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업계에서 인텔의 경쟁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1) 동급의 x64 CPU를 만들어서 경쟁하는 AMD,
(2) 아키텍처 차원에서 x64에 도전하는 ARM 내지 애플, 혹은 심지어 (3) 울나라 삼성 전자까지 떠올릴 수 있다. 인텔이 메모리 반도체에도 손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텔은 저것들보다는 대외 인지도가 낮은 분야에서 AT&T와도 경합한 게 좀 있었다.

1. 바이너리: 오브젝트 파일 포맷

C/C++ 언어로 코딩을 한 뒤에 컴파일을 돌리면 생기는 자잘한 obj 파일들 말이다. 기계어 코드를 담는 이 컨테이너 껍데기의 포맷은 누가 언제 제정했을까?
x86 진영에서는 CPU 본가인 인텔에서 제정한 OMF 방식이 16비트 시절부터 널리 쓰였다. 볼랜드니 마소니 컴파일러가 다르더라도 obj 파일은 호환됐기 때문에 툴을 달리하여 링크가 가능했다.

그러나 마소에서는 32비트 Windows NT를 개발하면서 실행 파일 포맷을 바꾸고(NE에서 PE), 빌드 툴체인도 싹 갈아치웠다. 단순히 OMF의 32비트 확장을 쓰는 게 아니라 obj/lib의 포맷도 AT&T에서 제정한 COFF 방식으로 바꿨다. 그 반면, 볼랜드 컴파일러들은 32비트에서도 여전히 OMF 방식을 쓰면서 서로 파편화가 발생하게 됐다.

그 시절에 마소에서는 빌드를 더 편하게 하기 위해서, 로딩을 더 빠르게 하기 위해서(메모리 매핑), 거기에다 이식성까지 고려해서 같은 여러 명분으로 COFF를 도입했었다. 다만, 지금은 그런 명분이 기술적으로 많이 옅어지고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GNU 툴킷의 도스용 버전에 속하는 djgpp 컴파일러도 라이브러리· 오브젝트 파일 포맷은 COFF 방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바이너리 에디터로 들여다보면 arch! 앞에 이런 문자열이 있고.. "이건 마소 진영과 오픈소스 진영이 공통이네?" 이런 생각을 예전에 했었다.

2. 텍스트: 어셈블리어 문법

자기네 x86 기계어를 간단한 숫자와 영단어 나열만으로 풀어서 표기하는 어셈블리어 말이다. 이것도 인텔 식 문법과 AT&T 식 문법이 공존한다. 이건 단순히 '어셈블러' 제조사 간의 문법 차이가 아니라 '어셈블리어' 차원에서의 더 저수준 차이점이다.

인텔 문법 AT&T 문법
mov eax, 5
add esp, 24h
movsxd rax, ecx
paddd xmm2, xmm1
movl $5, %eax
addl $0x24, %esp
movslq %ecx, %rax
paddd %xmm1, %xmm2

간단하게는 숫자 앞에 $, 레지스터 이름 앞에 %가 막 붙어 있는 게 AT&T 문법인데, 본인 역시 Visual C++이 표시해 주는 인텔 문법에만 익숙하다. 하지만 역시 리눅스 진영 gdb 같은 데에서는 AT&T 문법이 주류이다.
현업에서 어셈블리어를 직접 짤 일은 없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을 디버깅 하다 보면 디버거가 디스어셈블리해 준 어셈블리어 코드를 보게는 된다.

마소는 이거 문법은 딱히 AT&T 식으로 갈아타지 않았고 인텔 문법을 고수하는 듯하다. Macro Assembler 같은 기존 제품과의 호환 문제가 있기 때문인 듯하다.
뭐, 어차피 같은 CPU 아키텍처이고, 짜는 게 아니라 읽기만 한다면야 자잘한 표기 차이는 그렇게 심각한 차이점은 아닐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건 적당히 고급 언어를 표방하면서 실용성을 갖춘 게 인기를 얻고 대중화되는 편이다.
그럼 실용성 대신에 한쪽으로 특화된 언어는 (1) 함수형처럼 수학 내지 순수주의 쪽으로 특화되거나, 아니면 (2) 어셈블리어처럼 기계 지향적인 쪽으로 특화되는 것 같다.

한 소프트웨어의 모든 코드를 저런 특화 언어만으로 작성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이다.
그래서 기존의 실용적인(?) 다중 패러다임 언어들은 저 (1), (2)의 특성을 제한적으로 부분적으로 제공하곤 한다. 그게 (1) 람다 아니면 (2) 인라인 어셈블리인 셈이다.;;

요즘 세상에 대학교 컴공과에서 어셈블리어 코딩 실습을 하는 건 군대에서 총검술, 사관학교에서 승마 실습을 잠깐 하는 것과 아주 비슷한 모양새인 것 같다.
비록 현대의 전장이나 현대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버렸지만, 코딩이라는 전투에서 백병전이 어셈블리어 실습이 아니겠나..;; =_=;; 실무에서는 쓸 일이 없지만 컴공 엔지니어를 양성한다는 학교에서는 컴퓨터의 밑바닥 모습을 이런 식으로라도 경험시켜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6/30 08:35 2024/06/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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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는 클라이언트 내지 서버 개발자로 역할이 크게 나뉜다.

사용자가 자기 머신에(PC 내지 폰) 직접 설치해서 구동하는 그 exe / apk야 클라 개발자의 작품이다.
현란한 그래픽을 구현하고, 같은 하드웨어에서 화면 프레임 수를 늘리려고 고생하는 애들 역시 클라 개발자이다.
그러나 수많은 사용자들을 동시에 수용하고 계정 정보를 관리하고, 이것들이 해킹당하지 않게 보호하고, 클라가 뿌릴 게임 내부 상태를 전해 주는 건.. 서버 및 서버 개발자의 몫이다.

클라 프로그램이 뻗는 건 그 사용자만의 문제이지만, 서버가 뻗는다면....;;;; 뭐 그렇다.
조금 어설프게 비유하자면 클라는 또박또박 보도를 하는 뉴스 앵커이지만, 서버는 뉴스 대본을 생성하고 보도 순서와 분량을 정하는 보도국뻘 된다.

그런데 데스크톱이나 모바일 '앱' 말고 웹 개발로 가면.. 프런트 엔드와 백 엔드라는 계층 구분이 있다.
웹 프로그램은 머신에 설치되는 게 아니라 웹브라우저 화면에서 바로 구동된다. 그렇기 때문에 개념적으로는 클라라는 게 없고 서버 프로그램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거기서도 계층 구분이 있다. 사용자한테 보이는 부분, 더 기술적으로는 js html css처럼 서버로부터 받기는 했지만 사용자의 웹브라우저에서 구동되고 사용자가 소스를 직접 볼 수 있는 부분은 프런트 엔드이다.
그 반면, 저런 html을 생성하는 프로그램이라든가 DB처럼.. 진짜로 서버에서만 돌아가고 사용자가 코드를 볼 수 없는 부분은 백 엔드라고 불린다.

프런트 엔드 웹 개발자는 웹 '디자이너'와 영역이 겹치며 같이 작업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백 엔드는 디자이너와의 접점이 없으며, 그 대신 Java, C#, 심지어 C++처럼 머신 종속적인 데스크톱용 프로그래밍 언어와 접점이 있을 수 있다. (사용하는 프레임워크가 무엇이냐에 따라)

글쎄, php는 딱히 기계 종속적이지 않으면서 백 엔드 개발에 최적화된 언어인 듯하다.
JavaScript야 웹 개발계의 유니코드요 세계공용어로 등극했으며, 프런트와 백에서 모두 쓰이고 있다.

원래 컴퓨터 업계에서 '프런트/백 엔드' 이런 말은 컴파일러에서 주로 쓰이던 용어였다. 구문 해석해서 parse tree 내지 IR(중간 표현)을 생성하는 게 프런트이고, 이걸로부터 실제 머신 코드를 생성하고 최적화도 하는 게 백이었는데.. 2000년대 이후부터는 웹 개발에서의 계층을 구분할 때도 저런 용어가 쓰이게 된 것이다.

1990년대.. 웹의 초창기에는 웹만을 위한 프로그래밍이라는 개념이 아주 희박했다. 프런트/백의 엄밀한 구분도 없었고 온갖 비표준 파편화 기술들이 난립했었다.
프런트 엔드에 속하는 건 사용자가 폼에 입력한 값이 올바른지 로컬에서 체크해서 에러 메시지 띄우는 수준의 아주 간단한 코드?? 이런 코드는 html 코드의 주석 안에 자그맣게 짱박혀 있곤 했다.;; html이라는 문서가 main이지, 이런 코드는 약간의 동적 요소만 가미해 줄 뿐, 조연에 지나지 않았다.

하긴, html 자체를 동적으로 생성하는 기술을 공부해서 DB 만지고 게시판 같은 거 자작하는 게 지금으로 치면 백 엔드 개발이었겠다. CGI 역시 백 엔드의 범주에 드는 초창기 기술일 테고. =_=;; 옛날 제로보드 스킨은 일종의 프런트 엔드 개발이었겠다. ㄲㄲㄲ
플래시니 Java 애플릿 같은 건 물론 프런트이고, 지금의 관점에서는 특정 기업 솔루션에 종속적인 비표준 기술이 됐다.

프런트 엔드에서 돌아가는 웹 프로그램 코드는 특정 기계어로 컴파일되지는 않는다. 무슨 C/C++ 프로그램처럼 저수준 메모리 문제나 보안 문제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특정 JavaScript 코드를 실행함으로써 메모리· 보안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건 그 브라우저에 내장된 js 엔진의 버그이지, js 코드의 버그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문제 있는 js 코드는 다른 부작용 없이 깔끔하게 실행이 거부되고 에러 메시지와 함께 튕기기만 돼야 할 테니 말이다.

그 대신 그 코드는 보통 난독화 처리가 돼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드가 노출돼 있다고 해서 사용자가 그 코드를 읽어서 뭔가 로직을 파악하기는 매우 난감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웹 프로그래밍에서 보안의 최대 관심사는 buffer overrun 같은 부류가 아니라.. 신뢰할 수 없는 임의의 외부 문자열이 코드나 태그, SQL 따위로 인식되어 실행되지 않게 하기 위주인 것 같다. C로 치면 % format 문자열에다가 동적 생성된 외부 문자열을 공급하지 말라는 것과 비슷하다.

문득 드는 생각은.. 웹 개발을 위한 전용 IDE가 있을까?
옛날에 나모나 드림위버, FrontPage 같은 위지윅 html 에디터가 있었고.. Visual Studio 6 시절엔 Visual InterDev라고 비베 냄새가 나는 웹 개발 IDE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런 건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유행이 지나고 한물 갔다. 심지어 마소에서 Expression Studio라고 새로 만들던 웹 개발 저작도구도 2010년대 초반에 개발이 중단됐다.

웹은 과연 IDE의 무덤인지.. 개발에 이클립스 내지 Visual Studio Code 같은 범용적인 에디터/IDE만 쓰이는 것 같다.

※ 비유 개드립

  • "웹 디자인 - 웹 프런트 엔드 개발 - 웹 백 엔드 개발"은 뭔가 "장갑차 - 전차 - 자주포" 순으로 성향이 바뀐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ㄲㄲㄲㄲㄲㄲ
  • 프런트 엔드에서 css / js / html라는 역할 구분 세분화는 입법 사법 행정 삼권분립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 PC용 앱은 일반 봉지 라면, 모바일 앱은 컵라면 사발면.. 그리고 웹사이트를 구동하는 프로그램은 식당 납품용으로 대량 판매하는 라면 사리 내지 스프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 웹 개발이나 컴파일러뿐이겠는가. 인공위성은 프런트 엔드, 발사체는 백 엔드 기술인 것 같고.. 자동차에서도 주행과 관련은 없지만 탑승자가 대면하고 사용하는 부품들은 프런트요, 엔진룸 안에서 차량을 굴리는 데 기여하는 부품은 백에 대응하는 듯.. 이런 식의 구분은 다른 여러 분야에도 존재한다.

※ 모바일 관련

mobile이라는 말이 원래는 물리적인 이동, 교통과 관련된 단어였다. 미술 조형물 모빌이라든가, automobile 자동차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관련 '통신' 뉘앙스가 더 짙어졌다.
그리고 우리말은 참 희한하게도 '모빌'은 통상적인 의미, '모바일'은 통신 의미로 분화됐다. 마치 '도트/닷', '네트/넷'의 뉘앙스 변화와 비슷한 재미있는 현상이다.
'통신사'가 지금이야 SK 텔레콤 같은 게 먼저 떠오르지만 원래 연합뉴스 같은 언론사 용어였다는 것도 생각해 보자.

Posted by 사무엘

2024/06/11 19:35 2024/06/1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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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어 고안자의 부고

일본에서 지진이 났던 올해 1월 1일 말이다.
파스칼 언어를 고안한 스위스의 컴퓨터 과학자 '니클라우스 비르트' (취리히 연방 공대 교수, 튜링 상 수상자)가 세상을 떠났다. ㄷㄷㄷㄷ
이거 뭐 뒷북 부고 소식을 연달아 전하는구나..;; 이번에는 분야가 신앙 쪽이 아니라 컴공이라는 점만 다르고 말이다.

지난 2011년 가을엔 C 언어를 고안한 '데니스 리치'가 세상을 떠났었다.
C야 워낙 대중적인 언어이고, 또 저 시기는 무려 스티브 잡스의 부고와도 시기가 비슷했다. (딱 1주일 차이) 그래서 데니스 리치의 부고는 이때 작게 잠깐이나마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기가 별 개연성 없고, 파스칼 언어도 C에 비해 아주 마이너하다 보니, 저 사람의 부고는 아무 존재감 없이 묻혀 지나간 것 같다. =_=;;;

파스칼과 C는 1970년을 전후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패러다임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언어이다. 물론 C가 근소하게 더 나중이긴 하다만.
파스칼은 진짜 순수 학자가 만든 반면, C는 AT&T니 벨이니 유닉스니 하면서 학계보다는 더 실무 엔지니어 지향적인 사람이 만들었다. 물론 이것도 상대적인 차이일 뿐, 데니스 리치도 튜링 상 수상자이고 일반인 입장에서 넘사벽 천재인 건 마찬가지이다.

2. 파스칼 언어 구조에 대한 생각

(1) 파스칼은 블록을 begin end로 표현하는 반면, C는 간단히 중괄호 { }로 때운다. 그리고 C는 세미콜론이 문장을 종결하는 부호인 반면, 파스칼에서는 문장을 '구분'하는 부호이다.

그렇기 때문에 C에서 { 1,2,5 } 이렇게 5 다음엔 ,를 붙이지 않듯,
파스칼에서는 begin a(); b(); c() end. end 직전의 마지막 문장에는 세미콜론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아주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세미콜론 ; 은 .와 ,로 이루어진 부호인데 C는 거기서 .의 특성을 더 중시한 반면, 파스칼은 ,의 특성을 더 중시했다고 볼 수 있다.

글쎄, 파스칼은 개념적으로 알골이라는 초창기 언어에서 영향을 받았고, Ada라는 엄청난 언어와도 유사점이 많다고 하는데.. 특히 이 begin end 말이다. 허나, 이 2000년대 관점에서는 저것들도 다 한물 간 언어가 돼 버리긴 했다.

(2) 파스칼은 program, unit, label, const, type, var 등 파트가 언어 문법 차원에서 나뉘어 있는 게 좀 구시대적이고 고지식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 아주 깔끔하고 명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const도 말이다. C/C++에서는 그냥 type modifier의 일종일 뿐인 반면, 파스칼에서는 읽기 전용 상수값들만 선언하는 구간을 나타낸다. 의미는 같지만 용법은 요즘 언어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게 흥미롭다.

C++은 블록 아무 데서나 중구난방으로 타입 선언, 변수 선언, 실행문이 막 섞일 수 있다. 같은 문장이 명칭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변수(객체) 선언일 수도 있고 함수 선언일 수도 있다. 당장 타이핑 하기에는 간결하지만, 지저분하고 정신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에 비해 파스칼은 실행문이 있는 곳과 비실행 선언문이 있는 곳이 더 엄격하게 구분돼 있다. 여느 타입이나 변수뿐만 아니라 goto문 라벨조차도 선언을 미리 쭉 한 뒤에야 실제 문장에서 써먹을 수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파스칼은 컴파일러를 만들기가 더 편하다. 언어 문법 차원에서 소스 코드를 두 번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만 쭉 읽으면서도 최적화 계획을 미리 세우면서 컴파일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특성이 있고, 또 파스칼은 C/C++ 같은 텍스트 인클루드가 난무하는 언어도 아니다 보니, 비슷한 분량의 코드를 컴파일하는 속도가 C/C++보다 훨씬 더 빠르다. 이런 점에서는 파스칼이 같은 네이티브 코드 생성 언어이면서 생산성이 더 뛰어나다.

(3) 파스칼은 C/C++ 계열 언어처럼 main 함수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며, 그냥 코드의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begin end. 가 제일 먼저 실행된다. 요 begin end가 HTML로 치면 <body> </body> 태그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앞의 여러 uses, const, type 등의 선언들은 <head></head> 에 대응하고 말이다.

그리고 파스칼은 이 코드가 단독 실행형 프로그램인지, 아니면 라이브러리(= 파스칼 언어 용어로는 유닛)인지를 소스 코드 차원에서 명시하고 있다.
main 함수가 없는 대신, 맨 첫줄에 program 어쩌구; 아니면 unit 어쩌구; 이런다.
이건 Windows 프로그래밍의 관점에서 보면 모듈 def 파일의 내용을 일부 포함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그 뒤, 마지막 end 다음에 이어지는 마침표는 프로그램 코드의 완전한 끝을 의미한다. end.
이거 다음에 등장하는 텍스트들은 컴파일러가 몽땅 무시하고 짤라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주석이라고 감싸지 않아도, 파스칼 문법에 맞지 않은 텍스트가 등장해도 에러 처리되지 않는다!! 컴파일러에 따라서는 end. 이후에 또 whitespace가 아닌 문자가 있다고 경고 정도나 찍어 줄 뿐이다.

(4) 파스칼의 소스 코드는 C/C++처럼 헤더와 몸체의 구분이 없다. 그래도 단독 실행 프로그램이 아닌 유닛의 소스 코드는 내부적으로 선언부와 구현부의 구분이 존재한다. 그렇잖아도 파스칼은 모든 명칭에 대해서 사전 선언을 요구하는 언어이니.. 이런 구분이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구획을 나누는 키워드가 interface와 implementation이라는 길고 어려운 단어이다. 본인은 저 단어를 중학교 시절에 파스칼 언어의 예약어 명목으로 처음으로 접했었다.;;

(5) 표준 입출력 말고.. 텍스트의 입출력과 관련해서 플랫폼 종속적인 비표준 기능을 제공하는 라이브러리가 Turbo C에서는 conio.h였다. 그리고 Turbo Pascal에서는 uses crt.. 즉 CRT라는 이름의 모듈이었다.
그런데 C/C++에서는 CRT라는 게 C runtime library의 약자이며 conio는 console I/O를 뜻한다. 그럼 파스칼에서 저 CRT는 무엇의 이니셜일까?

그건 화면이라는 뜻에서 그냥 브라운관 CRT를 의미하는 듯하다.
그나저나 C건 파스칼이건 함수를 호출하는 건 동일할 텐데.. 역사적으로 함수 호출 컨벤션에 왜 PASCAL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잘 모르겠다.;;

아무쪼록.. 파스칼은 이대로 묻히기에는 좀 아까운 독특한 언어이지만, 어쩌다 보니 오늘날 주류에서 밀려난 비운의 언어가 된 듯한 느낌이다.;;

3. 여담: 관련 타 언어들

(1)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새로 채택한 언어인 Kotlin, 그리고 애플 진영에서 새로 채택한 언어인 Swift에서 모두 함수의 인자 나열을 C/Java 스타일인 (Type1 val1, Type2 val2)가 아니라..
파스칼 같은 (val1: Type1, val2: Type2)
요 문법을 채택해 있다. 따끈따끈 신흥 언어에서 나름 복고풍 파스칼이 느껴지는 것 같다. ㄷㄷㄷ

그리고 Kotlin은 변수를 선언할 때는 파스칼처럼 var 키워드를 쓰는데, 상수 명칭을 선언할 때는 그냥 '값'이라는 뜻에서 val 키워드를 쓴다.
정작 변수(var)는 L-value라고 여겨지는 반면, 값(var)은 R-value인데도 말이다~! L과 R의 교묘한 언어유희가 아닐 수 없다.

(2) 프로그래밍 언어 분야에는 의외로 미국 말고 유럽.. 그것도 서유럽 영프독이 아닌 다른 마이너(?) 국가 출신들이 기여한 게 많다.

  • 파스칼은 저렇게 뜬금없이 스위스.
  • 파이썬은 네덜란드 (귀도 반 로섬!!)
  • C++은 덴마크 사람인 비야네 스트롭스트룹!!
  • 그리고 볼랜드와 마소에서 펄펄 날았던 PL 전문가 겸 엔지니어인 Anders Hejlsberg도 덴마크!!

애초에 터보 컴파일러 씨리즈로 왕년에 이름을 날렸던 '볼랜드' 사 자체가 덴마크계 사람이 창립한 기업이었다.
한편, Lua는 브라질인지 포루투갈인지 아무튼 그쪽 바닥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5/17 08:35 2024/05/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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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컴퓨터가 취급하는 데이터라는 건 (1) machine word 하나에 다 들어가고 함수 인자에 값이 그대로 전해지는 primitive type이 아니면.. (2) 별도의 메모리를 할당해서 저장하고, 평소엔 그 메모리 주소를 가리키는 포인터만 대신 취급하는 complex type 이렇게 둘로 나뉜다.
그럼 primitive type은? (1) 정수, (2) 포인터, (3) 아니면 부동소수점으로 종류가 크게 나뉘는 것 같다.

문자열은 complex type이고, 문자 하나는 정수라는 primitive type에 속한다.
포인터는 물리적인 형태는 정수와 다를 바 없지만 그 숫자값의 성격, 의미와 용도가 여느 정수와는 전혀 다르다. 그리고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 이념이나 프로그래머의 편의를 구현하기 위해, 무슨 오프셋이나 카운터 같은 부가 정보를 곁들인 약간 뚱뚱한 포인터도 있다. (스마트 포인터, 자기 함수나 클래스의 바깥 문맥도 지원하는 포인터, 다중 상속을 지원하는 멤버 함수 포인터 등등~)

다음으로 부동소수점이 있다. 얘 역시 완전 별개의 영역이다. 얘는 잘 알다시피 과학 시간에 배우는 x.xxxx * 10^yy 이러는 숫자 표기법을 2진법 기반으로 컴퓨터에다 구현한 것이다. x를 mantissa, y를 exponent라고 한다.
얘는 딱딱 떨어지는 이산적인 정보를 좋아하는 컴퓨터에다가 현실의 연속적인(실무 또는 수학 계산) 계산값을 표현하려 애쓴 근성의 산물이다.

부동소수점은 자리수와 관계 없이 유효숫자가 일정하게 보장된다. 그렇기 때문에 -1 ~ 1 사이의 0.xxx 구간이 압도적으로 제일 정밀하다. 32비트건 64비트건, 부동소수점으로 표현 가능한 수의 무려 절반이 -1과 1 사이에 치우쳐 있다. 절대값 1 이상인 양수 지수부와, 그렇지 않은 음수 지수부가 반반씩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0과 0.5 사이에 표현 가능한 수와 0.5와 1 사이에 표현 가능한 수는..?? 지수부의 크기에 비례해서 수백 배 이상 폭발적으로 차이가 난다. 이게 부동소수점의 심오한 세계이다. =_=;;
숫자가 커질수록 표현 가능 구간이 급격히 듬성듬성해지니.. 가장 흔히 쓰이는 축에 드는 32비트 single 부동소수점 기준으로 숫자가 1700만 정도로 커지고 나면 정밀도가 1이 되어 정수와 다를 바 없어진다.

또한, 1/2^n 형태가 아닌 모든 소수점은 원래 형태 그대로 정확하게 표현되지 못하고 유효숫자 이후의 뒷부분이 버려진다. 이 점 역시 감안해야 한다.
부동소수점 숫자를 하나 받아서 이 수의 바로 다음 크기인 수를 구하는 알고리즘을 구현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이 외에도.. x86에서는 정수끼리 나눗셈을 시키면 몫과 나머지가 같이 구해져서 레지스터에 저장된다. 그리고 0으로 나누는 건 CPU 차원에서의 오류/예외로 처리된다.
그러나 부동소수점에서의 나눗셈은 나머지라는 개념이 없다. 그리고 0으로 나눈 결과는 그냥 NaN이라는 값으로 처리된다. 이런 식으로 서로 관점과 동작이 차이가 있다.

초기화되지 않은 부동소수점 변수는 프로그래밍 언어 차원에서 NaN으로 초기화하는 게 한 가지 방법일 것 같다. NaN이 '쓰레기값' 역할을 수행하는 셈인데.. 내 기억으로 D 언어가 이걸 실제로 수행한다고 한다.
그리고 IEEE754 부동소수점 규격을 보면 NaN도 아직 에러까지는 아닌 quiet NaN, 그리고 에러인 signalling NaN으로 나뉘어 있다.

현실의 프로그래밍 언어에서는 IEEE32 (single, float) 내지 64 (double) 이 둘만을 제일 많이 볼 것이다. 당장 마소 Excel이 취급하는 숫자의 자료형만 해도 64비트 double이다.
그러나 사실은 표준 규격으로나 역사적으로는 이보다 더 다양한 부동소수점 규격이 존재한다.

  mantissa exponent
IEEE16 11 5
IEEE32 24 8
IEEE64 53 11
IEEE128 113 15
IEEE256 237 19
MBF32 24 8
MBF64 56 8
Turbo Pascal Real 40 8
long double (IEEE80) 65 15


같은 공간 안에서 유효숫자 개수와 표현 가능한 자리수 구획을 정하는 건 꽤 미묘한 고민거리인 것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전체 공간이 커지더라도 exponent는 그에 비례해서 쭉쭉 커질 필요가 없으며, 로그함수 급으로 아주 느리게 증가해도 된다는 것이다. (비율이 갈수록 작아짐) 말 그대로 2의 exponent 승만큼의 자리수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ponent가 8만 돼도 0이 38개나 붙은 자리수를 표현할 수 있고, 바이트 경계가 딱 나뉘어서 처리하기 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한 부동소수점 규격들이 얘를 8비트로 잡은 걸 볼 수 있다.

MBF는 오늘날 같은 IEEE754 표준 규격이란 게 등장하기 전, 1980년대 마소의 BASIC 언어에서만 독자적으로 쓰였던 규격이다.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젊은 시절에 나름 이런 것까지 독자적으로 만들어서 구현했다니..
MBF32는 IEEE32와 공간 크기와 분배 배율이 동일하지만, 비트 배치 순서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바이너리 차원에서 곧바로 호환되지는 않는다.

mantissa와 exponent 모두 내부적으로 부호 비트가 존재한다. 전자의 부호는 표현하는 숫자 자체의 양-음 여부를 결정하며, 후자의 부호는 숫자가 1보다 큰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저 표에서 mantissa-1을 3.3으로 나누면 (3.3의 의미는 ln(10)/ln(2)의 근사값) 10진법 기준의 유효숫자 개수가 나온다.
그리고 표현 가능한 범위도 exponent-1을 3.3으로 나누면 10진법 기준의 표현 가능 최대 자리수가 나온다.

맨 위의 16비트 부동소수점은 half-precison floating point라고 불리는데, 유효숫자가 3개밖에 안 되고 5비트짜리 exponent로는 최대 자리수도 겨우 10000대밖에 안 된다. 그러니 실용적인 가치는 매우 낮지만 이런 숫자도 머신러닝 계산용으로는 쓰이는가 보다. 그렇기 때문에 FP16이라는 옵션도 있는 거겠지?
그리고 볼랜드의 16비트 파스칼 컴파일러에만 전무후무 존재했던 6바이트 Real은 존재가 참 독보적이다. 4도 8도 아닌 그 중간.;;

부동소수점은 그 구조상 숫자 2개를 조합해서 한 숫자를 표현하니, 각종 산술 연산이나 비교 따위가 정수를 취급하는 것보다 무겁고 부담스럽다. 특히 자칫 잘못하면 동일한 숫자를 표현하는 방식이 여러 개 존재할 수 있게 되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자리수를 일정하게 맞추는 '정규화'라는 규칙이 필요하다.
그리고 부동소수점 연산은 초딩 시절에 배웠던 어림셈과 비슷한 면모가 있다. 아주 큰 수에다가 아주 작은 수를 많이 더하면 오차가 쌓이고 결과가 안 좋아진다.

쌍팔년도 시절엔 부동소수점 연산을 하드웨어 가속으로 보조해 주는 CPU 애드온이 별도로 존재했다. 일명 FPU, 코프로세서.. 그 시절엔 이거 하나만으로도 존재감과 가격이 지금으로 치면 고급 게임용 GPU나 마찬가지였다.

286~486 시절엔 모든 컴퓨터에 코프로세서가 있는 게 아니었다(486은 제일 저가 깡통 모델인 SX만). 그렇기 때문에 그 시절의 컴파일러들은 부동소수점의 처리 방식을 지정하는 옵션이 있었다. 무슨 x87을 지원할지, 그런 FPU 코프로세서가 없는 경우를 대비한 소프트웨어 연산 처리 코드를 넣을지를 말이다. =_=;;

자고로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면 정수나 포인터를 어떤 형태로든 취급하지 않고 동작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부동소수점을 전혀 취급하지 않는 프로그램은 분야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부동소수점을 더 빠르게 다루는 건 소프트웨어로나 하드웨어로나 오랫동안 추가 옵션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하드웨어 현질 없이 소수점 연산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 고정소수점이라는 편법도 쓰였다. 기존 정수에다가 자리수만 기계적으로 옮기고 곱셈과 나눗셈 결과를 보정하는 것 말이다. 32비트 정수를 16:16 내지 26:6 이런 식으로 분할했다. 단점과 한계가 명백하지만 이게 성능 하나는 워낙 탁월하니.. 옛날 게임이나 폰트 엔진 같은 일부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쓰였다. ㄲㄲㄲㄲㄲ

그러다가 펜티엄이 돼서야 부동소수점 명령이 CPU에 기본 내장되고 지원되게 됐다. 그랬는데 그 펜티엄에서 바로 FDIV 나눗셈 결함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가정용 컴에서까지 걱정해야 할 무슨 심각한 보안 문제 급은 아니었다. 아주 극단적으로 크거나 작은 수를 다룰 때 아주 미세하게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80비트 long double의 경우, x87 프로세서에서도 지원 자체는 한다. 심지어 더 작은 32/64비트 부동소수점을 다룰 때도 중간 계산 결과는 다 80비트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x87 이후에 도입된 SIMD 명령은 80비트 부동소수점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80비트가 사실상 봉인돼 버렸다.

이거 무슨 분당선 전철이 훗날 8량 편성으로 고정되면서 처음에 미리 만들어졌던 수서-오리의 10량 기준 승강장의 일부 영역이 봉인된 것과 비슷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ㅋㅋㅋㅋㅋ
하물며 128이나 256비트짜리 초대형 부동소수점은 어디 쓰이는 곳이 있기는 한지 잘 모르겠다.

본인이 과거에 만들었던 프로그램 중에 부동소수점 연산을 많이 하는 축에 드는 놈으로는 "3차원 그래픽 시연 프로그램"이 있다. 빌드된 실행 파일을 들여다보면 x87 명령이 많이 쓰인 게 눈에 띄었다.
그런데 얘를 컴파일러를 업글해서 다시 빌드하니 코드의 레이아웃이 싹 바뀌었다. x87의 구닥다리 fmul fld fadd fstp 대신, addsd movaps mulsd 처럼 SIMD 명령이 쓰인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는 부동소수점 한둘의 연산을 넘어, 벡터· 행렬 같은 여러 데이터의 연산을 한 명령으로 한꺼번에 처리해 주는 확장 명령이다. 1999년, 펜티엄 III에서 도입됐다.
이미 Visual C++ 200x 시절부터 이 명령을 사용해서 컴파일하는 옵션이 /arch에 딸려 있긴 했다. 그러다가 2012부터는 별다른 옵션이 없으면 이 명령 세트를 사용하는 게 디폴트가 됐다~!!

이게 예전 198~90년대에 x87 명령 사용 여부와 비슷한 컴파일 옵션인 셈이다. 2012에서는 Windows XP 지원도 공식적으로는 최초로 끊겼는데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상이다. 부동소수점과 관련하여 할 말한 얘기가 생각보다 많았다. ^^
x87에는 사칙연산뿐만 아니라 제곱근, 삼각함수, 2를 밑으로 하는 지수와 로그 같은 간단한 초월함수까지 CPU 명령 하나로 해치워 준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수학 함수를 지원하는 건 아니어서 e를 밑으로 하는 지수와 로그는 지원하지 않는다. 2는 지원하고 e는 지원하지 않는다니.. 진짜로 수학 대신 컴퓨터 지향적인듯. ㅎㅎ

그러니 CPU빨이 없는 수학 함수는 C 라이브러리에서 어떻게 구현돼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부동소수점을 10진법 문자열로 변환하거나 vice versa하는 것 말이다. 이거 은근히 어렵고 번거로울 텐데? exponent와 mantissa를 다 진법 변환하면서 두벌일을 해야 하니까..
에니악 같은 초창기 컴퓨터가 그 비효율 삽질에도 불구하고 숫자를 처음부터 10진법 단위로 묶어서 표현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지 싶다.

여담: 숫자 자체를 컴퓨터가 primitive로 지원하는 숫자 unit들 여러 개를 묶어서 complex type처럼 취급하는 분야는 다음과 같다.

  • 수십~수백 자리 어마어마하게 큰 정수: 공개(비대칭) 키 암호화 라이브러리에서 필요하다. 금융 거래 같은 데서..;; 얘만 기막히게 빠르게 처리해 주는 정수 연산 라이브러리도 있다.
  • 유리수: 부동소수점 단독으로는 유리수 하나도 정확하게 표현이 안 되니 정수 2개 분자/분모를 따로 취급한다. Windows 계산기가 내부적으로 이렇게 동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 복소수: 부동소수점 2개를 묶어서 실수/허수를 표현한다. 수학· 과학 일부 분야에서 쓰인다. C++에 complex라는 클래스가 있는데, 템플릿 형태여서 정수만으로 구성된 복소수도 만들 수는 있다.
  • 소수점만 임의의 자리수로: 전용 수학 패키지에서 쓰인다.
  • 행렬· 벡터, 사원수: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게임을 포함해 컴퓨터그래픽 분야에서 쓰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4/04/25 08:35 2024/04/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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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indows의 컴퓨터 비트 수 변화

과거에 주류 PC 환경이 (1) 16비트에서 32비트로 바뀌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int와 WPARAM, handle, 포인터가 모두 4바이트 크기로 바뀌었고, 이로 인해 메시지도 몇몇은 스펙이 불가피하게 바뀌었다.
좌표계의 기본 단위도 다들 32비트로 확장됐고, 이로 인해 GDI 함수들이 상당수가 Ex 버전으로 바뀌었다. 왜냐하면 예전처럼 x, y 좌표 둘을 long 하나에다 묶어서 전달할 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점형 멀티스레드가 지원되고 그 전에 모든 프로세스들이 자기만의 독립된 주소 공간을 갖는다는 건.. 과거엔 정말 상상도 못 할 혜택이다.
8비트야 거의 임베디드 급의 열악한 환경이니 멀티태스킹 따위는 별나라 얘기였다. 16비트 시절엔.. 어정쩡하게 아주 불편하고 힘들게 가능했던 반면.. 32비트가 되니 주소 공간도 넉넉하고 이제 좀 그럭저럭 할 만해진 것이다.

그리고 32비트에 와서는 예전에 깐깐하게 구분해야 했던 게 이제는 구분이 필요 없어지고(예: HINSTANCE vs HMODULE, far vs near), 예전에는 꼭 할당하고 해제해 줘야 했던 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는 등(resource 관련 API, MAKEPROC 따위).. 프로그래밍 하기가 전반적으로 더 간편해지고 편리해지기도 했다.

그에 비해 (2) 32비트에서 64비트로의 변화는 뭐.. int와 포인터의 크기가 달라진 것으로 인한 자잘한 충돌과 이식성 문제가 고작이다. 4GB 한계가 없어지기만 했을 뿐, 체감되는 변화는 아주 미미하다.
Windows의 경우, int는 물론 long조차도 여전히 32비트 크기로 유지된다. 그러나 WPARAM은 64비트로 확장됐다.

전에도 한번 얘기했듯이 게임기는 1990년대 후반, PC는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은 2010년대 후반이 돼서야 슬슬 64비트 시대에 들어섰다.
이런 곳은 비트 수가 점진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기존 코드와의 호환성이 중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포인터만 빼고 int나 long은 4바이트로 할지 8바이트로 할지 고민이 많은 편이었다.

그 반면.. 슈퍼컴퓨터 전용 아키텍처가 있던 시절 말이다. 197, 80년대에 처음부터 64비트로 시작했던 컴터 환경에서는 레거시 고민 따위 없었다. Cray 같은 플랫폼에서는 쿨하게 처음부터 int고 포인터고 몽땅 다 무식하게 64비트 모델을 채용한 곳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오늘날이야 int까지 8바이트인 컴퓨팅 환경은 없다고 봐도 되지만..
그리고 저런 옛날 컴퓨터들은 데이터를 취급하고 연산하는 단위만 64비트였다. 아무리 슈퍼컴이라 해도 자기네 메모리 용량이 4GB에 미치지는 못했기 때문에 64비트 컴퓨팅이 곧 64비트 addressing을 의미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addressing까지 다 되는 64비트 CPU는 1990년대가 돼서야 등장했다. (MIPS, DEC Alpha 따위) 아하~

얘기가 좀 옆길로 샜는데.. 아무튼 Windows는 16비트에서 32비트로 넘어갈 때 변화가 좀 있었고, 32에서 64비트로의 변화는 미미한 편이었다. 그럼 Windows의 역사상 16비트에서 32비트로의 전환만이 대격변이었던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옛날, (3) Windows 1 (+2)과 3 사이는 플랫폼 SDK의 변화, C 컴파일러의 변화 등의 단절이 더 심했다.

Windows 1과 2는 아직도 리얼 모드 내지 끽해야 286 표준 모드에서 멀티태스킹을 구현하던 정말 암울한 시절이다.
Windows의 오랜 역사를 좀 아는 guru라면, 20세기에 Windows에서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바로 95나 NT도 아니고 3.0에서 "386 확장(enhanced) 모드"가 정식 도입되었던 사건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 링크)

그랬기 때문에 Windows 1과 3은 같은 16비트 기계어에 같은 NE 포맷임에도 불구하고 1용 프로그램이 후대의 3 내지 9x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게다가 저 1980년대의 구닥다리 C 컴파일러는 함수를 정의하는 문법조차 ANSI가 아닌 기괴한 K&R 방식이었다니.. 소스 레벨의 호환성도 기대하기 어렵겠다. 더 자세한 건 여기 글을 참고하시라. (☞ 링크)

2. 마소의 16비트 P-code 기술

마소와 관련된 옛날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이 블로그에서 본인이 지금까지 이 얘기를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니 놀랍다.;;
네이티브 기계어가 아니라 다른 중립적인 바이트코드 기반으로 돌아가는 '가상 기계 프로그램'이라 하면 흔히 Java (JVM)나 C# (.NET, CLR) 같은 것만 떠올리기 쉽다. 이런 건 최소 32비트 이상의 컴퓨팅 환경에서 등장한 런타임 환경이다. 고유한 클래스 라이브러리도 갖고 있고 쓰레기 수집기도 제공한다.

하지만 마소는 창립하자마자 그 허접한 197, 80년대 8비트 컴퓨터로 제일 먼저 만들었던 게 BASIC 인터프리터였다. 현대적인 가상 머신 정도로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고유한 바이트코드 가상머신 기술을 보유해서 16비트 컴퓨팅 시대까지 잘 써먹었다.

마소에서는 그 바이트코드를 스스로 P-code라고 불렀다. P는 pseudo-, portable, packed(조밀) 등을 뜻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걸 Basic뿐만 아니라 C/C++ 언어 컴파일러에다가도 접목했었다. 아니, 베이식은 그렇다 치지만 기계어 직통 컴파일이 당연시되는 언어이던 C/C++에다가는 성능(= 실행 속도) 희생까지 감수하면서 도대체 왜..?

이 바이트코드는 크기가 작았기 때문이다. 이게 packed의 의미이다.
같은 프로그램 소스를 비슷한 최적화 수준으로 컴파일 했을 때, 네이티브 x86 기계어 코드보다 훨씬 더 작은 크기로 표현할 수 있었다. 심지어 P-code를 해독하는 가상머신 코드의 오버헤드(9K 남짓?)를 포함시키더라도 수지맞는 장사였을 정도라니.. 이건 뭐 실행 파일 압축 기능까지 약간이나마 겸한 셈이었다.

컴퓨터 역사의 관점에서 볼 때 x86 자체도 골수 CISC 구조로서, 현대적인 아키텍처 대비 기계어 코드가 조밀하고 크기가 아주 작은 축에 드는 아키텍처라고 여겨진다. (그 대신 읽어들이고 디코딩하는 난이도가 쥐약이고, 저전력 모바일과 상극)
그런데 마소의 P-code는 그 악명 높던 x86 기계어보다도 더 조밀하고 작다니.. 그 시절에 얼마나 메모리가 비싸고 귀했고 메모리를 어떻게든 아껴야 했는지가 실감이 간다. PC에서도 386 486 같은 32비트 CPU는 진작에 등장하고 값도 내려갔지만.. 메모리가 아직 병목이었다. 이게 더 싸지고 풍부해진 뒤에야 본격적으로 Windows 95/NT가 쓰일 수 있었다.

Visual Basic이야 exe를 생성한다 해도 런타임 dll이 따로 필요하고 내부 코드는 P-code 기반이었다. 1997년에 출시된 5.0.. 최초로 32비트 전용으로 출시된 이 버전에 이르러서야 네이티브 코드 컴파일 기능이 도입됐다.
C/C++의 경우, MS C/C++ 7.0과 Visual C++ 1.x 시절.. 16비트 한정으로 이런 기능이 있다가 32비트부터는 폐기됐다. 그 대신, 16비트이기만 하면 플랫폼은 DOS와 Windows를 모두 지원했다.

따지고 보면 Windows NT의 32비트 PE (portable executable)는 저런 P-code와는 접점이 없었던 셈이다. 32비트 Visual Basic 5나 6을 쓰지 않는 한 말이다
자세한 것은 이 링크의 설명을 참고하시라. 마소의 전설적인 P-code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소개한 글은 "Microsoft P-Code Technology" by Andy Padawer이 유일한 것 같다.

QuickBasic이나 GWBASIC은 소스 코드를 고유한 바이너리 포맷으로 저장하는 기능이 있었다. 이건 세상 그 어느 프로그램 개발 환경에서도 없는 기능이었지 싶다.
그 반면, 저 P-code는 소스 코드가 아니라 나름 기계어를 표방하고 컴파일된 코드였다는 차이가 있다.

3. 마소와 볼랜드 프로그래밍 툴의 Windows 지원 내력

(1) 아마 예전에 이 얘기를 한 적이 있었을 텐데..
1980년대 말부터 마소와 볼랜드에서는 주요 프로그래밍/개발툴을 내놓으면서 뭔가 교육용 저가 보급형 제품군에다가는 각각 Quick과 Turbo라는 스피디한 브랜드명을 붙였고, 기업용 기함급 모델에다가는 그냥 자기 회사 이름을 붙였었다.

(2) 1990년대 초엔 C 컴파일러에는 C++의 지원이 추가되었다. 그래서 지원 언어 표기가 C/C++이라고 바뀌었다.
마소의 경우, QuickC는 Microsoft C를 먼저 만들다가 곁다리로 병행하며 잠깐 만들었던 제품이다. 이건 C++ 지원 없이 겨우 2.0에서 맥이 끊겼다. 그 대신 이전부터 만들어 오던 MS C 6의 다음 버전이 MS C/C++ 7이 되었다(1992). 그리고 이거 다음 버전부터는 그 이름도 찬란한 Visual 브랜드가 시작됐고, C는 떼어낸 채 Visual C++ 1로 넘어갔다.

저 때는 1993년 무렵이었다. Visual C++은 Windows NT와도 역사를 함께한다. 이게 마소에서 최초로 내놓은 32비트 C/C++ 컴파일러이며, Windows NT 내부의 각종 프로그램들을 빌드하는 용도로, 즉 자체적으로도 쓰였기 때문이다.
물론 Visual C++도 1.5까지는 16비트 버전이 같이 나오긴 했었다. 그리고 대외적인 버전 번호는 1로 리셋됐지만 얘 역시 MS C를 계승한 제품이라는 흔적은 MSC_VER이던가 그 매크로 상수의 번호에 남아 있다.

(3) 한편, 볼랜드 진영에서는 Turbo C 2.0의 다음 작품이 Turbo C++ 1.0이 되었다. 제품명과 버전이 다 리셋됐다니 좀 이례적이다.
그리고 그 다음 버전인 Turbo C++ 2때부터 같은 버전의 Borland C++도 나란히 나오기 시작했다고는 하는데.. 실질적으로 Turbo와 Borland의 구분이 생겼다고 일반인들이 존재감을 인지하는 첫 버전은 3이다.
Turbo C++은 3인가 3.1에서 맥이 끊겼다. 그 뒤 적어도 4~5 버전부터는 Borland C++만 나오다가 RAD 툴인 C++ Builder 1로 넘어갔다.

(4) 그 시절 C/C++ 컴파일러 업계에서는 C++ 지원뿐만 아니라 Windows 플랫폼의 지원도 중요한 이슈였다.
마소는 DOS에 이어 Windows를 만들던 본가였고, C는 어셈블리어와 더불어 자기들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주력 언어이기도 했다. 그러니 MS C는 처음부터 Windows를 지원하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1980년대 중반, 정말 구닥다리 MS C 4~5 시절부터.. 그야말로 전설적인 Windows 1.x, 2.x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단, QuickC는 DOS용 버전 2.x대와 별개로 QuickC for Windows 1.0이 딱 한 번만 나오고 말았던 듯하다. 요컨대 마소는 QuickC의 Windows 버전만이 버전 리셋을 했고, 볼랜드는 C++ 컴파일러를 구현할 때 버전 리셋을 했다.

그에 비해 볼랜드 제품에서 Windows 지원이 추가된 건 버전 3.x부터로, C++까지 지원되고 난 이후의 일이다. 심지어 Win32의 지원은 Windows 95가 출시되고 4.x 정도는 된 뒤부터다. 후발주자 3rd-party 업체이니 이런 것 수용은 한 발 늦을 수 있다지만.. Windows용 32비트 extender까지 미리 만들었던 Watcom 같은 업체하고는 개발 방향이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그 대신 볼랜드에서는 OWL이라고 꽤 잘 만든 객체지향 프레임워크를 연구 개발했다.
이렇듯, Windows 지원과 관련해서는 볼랜드와 마소 개발툴 간에 이런 내력의 차이가 있었던 셈이다.

(5) 자, 그럼 C/C++ 다음으로 파스칼의 세계로 가면..
볼랜드에서 Turbo Pascal을 내놓으면서 1980년대를 호령하고 재미를 봤다. 도스 아니면 기껏해야 OS/2에서 말이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 Turbo Pascal 6 타이밍 때 TP for Windows를 1.0과 1.5 두 차례 내놓았다. 아마 5.x던가 6이던가..
이때 ObjectPascal이라는 객체지향 문법이 언어에 도입되기도 했지만 이건 TP의 버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 대신 Windows용을 1.0부터 다시 내놓았다는 점이 Turbo C++과는 다르다.

그러다가 Turbo Pascal 버전 7이 Borland Pascal 7과 나란히 출시됐으며.. 이 BP7은 TP for Windows 2를 통합· 포함한 형태가 됐다. 제품 라인업 한번 복잡하네..;;
TPW는 about 대화상자에 수학자 파스칼 얼굴이 그려져 있는 반면, BPW는 그렇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2년에 출시된 Borland C++ 3.1, 그리고 Borland Pascal 7이 도스와 Win16을 풍미했던 장수만세 안정판으로 여겨진다.
Borland C++은 C++ Builder로 넘어가기 전 1993~1995년 사이에 자체적으로 버전이 4~5까지 올라가기도 한 반면, BP는 델파이로 넘어가기 전에 딱히 버전업이 없었다.
심지어 Delphi도 1995년의 첫 버전 1은 Win16, 16비트용이었고 버전 2부터 Win32로 넘어갔으니, 32비트화도 C++보다 늦은 셈이다.

한편, 마소는?? 처음에 Microsoft Pascal을 1980년대에 4.x 버전까지 개발했었다. 하지만 이건 Turbo Pascal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접었다. 그렇게 접기 직전에 경쟁사 제품처럼 뽀대나는 IDE를 얹은 QuickPascal 1.0을 최후의 발악 차원에서 한번 내놓았을 뿐이다. Windows 지원 같은 것도 당연히 없었고 제품의 맥이 끊겼다.
볼랜드에서는 Turbo Basic을 만들었다가 반대로 마소의 QuickBasic 대비 승산이 없다고 생각해서 포기해 버렸으니.. 행보가 서로 정반대인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3/30 08:35 2024/03/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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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품 판매되는 DOS

(1) 197, 80년대에는 컴 단말기가 아니라 개인용 컴퓨터라는 건 이제 막 정립되고 있었고, 소프트웨어도 하드웨어와 함께 딸려 나오는 게 아니라 독립된 제품이라는 인식이 이제 막 정립되던 중이었다.
그래서.. 마소에서 만들었던 MS-DOS도 말이다. 1.0부터 4.x에 이르기까지는 다들 PC와 함께 OEM 형태로만 공급됐다. 도스 자체가 단품 패키지로 개별 소비자에게 retail 판매되기 시작한 건 1991년, 무려 5.0부터였다고 한다. himem.sys와 DOS=HIGH가 첫 도입됐던 그 역사적인 물건 말이다.

아 글쎄.. Windows 1.x 시절이던 1986년에 3.2 버전도 단품 패키지가 있긴 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 방식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한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실적으로 대다수 사용자들이 패키지 판매를 기억하는 건 아무래도 끝물인 6.x버전이지 싶다. 이 무렵에 마소는 IBM과 사이가 단단히 틀어져서 PC-DOS와 MS-DOS의 격차도 벌어지고, Windows와 OS/2도 격차가 벌어졌었다.
1990년대 들어서 MS-DOS는 이렇게 독립을 했는데, 매크로 어셈블러(Macro Assembler)는 그 무렵쯤에 반대의 길을 갔다. 단독 독립 제품으로서는 단종이고, MS C/C++이나 Visual Studio 같은 더 큰 제품에서 제공되는 유틸리티로 흡수되었다.

(2) MS-DOS가 대기업의 PC와 함께 공급되던 시절, 대략 쌍팔년도 정도까지는 한글 MS-DOS에 내장돼 있던 한글 바이오스도 PC 제조사들별로 제각각이었다.

  • PC 제조사: 대우, 금성, 현대, 삼보 등
  • 제3자 써드파티: 도깨비, 한메, 태백 등
  • 마소 자체 개발: hbios, mshbios. Windows 3.1 + MS-DOS 6부터.

한글 바이오스 만드는 게 첨단 시스템 프로그래밍이던 시절이 있었다니.. 추억 돋는다. =_=;;
기능이 제일 많고 성능도 뛰어나던 건 역시 써드파티 제품들이었다. 조합형도 지원하고, 다양한 폰트와 글자판(세벌식까지)도 지원했지만.. 역시 1990년대 중후반쯤부터는 개발의 맥이 끊겼다.
현재 한글 바이오스가 돌아가는 중인지를 무슨 API를 호출해서 어떻게 판별했는지 궁금하다.

(3) MS-DOS는 버전 1부터 4까지는 OEM이었고 5~6 사이에 잠깐 독립 제품.. 그리고 마지막 7~8 버전은 Windows 9x에 포함된 채로 제공.. 이렇게 역사가 정리된다.
그 중에 OEM 끝자락이던 MS-DOS 4는 DOS shell이 처음 도입되었고 FAT16 파일 시스템의 개편으로 하드디스크 용량을 2GB까지 인식할 수 있게 하는 큰 변화가 있었다(종전에는 꼴랑 32MB까지만.. =_=) 하지만 4.0은 버그가 너무 많아서 곧 4.01로 패치가 돼야 했다.

이건 마치 버그가 너무 많아서 온갖 서비스 팩들이 덕지덕지 나와야 했던 Windows NT 4의 행로와도 비슷해 보인다.
그리고 개발툴 중엔 Visual Studio .NET 첫 버전(2002, 7.0)이 금세 묻혀 버렸던 것과도 처지가 비슷하다.

(4) 끝으로.. MS-DOS의 대체품으로 DR-DOS라는 게 있기도 했고, 그걸 한때 네트워크 솔루션으로 유명했던 어느 기업에서 인수하여 노벨 도스로 계승되었다.
한편, MS-DOS의 셸만 대체해서 강화한 제품으로 4DOS라는 게 있었다. 그걸 노턴 유틸리티에서 인수해서 더 발전시킨 게 NDOS...이다. 노벨 도스와 이니셜이 같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제품이다.

2. Rational

옛날에 Rational이라는 이름을 가진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가 둘 있었다.

(1) Rational Software는 소프트웨어공학 툴이라고 해야 하나.. 딱 정확하게 개발툴, IDE나 컴파일러는 아니지만 어쨌든 소프트웨어 설계· 개발과 관련이 있는 전문 도구를 개발해 왔다. 콕 집어 코딩, 프로그래밍이라기보다는.. 더 거시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말이다.
Rose라는 툴이 유명했다. 꽃하고는 별 관련 없고, 다른 단어들의 이니셜이 저렇게 된 거지 싶다. 내 기억으로 Visual C++ 6 시절에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에는 Rose의 데모 축소판이 번들로 제공됐던 적이 있었다.

얘의 제조사는 2003년에 IBM에 인수됐다. IBM이 PC용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든 게 지금은 망한 운영체제 OS/2, 그리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통계 패키지 SPSS 정도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Rose도 IBM 휘하로 넘어갔는가 보다.
하긴, 엑셀에 대항하여 넥셀이 있고, AutoCAD에 대항하여 캐디안이 있는 것처럼.. Rose의 저렴한 국산 대체제로 StarUML이라는 제품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직장에서 보고서 쓸 때 각종 UML 다이어그램 그리는 용도로 사용해 봤다.;; 클래스 관계 모식도라든가 각종 시퀀스 다이어그램 따위..
하긴, 그 비싼 프로그램에 겨우 다이어그램을 그리는 기능밖에 없으면 그냥 Visio 같은 벡터 드로잉 툴과 아무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럴 리는 없고, 여기서 만든 설명대로 Java 클래스 파일을 생성하고 문서를 생성하는 기능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2) 그 다음으로 Rational Systems라는 곳이 있었다. 얘는 1980년대부터 DOS extender만 전문으로 개발해 왔다. 16비트에 640KB 메모리에 쩔어 있던 도스 환경에서 보호 모드를 구현하고, 메모리를 골치 아픈 제약 없이 32비트 그대로 접근하게 해 주는 획기적인 런타임 말이다.

사실, DOS extender라는 걸 처음으로 개척한 회사는 Phar Lap이었다. 워크스테이션에서나 돌릴 만한 거대한 업무용 프로그램을 PC용으로 포팅할 때 원래 Phar Lap의 extender가 주로 쓰였다. 옛날에 도스용 아래아한글도 전문용 내지 32비트 에디션은 얘를 사용했다.

그러나 Rational Systems에서는 DOS/4G라는 제품을 개발하고, 이걸 Watcom C/C++ 컴파일러에 DOS/4GW라는 번들 버전으로 아주 저렴하게 공급해 줬다. 1993년 말에 Doom이라는 게임이 딱 이 솔루션을 사용해서 출시되면서 DOS/4GW라는 32비트 extender는 세계적인 히트를 치게 됐다.

환상적인 그래픽을 선보였던 Doom이 어셈블리어를 거의 쓰지 않고 이식성 높은 C 코딩으로만 구현될 수 있었던 비결엔 이런 신기술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래픽을 제대로 보려면 그 당시로서는(1993~1995) 아직 가격이 부담되는 고성능 컴터이던 486급이 필요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Doom은 이 장르에서 하드웨어 가속이 없이 CPU 연산/소프트웨어만으로 동작한 마지막 게임이기도 했다. ^^ 이렇게만 동작해서는 320*200보다 더 높은 해상도에서 3D 폴리곤 그래픽이 실시간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기란 굉장히 무리였을 것이다. 뭐, 그래픽의 하드웨어 가속에도 더 높은 데이터 대역폭이 필요할 것이고, 32비트 버프가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 덩치 큰 도스용 게임들은 처음 실행될 때 DOS/4GW 로고가 뜨는 게 무척 많았다. 이게 무슨 흥행 보증수표처럼 느껴질 정도로..;;
PC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이 개발사는 훗날 Tenberry Software이라고 이름이 바뀌고 2000년대 초반까지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도스 시절이 끝난 뒤엔 없어졌는지 근황을 모르겠다.

요컨대, 두 Rational들은 분야는 다르지만 과거에 뭔가 비범한 소프트웨어들을 개발하곤 했다. ^^.

3. 옛날에 C++ 코딩 환경

난 왕년에 이런 시퍼런 화면에서 코딩을 해 봤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쌍팔년도를 넘어서 1990년대가 되자.. 이제 막 C가 아니라 C++ 직통 컴파일러라는 게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IDE의 텍스트 에디터에 syntax coloring이라는 게 제공되기 시작했다.
코드에서 예약어는 진하게 표시하고, 전처리기는 별도의 색깔로, 상수 리터럴이나 주석도 별도의 색깔로.. 이거 말이다. 하긴, 1990년대는 이제 막 VGA와 컬러 모니터가 보급되었던 시절이고, 286이니 386이니 하던 컴터 성능도 실시간 컬러링을 구현해도 될 정도로 향상됐다.

그 당시 도스용 컴파일러의 본좌는 볼랜드...였는데, Turbo C++ 3.0 버전부터 IDE에서 컬러링이 지원되기 시작했다. 1과 2 시절엔 저런 게 아직 없었다.
오 그런데... 말로만 듣던 Turbo C++와 Borland C++가 차이가 있었나 보다. 난 Turbo C++ 것만 어린 시절에 직접 봤었다.
일반 명칭은 초록색, 문자열 상수는 빨강, 전처리기는 저렇게 청록색 바탕, 기호가 노란색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Borland C++은 보니까 일반 명칭이 노랑, 문자열 상수는 청록, 전처리기가 초록, 기호는 하양이다.
난 도스용 볼랜드 개발툴 IDE에서 C++의 컬러링이 저렇게 되는 건 직접 본 적이 없고, 구글 검색을 통해서 난생 처음 본다. 비슷한 시기에 동일 회사에서 내놓았던 Borland Pascal과 더 비슷해졌다. 우와..

사실, Turbo와 Borland의 차이는 Visual Studio로 치면 standard 에디션(개인용)과 enterprise 에디션(기업용) 같은.. 에디션 급의 차이와 비슷하다.
아.. 옛날에.. 볼랜드 IDE를 따라 djgpp 진영에서 개발했던 rhide는.. C/C++ 코드에 대한 컬러링이 Turbo가 아니라 Borland C++ 스타일이었다. 자, 난 저런 것도 기억하는 세대다. -_-;;;;

프로그래밍, 코딩이라는 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재미있다.
참고로, 코딩 하다가 .이나 ->를 찍었을 때 멤버가 쫘르륵 나오고 명칭이 자동 완성되는 기능은..
1990년대 "말"이 돼서야 제공되기 시작했다. 그건 그만큼 구현하기 더 어려운 기능이었고, PC가 못해도 펜티엄 2 이상급으로 성능이 좋아진 뒤에나 쓸 만했다.

요즘은 이 기능이 없으면 너무 불편해서 코딩을 못 할 것이다. 옛날에 텍스트 에디터가 불편하고 컴퓨터 메모리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각종 함수 명칭을 아주 짧고 암호 같이 붙이는 게 관행이었지만..
지금은 코드 양이 너무 방대해지고 저런 자동 완성 기능도 발달하니 길게 길게 풀어서 써 주는 편이다. setmemmgr() 대신에 SetMemoryManager() 같은 식.

4. PowerBasic

198~90년대에.. BASIC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입문하기 간편한 대신, 인터프리터 방식 위주이고 실행 속도가 느리다는 게 상식 겸 통념이었다. 즉, 언제까지나 교육용이지, 실무용은 "영 아니올시다"였다. 그러나 BASIC에 대해 그 통념을 정면으로 도전하고 반박하는 이단아 제품이 있었으니, 바로 PowerBasic(파베)이었다.

얘는 BASIC이라는 언어에다가 C/C++ 같은 이념을 접목했다. 마소처럼 느린 P-code 갖고 깨작거리거나 비주얼 RAD 툴 컨셉을 씌우는 게 아니라, 최적화되고 단독 실행 가능한 네이티브 코드 컴파일을 추구했다. 그렇다, 이 컴파일러 엔진을 만든 주 개발자는 그야말로 x86 어셈블리어에 정통한 smaller, faster 최적화 덕후 장인이었다.

PowerBasic은 마이너 비주류 제품군이지만 나름 존재의 의미는 있었다. 베이식 언어로 C/C++ 급의 작고 빠른 프로그램을 생성해 줬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덩치도 Visual Studio에 비하면 그냥 깃털 같은 수준이니 아주 실용적이었다.

얘는 16비트 도스에서 32비트 Windows까지는 잘 갈아탔다. 하지만 그 이후의 시대 변화에는 따라가지 못한 채, 2020년대에 와서는 명줄이 사실상 끝난 상태이다.
일단, 주 개발자인 Bob Zale 할아버지가 별세한 지가 이미 10년이 넘었다. 적절한 후임 개발자를 양성하지 못했는지, 파베는 x64건 arm64건 일단 64비트 버전이 못 나오고 있다.

살상가상으로.. PowerBasic 컴파일러 자체부터가 통짜 어셈블리어=_=;;;로 개발됐고, 코드가 호락호락 maintainance 가능한 구조가 아니라고 한다. 이러면 뭐 과거의 OS/2나 dBASE 같은 꼴 나면서 죽는 건 시간 문제지..
그렇게도 성능에 목숨 걸었다지만, 최신 멀티코어 프로세서나 GPU에 맞춰진 컴퓨팅을 잘 지원한다는 얘기도 난 못 들었다. 이러면 머신러닝 스크립트인 파이썬의 용도를 대체하기도 대략 곤란해진다.

지금 생각하면 PowerBasic이 뭔가 슈퍼컴 Cray 같은 물건이라는 생각도 든다. 고전적인 성능 덕후 장인이 애지중지 만들었지만 시 대에 뒤쳐지고 도태됐다는 점에서 말이다.
글쎄, 쟤는 그 성능빨에다가.. 마소에서 버린 자식인 클래식 Visual Basic 6 코드를 지원하는 후속 써드파티 개발툴을 표방하고 나섰으면.. 마르지 않는 고객 수요를 확보하고 절대로 망할 일이 없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렇게 사라지기에는 아깝고 아쉽다.

쌍팔년도 시절에 볼랜드와 마소가 PC용 베이식, C, 파스칼 컴파일러 시장을 꽉 잡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컴파일러들은 처음부터 그 회사에서 만든 게 아니었다. 다들 다른 사람이나 영세업체의 제품을 인수한 것에서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 BASIC/Z by Bob Zale --> Turbo Basic (요게 PowerBasic의 전신)
  • Wizard C by Bob Jervis --> Turbo C 1.0 in 1987
  • PolyPascal by Anders Hejlsberg --> Turbo Pascal
  • Lattice C --> Microsoft C

Posted by 사무엘

2024/03/27 08:35 2024/03/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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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동차 배터리와 컴퓨터 스택 메모리

자동차의 배터리 방전과 컴퓨터 프로그램의 스택 오버플로는 서로 완전히 다른 분야이긴 하지만 공돌이의 심상 면에서 공통점이 느껴지는 것도 좀 있는 것 같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자동차는 엔진 효율이 크게 향상됐고 컴퓨터의 메모리도 동적 힙(heap)이야 넘사벽 급으로 용량이 뻥튀기 됐지만, 저것들은 용량이 획기적으로 크게 올라간 적이 없다. (특별히 그럴 필요가 없어서..)

그리고 저 둘은 남은 용량이나 고갈 징후를 미리 알려 주는 메커니즘도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자동차의 황산-납 배터리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리튬이온 배터리처럼 용량이 몇 % 남았다고 알려주는 기능이 없다. 블랙박스도 배터리의 전력 용량이 감소하면서 전압도 같이 감소하는 걸 감지해서 간접적으로 꺼진다거나 할 뿐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스택 메모리도 지역변수의 주소를 이용해서 남은 용량을 아주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고, 시스템 exception을 이용해서 일이 벌어졌을 때 스택 overflow를 감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식성 있는 일반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걸 일일이 체크하는 건 아주 비효율적이다. 이런 식으로 유사점이 있다.

2. TLS 슬롯

메모리와 관련하여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제약이 될 수 있는 게 본인이 보기엔 TLS 슬롯 공간이다.
사실, 한 사람이 만드는 프로그램이 수십~수백 종류의 코드가 동시에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만들 일은 극히 드물겠지만, 문제는 내가 만들지 않은 프로그램(특히 DLL)들이 한 프로세스에 왕창 붙어서 실행될 때이다. 이런 코드들이 전부 TLS 슬롯을 하나씩만 요청하더라도 TLS 공간은 수십~수백 개씩 소모될 수 있다.

Windows 95 내지 NT 3.x시절에는 현실적으로 필요한 양과 그 당시 컴퓨터들의 평균적인 사양을 감안해서 스레드마다 TLS 슬롯이 64개씩 배당되었다. 이게 바로 TLS_MINIMUM_AVAILABLE라는 상수값의 의미이다. 역대 win32 환경 중에 TLS 슬롯이 제일 적었던 구현체가 제공했던 최소 개수가 64라는 뜻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기본 제공되는 TLS 슬롯 수는 점차 늘어나서 Windows XP/2000부터는 64에다가 1024가 더해진 1088개라고 한다. 후대의 운영체제에서 슬롯 수가 이것보다 더 늘어났다는 얘기는 본인은 들어 보지 못했다. 힙 메모리처럼 엿가락처럼 한없이 더 늘어나야 할 필요는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스레드 단위로 전역적으로 공유돼야 하는 데이터가 많이 있거나 그 데이터의 길이가 들쭉날쭉 변한다면 별도의 heap 메모리를 할당하고 TLS 슬롯에다가는 포인터만 저장해야 한다. 즉, 응용 프로그램은 언제나 고정된 개수만의 슬롯을 사용하고, 슬롯 사용량을 최소화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TLS가 꼭 필요한 때 중 하나는 사용하는 라이브러리가 너무 구닥다리여서 콜백 함수에 context 데이터를 넘겨주는 게 없어서 context 정보를 오로지 전역변수에 의지해야 할 때(+ 그런데 thread-safety가 보장돼야 할 때) 정도이다.
한 프로그램이 스레드 10개로 동작하건 100개로 동작하건 그건 소모되는 TLS 슬롯 개수와는 전혀 무관하다. 이건 그냥 실행되는 코드의 종류하고만 관계가 있다.

3. 복합 스레드 동기화

조금 부끄러운 얘기를 하자면.. 본인은 오래 전 학교의 컴공 운영체제 시간에 졸았는지, 아니면 다른 변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스레드 동기화 오브젝트를 새로 만든다는 개념 내지 필요성을 지금까지 별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critical section이나 뮤텍스, 세마포어만 쓰면 끝이지 않은가..?? 그랬는데 회사 코드를 들여다보면서 뒤늦게야 '아...!!' 현타 비스무리한 걸 경험하게 됐다.

평범한 데이터 컨테이너가 멀티스레드 동작에 대비하여 곳곳에 뮤텍스 기반의 lock이 걸려 있는데.. 데이터를 건드리는 set쪽뿐만 아니라 단순히 read만 하는 get 메소드들까지도 내부가 전부 동일한 lock이 일일이 걸려 있었다. 흠, 이건 read일 뿐인데 여러 스레드가 동시에 접근해도 상관없지 않나? 저건 불필요한 삽질 오버헤드 아닌가? 이 lock은 빼 버려도 되겠는데?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생각은 절반만 맞았다. reader만 있을 때는 여러 스레드들이 동시에 접근해도 괜찮지만, 한 스레드라도 write를 할 때는 다른 writer는 물론이고 reader들도 다 줄 서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get 함수도 lock이 전혀 없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렇게 정말 간단하고 범용적인 원리대로 lock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이 운영체제 API로는 의외로 직통 구현돼 있지 않았다. 기존 동기화 오브젝트를 조합해서 사용자가 직접 구현해도 되며, 이런 복합 동기화는 읽기/쓰기 중 한쪽으로만 CPU가 너무 쏠리고 있을 때 분배를 어떻게 할지 같은 정책이 일방적으로 획일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C++ 라이브러리의 스레드/동기화 클래스 중에는 이런 "다수 reader/단일 writer" 동기화를 구현한 놈이 혹시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클래스는 그냥 lock와 unlock만 있는 게 아니라 lock이 lockForRead와 lockForWrite로 세분화된다.

이렇게 custom 동기화 오브젝트를 만들면 기존 운영체제 API만으로는 바로 구현 가능하지 않은 복합 동기화를 시전할 수 있다. reader와 writer가 여러 놈이 동시에 경합할 때, 그리고 read와 write의 소요 시간이 차이가 많이 날 때 어떤 원칙으로 CPU를 배분할지 같은 세부 원칙도 손수 정할 수 있다.

그리고 디버그 빌드에서는 각종 참고 정보를 알려주고 오류를 검출하는 기능도 넣을 수 있다. 현재 포커스를 잡은 스레드, 또는 대기 중인 스레드들을 얻어 온다거나..
lock을 건 스레드가 아직 실행 중인데 그 동기화 오브젝트가 소멸되는 건 잘못된 상황이므로 곧장 예외나 assertion failure를 날린다.

(이 글을 쓰고 나서 나중에 알게 된 사실: Windows Vista에서부터 Slim Reader/Writer (SRW) Lock이라는 게 도입됐다. 크리티컬 섹션처럼 동일 프로세스 안에서만 사용 가능한 대신.. reader lock과 writer lock을 구분해서 요청 가능한 작고 가벼운 동기화 오브젝트이다. 역시 범용성이 있으니 2000년대 이후에야 도입됐구나 싶다.)

그리고 디버깅에 제일 도움이 되는 정보는.. 아무래도 deadlock 감지일 것이다.
응답이 멎은 프로그램을 강제로 break시킨 뒤, 스레드들의 스택 상태를 추적하다 보면 memory leak보다는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크고 복잡하고 스레드를 왕창 많이 만드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걸 프로그램이 디버그 정보를 통해 자동으로 찾아주면 디버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경우, 동기화 오브젝트가 락에 진입한 스레드들의 실행 정보를 일일이 관리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1/24 08:35 2024/01/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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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또 C/C++ 문법 잡생각들을 늘어놓아 본다.

1. elaborated type specifier

C에서는 struct, enum, union 타입의 변수를 지정하려면 말 그대로 저 '종류' 명칭을 먼저 지정하고 나서 타입 명칭을 명시해야 했다. 종류 명칭을 생략하고 타입 명칭만으로 해당 종류를 나타내려면 C에서는 typedef를 번거롭게 해 줘야 했다.
그래서 C 시절에는 typedef struct _XXX { ... } XXX; 이런 두벌일이 관행이었다. struct _XXX라고 하든가, XXX라고 하든가 둘 중 하나다.

그러던 게 C++에서는 class라는 종류가 또 추가되었으며, 타입을 선언할 때 종류 명칭을 생략해도 되게 바뀌었다. struct XXX { ... }; 만 해도 XXX를 단독으로 쓸 수 있는 셈이다.
종류 명칭 지정은 required가 아니라 optional이 된 건데.. 허나, C++에서도 종류 명칭을 반드시 지정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런 full 명칭을 "elaborated type specifier"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필요한 상황은 바로 타입 명칭과 변수 명칭이 겹칠 때이다.

굉장히 의외이고 사실 권장되지 않는 관행이기도 하지만, C/C++에서는 기존 타입명과 동일한 명칭으로 변수를 선언하는 게 가능하다. (int, float 같은 built-in 타입 예약어는 당연히 제외)
ABC라는 클래스가 있다면 ABC ABC;라고.. ABC라는 이름의 객체/변수를 그대로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마토 급 전함 야마토'처럼 말이다.

두 클래스 A, B가 있고 앞에서 A B; 라고 B라는 변수를 선점해 버렸다고 치자.
이때 나중에 B라는 클래스의 인스턴스를 또 선언하고 싶다면 그때는 class B 뭐시기.. 이렇게 명시함으로써 이 B는 변수가 아닌 타입 명칭임을 알려줄 수 있다. A라는 클래스 소속의 변수 B, B라는 클래스 소속의 변수 A라고 상호 참조시키는 건 불가능하지 않으나 너무 사악해 보인다. -_-;;

전역변수와 지역변수가 이름이 겹칠 때 구분을 위해 :: 연산자를 사용한다면(C++ 한정), 변수명과 타입명이 겹칠 때 저런 종류 지정자가 쓰인다는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저 때야말로 typename 키워드도 사용 가능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데.. 그건 허용되지 않는 것 같다. ㄲㄲㄲㄲ typename과 class가 혼용 가능한(interchangable) 곳은 템플릿 인자뿐이다.

그 반면, 저기서는 struct와 class가 혼용 가능하다. 즉, class A라고 선언해 놓고는 elaborated type specifier로 struct A라고 쓰는 건 가벼운 경고 하나만 나오고 허용이다. 흥미롭지 않은지? =_=;; typename은 템플릿 바깥에서 범용적인 elaborated type specifier로서는 아직 접점이 없는 셈이다.

아울러, class는 자체적인 scope도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 연산자에 잘못된 명칭이 지정됐을 때의 컴파일 에러는 "XXXX는 class 또는 namespace의 명칭이 아닙니다"이다. 요럴 때는 class가 말 그대로 namespace와 엮인다.
"class vs struct / typename / namespace"라니.. 이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하긴, 변수명과 타입명이 겹치는 게 가능하니까 망정이지, 겹칠 수가 없다면 C 라이브러리의 struct tm (time.h)은 당장 이름이 바뀌어야 했을 것이다. 너무 짧고 겹치기 쉽고 성의 없게 만들어진 명칭이다. -_-;;

2. 정수형의 다양한 alias들

C/C++은 boolean 타입조차 없이 전부 int로 퉁치는 정수 덕후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type-safety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었고, 용도에 따라 다음과 같은 alias 타입들이 등장해서 쓰이게 됐다.

(1) wchar_t (문자열): 유니코드 때문에 등장했고 얘 자체는 언어 표준으로 등극했다. wcslen, wcscpy 함수라든가, L"" 리터럴까지..
하지만 문자의 크기가 플랫폼별로 2바이트 내지 4바이트로 심하게 파편화됐다. 이 때문에 코드의 이식성을 저해하고 프로그래머들에게 큰 혼란을 끼치게 됐다.
결국 직접적인 크기를 명시하는 char16_t, char32_t가 나중에 일일이 추가됐다. 하지만 이것도 각 타입별 함수라든가 리터럴의 표기 방법, 심지어 % 문자열의 형식이 플랫폼마다 완전히 통일돼 있지 않다. 이식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참고로 얘들은 다 built-in type이며, 기존 부호 없는 정수형의 단순 typedef가 아니다. 가령, char16_t의 포인터는 unsigned short의 포인터와 호환되지 않는다.
그리고 char이야 플랫폼 불문하고 무조건 1바이트라는 게 언어 스펙 차원에서 정의돼 있으니 char8_t를 또 만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1바이트 문자열을 가리키는 char*는 처음부터 부호 없는 정수형으로 만들었으면 깔끔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좀 있다.

(2) ssize_t size_t (컴퓨터 비트 수): charXX_t처럼 일반 정수형도 크기를 명시한 intXX_t, uintXX_t 같은 게 도입됐는데, 얘들은 charXX_t와 달리 그냥 typedef이다.
그리고 64비트에서는 int와 long의 크기가 플랫폼별로 파편화돼 버린 관계로, 어디서나 포인터 크기와 동일함이 보장되는 정수형이 따로 만들어졌다. size_t라든가 intptr_t, uintptr_t, ptrdiff_t 말이다.
int를 4바이트로 유지시킨 건 그렇다 쳐도, long까지 32비트 4바이트로 굳힌 플랫폼은 Windows가 유일하다. 하위 호환성에 정말 목숨을 건 결정이다.

(3) time_t (미래 시간): 얘는 문자열이나 컴퓨터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그래도 21세기보다 훨씬 더 먼 미래를 표현하기 위해서 64비트로 확장되었다. time_t가 32비트이던 시절 기준으로 빌드된 구닥다리 프로그램들은 15년쯤 뒤 2038년 이후부터는 제대로 쓰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참고로 얘는 언제나 부호 "있는" 정수로 정의된다. 시각뿐만 아니라 두 시각의 차인 '시간'을 표현할 때도 쓰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를 모두 분간하려면 당연히 부호가 필요하다.

이런 숫자 alias들은 %문자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저 typedef의 유동적인 비트수에 맞게 printf/scanf의 % 문자가 모든 플랫폼에 맞게 바뀌게 하려면... % 리터럴도 #define 해 가면서 바꾸면서 정말 지저분한 짓을 해야 된다. %ls인지 %S인지..?? %Id인지 %lld인지 %I64d인지.. 알 게 뭔가?

물론 값을 출력할 때는 모든 가변인자들이 intptr_t 크기로 promote되기 때문에 상황이 조금은 단순해진다. 하지만 입력을 받을 때라든가 32비트 플랫폼에서 64비트 값을 다룰 때는 역시 % 문자와 실제 변수 짝을 조심해서 대응시켜야 한다. 이러느니 C++ stream을 쓰고 말지.. =_=;;
그래도 %문자를 쓰는 게 다국어 지원 localize 관점에서는 취급이 아주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는데 말이다. 차라리 독자적으로 % 문자 해석기를 만들기라도 해야 하나 싶다.

3. <=> 연산자

C/C++엔 ? : 이라고 유일하게 3개의 피연산자를 받는 독특한 연산자가 있다. if else문을 연산식 하나에다 박아 넣은 것이고, 오버로딩이 되지 않는다. 얘는 그냥 if else문만큼이나 C/C++의 문법처럼 취급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C++20에서는 단일 토큰으로서 길이가 3자나 되면서 연산 결과도 boolean 2종류가 아니라 '3종류'인 참 독특한 연산자가 추가되었다. 바로 <=> ... a <=> b는 a와 b의 대소 관계에 따라 1 0 -1 중 하나를 되돌린다. (실제로는 정확하게 정수형이 아니라 저 세 종류를 나타내는 comparision 객체 타입)
쉽게 말해 a, b가 문자열이라면 이 연산자의 결과는 strcmp 함수의 결과와 같다.

연산식에서 이 연산자가 당장 막 쓰이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클래스를 구현할 때 이 연산자는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얘는 온갖 자잘한 비교 연산자들의 상위 호환이기 때문이다.
<=> 연산자 하나만 오버로딩 해 놓으면 > < >= <= == != 을 모두 유추할 수 있다. a==b는 a<=>b == 0 이렇게 말이다.

이 연산자가 지원되는 클래스는 Java로 치면 Comparable 인터페이스를 받아서 CompareTo 메소드를 구현한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C의 사고방식이라면 이 함수의 리턴값은 그냥 int이겠지만.. 얘는 C++의 이념이 가미됐다 보니 built-in 연산자의 리턴 타입이 언어 차원에서 따로 정의돼 있다.

Visual C++에서도 최신 C++20 표준 문법 옵션을 켜 주면 바로 써 볼 수 있다.
외국에서는 <=> 가 무슨 우주선(!!!!)처럼 생겼다면서 spaceship operator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가 보다.
10여 년 전엔 R-value 참조자 &&가 아주 참신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쟤가 비슷하게 참신하게 느껴진다.

4. 나머지 C

(1) 비트필드에 배열이 지원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5비트씩 n개 같은 식으로 말이다. 이건 너무 욕심 부린 걸까..?? ㅎㅎ
뭐, 컴파일러의 입장에서 코드를 생성하는 게 힘들 수는 있지만.. 그래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아키텍처에 따라서 멤버들 방향 지정을 자동화하는 것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비트필드에 바라는 사항이다.

(2) 배열의 원소 개수를 구하는 arraysize, 그리고 배열에서 특정 멤버의 오프셋을 구하는 offsetof
이거는 언어의 기본 문법과 연산자만으로 구현 가능하기 때문에 딱히 예약어로 지정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최소한 표준 라이브러리에 채택돼서 표준 헤더에서 제공할 만은 해 보인다. 특히 arraysize의 경우, C에서는 그냥 x/x[0] 같은 매크로로 구현되겠지만 C++에서는 더 type-safe한 인라인 템플릿 함수로 제공되면 될 것이다.

(3) C에는 자기 번역 단위의 밖으로 노출되지 않는 static 변수와 함수가 C++ 사고방식으로 치면 private 멤버와 얼추 비슷한 지위이다.
static 함수가 한 소스 파일 안에서 선언되고 참조(= 호출)도 됐는데 그 함수의 몸체가 정의돼 있지 않으면?? 이건 링크 에러가 아니라 해당 번역 단위에 대한 컴파일 에러로 처리된다. 오오~!! 다른 번역 단위들을 뒤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C++로 치면 unnamed 익명 클래스라든가 함수 안의 local 클래스에서 멤버 함수의 몸체가 곧장 정의되지 않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일회용 클래스들은 함수의 몸체를 바깥 딴 데서 찾을 만한 여지가 없다. ^^

C와 C++에서 이런 캡슐화 패러다임의 차이가 드러날 때가 있다.
한 클래스 A의 내부에서만 쓰이고 마는 내부 클래스 B를 그냥 A.cpp 안에다가 global scope로 선언할지, 아니면 A가 선언된 A.h 헤더 파일에다가 A 내부의 scope로 private 선언할지 말이다.
객체지향 이념에 따르자면 헤더 파일에다가 선언하는 게 좋지만, 실용적으로는 그냥 cpp가 낫다. 헤더에다가 넣으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클래스인데도 수정할 때마다 그 헤더 의존하는 소스 파일들이 다 빌드되니까 말이다.

5. 나머지 C++

(1) "한 번도 참조되지 않은 변수"라고 경고(컴파일러 또는 정적 분석에 의해)가 뜨는 걸 무시하기 위해서 [](...){}(a,b,c,d,e); 라는 람다가 쓰인다니 참 대단하다. 아울러,
auto convert(const istream &input)  -> void;
void convert(const istream &input);

클래스의 멤버 함수도 이렇게 람다 스타일로 선언할 수 있으며, 위의 둘은 완전히 동치라고 한다. typedef 대신 using을 쓰는 문법과 비슷해 보인다. ㄲㄲㄲㄲㄲ

(2) 그나저나 using은 typedef의 완벽한 상위 호환이어서 typedef는 이제 쓸 필요가 전혀 없어지는 건지? signed 같은 잉여가 되는 건가 싶다. 템플릿 인자에서 class가 typename으로 대체되고 static 함수가 익명 namespace 함수로 바뀌는 것과 비슷한 양상인데, typedef는 쟤 말고는 다른 용도가 전혀 없으니 말이다.
using A = B는 파스칼에서 type A = B와 형태가 아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3) C++의 iterator들은 어지간한 건 내부 구현이 그냥 포인터 하나와 다를 바 없을 텐데.. intptr_t 같은 정수 하나로 간단하게 reinterpret_cast가 가능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type-safe하지 않은 C 스타일 콜백 같은 데서도 내부적으로 C++ 컨테이너의 원소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list, vector 말이다. hash는 모르겠다만.. 트리 기반 컨테이너인 set, map은 그 특성상 노드들이 parent 노드 포인터까지 갖고 있는데, iterator도 포인터 하나만 갖고 있어도 다음 진행 방향을 결정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포인터 하나보다 크기가 더 큰 iterator도 심심찮게 보이는 것 같다.

(4) constexpr은 C++도 단순 read-only와 진정한 constant의 구분을 두려는 시도인 듯하다. 게다가 멀쩡한 함수를 '인라인화'도 모자라서 컴파일 시점에서의 상수로 바꾼다니..
팩토리얼이나 피보나치 수열 상수를 재귀적으로 구하는 건 예전에는 템플릿 클래스의 상수값 형태로나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C/C++ 상으로 멀쩡하게 생긴 함수의 호출 형태로도 표현 가능해졌다.
뭐, 템플릿에서도 static_assert와 더불어 많이 활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세한 건 더 공부해 봐야겠다.

(5) 객체를 초기화할 때 생성자 obj(arg)나 대입 연산 obj=arg 말고 중괄호는 배열이나 구조체를 초기화할 때에나 쓰이는 물건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C++11부터는 이게 initializer list라는 개념으로 리모델링되어 임의의 클래스의 public 멤버들을 순서대로 초기화할 때도 쓰고, 컨테이너에다 여러 원소들을 한꺼번에 집어넣을 때도 쓰일 수 있게 됐다.
참 혁신적이긴 하지만 용도가 너무 다양한 것 같다. 모호성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는 그럼 R-value 리터럴인 건지, 내가 만드는 클래스에서 저런 걸 받아들이려면 어떡해야 하는지 궁금한 게 많다. 이것도 공부 필요.. =_=;

(6) 인터페이스를 여러 개 받아서 구현한 클래스가 정작 그 인터페이스들의 base로는(예: IUnknown) 모호하다고 형변환 되지 않는 오류 말이다(Visual C++ 기준 C2594). 정말 아무 의미 없고 멍청한 페이크에 가까운 오류인데..
base가 고유한 vtbl이 없고 데이터 멤버도 없다면 그냥 자기 this에서 가장 가까운 base를 언어 차원에서 알아서 지정하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애초에 자기 데이터가 없는데 가상 상속을 할 필요도 전혀 없는걸? 궁금하다.
이게 언어 차원에서 interface라는 게 없고 그 대신 무식한 다중/가상 상속을 지향하며 만들어진 C++의 맹점인 것 같다.

(7) 나는 C/C++ 문법을 어지간한 건 다 마스터 해서 머리에 숙지하고 있고, 아무 코드나 보면 머릿속으로 가상의 컴파일러를 돌려서 "얘는 이런 식으로 기계어로 번역되겠다, 구현 비용이 얼마나 되겠다, 이렇게 동작하겠다, 이런 문제가 있다" 같은 게 예측이 된다고 생각해 왔다. 넓은 의미에서 암산과 비슷한 경지일 것이다. 아 당연히 난해한 코드 출품작 급의 괴물 코드 말고, 평범한 코드 말이다. -_-;;
하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기능, 기괴한 기능들이 추가되고 있는 modern C++을 보면 이런 자신감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 배배 꼬인 템플릿에다 auto에 람다에, ...에 헥헥~ 이 기능은 어떤 문법적 근거를 통해 빌드 되는 건지부터가 파악이 안 되는 것도 있다. =_=;;

요즘 C++은 정말 옛날에 내가 알던 그 C++에서 갈수록 멀어져 간다. 그 경직된 정적 타입 네이티브 코드 컴파일 언어에서 어떻게 동적 타입 언어의 유연함을 집어넣은 걸까? 특히 가변 인자 템플릿 말이다.;; (튜플!!) ㄷㄷㄷ

Posted by 사무엘

2023/11/14 08:35 2023/11/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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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알고리즘 문제 중에는.. "N개의 원소로 구성된 목록에서 majority.. 과반/다수파라는 게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무엇인가?"를 구하는 문제가 있다.
목록에서 과반의 원소가 다 같은 값이면 그게 바로 majority라고 정의된다. 원소들은 꼭 대소 관계가 성립할 필요가 없고 그냥 동등성 판단만 가능하면 된다. 그러니 꼭 정수가 아니어도 된다.

또한, 반반이 아니라 과반이라는 특성상, majority는 존재하지 않거나, 유일하게 존재.. 언제나 둘 중 하나이다. 공동 1위 같은 것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이 문제는 뭐랄까.. 단순하면서도 참 므흣하다.
일단, "목록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원소--등장 빈도수가 가장 큰 원소를 구하시오"라고 접근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각 원소들의 빈도수를 일일이 관리하자면 알고리즘의 시간 복잡도가 기본이 O(n^2)에서 시작할 것이고, 균형 잡는 tree 기반의 컨테이너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O(n log n)이 한계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일을 그렇게 크게 벌일 필요가 없다.
각 원소의 빈도수가 아니라.. "이 목록은 과반의 원소가 그냥 동일한 값인가?"라고 접근하는 게 좋다.

수학인지 논리학인지 거기에는 "비둘기집의 원리"라는 게 있다. N+1개의 물건을 N개의 상자에다 다 집어넣는다면, 적어도 한 상자에는 그 물건이 2개 이상 들어가 있다. 뭔가 미적분에서 말하는 중간값 정리처럼.. 너무 당연한 말 같은데 말이다.
그것처럼 어떤 목록에 같은 원소가 "과반"이라면 그 목록은 다음 둘 중 한 특성을 반드시 갖게 된다.

  • 과반의 원소가 아무리 고르게 분산되어 분포한다 하더라도, 그 원소가 연달아 두 번 이상 등장하는 구간이 반드시 하나 이상 존재한다~! 1 1 2 1 특히 원소의 전체 개수가 짝수라면 이건 뭐.. 무조건 빼박이다.
  •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냥 맨 마지막 원소가 다수파이다.

어, 정말 저렇게 단정할 수 있나 의아할 텐데.. 이런 과감한 주장은 다수파의 정의가 절반의 '초과', '과반'이기 때문에 성립 가능하다.
절반을 포함하는 '이상'이기만 해도 위의 조건들은 당연히 성립하지 못하게 된다. "1 2 1 2" 같은 것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이렇듯, 다수파가 존재할 때 가질 수밖에 없는 목록 전체의 특성을 생각하면.. 다수파를 굉장히 단순한 절차만으로도 정확하게 구할 수 있다.

  • 최초엔 맨 첫째 원소가 다수파라고 가정하고 후보로 지정한다. 연속 등장 횟수(이하 점수)도 1을 부여한다.
  • 그 다음 원소가 후보 원소와 동일하면 점수를 1 증가시킨다. 그렇지 않으면 점수를 1 감소시킨다.
  • 단, 이미 현재 점수가 0이 된 상태여서 더 감소시킬 것이 없으면 후보 자체를 지금의 새 원소로 교체한다. 그리고 점수를 1로 다시 부여한다.
  • 이 과정을 모든 원소들에 대해 수행한 뒤, 현재 지정되어 있는 후보를 결과값으로 되돌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키백과에는 이 과정을 다음과 같이 시각적으로 잘 묘사한 그림이 있더라.
정말 허무할 정도로 단순하다. 이 알고리즘은 고안자의 이름을 따서 Boyer-Moore majority vote algorithm이라고 명명되어 있다. 1981년에 학계에 처음으로 발표됐다고 하는데.. 동작하는 방식을 보니 후보, vote 이란 워딩이 적절해 보인다.

Boyer-Moore 이거 혹시 "문자열 검색 알고리즘에도 나오는 이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텐데.. 정확하다. 동일한 명칭이다. ㄲㄲㄲㄲ

단, 위의 알고리즘은 목록에 다수파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언제나 후보를 갖고 있다가 되돌린다. 그러니 목록에 다수파가 존재한다면 정확한 답을 되돌리지만, 애초에 다수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뭔가 임의의 엉뚱한 후보를 되돌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알고리즘에는 2nd-pass, 즉 후처리라는 게 필요하다. 앞의 1st-pass를 통해 구해진 후보가 진짜로 다수파가 맞는지, 얘만 개수를 처음부터 다시 세어 보는 것이다.
1st-pass 때 쓰였던 점수 변수는 증가했다가 감소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정확한 개수가 담겨 있지 않다.
이거 무슨 분수· 무리방정식을 풀고 나서 검산을 해서 무연근을 제거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자, 두 pass 모두 시간 복잡도는 O(n)이고, 공간 복잡도는 지역변수 꼴랑 한두 개.. O(1)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얘는 알고리즘 자체는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정말 이렇게만 해도 언제나 문제에 대한 정확한 답이 구해지는지 correctness를 이해하는 게 좀 빡셀 수 있는 문제이다.

알고리즘이라 하면 복잡한 기법을 동원해서 무식하게 풀었을 때 O(n^2)짜리인 것을 O(n log n)으로 낮춘다거나, 팩토리얼/지수함수 급인 것을 O(n^2)나 O(n^3)으로 낮추는 형태인 게 많다.
그러나 최적화를 통해서 이렇게 O(n)을 만들 수 있는 문제는 흔치 않아 보인다.

이 다수파 구하기와 성격이 아주 비슷한 문제는 N개의 숫자 목록 내부에서 "합이 가장 큰 연속된 구간을 찾기"인 것 같다. 당연히 양수와 음수가 뒤죽박죽 섞여 있는 목록에서 말이다.

정답이 (x~y) 구간은 그야말로 1<=x<=y<=N 아무렇게나 가능하기 때문에 이것도 언뜻 보기에는 시간 복잡도가 O(n^2)이나 최하 O(n log n)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얘도 아주 간단한 검사만 하면서 시간 복잡도 O(n)과 공간 복잡도 O(1) 만으로 아주 빠르게 풀 수 있다.

  • 정답 구간이 맨 첫 원소에서 시작된다고 가정하고 각 원소들을 쭉쭉 더해 본다. 그 합이 지금까지 구한 max보다 더 크면 최대값을 갱신하고 정답 구간도 업데이트 한다.
  • 그런데 그러다가 합이 음수가 돼 버리면... 그러면 지금까지 살펴봤던 구간은 "더 살펴볼 필요가 없고" 그냥 통째로, 아무 미련 없이 버리면 된다. 그 다음에 양수가 나오는 구간부터 시작점을 새로 설정하고 동일한 과정을 반복한다.

더 살펴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 복잡도 O(n)이 가능한 것이다. 이게 아까 다수파 문제에서 점수가 음수가 돼 버린 시점에서 후보를 깔끔하게 바꿔 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왜 이렇게 해도 되는지를 생각하는 게 이 문제의 관건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29 08:35 2023/07/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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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컴포넌트화의 필요성

전산학 중에서 소프트웨어공학이라는 것은 방대한 소프트웨어를 인간이 여전히 유지보수 가능하게 복잡도를 제어하며 설계하기, 기능과 파트별로 역할을 잘 분담시켜서 각 파트만 재사용하거나 딴 걸로 교체를 쉽게 가능하게 하기, 소프트웨어의 분량· 작업량· 품질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효율적인 개발 절차를 정립하기처럼..
응용수학이나 전자공학보다는 산업공학과 가까운 측면이 있다. 단지, 얘는 유형의 제품이 아니라 무형의 코드 형태이기 때문에 여느 공산품과는 성격이 약간 다르게 취급될 뿐이다.

20세기 후반에 인공지능 연구 업계에 "AI 겨울"이 있었고 게임 업계에 "아타리 쇼크"라는 재앙이 있었던 것처럼, 프로그래밍 업계에도 "소프트웨어의 위기"라는 게 이미 1970년대에부터 있었다.

  • 코딩을 너무 중구난방으로 하고 나니, 일정 규모 이상의 프로젝트에서는 도대체 유지보수가 되질 않고 그냥 처음부터 다시 새로 만드는 게 더 나을 지경이 된다.
  • 이놈의 빌어먹을 스파게티 코드는 하는 일도 별로 없는데 쓸데없이 너무 복잡해서.. 처음에 작성했던 사람 말고는 알아먹을 수가 없고 maintainable하지가 않다.
  • 소프트웨어의 개발 속도가 오히려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 작업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 사람을 더 뽑았는데.. 웬걸, 신입들을 가르치느라 시간이 더 소요된다;;;
이런 문제들이 체계적인 소프트웨어공학이라는 이론의 도입 필요성을 촉진시킨 것이다.

그래서일까..??
"무식한 goto문 사용을 자제하자"라는 구조화 프로그래밍 이후로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이란 게 프로그래밍 언어와 코딩 패러다임을 완전히 정복했다. 요즘 주류 언어들 중에 '클래스', 그리고 '상속'이라는 게 없는 언어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게 캡슐화, 은닉, 재사용성 등 소프트웨어공학적으로 여러 바람직한 이념을 코드에다 자연스럽게 반영해 주기 때문이다.

실험적으로 시도됐던 초창기의 순수 객체지향 언어들은 유연하지만 느린 런타임 바인딩 기반의 메시지로 객체 메소드를 호출한다거나.. 심지어 정수 하나 같은 built-in type에다가도 몽땅 타입 정보 같은 걸 덧붙이며 객체지향을 구현하느라 성능 삽질이 많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C++은 객체지향 이념에다가 C의 저수준, 그리고 빌드타임 바인딩(경직되지만 빠른..)을 지향하는 현실 절충형 디자인 덕분에 상업적으로 굉장히 성공한 객체지향 언어로 등극했다.

2. 마소의 실험

자 그래서..
1990년대에 마소에서는 고유 브랜드인 Windows가 대히트를 치고 소프트웨어 OEM (IBM 납품..)으로 그럭저럭 먹고 살던 처지를 완전히 벗어나니.. 당장 먹고 사는 고민보다 더 본질적이고 고차원적인, 소프트웨어공학적인 고민을 시작했던 것 같다.
얘들 역시 소프트웨어를 재사용 가능한 컴포넌트 형태로 만드는 것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 그래서 재사용을 위해 바이너리 수준의 공통 규약, 프로토콜을 만들어서 자기들의 운영체제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때가 마침 C에 이어 C++ 컴파일러를 개발하고 MFC라는 라이브러리도 만들고, 코딩 스타일에 본격적으로 '객체지향'이란 게 가미되기도 했던 때이다. 하지만 마소에서 추구했던 것은 단순히 언어나 개발툴 차원에서 함수나 클래스의 모음집인 라이브러리 SDK 만들고 DLL 만드는 것 이상의 수준이었다.

제일 먼저.. (1) Windows라는 이름답게,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윈도 컨트롤을 컴포넌트화한다. 리치 에디트 컨트롤을 비롯해 각종 공용 컨트롤, 웹브라우저 컨트롤 같은 것 말이다. 이 사고방식이 극대화되어 "컴포넌트를 내 폼에다가 끌어다 놓고, 프로퍼티를 설정하고 이벤트 핸들러를 구현해서 응용 프로그램을 곧바로 만든다" RAD라는 개념이 완성되었으며.. Visual Basic이라는 정말 똘끼 충만한 개발툴이 만들어지게 됐다.

도스 시절의 GWBASIC이나 QuickBasic에서 참신한 점은 그 특유의 대화식 환경이었는데, Visual Basic은 또 다른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다. 경쟁사인 볼랜드에서는 이런 개발 스타일을 파스칼과 C++에다가도 도입하게 됐다.

(2) 그리고 마소에서는 서로 다른 응용 프로그램에서 만든 결과물을 문서에 자유롭게 삽입할 수 있게 했다. 이름하여 OLE라는 기술이다.
가령, Windows의 워드패드는 아래아한글이나 MS Office Word에 비하면 아주 허접한 프로그램일 뿐이다. 하지만 문서 안에 그림판에서 만든 비트맵 이미지를 집어넣고, 엑셀에서 만든 차트를 집어넣을 수 있다.

별도의 수학 수식 편집기에서 만든 수식, 악보 편집기에서 만든 악보, 그리고 WordArt/글맵시 같은 프로그램으로 만든 각종 글자 꾸임 배너까지..
단순히 무식한 그림 형태로 집어넣는 게 아니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들은 벡터 이미지로 취급되기 때문에 크기를 키워도 화질이 깔끔하게 유지된다.

그리고 그런 출력 이미지 자체뿐만 아니라, 각 프로그램에서 취급하는 내부 원본 데이터, 즉 소스가 그대로 보존된다. 그렇기 때문에 만들었던 객체를 손쉽게 수정도 할 수 있다.
그 객체를 더블 클릭하면 프로그램 내부에서 그림판이나 악보 편집기, 수식 편집기 등이 잠시 실행돼서 객체를 수정하는 상태가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로 다른 프로그램이 이런 식으로 서로 분업 협업한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도스 시절에는 상상도 못 한 일일 것이다.

3. 프로그래밍의 관점

그러니 Windows에서 워드처럼 뭔가 인쇄 가능한 출력물을 만드는 업무 프로그램이라면 OLE 지원은 그냥 닥치고 무조건 필수였다. 다른 OLE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삽입하든(클라), 아니면 다른 프로그램에다 자기 결과물을 제공하든(서버), 혹은 둘 다 말이다. macOS나 리눅스에는 비슷한 역할을 하는 규격이나 기술이 있는지 궁금하다.

Windows 프로그래밍을 다루는 책은 고급 topic에서 OLE를 다루는 것이 관행이었다. 다만, Windows API만으로 OLE 지원을 저수준 구현하는 건 굉장히 노가다가 심하고 귀찮았다. 그래서 MFC 같은 라이브러리 내지 아예 VB 같은 상위 런타임이 이 일을 상당수 간소화해 줬었다. MFC 앱 신규 프로젝트 세팅 마법사의 경우, OLE 지원 기능의 추가 여부를 선택하는 옵션이 응당 제공되었다.

Windows라는 플랫폼의 프로그래밍에 입문하려면 창(윈도)의 스타일과 특성, 메시지 메커니즘을 알아야 할 것이고 그래픽 API라든가 셸의 구조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뿐만 아니라 이 바닥도 완전히 독립된 별개의 프로그래밍 분야이며, 기초부터 고급까지 한데 연결된 Windows 프로그래밍의 정수라고 생각된다.

이건 제일 간단하게는 확장자 연결이나 클립보드, drag & drop 구현과도 연결고리가 있다. 이 분야 API를 제공하다 보니 COM이라는 IUnknown이 어떻고 type library가 어떻고 하는 규격이 제정되었다.
사실, Windows에 레지스트리라는 것도 맨 처음엔 확장자 연결이나 OLE 클라/서버 정보만 저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가.. 나중에 ini를 대체하는 응용 프로그램 설정 저장 DB로 용도가 확장된 것이다.

COM 형태로 제공되는 운영체제 기능을 사용하려면 CoCreateInstance를 호출해야 하고,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에 CoInitialize라는 함수를 호출해 줘야 한다. 즉, 운영체제를 상대로도 별도의 초기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OLE 기능을 사용하려면 OleInitialize라는 함수를 사용하게 돼 있는데, 얘가 하는 일은 CoInitialize의 상위 호환이다. OLE가 COM의 형태로 구현돼 있기 때문에 그렇다. 둘의 관계가 이러하다.

굳이 OLE 관련 기능뿐만 아니라 가까이에는 DirectX, 그리고 날개셋 한글 입력기와도 관계가 있는 TSF 문자 입력 인터페이스도 다 COM 기반이다. 하지만 문자 입력은 굳이 COM이나 OLE 따위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에서도 관련 기능을 접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COM 초기화 없이 관련 인터페이스들을 바로 생성해 주는 함수를 별도로 제공하는 편이다.

4. ActiveX

과거에 인터넷 환경에서 마소 IE 브라우저의 지저분한 독점과 비표준 ActiveX는 정말 악명 높았다. 그런데 ActiveX라는 건 도대체 무슨 물건인 걸까??

마소에서는 앞서 컴포넌트화했던 그 윈도 컨트롤들을 데스크톱 앱뿐만 아니라 인터넷 웹에서도 그대로 돌려서 그 당시 1990년대 중후반에 각광받고 있던 Java applet에 대항하려 했다. Visual Basic 폼 내지, 특정 프로그램의 내부에서 플래시나 IE 컨트롤 생성하듯이 꺼내 쓸 법한 물건을 웹에서 HTML object 태그를 지정해서 그대로 띄운다는 것이다.

그때는 컴퓨터의 성능이 지금처럼 좋지 못했고 지금 같은 방대한 웹 표준이 존재하지도 않았었다.
그러니 웹브라우저에서 동영상도 보고 초고속으로 돌아가는 게임도 하고, 특히 무엇보다도 금융 거래를 위한 각종 암호화 기능을 돌리기 위해서는 닥치고 웹에서 그냥 생짜 x86 native 앱을 돌리는 게 제일 편했다.

이런 컴포넌트의 이름이 OLE Control이었는데, 이걸 웹에다 특화된 형태로 신비주의 마케팅 명칭을 붙인 게 ActiveX 컨트롤이다. 아마 마소 역사를 통틀어 길이 남을 엽기적인 작명이 아닐까? 하긴, DirectX도 비슷한 시기의 작명이니까 말이다. ㅡ,.ㅡ;;

하지만 웹에서 가상 머신이 아니라 특정 플랫폼의 네이티브 코드를 직접 구동하는 건 너무 무식하고 이식성도 떨어지고 표준 친화적이지 못하니 ActiveX는 마소에서도 버림받고 늦어도 2010년대부터는 완전히 퇴출 단계에 들어섰다.
지금은 Java applet도 완전히 멸망했고, 이들의 대체제는 정말 눈부시게 성능이 향상된 JavaScript 가상 머신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5. OLE와 관련된 과거 유행: embed된 형태로 실행

저렇게 마소에서 COM/OLE니 ActiveX를 막 밀고 양성하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의 내부에 embed된 형태로 실행된 모습을 지금보다 훨씬 더 자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와 관련해서 ActiveDocument (!!)라는 기술도 있긴 했다.

당장, MS Office 97에 있었던 Binder라는 유틸은 여러 Word, Excel 따위의 문서를 한데 묶어서 자기 안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띄워서 내용을 편집하는 유틸이었다. 대단한 기술이 동원됐을 것 같지만 그래도 쓸모는 별로 없었는지 후대에는 짤리고 없어졌다.

Visual C++ 6의 IDE는 “새 파일” 대화상자를 보면 통상적인 텍스트 파일이나 프로젝트/Workspace뿐만 아니라 맨 끝에 Other documents라는 탭도 있어서 MS Office 문서를 자기 IDE 안에서 열어서 편집할 수 있었다. 당연히 MS Office가 설치돼 있는 경우에만 한해서.. 아까 그 Binder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역시 현실에서는.. 그냥 Word/Excel을 따로 띄우고 말지 굳이 워드/엑셀 문서를 왜 Visual C++ IDE에서 편집하겠는가? 그 기능은 후대엔 없어졌다.

ActiveX 기술의 본가인 IE 브라우저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저런 MS Office 문서를 다운로드 해서 열면 해당 앱이 따로 열리는 게 아니라, 문서 보기/편집창이 웹페이지 화면에 떴었다. 별도의 프로세스로 말이다. 그 기술이 최초로 도입된 건 IE4가 아니라 1996년의 IE3부터였다.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는 그 웹페이지 화면에서 곧장 슬라이드 쇼가 시작됐다. 이건 괜찮은 기능인 것 같다.

옛날에 pdf를 보기 위해서 Acrobat Reader를 쓰던 시절엔, 이 앱도 OLE 기술을 이용해서 IE 내부에 embed된 상태로 뜨는 걸 지원했었다. 지금이야 브라우저가 자체적으로 PDF를 표시해 주는 시대이지만 말이다.;;

요즘 컴터 다루면서 OLE 개체 삽입 기능을 쓸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요즘은 개체 삽입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했을 때, 예전처럼 프로그램이 embed 형태로 실행되는 게 아니라 그냥 별도의 창으로 따로 뜨는 편인 것 같다. 앞서 소개했던 XP 시절의 모습과는 좀 다르다.
따로 실행됐을 때는 원래 문서에 표시된 컨텐츠와 자기가 다루는 컨텐츠가 따로 노니, 전자는 검은 빗금을 쳐셔 구분해야 한다는 UI 가이드라인도 있긴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것들이 다 20여 년 전의 아련한 추억이고 한물 간 유행이다.
그나저나 인터넷으로 ppt 슬라이드를 받으면 바로 열리지 않아서 불편하다. 속성을 꺼내서 ‘신뢰할 수 없는 파일 차단’을 해제해야 볼 수 있다. 이것도 chm 도움말 파일을 바로 열리지 않는 것처럼 보안 강화를 위해서 취해진 조치인지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03/16 08:35 2023/03/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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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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