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로이드 -- 上

이전 글들에서는 현수선 얘기를 하면서 한창 쌍곡선함수 얘기를 늘어놨는데, 이 글에서는 분위기를 바꿔 정통(?) 삼각함수 얘기를 좀 하겠다.
수학에서 다루는 많고 많은 곡선 중에는 “원을 직선 위에서 굴릴 때 그 원에 놓인 정점이 그리는 궤적”이란 게 있다. 이걸 ‘사이클로이드’라고 한다.

반지름 r인 원이 (0, r) 위치에 놓여 있다. 그리고 궤적을 추적하고자 하는 점은 처음에 바닥의 원점 (0, 0)에 있다고 치자.
수학 좌표계는 x의 양의 방향이 오른쪽이고 y의 양의 방향은 위쪽이다. 이 상태로 원이 x의 양의 방향으로 굴러가려면 시계 방향으로 굴러가야 하며, 각도는 처음에 270도에서 시작했다가 줄어들어야 한다. 각도가 늘어나는 방향은 반시계 방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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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cos(3π/2 - θ), sin(3π/2 - θ)+1) 정도 될 텐데..
cos(3π/2 - θ)는 sin(-θ) → -sin(θ)로 간소화시킬 수 있다.
sin(3π/2 - θ)도 -cos(θ)로 간소화시킬 수 있다.

이건 원이 제자리에서만 빙글빙글 도는 상황이다.
실제로 굴러간다는 조건을 추가하면 원은 아주 단순하게 x축의 양의 방향으로 r*θ만치만 이동하게 된다. 원의 전체 둘레는 2πr이고 θ는 각도 겸 원호의 둘레와 정확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이클로이드의 궤적은 ( r*(θ-sinθ), r*(1-cosθ))라고 깔끔하게 나온다. 원이 헛돌지 않고 제대로 굴러가는 이상, 점이 아예 뒤로 후퇴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이클로이드는 원이나 타원의 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실제로는 이와 무관한 별개의 궤적이다. 아래의 그림 비교와 관련 설명을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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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얘는 x와 y의 위치를 매개변수를 통해 제각기 나타낼 때는 식이 저렇게 아주 깔끔하게 구해지는 반면, y=f(x) 꼴의 단순한 양함수로 나타내는 건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롭다. x축이 그냥 sin(t)가 아니라 t-sin(t)인데.. 이게 역함수를 구하기가 몹시 난감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x=g(y)라는 일종의 음함수에 가까운 형태로 나타내는 게 y=f(x)보다는 더 할 만하다. 원이 굴러간 거리에 대한 함수가 아니라 원의 범위 영역에 대한 함수 말이다.
사이클로이드는 이렇게 까다로운 면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이클 궤적의 길이라든가 그 궤적 아래의 면적은 적분을 통해 깔끔하게 떨어지는 형태로 구할 수 있다. 이쪽으로 더 관심 있으신 분은 위키백과 등의 타 사이트를 참고하시라.

이 글에서 현수선 다음으로 사이클로이드를 소개한 이유는 얘도 현수선과 동급으로 역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특성이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1. 최단 강하

먼저, 얘는 일명 ‘최단(최고속) 강하 곡선’이다. 높은 지점에서 낮은 지점으로 공을 굴리는데 무작정 최단 거리인 직선 경사로가 아니라, 사이클로이드를 상하 반전시킨 형태의 경사로를 만드는 게 좋다. 그러면 공이 중력 버프를 받아서 목적지에 더 빨리 도달하게 된다! (지면 마찰과 공기 저항 따위는 모두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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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비행기의 비상 탈출용 미끄럼틀도 직선이 아니라 이런 형태로 만드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무리이겠지만, 그래도 어린이용 미끄럼틀 중에는 이런 과학 고증(?)을 반영하여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흉내 낸 모양인 것도 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이것도 까놓고 말해 그냥 포물선이라든가, 사분원이나 2차 베지어 곡선, 혹은 아예 역학적인 안정성이 검증돼 있는 현수선이 최단 강하일 수도 있을 텐데 왜 하필 사이클로이드가 당첨인 걸까? 직선보다 아래로 볼록한 모양이어야 하겠다는 건 수긍이 가지만 왜 하필 저 모양이 최적인지는 직관적으로 납득이 잘 안 된다.

먼저 우리는 구슬이 처음 놓여 있는 좌측 최상단 꼭대기가 원점 (0, 0)이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계산의 편의를 위해, y축은 중력이 향하는 방향(=아래)이 +로 증가하는 방향이라고 간주하도록 하겠다. 즉, 통상적인 수학 좌표가 아니라 컴퓨터 화면의 좌표계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구슬은 아래로 굴러가면서 x축과 y축 모두 값이 일관되게 증가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저 사이클로이드 공식도 y축의 부호를 뒤집을 필요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푸는데 매우 중요하게 활용되는 단서는 (1) "역학적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다. 구슬이 직선 경사로를 쫙 구르건 그 어떤 꼬불꼬불한 곡선을 타고 오르내렸건, y축 중력 가속도가 g인 상태에서 y라는 높이만치 내려가 있다면 그 당시에 물체의 속도는 mgy = mv^2 /2를 근거로 v=sqrt(2*g*y)가 된다. 위치 에너지가 그만치 운동 에너지로 바뀌었음을 뜻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x축과는 전혀 무관하다.

이 속도는 xyz 같은 축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단위 시간당 이동량이다. 그 속도를 얻은 상태에서 수평 이동을 한다면 구슬은 공기 저항과 마찰이 없는 한, 영원히 등속 운동을 할 것이다. 상승하면 속도가 점차 느려질 것이고, 하강하면 속도가 붙어서 빨라질 것이다.

여기까지 준비가 완료됐으면 사이클로이드 문제는 크게 두 방법으로 풀 수 있다.
하나는 뉴턴이 터를 닦으시고 오일러-라그랑주가 끝장을 낸 (2) 변분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하드코어한 고전역학의 범주에서 끝을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파동 분야에서 정립된 (3) 스넬의 법칙을 접목하는 것이다. 겉보기로 수식의 압박이 변분법보다는 '약간' 덜할지 모르지만, 그럼 스넬의 법칙은 왜 어째서 성립하는지를 일일이 따지고 든다면 난이도는 비슷하게 안드로메다로 치솟는다.

그럼 변분법 버전부터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다.
통상적인 미분이 함수의 극점을 구해서(= 도함수가 0) 특정 구간에서 함수의 최소/최대값을 구하는 데 쓰인다면, 변분법이란 범함수의 최소/최대값을 구하는 방법론을 말한다.
그럼 범함수란 무엇이냐? 프로그래밍에는 평범한 숫자나 객체가 아니라 함수 자체나 람다를 다른 함수의 인자로 넘겨주는 게 있다. 그것처럼 수학에도 함수를 받아들여서 스칼라 형태의 값을 되돌리는 함수가 있는데, 그걸 범함수(functional)라고 한다. 특정 함수가 특정 구간에서 미분 불가능한 지점의 개수.. 그런 것도 범함수의 일종이 될 수 있다.

변분법을 이용하면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경로가 직선인 이유처럼 공리 수준의 너무 당연해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둘레가 동일한 도형 중에 면적이 최대인 놈이 원의 형태가 되는 이유, 물방울· 비누 방울이나 잠수정이 전부 구형으로 만들어지는 이유(단위 면적당 압력 최소화) 같은 것도 다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유도할 수 있다.

최단 강하 곡선 문제에서 우리가 구해야 하는 것은 길이나 면적 따위가 아니라 "도달 시간"의 최소값이다.
구슬이 위에서 아래로 굴러가는 궤적을 y = f(x)라는 함수로 나타낸다면, a라는 임의의 x축 지점에서 구슬의 진행 속도는 f(a)의 값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속도는 앞서 공식을 구한 바와 같이 전적으로 y축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y축의 값은 x축 대한 함수 f로부터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2-1) 이 함수를 어째 잘 적분해서 f(x)라는 함수에 대해 구슬이 다 내려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속도 함수를 적분해서 구하는 건 보통은 거리이기 때문이다. 시간에 대해 적분하면 끝이다. (예: 시속 100km로 2시간을 달린 거리는 200km)
그런데 반대로 소요 시간을 구하기 위해서는 반대로 함수 궤적의 거리가 주어져 있어야 한다. (예: 시속 100km로 300km를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그래도 이것도 적분이긴 하다.

앞서 sqrt(2*g*y)이라고 값을 구한 속도 v는 거리/시간, 즉 ds/dt라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 ds라는 건 역시 x 변화량 대비 y의 변화량을 거리화한 것이며, y 변화량은 곧 f(x)의 변화량과 같다. 그러므로 이것은 sqrt(1 + f'(x)^2 )로 나타낼 수 있다.
v = ds/dt 에서 sqrt(2*g*f(x)) = sqrt(1 + f'(x)^2 ) / dt 가 되고..
이 관계로부터 dt = sqrt(1 + f'(x)^2 ) / sqrt(2*g*f(x))이 된다.

오.. 그러므로 구슬이 구르는 궤적 함수가 f이고 중력 가속도는 g, 구슬이 다 구른 오른쪽 끝의 x축 지점이 a라 할 때, 구슬이 다 구르는 데 걸리는 시간 T는 다음과 같이 깔끔하게 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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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도달했으면 문제가 반 정도는 해결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a와 g가 고정돼 있을 때 T를 최소화하는 f(x)를 구하면 된다.

1/sqrt(2*g)는 그냥 상수이므로 적분 기호 밖으로 옮겨도 아무 상관 없다. 그리고 범함수에서는 그 정의상 x라는 변수뿐만 아니라 그 x에 대한 함수 f(x)까지 범함수의 parameter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f(x) 대신 그냥 y로 표기하며, 도함수도 f'(x) 대신 dy/dx라고 표기하는 걸 더 일상적으로 보게 된다. 애초에 사이클로이드도 f(x) 대신 x, y축 따로 매개변수 형태로 표기하는 게 더 유리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쓰이는 도구는 바로 (2-2)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이다.
x, y라는 변수가 있고 F가 y, y', x에 대한 범함수라고 하자. 우리가 푸는 문제에서는 x, y는 구슬의 궤적을 나타내며, F는 그 궤적으로 끝까지 구르는 데 걸리는 소요 시간을 구하는 구간 적분이 된다.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에 대해 제일 간단하고 엉성하게 요점만 말하자면, F가 극값(최소 또는 최대)이 나올 때 이들은 다음 등식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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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지 궁금하면 이변수함수의 연쇄법칙을 동원해서 저 식을 직접 유도하면 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시간과 지면의 부족으로 증명을 생략하겠다. ㄲㄲ)

저 식에서 F에다가는.. 우리가 구한 처음 식 T에서 상수배 항과 dy 적분을 걷어낸 sqrt((1+x'^2)/y), 즉 순간 변화량을 대입한 뒤, 식을 x'에 대해 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우, ∂F/∂x가 0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물체의 속도는 x축 위치와는 전혀 무관하고 y축 높이에 의해서만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 식에서 d/dy (∂F/∂x')도 같이 0이어야만 한다. F를 x'에 대해 편미분한 뒤, 양변에 sqrt(y)를 곱한 결과는 아래와 같이 된다. (x가 어떤 함수인지 정확한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x와 x'는 서로 독립변수로 간주됨) 이 식을 x'에 대해서 정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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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 이제 x'이 구해졌다. 그러면 함수 x는 y에 대해 적분을 해서 구할 수 있긴 하지만.. sqrt(x/(1-x))라는 함수는 부정적분을 호락호락 쉽게 구할 수 있는 놈이 아니다.
쟤를 수월하게 적분하는 방법은 x, y를 다른 변수 형태로 치환하는 것이다. 애초에 사이클로이드는 x, y 궤적을 매개변수 형태로 치환해야 표현하거나 취급하기 용이한 물건이다.

y를 sin(t)^2 / C^2 으로 치환하면 거추장스러운 C가 없어진다. 그리고 근호 안의 식이 sin(t)^2 / cos(t)^2로 바뀌고 근호도 없어져서 식 전체가 tan(t)로 바뀌는 마법이 펼쳐진다.
단, dy도 sin(t)^2의 도함수인 sin(t)*cos(t) dt로 바뀌기 때문에 저 tan(t)에다가 sin(t)와 cos(t)를 곱해 줘야 한다.
tan은 sin/cos이므로 cos는 서로 약분되어 없어지고.. 최종적으로 적분해야 하는 식은 sin(t)^2 dt가 된다.

그리고 sin(x)^2은 삼각함수 덧셈 정리로부터 유도된 반각 공식에 의거하여 (1-cos(2x))/2로 처분 가능하다. 이게 적분하기 훨씬 더 편하다.
사이클로이드를 기술하는데 각도가 t건 2t건 그건 중요하지 않으므로 x축의 궤적은 각도 θ에 대해 C*(θ-sin(θ))가 도출되며, y축은 이미 sin(t)^2의 간소화형인 C*(1-cos(θ))로 답이 나와 있다. 이것으로 유도 끝..

우리는 사이클로이드의 x, y축별 매개변수식에서 아주 중요한 특성을 하나 주목하게 된다. 바로 매개변수 t에 대해서 x축의 궤적 함수는 y축 궤적 함수의 부정적분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y축의 궤적 함수는 x축 궤적 함수의 도함수이다. 애초에 이런 관계였구나..

이것은 사이클로이드를 매개변수가 아닌 양/음함수로만 기술할 때는 간파할 수 없는 특성이다. 그리고 이런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이클로이드의 x, y 궤적은 앞서 제시되었던 미분 방정식을 만족하고 해당 범함수에 대해 오일러 방정식을 충족하고, 최단 강하 곡선 역할까지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이다. 현수선하고 뭔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현수선을 분석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더 어려운 것 같다..;; 현수선이 역학적으로 자연스럽고 안정된 궤적이라면, 사이클로이드는 좀 더 인위적이고 최적화된 듯한 느낌이 드는 궤적이다. 다만, 둘 다 중력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얘는 중력이 작용하는 지표면에서 공을 몇 도로 던졌을 때 제일 멀리 날아가냐 하는 문제와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삼각함수의 반각 공식이 쓰였다는 공통점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이클로이드는 그것보다도 당연히 훨씬 더 복잡하고 난해하다.
글이 이것만으로도 너무 길어졌으니, 최단 강하 증명의 다른 풀이법 등 나머지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하도록 하겠다. =_=;;

Posted by 사무엘

2020/11/22 08:34 2020/11/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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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선

자연에서 중력이 만들어 내는 물체의 '운동 궤적'은 이차함수 포물선이다. 중력이 물체를 아래로 일정하게 가속시키기 때문이며, 이는 심지어 총알 같은 작고 가볍고 빠른 물건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구에서는 그나마 공기의 저항이란 게 있어서 그 포물선의 말단 부분이 더 가팔라지는 것을 막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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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나 공기 저항 같은 게 없다면 이것들이 다 포물선 궤적일 것이다.. ㄲㄲ)

한편으로, 중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내는 '물체의 선형'은 현수선이다. 밀도가 동일한 줄, 선, 사슬 따위를 양 끝을 잡아서 매달았을 때 그 줄이 자연스럽게 축 늘어진 모양 말이다. 이건 포물선이나 타원(!!) 따위가 아니라 수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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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물선은 공중으로 내던져진 물체가 붕 떠올랐다가 떨어지는 궤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 궤적 말고 자연에서 포물선이 쫙 그려지는 것은.. 글쎄, 불꽃놀이에서 불꽃이 자기 궤적 잔상을 남기면서 움직이는 모습 같은 게 아니면 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에 반해 현수선은 길다란 줄이 늘어져서 정지한 모습 그 자체이기 때문에 어쩌면 포물선보다도 더 친근한 모습일 수 있다.
포물선은 이차함수이며 원뿔곡선에 속하는 반면, 현수선은 답부터 말하자면 더 생소하고 어려운 쌍곡선함수, cosh이다. 왜 그렇게 되는 것이며 이 함수가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일단 쌍곡선함수라는 것 자체가 중등 교육과정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수선의 원리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고전역학 지식이 필요하며, 식을 유도하려면 역시 중등에서는 배우지 않는 미분방정식이라는 걸 풀어야 한다.
하지만 꼭 그 정도로 엄밀하게 따지지 않더라도 cosh가 될 수밖에 없는 대략의 이유 정도는 중등 수준만으로도 납득할 수 있다.

현수선은 외형상 명백하게 중력이 작용하는 아래로(y축 값이 작아지는 쪽) 볼록하면서 좌우가 대칭인 곡선이어야 할 것이다.
현수선 공식을 유도하는 여러 사이트들의 설명은 대체로 비슷하다. 선 내부에 있는 임의의 점에 대해.. x축으로 작용하는 힘은 좌우가 모두 동일한 반면(그래야 합력이 0으로 상쇄되고 안정되므로), y축으로 작용하는 힘은 자연스러운(= 줄이 향하는 방향) 상하뿐만 아니라 양쪽 줄의 무게까지 감안했을 때 합력이 0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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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에서 Fx는 T(x)cosθ = T(x+dx)cosθ일 뿐만 아니라 x, dx, θ에 관계없이 값이 일정하다. 그리고 Fy에서 m은 "줄의 밀도"와 해당 지점까지 "줄의 길이"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림의 출처는 여기..)

그래서 선의 정체에 대한 결론은 다음과 같은 형태의 미분방정식으로 귀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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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의미하는 게 무엇일까?
이 f(x)는 어떤 점 x에서의 기울기(좌변)가 0부터 x까지 f(x) 함수 곡선의 거리(우변)와 동일 내지 상수배 정비례한다는 뜻이다.
양변을 한번 더 미분하면 아래처럼 되지만, 2차 도함수(도함수의 변화량을 나타내는 도함수..)는 머리로 이해하기가 더 난감하다.

그럼 sqrt(1+f'(x)^2)라는 거리 적분식은 어디서 왜 나오는가..? 줄의 무게가 줄의 길이에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x축 지점에 대한 도함수에다가 그 지점까지 선의 길이에 대한 함수값을 대입하면 식이 그렇게 나오게 된다.

도함수 f'(x)가 x 자체와 같은 함수 f(x)는 x의 부정적분인 x^2 /2 + C ... 즉 포물선이 된다.
f'(x)가 f(x)와 같은 함수는.. e^x, 즉 지수함수이다.
그 반면 f'(x)가 거리 적분과 같은 함수는 중력이 작용하는 임의의 지점에서 역학적 평형을 이루는 현수선이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이 미분방정식을 풀면 이 f(x)는 cosh가 된다.

cosh는 맞은편 쌍곡선함수인 sinh와 짝이며, 미분· 적분을 하면 상대방으로 곧장 바뀐다. cos/sin처럼 부호가 바뀌면서 4행정(?) 순환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2행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cosh는 2차 도함수도 자기 자신과 같다.
그 말인즉슨... f(x)는 어디에서든 길이의 증가폭과 면적의 증가폭이 동일한 함수라는 뜻도 된다! y=x 같은 직선은 이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 x가 커지면 길이는 일정하게 증가하더라도 아래의 면적은 제곱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cos^2 + sin^2 = 1이듯이 쌍곡선함수는 cos^2 - sin^2 = 1이다.
sqrt( 1 + f'(x)^2 )에서 f(x)에다가 cosh(x)를 집어넣으면 f'(x)^2는 sinh(x)^2가 되는데, 얘는 저 정의에 따라 cosh(x)^2 - 1로 치환 가능하다. 그러니 -1은 앞의 1과 상쇄되어 없어지며, 제곱은 제곱근과 상쇄되어 없어지니...
찰나의 거리 변화량을 구하는 함수가 자기 자신과 동일해지는 것이다!

예전에 란체스터의 법칙 얘기를 하면서도 쌍곡선함수가 나왔는데, 얘가 비록 삼각함수보다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나름 자기 분야에서 유용한 구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1/14 08:35 2020/11/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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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일러 상수: 감마

초등학교 시절에 반비례 함수라고 배웠던 1/x는 조화급수를 나타내며, 궤적은 쌍곡선이고 부정적분은 ln x (+C)가 되는 꽤 독특한 함수이다.
그런데 1/x의 값을 1 간격으로 n까지 구한 조화수열의 합과(즉, 1 간격의 구분구적법), 아예 해당 함수의 정적분(실제 면적)은.. 일단 명목상으로 값이 비슷할 것 같은데 정확하게 얼마나 차이가 날까? n이 무한대로 근접할수록 값이 어떻게 될까?

먼저, 이런 발상이 왜 나왔겠는지부터 생각을 해 보자.
1/x라는 문제의 함수는 x가 무한대로 갈 때 함수값 자체는 0으로 수렴하여 한없이 줄어들지만, 급수의 무한합 내지 정적분은 무한대로 발산한다는 아주 기괴한 특징이 있다. 보통은 다 발산하거나 다 수렴하지, 저렇게 되는 건 몹시 드물다.

1/x 말고 그냥 x라든가 1/x^2 같은 주변의 다른 함수에 대해서  급수의 무한합과 정적분의 차이를 구해 보면 구하는 게 무의미한 trivial한 결론이 나와 버린다. 그냥 무한대로 빠지거나, 아니면 한쪽이 그냥 0이 돼 버려서 차를 구할 필요가 없어지는 식이다.

하지만 1/x는 그렇게 trivial하게 빠지지 않는다. 더구나 무한급수와 정적분의 차이가 “무한대 - 무한대” 꼴의 극한이 되는지라, 극한값이 유한하게 나온다는 게 직관적으로 보장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 극한값은 수학적으로 파고들 명분과 의미가 있으며, 옛날 천재 수학자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일단 1/x에 대해서 무한합과 정적분의 차이가 특정값으로 수렴한다는 것 자체가 증명되었으며, 그 값은 대략 0.577215… 형태로 빠진다. 이 수는 관례적으로 오일러-마스케로니 상수라고 불린다.

자연상수 e야 미적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중등교육 수준에서도 이과의 최종 테크 한정으로 배운다. 하지만 저 상수는 쓰이는 곳이 너무 난해한지라, 수학과에서 해석학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정도가 아니라면 딱히 접할 일이 없다.

더구나 쟤는 특성이 밝혀진 것도 별로 없다. 사칙, 삼각함수, 지수, 로그만으로는 저 수를 나타낼 수 없다. 그러니 정황상 초월수 무리수인 것이 99.999% 확실해 보이긴 하지만.. 수학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완벽 엄밀한 논리 전개만 동원해서는 초월수는커녕 무리수인지도 정확하게 증명이 못 돼 있다고 한다. 의외의 일이다.

다만, 이 수는 e^(-x) * ln(x)라는.. 비교적 친근한(?) 초등함수 조합을 0부터 무한대까지 이상적분을 해서 얻을 수 있다(음수 버전이 나옴). 친근해 봤자 쟤는 이미 부정적분은 초등함수 형태로 나타낼 수 없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수는 팩토리얼의 대수적 확장 버전인 감마 함수와도 관계가 있다. GAMMA(x)-1/x라는 함수에서 x=0의 극한값이 이 수의 음수 부호 형태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 오일러 상수는 그리스 문자 ‘감마’(γ)를 써서 표기하곤 한다. 상수는 소문자 감마이고 함수는 대문자 감마이다.
이 글의 전체 내용을 수식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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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메가 상수와 람베르트 함수

고등학교 수학에서는 지수와 로그를 다루고, 이과 및 자연계에서는 이에 대한 미· 적분까지도 다룬다.
그럼 다음으로 지수함수 e^x에다가 x를 또 곱한 x*e^x라는 함수를 생각해 보자. 취급하기가 약간 더 복잡해졌지만.. 그래도 얘는 부분적분을 통해 부정적분을 온전한 형태로 구할 수는 있다.

그런데 x*e^x = 1 이라는 방정식의 근을 구할 수 있을까? (뭔가 오일러의 항등식과 살짝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냥 기분 탓임..)
양변에 로그를 씌워서 식을 정리하면 x= -ln x까지는 나온다. 하지만 이 이상 식을 정리하는 건 무리이고, 이 시점에서 발상을 전환하여 뭔가 새로운 개념이나 용어를 창조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걸 1700년대에 이미 실제로 한 사람이 있다.

일단 저 식을 실수 범위에서 만족하는 근 x는 대략 0.567143…으로 전개되는 값이다. 앞서 다뤘던 오일러 상수와 얼추 비슷한 크기라는 게 흥미롭다. 물론 특성과 의미는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더 나아가 x에 대해 t*e^t = x를 만족하는 t를 되돌리는 함수가 바로 고안자의 이름을 딴 “람베르트 W” 함수이다.

고안자인 요한 하인리히 람베르트는 수학, 물리, 천문학, 철학 등 다방면에서 가히 레오나르도 다 빈치 급으로 불세출의 천재였다고 전해진다. 오일러와도 같은 국적의 동시대 사람이었으나.. 좁은 세상에 태양이 둘일 수는 없어서 그런지 람베르트는 오일러보다야 인지도가 낮다.

오일러 상수에 그리스 문자 ‘감마’가 부여되어 있다면, 앞서 언급한 W(1)에는 관례적으로 그리스 문자 ‘오메가’가 부여되어 있다. 오메가가 w와 비슷하게 생겨서 두 문자가 저렇게 섞여 쓰이는 것 같다.
W(1)은 오일러 상수보다는 분석하기가 아무래도 더 용이한지, 초월수라는 것은 간편하게 증명되어 있다.

하지만 W라는 함수도 기존 초등함수의 형태로 나타낼 수 없으며 절대로 만만한 물건이 아니다. 그럼 정체를 알기 위해 만년 수치해석 근사값에만 의지해야 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해석학적인 의미를 지닌 형태로 나타낼 수는 있는데, 그게 감마 함수가 들어간 무한급수이다. 이 역시 공대 수준의 숫자 공부만 한 사람이라면 그냥 포기하는 게 속 편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물건이 왜 존재하느냐 하면.. 그게 존재함으로써 더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고 다른 복잡한 개념을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x*a^x뿐만 아니라 아예 x^x=b 같은 방정식의 근도 Lambert 함수 형태로 표현 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x^x = e의 근은.. 저 오메가 상수의 역수.. 1/W(1), 대략 1.763222…이다. e에다가 단순 가공을 한 게 아닌, 뭔가 차원이 다른 수가 튀어나온 셈이다. x^x 정도면 적분도, 방정식 근도 모두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못 구하는 난감한 물건이니 말이다.
어쩐지 뭔가 메이플 같은 수학 패키지로 지수함수가 섞인 복잡한 방정식 풀이를 시켜 보면.. LambertW 이러는 식으로 답이 나오곤 하던데 그게 저런 뜻이었다.

Lambert 함수는 양의 실수에서는 ln x보다도 더욱 느리게 증가하는 별볼일 없는 함수이다. 하지만 수학 전공자들은 이런 함수를 실수도 모자라서 복소수 영역에서 갖고 논다. 도함수나 부정적분을 구하면 이 함수 자체가 포함된 더 복잡한 형태가 나오는 게 지수/로그함수 계열과 비슷해 보인다.

얘는 음수 -1/e부터 0 사이에서는 마치 제곱근처럼 값이 2개가 나온다는 특징이 있다.
비록 중등 교육과정에서 가르치지는 않지만.. 해석적으로 분석을 못 하는 것도 아닌데, 관점에 따라서는 얘도 초등함수의 범주에 넣을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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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람베르트 함수 말고 삼각함수 중에도..
우리가 0 극한값을 배울 때 써먹었던 sin(x)/x처럼.. 하필 sin(x), cos(x), sinh(x), cosh(x)를 x로 나눈 물건의 정적분 함수를 따로 Si(x), Ci(x), Shi(x), Chi(x) 요렇게 표기한다. 기존 초등함수들의 조합으로 나타낼 수 없는 새로운 특성을 갖지만 그래도 수학적으로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저렇게 써 놓으니 무슨 한어병음 표기처럼 보인다만=_=;; 어쨌든 저런 건 초월함수들 중에서 적분함수라고 따로 불린다.

Posted by 사무엘

2020/07/09 08:35 2020/07/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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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색 정리, 정사각형 분할 문제

일명 “4색 정리, 4색 문제”는 개념 자체는 마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처럼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엄밀한 증명은 20세기의 현대 수학자조차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난해했던지라, 1976년이 돼서야 컴퓨터의 brute-force 계산 능력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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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으로 치면 무슨 머신 러닝을 돌리듯이 당대의 슈퍼컴 두 대를 장정 50일을 돌리면서 가능한 모든 지도 모델에서 증명이 성립함을 확인했다고 한다.
물론 저건 오늘날의 머신 러닝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내 기억이 맞다면, 1970년대 중반의 크레이 슈퍼컴퓨터는 20여 년 뒤에 등장하여 클럭 속도가 GHz급에 도달한 펜티엄 3~4급 PC와 얼추 비슷한 성능이었다. 요즘 PC라면 GPU 세팅만 잘 하면 하루는커녕 길어야 수십 분~몇 시간이면 시뮬레이션이 끝나지 싶다. 그만치 세상이 많이 변했다.

하지만 1976년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45년 가까이 전의 과거이다. 증명할 지도 모델을 설계하고 계산량을 그 시절 컴퓨터로 감당 가능하게 최소화한 것만으로도 독창적인 학술 공로이며, 대학교 수학과 교수 급의 전문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극도로 비싸고 귀하신 몸이던 슈퍼컴을 당장 실용적으로 필요하던 일기예보나 모의 핵실험, 탄도 예측(?)이 아닌 학술 연구용으로 끌어들여 온 것 역시 해당 연구자의 행정력과 근성과 로비 덕분이었던 셈이다.

한편, 정사각형을 크기가 서로 다른 작은 정사각형들로 분할하는 문제(lowest-order perfect squared squares)도 굉장히 난해하지만 답이 존재는 하는 굉장히 기묘한 문제인데.. 4색 정리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시기인 1978년에 길이 112짜리 사각형을 21개로 분할하는 해법이 발견됐다. 이 역시 컴퓨터를 동원하여 찾아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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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저 정사각형들도 최대 4개의 색만으로 서로 경계를 구분하여 칠할 수 있을 테니, 이것도 4색 문제하고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_=;;
1982년에는 동일 연구자의 후속 연구를 통해 저게 이론적으로 존재 가능한 optimal 내지 lower bound라는 것도 증명됐다. 즉, 20개 이하의 서로 다른 정사각형으로 큰 정사각형을 꽉 채우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가장 작은 정사각형 분할의 하한은 112가 아니라 110이라고 한다. 분할 개수는 21개보다 딱 1개 더 많은 22개이다. 참으로 신기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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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컴퓨터의 도움 없이 사람이 찾아낸 가장 단순한 정사각형 분할은 175를 24개로 분할하는 것이었다. (81, 55, 39, …) 1946년에 데오필루스 윌콕스(1912-2014)라는 영국 사람이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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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각형을 서로 다른 정사각형으로 분할하는 방법 자체는 다양한 크기별로 무한히 존재하기라도 하는지? 이게 증명돼 있기라도 한지는 모르겠다. (자명한 닮은꼴은 물론 제외. 작은 정사각형의 크기값들이 모두 서로 소인 것으로 한정)

단지 2차원이 아니라 3차원에서 정육면체를 서로 크기가 다른 정육면체로 꽉 맞게 채운다거나 그 이상의 차원에서 같은 방법으로 hypercube를 채우는 방법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명확한 것이... 3차원만 생각해 봐도 그런 정육면체가 있다면 여섯 면이 다 제각기 크기가 서로 다른 정사각형으로 거대한 정사각형을 이룬 모습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육면체만으로 그렇게 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벡터의 외적이 딱 3차원 벡터에 맞게 존재하는 이항연산이듯이, a^n+b^n=c^n의 정수해가 존재하는 n의 상한이 딱 2인 것처럼.. 정사각형 분할은 딱 2차원 평면에서 존재 가능한 절묘한 문제인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25 19:38 2020/06/2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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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계산 도구

본인을 포함한 일반인들은 학교에서 10진법 아라비아 숫자를 기반으로 사칙연산을 배웠다(특히 구구단..) 종이 없이 암산은 기껏해야 한두 자리 정도까지만 가능한데, 암산을 할 때는 당연히 머릿속에 아라비아 숫자를 종이에다 쓰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계산기와 컴퓨터가 지금처럼 존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아날로그 계산 도구인 주판이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었다. 이걸로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잘 하면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았으며, 이것만으로 돈과 숫자를 다루는 직종에 취업도 가능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애들 대상으로 속셈 학원이라는 것도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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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악기처럼 생긴 구석도 있어 보인다..;;
하긴, 아라비아 숫자가 일반적인 오선지+콩나물 악보라면, 주판은 오르골용 연주 테이프 내지, 컴퓨터의 내부 표현 형태를 그대로 옮긴 길쭉한 수평선 나열에 대응하겠다.)

사실, 아무리 전자 계산기가 있다 해도, 주판의 달인이 주판알을 굴리는 속도가 숫자를 느릿느릿 입력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다(..;;; ). 글쎄, 숫자 타이핑의 달인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이유로 인해 일부 영역 한정으로는 아직까지도 주판이 계산 속도면에서 승산이 있다. 마치 오토바이가 자동차보다 최고 속도 성능은 뒤쳐지지만 가속력이 월등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주판의 달인 정도면 심지어 암산을 할 때도 머릿속에서 가상의 주판을 생각하고 주판알을 튕기면서 계산한다. 그래서 주판 실물이 없더라도, 또 당사자가 무슨 서번트 증후군 영재· 천재급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아라비아 숫자를 떠올리며 낑낑대는 것보다는 더 많은 자릿수의 암산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동일한 개념과 의미이더라도 이를 어떤 언어를 통해 접하느냐에 따라 느낌과 뉘앙스가 달라지듯, 본질적으로 동일한 숫자라도 어떤 진법과 어떤 encoding 체계로 접하느냐(아라비아 숫자? vs 주판?)에 따라서 뇌의 능률이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아라비아 숫자는 현대 수학을 존재 가능케 한 매우 합리적이고 편리한 체계이긴 하지만, 문자로서의 가독성과 손가락 개수라는 실용성까지 고려하다 보니 연산 자체에 딱 최적화된 체계는 아닌 것 같다.

  • 옛날에 주판뿐만 아니라 계산자라는 물건도 쓰던 시절..
  • 초등에서는 주판을 가르쳤고 중등에서는 제곱근의 근사값을 손으로 구하는 계산법도 가르쳤던 시절..
  • computer가 요즘처럼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계산원, 계산수!) 가리키는 빈도가 더 높던 시절.. (speaker가 기계와 사람의 뜻을 모두 갖고 있듯이)

이런 시절은 사는 모습이 어떠했을지 궁금해진다. 타자수뿐만 아니라 계산수도 여성 종사자가 많았었다.

저런 걸 다루는 것도 군대로 치면 총검술 같은 legacy 스킬의 범주에 들겠다. 타자기가 Word의 아날로그 버전이라면, 계산자와 주판은 Excel의 아날로그 버전이지 않겠나.;;
물론, 주판 같은 걸로 숫자의 기계적인 연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잘하는 것은.. 오늘날의 극도로 추상적인 세계를 다루는 수학자에게 필요한 천재적인 창의성이나 직관하고 딱 정확하게 일치하는 영역은 아니다. 이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21 08:37 2020/02/2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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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과 음수에 대한 생각

수학에서 다루는 수 중에는 음수라는 게 있다. 얼마를 빼는 것은 음수를 더하는 것과 동급으로 치자고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그래서 0의 양 옆으로 양수와 음수가 존재하게 됐다.

음수는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이라는 기본 사칙연산 범주에서는 별로 어려울 게 없다. 곱셈과 나눗셈에서는 부호가 마치 xor 연산과 비슷하게 바뀐다는 것만 염두에 두면 된다. (둘 다 동일하면 양수, 다르면 음수) 뭐, 음수라는 개념뿐만 아니라 -1 곱하기 -1이 어째서 +1이 되는지도 마냥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 가능한 개념은 아닐 수 있는데..

더 나아가 실수 나눗셈 말고 '나머지'를 같이 구하는 정수 나눗셈에서는 피연산자에 음수가 섞여 있으면 연산의 정의부터가 깔끔하게 딱 떨어지지 않고 굉장히 골치 아파진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나머지의 부호는 나누는 수의 부호와 동일한 것이 원칙일 텐데, 당장 컴퓨터의 정수 나머지 연산은 그렇지 않다. 걔들은 부호 불문하고 몫은 그냥 소숫점을 짤라낸 것이고, 나머지는 그 몫으로부터 파생된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bit shift 연산에서도 음수만치 shift한 결과는 그냥 undefined가 된다. a<<(-b)가 자동으로 a>>b로 되는 게 아닌 게 의외이다.

그럼 음수는 나머지나 비트 shift 같은 정수 컴퓨터 연산에서만 복병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대수학에서 거듭제곱의 영역으로 가 봐도 음수는 난감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가장 먼저,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수 자체가 통상적인 실수 중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수는 도대체 특성이 어떤 놈일까? 이런 개념을 처음으로 떠올리고 고안한 사람은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고 무슨 약을 빨고 이걸 생각해 낸 걸까?

지수함수의 정의역을 실수 전체로, 대수적으로 확장할 때도 음수는 애로사항이 꽃핀다. 당연히.. a^b에서 b 말고 a가 음수인 것 말이다. 음수의 거듭제곱은 횟수에 따라서 부호가 음수와 양수 사이를 널뛰기 하듯 바뀌는데, 그 횟수 자체가 자연수를 넘어 다른 이상한 수가 된다면 결과가 도대체 어떻게 되겠는가?

지수함수를 대수적으로 확장한 결과에 따르면, 음수에 대해 정수가 아닌 거듭제곱을 한 결과는 허수가 섞인 복잡한 복소수가 된다. (-1)^(1/2)는 당연히 그 정의상 i가 되고 말이다.
0과 1은 그 어떤 수로 거듭제곱을 시켜도 다른 정상적인 형태의 수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수는 로그 함수의 base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복소수 범위에서는 0과 1만 빼고 나머지 아무 복소수라도, 음수와 심지어 -1조차도 log의 밑이 될 수 있다. -1을 삐리리 승 하면 100이 될 수 있고 1000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단지 그 수가 실수가 아닌 복소수 중에 있을 뿐이다. -1의 거듭제곱은 그냥 -1과 1 사이만 진동할 거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다만 정의역을 실수로만 한정하면 x에 대해서 Re((-1)^x)의 그래프.. 쉽게 말해 -1의 x승의 실수부는 cos(Pi*x)의 그래프와 같으며, 허수부를 나타내는 Im((-1)^x)의 그래프는 sin(Pi*x)의 그래프와 완전히 같다! 애초에 x^n=1의 근이 복소평면에서 정다각형의 꼭지점 형태로 나타나니, 거듭제곱과 삼각함수는 피할 수 없는 귀결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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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그렇게 되는지는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그 유명한 오일러의 등식 정도만 따져 봐도 된다. 우리는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로그를 그냥 실수 범위까지만 배웠겠지만, 그것이 그림의 전부가 아니다.
또한, 정의역을 실수로만 한정했을 때 이렇다는 것이고, 다른 임의의 복소수를 주면 (-1)^x는 절대값이 1보다 더 큰 다른 수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a^x를 넘어 아예 x^x의 그래프를 복소수 범위까지 생각해서 그려 보면 더 환상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얘는 양의 실수 범위에서는 x=1/e일 때 최소값을 갖는다. x=0일 때는.. 0의 0승이기 때문에 값을 구하기가 좀 아햏햏하긴 하지만 극한값이 양쪽 모두 1이기도 하고, 많은 경우에 0^0은 여느 수의 0승과 마찬가지로 1이라고 편의상 통용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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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x가 본격적으로 음수가 되면.. 이제 그래프는 실수 영역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 뭐, 어차피 실수부와 허수부 모두 0으로 급격하게 쪼그라들기 때문에 생각만치 볼 건 없긴 하다만... 그래프의 모양이 꽤 예술적이어 보이지 않는가? =_=;;

수학에는 수에서 특정 부분의 정보를 떼어내고 남은 부분만 되돌리는 연산자 내지 함수가 세 가지 남짓 있다.

(1) 가장 먼저, 수에서 부호를 제거하는 ‘절대값’이 있다. 여닫는 세로줄 기호는 다들 친숙할 것이다. y=|x|는 오르내리는 사선을 만들어 낸다.
얘는 복소수를 대상으로는 복소평면에서 원점으로부터의 거리를 의미하기도 하며, 행렬에서는 행렬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2) 그리고 수에서 소수점을 떼어내고 근처의 정수를 되돌리는 floor 내지 ceiling 연산이 있다. 얘는 그래프에서 계단을 만들어 낸다.
(3) 끝으로, 복소수에서 실수부 내지 허수부만을 되돌리는 Re() 및 Im()이 있다.

이런 연산들은 다 특정 분야에서 인간에게 필요하고 특정 관점에서 의미가 있기 때문에 고안된 것이겠지만.. 미적분 같은 해석학의 관점에서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연산은 결코 아니다. 절대값 연산은 부호가 바뀌는 지점에서 미분 가능하지 않은 지점을 만들며, 소수점 자르기는 더 나아가 아예 연속이지도 않은 지점을 만든다.

멀쩡한 복소수에서 실수부나 허수부만 떼어내는 것도 저 그래프의 예쁘고 매끄러운 모양과는 달리, 만만찮게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보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x^x에서 x가 음수일 때 실수부와 허수부의 그래프 식을 따로 구해서 각각 최대값과 최소값까지 구하는 건 양수일 때와 같은 방법으로 할 수 없다. 복소함수를 취급하는 더 복잡하고 난해한 방법론을 동원해야 한다.

복소수라는 개념을 떠올리고 나니까 어째 리만 가설이라는 것도 나올 수 있고 20세기엔 수렴· 발산 여부로 만델브로트니, 줄리아니 하는 프랙탈 집합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걸 도대체 어떻게 찾아냈을지 오묘하기 그지없다. 다들 계산량이 엄청나고 빡세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긴, 프랙탈이 '차원'이라는 개념도 대수적으로 확장했다. 행렬 계산의 최적 시간 복잡도에서 거듭제곱 계수가 2도, 3도 아닌 로그함수 값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상이다.
리만-제타 함수라든가 감마 함수 같은 난해한 함수들이 양수 구간과 음수 구간이 모양이 심하게 차이가 나고, 특히 음수 구간에서는 상하로 심하게 널뛰기를 하는 근본 이유가.. 지수 함수와 관련된 음수의 기괴한 특성 때문이라고 감을 잡으면 될 듯하다.
x^x 말고 0의 x승의 경우.. 양수에 대해서는 그냥 0이 될 것이고 0^0은 사실상 1이 통용되고 있고, 음수 승은 0으로 나누는 것과 동급인 부정으로 귀착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0/01/22 19:34 2020/01/2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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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이 그럴싸한 비선형 함수들

1. 증가 양상 변화

코딩을 하다 보면... 0부터 1 사이에 있는 속도, 압력, 밝기 등 자연계의 다양한 아날로그 신호를 입력으로 받았는데 그걸 있는 그대로 곧이곧대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특정 구간(특히 중앙)이 더 부각되어 인지되도록 비선형적으로 보정해야 할 때가 있다. 그 구간을 if문으로 따로 분리하는 건 좀 무식해 보이니, 가능하면 함수 형태로 스무쓰하게 처리되게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런 처리의 대표적인 예로는 화면의 '감마 보정'(gamma correction)이 있다.
일반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이건 막연히 화면의 밝기를 조절하는 기능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모든 색들의 RGB 값을 일괄적으로 올리는 게 아니다. 양 극단의 제일 어둡거나 밝은 색은 그냥 놔 두고, 어중간하게 어두운 색들의 명도를 올려서 화면이 전반적으로 선명하게 보이게 해 준다.

모니터가 브라운관이든 LCD든 오래되면 그렇잖아도 어중간한 색깔을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지니, 감마 보정이 화질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애초에 사람의 눈도 밝기를 그렇게 선형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한다. 흑백 그러데이션을 그냥 선형적인 색 변화로만 늘어놓으면 색깔띠가 밝은 부분보다는 어두운 부분이 더 부각돼 보인다. 이때 적절히 감마 보정을 하면 흑백과 회색 구간이 그럭저럭 균형 잡혀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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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감마 보정은 어떻게 하는 걸까?
정의역 0~1, 치역 0~1, f(0)=0, f(1)=1이고 증가량의 차이만 있을 뿐 단조증가 자체는 보장되는(전구간에서 도함수의 값이 0 이상이 보장) 어떤 함수 f가 필요하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여 감마 보정에 쓰이는 함수는 의외로 단순하다. 그냥 지수함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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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보다 크고 1보다 작은 지수를 설정하면 구간 0~1에 대해서 f(x)는 x보다 값이 커진다. 그래서 원본보다 화면을 더 밝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x=1에 근접할수록 그 증가폭이 작아질 것이다.

한편, 단순히 f(x) = x^t 말고.. f(x) = (1 - (1-x)^(1/t) )^t 는 어떨까 싶다.
얘는 t가 1/2일 때는 사분원의 궤적을 만들며, 2일 때는 2차 베지어 곡선을 만드니 참 흥미롭다. 그 외의 값일 때도 0 부근에서의 증가치와 1 부근에서의 감소치가 일치하는 나름 대칭형 곡선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단순 지수함수와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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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자주...-초록-파랑 순으로 t=0.5, 0.7, 1, 1,5 ,2이다. 이 선들은 자기 자신은 좌우로 대칭이지만 빨간 선과 파란 선이 y=x를 기준으로 마주보며 대칭인 건 아니다.)

얘는 한눈에 봐도 적분하기 어렵게 생겼다. t가 치환적분이 가능한 1/2, 2 등의 알려진 값이 아니라 1/3 정도만 돼도 0부터 1까지의 면적, 다시 말해 정적분의 값은 초등함수의 형태로 표현되지 못한다.

2. 좌우대칭 종 모양

함수 중에는.. 값 자체는 전부 양수이지만 거의 전구간에서 0에 가깝고, f(-x)=f(x)인 우함수이고, 원점 x=0 주변에서만 최대값이 언덕처럼 봉긋 솟아 있는 물건이 있다.
이런 함수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확률· 통계의 영원한 친구인 정규 분포 확률 밀도 함수이다.

얘의 본질은 상수의 -x^2승이다. 그냥 지수가 아니라 음의 제곱 지수이다.
이런 함수도 부정적분이 깔끔한 형태로 나오지 않으며, 일부 구간의 정적분을 구하려면 수치해석을 동원해야 한다.
그 대신 얘는 음의 무한대에서 양의 무한대까지 함수 전체를 적분한 면적을 구할 수 있다. 가령, e^(-x^2)의 전체 정적분은 sqrt(Pi), 즉 원주율의 제곱근이다. (약 1.7724..)

전구간의 적분 면적은 옛날에 독일의 그 가우스라는 수학자가 이 종 모양을 입체 공간에서 뺑 돌려서 회전체의 부피를 구하는 식으로 발상을 전환하여 구했다. 일종의 이상 적분 기법인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이 함수의 해석학적 특성을 도저히 따져볼 수 없다.

평균 0, 표준편차 1의 표준 정규 분포의 확률 밀도 함수는 저 함수에서 지수를 -x^2 / 2로 절반으로 나누고, 함수값에다가 1/sqrt(2*Pi)도 곱해서 전구간의 면적이 1이 되게 한 형태이다.

그럼 정규분포 함수보다 해석학적으로 분석하기 더 쉬운(?) 함수 중에는 좌우대칭 종 모양이 없을까?
바로 삼각학수 '탄젠트'의 '변종'에 속하는 놈들의 '도함수'가 이 범주에 든다.

탄젠트의 역함수인 arctan(x)는 도함수가 1/(x^2+1)이라는 꽤 단순한 형태인데, 그래프는 종 모양이다. x=0에서 최대값이 1이고, 전체 면적은 pi이다.
그리고 하이퍼볼릭 탄젠트 tanh(x)는 도함수가 1-tanh(x)^2로 기묘하게 구해지는데, 얘 역시 x=0에서 최대값이 1이면서 전체 면적은 2이다.
숫자 공부를 손 놓은지 10수 년이 지나서 그런지 이런 기본 기초 하나도 갑자기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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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안의 초록색 선은 exp(-x^2), 빨간 선은 tanh(x)의 도함수, 파란 선은 arctan(x)의 도함수이다.

얘들은 그 정의상 자신의 부정적분이 깔끔하게 존재한다.
부정적분에 속하는 arctan이나 tanh이라는 오리지널 함수를 살펴보면.. 단조증가이면서 f(x)=-f(-x)인 기함수이며, 무한대로 갈수록 특정값에 수렴하고 반대로 무한소로 갈수록 음의 특정값에 수렴하는 걸 알 수 있다. 함수의 기울기는 x=0일 때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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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모양의 함수만을 일컫는 용어가 "sigmoid"라고 있다. 선형이 얼추 기울어진 S자 모양이라는 점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특히 tanh의 경우 sigmoid 함수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며, Logistic function이라는 이름으로 배율 변경과 평행이동만 된 바리에이션이 쓰이기도 한다.

맨 먼저 다뤘던 확률 밀도 함수를 0부터 x까지 정적분한 함수는 수학에서 따로 '오차 함수'라고 불리며 중요하게 다뤄진다. 5차가 아니라 error라는 뜻이다. 얘도 물론 sigmoid에 속한다.

그렇잖아도 5차 이상의 방정식은 유한 번의 사칙과 거듭제곱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근을 가질 수 있는데, 적분은 마치 그런 것처럼 x^x, sin(x)/x, 1/ln(x)처럼 단순한 식조차도 초등함수의 형태로 표현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고 미분보다 어려운 연산으로 간주되는 걸까? 하긴, 1/x의 부정적분이 갑자기 ln(x)가 나오는 것에서부터 적분의 난해함이 발현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직선을 굽게 하는 1번 모양, 종처럼 생긴 2번 모양, 그리고 2번을 적분한 S자 모양까지..
요런 함수가 있다는 걸 알아 두면 코딩 하다가 언젠가 써먹을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06/22 08:35 2019/06/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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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제타 함수와 리만 가설

18세기를 살았던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인류 역사상 얼마나 충격과 공포 괴수 급의 천재 수학자였는지는 자연계· 이공계 맛을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본인 역시 이에 대해서 이 블로그에 글을 쓴 바 있다.

그의 여러 업적 중에서 자연수들의 거듭제곱의 역수의 무한합과 관련된 것들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걸 일반화해서 그냥 리만-제타 함수라고 하는데, 가령 2승에 해당하는 ζ(2) = 1/1 + 1/4 + 1/9 + 1/16 ...이런 식이다.
오일러는 천재적인 직관으로 ζ(2) = pi^2 / 6이 된다는 것을 최초로 발견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이런 무한합이 다음과 같이 모든 소수들을 후처리한 값들의 무한곱과 동치라는 것을 증명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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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3^s, 5^s, 7^s ... 순으로 몽땅 소거하는 것이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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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같은 짝수 승일 때는 이 값이 언제나 원주율을 거듭제곱 및 유리수배 한 형태로 나온다는 것까지도 알아냈다.
자연수의 거듭제곱의 역수의 무한합에는 원주율도 들어있고 소수의 분포도 들어있고.. 가히 노다지가 가득했다. 괜히 난해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한편으로 짝수가 아닌 홀수 승일 때는 저 함수값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가 있는 형태로 표현되는지 아직까지 아무도 모른다. 무리수인 것까지는 알려졌지만 초월수인지조차 아직 정확하게 증명되지 못했다. (심증상으로는 어차피 매우 높은 확률로 초월수일 것 같다만..) 지금까지 인류의 지성이 캐낸 것만 해도 노다지 급인데, 이 함수의 정체는 아직까지도 다 밝혀지지 못해 있다. 홀수 완전수도 그렇고 홀수에 뭔가 이상한 특성이 있기라도 한가 보다.

게다가 이것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언뜻 보기에 ζ(x)는 x > 1일 때에만 유의미한 값을 가지며, x가 커질수록 함수값은 1에 한없이 가까워질 것이다. 그리고 x <= 1이면 얄짤없이 무한대로 발산이니 함수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
가령, ζ(1) = 1 + 1/2 + 1/3+ 1/4 ...는 로그 스케일로나마 발산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고, ζ(0)이면 1+1+1+1+...이 될 것이다. ζ(-1)은 역수의 역수이니까 1+2+3+4+...가 되니 이 이상 더 따질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함수는 사실 1을 제외한 다른 모든 수에 대해서 함수값이 정의된다. 아니, 실수를 넘어서 복소수에서까지 정의된다. 어찌 된 영문일까? '해석적 연속'(analytic continuation)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의역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이런 식으로 사고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서로 다른 개념이 한데 연결되고, 추상화의 수준이 상승하고, 거기서 아름다움과 일치, 질서를 발견하는 식으로 발전해 왔다.
고등학교 수준에서 가장 먼저 발상의 전환을 경험하는 건 허수와 복소수이다. "제곱해서 -1이 되는 수라니, 세상에 그런 황당무계한 물건이 어디 있냐? 그걸 도대체 왜 정의하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라고 처음엔 누구나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아니,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게 이전까지 수학 공부를 정상적으로 제대로 한 사람의 반응이다.

그런데 그 개념만 하나 도입하고 나니 이제는 뭐 4제곱해서 -1이 되는 수 이런 식으로 이상한 숫자를 또 만들 필요 없이, 복소수 범위에서 i만 동원함으로써 정수 계수 n차 방정식의 근 n개를 언제나 모두 기술할 수 있게 된다. (대수학의 기본 정리) 이게 대단하다는 것이다.
물론, i로도 모자라서 j, k 같은 괴상한 수를 추가한 삼원수 사원수 같은 확장 개념도 있긴 하지만, 그건 벡터· 행렬과 연계해서 다른 특수한 용도 때문에 쓰이는 것일 뿐, 대수 내지 해석학적인 필요 때문에 쓰이는 건 아니다.

다음으로 거듭제곱을 생각해 보자. 이걸 동일한 숫자를 n회 곱하는 식으로만 정의한다면 끽해야 정수 내지 유리수 승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거듭제곱의 역함수 격인 로그가 미분 가능한 연속함수이며, 자연상수의 거듭제곱 e^x를 다항식 급수로 풀어 쓸 수도 있다. 더구나 e^(I*x) = cos(x) + I*sin(x)로 자연상수와 I가 복소평면에서 삼각함수와도 만나게 되었으니, 이제 거듭제곱을 정수와 유리수의 영역에만 한정해서 생각할 필요란 전혀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a^x 정도가 아니라 x^x나 x!(팩토리얼)마저도 매끄러운 함수 형태로 그래프로 그릴 수 있다. 특히 팩토리얼의 경우 '감마 함수'라고 별도의 명칭까지 있고 말이다.
또한 x는 실수가 아닌 복소수로 확장해서 2^I, I^I 같은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고등학교 수학에서는 음수 로그는 생각하지 않고 지냈지만, 복소수 범위에서는 로그 역시 정의역이 복소수로 확장 가능하다. base(밑)도 0이나 1만 아니면 다 된다. 오일러가 정립한 e^(Pi*I)+1=0 이 괜히 위대한 발상이 아닌 것이다.

그럼 리만-제타 함수의 정의역은 어떤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
일단 무한합 함수를 다음과 같은 형태로 바꾸면.. >1에 대해서만 정의되던 기존 함수를 1을 제외한 >0에 대해서도 정의되게 범위를 조금 넓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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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는 뭔가 등비수열의 무한합 같은 계수가 곱해졌고, 뒤에는 1+2+3+4... 덧셈 일색이던 것이 1-2+3-4+... 형태로 바뀌었다. (참고로, s=1일 때.. 1 -1/2 +1/3 - 1/4...는 ln(2)로 수렴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음.)
이렇게 식을 써 주면, s>1일 때는 아까와 결과가 동일하면서도 0<s<1일 때는 음의 무한대로 발산하는 형태로 함수값이 추가로 정의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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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 함수는 1에 대해서 좌극한과 우극한의 값이 서로 다르게 된다.
뭔가 (1, 1)이 중심인 반비례 그래프처럼 생겼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가령, ζ(4/5)는 -4.4375...이지만 -ζ(6/5)-1은 -4.5915...로 값이 서로 미묘하게 다르다.

그럼 0과 음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정의하느냐 하면.. 더 복잡하고 난해한 개념을 동원해야 한다.
구체적인 유도 과정은 본인도 다 모르겠고 시간과 지면이 부족하니 생략하지만.. 리만-제타 함수는 이미 정의된 함수값으로부터 다른 구간의 함수값을 해석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함수 방정식'이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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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를 0과 음수에 대해서도 적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감마 함수 Γ(x)는 바로 (x-1)!의 해석적 확장 버전이며,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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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n / e^x를 0부터 무한대까지 적분한 값이 n!이라니, 신기하기 그지없다.
더 신기한 것은, 리만-제타 함수도 기존의 >1 구간에 대해서는 감마 함수와 매우 유사한 형태로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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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복잡한 수식들이 논리적으로 서로 다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리만이라는 사람이 발견했다. 자연수의 거듭제곱의 역수 무한합이 도대체 몇 가지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나 모르겠다..!
사실, 리만-제타라는 함수 이름도 저 사람이 정의역을 해석적으로 완전하고 깔끔하게 확장된 뒤에 붙은 이름이다. 그 전에 직관적으로 생각하기 쉬운 1보다 큰 실수 버전은 그냥 '제타 함수'였다.

리만-제타 함수는 음의 짝수에 대해서는 모두 0이 나온다. 함수 방정식에서 sin(Pi*x/2) 부분이 -180도의 배수가 걸리고 0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럼 양의 짝수는 괜찮은가 하면.. 괜찮다. 저 함수 방정식에 포함된 감마 함수라는 놈은 음의 정수가 걸리면 무한대로 발산하며(제타 함수에서 원래 양의 정수가 들어왔을 때), 이 경우 함수 방정식의 값은 극한 형태로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0과 무한대의 곱 형태의 극한은 원래 제타 함수의 값 형태로 나올 수가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ζ(0)의 값을 구할 때도 극한을 동원해야 한다. 함수 방정식에 따르면 ζ(1-0) = ζ(1)을 동원해야 하는데 리만-제타 함수는 원래 1에서 값이 정의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약간 까다롭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치고 나면 리만-제타 함수의 음수 구간은 값이 상하로 진동하는데, 그 진동의 폭이 0에서 멀어질수록 급격히 커진다. 그래프의 모양이 얼마나 제멋대로인지 -20부터 4까지의 그래프를 그려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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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리만-제타 함수의 0 이하 음수 구간은 수학적으로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것은 일명 '라마누잔 합'과 직통으로 연결된다. 20세기 초 인도의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의 이름에서 딴 명칭이다.

1+2+3+4... 무한합이 무한대도 아니고 -1/12라는 웃기는 짬뽕 같은 소리를 들어 보신 적 있나 모르겠다. 비슷한 논리로 1+1+1+1...은 -1/2라고 한다.
이건 0으로 나눗셈을 슬쩍 해 놓고는 "모든 수는 0과 같다", "0은 2와 같다" 같은 paradox 궤변· 유체이탈 화법을 늘어놓은 게 아니라, 무한급수의 합에 대한 정의 자체를 달리함으로써 도출 가능한 결론일 뿐이다.
실제로 모든 수를 0승 해서 1로 만든 것과 같은 ζ(0)의 값은 -1/2이며, 모든 자연수를 그대로 무한히 더한 것과 같은 ζ(-1)의 값이 -1/12이다.

리만-제타 함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수열은 아니지만 1+2+4+8+...의 무한합은 이런 체계에서는 -1이다. 자기 자신 s에 대해서 s = 1+2s가 성립되므로, s=-1이 된다는 식이다.
무한히 더하기만 하는 것 말고 더했다 빼기를 반복하는 1-2+3-4+5 ... 교대 무한합은 라마누잔 합에 따르면 등비수열의 무한합을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구해서 1/4가 된다.
1-1+1-1+1-1...의 교대 무한합은 1/2이다. 이건 1과 -1의 평균 같으니 그나마 좀 직관적으로 들린다.;;;

이들의 구체적인 근거와 계산 내역, 배경 원리는 이 자리에서는 역시 언급을 생략하겠다.;;
이거 무슨 고전 역학만 파다가 갑자기 양자역학이고 상대성 이론이고 하는 분야로 넘어간 듯한 느낌이다. 오일러가 뉴턴이라면 리만은 아인슈타인 정도? 진짜 그런 관계인 것 같다.
혹은 데카르트 좌표계와 유클리드 기하학만 열심히 파다가 갑자기 구면 같은 다른 기하학으로 넘어간 것 같은 느낌이다. (삼각형 세 각의 합이 180도가 아닐 수도 있는..)

무한이라는 개념이 이래서 다루기가 까다롭다. 뭐 하나 까딱 뒤틀면 별 희한한 등식이 다 나오기 때문이다.
0.99999...를 1과 동급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무한이며 그 새 발의 피 같은 소수의 역수들의 합을 발산시켜 주는 것도 '무한'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무한도 다 같은 무한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수 전체의 개수보다 0~1 사이의 실수가 훨씬 더 큰 무한이라고 여겨진다.

아무튼 리만-제타 함수를 완전히 확장하고 나니 양수 구간에서는 오일러가 발견했던 그 어마어마한 의미가 담겨 나오고, 음수에서는 또 저런 신세계가 펼쳐지면서 한편으로 1을 제외한 전구간에서 저런 정교한 수학적 질서가 다 충족되었다.
그런데 수학자들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함수를 복소수 구간에서까지 써먹을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얘의 저변에 있는 감마 함수, 삼각함수 등등도 전부 복소수 범위에서 값이 정의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자 그럼 여기서.. ζ(x) = 0을 만족하는 근은 얼마나 있을까?
일단 양의 실수 중에는 그 정의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음수 중에는 아까 말했던 짝수들이 모두 함수값을 0으로 만든다. 이들은 그냥 자명한, 중요하지 않은 trivial한 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함수는 복소수 범위에서 다른 근도 갖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유의미한, non-trivial한 근이다.
구하기가 무진장 어렵긴 하겠지만 베른하르트 리만은 0에 가까이 있는 것부터 시작해 근을 4개 정도 찾아내 봤다. 그런데 여기서 신기한 공통점을 발견했으며, 그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기에 이르렀다.

"ζ(x) = 0을 만족하는 자명하지 않은 복소수 근 x들은 실수부가 모두 1/2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리만 가설이라고 한다.
리만-제타 함수의 유의미한 근은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데, 첫 몇 개가 다음 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실수부는 1/2이고 허수부가 저런 값인 복소수들 근이라는 얘기이다. 즉, 1/2 + 14.134725...I 부터 시작해서 1/2 + 21.02203963..I , 25.010857...I 등이다.
실제로 ζ( 1/2 + x*I )의 절대값을 그래프로 그려 보면 이렇다. 저 산들의 밑바닥이 근이라는 뜻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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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 제타 함수는 복잡한 함수들의 조합에다, 무한대 적분(정확한 부정적분 형태를 알 수 없는 놈을 대상으로 이상적분..)까지 동반하는 형태로 인해, 계산량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다항함수, 삼각함수, 로그, 지수(일명 초등함수)로만 구성된 함수보다 그래프를 그리기가 훨씬 더 힘들다. 그러고도 저건 정확하게 그려진 게 아니다. (21 부근에 그래프가 정확하게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았음) 다른 건 다 해석적으로 확장한다 쳐도, 대소 비교가 존재하지 않는 복소수 구간에서 적분이란 게 어떻게 존재 가능하단 말인가?

그래프를 봐도 모양이 참 희한하다. 저기서 근들의(= 허수부 값) 분포에는 딱히 규칙성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복소평면에서의 무슨 프랙탈 영역 그림 이래로 이 정도로 복잡기괴한 그래프를 보는 건 개인적으로 처음이다.;; 다만,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복소수 근들을 직접 구해 봤는데, 일단 리만 가설이 다 성립하긴 했다. 전부 1/2 + xx*I의 형태로 표현되었다. 자명하지 않은 근도 무한히 많이 존재하긴 하며, 이는 증명되어 있다.

아아.. 본인이 수학 분야에서 이렇게 길고 복잡한 글을 쓸 일이 이렇게 또 생길 줄은 정말 상상하지 못했다. 나도 머리가 뱅뱅 돌아 버리겠다.. ㅡ,.ㅡ;;
리만-제타 함수는 문제를 풀기는커녕 그 배경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복소해석학 등 최하 대학교 수학과 학부 이상의 고등 수학 지식을 요구한다.

공대 수준의 수학 지식이 아니다. 공대에서 배우는 통상적인 미적분의 개념을 아득히 초월하니 원.. 복소수는 그 정의상 실수부와 허수부의 관계가 아주 미묘하다 보니, 해석적으로 다루는 방법론도 평범한 다변수 기반 해석학과는 다르다.

이 함수의 자명하지 않은 근의 분포는 우리에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게 다 규명되고 리만 가설이 증명 내지 반증된다고 해서 무슨 암호 알고리즘이 다 뚫리고 생활이 큰 혼란이 야기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리만 가설은 현대 정수론의 금자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소수 분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x보다 작은 소수의 개수를 나타내는 공식 x/log(x)은 제타 함수의 자명하지 않은 모든 근들의 실수부가 "1이 아니다" 내지 "1보다 항상 작다"와 동치 급으로 얽혀 있다고 한다. 즉, 소수 정리는 리만 가설이 참이라는 것을 얼추 전제로 하고 세워져 있다.

하지만 리만의 추측이 수학적으로 딱 엄밀하게 증명되거나 반증되지는 못한 상태이다. 마치 P와 NP의 관계 문제처럼 말이다.
전세계의 날고 기는 천재 수학자들, 심지어 필즈 상을 받은 사람도 내가 이 문제를 풀었다고 증명을 내놨지만, 어디엔가 오류와 불완전한 점(그게 왜 저렇게 연결되는데?)이 발견되어 종종 퇴짜를 맞곤 했다. 오죽했으면 20세기 초에 세계구급 수학자들이 이렇게 말을 했을 정도이다.

  • 나는 잠들었다가/죽었다가 한 500년쯤 뒤에 깨어날 수 있다면, 벌떡 일어나자마자 주위 사람에게 "리만 가설 문제가 이제 풀렸나요?"라고 물어 보고 싶다. -- 다비트 힐베르트(1862-1943)
  • 나는 배를 탈 일이 있으면 낚시로라도 "난 리만 가설을 증명했다. 하지만 증명을 다 적기에는 여백이 부족하다"라는 쪽지를 지니고 탄다. 그 상태로 사고가 나서 죽으면 세상은 낚시에 낚여서 나를 온통 안타까워하고 추모해 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무신론자이고, 신이 존재한다면 그런 내게 저런 영광을 허락해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저 쪽지가 나를 죽지 않게 하는 일종의 보험· 부적 역할을 할 것이란 말을 참 배배 틀어서 어렵게 표현했다. =_=) --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1877-1947)

사람에게는 오늘 당장 먹고 살기 위한 빵과,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꿈이 필요하다고들 그런다. 그것처럼 저명한 천재 수학자들은 다른 자기 전공 분야에서 논문 발표하고 연구 실적을 낸 뒤, 그걸 밑천으로 리스크가 큰(= 전혀 풀리지 않아서 시간과 노력만 낭비하게 될 수도 있는) 리만 가설에도 틈틈이 남 몰래 매달리는 식으로 시간을 분배하는 편이라고 한다.

이건 마치 침몰한 보물선을 인양하고 신대륙에서 금을 찾는 일에다가도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금과 보물을 찾았다가는 인생한방 역전이지만.. 전혀 성과가 없으면 투자금만 날리고 사람을 완전 미치게 만들 수 있으며, 실제로 미쳐 버린 수학자도 몇몇 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 참고..)
그리고 미치지는 않았는데, 반대로 어줍잖은 실력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고 주장하면서 학계 사람들을 귀찮게 굴거나, 거짓 주작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있다. 문화재를 거짓 조작한 사기꾼처럼 말이다.

그랬는데.. 지난 2018년 9월 말, 영국에서 '마이클 아티야'(1929-)라고 나이 90을 바라보는 어느 원로 수학자가 리만 가설을 수리물리학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하여 완전히 풀었다고 나섰다. 논문을 내고 방송 발표를 자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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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여느 듣보잡 관심종자가 아니었다. 무려 1966년(지금 본인과 비슷한 나이.ㅠㅠ)에 필즈 상을 받았으며 2004년에 아벨 상까지 받은 금세기 최고로 손꼽히는 천재요 수학계의 거장이었다. 소싯적에 리만 가설 만만찮은 연구 실적을 잔뜩 내기도 했고, 이딴 것 갖고 사기를 칠 아무 동기도, 이유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의 선언은 세계의 이목을 받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학계의 반응은 허탈함과 아쉬움 일색이었다. "우리 대선배님이 갑자기 왜 이러시나.." 안 그래도 예전부터 그가 공개 석상에서 횡설수설하면서 오락가락.. 상태가 좀 안 좋다는 정황이 포착되어 왔는데, 이번 방송에서도 수학사가 어떻고 하면서 진짜 증명과 별 관계 없는 얘기만 늘어놓으면서 막무가내로 학계가 내 주장을 안 받아주는 거라고 우기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방송 말고 논문도 검증 과정이라고 하지만 예상 반응은 벌써부터 극히 회의적이다.

그래서 현직 수학자들은 이 사태에 대해서 언급을 극도로 꺼리면서 "비록 증명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유의미한 연구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덕담이나 하는 한편으로, "리만 가설이 위대한 수학자 한 분을 또 골로 보냈구나, 그것도 말년에.. 저분은 원래 늘그막에 저렇게 망신당할 군번이 절대 아닌데 아 슬프도다!" 이런 입장이었다고 한다...;;

사실, 본인은 이 뉴스 기사를 접하기 전에는 저 사람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 단지, 리만 가설 이상으로 악명 높고 역시나 여러 사람들을 골로 보낸 이력이 있던 "페르마의 대정리"를 풀어 낸 사람(앤드루 와일즈)이 영국 사람인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저런 유럽 나라들은 어떻게 저렇게 수학· 과학이 발달할 수 있었는지 경이롭고 대단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25 08:36 2018/11/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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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수학에서의 패턴

1998년에 개봉한 <파이>라는 영화가 있다. 제목은 음식 파이가 아니라 원주율 파이를 가리킨다. 구체적인 내용은 본인도 기억이 안 난다만 배경은 아마 20세기 중반 정도의 가까운 과거이고, 수학 덕후 주인공과 유대교 랍비가 나오고 '쿵쿵따다 쿵쿵따다 쿵쿵따다 쿵따~' 이런 인상적인 BGM이 나오고, 이례적으로 흑백으로 만들어진 좀 마이너 매니악한 취향의 영화이다.

벤허처럼 1950년대에도 컬러로 만들어진 영화가 있는 반면, 1990년대에 일부러 흑백으로 만들어진 영화도 소수나마 있다. 내가 아는 건 쉰들러 리스트와 저것밖에 없다.
뭐, 킬 빌은 녹엽정 격투 장면이 수위 조절(사지가 날아다니고 피가 철철 튀고..)을 위해서 일부 흑백으로 촬영됐다고는 하는데.. 그런 일부 장면 말고 작품 전체가 흑백인 것 말이다.

과거에 텔레비전의 화질이 디지털 HD로 한층 업그레이드 되자, 출연자들의 피부 표면이 예전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분장· 화장을 맡은 방송 스탭들의 수고가 더 커졌다고 한다.
그리고 텔레비전이 흑백으로 컬러로 바뀌었을 때에도 예전에 대충 하면 되던 각종 보정이나 특수효과들이 이제는 통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동안 난리가 났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없는 눈을 만들어서 눈 내리는 장면을 만들기가 흑백 시절보다 훨씬 더 어려워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도 그저 만만하지는 않다. 컬러 찍듯이 평범하게 세팅을 한 뒤에 영상에서 채색을 제거하고 명도만 남긴다고 해서, 보기 좋은 흑백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 물론 아니라고 한다. 흑백으로 찍었을 때 배경과 인물 분간이 잘 되게 별도의 방법론을 동원해야 한다.
얘기가 좀 옆길로 새었다만 아무튼.. 저 pi 영화에서는 다음과 같이 주인공의 신념(가설)이 담긴 독백 대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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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학은 자연의 언어이다.
2. 우리 주변의 만물들은 수를 통해 표현되고 이해될 수 있다.
3. 그 수들을 그래프로 표현해 보면 패턴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자연에는 패턴이 어디에나 존재한다.


1번을 반영하여 <컨택트>(1997)라는 영화에서는 외계인이 무슨 심장 박동 같은 신호를 2 3 5 7 11... 소수 간격으로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수학은 지구인이나 외계인이나 다같이 공감할 자연의 언어이니까 말이다.
2번은.. 오늘날 디지털 컴퓨터에서 맨날 하는 짓이 바로 이것이다. 양자화, 전산화, DB화... 인간이 접하고 취급하는 사물의 모든 현상과 정보를 숫자로 표현했기 때문에 컴퓨터가 글과 그림, 소리를 출력할 수 있다.

그리고 3번과 그 이후는 정말 그러한지는 알 수 없다. 단지 그런 패턴을 발견해서 깔끔한 수식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세상 모든 수학자들의 로망인 건 사실이며, 영화에서는 이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그런데 패턴이라...;; 이 시점에서 본인은 <말죽거리 잔혹사>의 대사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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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그 2에 4를 푼다. 우선 2로그에서 앞에 있는 2를 뒤로 쭉 빼. 그리고 4 위에 살짝 올려. 왜? 패턴이니까. 수학은 논리가 아니고 뭐다?"


로그값 계산을 저렇게 거창하게.. 무슨 집 맞은편 편의점까지 모험을 떠나고, 동네 뒷산으로 에베레스트 등반을 하듯이 하는 풀이는 처음 본다. ㅠㅠ

당연히,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전자의 영화에서 말하는 그 심오한 패턴이랑, 후자의 영화에서 말하는 그냥 시험 문제 풀이 테크닉에 가까운 패턴은.. 격이 완전히, 달라도 너무 다른 용어이다.
(뭐, 안 내상 씨도 혹시 진짜 현업 수학 교사를 불러다가 연기 시킨 게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연기를 잘하긴 했다.;; ㄲㄲ)

말죽거리 잔혹사는 영어 명사의 종류 고추X집물뿐만 아니라 수학에서도 그 당시의 참 비효율적인 입시 위주 암기 위주 교육을 그럭저럭 풍자했다.
하지만 뭐든지 다 잘하는 천재 괴수들은 그런 교육 체제에서도 다 100점 받고 할 거 다 하긴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03 08:36 2018/11/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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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체스터의 법칙

A와 B라는 두 집단이 서로 패싸움을 시작했다. A는 전투원이 5명이고 B는 4명이다. 그런데 양 진영의 모든 전투원들은 체력· 정신력· 무장 등등이 완전히 동일하며, 기습 가능성이라든가 지형적인 유불리, 엄폐물 같은 것도 없이 탁 트인 개활지에서 순수하게 힘과 힘만이 충돌하는 형태로 싸우게 됐다고 치자. 싸움은 둘 중 한 진영의 전투원들이 몽땅 죽거나 중상을 입어서 전투력을 상실할 때까지 계속된다. 그렇다면 이 싸움의 결과는 어찌 될까?

마오 쩌둥이던가 스탈린이던가.. 인권 쌈싸먹은 독재자답게 "전쟁 나서 1억 인구가 죽는 것쯤은 별 일 아니다. 사람이야 또 낳으면 되니까. 적군이 병력이 1억이면 우리는 1억에다 한 명만 더 붙여서 이기면 된다" 그런 요지의 무지막지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정확하게 누가 언제 한 말인지 출처 확인이 잘 안 되네, 분명 본 기억은 있는데..

그런데 저건 병신 같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외적인 요인이 차이가 전혀 없고 완전히 동일하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쪽수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집단이 필승하고 부족한 집단은 필패할 것이다.
위의 경우라면 B가 지고 A가 이기는 것 자체는 따 놓은 당상이다. 단지 문제는 A가 B를 얼마나 너끈히 이기느냐,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고 승리하느냐로 귀착된다.

그 답은 A와 B가 어떤 방식으로 싸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조폭들 패싸움처럼 기껏해야 일대일로 근접해서 냉병기를 사용하는 싸움이라든가, 총이라 해도 18세기 전열보병 전술처럼 비현실적일 정도로 너무 신사적으로 일대일 턴제로 싸우는 거라면 말 그대로 일대일로 상쇄하고 남은 병력만이 생존자가 된다. B는 전멸이요, A는 A-B에 해당하는 인원이 남는다. 고로 5:4의 싸움이라면 한 명만 남는 거다. 이것을 일명 란체스터 제1법칙이라고 한다.

그러나 점 vs 점이 아니라 면 vs 면 단위로 실시간으로 부딪치는 현실의 전투에서는 다구리가 더 대규모로 가능하며 병력의 작은 차이가 훨씬 더 큰 차이를 야기한다. 설정상 한 집단의 전투력은 병력에 비례해서 나오게 돼 있는데 그 전투력 자체가 병력의 손실로 인해서 차츰 감소한다. 두 변수가 같이 변화하면서 비선형적인 구도를 만든다는 뜻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병력과 전투력이 열세였던 집단은 그 감소폭이 더욱 커지면서 전멸에 이르지만, 우세 집단이 받는 대미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작아진다. 전투력도 부익부 빈익빈으로 치닫는다!

그래서 답부터 말하자면, 이런 현실의 싸움에서 A와 B가 붙으면 B가 전멸한 뒤 A는 한 명만 남는 게 아니라 이론적으로 3명이나 생존해 있게 된다. B는 자기 진영 4명이 전멸하는 동안 A를 2명밖에 못 죽인다는 것이다. 공식으로 표현하면 단순한 A-B가 아니라 sqrt(A^2 - B^2)이다.
마치 직각삼각형 세 변의 길이와 같은 구도가 된다. 그렇다면 5명 vs 4명이 아니라 13명 vs 12명이 붙으면, 12명 팀은 전멸하고 13명 팀은 8명만 죽어서 5명이 남는다.

이것은 란체스터 제2법칙이라고 명명되어 있다. 영국의 항공 공학 엔지니어가 1차 세계 대전의 양상에서 착안하여 고안했다.
스타크 같은 전략 시뮬 게임에서 드라군, 마린, 히드라 같은 원거리 공격 유닛들을 서로 마주보게 해서 어택 땅으로 싸움을 붙여 보면 이 법칙이 의외로 굉장히 잘 적중한다고 한다. 란체스터의 법칙에 대해 소개해 놓은 타 블로그 글들을 검색해 보면 전략 시뮬 게임으로 실험을 해 봤는데 높은 적중률을 보고 놀랐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1억 명에다가 딱 한 명만 더 보태서 이기면 된다는 말이 그저 허세만은 아닌 셈이다.

란체스터 제2법칙이 어째서 성립하는지를 엄밀하게 논하려면 삼라만상의 변화량을 기술하는 끝판왕 도구인 미분방정식을 동원해야 한다.
시각 t에 대해서 A 진영의 병력을 나타내는 함수 f(t), B 진영의 병력을 나타내는 함수 g(t)를 정의하자.
위의 예에서는 전투 전의 초기 상태 t=0에 대해 f(0)=5, g(0)=4가 될 것이다. 뭐, 일반화해서 f(0)=a, g(0)=b라고 잡아도 된다.

전투의 진행으로 인해 f(t), g(t) 모두 병력이 감소할 것이다. 그런데 그 감소하는 변화량이 바로 상대방 함수의 함수값과 같다. d f(t) / dt = -g(t) 요, d g(t) / dt = -f(t)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f와 g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함수일까? 0보다 큰 t에 대해서 g(t)=0이 되고(B 진영의 전멸) 그 정의상 동시에 f'(t)=0도 되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그 t가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겠지만, 이때 f(t)의 값을 a와 b에 대해서 구하면 란체스터 제2법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f의 도함수가 -g이고 g의 도함수가 또 -f라니.. 일단 얘는 미분을 짝수 번 반복하면 도함수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뭔가 골때리는 함수 형태가 될 듯하다. 즉, 4배수 주기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삼각함수보다는.. cosh, sinh 같은 쌍곡선함수 형태가 될 것 같다. 걔들은 미분을 하면 cosh, sinh, cosh ... 이렇게 반복되는데, 문제의 저 함수는 f, -g, f, ... 이렇게 반복된다.

그래서 답을 구해 보면.. a>b여서 f가 더 우세한 진영을 나타낸다는 걸 염두에 뒀을 때
2*f(x) = (a+b)/e^x + (a-b)*e^x 요, 2*g(x) = (a+b)/e^x - (a-b)*e^x 가 된다. (2를 곱한 게 저런 것이므로 전체를 2로 나눠 줄 것)
e^x와 e^x의 역수를 절반씩 적절히 더하거나 빼는 cosh / sinh 함수를 상수배/평행이동만 한 형태인 걸 알 수 있다. f는 cosh에 대응하고 g는 그냥 sinh가 아니라 -sinh가 된다.

cosh는 현수선을 나타내는 함수이기도 하다. 그 말인즉슨 A와 B가 싸울 때 A의 피해 양상은 빨랫줄이나 쇠사슬이 아래로 축 늘어진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스무스하게 감소할 거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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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이 5명과 4명, 또는 엄밀히 말해 5:4 비율의 병력이 맞붙었을 때 란체스터 제2법칙에 따라 예상되는 병력의 변화 양상이다!
g(x)=0이 되는 시점은 x= ln( (a+b)/(a-b) )/2 가 되며, (a=5, b=4일 때는 저 값은 대략 1.1)
이때 f(x)를 구해 보면 (a+b)/sqrt( (a+b)/(a-b) )가 나오고 식을 정리하면 진짜로 sqrt(a^2 - b^2)가 나온다.
임계점 이후부터는 g는 음수가 나오고 f는 감소가 아니라 오히려 증가하기 시작하지만, 이건 현실에서는 아무 의미 없는 추세일 테니 제끼면 된다.

더 직관적인 비유로 설명하자면.. 5:4가 붙어서 곧이곧대로 1명만 남는 싸움, 즉 란체스터 제1법칙은 y=1이라는 상수 그래프를 떠올리면 된다. 여기서 x가 4부터 0까지 가는(B진영) 동일 면적(= 정적분)을 5에서부터(A진영) 시작한다면 1에 도달한다.

그러나 란체스터 제2법칙은 y=1이 아니라 y=x라는 가변적인 그래프에 대응한다. 여기서 x가 4부터 0까지 가는 B진영의 면적 8(밑변과 높이가 모두 4인 삼각형)을 5에서부터 시작한다면.. 1이 아니라 3에서 멈추게 된다. 윗변 3, 아랫변 5, 높이 2인 사다리꼴의 넓이가 8이 되니까 말이다.
이를 일반화하면, 0부터 B까지 y=x를 정적분한 값은 sqrt(A^2-B^2)에서부터 A까지 정적분한 값과 같다. 이렇게 이해해도 된다.

전쟁이라는 건 여기저기 가성비를 따지면서 지킬 것과 버릴 것을 가리고 작전을 잘 짜야 이길 수 있다. 즉, 경제· 경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란체스터의 법칙은 군사학보다는 경제학 쪽에서도 기초 이론으로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포병 장교에다 수학 박사 출신인 지 만원 박사 같은 분이 아마 이런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아닐까 싶다.
이 법칙은 스플래시 데미지나 사이오닉 스톰-_- 같은 변수가 있지 않은 한, 왜 일반적으로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가 성립하는지를 무식하게 시행착오 겪을 필요 없이 수식만으로도 잘 설명해 준다. 5:4로만 붙여도 저 그래프와 같은 처참한 결과가 나오지 않던가?

더 나아가서 어지간히 절체절명의 위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스타에서 유닛이 생성되는 족족 적진으로 찔끔찔끔 축차투입을 해서는 절대 안 되며 캐리어 같은 유닛도 반드시 일정 기수 이상 모아야 제 성능이 발휘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전쟁이 나면 전투 직전에야 양 진영이 모두 사기 진작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마지막 하나까지 결사항전" 운운하지만.. 대세를 도저히 뒤집을 수 없을 정도로 승부가 너무 기울고 100% 개죽음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는 불가피하게 꼬리 내리고 항복도 하는 것이다.

이상. 란체스터 법칙 하나 갖고 미분방정식에, 쌍곡선함수에 별 얘기가 다 나왔다.
다만, 현실의 전장에서는 수학 숫자놀음 나부랭이보다 예측할 수 없는 외부 변수가 훨씬 더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란체스터 법칙이 절대적인 만능 장땡인 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병력 열세를 극복하고 B가 A를 이긴 사례도 역사엔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성경에서 하나님께서 기드온에게 병사 수를 32000명에서 거의 1% 수준인 300명으로 일부러 줄여 버리고도 오히려 전투를 승리로 이끄신 것이 대단한 이야기인 것이다(삿 7). 진짜 300의 원조는 무슨 영화에 나오는 스파르타 군대가 아니라 저 군대였던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2/18 08:32 2017/02/1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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