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경과 과학이라는 케케묵은 논쟁거리에 대해서 또 오랜만에 다뤄 보고자 한다. 수 년 전에 이미 늘어놨던 지론도 있지만 이 기회에 또 복습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과학과 신학(혹은 성경? 종교?)은.. (1)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가르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접근하는 관점과 영역이 서로 완전히 다를 뿐이다.
과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 바이러스가 있고 양성자 중성자 전자가 있다고 가르친다. 그에 비해 성경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뿐만 아니라 천사, 마귀가 있고 천당과 지옥이 있다고 가르친다.
성경은 예수님이 인성과 신성을 모두 갖춘 분이라고 가르치지만, 과학에서는 빛이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가르친다.
뭐, 인간이 과학 지식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지금으로서는 정말 믿어지지 않지만 왜 꼭 흐르는 물에 손을 씻어야 위생적인지를 현업 의사들조차 납득을 못 했다. 심지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소수의 의사가 역으로 의료인들 사이에서 왕따 아싸 취급을 당했을 정도였다.
옛날 동의보감에 미개하고 황당한 내용이 있다고 한의학을 싸잡아 욕하는 경우가 있던데.. 비교하려면 동시대를 비교해야지? 1600년대에는 서양 의학도 사돈 남말 할 처지가 절대 아니었다.
길거리에 침을 함부로 뱉어서는 안 된다는 것, 여러 사람이 같이 식사를 할 때 국자를 써서 각자 덜어 먹어야 위생적이라는 것.. 이런 것도 거의 비타민의 발견에 비견될 정도로 문명 사회에서 굉장히 늦게 자리잡은 관행이다. 우한 폐렴 창궐 시절엔 그걸로도 모자라서 사람들 입을 전부 마스크로 틀어막기도 했었고 말이다. (비말을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이런 건 과학적 발견을 통해 인간이 이 자연 세계의 규모를 측정하고 자연이 돌아가는 내부 디테일을 알게 되면서 정착된 사례이다. 가령, 지구의 크기를 알게 된 것, 광속이란 게 유한하며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게 된 건 대단하지 않은가? 이 덕분에 인간의 생활이 크게 편리해졌음은 물론이고 인간의 건강과 수명까지 향상될 수 있었다.
나도 학교에서 과학 교육을 따로 받지 않았다면.. 뭔가 불에 타는 물질과 그렇지 않은 물질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고, 생명체의 구성 물질과 나머지 무생물 물질은 절대 극복할 수 없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연 발생설(모기는 도대체 어디 있다가 뿅 튀어나오는지!)이나 플로지스톤설을 어느 정도 지지했을 수도 있다. 지구가 둥글다고는 차마 실감하지 못했을 수 있고, 만물에 대해 피타고라스나 돌턴 정도로만 생각했을 수 있다.
물체는 원래 자기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아니라(관성) 정지해 있으려는 게 본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마찰..), 자연은 진공 상태를 싫어한다고도 생각했을 것 같다. 옛날 사람들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이 눈부시게 개척해 놓은 과학이라는 걸 맛보고 나니..
- 세상 만물은 정적으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넘사벽 급의 거시세계인 천체와 은하들도 끊임없이 돌고 돌고 팽창하고 밀려나고 있고.. 미시세계의 입자들도 팽그르르 돌면서 넘사벽 급의 힘으로 상대방을 꽉 붙잡아서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 변화의 경계를 형성한다.
- 이 투명한 공기 중에도 눈과 귀로 당장 보이거나 들리지는 않지만 별별 희한한 파동들이 에너지를 전하고 있다.
이걸 뭘 어떻게만 해 주면 자연 현상과 자연의 산물로부터 초월적인 엄청난 에너지· 동력을 얻을 수 있고, 정보를 저장하고 보낼 수도 있다.
- 세상 만물은 이 이상 절대로 더 쪼개거나 분석 불가능한 단단하고 관념적인 놈이 아니다.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도.. 흠~
- 유기물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고 이제는 없는 원소도 아주 제한적이나마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정말 100년, 200년 전 사람들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실들을 알게 되고, 상상도 못 했던 문명의 이기들을 값싸고 풍부하게 누리고 있다.
과학이라는 학문은 마찰이 없고 공기 저항도 없는 깔끔한 강체 내지 이상 기체에서 시작해서는.. 갈수록 엄청나게 더 복잡한 현상이 가능한 이유를 분자· 원자 레벨에서 설명하고 수식으로 딱 떨어지게 기술하고 예측한다. 보통은 미시적으로 가지만 천문학/천체물리학 하나만 예외적으로 엄청난 거시세계를 다루는 듯.
그러니 학교 시험 문제 같은 데서도 "공기의 저항은 무시한다, 마찰은 무시한다" 이게 얼마나 엄청난 말인지..
애들을 그저 문제 푸는 기계로만 키울 게 아니라면, 자기가 상대하는 복잡한 개념과 원리, 숫자들이 실생활에서 어떤 위력을 나타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걸 우리가 과학이라는 도구 덕분에 얼마나 간편하게 취급하고 쓸데없는 삽질을 안 하게 됐는지를 과학 교육에서 잘 일깨워 줘야 하리라 여겨진다.
(공기의 저항이 없다는 건 깃털과 쇠구슬과 심지어 흙먼지조차 같은 속도로 툭 떨어지며, 사람이 빗방울에 맞아서 다칠 수도 있는 상태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세계엔 과학 기술이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있고, 분야가 달라서 애초에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가령, 인간의 사후 세계 같은 건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탐구하는 게 전혀 불가능한 영역이다.
과학 교육이 세상을 보는 눈을 저렇게 획기적으로 바꿔 놓은 것처럼.. 본인은 성경을 공부하고 나니 인간이 죽는다고 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고, 과학 관찰이나 기술 발달만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적인 공허함과 불안함, 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영적 세계라는 게 존재하며, 이건 세상에서 굴러다니는 이상한 설화나 귀신 이야기 같은 것과는 급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
- 성경이 기본적으로는 논리나 증거 대신 믿음을 요구하는 책이지만, 그래도 도를 넘게 황당한 막장 판타지나 이상한 반지성주의 음모론을 강요하는 건 아니다!! 세상 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급으로 예언들이 정확하게 문자 그대로 적중한 건 또 어떻고?
- 성경에 기록된 각종 사건과 스토리들이 정말로 다 실제로 있었다고 세상 역사와도 교차검증 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제일 중요하게 다루는 예수님의 실존 여부조차 미스터리인 건 아니다. 부활도 세상에서 차마 받아들이지 못해서 "제자들의 부활 체험 사건 / 영적으로 부활" 이딴 식으로 부르긴 하지만, 사도들의 이런 엄청난 변화 자체는 명백한 역사적 팩트인 것이다.
- 인간의 과학 지식으로 설명이 안 되는 기적 얘기가 있긴 하지만, 일부 디테일 내용은 오늘날의 자연 과학의 관점에서도 맞고 타당하고 시대를 명백히 앞서 있기도 하다.
과학은 인간은 자연 세계라는 게 굉장히 보수적이고, 물질이나 에너지가 뜬금없이 우연히 뿅 생기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다. 그럼 그게 맨 처음에 우연히 생기려면..?? 기원은 과학과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인 방식일 수밖에 없다.
- 질량 보존의 법칙, 에너지/운동량 보존의 법칙
- 열역학 제1, 제2 법칙. 영구기관은 절대로 존재할 수 없음.
- 자연 발생설은 사실이 아님.
- 후천적인 획득 형질은 후손에게 유전되지 않으며, 돌연변이는 십중팔구 생물에게 해로움. 한번 정해진 종의 특성이 호락호락 바뀌지는 않음
- 연금술 따위 기술로 금을 만들 수는 없음 (입자 가속기 풀로 돌려서 만들까말까.. 게다가 가속기 돌리는 비용이 금을 시장에서 직접 사는 비용보다 더 비쌈)
그러니 이 정도면 과학의 범위를 벗어난 곳에 신의 기적 정도는 있을 수 있고 믿을 만하다는 결론을 개인적으로 내린 것이다.
정치와 종교가 다른 것만큼이나 성경과 과학은 주로 다루는 영역이 서로 별개이다. 성경은 인간의 온갖 추악한 마음 상태에 대해서 죄를 지적하고 회개를 촉구하지만, 딱히 자연의 신비를 밝혀 내는 걸 금지하고 죄라고 규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 활동은 성경의 관심사가 아니다.
성경에 솔로몬의 재판이라는 엄청난 이야기가 기록돼 있지만, 현실 인간의 세계에서 솔로몬의 재판 같은 재판이 매번 벌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CCTV와 유전자 감식 기술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범죄자들을 잡아내고, 애매한 사람을 고문하면서 취조할 필요를 없게 해 주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줬는가? (물론, DNA라는 초월적인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생명체의 흔적과 유전자 정보를 기록한 신에게 감탄하는 건 옵션..)
의료 쪽만 해도 성경을 쭉 읽어보면 세상 의사의 필요성을 명백히 인정하는 논조이다. 신자들은 닥치고 기도만 하면서 손 빨고 있으라고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병 고치는 기적은 평소에는 좀체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기적이라고 불리는 거다.
이런 식으로 영역을 구분하고 지내면 만사가 편안할 텐데.. 두 분야가 크게 대립한 건 아무래도 기원(origin) 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본인이 생각하는 방법론을 적용하면 충돌을 전부는 아니어도 대부분 상당수를 자연스럽게 해소하고 넘길 수 있을 텐데.. 지금까지 여러 번 얘기한 적이 있으니 이 자리에서 또 언급하지는 않겠다.
내가 보기엔 진화도 맞고 창조도 서로 다른 영역에서 맞다. 진화론은 특정 조건과 범위 하에서 생물 종의 분화 과정을 설명하는 과학 이론이 당연히 맞다.
하다못해 예수님의 지상 재림 이후에 육식동물들이 다시 초식으로 돌아갈 거라는 예언(사 11:7, 65:25) 말이다. 만약 그런 변화가 문자적으로 발생한다면 그것조차도 생물학적으로 보면 진화이다. 딴 게 진화가 아니다~!
단지, 종의 분화가 아니라 생명 자체의 갑툭튀 원리, 기원, 근원을 이런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이 정도 진화를 관측하고 재현했다고 해서 그게 인간까지 진화의 산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전에 얘기한 적이 있던가..? 다윈은 근성의 관찰 덕후여서 지렁이가 땅을 갈고 뒤엎고 기름지게 만들어 준다는 걸 인류 역사상 거의 최초로 알아낸 과학자였다. 구더기가 파리의 유충이라는 것도 모르던 시절에 도대체 어떤 할 일 없는 사람이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고 지렁이나 관찰하고 있었겠는가? 다윈도 당대엔 "저 양반, 진화론이나 주장하더니 이젠 인류의 조상이 지렁이라고까지 말할 기세로군!" 이런 비웃음이나 실컷 당했었다.
평범한 창조론자(?)라면 이런 지렁이의 오묘한 행동 패턴도 절대 우연히 생길 수 없고 다 지적설계 어쩌구 하는 결론으로 갈 것이다. 본인도 그런 심증을 잘못됐다고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당연히 신이 지렁이를 그런 용도로 창조하신 게 맞지.. 하다못해 스타크래프트의 종족별 밸런스조차도 수학에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 치밀하게 연구해서 정하거늘, 더 정교한 게 어떻게 우연히 저절로 생기겠는가? 게다가 간과하기 쉬운 사실인데, 다윈도 나름 신학 공부까지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다윈은 과학자로서 생물들을 관찰해 보니.. 타락한 현 자연 세계에는 그저 "보기 좋았더라"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 매정· 냉정함, 죽음, 환경 적응.. 그 어떤 예수쟁이 창조론자라도 저걸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윈은 이런 부정적인 면모를 더 주목하면서 common designer라는 면모까지 common ancestor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신이 저런 걸 일부러 만든 매정 잔혹 잔인 사악한 성품의 보유자가 아니라면 저건 그냥 생물 진화의 산물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관점을 잘 생각해 보자..! 그저 창조론자들이 단순하게 매도하는 것처럼 하나님을 인정하기 싫은 사탄적인 심보로 진화론을 만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 과학계가 굳이 앞장서서 신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과학 관찰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까지 신을 일부러 배제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대폭발 vs 정상 우주론"이 대표적인 예이다.
다음으로..
그러고 보니 과학뿐만 아니라 성경도 (2) 쓸데없는 미신을 배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별로 안 그럴 것 같고 계산 과정도 서로 딴판인데 계산 결과는 어쩌다 보니 동일한 셈이다. 사실, 기독교 사고방식이 입력되면 죽은 사람 갖고 도 넘게 장난 치는 농간에 휘둘리지 않게 돼서 뒤가 굉장히 깔끔해진다.
한편, 과학 말고 수학은 사실상 성경 급의 절대적인 진리를 가르치고 논하긴 한다. 단지 그건 철저하게 논리적으로 참인 것만으로 한정이지, 영적인 가치 판단과는 전혀 무관할 뿐이다. 과학은 '법칙(law)'이라고 부르지만 수학은 '정리'라고 부르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