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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1. 볼링 기계

이 사진은 1910년 4월경에 뉴욕 모처의 한 볼링장의 내부 모습이다. 제법 유명한 장면이기 때문에 조금만 검색하면 금세 잔뜩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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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울나라가 일제 식민지가 되던 타이밍 때 볼링장이란 게 있었던 나라도 흔치 않기는 하다. 그런데 그땐 볼링장에서 핀을 다시 세워 놓는 걸.. 알바생들이 했다.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와 진짜 쌈박하다 ㄷㄷㄷㄷㄷ 시내버스 안내양은 저리 가라이군..
이 알바생들은 볼보이도, 비보이도 아니고 핀 보이라고 불렸다. 딱 봐도 얼굴이 앳돼 보이네 ㅠㅠㅠㅠㅠ

공 회수와 핀 세팅을 다 자동으로 해 주는 첨단 기계는 1950년대가 돼서야 발명됐다고 한다.
요즘 기계처럼 넘어진 핀 개수를 세고 점수 계산까지 다 해 주는 장치는 아마 더 나중에 발명된 게 아닐까 생각된다.

음악계에서 넘순이 넘돌이(page turner)와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악보 넘겨 주는 사람.
그런데 이건 아무나 할 수 있지 않고.. 악보를 어느 정도 읽으면서 언제쯤 페이지를 넘겨야 할지 알아야 할 수 있다. 그러니 넘돌(순)이들도 음악 전공자에 심지어 연주자의 후배, 부사수, 심지어 제자인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전자 악보의 등장 덕분에 넘돌(순)이의 필요가 많이 없어졌다.

2. 2020년대에도 현역인 현대 올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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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2021년 설 때 고향에서, 그리고 2022년 10월경에 서울 시내에서 목격한 포니 2 픽업트럭이다.
포니는 후륜구동에, 카뷰레터 밥통에다 초크 밸브까지 달려 있는 완전 옛날 석기 시대 차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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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에 서울 시내에서 목격한 엑셀 1세대 GLSi (뉴 엑셀이 아니라~!! ㄷㄷㄷ)
그런데 이런 올드카에 어떻게 초보운전 딱지가 붙어 있을 수 있는지 더욱 의문이다. 자녀가 부모 차량을 물려받는 상황 정도는 돼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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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2022년 10월 초에 강변북로에서 목격한 각그랜저 V6 3000cc.. 차주가 나름 애착을 갖고 차를 잘 관리했는가 보다.
5~6년쯤 전이었나? SBS 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이었는지.. 각그랜저가 교차로에서 다른 차와 충돌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각그랜저는 잘못 없고 피해자로 말이다.

이제는 수리 받기도 극도로 힘든 희귀한 올드카가 됐을 텐데 각그랜저 차주가 당시에 굉장히 억울했을 것 같다.
그라나다를 아직 끌고 다니는 차주도 있다고 TV에 나왔었는데.. 그 사람은 각그랜저보다도 더한 고인물이다.

지금이야 평범한 공돌이 직장인인 내가 끌고 다니는 국산 양산차가..
1990년대 금수저의 상징이었을 각그랜저 V6 순정보다 엔진 출력 더 강하고, 더 효율 좋고, 더 친환경적이고, 편의 시설이 더 많다.

그 시절에야 그랜저에다 창작하던 모토롤라 카폰이 완전 부자용 돈지랄 사치품 그 자체였겠지만.. 그래 봤자 한낱 카폰이 갤럭시 S2x니 아이폰 1x보다 더 뛰어난 물건이겠는가?
어찌 보면 지금 서민들이 옛날에 문자적으로 금수저를 갖고 놀았던 솔로몬 왕도 못 가졌던 것들을 당연하게 갖고 누리는 셈이다.

3. 페르시아, 이집트

1990년대 초(1990~92)엔 매체에서 ‘고대 페르시아’가 떴었다. (혹은 그에 준하는 아랍/이슬람 문화권)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 그리고 월트 디즈니 알라딘.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저 게임과 만화영화 말고 술탄이나 쟈파 같은 이름을 접한 곳이 없었다. 전자에서는 쟈파를 Jaffar이라고 표기했는데, 후자에서는 F가 하나 생략돼서 Jafar가 됐을 뿐.

알라딘은 아라비안 나이트에 있는 얘기이긴 하지만 원래 의외로 중국이 배경이다!! 그렇게도 국뽕에 쩔어서 뭐든지 중국산으로 둔갑시키질 좋아하는 그 나라에서 알라딘에 대해서는 뭐라 할 생각을 안 했나 모르겠다.
디즈니의 제작자들은 알라딘을 만들면서 세계관을 쿨하게 통째로 아랍권으로 바꿨다.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 영향을 받아서 그랬던 건지 궁금해진다.

그 다음으로 1990년대 말(98~2000), 세기말엔 매체에서 ‘고대 이집트’ 코드가 이례적으로 떴었다.
툼 레이더 4 게임, 영화 미이라 시리즈, 만화영화 이집트의 왕자, 심지어 국내 가수 중에서도 이 정현 2집 ‘너’
내가 그 당시 학창 시절에 이런 트렌드를 느꼈을 정도였다. 흥미롭지 않은가?

물론 이건 이슬람이라는 게 없던 시절, 한참 옛날 이집트이다. 바빌론에다가 비유하자면 이집트는 고대 바빌론이고, 페르시아는 후기 바빌론 정도에 대응할 것이다.
성경에서 페르시아는 유대인들의 바빌론 포로기 때 에스라, 에스더, 느헤미야, 다니엘.. 이런 책에서나 언급된다.
그러나 이집트는 그야말로 창세기부터 계시록에 이르기까지 두루 언급된다. 출애굽기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예수님의 아기 시절 피신 장소도 이집트이다.

아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저것들보다 훨씬 전.. 무려 1953~54년경에 ‘페르샤 왕자’라는 트로트 노래가 있었다~!!! ㄷㄷㄷㄷㄷ “별을 보고 점을 치는 페르샤 왕자 ... 아라비아 공주는 꿈속의 공주” =_=;;; 시대를 얼마를 앞선 거냐..
저 동네를 배경으로 저런 로맨스가 완전 생소한 개념은 아니었던 것 같다.

4. 마이클 잭슨 음반

나 중딩 시절.. Windows 3.1에서 95로 넘어가고 컴퓨터에 씨디롬이라는 게 장착되어서 2배속 4배속 이러던 시절 말이다.
그때 컴퓨터의 씨디롬 드라이브라는 건 컴퓨터와 완전 별개로 돌아가는 CD player의 상위 호환이었다.

드라이브에는 eject뿐만 아니라 play 버튼도 있었다. 오디오 씨디를 넣고 재생 버튼을 누르면.. 지금 컴퓨터의 CPU나 I/O와는 완전히 별개로 오디오 씨디가 재생되어 흘러나왔다.
그 시절엔 CD 한 장에다가 프로그램은 거의 70~100MB 용량만 넣고, 나머지 40분 남짓한 공간에다가는 오디오 CD 트랙을 넣은 하이브리드 매체도 있었다. 게임이라면 자기네 게임 BGM을 그렇게 넣곤 했다.

참 재미있던 나날이었는데..
그때 내가 선물을 받았는지 누가 언제 어디서 득템했는지는 알 수는 없다만.. 집에 웬 마이클 잭슨 best of best 컬렉션 음반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거기 있던 노래들이 1980년대에 세계를 뒤흔들었던 그렇게도 명곡들이었구만. 그때 들었던 곡을 거의 25년 만에 다시 들어 봤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 thriller는 마이클 잭슨 판 "오페라의 유령"인 거 같고.. ㅋㅋㅋㅋㅋ
  • the girl is mine은.. 맨날 '똥꼬 똥꼬' 하던 게 doggone이었구나. 우리말 '씨X'에 가까운 어감으로 그닥 품위 있는 어휘는 아니다. -_-;; bullshit이나 goddamn은 영화에서 많이 봤지만 doggone은 저 노래 이외에서는 한 번도 접한 적 없다.
  • beat it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얼추 let it go에 필적하는 어감의 떠나라, 때려쳐라, 잊어버려라 이런 뜻인 거 같다.
  • 중간에 "if they say why? why?"가 반복되던 이상한 노래는 제목이 human nature이었다.

내가 we are the world라고 생각하고 있던 노래는 heal the world이었구나.
여러 가수들이 한꺼번에 출현해서 인류화합 건전가요 풍의 노래를 한 소절씩 부르는 게 we are the world가 원조였다고 한다. 부라보콘 쌍팔년도 CF 중에도 딱 저 컨셉인 게 있었다~!!

그런 리즈 시절이 지나고.. 마이클 잭슨은 무리해서 얼굴 피부색을 허옇게 바꾸느라 후유증을 겪은 거 같기도 하고, 막 좋은 소식이 들리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2009년 6월경,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용인 고속도로와 서울 지하철 9호선이 뚫리던 시절에 그는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내가 대중음악 쪽은 거의 알못인 관계로 저 사람이 록커였는지.. 문워크는 무슨 퍼포먼스인지, 저 사람이 개척한 장르가 정확하게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2020년대의 관점에서 생각해 봐도 저 사람은 말년에 자기 관리 못 해서 몰락한 사람이 아니라 위대한 사람, 좋은 사람이었다고 평가되는 것 같다.

딱 1980년대에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마이콜'이 저 아저씨를 모티브로 딴 캐릭터였을 테고, 둘리한테 호이 호이 초능력 설정이 들어간 건 딱 그 시절 유행하던 '유리 겔라' 아저씨 영향을 받은 걸 테고.. 1980년대 감성 돋는다.. ^^

Posted by 사무엘

2024/02/01 08:35 2024/02/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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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팔년도 시절 회상

1. 노래

옛날에 들었던 노래 중에 어린이와 어른이 같이 듀엣을 하면서 "뚜비뚜바~~ 쑥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죠" 이런 가사가 있는 게 있었다. (보통은 저 상황에서 쑥떡이 아니라 개떡이라고 말하지..?? ㅋㅋㅋㅋㅋㅋ)

아하.. 이 정도면 가사 검색만 해도 무슨 노래인지 당연히 바로 알 수 있다.
이걸 불렀던 가수(김 국환)가 더 옛날에 뭔 "접시를 깨자, 접시 깬다고 세상이 깨지나"...;; 도 불렀었구나..
같은 가수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아울러, "자 남편들도 빨래를 하자"는 저 노래의 2절 가사가 아니라..
유 인촌 나오는 옛날 대우 전자 세탁기 광고에 등장하는 패러디 가사였다. 저 노래를 개사해서.. 아놔 ㅍㅎㅎㅎㅎㅎㅎㅎ

이거 다음으로,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 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는 타타타(1991)라는 노래의 가사인데, 이것도 저 가수가 불렀다.;;

왕년에 "이것이 미국 영어다" 책을 썼던 재미 교포 작가 조 화유 씨가 이 가사를 아주 좋아했던 것 같다.
자기 책에서도 언급했고, 나중에는 Life is worth living. Isn't that a good deal? Naked you come, clothed you go. 라고 영작 관용구를 만들어 공개하기까지 했다.

타타타도 있고 차차차도 있구나.. 그것도 공교롭게도 1990~91인가 비슷한 시기에. ㄲㄲㄲㄲ "근심을 털어놓고 다 함께 차차차..." 는 설운도의 노래이다.
그리고 "아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_=라는 팩트폭격성 노래도 있었는데.. 이건 다른 가수의 작품이다.

"아빠와 뚜비뚜바"뿐만 아니라 피노키오, 아빠의 크레파스, 파란 나라, 아에이오우, 담다디, 어른들은 몰라요..;;
특이한 의성· 의태어라든가, 어른과 애가 같이 부르는 노래, 성인용 동요..
이런 것들을 보면 요즘은 찾기 힘든 쌍팔년도 감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시절이야.. 신토불이니, 민족주의, 순우리말 살려 쓰기 이런 성향도 더 강했다.
농산물이고 영화고 시장 개방했다가는 다 망할 것 같던 시절이었고 한국어는 수십 년 이내의 소멸 위기 언어이고, 한국은 물 부족 국가라고 여겨지던 시절이었으니까. -_-;;

대학교에 아직 한총련이란 게 있고 반외세 NL 데모 운동권이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_-;;
오죽했으면 그때 아래아한글 1.5x에는 백 기완 지은 장산곶 매 이야기.. 이런 게 예제 문서로 실려 있었다~!
개발자들이 그런 거 영향을 많이 받고 감명깊었으니까 예제로도 실은 게 아니겠나..? 공 병우 박사한테서 세벌식 영향만 받은 게 아니었다.

그거 보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백 기완이라는 사람이 1992년 대선에도 출마했으니.. 개인적으로, 초딩 꼬마 시절에도 굉장히 충격적으로 느껴졌었다.

2. 과학 낭설들

(1) 바이오 리듬
신체 감성 지성이던가..?? 아날로그 시계 그리기와 더불어 삼각함수를 사용하는 굉장히 괜찮은 프로그래밍 주제였다. 지금이 태어난 지 총 며칠이 경과한지를 계산해야 하니 달력 같은 날짜 계산도 필요하고.. 한때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심심풀이 땅콩 액세서리 차원에서 제공해 주곤 했다. 계산기, 달력이나 테트리스/지뢰찾기 게임처럼 말이다.
지금이야 유행 지나고 약발이 다했으니 잊혀지고 사라졌을 뿐.. 이게 진짜 유의미하고 유용한 정보라면 스마트폰 앱으로도 당연히 인기폭발로 현역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2) MBTI
매사 즉흥적으로 사는가, 계획적으로 사는가.. 이런 거 답한 대로 당신은 문과 성향이다 이과 성향이다, 감성파다 이성파다, 권장되는 직업 업종은 무엇이라고 알려주는 건데.. 뭐가 그리도 대단하고 절대적인 건지 잘 모르겠다.
전 인구의 1%, 2~3%만이 이 성향이라는 말도 액면만치 대단한 얘기는 아닌 게.. 100%라는 비율을 전체 판정 개수인 16으로 균등하게 나누기만 해도 이미 6%대로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난 30년쯤 전에.. 완성형도 아닌 조합형 한글 코드 기반으로 텍스트 모드에서 동작하는 도스용 MBTI 판정 프로그램을 써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얘는 어째 2020년대 오늘날까지도 현역이네??? 구직 이력서에다가 자기 MBTI 판정을 쓰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이고.. 그동안 이쪽 알고리즘이 더 개선된 게 있는지 모르겠다. =_=;;

(3) 혀의 부위별 미각 영역 구분
수많은 아동용 과학 서적에서 다뤄졌던 내용이지만 이제는 폐기됐다. 이 학설을 최초로 발견하고 퍼뜨린 사람은 누구였을까..?
힘을 오래 썼을 때 발생하는 근육통의 원인도 굉장히 오랫동안 젖산이라고 알려졌다가 21세기가 돼서야 폐기..

(4) 혈액형별 성격 구분
뜨앗..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ㄲㄲㄲㄲㄲㄲㄲ

3. 화장실

우리나라는 쌍팔년도 시절에는 각종 사회 인프라가 열악하고 공중 도덕이나 국민 의식 수준도 정말 미개했다.
그 당시 TV 뉴스를 보면 '카메라 출동' 같은 시사 고발 코너가 있었는데, 이런 것만 쭉 보면 우리나라는 이거 뭐 꿈도 희망도 답도 없고 그냥 망할 것만 같았다.

사회 어디를 들춰도 법과 원칙이 안 통하고 편법과 부정부패가 넘쳐나고, '안 되는 건' 인맥과 연줄을 이용하거나 뇌물을 찔러 넣으면 얼마든지 되게 만들 수 있고.. 지방 양아치 조폭과 인신매매단이 횡행하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갖고 장난하는 색기들이 곳곳에 넘쳐나고 학교에는 촌지 안 바치면 애들한테 비열하게 해코지 하는 쓰레기 선생들이 우글거리고.. 시화호나 태화강은 다 오염돼서 시커멓게 썩어 가고..

참고로 이건 정치적으로 민주화됐는지, 일제 식민지 군사 문화를 청산했는지의 여부하고는 거의 무관한 관행이었다.
그러던 게 그로부터 수십 년 동안 정말 많이 시정되고 개선되었다. 우리나라는 그때에 비해서는 아주 살기 좋아졌다.

사회 인프라도 좋아지고, 전반적인 국민성과 준법의식, 국제 매너도 개선되었다. 중국을 보고는 쌍팔년도 시절의 우리나라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할 자격 정도는 갖춰졌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들을 이 글에서 일일이 다 나열할 수는 없으니 여기서는 공중 화장실 하나만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2000년대쯤부터는 우리나라도 전국 어디의 터미널, 철도역 등을 가도 화장실이 무료인 주제에 워낙 깨끗해서 외국인들이 감탄하고 칭찬할 정도이다. 하지만 이게 처음부터 그랬던 게 절대 아니었다.
쌍팔년도 시절엔 공중 화장실 대부분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악취 진동 쓰레기 천지에 엉망진창이고 화장지도 없고.. 정말 개판오분전이었다. 우리나라가 이런 적이 있었던 거 기억나시는가?

이런 시국에 칼을 빼든 사람은.. 바로 1995년부터 2002년 거의 월드컵 직전까지 수원 시장을 역임했던(22~23대) '심 재덕'이라는 분이었다.
이 사람은 아예 외국에서도 Mr. Toilet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그야말로 화장실 덕후였다. 자기 관할인 수원시는 말할 것도 없고 월드컵을 앞두고 서울 등 전국의 공중 변소들을 자기가 총대 메고 깨끗한 곳으로 환골탈태시켰다. 아예 한국/세계 화장실 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하긴, 구한말 때는 개화파 등 일부 선각자들이 한양 시내를 굴러다니는 똥들을 어서 치우고 상하수도 인프라를 시급히 구축해야 된다고 한탄했는데.. 거의 100년 뒤에는 저렇게 공중 위생 분야의 선각자가 나타난 셈이다.
그는 임종을 앞두고는 자기 땅의 자기 집을 허물고 거기에다가 변기 모양의 건물을 대신 올려서 '화장실 박물관..', 아니, 수원 화장실 문화 전시관을 만들었다.

이분은 화장실 말고도 재임 기간 동안에 수원 화성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적극적으로 등재시켰고, 삼성 후원빨을 얹어서 수원 월드컵 경기장도 건설했다.
서울 근처 광명에서는 '양 기대'라는 시장이 한때 광명 동굴을 개척하고 코스트코와 이케아를 광명에다 유치하는 큰일을 해냈는데.. 만만찮게 훌륭한 시장이 수원에도 있었던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12 08:35 2023/12/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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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음악 관련 생각과 일화들

1. 음높이

차들마다 빵빵 경적 소리가 도~시 중 정확하게 어떤 음인지에 대해서는 딱히 산업 표준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니 제조사 마음대로이긴 하지만.. 내 경험상 대체로 A 내지 Ab인 것 같다.
이건 생각보다 굉장히 유명한 음이다. 퀴즈 프로에서 "땡~~! 틀렸습니다", 전국 노래자랑 프로에서 "땡~ 탈락입니다"

그리고 옛날에 컴퓨터에서 에러를 나타내던 비프음들도 이 음이었다. 특히 옛날 BIOS 시절에 컴터가 부팅조차 하기 전에 하드웨어 차원의 이상이 있었을 때 말이다.
도미솔 딩동댕이 긍정적인 청각 피드백의 상징이라면, '라'음으로 띵~ 이거는 부정적인 청각 피드백의 상징으로 알게 모르게 정착해 있다. 그게 자동차 크락숀에도 반영된 셈이다.

옛날엔 시내버스의 하차벨 소리도 낮은 옥타브의 A인 편이었다. 근데 이건 딱히 부정적인 느낌이어야 할 필요가 없고, 요즘 버스들 하차벨은 '딩동~' 등 다른 소리로 바뀌는 추세이다.

2. 리듬

"교회 클래식 찬송가나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 군대 군가 같은 곡"들하고.. 1990년대 이후 CCM들이나 유행가의 큰 차이는.. 박자이지 싶다.
전자는 그냥 "강 약 중강 약"에 충실한 반면, 후자는 음의 강약과 장단이 정말 제멋대로이다. 그런데 그게 듣는 사람을 더 긴장· 흥분시키고 짜릿하게 한다.

처음 보는 생소한 곡의 악보가 점8과 16분 음표 사이에 온통 '타이'가 붙은 당김음투성이이면.. 읽기가 정말 정말 어렵고 힘들다. =_=;; 어떤 곡인지 악보만 보고 파악할 수가 없더라.;;

이는 컴퓨터에다 비유하면.. word 단위 align되어 있지 않은 메모리를 읽고 쓰는 게 몇 배로 더 힘든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필요하지 않은 주변 메모리를 다 읽어야 되고, 클럭 사이클도 몇 배로 더 필요)
이마저도 메모리 절약 정신이 몸에 밴 x86 동네에서나 관대하게 처리해 주지, 다른 가볍고 간결한 형태의 CPU였으면 아예 접근을 포기하고 에러를 날려 버리기도 한다.

이런 멜로디는 악보를 읽기도 힘들고, 채보도 지독하게 힘들다.
내 개인적으로 채보하기가 제일 어려웠고 제일 애먹었던 리듬은.. 주토피아 OST Try everything에 나오는 "오 오 오 오오~"였다.

3. B장조의 유명한 곡

하루는 서로 다른 버스에서 실내 BGM으로 뭔가 익숙한 음악/노래를 들었다.
파(빰빰빰빰)~ 솔(빰빰빰빰)~ 라(빰빰빰빰)~ 시(빰빰빰빰)~
미(빰빰빰빰)~ 파(빰빰빰빰)~ 솔(빰빰빰빰)~ 라(빰빰빰빰)~

주선율은 바이올린으로 나오고 뒷배경 빰빰빰은 피아노로 나오는 요거..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는데..?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얘는 ‘마지막 황제’ OST인 Rain이라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이거 작곡자가 아마 일본인이지 싶다.
Summer도 일본 사람 곡이고 Rain도 일본인 곡이고..

1987년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35년 전의 옛날이다만, 로보캅, 풀 메탈 자켓, 히든, 그리고 마지막 황제까지.. 나름 명작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 나온 것 같다.
피아노 레슨을 하는 본인의 지인에게 물어 보니 Rain 참 멋진 곡이고 자기도 좋아한댄다. 그리고 저걸 피아노로 치려고 배우러 오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거 말고 또..
“따따따따 따다 딴딴” 이러면서 여자 가수 솔로가 나오는 경쾌한 외국 노래를 듣게 됐는데.. 이건 내가 지금까지 정체를 정확히 몰랐었다.

가사가 있는 곡은 가사를 알면 거의 곧바로 곡을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영어 리스닝은 젬병이고, 특히 노래 가사는 알아듣기가 더욱 어렵지만.. 이 곡은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서 필살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가사를 들어 봤다.
아아.. If you wanna be my lover였구나. 스파이스 걸스의 노래라는 걸 알게 됐다.
Rain과 If you wanna be my lover는 주선율이 둘 다 B장조로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흔한 C장조보다 약~간 낮다는 뜻이다.

4. 악어~~

그러고 보니 옛날에 '악어'가 나오는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가 둘 있었다.
하나는 이 요섭 작사· 작곡인 동요 "정글숲" (정글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 악어떼가 나온다~ 악어떼!)..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다름아닌.. 정 광태의 개인 앨범에 수록됐던 "악어 사냥"이다.
“악어야 나와라~ 우리는 악어 사냥꾼~~ (..) 악어야 울지마” 이러는 노래였다. ㄲㄲㄲㄲ 이거 무려 1980년대 초중반 “독도는 우리땅” 노래가 처음으로 소개된 그 앨범에 있던 곡이다.

두 곡 다 단조이고 박자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까놓고 말해 "악어떼가 나온다~ 악어떼~!" 다음에 곧바로 "악어야 나와라~!"를 이어도 될 정도로.. 우리나라가 딱히 정서적으로 악어가 친근한 동네는 아닌데, 공룡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니고 악어를 소재로 한 익살스러운 노래가 있다는 게 흥미롭다.

곡이 만들어진 시기는 아마 정글숲 동요가 더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이 곡을 만든 이 요섭 선생은 2019년에 국내에 생존해 있다는 블로그는 하나 나오지만, 이것 말고 생년이나 학력, 프로필 등 대외적으로 알려진 게 몹시 드물다.

이분은 "산중 호걸이라 하는 호랑님의 생일" 이거도 작사· 작곡했으니 동물을 참 좋아하신 것 같다. 그리고 심지어 독실한 신자로서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금과 은 나 없으나"와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 성" 같은 복음성가까지 작사· 작곡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굴러다니는 거의 모든 악보들에서는 그냥 작사· 작곡자 미상이라고만 기재돼 있다!! 그 정도로 자기 정체를 일부러 감추시는 것 같다.

5. 그린그린~~

휴먼버그 대학교 만화 세계관에는 야쿠자 조직이 있는데, 거기 건달 중에는 '코바야시 유키사다'라고, 머리를 연보라색으로 물들인 미치광이 살인귀 파이터가 있다. 단검으로 상대방을 사정없이 찌르고 쑤시고 돌리는 게 주특기이기 때문에 별명이 '나이프의 코바야시'라고 한다.
이 아저씨가 전투 전에 말하는 스타일은~~ "그린그린~~ 푸른 하늘에는.." 이러면서 해맑게 웃으면서

"오늘은 당신의 제삿날입니다~! 해피 데쓰 데이!!"
"당신 내장을 스무디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양자택일 퀴즈!! 당신들이 전부 인생 하직하기까지 1분이 걸릴까요, 2분이 걸릴까요? 그린그린~~ 정답은 1분입니DIE!!"
뭐 이런다...;;


도대체 말 끝마다 그린그린 그러길래.. 그린이 뭔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일본에서 유명한 무슨 포크쏭 풍의 동요인가 보다. グリ―ングリ―ン (☞ 듣기)

진짜 원전은 미국의 1960년대 노래인데,
일본에서는 그걸 들여와서 같은 멜로디에다, 가사는 'green green' 추임새 부분만 남기고 다른 아기자기한 말로 바꿨다. 뭔 말인지는 나도 모름..
'그린 그린' 이러는 후렴 부분 말고, 도입부라고 해야 하나 그쪽 멜로디는 코드 진행이 복음성가 "노래할 이유 있네"(하늘문이 열리면 노래할 이유 있네 ... 월요일~매일 노래할 이유 있네)의 앞부분과 굉장히 비슷하다~!!

저렇게 피아노 연주에 맞춰서 애들 동요 부르는 게 옛날 한전 CF "빛이 있어 세상은 밝고 따뜻해" 같은 정겹게 느껴져서 좋은데..
야쿠자 건달이 나이프 들고 저런 발랄한 노래에 맞춰서 "그린그린~~ 오늘이 당신 제삿날입니다" 이랬던 거였냐? 개 싸이코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오 브레넬리"도 같은 멜로디에다가 원전과 완전히 다른 일본어 가사가 붙은 노래가 있었지 싶은데.. 일본이 그런 식으로 서양 노래 개조도 많이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 브레넬리" 같은 멜로디도 아주 좋아한다. 화사하고 예뻐서~~

6. 또 다른 비슷한 곡

(1) 오징어 게임 OST의 맨 첫 곡 “way back then” (전철역 승강장에서 딱지치기 게임이 시작되고 성기훈이 계속 따귀 쳐맞을 때 같이 나오는 그 병맛스러운 피리.. 아니 리코더 연주. 시시시~ 시시시~ 시라솔라 솔미미)
킬 빌의 “twisted nerve” (엘 드라이버가 간호사로 변장해서 병원에 잠입할 때 나오는 그 휘파람 연주. 이건 새로 창작된 곡이 아니라 그냥 기존 명곡이기 때문에 OST는 아님. 시~라~ 시시라~ 라~솔 라라솔~)

둘이 뭔가 심상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서로 간섭을 일으킨다. 하나를 생각하면 다른 하나를 같이 떠올리기가 어렵더라;;
영화 초반에 뭔가 특이한 음색으로 주선율이 연주되고, 뜬금없고 병맛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2) 주님 말씀하시면 내가 나아가리다 / 내 입술의 말과 나의 마음의 묵상이 (시편 19)
이 둘도 느낌이 꽤 비슷한 것 같다.
‘도레 미…’로 시작하는 첫 시작 부분뿐만 아니라 중간에 “뜻하신 그곳에 나 있기 원합니다” / “내 반석 나의 구원자” 이 부분도 말이다.
물론 멜로디의 느낌이 비슷하다는 거지, 가사 내용은 서로 크게 관련이 없는… 게 아니군. “주의 종 되기 원해” / “이끄시는 대로 순종하며 살리니”는 좀 비슷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10/22 08:35 2023/10/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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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호박 농사

본인은 올해는 지난 4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약 3개월 동안 호박을 두 곳에서 키웠다.
한 곳은 집 옥상의 화분, 그리고 다른 한 곳은 집 근처 강변의 아지트. 후자는 일종의 무단경작이다.

옥상 화분은 뿌리 내릴 공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아니면 작년부터 지금까지 연작을 해서 지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퇴비와 비료, 영양제를 막 넣어 줘도 애들이 자라는 게 영 시원스럽지 않고 작년보다 못한 것 같았다. 잎이 잘 시들어 떨어지고, 씨방이 생기던 것도 암꽃이 피지 못하고 떨어졌다. 다음에 농사 지을 때는 흙을 전면 교체해야 할 것 같다.

얘들보다는 강변의 진짜 땅에서 키우는 호박이 관리를 덜 해 줘도 훨씬 더 크게 잘 자랐다. 그러니 무단경작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상한 쓰레기 전혀 없고 농약 안 쓰고, 주변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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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답고 탐스럽지 않은가? (마지막 사진은 새벽 5시 반쯤에 찍은 것이어서 좀 어둡다 ㄲㄲㄲㄲ)
내 기억이 맞다면 얘들은 6월 초쯤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그 무렵부터 이제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덩굴을 길게 뻗기 시작했다. 줄기가 길어지고 굵어지고 거의 괴물처럼 덩치가 커지기 시작했다. 잎 한 장 길이가 30~40cm에 육박하기 시작했다. 싹이 난 지 거의 45~50일 만에 영양 생장에 완전 재미를 붙인 듯하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안 했는데 호박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상상을 초월하게 커졌다. 너무 비좁아져서 내가 지나가지도 못할 정도가 됐다. 아이고, 안 그래도 하천변에 불법 무단경작인데, 꼬리가 너무 길어지면 밟히는걸?? 호박이 너무 잘 자라도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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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 덩치가 워낙 커졌으니 잎을 10여 장 정도 따도 티가 안 날 정도였다. 지난 6~7월 동안 본인은 호박잎을 거의 150~200장 가까이 따서 먹었다. 고기나 젓갈과 함께 쌈 싸서 먹기도 하고, 라면이나 매운탕에다가 넣어서 먹기도 했다. 교회 사람들에게도 두 차례에 걸쳐 40~50장 정도 나눠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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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꽃이 수십 송이 핀 뒤, 지난 6월 중순쯤에 한 덩굴에서 드디어 첫 암꽃이 폈다. 수분해 준 것은 성공해서 부풀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탐스러운 단호박이었다.
암꽃 열매가 4~5개 정도 맺힌 뒤, 7월 초순까지는 암꽃이 좀체 피지 않고 수꽃만 계속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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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작고 색깔 짙은 아이(A, 왼쪽 위)가 바로 내가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가 꽃가루를 직접 묻혀 주고 수분 성공까지 확인한 최초의 단호박 열매이다.
그 반면, 다른 하나(B, 오른쪽 위)는 꿀벌이 수분해 줬다. 저 구석탱이에 쳐박혀서 지금까지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했다.
덩굴 줄기를 밟는 걸 감수하고라도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 보물찾기 하듯 덩굴을 수색하다가 발견하게 됐다.

단자의 모양을 보아하니 다들 일반호박이 아니고 어여쁜 단호박이었다.
하지만 둘 다... 땅에 닿은 바닥 부위가 물러지고 상하고 있어서 결국 못 먹고 버리게 됐다. ㅠㅠㅠ
어쩐지 A는 표면 색깔이 저렇게 짙어지고 줄무늬까지 선명하게 생긴 와중에 크기가 너무 커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낙과하는 조짐도 전혀 없고, 윗부분은 눌러 봐도 아무 이상이 없어서 그냥 놔 두고 있었는데..
들어올려서 밑바닥 부위를 보고는 기겁했다. 벌레까지 꼬이면서 난장판이 돼 있었다.

B는 표면을 함 보소~ 단호박도 아니고 일반호박도 아니고 참 특이하게 생겼으나~ 발견 자체가 너무 늦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역시 바닥 부위는 난장판.
최대 길이가 12cm에 달할 정도로 잘 자랐고 안에 씨도 형성돼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물렁물렁한 게 식용 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수분 성공한 뒤에도, 식물 본체로부터 낙과 당하지 않더라도 열매가 의외의 방식으로 낙오할 수가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ㅠㅠㅠ
난 이렇게 유산된 아이는 여느 쓰레기로 취급하여 버리지 않는다. 특별히 해로운 병충해를 당한 게 아니면, 원래 자라던 텃밭에다 도로 묻어 주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다른 열매 하나는 정말 믿어지지 않지만 도난 당하기도 했다. 누군가가 잎을 뜯어 가면서 얘까지 건드렸는지, 어느 샌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제대로 자란 커다란 열매도 아니고 이런 걸 누가 따 가나 모르겠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아래의 C 하나만이 남았다. 일단 모든 부위에 이상이 없는 걸 확인했고, 얘는 바닥 부위가 썩지 말라고 흙에 닿지 않게 비닐 씌우고 바닥에 다른 깨끗한 받침대까지 깔았다.

그랬는데....
이 호박밭은 지난 7월 14일, 물의 넘침으로 말미암아 멸망했다. ㅠㅠㅠ (벧후 3:6)

서울 시내에 딱 한 번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서 주요 하천들에 둑이 범람했을 때..
한 6~7시간 정도 흙탕물 속에 잠겼더니 호박이 그걸 못 버티고 싸그리 전멸해 버렸다. 줄기가 다 쓰러졌고 다시 소생하지 못했다. 새순이 돋지 않고, 잎과 줄기는 물렁물렁해지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드가 됐다.

내가 그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강 코앞에서 텐트 치고 지켜보다가 호박들의 마지막 순간을 최대한 근처에서 지켜보고 함께하는 것이 전부였다.
농경지 침수 피해를 입은 농민 심정을 약간이나마 알 것 같았다.
옥상 화분에서 키우는 거 말고, 강변에서 무단경작 하고 있던 아이들과는 이렇게 이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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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디딜 틈조차 없이 무성하던 호박 덩굴은 모조리 죽어 없어졌는데.. 거기서 호박과 경쟁하며 같이 자라던 잡초들은 불과 며칠 만에 시퍼런 잎을 또 내면서 자라고 있더라. 똑같이 물에 잠겼는데도! 아~~ 이래서 과육 위주로 자라는 식물이랑, 단순히 성장과 번식만 하는 잡초는 서로 차원이 다르구나 싶었다.
환삼덩굴. 얘는 가시박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강변을 접수하고 있는 생태계 교란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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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됐던 강변 호박 잔해를 뒤져서 그나마 아까 그 열매 C만을 건져 와서 쪄서 먹었다. 지름 13cm 남짓한 튼실한 단호박이었다. 혹시 이것 말고 다른 열매가 몰래 맺힌 게 없는지 잔해를 최대한 샅샅이 뒤져 봤지만 일단은 없었다.
잔해 수색을 마치고 복귀하기 전엔 호박밭에다 거수경례를 했다. 지난 3개월간 너희 덕분에 내가 행복했다. ^^

시장에서 파는 단호박은 표면에 아무 냄새도 안 나던데.. 이렇게 직접 키워서 딴 호박은 표면에서 호박 내부 특유의 비누 냄새가 진동을 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니 비누 냄새는 향내가 아니라 뭔가 고약한 지린내에 더 가까워졌다.
이건 도저히 오래 놔 둘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 하루만 놔 뒀다가 바로 먹게 됐다. 두 끼 정도 분량이 나왔다. 물에 잠겨서 보존성이 더 나빠진 건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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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가 전혀 없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딱 한 군데.. 그나마 물에서 상대적으로 먼 곳에 심겼던 줄기 한 곳에서 싱싱한 새순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거라도 애지중지 잘 키워야겠다.

얘는 도대체 어느 덩굴 출신인지 출신을 추적하기가 참 난감했다. 그걸 찾아내야 이 더운 날에 물을 제대로 줄 수 있는데..
뿌리로 추정되는 부위를 발견하긴 했다. 하지만 거기 일대는 이미 다 물러지고 연해져 있던걸? 거기를 통해서 본체에 물과 영양이 공급된다고는 영 믿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얘는 놀랍게도 줄기 한두 군데에서 뿌리가 새로 내려가서 땅 속에 박혀 있었다.
줄기를 딴 방향으로 옮겨서 정리하려고 들어 봤는데 뭔가에 걸려서 반응이 없었다. 이게 단순히 다른 장애물 때문이 아니라 새 뿌리 때문이었다.

스타크에다 비유하자면 본진이 바뀐 거나 마찬가지이다. 원래 심겨졌던 뿌리 부위가 빗물에 몇 시간째 잠겨 질식사했기 때문에 호박이 살려고 저런 몸부림까지 쳤던 듯하다. 이런 광경은 개인적으로 처음 봤다.

이상이다.
직접 키운 호박을 더 구경할 수 없어서 몹시 아쉽지만, 그래도 이제 벌써 8월이다. 앞으로 3~4주쯤 뒤면 갓 수확된 늙은 호박을 돈 주고 살 수라도 있을 테니 기대된다.
동네 반찬· 채소 가게에서도 구경하려면 9~10월은 돼야겠지만, 인터넷이나 도매상 레벨에서는 이미 올라올 테니 말이다.

옛날에 남궁 억 선생이 무궁화 심기 운동을 벌였다고 하는데.. 난 호박 심기 운동을 벌이고 싶다. 전국 방방곡곡의 노는 땅에 호박 덩굴이 가득하기를..
외부인의 침입 걱정 없고 침수 걱정 없는 시골에서 내 손으로 5kg짜리 누런 늙은호박을 직접 키워서 따고 싶은데 말이다.. ^^ 죽어서도 호박밭에 묻히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23/08/05 08:36 2023/08/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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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디션

세상에는 개인용-기업용, 내수용-수출용, 소매점용-업소용 이렇게 판매 대상에 따라서 살짝 다른 방식으로 팔리는 물건이 있다.

  • 소프트웨어의 개인용-기업용 에디션: 기본적인 기능은 같지만, 후자에는 다수 공동 작업과 관련된 기능이 더 들어간다거나 지원하는 작업 규모가 더 크다거나 하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후자가 차이점 대비 훨씬 더 비싸다.
  • 자동차: 내수용이 수출용보다 훨씬 더 저렴하고 부실하게 만들어진다며 의혹이 많은데.. 제조사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서로 일부러 다르게 만드는 게 더 번거롭고 어렵다면서 말이다. (생산 라인을 하나 더 추가~)
  • 석유: 농기계나 어선을 가동하는 용도로는 세금이 덜 들어간 매우 싼 기름을 넣을 수 있다. 이런 기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건 당연히 탈세이고 심각한 범죄이다.
  • 식품: 콜라나 술에 소매점용/업소용 구분이 있긴 하지만 맛과 성분에는 당연히 아무 차이가 없다. 단지, 업소에서는 이런 것들을 워낙 대규모로 구매하기 때문에 제조사에서도 약간 싸게 판매를 할 뿐이다. 소매점에서 업소용 식품을 사서 되파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안 되지만 이를 일일이 단속할 방법이나 이에 대한 법적 제재는 없다고 한다.

2. 원가

식당에서 밥 한 그릇을 먹으면 밥값에서 재료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나 1/3 정도로 여겨진다. 아무리 인심 후한 식당이라도 재료값만 절반이나 과반을 차지한다면 그건 수지 맞는 장사가 못 된다. 서비스 인건비, 임대료, 이윤 등을 생각했을 때 말이다.

그런데 식당이야 애초부터 이윤을 따지는 장사니까 그렇다 치는데..
굿네이버스인지 뭔지.. 국내외의 각종 불우이웃, 아프리카 난민을 도와 달라고 호소하는 곳들 말이다. 거기에다가 돈을 내면 그 중 얼마가 실제로 그 사람들에게 전해질까?

그 비율은 아주 처참하다고 들었다.
글쎄, 평소에 후원이 아주 많이 들어와서 돈이 남아돌 지경이라면 모를까, 고정 지출인 자기네 직원 월급, 홍보비 마케팅비, 유명 모델을 광고에 출연시켰으면 그거 개런티..ㅜㅜ
식당 밥 한 그릇 원가의 재료비 내지, 그 안습하다는 열기관의 열효율만치도 실제 환자나 실제 어려운 난민, 불우이웃에게 가지는 않는다고 한다. >_<

뭐, 그렇다고 저런 자선 단체들이 고의로 성금을 떼먹는 악덕 집단은 아닐 것이다.
악의적이지 않은 곳만 해도 저러한테 하물며 북괴 도와준다고 퍼준 돈 중에서 북한 주민 복지를 위해 실제로 쓰인 액수는..?? 이거 생각하면 뭐.. 지금까지 북괴랑 대화 이러던 정치인놈들은 전부 다 쳐죽이고 무덤을 부숴 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건 뭐 법적 의무는 아니겠지만, 유명 배우가 진짜로 그런 광고의 취지에 동의한다면.. 자기부터 자기 몸값 대비 아주 저렴한 개런티 내지 심지어 무료로 출연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이런 멘트 날리기 위해 뭐 어려운 연기가 필요한 것도 아닌걸..??

아 그래도 옛날에 아이유가 애들과 함께 ‘뭉게구름’ 노래 하나 불렀더니 후원액수가 갑자기 100배로 불어난 기적..!! 본인도 기억하고 있다. 이럴 때는 유명인사를 그 돈 주고라도 초청할 가치가 있긴 하다. ㄲㄲㄲㄲㄲ

3. 대도시 도심 한복판에서 저렴하게 주차하기

  • 영화관에 영혼만 보내기: 예전엔 <자전차왕 엄복동> 영화의 티켓을 하나 구매해서 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차를 3시간 세워 놓을 수 있다면.. 영화를 보지 않고 주차비만 생각해도 이익이라고 분석을 한 사람이 있었다.

  • 은행에다 차를 담보로 맡기고 대출: 이를 소재로 한 외국 유머가 있기도 했다. ㄲㄲㄲㄲ 이러면 2~3시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외국 출장 같은 장기 주차가 가능하다.

이거 무슨 동전을 액면가 그대로 쓰지 않고 녹여서 금속 성분을 팔면 더 이익이라는 얘기와 비슷하게 들린다. 물론 녹이는 데 드는 비용도 추가로 생각해야겠지만..

4. 집, 채무

세상 나라들 중에 막대한 빚이 없는 나라가 없고, 기업이나 정부 기관들도 무리해서 돈을 뽑아 쓰느라 빚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다. 개인도 어지간한 흙수저 평민들은 평민 빚 없이는 집 장만하고 결혼하는 게 불가능하다.

인터넷 돌아댕기다가 "부모새가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어서 어디서든 알을 못 깐다" 이런 말을 봤는데.. 비유가 대박인 것 같다. >_<
아 글쎄, 난 무작정 사회 탓 세상 탓만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요즘 젊은것들이 근성이 없어 갖고.. 지방 내려가면 일자리 없는 중소기업들이 썩어나는데~"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식새끼한테는 절대 권하지 않을 무책임하고 위선적인 의지드립을 남에게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일단 사람들이 인지하는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도대체 전부 다 빚이 있으면 세계 최상위 궁극의 채권자는 누굴까..?? 하긴, 채권-채무 유향 그래프는 깔끔한 트리 구조가 아니라 사이클이 존재하고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걸지도 모르겠다. 이건 마치 꽉꽉 막히고 있는 도로의 맨 앞의 차는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는 것과 비슷하다.

5. 익명 처리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위해서는.. 실존하는 것을 사칭할 위험이 없으면서 충분히 현실감도 내는 대체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간단하게는 촬영 소품용 위조지폐(돈다발 씬..)부터 시작해서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스튜어디스 유니폼, 현재 쓰이지 않는 군복과 부대 마크, 현존하지 않는 가상의 전화번호, 차량번호 같은 것 말이다.

하긴, 요즘은 기업명 제품명 같은 건 아예 간접 광고 명목으로 익명 처리조차 없이 노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영상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광고비 받으면서 익명 처리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겠다.;;.

6. 보험계리사

보험업계에서 보험설계사야 그냥 차팔이 대신 발품팔이 보험팔이인 영업사원일 것이다. 그 반면, 보험계리사는 실제 보험 상품을 만들고 수익률을 계산하는 사람이니 그야말로 경제학? 금융수학? 확률 통계의 달인이다. 과학· 공학이 아니라 순수하게 수학 전공자가 유리한 얼마 안 되는 분야이지 싶다.

금리나 화폐 유통 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브레인과는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 철도에서 열차 시각표를 짜거나 수정하는 소수의 부서, 게임에서 각종 아이템들의 가격 밸런스를 조정하는 것과 비슷한지도??
이래서 수학이 모든 학문의 꽃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숫자로 표현되는 모든 시스템들의 질서를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위력이 있으니까,

과학이나 공학과의 접목 없이 수학 하나만으로 먹고 살려면..? 제일 흔하고 무난한 방법은 애들 교육-_-일 것이다.
무슨 필즈 상· 아벨 상을 받을 정도의 괴수 천재이거나, 그 정도는 아니어도 이 바닥에 완전 뼈를 묻어서 대학 교수까지 할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 게 아니면서 수학 혼자서 실용적인 가치가 높고 업계와의 접목이 용이한 건 아무래도 (1) 암호학· 보안 쪽의 응용수학, 아니면 (2) 확률· 통계를 접목한 경제· 금융 이렇게 둘임이 틀림없다.

7. 나머지

  • 같은 집의 매매와 전세 가격을 보면.. 숫자의 차이 비율이 뭔가 휘발유 값과 경유 값의 관계와 비슷해 보인다.
  • 우리나라 최고령 아파트이던 충정 아파트가 철거가 결정됐고, 대치동 은마 아파트도 철거와 재건축이 결정됐다니 참 감개무량하다. 붕괴 위험이 높던 낡은 시범 아파트 정도가 철거된 것보다 임팩트가 더 큰 사건이다.

  • 딸기와 초밥은 식품 중에서 헐값 떨이 판매를 하는 경향이 유난히 큰 부류인 것 같다. 딸기는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을 때 그러지만 초밥은 아예 판매 당일에 영업 마감이 임박하면 떨이를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3/03/22 08:35 2023/03/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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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쪽 얘기 참 오랜만에 다시 꺼내 보네..
하고 싶었던 얘기들이 며칠 동안 버퍼에 차곡차곡 쌓여서 목구멍 바로 아래까지 올라와서 말이다.. 뭐, 옛날 레퍼토리들도 많이 재탕했다. =_=;;

1. 표현의 자유와 형평성

  • 광화문 한복판에서 김 일성 만세 외칠 '자유?권리?'랑, 금남로 한복판에서 전 대갈 만세 외칠 '자유?권리?'는 똑같이 보장하거나 똑같이 금지했으면 좋겠다. 회고록의 발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편파적 적용은 결사반대.
  • 6· 25는 북괴의 일방과실이고, 5· 18은 상대방을 오인한 민-군-관 쌍방과실에 가까운 비극이다. 그러니 5 18을 기념하려면 시민과 군경 희생자를 같이 기리고 서로 화해하게 해야 한다.
  • 5· 18 모독죄를 만들고 싶거들랑 천안함 모독죄와 리 승만 할배 허위비방 모독죄까지 같이 넣었으면 좋겠다.

6· 25에 대해서 쌍방과실, 남침 유도, 심지어 북침설까지 주장하며 국가유공자들을 모독하는 건 괜찮은데.. 5· 18은 어떤 이견도 용납 못한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 정말 가소롭기 그지없다.

최근에 지 만원 박사가 징역 2년형이 확정된 것도.. 그 사람 말의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정말 천부당만부당하고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다. 광주에 북괴군이 아니라 외계인이 침투했다고 개소리를 퍼부었어도 실형을 때렸을 건가? 저게 감방 갈 죄이면 광우뻥, 세월호, 천안함 패잔병, 이 승복 "공산당이 싫어요" 주작설 등등도 전부 처벌했어야 한다.

2. 병적인 집착

  • 별 희한한 거, 아무 상관도 없는 걸 갖고 편집증적이고 변태적인 욱일기 논란은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페미년들이 별걸 갖고 성차별이니 여혐이니 시비 거는 것과 비슷하다.
  • 소녀상에다가 옷 입히는 짓도 제발 좀..
  • 멀쩡한 6 25 노래, 멸공의 횃불 노래를 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악한 반일 장사꾼들은 하루속히 정체가 탄로나고 X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국군의 날 포스터나 행사에 웬 중공군 무기가 등장하고, 국내 철도 개통 포스터나 현수막에 웬 신칸센 그림이 등장하는 꼴도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건 강경하게 주장하는 사항은 아니지만 괜히 멀쩡한 일제 시대 대신에 ‘일제 강점기’, 을사조약 대신에 ‘을사늑약’, 한일합방 대신 ‘한일병탄’처럼 피해의식을 더 부추기는 말을 일부러 쓸데없이 만들고 바꾸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괜히 조약 대신에 늑약이라고 바꿔서 상황이 더 나아지는 게 있나? 민족 정신이 고취되고 구한말 선조들의 행적에 실드가 쳐지고 자부심이 생기고 하다못해 국뽕이 생기는 거라도 있나? 일본이 더 나쁜놈이 되고  속이 더 후련해지나?

6 25 사변은 자꾸 전쟁이나 한국 전쟁이라고 바꾸려 하고, 북괴라는 칭호를 안 쓰고.. 그쪽으로는 감정이나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한없이 ‘중립적인’ 용어를 쓰면서 일본 쪽은 왜 저러는데? 그 삐딱한 잣대가 몹시 거슬리고 마음에 안 든다.

3. 자유는 좋지만 자유주의는 좀..

나는 닥치고 시장 만능 방임주의는 경계하며, 지나친 자유뽕 성향도 극혐까지는 아니지만 싫어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지 / 싫으면 그냥 니가 때려치우고 나가던가"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상황 봐 가면서 적용해야 된다고 본다.

가령, 자기가 제발로 종교 계열 고등학교-대학교에 지원하고 거기 방침에 동의를 하고 입학해 놓고는 거기서 채플 반대, 종교 강요 반대 짓거리 하는 건 미친 짓이다. 자기가 나가든지 해야지?
그러나 기업들이 다같이 비열한 담합을 하고 있는 와중에 마냥 파업만 욕하면서 귀족 노조 프레임을 씌운다거나.. 진짜 조직이 미쳐 돌아가는 중인데 소수의 양심적인 내부고발자한테 저딴 논리를 들이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바른 분별이 필요하다.

4. 윤석 열차

그림 한번 잘 그렸네. 고등학생이 벌써 머리에 뭐가 들어가서 저렇게 정치에 세뇌됐는지는 모르겠다만, 뭐 표현의 자유로 인정한다고 치자.
저 열차는 물 먹고 석탄 먹고 칙칙폭폭 더 폭주해서 이전 정권의 탈원전과 탈북자 북송 죄악을 다 까발리고 나쁜놈들 죄를 묻고 잡아 쳐넣었으면 좋겠다. 놈들이 예전에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 줬으면 좋겠다.

이 사람 다음으로 지금 법무부 장관이 바톤 터치를 해서 정권을 물려받으면 우리나라는 21세기 최고의 황금기 중흥기가 찾아올 것 같은데.. 과연 국운이 거기까지 따라 줄지 잘 모르겠다.

5. 북한을 제대로 도우려면

구제불능 알코올 중독자나 도박 중독자를 돕고 싶으면 당장 굶지는 않게 밥을 주거나, 중독 치료를 받게 병원에 보내 주든가.. 어쨌든 당장 필요한 현물 서비스를 줘야 한다. 정상적인 경제 관념이나 분별력이 없는 사람에게 생돈을 덥석 쥐어 줘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개인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민족이나 국가 차원의 원조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으니 돕고 싶다면.. 그 도움이 주민들에게 직접 가게 해야 한다. 그리고 핵이니 미사일 같은 쓸데없는 도발 따위는 꿈에서라도 엄두를 못 내게 해 놓고 도와줘야 된다.
쌀이나 의약품을 줄 건 주더라도 핵 시설 같은 거 짓는 기미가 보이면 드론 날려서라도 폭격으로 조져 버리면서 도와야지..

저 동네는 원조 물자를 빼돌려서 수괴들 자기만 배를 불릴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교통· 통신 인프라조차 없어서 주민들을 돕고 싶어도 물자가 그리로 가지를 못하는 지경이다.

북한에 백신 지원 사업을 벌였던 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얼마 전 자신의 실패담을 들려줬다.
“백신을 주겠다니 북한이 좋다고 했다. 그런데 백신을 실어 나를 트럭이 없다고 했다. 트럭을 사주니까 이번엔 백신을 보관할 냉장고가 없다며 사달라고 했다. 트럭에 냉장고를 싣고 북한의 백신 접종 현장에 갔더니 이번엔 냉장고를 돌릴 전기가 없었다. 어쩔 도리가 없어 포기하고 돌아왔다.” (☞ 원문)


그러니 옛날에 원조가카가 괜히 고속도로부터 먼저 닦은 게 아니었다. 그 다음에야 제철소를 만들고, 그 다음에 그거 바탕으로 자동차나 조선소 만들고.. 할배 때 준비해 놓은 원자력 전문가를 이용해서 한참 뒤에야 원전까지 만들고..
다 순서가 있는 법이다. 이런 인프라가 없으면 만년 농업이나 경공업밖에 못 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새마을 운동도 1960년대가 아니라 생각보다 늦은 70년대 이후에 시작된 걸 알고서 좀 놀랐다.
이렇게 하고 싶은 게 많았으니.. 유신 독재 하던 심정이 이해가 된다.

6. 상호주의에 입각한 개방

내 개인적으로는 이제는 북한 컨텐츠도 그냥 있는 그대로 노출해도 되지 않나 싶다. 울나라가 물리적인 경제력 군사력이 북괴한테 딸리는 것도 아니고, 아무 거리낄 게 없지 않은가?
로동신문이나 고려항공 웹사이트를 warning.or.kr로 틀어막지 말고 개방하라는 거다. 뭐,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어른들의 사정이 있어서 여전히 틀어막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까 김 일성 회고록 얘기가 나왔었는데.. 이거 자체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언젠가는 다 개방되고 풀려나올 필요가 있다.
세월이 흐르니 하다못해 독일에서도 히틀러 "나의 투쟁"이 해금돼서 서서히 풀려나오니 말이다. 물론 책 내용을 오해하지 말라는 단서를 많이 달고서...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김 일성 회고록을 출간하는 대신, 북한에다가는 성경이나 전 두환 회고록, 리 승만 Japan inside out 같은 책을 보급하는 거다. 상호주의에 입각한 개방이라면 나쁠 게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남한에다가만 북한 방송? 그것도 북한에다가 중계료 왕창 주고 사 와서? 그런 짓거리라면 이건 완전 종북 이적행위이니 나로서는 목숨 걸고 결사반대다.

신앙에서도 주변으로 복음 전파, 전도를 못 하게 하고 너 혼자만 조용히 믿으라는 건 신앙의 자유가 아니다. (출애굽기, 다니엘서)
이와 비슷하게.. 남북이 서로 똑같이 선전방송을 안 하는 건 공평한 게 아니라 남한(+북한 주민)에게 손해인 거래라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내가 소위 햇볕정책이니 뭐니 하던 것에 분노하고 그게 정치쑈 사기극이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퍼주기만 하고서 정말 기본적인 것 하나 실제로 개방된 것이라고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을 진짜로 제대로 도와주고 북한 체제를 개방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조차 한 게 없다.

그냥 정치쑈만 벌이다가 연평해전이나 박 왕자 피살 사건으로 뒤통수만 맞았으며, 그 뒤에 천안함이나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사건이 줄줄이 이어졌다. 2010년대 이후로는 계속 핵과 미사일 도발만 하는 중..

제발 저것들이랑 통일 수작 벌이지 말고, 그냥 지원 끊고 고립시키고 굶겨 죽이는 거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전쟁 따위 안 해도 된다.
이 와중에 "우리 북한은 안 물어요" / "남측이 북한을 먼저 자극했기 때문에..." / "이건 좀 더 도와 달라는 신호" 이러는 정신병자 미친 새끼들은 정말 인도주의 차원에서 북으로 송환하든가, 추방 아니면 공개 처형에 삼족을 멸해도 시원찮을 것이다.

더 나아가, 북괴뿐만 아니라 이슬람 애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수 있다. 쟤들은 "나는 너희 나라에서 포교 가능하지만 너희는 우리나라에서 포교 금지"를 고수하면서 세계 어디를 가나 상호주의를 제일 안 지키는 집단이다. 그러니 우리도 국내의 무슬림들에 대해 철저히 경계하고 필요 이상의 편의는 절대 봐 주지 말고, 세력이 절대로 커지지 못하게 감시해야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3/01/25 08:35 2023/01/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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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사고

1. 사고 개요

지난 10월 30일 아침엔 우리나라 전국민이 정말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운 소식을 접하며 일요일을 맞이했다.
할로윈, 그것도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자유로운 할로윈을 기념해서 이태원 클럽 일대에 10만 명에 가까운 젊은 청년들이 몰려와서 파티를 벌이며 놀았다. 그런데 발 디딜 틈도 없이 혼잡하고 비좁은 경사 골목길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대규모 압사 사고가 났다.

앞쪽 사람이 밀려 넘어지면서 뒤쪽 사람들에게 몇 겹으로 깔렸다. 이 때문에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밟혀 죽고 부상자도 이와 비슷하게 발생했다. 무려 1960년의 서울 역 압사 사고가 어설픈 풋 사과로 밀려났을 정도로..
사상자는 대부분 20대였으며, 여자가 남자보다 2배 가까이 더 많았다.

총기 난사나 폭탄 테러가 아니고 건축물 붕괴나 추락, 화재 따위도 아니고 미치광이 차량 돌진도 아니고..
주변 시설이나 지형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오로지 인간이 자기들끼리 깔고 깔려서 이렇게 많이 죽거나 다칠 수 있다니..
나라에서는 소방 대응 단계를 최고로 올리고 이태원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난리가 났다. TV에서도 뉴스 속보와 특보를 내보내며 하루 종일 이 사고만 보도했다. 이 소식은 외신까지 타면서 세계로 전파됐다.

이때 현장이 얼마나 혼잡한 생지옥이었냐 하면.. 발이 둥둥 뜬 채 주변 군중에게 떠밀려서 이동하는 지경이었고, 사람이 숨을 들이쉴 수 없어서 말을 못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거 무슨 물에 빠진 것도 아니고.. 그리고 발이 둥둥 뜬다는 곳의 원조는 평일 출근 시간대에 신도림 역 환승 통로가 아니었던가? =_=;;

소지품이 땅에 떨어지면 그건 그냥 포기해야 했다. 주우려고 고개를 숙였다가는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꼴랑 1제곱미터 면적 안에 사람이 15명? 엥...??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극단적인 상황임이 틀림없다.

근데 이 할로윈 파티는 주최 측이라는 게 존재하는 정식 행사나 집회가 아니어서 책임소재를 따지기도 더 난감했다. 교황 방한 행사라든가 여의도 불꽃 축제, 태극기 집회 같은 부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2. 할로윈

할로윈인지 핼러윈인지는 수십 년 전 라떼만 해도 영어 회화 학원에서나 배우는 마이너한 이벤트였다. 재꼴랜턴이라는 건 파닉스 영어 교재의 밖에서는 볼 일이 없던 단어였고.. 그랬는데 그게 갑자기 우리나라에까지 퍼져서 무슨 발렌타인 데이, 빼빼로 데이 같은 문화가 됐다. 이런 건 꼭꼭 챙겨서 놀아야 애들 집단에서 인싸가 될 수 있다.

원래 할로윈의 본고장인 천조국에서도 이 날은 그냥 초딩 얼라들이 귀여운 귀신 분장을 해서 이웃집을 돌면서 trick or treat! 이러면서 재롱 부리고 사탕이나 얻어먹는 날이었다.
그런데 그게 울나라에서는 얼라가 아니라 20대 청년들이 코스프레 해서 클럽에서 술 마시고 춤추며 노는 날이 됐다. ㄲㄲㄲㄲ

일본도 서양 문화 동경하고 귀신 좋아하는 코드가 맞아떨어져서 할로윈 같은 거 아주 좋아할 것 같은데..? 거기는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겠다. 할로윈의 본동네 애들이 보고도 경악하지 않을지??

물론 예수 믿는 사람이야 할로윈의 반기독교적인 기원과 유래에 대해서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에 의도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며, 본인 역시 그 입장에 동의한다.
10월 말쯤이면 늙은 호박 하나 장만해서 호박죽이나 맛있게 쑤어 먹을 시기이지 않겠는가? 이 사랑스러운 호박한테 그저 못생겼다는 프레임도 모자라서 흉측한 귀신 얼굴이나 새긴다니.. 나로서는 분통 터질 노릇이다.;; (글쎄, 이 따위 용도로라도 호박을 잔뜩 많이 구매하느라 호박 농가의 매출이 늘었다면 다행이지만, 아예 식용이 아닌 할로윈 전용 호박 품종을 따로 만들어서 재배하는 건 반대 소신)

깐깐한 신자는 할로윈이 아니라 성탄절조차도 실제 예수 탄신일이 아니고 기원이 태양신 숭배라면서 세상 분위기에 놀아나지 않는다. 그러니 하물며 할로윈이야 뭐.. 날짜가 루터의 종교개혁일과도 겹치니 더욱 배척할 수밖에 없다.

아 그러고 보니.. 굳이 기독인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언제부터 우리 민족이랑 아무 상관 없는 저딴 얄팍한 서양 귀신놀이 상술에 놀아나고 있냐? 전통 명절 하나 제대로 안 지키면서..?" 이런 보수적이고 좀 꼰대적인(?) 생각으로 인해 할로윈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뭐 그건 그렇다만..

한 가지 생각할 점은.. 할로윈 때 흥청망청 노는 애들이 다~~ 그 할로윈/반기독교 정신에 진지하게 동조해서 노는 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성탄절 이브 때 흥청망청 노는 애들이 예수 탄생을 동조하고 기뻐해서 노는 게 전혀 아니며, 광복절 폭주족들이 조국의 광복을 축하해서 날뛰는 게 전혀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아해들한테는 성탄절이건 할로윈이건 유래나 의미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그냥 노는 날 명분이 필요했던 것일 뿐이다. ㅡ,.ㅡ;;
도대체 할로윈이 울나라 울문화랑 무슨 관련이 있다고 저렇게까지 몰려가서 미친 듯이 노는 건지.. 스트레스가 그리도 많이 쌓였는지는 솔직히 본인도 이해가 잘 안 가지만 말이다.
과연 내년엔 이태원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흥청망청 할로윈 파티가 또 열리고 젊은이들이 많이 몰려들지 궁금하다.

3. 불순불온 정치 선동이 제발 근절되기를

꽃다운 나이의 수많은 청년들이 정말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고로 저렇게 많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건 국가적인 비극인 건 맞다. 허나.. 이와 관련해서 본인이 정말 듣고 싶지 않은 말이 있다.

(1) 그노무 대통령 때문, 서울시장 때문이다 부류의 미친 정치병.
안전 통제를 강화했으면 안 그래도 검찰총장 출신 대령통의 공안시국이라고 욕했을 거면서.

(2) 이게 다~~ 악하고 음란 퇴폐적인 할로윈 문화에 대한 ㅎㄴㄴ 심판이다.. 지긋지긋한 종교병.
할로윈을 종교적으로 반대하는 건 반대하는 거지만, 재난 사건 사고를 자꾸 그렇게 갖다붙이지 말라고.
지금까지 이런 식의 경솔한 발언들이 야기했던 부작용과 어그로에 대해서 아직도 깨달은 게 없냐..?
이럴 때 보통은 눅 13:4-5를 생각하면서 자중하는 게 더 건전한 대응이다.

내가 보아하니 종교병 병크가 터진 건 별로 없었다. 그 대신 벌써부터 남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는 못된 악귀들이 내 예상보다 더 일찍 더 대규모로 날뛰기 시작한 것 같다.
한 건 거하게 터졌으니 이 개새X들은 얼마나 좋을까? 어떻게든 정부와 여당과 경찰을 욕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지들이 지지하는 정치인 시절에 온갖 대형 화재와 사건 사고들이 터졌을 때는 입 한번 뻥긋하지 않았으면서 말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좀 민망하지 않냐?

벌써부터 촛불시위 하겠다는 놈들.. 이것들은 진짜 인간도 아니다. 내전 벌여서라도 이런 놈들을 다 청소해야 이 나라가 살 수 있지 싶다. 광우뻥과 세월호 때 한번 데였으면 됐지 사람들이 설마 두 번 속을까보냐?
왜,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면서 시위하던 모 장애인 정치 단체가.. 자기랑 아무 상관도 없던 어느 장애인 가족이 반지하방에서 폭우 때 죽으니까 그걸 추모한다고 난리였었다. 그거랑 딱 같은 유형의 시체 장사이다.

저것들이 또 뭐라고 지껄였더라? "경찰이 마약 단속이나 대통령 경호 따위에만 너무 치우쳐서 진짜 필요한 군중 통제에 인력이 투입되지 못했다"....;;;
대통령이야 지들이 원래부터 싫어하니까 그렇다 치지만.. 마약.. 저 많은 인파가 밀집해서 노는 이태원 클럽이야말로 마약 단속을 집중적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당신, 마약이 나라 근간을 무너뜨리는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 모르냐? 사람 혈압 올리고 암 유발시키려고 정말 아무 개소리나 의식의 흐름대로 쳐 씨부리는 것 같다.

4. 과다한 미화를 하지 말고 감성팔이와 남 탓 좀 하지 말길

사고로 죽은 청년들에 대해서 "쳐 놀다가 잘 죽었다"처럼 비난· 비하를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건 개념 밥 말아먹은 인간말종 짓거리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을 무슨 나라를 구하다가 순국 순직한 사람만치 떠받들고 애도할 필요도 없다. 인간들이 왜 이렇게 균형을 안 맞추는지 모르겠다.

어떤 사망자의 모친이 "아니 애들을 무슨 그런 좁은 곳에 몰아넣어서..."라고 통곡했다. 자녀를 잃은 것은 슬프고 애석한 일이지만, 그 자녀는 무슨 군대에 강제로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게 아니다! 그 좁은 곳에 가라고 정말 아무도 전혀 강요하지 않았다. 제 발로 간 거지.. =_=;;;

사상자· 피해자가 아니라 희생자라고 불러야 된대.. 이건 뭔 유체이탈 화법이야..??
영어로는 victim 한 단어이지만 우리말로는 뉘앙스와 어감에 따라서 뜻이 더 세분화돼 있다.
정말 악의적인 범죄를 당해서.. 아웅산 폭탄 테러로 순직한 관료라든가, 007편 격추, 858편 테러에 당한 정도는 돼야 희생자이지.. 이태원 압사 사고는..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어감으로는 희생자는 아니다. -_-;;
옛날에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나 삼풍 백화점 victim한테 희생자라는 워딩이 선뜻 통용됐던가..? 그렇지 않다.

"예고된 참사" 이딴 소리도 쌍팔년도와 90년대까지 진짜로 나라 시스템이 미개하고 후진적이고 비리와 부실공사가 넘치던 시절에 통용되던 클리셰이지.. 이젠 지겹지도 않냐? 그리고.. 이미 다 예고되고 예견 가능했으면, 할로윈 분위기를 즐겁게 잘만 보도하던 이전 보도 자료는 또 뭐가 되는 건데?
지금은 저건 정치병이랑 결합해서 남에게 떼쓰고 징징대는 수단으로(나이 20~30씩이나 쳐먹고도!), 그리고 누구 하나 마녀로 몰아서 조지는 광기로 굉장히 이상하게 변질된 비중이 더 크다.

군대에서 누가 고참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자살했으면.. 그 유가족에게 보상을 하고 가해자를 잡아 처벌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렇게 죽은 병사를 굳이 계급 특진을 시키고 육군장을 치러서 예우하고 현충원에다가 안장할 필요까지는 없다. 내 말 틀렸는가?

지금 벌어지는 일도 저런 부류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안전 통제 규제를 하겠다고 하면 공안시국이라고 난리 쳤다가, 사고가 나면 국가 탓 남 탓 떼쓰는 이 고약한 관행은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무쪼록 이런 사고가 퍼졌을 때 나도 화내지 않고 순수하게 피해자만 생각하면서 슬퍼하고 안타까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07 08:35 2022/11/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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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관련 논란들에 대해

예전에 했던 말들이 대부분이지만, 주요 개념들을 오랜만에 다시 요약· 정리해 본다.

1. 페미??

난 페미인지 뭔지 걔네들이 뭐 하는 집단인지 잘은 모른다. 하지만..

  • 겉으로 주둥이로 아가리로만 양성 평등
  • 별 시덥잖은 걸 갖고, 혹은 정말 보편적이고 별 무리 없는 성 역할이나 구분까지 몽땅 성차별이라고 생트집. 남녀네 여남이네.. 전쟁 때 남자는 사격 훈련 받고 총 쏘고, 여자는 구급법 배워서 응급치료 하는 것도 성차별이게??
  • 그래 놓고 권리나 보호 챙길 때만 무조건 여성 우선

이 따위로 나오는 인간들이라면 페미건 메갈이건 워마드건 뭐건 갈기갈기 박살을 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들이 하는 말에서 스스로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옛날 사회에 여성에 대해서 일면 부당한 차별이 있고 유리천장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19~20세기 사이에 남녀 차별 때문에 부당하게 고생했던 여성 과학자/수학자 얘기 이런 것이 클리셰로 남아 있다.
그리고 전근대 시절에 출산과 육아, 남편 내조라는 고귀하고 숭고한 여성의 역할을 "집에서 밥이나 할 것이지" 같은 열등하고 천한 것으로 여기고.. 아내를 무슨 하인쯤으로 취급한 못돼먹은 관습이 있었다. 이런 것이야 물론 타파해야 하고 인식을 고쳐야 할 것이다.

허나, 한편으로 그때는 유리바닥도 명백히 있었다. 타이타닉 호 침몰 사고 때 죽은 사람의 성비만 해도 양성 평등이 절대로 아니었다.
유리천장이 없어지면 유리바닥도 없어질 것이고, 그 피해는 그냥 평범하게 사는 대다수 여성들에게 돌아올 것이고 가정 파괴로 돌아온다. 이건 명백한 팩트이다.

지난 쌍팔년도 정도까지.. "여성도 사회진출 할 수 있습니다", 남녀 모두한테 기술과 가정 모두 가르치고, 사관학교에서 여자 생도 받고..
명절 때 여성들만 집에서 개고생하는 거 문제라고 시정.. 이 정도까지가 적당하지, 그 이상은 점점 선을 넘는 것 같다.
소수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명제 자체가 부정되기란 불가능하다~!

세상에 "미성년자와 여성은 갱내 근로 금지"(근로기준법 제72조)가 성차별이라고 트집 잡는 페미는 없을 것이다.
스포츠 육상과 구기 종목에서 남녀를 구분해서 따로 기록을 매기는 걸 성차별이라고 이의 제기하는 페미는 없을 것이다.
데이트 비용을 무조건 1:1 더치로 부담하자고 주장하는 페미는 더욱 없을 것이다.
아이고 이 정도 말만 한 거 갖고도 나 꼰대 한남충이려나? 이대남은 나이 때문에 해당되지 않고.. -_-;;

NL인지 좌빨인지 아무튼 그쪽 특징 중 하나가 개량한복에 수염이라면,
저쪽 집단의 특징 중 일부로는 이름에 부모의 성 한꺼번에 병기=_=가 있는 듯하다.
빨갱이들이 자본가와 로동자 계급 갖고 갈등을 부추긴다면 저쪽 집단은 남녀 성별을 갖고 우열 계급 갈등을 부추긴다. 분야만 다르지 방법론은 동일해 보인다.

(아, 아니.. 설마 했는데 진짜로 정치병까지 결합한 페미도 있는 듯하다.
성별 싸움만 하는 줄 알았는데 웬 한미 연합 훈련을 반대하는 여성 단체 말이다.
이 정도면 진짜 선 넘는 사회악 쓰레기들인 듯.. 그냥 죽어야 낫는 정신병이지 싶다. ㅡ,.ㅡ;; )

2. 동성애

  • 종교적으로는 죄악이고, 보건· 생리 관점에서만 봐도 자기 몸의 뒷구멍을 망치는 짓이다.
  • 성병· 에이즈에 걸리는 건 동성애 자체보다는 난교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염에 가깝다. 세상에 평생 한 동성하고만 '하는' 동성애라는 건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동성애를 반대하기 위해 굳이 레위기니 로마서니 신의 창조 질서 운운하면서 종교색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 그냥 객관적으로 진짜 몸 망치고 건강 망친다는 것만 가르치면 된다.
마치 이슬람을 반대하기 위해서 굳이 경전 들이대고 예수 운운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정치적으로 상호주의를 위반하는 제일 독단적이고 위험하고 막돼먹은 집단이라고 비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자유 민주주의 인권 진영 국가들 중에 동성애 자체 때문에 박해가 행해지는 곳은 전혀 없다.
글쎄, 1940년대에는 사우디 같은 이슬람 독재 꼴통 국가가 아니라 무려 영국에서도 동성애가 죄여서 앨런 튜링 같은 영웅조차 곤욕을 치렀다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까지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분류하기는 했던 것 같은데.. 이마저도 한참 전에 그런 분류가 폐지됐다.

그 동네에서 시위를 하는 애들은 동성애를 할 자유나 권리를 쟁취하려고 싸우는 게 절대 아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동성 결혼에다가도 평범한 남녀 결혼과 동일한 육아 복지 혜택을 줘라, 동성애 성병도 동일한 의료보험 혜택을 줘라, 게이 목사도 교회에서 '성경 교리 차원에서' 차별하지 마라..." 이렇게 세금이 드는 추가적인 복지와 인권을 요구하는 거다!! 쉽게 말해 뱃대지 부른 투정.

이걸 반대하는 걸 무슨 이기적이고 사랑이 없네, 차별주의자 종교 근본주의 꼴통이네 등등의 개소리로 프레임 씌우는 수작에 절대 속지 마시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시길 바란다.

정상인이라면 결혼한 이성 사이의 애정 행각이라도 공공장소에서 안 한다. 하물며 더 민망하고 더 흉측한 퍼레이드가 벌어지는 걸 혐오하고 반대하는 건.. 공중도덕 통념상으로 아주 당연하고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고 보니 게이 축제랑 전장연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는 뭔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비슷하게 민폐 끼치고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듯하다.

게이들은 남자-남자나 여자-여자끼리 결혼을 시키려 하고, 페미는 남녀 자체는 안 건드리는데 웨딩드레스 색깔의 흑백을 성별 반전시키거나 아예 둘 다 똑같이 회색으로 바꾸려는 애들인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22/10/27 08:35 2022/10/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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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근황 -- 나머지

7. 호박밭 근처의 생태

다음은 본인이 개인적으로 호박을 키우는 아지트의 근처에서 본 자잘한 동물/곤충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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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풀숲에서 텐트를 치고 자고 나면, 다음날 아침에 달팽이가 텐트의 표면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야 최대한 다 떼어내긴 하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달팽이를 집에까지 데려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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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슨 곤충 커플인지는 모르겠지만.. 하필이면 남의 텐트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번식 행위를 하고 있었다.;;
도의적으로 3분 동안 기다려 줬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꼼짝도 안 하고 있고, 그 당시 나도 어서 텐트를 걷고 집으로 복귀 후에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얘들을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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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건 도대체 무슨 애벌레인 걸까..??
애벌레 실물을 본 걸로는 정말 역대급 크기였다. 징그럽기도 하고.. 참고로 위의 사진 기준으로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왼쪽이 애벌레의 앞쪽인가 보다. ㄲㄲㄲㄲㄲㄲ
자 눈금을 함께 대고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쉽다.

여담이지만, 비가 한번 내리고 나면 밭 주변의 포장된 자전거 도로는 밟혀 죽은 지렁이 시체들로 쭉 도배되곤 한다.;;;
도대체 어디에 짱박혀 있던 지렁이들인지, 비만 내리면 왜 기어나오는지...? 땅을 파고 들어갈 수도 없는 위험한 포장 도로로는 도대체 왜 가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저 애벌레도 그 꼴 나지 않고 무사히 흙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흙이 물에 완전히 잠겨 버리면 농작물 식물의 뿌리도 숨을 못 쉬어서 익사한다고 한다. 하지만 불어난 강물에 파묻히는 급의 침수가 아니라, 식물이 멀쩡히 버텨내는 평범한 비라면 지렁이도 숨을 못 쉴 정도는 아닐 텐데 말이다.

본인은 육교 위에서도 지렁이 시체를 본 적이 있다.;; 거기는 어째 왜 어떻게 올라간 걸까?? 거기는 흙도 없는데!!
마치 고가도로 위에서 로드킬 당한 야생동물 시체와 비슷한 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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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강물 밑바닥을 옆으로 기어가던 게들인데.. 신기해서 한 놈 사진을 찍었다.
바다뿐만 아니라 민물에도 게에 속하는 동물이 살기는 하는가 보다. 물속이 뿌얘서 선명도를 보정하고 나니 무슨 흑백 사진처럼 돼 버렸다. ㄲㄲㄲ

폭우가 쏟아져서 강이 범람하고 강물 주변이 다 휩쓸려 가거나 식물들이 진흙을 뒤집어썼는데..
그래도 한두 주 뒤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물가가 다시 풀이 무성해지고 녹색천지로 바뀌곤 한다.
식물의 생명력이란 게 이런 거구나..!!

물론 그렇게 아무렇게나 잘 자라는 식물은 오로지 자기 생존과 번식에만 최적화돼 있다. 인간에게 유익한 열매를 생산하는 식물은 아니다. 그러니 이런 것들은 그냥 잡초라고 불린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잉여스러운 잡초들이라도 뿌리를 내려서 흙을 붙잡고 있어야 강물이 범람했을 때 주변 지역이 물에 덜 휩쓸리고 초토화가 덜 될 수 있다.
소리쟁이와 가시박은 강변 어디에나 퍼져 있는 끈질긴 잡초인 것 같다.

8. 외박

지난 9월 말엔 큰 일교차에 늦여름 더위가 계속되면서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강물도 많이 마르고 줄어들고 수위가 낮아졌다. 일부 수심이 얕은 바닥은 수면 위로 드러나기까지 했다.
본인은 하루는 그렇게 튀어나온 모래톱 위에서 혼자 하룻밤 잤다. 텐트는 없이 침낭만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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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이렇게 자야 좀 잠다운 잠을 잔 것 같다. 모래는 정말 푹신하고 편안했다.
새벽 5~6시 사이에만 해도 긴팔에 점퍼에 침낭을 다 뒤집어써도 추웠으나.. 해가 뜨면서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서 점퍼 벗고 팔까지 걷어붙여도 될 정도가 됐다. 그 당시에 아침 5시부터 7시 사이의 기온 변화는 정말 드라마틱했었다.

저 매트는 이렇게 자고 일어난 뒤에도 밑바닥에 흙이 거의 묻지 않아서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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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10월 3일, 서울에 비가 하루 종일 쏟아지자 시내의 하천들이 몽땅 수위가 올라갔다. 본인이 며칠 전에 이용했던 숙소도 싹 물에 잠겨 사라져 버렸다. ㅋㅋㅋㅋㅋ
이때는 비 한번 정말 시원스럽게 잘 내렸다. 오랫동안 많이 세차게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도를 넘는 폭우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는 침수 피해나 도로 통제 같은 건 없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2/10/20 08:35 2022/10/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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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교회와 작은 교회

1. 작은 교회: 회중 찬송

본인은 하루는 창립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서울 교외의 자그마한 교회에 초대받아 가서 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여기는 인원이 30~40명 될까말까한 정도였는데.. 우와~ 본인이 2000년대부터 거쳤던 교회들 중에서 인원수 대비 찬송 부르는 소리가 제일 크고 우렁찼었다.
그러니 나까지 기분이 좋았다. 여긴 너무 작아서 성가대가 따로 있지도 않은 곳인데..!!

분위기가 좋으니 나는 오랫동안 봉인됐던 옛날 버릇이 저절로 나오기 시작했다. 1절만 익숙한 멜로디 파트로 부른 뒤, 2절부터 n절까지는 테너 파트로 선로를 갈아타서 화음을 넣었다. 멜로디는 남들이 충분히 크게 잘 부르고 있으니까..
즉석 화음을 도대체 얼마 만에 넣어 보는지? ^^

이전에 다녔던 교회에서는 내가 직접 강단에 서서 찬양 인도를 했다. 내 마음대로 화음을 넣을 수 없고 언제나 주선율 파트만 불러야 했다.
그 반면, 대형 교회는.. 찬송가 책 따위 없고 가사만 대형 스크린에다 띄워 준다. 게다가 찬양팀의 악기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니, 개인의 화음 따위는 반대편 극단의 이유로 인해 아오안이고 묻혀 버린다.

내가 화음을 넣자 뒷자리의 어떤 자매님도 테너 파트를 부르기 시작해서 저절로 2성부가 형성됐다.
이런 분위기가 참 정겹고 좋았다. 여기 목사님도 아주 흡족한 표정이셨다.
심지어 내가 강단에서 직접 찬양 인도를 했던 이전 교회도 내 경험상 이 정도로 훈훈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회중 찬송이 일상적으로 박력이 있는 곳이야말로 작지만 강하고 본질에 충실한 교회이지 싶다. 제식 군기가 확 잡혀 있는 사기 충만한 군대와 같은 느낌이랄까..

요즘은 옛날 같은 무지막지한 거리 두기나 백신 패스 따위가 없어지고 실내 마스크 외에는 일상에 아무런 제약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교회는 한번 무너졌던 주일학교와 성가대 인프라가 다시 회복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2. 큰 교회: 찬양

물론, 대형 교회는 교회 음악/찬양 인프라가 아무래도 작은 교회보다 훨씬 더 우월하다. 목사 1명이 아는 찬양의 범위와, 전문 음악 사역자가 아는 찬양의 범위가 어찌 쨉이 되겠는가..;;
청년부 예배 때는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생소한 신세대 곡들을 불러 댄다. 요즘은 CCM이라는 바닥을 누가 주도하고 있고 누가 신곡을 만들고 번역하는지..?? 본인은 HTML 지식과 CCM 배경 지식이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서 멈춰 있어서 그게 궁금하다. -_-;;

대형 교회는 예배를 연령대별로 다양한 시간대에 나눠서 시행하는 게 가능하다. =_=;; 이게 바람직한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오전 9~11시 사이엔 여기도 의외로 클래식한 찬송가와 1980~90년대 비교적 오래된 CCM을 부르는 편이더라.

한번은 여친 교회의 오전 예배에서 최 덕신의 "세상의 유혹 시험이 내게 몰려 올 때에.."(주를 찬양)와 "마음이 어둡고 괴로울 때"(기도)가 흘러나와서 굉장히 반가웠었다. 이런 곡을 내가 공예배 때 소리 내어 부른 건 아마 평생 처음이거나 최소한 21세기 이래로는 처음이지 싶다.

본인은 이걸 중3이나 고1 사이에 다녔던 교회의 중고등부 선생님에게서 맨 처음으로 소개받았고, 그 뒤에 최 덕신/주찬양 음반을 통해서 음원도 접했다. 그야말로 마르고 닳도록 들었기 때문에 머릿속에 반주와 전체 가사가 자동 완성된다.
다행히 교회에서도 3절에서 조가 올라가는 것까지 음반과 똑같이 부르더라. 나도 신바람 나서 힘차게 같이 불렀다.

다만, 일반 기성교회에서는 반대로 내가 전에 다녔던 교회에서 즐겨 부르는 곡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가령, 론 해밀턴 아저씨 곡들 대부분이라든가(“전능하신 우리 주 하나님 Rejoice in the Lord” 정도만이 고작?)
Wonderful grace of Jesus(놀라운 주의 은혜)라든가 And can it be that I should gain 같은 곡은 모르는 건지..? 이런 건 침례교에서만 알려져 있는 건가 싶다.

그리고 회중 찬양 대신 성가대만 지나치게 현란 화려하고, 심지어 불신자 음악인을 섭외해서 성가대를 운영하는 건 아무래도 본질을 벗어난 처사이고 잘못된 것 같다. 예배가 겉만 번드르한 공연, 쇼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3. 큰 교회: 주차 요원

자기 땅과 건물이 있는 큰 교회는 필연적으로 방문하는 성도들의 주차 문제를 자체적으로 신경 쓰게 된다.
그런데.. 교회 입구에서 주차 안내 및 차량 통제 봉사를 하는 분은 정말 엄청난 인내와 섬김과 헌신을 실천하는 것 같다. 이건 예배당 청소와 대등한 레벨이지 싶다.
혼자 교회에 남들보다 훨씬 일찍 와서 밖에서 재미없고 골치아픈 궂은일을 해야 하고 예배 시간도 앞부분을 일부 깨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거 무슨 백화점이나 마트 주차장에서 최저 시급 받으면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회를 섬긴 것을 주님께서 기억해서 남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보상해 주신다~~ 라는 관념이 없이는 이런 일을 오래 지속적으로 할 수 없을 것이다.

하루는 여친이 다니는 모 대형 교회의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중이었는데.. 주차 안내 요원이 각 차들을 “여기서 방향 바꿔서 후진으로 들어오셔서 저 XXXX 차 앞에 세워 주세요” 이런 식으로 일일이 통제하고 있었다.
본인은 후딱 차를 돌려서 그 말대로 잽싸게 주차를 한 뒤, 안내 요원에게도 수고 많고 고맙다고 축복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안내 요원은 뜻밖에도 내게도 운전 잘한다고.. 말귀를 바로 알아듣고 그 공간에서 바로 차를 쏙 신속하게 잘 집어넣어 주시니, 통제하기 편해서 좋았다고 칭찬을 했다. ㅠㅠㅠ
여성 운전자는 그렇게 말하면 제대로 못 알아듣고, 좁은 공간에서 여러 차들이 엉켜서 애먹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이다. 아~ 이런 것도 주차 안내 요원의 고충이겠구나 싶었다.

주차 요원 말고도, 큰 교회는 예배 마치고 나서 사람들이 예배당을 빠져나갈 때, 장로급 어르신들이 출입문이나 계단 한켠에 미리 줄지어 서서 사람들에게 매번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게 있다. 이것도 깨알같은 수고가 필요한 섬김일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9/16 08:35 2022/09/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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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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