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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라는 게 발명되고 대중화되기 전에는 다음과 같은 무선 통신 수단이 만들어져 쓰였다.

1. 무전기 (야외 근거리)

두 사람이 서로 수백 m나 수 km씩 떨어져 있어서 서로 보이지 않고 생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즉시 연락 가능하다.
기지국 없이 단말끼리 직통이다. 단순하지만 그만큼 보안이 취약하다. 그리고 일단은 수신과 발신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지형 영향을 많이 받으며, 초장거리 통화도 당연히 안 된다. 대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으로 동시에 제각각 통신할 수도 없다. 이런 저런 제약이 많지만 야외에서 험한 일 하는 군대· 경찰· 소방 같은 계층에서는 무전기가 오늘날까지도 매우 유용한 통신 수단이다.

2. 재래식 무선 전화기 (집)

이건 개념적으로는 송수화기만 무선화해서 유선 전화기 본체와 무전을 주고받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유선 전화 인프라에 의존적이며, 무선 통신이 가능한 사정거리가 매우 제한된다. 사실상 실내용이다.
요즘으로 치면 와이파이 AP의 사정거리가 옛날 무선 전화기의 사정거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싶다. 집 근처에서 무선 전화기의 통화 트래픽을 도청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3. 카폰 (차)

유선 전화에 의존하지 않고 그렇다고 개인용 무전기 같은 한계도 없이 전화가 되는 물건이다. 하지만 이걸 가능케 하는 설비가 사람이 일상적으로 들고 다닐 정도의 크기가 못 됐고 전원 공급 문제도 있으니.. 자동차가 매우 적합한 대안으로 선정됐다.
카폰은 처음에는 그야말로 차량용 대형 무전기일 뿐이었다. 살인적인 기계 가격도 가격이지만, 회선이 너무 부족해서 근본적으로 많이 보급될 수가 없었다. 그러던 게 나중에는 기지국과 통신하는 초보적인 주파수 공유 이동통신으로 발전했다.

4. 삐삐 (어디서나)

얘는 통화가 안 되는 일방적인 호출기에 불과하다. 삐삐 자체는 거의 모스 부호 급의 작은 정보밖에 전하지 못하고, 실제 통화는 연락을 받은 사람이 공중전화라도 찾아가서 따로 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삐삐는 (1) 모든 개인이 언제 어디서나 갖고 다니는 소형 단말기, (2) 전국구 중앙 기지국 기반 통신, (3) 건물 안이나 지하에서나 산속에서나 잘 터지는 접근성처럼...
그 이전의 무선 통신기기들이 갖추지 못했던 개인 이동전화의 또다른 중요한 덕목을 작은 스케일로나마 실현했다.
경찰 소방 말고,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업무용 삐삐를 여전히 갖고 다닌다고 한다.;; 거기서는 회중시계도 여전히 쓰이는 구석이 있는지 문득 궁금하네..

이런 단계를 거쳐서 오늘날의 휴대전화는..
무선 전화기 같은 온전한 전화 기능
무전기와 카폰을 합친 이동성을 살리면서
삐삐의 휴대성 보편성까지 한꺼번에 실현한 괴물 같은 물건이 됐다.
물론 이게 그냥 이뤄진 건 아니고, 기지국이 카폰이나 삐삐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이 촘촘하게 필요해졌다.

자동차 운전에다 비유하자면, 이것들은

  • 유인 운전을 전제로 한 부분적인 운전 보조 (크루즈, 차로 이탈 방지)
  • 주차나 도로 정체 같은 특수한 상황 한정으로만 무인 자동운전
  • 별도의 설비가 설치된 전용 도로/노선 사이만 무인 자동운전
  • 그냥 무선 통신으로 타인에 의한 원격 운전..!!

이런 것처럼 다양한 분야별로 단서나 제약이 붙은 조건부 불완전 자율주행 기능과 비슷하다.
허나, 휴대전화는 제약 없이 완전 자율주행이 실현된 것과 비슷한 격이 됐다.

뭐, 옛날 무선 전화기가 본체와 통신을 하던 것이.. 오늘날의 핸드폰· 이동전화는 기지국과 통신을 하는 것으로 스케일만 살짝 바뀐 거라고 볼 수 있다. 허나, 이동전화는 중요한 차이점이 더 있다.
바로.. 사용자가 많이 이동해서 한 기지국의 사정거리를 벗어나더라도, 가까운 다른 기지국이 실시간으로 그 단말기를 바톤 터치해서 연속적으로 끊김 없이 챙겨 준다는 것이다. 심지어 통화를 하는 중에 관할 기지국이 바뀌어도 그 통화는 중단되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 이런 건 무선 전화기 시절엔 생각할 수 없었던 기능일 것이다.

한때 팬텍, 모토로라, 노키아, 블랙베리 등 핸드폰을 잘 만드는 업체들이 세계적으로 많았지만 잘 알다시피 다들 몰락했다.
우리나라의 삼성 전자는 잘 알다시피 애니콜부터 시작해서 이동전화 단말기의 개발에 진심이었는데.. 얘들 역시 처음부터 잘 나갔던 건 아니었다. 특히 옴니아 시절까지만 해도 얼마나 삽질을 많이 했었냐;;

그랬는데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잘 만들어서 그야말로 세계를 석권해 버렸다.
삼전은 비록 모바일용 CPU나 운영체제를 직접 만드는 정도의 기술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같은 주요 부품에 탄탄한 기술이 있고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전반적으로' 고퀄로 잘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 구글에서 직접 만든 넥서스 같은 스마트폰까지 제치지 않았는가.;; 어찌 보면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상이다.
옛날에 공 병우 박사나 백 남준 같은 분은 독특한 정신 세계에다 엄청난 천재 겸 선각자였다. 겨우 196, 70년대에 남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시도를 했던 분인데..
공 박사는 PC나 PC 통신을 넘어서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 시대를 살았다면 세벌식 자판을 거기에다 어떻게 접목했을까?

백 남준은 다들 아시다시피 비디오 아트라는 분야를 새로 개척했는데, 브라운관보다 훨씬 더 얇고 거대하고 화질 좋은 오늘날의 최첨단 디스플레이 장비를 보면 또 뭘 만들 생각을 했을까?
글을 맺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Posted by 사무엘

2026/05/25 08:35 2026/05/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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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디지털, FM-AM

전파에다가 정보· 신호를 담아서 주고 받는 기술은 그 형태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발전했다. 그리고 아날로그 안에서는 AM(진폭 변조) 방식이던 게 FM(주파수 변조) 방식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지원 대상 매체를 살펴보면, 음성을 담는 기술부터 발명된 뒤에 영상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영상은 처음엔 흑백만 지원하다가 나중에 컬러로 확장됐다.

AM 라디오는 초보적인 자동차나 비행기처럼 20세기 초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FM 라디오는 제트기, 레이더, 형광등, 초창기 컴퓨터처럼 2차 세계대전 이후에나 대중화되고 보급됐다. FM은 잡음에 강하고 음질이 매우 좋지만(스테레오까지!) 디코딩을 위해 AM보다 더 훨씬 복잡한 회로를 만들어야 하고 만들기가 기술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덕분에 FM 수신까지 가능한 휴대용 건전지 라디오가 만들어지게 됐다. 이건 지금으로 치면 스마트폰 같은 혁신 그 자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치 독일의 국민라디오 VE301. 280 x 385 x 177 밀리미터.. 전축 스피커 하나 정도 크기였다. ㄲㄲㄲㄲ)

그 전.. 나치 독일이 프로파간다 선전용으로 보급했던 국민라디오는 당연히 진공관 기반에 AM 전용, 답정너 특정 주파수 전용이었다. 하지만 1930년대 기술로 진공관 라디오를 그 정도로 소형화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전자공학 기술의 산물이었다.

FM 라디오뿐만 아니라 텔레비전도 방송 자체는 193~40년대부터 조금씩 등장했지만 대중화된 건 사실상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였다. 하물며 1960년대까지만 해도 TV는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집집마다 보급되는 게 도저히 무리인 비싼 사치품이었으니 말이다. 그 전에 일반 서민들이 뭔가 영상을 접한 건 TV가 아니라 뉴스 영화 같은 것들이었다.

아날로그 텔레비전은 영상은 AM 방식, 음성은 FM 방식을 썼다. 그래서 옛날에 일부 고급 라디오는 FM에서 주파수를 더 올려서 텔레비전의 일부 낮은 번호 채널의 음성을 수신 재생하는 기능도 있었다.

영상은 음성보다 정보량이 근본적으로 훨씬 더 많고 취급하기 영 빡세다. 그러니 노이즈 때문에 좀 망가지더라도 처리 난이도가 더 낮고 차지하는 대역폭도 더 적은 AM 방식을 사용했다. 단, 지상파 텔레비전이 그렇다는 거고, CCTV나 현관 인터폰 같은 제한된 환경에서는 영상도 더 깔끔한 FM 방식이 쓰였다.

그 시절에 전파 상태가 안 좋으면 TV의 영상은 금방 노이즈 끼고 엉망이 됐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소리는 어지간해서는 깨지거나 잡음 끼지 않고 양호한 편이었던 걸 요즘 3~40대 이상 연령들은 기억하실 것이다. 그게 바로 이런 차이점 때문이다. 시스템이 일부러, 화질보다 음질을 더 신경 쓰는 쪽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영상을 통째로 디지털로 구현하는 건 1980년대 후반까지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1978년에 등장한 레이저디스크는 오늘날의 CD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광학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영상은 화질만 더 좋아진(TV나 VHS 비디오 테이프 대비) 아날로그 FM 신호로 기록됐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DVD와 레이저디스크. 지름 12센티미터와 12인치의 차이가 저랬다.)

1982년에 등장한 CD는 소리를 디지털로 기록한 매체이긴 하지만 잘 알다시피 쌩 무압축이다. 영상은 그런 식으로 디지털화하는 게 절대 불가능하니 엄청난 컴퓨팅 능력을 가진 코덱이 필수였다.

1987년에는 IBM PC 차원에서의 마지막 그래픽 카드 규격인 VGA가 등장했는데, 그 당시의 단자 기술로는 고해상도 컬러 그래픽 영상을 화면에다 쏴 주는 대역폭이 감당이 안 됐다. 그래서 VGA D-SUB 단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어졌었다!
비디오 메모리가 겨우 256KB네 512KB네 하면서 640*480 해상도를 논하던 시절,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인데 말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DVI나 HDMI 같은 디지털 단자로 세대 교체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1990년대가 돼서야 디지털 동영상을 표방하는 MPEG1 기반의 Video CD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건 매체의 용량으로나, 가정용 컴터들의 성능으로나.. 기존 아날로그 텔레비전이나 비디오(VHS)에 비해 그닥 뛰어나지 못해서 묻혔다.
1990년대 말, MPEG2 기반에다 DVD 정도가 등장한 뒤에야 서서히 판도가 바뀌었다. 영화도 컴퓨터로 보는 시대가 됐으며, 그리고 기존 텔레비전도 디지털로 바뀌고 화질이 바뀌고 무엇보다도.. 화면 종횡비도 더 납작하게 바뀌었다.

여기에 덧붙여 컴퓨터의 성능이 더욱 향상되고 무선 인터넷의 속도가 무섭게 빨라졌다. 그 덕분에 2010년대부터는 영화를 디스크 집어넣어서 보는 게 아니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보게 됐다. 이 때문에 DVD 다음의 광학 매체인 블루레이는 오히려 인기가 영 시들해졌다.
MPEG 1과 2+의 존재감의 차이는 조금 분야가 다르지만 유니코드 1과 2+의 존재감의 차이와도 비슷한 넘사벽이 된 듯하다.

오늘날 디지털 TV가 전파를 주고 받는 방식은 둘 중 하나만 따지자면 FM보다는 AM의 변형 확장에 가깝다. 잡음 오류 검출은 디지털 신호에 담긴 정보의 체크썸으로 알아서 하니, FM의 고유한 장점이 별 의미 없기 때문인 듯하다.
깜빡거리는 형광등이 없어지고 PC에서 하드디스크 돌아가는 소리가 없어지고(SSD..), TV에서 백색잡음이라는 게 없어지다니.. 아니 백색잡음 영상을 인코딩한 디지털 동영상을 유튜브로 일부러 찾아 재생하다니 참 기가 찰 지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디지털이라는 건 그 음성이나 영상 신호의 원자적인 기본 단위까지 기계가 다~ 0 아니면 1로 100% 정확하게 파악하고 변별한다는 걸 의미한다. 아날로그는 그런 보장이 없다.
아날로그 기기는 이 신호가 진짜 신호인지 노이즈인지 분별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영상이나 음성으로 변환해 내보내기만 할 뿐이다. 그러니 디지털이 아날로그 FM보다도 훨씬 더 고급 기술인 것이다.

※ 여담: 레이저디스크

레이저디스크는 비록 영상을 아날로그 뭉텅이로 다뤘지만 그래도 VHS보다야 월등히 더 뛰어난 매체였다. 단순히 화질만 더 좋은 차원이 아니었다.
오디오 CD와 마찬가지로 테이프를 번거롭게 감을 필요 없고,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디지털 영상과 마찬가지로 화질 저하 없이 고속 재생이나 일시정지가 가능했다고 한다. 오~ 이걸 생각하니 현타가 온다.

VHS는 잘 알다시피 그 작은 테이프에다가 영상 정보를 최대한 많이 집어넣기 위해 영상 정보를 기울인 사선 모양으로 기록한 걸로 유명한데..
그 대신 조금이라도 일반적이지 않는 방법으로 테이프를 다루면 재생하면 헤드-트랙 사이의 동기화가 깨져서 화면 유지가 안 됐다. 일시정지를 시키는 것조차도 뭔가 건물 엘리베이터를 닫힘 버튼 누르면서 존버하는 것 같은 불안한 상태가 되었다. 프레임 단위 이동이나 고속 재생 같은 것에도 매우 취약했다.

하지만 레이저디스크는 그런 제약이 없었다니.. 그 시절엔 정말 꿈만 같았겠다. 그리고 얘는 후기형 한정이지만 음성은 오디오 CD처럼 디지털화도 됐다고 한다.
하지만 얘는 그 시절에 비싸도 너무 비쌌기 때문에 VHS처럼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그러니 그냥 소수의 영화광들 전유물로 머물렀다. 너무 크고 무겁고 보관하기 어려웠다는 단점은 덤이고..

Posted by 사무엘

2026/01/02 08:35 2026/01/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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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현재의 시각을 알기 위해서 먼 옛날부터 매우 오랫동안 그저 수직으로 세워진 작대기의 그림자의 모양(길이와 방향)에 의존해 왔다.
이름하여 해시계인데.. 이건, 밤에는 사용할 수 없으며 낮이라도 비구름이 가득하고 햇볕이 내리쬐지 않을 때도 무용지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균일한 속도로 뭔가가 떨어지거나 돌아가는 타이머형 장치도 별도로 고안하게 되었다. 즉, 영역이 이렇게 둘로 나뉘었다.

타이머는 중력을 이용해서 유체가 흘러나가는 물시계나 모래시계가 형태가 단순하니 가장 먼저 만들어져 쓰였다.
24시간 내내 균일한 속도로 나아가는 시계 동력원을 찾는 과정에서 17세기 수학자와 과학자들은 흔들흔들 진자의 운동을 주목하게 됐다. 그 결과물이 바로 오랫동안 시대를 풍미했던 태엽 기반 괘종시계이다.

진자가 각도와 무관하게 100% 정확한 동주기 운동을 하려면 추를 매단 줄(=실)이 사이클로이드 모양을 그리게 해 줘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걸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럭저럭 정확도가 보장되는 저각(최대 거의 20~30도) 영역에서만 추를 진동시킨다.
학교 과학 시간에도 진자의 운동을 계산할 때 중등 레벨에서는 sin x와 x 값이 얼추 일치한다고 치고 식을 많이 단순화시켜서 저각에서만 놀았었다.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이라는 동요는 1920년대에, 저런 기계식 괘종시계가 현역이던 시절에 만들어졌다. (정확히는 작곡이 저 시기이고 작사는 미상)
그때 시계는 요즘 시계처럼 초침이 움직일 때 짹~ 짹~ 미세한 소리만 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똑딱똑딱 소리가 났다. 그리고 quartz라는 문구 대신, 태엽 감는 작대기를 꽂는 단자가 있었다.

나중에 철도가 발명돼서 인간이 육로로 하루에 수백 km 이상 이동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일단 (1) 시차와 시간대에 대한 정립이 필요해졌다.
같은 순간에 어떤 곳은 아침인데 다른 곳은 낮 또는 심지어 밤일 수 있다는 걸 인간은 통신장비 이전에 교통수단의 발명을 통해서 실감하게 됐다.

그런데 말이다. 적도라든가 남극· 북극점 같은 위도의 기준점은 인간이 태양 모양과 그림자 각도 측량을 통해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아문센이 진짜로 남극점을 다녀온 게 맞는지 인증은 요즘 같은 통신위성이니 GPS니 없어도 옛날 구닥다리 아날로그 기술로도 정확히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도의 절대기준점은 정하기가 심히 난감했다. 위도가 같다면 지구 어디서나 시차 자체 말고 밤낮 길이나 별자리, 천체의 모양 같은 건 아무 차이가 없다. 생각해 보니 그렇네..
수직에서는 가장 높은 곳, 가장 낮은 곳이 존재하지만 수평은 둥근 지표면에서 제일 왼쪽 끝, 제일 오른쪽 끝을 어찌 정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이거 기준을 모르니 옛날에는 배 타고 우연히 발견했던 섬을 다시 찾아가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오징어 게임이 벌어지는 섬을 다시 찾아가는 게 그때는 진짜 엄청난 난관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가 경도 0도, 표준 시간대 보유지로 지정된 것은 굉장히 대단한 일이었다. 영어와 철도 궤간과 더불어 영국이 보유하게 된 엄청난 세계 표준이 아닐 수 없다. 이 표준시가 옛날 명칭은 GMT(그리니치 표준시), 현대 명칭으로는 UTC(협정 세계시)가 됐다.

자, 그 다음으로..
철도는 정시성이 생명이다 보니 (2) 여러 시계들 간에 시각 동기화에 대한 필요를 만들어냈다. 시간대의 동기화 다음으로 시계 자체의 동기화 차례이다.

실제로 옛날에 열차 기관사들은 매일 아침에 모든 열차들 안의 시계 시각을 동일하게 맞추고 나서 운행을 시작했다.
철도 분야는 아니지만 6· 25 전쟁 중에 각종 공작원들이 손목시계의 바늘을 서로 동일하게 맞추고 나서 각자 헤어지고, 약속 시각에 어디서 접선하던 게 '인천 상륙작전' 영화에서도 묘사된다.

20세기 중반에 와서는 시계의 끝판왕인 쿼츠 시계가 발명되어서 과거의 기계식 시계를 퇴출시켰다. 둘의 관계는 거의 필름 카메라 vs 디지털 카메라의 관계나 마찬가지였다.
괘종시계 다음으로 뻐꾸기 시계가 사라지고 회중시계도 당연히 진작에 도태됐고.. 지금은 진짜 동그란 쟁반 모양의 벽시계 아니면 핸드폰 시계, 손목시계 정도밖에 없는 듯하다.

핸드폰이 보급되고 컴퓨터에도 시계 서버 동기화라는 게 생긴 뒤부터는 인류는 이제 제멋대로 틀리게 가는 시계의 오차를 수동으로 바로잡을 일이.. 정말 지극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한때는 국제선 여객기조차 항법사의 실수로 방향을 잘못 잡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일개 민간인 승용차에 몽땅 다 GPS 길 안내 내비가 탑재되는 세상이 찾아왔다.
다만, 차량용 블랙박스는 아직도 시계 자동 동기화의 사각지대에 속해 있나 보다.

옛날에 시계나 달력을 연구하던 사람들은 당대에 완저 날고 기는 엘리트였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통신 및 방위 인공위성이라는 게 얼마나 인간들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줬는지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옛날엔 철도역 광장에는 시계탑이란 게 꼭 있었다. TV나 라디오에서 특정 시각 정각 '시보'라는 방송이 꽤 중요하게 다뤄졌었다. 오늘날은 당연히 핸드폰 시계 덕분에 이런 게 존재감이 확 없어져 버렸고 말이다.;;

참고로 아인슈타인은 당대의 핫한 이슈이던 시계 동기화를 연구하다가 상대성 이론을 발견했다. 물론 실생활에서 이 이론이 유의미하게 적용될 정도로 빠르게 운동하는 물체는 없으니 이건 천체나 인공위성의 운동 정도는 돼야 고려 대상이다. 이 상대성 이론 덕분에 GPS가 더 정확하게 동작할 수 있게 됐다.

"물체의 운동 속도가 빨라질수록, 광속에 근접할수록 시계가 더 느리게 간다", "질량을 가진 물체는 속력이 광속을 넘어설 수 없다".. 물리 법칙에서 뭔가 운동과 관련된 한계를 규정하는 건 주로 열역학 쪽인데(에너지 변환 효율), 질량이 있는 한 광속을 넘어서는 건 불가능하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 =_=;;;

사실 그 전에 광속이란 게 유한하다는 걸 발견하고 측정해 낸 것도 대단한 업적이다. 음속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너무 빠른 빛의 속도를 도대체 무슨 수로 측정해 낸 걸까? 이건 언제 어디서나 절대불변 동일하게 재현할 수 있는 물리량이다 보니 길이의 단위도 빛이 진공에서 1/XXXXXXXXXXXXXX 초 동안 진행한 거리라고 정의될 정도이다.
광속은 측정 방식의 한계상, 빛이 어디론가 갔다가 반사되어 돌아온 '왕복' 속도만을 잴 수 있다. 그걸 2로 나눠서 편도 속력을 구할 뿐이다. 이것도 참 신기한 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09/09 08:35 2025/09/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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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표준의 필요성

1. 새마을호 객차

옛날에(1980~2010년대) 우리나라에 새마을호 열차가 다니던 시절에..
새마을호는 기관차 견인형과 액압변속 디젤동차형 둘로 나뉘었던 걸로 유명했다.
동차형 새마을호는 동력분산이 아니라 동력집중식이었다. 즉, 맨 앞, 맨 뒤 양쪽의 동력차만 빼면 그 사이의 객차들은 엔진 같은 게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므로 기관차 견인형 새마을호의 객차와 동차형 새마을호의 객차는 크기와 좌석이 동일하고 인테리어 동일하고 외형적으로 다를 것이 전혀 없었으나..
모종의 이유로 인해 전원 점퍼 같은 세부 규격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고 호환되지 않았다. 그래서 같은 새마을호 객차이지만 기관차 견인형과 동차형을 서로 섞어서 편성할 수 없었다..!

물론 새마을호 전용 동력차로부터 전력을 받는 거랑, 그런 거 없이 통상적인 기관차나 발전차로부터 전력을 받는 게 내부적인 구현 형태는 많이 다르긴 했을 것이다. 그리고 동차 편성은 그 특성상 유동적인 객차수 조절을 별로 염두에 두지도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입출력 인터페이스가 달라야 할 필요가 없는 물건이 규격이 서로 일치하지 않은 것은 좀 아쉬운 점이다.

이제 우리나라에 동차형 새마을호와 비스무리한 외형을 유지하고 있는 열차는 경복호밖에 남지 않았다.

2. 아폴로 13호 우주선

1970년, 미국의 아폴로 13호 미션 때는 사령선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 이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달 착륙선에 있던 전기와 산소까지 어떻게든 끌어다가 사령선의 승무원들을 생존시키고, 이들을 지구로 생환시켜야 할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사령선의 이산화탄소 제거기와 달 착륙선의 이산화탄소 제거기는 서로 다른 제조사에서 만들었는지 단자 모양이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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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있던 엔지니어들이 단자 모양을 어떻게든 맞추는 방법을 찾아내 알려주고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이렇게 똥줄 타는 경험을 한 뒤, 아폴로 14호부터는 두 기계는 단자 모양이 당연히 서로 호환되게끔 시정 조치가 취해졌다.

3. 일본군의 육· 해군 대립

2차 세계 대전 시절에 일본군에서는 육군이 잠수함을 만들고 해군이 탱크를 만들기도 했던 게 아주 유명하다. =_=;;;;; 서로 노하우 공유나 부품 호환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전부 따로국밥..
해병대 상륙함이라든가 폭격기 같은 건 육· 해군 경계가 모호할 수도 있다고 치지만, 탱크와 잠수함은 너무했다. -_-;;;

구 일본군의 병크가 워낙 유명하긴 하지만, 컴터 업계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는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꽤 악독했다.;;; 구글, 애플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내부의 팀들끼리 경쟁하고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정보 공유 같은 것도 없고 같은 기능의 중복 개발이 난무했다.

현재 시스템에서 실행 내지 load돼 있는 프로세스· DLL을 조회하는 API를 Windows 9x 팀과 NT 팀이 어떤 정보 공유도 없이 제각기 따로 개발했질 않나, (dbghelp vs psapi)
Visual C++ 팀과 Windows 팀이 C 런타임 라이브러리를 오랫동안 서로 따로 만들고 놀았다.
Office 팀은 파일 대화상자를 자체적으로 따로 개발하고 심지어 한중일 IME도 따로 자체 개발했었다. (Windows XP 시절까지)

4. C++ 표준 라이브러리

하긴, C++이라는 언어도 말이다. 처음부터 정교하게 설계된 언어가 아니라 "C에다가 객체지향만 살짝 얹은 그 무언가"에서 출발했다가 차츰차츰 아주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진화된(evolved) 언어이다.

얘는 처음 등장했을 때 자기만의 표준 라이브러리, 클래스 라이브러리라는 게 없었다. 언어 차원에서 기본 제공되는 모든 오브젝트들의 뿌리 기본 클래스라는 개념도 없다. 그저 void*만이 있을 뿐;;;

1990년대 초, C++ 3.0에서 템플릿이라는 게 추가되고 나서 이를 이용한 범용적인 알고리즘/컨테이너 구현체인 STL이라는 게 알음알음 등장하고, C++98이 돼서야 라이브러리의 표준화가 논의됐을 뿐이다. 다른 객체지향 언어들과 비교했을 때 표준 라이브러리가 너무 늦게 제정됐다.

그 와중에 C++ 컴파일러가 등장하고 컴퓨팅 환경이 DOS에서 Windows로 넘어가는 동안..
수많은 라이브러리 개발사들은 그새 자기만의 문자열 클래스, 자기만의 동적 배열, 자기만의 링크드 리스트 컨테이너 등등을 만들고 또 만들게 됐다. re-invent the wheel!! 뭐, 이거는 앞에서 언급했던 마소 부서들의 중복 구현과는 성격이 좀 다른 현상이지만 말이다.

5. 전기 플러그

전기· 전자는 표준 규격이라는 게 오만 데 다 필요한 분야임이 틀림없다. (1) 가정용 교류 전기의 전압(100, 220)은 대표적인 예이고, 교류의 경우 주파수도 말이다(50 또는 60hz). 난 직류는 뭔가 민물고기(강=도시철도?) 같고 교류는 바닷물고기(광역/일반/고속철도??) 같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 왔다.

(2) 전기 자체의 물리량뿐만 아니라 전원 플러그의 외형적인 모양도 어쩌다 보니 세계적으로 완전히 통합되지 못했다. 전부 합하면 10여 종이나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전세계 모든 전원 플러그에 대응 가능한 뚱뚱한 플러그가 공항 면세점이나 잡화점에서 팔리곤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전기 플러그는 전압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옛날 100V용으로 쓰였던 각진 type A형 플러그로 220V를 넣을 수도 있고, 반대로 오늘날 220V용으로 쓰이는 동그란 돼지코 type C 플러그로 100V를 넣을 수도 있다. 그냥 정하기 나름..
그런 맥락에서 만능 플러그 역시 변압은 해 주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그건 소비자가 알아서 변압기를 구비해서 해결해야 한다.

승압을 하면서 플러그의 모양까지 딴 걸로 바꾼 건 뭐랄까 마소에서 16비트에서 32비트로 갈아탈 때 실행 파일 포맷이라는 껍데기를 NE에서 PE로 바꿔 버린 것과 비슷한 변화 같다.

6. 충전 단자

전원 플러그 다음으로는 충전기도 생각해 보자.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핸드폰/피처폰들의 충전기와 짹 모양이 전부 제각각이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폰을 통째로 받침대에다 찰칵 꽂아 놓고 충전했던 적도 있는데..

이제는 USB 포트가 전자기기 간의 연결뿐만 아니라 소형 전자기기들의 충전까지 책임지는 만능 단자로 등극했다. 오죽했으면 그 도도하던 아이폰까지 USB C를 도입할 지경이니까.
하지만 컴퓨터와의 접점까지는 없는 일부 저렴한 손전등이나 전동 면도기 중에는 여전히 듣보잡 고유 단자와 전용 충전기만을 고집하는 물건이 있다. 이런 것들은 차차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충전 상태를 나타내는 시각 피드백도 좀 통일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충전 중엔 적색이다가 완료 후엔 녹색.
  • 충전 중엔 녹색이다가 완료 후엔 녹색 점멸;;
  • 충전 중엔 황색이다가 완료 후엔 불빛 꺼짐
  • 충전 중엔 황색 깜빡이다가 완료 후엔 황색

옛날에 폰과 디카의 배터리를 따로 꺼내서 충전하던 시절엔.. 본인은 위의 케이스들을 전부 다 봐 왔다.;;;

7. 좌표계

국가별로 도로에 좌측/우측통행 기준이 다르다면, 컴퓨터에는 CPU 제조사에 따라서 비트 배열 순서(엔디언)가 차이가 있다. 그런데 컴퓨터에는 그것 말고 기하학적인 좌표의 취급 방향도 살짝 파편화된 구석이 있다.

2차원에서는 Y축의 양수가 아래로 가느냐, 위로 가느냐가 다르다. 아래는 글을 써 내려가는 방향과 일치하는 반면, 위는 수학 좌표계와 일치한다.
이건 뭔가 번호 다이얼(아래로)과 계산기의 숫자(위로) 배열 방향 차이와도 비슷해 보이는데..?

BMP 그래픽 파일은 위쪽(수학) 좌표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Windows에서는 원초적인 픽셀 기반의 MM_TEXT 좌표계만이 아래쪽이고, 나머지 현실 단위계와 대응하는 좌표계들은 위쪽이다. macOS 환경은 MM_TEXT라는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고 몽땅 위쪽인 걸로 난 알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차원을 넘어 3차원으로 가면.. XY 평면 위로 Z축의 양수가 어느 쪽으로 뻗느냐에 따라 왼손 또는 오른손 좌표계로 나뉜다. 오래된 표준 그래픽 라이브러리인 OpenGL은 오른손 좌표계이지만, 후발주자였던 DirectX는 왼손 좌표계를 채택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상이다.
자고로 어떤 기계나 컴퓨터 프로그램은 겉으로는 똑같이 동작하더라도 내부 디테일은 어떤 규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제품의 유지보수라든가, 타사 제품과의 연계를 위해서는 산업 표준을 만들어서 그걸 따라 만들게 하는 게 좋다.

컴퓨터 세계를 더 살펴보자면, 유니코드라는 게 없던 1990년대 초까지는 한글 코드조차 조합형이니 완성형이니 난립해서 문제였었다. 21세기 초까지는 동영상 코덱도 난립(1990~2000년대)했었다.
철도는 궤간이 대표적인 문제이고.. 아날로그 TV 시절에는 디지털 동영상 코덱이 아니라 아날로그 영상 신호 내부 구조가 PAL이니 NTSC니 하는 표준 규격이 있었다. 이런 걸 다 다루기에는 시간과 지면이 부족하니 이 글에서는 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15 19:35 2025/06/1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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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마력이라는 출력의 의미

1마력이라는 건 75킬로그램짜리--정확히는 질량 75kg에 지구 중력가속도가 적용된 75kgf-- 물체를 초속 1m, 즉 사람이 천천히 걷는 정도인 시속 3.6km의 속도로 들어서 위로 끌어올리는 '일률'을 말한다.
마력에 대해서 문화권별로 HP냐 PS냐 하면서 자잘한 차이가 있긴 하다. 허나, 이 글에서는 그건 논외로 하고, 미터법을 기반으로 하는 프랑스/독일 스타일 마력(PS)을 다루기로 한다.

사실, 힘이라는 건 질량을 가진 물체의 운동 속도를 변화시키는 변화량을 나타낸다. 그 힘이 축적되어서 물체가 이동하면서 일을 하며, 일률은 그 일을 단위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이 하는지를 나타낸다.
가벼운 물체가 신속하게 움직이거나, 무거운 물체를 그에 상응하게 천천히 움직이면 일률이 서로 비슷하게 산출될 수 있다. 그러니 힘과 일률은 비슷한 것 같지만 엄밀히 따지면 서로 관점의 차이가 있는 개념이다.

그럼 1마력은 어느 정도 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일률일까?
비만이 아닌 성인 남자 하나, 혹은 지게 하나를 꽉 차지하는 쌀 한 가마 무게가 75kg 부근이다.
이건 리어카에 실어서 사람 보행 속도로 밀거나 끄는 것도 사람 혼자서는 쉽지 않은 무게일 것이다. 그런데 이걸 붙들고 위로 끌어올리는 거라면..???? 사람의 근육으로 범접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위력임을 알 수 있다.

올림픽 역도 선수는 75kg의 2~3배에 달하는 무게의 역기를 들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바닥에서 머리 위로 2m 남짓 번쩍 들어올리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를 한번 생각해 보자. 사람이 아니라 동물 말은 이 정도 일률이 평범하게 나오는가 보다.

건강한 성인 남자가 자전거로 페달을 최대한 죽어라고 밟을 때 발이 산출하는 일률이 대체로 0.1~0.2마력 주변이라고 한다.
사람은 체중이 있으니 쎄게 밟으면 페달질 중의 토크(돌림힘)는 그냥 휘발유 승용차 엔진의 최대 토크에 근접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잠깐만 말이다.
중형차의 최대 토크가 반지름 1m짜리 회전축 기준으로 거의 20kgf가량이다. 자전거 페달 크랭크암은 20cm가 채 될까말까이니 저 기준에 맞추려면 힘을 5배 가까이 곱해 줘야 한다.

그런데 자동차 엔진은 그 힘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회전수는 사람의 자전거 페달링 회전수의 수십 배를 상회한다. 제원에 명시된 150~200마력이야 풀악셀을 밟을 때에나 나오는 최대 한계이지만, 악셀 안 밟고 공회전 아이들링 크리핑만 해도 기본이 10마력대이다.
그러니 자동차는 D 해 놓고 슬금슬금 기어가는 상태라도 힘을 절대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저 상태로도 사람 태우고 과속방지턱쯤은 우습게 넘으며, 아주 약간의 오르막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 말고 다른 예로는..
(1) 15층 이하 건물에서 통상적인 속도로 주행하는 엘리베이터가 보통 분속 60m라고 한다. 즉, 초속 1m, 시속 3.6km인 마력의 레퍼런스 속도와 동일하다.
어떤 엘리베이터 모터의 최대출력 마력은 승차정원의 수와 얼추 비슷하며, 최소한 그와 선형적으로 비례한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는 카 자체의 무게라든가 다른 여유분도 추가되겠지만 말이다. 15인승 엘리베이터에는 20~30마력짜리 모터가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2) 통상적인 자동차 에어컨이 한여름 최대 출력(최저온?)으로 돌아갈 때 끌어다 쓰는 엔진 동력도 내가 알기로 얼추~~ 1인당 1마력꼴이다.
통계에 따르면 5인승 자동차에 들어가는 에어컨이 깎아먹는 출력 오버헤드가 3~5 마력.
그리고 40인승 이상의 대형 버스에 장착되는 에어컨이 최대 출력이 40~42마력 남짓이라니 꽤 정확하게 대응한다.

디젤 엔진에 지금처럼 커먼레일에 터보차저 같은 기술이 도입되기 전.. 옛날에는 6000~7000cc 배기량의 버스 엔진도 최대 출력이 고작 150~160마력 안팎이어서 요즘 중형 승용차보다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긴, 그때는 버스에 에어컨이 없고 천장 선풍기밖에 없었겠다만..;; 에어컨이 갓 장착됐던 시절에는 이게 차량의 성능에 주는 부담이 꽤 컸다. 에어컨을 쌩쌩 틀면 차가 오르막을 잘 못 오르고 가속이 잘 안 될 정도였다.

그런 배고픈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고속버스의 법적 정의에 "엔진 출력이 차량 총 중량 1톤 당 20마력 이상일 것"이라는 조건이 들어가 있다. 고속버스라면 그에 걸맞은 고성능 차량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생산되는 버스들은 저 조건을 당연히 아득히 충족한다. '현대 유니버스'가 차량 총중량 15톤에 엔진 최대 출력이 400마력에 달한다.

이상이다.
둘을 종합하면 엘리베이터 모터도 1인당 얼추 1마력, 에어컨의 압축기도 1인당 얼추 1마력..
여름에 에어컨을 돌려서 기온을 낮추기 위해, 머릿수 하나당 엘리베이터 타고 위로 올라가는 정도의 동력이 필요하다는 게 흥미롭다.
그리고 이건 성인 남자가 혼자 자전거 페달을 죽어라고(고속 때문이건 오르막 때문이건) 밟는 일률의 최소 10배 이상.. 보통 수십 배에 달하는 위력이라는 것 말이다.

초· 중등 학교에서 가르치는 고전역학 교육은 복잡한 식 계산도 좋지만 이 숫자들이 일상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게 사람의 힘보다 얼마나 더 엄청난 힘인지, 우리 주위의 각종 기계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애들한테 일깨우는 교육이었으면 좋겠다.

대전액션 게임을 만들려면 개발자들부터가 먼저 때리고 맞는 경험을 해 보고, 철도인이라면 철-철과 아스팔트-고무의 정지 마찰력 차이와 표준궤 궤간의 길이를 몸과 느낌으로 알아야 하듯이 말이다.
열역학은 하다못해 비빔면 끓였다가 물에 담가서 식히는 것과 접목하고 말이다. (물의 엄청난 비열!!)
비행기가 이륙하는 가속을 자동차 급가속으로 경험하려면 악셀을 얼마나 밟아야 할까~~? 이런 것도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다. 아.. 자동차 운전은 애들이 경험하는 건 아니지만..;;

Posted by 사무엘

2025/06/13 08:35 2025/06/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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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과 듣는 것의 차이

1.
그래픽 사진에 대해서 피부 주름 제거, 색감 명도 채도 보정 같은 온갖 '뽀샵질'이 존재한다.
그것처럼 사운드에도 잡음 제거는 말할 것도 없고, 노래 중에 쓸데없이 들어간 "헉 / 쓰읍" 숨소리 제거, 음량-음역 보정, 너무 커서 찢어지거나 뭉개진 파형 보정 등 갖가지 보정이 존재한다. 음반 음원도 그냥 만들어지는 게 절대로 아니다.

2.
그래픽에는 비트맵을 계단현상 없이 부드럽게 확대하는 휴리스틱 알고리즘이 있고, 산술 연산이나 AI를 동원해서 흐릿한 상을 복원하는 필터도 있다.
그것처럼 사운드에는 음고를 유지하면서 재생속도만 바꾼다거나, 재생속도를 유지하면서 음고를 변형하는 휴리스틱 알고리즘이 있다. (음파는 일반적으로는 음고와 속도가 같이 증가하거나 같이 감소하기 때문. 둘 중 하나만 변형하기가 어렵다)

3.
컴퓨터의 성능이 발달하면서 디지털 영상은 더 고화질로 리마스터링이 행해져 왔다.
3D 모델 소스가 있으면 렌더링과 영상 인코딩을 다시 하면 되고, 아날로그 영화 필름도 화질이 아주 좋기 때문에 이걸 그대로 다시 디지털화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오히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의 영상이 상대적으로 화질이 안 좋아 보인다. 종횡비도 16:9가 아니라 4:3이니 더 이질감이 느껴진다.
화질이 안 좋거나 아예 흑백인 옛날 영상의 경우 AI를 동원해서 '창작'을 해서 화질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음성은..??? 쌍팔년도 시절에 정립된 CD 음질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얘만 리마스터링 하는 경우는 딱히 없는 것 같다.
단.. 옛날에 PC 스피커로 어설프게 자연 사운드를 구사했던 게임 효과음들은 필요하다면 실제 사운드로 리마스터링 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도스용 황금도끼 게임의 효과음 말이다.;;

4.
음속은 광속보다 훨~~씬 더 느리다.
번갯불과 천둥 소리 사이의 텀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비행기만 해도... 관악산 같은 데서 좀 낮게 날아가는 걸 보시라.
비행기의 엔진 소리는 지금 비행기가 있는 곳보다 더 뒤에서 들리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카카오톡에서 말과 사진을 같이 보내다 보면..
발신자는 '말-사진-말-사진' 이렇게 보냈지만, 수신자는 '말-말-사진-사진' 이렇게 받게 되는 수가 있다. 사진은 아시다시피 용량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전송이 훨씬 더디다.
빛의 속도와 소리의 속도도 이런 부류의 차이가 존재하는 걸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곤 한다.

5.
대부분의 우주 사진, 천체 사진은 노출을 분~시간 단위로.. 심지어 며칠 단위로 하면서 빛을 어마어마하게 모으고 쬐어서 간신히 찍은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 암흑천지에서 무슨 풍경을 건지겠는가?
그렇게 노출하는 동안 한 곳만 뚫어지게 안정되게 보고 있어야 사진이 흐려지거나 망가지지 않는다.

그 반면, 태양 흑점 사진은..??? 정반대로 빛을 미치도록 줄이고 또 줄이고 특수하게 걸러내서 찍은 것이다.
현실의 태양은 겨우 저런 누런 주황색이 아니며, 흑점도 시꺼먼 색이 절대 아니다. 흑점이고 나발이고 아무 구분 없이, 맨눈으로는 차마 볼 수도 없는 미치도록 희고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올 뿐이다.
모든 광학 기기는 아무 조치 없이 태양을 직접 겨냥하는 건 마치 박격포 90도 직사와 동급으로 절대 금지이다.

그런 것처럼 빛뿐만 아니라 소리에도 비슷한 부류의 극한이 있다.
개인적으로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를 아주 좋아하는데 이건 평범한 장비로는 제대로 녹음을 하기 어렵다. 쿠르르르릉~~ 소리가 워낙 웅장(..)해서 파형이 다 넘치고 뭉개지기 때문이다.

영화나 게임에서 각종 총소리, 폭발 등을 보면 화염 비주얼은 실제보다 훨씬 더 과장해서 묘사하고, 폭음 같은 소리는 줄여서 묘사한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남자들 군대에서 수류탄 투척까지 갈 필요 없이.. 차끼리 부딪히는 교통사고 현장 근처에만 있어 봐도 쾅 소리에 크게 놀라게 된다.

6.
음파가 가청 대역을 넘어가면 초음파라고 불린다.
그러나 전자기파가 가시광선 대역을 넘어가면.. 그건 자외선 등 다른 전파가 된다.

7.
철길 근처에 서서 열차가 쌩~~ 지나가는 걸 들어보면 말이다.
같은 소리가 멀리서 날 때는 더 작게 들리고, 가까이서 날 때는 더 크게 들린다는 거야 당연히 상식이다.

그런데 이때 소리를 잘 들어 보면 음량만 작아지는 게 아니라, 음높이까지 변할 때가 있다.
까놓고 말해 ‘솔’ 소리가 그대로 fade out되는 게 아니라 “솔~~~ 파# 파 미..” 이렇게 된다는 뜻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 보시라.
주행 중인 철도 차량 출사 덕질을 많이 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음향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왜 그렇지..???

이게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도플러 효과이다. 단순히 열차가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는 게 아니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소리의 진동수까지 변한다는 것이다.
이거 마치.. 지구가 둥글다는 걸 설명할 때.. 배가 멀어지면서 단순히 작아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없어져 버린다고 얘기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_=;;

도플러 효과가 우주 레벨로 올라가면 음파뿐만 아니라 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시광선까지 색깔이 바뀐다. 적색편이, 청색편이가 이것과 관계가 있다.
자동차나 야구공의 속도를 측정하는 스피드건도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서 동작하며, 생각보다 굉장히 정확한 결과를 낸다. 색깔만 보고 온도를 측정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4/10/15 08:35 2024/10/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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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보 저장, 상태 보관이란 걸 몽땅 실물로 해야 했음

세상에 컴퓨터와 정보 저장 매체라는 게 없던 시절엔..
길고 빽빽한 텍스트가 아니라 겨우 수 바이트, 수십 비트가 채 되지 않을 '객체 상태'도 일일이 다 실물로 관리해야 하니 참으로 번거롭기 그지없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 보드 게임의 말들은 잡히면 몽땅 다 즉사이지, HP 같은 건 없다. 윷놀이, 바둑, 체스, 장기..
그도 그럴 것이 각 말들의 HP가 깎이는 걸 또 별도의 기물로 구현하는 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 하다못해 죄수의 볼기를 줘 패도 매번 때릴 때마다 늘 "n대요~!!" 라고 크게 복명복창을 해야 했다. 정해진 횟수를 절대 틀리지 말라고.
(물론 단순 숫자 한두 개 정도는 마치 운동 경기 스코어 x:y처럼 종이 판떼기로도 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태형을 집행하는 국가에서 굳이 그런 물건까지 동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

-- 교통수단에서 환승 할인이란 걸 구현하는 게 참 난감했다. 기껏해야 승차권에다가 특수한 구멍을 뚫어서 인증하는 정도?

-- 고속도로 톨비도 말이다. 요즘 고속도로는 국영과 민영 구간이 오락가락이고, 대도시에서는 개방식과 폐쇄식이 왔다갔다 한다. 거기에다 차종과 이용 시간대별 할인이 있고, 심지어 차로 수가 적은 고속도로와 많은 고속도로 간에도 미세하게나마 요율이 다르다..!! 이거 정확한 계산을 재래식 종이 통행권으로 하려면 톨게이트를 엄청 많이 만들어 놓고 매번 차를 세워야 할 것이다.

-- 대중교통은 자리를 알아서 찾아서 앉는 자유석 형태로만 운용 가능할 것이다. 좌석 지정 탑승권은 거의 불가능. 1980년대에 새마을호 열차에서 전산 승차권(고정석) 발매가 그만큼 파격적이었던 조치였다. 그 반대급부로, 새마을호는 일부 객차만 자유석을 운영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행정에서 이 복잡한 state 계산의 끝판왕은 운전자 벌점이지 싶다. 이건 3년이라는 유효기간이 존재하는 마일리지와 비슷한 개념이다.
유효한 벌점이 40점 이상이 되면 면허가 정지되는데, 면허정지에 기여한 벌점은 처분벌점에서는 빠지지만 누산벌점에는 남아 있고 이건 또 뭐 어떻게 해야 없앨 수 있고... 나도 제대로 이해를 못 했다.

게임에서 이렇게 하면 HP가 깎이지만 이렇게 하면 HP와 관계없이 즉사(면허 취소)...;; 이렇다.
행정 전산화가 되기 전엔 이런 거 어떻게 관리했을까...?? 경이롭다.

2. 오늘날 같은 획기적인 무선 고속 통신 인프라가 없었음

-- 휴대폰이 없었을 때는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 나면 보험사에다 연락을 어떻게 했을까..??
고속도로의 경우, 일정 거리 간격으로 긴급 통화가 가능한 전화기가 비치됐으며 일정 시간 간격으로 순찰차가 다니기는 했다. 그러나 고속도로처럼 잘 관리되는 도로가 아니라 시골 깡촌 농로나 산길이라면 정말 난감할 것이다.

참고로 카폰은 아직 엄청난 사치품이었다.
기계값도 값이지만 지금처럼 제한된 주파수를 쪼개고 쪼개서 수많은 사용자들에게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통신 기술과 인프라가 없었다. 카폰은 전화국과 교신하는 무전기보다 크게 나은 게 없던 지경..

그래서 지금처럼 전 국민이 무선 통화를 하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하긴, 더 옛날에는 유선 전화조차도 회선이 부족하고 자동 교환 기술이 부족해서 집집마다 개통하는 게 불가능했었다.

-- 쌍팔년도 시절, '브레인 바이러스'라는 악성 코드는 1985년에 파키스탄 사람이 만들었는데, 그게 1987년에 미국에서 첫 발견됐고,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에야 발견됐다.
무선 인터넷이 없던 시절엔 컴퓨터로 뭔가가 퍼져나가는 속도도 정말 끔찍하게 느렸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지경.

-- 좀 더 옛날 얘기를 꺼내자면 레이더나 무전기라는 것도 2차 대전 시기에 발명됐다.
그 전 제1차 세계 대전 때만 해도 아직 전령이라는 게 현역이었다! 목숨 걸고 발품 팔아서 전방 소식을 후방에다 전하는 병과 말이다. 히틀러가 이 시기에 전령병 출신이었고 그것만으로도 부상 당하고 훈장도 받았을 정도였다.
심지어 비둘기 발에다가 편지를 묶어서 전하는 구닥다리 테크닉까지 쓰였었다.

하긴, 2차 대전 때는 말 탄 기병이 아직 현역이었다. 자동차라는 게 있긴 했지만 아직 너무 비싸고 귀했기 때문.. 우리가 누리는 교통 통신 인프라가 지금 같은 가성비를 갖추게 된 건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3. 금융 거래도 전산화되지 않았음

-- 월급을 직접 현찰로 봉투에 넣어서 나눠줬다. 월급날 시즌에는 회사들마다 현금을 수송하느라 분주했다.
심지어 국제선 여객기를 조종하는 기장들도.. 도착지 공항에서 유류비를 지불하려고 돈다발이 들어있는 가방을 조종실에 싣고 다녔다.;;;

-- 신용카드라는 게 있긴 했으나.. 지금 우리처럼 간편하게 긁고 통신이 되는 형태가 아니었다.
가게에서는 손님이 카드를 긁었음을 입증하는 종이 전표 실물 뭉치를 잘 보관했다가 카드사에다 직접 청구하고, 카드사는 그걸 보고 대금을 지급했다. 옛날 신용카드에 카드 일련번호가 양각으로 돌출됐던 이유는 이걸 일종의 도장처럼 쓰기 위해서였다.;;; ㄷㄷㄷㄷㄷㄷ

단순히 음성과 영상을 주고받는 통신뿐만 아니라 금융 거래가 전부 무선 자동화 전산화된 것도 세상을 정말 편리하게 바꿔 놓았다. 종이 없는 사무실보다는 현금 없는 세상이 더 많이 실현됐다.
물론 통신으로 돈 거래를 몽땅 가상화시킨 배후에는 디지털 서명을 가능케 한 비대칭 암호화라는 특급 보안 기술이 있었다. ^^
영상· 음성을 디지털로 주고받는 배후에는 압축 알고리즘(코덱..)이 있듯이 말이다.

4. 정보 검색 인프라

지금 같은 학술 정보 검색 인프라가 없던 시절에는 논문을 어떻게 쓰고 참고문헌을 어떻게 찾아봤을까??
뭐 그 시절에는 학계마다 분야별 최신 논문 목록이 마치 전화번호부처럼 종이책 형태로 주기적으로 발간되기는 했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보기에는 완전 골동품이겠지만..

그래서 그 시절 옛날 논문들은 참고문헌 목록이 21세기 이후 논문들처럼 풍부하지는 못했던 편이라고 한다.
이런 게 '정보 고속도로'니, 'information at your fingertip' 이런 90년대 구호가 실현되기 전의 모습이다. 유비쿼터스, IoT니 하는 구호는 2000년대 이후에나 등장했다.

하긴,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학위논문들이 타자기로 작성되곤 했다. 타자기로 수학식을 표현하려면.. ㄷㄷㄷ
좀 얼리어답터인 사람이 몇백만 원짜리 컴퓨터를 장만해서 아래아한글 1.X로 논문을 써 보겠네 마네 하던 지경이었다.

갤럭시니 아이폰이니 하는 오늘날의 스마트폰은 "둥그런 브라운관 화면을 통해 상대방을 보면서 영상 통화" 정도를 상상했던 쌍팔년도 시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 됐다. ^^

Posted by 사무엘

2024/10/12 08:35 2024/10/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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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질

  • 영화 필름은 기본적인 화질은 좋지만.. 상태가 안 좋아지면 색이 바래지고 화면 곳곳에 검은 점들이 반짝반짝 거렸던 편이다.
  • 아날로그 TV는 근본적인 화질이 별로 안 좋고, 그놈의 노이즈가 문제였다. VHS 비디오 테이프는 TV보다도 화질이 더 안 좋았다.
  • 컴퓨터로 재생하는 디지털 동영상은?? 빡센 압축 때문에 JPG 깍두기 화질 열화라는 게 있었다.

그랬는데..
오늘날 영상 재생 기술은 정말 정말 경이롭기 그지없다.
한 프레임 한 프레임이 아주 정교한 정지 영상처럼 화질이 좋다. 그것도 다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 방식으로.. 옛날 같은 잡음 노이즈 깍두기 등등을 거의 찾을 수 없다.

텔레비전이고 영화고 화질이 엄청나게 좋아졌다는 걸 뭘로 느끼는가 하면.. 영상 속 각종 자막이나 글자가 2, 30년 전보다 엄청나게 작아진 걸 보고 느낀다.
저화질에서는 저런 작은 글자를 넣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뭐 일반인이 유튜브로 이미 1K, 2K니 4K니 하는 초고화질 영상을 보는 세상이니, 영화관의 그 커다란 벽면에다 쏠 정도인 영상은.. 7K급이라고 카더라처럼 듣긴 했다.
물론 전자기파의 속도나 대역폭 자체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아닐 테니.. 전자 신호를 갈아넣는 기술이 더 발전하고 그거 중계하고 쏘는 인프라들이 곳곳에 엄청 많이 깔린 것이다. 컴퓨터의 하드웨어도 더 발달했고 말이다.

아날로그 TV로 아무 채널이나 틀면 나오는 치지지직 백색잡음을 일부러 들으려 해도 듣기 어렵고, 아예 그걸 따로 인코딩을 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서 시청하는 지경이다.
(디지털 방식에서는 그런 아무말 전파는 디코딩 실패 오류로 처리되니 애당초 화면에 뿌려지질 않음)

이건 뭐 아날로그 시계 바늘을 작대기 실물 현물을 기울여서 구현하는 게 아니라, 작대기 모양 직사각형을 삼각함수 회전변환으로 좌표 계산해서 구현한 것과 같다. 백색잡음조차 그런 방식으로 졸라 어렵게 현학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제는 텔레비전도 반쯤 컴퓨터가 됐다. KBS MBC 같은 제1군 지상파, 그 뒤 셋톱박스 얹어서 시청하는 제2군 케이블 방송, 그 다음으로 넷플릭스 같은 영화 스트리밍 제3군을 골고루 나눠서 시청하는 영상 단말기가 됐다.
DVD나 블루레이 같은 물리적인 영상 저장 매체는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존재감이 아주 작아지고 주류에서 밀려났다.

2. 사진

요즘 사진과 영화는 처음에 발명됐던 것처럼 필름에다가 아날로그 기술로 빛을 화학적으로 담고 현상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영화는 저렇게 극초고화질로 압축된 디지털 동영상이고, 사진은 고화질 고해상도로 정교하게 컬러 인쇄물일 뿐이다.
이를 제조하는 기계가 그 이미지의 모든 정보를 픽셀 단위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알고 있다. 이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이다.

쌍팔년도 시절엔 사진관에 가서 필름을 맡기고 나면 최소한 다음날이나 며칠 뒤에 사진을 찾아 왔었다!
그게 조금 발전하면 “23분 완성, 5분 초고속 완성”..;;
사진 인화, 현상을 겁나게 신속하게 해 준다는 뜻이었는데 지금 관점으로는 정말 바보 같다. “고성능 특급 증기 기관차로 경성-부산을 무려 6시간 반 만에 주파”처럼 들리니까 말이다. (저건 1930년대 아카츠키 호 소개 문구. -_-)

3. 가정용 비디오 테이프

1990년대 말까지는 음성은 카세트 테이프, 영상은 VHS 테이프(매체)라는 아날로그 매체가 수십 년 동안 쓰였다.
영상은 아무래도 음성보다 정보량이 월등히 더 많이 들다 보니, VHS는 길쭉한 테이프(매체 속에 돌돌 감겨 있는 실제 띠)를 딱 최단거리 수직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삐딱하게 기울여서. 즉 |를 /로 바꾸는 꼼수까지 썼다. 그래서 헤드와 테이프가 접촉하는 구간을 늘리고 정보를 더 집어넣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때문에 VHS 비디오 재생기는 헤드도 테이프(띠)를 비스듬하게 감쌌으며, 테이프(매체)를 넣거나 뺄 때, 그리고 재생하거나 정지할 때 각종 고정/해제 전처리 후처리 준비가 꽤 오래 걸렸다. 카세트 테이프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카세트 테이프는 일부 아날로그 감성 충만한 투박한 물건은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즉시 재생도 됐던 반면, 그건 비디오 테이프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게다가 정말 의외의 사실인데, 아날로그 비디오 테이프는 영상을 띄워 놓은 채로 일시정지 기능을 구현하는 게 몹시 무리였다. 엥??? 컴퓨터가 쏴 주는 디지털 영상에서는 정말 식은 죽 먹기도 아닌 일이 도대체 왜 저런 거지..???
일시정지도 무슨 미분을 하듯이 전진 후진을 반복하며 그 구간을 헤드에서 계속 읽어서 신호로 보내야 했다. 오랫동안 일시정지를 시키면 테이프나 헤드에 무리가 갔으며, 그 동안에 화면 화질이 떨어지고 노이즈도 잔뜩 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런 비디오 재생기에는 요즘 컴퓨터처럼 비디오 메모리나 그래픽 카드 같은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한번 자신이 만들어 낸 영상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0과 1 차원에서 다 기억해서 화면으로 지속적으로 쏴 주는 형태가 아니다.
그러니 일시정지조차도 테이프를 같은 지점만 계속 읽는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차가 멈춰 있는 상태로 핸들을 너무 많이 돌리면 타이어에 좋지 않은 영향이 가는데, 이와 비슷하게 장시간 일시정지는 테이프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었다.

이 유튜브 시대에 옛날 비디오 테이프를 생각하니.. 쌍팔년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열악했다 싶다. 인간이 달이나 화성으로 나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딴 분야는 시대가 많이 변하긴 했다.

뭔가 비스듬하게 기울이는 거는 문자 타이포그래피에서 이탤릭체에서도 볼 수 있고, 또 대파를 비스듬하게 써는 것(실제 부피 대비 더 커 보기에),
로켓이 발사될 때 살짝 비스듬하게 기울어져서 상승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역시 배기가스 분출 구간을 좀 더 늘리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담으로, 보잉 747의 아버지라 불리는 항공 엔지니어 조셉 서터는 생몰년이 1921-2016이다.
그런데 카세트 테이프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 오텐스는 생몰년이 1926~2021...;; 뭐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VHS의 아버지 내지 주 개발자라고 불리는 엔지니어는 전해지는 게 없는지 궁금하다.

4. 에디슨 과학 박물관

본인은 지난 6월에 여친과 함께 강릉에 갔을 때 말이다.
경포호 부근에서 어디 놀러 갈 데 없나 검색을 하다가 '에디슨 과학 박물관'이란 걸 우연히 발견했었다. 막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고 찾아가 봤는데.. 알고 보니 이거 엄청난 대박이었다.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참 위대한 오덕 수집가가 계셨구나. '에디슨 과학'은 대표 명칭이고, 사실은 전구, 축음기, 영사기별로 박물관이 따로 있어서 건물 세 채가 한 세트이다. 과학기술과 예술 분야가 잘 만나고 박물관 만들기에 좋은 주제인 것 같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름만 들었을 때는 황금귀 진공관 스피커 덕후가 떠올랐는데, 소재가 거기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더라.
인류가 역사상 최초로 영상과 음성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됐다니.. 그 당시엔 이게 가히 요술 마법 수준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기· 전자 공학이 그야말로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고 있었고, 그게 나중에 궁극적으로는 반도체와 컴퓨터의 발명으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전화기, 무선 통신, 교류 전기..

에디슨이 카메라 자체를 처음 발명한 건 아닌 것 같다만.. 그래도 그 뒤에 축음기와 영사기를 만들어서 사진의 영역을 크게 확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긴, 영화도 처음에는 무성 영화부터 시작했다가 나중에 유성으로 바뀌고 컬러도 도입됐다.

축음기가 발명되기 전엔 오르골이라는 게 있었다. 축음기와 음반이 임의의 소리를 저장하고 재생하는 mp3 같은 물건이라면, 오르골은 악보를 기록하고 저장해서 음악 연주를 자동화하는 midi 같은 물건이다. 이거.. 나름 구멍 뚫어서 0과 1 정보를 표현하는 천공 카드의 먼 전신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종의 디지털 정보 저장 매체인 셈이다.

오르골은 자그마한 크기에 딸랑딸랑 예쁜 소리가 나오는 실로폰형 액세서리만 있는 게 아니더라. 야외에서 멀리까지 소리가 크게 나가는 '리코더형' 오르골도 있는데, 20세기 초중반 미국에서 야외 서커스장이나 회전목마 유원지 따위에서 흘러나오던 무슨 피리 소리 같은 BGM들이 바로 이 오르골로 연주되던 결과물이었다. 오오 그랬던 것이군!!

소장품이 저 건물 안에 일일이 제대로 전시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많아서 거의 창고 수준이라고 하며.. 작동 가능한 현물이 전 세계에 거의 없다시피한 진귀한 축음기나 오르골도 볼 수 있다. 심지어 얼추 1시간 간격으로 가이드가 전시품들에 대해 설명도 해 준다.

우리나라에 올드카 수집 덕후만 있는 게 아니라 이런 분야의 수집 덕후도 계셨다니 정말 대단하다.
뭐, 일본의 어느 대기업 회장이 이 소장품들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내가 이거 박물관을 도쿄 한복판에 건립할 수 있게 지원해 주겠다. 박물관을 일본에다 짓는 게 어때?"라고 제안했는데 설립자분께서 거절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8/20 08:35 2024/08/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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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재, 건축 자재 등

목재는 적당히 단단하고 가공하기 편리하다는 장점 덕분에 오랫동안 별 걸 다 만드는 용도로 쓰였다. 옛날에는 집의 뼈대와 기둥, 심지어 벽면 전체(통나무집), 선박, 출입문, 각종 가구.. 철도 레일 아래에 깔리는 침목도 말 그대로 목재이며, 화약을 터뜨리는 총도 개머리판과 바깥 몸체는 나무로 만들곤 했다.

하지만 겨우 목재로는 집이든 탑이든 몇 층 이상으로 크고 높게 올리는 건 불가능했다.
그리고 배도 배수량 수백 톤 이상, 길이 수십 m 이상으로 크게 만들 수 없었다. 목재가 용접이 가능한 물건은 아니니.. 동일한 강도를 유지하면서 길게 이어붙이고 연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한계를 숫자로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그러니 지금은 그냥 콘크리트(건축), 금속(선박, 출입문) 아니면 플라스틱(작은 물건)이 목재의 역할을 상당수 대체하게 됐으며, 목재는 일부 고급 가구 같은 데서나 쓰이는 것 같다.
산의 나무를 보호하는 방법은 나무를 베는 걸 무식하게 금지하고 찍어누르는 게 아니라, 연료건 재료건 더 싸고 좋은 대체제를 개발해서 나무를 벨 필요를 없게 만드는 것임을 느낀다.

하긴, 벽돌도 건축 자재로서 퇴출된 지 꽤 오래됐다. 요즘은 벽돌 기분을 일부러 내 주는 외장 타일이나 인테리어용 플라스틱 벽돌이 있는 정도이다.
그 대신 강화 유리는 쌍팔년도까지 구경하기 쉽지 않은 건축 자재였다. 2000년대 이후부터 철도역들부터가 온통 유리궁전으로 변모한 건 참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건축 자재인 강화 유리는 자동차에 설치되는 안전 유리하고는 성격이 다른 물건이다.
철도 차량은 자동차와 같은 교통사고에 대비하지는 않기 때문에 창문 유리가 자동차 유리보다는 더 잘 깨지는 것 같다.

한편, 철도는 1990년대쯤부터 전통적인 자갈 노반과 나무 침목이 퇴출되고 전부 콘크리트 노반에 장대 레일이 도입됐다.
원래 철길에 깔려 있던 기존 침목은 전국 각지의 공원이나 언덕 산책로에 계단으로 재활용되곤 했는데.. 문제는 침목이 현역 시절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온갖 유해한 발암 물질 방부제 약품에 쩔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침목 위로 열차가 아니라 사람이 지나가는 건 건강에 안 좋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서 요즘은 그것도 다른 걸로 다시 교체되고 폐침목은 완전히 소각 폐기하려는가 보다.
이것 관련 뉴스 보도가 2010대 내내 대전, 고양, 의왕 등 전국 곳곳에서 검색되어 나오곤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게 실제로 얼마나 나쁜지 입증된 자료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2. 벽돌

우리나라의 건축? 건설 트렌드를 살펴보면 1990년대쯤부터 신축되는 건물 외벽과 담장에 붉은 벽돌이 거의 사라졌고, 철도역은 유리궁전 스타일이 도입되었으며, 전깃줄은 모두 지중화된 것 같다.

이 시기에 만들어졌던 분당과 일산 신도시는 처음부터 모든 전기 시설이 지중화된 형태로 건설됐다.
일산의 경우, 아파트 단지 아래에 지하 주차장을 넘어 아예 지하 도로를 만들어서 평소에 자동차도 지상의 단지 내부엔 아예 보이지 않게 했는데, 이건 2010년대 이후부터 대학교 캠퍼스들도 따라 하는 추세이다.

붉은 벽돌 건물로는 학교나 대학교 강의동, 주택, 4~5층짜리 맨션까지는 떠오르지만 고층 아파트가 이런 재질인 것 같지는 않다. 유리궁전과도 상극이고.. 이것도 추억의 옛날 건축 자재로 사람들 기억에 남을 것 같다.

3. 원소 인

원소들 중에 수소와 헬륨 같은 가볍고 단순한 놈은 우주 전체에서는 매우 흔하고 풍부한 반면, 지구 내부에서는 생각보다 귀하신 몸이다. 지구에서 묶어 두기에는 너무 가볍기 때문이다. 특히 수소는 화합물이 아닌 단독 순물질 형태는 제조하기도 어렵고 다량으로 보관하고 운반하기도 너무 어렵다.

그런데 인(P)은 이들과는 반대로 우주적으로는 몹시 드물고 지구에만 이례적으로 많이 존재하는 원소이다. 그리고 질소, 탄소, 산소와 더불어 생명체의 필수 원소 중 하나인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농업(비료)과 공업(화약)에서 모두 유용하게 쓰인다.
뭔가 지구에만 풍부하다는 건 산소와 비슷하고, 비료에 쓰인다는 건 질소와 비슷.. 그리고 동소체가 많이 존재하는 건 탄소와 비슷하다.

지구가 생명 탄생을 위해 신의 특별히 지적 설계의 흔적이 담긴 유별난 행성이라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인의 존재도 눈여겨보면 좋을 것이다. 태양과 달의 겉보기 크기가 일치하는 것, 체급에 비해 유난히 강한 자기장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인은 질소처럼 대량으로 합성하지 못하고 여전히 땅에서 캐거나 생물의 배설물, 오· 폐수로부터 회수하는 것에 의존해야 하는가 보다. 관련 설명을 예전에 하수도 과학관에서 읽은 적이 있다.

'나우루'라는 자그마한 나라는 석유도 아닌 인광석 하나만으로 벼락부자가 됐다가.. 그게 고갈되면서 쫄딱 망한 걸로 유명하다.
새똥으로 뒤덮인 새만금 태양광 패널을 보니 저기서 인광석이라도 얻을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금과 다이아몬드

금과 다이아몬드는 매우 비싼 귀중품 보석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한편으로, 전자는 금속이고 후자는 그렇지 않다는 큰 차이도 있다.
금은 녹여서 다른 모양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반면, 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는 처음 발굴됐을 때의 크기와 상태가 가격을 매우 크게 좌지우지한다.

5. 염산과 황산

염산과 황산은 초등 과학 시간에도 배우는 아주 유명한 강산이다. 모두 화장실 청소나 공업용으로 유용한 구석이 있는 물질이지만, 한편으로 신체에 닿아서는 절대 안 되는 위험한 독약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그런데 이 둘은 기반 순물질의 형태가 서로 다르다. 염산은 염화수소(HCl)라는 기체를 물에 녹인 수용액인 반면, 황산은 황화수소(H2S) 수용액이 아니다. 황산의 화학식은 아시다시피 H2SO4이고.. 황산 자체가 이미 상온에서 액체이다(투명하고 약간 끈끈한).

아하..;; 그래서 염산은 염화수소를 제일 진하게 물에다 콱콱 쑤셔 넣어도 최고 농도가 무슨 열기관의 효율처럼 30%대가 한계인 반면.. 진한 황산은 100%에 가까운 농도가 존재 가능한 것이다.

산성 역할을 수행하는 건 황산 순물질을 물과 많이 섞은 묽은 황산이다.
진한 황산은 애초에 금속을 녹이는 산성 성분조차 발현하지 않는다. 그 대신 무슨 물질이건 수분을 뼛속까지 긁어 가서 시꺼먼 숯덩이로 만들 뿐... 이게 신체의 입장에서 더 위험하다.

황산은 순물질이 원래 액체라는 말이 처음엔 마치 "목성은 탐사선을 보내도 착륙할 땅이 없다" 이런 소리처럼 굉장히 이색적으로 들렸다.;;
근데 그러고 보니 강염기인 수산화나트륨은 기반 순물질이 그냥 고체잖아..?? 기체(염산) 액체(황산) 고체(...)가 골고루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처음에 말이 나왔던 황화수소를 녹인 수용액도 있긴 하다고 한다. 하지만 걔는 의외로 탄산과 비슷한 급인 약산일 뿐이며, 학술적인 의미나 실용적인 의미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중요하게 다뤄지지는 않는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27 19:35 2024/07/2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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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켓

비행기에서 쓰이는 제트 엔진 내지 터빈은 자동차에서 쓰이는 4행정 왕복 엔진보다 연료 소모가 더 많다. 하지만 로켓 엔진은 이 비행기용 제트 엔진보다도 연료 소모가 훨씬 더 극심하다. 오죽했으면 엔진 가동 시간을 그냥 '분' 단위로만 매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많은 연료를 몽땅 다 태워 없애기 때문이다.

로켓이란 게 다른 건 몽땅 단점밖에 없다. 하지만 지구의 어마어마한 중력을 이기고 payload를(연료 자체의 무게까지 포함) 지상 100km 이상의 고도까지 띄우고, 거기서 궤도 공전이 가능한 시속 수만 km 이상의 속도로 가속시키는 현실적인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쓰인다. 대포를 쏴서 우주로 가겠는가, 아니면 우주까지 무슨 엘리베이터를 만들겠는가? 다른 대안이 없다.

현재 인류의 과학 기술을 아득히 초월하는 광속 이동이나 순간이동 워프 같은 게 개발되지 않는 한, 인간이 그렇게 쉽게 우주로 나가는 건 SF에서나 가능한 요원한 일일 것이다.;; 여기서 병목이 걸리는 바람에 197~80년대에 유행했던 우주 관련 SF물들이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못하고 SF에만 머물러 있는 거다.

이와 비슷하게, 교류 전기라는 것도 다른 건 다 단점밖에 없다. 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까다롭고 지저분하고, 저장도 안 되고, 흐르는 동안 주변에 끼치는 부작용도 크고.. 하지만 변압이 유리하고 장거리 송전에 유리하다는 압도적인 장점 하나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이 쓰인다. 따지고 보면 교류 없이는 오늘날 같은 찬란한 전기 문명이 이룩될 수 없었다.;;

2. 엔진의 크기, 종류와 연료 민감성

(1) 외연기관인 증기기관은 물을 어떻게든 끓이고 뜨거운 증기를 잘 밀폐시켜서 피스톤을 밀게만 만들면 된다. 고철을 뚝딱 해서 오늘날의 기계들에 ‘비해서는’ 덜 정교하게라도 어떻게든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물을 끓일 수만 있다면 난방유 폐유 식용유 송근유, 심지어 석탄까지.. 무엇이든 집어넣을 수 있다.
즉, 외연기관은 기술적인 난이도가 낮고 연료도 덜 가리는 편이다. 그 대신 태생적인 성능과 효율이 메롱일 뿐..

그에 비해 내연기관은 엔진 내부에서 연료의 폭발을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외연기관보다는 기계 구조가 훨씬 더 정밀해야 하며, 연료도 외연기관처럼 아무거나 집어넣어서는 절대 안 된다.
즉, 내연은 만들고 운용하기가 더 어렵다. 왕복운동 엔진이 아니라 터빈에서는 외연과 내연의 기술적 격차가 더 벌어진다. 하지만 내연이 외연보다 효율이 훨씬 더 좋고 소형화에 더 유리하고 화력 조절과 운전이 더 쉽다.

(2) 같은 내연기관이라 하더라도 오늘날의 최첨단 초정밀 엔진이 100년 전 자동차의 엔진보다 연료의 상태와 품질에 훨씬 더 민감하다. 오늘날의 엔진은 깔끔한 연료가 불순물 없이 싹 연소하는 것을 가정하고 출력을 극한까지 짜내도록 최적화됐을 뿐만 아니라,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것에도 딱 거기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물질이 들어가면 효율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엔진이 망가지고 고장 난다. 배탈이 예전의 단순한 엔진보다 더 심하게 난다는 뜻이다.

완전히 같은 맥락은 아니겠지만 이런 엔진의 발달사는 총의 발달사와도 비슷해 보인다.
옛날 구닥다리 화승총 시절에는 화약과 탄환을 따로 넣었고, 탄환으로는 그야말로 현지 조달한 쇠구슬을 넣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총열에 강선까지 정교하게 새겨진 오늘날의 총에서는 그렇게 해서는 어림도 없다. 정말 정교하게 양산된 전용 탄환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 규격에 안 맞는 총알은 총에 안 들어가면 다행이고, 격발 불량이나 오발, 총기 고장 같은 갖가지 불행한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3) 자동차 엔진은 이런 첨단을 달리고 있는 반면, 농기계인 경운기 엔진은 필요 이상의 고출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 환경 규제가 딱히 없다는 점, 크기와 무게와 가격을 줄여야 한다는 점으로 인해 과거의 원시적인 소형 디젤 엔진 형태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4행정이긴 하지만 단기통이고(그래서 털털털 진동이..), 시동도 배터리의 도움 없이 플라이휠을 손으로 돌려서 건다. 요즘 디젤 엔진에다 넣었다간 큰일 날 저질 경유를 넣어도 그럭저럭 잘 돌아간다.
경운기나 트랙터 같은 농기계 덕분에 소는 농사에서 퇴출되고 식용이나 젖 용도만 남았다. 활이 스포츠용으로만 남은 것과 비슷한 이치 같다.

(4) 경운기가 소형 디젤 엔진의 예시라면, 소형 휘발유 엔진의 예시는 전기톱, 예초기, 오토바이 따위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내연기관 발전기에는 휘발유보다는 4행정 디젤 엔진이 훨씬 더 많이 쓰이는 듯하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요즘은 작은 오토바이도 다 4행정 휘발유 엔진으로 만드는 반면, 디젤 기관차에는 2행정 디젤 엔진이 쓰인다고 한다. 휘발유에서의 2행정/4행정의 차이보다 디젤의 2행정/4행정의 차이가 더 크다고 한다.

(5) 사실 내연기관은 외연기관에 비해 소형화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반대로 대형화가 어려운 구석이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뜨거운 증기만 다루는 기계와 아예 폭발을 다루는 기계가 난이도가 같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나마 왕복 엔진에서는 디젤이 휘발유보다 대형화에 유리해서 한계가 좀 극복될 수 있었다.

지난 2022년쯤엔가 잠깐 동안은 국내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더 전에는 요소수 품귀 현상도 잠깐 벌어졌었고.
디젤차는 그렇잖아도 더 첨단 장비가 들어가고 동급 배기량의 휘발유 차보다 더 비싼데,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게 되면 중고차 시장에서도 완전히 찬밥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6) 천연가스 엔진은 디젤처럼 압축착화 방식일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버스도 휘발유 엔진 택시처럼 점화 플러그가 있는 건지??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3. 기름 내연기관의 대안

한편, 통상적인 기름 내연기관 말고 다른 동력원이나 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자동차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문제는..;;
동급의 출력과 항속거리를 내기 위해 필요한 엔진/연료통 공간이 내연기관보다 더 크다.. 즉, 공간과 무게 면에서 불리하다는 것이다.

전기차야 모터는 아주 아주 작고 효율적이지만, 배터리 때문에 그 장점이 몽땅 무효가 돼 버린다.
수소 연료전지나 천연가스는 연료가 액체가 아닌 기체라는 특성상, 연료의 공간 밀도와 효율이 기름 대비 메롱이 될 수밖에 없다.

로켓이 액체 연료 버전과 고체 연료 버전만 있지, 기체 버전이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천연가스만 해도 석유보다 훨씬 더 싸고 흔한 연료인데도, 활용하는 기술은 20세기 중후반이 돼서야 저온 고압 액화 기술이 개발되면서 간신히 실용화되지 않았는가?
하물며 더 가볍고 끓는점이 더 낮은 수소는 취급하는 난이도가 그보다 더 높다. 하지만 우주 로켓을 날리려면 천연가스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고, 차라리 등유 아니면 수소를 직통으로 연소시킬 수 있어야 하는가 보다.

아무튼.. 전국의 시내버스들은 상당수가 친환경 동력원으로 바뀌었고 그게 대도시의 공기에 매우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장거리 시외· 고속버스는 여전히 디젤을 벗어나기 곤란한 지경이다. 엔진 출력이나 항속거리 한계는 기술의 발달로 많이 극복된 듯하지만, 지방엔 충전소 인프라가 여전히 열악하다.
그리고 가스 탱크나 배터리가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객실 밑에다 짐칸을 넉넉하게 마련하지 못하는 것도 큰 단점이라고 한다.

수소 연료전지 기반인 현대 일렉시티 시내버스의 경우, 맨 뒤에 좌석이 통상적인 4~5개가 아니라 3개밖에 없는 게 이 때문이다. 과거 197, 80년대에 디젤 엔진도 기술이 부족하던 시절에 '맥스 픽업트럭'의 엔진룸 뚜껑이 위로 봉긋 솟아 있었던 것과 비슷한 모습 같다.

비슷한 이유로 2층 버스도 내가 알기로 전기나 천연가스나 수소가 파고들기 몹시 난감하고 디젤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기름 내연기관 외의 다른 동력원으로 2층이나 되는 공간을 뽑아서 2층 버스에 걸맞은 엔진 출력과 항속거리를 내는 건 도저히 타산이 안 맞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요 근래, 2021년에야 우리나라 현대차에서 배터리 기반의 '일렉시티 2층'버스를 내놓기는 했다. 이건 정말 엄청난 공밀레의 산물이지 싶다. 이 배터리로 광역버스 정도는 만들지만 장거리 서울-부산 시외· 고속버스는 무리이다.

4. 환경 규제

지난 20세기 중후반엔 자동차가 세계 곳곳에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 오염 문제가 세계적으로 공론화됐다. 그래서 197~80년대부터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관련된 강력한 환경 규제가 생겼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를 계속 팔거나 수출하려면 이 트렌드를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가장 먼저 탄화수소와 일산화탄소를 물과 이산화탄소로 변환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배기가스 정화 장치가 등장했다. 휘발유 엔진의 경우, 이게 질소산화물까지 질소로 환원시켜 주는 백금 기반 삼원 촉매로 발전했다. (물론 거기 붙어 있던 산소는 이산화탄소와 물로 뿅~)

이 촉매 변환 장치는 원활하게 동작하기 위해 두 가지 중요한 변화를 이끌었다. (1) 무식한 카뷰레터가 아니라 전자 제어 연료 분사, 그리고 (2) 납이 들어있지 않으면서 다른 대체제로 노킹 현상을 막아 주는 무연 휘발유.

1980년대와 그 이전 옛날 자동차는 카뷰레터에 들어가는 공기의 양을 수동으로 제어하는 초크 밸브라는 게 있었고, 또 내리막길에서는 기어를 중립으로 바꿔야 연료를 절약할 수 있었다. (엔진 브레이크가 가동될 때도 연료가 씀풍씀풍..) 이런 엔진은 연료 소비 효율이 나쁠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휘발유에 첨가되어 들어가던 납 성분은 배기가스에 섞여서 인체에 매우 해로울 뿐만 아니라, 저 삼원 촉매 변환 장치를 망가뜨려서 다른 배기가스의 정화도 제대로 못 하게 만들었다. 환경 관점에서는 그야말로 절대악 그 자체이기 때문에 신속히 퇴출되었다.

한편, 휘발유가 아니라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 엔진 쪽은 질소산화물보다는.. 불완전 연소 때 발생하는 그을음· 매연을 완전히 태워 없애는 쪽으로 정화 장치가 더 고도화됐다. 디젤 산화 촉매(DOC)부터 시작해서 DPF, SCR 등 휘발유 엔진보다 더 정밀하고 까다로운 후처리 설비가 도입됐다.

1992년부터 2014년까지 6단계에 걸쳐 엄청나게 까다로워지고 강화된 유로규제를 보면 마치 Windows NT 4.0의 서비스 팩 6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거 맞추느라 공돌이들이 많이 갈려들어가는 바람에 '클린 디젤'이니 '디젤게이트'니 하는 씁쓸한 사기극도 벌어졌지만 말이다.

이런 일련의 노력 덕분에 세계 대도시들은 평소에 다니는 그 수많은 자동차들에 "비해" 공기 질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
뭐, 호흡기가 많이 민감한 사람들은 시골에 살다가 서울 시내로 가면 여전히 코와 목이 따갑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수동 차량의 경우,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라 밀어서 야메로 시동을 걸면 배기가스 정화 장치가 제대로 동작하지 못한다고 그런다. 트럭의 경우 과적은 차체와 도로에 무리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좋지 않다. 디젤 차량이 처음 출발할 때 시꺼먼 매연이 나오는 걸 다들 한 번쯤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자동차 동력원을 더 친환경적인 것으로 바꾸려고 시도되었던 1세대 기술이 하이브리드(승용차) 내지 천연가스(승용차, 시내버스)인 것 같다.
그러다 더 나아가서 2세대는 수소 연료 전지 또는 배터리 전기차.. 전기차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철도는 자동차와 같은 육상 교통수단이지만 전철화라는 너무 독자적이고 압도적이고 치트키에 가까운 대안이 있다. 그러니 환경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비행기나 선박은? 얘들은 여전히 내연기관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지만, 사람이 직접 거주하고 활동하는 영역 근처를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환경 규제가 자동차 동네보다 훨씬 널널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연휘발유가 자동차에서는 이미 수십 년도 더 전에 퇴출된 반면, 비행기 연료로는 여전히 현역이랜다. (경비행기 위주로)
그리고 선박에는 자동차용 경우보다 더 품질 나쁘고 매연도 많이 나오는 중유(= 값싼)가 여전히 쓰인다고 한다.

5. 나머지 얘기들

(1) 전에도 얘기한 적 있지 싶은데,
확실히 2010~2030년대는 자동차 동력원의 춘추전국 과도기로 인류 역사에 기록될 것 같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시기이다.
과거에는 짐받이에다가 보일러를 실어서 나무 목가스를 이용해서 달리는 가난한 차량이 있었고, 트레일러 트랙터에 견인되어 끌려가는 기괴한 모양의 버스, 앞에는 자동차 바퀴, 뒤에는 무한궤도인 트럭도 있었다.
그것처럼 과도기/하이브리드 차량은 자동차 역사에서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진 아주 독특한 시도라고 평가받을 듯하다.

일본이 아주 일찍부터 휘발유-전기 하이브리드를 시도했던 것처럼 울나라 현대는 수소 연료 전지를 밀고 있고, 중국이 갑자기 뜬금없이 배터리 전기차를 많이 파는 것 같다.
다만, 경주용 자동차, 군용차, VIP 의전차 같은 분야에 기름 내연기관 말고 다른 동력원이 도입되는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2) 모든 학자들이 공감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만... "지구 전체의 관점에서 석유는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단지 석유의 채굴 채산성이 떨어질 뿐이다" 이런 말이 있다.
마치 "지구에 물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단지 가뭄과 홍수로 불균등하게 분배될 뿐이다"처럼 말이다.
198,90년대에 앞으로 석유는 3~40년쯤 뒤에 고갈될 거라면서 다들 많이 걱정했던 걸 생각하면 참 격세지감처럼 느껴진다.

근데, 이제는 지구에 있는 석유를 다 태워 없애기 전에 지구 대기 중의 산소가 먼저 고갈될 거라고 전망하는 사람까지 있으니 이건 반대편 극단인 걸까? 물론 인간의 과학 기술력이 지표면 전체와 바다 밑바닥까지 샅샅이 다 뒤져서 자원을 캐낼 여력에 이르지는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02 08:36 2024/07/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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