가 도입된 것은 2002~04년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다른 차급들이 몽땅 없어졌으니 무궁화호는 다른 전동차에 속하지 않는 기관차-객차형 일반열차의 총칭처럼 됐다. 이 와중에 기관차-객차형 ITX-새마을이라는 아주 이례적이고 예외적인 열차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그건 논외로 하자.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기관차-객차형 열차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수익성 없는 단선 비전철에서는 차라리 1량짜리 디젤 동차가 다닐 것이고, 대형 기관차는 디젤이건 전기건 화물 위주로 운행될 것이다.

이 때문에 2000년대에 한창, 특히 경부선의 전철화 완료와 맞물려서 여객용으로 잔뜩 도입됐던 8200호대 전기 기관차가 가까운 미래 2020~2030년대에는 꽤 애매한 계륵 위치로 전락할 것 같다. 내구연한은 아직 한창 남았는데 객차형 일반열차 자체가 도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뭐, 잉여분은 중고차 명목으로 외국으로 수출될 듯..

3. 월미도 모노레일

한편, 오랫동안 인천의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던 월미도 모노레일도 재정비해서 지난해 10월에 드디어 재개통했다.
우리나라는 용인과 의정부 경전철의 과거 선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전철 궤도 교통수단들은 정치 논리를 따라 이상한 동기로 이상하게 만들어지고, 노선 선정과 운영을 구리게 하는 바람에 적자투성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경전철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를 나쁘게 깎아먹어 왔다.

월미도 모노레일은 도시 대중교통은 아니지만 이 역시 저런 안 좋은 사례에 속했다. 이미 만들어져 버린 것은 철거하지 않을 거면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운영을 똑바로 하고, 앞으로는 경전철들이 그렇게 대충 만들어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건 영화계로 치면 왕창 구리게 만들어서 흥행 쫄딱 망하고 투자자들의 돈을 다 날리는 무능한 영화 감독과 같다.

그나저나 영종도의 자기 부상 열차도 법적으로 저런 도시 대중교통이 아니지 싶은데.. 요즘도 그냥 무료로 운행되고 있는가 모르겠다.

4. 서울 지하철들의 연장 구간

서울 지하철 6호선이 연장되어 봉화산 이후의 신내 역이 개통했다. 차량기지 안의 단선 승강장이니 뭔가 7호선 장암 역의 시즌 2를 찍은 셈이다. 얘는 경춘선과의 환승역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5호선의 하남 방면 상일동 연장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2020년 말에나 개통 예정이고..
4호선과 8호선이 모두 남양주 방면으로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4호선은 긴 터널을 파서 산을 뚫어야 하고, 8호선은 하저터널을 파야 한다. 오옷~

5호선(2개)과 분당선에 이어 제4의 하저 터널이 생기는 셈이니 기대된다. 2019년 말에 착공에 들어갔으니 앞으로 3~4년 정도 걸릴 것 같다. 29번 고속도로 구간용으로 고덕-구리 한강 공원 사이에 이미 만들고 있는 그 교량과도 아주 가까이 있다.
8호선 연장 구간이 개통할 때쯤에 복정-산성 사이의 신설역도 개통하지 않을까 싶다.

5. 서대구 역

먼 옛날 구한말에 경부선 철도가 개통했을 때 대구에는 말 그대로 대구 역 하나가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1969년엔 동쪽 외곽에 오리지널 대구보다 더 큰 규모로 동대구 역이 추가로 만들어졌는데, 얘가 원래 있던 대구 역을 제치고 대구 전체를 대표하는 역으로 등극했다. 대구와 동대구 역은 마치 김포와 인천 공항 같은 관계가 됐다.

마치 SI단위들 중 킬로그램만 유일하게 접두사가 붙어 있듯, 대구는 이례적으로 대표역의 이름에 '동'이라는 접두사가 붙어 있다. 그렇다고 동대구를 대구라고 개명하고 기존 대구를 서대구 정도로 바꾸기에는 옛 대구 역의 이름값도 만만찮다. 이게 아예 고속선 vs 기존선의 관계라면 경주와 울산의 사례처럼 역명 개명이 발생할 수 있지만 대구와 동대구는 그런 관계도 아니다. (경주야 옛 경주 역은 선로까지 완전히 없어질 예정이고, 울산은 기존역이 '태화강'이라고 개명됨)

대구 역 이후로 동대구 역이 만들어지기까지 60년이 넘는 간격이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동대구 역 이후로 거의 50년이 넘게 지난 2021년경에는.. 대구의 서쪽 외곽에 진짜로 서대구라는 역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참고로 대구-동대구 거리보다 서쪽으로 더 멀리 떨어져 있다. 경주에도 신경주 말고 기존 나원과 서경주를 대체하는 이름 없는 역이 더 만들어지고 있는데 마치 그걸 보는 느낌이다.

거기는 수도권으로 치면 오봉 역처럼 물류 허브와 화물 취급 전용역을 만들려고 오래 전부터 부지를 확보해 놓았던 곳이었다. 그랬는데 화물 기지는 다른 곳에 따로 만들어지고 계획이 틀어진 채, 부지는 오랫동안 공터로 놀게 됐다. 이건 마치 옛날에 만들려다 말았던 서울 동남부의 화물 철도와도 비슷한 느낌인데.. 대구에서는 그 자리에 여객을 취급하는 역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서울에 영등포, 부산에 구포, 대전에 신탄진처럼 대구에도 역이 더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접사 파생어 형태의 역명이 더 만들어지는 건 이색적이다. 일반열차가 서-X-동이라는 3개역에 모두 정차하는 건 아니며, 장기적으로는 대구에도 경부선 선로를 기반으로 광역전철이 운행될 계획이 있다고 한다. 아무렴, 장거리 여객은 고속철 위주로 바뀌고, 기존선은 화물이나 단거리 광역전철 위주로 바뀌는 것이 추세이긴 하다.

6. 서경주 역

경북 경주에는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역이 ‘서경주’라는 간판을 걸고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되풀이해 왔다.

  • 시즌 1 (과거): 1985년부터 1992년 사이에 송화산 기슭에 존재했다가 폐지된 서경주 신호장이다.
  • 시즌 2 (2020년 현재!): 1992년부터 현곡면에 새로 생긴 금장 역이 2009년 1월 1일부터 서경주라고 개명되었다. 하지만 얘는 경주 역과 마찬가지로 시한부 인생이다.
  • 시즌 3 (미래): 앞으로 몇 년 뒤엔 현곡 초등학교 근처의 동해선 KTX 선로상에 기존의 금장과 나원 역을 통합한 ‘새로운’ 서경주 역이 생길 것이다. 아직 역이 완공되지 않았지만 주변의 도로 표지판들은 역명을 ‘서경주’라고 기재하고 있다.

시즌이 올라갈수록 역이 계속해서 북쪽으로 이동한다는 게 흥미롭다. 시즌 1~2, 2~3의 두 역들은 직선 거리가 2.3~2.5km 정도에 불과하니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다.
재래식 경주 역이 영업을 중단하고 없어지고 나면(건물은 보존) 신경주 역은 앞의 ‘신’자를 떼어내고 얘가 경주 역으로 간판을 바꿔 달지 않을까 싶다. 현재 신경주와 동대구는 전국에서 매우 드물게 지명 앞에 접두사가 붙어 있는 KTX 정차역이다.

한편, 서쪽의 광주도 상황이 비슷해서 광주 역은 그야말로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최악의 경우 옛 광주 역은 폐역돼 버리고 광주송정이 광주 역으로 개명될 수도 있다. 지금은 광주-광주송정 사이는 그나마 통근열차를 투입해서 연계시키고 있다고 한다.

7. 절연 구간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경의중앙선 전철이 용산-이촌 사이를 지날 때 전등이 잠시 꺼지지 않고 있다. 경강선 KTX의 개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절연 구간을 없앴다고 한다. 생각보다 오래 전 일이다.
절연 구간은 안 그래도 열차의 동력이 끊어져서 차가 힘이 약한데 상· 하 구배 내지 꽈배기굴, 급커브처럼 선형도 덩달아 불량한 경우가 많아서 더욱 아슬아슬하다.

평면교차가 없어지고 절연 구간이 없어지는 것처럼 뭔가 시설이 열악하고 취약하던 것이 개선된 것은 무엇이건 좋은 일임이 틀림없다.

8. 굴림체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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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서울 지하철 2호선 승강장에 전광판 화면의 타이포그래피가 언제 저렇게 시각 테러에 가까운 퀄리티로 바뀌었나? 컴퓨터에 악성 코드가 걸려서 글꼴 파일이 삭제되기라도 했는지?
코레일 광역전철역의 전광판 화면에 굴림체가 쓰인 건 옛날에 본 적이 있다만, 서울 지하철까지 저러는 건 처음이다.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니라 2호선이 저러니, 마치 옛날에 2호선에만 최후까지 남아 있던(한 2009~10년까지) 구형 플랩식 전광판의 시즌 2를 보는 느낌이다.

9. 서울 메트로와 도철

비록 서울이 세계구급 대도시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도시에 지하철 회사가 사기업도 아닌 공기업이 둘씩 있는 건 보기 드문 형태였다. 그런데 두 회사가 따로 있는 것과 하나로 합병한 것의 차이를 일반 승객이 실감할 수 있는 타이밍은 바로.. 지하철 회사 근로자들이 파업을 할 때이다.
예전에는 서울 메트로에서만 파업을 하면 그래도 5~8호선은 멀쩡한 편이고, 반대로 도철에서 파업을 한 것은 1~4호선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서울 지하철 파업은 곧장 9호선을 제외한 서울 지하철 전체의 막장화로 직결되게 되었다.

사실, 서울시에서도 그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비효율을 감수하고라도 1990년대에 2기 지하철 관할용으로 도철이라는 회사를 따로 설립한 것이었다. 지금 인천의 경우 '인천 교통 공사'가 인천의 지하철로도 모자라서 시내버스까지 몽땅 관할하는 기관이 된 것과 굉장히 대조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05 19:37 2020/02/0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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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도 복습

인류가 개발한 교통수단들 중에 외형상 가장 철저하게 시스템에 의한 통제를 받으며 돌아가는 교통수단은 철도이다.
철도는 비행기 같은 3차원이 아니고, 선박이나 자동차 같은 2차원도 아니라 오로지 앞 아니면 뒤밖에 진행하지 못하는 1차원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그렇다. 스스로 방향 전환조차 할 수 없고 외부에서 선로를 전환해 줘야 한다.

(덧: 잠수함도 잠항과 부상이 있으니 넓은 의미에서는 3차원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공중이 아닌 물 속의 3차원일 뿐인 데다 사실상 군 전용이고, 대중교통의 형태로 운용되는 것은 전무하므로 논외로 하자. 물 속에서는 공기가 없어서 내연기관을 가동할 수 없다!)

철도 차량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파악되고 통제 가능한 '독 안에 든 쥐' 상태로 움직인다. 그리고 조향이라는 차원 하나를 희생한 대신, 일반 자동차를 훨씬 능가하는 수송 능력과 효율, 속도와 승차감과 안전을 얻었다.
"아스팔트 길에서 고무 바퀴 vs 철길에서 철 바퀴"는 동력 효율이 얼마나 차이가 날까? 그리고 도로와 철도에서 무인 자율 주행을 구현하는 기술적 난이도가 서로 얼마나 차이가 날지도 한번 생각해 보자.;;

철도에서는 앞 차와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거나 일정 속도를 벗어나거나, 기관사가 생존을 인증하는 신호에 응답하지 않는 등... 별별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열차는 즉시 제동이 걸리고 멈춰서게 된다.
비행기는 테러리스트에 의해 장악되어 폭주하기 시작하면 전투기가 출격해서 격추시키는 것밖에 달리 통제할 방법이 없는 반면, 철도는 비행기는 물론이고 자동차와도 차원이 다른 안전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 보면 열차가 걸핏하면 "앞 차와의 거리 유지" 명목으로 답답할 정도로 서행하거나 심지어 급제동이 걸리는 걸 경험할 수 있는데..
이건 기관사가 자동차 몰듯이 자의로 브레이크를 밟아서 그렇게 된 게 아니다. 차량이 자기가 달리는 선로의 신호 상태를 감지해서 알아서 그렇게 동작한 것이다. 철도는 육안으로 앞 차를 발견한 뒤에야 제동을 걸었다가는 십중팔구 충돌 사고가 나며, 그런 무식하고 원시적인 방식은 현업에서 애초에 쓰이지도 않는다.

철도 차량을 그나마 자동차 운전과 비슷하게 기관사의 자의만으로 조종 가능한 곳은 자동차의 주차장뻘 되는 차량 기지 내부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는 일반인이 절대 출입 금지일 뿐만 아니라, 거기서는 어차피 사람 걷는 속도로밖에 못 밟는다.

이건 증기 기관차가 단선 선로에서 달리던 시절 이래로 열차의 안전이 인간의 오감과 판단력이 아닌 시스템 차원에서 자동으로 보장되는 방법을 연구해 온 엔지니어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어떤 경우에도 한 폐색 구간에 두 열차가 동시에 진입하지 않고, 열차끼리 정면 충돌이나 후미 추돌 사고가 나지 않게 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고속철의 경우, 지금의 시속 300에서 400~500으로 증속을 하는 것은 차량만 최신 고성능으로 새로 뽑아서 죽어라고 밟는다고 해서 실현 가능하지 않다. 신호· 관제 시스템이라는 소프트웨어 요소까지 싹 다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내가 알기로는 국내 기술만으로 그냥 가능하지 않다. 과거에 재래선에서 열차의 주행 속도를 100에서 150으로 야금야금 올리던 시절과는 상황이 다르다. 철도라는 게 그만치 상상을 초월하게 정교한 시스템인 것이다.

2. 여객기의 항로

육지에 도로와 철도, 바다에 선박의 항로만 있는 게 아니라 하늘에도 지정된 항로라는 게 있다. 이에 대해서는 본인이 3년쯤 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다.
여객기들은 목적지 공항을 향해서 무작정 구면기하학에 근거한 직선 지름길 경로로만 가는 게 아니다. 비록 육상 교통수단처럼 산과 강이라는 지형의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다음과 같은 변수들의 영향을 받는다.

  • 제트 기류: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여객기가 갈 때와 올 때 항로가 서로 다른 이유는 이 때문이다.
  • 언제든지 비상 착륙이 가능한 공항까지 일정 거리 이내 유지: 그러니 아무리 지름길 최단거리여도 태평양 정중앙으로 날아가는 여객기는 없다.
  • 비행 금지 구역 회피: 우리나라의 경우 청와대, 원자력 발전소와 원자력 연구원, 군사분계선 부근이다.

지금이 무슨 린드버그가 살던 때처럼 누가 비행기를 인류 최초로 발명해서 아무런 통제도 없는 하늘을 마음대로 누비고 대서양을 횡단하던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너 말고도 하늘을 날 수 있는 기계류는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라도 비행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고, 남의 나라라면 영공 통과료 내고 관제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하며, 비행 금지 구역 같은 곳에 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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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의 항로는 다음과 네이버의 민간 인터넷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친숙하지만 비행 항로 지도는 정말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직업으로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접할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항로들은 나름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칭까지 부여돼 있다. 마치 고속도로나 국도의 번호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서울-부산을 잇는 경부선뻘 되는 항로는 A582이다(중간에 대구 경유). 그리고 동해를 따라 국도 7호선과 비슷한 종축 항로는 V11이며, 미국으로 가기 위해 국토를 횡단하는 항로는 G597이다.

위의 항로를 보니 대도시 중에서 서울 강북, 그리고 대전은 공중에서 여객기를 볼 일이 전혀 없는 지역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구로-금천 일대는 경부선(+경인선) 때문에 열차가 많이 지나갈 뿐만 아니라 비행기도 굉장히 많이 지나가는 곳이다. 안양 부근에서 미국· 일본행과 국내선 여객기들이 분기한다.

3. 항로의 개선, 복선화

(1) 경상남도 끝자락에 있는 사천 공항의 경우, 서울 김포를 최단거리로 잇는 항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대구와 광주 사이,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 상공이 공군의 군사 훈련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민항기가 비행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김포에서 사천을 가려면 과거에는 아예 제주도로 갈 때처럼 광주를 먼저 찍고 나서 동쪽으로 우회해서 사천으로 가는 삽질을 해야 했다. 시간 낭비 돈 낭비는 당연지사였다. 자동차도 아니고 비행기가 이게 뭔 뻘짓인가..;;

이것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민원이 빗발쳤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이후에는 규제가 완화되고 대구-사천 항로가 개통된 덕분에 광주가 아닌 대구를 경유하는 것으로 동선이 개선되었다.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의 지상에서는 88 올림픽 고속도로가 오랫동안 악명을 떨치다가 결국은 전구간 4차로로 다시 만들어졌는데.. 하늘길에도 오랫동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우여곡절이 있었던 셈이다.

다만, 개선된 항로가 개통된 때는 이미 통영-대전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항공 수요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뒤이니 시기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2) 지난 2012년에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정도로 많은 트래픽을 자랑하던 서울-제주 항로가 무려 '복선화'했다. 철도에서 서울-부산이 1군이라면, 국내선 항공은 서울-제주가 1군인 셈이다. 그리고 저기가 국내 최초 유일의 복선 항로가 됐다.

물론 비행기들은 단일 항로에서도 고도 차이로 상행과 하행(그리고 국내선과 국제선도)을 구분하기 때문에 단선이 곧 철도의 단선 같은 열악한 환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울-제주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비행기가 제때 이· 착륙을 못 하고 공항 주변을 돌거나(착륙 허가) 활주로에서 대기하며(이륙 허가) 시간을 왕창 날려야 했다.

결국 여기는 방향별로 항로가 분리됐다. 원래 서울-광주-제주 항로는 B576이었는데, 하행용으로 Y711, 상행용으로 Y722라는 항로가 새로 생겼다.
상선과 하선은 서로 무려 14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제주 방면이 서쪽이므로 개념적으로 우측통행이다.
기존 B576은 다른 용도로 여전히 쓰인다. 상행인 Y722가 B576에 더 가까이 있다.

항로의 복선화는 철도의 복선화처럼 거창한 시설 따위 만들 필요 없이 지도에서 선만 새로 그으면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거 하나 고치는 데도 관련 법을 고치고 관제 시스템을 업데이트 하고 중국 같은 이웃 나라들로부터 동의도 얻는 등 절차가 굉장히 복잡했다고 한다.

(3) 오늘날의 관점에서야 단선 철도는 느리고 불편하고, 자동차가 발달하지 못해서 어차피 철도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던 옛날에나 존재하던 유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19세기에 영국에서 철도가 완전 처음으로 등장했던 극초창기에는 철도도 단선이 아닌 복선을 기본으로 깔고 달렸다.

왜냐하면 진짜 옛날에는 전신기라는 것도 없어서 역간의 통신조차 아직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선 교행을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술적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으니 열차 운행은 최소한의 안전이 자명하게 보장되는 복선 위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폐색 구간 같은 정교한 안전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더 저렴한 단선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마치 자동차도 19세기 말~20세기 초 극초반에는 전기차가 잠시 활발하게 연구됐고 시속 100도 넘었지만.. 한순간에 도태되고 없어진 것과 비슷한 얘기처럼 들린다.

4. 나머지

(1) 비행기가 기수를 위로 향한 채 땅에 거의 근접해 있는 정지 사진 하나만 보고 이게 이륙 중인지 착륙 중인지 분간이 가능할까?
나 같으면 기체의 pitch 각도(일반적으로 이륙 중일 때가 더 가파름), 랜딩기어 주변의 연기(착륙할 때만 마찰열 때문에..), 주익에 펼쳐진 플랩(착지까지 한 뒤에) 같은 변별 요인이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차이가 없으면 알 수 없을 것 같다.

전후대칭형 열차의 정지 사진을 보고 진행 방향이 어딜지 판별하는 것은 백색 및 적색 램프가 켜진 방향, 그리고 전철의 경우 팬터그래프가 펼쳐진 쪽(뒤)을 토대로 가능하다. 이거 마치 노을 사진을 보고 아침인지 저녁인지 판별하는 것과도 비슷해 보인다. (그림자의 방향 말고 하늘 색깔만 보고 판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

(2) 끝으로, 제트 엔진이 달린 비행기는 자동차처럼 한 엔진이 몇 행정 몇 기통이라는 식의 구분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그냥 엔진 자체가 2개냐 4개냐 같은 구분이 있을 뿐이다.
비행기가 순항 중일 때는 공기가 빨려 들어가고 뿜어져 나오는 소리까지 가미되어 육상 교통수단에 존재하지 않는 고유한 날카로운 소리가 난다. 하지만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이제 막 가속과 이륙을 시도할 때는 '웨에엥~' 하면서.. 뭔가 전동차의 VVVF 구동음과 일말의 유사점이 있는 소리가 잠깐이나마 난다.

전동차와 비행기의 구동음이 서로 더 비슷해질 수는 없을까? 그러면 철덕과 항덕이 모두 좋아할 텐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1/14 08:35 2020/01/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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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여름에 영화 인천 상륙 작전이 나왔는데, 이제는 그 스토리의 프리퀄 격인 장사 상륙 작전을 다룬 영화가 만들어져 나왔다. 이건 적을 혼동시키고 군사력을 분산시켜서 진짜 본론인 인천 상륙 작전이 차질 없이 수행되게 하기 위한 밑밥이었던 셈이다. 본인은 개봉 초기에 영화를 잘 보고 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이 영화는 팩트와 실존 인물을 표방한다는 것을 시작과 끝에서 명시하고 있다. 최소한 "대장 김 창수", "고산자 대동여지도", "자전차왕 엄 복동", "말모이" 같은 급으로.. 주 스토리 차원에서 말도 안 되는 왜곡, 주작, 창작, 각색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된다.
문산호가 좌초· 침몰한 것, 갑자기 통신이 끊겨서 상륙 후에 곧장 귀환을 못 하고 학도병 팀이 오랫동안 고립됐던 것 등등은.. 모두 팩트이다.

(2) 학생들이 보트 타고 상륙하고 총질하는 게.. 마치 배틀로얄 2 레퀴엠 장면 같았다..;; 학도병 주인공 둘은 "15소년 표류기"에 나오는 브리앙과 도니판 같아 보이기도 하고..

(3) 작중에 나오는 터널은 단면이 말발굽 모양인 게 명백하게 단선 철도 터널처럼 생겼는데..
일제 말기 때 만들다가 말았던 동해중부선의 흔적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작전이 수행되었던 곳은 7번 국도 구간이라고 한다만..)
일제는 전쟁 중에 물자가 부족해서 금강산선, 경북선 같은 철도의 선로를 뜯어 가긴 했지만, 러시아 진출에 필요한 경원선은 복선화하고, 동해중부선은 오히려 새로 건설하고 있었다.

(4) "공산군 저놈도 알고 보면 한 부모의 아들이고 착한 놈이었어"라든가(북괴 기관총 사수를 죽이고 나서 보니 걍 앳된 학도병..), 오글거리는 어설픈 "태극기 휘날리며" 스타일의 신파극이 살짝 들어가 있다.
그리고 국군과 미군 수뇌부를 마냥 절대선이 아니라, 융통성 없고 학생들을 일회용품 총알받이로 쓰고 갖다버리려는 꼰대 집단 비스무리하게 묘사하긴 한다. 하지만 이념적으로 불순한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인천 상륙 작전과 달리, 적인 공산군 중에서 막 인상적인 활약을 하는 악역 주연이 딱히 없다. 그냥 떼거지로 몰려와서 아군에게 총질만 할 뿐이다.
그리고 아군도.. 스토리를 심하게 각색· 왜곡하지 않고서는 겨우 앳된 학도병이 일당백 용감무쌍 무공을 펼치는 식으로 묘사할 수도 없다. 걔네들은 일당백은커녕 총소리 듣고 혼비백산 겁 먹고 달아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무 대단했던 10대 소년들이다. 이런 스토리 구조에서 굳이 대립· 갈등 비스무리한 걸 넣으려면 아군 수뇌부에게라도 그 역할을 약간 감당시켜야 했을 것이다.

요즘 시대에 197, 80년대 스타일의 일방적인 절대선 절대악 애국심 호소만 존재하는 반공 영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저 영화가 오히려 더 현실적인 묘사를 한 면모도 있다.
미국도 결국은 위험을 무릅쓰고 조치원함을 보내 주고 애들을 구하려고 일말의 노력은 했다. 그리고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죽을 고생 하고 완수하고 살아 돌아온 이 명흠 대위를 국군에서는 전사자가 너무 많고 배(문산호)를 버리고 왔다는 이유로 사형에 처하려고 했을 정도이니.. 실제로 융통성 없는 꼰대 집단인 것도 맞았다.. -_-;; (그래도 다행히 진짜 처형하지는 않음)

(5) 결말도.. 액자식 구성이 아닌 것으로 시작한 영화가 갑자기 저렇게 끝나는 건 대놓고 "태극기.."를 따라 한 억지 급조인 것 같다.
그래도 전체적인 결론은..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아무리 민족이니 뭐니 해도,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이념이 다르면 도저히 함께할 수 없으며, 서로 완벽하게 격리· 분리· 독립이 불가능하다면 최악의 경우 서로 죽고 죽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6) 이 영화의 모티브인 장사리 상륙 작전은 6·25 중의 여러 전투들처럼 단순히 오래되어서 인지도가 낮을 뿐이지, 무슨 실미도 급으로 존재가 부정되고 조직적으로 은폐된 작전은 결코 아니다.

이미 196, 70년대의 언론 보도와 매체에서도 버젓이 언급되어 왔다. 일반인들이나 잘 모르지 근현대사 전쟁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까지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학도병들이 무슨 실미도 북파공작원이나 국정원 흑색요원 같은 존재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 전투가 완전히 잊혀졌다가 뒤늦게 발굴되었네 어쩌네 유세를 떠는 것은 영화의 유니크함을 어필하기 위한 마케팅 과장이다. 걸러가며 들을 필요가 있다.

(7) 내가 이 영화 소개글을 블로그에다 올리려고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저 실제 장사리 해변/해수욕장에 이미 철도로 접근할 수가 있게 됐다는 것을 본인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도 7호선의 철도 버전으로 포항과 삼척을 잇는 동해중부선, 통합 동해선이 일단은 2022년에 전구간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요즘 세상에 고속철이 아니고 광역전철도 아닌 생판 오지에 새로운 단선 비전철 철도가 새로 생긴다니 굉장히 이색적인데.. 포항-영덕 구간은 이미 작년 1월에 개통했다. 그 사이에 '장사'라는 역이 생겨서 여기서 내려서 몇백 m 걸어가면, 장사 해수욕장과 함께 그 이름도 장사 상륙 작전 전적지까지 갈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와.. 정말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2018년 초 그 당시엔 평창 동계 올림픽과 함께 모든 관심이 경강선 KTX에만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2017년 6월 말에 서울-양양 고속도로(60) 춘천 동쪽 구간과 영천-상주 고속도로(301)가 거의 동시에 개통했지만, 전자의 인지도에 밀려서 후자는 묻혔던 것처럼 말이다.

장사리 영화를 안 봤으면 내가 일부러 거기 지형을 찾아보지 않았을 것이며, 세상에 "영덕 역이란 게 어딨어?"라는 무식한 소리를 2019년 가을까지도 늘어놓고 있었지 싶다.
나의 무지를 회개하며, 이를 일깨워 준 장사리 영화에 감사드리며 반성한다.
평창역에는 KTX만 서지만, 영덕역에서는 RDC 무궁화호만 탈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10/04 08:32 2019/10/0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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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국내 철도 동향에 대한 평론을 좀 하고자 한다. ㅎㅎ

1. 철도 차량기지들의 변화

서울에는 '구로'와 '창동'이라고 각각 코레일과 서울 교통 공사 소속의 전동차 차량기지가 있다.
그런 기지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절엔 거기 주변이 허허벌판이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이제 공항이나 군부대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 중이며, 해당 지역에서 당장 이전시키지를 못해 안달 나 있다.
구로는 생각 같아서는 광명 역 주변으로 치워 버렸으면 싶고, 창동 기지의 경우 지하철 4호선이 당고개 이북으로 연장되면 북쪽 종점이 있는 남양주 쪽의 더 외곽으로 이사 가는 것이 실제로 확정되었다.

그런데 이들보다 서울 중심부에 훨씬 더 가까이 있는 군자 기지는 그런 잡음이 없이 당당히 건재하다. 얘는 서울에서 최초로 지어진 지하철 차량기지로, 근처에는 서울 교통 공사의 통합 본사가 있다(과거 서울 도시철도 공사의 사옥). 앞으로는 군자 기지의 내부에 9호선까지 포함한 서울 지하철 통합 관제 센터까지 지어질 거라고 한다.

하긴, 군자 기지는 애초에 주요 부지부터가 복개 하천(전농천)이었으며, 주변에도 평범한 주거 구역이 아니라 가스 저장소에 하수도 처리 시설 같은 거나 있으니.. 아파트나 업무 건물에 밀려서 이전할 여지가 없기도 했다. 지금 구로 차량기지의 내부엔 코레일 관제 센터가 있는데, 군자 기지도 바로 그와 비슷한 급의 서울 지하철 허브로 쑥쑥 발전할 듯하다.

군자 말고 서울 지하철 2호선의 다른 차량기지인 신정 차량기지는.. 기지의 공간 일부를 덮어 버리고 그 위에 아파트가 지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2호선은 순환선이기 때문에 차량기지를 서울 중심부에서 한없이 멀리 옮길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땅을 활용하게 된 듯하다.

한편, 코레일 소속의 차량기지 중에는 신이문 역과 함께 있는 이문 차량기지가 기존 철도역과 노선(망우선) 부지를 활용하여 그럭저럭 잘 만든 사례에 속한다. 코레일의 수도권 동부지사 본부가 같이 있기도 하다.
과거엔 용산 역의 바로 옆에도 차량기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수도권 철도차량 정비단'이 있었는데 이 넓은 부지는 앞으로 어찌 개발되려나 모르겠다. 용산 미군 부대 부지만큼이나 떡밥이다.

2. 철도가 새로 개통하는 도시들

서울 주변의 경기도에는 수원, 부천, 인천, 의정부처럼 진작부터 철도의 혜택을 입은 도시가 있는가 하면 안산, 과천, 성남처럼 나중에 따로 건설된 철도의 혜택을 입은 도시가 있고, 21세기가 되도록 철도가 아직 전혀 존재하지 않는 철도 불모지도 있다.
아래의 세 도시는 서울 주변에서 철도 불모지로 유명(?)했던 곳인데, 서로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거나 바뀔 예정이다.

(1) 하남 (기존 지하철의 연장)

따로 경전철을 만드네 마네 말이 많더니 결국은.. 잘 알다시피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상일동 지선 구간이 더 연장되는 것으로 결정되어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이다.
서울 지하철 7호선이 서쪽으로 연장되어 부천과 인천으로 가듯이, 5호선은 동쪽으로 연장되어 하남까지 가게 된다. 환승 없이 한 열차만 타고 서울 도심까지 쭉 갈 수 있으니 승객의 입장에서도 편리하다.

5호선의 마천 지선은 자신이 아닌 타 노선이 연장되어서 환승역이 더 생겼지만(오금, 올림픽공원), 상일동 지선은 타 노선과 만날 여지가 없이 자신이 더 연장된다는 게 흥미롭다.

하남 연장 이후에는 5호선 열차들은 더 길어진 상일동으로만 가고, 강동-마천은 별도의 지선으로 취급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경의선 전철이 중앙선과 직결된 뒤부터 서울역-신촌-가좌 구간은 별도의 지선으로 떨어져 나간 것처럼 말이다. 애초에 차량기지가 있어서 가장 먼저 개통했고 본선으로서의 정통성(?)을 지닌 구간은 마천이 아닌 상일동 쪽이기도 하다.

(2) 김포 (경전철)

이 동네는 올해 철도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연장 대신, 김포 공항에서 시작하는 경전철이 따로 만들어져서 개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원래 올여름에 개통했어야 했는데 몇 달 더 미뤄진 모양이다.
김포는 하남과는 반대로 서울의 서쪽 끝 지역인데, 도시철도도 하남과는 정반대 형태로 개통한 셈이다. 그 대신 경전철의 노선색은 9호선과 거의 같은 금색으로 정해졌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동쪽으로는 신논현과 종합운동장을 거쳐 서울의 완전 끝인 보훈 병원까지 쭉쭉 연장됐지만, 서쪽으로는 지금까지 결코 더 연장되지 않았다. 그리고 동쪽으로든 서쪽으로든 서울을 벗어나지도 않았다.
그렇게 9호선은 자기 노선은 변함없는 대신, 오랜 떡밥이던 "공항 철도와의 직통 운행"이 추진되고 있다. 양 노선간 입체교차 연결선은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 직· 교류 겸용 차량과 운임 분배 같은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

한때는 공항 철도에 KTX가 다녔다. KTX 정차역으로 지정된 검암 역에는 이에 맞춰 저상홈 승강장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건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몇 달 못 가 폐지되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가까운 미래에 9호선 열차가 공항 철도 구간을 같이 달리게 될 것이다. 지금 서울 지하철 1, 3, 4호선에서나 볼 수 있는 직· 교류 겸용 전동차도 오랜만에 다시 등장하면서 말이다.

(3) 시흥 (광역전철+일반열차)

여기는 기껏해야 안산선 말단(정왕, 오이도)이나 수인선이 조금 스쳐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시가지들을 연결하고 서울로 직통으로 가는 철도 같은 건 없었다. 그랬는데 바로 1년 전 2018년 6월에 수도권 전철 서해선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철도가 개통하면서 아쉬운 대로 숨통이 트였다.

얘는 평범한 지방 지하철이나 경전철이 아니라 엄연히 광역전철이며, 아예 일반열차와 화물열차까지 다니게 될 장거리 간선 철도의 일부이다. 스케일이 제일 큰 셈이다. 이름을 괜히 '서해선'이라고 지은 게 아니다.
다만, 얘는 경강선이나 부산 '동해선'처럼 민간 자본의 개입 없이 순수하게 코레일만이 운영하는 형태는 아니며, 그렇다고 신분당선처럼 대놓고 별도의 운임 체계를 쓰는 형태도 아니다. 지금의 서울 지하철 9호선이나 공항 철도처럼 운영되는 것 같다.

3. '송정'이라는 역명

난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김포공항의 바로 옆 역이 '송정'이기 때문에.. 공항 근처의 강서구에 송정동이라는 행정구역이 있기라도 한 것으로 오랫동안 생각했다. 같은 5호선의 '양평' 역이 영등포구 양평동을 가리키듯이 말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추측이다.
하지만 실제로 확인해 보니 그렇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놀랐다. 송정동은 강서구가 전혀 아니라 성동구에 있다.

신사동은 서울의 강남구(3호선)에도 있고 은평구(6호선 새절)에도 있다. 도화동과 논현동은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에도 있다. 신길동은 서울뿐만 아니라 안산(신길온천..)에도 있다.
하지만 송정동은 겹치는 것도 없이 유일한 명칭이다. 먼 옛날, 거기가 인서울이 아니던 시절에 쓰였던 '김포군 송정리'라는 명칭에서 유래된 거라고 한다.

물론 인서울에서만 안 겹칠 뿐이지, 전국적으로는 송정이라는 동이 여럿 존재한다.
서울 밖에서는 광주에 KTX도 서는 광주송정 역이 유명하다. 거기는 진짜로 송정리에서 송정동/광주송정의 순으로 행정구역과 철도역명이 바뀌어 왔다.

4. 역명에 '역'이 또 붙는 경우

우리는 지하철역을 가리킬 때 'XXX 역' 같은 식으로 이름의 뒤에다가 '역'을 덧붙인다. 정류장/정거장이라는 명칭은 버스를 타는 곳에다가만 쓴다.
따지고 보면 철도역 중에도 건물이 없이 진짜 허접한 버스 정거장 수준에 불과한 간이역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철도에 대해서는 그냥 관습적으로 역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역 중에는 기존 철도역과 연계하는 것도 있다. 용산이나 영등포 같은 역은 일반열차와 지하철 계열의 전동차를 타는 곳이 한데 있지만 수원· 서울 같은 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두 시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런 역은 이름에 '-역'이 또 붙게 되는데, '서울역 역'이라고 부르기는 뭣하니 이럴 때는 '지하철 서울 역 / 기차(철도, KTX) 서울 역' 같은 형태로 구분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5. 역명에 '동'이 또 붙는 경우

그리고 일반열차건 도시철도건 역의 이름은 아주 특출난 사연이나 명물이 있지 않은 이상, 아무래도 인근의 지명을 따서 평범하게 지어지는 편이다.
일반열차야 역간거리가 시· 군 또는 구의 수준으로 길기 때문에 그런 큰 등급의 지명이 그대로 붙는 편이다. 그러나 도시철도는 역이 그보다 훨씬 더 조밀하게 많이 있기 때문에 동 수준의 명칭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역명이 곧 지명은 아니기 때문에 역명에다 동, 시, 군, 구 같은 행정구역 접미사가 굳이 또 붙을 필요는 없다. 특히 '동' 말이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신설동'('신설' 단독으로는 고유명사로서의 변별력이 너무 부족해서), '목동/길동/상동'(외자 이름이어서), '상일동/둔촌동'(??) 정도가 예외인 것 같다. '동'을 예외적으로 붙이는 조건 내지 원칙을 잘 모르겠다.

부산에서는 원래는 동을 꼬박꼬박 붙였다가 2010년대 초쯤에 일괄적으로 다 떼어내 버린 바 있다. (예: 노포동 → 노포)

Posted by 사무엘

2019/08/13 08:35 2019/08/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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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면전차

먼 옛날에 한반도에는 장거리 여행용 일반열차 명목으로 증기 기관차가 1899년 이래로 1967년 8월 말까지 다녔다. 그리고 도시철도 정도에 대응하는 궤도 교통수단으로서 노면전차(트램)라는 것도 아주 비슷한 시기에 등장해서 역사에 한 자취를 남겼다.

한반도에 노면전차가 존재했던 도시는 서울, 부산, 평양 딱 세 곳이었다. 서울(경성) 전차의 경우 제일 일찍, 경인선 철도와 같은 해(1899)에 개통했으며 심지어 경인선의 개통보다도 몇 달 더 일렀다. 그 뒤 일제 시대가 돼서야 부산(1915)과 평양(1923)도 뒤를 이었다.
참고로, 한반도 역사상 시내버스가 최초로 운행된 곳은 서울도 부산도 아닌 대구이다(1912).

지금이야 노면전차가 없어진 지 무려 반세기가 넘었지만, 그래도 있었던 기간도 거의 6, 70년에 달한다. 그래서 차량들의 외형이 시종일관 동일한 건 아니었다.
구한말에 맨 처음 등장했을 때는 아래와 같이 표면에 태극 무늬(?)가 있고 옆이 개방된 형태의 차량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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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20세기 중반쯤부터 거주성이 더 강화된 형태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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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는 증기 기관차보다야 훨씬 작고 가벼우며,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칙칙폭폭' 소리를 내는 포스도 없다. 하지만 그런 게 없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을 받아서 스르르륵 앞으로 우아하고 조용하게 나아가는 게 조선 시대 사람들에게는 왕창 신기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다못해 고종 황제와 신하들이 "기차와 전차 중에 뭐가 더 빠를까?" / "전차이지 않겠습니까? 번개가 수증기보다 더 빠를 테니까요"처럼.. 논리 전개가 좀 이상해 보이는 대화도 나눴다고 그런다.

이 노면전차는 궤도 위만 달리지만 그렇다고 열차처럼 여러 차량을 주렁주렁 꿴 형태는 아니었다. 그냥 버스처럼 1량 1편성으로 다녔다.
기술 규격은 직류 600V 전기에다 1067mm 협궤였다. 오늘날은 경전철도 철차륜은 1435mm 표준궤이고 직류 750V이니, 저 때의 노면전차는 지금의 경전철보다 더 소규모였던 셈이다.
심지어 부산 전차는 처음에는 아예 762mm 협궤로 시작했다가(수인선!) 일제 시대 중반쯤에 1067로 개궤됐다고 한다. 그래 봤자 여전히 협궤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옛날에는 장거리 철도들이야 다 단선이었다. 하지만 노면전차는 개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야금야금 복선화가 진행됐다. 차량이 일반열차보다 훨씬 더 자주 다니는데 시내 한복판에서 교행하고 대피하는 건 굉장히 피곤한 일일 테니까..
경성의 노면전차를 복선화하는 과정에서 서대문(돈의문)이 헐리기도 했다.

또한 오늘날의 경전철들은 다 제3궤조 집전식인 반면, 옛날 노면전차는 덩치는 더 작은 주제에 전차선이 공중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서 도시 미관에 안 좋았다.
집전 장치도 오늘날 같은 팬터그래프가 아니라 뷔겔 같은 더 원시적인 방식이었다.

특별히 서울에 있었던 전차는..

  • 영등포가 서울로 편입되면서 노면전차 역시 한강을 건너 노량진과 영등포까지 갔다. 별도의 철교가 따로 부설된 건 아니고, 한강 인도교에 전차 선로가 같이 지나갔던 모양이다.
  • 일제 시대엔 경성전기 vs 경성궤도로 운영 주체가 이원화돼 있었다. 마치 서울 메트로 vs 도철처럼 말이다. 경성궤도는 통상적인 서울 구시가지를 벗어나 동대문에서 화양, 뚝섬, 광장동 쪽을 운행했다.

다음은 서울 전차의 노선도이다. '경성궤도' 노선은 동대문에서 출발해서 왕십리를 거쳐 뚝섬유원지 내지 광장동(지선) 쪽으로 가는데, 얘들 노선은 노선도에서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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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이런 일도 있었다.
6· 25 사변이 터져서 사람들이 한창 피난 갔다가 나중에 서울을 수복하고 돌아와 보니.. 전차들이 다니는 선로 위의 전깃줄이 죄다 사라져 있었다고 한다.
이건 폭격을 맞아 파괴된 게 아니고, 북괴 공산군이 건드린 것도 아니고, 알고 보니 자국민의 소행이었다. 심지어 이 시설을 관리하는 공무원이 앞장서서 이 짓거리를 했다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맨홀 뚜껑을 고철로 팔아먹으려고 슬쩍한 것과 비슷하다.

노면전차는 시설 노후화와 쌓여 가는 적자, 그리고 갈수록 늘어나는 자동차로 인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으며, 결국 1968년에 완전히 폐지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공교롭게도 서울과 부산 모두 날짜는 달라도 연도는 동일하다.
또한, 그 전 1967년 8월엔 증기 기관차도 공식적으로 완전히 퇴역했다. 1899년에서 1967년에 이르기까지 노면전차와 증기 기관차는 어째 비슷한 시기에 등장해서 비슷한 시기에 최후를 맞이했다.

참고로 서울 말고 부산 전차는 지금 부산 지하철 1호선의 동북쪽 온천장-서대신 역까지의 구간과 거의 일치하는 선형이었다. 지형 특성상 저기가 서울로 치면 종로 같은 중요한 구간이었는가 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끝으로, 평양에서 과거에 운행되었던 전차에 대해서는 정보가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다.
남한에서는 서울과 부산의 전차를 복구해서 60년대까지 운행하기라도 했지만 북한의 경우, 전쟁 이후에 기존 전차는 운행이 그대로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북한에서는 1991년부터 '궤도전차'라는 이름으로 전차를 다시 만들어서 평양에서 운행 중이며, 이건 옛날 전차와는 연결고리가 없다.

사진을 보니 오늘날 운행되는 평양 전차는 한 편성에 2량 정도 연결되어서 굴절버스처럼 생긴 것도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5/07 19:32 2019/05/0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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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등장한 열차 등급 내지 차급은 버스로 치면 시외/고속버스와 대등한 격인 '일반열차'이다. 우리나라 말고 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반열차는 1435mm 표준궤 기반이다. 일제 시대 때 금강산선에서 잠시 직류 3000V짜리 전철이 운행되기도 했지만 해방 후에 교류 25000V 가공전차선 방식이라는 전철 규격이 마련되었다.

문맥에 따라서 일반열차는 KTX 같은 고속철도 열차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일반열차 안에서의 차종 등급의 차이를 나타내는 문맥에서만 성립한다. 운임 체계라는 문맥에서는 고속열차 역시 기존 재래선 열차보다 임률이 더 높은 일반열차의 최상위 등급일 뿐이다. 이 점에서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그 뒤 1974년에 서울 지하철이 수도권 광역전철과 직통하는 형태로 개통하면서 편의상 '도시철도'라고 일컬어지는 새로운 운임 등급과 차량이 등장했다.
도시철도는 (1) 시내/광역버스와 환승 할인이 되는 독자적인 운임 체계를 사용하며, (2) 승강장이 고상홈 형태이고, (3) 내부 좌석이 앞을 보는 게 아니라 옆을 보는 형태로 길게 놓였고 (4) 지정석이 전혀 없는 자유석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여기에 쓰이는 차량은 궤간과 덩치는 일반열차와 별 차이가 없었다. 단지, 광역전철 말고 순수 지하철은 전기 규격만 직류 1500V라는 고유한 더 작은 규격을 사용하게 되었다.
일반열차 중에서는 격이 제일 낮은 통일호와 비둘기호가 이런 입석 통근형에 근접했었다. 하지만 얘들은 본격적인 도시철도용 전동차와 시설이나 위상이 완전히 같지는 않았으며 전기로 달리지도 않았다.

그 뒤 서울 말고 타 지방의 지하철에는 이 차량보다 폭이 수십 cm 남짓 더 작은 '중형' 전동차라는 게 등장했다. 기존의 서울 지하철 차량은 '대형'인 셈. 우리나라에 등장한 최초의 중형 전동차는 부산 지하철 1호선이다. 그 뒤 대구 1~2, 인천 1, 광주 다음으로 대전 지하철이 국내에 개통한 마지막 중형 전동차 도시철도이다.

그 뒤 2010년대부터는 이것보다도 규모가 더 작아진 '경전철'이 등장했다. 대전 지하철 전동차까지는 차량의 폭이 약간 크냐 작냐의 차이가 있지만 중전철이었다. (重전철 中형 전동차, 또는 大형 전동차)
경전철은 쇠바퀴 또는 고무바퀴 버전으로 나뉜다. 쇠바퀴 버전은 궤도는 기존 철도와 완전히 동일하고 전기 규격이 직류 750V 제3궤조 집전식으로 더 작아졌다. 위에 전선이 치렁치렁 매달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2.
일반열차보다 규모가 작은 이런 도시철도는 정말로 지방 지하철이라는 좁은 의미의 '도시철도'가 있는가 하면, 도시와 도시 경계를 넘나드는 광역전철도 있다. 버스에도 시내버스와 시외· 고속버스의 사이에 광역 좌석버스가 있듯이 말이다.
공항철도는 일반 완행열차는 광역전철에 가깝고, 직통열차는 일반열차에 가까운 위상이다.

일반적으로 광역전철은 그냥 코레일이 운영하고 지방 지하철은 각 지방의 공기업이 운영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요즘 추세는 꼭 그렇지 않다.
공항 철도는 공기업과 사기업을 정말 복잡하게 오락가락 하면서 경영 주체가 바뀌어 왔으며, 신분당선은 사기업이 운영하는 광역전철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매김 했다.

요즘 광역전철은 찔끔찔끔 급행 운행뿐만 아니라 용문 대신 지평 시종착(하루 4회 중앙선), 상봉 대신 광운대 시종착(하루 단 2회 경춘선), 왕십리 대신 청량리 시종착(하루 8회던가 분당선)처럼.. 극히 드물게나마 최대한 더 길게 운행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 서울 지하철에서도 장암 같은 역은 열차 운행이 매우 뜸한 곳이긴 하지만 하루 운행 횟수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 건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공항철도가 마곡나루-김포공항은 서울 지하철 9호선과 비슷하게 따라가듯, 신분당선은 정자-미금 구간은 기존 분당선과 나란히 따라간다는 유사점이 있다.

다음으로 수도권의 경강선이나 부산의 동해선 광역전철은 깔끔하게 코레일 단일 관할인 반면, 서해선은 운영사가 '소사원시운영'을 비롯해 여러 계층으로 복잡하게 나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이 아닌 다른 지역에 광역전철이 개통한 것 자체가 무려 2016년 말부터로 너무 늦은지라(동해선), 광역전철에 대한 개념이 정서적으로 좀 생소하다. 그래도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수도권 같은 대형 전동차를 구경할 수 있게 된 건 흥미로운 일이다.

서울 메트로는 도철과 통합되어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관할하는 매우 거대한 지하철 회사가 됐는데.. 9호선의 2~3단계 연장 개통 구간과 심지어 부산-김해 경전철까지 자회사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한 도시의 지하철 회사가 다른 지역의 지하철에까지 손을 뻗치는 건 비행기 국제선에다 비유하자면 항공 자유화 협정의 단계수가 쭉 올라가는 것 같은 모습이다. (A국의 항공사가 B국 국내선 노선까지 개설해서 영업??)

그러고 보니 부산-김해 경전철은 성격상 광역전철인데 중전철이 아닌 경전철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한편, 경전철이라고 해서 옛날 구식 철도처럼 협궤를 쓰지는 않는다. 궤간은 표준궤인데 차량의 축중 하중이 얼마 이상/이하인지에 따라 말 그대로 경전철과 중전철을 구분할 뿐이다.

* 참고로, 1435mm 표준궤다, 762mm 협궤다 하는 기준은 왼쪽 궤조의 맨 오른쪽 끝에서.. 오른쪽 궤조의 맨 왼쪽 끝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그런데 궤조 하나의 단면은 그냥 | 같은 세로줄이 아니라 일종의 工자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工을 구성하는 | 세로줄 자체는 간격이 1435mm보다 약간 더 벌어져 있다. 이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요즘 부설되는 표준궤 철도에서 양 工의 실제 간격은 얼마나 될까? 그에 대해서는 자료를 얻기가 의외로 어렵다. 工의 부위별 크기 자체도 딱 통일된 게 아니어서 그냥 정하기 나름인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9/04/27 08:37 2019/04/2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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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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