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모음 A와 O

라틴 알파벳에서 A와 O는 통상적으로 ㅏ, ㅗ 음가에 대응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독일도 그렇고, 또 영어의 종주국인 영국도 그런 편이다.
하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실질적인 최대강국인 미국에서는 이들 발음이 변해 버려서 비영어권 국가에서 외래어의 표기에 많은 혼란을 주고 있다.

걔네들은 ㅏ, ㅗ이던 것이 ㅐ, ㅏ로 변해 버렸다. 그러고 보니 U도 ㅜ냐 ㅓ냐 갖고 굉장히 오락가락하네.. 모음삼각도로 표현하자면, 다들 시계 방향으로 살짝 회전해 버린 것 같다. 안 변한 건 I(ㅣ)와 E(ㅔ)뿐이다.

그래서 톰이냐 탐이냐.. 도트냐 닷이냐도 헷갈리고, 할로윈이냐 핼러윈이냐도 헷갈린다. shop도 쇼핑, 워크샵/워크숍, 포토샵 등이 매우 혼란스럽다.
일본에서는 단모음 A는 일편단심으로 ㅏ로만 적고 있다. 그래서 패밀리는 그냥 파미리이고, 애니메이션도 아니메이다. 그러니 쟤들은 ㅏ와 ㅐ가 구분이 잘 안되겠지만 우리말에서는 A와 E, 즉 ㅐ와 ㅔ가 구분이 안 돼서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스타일로 음차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시기가 굉장히 일러서 그런지 영국· 독일의 보수적인 스타일을 여전히 고수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패드'(pad)는 일본어로 '아이팟또 アイパット'인데.. '아이팟'(pod)은 '아이포또 アイポ-ト'라고 한다.
A와 O의 발음 괴리의 직격타를 제대로 맞았다. ㄲㄲㄲㄲ

영어의 이런 발음 변화는 영어 자신의 관점에서도 별로 좋은 현상이 아니다. 스펠링과 발음이 심하게 따로 노는 언어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 빼면 영어 정도면 다른 언어들에 비해 문법이 단순하고 배우기 쉬운 축에 드는 것 같다.
영어 정도의 과거형 불규칙이나 복수형 불규칙 난이도가.. 설마 한국어의 미친 높임법과 호칭, 용언 불규칙 활용 난이도에 비하겠는가? =_= 라틴어나 러시아어, 독일어의 미친 굴절에 비할 수준이겠는가? 그럴 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말은 한때는 ㅏ와 ㅓ가 다른 것만큼이나 ㅐ와 ㅔ가 달랐던 적이 있긴 한 것 같은데 말이다.. 근데 어쩌다 '내'와 '네' 1인칭과 2인칭 대명사가 구분되지 않는 난장판이 돼 버렸을까?
이건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니 '네'가 현실에서는 '너'나 '니'로 불안하게 자꾸 바뀌는 것이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학습자의 입장에서도 아주 보기 좋지 않다.
아울러, '날다'의 활용형이 '나는'이 돼 버려서 I am과 겹치는 것도 영 보기 좋지 않다. '날으는'을 무작정 비표준으로 치부하고 금지하기가 곤란한 노릇이다.

2. 한자어처럼 생긴 외래어

바지 선(barge), 바자 회(bazaar), 마지노 선(프랑스의 지명 Maginot), 지로 용지(giro), 모기지 론(mortgage loan), 비박(Biwak)...;;

이런 것들은 한자어가 전혀 아니다. 특히 모기지 론은 '론'조차도 論이 절대 아니고 loan일 뿐이다. 마지노 선이 마지+노선(路線)이 아니듯이 말이다.
'비박'의 경우는 무려 독일어 일반명사이고, 사실은 우리말로도 '비바크'라고 표기해야 맞다. 숙박 泊하고는 전혀 관계 없다.

이래서 옛날에는 사람들이 표기를 더 꼼꼼하게 하려 애썼던 것 같다. 국한문 혼용은 말할 것도 없고, 인명 지명 같은 고유명사나 심지어 외래어는 폰트(서체)를 달리해서 표기해 놨다.
한글에다가 한자의 획 모양을 접목해서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순명조'라는 서체 말이다. 이게 옛날 동화책이나 교과서에서는 외래어를 표기하는 서체였다.

난 한자 혼용까지는 너무 오바이다만, 그 대신 개인적으로는 성 이름을 띄어 쓰는 것, 그리고 외래어 고유명사 뒤에 붙는 명사는 띄어 쓰는 것에 지지 소신이다. 이것까지 안 하면 구분이 너무 안 되는 것 같다.
태산, 백두산, 일본어, 평화선
에베레스트 산, 나일 강, 후지 산, 산스크리트 어, 마지노 선

3. 표기 수단

일본어는 변별 가능한 음운이 부족해서 그런지, 장단(긴/짧은)이라도 한국어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구분하려는 것 같다. 그래서 대놓고 길쭉한 가로줄이 장음 부호로 쓰인다. 같은 소리라도 이게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서양의 알파벳 기반 정서법에서는 짤막한 가로줄(하이픈)이 (1) 정도가 좀 약한 띄어쓰기, (2) 긴 단어를 앞뒤 줄에 걸쳐서 열거하는 용도로 쓰이니 이와 좋은 대조를 이루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서양 정서법에서는 일본어의 장음 부호 같은 긴 가로줄은.. 음운 계층에서의 장음이 아니라 우리 식으로 치면 ‘줄표’.. 문장 단위에서 뜸을 들이는 걸 나타낸다. 음운 계층에서의 장음은 그냥 글자를 aa ee ei 늘어놓는 식으로 해결하니 말이다.

문자에 대해 더 생각해 보자면.. 라틴 알파벳은 대소문자 구분이 있어서 문자 용도에서 수직적인 상하 계층을 만든다. 고유명사나 이니셜을 대문자로 쓴다.
일본어는 히라가나-가타카나 구분이 있어서 수평적인 역할 구분을 형성한다. 잘 알다시피 외래어나 의성어가 가타카나로 표기된다. 알파벳으로 치면 이탤릭에 얼추 대응할 듯?

한글은 글자 차원에서는 초중종성을 모아서 스스로 굉장히 잘 완성된 형태를 형성한다. 한국어 역시 일본어보다는 음운이 풍부하고 또 복잡한 훈독이 없으니, 자국 모아쓰기 표음문자만 닥치고 늘어놓는 ‘전용’을 하는 방향으로 정서법이 깔끔하게 정착했다.

그게 대체로 좋긴 하지만, 그래도 장단을 표기에 너무 반영을 안 하다 보니 길고 짧음의 구분이 한국어에서 통째로 소멸하는 것 같아 아쉽다. 그런데 한글은 그 상태로 완성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_- 추가적인 계층을 만들 여지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이상 글자의 형태를 구분하는 건 폰트의 영역으로 가야 할 듯..

필요한 경우, (1) 장음/단음이나 (2) 사이소리 정도는 기호 차원에서 표현할 방법이 꼭 있어야 할 것 같다. 이건 음운 차원이고..
더 욕심을 내자면 평소에는 붙이지만 필요에 따라 체언-조사 내지 용언-어미를 구분하는 마크, 이 명칭이 외래어나 고유명사임을 나타내는 마크, 이 어절이 체언인지 용언인지를 나타내는 마크 같은 것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가운뎃점은 일본에서 유래된 건지 모르겠다만.. 콤마보다 더 크거나(세미콜론) 작은(가운뎃점) 보조 구분자도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4. 나머지

(1) 영어권에서는 글자를 읽을 때 같은 글자가 연속해서 나올 때 double/triple로 더 즐겨 대체하는 성향이 있다.
C++ C double plus / 007 double O seven / www triple W
우리말 "씨뿔뿔, 공공칠, 더블류더블류더블류"와 비교해 보자. =_=;;

(2) 베트남 - 비엣남, 베토벤 - 베트호픈, 맥아더 - 매카서..
뭔가 대놓고 독일식 같지는 않은데 실제 발음과 미묘하게 동떨어진 외래어 표기가 좀 있는 것 같다.
한국어와 영어의 음절 구분 방식이 다른 것도 있고, 옛날에는 실제 발음보다는 스펠링 형태를 더 고려해서 한글 표기를 정했던 것도 있다.
하지만 이미 굳어지고 정착해 버린 건 어쩔 수 없다 치는데.. 하루아침에 터키 대신 튀르키예는 너무 뜬금없고 좀 문화 충격까지 느껴졌다. =_=;; 스페인 - 에스파냐도 아니고 이건 뭐..

(3) 메시지 - 마사지 - 소시지~~ 음운 형태가 비슷한 단어들이다.
'메세지'라고 쓰고 싶다면 소시지도 소세지가 돼야 맞으며, '맛사지'라고 쓰고 싶으면 메시지도 멧시지가 돼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서로 표기 방식을 보완하면 된다.
디저트 - 데저트(사막)-_-도 영어 스펠링과 발음이 헷갈리기 좋은 듯.. 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23/10/12 19:46 2023/10/1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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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어들의 형태와 의미

1. 단어 의미의 차이

(1) '오타쿠'라고 그 이름도 유명한 일본어가 국내로 유입돼 들어왔는데.. 이게 표현과 의미가 분화됐다.
앞부분을 떼어낸 오덕은 말 그대로 일본 애니, 미소녀, 모에 하앍하앍, 피규어.. 이런 특정 분야와 관련된 원래 뜻이고,
뒷부분을 떼어낸 덕후는 매니아, 전문가, 기크, 너드..라는 뜻인 것 같다. 역덕 밀덕 철덕에서는 접사로도 쓰인다.

(2) 나룻배는 뭐고 거룻배는 뭐지..??
수하물 수화물도 그렇고. 마치 성경 용어 환난과 환란만큼이나 별 차이 없이 섞여 쓰이는 단어 같다.

(3) 외도: 한국어에서는 ‘배우자의 외도’라고 보통 불륜, 간통, 음행 쪽만 가리킨다. 그러나 일본어에서는 그냥 일반적인 부도덕 죄악 악행을 모두 가리킨다. 휴먼버그 대학교 고문 소믈리에의 대사를 통해서 알게 됐다. -_-
외모: 한국어에서는 일단은 성형수술과 관계 있을 정도인 겉모습에만 국한되어 쓰이는 편이다. 그러나 성경에서 “하나님은 외모를 취하지 않으시고”(person)는 가오뿐만 아니라 능력, 피지컬처럼 사람의 전반적인 스펙을 모두 일컫는 의미이다.
外자가 들어가는 흥미로운 단어 쌍이다.

(4) 저것 말고도 '비겁', '묵살' 같은 한자어도 한국어와 일본어가 뉘앙스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게 잘 알려져 있다.
우리말로는 둘 다 아주 부정적인 뉘앙스의 단어인 반면.. 일본어로는 전쟁에서 적을 기막히게 속이고 낚고 농락해서 싸그리 몰살시켜도 비겁(!!)하다고 그런다. 긍정적인 뉘앙스가 담긴 교활이나 악랄, 영악이라는 의미도 좀 포함한다는 뜻이다. 선전포고 없이 진짜 치졸 비열하게 진주만을 공격한 거 말고, 저런 것까지 말이다.
그리고 묵살은.. 한국어에 의미하는 ‘무시’의 강화 버전뿐만 아니라 신중한 보류..까지 의미한다. 과연 사무라이뿐만 아니라 에둘러 말하기의 달인인 일본 문화답다. 허나, 쟤들은 포츠담 선언까지 묵살한다고 모호하게 답변했다가 결국은 핵을 쳐맞았다. -_-

(5)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직렬화란.. 어떤 오브젝트의 내부 상태를 스트림 형태의 비휘발성 메모리에다가 쭉 덤프해서 나중에 다시 원래대로 읽어들이고 복원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말한다. 배열, 리스트가 아니라 트리 구조 같은 비선형 컨테이너는 직렬화를 위해서 코딩 기법이 좀 필요하다.
그런데 병렬화는? 같은 목적을 위해 수행되는 많은 작업들을 CPU 코어 여러 개에다 분산시키고 동시에 수행하도록 해서 전체 소요 시간을 줄이고 성능을 끌어올리는 걸 말한다. 그러니 직렬화-병렬화는 분야가 서로 완전히 다른 의미를 지닌다~!

(6) 우리말 내지 이쪽 문화권에서는 돼지가 무척 공격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했는가 보다. 그래서 ‘저돌적’이라는 단어가 있으며, 여기서 ‘저’는 돼지 猪이다. 심지어 '저돌희용'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멧돼지 희'라니.. 참 희한한 한자인데.. 울나라 상용 한자가 아닌 듣보잡 글자이다.
그런데 영어권에서는 숫양이 사납고 성깔 더럽다고 생각했는지, ram에 저돌적이라는 뜻이 들어있다.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다, ‘공성 망치로 공격하다, 배끼리 서로 들이받다’ 같은 옛날 전쟁 전술과 관련된 살벌한 뜻이 들어있다.
옛날 영화 벤허에서도 갤리선에서 최고속을 가리키는 용어가 3등 battle speed, 2등 attack speed를 넘어 ramming speed였다..;;

(7) 영어에는 prosecute(기소)와 persecute(박해)가 형태가 비슷해서 이를 이용한 언어드립이 있는 걸 개인적으로 어디선가 봤었다. 악질 검사한테 박해 받는다..;; 뭔가 심상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translation(번역)과 treason(반역)도 비슷한 관계이다. 이건 굉장히 공교롭게도 영어와 한국어 모두 형태가 비슷한 단어쌍이다~!

(8) AV..
AV 단자라고 하면 오디오/비디오라는 뜻이다.
AV 1611이라고 하면 공인된 번역본이라는 뜻이다.
일본 AV라고 하면... 19금이라는 뜻이 된다. 의미와 용도가 완전히 제각각이다.. ㅋㅋㅋㅋㅋ

2. 욕처럼 들리는 단어

(1) 시발: 시발 자동차, 구로 역 시발..;;; 전설적인 예시이다.
채널A 카톡쇼에 출연했던 어떤 자동차 업계 원로의 회고에 따르면.. "시발 시발 우리의 시발~~~" 이러는 라디오 광고 CM쏭까지 있었다고 그런다.
그리고 필리핀에는 시발롬 Sibalom 이라는 지역이 있다.. ㅠㅠㅠㅠㅠㅠ.

(2) 옛날 일본의 히로히토 천황은 본명이라고 해야 하나 휘호가 迪宮였는데.. 발음이 '미치노미야'였다. 영어로도 Prince Michinomiya Hirohito 라고 썼다.
일제 식민지 조선인들한테 "미친놈이야"라고 당연히 놀림감 0순위였으며, 일본도 이 사실을 광속으로 인지하고 단속을 벌였다.

(3) rape: 어떻게 노란 유채 식물이 이런 끔찍한 범죄와 동음이의어인지 궁금하다. 그래서 영어로는 원래 명칭대로 안 부르고 카놀라 Canola라고 부른다.
하긴 유채는 순우리말 명칭도 굉장히 뜬금없다. '평지'라고 하네...;;;

(4) retard: 학창 시절에 접했을 음악 나타냄말에도 '리타르단도'(점점 느리게)가 있고, 또.. 항덕이라면 비행기 조종에서도 어떤 기종은 착륙 착지 때 GPWS에서 retard, retard~~ 라고 안내를 해 준다. '엔진 출력 낮춰, 속도 줄여~!' 이런 뜻..
근데 현실에서는 retard는 음악이나 비행기 출력이 아니라 지능 발달이 더딘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백치 아다다'에서 백치처럼 말이다.
비행기가 성공적으로 착륙하면 이탈리아 같은 일부 문화권에서는 승객들이 환호하고 박수도 치는데.. 정작 조종실 계기판에서는 병~~신 병~~신(약오르지ㄲㄲ) 이런 어감의 놀림(??)이 흘러나온다는 게 웃기게 느껴질 수 있다.

3. 언어유희

  • 헌신만 하다가 헌신짝 취급 당한다.
  • 다짐을 너무 많이 하면 다 짐이 된다
  • 교사 지침서 때문에 교사가 지침..
  • 지적이지만 지적질 하지는 않는 사람이 좋다~~ ㄲㄲㄲㄲㄲㄲ

그리고 파이널 Pinal air park(애리조나), 페인 Paine field(워싱턴 시애틀).. 둘 다 항공과 관련된 유서깊은 시설이 있는 지명이다.
전자는 노후 비행기 보관소이다. 그래서 최후 final과 비슷한가..?? -_-;; 그리고 후자는 위치에서 짐작이 가듯, 보잉 사 에버렛 공장에서 생산되고 출고된 비행기들이 첫 출발하는 곳이다. 비행기의 출산의 고통을 의도해서 pain 드립을 쳤는지 모를 일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10/10 08:35 2023/10/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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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머리의 명칭

행정구역부터 살펴보면..
  • 반장? 통장?: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주민등록 옮기고 전입신고를 하고 나니 실거주 중인지 인증 연락이 이 계층의 사람에게서 오더라. 이건 월 몇십만 원 남짓한 거의 용돈 받는 파트타임 알바 급의 존재감인 걸로 안다.
  • 마을 이장, 동장: 역시 현실에서의 존재감은 잘 모르겠다. 여기까지는 그냥 임명직이다. 동사무소, 주민센타, 행정복지센타.. 이런 이름은 좀 그만 바꿨으면 좋겠다.
  • 구청장: 구의 대표만 어째 '청'짜가 붙어 있다.

  • 시장, 군수: 여기부터는 선출직. 또한, 평범하게 '장' 접사만 붙는 건 시장이 마지막이다. 군은 어째 '수'가 붙어 있네?
    서울특별시장은 다른 시장/군수, 심지어 도지사보다도 서열이 더 높다고 한다.
  • 도지사: '지사'라는 유니크한 명칭이 등장한다. 미수복 영토인 황해도,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에 대해서도 명목상으로나마 도지사를 두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북5도청이라는 이름의 관청도 있다.

그 다음 마지막 최종 보스가 대통령이다.

  • 우리나라는 연방제 급의 지방자치를 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작은 관계로.. 여전히 중앙 정부의 입김이 압도적이다.
  • 우리나라는 부통령이 없는 대신, 국무총리가 비중과 권한이 크다. 그러니 이 사람이 대통령 권한대행도 맡는다. 부통령은 리 승만 1공화국 시절에만 있었다.
  • 사실, 입헌군주제에서 얼굴마담 군주를 대신해서 실질적인 정치를 하는 그 무언가는 prime minister '수상'이라고 불리는데, 이 직함이 '총리'라고 번역되기도 했다.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쟈파, 일본에서 아베나 고이즈미 같은 사람 말이다.

이렇게 명칭을 늘어놓아 보니,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직함명이 단순 '-장' 이상으로 굉장히 다양함을 알 수 있다. 교장, 사장, 회장 같은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 정부 기관들은 '-청'자로 끝나다 보니 '-청장'이라는 명칭이 자연스럽게 붙는다. 구청장뿐만 아니라 병무청장, 기상청장, 경찰청장 등..
  • 촌장, 추장은 전근대 시절을 다루는 외국물 번역 용도로만 쓰이는 용어인 것 같다. 특히 추장은 문명화되지 않은 부족의 우두머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인디언..??
  • 그리고 '총'자. 대학교의 우두머리는 교장이 아니라 총장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한국 은행은 행장이 아니라 총재..;;
  • '총통'은 앞서 언급했던 대통령과 총리가 결합된 엄청난 타이틀이다. 장 제스나 히틀러 같은 외국의 독재자에게만 쓰이곤 했다.

조선 시대의 관아는 주민센타 겸 지방 법원 겸 경찰서 통합이었는가 보다. 하긴, 거기 가서 곤장도 맞고 오니까.. 사또 내지 원님도 행정과 사법이 통합된 그 무언가였던 듯하다.

"당신을 XXX 혐의로 체포한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모든 증언은 당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가 아니라..
"네 이놈, 죄인은 오라를 받으라~! 니 죄를 니가 알렷다~!! 죄를 이실직고할 때까지 죄인을 매우 쳐라!!!" 이러는 게 참 화끈하긴 했다. =_=;; 명칭부터가 경찰이나 공안이니가(두루 살핀다, 공공의 평안을 도모함) 아니라 포도청.. 도적 잡는 관청이라는 뜻이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28 08:35 2023/02/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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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몸 풀기 개드립

  • 헬쓰카레  health care
  • 순대 / 아이스크림(sundae)
  • danger / 단거
  • Giftgas 선물까스

2. please, give

영어에는 한국어 같은 문법 차원에서의 높임법이 없는 대신..
please가 한국어의 부사 '좀' 내지 보조사 '-요' 역할을 하면서 부드러운 부탁· 간청의 뉘앙스를 전달한다.
저 동네에서는 과장 좀 보태면, 식당에서 주문을 할 때도 please를 붙이느냐 빼먹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수준이 달라질 정도라고 한다. 그 정도면 돈 안 드는 팁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please와 관련된 불멸의 영화 명대사는 터미네이터 2 초반부의 You forgot to say 'please'..;; 일 것이다.
어느 건장한 근육질 청년(T-800 ㄲㄲㄲ)이 알몸 차림으로 빠에서 어느 오토바이 폭주족 양아치한테 다짜고짜 "당신 옷이랑 신발이랑 오토바이 내놔" 이러니 양아치가 어이가 없어서 빵터지면서.. "근데 말이 좀 짧네?"와 함께 담배빵을 놓는 장면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약간 점잖게 의역하면 "줘" / " '주세요'가 아니고?" 인데,
더 많이 거칠게 의역하면 "내놔" / "근데 말이 짧다? / 좀 싸가지가 없네" 정도로 하면 될 것 같다.

이러니 한국어는 너무 복잡 미묘해서 외국인이 어설픈 기계번역 돌리는 정도로는 한국인 행세하는 게 어림도 없고 불가능하다.
같은 튜링 테스트라도 영어가 아닌 한국어라면 난이도가 넘사벽으로 급상승할 듯..
모 페친님의 말마따나 구글 할아버지 AI래도 아직 한참 더 걸리지 싶다. -_-;;

저 터미네이터 대사와 대구를 이루는 대사로 개인적으로 떠오르는 건.. 역시 비슷한 시기(1991년 ????)에 개봉한 미녀와 야수에서 벨이 아버지의 안부를 걱정하는 대사이다.
"이 거울은 당신이 보고 싶은 걸 무엇이든 바로 보여줄 거예요." (영어 대사는 기억 안 나고 검색하기 귀찮으니 패스~)
I'd like to see my father, please. ("우리 아버지를 좀 보여 주세요~ / 보고 싶어요.")
이때는 벨이.. 정중하게, 다소곳하게, 공손하게 댄디하게.. 말 끝에다 please를 붙여서 부탁을 한다. =_=;;;

다만, 영어 성경(KJV)에서는 please라는 단어가 이런 뜻으로는 전~~혀 쓰이지 않았고 오로지 '목적어 누구누구를 기쁘게 하다'라는 뜻의 타동사로만 쓰였다. 반의어 displease, 수동태 pleased 같은 파생이 있을 뿐.
부탁하는 뜻의 추임새 please는 오히려 I pray thee (바라건대/부디) 로만 쓰였다.

한국어는 '주다' give에 대해서도.. 특별히 '나한테 주다'를 나타내는 불완전동사 '달다' '다오, -도'가 있고,
그리고 특별히 강제로 빼앗는 문맥에서는 '내놔'라고 표현하는 편이다.
난 똑같은 정보를 전달한다 해도 한국어 문장을 생성하고 알아듣고 행간 파악하는 게 영어보다 인간 두뇌의 계산량과 CPU 소모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Give me the(ze) phone. 전화기 내놔~ (쿵 퓨리에서 히틀러 대사 중..).

3. great

영단어 great는 물리적인 크기가 거대한 것뿐만 아니라 ‘짱~ 좋다, 멋지다~ 훌륭하다, 위대하다’처럼.. 크기가 큼으로써 수반되는 여러 긍정적인 심상, 아니 더 나아가 인품이 존경스러운 것까지 다 포함하는 단어이다.
가령, 조선 세종이나 고구려 광개토왕을 그냥 왕이 아니라 ‘대왕’이라고 부르고 영어로도 the Great이라고 추존해 주는 건 그 사람이 덩치가 컸기 때문이 아니다.

성경의 왕하 4:8에 나오는 수넴 여인은 다름아닌 great woman이라고 묘사되어 있다. 이건 무슨 뜻일까? 집이 부자? 신분이 귀족? 성품이 대인배 혜자? 아니면 진짜 피지컬이 여자답지 않은 거구? 이거 의미가 약간 중의적이어서 성경 역본마다 워딩이 달라지는 편이다.

이렇게 물리량이 가치 판단으로 이어지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옛날옛적에는 무게의 단위가 화폐의 단위로 곧장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파운드, 탤런트 따위.
그리고 크기, 무게 다음으로 온도 버전은 cool이 있다. 이것도 감탄사로도 쓰일 정도로 정말 좋은 뜻이다.

4. present

명사 present는 현재라는 뜻도 있고 선물이라는 뜻도 있는 동음이의어이다.
그래서 "과거는 이미 history이고 미래는 mystery일 뿐이다(운율..!). 하지만 지금 현재는 우리에게 주어진 gift이기 때문에 present라고 불린다" 라고.. 굉장히 재치 있는 격언이 만들어져서 쿵푸 팬더 만화영화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인생은 Birth와 Death 사이의 Choice이다" 처럼 말이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에서는 상우가 선물 투자를 잘못해서 쫄딱 망했다고 나오는데 이 선물은 경제· 금융 용어이다. 기훈은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얘 여친이라도 생겼나? 무슨 비싼 선물을 사 줬길래 저 지경이 됐나??" 이런 식으로 오해하는데..
정작 이 선물(先物)은 영어로 futures이다. 그래서 이 대사가 영어로 번역될 때는 미래 인생이 저당 잡혔냐는 쪽으로 오해하는 걸로 의역됐다.
한국어와 영어의 동음이의어 덕분에 선물이 현재와 미래를 왔다갔다 하는 게 흥미롭다.

5. 큰 바위 얼굴

소설 <큰 바위 얼굴>에서 ‘큰’은 원어가 겨우 big이나 large 따위가 아니라 great일 거라고 합리적인 추측이 가능할 것이다. 물리적으로 거대한 것과 사람 인품이 대인배로 성숙한 것을 절묘하게 조화시켰으니까..!! 실제로 그렇더라.
단, 바위는 의외로 rock이나 그에 준하는 단어가 아니라 그냥 stone이더라. 큰 철판 얼굴이나 큰 포커페이스가 아니라 큰 바위 얼굴인 것이 인상적이다.

좀 뜬금없는 얘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본문 중에 정력-_-이라는 단어가 있어서 중학교 시절부터 저 소설을 꽤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정력이 넘쳐흐르고…”

영어 원문을 보니 스태미나 같은 단어 따윈 없다. 그냥 full of energy를 피 천득 선생이 저렇게 번역한 것이더라. 피와 천둥의 군인이 원기왕성하고 성경의 신 34:7 “늙어서도 타고난 힘이 줄지 아니하였더라 nor his natural force abated”이랬다는 것을 저 어휘로 표현했을 뿐이다.
단지, 후대에 와서야 정력이 거의 성력에 가까운 뜻으로 와전되고 있고 말이다.

외래어에서는 사람들이 ㅈ으로 대표되는 구개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알고리듬(-thm)을 알고리즘으로, 베이식(basic)을 자꾸 베이직으로.. 트리 대신 츄리..;;
이게 한국인만 그러는 게 아니어서 일본어는 더 심하고.. 쿵 퓨리에서는 히틀러가 the(더)를 ‘저/자’로.. 발음한다. 그럼 정력은 성력의 구개음화 버전으로 봐야 할지 이런 엉뚱한 생각도 든다. ㅡ,.ㅡ;;

6. energy

아 그리고.. 수 년 전엔 유튜버 ‘올리버쌤’이 궁예의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 씬을 영작 더빙한 적이 있었는데..
“저 자의 머릿속에는 마구니가 가득하다”를 that man is full of NEGATIVE energy라고 번역했었다. -_-
그냥 에너지가 충만한 것과, 부정적인 에너지가 충만한 것의 차이가 저렇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되겠다. ㄲㄲㄲㄲ.

7.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가리키는 용어

다음 물건들은 20세기 초에 발명되고 용어가 정립됐는데.. 의미가 확장된 과정이 굉장히 뜬금없어서 유의어인지 동음이의어인지 논하기가 난감할 정도인 것 같다.

  • 탱크: 원래 물탱크 같은 저장고라는 뜻이다가 전차라는 의미까지 추가됐다. 단순 장갑차가 아니라 '무장'이 추가된 장갑차..
  • 타이어: "땅바닥을 하염없이 굴러다니면 쟤도 피곤하겠다"..;; 라는 어린아이의 발상을 거쳐서 고무 테가 둘러진 바퀴라는 뜻이 추가됐다. "귀가 불 붙으면?" 만큼이나 뜬금없다.ㅠㅠㅠㅠ
  • 배터리: 전기 셀이 군대 제식 하듯이 일렬로 쭉 늘어서 있는 모양에서 유래되었다. =_= 그래서 이 단어는 전지라는 뜻뿐만 아니라 포병 부대, 더 나아가 폭행, 구타라는 법적 의미까지 갖게 됐다. 쉽게 말해 빠따 bat와 battery는 어원상 서로 관련이 있다!

8. 비속어

(1) scram
"(썩) 꺼져~!!!"라는 뜻이다. 영화 정무문에서 이 소룡이 "난 니들하고는 싸우고 싶지 않으니 너흰 어서 비켜 / 짜졋 / 꺼졋!!" 이렇게 소리를 지를 때 영어 자막이 저렇게 나갔다.

(2) screwed
스크루라는 물건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생각해 보자. 우리말에도 "인생 꼬였다, 군생활 꼬였다" 같은 말이 있는데 이와 딱 정확히 대응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달고나 게임 편을 보면, 주인공 성 기훈이 우산 모양을 고르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그 복잡한 윤곽대로 달고나를 뜯어내야 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자 "X됐다!!"라고 개그대사를 날리는데, 그게 영어 자막으로는 I'm screwed 라고 나갔다. =_=;;

영어 쪼랩의 입장에서는 F-word 위주로만(~ off, ~ up -_-;;) 표현이 떠오를 것 같다만.. 이 상황에서 의외로 scr-로 시작하는 대체제가 존재한다.

(3) bastard
점잖게 사생아· 서자라는 뜻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말 구어의 '짜식, 새X'에 거의 정확하게 대응하는 비속어의 뜻도 있다고 한다. 하긴, 둘 다 원래 뜻에 무슨 자식, 후세라는 뜻이 있기도 하다. ㄲㄲㄲㄲ

(4) bullshit
문자적인 뜻은 소똥인데.. 우리말로 치면 '개뿔 쥐뿔' 같은 뉘앙스가 담겨 있다.. '헛소리, 허튼소리'.. 더 나아가 '개소리'라는 뜻이며, 'X랄', '염병하네~' 같은 감탄사의 용도로 쓰인다. 개소리를 들어서 어이없음을 표현하는 감탄사 말이다.

B로 시작하는 위의 두 단어는 영화 킬 빌에서 제일 먼저 봤다.
그렇잖아도 킬 빌이 '빌'에 '베아트릭스 키도' 이러면서 B를 갖고 어쩌구 하는 것 같던데 말이다.

그 밖에 crap도 bullshit과 비슷한 뜻이 있는 것 같고..
asshole은 "쟤 완전 밥맛이다, 재수없다" 같은 용도로 정말 많이 쓰이는 뒷담화 용어이다..
scumbag은 그냥 새끼가 아니라 '*** 새끼' 정도로 사람을 모독하는 욕설이다. 얘는 풀 메탈 자켓 영화를 통해 알게 됐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01/06 08:36 2023/01/0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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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어휘 메모

1. 곁의 두 숫자를 한데 싸잡아 지칭하기

예전에 몇 번 언급했던 바와 같이, 한국어는 영어 대비 참 기괴한 면모가 많은 언어이다.

  • 청자를 포함하지 않으면서 화자를 낮추는 1인칭 복수 대명사 ‘저희’
  • 청자를 의식하지 않는 독백투 “어 그게 뭐더라?” 따위
  • 부정 의미의 한 단어 타동사 “모르다”.. 내가 아는 외국어 중엔 이게 존재하는 언어는 없다. 전~부 “do not know”.. ‘알다’에다가 not 연산자를 씌울 뿐이지. 한국어에서 “싸다 / 비싸다”와 비슷하게 말이다.

그리고 한두, 두셋, 서너, 너댓, 대여섯, 예닐곱처럼 주변의 숫자 둘 정도를 싸잡아서 일컫는 므흣한 단어가 존재하는 것도 독특하다.
영어에서 아주 적절한 사례를 개인적으로 꼽자면.. 디즈니 포카혼타스에서 초반부 뮤지컬 ‘Virginia Company’ 노래의 reprise 부분에 나오는 요 대사가 아닐까 한다.

We'll kill ourselves an Injun--or maybe two or three
우린 인뎐도 해치울 거야~ 하나? 아니면 두세 놈 정도?


이건 “신대륙을 개척하다가 미개한 야만인과 맞닥뜨리면? 야만인쯤이야 걍 없애 버리면 그만이지~ 숫자가 많지도 않을 거야” 정도의 뉘앙스이다.
자막이나 더빙은 저런 뉘앙스를 짧은 음표와 화면에 도저히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아주 아주 뭉뚱그려진 의역만 나갔다.

  • 저 영어 문장은 kill Indians라고만 하지 않고 간접목적어 ourselves를 집어넣은 4형식 문장이다. God will provide himself a lamb처럼..;; (저 성경 구절은 뭐 5형식 중의적 해석까지 가능..)
  • Indian을 Injun이라고 줄여 놓은 걸 보면.. 구개음화는 꼭 한국어에만 존재하는 음운 변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하긴, don’t you / could you 따위의 발음이 ‘츄 / 쥬’로 바뀌는 것도 같은 예이다.
  • 뒷부분에 mine, mine, mine 노래에서는 제임스 폐하를 Jimmy라고 가리키는 것도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아시다시피 애칭이라는 개념이 없는 문화권이다. (Bill이랑 William이 어떻게 같은 이름인가!) ‘지미’가 아니라 ‘젬쑤 왕’ 정도로 줄이는 게 더 직관적일 것 같다.

2. 동물 관련 순우리말

(1) 흘레
동물의 교미(mating)를 나타내는 명사이며 '흘레하다'라는 형태로 동사도 될 수 있다.
이 단어는 국어사전에도 엄연히 올라 있긴 하지만.. 현실의 인지도는 가히 듣보잡 사어 수준이다. 텔레비전 순우리말 퀴즈 같은 데서나 나올 것 같다. 저 말소리가 어딜 봐서 그런 동작을 연상시킬 수 있을까..??

매기: 수퇘지와 암소가 흘레하여 낳는다는 짐승. (표준 국어 대사전)


그래서 '짝짓기'라는 말이 대신 쓰이게 됐는데.. 이걸 처음으로 퍼뜨린 곳은 다름아닌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 TV 프로였다고 한다.

(2) 무녀리
한자어 무녀(巫女/舞女) 따위와는 전혀 관계 없고, 그냥 '문열이'를 대충 풀어서 적은 것이다. 한 배에서 태어난 여러 포유류 새끼들 중에서 엄마 태라는 문을 제일 먼저 열고 나온 놈을 '무녀리'라고 한댄다.
그런데 이런 무녀리는 확률적으로 다른 새끼들에 비해 덩치 작고 약하고 젖 쟁탈 경쟁에서도 밀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얘는 사람으로 치면 열 달을 덜 채우고 좀 모자란 채 태어난 '팔불출'과 비슷한 뉘앙스의 단어가 됐다.

이 단어를 '문열이'라고 형태를 밝혀 표기하지 않는 이유는.. '문닫이'라는 단어가 있는 게 아니니 생산성이 없고, 의미도 gate/door opener라는 원래 뜻과는 상관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지키미'를 '지킴이'로 적는 것보다도 명분이 더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열쭝이'라는 말도 있다.
이 역시 "1.겨우 날기 시작한 새 새끼 2.겁이 많고 나약한 사람"이라는 뜻.

3. 돼지에게서 유래된 한자어

돼지를 가리키는 가장 일반적인 한자어는 돈(豚)이긴 한데.. 다른 한자도 있다. 마치 개를 가리키는 견(犬)과 구(狗)의 관계와 비슷해 보인다.

  • 저돌적: 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돌진하는. '저'가 저팔계, 제육 할 때의 猪(돼지 저)이다. 멧돼지가 원래 저렇게 저돌적으로 돌진을 잘 하나 보다. '전투적으로, 의욕적으로' 대신 '저돌적'을 즐겨 사용해야겠다. ^^;;
  • 해안면: 강원도 양구에 원래 뱀이 그렇게 많이 들끓었나 보다. 그런데 돼지를 잔뜩 데려와서 키우니 돼지가 뱀들을 내쫓거나 잡아먹어서 없애 줬다고 한다. 그래서 지명의 '해'가 亥(돼지 해)이다.

4. 도전

현재까지는 '도전'이라는 말이 챌린지의 뜻으로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지만, 앞으로 미래엔 전기 절도(盜電)라는 쓰임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도청, 도촬처럼 말이다. 챌린지와 어감상 구분하기 위해서 '도'는 좀 장음이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이 앞으로 2, 30년 안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주류에서 퇴출시키려 하고 있다. 그 자리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고 충전 시설이 곳곳에 들어설 것이다.
충전 시설을 이용하려는 운전자 사이에 자잘한 마찰이나 분쟁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꼭 자동차가 아니라 폰 충전기를 공공장소 콘센트에다 몰래 쓰윽 꽂는 것도 지금보다 더 강하고 적극적으로 금지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리라 여겨진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가 이런 것에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자리값에 이미 그런 가격이 포함돼 있는 카페 같은 곳이 아닌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콘센트를 사용하는 것도 반드시 꼬박꼬박 돈을 내야 한다.
이런 시국이 예상되는데 앞으로 즐겨 쓰이게 될 단어는 아무래도 '도전'의 새로운 동음이의어 한자어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사전에 올라 있기는 하지만 잘 쓰이지 않을 뿐.. 하지만 언론에서 매번 번거롭게 '전기 절도'라고 풀어서 쓰지 않는 한, '도전'의 쓰임이 재조명을 받게 될 것이다.

5. 군대, 경찰, 소방..??

공무원 중에서 사회의 치안과 안녕을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직업, 대놓고 순직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 오늘날까지도 계급장 달린 제복이 남아 있는 직업을 꼽자면 군인, 경찰, 소방관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각각 외적과 싸우고 자국 범죄자와 싸우고, 화마와 싸운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 거기에다 자연재해나 유해조수와 싸우는 건 일단 소방관에서 시작하는데, 감당이 안 되면 경찰, 군인의 순으로 공조도 하게 된다.

군인, 경찰관, 소방관이 들어가 있는 조직을 건물 관점에서 가리키는 명칭은 각각 군부대, 경찰서, 소방서 정도에 대응한다.
그런데 집단 전체의 총체적인 명칭은 무엇일까? 군인이 있는 곳이야 군대 내지 그냥 군이라고 간단하게 부를 수 있을 것이고, 경찰도 단독으로 직업이나 집단, 심지어 사람까지도 두루 간편하게 가리킬 수 있다. 꼭 경찰'관'이나 순경이라고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소방'은 그렇지 않다! 이 단어는 그냥 '화재를 진압하거나 예방함', firefighting이라는 동작만 나타낼 뿐, 그 일을 수행하는 관청 조직이라는 뜻이 없다. 그래서 신문 기사를 쓸 때 난감하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에서는 멧돼지의 포획에 나섰다" 이런 식으로 간편하게 워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소방 당국' 정도는 돼야 관청 조직이라는 뜻이 들어가니 번거롭다.

"경찰을 부르겠다!", "경찰에 신고하겠다", "군대를 동원해서 진압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군대 대신에 소방 당국을 집어넣으려면 어떡해야 할까?
그러니 신고 전화번호인 119 '일일구'가 소방 당국을 가리키는 편의상의 총칭으로 통용되고 있는 거다. 신기하지 않은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할 때 "112 불러라, 112에 신고해라" 이렇게는 잘 말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 보자~!

게다가 119는 화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의료 응급 상황까지 다 처리하지 않는가? 애초에 '소방'이라는 말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수백 년 뒤, 먼 미래에 우리의 후손은 필요에 따라서 '이릴구' 이런 말을 표준어로 받아들여서 "화재와 응급 환자,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정부 조직"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 언론에서 "경찰과 이릴구가 출동.." 운운하면서 말이다. 그건 중립적인 2인칭 대명사 '너님/유님'만큼이나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6. 방송

라디오나 텔레비전 따위가 없던 시절, 우리말에서 '방송'이라는 단어는 원래 '내놓아 보냄', 석방과 거의 같은 뜻이었다고 한다.
영어로 치면 release와 비슷한데.. 영어에서는 죄수만 release하는 게 아니라,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release라고 한다. 한국어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의미 확장이다.

한편으로 현재 영어에서 방송을 뜻하는 broadcast는 원래 씨앗을 널리 흩뿌린다는 뜻인 농사 용어였다.;;
이런 걸 생각하면 언어의 의미 변화라는 게 참 신통방통하게 느껴진다. 우리말에서 '생도'도 꼭 사관학교 재학생에 국한되지 않은 제자, 학생이라는 더 넓은 뜻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7. 나머지

(1) '백엽상'은 백이 white 白이 아니었구나..!! 충격이다. =_=;; 당연히 화이트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다른 어원에서 유래됐기 때문에 100 百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학교마다 운동장 한켠에 있었던 물건이지만 요즘은 거의 찾을 수 없어지고 있다..

(2) 우리말에 "if and only if"(역도 성립하는 필요충분조건)라든가 "and/or"(둘 다인지 하나만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분명히 나타내는 조사, 부사, 어미 따위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3) '괴멸/궤멸'은 분간이 거의 안 되는 발음에 뜻은 거의 같은 단어쌍인 것 같다. '저지/제지', '환난/환란'처럼 말이다.
우리말에 이런 예가 더 있지 싶은데 당장은 기억이 안 난다.

(4) 우리말은 '낳다'와 그 반의어 '태어나다'가 모두 능동인 반면, 영어는 be born이 수동 형태이다. '출산되었다/출산 당했다' 이렇게 워딩을 하지 않는다는 게 인상적이다.
영어는 '결혼하고 결혼 당하다'(marry and be married to)라고 말하지만, 한국어는 이 역시 '장가 가다, 시집 가다'라고 모두 능동이라는 차이가 있다.

(5) 금융과 관련된 '외상, 어음'이 한자어가 전혀 아니고 순우리말이라니 굉장히 의외이다.
기왕이면 더치페이, 1/n을 뜻하는 '각추렴'도 대중적으로 더 널리 쓰였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02 08:35 2022/07/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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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생어와 합성어

파생어와 합성어: 단독으로 쓰이지는 않는 접사(접두/접미)가 붙어서 새로 만들어진 단어는 파생어라고 하고, 단독으로 쓰일 수 있는 독립된 단어가 결합해서 새로운 단어가 되면 합성어라고 한다.

재료공학에다가도 비슷한 원리를 적용하면.. 구리+주석(청동)처럼 대등한 금속끼리의 합금은 합성어 같고, 철+탄소(강철)처럼 비금속과의 합금은 파생어 같은 느낌이 든다.
하긴, 의류에 봉제선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기계류에는 금속 가공을 어찌 했느냐에 따라 리벳 이음매나 나사 자국 같은 게 있겠다.

2. ㅐ와 ㅔ 구분

  • 헤치다 해치다: 뭐 이 정도면 쓰임이 서로 많이 다른 단어이기 때문에 크게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암살범이 군중을 헤치고 들어가서 타겟을 흉기로 해치는 데 성공했다.
  • 메다 매다: 짊어지는 게 '메다'이고, 묶는 건 '매다'이다. '메다'가 원래는 '막히다'라는 뜻인데.. 목을 매다는 게 목의 숨구멍을 메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좀 헷갈리기 쉽다.
  • 헤어지다 해어지다: 그래서 찬송가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이것도 많이들 틀린다. 책이 오래되어 낡고 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에 '해어졌으나'라고 써야 한다.
  • 결제 결재: 상관으로부터 확인 받는 건 '재'이고, 돈을 지불하는 건 '제'이다. ㄲㄲ
  • 베다 배다: '베개' 스펠링은 은근히 틀리기 쉽다. 자르는 것 말고 머리를 괴는 것도 '베다'라고 한다.;;

3. 거북과 달팽이

옛날에 피자를 좋아하고 멸치를 싫어하는 '닌자 거북이'라는 만화 캐릭터가 있었고, Come on, 비행기 같은 히트곡을 불렀던 '거북이'라는 댄스 그룹도 있었다.
하지만 등껍질이 달린 파충류 이름은 원래 '-이'를 뺀 '거북'만으로 충분하다. '거북이'는 '거북'이라는 동물 종보다는 특정 거북 개체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든다.

그 반면, 달팽이는 '-이'도 명백하게 단어의 일부이다. '달팽'은 틀린 말이라는 점에서 '거북'하고는 상황이 다르다. 등에 집 같은 걸 지고 다닌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뭐..;; 달팽이는 곤충이 아닌 다른 그 무언가인 듯하다.
거북은 고래와 마찬가지로 폐호흡을 하지만 물 속에서 수 시간 단위로 숨을 참을 수 있다고 한다.;; 어차피 호흡은 공기 중에서만 가능하다면 얘들은 민물에 있으나 바닷물에 있으나 성분 차이는 별로 개의치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렇듯, 한국어에는 영어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이런 아리까리한 형태소가 좀 있다. '돌이', '순이' 같은 이름도 '-이'는 이름에 정식으로 포함된 건지 아닌지가 헷갈리지 않는가?
호격조사인 '-아', '-야'도 영어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이걸로도 모자라서 격식 문어체에서는 '-여'도 쓰인다! (하늘이여 땅이여, 신이시여~)

다음으로.. '-이' 말고 '-님'도 말이다.
예수님은 원래 이름이 '예수'이고 '님'은 그냥 존칭 접사이다. 그런데 이게 또 '용묵 님, 영수 님' 같은 일상적인 의존명사 '님'하고도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띄어쓰기 여부가 달라진다. '김 씨'(김씨 성을 가진 어떤 사람)와 '김씨'(말 그대로 특정 성씨)의 차이처럼 말이다.
'예수님'의 '님'은 '누님, 형님' 할 때의 '님'과 같은 부류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 스님, 손님 할 때의 '님'은 접사보다도 단어에 더 굳게 융합된 단어 그 자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대상을 높여 주기 싫다고 해서 '님'을 떼어낼 수 없다. 떼어 버리면 말이 되지 않는다.
하나님이야 말할 것도 없고, '스'는 '승'(僧)이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정말 단독 자립 능력이 없으니 말이다. '손'도 '길손' 이런 데서나 마이너하게 쓰이지 현대에서는 자립 능력 상실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어는 영어보다 문법 계층이랄까 체계가 더 복잡하며, 원활한 처리를 위해서 더 많은 두뇌 능력을 요구하는 것 같다.

4. 영어의 다의어, 한국어의 동음이의어

영어는 동물 이름에서 시작했다가 비슷하게 생긴 무생물 도구로 의미가 '확장'된 경우가 좀 있다.

  • kite: 솔개 / 연
  • crane: 학· 두루미 / 기중기
  • mouse: 생쥐 / 컴퓨터 입력장치

그 반면, 한국어는 무생물을 생물에다가 저렇게 빙의시키는 것에는 인색한 편이고.. 그 대신 동물과 생판 무관한 '동음이의어'가 좀 있다. 그것도 다들 징그러운 것들로..;

  • 사마귀: 피부병
  • 바퀴: wheel(육상 교통수단), round/revolution(도는 단위 의존명사)
  • : 근육 경련
  • : 치아/이빨...;;

참고로.. 컴퓨터 마우스의 복수형도 생쥐와 동일하게 mice로 할 것인가 그냥 mouses로 할 것인가 하는 건.. 영미권에서도 논란거리라고 한다. 책에서는 그냥 mouse devices라고 풀어서 쓴 경우도 있음.

5. 한자어

소설 소포: '소'가 小이지만, '작다'라는 뜻이 그다지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 단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의어인 대설(문학 작품??), 대포(물류??) 같은 말은 없다. 반대로 무기로서 대포도 반의어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구제 구축: '구'가 驅(몰아낼 구)일 때의 뜻과(해충 구제, 해군 구축함), 그렇지 않을 때의 뜻이 굉장히 차이가 난다는 공통점이 있다(빈민 구제, 진지 구축).

건조: 선박은 물에서 꺼내서 말릴 필요가 없는 물건이니, 동음이의어와 헷갈릴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ㄲㄲㄲ

주문: 한국어에서는 "음식 주문하시겠습니까?" / "주문을 외워라"가.. 한자는 다르지만 일단 한글 표기가 동일하다. 거기에다 판결문에서도 "주문: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도 있다.
한자는 각각 注文(order), 呪文(spell, magic word)으로 다르고 판결문의 주문은 主文으로 사실상 본론, 요지, 본문에 가까운 뜻이다. 그런데 세 동음이의어가 다.. 뭔가 말하는 사람의 요청대로 뭔가가 이뤄지게 한다는 정말 미묘한 공통분모가 있어서 동질감이 느껴진다!.

6. 희떱다

북괴는 예나 지금이나 대외적으로 입이 거칠고 막돼먹은 걸로 악명 높다. 모 미국 대통령에게는 동물원 원숭이라고 부르고, 우리나라 전· 현직 대통령한테는 늙다리 생쥐새끼, 삶은 소대가리 등 온갖 비속어를 퍼부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저런 것들은 다~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게 아니다. 내부에서 선전 문구를 담당하는 먹물 문돌이들이 아주 심사숙고해서 말을 만들며, 그게 당의 심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매스컴을 타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명밝근혜 시절도 아니고 굉장한 친종북 성향의 정권인데도 북괴는 남한을 더 길들여서 영원한 바보 멍청이 호구로 만들려는가 보다. "우리가 무슨 거지 동냥하는 것도 아니고.. 니들의 대북 지원 따위 필요 없다" 이러면서 남북 교류를 끊고 작년엔 남북 공동 연락 사무소를 폭파하기까지 했다.

뭐 이 글에서 북한이나 정치 얘기를 더 늘어놓으려는 건 아니다만..
걔네들은 2016년에 인천 상륙 작전 영화가 개봉했을 때를 포함해, 그 뒤에도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을 때마다 줄곧 '희떱다, 희떠운'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해 온 게 인상적이다.

중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채 만식의 우화 소설 "왕치와 소새와 개미와" 중의 "희떱고 비위가 좋았다" 말고는 도통 쓰거나 들을 일이 없는 단어였는데 말이다.
저건 주변에 민폐 다 끼치면서 안면만 철판이어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치가 좋다는 뜻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접했던 소설 중에서 더위를 제일 많이 탔던 캐릭터도 저 왕치였던 것 같다.
잉어한테 잡아먹힌 걸 동료들이 구해 줬더니만 기껏 한다는 말이 "아이고 덥다 더워라~! 내가 이놈의 잉어 잡느라 얼마나 진땀 빼고 있었는데 마침 잘 나타나 줬네? 자 이제 맛있게 드셔~!" 이러니.. ㅋㅋㅋㅋㅋ 오늘날까지 통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상찌질 정신승리 허세를 잘 묘사한 명작 우화가 아닐 수 없다.

중1 때는 소나기, 왕치와 소새와 개미와, 그리고 희곡 원술랑이 기억에 남아 있다. 문학이 아닌 어학 쪽으로는 자음동화· 구개음화 같은 각종 음운 변화를 이때 배웠다.
중2 때는 노 명완의 SQ3R 독서법과 용언의 불규칙 활용을 배웠던 게 기억에 남아 있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는 중학교 때 배운 것 같긴 한데 정확하게 몇 학년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라떼는 말이야, 중등에 영어· 수학· 과학 같은 교과서는 지학사, 금성 등 싸제 교과서들로 5종이니 8종이니 하며 파편화가 됐지만, 국어· 국사· 윤리는 나름 민족 정체성과 관련이 있는 과목이어서 그런지 문교부니 교육부니, 한국 교육 개발원이니 하면서 국정으로 여전히 단일화 상태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 교과서들도 다 시장 경제의 영역으로 넘어갔나 보다.

7. 나머지

부엉이 올빼미 / 늑대 이리: 서로 미묘하게 비슷한 동물인 것 같은데 구체적인 차이는 잘 모르겠다.

바늘과 handle: 우리말에서는 자동차 핸들이 조향 운전대이지만, 영어에서 자동차 handle은 그냥 문 손잡이를 가리킨다. 운전대는 본토에서 steering wheel이라고 한다는 건 이제 많이 알려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날로그 시계에서 시분초를 가리키는 작대기를 우리말로는 시침· 분침 또는 바늘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그걸 handle이라고 한다. 그리고 저울의 눈금을 가리키는 바늘은 pointer라고 한다. 어떤 경우든 needle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lifeboat: 인명을 구하기 위해 운용되는 구조선이라는 뜻도 있고, 대형 선박이 자체적으로 내장하고 있는 비상 탈출용 구명정이라는 뜻도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또한 해적의 침입에 대비해서 비상 탈출은 하지만 배를 버리지는 않고 안에서 짱박히는 '패닉 룸'이라는 것도 있다.

Pilate: 고유명사로는 성경에 나오는 로마 총독의 이름 빌라도.. 예수님을 대면했던 그 유명한 사람의 이름이다. 그런데 이 단어의 영어 발음은 조종사 파일럿(pilot)과 동일하다..;;
그리고 뒤에 s만 붙여서 독일식으로 읽으면 얘는 운동 이름인 '필라테스'가 된다. 매우 흥미로운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전갈 사자 사신: 통신· 연락과 관계가 있는 보통명사이면서 한편으로 사람을 해칠 수 있는 존재와 미묘하게 동음이의어인 한자어이다.
표창도.. 상 받는 줄 알았다가 칼빵 맞을 수 있겠다.;;

내가 영어 성경에서 본 단어들 중에 한국어와 형태가 가장 비슷한 단어는 abba(말 그대로 아빠), dung(똥..)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1/03 08:35 2022/01/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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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언어 유희

1.
일본식 소주인지 청주인지.. 그런 술을 일본어로 '사케'라고 부른다. 그런데 술안주 중의 하나인 연어도 외래어 음차인 '사먼'뿐만 아니라 '사케'라고 한댄다. (단, 억양의 차이는 있음)
우리말에서 고장(region / out-of-order)이나 거리(distance / street)처럼 일본어에도 이런 유형의 동음이의어가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저 섬나라 사람들도 술을 무척 좋아하는지.. 자국에서 개발한 공개 키 암호화 알고리즘의 이름도 SAKKE라고 붙였다. 고안자의 이름 같은 여러 단어들의 이니셜이긴 한데, 이어서 발음하면 저렇다.;;
하긴, 옛날에 일본 SEGA에서 개발된 황금도끼 게임도 몹들의 이름이 다들 술 이름이긴 했다.

2.
우리나라엔 '대성 나찌 유압 공업'이라고.. 대성 그룹의 계열사이면서 일본에 있는 '나찌-후지코시'라는 이름의 기업과 제휴해서 설립된 기업이 있다. (☞ 홈페이지)
독일 나치 NAZI도 아니고 일본 나치 NACHI라니..!! 대박이다.

하긴, 그 시절에 일본군보다야 독일군이 '때깔'이 더 멋있긴 했다.
검은 군복은 과거에 우리나라 박통의 참모이던 차 지철조차 흉내 냈을 정도이고, 로마 제국 스타일을 흉내 낸 팔 뻗는 경례도 그 자체는 간지 나잖아..

독일은 유보트, V1, V2, 티거 전차 같은 무기도 그렇고, 베를린 올림픽 때 이미 텔레비전 생중계까지.. 과학 기술도 세계 최강이었다.
열등한 인종 민족을 모조리 죽여버려야 한다고 선 넘는 악행만 안 벌였으면 1차 대전 때처럼 그냥 평범한 패전국으로만 남았을 텐데.. 그건 교만으로 인한 패망이고 걔네들의 자업자득이 됐다.

3.
우리나라 현대로템은 '한국 철도 차량'이라고 처음에 상호를 정했는데.. 이게 영어 이니셜이 "KOROS 고로스"(일본어로 殺 죽인다)라고 읽히고 일본 거래처에서 기겁을 하는 바람에 다른 단어를 갖다붙여서 뭔가 스덕스러운 '로템'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난 일본어를 모르지만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서유기 편에서 "1등 하는 놈을 증오로 죽인다~!"라는 삼장법사의 저주 대사를 통해서 '이치 ... 고로스'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일본은 같은 추축국 전범국이어서 그런지, '고로스'에는 민감하면서 어째 나찌라는 상호는 멀쩡히 남아 있나 보다.

4.
일본어 언어유희라는 분야의 끝판왕은 일본의 20세기 격변기를 풍미했던 히로히토 천황의 궁호(미야고)이지 싶다. 한자로는 迪宮인데, 일본어로 읽으면 '미치노미야'...=_=;; 였다.
이건 일제 시대 때 조선인들로부터 당연히 0순위로 '미친놈이야 히로히토'라는 언어유희와 놀림의 대상이 됐다. 순사 짭새들에 대한 멸칭인 '개/나리'만 있던 게 아니었다.

창씨개명이 행해졌을 때도 이 이름을 응용한 창작물이 많이 시도됐다. 그건 좋게 끝나면 등록이 거부되고 퇴짜 맞았으며, 나쁘게 끝나면 당사자가 경찰서로 끌려가서 코렁탕을 먹었다.
일본에서도 식민지 언어인 조선어에 대해 연구를 안 한 게 아니고 한때는 한글/조선어 독본까지 만들었을 정도인데.. 이런 언어유희를 모를 리 없었다.

요즘은 반일 감정에 편승해서 국내 언론에서 어지간해서는 그냥 일왕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하지만 1990년대 말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래로 우리나라가 외교 때 정식으로 사용하는 칭호는 여전히 원형 그대로 '천황'이다. 북괴의 수장도 꼬박꼬박 위원장이라고 불러 준다면 굳이 천황만 꺼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5.
옛날에 홍 사익이라고.. 조선 황실 출신이 아닌 평민으로서 일본 육사와 육대를 졸업하고, 일본군 육군 중장(한국군으로 치면 투스타 소장에 대응) 계급에까지 오른 유일한 개룡남 조선인이 있었다. 1889년 3월생으로 히틀러나 찰리 채플린과 거의 동갑내기이다.

하지만 그는 일본의 패전 이후에 전범 재판에 회부되어서 사형을 당했다. 이 사람이 직접 전쟁을 벌이고 나쁜짓을 하지는 않았지만.. 필리핀에서 저질러진 대규모 연합군 포로 학대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군인 예우도 못 받았는지 총살이 아닌 교수형이 선고되었다.

그는 사형 판결을 받고 돌아와서는 지인들에게 "나 갑종 합격이야~!"라고.. 무슨 징병 신체검사 1급을 받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얘기해서 주변을 놀라게 했다.
"뭐 갑종...?? 아.. 교수라고..? 교수형??!!!" 일본어는 甲種과 絞首가 발음이 こうしゅ(코우슈)로 같아서 나름 개드립을 친 것이었다.

우리 한국어로 치면 "내 동생이 방금 대학 교수 임용에 합격해서 난 이제 교수형이지롱~" 이런 드립을 친 것과 정확하게 같았다.

진짜 악질 전범이었던 도조 히데키는 옥중에서 불교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욕망의 이승을 오늘 하직하고 미타(부처님.. 나무아 '미타' 불...)에게 가는 기쁨이여~~" 이런 유언을 남긴 뒤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 반면, 홍 사익은 옥중에서 기독교에 귀의했다. 참회와 회개의 고백인 시편 51편을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해서 되뇌이고 들으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고 한다.

이 사람은 뭐 독립운동 유공자로 예우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친일 반민족행위자라고 낙인 찍고 지탄할 대상도 아니었다. 동족에게 막 적극적이고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저지르지는 않았으며, 창씨개명도 안 하고 늘 자신이 조선인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일본군 내에서 인정받고 저 정도로 출세한 건 오히려 대단한 일이다.
그랬는데 결국 일본은 패망했고 일본인도 아닌 조선인이 전범이 되어 처벌 받았다니 저 사람 개인으로서는 무척 불운한 경우였다고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1/10/23 19:35 2021/10/2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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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어휘 관련 이야기들

1. 접두사

한국어에서 '반'이라는 접두사는 반대· anti라는 뜻이 있고(반작용, 반중력, 반물질, 반동..), half라 하더라도 반자동, 반원, 반계탕(...)처럼 뭔가 온전· 완전하지 않은 반쪽짜리라는 뜻을 지닌다.

하지만 '반영구'는 어떨까? 이건 의외로 100점의 반대편인 0점이나 절반인 50점을 뜻하는 게 아니다.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미래에 일어날 일을 단정적으로 예측할 수 없고 무조건 100%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으니까 90, 99 내지 99.9%라는 뉘앙스를 담아서.. 저건 '거의 사실상 영구적인'이라는 뜻이다. "이 기계는 정비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합니다"처럼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구, 영원'이라는 건 수학적으로 봤을 때 무한을 나타낸다. 그런데 무한대는 반으로 나눠 봤자 여전히 무한대일 테니, '반영구'도 뜻이 저렇게 될 수밖에 없겠다.
'반영구'와 비슷한 방식으로 개인적으로 의아함을 느꼈던 단어가 영어에도 있는데.. 바로 depress이다.
de-에는 잘 알다시피 반대 역행(decode), 제거(defrag, deice..), 감소(decrease) 등의 뜻이 있다.

그러니 depress가 의기소침, 우울, 불경기, 불황 등의 뜻이 담긴 동사인 것은 이해가 되지만.. 이것 자체에도 press와 별 차이 없는 "버튼, 페달 따위를 누르다"라는 중립· 물리적인 뜻도 있는 것은 의외인 것 같다. 마치 반영구와 영구가 뜻이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자동차 운전석에서 특정 페달을 밟는 동작도 depress로 표현 가능하다.

re-가 붙어서 원래 단어와 별 차이 없거나 강조 뉘앙스가 담긴 다른 뜻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예: avenge-revenge, award-reward, plenish-replenish)
de-도 비슷한 작용을 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liberate - deliberate, light - delight도 둘이 서로 반의어 관계는 아니니 말이다.

2. 크다/작다, 많다/적다

'크다/작다'(대소)와 '많다/적다'(다소)는 직관적인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언어 차원에서 엄밀한 구분이 쉽지 않은 개념이다.

(1) 먼저, 이산적이고 양자화되어 수효를 셀 수 있는 디지털 개체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많다/적다 many/few’가 쓰인다. 사람이라든가 자동차 등.. 영어라면 이런 개체가 하나만 존재할 때는 부정관사 a가 붙을 수 있다.

(2) 이와 달리, 단일 개체에 대해서 시각적인 size를 논할 때는 ‘크다/작다’가 쓰인다. 영어로는 large/small, big/little 같은 단어 쌍이 있으며, 이 외에도 great, huge, tiny 같은 단어도 있어서 표현이 다양하다. 사람의 키, 건물의 높이에 대해서는 tall도 쓰인다.

(3) 각각의 개수를 셀 수 없는 아날로그스러운 물질.. 가령 액체 기체 같은 유체에 대해서는 수가 아니라 양(부피)이 많거나 적다고 말한다. 한국어로는 표현이 동일하지만 영어는 잘 알다시피 much/little을 사용한다.
이거 경계가 좀 모호한 편이다. 고체의 경우,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쌀알, 콩알은 1자리 단위의 개수를 세는 게 무의미하고 양만을 측정하긴 하지만 그래도 many가 쓰이는 듯하다. 모래알이나 흙 정도는 돼야 much가 된다.

(4) 그리고 애초에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사랑, 근성, 노력 같은 건 당연히 셀 수 없는 개념들이다. 영어로는 응당 much/little이 쓰이지만.. 우리말은 둘의 구분이 막 엄격하지 않고 ‘많은 사랑, 큰 사랑’ 다 집어넣어도 말이 되는 것 같다. 하긴, 영어로도 great와 much를 생각해 보면 ‘크다’와 ‘많다’가 모두 가능한 듯하다.

(5) 끝으로, 많고 적음을 나타낼 때 숫자가 쓰이기는 하지만, 숫자의값 자체는 크거나 작다고 수식한다. 이것을 영어로는 great/little이라고 하며, 비교급은 greater/less이다. 이건 시각적인 크기를 나타내는 (2)와 표현은 비슷해도 관점은 약간 다르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와 양의 구분이 분명치 않고 메롱인 상황에서는 ‘적다/작다’도 덩달아 헷갈리게 된다.
영어의 little은 가산명사와 불가산명사에 대해서 뜻이 너무 다양하게 함축적으로 많이 들어있는 것 같다. 심지어 little과 少에는 ‘어리다’라는 뜻도 들어있다.

3. 동물 명칭

한국어에는 가축 급의 친숙한 동물 몇 종에 대해서..
말-망아지, 소-송아지, 개-강아지 이렇게 짤막한 총칭에다가 접사 '-아지'가 붙어서 그 품종의 어린 새끼를 가리키는 패턴이 존재한다. 신기하지 않은가?

그런데 옛날에 원래는 '돼지'도 저런 관계였다고 한다. 돼지를 가리키는 총칭은 '돝'...;;; 이었고, 새끼돼지를 '도야지'라고 불렀는데.. '돝'이라고만 해서는 변별이 잘 안 됐나 보다. 나중엔 '도야지'가 돼지의 총칭이 되고 음운이 축약되어 오늘날의 '돼지'로 정착했다. 오늘날은 '도야지'는 돼지의 방언 내지 귀여운 별칭 정도로나 여겨지고 있다.

사실, '돝'은 너무 짧아서 돛도 아니고 dot도 아닌 것이 좀 난감하긴 해 보인다. 먼 옛날의 한국어에는 지금보다 모음 양 옆(음절초나 음절말)에 여러 미세한 자음들이 붙는 게 더 자연스러웠는가 보다.
'돝' 말고도 저렇게 짤막한 단어가 현대에는 더 길어지고 늘어난 게 내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여럿 더 있다. 참고로 나무 열매 '도토리'도 '돝'에서 유래되었으며, 다람쥐뿐만 아니라 돼지 역시 도토리를 아주 좋아한다고 한다.

아울러,

  • '돝'에서 음운이 더 탈락해서.. 윷놀이에서 말을 한 칸만 움직이는 명칭인 '도'도 돼지의 흔적이다.
  • '-아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접사가 영어에는 '-ling'(저글링;;)이나 '-ette'(디스켓) 정도 있는데, 이들도 막 활발하게 생산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 영어는 소와 돼지에 대해서 해당 동물의 '고기'를 가리키는 단어가 별도로 존재한다. pork, beef... 그리고 몇몇 고양잇과 동물의 새끼를 총칭하는 cub라는 단어가 있는데, 한국어는 딱히 그에 대응하는 개념이 없다.
  • 닭의 새끼인 '병아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됐는지 '닭'하고는 관계가 전혀 억고, '-아지'하고도 완전히 같지는 않은 게 인상적이다.

4. 천둥, 번개, 벼락

천둥, 번개, 벼락은 동일한 기상 현상에서 유래된 단어이며 모두 ‘-(내리)치다’가 붙을 수 있는 대상이다. 별 구분 없이 섞여 쓰이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묘사하는 관점이 원래 서로 제각기 다르다. 마치 열차, 기차, 전철, 철도 등의 뒤죽박죽 단어처럼 말이다.

  • 천둥: 쿠구궁~~ 콰르릉 같은 엄청나게 크고 우렁찬 소리를 가리킨다(청각). ‘天動’이라는 한자어에서 유래되었으며, 원래 순우리말은 ‘우레’이다. 우뢰가 아님. 아마 한자 뢰(雷)의 영향으로 말이 바뀌는 것이지 싶다. 영어로는 thunder이다.
  • 번개: 구름과 구름, 또는 구름과 대지 사이에 전기 방전이 일어나서 번쩍이는 그 직선 모양의 불꽃을 가리킨다(시각). 번갯불, 번개 모양 아이콘/아이템 등의 형태로 쓰이며, 비유적으로는 몹시 빠르고 날쌘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영어로는 lightning이다.
  • 벼락: 번개와 비슷하지만.. 특별히 번개가 떨어져서 지면에 닿는 현상을 가리킨다(낙뢰?). 그러니 천둥 번개가 비교적 중립적인 심상인 반면, 얘는 “벼락 맞아 뒈지라”,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인적· 물적 피해를 동반하는 부정적인 심상이 강하다. 청천벽력이라는 한자어에서 유래되었다(벽력). 영어로는 thunderbolt에 가깝다.

현실에서는 광속과 음속의 차이로 인해 번개 비주얼과 천둥 소리가 동시에 발생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같은 현상에서 유래되었지만 언어 차원에서 둘을 더욱 분리해서 별개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다만, 번개와 벼락의 구분은 한국어에 좀 독특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5. 접사 '호'

한국어는 선박을 여성형 대명사로 가리키며 모에화(...)하지는 않지만, 선박의 이름 뒤에 꼭 '-호'라는 접사를 붙이는 관행이 있다.

-호 (號) [접미사] 배· 비행기· 기차 따위의 이름에 붙여 쓰는 말. (표준 국어 대사전)


이건 받침 있는 사람 이름 뒤에 붙는 잉여 접사 '-이'(복순이, 갑돌이)하고도 물론 같지는 않지만 좀 비슷한 구석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순서를 나타내는 1호, 2호(의존명사) 내지 창간호 따위의 '호'와는 성격이 명백히 다름을 유의하시라.

옛날에는 사람이 타는 교통수단이란 게 매우 희귀하고 수가 적고 신기한 물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개체가 이름이 붙고 고유명사화· 인격화되곤 했다.
과거의 우리나라 열차 이름 해방자호, 융희호 따위는 해당 열차 등급이 아니라 특정 차량의 명칭에서 유래됐다.
심지어 1950년대에는 여객기에도 각각의 기체에다 만송호, 창량호, 우남호 같은 이름이 붙었을 정도였다. (꼴랑 세 기..)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작명 방식에도 한자어가 아닌 영어물이 들면서 이런 '-호' 관행은 쓰이지 않게 됐다. KTX호, ITX-청춘호 이러지는 않으니 말이다.
오로지 선박만이 각각의 선체에다가 이름을 붙이는 관행과 함께 '-호'가 여전히 현역인 것 같다. 심지어 거기는 외래어 명칭 뒤에도 '-호'가 잘만 붙는다.

스포츠 신문에서는 운동 선수들이 감독과 함께 한 배를 탔다는 걸 비유하고 싶어서인지 '히딩크호, 허정무호 순조롭게 출항' 이런 말을 쓰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나로호'는.. 열차도, 선박도 아니고 우주 로켓임에도 불구하고 어째 '-호'가 자연스럽게 붙었다. 이 21세기에도 '-호' 네이밍이 완전히 죽지는 않은 듯하다.

다만, 이런 저런 정황을 감안하다 하더라도 옛날에 태풍 이름에도 '-호'가 붙은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하다. 대표적으로 1959년의 그 악명 높았던 태풍 '사라호' 말이다. 태풍은 그냥 자연 현상일 뿐, 인간이 개발한 교통수단이나 발명품이 전혀 아닌데..?
그때는 태풍더러 좀 순해지고 피해를 덜 끼치라고 국제적으로 여성 이름이 붙던 시절이었다(1979년까지).. 이 '사라'는 실제 여성 인물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는 뜻에서 '-호'가 추가된 걸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5/27 08:34 2021/05/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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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멸 위기? 제주어

한 1990년대, 한국어에 대해서 우랄 알타이 어족 기원설이 유효했고 학교에서도 가르쳐지던 시절엔..
"바른말 고운말을 씁시다, 한글을 사랑합시다, 한자어와 외래어보다는 가능한 한 순우리말을 살려 씁시다, 특히 일본식 한자어를 순화합시다" 같은 계몽 운동이 많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국어학 교수 타이틀까지 거머쥔 전문가도 있었다.
심지어 이때는 "미래(21~22세기)엔 세계 언어들의 90% 이상이 사멸할 것이다. 지금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한국어도 외국어에게 잠식 당해 사멸할지 모른다"라고.. 거의

  •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북괴가 다시 남침해서 적화통일 될지 모른다,
  • 일본에게 나라를 다시 빼앗길지 모른다
  • 지금 이 상태로 문화건 농산물이건 영화건 공산품이건 시장을 확 개방했다간 다 빼앗기고 내수 시장은 망할 것이다
  • 한국은 UN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이다. (...!!)

이런 급의 괴담이 언어 분야에서도 나돌기도 했다.
지금은 교통· 통신의 발달과 함께 영어가 그야말로 넘사벽 급의 세계 공용어가 됐으며, 반대급부로 소수 민족 언어들이 야금야금 사멸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언어 순수주의에 입각한 계몽 운동에 대해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언어의 어휘와 문법 구조는 이미 사람의 생각과 정신 세계에 끼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 문법 차원에서 단· 복수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언어, 성별 구분이 있는 언어, 높임법이 존재하는 언어.. 이런 것 말이다.

그러니 말과 글과 얼이 하나라는 말까지 나왔으며, 멀쩡한 자국어 어휘가 외국어에게 잠식 당하는 게 마치 자국 정신 세계의 영토를 침략자에게 빼앗기는 것과 비슷한 급의 위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구나 20세기 초중반 우리나라의 너무 처절하고 비극적이었던 역사에 대한 트라우마가 이런 식으로 투영되어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100여 년 전처럼 식민지 제국주의 군국주의가 횡행하는 시기가 전혀 아니며, 더구나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안팎의 국력과 지위를 자랑하는 상위권 선진국이다.
극심한 저출산 때문에 미래가 걱정되긴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인구가 소수 민족 수준인 것도 아니며, 한류다 뭐다 하면서 오히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도 있다.

그러니 한국어는 듣보잡 소수 민족 언어와는 처지가 다르다. 예측 가능한 짧은 미래에 사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인 언어는 절대 아니다.
또한 고유어나 외래어, 언어 순수주의에 대해서는 본인은 공감하는 것도 있고, 별 영양가 없으니 그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긋는 사항도 있다.

사실, 멀쩡히 잘 쓰이던 고유어가 외래어에 먹힌다기보다는 애초에 고유어에 전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개념 내지 변별이 안 되는 개념 때문에 외래어가 쓰이는 것이 훨씬 더 많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예를 좀 들자면 로켓이나 제트 엔진 같은 건 도대체 무슨 수로 순화할 생각인가?

정말 순우리말을 살려 쓰고 싶으면 멀쩡히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컴퓨터, 인터넷 이런 말을 셈틀, 누리그물 따위로 바꾸는 것보다.. '장'이 너무 답답하고 변별력이 떨어져서 페이지/챕터라고 바뀌는 것부터 막는 게 '훨씬' 더 시급하다! 이건 뭔 한자 따위 동원한다고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너무 까다롭고 거추장스러운 호칭과 격식을 파괴하기 위해서 '너님', 심지어 극단적으로 '유님'(you)이라는 말이 생겨서 아무나 간편하게 가리키는 중립적인 2인칭 대명사로 통용된다면.. 그건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에 대해 누가 국어 파괴니 깐죽거리며 감 놔라 배 놔라 오지랖 부릴 수 없다.

글쎄, 그런 것 말고 붉은피톨· 말본 셈본· 넘보랏살 같은 순우리말 용어를 괜히 천하고 경박스럽다고 생각하고 한자어· 영어 용어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나조차 이미 의식 세계가 외국어 외세에 침략(?)을 당하고 세뇌 당하고 더럽혀진 결과인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침략을 당한 덕분에 초록(green)과 파랑(blue)을 언어적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됐다면 그건 꼭 나쁜 침략만은 아닐 것 같기도 하다. =_=;;;;

본인은 이 주제에 대해서 저런 것 말고도 오랜 지론과 할 말이 많이 있다. 하지만 시간과 지면의 부족으로 인해 이 자리에서 더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그리고 이런 단어 수준이 아니라 언어 정체성 레벨에서 정말로 사멸을 걱정해야 하는 대상은 한국어 자체가 아니라 한국어의 방언 중 하나인 '제주어'인 것 같다.

저런 게 있다는 것, 정확하게 표기하기 위해서 아래아가 쓰인다는 것 정도는 어렴풋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제대로 구사하는 걸 들어 보니 이 정도로 이질감이 큰 방언인지는 몰랐다. 차이가 더 벌어졌으면 북경어 vs 광동어 정도로 벌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푸른거탑 제주어 버전;)

천상천하 유아독존 고립어인 줄로만 알았던 한국어에도 이 정도로 편차가 큰 지역 바리에이션이 있었다니~! 이건 고대/중세 국어의 모습은 어땠을지에 대한 통찰도 제공할 수 있겠다.

예전에(2000년대쯤..) 제주어를 제대로 채록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에서 아래아를 입력할 수 있는 한글 입력기가 있어야 한다고 '김 익두'라는 분이 인터넷 상으로 활동을 많이 하셨다. 본인에게도 문의를 하신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먼 과거의 일이 되었다. 그분이 지금은 뭘 하고 계시나 모르겠다.

2. 질적 저하? 사이소리

영어에 2음절 이상의 단어마다 악센트라는 게 있다면, 한국어에는 사이소리라는 아주 아주 기괴한 초분절요소가 존재한다.
이건 높임법만큼이나 한국어의 맞춤법과 발음법, 학습 난이도를 크게 끌어올리는 주범이다. 전에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 성과는 성꽈이고 결과는 왜 결과인지..?
  • 물고기는 물꼬기인데 불고기는 왜 불고기인지?
  • 비빔밥은 비빔빱인데 볶음밥은 왜 그대로 보끔밥인지?

이건 아주 작은 예일 뿐이다. 정말 도무지 원칙이 없고 답이 없다.
더 골때리는 예를 들자면.. 0, 1, 부터 9(영, 일, ..., 구)까지의 숫자 뒤에 '단, 단계, 반, 점' 같은 단위 접사를 붙여 보자. 6이야 받침이 ㄱ이니까 언제나 된소리화가 발생하겠지만 나머지 숫자들은 도대체 언제 사이소리가 들어갈까?

내 언어 직관에 따르면 ㄹ 받침인 1, 7, 8은 언제나 '딴계, 쩜'으로 바뀐다. 하지만 교실을 나타내는 '반'은 사이소리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이러니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학습자가 뒷목 잡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사이소리 정도는 꼬박꼬박 정확하게 넣지 않아도 의사소통에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원어민 화자가 듣기에는 충분히 어색함과 이질감과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렇게 사이소리가 불필요하게(?) 들어가서 된소리가 발생하고 어감이 강해지는 걸 아주 부정적으로 보고 경계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국어 교육 제대로 다시 시켜야 된다는 의견이 이미 1970년대에부터 신문에 실리곤 했다. 관심 있으신 분은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된소리'라고 쳐서 검색 한번 해 보시라~~

라떼는 말이야 ‘간단하게’도 그냥 평범하게 ‘간단하게’라고 부드럽게 발음했는데 사람들이 어느 샌가 ‘간딴하게’라고 무슨 북괴가 ‘원수’를 ‘원쑤’라고 발음하는 걸 닮아 가고 있다고.. 이런 걸 방치하면 사람들 정서가 망가지고 심성이 병들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질 수 있다는 식이다.
저게 도대체 뭔 소리인가 싶지만, 저 때는 선풍기 괴담이나 일제 쇠말뚝 괴담 따위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고, 저질 불량 만화 화형식도 하던 시절이었다.;;; 언어에 대해서도 이 정도의 순수주의로 접근하는 분위기가 주류이긴 했을 것 같다.

바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방송 같은 데서 반드시 강조하는 게 뭐냐 하면 ‘효과’, ‘김밥’도 절대로 ‘효꽈’, ‘김빱’이라고 둘째 음절을 경음화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단어들은 표준 국어 대사전에 발음이 경음화하지 않는 게 맞다고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방송 기자라는 사람들이 그 업계 입사를 위해서 KBS 한국어 시험 같은 건 머리 싸매고 준비했을 테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건 굉장히 어색하고 비현실적이고 부자연스럽게 들린다. 본인은 억지스러운 경음화 금지에 반대 소신이다.
‘짜장면’을 자장가 발음하듯이 억지로 자장면~~ 이러고, 영어에서 speak를 ‘스삐이크’ 대신 ‘스피이크’ 이러는 것과 비슷하게 들린다.

마치 다르다/틀리다처럼 뭔가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구분 원칙이 존재해서 그걸 근거로 이때는 경음화하지 말라고 한다면 따르겠는데..
앞서 얘기했듯이 한국어의 사이소리라는 건 그 어떤 날고 기는 국어학자도 규칙으로 예측과 통제를 해내지 못한 난감한 물건이다. 수학에다 비유하면 거의 '소수(솟수??)의 생성 규칙'만큼이나 말이다!!

어차피 아무렇게나 임의로 정하기 나름이고 익숙해지기 나름일 뿐인 사항이라면 그건 그냥 시장에게 맡기고 자유방임을 허용해야 한다.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언어 갑질 꼰대질에 난 공감할 수 없다.
심지어 반대 사례도 있다. 나는 ‘교통 체증’도 글자 그대로 ‘체증’이라고 오랫동안 발음해 왔지, 표준 발음이 반대로 ‘체쯩’인 것은 최근에야 알게 됐다. 병을 나타내는 ‘증’과 증명서를 나타내는 ‘증’에서 둘 중 하나는 경음화가 발생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영수증? 영수쯩?)

사이소리가 참 더럽고 구리게 형성되어 있긴 하지만, 이런 것들이 몽땅 다 ‘원쑤’ 같은 부정적이고 잘못된 현상은 절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이소리는 형태소 경계(파생어 접사와 어근!!)를 구분하고, 한자 동음이의어를 구분하고, 보통명사와 일반명사를 구분하려는 사람들의 매우 복잡미묘한 심리가 반영되어 들어간다.

한자어에서 사이소리를 최대한 표기하지 않는 쪽으로 찍어누르면서 맞춤법을 정했지만, ‘초점’(focus)의 발음은 지구가 멸망하는 일이 있어도 ‘초쩜’이지 ‘초점’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소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소수점이랑 적은 수는 일말의 유사점이라도 있지만 prime number는 정말 아무 관계 없는 의미인데 표기를 저 따위로 해 놓으면.. 정말 답이 없다. 한자 아니면 영단어로 가야지..

이렇게 애초에 사이소리라는 게 한국어에서 없어질 수 없는 요소일진대, ‘효과’를 결과가 아닌 성과처럼 보고 ‘꽈’라고 주류 발음이 바뀌는 것은 그냥 취향의 변화일 뿐이다. 옳고 그름이라는 가치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미래에는 하나님의 발음조차도 '하난님'으로 바뀔 수 있다. 사이소리라는 게 꼭 된소리화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rule 기반으로 기술할 수 없는 사이소리야말로 다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연구할 필요가 생각한다.

성우 겸 배우 이 종구 씨는(1950년생) “오글거리게 효과효과 그러지 말고 평소대로 소신껏 효꽈라고 발음합시다”라고 이미 옛날부터 글 쓰고 홍보를 많이 해 온 걸로 유명하다. 이분 역시 우리말의 올바른 표현과 표준 발음 쪽으로 관심 많고 소신을 갖추신 분이다.

그런데 ‘간단하다’는 ‘간’과 ‘단’을 쪼개서 생각할 여지가 없고, 비슷한 형태의 다른 단어들을 생각해 봐도 정말로 굳이 ‘간딴’이라고 발음할 필요가 없어 보이긴 한다. 그런데 왜 어쩌다가 경음화된 발음이 주류가 돼 버렸나 모르겠다. 옛날에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는데 진짜로 일제 말기와 6 25를 겪으면서 사람들 심성이 피폐해져서 ‘간딴’으로 바뀐 걸까..??? 이건 정말 의문이라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1/05/06 08:34 2021/05/0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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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는 말

한글과 한자 문제는 정말 낡고 케케묵었고, 이미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결론까지 도출된 주제이다. 본인 역시 나이 40이 임박한 지금까지 20여 년째 동일한 지론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이에 대한 생각을 또 복습해 보고자 한다.

"한글로만 쓰니까 무슨 단어 뜻이 분간이 안 되고 어쩌구저쩌구" 하는 불평들은 나도 하라면 한 트럭을 끄집어낼 수 있다.
"역전의 용사"는 지고 있던 전투를 운동 경기마냥 역전(?)시킨 용사가 아니라는 것,
정부 조직을 가리킬 때의 部와, 삼권 분립을 가리킬 때의 府가 다르다는 것 뭐 등등..
온갖 병신같은 교인이나 목사나 교회 욕하면서 나는 이래서 예수 안 믿는다, 교회 안 다닌다.. 이러는 것과 완전히 똑같은 원리로 늘어놓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나~~~~ 한글· 한자 문제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1. 쓰기: 문자는 그림보다 아라비아 숫자에 더 가까워야

"한글로만 쓰니까 무슨 단어 뜻이 분간이 안 되고 어쩌구저쩌구" 하는 불평은..
그 자체조차도 나머지 90%에 달하는 이미 잘 분간되는 어휘들을 한글로 정말 편하고 빠르게 잘 읽고 쓰고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불평이다! 알겠는가?

할배가 민주주의를 유린한(? 한 5%쯤?) 독재자라고..??
그 독재를 비판할 수 있는 90~95% 민주주의 토대를 닦아 놓은 사람도 할배다. 그와 같은 이치이다. 자, 이 비유를 들면 좀 이해가 빨리 되려나?

한글이나 알파벳 영단어는 최소한의 문자 체계만 떼고 나면, 최소한 모르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보는 거 하나는 아주 수월 간결하게 할 수 있다. 어떤 단어로부터 기본형을 유추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으며, 유한한 요소만으로 무한의 개념을 표현한다는 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게 문자와 그림의 본질적인 차이이기도 하다.

허나, 한자는 그림 티를 좀 못 벗은 무한집합-_- 문자이다. 모르는 글자를 옥편에서 찾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며(부수, 획수..) 실패율도 얼마나 높을까?

게다가 읽을 줄 아는 것과 쓸 줄 아는 건.. 또 별개의 문제다. 컴퓨터조차 없던 시절에 "아 배고프다, 밥먹고 싶다" 이런 문장까지 백지 상태에서 한중일 어느 언어 방식이건 한자만으로 써야 한다면..?? 아 정말 끔찍하다.
설령 컴퓨터가 있다 해도 맨손에 펜만 있을 때보다야 쓰기가 편리해질 뿐이다. 다른 간편한 소리글자들도 동일하게 컴퓨터의 혜택을 받고 있다면, 한자는 이것들에 비해 입력하고 취급하기가 번거로우며 여전히 격차가 벌어진다.

2. 말하기/듣기: 글자가 아니라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먼저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 언어라는 건 말이 먼저지 글이 먼저가 아니다. 한자의 음은 기본적으로 왕창 옛날 중국어 음의 낡은 껍데기일 뿐이다. 한글로만 써 놓으니 분간이 안 되는 문제에 앞서, 말이 글자 그림을 봐야만 이해되는 지경으로 배배 꼬이는 것이 더 문제라는 것이 나의 굳건한 지론이다.

정말 단순하고 상식적인 것에서부터 먼저 의문을 품고 제기해 보자.
수수(授受)와 매매(賣買).
세상에, 지구상의 어느 미친 언어가 '주다'와 '받다'라는 정반대 뜻을 같은 소리로 표현하냐?
'팔다'와 '사다'도 마찬가지.
'방화'는 너무 유명한 예일 테고, 그리고 명왕성의 명(冥)은 '어두울 명'이다. '밝을 명'(明)만 있는 줄 알았지? ㄲㄲㄲㄲㄲㄲ

이건 한자로 적지 않으면 뜻을 알 수 없네 타령을 하기에 앞서 말이 이상한 것이다.
형성자라는 건 알고 보면 굉장히 골때리는 제자 원리이다. 이건 글자를 생성하는 거지, 말을 생성하는 게 아니다.
(저 형성도 formation 形成이 아니라 形聲인 것쯤은 이과 출신인 나도 알고 있음)
이미 만들어지고 익숙해져 버린 명칭들은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더는 이런 식으로 조어를 하지 말고 청각 변별이 되고 잘 와닿는 쪽으로 말을 만들 생각,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중국어에는 성조라는 게 있어서 한국어보다는 한자 변별이 되는 편이다. 중세 땐 우리나라(조선??)조차 한자를 좀더 중국식으로 발음하려고 성조를 도입했던 것 같으나, 지금은 몽땅 사라졌다.
그런데 이 성조라는 게 노래를 부를 때는 전혀 표현될 수 없다. 한자의 발음들은 전부 문맥만으로 분별돼야 하며 의미가 잘못 전달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알기로 중국은 자기네 가요 뮤직비디오에 자막을 반드시 넣어 줘야 된다.

일본은..? 한자를 청각적으로 최대한 변별하려다 보니 읽는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져서 한자 위에 히라가나 토가 널리 쓰인다. 특히 이름 같은 생소한 고유명사의 한자는 이렇게 안 해 주면 거의 못 읽는다.
나는 이런 게 정상적인, 자연스러운 문자 생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20년쯤 전부터 했던 생각이고 지금도 변함없다.

3. 결론: 국어 교육의 문제와 한글 전용의 문제를 서로 헷갈리지 말자

(1) 문자의 본질: 문자라는 건 말을 받아적는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그림보다는 추상적인 '숫자'에 더 가까운 면모를 지니는 게 바람직하다.
한자가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함축적이고 시각성이 뛰어난 구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읽기'의 장점을 위해서 치르는 '말하기/듣기'와 '쓰기'의 대가, 단점을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2) 한국어의 실정: 한국어는 중국어· 일본어와 달리 장단이고 성조고 훈독이고 뭐고 없다시피하며, 한자들을 정말 단순무식하게 한글 1음절로만 연결시켜 놓았다. 거기에다 한글이라는 문자도 자체적인 구조가 꽤 탄탄하며, 히라가나 카타카나 같은 한자 혼용을 전제로 한 보조용 문자가 아니다.
그러니 동음이의어 정리만 좀 해 주면 한글 전용을 하기에 매우 유리한 면모를 갖췄으며, 오늘날 실제로 그렇게 됐다.

(3) 문자 정책: 한글 전용을 전제로 하고, 마치 생소한 신조어를 드러내기 위해서 영어에서 하이픈이나 일부 음절 대문자화를 하듯이 가끔 괄호 안에 한자 병용만 하는 것으로 족하다.
개인적으로 일본식 한자어를 반대하는 소신은 아니다. 하지만 표기까지 몽땅 한자를 밝혀야 할 정도로 중구난방으로 쓰는 것은 반대다. 민족 감정 때문이 아니라 언어학적, 실용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한다.

(4) 교육: 뭐든지 도둑질만 아니면 많이 공부하고 배워서 나쁠 건 없고 그건 한자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겨우 말을 담는 껍데기 그릇을 공부하는 것 하나가 이렇게 어렵고 사용하기가 불편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큰 문제이다. 한자는 한자어의 어원을 변별하고 의미를 정확하게 학습하는 용도로 쓰기가 아닌 '읽기' 위주로만 가르치면 된다.
국어 교육 문제를 한글 전용 문제로 돌릴 필요는 없다. 국어 교육을 똑바로 안 시키고 표기만 한자 병용을 하면? 한글 대신 헷갈려서 잘못 쓰인 한자들만 글에 가득해질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한글 전용을 지지하는 사람일수록 한글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더욱 잘 지켜서 글을 써야 한다. 그게 한글의 표의성과 시각성을 살려 주는 규칙이기 때문이다.

4. 여담

(1) 성경조차 히브리건 그리스건 알파벳이건 소리만 받아적는 간결한 소리글자로 기록됐지, 뜻글자가 쓰이지 않았다.
또한, 세상에서 제일 높은 최고존엄에 대해 다루고 있는 텍스트이지만 한국어 같은 복잡한 높임법 따위 존재하지 않고 하나님도 you라고 바로 가리키는 언어로 기록됐다. 예수냐 예수님이냐 이런 게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리는 것이다.

(2)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거에 일제가 총칼로 한국어 한글을 말살하면서 일본어를 강요했으니 그건 극심한 저항과 반발에 부딪혔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영국 미국 같은 나라가 한국을 식민지로 삼고,

  • 한국어 대신 영어를 쓰면.. X나 골치아픈 호칭, 높임법 신경쓸 필요 없이 누구나 이름으로 부르고 you로 바로 가리킬 수 있어요~!!
  • 어려운 한자로부터 해방될 수 있어요~!
  • 세계의 석학들, 최신 지식 정보와 바로 소통할 수 있어요~!
  • 미개한 붓이 아니라 타자기로 아주 빠르고 편하게 글을 쓸 수도 있어요~!

이렇게 당근만 흔들면서 접근했으면.. 당시 지식인들이 어떻게 반응했을지, 한국어와 한글의 운명이 어찌 됐을지 나는 장담을 못 하겠다. 이런 여건에서도 공 병우 같은 천재가 한글 타자기를 발명할 수 있었을까?
물론 저런 실용주의적인 사고방식 자체가 전후에 20세기 말이 돼서야 슬슬 등장했으니 이건 가정이 현실적이지 않은 뇌피셜일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2/14 08:37 2021/02/1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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