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회사 사이의 알력 다툼 사례

서울 지하철 중에 1, 3, 4호선은 지하철에다가 일명 국철이라고 불리는 코레일 광역전철이 한데 붙어서 직통 운행한다는 것을 다들 아실 것이다. 사실, 1호선은 지하철 구간은 매우 미미하고 압도 다수가 지상 광역전철이다. 비록 그 미미한 구간이 서울의 최고 중심부 도심이긴 하지만 말이다.

1호선은 직· 교류 절연구간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지하철과 광역전철이 동시에 건설되고 개통되기라도 했다. 애초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내지 건국일(1948년)을 일부러 광복절과 동일한 8월 15일로 맞췄는데, 서울 지하철 첫 개통일(1974년)까지 거기에다 맞췄다. 그 날은 사실 서울 지하철 1호선(빨간 전동차)에다가 수도권 광역전철(파란 전동차)이 동시에 개통한 날이기도 했다. 이건 overloading이라는 단어의 적절한 예시인 것 같다.

그러나 훗날 개통한 4호선의 경우는 직결 계획이 전혀 없던 과천선을 서울 지하철과 뒤늦게 한데 연결하다 보니, 절연구간뿐만 아니라 좌측통행과 우측통행도 입체교차로 뒤바뀌는 꽈배기굴이 등장하게 됐다(남태령-선바위).
사실, 넓게 보면 1호선 지상의 노량진-대방 사이에도 꽈배기굴이 있긴 하다. 일반열차와 전동차의 선로 좌우 배치가 어느 샌가 쓱~ 바뀐다. 하지만 이건 선로를 뒤늦게 3복선화화려다 보니 주변 공간이 여의치 않아서 나중에 추가된 선로가 선형이 배배 꼬인 형태가 된 것이기 때문에 실드의 여지가 있다. 유니코드에 문자가 뒤늦게 추가되어서 코드값이 사전 순서대로 깔끔하게 배당 못 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3호선도 구파발· 지축 이북으로 일산선이 건설되기로 결정됐을 때, 철도청 구간과 지하철 구간 사이에는 꽈배기굴 시즌 2가 만들어질 뻔했다. 그러다가 감사원이 개입하여 철도청 구간도 지하철처럼 우측통행 직류로 만들라고 시정 조치를 내림으로써 이런 삽질 만행은 벌어지지 않았다. 1호선 때는 지하철이 철도를 따라 좌측통행으로 통일됐지만 이때는 광역전철이 이미 만들어진 지하철을 따라 우측통행+직류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일산선의 건설이 시작됐는데, 공교롭게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서울 지하철 3호선은 6량에서 10량으로 증결 운행도 시작되었다. 그 당시 3호선의 사실상의 북쪽 종점은 구파발이었고, 그 다음 차량 기지 근처에 있던 지축은 10량 대비도 안 해 놓은 완전 초라한 단선 두단식 종착역이었다.

그런데 지축 이북으로 3호선이 일산선과 직결· 연장되니 지축 역도 10량 복선 승강장 형태로 확장하고 리모델링을 해야 하게 됐다. 그리고 이 일을 한 것은 지하철 공사가 아니라 철도청이었다..;;
이 때문에 지축 역은 지상 고가 형태이면서 섬식 승강장인 매우 드문 형태일 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철 전체를 통틀어서 환승역도 아닌 주제에 단일 역사와 승강장에 두 회사가 입주해서 알력싸움을 하는.. 이거 무슨 판문점 같은 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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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를 3:2로 갈라서 남쪽은 지하철 구간, 북쪽은 철도청 구간..;; 양 구간에는 역명판의 글씨체도 다르고(HY울릉도 vs 초롱지하철체) 벤치의 모양도 다르다. 어느 출구로 나가느냐에 따라 승하차자 집계도 양 회사가 따로 하다가 요 몇 년 전부터 그건 그냥 코레일이 지하철에다 양보를 했다. 정말 웃긴다.

3호선은 관할 회사가 바뀌는 구간에 4호선 같은 꽈배기굴은 없지만, 이렇게 또 다른 형태의 명물이 존재하는 셈이다.
4호선의 남쪽으로 과천선은 전구간 지하이고 금정 이남의 안산선은 전구간 지상인 반면, 3호선 구파발 이북의 일산선은 단독 노선에서 지상과 지하가 꽤 섞여서 다이나믹하게 등장한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2010년쯤이던가? 3호선의 남쪽 이남 수서-오금 구간이 개통했을 때는 서울 메트로와 도철 사이의 환승역이 둘 생겼다. 바로 가락시장(8)과 오금(5)인데, 이때는 한 역에서 두 회사가 입주해서 아웅다웅 할 것 없이 한 역은 서울 메트로에게 통째로 주고, 다른 역은 도철이 통째로 맡는 식으로 운영권을 분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게 서메이고 어느 게 도철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남. 옛날에는 까치산 역이 2호선 지선 구간도 서메가 아닌 도철이 모두 관할하기도 했는데 말이다.
물론 이것들은 서메와 도철이 합쳐져서 '서울 교통 공사'가 출범한 지금에 와서는 별 의미 없는 얘기가 됐다.

예전부터 도철은 모르겠고 서메는 아무래도 철도청과 한 선로에서 자주 부대끼기도 하다 보니 철도청을 상대로 갑질을 하면서 잘 요리하긴 했었다.
철도청이 운영 효율화를 위해서 1990년대 초에 1호선 지하철 서울역-청량리 구간을 철도청 일산선, 과천선, 안산선(3~4호선 전체)과 서로 교환하는 거 어떻냐고 제안했을 때도 서메에서는 "분당선도 덤으로 주면 생각해 보겠음~ ㅋ" 이딴 대답으로 협상을 사실상 결렬시켰었다. 이는 또한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 구간이 그만치 알짜 황금노선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2002년 2월에는 철도청의 신입사원이 선로 보수 차량을 몰다가 수원역 근처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서울 메트로 1호선 전동차를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 철도청은 남아도는 중고 저항 전동차 몇 량이나 적당히 보상으로 주는 걸로 퉁치려 했다. 허나, 서메에서는 피해 차량 중엔 뽑은 지 몇 년 안 된 새끈한 신차도 있구만 그에 상응하는 신형 차량으로 안 주면 보상 동의 안 하겠다고 뻗튕겨서 결국 받을 건 다 받아내기도 했다..;;

옛날에도 그랬는데 하물며 지금은 서메와 도철이 합병하여 덩치가 더 커졌으니, 서울 지하철이 코레일을 상대로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낼 수 있을 듯하다.

  • 지축: 앞서 언급했듯이 지상 '고가'로서는 드물게 섬식 승강장
  • 오리: 9호선처럼 완급 결합을 하는 것도 아닌데 지하에 매우 드물게 쌍섬식 승강장
  • 이매: 지하에 최초로 건설된 중간 추가역
  • 석계: 지상의 섬식 승강장이 따로 확장· 분리된 사례 (1호선 신도림 완행선과 유사)

참고로, 지축 역은 이런 식으로 특이할 뿐만 아니라 한글 명칭이 통상적인 한자음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독특하다. 한자의 표준 한자음은 '지뉴'라는 굉장히 어색한 표기이니까..
동해북부선의 제진 역도 원래는 '저(猪)진'이다. 철도역들 중에 이렇게 한글 표기가 표준 한자음과 따로 노는 사례가 더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20 08:32 2017/09/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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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호선의 역사

* 꽤 오래 전인 블로그 개설 초창기에 썼던 글을 리메이크 한 것이다.

1. 개통식

우리나라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인 8월 15일에 맞춰서 정부 수립을 했다. 그런데 이 8월 15일은 우리나라의 철도 역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날이다. 1974년 8월 15일은 서울 지하철 1호선 "겸" 수도권 광역전철이 같이 개통한 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의 최고급 열차이던 관광호가 새마을호로 이름을 바꿔 첫 운행을 시작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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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사진을 보자. 이 둘은 같은 날 비슷한 시각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겉으로는 흑백 사진이지만, 철덕이라면 전동차의 색깔이 저절로 컬러로 복원돼서 뇌에 비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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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의 동선과 스케줄을 보면, '서울 지하철 1호선'(종로선)의 개통식이 먼저 청량리 역 승강장에서 열렸다. 마침 친절하게도 당시 시각까지 사진에 담겨 있다. 아침 11시 15분경.
지하철 개통식 때는 서울 지하철 공사(현 서울 메트로) 소속의 흰 배경에 창틀 부분만 빨강 도색인 전동차가 사진에 담겼다.

이 사람들은 저 열차를 마치 자가용처럼 시승하고 다녔다. 그 당시 종합 사령실이 종로5가 역에 있었던 관계로 그 역에서 내려서 사령실도 잠시 들른 뒤, 서울 역도 지나 남쪽으로 쭈욱 내려갔다.

그렇게 지하철 개통식 팀이 도착한 뒤에야 수원, 인천, 성북 방면의 지상 '수도권 전철'의 개통식이 바로 구로 역 승강장에서 아침 11시 50분쯤에 열렸다. 이번에는 철도청 소속의 파란 배경에 창틀 부분만 흰 도색 전동차가 얼굴마담 역할을 했다. 물론 '초저항'이라고 불리는 저 식빵 모양의 일제 전동차 자체는 철도청 것이든 서지공 것이든 완전히 동일하다.

서울에서 수원이나 인천을 가려면 예전에는 털털거리는 디젤 동차를 타야 했는데 그게 모두 깔끔한 전철로 바뀌었고, 그 전철이 서울 종로에 있는 지하철 구간과 직통 운행까지 한다는 것이 이 지하철· 전철 개통의 의의였다.

가끔 코레일이나 서울 메트로 전동차를 타고서 안에서 철도의 역사 관련 동영상이 나오는 걸 살펴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자기 회사에 해당하는 얘기만 한다. 서울 메트로에서는 지하철 개통 얘기만 하고, 코레일에서는 수도권 광역전철 개통 얘기만 한다. 우리는 두 사건이 모두 순차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을 알면 되겠다.

지하철· 전철 직통 시스템의 개통식은 원래는 대통령도 참석하고 아주 웅장· 성대하게 치러졌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알다시피... 아침 10시부터 장충동 국립 극장에서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광복절 기념식이 있었는데 거기서 영부인인 육 영수 여사가 괴한에게 총격을 당했기 때문이다(10시 23분).

지하철 개통식 사진에 찍힌 11시 15분은 그 대형 사고가 터진 지 50분 남짓밖에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다. 그러니 저 사진에 나온 사람들은 마냥 기쁜 표정만 지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은 그 당시 양 택식 서울 시장이 아주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과업이었으며, 원래대로라면 개통식은 그의 인생 최고의 날이 돼야만 했다. 하지만 하필 그 날 대통령의 영부인이 세상을 떠나는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그는 사건의 책임을 지고 시장 자리에서 경질되고 말았다.

그의 후임인 구 자춘 시장은 양 택식의 지하철 건설 계획을 거의 다 갈아엎었다. 하지만 저 사람도 선임 뺨치는 불도저였으며, 다음 노선인 2호선이 거대한 순환선으로 만들어진 건 그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2. 발전 내력

서울 지하철 1호선 겸 수도권 전철은 처음에는 한 편성당 6량으로 개통했지만 이미 1980년 12월에 8량으로 증설되었고, 1984년에는 10량으로 증설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 당시 열차를 타고 있는 동안은 "객실에서는 금연입니다. 출입문은 30초 동안 열려 있습니다(일반열차보다 훨씬 더 빨리 닫히고 금방 출발하므로). 지하철 전동차 안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라고, 난생 처음으로 일반열차가 아닌 지하철을 타는 사람을 대상으로 초보적인 안내 방송도 일일이 육성으로 흘러나왔다고 한다. 경부 고속도로가 처음 개통했을 때 "이 도로에는 사람이나 손수레, 자전거 따위는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라고 한참 홍보를 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1974년 첫 개통 당시의 운행 계통과 운행 시격은 다음과 같았다.

  • 청량리-성북(지금의 광운대 역): 40분
  • 서울역-청량리: 10분 (R/H 땐 5분)
  • 서울-구로: 10분
  • 구로-인천: 20분
  • 구로-수원: 40분

즉 남쪽으로는 10분 간격으로 구로, 인천, 수원, 인천 행이 번갈아가며 왔다고 생각하면 되고 북쪽으로는 4대 중 1대 꼴로 성북 행이고 나머지는 청량리까지만 간 셈이다.
인천까지 가는 전철이 급행도 없고 배차간격이 지금의 중앙선과 비슷한 수준이요, 수원 가는 전철은 지금의 소요산 행 열차보다 배차간격이 더 길었다는 얘기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경부, 경인선 모두 그냥 복선이었고 특히 경부선 전동차는 지금 급행 전동차가 그런 것처럼 일반열차의 틈새를 이용해서 운행되었으니, 열차를 많이 투입할 수 없었음이 자명하다.
1981년 12월 23일에는 경부선 수원-영등포 구간이 2복선으로 확장되면서 경부선 전동차를 더욱 증차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일반열차 눈치 볼 필요 없이 전동차만의 선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때 상대식 승강장을 하고 있던 역은 자연스레 쌍섬식 승강장이 됐다.

2복선화 공사는 그때 이미 구로 이남은 방향별 복복선으로, 서울 시내 구간은 공사가 쉽지 않아 선로별 복복선으로 정착한 것 같다. 방향별 복복선은 기존 복선 선로의 양 끝에 선로를 하나씩 추가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예전부터 있던 내선은 일반열차가 계속 쓰고 신설된 외선으로 전동차가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수원 이남으로도 계속 달리는 일반열차와는 달리, 수원에서 북쪽으로 회차해야 하는 전동차는 선로를 바꾸는 회차 과정에서 일반열차 내선을 침범하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회차할 때만은 여전히 일반열차 눈치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2복선의 선로 용량에 걸맞게 전동차를 증차하기가 어려웠다.
이 고질적인 문제는 먼 훗날인 2003년, 병점 역이 개통하고 나서야 해결되었다. 차량기지와 함께 회차 전용 입체 교차로가 신설된 것이다. 병점뿐만 아니라 천안에도 전동차 회차 및 장항선 분기가 모두 입체 교차로로 잘 구비돼 있다.

90년대에 들어서서는 경인선도 2복선화가 추진됐다. 거기는 일반열차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성, 타당성 조사는 진작에 다 통과했기 때문에 일이 성사됐다. 그리고 경부선과 경인선이 합류하는 구로-영등포 간은 아예 3복선화도 진행되었다. 1991년 11월 23일은 경인선 2복선화 기공식과 경부선 해당 구간 3복선화의 개통식이 거행된 역사적인 날이었다. 경인선 2복선화는 부평-주안-동인천의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구일 같은 역은 이를 계기로 형태가 크게 바뀌기도 했다.

사실 그 해 5월 25일에는 공사 때문에 1박 2일 남짓한 시간 동안 전동차가 잠시 단축 운행을 하기도 했었다. 지금 경부 고속철 2차 공사 구간에서 경부 고속도로 위를 타넘는 언양 고가 공사와 비슷한 맥락이라 보면 되겠다. 첨단 공법을 동원한 덕분에 공사의 대부분은 차량 통행을 막지 않고 그대로 진행할 수 있지만 아치의 기초를 놓는 한나절 남짓한 시간은 고속도로를 잠시 막아야 했다고 한다.

경인선과 더불어 경부선 수도권 전철도 수원이 아닌 무려 천안까지 남하하는 공사가 1996년부터 추진되었다. 그 시절에 경부선 일반열차를 타면서 아직 완공되지 않은 전철역 승강장이 휙휙 지나가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경부선은 이제 천안 이북은 2복선 전철이 되었지만 일반열차 때문에 경인선처럼 충분하게 급행 전동차를 운행하지는 못한다.

서울 서남쪽이 그렇게 변화를 겪고 있는 동안, 북쪽 종점인 성북 일대에서는 1호선 전동차의 병목을 야기하고 선로 용량을 깎아먹던 '평면교차'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진행됐다.
1978년 12월에는 경원선 용산-성북 구간에도 전동차가 투입되어 종전의 디젤 동차를 대체하고 1호선의 지선 노릇을 하게 되었는데, 이놈은 선로 합류와 회차 과정에서 유감스럽게도 1호선 전동차와의 평면교차를 야기하고 있었다.

얘는 2005년에 광역전철 중앙선으로 분리해 나감으로써 문제가 해결됐다. 용산-성북이 아니라 용산-덕소가 됐다. 마치 안산선 열차가 처음엔 1호선 경부선의 지선으로 운행되다가 훗날 4호선으로 완전히 독립해 나간 것과 같은 방식이다.
또한 경춘선 무궁화호가 야기하던 평면교차도 경춘선 복선 전철이 다른 선로로 이설되면서 사라졌다. 다만 이런 조치로 인해 반대로 말하면 성북(지금의 광운대) 역이 그 덩치에 비해서 경춘선도 못 타고 중앙선도 못 타고 오로지 1호선 전동차밖에 못 타는 역으로 역할이 줄기도 했다.

다만, 처음에는 이 수도권 전철의 북쪽 종점은 계속해서 올라가서 한동안 의정부북부에 머물러 있다가 이제는 동두천과 양주를 거쳐 소요산까지 올라갔고, 장기적으로는 무려 연천까지 갈 거라고 한다. 경원선 자체는 아예 민통선 안의 월정리와 철원까지 복원할 계획이 잡혀 있고.. 정말 40년 동안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룬 셈이다.

그나저나 먼 옛날에는 서울 지하철 1호선의 내부 인테리어가 온통 빨강이었다는 것이 본인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로마자 표기법이 바뀐 게 반영되고 국철과 지하철 구분 없이 색깔을 남색으로 획일화한 모습만 직접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옛날 사진을 보면.. 오히려 "내가 착각을 하고 있나, 색맹이 됐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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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6/03/20 08:31 2016/03/2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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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신분당선이 용인까지 연장됐고 수인선이 인천까지 연장된 이 와중에 철도 분석 카테고리에 몇 년째 새 글이 없었다니, 믿을 수가 없다.
이번에 게재하는 자료는 수 년 전에 한 번씩 다 다룬 적이 있는 주제이지만, 그래도 최신 정보도 같이 업데이트 했다.

1. 이색 지하철역 열전 몇 가지

승강장은 지상이고, 입구와 통로가 지하인 역은?
구일(경인선 분기 직후의 교량 위에 세워진 역. 경인선 2복선화와 관련된 아주 독특한 내력이 있음), 대방(일반열차 선로가 평지이고, 전철 승강장은 고가이긴 하다만), 반월, (신도림도 해당하지만 지하 환승역)

출구가 하나뿐인 역은?
학여울, 독바위, 반월, 마곡(과거 마천 역이 그랬던 것처럼 출구를 추가로 만들려는 계획은 있는 듯함)

옛날 역명판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은?
중앙(바깥에), 신설동(환승 통로 어딘가에 일부러 남아 있음), 야탑(승강장에. 옛날 역번호와 로마자 표기를 볼 수 있음)

2. 역명에 등재된 대학교들

한때, 수도권 광역전철 1호선 회기 역의 부역명은 '경희대앞'이었다. 인근에 경희대 서울 캠퍼스가 있기 때문. 그러나 2009년부터 학교에서 부역명 표기 재계약을 하지 않고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이 부역명은 사라지게 되었다.

그 대신 2012년 말에 개통한 분당선 영통 역이 경희대 국제 캠퍼스와 가까운 관계로 부역명 '경희대학교'를 차지해 있다. 같은 학교가 두 전철역에다 동일 부역명을 번갈아 가면서 쓴 게 흥미롭다.

전철역명의 본좌급인 학교는 역시 부역명도 아니고 주역명으로 '한양대'(2호선)와 '한대앞'(4호선)을 모두 당당히 차지해 있는 한양 대학교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서울 캠퍼스와는 달리, 안산의 에리카 캠퍼스는 전철역에서 그리 가까이 있지 않다.

한양대, 고려대, 숭실대는 지하철 출구가 정문이 바로 이어져 있을 정도로 가까운 학교이다. 서울 근교엔 가천대가 그러하며, 인천에서는 최근에 수인선의 연장 개통 덕분에 인하대도 이 반열에 합류했다.
2호선 신촌은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가 적당한 멀리 떨어진 채 비슷하게 인접해 있는 관계로 어느 학교의 부역명도 끼어 들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신촌 일대는 교통이 헬인 관계로, 셔틀버스는 경복궁 역을 경유한다.

광운대는 "시종착역"인 성북 역이 자기 학교 이름으로 개명된 덕분에 학교 홍보 효과 하나는 정말 대박으로 누리고 있다.
중앙대는 원래 7호선 상도 역에 교명을 딴 부역명이 붙어 있었지만, 더 가까운 9호선이 개통한 뒤부터는 흑석 역으로 부역명이 이동했다.

그 반면, 총신대는 '총신대입구-이수' 병크 때문에 이 바닥 사정을 아는 철덕들로부터 두고두고 까이고 있는 중.
그리고 서울대입구 역에서 서울대까지 걸어서 가는 사람은 바보 중의 상바보이고. 서울대라는 이름 인지도가 아니었다면, 위치와 거리만으로는 절대로 저런 이름이 붙을 수가 없었다. 그냥 관악구청 역이 됐지 않겠는가.

3. 전철들의 급행 운행

우리나라의 지하철/전철에서 급행의 원조는 평일에 하루 세 번씩 다니던 서울-수원 급행이었다. 1981년에 서울-수원 2복선이 개통하면서 같이 운행을 시작했다.

그 뒤 좀 더 자주 다니는 급행은 경인선에 등장했다. 이 역시 선로의 2복선화와 함께 운행을 시작했다.
경부선에는 2005년 1월, 병점을 넘어 천안까지 2복선화가 완료되면서 경인선과 비슷한 계열의 용산-천안 급행이 추가로 등장했다. 기존 서울-수원 급행도 천안으로 구간이 연장됨. 기존 급행과는 달리 용산 착발 급행은 서울 시내 구간을 일반열차 선로가 아니라 급행 전동차 선로로 다닌다는 차이가 있다.

이렇게 별도의 선로에서 상시 운행되는 급행은 경부선과 경인선에만 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2010년대부터는 편도로만(아침엔 상행만, 저녁엔 하행만) 기존선의 일부 구간에서 찔끔찔끔 다니는 급행이 안산선, 경원선, 중앙선, 경의선, 분당선에서 등장했다.

일산선과 과천선은 너무 짧고 딱히 건너뛸 만한 구간이 없어서 그런지 급행 운행이 없다.
경인선에는 한때 급행보다 더 정차역 수가 적은 특급까지 잠시 운행되기도 했지만 없어졌다.
경춘선은 역시 한때는 급행이 존재했으나, 지금은 급행 역할을 ITX-청춘이 대체한 지 오래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광역이 아닌 도시철도에서 대피선을 이용한 급행이 처음부터 계획되고 운행되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때는 개통해 봤자 공기수송일까봐, 지하철의 메리트를 만들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낸 아이디어였으나, 9호선은 예상을 뛰어넘는 대박을 쳐서 극심한 혼잡과 차량 부족을 호소하는 중이다.
서울 지하철 7호선도 이제 부천과 인천까지 가는 굉장한 장거리 노선이 됐는데 연장 구간만이라도 급행이 다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신분당선은 일단은 컨셉 자체가 '모든 열차 급행'이다. 하지만 정자 이남부터는 도시철도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중간에 자꾸 역이 생기면 완급 구분이 추가될지도 모른다.

공항 철도의 직통열차는 여느 급행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중간의 모든 역을 씹어먹고 진짜 서울 역과 인천 공항만을 찍는다. 이제는 KTX까지 공항까지 가게 됐지만, 그래도 공항 직통열차는 경춘선 급행과는 달리 고유한 자기 역할이 있다 보니 여전히 운행되고 있다.
전철들의 급행 운행에 대해서 이렇게 분석해 보니 재미있다.

4. 철도 터널

요즘 우리나라 철도의 대세는 왕창 깊고 왕창 긴 터널이다. 정말 시원시원하게 팡팡 뚫어 댄다. 철덕들은 반드시 암기하고 숙지할지어다.

(1) 금정 터널: 2010년, 경부 고속철 2차 개통과 함께 우리 곁을 찾아왔다. 부산 북부 노포동에서 부산진 역까지.. 거의 20km에 달하는 부산 시내 종축을 전부 지하로 관통해 버린다. 물론 부산은 어차피 동서를 가로막는 산이 있으니 고속선 역시 많은 구간을 산 아래로 지난다.
서울 쪽은 광명까지 20km를 약간 넘는 거리를 전부 지상의 기존선을 타면서 천천히 달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부산은 참 복 받았다. 다만, 부산의 경우 고속선이 울산 쪽으로 우회하느라 근본적으로 거리 페널티가 굉장히 큰 것으로 인해 장점이 상쇄되기도 한다.

(2) 솔안 터널: 우리나라에 최후로 남아 있던 영동선 스위치백을 대체하여 새로 건설된 '루프식 터널'이다. 즉, 얘는 직선으로 빨리 이동하는 게 아니라 고저 차이를 극복하는 게 목적이다. 길이는 16.7km에 달한다. 2012년 6월 말에 개통함.
현재 우리나라에는 얘를 포함해 루프 터널이 총 4개가 있다. 중앙선에 두 군데, 그리고 함백선에 한 군데, 그리고 저것. 그 중 솔안 터널이 그리는 원은 다른 세 터널의 회전 반경보다 훨씬 더 크다.

(3) 율현 터널: 길이로 따지자면 위의 저 두 터널을 아득히 버로우 태우는 괴물이다. 서울 수서 역과 무려 평택에 있는 지제 역 사이의 50.3km를 지하로 연결했다! 작년 6월 말에 개통했다. '율현'이란 수서 역 남쪽으로 자곡· 세곡동의 사이에 있는 서울의 외곽 끝자락 그린벨트 지대이다. 그래도 행정구역상으로는 아직 인서울임.
이 선로는 수도권 고속선과 GTX(고심도 급행 광역전철)가 공유한다. 즉, KTX 산천이라는 장거리 고속열차와 누리로 급의 통근형 열차가 한 선로를 같이 쓴다는 뜻이다. 동일 선로 공유라니, 그 깊은 지하에서 속도 차이도 꽤 많이 나는 열차가 완급 결합을 하면 양쪽 다 선로 용량 제약도 많이 걸릴 텐데, 운영이 잘 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4) 대관령 터널: 평창과 강릉을 잇는 21.7km짜리 터널로,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곧 개통할 원주-강릉선 구간에 속한다. 부산을 관통하는 금정 터널보다 약~간 더 길다. 작년 11월 말에 개통했다.
서울에서 강릉을 가기 위해 먼 옛날에는 무려 영주까지 내려가야 했으나 1970년대에는 분기점이 제천으로 바뀌었고(태백선은 일제 강점기가 아니라 해방 후에 만들어졌음), 이제는 원주로 바뀔 예정이다.

2000년대 초엔 영동 고속도로가 산을 몽땅 타넘는 고가로 다시 만들어졌는데, 철도는 오르막을 오르는 게 힘들다 보니 그냥 닥치고 지하 터널로 아주 완만한 경사를 만들어 냈다.
예전에도 한번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 광명 역에서 분기하여 인천대교를 따라 곧장 인천 공항으로 가는 철도가 필요하고, (2) 신분당선은 서울 남산 아래를 지나서 광화문까지 직통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들이 없는 게 아쉽다.

Posted by 사무엘

2016/03/09 08:37 2016/03/0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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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포 2016/03/09 09:32 # M/D Reply Permalink

    이번에 개통된 수인선에 인하대역이 있습니다~! ㅎㅎ 제가 다니는 학교에요..

    1. 사무엘 2016/03/09 11:45 # M/D Permalink

      그렇죠~! 좋으시겠습니다. ^^

  2. 허국현 2016/03/10 11:00 # M/D Reply Permalink

    인천대입구 역이 빠졌네요. 서울대 입구 역 같은 사기스런 이름은 아닙니다. 20분정도에 "걸어서 갈 수는 있는 거리"입니다.

    다만 98% 이상의 학생들이 내려서 한두 정거장 정도 버스를 탑니다. 어차피 환승 무료 때문에 공짜 내지 50원 정도 내면 탈 수 있거든요.

    1. 사무엘 2016/03/10 13:39 # M/D Permalink

      서울대-서울대입구,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한대앞만치 2km가 넘는 막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막 가까운 것도 아니고.
      굳이 유사 사례를 찾자면 총신대-총신대입구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약간 더 가까운 정도의 거리네요~
      평지이니 그런 거리는 자전거로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

  3. 觸手 2016/03/10 21:30 # M/D Reply Permalink

    수도권고속철도가 광주송정 - 목포를 제외하고 기존선 구간을 운행하지 않는다는게 아쉽네요.
    전라선 연선이나 포항은 KTX는 타고싶은데 표가 없어서 난리인지라 나름 기대했는데 말이죠.
    도카이도 신칸센 만큼은 아니더라도 차를 팍팍 넣어서 배차간격이 많이 줄었으면 좋겠어요.

    1. 사무엘 2016/03/11 12:05 # M/D Permalink

      아무래도 고속철은 고속선에서 달리라고 만들어지니, 수요와 관련된 피치 못할 사유가 있지 않은 한 굳이 느린 기존선을 염두에 두지는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고속철 접근성을 개선하려면 환승 연계 강화는 필요하겠죠.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고속철은 빠른 속도가 의미를 가지려면 자주 다녀서 배차도 짧아야 하는 게 당연한 귀결입니다. 공감합니다.

  4. 임진섭 2016/03/14 16:26 # M/D Reply Permalink

    가천대학교도 가천대역 1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캠퍼스입니다! (정"문"이 따로 없네요 ^^;)
    바로 옆은 복정_동서울대 역이지만, 동서울대는 정작 가천대역과 복정역 거의 중앙에 있다는게 함정..ㅋㅋㅋ

    1. 사무엘 2016/03/14 18:06 # M/D Permalink

      아하, 가천대도 그렇지요. 저도 직접 가서 본 적이 있답니다. (반갑습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가천대와는 달리 동서울대는 위치가 참 애매하긴 합니다.

  5. 박 상대 2016/04/05 20:11 # M/D Reply Permalink

    용인 경전철(에버라인)에는 대학교 역명이 4개(강남대역, 시청·용인대역, 명지대역, 운동장·송담대역)나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강남대역을 제외하고는 역과 학교가 1.5km 이상(도보 30~40분) 떨어져 있어서인지,
    각 대학교에서 셔틀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1. 사무엘 2016/04/06 06:29 # M/D Permalink

      네 그렇습니다. 거기 있는 대학교는 강남대 말고는 다들 지하철 역세권이라고 보기가 어렵죠.
      오랜만에 뵙네요.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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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하철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차라리 선로로 대피하는 게 낫다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소사보다는 질식사가 훨씬 더 많다는 게 상식이다.
일반적으로는 깊은 지하가 빛도 안 들어오고 산소도 부족해서 생존에 불리한 게 사실이지만, 지하철은 말 그대로 지하에 뚫린 길이다. 지하가 길이 더 없는 막다른 던전이 아니라는 큰 차이가 있다.

유독가스는 위로 굉장히 빠르게 잘 퍼진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도, 발상을 전환하여 앗싸리 선로로 대피해서 멀찌기 인접역까지 걸어 간 후 거기서 지상으로 빠져나온 소수의 사람들은 다 별다른 부상 없이 멀쩡히 살아 나왔다.
그 반면,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당장 지상과 더 가까워 보이는 화재 발생 당역의 출구를 통해 나가려 했으며,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 살아서 빠져나가지 못하거나, 생존하더라도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해 몸이 상했다. 후자가 더 안전할 것 같은데 결과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특히나 지하 n층 이하의 매우 깊은 역이라면 정말로 무리해서 지상으로 빠져나갈 생각일랑은 버리고 선로로 대피하는 게 더 훨씬 더 안전할 것이다. 선로가 단선 쌍굴이라면 통행하기가 좀 무섭겠지만, 그래도 지하철에서 그 정도 사고가 났다면 어차피 근처 열차들은 안전 장치 내지 사령부로부터의 지시를 받고 멈추니 열차에 치일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단, 요즘은 스크린도어가 역설적으로 이런 선로 탈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 구명조끼는 탈출 후에 부풀려라

육상 교통수단과는 달리 비행기나 배는 사고가 났을 때 사망, 부상뿐만 아니라 실종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탑승 전에 신분증으로 탑승객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한다.
또한 얘들은 추락이나 침몰로 인해 동체가 수면에 떨어질 수 있다. 안전벨트와 산소 마스크는 비행기에만 있지만, 구명조끼는 두 교통수단이 공통으로 갖추고 있다.

비행기나 배의 위급 상황에서 구명조끼를 잘 착용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거기에다 공기를 주입해서 부력을 만드는 건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해당 동체를 탈출하여 밖에 나온 뒤에 해야 한다.

이미 물에 빠져서 내부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배나 비행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잠수를 해야 할 수도 있는데, 너무 일찍 공기를 집어넣으면 이것 때문에 동체에서 탈출도 못 하고 거기서 갇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1996년의 에티오피아 항공 961편 피랍 사건과 최근의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도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선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람들이 부풀어 오른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것은 바르게 행동한 것이 아니었다.

저 비행기 피랍 사건도 마찬가지다. 동반 자살을 유도하던 테러리스트 때문에 비행기는 연료가 고갈되어 추락했다. 기장은 필사적인 노력으로 기체를 바다 위에 최대한 안전하게 착수시켰으며, 적절한 대처를 한 공로를 인정받아 나중에 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170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 중 목숨을 부지한 사람은 50명에 그쳤는데, 사망자들은 구명조끼를 기내에서 미리 부풀리는 바람에 침수되고 있는 동체에 갇혀서 최후를 맞이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4/07/30 08:34 2014/07/3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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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재주 2014/07/31 13:00 # M/D Reply Permalink

    스크린도어는 안쪽에서는 밀어서 열 수 있는 구조라 괜찮을 것 같긴 합니다.
    문제는 대구 지하철 참사 때도 그렇고, 세월호 때도 그렇고, 과연 기관사가 사고 사실을 제대로 보고하긴 했는가 그 자체를 믿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거죠...

    1. 사무엘 2014/07/31 16:12 # M/D Permalink

      안쪽에서 여는 걸 고려해서 만들어야 하는 물건으로는 자동차 트렁크와 철길 건널목 차단기도 생각 나네요.

      모든 안전 정책에는 평상시의 불편함과 비용 증가가 뒤따릅니다. 요즘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가 대표적인 예죠.
      그 때문에 평소에는 사람들이 귀차니즘 때문에 극도의 편법과 안전 불감증 속에서 살다가, 사고가 한번 터졌다 하면 완전 맨붕 패닉에 빠지곤 합니다.
      일반인들이 그러는 거는 딱히 이상한 현상이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직업 종사자가 그래서는 심히 곤란하지요. =_=;;
      군인이 전쟁터에서 겁 먹고 도망간다거나 의대생이 무서워서 해부 실습을 못 한다거나,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겁 먹고 도망치는 것과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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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노트북 PC나 읽을 책을 챙겨 들고 한적한 전철역으로 떠나서 피서를 즐기는 건 수도권 광역전철 역세권에 사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복이다.

지금까지 경의-일산선, 분당선, 과천-안산선, 서울 7호선, 공항 철도 등 여러 노선을 다녀 봤다. 하지만 1호선과 직결되는 광역전철이나 경춘선은 상대적으로 덜 탔다. 안 그래도 토요일 낮에는 지하철들이 혼잡한 편인데 거기는 특히 너무 혼잡하기 때문이었다.

경춘선은 통일호, 무궁화호를 거쳐 지금은 전동차와 ITX 청춘이라는 실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은 광역전철이다. 비록 혼잡하고 타러 가기가 힘들고(무려 상봉까지!) 열차가 중앙선보다도 드물게 다니긴 하지만(경의선 서강-공덕의 배차간격과 비슷함), 주변 경치가 워낙 좋기 때문에 한 번쯤은 날 잡아서 다시 시승해 봤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경춘선 중에서도 백양리와 김유정 역에서 내려서 역 주변을 카메라에 담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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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백양리 역 승강장이다. 이 넓은 승강장에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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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의 바깥은 이렇게 생겼다.
주변이 워낙 한적하고 부지가 넉넉하니 광장도 있고 자전거 거치대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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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주차장은 그냥 무료 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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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역 쪽을 대고 바라본 풍경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정말 운치 있어 보이지 않는가?
그나저나 경춘선은 역시 은근히 길더라. 서울-수원 정기권(거리 비례 6단계)으로도 백양리 역까지만 가도 내릴 때 추가 차감이 발생했다.

다음, 김유정 역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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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은 원래 신남 역이라고 불렸으나, 근처에 소설가 김 유정 문학촌이 있다 하여 2004년에 역명이 이렇게 바뀌었다. 이 역은 역명판의 한글 서체도 다 코레일체 대신 궁서체를 사용하고 있으며, 역사가 한옥 컨셉의 특이한 형태로 지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역은 선로가 고가가 아닌 평지에 있다. 그리고 역사에서 승강장으로 갈 때 육교가 아니라 '지하도'를 이용한다. 그래서 전철역이 아니라 시골의 일반열차역 같은 인상이 느껴진다.
세상에 평지 선로 + 지하도 형태인 역은 매우 드물다. 반월, 대방, 구일 정도가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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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전철역이 아니라 시골의 일반열차 철도역처럼 보이지 않는가?
역 주변에도 한옥 스타일의 정자와 뜰이 있다. 경춘선 탐방 때 한번쯤 들러 볼 만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26 08:34 2013/08/2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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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eon 2013/08/26 18:27 # M/D Reply Permalink

    세상에 평지 선로 + 지하도 형태인 역은 매우 드물다. 반월, 대방, 구일 정도가 고작?
    --->
    경주역도 그런 방식입니다. 철덕님께서 좋아하실 듯 ^^

    http://www.srb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283
    http://blog.daum.net/zenith2/15861555

    1. 사무엘 2013/08/26 22:17 # M/D Permalink

      반갑습니다.

      제 말은 전철역 중에 그런 형태가 매우 드물다는 얘기예요. 전철 말고 일반열차가 다니는 철도역은 그런 형태가 여럿 있죠. 경주뿐만 아니라 전주, 익산, 안동 등도 그렇습니다. 사실은 21세기 이전에 대부분의 철도역들이 그런 형태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고향이 경주이구요. ㅎㅎ)

  2. 2013/08/28 12:18 # M/D Reply Permalink

    잠시 들렸습니다..
    주말에 저렇게 좋은 곳을 혼자 다니시다니..
    가까운 분들과 함께 다녀보세요..ㅎㅎ

    아직 밖에는 매미소리가 우렁차네요..
    그래도 지난주보단 선선함이 있어서 한결 편하네요..
    ^^

    1. 사무엘 2013/08/28 22:29 # M/D Permalink

      ㅋㅋㅋ 같이 가자고 해도 호응하는 분이 별로 없어서.. ^^;;
      철도의 아름다움이 널리 널리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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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에 차고지가 있다면, 지하철에는 차량 기지가 있다.
2년 전에 본인은 수도권 전철의 차량 기지에 대해서 위치와 관할 회사 위주로 정리했었다. 그 뒤 이번에는 차량 기지가 수행하는 기능 위주로 옛날 글에서 다루지 못한 설명을 보충하도록 하겠다.

사실, 철도를 운영하는 데는 당장 차량을 굴리는 동력비(전기료)뿐만 아니라 선로와 차량을 정비하는 비용도 굉장히 많이 든다. 그리고 어느 주기로 차량을 어느 정도로 정비할지가 매뉴얼에 다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 기지에서 처음 나올 때: 차량이 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주요 운행 장치와 접객 시설들이 동작하는지 최소한의 확인. 차량이 운행을 마치고 기지로 들어갈 때도 간략하게나마 점검을 실시함.
  • 3일 간격으로: 전동차의 내부 주요 장치의 기능과 외관을 검사
  • 2개월 간격으로: 좀 더 세부적인 부품에 대한 월상검사

한 대도시에서 지하철이 얼마나 중요한 교통수단인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점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철도는 오로지 선로 위만 달릴 수 있으며 차량이 스스로 방향 전환조차 할 수 없는 1차원 교통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량 하나가 정비 불량으로 인해 선로에서 도중에 퍼지면, 사실상 모든 열차가 올스톱되어 버린다. 그때 발생되는 영업 손해와 무너지는 승객들의 멘탈, 증가하는 폭력성-_-은 가히 추산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점검은 저런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2년~4년 주기로는 아예 전동차들을 싹 다 분해해서 모든 부품들을 일일이 검사하고 교체한 뒤, 다시 조립하기도 한다. 이 신문 기사를 참고하라.

짧게는 매일, 길게는 n개월 정도로 차량의 원형은 유지한 상태에서 차량을 점검하는 작업을 '경정비'라고 일컫는다. 그 반면, 최하 수 년 간격으로 차량을 완전히 분해했다가 재조립하는 작업을 '중정비'라고 일컫는다.
전동차 한 편성에 대한 중정비 작업은 당연히 당일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2~3주는 걸리는 대공사이다. 그러니 수십 편성에 달하는 전동차들을 모두 해체했다가 재조립하는 데는 1~2년씩 걸린다고 한다.

전동차의 차량 기지는 경정비와 중정비가 모두 가능한 놈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경정비만 가능한 놈이 있다.
경정비만 가능한 기지는 그냥 여러 편성의 차량들을 한꺼번에 넣어 두는 검수고만 있는 반면, 중정비가 가능한 기지는 중정비를 위한 공장이 한 채 곁들어져 있다. 그 공장은 입구가 툭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항공 사진을 보면 대체로 凸자 모양을 하고 있다. 사각형 모양이기만 한 검수고와는 외형이 다르다는 뜻이다.

또한 이것은 비록 중정비의 100%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중정비가 가능한 기지 중에는 열차의 진행 방향을 바꾸는 U턴 회차 선로를 자기 주변에 갖추고 있기도 하다.
지하철 전동차는 전후 대칭형이기 때문에 들어왔던 형태 그대로 후진을 해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전동차를 계속 그렇게만 운행하면 안쪽 바퀴와 오른쪽 바퀴가 불균등하게 마모되기 때문에 차량의 유지 보수 측면에서 좋지 않다. 당장 커브만 생각해 봐도, 커브 안쪽의 바퀴가 바깥쪽의 바퀴보다 덜 돌 테니 말이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열차를 U턴시킴으로써 각 바퀴가 얹히는 궤조의 방향도 바꿔 주는 것이다.

중정비 공장은 여러 노선들로부터 수많은 전동차들의 중정비 예약을 꾸역꾸역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1년 중에 노는 날이 별로 없다. 그리고 이런 데서 수십 년간 일한 기술자들은 소리만 들어도 전동차의 어지간한 상태를 다 진단해 낼 수 있는 프로, 베테랑들이다.

자, 이제 지하철 차량 기지의 항공 사진이라고 하면 사무실, 검수고에 이어 공장, U턴 선로까지 있는지 시설을 보는 안목이 다들 생겼을 것이다.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 도시철도 공사는 노선별로 차량 기지의 배분이 가장 균형 있고 예쁘게(?) 되어 있다.

얘들은 메이저한 노선 5호선과 마이너한 노선 8호선, 그리고 메이저한 7호선과 마이너한 6호선을 서로 짝지어서 관리한다. 유실물 센터도 이렇게 두 노선을 한데 합쳐서 운영하고, 차량 기지도 그런 식으로 공유한다.
메이저한 노선에는 중정비까지 가능한 메이저 기지 1개와 경정비만 가능한 마이너 기지 1개가 붙어 있다. 그러나 마이너 노선에는 역시 마이너 기지 1개만 있다.

그래서 5호선과 8호선이 공유하는 메이저 기지는 그 이름도 유명한 고덕 기지이며, 공장과 회차선이 모두 있다. 둘은 여객 환승역인 천호가 아니라, 가락시장-방이 사이에 연결 선로가 존재하며(3호선 연장 구간과도 다른 경로임), 8호선 전동차는 이 선로를 통해 고덕 기지로 가서 중정비를 받는다.
마이너 기지는 방화(5)와 모란(8)이다. 고덕 기지는 도철의 차량 기지 중 가장 거대한 반면, 모란 기지는 가장 작다.

7호선과 6호선이 공유하는 메이저 기지는 장암 역이 자리잡고 있는 도봉 기지이며, 역시 공장과 회차선이 모두 있다. 환승역인 태릉입구 역 근처에 전동차의 연결 선로가 존재한다. 그리고 두 노선의 마이너 기지는 천왕(7)과 신내(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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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 차량 기지의 구글어스 사진. 연보라색 사각형은 검수고이고, 맞은편에 있는 凸자 모양의 하늘색 건물이 바로 중정비용 공장이다. 그리고 기지 외곽으로 U턴 선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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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 신내 차량 기지는 연보라색 검수고만 있으며, 공장이나 U턴 선로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도철 말고 다른 지하철 회사나 코레일은 사정이 어떨까?

서울 메트로 소속인 서울 2호선의 경우 군자와 신정 기지가 둘 존재하는데, 모두 중정비가 가능하다. 군자의 경우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건설되어 긴 역사를 자랑하는 차량 기지로, 한때는 근처에 있는 용답 역의 이름이 아예 '기지' 역이었을 정도였다.
1호선에 투입되는 서울 메트로 차량도 모두 여기서 정비를 받는다. 동묘앞 행 열차가 운행을 마친 후 가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양천구청 역 근처의 신정 기지는 검수고 위에 아파트가 지어진 걸로 유명하며, 이 때문에 기지의 전체 모습이 항공 사진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검수고 위이지, 훨씬 더 시끄러운 소음이 발생하는 중정비용 공장 위에다 아파트를 지은 건 아니다.
이 두 기지는 중정비가 가능한 기지이지만 항공 사진상으로 U턴 선로는 보이지 않는다.

서울 메트로의 '고덕 차량 기지'뻘 되는 메이저 기지는 지축 차량 기지이다. 부지가 매우 넓고 경· 중정비가 모두 가능하고 U턴 선로도 있다. 그에 반해 수서나 창동 기지는 경정비만 가능하다.

서울 9호선의 유일한 차량 기지인 개화 차량 기지는 역시 경· 중정비+U턴이 가능한 full set 기지이다. 바로 옆에는 시내버스 강서 공영 차고지도 같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앞으로 9호선은 동쪽으로 더 연장될 예정인데 그래도 차량 기지는 여전히 하나만으로 유지되려나 궁금해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지하철들은 차량 기지가 있는 쪽부터 가장 먼저 개통한다. 양 끝에 두 곳이 있다면 중정비까지 가능한 메이저 기지가 있는 쪽부터 말이다. 그래서 서울 5호선은 고덕 기지가 있는 방향인 왕십리-상일동이 가장 먼저 개통했으며, 7호선은 온수 쪽이 아니라 강북의 도봉산-건대입구부터 먼저 개통한 것이다.
3호선과 4호선은 각각 지축과 창동 기지를 끼고 강북 구간인 구파발-양재, 상계-한성대입구부터 개통했다가 점차 남하한 반면, 8호선은 성남에 있는 모란 기지를 끼고 잠실-모란부터 먼저 개통했다가 암사까지 올라갔다.

2호선은? 더 말이 필요하지 않다. 군자 차량 기지를 경유하는 신설동-종합운동장 구간이 최초이다. 회사로 치면 창립 멤버뻘 되는 구간이다.

이제 코레일 광역전철을 생각해 보면.. 코레일 수도권 동부 지사가 자리잡고 있기도 한 신이문 역 인근의 이문 차량 기지, 경의선의 문산 기지, 안산· 수인선의 시흥 기지, 경춘선의 평내 기지(평내호평-금곡 사이)는 모두 경정비와 중정비가 가능하다. 분당 기지도 중정비는 가능하지만 딱히 툭 튀어나온 공장이 항공 사진에서 보이지는 않는 듯하다.
그리고 코레일의 메이저 기지들은 도철의 메이저 기지와는 달리 U턴 선로도 없다. 전동차의 방향 전환을 아예 안 하지는 않을 텐데, 이에 대해서는 다른 대책을 마련해 두고 있지 않나 싶다.

이들 말고 병점 차량 기지와 구로 차량 기지는 경정비만 가능한 마이너 기지이다.
원래 용산 역 일대에도 전동차 중정비 시설이 있었지만 지금은 재개발을 위해 모두 헐렸다. 용산으로도 모자라서 구로 기지마저도 지금은 재개발하고 더 외곽인 광명 일대로 기지를 옮기네 마네 하는 떡밥이 오가는 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6/28 08:36 2013/06/2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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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인을 따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서울 여행을 하고 제 발로 지하철/전철을 이용하기 시작한 건 2001~2002년 사이부터이다.
그리고 서울 지하철 중에서 5호선은 전동차가 아주 중독성 있는 특이한 가속 구동음을 낸다는 걸 스스로 인지한 게 한 2003년쯤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인간이 발명한 교통수단에서 어떻게 이런 구수한 소리가 날 수 있는지 나는 골똘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자동차처럼 연료를 폭발시키는 소리도 아니고, 비행기처럼 공기를 뿜는 소리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기계를 만들어야 이런 소리가 날 수 있을까?
나팔을 부는 듯한 관악기 소리에 가까운지, 아니면 현을 켜는 듯한 현악기 소리에 가까운지는 내 음악 지식으로는 판단을 못 하겠다.

그래서 내부 디테일을 좀 공부하다 보니 몇 가지 용어를 알게 됐다. 전동차의 동력비 변환 메커니즘은 저항 제어, 쵸퍼 제어에 이어 반도체를 이용한 최신 기술인 VVVF(가변 전압 가변 주파수) 제어 방식으로 변모해 왔는데, 바로 VVVF 초창기에 속하는 차량이 이런 독특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은 VVVF도 다 같은 물건이 아니다. 초기의 VVVF-GTO 방식은 윙~윙 하는 소음이 큰 편이지만, 나중에 등장한 VVVF-IGBT 방식은 구동음이 조용해진 편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는 물론 GTO 방식이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이곳에서.. 그리고 또 이곳 설명도 꼭 봐라, 두 번 봐라.

철덕들이야 이 소리를 아주 좋아하지만, 일반인들은 5호선 열차가 주행 중에 너무 시끄럽다고 불만이 많은 편이었다.
자갈 대신 콘크리트 노반, 좁은 터널, 굴곡이 많은 선형 등 여러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당시 첫 도입되었던 VVVF 인버터도 소음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긴 했다. 게다가 5호선 차량의 인버터는 원래 지하도 아니고 지상 전철용 부품이 납품된 거라고도 하고.

그래서 5호선의 운영사인 도철에서는 장기적으로 5호선 전동차의 인버터를 더 조용한 것으로 차츰 교체하기로 계획을 세웠으며, 지금으로부터 1년쯤 전인 2012년 2월, 제 502편성 열차 하나를 시범적으로 독일제 VVVF-IGBT 인버터로 교체해서 굴리기 시작했다.

난 그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접하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열차와 마주칠 일은 없었다. 수십 편성짜리 열차 중에 달랑 하나만 바뀐 거니까 말이다.
그랬는데.. 며칠 전에.. 드디어 조우했다!

환승을 위해 겨우 두 정거장 구간밖에 이용을 못 해서 구동음을 충분히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지금 2-3-9호선 신형 전동차보다도 더 조용한 듯하다. 그쪽 계열 소리가 아니다. 첫음은 G와 G# 중에서 G에 더 가까웠지 싶다.
내가 지난 10년간 탔던 5호선답지 않게 전동차의 구동음이 너무 조용해져서 적응이 안 된다.

마치 예전에 6호선에서 잠깐 다니던 전설의 609편성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것처럼 지금 5호선에는 혼자 구동음이 튀는 열차가 하나 다니기 시작해 있다.
이런 식으로 이제 5호선의 마스코트인 ABB사 기존 구동음도 점점 듣기 어려워질 수 있으니, 이제 서둘러서 녹음하려면 녹음하고 구동음을 실컷 감상해 둬야겠다.

어쨌든 철도는 이렇게 아름다운 구동음을 내면서 달리는 전동차도 있으니, 참 웰빙 교통수단임이 틀림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3/02/20 08:39 2013/02/2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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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벌 2013/02/21 08:48 # M/D Reply Permalink

    저는 5호선을 매일 이용합니다. 그런도 전철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신경도 안 쓰고 지냈네요. 퇴근할 땐 잘 들어봐야겠네요.

    1. 사무엘 2013/02/21 16:12 # M/D Permalink

      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 보세요. 앞으로 인버터가 교체되면 이런 소리 듣고 싶어도 못 듣게 됩니다.

  2. 정 용태 2013/02/21 15:32 # M/D Reply Permalink

    디젤의 구동음을 좋아해서 촬영 나가면 그동안 갖춘 녹음장비도 쭈욱 들고나가서 녹음하는 편인데 지하철은 사람들 소음이 많이 녹음되더군요 ㅠㅜ 평일이나 주말이 되면 날짜 잡아서 녹음 뛰고 싶습니다. ㅋㅋㅋ

    1. 사무엘 2013/02/21 16:13 # M/D Permalink

      제 경험상,
      지금 같은 추운 겨울에 (겨울 이외의 계절엔 송풍기/냉방기 소음이 섞입니다.)
      승객이 없는 이른 아침/늦은 밤 시간대와 구간 (곡선 구간은 주행 중에 쇳소리 잡음이 섞이지요)
      에서 녹음해야 깨끗한 소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

  3. VVVF 2014/04/09 20:28 # M/D Reply Permalink

    아... 소리 좀 다른 전동차라 지난번에 한번 탔던거 같네요 ㅋㅋ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는데 같은 5호선이면선 소리가 좀 달라서 다른 소자로 사용했나 싶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네요 ㅎㅎㅎ

    1. 사무엘 2014/04/10 00:17 # M/D Permalink

      넵, 5호선 전동차 중에 홍일점이 출현한 지 벌써 2년이 넘었지만, 70편성이 넘는 전동차 중에 겨우 하나만 바뀐 것이기 때문에 우연히 접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
      7호선의 SR-001 전동차보다도 당연히 훨씬 더 레어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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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지하철역 열전

1. 길이 아닌 건물 부지의 중심에 있는 지하철역

일반적으로 지하철역은 큰 도로의 교차로에 만들어지거나, 최소한 길을 따라 그 아래에 나란히 건설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신분당선 판교 역은 길이 아니라 사방의 길로 둘러싸인 거대한 직사각형 부지의 정중앙에 건설되었다.

이 때문에 판교 역 주변에는 버스 정류장도 판교역 동편/서편/남편/북편 이렇게 네 개가 서로 뚝 떨어져 있다.
판교 역이 있는 부지에는 앞으로 거대한 상업 시설이 건설될 예정이다. 그러면 판교 역은 마치 지금의 분당선 서현 역처럼 건물 안에 있는 전철역이 될 것이다.

이런 건물의 건설을 염두에 두고, 현재 역의 근처에는 신분당선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지하 주차장도 있다. 신분당선 본사가 이 역 근처에 있기도 하니, 판교 역은 공항 철도로 치면 검암역과 비슷한 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판교 역은 앞으로 성남-여주선의 환승역이 될 예정이다. 본사 소재 + 상업 시설 + 환승 노선이라는 속성이 모두 갖춰질 예정인 판교 역의 미래가 기대된다.

2. 지상에 건물이 있는 지하철역

지난 2005년에는 6호선 환승을 위해 1호선 동묘앞 역이 건설되었다. 기존 지하철 구간에 역이 신설된 것은 분당선 이매 역에 이어 이것이 두 번이다.
지하철은 선로+승강장뿐만 아니라 대합실· 매표소까지 모두 지하에 있기 때문에 지상에는 내려가는 계단 출입구만 존재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1호선 동묘앞 역은 2번 출구 쪽에 지하철역 '건물'이 지상에 있다. 이런 형태는 지하철에서 좀체 보기 힘든 형태이기 때문에 본인은 이것을 흥미롭게 주목했다.

물론, 상업 시설과 일심동체가 되어서 건물을 갖추게 된 지하철역이야 분당선에도 있고(서현 역이 대표적), 아까 소개한 판교 역도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승무 사무소 때문에 건물이 있는 지하철역도 있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5호선 개화산 역이 유명하다. 도철 소유의 승무 사무소 건물이 있으며 그 건물 아래로 지하철역이 있다. 이 역에 존재하는 2개의 출구는 그냥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그리고 8호선 잠실 역도 9번 출구가 바로 승무 사무소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통로가 건물과 연결되어 있지는 않으며 곧바로 지하로 내려간다.

3. 서울 지하철 7호선 장암 역 vs 9호선 개화 역

차량 기지 내부에 설치된 임시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 장암은 의정부에 있는 반면 개화는 그래도 끝자락이나마 인서울이다..
  • 장암은 단선이고 모든 열차가 들어가지 않아서 배차도 길지만, 개화는 그렇지 않고 급행이 아닌 일반열차들은 모두 간다.
  • 개화는 두단식 승강장이지만 장암은 그렇지 않다.
  • 장암은 스크린도어가 있지만 개화는 그렇지 않다.

차량 기지 안에 역을 만드는 테크닉의 원조는 7호선 장암인데, 도철의 경우 그 후로도 5호선 강일, 6호선 신내가 계획되어 있다.
다만, 8호선 모란 차량 기지는 노선의 선형과 주변 역세권의 문제로 인해 내부에 역이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1기 지하철들은 순환선이거나 노선의 끝이 광역전철과 직결되거나, 이미 기지 구간 너머로도 노선이 연장되기도 했기 때문에(수서, 지축, 창동 등) 저런 트렌드와는 무관한 영역에 있다.

한편, 개화 역은 그래서 장암뿐만 아니라 1호선의 종점 중 하나인 인천 역과도 공통점이 있다.
비록 인천은 차량 기지가 있는 역은 아니지만 승강장이 지상에 섬식+두단식이며, 이전역과의 선형이 직선이 아니라 빙 굽어 있는 것이 유사하다.
또한 급행은 이전역까지만 운행된다는 점도 똑같으니 기막히지 않은가? (김포공항 vs 동인천)

다만, 개화는 계단 없이 승강장에 도달할 수 있는 '바로타'는 아니다.
장암은 역 건물에서 승강장까지는 '바로타'이지만, 역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서 어차피 선로 하나를 육교로 타넘어야 한다.

* 이런 식으로 이색 지하철/철도역을 복습 차원에서 좀 더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 승강장에서 자연 채광을 볼 수 있는 역은? 녹사평, 양천구청, 광명
  • 승강장이 지상인데 정작 지상에 역 건물이 없기 때문에, 지하로 들어갔다가 올라가야 하는 역은? 대방, 신도림
  • 주택가 내지 완전 골목길에 출입구를 볼 수 있는 역은? 마천, 신길
  • 지하역인데 승강장이 대합실보다 더 얕은 역은? 지하 청량리
  • 다리 위에 건설된 초유의 역은? 구일
  • 전부 또는 일부 승강장이라도 계단 없는 '바로타' 탑승이 가능한 역은? 인천, 가좌, 신답, 경의선 서울역, 노량진(일부), 화서(일부) / 용두· 장암· 7호선 건대입구(매표소-승강장 사이만)

Posted by 사무엘

2013/01/10 08:43 2013/01/1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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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탈 때 자전거를 갖고 타도 될까? 여기에 대한 규정은 의외로 회사별로 case by case이다.

레벨 1. 모든 요일, 모든 시간대에 가능: 공항 철도
한때는 환승 할인도 없이 독자적인 요금을 징수하여 어그로를 이끌었던 공항 철도가, 코레일에 인수된 이후 자전거에 관한 한 가장 대인배가 되었다. 물론 열차가 워낙 한산하니 자전거를 실을 여력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인천 구간 말고 서울역-김포공항 같은 서울 도심 구간까지 동일한 정책이 적용된다는 점도 포인트.
단, 직통열차는 당연히 불허이며, 인천국제공항 역 자체는 자전거 출입을 할 수 없다.

레벨 2. 평일 출퇴근 시간대만 빼고 모든 요일과 시간대에 가능: 코레일 외곽형 노선. 경의선(DMC-문산), 중앙선(용산-용문 전구간), 경춘선(상봉-춘천 전구간).
경의선은 전구간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 서울역-DMC 구간은 그렇잖아도 열차가 1시간에 한 대씩밖에 안 다녀서 혼잡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 같다.

레벨 3. 토, 일, 공휴일에 가능: 2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코레일 노선들. 분당선, 그리고 1, 3, 4호선에서 코레일 관할 구간(서울역 이남, 청량리 이북, 대화-지축, 선바위-오이도)이다.

레벨 4. 토요일을 제외하고 일, 공휴일에만 가능(즉, 빨간날에만): 서울 지하철 1~8호선. 이 레벨이 사실상 지하철 회사들의 표준 가이드라인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에 비해 코레일은 전반적으로 여느 지하철 회사들보다 관대한 정책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레벨 5. 언제나 불가능: 9호선, 신분당선
민자 전철들은 자전거의 휴대 승차를 전혀 허용하고 있지 않다. 9호선이야 서울 도심을 정면으로 통과하고 4량 1편성밖에 안 되는 작은 열차에다 자전거를 또 싣게 해 줄 여력도 없는 게 이해가 되는 반면, 신분당선은 좌측통행까지 할 정도로 좀 더 광역전철스러운 구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벨 2나 3 정도의 정책을 취하고 있지 않은 게 아쉽다.
가령, 경인선은 정말 승객들로 터져나가는 혼잡한 구간이지만 코레일이 레벨 3으로 랭크시켜 주고 있지 않은가.

내가 여행하고자 하는 구간이 여러 회사들의 관할 구간에 걸쳐 있다면 물론 가장 엄격한 허용 기준에다 맞춰야 할 것이다.
수인선은 주변의 안산선, 경인선, 그리고 앞으로 분당선과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레벨 3이 될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개통할 수원-안산 사이 구간은 주변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외곽임을 감안했을 때, 이곳만은 관대하게 레벨 2로 해 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인천 지하철 1호선은 내가 공식 자료를 보지는 않았지만 지하철의 표준인 레벨 4를 따를 거라 예상된다.
토요일 낮에 모든 지하철들이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얼마나 혼잡한지 아시는 분이라면, 토요일도 자전거 휴대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단지 외곽형 광역전철들은 국가의 자전거 우대 정책에 따라 주기 위해서 규정상 허용해 줄 뿐이다.

위의 규정을 위반하고 지하철에 자전거를 휴대하다가 적발되면, 전철 기본 요금과 비슷한 수준의 부가금을 낸 뒤 열차에서 하차 조치를 당한다. 쉽게 말해서 강퇴 당한다. 추가 요금을 내고 자전거를 싣는다는 개념이 아니므로, 이 점에 대해 오해 없어야 한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적발되는 게 흔히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단, 이 글에서 다뤄진 모든 자전거는 접을 수 없는 자전거를 일컫는다.
반으로 접은 자전거는 위의 모든 레벨들을 무시하고 어느 요일과 어느 시간대와 어느 노선에든 휴대하고 열차내에 반입 가능하다. 맨 앞이나 맨 뒷칸에만 실을 수 있다는 건 그냥 권장 사항일 뿐 강제는 아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2/12/30 08:26 2012/12/3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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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 1차 개통 구간 탐방기

성남에 있는 분당은 고양시 일산과 더불어 1기 신도시의 양 축을 구상하고 있는 신도시이며, 수도권 전철 분당선은 분당과 서울 사이의 연계를 위해 만들어진 광역전철이다.

분당선은 여타 광역전철들과는 달리 연계하는 서울 지하철이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노선명과 노선색을 쓰고 있으며, 교류 전기를 씀에도 불구하고 전구간이 지하이기 때문에 마치 코레일만의 지하철 같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주변이 굳이 지하화를 해야 할 정도로 크게 개발되어 있던 것도 아닌데 지하로 건설된 이유는 인근의 서울 공항으로 인한 보안 때문이었다는 설이 있다.

이 분당선은 1994년 9월 1일에 수서-오리 구간이 최초로 개통했다. 그 당시엔 훗날 개통한 서울 지하철 5호선을 능가하는 시끄러운 전동차 주행 소음 때문에 악명이 높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개선된 상황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왕십리에서 수원까지 연결되는 방대한 광역전철으로 확장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보다시피 공사의 진척은 한없이 늦다. 지난 10월에 드디어 북쪽 끝인 왕십리 구간이 완공되었으나 수원과의 연결은 언제쯤?
한편, 승강장은 10량 기준으로 만들어졌지만 아직 전동차는 6량으로만 다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궁극적으로는 8량까지밖에 증결하지 않을 계획이라 한다.

이렇듯, 철덕의 입장에서 분당선은 할 말이 참 많은 노선임이 틀림없다.
긴 시간 간격을 두고 분당선이 상당히 많이 길어져 온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개통한 1차 구간이 역사적으로 가장 분당선스러운 옛날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분당선에서 가장 먼저 개통한 수서-오리 구간에 대한 종합 명세이다.

수서
서울 지하철 3호선이 서울 2기 지하철 사업의 일환으로 남쪽으로 연장되던 1993년 말에, 3호선의 종점으로 먼저 개통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분당선이 개통하면서 여기와의 환승역이 되었다. 환승은 개념환승 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한 막장환승도 아닌 정도. 마치 1호선 청량리 역처럼 3호선 승강장은 환승 통로에서 계단을 도로 올라가야 나온다.
한때는 이 역이 3호선과 분당선 모두의 종점이었지만, 지금은 둘 다 노선이 연장되어 모두 단순 통과역으로 바뀌었다.

복정
서울 지하철 8호선 1차 구간이 개통한 1996년 11월에 8호선과 분당선 역이 동시에 개통한 환승역이다. 두 노선의 승강장은 상하로 정확하게 포개지는 일체형으로 건설된 덕분에, 계단 하나만 오르면 간편하게 환승이 된다. 게다가 이 역은 8호선과 분당선 모두 유일한 섬식 승강장이라는 특징까지 갖추고 있다. 교외 지대이기 때문에 역 주변은 한산한 편이며 버스 환승 센터와 거대한 유료 주차장이 있다.

그렇잖아도 분당선 수서-복정과 다음 역인 복정-가천대는 역간 거리가 꽤 길다. 전자는 직선 거리만 무려 3km에 달하고 후자도 2km가 넘는다. 서울에서 성남으로 넘어가는 교외 지대는 딱히 역세권이 없는 그린벨트이며, 특히 수서-복정 사이는 탄천과 수서 차량 기지를 관통하기 때문에 지상화를 할 수도, 중간에 역을 만들 수도 전혀 없다. 그러니 복정 역이 아직 개통하기 전이던 1994~1996년 사이의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분당선 전동차는 수서에서 경원대(현 가천대) 역까지 5km가 넘는 거리를 무정차 쾌속 질주를 했었다. 3호선 일산선의 원당-삼송보다도 더 긴 간격임!

수서가 서울 메트로 냄새가 난다면, 복정은 8호선답게 철저하게 도철 냄새가 난다. 분당선 승강장으로 가려면 8호선 승강장을 반드시 거쳐서 내려가야 하며, 그 승강장 외의 다른 시설(출입구 안내판 같은)에서는 코레일체를 전혀 찾을 수 없다. 대합실에는 8호선 전동차의 위치 안내만 나와 있고, 분당선 전동차의 위치 안내는 없다.

가천대
드디어 서울을 벗어나 성남 대로에 자리잡은 첫 역이다. 원래는 경원대 역이었지만 최근에 학교명이 바뀌면서 역명도 바뀌었다.
역의 한쪽에는 가천 대학교가 있지만 반대편에는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서울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성남 대로와 한데 바싹 붙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쪽엔 숲과 고가 도로밖에 안 보이며 딱히 역세권이 없다. 지하철 통로와 가천대 입구는 마치 한양 대학교처럼 연결되어 있다.

여담이지만, 인근의 동서울 대학은 딱 복정과 가천대 역의 중간에 있으며, 지역도 서울을 딱 벗어난 직후이다.

태평
온통 붉은 벽돌 인테리어로 도배되어 있는 게 인상적인 역이다. 그리고 모란 고개 때문에 주변의 역들보다 지대가 높은 편.
가천대와 태평 역엔 2012년 9월 현재까지 스크린도어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선로 중앙의 기둥엔, 1994년 분당선 첫 개통 당시의 역 번호와 로마자 표기법의 흔적이 담긴 옛날 역명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러 남겨 두고 있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란

복정에 이어 또 다른 지하철 8호선과의 환승역이며, 8호선의 종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은 분당선의 개통과 함께 분당선 역이 먼저 영업을 시작하다가 8호선 역이 추후에 개통했다. 도철의 역무 시설만 존재하는 복정과는 달리, 모란은 두 역 사이의 환승 거리도 긴 편이며 도철과 코레일의 역무 시설이 완전히 분리되어 존재한다. 또한 복정은 분당선이 8호선의 아래로 지나는 반면, 이 역은 8호선이 분당선의 아래로 지난다는 차이도 있다.
그리고 요금 정책의 차이 때문에 분당선 모란 역에서는 서울 전용 정기권을 쓸 수 없지만, 8호선 모란 역에서는 그걸 쓸 수 있다.

태평-모란은 간격이 900m가 채 되지 않으며, 분당선 1차 구간으로 계획되었던 역들 중에는 역간 거리가 가장 짧다. 8호선과의 환승과, 모란 시장 같은 지리적 중요성 때문에 부득이 이동성을 희생하고 역을 또 만든 티가 난다. 과거에(2004년 이전) 성남 시외버스 터미널이 이곳에 있었으며, 지금도 그 지점에 시외버스 정류소가 있다.

야탑
다른 역들과는 달리, 지상 출입구로 나가면 시원스러운 광장이 있어서 좋다. 그리고 모란과 야탑 정도 오면 분당선이 좀 얕아졌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내가 어디서 듣기로, 분당은 실제로 살짝 저지대라고도 함.
현재 성남의 종합 버스 터미널은 이 역 근처에 자리잡은 복합 상업 건물의 지하에 들어서 있다. 지하철역 대합실에서 터미널로 바로 연결되어 들어가는 통로가 한동안 만들기만 해 놓고 개방은 안 되어 있었으나, 2011년 무렵에 드디어 개방되었다.

태평과 야탑 역은 대합실 층에 열차 위치 안내 표지판이 없어서 불편하다. 사실, 복정도 8호선 말고 분당선 노선은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모란-야탑은 역시 2.3km에 달하는 장거리이다. 중간에 외곽 순환 고속도로 진출입로와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의 진출입로가 있으며, 성남 시청 신청사 및 아직 개발되지 않은 벌판도 지난다. 만약 여기까지 개발되어 복잡한 시가지가 조성된다면 모란-야탑 사이에도 미래에 역이 하나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매
2004년에 개통한 역으로, 지하철에서 초기 계획에 없었다가 두 역 사이에 역이 새로 삽입된 사례로는 국내 최초이다(복정은 늦게 개통했지만 그래도 계획이라도 돼 있었음). 마치 KTX 울산 역처럼 말이다. 이 역에 이어 2005년엔 1호선 동묘앞과 2호선 용두 역이 동일한 사례로 곧장 뒤를 이었다.
물론 야탑과 서현 사이는 3km가 넘는 장거리이긴 하지만, 이매 역은 개통 후에도 양 옆의 역보다 이용객 수가 여전히 매우 적다. 그래서 그런지 스크린도어도 역시 없다.
21세기에 개통한 역이지만 이 역도 승강장 크기는 8량이 아닌 10량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주민들의 요구로 인해 공사는 1990년대 중후반에 꽤 일찍 시작했고 단지 개통이 늦어진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역은 출입구가 역의 양 끝으로 무척 치우쳐서 존재하여 서로 가장 멀리 떨어진 번호의 출입구 사이의 거리가 300미터에 달한다. 왜냐하면 중앙엔 역 주변으로 공원이나 아파트 담장만 있기 때문에 전철에서 내린 후에 갈 곳이 없어서이다. 그래서 최대한 아파트 입구나 마을 어귀 쪽으로 출입구를 내려다 보니 앞뒤로 멀어진 것이다. 분당선의 개통 초기에 이 자리에 역이 괜히 없었던 게 아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인해 이매 역은 분당선에서 유일하게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역이 되었다.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가능하려면 게이트를 열차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만들어서 앞뒤를 막아야 하는데, 이매 역은 출입구가 앞뒤 극단에 있다 보니 앞뒤로 게이트를 둘 수 없고 부득이 평행하게 게이트를 만들게 되어, 승강장 횡단이 막히게 된 것이다.
이매 역은 부역명이 성남 아트 센터이지만, 거기와 전혀 가깝지 않다. 오히려 야탑에서 가나 이매에서 가나 거리가 별 차이가 없다. ㄲㄲ

서현, 수내
이 두 역은 성남 대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것, 그리고 민자역사로 조성되어서 역 출입구 전체가 백화점 건물 내부로 쏙 들어가 버린 매우 특이한 형태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지하철역의 출구 번호와, 각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백화점의 출입구 번호가 달라서 초행자가 혼동하기 딱 좋다.
광역전철이든 일반열차든 선로가 어차피 지상에 있는 철도역이 민자역사가 된 경우야 적지 않지만, 이미 지하철의 형태로 고유한 출입구 체계를 갖춘 역이 민자역사로 덮인 경우는 희귀하다.

정자
경부 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가 바로 옆에 있다는 점, 신분당선과의 환승역이 되었다는 점으로 인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역이다. 예전에는 이 지역을 궁내동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행정 구역이 바뀐 것 같다.
이 역과 다음 역인 미금 사이는 1.8km 정도로 긴 편이다. 그리고 이 두 역 사이에 신분당선 연결선도 있으며, 두 역 사이 지점에 그 이름도 유명한 NHN 본사가 있다.

미금, 오
내려 본 적이 없어서 이 두 역에 대해서는 내가 정보가 제일 부족하다.
다만, 오리의 경우 국내 최초의 지하 쌍섬식 승강장이어서 유명하다는 점 정도는 알고 있다. 그 후 지하에 쌍섬식 승강장은 완급 결합 운행을 본격화한 서울 지하철 9호선 때 여럿 더 생기긴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2/11/13 08:27 2012/11/1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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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무엘 2012/12/01 22:36 # M/D Reply Permalink

    분당선은 왕십리에서부터 무려 죽전까지 이르는 긴 구간에(주행 시간 55분!) 이례적으로 주박 및 중간 회차용 역이나 선로 시설이 하나도 없다.
    분당선이 수서-오리로 아주 짧던 시절에는 주박역이 없어도 괜찮았지만 지금처럼 긴 구간에도 주박역이 없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분당선은 역의 상· 하행별 열차 첫 차와 막차 시각에 불균형 편차가 큰 편이다.

    섬식 승강장인 복정이나, 3호선 연결선이 있는 수서가 주박역 역할을 좀 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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