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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력량, 전기료

전기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고 광속으로 흘러가 버리고, 축적된 양을 무게나 비주얼 같은 직관적인 방법으로 확인하기가 난감하다.
그래도 아주 대충 간략하게라도 전기 저장 매체들의 용량과 비용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 1.5볼트 AA 건전지 하나: 약 3~4와트시
  • 3.7볼트, 20Ah(2만 밀리Ah)짜리 보조배터리: 약 70와트시
  • 내연기관 승용차용 12볼트, 70Ah 납 배터리: 700~800와트시 (단, 납 배터리의 특성상, 현실에서는 저 용량의 거의 절반 정도까지만 소모하고 어서 다시 충전해 주는 게 안전함)
  • 비슷한 배터리 전기 승용차의 리튬 이온 배터리: 대략 70~80킬로와트시

이와 관련하여 생각할 만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일반적인 스마트폰 한 대를 하루 종일 켜 놓기만 했을 때 사용하는 전력량은 10~40와트시 남짓이다.
그러니 스마트폰을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니라 건전지로 가동하려면 디지털 도어락에 들어가는 정도의 건전지(AA 사이즈 4개? 8개?)를 거의 매일 몽땅 갈아 줘야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ㅎㄷㄷㄷㄷ 도어락은 거의 1년에 1번꼴로만 건전지를 갈면 된다는 걸 생각하면.. 전력 소모량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2) 전기차는 배터리가 통상적인 내연기관차 납배터리의 90~100배 용량을 자랑한다.;; 물론 그 대신 차 무게는 500kg, 30~40% 정도 더 나간다.
승용차라는 게 원래 사람이 최대 5명이 탈 수 있는 차다. 그런데 동일 차급의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만으로 사람 5명 이상의 무게를 더 먹고 시작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이 때문에 전기차는 단순히 엔진음 작고 조용하기만 한 게 아니다. 묵직하고 운전 특성이 내연기관차와 많이 다르다. 타이어나 서스펜션, 브레이크도 동급의 내연기관차보다 더 튼튼하고 더 비싼 걸 써야 한다. 디젤 차량이 동급의 휘발유 차량보다 더 무겁고 튼튼한 것보다 그 정도가 더 심하다.

(3)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 요금은 1000와트시(= 1 킬로와트시) 당 120~200원대이다.
뭐, 이 나라의 전기 요금 체계는 아주 복잡 다양하기 때문에 이렇게 단편적으로만 표현하기가 난감하다. 하지만 월 300킬로와트시 이내만 써서 누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일 저렴한 기본 단가만 산출하면 이렇다.

참고로 요즘 전기차 충전 요금도 1kWh 당 3~400원 돈이니 건물 전기와 크게 차이 나지 않거나 약간만 비싼 수준이다.
여기에다 저 전기차 배터리의 최대 용량을 곱해 보시라. 전기차는 움직이는 데 드는 비용이 기름값 대비 매우 저렴하다는 걸 숫자를 통해 알 수 있다.
물론 충전료가 갈수록 오르고 있으며, 전기차의 배터리 100% 충전 연비가 동급 기름차의 만땅 연비에 비할 바는 못 된다는 것 역시 고려할 사항이지만 말이다.

2. 자동차의 배터리

내연기관이라는 건 처음에 시동을 걸 때 외력을 전해 줘야 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에는 배터리 기반의 starter가 쓰이는데, 시동을 걸 때 생각보다 전기가 많이 든다.
키를 start로 돌리는 0.x초? 1.x초 남짓한 시간 동안 승용차 급이라도 1000W~3000W에 달하는 전기가 소모될 수 있다. 이걸 전력량으로 환산하면 0.3에서 1와트시에 달한다.

시동이 잘 안 걸려서 수 초 이상 끼릭끼릭 거리고 있으면 그 시간 동안 저만 한 전기가 계속 빠져나간다.
이건 온갖 무거운 쇳덩어리 부하가 걸려 있는 차 엔진 크랭크를.. 시동 유지 가능한 최소 회전수 이상으로 돌려주는 만만찮은 작업이기 때문에 그렇다.

자동차용 납 배터리는 용량 대비 저렴하지만 매우 무겁고 충전 속도도 매우 느리다. (별로 커 보이지도 않는 저 상자가 15~20kg이나 한다니..)
게다가 방전 상태에서 오래 방치하면 그대로 변질돼서 더 충전 못 하고 완전히 못쓰게 돼 버리는 등 까탈스러운 특성도 적지 않다.

쟤는 천상 시동 걸 때 짧고 굵게 소모한 뒤에.. 오래 주행하면서 가늘고 길게 서서히 충전하는 것에만 특화돼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전자기기용 배터리처럼 써먹을 수가 없다.
그러니 이 배터리만 덩치를 키워서 실용적인 전기차를 만드는 건 곤란하다. 20세기 초에는 이런 배터리를 밑천으로 전기차를 만들었으니 곧 내연기관차에게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과연 배터리 전기차가 고속버스와 대형 트레일러, 대통령 방탄차, 군용차(!!!), 건설기계, 모터스포츠(F1 머신!!)의 영역까지 진출 가능할까?
그게 안 되면 전기차는 그냥 내연기관차가 차지하던 파이의 일부만 분담하는 것에 머무르지 싶다.
배터리라는 게 사람이 들고 다니는 기기의 동력원으로는 적당하지만, 사람이 들어가고 타고 다니는 대형 기기의 동력원이 되기에는 크기와 무게, 충전 속도, 안전 문제 등이 걸리는 것 같다. 쉽게 말해 대형화가 어렵다.

몇몇 자동차나 소형 드론, 모터보트는 전기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대형 여객기나 심지어 전투기, 초대형 화물선, 유조선은 배터리 전기는커녕 천연가스나 수소 연료전지로도 요원하다. 에너지 저장 효율에 관한 한 액체 석유를 능가하는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3. 배터리의 충전 가능성, 재활용 가능성

(1) 오늘날 같은 리튬 이온 배터리가 보급되기 전에는 전기 자동차라든가, 심지어 잠수함에도 그 거대한 납-황산 배터리가 어쩔 수 없이 쓰였다고 한다. 물에 잠긴 채로 내연기관을 가동할 수는 없으니까.;;

이러니 옛날 2차 대전 시절의 잠수함은 평소에는 떠 다니다가 잠깐 잠수할 때만 마치 고스트나 레이쓰가 클로킹 쓰듯이 잠수를 해야 했을 것이고.. 잠수 중에는 기동성이 그야말로 극악으로 떨어졌을 것 같다. 어뢰를 몇 번 피하느라 급기동이라도 하고 나면 배터리가 다 방전됐을 것 같은데..

(2) 옛날에 아폴로 계획 때 15, 16, 17호에서는 잘 알다시피 월면차가 투입됐었다. 얘들도 공기가 없는 달 표면을 주행하니 동력원은 응당 전기였으며.. 구체적으로는 은-아연 전지가 쓰였다고 한다.
재충전 가능하지 않은 그냥 일차전지이다. 달에서 한 1주일 머물면서 월면차의 배터리를 충전해 가며 장거리 주행을 하는 건 계획에 없었으니 말이다.

전지의 성능은 전압 36V에 전류량 242Ah이었다고 한다. 이걸 곱하면 전력량이 9KWh에 약간 못 미친다. 공교롭게도 "지구 기름차 - 월면차 - 지구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얼추 등비수열을 형성한다.
그래도 달은 중력이 지구의 1/6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저 정도면 나쁘지 않고 충분한 용량이었던 것 같다.

(3) 배터리는 그 어떤 재료를 써서 만들든 공통적으로..
날씨가 너무 추우면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그리고 계속 쓰다 보면 성능이 서서히 열화되고 충전 가능 용량이 줄어든다는 특성이 있다. 날씨로 인한 열화는 일시적이고 가역적이기라도 하지만, 노후화(?)로 인한 열화는 비가역적이다.

마치 한겨울에 수도꼭지를 약간이라도 틀어서 수도관을 얼지 않게 하는 것처럼.. (일부러 물 틀어서 드는 수도료 << 동파된 수도관의 복구 비용이어서;; )
배터리는 자기 전력을 소모해서라도 주변 온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시키고 나서 사용하는 게 역설적으로 더 효율적일 수 있는 듯하다.

(4) 글쎄, 애초에 충전이 안 되는 전지를 다 써 버린 거나, 충전 용량이 현저히 떨어진 오래된 배터리나..
다들 간단한 방법으로 직접 충전은 못 하더라도 재료를 재활용할 수는 있다.
그 금속 재질을 화학적으로 녹이고 재가공해서 새 배터리/전지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건 단순 충전보다는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애초에 금속이란 게 견고한 물질이다 보니 재활용 효율이 타 재질의 쓰레기 대비 월등히 높다. 배터리 중에서는 자동차용 납 배터리가 그 효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관련 산업이 자동차 산업의 역사와 함께하며 완전히 정착돼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오늘날 많이 쓰이고 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세계적으로 재활용 효율이 겨우 5%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납보다 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인지..? 문제의 해결이 절실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6/08/22 08:35 2026/08/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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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여러 물질 중에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같은 유기화합물이 아니라 금속류는.. 생명체의 구성 성분과는 접점이 없어 보인다. 뭐, 생명체는 기계가 아니며 뼈가 쇳덩어리로 돼 있지는 않으니 말이다.
마그네슘, 아연, 망간 같은 일부 금속만이 극미량이나마 인체에서 생체 화학 반응의 촉매 명목으로 쓰인다. 아, 철은 화합물 형태로(헤모글로빈) 아예 혈액에 들어있는 성분이다. 그래서 이런 금속 성분은 너무 없으면 비타민이 부족한 것과 비슷한 결핍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허나, 저런 금속들과 반대로 인체에 매우 해로운 금속도 있다. 납, 수은, 카드뮴은 그야말로 위험한 중금속 3관왕으로 여겨진다.
영양분 합성이나 흡수, 항상성 유지에 기여하는 건 없으면서 괜히 유익한 금속이 들어가야 할 자리만 차지하고, 신경계를 교란하고, 그러면서 몸에 배출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이런 해로운 금속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전기의 저장과 관계가 있다.
황산-납은 예나 지금이나 자동차 배터리의 절대지존이고, 수은은 한때 동전 모양의 수은 건전지가 많이 쓰였기 때문이다. 니켈-카드뮴은 중· 소형 전자기기의 배터리로 많이 쓰였다.
수은과 카드뮴은 대체제 덕분에 이 바닥에서 퇴출되긴 했다. 그래도 건전지나 배터리는 무엇으로 만들건 몸에 좋지 않고 화재· 폭발 위험까지 있는 화학 물질이 쓰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1. 카드뮴

사람이 이런 중금속을 대놓고 우적우적 씹어 삼켜서 섭취하지는 않는다;;
산업 현장에서 납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포함된 쇠붙이를 용접할 때나 녹일 때.. (1) 그것들의 증기 내지 미세입자를 호흡기를 통해 체내 흡입하는 편이다. 전문용어로는 fume이라고 한다.

아니면 수질 오염이나 토양 오염으로 인해 그런 중금속 성분이 인체에 들어올 수 있다.
(2)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오염된 물에서 성장한 수산물을 먹을 때.. 혹은 (3)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농산물을 먹을 때 말이다.

그리고 중금속 성분은 해당 금속 순물질일 수도 있고, 다른 화합물 형태일 수도 있다.
화합물의 특성은 그 화합물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 순물질의 특성과 같지 않다. 하지만 순물질부터가 인체에 해로우면.. 화합물도 다른 성질은 바뀔지언정 인체에 해롭다는 특성은 대체로 변하지 않는 편이다.

20세기 중반에 일본에서 유행했던 공해병 중 하나인 '이타이이타이 병'은 수질 오염으로 인한 카드뮴 중독이 원인이었다. 카드뮴은 체내에서 정상적인 칼슘의 흡수를 방해해서 뼈를 극도로 약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몸에 오만 가지 탈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까지 야기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인적으론 초딩 꼬마 시절에 이 병 이름을 들었다. 그 뒤 '토스트 소녀' 게임에서 여캐 주인공이 장애물과 부딪히는 미스가 났을 때 "이타이~이타이 ㅠㅠㅠ" 이러는 걸 들으니 느낌이 참 묘했다. ㄲㄲㄲㄲㄲ)

심지어 담배 연기에도 카드뮴이 극미량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건 무슨 니코틴처럼 담배라는 작물 자체에 카드뮴이 들어있다거나, 담배의 제조 과정에서 일부러 그게 첨가된다는 뜻은 아니다.
농사 지을 때 투입되는 인산염 계열 비료에 카드뮴이 화합물 형태로 포함돼 있고, 그게 담배 식물 몸체에도 농축되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다면 이건 근본적으로는 토양 오염의 후유증이지, 담배만의 문제가 아니겠지만..
담배나 인삼은 지력 소모가 유난히 심한 빡센 식물이니 비료가 특별히 많이 쓰여서 문제의 여파가 더 큰 듯하다.
담배 연기에 방사성 원소인 폴로늄의 동위원소까지 들어있는 것도 카드뮴과 같은 원리 때문이라고 한다.

2. 납

납은 적당히 물렁물렁하고 녹는점이 낮고, 가공하기 쉽고.. 그러면서 꽤 무겁다는 특성으로 인해 유용한 구석이 매우 많은 금속이다. 그래서 자동차 배터리의 전극뿐만 아니라 퓨즈에도 쓰이고 총알 탄두에도 쓰이고.. 방사선 차폐 용도로도 쓰인다.

하지만 납이라는 물질의 '대외 이미지'는 철이나 구리에 비해 썩 좋지 않다. 인체 안에 들어가면 뇌세포 죽이고 뼈와 신경을 망가뜨리고 인체에 온갖 해악을 끼치는 독극물이어서 그렇지 싶다.
납 역시 굳이 납땜할 때 증기 흡입 형태로만 들어오는 게 아니다. 토양 오염이나 물 오염으로 인해 생물 농축 형태로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납은 에틸기가 여럿 결합한 유기금속 화합물 에디션이 있다. 이름하여 테트라(4)에틸납.. 화학식은 (CH3CH2)4Pb이다.
이건 상온에서 무색 액체로, 오리지널 납과는 형태가 완전히 다른 물질이다. 납이 다른 유기물과 뒤죽박죽 섞인 혼합물인 정도가 아니고 화합물이기 때문이다.

얘는 잘 알다시피 자동차용 휘발유 엔진에서 연료의 옥탄가를 올리고 노킹 현상을 없애 주는 아주 유용한 첨가제였다. '유연 휘발유'가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발명됐다.
이 물질의 제조사는 '테트라에틸납'에서 부정적인 어감을 주는 납이라는 단어를 뗐다. 뭔가 알코올스러운 느낌이 드는 '에틸'만 선택했다. 그리고는 '에틸 휘발유, 에틸 가솔린'이라는 상표명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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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뭐, 킬로그램/킬로미터에서 뒤의 단위를 떼고 '키로'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작명 같은데..
하지만 이름에서 납을 뗀다고 해서 이 물질에 납 성분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 첨가제가 들어간 휘발유가 엔진에서 연소되자.. 배기가스에도 납이 환원된 형태로 씀풍씀풍 섞이기 시작했다.
아.. 아니, 그 전에 테트라에틸납을 제조하던 근로자들부터가 공장에서 납을 마시면서 시름시름 앓고 죽어가기 시작했다.

제조사에서는 그건 일부 근로자들이 과로로 골병 든 것이라고 치부하면서 납과의 인과관계를 필사적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지는 않았다.
게다가 방사성 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해서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데.. 대기 중에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납 성분 때문에 실험이 안 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일본처럼 카드뮴(이타이..)이나 수은(미나마타)이 아니라 납으로 인한 공해병을 그것도 1920년대에 자동차 굴리면서 경험할 수 있었던 나라는 전세계를 통틀어 미국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백금 촉매 기반의 삼원 촉매 정화 장치라는 게 발명됐는데, 이 납 성분은 자기도 해로운 데다 삼원 촉매 정화 장치를 망가뜨려서 다른 배기가스들까지도 제대로 정화를 못 하게 만든다.

이 정도면 유연 휘발유는 노킹 방지 성능이 제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환경 문제 때문에 절대로 쓰일 수 없는 물질로 확인사살 당하게 됐다.
대체제인 무연 휘발유는 일단 원유를 과거보다 더 빡세게 정제해서 옥탄가를 올리고, 거기에 납이 아닌 다른 유기물을 첨가해서 제조된다고 한다.

납 이야기가 꽤 길어졌네..
하긴, 무겁다는 점 때문에 납뿐만 아니라 열화우라늄도 총탄이나 포탄의 탄두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이 설정이 스타크래프트 마린의 사정거리 업그레이드에도 들어가 있다.
그래도 자연 원소 중에서 상온에서 밀도가 가장 높은, 가장 무거운 금속은 오스뮴(Os)이라고 한다. 원자 번호가 가장 큰 자연 원소는 우라늄이고 말이다.
텅스텐은 무게도 무게지만 녹는점· 끓는점이 매우 높은 걸로 유명하다. 금이나 납은 매우 무겁긴 하지만 녹는점은 낮다.

3. 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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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은 상온에서 액체이지만 납보다도 밀도가 더 높은(무거운!!) 매우 특이한 물질이다.
반짝반짝 은색 광택이 나는 금속 같은데 물처럼 주르륵 흐르고, 무겁고, 동글동글 알아서 잘 뭉치고..
수백 년 전 옛날 사람들은 이런 신비로운 수은을 화장품처럼 써서 피부에 쳐발쳐발도 했었다. 수은을 그런 용도로 써서는 안 된다는 걸 인간이 깨우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 텐데..;;

수은은 앞서 얘기했던 건전지뿐만 아니라 형광등과 온도계에도 쓰였다. 이 때문에 '수은주'가 온도계를 의미하는 관용어로 아직까지도 쓰인다.
하지만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이며, 증기가 몸에 들어가기 쉽다. 우리나라에서는 먼 옛날, 1988년에 온도계 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문 송면'이라는 이름의 겨우 15살짜리 소년이 급성 수은 중독에 걸려 목숨을 잃은 비극적인 사고가 있었다. 온도계에다 수은을 주입하는 일을 밀폐된 공간에서 안전 장비도 없이 하면서 치사량의 수은 증기를 흡입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수은은 생물 농축을 통해서도 들어올 수 있다. 자연 오만 데서 조금씩 쌓인 수은이 바다로 들어가고, 그게 그 일대에 사는 어패류의 내부에 쌓이고, 그 어패류를 사람이 먹으면서 말이다. 수은뿐만 아니라 살충제 DDT, 미세 플라스틱 같은 다른 해로운 성분들도 이런 식으로 농축된다.

인간 사회에서 어떤 일을 추진할 때 하청 단계가 늘어나면 작업자가 받는 비용이 전 단계의 절반 이하로 팍팍 깎이곤 한다. 생물 농축은 이와 정반대다. 먹이 사슬 단계가 늘수록 그 농도가 몇 배로, 폭발적으로 올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생선 중에서도 참치, 상어처럼 덩치 크고 딴 어류들을 많이 잡아먹는 아이일수록 수은이 들어있을 가능성도 크게 높아진다. 생선에 기생충이야 가열만 하면 없어지겠지만 중금속은 그렇지 않다.

수은은 이런 생물 농축 과정에서 메틸기가 붙어서 유기금속으로 바뀐다. 메틸기가 하나만 붙은 CH3Hg 메틸수은은 가장 단순한 형태이다.
아까 유연 휘발유는 '에틸기'가 4개 붙은 납 화합물이었다는 걸 생각해 보자. 이번엔 에틸이 아니라 메틸이다.;;

같은 독극물이어도 암모니아나 테트라에틸납 같은 건 산업적으로 다른 유용한 구석이라도 있다. 그러나 메틸수은은? 잠시 농약이나 방부제 같은 데에 쓰이기는 했지만, 인체에 너무 위험하고 다른 대체제도 많기 때문에 퇴출됐다.
산업적인 쓸모가 있는 게 아니어서 인간이 일부러 제조하지는 않는다. 즉, 이건 그냥 해양 미생물이 수은을 가공한 결과물일 뿐이다.

오염된 물 속의 메틸수은이 쌓이고 쌓여서 발생했던 대표적인 공해병이 바로 미나마타 병이었다.
이타이이타이는 카드뮴이고 물 또는 토양과 식물이 출처였던 반면, 미나마타는 수은이고 출처가 물과 동물 계열인가 보다.

그런데 수은에 메틸기가 하나가 아니라 2개 붙으면 '디메틸수은' (CH3)2Hg이 된다. 이건 수은이나 메틸수은을 아득히 능가하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맹독 극독으로 위력이 업그레이드;;;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전설을 넘어 레전드 급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고 사례가 있다. 1996년 8월,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 화학과의 대학원생도 아니고 엄연히 교수이던 캐런 웨터한(Karen Wetterhahn)이라는 과학자가 맨손도 아니고 라텍스 장갑까지 낀 채로 실험을 하다가 디메틸수은 몇 방울을 손에 잠시 흘렸다. 곧바로 닦아냈다.

그랬는데, 겨우 그 찰나의 순간만으로도 디메틸수은은 장갑을 통과하고 사람의 피부로 흡수돼 들어갔다.
그로부터 무려 5개월쯤 뒤인 1997년 초부터 그녀는 뇌가 상하고 신경이 파괴되고 시청각 장애가 생기면서 폐인이 돼 갔고.. 10개월 뒤인 1997년 6월에 사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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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 정도면 거의 청산가리나 방사능 피폭이나 독사 맹독에 맞먹는 독이 아닌지..???
수은이 아무리 유독하기로서니, 증기가 아니라 액체 수은을 손으로 좀 만졌다고 해서 바로 체내로 흡수되고 몸에서 탈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디메틸수은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먹은 것도 아니고, 증기를 흡입한 것도 아니고, 피부에 그렇게 아주 소량이 잠깐 접촉한 것만으로! (이 정도면 뭐 사람 암살이나 ㅈㅅ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겠다;;)

일반인이 이런 미친 물질을 접할 일은 사실상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자연에서 합성되는 건 그냥 '메틸수은'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디메틸수은은 자연적으로 생성되지 않으며, 인간에게 딱히 다른 쓸모도 없다. (일부러 제조할 일 없음)

이상이다. 글을 이렇게까지 길게 쓸 작정은 아니었는데 엄청 길어져 버렸네;;
오늘은 해로운 중금속 3관왕 위주로만 썰을 풀었지만, 나중에 언젠가 금속이나 합금, 원소 쪽으로도 더 범용적인 글을 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6/08/13 08:35 2026/08/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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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라는 게 발명되고 대중화되기 전에는 다음과 같은 무선 통신 수단이 만들어져 쓰였다.

1. 무전기 (야외 근거리)

두 사람이 서로 수백 m나 수 km씩 떨어져 있어서 서로 보이지 않고 생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즉시 연락 가능하다.
기지국 없이 단말끼리 직통이다. 단순하지만 그만큼 보안이 취약하다. 그리고 일단은 수신과 발신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지형 영향을 많이 받으며, 초장거리 통화도 당연히 안 된다. 대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으로 동시에 제각각 통신할 수도 없다. 이런 저런 제약이 많지만 야외에서 험한 일 하는 군대· 경찰· 소방 같은 계층에서는 무전기가 오늘날까지도 매우 유용한 통신 수단이다.

2. 재래식 무선 전화기 (집)

이건 개념적으로는 송수화기만 무선화해서 유선 전화기 본체와 무전을 주고받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유선 전화 인프라에 의존적이며, 무선 통신이 가능한 사정거리가 매우 제한된다. 사실상 실내용이다.
요즘으로 치면 와이파이 AP의 사정거리가 옛날 무선 전화기의 사정거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싶다. 집 근처에서 무선 전화기의 통화 트래픽을 도청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3. 카폰 (차)

유선 전화에 의존하지 않고 그렇다고 개인용 무전기 같은 한계도 없이 전화가 되는 물건이다. 하지만 이걸 가능케 하는 설비가 사람이 일상적으로 들고 다닐 정도의 크기가 못 됐고 전원 공급 문제도 있으니.. 자동차가 매우 적합한 대안으로 선정됐다.
카폰은 처음에는 그야말로 차량용 대형 무전기일 뿐이었다. 살인적인 기계 가격도 가격이지만, 회선이 너무 부족해서 근본적으로 많이 보급될 수가 없었다. 그러던 게 나중에는 기지국과 통신하는 초보적인 주파수 공유 이동통신으로 발전했다.

4. 삐삐 (어디서나)

얘는 통화가 안 되는 일방적인 호출기에 불과하다. 삐삐 자체는 거의 모스 부호 급의 작은 정보밖에 전하지 못하고, 실제 통화는 연락을 받은 사람이 공중전화라도 찾아가서 따로 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삐삐는 (1) 모든 개인이 언제 어디서나 갖고 다니는 소형 단말기, (2) 전국구 중앙 기지국 기반 통신, (3) 건물 안이나 지하에서나 산속에서나 잘 터지는 접근성처럼...
그 이전의 무선 통신기기들이 갖추지 못했던 개인 이동전화의 또다른 중요한 덕목을 작은 스케일로나마 실현했다.
경찰 소방 말고,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업무용 삐삐를 여전히 갖고 다닌다고 한다.;; 거기서는 회중시계도 여전히 쓰이는 구석이 있는지 문득 궁금하네..

이런 단계를 거쳐서 오늘날의 휴대전화는..
무선 전화기 같은 온전한 전화 기능
무전기와 카폰을 합친 이동성을 살리면서
삐삐의 휴대성 보편성까지 한꺼번에 실현한 괴물 같은 물건이 됐다.
물론 이게 그냥 이뤄진 건 아니고, 기지국이 카폰이나 삐삐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이 촘촘하게 필요해졌다.

자동차 운전에다 비유하자면, 이것들은

  • 유인 운전을 전제로 한 부분적인 운전 보조 (크루즈, 차로 이탈 방지)
  • 주차나 도로 정체 같은 특수한 상황 한정으로만 무인 자동운전
  • 별도의 설비가 설치된 전용 도로/노선 사이만 무인 자동운전
  • 그냥 무선 통신으로 타인에 의한 원격 운전..!!

이런 것처럼 다양한 분야별로 단서나 제약이 붙은 조건부 불완전 자율주행 기능과 비슷하다.
허나, 휴대전화는 제약 없이 완전 자율주행이 실현된 것과 비슷한 격이 됐다.

뭐, 옛날 무선 전화기가 본체와 통신을 하던 것이.. 오늘날의 핸드폰· 이동전화는 기지국과 통신을 하는 것으로 스케일만 살짝 바뀐 거라고 볼 수 있다. 허나, 이동전화는 중요한 차이점이 더 있다.
바로.. 사용자가 많이 이동해서 한 기지국의 사정거리를 벗어나더라도, 가까운 다른 기지국이 실시간으로 그 단말기를 바톤 터치해서 연속적으로 끊김 없이 챙겨 준다는 것이다. 심지어 통화를 하는 중에 관할 기지국이 바뀌어도 그 통화는 중단되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 이런 건 무선 전화기 시절엔 생각할 수 없었던 기능일 것이다.

한때 팬텍, 모토로라, 노키아, 블랙베리 등 핸드폰을 잘 만드는 업체들이 세계적으로 많았지만 잘 알다시피 다들 몰락했다.
우리나라의 삼성 전자는 잘 알다시피 애니콜부터 시작해서 이동전화 단말기의 개발에 진심이었는데.. 얘들 역시 처음부터 잘 나갔던 건 아니었다. 특히 옴니아 시절까지만 해도 얼마나 삽질을 많이 했었냐;;

그랬는데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잘 만들어서 그야말로 세계를 석권해 버렸다.
삼전은 비록 모바일용 CPU나 운영체제를 직접 만드는 정도의 기술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같은 주요 부품에 탄탄한 기술이 있고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전반적으로' 고퀄로 잘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 구글에서 직접 만든 넥서스 같은 스마트폰까지 제치지 않았는가.;; 어찌 보면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상이다.
옛날에 공 병우 박사나 백 남준 같은 분은 독특한 정신 세계에다 엄청난 천재 겸 선각자였다. 겨우 196, 70년대에 남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시도를 했던 분인데..
공 박사는 PC나 PC 통신을 넘어서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 시대를 살았다면 세벌식 자판을 거기에다 어떻게 접목했을까?

백 남준은 다들 아시다시피 비디오 아트라는 분야를 새로 개척했는데, 브라운관보다 훨씬 더 얇고 거대하고 화질 좋은 오늘날의 최첨단 디스플레이 장비를 보면 또 뭘 만들 생각을 했을까?
글을 맺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Posted by 사무엘

2026/05/25 08:35 2026/05/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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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디지털, FM-AM

전파에다가 정보· 신호를 담아서 주고 받는 기술은 그 형태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발전했다. 그리고 아날로그 안에서는 AM(진폭 변조) 방식이던 게 FM(주파수 변조) 방식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지원 대상 매체를 살펴보면, 음성을 담는 기술부터 발명된 뒤에 영상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영상은 처음엔 흑백만 지원하다가 나중에 컬러로 확장됐다.

AM 라디오는 초보적인 자동차나 비행기처럼 20세기 초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FM 라디오는 제트기, 레이더, 형광등, 초창기 컴퓨터처럼 2차 세계대전 이후에나 대중화되고 보급됐다. FM은 잡음에 강하고 음질이 매우 좋지만(스테레오까지!) 디코딩을 위해 AM보다 더 훨씬 복잡한 회로를 만들어야 하고 만들기가 기술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덕분에 FM 수신까지 가능한 휴대용 건전지 라디오가 만들어지게 됐다. 이건 지금으로 치면 스마트폰 같은 혁신 그 자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치 독일의 국민라디오 VE301. 280 x 385 x 177 밀리미터.. 전축 스피커 하나 정도 크기였다. ㄲㄲㄲㄲ)

그 전.. 나치 독일이 프로파간다 선전용으로 보급했던 국민라디오는 당연히 진공관 기반에 AM 전용, 답정너 특정 주파수 전용이었다. 하지만 1930년대 기술로 진공관 라디오를 그 정도로 소형화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전자공학 기술의 산물이었다.

FM 라디오뿐만 아니라 텔레비전도 방송 자체는 193~40년대부터 조금씩 등장했지만 대중화된 건 사실상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였다. 하물며 1960년대까지만 해도 TV는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집집마다 보급되는 게 도저히 무리인 비싼 사치품이었으니 말이다. 그 전에 일반 서민들이 뭔가 영상을 접한 건 TV가 아니라 뉴스 영화 같은 것들이었다.

아날로그 텔레비전은 영상은 AM 방식, 음성은 FM 방식을 썼다. 그래서 옛날에 일부 고급 라디오는 FM에서 주파수를 더 올려서 텔레비전의 일부 낮은 번호 채널의 음성을 수신 재생하는 기능도 있었다.

영상은 음성보다 정보량이 근본적으로 훨씬 더 많고 취급하기 영 빡세다. 그러니 노이즈 때문에 좀 망가지더라도 처리 난이도가 더 낮고 차지하는 대역폭도 더 적은 AM 방식을 사용했다. 단, 지상파 텔레비전이 그렇다는 거고, CCTV나 현관 인터폰 같은 제한된 환경에서는 영상도 더 깔끔한 FM 방식이 쓰였다.

그 시절에 전파 상태가 안 좋으면 TV의 영상은 금방 노이즈 끼고 엉망이 됐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소리는 어지간해서는 깨지거나 잡음 끼지 않고 양호한 편이었던 걸 요즘 3~40대 이상 연령들은 기억하실 것이다. 그게 바로 이런 차이점 때문이다. 시스템이 일부러, 화질보다 음질을 더 신경 쓰는 쪽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영상을 통째로 디지털로 구현하는 건 1980년대 후반까지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1978년에 등장한 레이저디스크는 오늘날의 CD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광학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영상은 화질만 더 좋아진(TV나 VHS 비디오 테이프 대비) 아날로그 FM 신호로 기록됐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DVD와 레이저디스크. 지름 12센티미터와 12인치의 차이가 저랬다.)

1982년에 등장한 CD는 소리를 디지털로 기록한 매체이긴 하지만 잘 알다시피 쌩 무압축이다. 영상은 그런 식으로 디지털화하는 게 절대 불가능하니 엄청난 컴퓨팅 능력을 가진 코덱이 필수였다.

1987년에는 IBM PC 차원에서의 마지막 그래픽 카드 규격인 VGA가 등장했는데, 그 당시의 단자 기술로는 고해상도 컬러 그래픽 영상을 화면에다 쏴 주는 대역폭이 감당이 안 됐다. 그래서 VGA D-SUB 단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어졌었다!
비디오 메모리가 겨우 256KB네 512KB네 하면서 640*480 해상도를 논하던 시절,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인데 말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DVI나 HDMI 같은 디지털 단자로 세대 교체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1990년대가 돼서야 디지털 동영상을 표방하는 MPEG1 기반의 Video CD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건 매체의 용량으로나, 가정용 컴터들의 성능으로나.. 기존 아날로그 텔레비전이나 비디오(VHS)에 비해 그닥 뛰어나지 못해서 묻혔다.
1990년대 말, MPEG2 기반에다 DVD 정도가 등장한 뒤에야 서서히 판도가 바뀌었다. 영화도 컴퓨터로 보는 시대가 됐으며, 그리고 기존 텔레비전도 디지털로 바뀌고 화질이 바뀌고 무엇보다도.. 화면 종횡비도 더 납작하게 바뀌었다.

여기에 덧붙여 컴퓨터의 성능이 더욱 향상되고 무선 인터넷의 속도가 무섭게 빨라졌다. 그 덕분에 2010년대부터는 영화를 디스크 집어넣어서 보는 게 아니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보게 됐다. 이 때문에 DVD 다음의 광학 매체인 블루레이는 오히려 인기가 영 시들해졌다.
MPEG 1과 2+의 존재감의 차이는 조금 분야가 다르지만 유니코드 1과 2+의 존재감의 차이와도 비슷한 넘사벽이 된 듯하다.

오늘날 디지털 TV가 전파를 주고 받는 방식은 둘 중 하나만 따지자면 FM보다는 AM의 변형 확장에 가깝다. 잡음 오류 검출은 디지털 신호에 담긴 정보의 체크썸으로 알아서 하니, FM의 고유한 장점이 별 의미 없기 때문인 듯하다.
깜빡거리는 형광등이 없어지고 PC에서 하드디스크 돌아가는 소리가 없어지고(SSD..), TV에서 백색잡음이라는 게 없어지다니.. 아니 백색잡음 영상을 인코딩한 디지털 동영상을 유튜브로 일부러 찾아 재생하다니 참 기가 찰 지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디지털이라는 건 그 음성이나 영상 신호의 원자적인 기본 단위까지 기계가 다~ 0 아니면 1로 100% 정확하게 파악하고 변별한다는 걸 의미한다. 아날로그는 그런 보장이 없다.
아날로그 기기는 이 신호가 진짜 신호인지 노이즈인지 분별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영상이나 음성으로 변환해 내보내기만 할 뿐이다. 그러니 디지털이 아날로그 FM보다도 훨씬 더 고급 기술인 것이다.

※ 여담: 레이저디스크

레이저디스크는 비록 영상을 아날로그 뭉텅이로 다뤘지만 그래도 VHS보다야 월등히 더 뛰어난 매체였다. 단순히 화질만 더 좋은 차원이 아니었다.
오디오 CD와 마찬가지로 테이프를 번거롭게 감을 필요 없고,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디지털 영상과 마찬가지로 화질 저하 없이 고속 재생이나 일시정지가 가능했다고 한다. 오~ 이걸 생각하니 현타가 온다.

VHS는 잘 알다시피 그 작은 테이프에다가 영상 정보를 최대한 많이 집어넣기 위해 영상 정보를 기울인 사선 모양으로 기록한 걸로 유명한데..
그 대신 조금이라도 일반적이지 않는 방법으로 테이프를 다루면 재생하면 헤드-트랙 사이의 동기화가 깨져서 화면 유지가 안 됐다. 일시정지를 시키는 것조차도 뭔가 건물 엘리베이터를 닫힘 버튼 누르면서 존버하는 것 같은 불안한 상태가 되었다. 프레임 단위 이동이나 고속 재생 같은 것에도 매우 취약했다.

하지만 레이저디스크는 그런 제약이 없었다니.. 그 시절엔 정말 꿈만 같았겠다. 그리고 얘는 후기형 한정이지만 음성은 오디오 CD처럼 디지털화도 됐다고 한다.
하지만 얘는 그 시절에 비싸도 너무 비쌌기 때문에 VHS처럼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그러니 그냥 소수의 영화광들 전유물로 머물렀다. 너무 크고 무겁고 보관하기 어려웠다는 단점은 덤이고..

Posted by 사무엘

2026/01/02 08:35 2026/01/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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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현재의 시각을 알기 위해서 먼 옛날부터 매우 오랫동안 그저 수직으로 세워진 작대기의 그림자의 모양(길이와 방향)에 의존해 왔다.
이름하여 해시계인데.. 이건, 밤에는 사용할 수 없으며 낮이라도 비구름이 가득하고 햇볕이 내리쬐지 않을 때도 무용지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균일한 속도로 뭔가가 떨어지거나 돌아가는 타이머형 장치도 별도로 고안하게 되었다. 즉, 영역이 이렇게 둘로 나뉘었다.

타이머는 중력을 이용해서 유체가 흘러나가는 물시계나 모래시계가 형태가 단순하니 가장 먼저 만들어져 쓰였다.
24시간 내내 균일한 속도로 나아가는 시계 동력원을 찾는 과정에서 17세기 수학자와 과학자들은 흔들흔들 진자의 운동을 주목하게 됐다. 그 결과물이 바로 오랫동안 시대를 풍미했던 태엽 기반 괘종시계이다.

진자가 각도와 무관하게 100% 정확한 동주기 운동을 하려면 추를 매단 줄(=실)이 사이클로이드 모양을 그리게 해 줘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걸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럭저럭 정확도가 보장되는 저각(최대 거의 20~30도) 영역에서만 추를 진동시킨다.
학교 과학 시간에도 진자의 운동을 계산할 때 중등 레벨에서는 sin x와 x 값이 얼추 일치한다고 치고 식을 많이 단순화시켜서 저각에서만 놀았었다.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이라는 동요는 1920년대에, 저런 기계식 괘종시계가 현역이던 시절에 만들어졌다. (정확히는 작곡이 저 시기이고 작사는 미상)
그때 시계는 요즘 시계처럼 초침이 움직일 때 짹~ 짹~ 미세한 소리만 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똑딱똑딱 소리가 났다. 그리고 quartz라는 문구 대신, 태엽 감는 작대기를 꽂는 단자가 있었다.

나중에 철도가 발명돼서 인간이 육로로 하루에 수백 km 이상 이동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일단 (1) 시차와 시간대에 대한 정립이 필요해졌다.
같은 순간에 어떤 곳은 아침인데 다른 곳은 낮 또는 심지어 밤일 수 있다는 걸 인간은 통신장비 이전에 교통수단의 발명을 통해서 실감하게 됐다.

그런데 말이다. 적도라든가 남극· 북극점 같은 위도의 기준점은 인간이 태양 모양과 그림자 각도 측량을 통해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아문센이 진짜로 남극점을 다녀온 게 맞는지 인증은 요즘 같은 통신위성이니 GPS니 없어도 옛날 구닥다리 아날로그 기술로도 정확히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도의 절대기준점은 정하기가 심히 난감했다. 위도가 같다면 지구 어디서나 시차 자체 말고 밤낮 길이나 별자리, 천체의 모양 같은 건 아무 차이가 없다. 생각해 보니 그렇네..
수직에서는 가장 높은 곳, 가장 낮은 곳이 존재하지만 수평은 둥근 지표면에서 제일 왼쪽 끝, 제일 오른쪽 끝을 어찌 정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이거 기준을 모르니 옛날에는 배 타고 우연히 발견했던 섬을 다시 찾아가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오징어 게임이 벌어지는 섬을 다시 찾아가는 게 그때는 진짜 엄청난 난관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가 경도 0도, 표준 시간대 보유지로 지정된 것은 굉장히 대단한 일이었다. 영어와 철도 궤간과 더불어 영국이 보유하게 된 엄청난 세계 표준이 아닐 수 없다. 이 표준시가 옛날 명칭은 GMT(그리니치 표준시), 현대 명칭으로는 UTC(협정 세계시)가 됐다.

자, 그 다음으로..
철도는 정시성이 생명이다 보니 (2) 여러 시계들 간에 시각 동기화에 대한 필요를 만들어냈다. 시간대의 동기화 다음으로 시계 자체의 동기화 차례이다.

실제로 옛날에 열차 기관사들은 매일 아침에 모든 열차들 안의 시계 시각을 동일하게 맞추고 나서 운행을 시작했다.
철도 분야는 아니지만 6· 25 전쟁 중에 각종 공작원들이 손목시계의 바늘을 서로 동일하게 맞추고 나서 각자 헤어지고, 약속 시각에 어디서 접선하던 게 '인천 상륙작전' 영화에서도 묘사된다.

20세기 중반에 와서는 시계의 끝판왕인 쿼츠 시계가 발명되어서 과거의 기계식 시계를 퇴출시켰다. 둘의 관계는 거의 필름 카메라 vs 디지털 카메라의 관계나 마찬가지였다.
괘종시계 다음으로 뻐꾸기 시계가 사라지고 회중시계도 당연히 진작에 도태됐고.. 지금은 진짜 동그란 쟁반 모양의 벽시계 아니면 핸드폰 시계, 손목시계 정도밖에 없는 듯하다.

핸드폰이 보급되고 컴퓨터에도 시계 서버 동기화라는 게 생긴 뒤부터는 인류는 이제 제멋대로 틀리게 가는 시계의 오차를 수동으로 바로잡을 일이.. 정말 지극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한때는 국제선 여객기조차 항법사의 실수로 방향을 잘못 잡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일개 민간인 승용차에 몽땅 다 GPS 길 안내 내비가 탑재되는 세상이 찾아왔다.
다만, 차량용 블랙박스는 아직도 시계 자동 동기화의 사각지대에 속해 있나 보다.

옛날에 시계나 달력을 연구하던 사람들은 당대에 완저 날고 기는 엘리트였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통신 및 방위 인공위성이라는 게 얼마나 인간들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줬는지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옛날엔 철도역 광장에는 시계탑이란 게 꼭 있었다. TV나 라디오에서 특정 시각 정각 '시보'라는 방송이 꽤 중요하게 다뤄졌었다. 오늘날은 당연히 핸드폰 시계 덕분에 이런 게 존재감이 확 없어져 버렸고 말이다.;;

참고로 아인슈타인은 당대의 핫한 이슈이던 시계 동기화를 연구하다가 상대성 이론을 발견했다. 물론 실생활에서 이 이론이 유의미하게 적용될 정도로 빠르게 운동하는 물체는 없으니 이건 천체나 인공위성의 운동 정도는 돼야 고려 대상이다. 이 상대성 이론 덕분에 GPS가 더 정확하게 동작할 수 있게 됐다.

"물체의 운동 속도가 빨라질수록, 광속에 근접할수록 시계가 더 느리게 간다", "질량을 가진 물체는 속력이 광속을 넘어설 수 없다".. 물리 법칙에서 뭔가 운동과 관련된 한계를 규정하는 건 주로 열역학 쪽인데(에너지 변환 효율), 질량이 있는 한 광속을 넘어서는 건 불가능하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 =_=;;;

사실 그 전에 광속이란 게 유한하다는 걸 발견하고 측정해 낸 것도 대단한 업적이다. 음속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너무 빠른 빛의 속도를 도대체 무슨 수로 측정해 낸 걸까? 이건 언제 어디서나 절대불변 동일하게 재현할 수 있는 물리량이다 보니 길이의 단위도 빛이 진공에서 1/XXXXXXXXXXXXXX 초 동안 진행한 거리라고 정의될 정도이다.
광속은 측정 방식의 한계상, 빛이 어디론가 갔다가 반사되어 돌아온 '왕복' 속도만을 잴 수 있다. 그걸 2로 나눠서 편도 속력을 구할 뿐이다. 이것도 참 신기한 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09/09 08:35 2025/09/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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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표준의 필요성

1. 새마을호 객차

옛날에(1980~2010년대) 우리나라에 새마을호 열차가 다니던 시절에..
새마을호는 기관차 견인형과 액압변속 디젤동차형 둘로 나뉘었던 걸로 유명했다.
동차형 새마을호는 동력분산이 아니라 동력집중식이었다. 즉, 맨 앞, 맨 뒤 양쪽의 동력차만 빼면 그 사이의 객차들은 엔진 같은 게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므로 기관차 견인형 새마을호의 객차와 동차형 새마을호의 객차는 크기와 좌석이 동일하고 인테리어 동일하고 외형적으로 다를 것이 전혀 없었으나..
모종의 이유로 인해 전원 점퍼 같은 세부 규격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고 호환되지 않았다. 그래서 같은 새마을호 객차이지만 기관차 견인형과 동차형을 서로 섞어서 편성할 수 없었다..!

물론 새마을호 전용 동력차로부터 전력을 받는 거랑, 그런 거 없이 통상적인 기관차나 발전차로부터 전력을 받는 게 내부적인 구현 형태는 많이 다르긴 했을 것이다. 그리고 동차 편성은 그 특성상 유동적인 객차수 조절을 별로 염두에 두지도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입출력 인터페이스가 달라야 할 필요가 없는 물건이 규격이 서로 일치하지 않은 것은 좀 아쉬운 점이다.

이제 우리나라에 동차형 새마을호와 비스무리한 외형을 유지하고 있는 열차는 경복호밖에 남지 않았다.

2. 아폴로 13호 우주선

1970년, 미국의 아폴로 13호 미션 때는 사령선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 이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달 착륙선에 있던 전기와 산소까지 어떻게든 끌어다가 사령선의 승무원들을 생존시키고, 이들을 지구로 생환시켜야 할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사령선의 이산화탄소 제거기와 달 착륙선의 이산화탄소 제거기는 서로 다른 제조사에서 만들었는지 단자 모양이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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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있던 엔지니어들이 단자 모양을 어떻게든 맞추는 방법을 찾아내 알려주고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이렇게 똥줄 타는 경험을 한 뒤, 아폴로 14호부터는 두 기계는 단자 모양이 당연히 서로 호환되게끔 시정 조치가 취해졌다.

3. 일본군의 육· 해군 대립

2차 세계 대전 시절에 일본군에서는 육군이 잠수함을 만들고 해군이 탱크를 만들기도 했던 게 아주 유명하다. =_=;;;;; 서로 노하우 공유나 부품 호환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전부 따로국밥..
해병대 상륙함이라든가 폭격기 같은 건 육· 해군 경계가 모호할 수도 있다고 치지만, 탱크와 잠수함은 너무했다. -_-;;;

구 일본군의 병크가 워낙 유명하긴 하지만, 컴터 업계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는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꽤 악독했다.;;; 구글, 애플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내부의 팀들끼리 경쟁하고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정보 공유 같은 것도 없고 같은 기능의 중복 개발이 난무했다.

현재 시스템에서 실행 내지 load돼 있는 프로세스· DLL을 조회하는 API를 Windows 9x 팀과 NT 팀이 어떤 정보 공유도 없이 제각기 따로 개발했질 않나, (dbghelp vs psapi)
Visual C++ 팀과 Windows 팀이 C 런타임 라이브러리를 오랫동안 서로 따로 만들고 놀았다.
Office 팀은 파일 대화상자를 자체적으로 따로 개발하고 심지어 한중일 IME도 따로 자체 개발했었다. (Windows XP 시절까지)

4. C++ 표준 라이브러리

하긴, C++이라는 언어도 말이다. 처음부터 정교하게 설계된 언어가 아니라 "C에다가 객체지향만 살짝 얹은 그 무언가"에서 출발했다가 차츰차츰 아주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진화된(evolved) 언어이다.

얘는 처음 등장했을 때 자기만의 표준 라이브러리, 클래스 라이브러리라는 게 없었다. 언어 차원에서 기본 제공되는 모든 오브젝트들의 뿌리 기본 클래스라는 개념도 없다. 그저 void*만이 있을 뿐;;;

1990년대 초, C++ 3.0에서 템플릿이라는 게 추가되고 나서 이를 이용한 범용적인 알고리즘/컨테이너 구현체인 STL이라는 게 알음알음 등장하고, C++98이 돼서야 라이브러리의 표준화가 논의됐을 뿐이다. 다른 객체지향 언어들과 비교했을 때 표준 라이브러리가 너무 늦게 제정됐다.

그 와중에 C++ 컴파일러가 등장하고 컴퓨팅 환경이 DOS에서 Windows로 넘어가는 동안..
수많은 라이브러리 개발사들은 그새 자기만의 문자열 클래스, 자기만의 동적 배열, 자기만의 링크드 리스트 컨테이너 등등을 만들고 또 만들게 됐다. re-invent the wheel!! 뭐, 이거는 앞에서 언급했던 마소 부서들의 중복 구현과는 성격이 좀 다른 현상이지만 말이다.

5. 전기 플러그

전기· 전자는 표준 규격이라는 게 오만 데 다 필요한 분야임이 틀림없다. (1) 가정용 교류 전기의 전압(100, 220)은 대표적인 예이고, 교류의 경우 주파수도 말이다(50 또는 60hz). 난 직류는 뭔가 민물고기(강=도시철도?) 같고 교류는 바닷물고기(광역/일반/고속철도??) 같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 왔다.

(2) 전기 자체의 물리량뿐만 아니라 전원 플러그의 외형적인 모양도 어쩌다 보니 세계적으로 완전히 통합되지 못했다. 전부 합하면 10여 종이나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전세계 모든 전원 플러그에 대응 가능한 뚱뚱한 플러그가 공항 면세점이나 잡화점에서 팔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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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기 플러그는 전압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옛날 100V용으로 쓰였던 각진 type A형 플러그로 220V를 넣을 수도 있고, 반대로 오늘날 220V용으로 쓰이는 동그란 돼지코 type C 플러그로 100V를 넣을 수도 있다. 그냥 정하기 나름..
그런 맥락에서 만능 플러그 역시 변압은 해 주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그건 소비자가 알아서 변압기를 구비해서 해결해야 한다.

승압을 하면서 플러그의 모양까지 딴 걸로 바꾼 건 뭐랄까 마소에서 16비트에서 32비트로 갈아탈 때 실행 파일 포맷이라는 껍데기를 NE에서 PE로 바꿔 버린 것과 비슷한 변화 같다.

6. 충전 단자

전원 플러그 다음으로는 충전기도 생각해 보자.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핸드폰/피처폰들의 충전기와 짹 모양이 전부 제각각이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폰을 통째로 받침대에다 찰칵 꽂아 놓고 충전했던 적도 있는데..

이제는 USB 포트가 전자기기 간의 연결뿐만 아니라 소형 전자기기들의 충전까지 책임지는 만능 단자로 등극했다. 오죽했으면 그 도도하던 아이폰까지 USB C를 도입할 지경이니까.
하지만 컴퓨터와의 접점까지는 없는 일부 저렴한 손전등이나 전동 면도기 중에는 여전히 듣보잡 고유 단자와 전용 충전기만을 고집하는 물건이 있다. 이런 것들은 차차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충전 상태를 나타내는 시각 피드백도 좀 통일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충전 중엔 적색이다가 완료 후엔 녹색.
  • 충전 중엔 녹색이다가 완료 후엔 녹색 점멸;;
  • 충전 중엔 황색이다가 완료 후엔 불빛 꺼짐
  • 충전 중엔 황색 깜빡이다가 완료 후엔 황색

옛날에 폰과 디카의 배터리를 따로 꺼내서 충전하던 시절엔.. 본인은 위의 케이스들을 전부 다 봐 왔다.;;;

7. 좌표계

국가별로 도로에 좌측/우측통행 기준이 다르다면, 컴퓨터에는 CPU 제조사에 따라서 비트 배열 순서(엔디언)가 차이가 있다. 그런데 컴퓨터에는 그것 말고 기하학적인 좌표의 취급 방향도 살짝 파편화된 구석이 있다.

2차원에서는 Y축의 양수가 아래로 가느냐, 위로 가느냐가 다르다. 아래는 글을 써 내려가는 방향과 일치하는 반면, 위는 수학 좌표계와 일치한다.
이건 뭔가 번호 다이얼(아래로)과 계산기의 숫자(위로) 배열 방향 차이와도 비슷해 보이는데..?

BMP 그래픽 파일은 위쪽(수학) 좌표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Windows에서는 원초적인 픽셀 기반의 MM_TEXT 좌표계만이 아래쪽이고, 나머지 현실 단위계와 대응하는 좌표계들은 위쪽이다. macOS 환경은 MM_TEXT라는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고 몽땅 위쪽인 걸로 난 알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차원을 넘어 3차원으로 가면.. XY 평면 위로 Z축의 양수가 어느 쪽으로 뻗느냐에 따라 왼손 또는 오른손 좌표계로 나뉜다. 오래된 표준 그래픽 라이브러리인 OpenGL은 오른손 좌표계이지만, 후발주자였던 DirectX는 왼손 좌표계를 채택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상이다.
자고로 어떤 기계나 컴퓨터 프로그램은 겉으로는 똑같이 동작하더라도 내부 디테일은 어떤 규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제품의 유지보수라든가, 타사 제품과의 연계를 위해서는 산업 표준을 만들어서 그걸 따라 만들게 하는 게 좋다.

컴퓨터 세계를 더 살펴보자면, 유니코드라는 게 없던 1990년대 초까지는 한글 코드조차 조합형이니 완성형이니 난립해서 문제였었다. 21세기 초까지는 동영상 코덱도 난립(1990~2000년대)했었다.
철도는 궤간이 대표적인 문제이고.. 아날로그 TV 시절에는 디지털 동영상 코덱이 아니라 아날로그 영상 신호 내부 구조가 PAL이니 NTSC니 하는 표준 규격이 있었다. 이런 걸 다 다루기에는 시간과 지면이 부족하니 이 글에서는 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15 19:35 2025/06/1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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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마력이라는 출력의 의미

1마력이라는 건 75킬로그램짜리--정확히는 질량 75kg에 지구 중력가속도가 적용된 75kgf-- 물체를 초속 1m, 즉 사람이 천천히 걷는 정도인 시속 3.6km의 속도로 들어서 위로 끌어올리는 '일률'을 말한다.
마력에 대해서 문화권별로 HP냐 PS냐 하면서 자잘한 차이가 있긴 하다. 허나, 이 글에서는 그건 논외로 하고, 미터법을 기반으로 하는 프랑스/독일 스타일 마력(PS)을 다루기로 한다.

사실, 힘이라는 건 질량을 가진 물체의 운동 속도를 변화시키는 변화량을 나타낸다. 그 힘이 축적되어서 물체가 이동하면서 일을 하며, 일률은 그 일을 단위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이 하는지를 나타낸다.
가벼운 물체가 신속하게 움직이거나, 무거운 물체를 그에 상응하게 천천히 움직이면 일률이 서로 비슷하게 산출될 수 있다. 그러니 힘과 일률은 비슷한 것 같지만 엄밀히 따지면 서로 관점의 차이가 있는 개념이다.

그럼 1마력은 어느 정도 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일률일까?
비만이 아닌 성인 남자 하나, 혹은 지게 하나를 꽉 차지하는 쌀 한 가마 무게가 75kg 부근이다.
이건 리어카에 실어서 사람 보행 속도로 밀거나 끄는 것도 사람 혼자서는 쉽지 않은 무게일 것이다. 그런데 이걸 붙들고 위로 끌어올리는 거라면..???? 사람의 근육으로 범접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위력임을 알 수 있다.

올림픽 역도 선수는 75kg의 2~3배에 달하는 무게의 역기를 들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바닥에서 머리 위로 2m 남짓 번쩍 들어올리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를 한번 생각해 보자. 사람이 아니라 동물 말은 이 정도 일률이 평범하게 나오는가 보다.

건강한 성인 남자가 자전거로 페달을 최대한 죽어라고 밟을 때 발이 산출하는 일률이 대체로 0.1~0.2마력 주변이라고 한다.
사람은 체중이 있으니 쎄게 밟으면 페달질 중의 토크(돌림힘)는 그냥 휘발유 승용차 엔진의 최대 토크에 근접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잠깐만 말이다.
중형차의 최대 토크가 반지름 1m짜리 회전축 기준으로 거의 20kgf가량이다. 자전거 페달 크랭크암은 20cm가 채 될까말까이니 저 기준에 맞추려면 힘을 5배 가까이 곱해 줘야 한다.

그런데 자동차 엔진은 그 힘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회전수는 사람의 자전거 페달링 회전수의 수십 배를 상회한다. 제원에 명시된 150~200마력이야 풀악셀을 밟을 때에나 나오는 최대 한계이지만, 악셀 안 밟고 공회전 아이들링 크리핑만 해도 기본이 10마력대이다.
그러니 자동차는 D 해 놓고 슬금슬금 기어가는 상태라도 힘을 절대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저 상태로도 사람 태우고 과속방지턱쯤은 우습게 넘으며, 아주 약간의 오르막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 말고 다른 예로는..
(1) 15층 이하 건물에서 통상적인 속도로 주행하는 엘리베이터가 보통 분속 60m라고 한다. 즉, 초속 1m, 시속 3.6km인 마력의 레퍼런스 속도와 동일하다.
어떤 엘리베이터 모터의 최대출력 마력은 승차정원의 수와 얼추 비슷하며, 최소한 그와 선형적으로 비례한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는 카 자체의 무게라든가 다른 여유분도 추가되겠지만 말이다. 15인승 엘리베이터에는 20~30마력짜리 모터가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2) 통상적인 자동차 에어컨이 한여름 최대 출력(최저온?)으로 돌아갈 때 끌어다 쓰는 엔진 동력도 내가 알기로 얼추~~ 1인당 1마력꼴이다.
통계에 따르면 5인승 자동차에 들어가는 에어컨이 깎아먹는 출력 오버헤드가 3~5 마력.
그리고 40인승 이상의 대형 버스에 장착되는 에어컨이 최대 출력이 40~42마력 남짓이라니 꽤 정확하게 대응한다.

디젤 엔진에 지금처럼 커먼레일에 터보차저 같은 기술이 도입되기 전.. 옛날에는 6000~7000cc 배기량의 버스 엔진도 최대 출력이 고작 150~160마력 안팎이어서 요즘 중형 승용차보다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긴, 그때는 버스에 에어컨이 없고 천장 선풍기밖에 없었겠다만..;; 에어컨이 갓 장착됐던 시절에는 이게 차량의 성능에 주는 부담이 꽤 컸다. 에어컨을 쌩쌩 틀면 차가 오르막을 잘 못 오르고 가속이 잘 안 될 정도였다.

그런 배고픈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고속버스의 법적 정의에 "엔진 출력이 차량 총 중량 1톤 당 20마력 이상일 것"이라는 조건이 들어가 있다. 고속버스라면 그에 걸맞은 고성능 차량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생산되는 버스들은 저 조건을 당연히 아득히 충족한다. '현대 유니버스'가 차량 총중량 15톤에 엔진 최대 출력이 400마력에 달한다.

이상이다.
둘을 종합하면 엘리베이터 모터도 1인당 얼추 1마력, 에어컨의 압축기도 1인당 얼추 1마력..
여름에 에어컨을 돌려서 기온을 낮추기 위해, 머릿수 하나당 엘리베이터 타고 위로 올라가는 정도의 동력이 필요하다는 게 흥미롭다.
그리고 이건 성인 남자가 혼자 자전거 페달을 죽어라고(고속 때문이건 오르막 때문이건) 밟는 일률의 최소 10배 이상.. 보통 수십 배에 달하는 위력이라는 것 말이다.

초· 중등 학교에서 가르치는 고전역학 교육은 복잡한 식 계산도 좋지만 이 숫자들이 일상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게 사람의 힘보다 얼마나 더 엄청난 힘인지, 우리 주위의 각종 기계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애들한테 일깨우는 교육이었으면 좋겠다.

대전액션 게임을 만들려면 개발자들부터가 먼저 때리고 맞는 경험을 해 보고, 철도인이라면 철-철과 아스팔트-고무의 정지 마찰력 차이와 표준궤 궤간의 길이를 몸과 느낌으로 알아야 하듯이 말이다.
열역학은 하다못해 비빔면 끓였다가 물에 담가서 식히는 것과 접목하고 말이다. (물의 엄청난 비열!!)
비행기가 이륙하는 가속을 자동차 급가속으로 경험하려면 악셀을 얼마나 밟아야 할까~~? 이런 것도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다. 아.. 자동차 운전은 애들이 경험하는 건 아니지만..;;

Posted by 사무엘

2025/06/13 08:35 2025/06/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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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과 듣는 것의 차이

1.
그래픽 사진에 대해서 피부 주름 제거, 색감 명도 채도 보정 같은 온갖 '뽀샵질'이 존재한다.
그것처럼 사운드에도 잡음 제거는 말할 것도 없고, 노래 중에 쓸데없이 들어간 "헉 / 쓰읍" 숨소리 제거, 음량-음역 보정, 너무 커서 찢어지거나 뭉개진 파형 보정 등 갖가지 보정이 존재한다. 음반 음원도 그냥 만들어지는 게 절대로 아니다.

2.
그래픽에는 비트맵을 계단현상 없이 부드럽게 확대하는 휴리스틱 알고리즘이 있고, 산술 연산이나 AI를 동원해서 흐릿한 상을 복원하는 필터도 있다.
그것처럼 사운드에는 음고를 유지하면서 재생속도만 바꾼다거나, 재생속도를 유지하면서 음고를 변형하는 휴리스틱 알고리즘이 있다. (음파는 일반적으로는 음고와 속도가 같이 증가하거나 같이 감소하기 때문. 둘 중 하나만 변형하기가 어렵다)

3.
컴퓨터의 성능이 발달하면서 디지털 영상은 더 고화질로 리마스터링이 행해져 왔다.
3D 모델 소스가 있으면 렌더링과 영상 인코딩을 다시 하면 되고, 아날로그 영화 필름도 화질이 아주 좋기 때문에 이걸 그대로 다시 디지털화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오히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의 영상이 상대적으로 화질이 안 좋아 보인다. 종횡비도 16:9가 아니라 4:3이니 더 이질감이 느껴진다.
화질이 안 좋거나 아예 흑백인 옛날 영상의 경우 AI를 동원해서 '창작'을 해서 화질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음성은..??? 쌍팔년도 시절에 정립된 CD 음질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얘만 리마스터링 하는 경우는 딱히 없는 것 같다.
단.. 옛날에 PC 스피커로 어설프게 자연 사운드를 구사했던 게임 효과음들은 필요하다면 실제 사운드로 리마스터링 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도스용 황금도끼 게임의 효과음 말이다.;;

4.
음속은 광속보다 훨~~씬 더 느리다.
번갯불과 천둥 소리 사이의 텀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비행기만 해도... 관악산 같은 데서 좀 낮게 날아가는 걸 보시라.
비행기의 엔진 소리는 지금 비행기가 있는 곳보다 더 뒤에서 들리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카카오톡에서 말과 사진을 같이 보내다 보면..
발신자는 '말-사진-말-사진' 이렇게 보냈지만, 수신자는 '말-말-사진-사진' 이렇게 받게 되는 수가 있다. 사진은 아시다시피 용량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전송이 훨씬 더디다.
빛의 속도와 소리의 속도도 이런 부류의 차이가 존재하는 걸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곤 한다.

5.
대부분의 우주 사진, 천체 사진은 노출을 분~시간 단위로.. 심지어 며칠 단위로 하면서 빛을 어마어마하게 모으고 쬐어서 간신히 찍은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 암흑천지에서 무슨 풍경을 건지겠는가?
그렇게 노출하는 동안 한 곳만 뚫어지게 안정되게 보고 있어야 사진이 흐려지거나 망가지지 않는다.

그 반면, 태양 흑점 사진은..??? 정반대로 빛을 미치도록 줄이고 또 줄이고 특수하게 걸러내서 찍은 것이다.
현실의 태양은 겨우 저런 누런 주황색이 아니며, 흑점도 시꺼먼 색이 절대 아니다. 흑점이고 나발이고 아무 구분 없이, 맨눈으로는 차마 볼 수도 없는 미치도록 희고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올 뿐이다.
모든 광학 기기는 아무 조치 없이 태양을 직접 겨냥하는 건 마치 박격포 90도 직사와 동급으로 절대 금지이다.

그런 것처럼 빛뿐만 아니라 소리에도 비슷한 부류의 극한이 있다.
개인적으로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를 아주 좋아하는데 이건 평범한 장비로는 제대로 녹음을 하기 어렵다. 쿠르르르릉~~ 소리가 워낙 웅장(..)해서 파형이 다 넘치고 뭉개지기 때문이다.

영화나 게임에서 각종 총소리, 폭발 등을 보면 화염 비주얼은 실제보다 훨씬 더 과장해서 묘사하고, 폭음 같은 소리는 줄여서 묘사한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남자들 군대에서 수류탄 투척까지 갈 필요 없이.. 차끼리 부딪히는 교통사고 현장 근처에만 있어 봐도 쾅 소리에 크게 놀라게 된다.

6.
음파가 가청 대역을 넘어가면 초음파라고 불린다.
그러나 전자기파가 가시광선 대역을 넘어가면.. 그건 자외선 등 다른 전파가 된다.

7.
철길 근처에 서서 열차가 쌩~~ 지나가는 걸 들어보면 말이다.
같은 소리가 멀리서 날 때는 더 작게 들리고, 가까이서 날 때는 더 크게 들린다는 거야 당연히 상식이다.

그런데 이때 소리를 잘 들어 보면 음량만 작아지는 게 아니라, 음높이까지 변할 때가 있다.
까놓고 말해 ‘솔’ 소리가 그대로 fade out되는 게 아니라 “솔~~~ 파# 파 미..” 이렇게 된다는 뜻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 보시라.
주행 중인 철도 차량 출사 덕질을 많이 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음향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왜 그렇지..???

이게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도플러 효과이다. 단순히 열차가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는 게 아니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소리의 진동수까지 변한다는 것이다.
이거 마치.. 지구가 둥글다는 걸 설명할 때.. 배가 멀어지면서 단순히 작아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없어져 버린다고 얘기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_=;;

도플러 효과가 우주 레벨로 올라가면 음파뿐만 아니라 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시광선까지 색깔이 바뀐다. 적색편이, 청색편이가 이것과 관계가 있다.
자동차나 야구공의 속도를 측정하는 스피드건도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서 동작하며, 생각보다 굉장히 정확한 결과를 낸다. 색깔만 보고 온도를 측정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4/10/15 08:35 2024/10/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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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보 저장, 상태 보관이란 걸 몽땅 실물로 해야 했음

세상에 컴퓨터와 정보 저장 매체라는 게 없던 시절엔..
길고 빽빽한 텍스트가 아니라 겨우 수 바이트, 수십 비트가 채 되지 않을 '객체 상태'도 일일이 다 실물로 관리해야 하니 참으로 번거롭기 그지없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 보드 게임의 말들은 잡히면 몽땅 다 즉사이지, HP 같은 건 없다. 윷놀이, 바둑, 체스, 장기..
그도 그럴 것이 각 말들의 HP가 깎이는 걸 또 별도의 기물로 구현하는 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 하다못해 죄수의 볼기를 줘 패도 매번 때릴 때마다 늘 "n대요~!!" 라고 크게 복명복창을 해야 했다. 정해진 횟수를 절대 틀리지 말라고.
(물론 단순 숫자 한두 개 정도는 마치 운동 경기 스코어 x:y처럼 종이 판떼기로도 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태형을 집행하는 국가에서 굳이 그런 물건까지 동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

-- 교통수단에서 환승 할인이란 걸 구현하는 게 참 난감했다. 기껏해야 승차권에다가 특수한 구멍을 뚫어서 인증하는 정도?

-- 고속도로 톨비도 말이다. 요즘 고속도로는 국영과 민영 구간이 오락가락이고, 대도시에서는 개방식과 폐쇄식이 왔다갔다 한다. 거기에다 차종과 이용 시간대별 할인이 있고, 심지어 차로 수가 적은 고속도로와 많은 고속도로 간에도 미세하게나마 요율이 다르다..!! 이거 정확한 계산을 재래식 종이 통행권으로 하려면 톨게이트를 엄청 많이 만들어 놓고 매번 차를 세워야 할 것이다.

-- 대중교통은 자리를 알아서 찾아서 앉는 자유석 형태로만 운용 가능할 것이다. 좌석 지정 탑승권은 거의 불가능. 1980년대에 새마을호 열차에서 전산 승차권(고정석) 발매가 그만큼 파격적이었던 조치였다. 그 반대급부로, 새마을호는 일부 객차만 자유석을 운영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행정에서 이 복잡한 state 계산의 끝판왕은 운전자 벌점이지 싶다. 이건 3년이라는 유효기간이 존재하는 마일리지와 비슷한 개념이다.
유효한 벌점이 40점 이상이 되면 면허가 정지되는데, 면허정지에 기여한 벌점은 처분벌점에서는 빠지지만 누산벌점에는 남아 있고 이건 또 뭐 어떻게 해야 없앨 수 있고... 나도 제대로 이해를 못 했다.

게임에서 이렇게 하면 HP가 깎이지만 이렇게 하면 HP와 관계없이 즉사(면허 취소)...;; 이렇다.
행정 전산화가 되기 전엔 이런 거 어떻게 관리했을까...?? 경이롭다.

2. 오늘날 같은 획기적인 무선 고속 통신 인프라가 없었음

-- 휴대폰이 없었을 때는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 나면 보험사에다 연락을 어떻게 했을까..??
고속도로의 경우, 일정 거리 간격으로 긴급 통화가 가능한 전화기가 비치됐으며 일정 시간 간격으로 순찰차가 다니기는 했다. 그러나 고속도로처럼 잘 관리되는 도로가 아니라 시골 깡촌 농로나 산길이라면 정말 난감할 것이다.

참고로 카폰은 아직 엄청난 사치품이었다.
기계값도 값이지만 지금처럼 제한된 주파수를 쪼개고 쪼개서 수많은 사용자들에게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통신 기술과 인프라가 없었다. 카폰은 전화국과 교신하는 무전기보다 크게 나은 게 없던 지경..

그래서 지금처럼 전 국민이 무선 통화를 하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하긴, 더 옛날에는 유선 전화조차도 회선이 부족하고 자동 교환 기술이 부족해서 집집마다 개통하는 게 불가능했었다.

-- 쌍팔년도 시절, '브레인 바이러스'라는 악성 코드는 1985년에 파키스탄 사람이 만들었는데, 그게 1987년에 미국에서 첫 발견됐고,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에야 발견됐다.
무선 인터넷이 없던 시절엔 컴퓨터로 뭔가가 퍼져나가는 속도도 정말 끔찍하게 느렸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지경.

-- 좀 더 옛날 얘기를 꺼내자면 레이더나 무전기라는 것도 2차 대전 시기에 발명됐다.
그 전 제1차 세계 대전 때만 해도 아직 전령이라는 게 현역이었다! 목숨 걸고 발품 팔아서 전방 소식을 후방에다 전하는 병과 말이다. 히틀러가 이 시기에 전령병 출신이었고 그것만으로도 부상 당하고 훈장도 받았을 정도였다.
심지어 비둘기 발에다가 편지를 묶어서 전하는 구닥다리 테크닉까지 쓰였었다.

하긴, 2차 대전 때는 말 탄 기병이 아직 현역이었다. 자동차라는 게 있긴 했지만 아직 너무 비싸고 귀했기 때문.. 우리가 누리는 교통 통신 인프라가 지금 같은 가성비를 갖추게 된 건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3. 금융 거래도 전산화되지 않았음

-- 월급을 직접 현찰로 봉투에 넣어서 나눠줬다. 월급날 시즌에는 회사들마다 현금을 수송하느라 분주했다.
심지어 국제선 여객기를 조종하는 기장들도.. 도착지 공항에서 유류비를 지불하려고 돈다발이 들어있는 가방을 조종실에 싣고 다녔다.;;;

-- 신용카드라는 게 있긴 했으나.. 지금 우리처럼 간편하게 긁고 통신이 되는 형태가 아니었다.
가게에서는 손님이 카드를 긁었음을 입증하는 종이 전표 실물 뭉치를 잘 보관했다가 카드사에다 직접 청구하고, 카드사는 그걸 보고 대금을 지급했다. 옛날 신용카드에 카드 일련번호가 양각으로 돌출됐던 이유는 이걸 일종의 도장처럼 쓰기 위해서였다.;;; ㄷㄷㄷㄷㄷㄷ

단순히 음성과 영상을 주고받는 통신뿐만 아니라 금융 거래가 전부 무선 자동화 전산화된 것도 세상을 정말 편리하게 바꿔 놓았다. 종이 없는 사무실보다는 현금 없는 세상이 더 많이 실현됐다.
물론 통신으로 돈 거래를 몽땅 가상화시킨 배후에는 디지털 서명을 가능케 한 비대칭 암호화라는 특급 보안 기술이 있었다. ^^
영상· 음성을 디지털로 주고받는 배후에는 압축 알고리즘(코덱..)이 있듯이 말이다.

4. 정보 검색 인프라

지금 같은 학술 정보 검색 인프라가 없던 시절에는 논문을 어떻게 쓰고 참고문헌을 어떻게 찾아봤을까??
뭐 그 시절에는 학계마다 분야별 최신 논문 목록이 마치 전화번호부처럼 종이책 형태로 주기적으로 발간되기는 했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보기에는 완전 골동품이겠지만..

그래서 그 시절 옛날 논문들은 참고문헌 목록이 21세기 이후 논문들처럼 풍부하지는 못했던 편이라고 한다.
이런 게 '정보 고속도로'니, 'information at your fingertip' 이런 90년대 구호가 실현되기 전의 모습이다. 유비쿼터스, IoT니 하는 구호는 2000년대 이후에나 등장했다.

하긴,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학위논문들이 타자기로 작성되곤 했다. 타자기로 수학식을 표현하려면.. ㄷㄷㄷ
좀 얼리어답터인 사람이 몇백만 원짜리 컴퓨터를 장만해서 아래아한글 1.X로 논문을 써 보겠네 마네 하던 지경이었다.

갤럭시니 아이폰이니 하는 오늘날의 스마트폰은 "둥그런 브라운관 화면을 통해 상대방을 보면서 영상 통화" 정도를 상상했던 쌍팔년도 시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 됐다. ^^

Posted by 사무엘

2024/10/12 08:35 2024/10/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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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질

  • 영화 필름은 기본적인 화질은 좋지만.. 상태가 안 좋아지면 색이 바래지고 화면 곳곳에 검은 점들이 반짝반짝 거렸던 편이다.
  • 아날로그 TV는 근본적인 화질이 별로 안 좋고, 그놈의 노이즈가 문제였다. VHS 비디오 테이프는 TV보다도 화질이 더 안 좋았다.
  • 컴퓨터로 재생하는 디지털 동영상은?? 빡센 압축 때문에 JPG 깍두기 화질 열화라는 게 있었다.

그랬는데..
오늘날 영상 재생 기술은 정말 정말 경이롭기 그지없다.
한 프레임 한 프레임이 아주 정교한 정지 영상처럼 화질이 좋다. 그것도 다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 방식으로.. 옛날 같은 잡음 노이즈 깍두기 등등을 거의 찾을 수 없다.

텔레비전이고 영화고 화질이 엄청나게 좋아졌다는 걸 뭘로 느끼는가 하면.. 영상 속 각종 자막이나 글자가 2, 30년 전보다 엄청나게 작아진 걸 보고 느낀다.
저화질에서는 저런 작은 글자를 넣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뭐 일반인이 유튜브로 이미 1K, 2K니 4K니 하는 초고화질 영상을 보는 세상이니, 영화관의 그 커다란 벽면에다 쏠 정도인 영상은.. 7K급이라고 카더라처럼 듣긴 했다.
물론 전자기파의 속도나 대역폭 자체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아닐 테니.. 전자 신호를 갈아넣는 기술이 더 발전하고 그거 중계하고 쏘는 인프라들이 곳곳에 엄청 많이 깔린 것이다. 컴퓨터의 하드웨어도 더 발달했고 말이다.

아날로그 TV로 아무 채널이나 틀면 나오는 치지지직 백색잡음을 일부러 들으려 해도 듣기 어렵고, 아예 그걸 따로 인코딩을 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서 시청하는 지경이다.
(디지털 방식에서는 그런 아무말 전파는 디코딩 실패 오류로 처리되니 애당초 화면에 뿌려지질 않음)

이건 뭐 아날로그 시계 바늘을 작대기 실물 현물을 기울여서 구현하는 게 아니라, 작대기 모양 직사각형을 삼각함수 회전변환으로 좌표 계산해서 구현한 것과 같다. 백색잡음조차 그런 방식으로 졸라 어렵게 현학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제는 텔레비전도 반쯤 컴퓨터가 됐다. KBS MBC 같은 제1군 지상파, 그 뒤 셋톱박스 얹어서 시청하는 제2군 케이블 방송, 그 다음으로 넷플릭스 같은 영화 스트리밍 제3군을 골고루 나눠서 시청하는 영상 단말기가 됐다.
DVD나 블루레이 같은 물리적인 영상 저장 매체는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존재감이 아주 작아지고 주류에서 밀려났다.

2. 사진

요즘 사진과 영화는 처음에 발명됐던 것처럼 필름에다가 아날로그 기술로 빛을 화학적으로 담고 현상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영화는 저렇게 극초고화질로 압축된 디지털 동영상이고, 사진은 고화질 고해상도로 정교하게 컬러 인쇄물일 뿐이다.
이를 제조하는 기계가 그 이미지의 모든 정보를 픽셀 단위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알고 있다. 이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이다.

쌍팔년도 시절엔 사진관에 가서 필름을 맡기고 나면 최소한 다음날이나 며칠 뒤에 사진을 찾아 왔었다!
그게 조금 발전하면 “23분 완성, 5분 초고속 완성”..;;
사진 인화, 현상을 겁나게 신속하게 해 준다는 뜻이었는데 지금 관점으로는 정말 바보 같다. “고성능 특급 증기 기관차로 경성-부산을 무려 6시간 반 만에 주파”처럼 들리니까 말이다. (저건 1930년대 아카츠키 호 소개 문구. -_-)

3. 가정용 비디오 테이프

1990년대 말까지는 음성은 카세트 테이프, 영상은 VHS 테이프(매체)라는 아날로그 매체가 수십 년 동안 쓰였다.
영상은 아무래도 음성보다 정보량이 월등히 더 많이 들다 보니, VHS는 길쭉한 테이프(매체 속에 돌돌 감겨 있는 실제 띠)를 딱 최단거리 수직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삐딱하게 기울여서. 즉 |를 /로 바꾸는 꼼수까지 썼다. 그래서 헤드와 테이프가 접촉하는 구간을 늘리고 정보를 더 집어넣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때문에 VHS 비디오 재생기는 헤드도 테이프(띠)를 비스듬하게 감쌌으며, 테이프(매체)를 넣거나 뺄 때, 그리고 재생하거나 정지할 때 각종 고정/해제 전처리 후처리 준비가 꽤 오래 걸렸다. 카세트 테이프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카세트 테이프는 일부 아날로그 감성 충만한 투박한 물건은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즉시 재생도 됐던 반면, 그건 비디오 테이프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게다가 정말 의외의 사실인데, 아날로그 비디오 테이프는 영상을 띄워 놓은 채로 일시정지 기능을 구현하는 게 몹시 무리였다. 엥??? 컴퓨터가 쏴 주는 디지털 영상에서는 정말 식은 죽 먹기도 아닌 일이 도대체 왜 저런 거지..???
일시정지도 무슨 미분을 하듯이 전진 후진을 반복하며 그 구간을 헤드에서 계속 읽어서 신호로 보내야 했다. 오랫동안 일시정지를 시키면 테이프나 헤드에 무리가 갔으며, 그 동안에 화면 화질이 떨어지고 노이즈도 잔뜩 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런 비디오 재생기에는 요즘 컴퓨터처럼 비디오 메모리나 그래픽 카드 같은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한번 자신이 만들어 낸 영상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0과 1 차원에서 다 기억해서 화면으로 지속적으로 쏴 주는 형태가 아니다.
그러니 일시정지조차도 테이프를 같은 지점만 계속 읽는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차가 멈춰 있는 상태로 핸들을 너무 많이 돌리면 타이어에 좋지 않은 영향이 가는데, 이와 비슷하게 장시간 일시정지는 테이프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었다.

이 유튜브 시대에 옛날 비디오 테이프를 생각하니.. 쌍팔년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열악했다 싶다. 인간이 달이나 화성으로 나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딴 분야는 시대가 많이 변하긴 했다.

뭔가 비스듬하게 기울이는 거는 문자 타이포그래피에서 이탤릭체에서도 볼 수 있고, 또 대파를 비스듬하게 써는 것(실제 부피 대비 더 커 보기에),
로켓이 발사될 때 살짝 비스듬하게 기울어져서 상승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역시 배기가스 분출 구간을 좀 더 늘리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담으로, 보잉 747의 아버지라 불리는 항공 엔지니어 조셉 서터는 생몰년이 1921-2016이다.
그런데 카세트 테이프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 오텐스는 생몰년이 1926~2021...;; 뭐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VHS의 아버지 내지 주 개발자라고 불리는 엔지니어는 전해지는 게 없는지 궁금하다.

4. 에디슨 과학 박물관

본인은 지난 6월에 여친과 함께 강릉에 갔을 때 말이다.
경포호 부근에서 어디 놀러 갈 데 없나 검색을 하다가 '에디슨 과학 박물관'이란 걸 우연히 발견했었다. 막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고 찾아가 봤는데.. 알고 보니 이거 엄청난 대박이었다.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참 위대한 오덕 수집가가 계셨구나. '에디슨 과학'은 대표 명칭이고, 사실은 전구, 축음기, 영사기별로 박물관이 따로 있어서 건물 세 채가 한 세트이다. 과학기술과 예술 분야가 잘 만나고 박물관 만들기에 좋은 주제인 것 같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름만 들었을 때는 황금귀 진공관 스피커 덕후가 떠올랐는데, 소재가 거기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더라.
인류가 역사상 최초로 영상과 음성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됐다니.. 그 당시엔 이게 가히 요술 마법 수준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기· 전자 공학이 그야말로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고 있었고, 그게 나중에 궁극적으로는 반도체와 컴퓨터의 발명으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전화기, 무선 통신, 교류 전기..

에디슨이 카메라 자체를 처음 발명한 건 아닌 것 같다만.. 그래도 그 뒤에 축음기와 영사기를 만들어서 사진의 영역을 크게 확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긴, 영화도 처음에는 무성 영화부터 시작했다가 나중에 유성으로 바뀌고 컬러도 도입됐다.

축음기가 발명되기 전엔 오르골이라는 게 있었다. 축음기와 음반이 임의의 소리를 저장하고 재생하는 mp3 같은 물건이라면, 오르골은 악보를 기록하고 저장해서 음악 연주를 자동화하는 midi 같은 물건이다. 이거.. 나름 구멍 뚫어서 0과 1 정보를 표현하는 천공 카드의 먼 전신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종의 디지털 정보 저장 매체인 셈이다.

오르골은 자그마한 크기에 딸랑딸랑 예쁜 소리가 나오는 실로폰형 액세서리만 있는 게 아니더라. 야외에서 멀리까지 소리가 크게 나가는 '리코더형' 오르골도 있는데, 20세기 초중반 미국에서 야외 서커스장이나 회전목마 유원지 따위에서 흘러나오던 무슨 피리 소리 같은 BGM들이 바로 이 오르골로 연주되던 결과물이었다. 오오 그랬던 것이군!!

소장품이 저 건물 안에 일일이 제대로 전시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많아서 거의 창고 수준이라고 하며.. 작동 가능한 현물이 전 세계에 거의 없다시피한 진귀한 축음기나 오르골도 볼 수 있다. 심지어 얼추 1시간 간격으로 가이드가 전시품들에 대해 설명도 해 준다.

우리나라에 올드카 수집 덕후만 있는 게 아니라 이런 분야의 수집 덕후도 계셨다니 정말 대단하다.
뭐, 일본의 어느 대기업 회장이 이 소장품들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내가 이거 박물관을 도쿄 한복판에 건립할 수 있게 지원해 주겠다. 박물관을 일본에다 짓는 게 어때?"라고 제안했는데 설립자분께서 거절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8/20 08:35 2024/08/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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