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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장의 개장을 기다리며

서울에서 신당동은 구미와 더불어 박 정희 대통령이 살았던 곳이다. 이처럼 종로구 이화동에는 이화장이라고 이 승만 대통령이 살았던 사저가 있다.

이화장은 근현대 문화재로 보존되어 있으며, 내부엔 자그맣게 이 승만 대통령 기념관도 있다. 하지만 여기는 언제부턴가(한 2010년대쯤?) 내부 수리를 이유로 수 년 이상 장기간, 거의 무기한에 가깝게 휴관한 채 방치되었으며 일반인이 들어가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옛날엔 인터넷 지도에도 '2018년 개장 예정' 이렇게 쓰여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말도 없다.

그래서 본인은 올해 두어 차례 이화장을 찾아가 봤다.
지하철 4호선 혜화 역 2번 출구로 나가서 방통대 건물 모퉁에서 좌회전 한 뒤, 언덕을 오르며 대학로 파출소 방면으로 골목길을 쭉 걸어가면 된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목적지까지 직선 거리로는 600미터이지만 실제로는 언덕길 7~800미터 정도를 걷게 되니 남자의 걸음으로 10~15분 남짓 걸린다. 막 가깝지는 않지만 도저히 걷지 못할 먼 거리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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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 역 주변에는 방통대와 서울대 병원이 있고 이들은 전반적으로 붉은 벽돌의 오래된 건물이어서 좀 고풍스러운 느낌이다. 그런데 거기서 이화장이 있는 동쪽은 한양도성과 낙산 공원 방면이다. 길이 좁아서 차들이 다니기는 불편하지만 대학로라는 명칭답게 이색적인 카페들과 극장도 있어서 신촌· 홍대 같은 분위기가 난다.
그러다가 이화장에 다다르면 요런 한옥과 담벼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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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가 정문 입구이다. 주변은 온통 공사를 위한 컨테이너 가건물이 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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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아직 공사판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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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장에 대해 설명해 놓은 표지판은 컨테이너 가건물에 가려져서 접근하기도, 읽기도 어려워져 있었다.
이 정도가 끝.. 더 볼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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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만 대통령 기념 사업회의 공식 홈페이지를 가 보면 휴관 사유가 저렇게 적혀 있는데.. 내가 보기엔 말이 안 된다.
지난 2011년엔 우면산에서 큰 산사태가 났지, 낙산에서 산사태가 났다는 소식은 난 들은 바 없다.

그리고, 설령 그때 피해를 입었다 해도 저 쬐끄만 건물이 무슨 놈의 복구가 7년이 넘게 걸리냐?
화재로 깡그리 소실됐던 숭례문이 복구에 5년이 걸렸고 그것도 예상 외로 굉장히 오래 걸린 축에 든다.

마치 레카를 죽을 때까지 그냥 무기한 구속시켜 저렇게 구치소에 쳐넣어 두는 것처럼.. (주 기철 목사도 정식으로 재판과 형량 선고도 없이 유치장-구치소만 나돌면서 고문 당하다가 죽었다)
유지보수를 핑계로 친일 공화국 분단의 원흉 독재자의 행적은 이렇게 방치함으로써 교묘하게 지우고 폐쇄하고 봉인시키는 게 아닐까? 독립기념관 바깥뜰에다가 조선총독부 건물 잔해를 방치해 놓았듯이 말이다. 괴담 음모론 같은 거 믿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나라 꼬라지가 꼬라지이다 보니 저런 불길한 생각마저 들려 한다.

저 안에 있는 동상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 무너뜨리고 박살 내고 싶어하는 들쥐들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 미개한 반도에 쌔고 널렸다. 완전 위험물이다.

정치 보복 한번 참 졸렬하고 치사하게 한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타인도 다 포용? 즐쳐드시고 엿 먹으라고 해라. 레카도 바보같이 그렇게 어영부영 순진하게 관용 베풀다가 믿는 도끼 발등 찍히고 저 지경 됐다.

표현의 자유? 맨날 천날 광화문에서 "김 일성 만세" 외칠 자유 운운하는데.. 그럼 어디 광주 시내 한복판에서 누가 "전 두환 만세"라고 외쳐도 너그럽게 오냐 오냐 포용할 수 있다면 그럼 본인도 그 자유에 대해 동의해 주겠다.

종북좌좀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뼛속까지 오로지 내로남불과 진영논리에 입각해서 움직일 뿐이다. 난 이래서 그런 놈들이 너무 혐오스럽다. '김 정은 위원장님', '비록 친척을 죽였지만 예의바르고 훌륭한 지도자'와 동일한 잣대와 포용력으로 이 승만· 박 정희를 미화하고 과오를 실드 친다면.. 남한 대통령쯤은 거의 예수에 맞먹는 성군 도덕군자로 포장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들은 광우뻥 선동· 세월호 선동부터 시작해서 온갖 가짜 뉴스와 왜곡, 여론조작으로 세력을 키우고 집권한 주제에 이제 와서 무슨 가짜 뉴스를 근절하겠네 뭐네 수작인가?
그리고 2017년 이래로 지금까지 곳곳에서 드러난 채용 비리와 부적격 인사 임명, 기업의 후원 강요 사례들.. 그게 2013~2016년 사이에 폭로됐으면 광화문 촛불이 몇 번이고 터져 나오고 대통령이 몇 번은 갈아엎어졌을 것이다.

걔네들은 진짜로 부정부패 비리 척결, 친일 청산, 민주주의 등등을 원해서 그런 구호를 외치는 게 절대~ 전혀 아니다. 그 누구보다도 반민주적이고 반대자를 악랄하게 탄압할 놈들이 야당이고 약자일 때는 인권 복지 민주 팔고 감성팔이 짓거리를 할 뿐이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대학까지 나와 놓고는 이 사실을 아직도 못 깨달았다면 정말 학교 헛다닌 미개한 개 돼지란 소리 들어도 싸다. 지능과 양심 둘 중 하나 이상은 문제가 있다.

인간의 탈을 썼다면서 좋은 말, 이성과 논리와 팩트로 산업화가 되지 않고 자꾸 나라 체제를 위협하는 이상한 사상에 끌려가고 있고, 격리와 분리도 안 되면.. 어쩌겠는가? 쌍욕 아니면 폭력밖에 처방이 남는 게 없다. 이게 그저 단순히 견해나 성향, 신념이 다르기만 한 문제이면 내가 이런 험악한 말을 절대로 쓰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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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에 왔을 때는 "2017년도 보수 공사"(올해 7월 17일까지)가 진행 중이었고, 얼마 전에 왔을 때는 "2018년도 보수 공사"(내년 3월 5일까지)가 진행 중이었다.
도대체 이화장이 뭘 그렇게 다 뜯어고쳐야 되는지, 모든 공사가 언제 끝나서 언제 재개방을 할지 모르겠다.

과연 이화장이 제대로 개관을 하는 날이 올까? 나의 이 썰은 과연 다 쓸데없는 기우로 끝날까? 어디 한번 두고보련다. 나중에 딴소리가 나오면 이 글이 증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가 정말 불가피하게 약간 훼손된 건 그렇게도 악랄하게 물어뜯고 욕하면서, 그렇게 민주주의 자체의 근간을 마련한 공에 대한 말은 일언반구도 없는 배은망덕한 족속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진짜 친일 청산과 민주주의를 제일 방해한 원흉에 대해서는 절대 침묵하는 머저리들..
이 승만 대통령은 미개한 부류들에겐 너무 과분한 지도자였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17 08:33 2018/11/1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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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

서울의 중심부에 속하는 광화문-시청-종각 일대는 어쩐 일인지 대형 서점이 두 개나 비교적 서로 가까운 거리(광화문 교보, 종각 영풍)에 입점해 있다. 그 덕분에 책을 사러 잠시 들르기 좋다.
본인은 여러 볼일을 보러 시내에 갔는데, 광화문 근처에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이라는 게 있다는 걸 근래에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래서 거기도 짬을 내어 들렀다.

아래에서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관람하는 형태이고, 2층은 그냥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3층은 이 승만 시절의 건국 초기, 4층은 산업화와 민주화 ~ 현대의 순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기억에 남는 전시물들 사진을 소개하면서 본인의 생각을 덧붙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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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일제 시대는 제끼고..
저건 1948년 5· 10 총선거를 앞두고, 역사상 처음으로 투표라는 걸 해 보는 단군의 후손들에게 요령을 설명하는 포스터이다.
저 때는 지금 같은 주민 등록 번호나 신분증이 없었던 관계로 투표를 하려면 유권자 등록부터 먼저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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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한자는커녕 한글도 못 읽고 심지어 아라비아 숫자조차 못 읽는 사람이 있었나? 막대 표기라니 무슨 로마 숫자 같다.
당사자에게는 좀 잔인하고 미안한 얘기이지만, 이 정도로 무지· 무식한 사람들의 집단에서 무슨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지도자 선출과 민주주의 따위를 바랄 수 있었겠는지 본인으로서는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사람들이 무슨 정책이나 이념이나 공약을 보고 자기 소신대로 투표를 하겠는가? 그냥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향응을 주는 진영에서 부탁하는 대로, 혹은 빨갱이들이 지상락원 선동하는 대로 우루루 끌려갈 확률이 99.9%이지.. 이래 갖고는 나라 망한다.

세상 물정 모르고 학교에서 불철주야 애들만 상대하던 교사가 퇴직하고 나와서 어설프게 사업이라도 하겠다고 나서면.. 그 교사의 퇴직금은 반쯤 과장 보태면 그냥 먼저 맡은 놈(= 사기꾼)이 임자라고 한다. 심지어 현직 교사들조차도 자기들이 학교 밖 사회에서는 완전 호구 취급 받는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할 정도이다.

오늘날 교사는 분명 아무나 될 수 없는 직업이고,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교사까지 된 사람은 일반인들 평균 이상의 지능과 체력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될 수가 있다. 하물며 무지몽매한 민중들의 투표권이 어떤 방식으로 오· 남· 악용될지 대해서야 뭐 안 봐도 비디오이다.

투표권이란 게 무슨 운전 면허에 준하는 급으로, 혹은 군복무 조건까지 요구할 정도로 까다롭게 주어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일정 수준 이상의 나이와 학력, 그리고 자기 소득으로 단돈 1원이라도 세금을 내는 최소한의 경제력 같은 조건 정도는 붙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소한 연령을 지금보다 더 낮춰서 무슨 중· 고등학생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하는 건.. 영 아니라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애들이 정치에 대해 뭘 안다고..

5월 총선거 이후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생일이니 박물관에서도 당시 경축 기념식을 하던 분위기 회고록과 할배 대통령의 축사 연설 육성 같은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다.
단, 제헌 국회 때 애드립으로 드려졌던 기도문은 종교색 때문인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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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분단과 북괴 정권의 수립 과정, 1940년대에 좌익이 저지른 각종 반란과 혼란 공작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다루지 않고 곧장 6· 25 전쟁 파트로 넘어갔다.
전쟁 당시에 북한의 절반인 10만 명에 불과하던 남한의 육군은 휴전 이후 1954년엔 70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 영상 자료가 소개하는 바와 같이 군사력이 증강된 것은 사실이다. 왜냐고? 이제 상시 징병제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난 1950년대 이 승만 때는 원자력 연구소만 만들고 국방 과학 연구소는 순전히 1970년대 박통의 작품인 줄로만 알았는데..
저 때도 '국방부 과학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연구 기관이 생기긴 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다. 하긴, 저 때는 어떻게든 북괴의 남침 시즌 2를 원천 봉쇄하는 게 최대의 과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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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으로 1960년대로 넘어간다. 저게 바로 그 시절에 국내에서 최초로 생산해 낸 자석식 전화기와 라디오이다. ㅠ.ㅠ
전화기는 다이얼조차 없이 수동 발전기로 최소한의 전기 신호를 전화선을 통해 보내는 기능만 있다. 그리고 라디오는 기능이 굉장히 빈약해 보이는데 크기는 꽤=_= 크다.
하긴, 저 때는 저렇게 전파를 통해 아날로그 신호를 수신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최첨단 기술이었을 것이다.

텔레비전은 지금으로부터 5년도 더 전에 아날로그 송출이 중단되고 디지털로 전환된 반면, 라디오는 그런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운전자용 아니면 비상용으로 TV와는 용도가 확 다르니 예로부터 통용되는 단순한 아날로그 기술만으로 충분한 듯하다.
그나저나 라디오 중에는 TV 채널의 음성 부분만 추출 가능한 물건도 있었는데, 그럼 이제 그건 불가능해진 건가 모르겠다. 라디오 방송국이 일부러 TV 방송을 들려주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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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교통 박물관에서 봤던 시발 자동차를 여기서도 보게 됐다. 색깔도 동일하다.
저 시절엔 자매품으로 시발 리무진과 시발 버스도 있었는데.. 그건 실물은 말할 것도 없고 레플리카가 만들어진 것도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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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공화국 시절, 박통의 원대한 국토 마개조 야망이 저 지도에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짧은 역사 동안 정말 박통 같은 위대한 지도자는 없었다. 옛날에 무슨 "인도와 마 광수를 바꾸지 않겠다" 이런 구호가 있었던가 본데, 저 시절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로 건전하고 불가피하고 선했던 경제 개발 반공 독재라면 어줍잖은 2공 의원내각이니 사분오열 당파싸움 민주주의 따위하고는 얼마든지 맞바꾸고도 남는 장사였다.

저 과업들을 다 일관되게 이루려 하다 보니 통상적인 임기만으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장기집권을 하게 된 거다.
그리고 그걸 추진하려면 돈이 왕창 많이 필요한데 돈이란 게 땅 판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국가고 국민이고 다들 가난했다.
초창기에는 삼성과 현대도 그냥 오늘 내일 직원 월급 주는 걸 걱정하는 아류 영세 기업일 뿐이었으며, 돈줄은 제도권 은행이 아니라 지하에서 민간 사채업자들이 잔뜩 쥐고 있었다. 그만치 나라 사정이 답이 없고 열악했다.

그러니 박통은 화폐 개혁을 감행하고, 기업들이 돈 걱정 없이 투자를 할 수 있게 사채의 전부나 일부를 국가가 초법적인 권한으로 강제로 탕감해 버리기도 하고, 국민들에게는 온통 저축을 강조하면서 경제 개발 자금이 은행으로 모이도록 독려했다. 일본과 수교하면서 받은 소위 일제 피해 배상금도 최소한 다른 이상한 짓거리로 탕진하지 않고, 경부 고속도로와 포항 제철의 건설에 썼다. 왜냐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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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국가가 잘살고 국민들이 다들 등 따시고 배 부른 중산층이 되어 자기 생업에만 종사하면서 가족과 오순도순 즐겁게 잘 살기만 한다면.. 골치 아픈 정치에 관심 가질 필요 따위 없고 반공은 저절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당장 자기가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으면 무슨 계급 갈등에 자본가들을 타도해야 되네 혁명 과업을 이뤄야 하네 식의 불순한 수작에 귀를 기울일 일이 없다.

그러니 위의 포스터는 그저 정치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어느 정도 사실이다. 실력으로 일본을 이기는 게 가장 훌륭한 극일 반일이듯이, 자유 시장 경제 하에서 북괴보다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수준 높은 반공이다.
오늘날의 좌익 종북 빨갱이 위정자들은 이와 정반대 짓거리를 하고 있다. 기업을 몽땅 망가뜨리고 서민 경제를 파탄 몰락시키는 게 대남적화에 어떤 형태로든 더 유리하다. (선동에 더 취약해지고 먹을것 앞에서 인간성이 더 쉽게 상실되는 등..) 이른바 경제 무장의 해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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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은 너무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야당의 쓸데없는 태클은 심해지고 기존 선거 방식대로는 계속 당선되기가 어려우니..
박통은 헌법을 뜯어고치는 초강수를 밀어붙였다. 우리나라 헌정 사상 전무후무한 10월 유신.. 이게 '우리식 사회주의'...가 아니고, '한국식 민주주의'이고 이것만이 살 길이라고 긍정적인 프로파간다 홍보를 죽어라고 해야 했다. 병신 같지만 왠지 멋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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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니는 뉴질랜드로 수출되었던 것을 역수입한 것이어서 포니로서는 아주 드물게 우핸들이다. 게다가 안을 들여다보니 자동 변속기이더라. 2도 아니고 1이 오토라니.. 정말 보기 드문 모델이다.
옛날에 무슨 영화 찍고 자동차 박물관에 전시하는 용도로 이집트에 수출되었던 포니를 하나 역수입했다고 그러던데, 그 시절에 포니가 참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긴 했었다.

이렇게 산업화 얘기부터 한 뒤에 한켠에 개발 부작용에 대한 한계, 민주화 열망 그런 얘기도 소개돼 있었다. 이념적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듯했다.

이 승만은 건국 초기와 관련하여 육성과 사진을 곳곳에서 접할 수 있는 반면, 박통에 대해서는 경제 성장 성과만 저렇게 소개돼 있고 당사자의 족적은 박물관에서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이쪽으로 더 관심이 있으면 아무래도 상암동에 소재한 "박 정희 기념 도서관"을 찾아가는 게 더 좋을 것이다.
또한 못살던 시절, 한창 산업화 하던 시절에 서민들 생활이 어땠는지에 대한 자료는 경희궁 근처의 "서울 역사 박물관"과도 영역이 일부 겹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이라면 차라리 구한말· 일제 시대를 빼 버리고, 서울 올림픽이나 대전 엑스포, IMF 극복 같은 역사 자료도 더 풍부하게 넣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것도 벌써 2~30년 묵은 역사의 영역으로 옮겨져 가고 있으니 말이다.

관람을 다 마치고 내려가는 계단에서 정~~말 뜻하지 않게 본인이 다니는 교회의 청년부 동생과 마주쳤다. 서로 깜짝 놀라면서 좁은 세상을 실감했다. =_=;;;

※ 외솔 상 시상식

이 날 서점과 박물관을 방문한 뒤 본인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서울 시청 근처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되었던 올해치 외솔 상 시상식이었다. 본인은 수상자와는 별 인연이 없지만, 거기에 참석했던 사람들 중에는 본인의 지인 분들이 여럿 있었다.

"재단법인 외솔회"라고 국어학자 외솔 최 현배 박사를 기념하는 단체가 있다. 거기서는 매년 고인의 탄신일(10월 19일)에 즈음해서 한국어· 한글과 관련해 문화· 학술 분야에서 1명, 계몽· 운동 분야에서 1명 이렇게 총 2명을 선정해서 상을 준다.
그렇게 시작된 시상식이 2018년 기준 벌써 40회를 맞이했다고 한다. 공 병우 박사도 외솔 상의 아주 초창기 수상자였다.

올해는 학술 분야는 서울대 국문과 교수 겸 국립 국어원 원장을 역임했던 권 재일 교수가, 운동 분야는 한글 문화 연대의 어느 간부가 받았다. 돌아가신 지 벌써 15년이 돼 가는 허 웅(한글 학회 회장) 박사가 외솔의 제자였고, 권 교수는 허 웅의 제자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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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입구에는 본인이 다니는 대학원의 총장과, 세종대왕 기념 사업회 명의로 화환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외솔회는 재단법인이지만, 비슷한 업종(?)에 속하는 세종대왕 기념 사업회는 사단법인이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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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은 상만 씨크하게 주고 끝인 게 아니라 외솔 선생의 생전 육성 청취, 수상자의 소감 연설, 심지어 "한글이 목숨이다"를 가사로 뮤지컬 공연까지 생각보다 프로그램이 많았다. 게다가 뷔페 저녁 식사도 공짜로 줬다.

전공 분야와 관련해서 외솔의 사상과 행적은 이 블로그에서도 몇 차례 다룬 바 있으니 그걸 참고하면 될 듯하다.
킹 제임스 성경 신자가 0.5초 만에 이해 가능하게 한데 요약하자면, 요일 5:7 구절에서 '아버지, 아들, 성령' 대신에 '말, 글, 얼'을 집어넣으면 씽크로율이 99%에 근접할 것이다.
이분은 말년에 기독교로 개종해서 개인적인 종교가 실제로 기독교였다고도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그런 신앙보다는 그냥 방망이 깎던 노인 스타일의 대쪽 강직한 고집쟁이 원칙주의자 "한글이 목숨" 언어학자로 더 알려져 있다.

그는 1970년 봄, 아폴로 13호의 발사를 세 주 남짓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이분이 그 근성으로 성경· 신학 쪽도 진지하게 파고들었다면 이 분야 순우리말 용어에도 분명 관심을 가졌을 것이며 혼과 영 대신에 넋과 얼을 제안도 분명 했으리라고 본인은 추측해 본다.

Posted by 사무엘

2018/10/28 08:33 2018/10/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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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재작년(2016)에 이어 올해 열린 한글 및 한국어 정보처리 학술대회(제30회)에 논문을 투고하고 발표했다.
재작년에는 현재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 '복합 낱자 입력 로직 생성기'라고 깔끔하게 구현된(8.8~9.0) 기능의 개념과 필요성에 대해서 썼다.

그 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세벌식 글쇠배열에서 구현 가능한 모아치기, 동시치기 등의 개념을 정립했으며 이와 관련된 연구, 날개셋 9.5에서 새로 구현된 기능의 핵심 아이디어, 그리고 간단한 관련 실험 결과를 짧은 분량에 최대한 요약해서 소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파이널 버전에서 최종 테크 명목으로 연구된 (1) 세벌식 응용 기능을 발표한 자리이니 본인으로서는 뜻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특이한 점은 장소이다.
재작년에는 학술대회가 부산 동아 대학교에서 열렸다. 서울과 굉장히 먼 대도시라는 특성상, 차를 가져가지 않고 커다란 캐리어만 끌고 다니며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장소가 서울 고려 대학교이고, (2) 차나 숙박이 전혀 필요 없이 집에서 간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학회를 다녀 오는 분위기가 완전 극과 극으로 달라졌다.

적당히 경기도 외곽이나 강원도 지방에 자가용을 몰고 내려가고 주변에 좀 놀러도 다니고, 밤에는 차에서 자면서 추억을 만드는 학회를 생각했는데.. 이건 결국 본인의 대학원 재학 중에는 이뤄지지 않게 됐다.
그래도 해수욕을 하고 여관방과 카페에서 잔 학회와, 교통과 숙박 걱정이 전무한 인서울 학회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의미가 있었다. 극단적으로 먼 곳과 극단적으로 가까운 곳의 차이이다.

그리고 (3) 다른 학교가 아니라 고려대라니.. 여기는 본인이 대학 학부 시절에 최초로 논문을 투고하고 참가했던 먼 옛날 2003년 제15회 대회 때와도 동일한 장소였다. 거기를 15년 만에 다시 찾아가다니.. 참 좁은 세상이다. (그땐 본인이 아직 대전에서 학교를 다니고 서울에 거주지가 없던 시절인 관계로, 숙박은 서울 친척 집에서 함)

올해는 딱 30회 기념에다 인서울 버프까지 받아서 그런지, 재작년은 물론이고 예년 평균의 2배를 상회하는 많은 논문이 투고되었다.
재작년엔 4개의 세션에서 토요일 오후 12시 반쯤에 모든 논문 발표가 마무리 되었던 반면, 올해는 5개의 세션에서 무려 오후 5시까지 끊임없이 논문 발표 스케줄이 배당되어 있었다.

재작년에는 학회에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했던 반면, 올해에는 우리 학교의 김 한샘 교수님이 발표 세션 중 한 곳에서 좌장을 맡으시고 우리 학교 언어 정보 연구원에서도 논문을 투고했다. Universal Dependency라고.. 언어들의 구문 분석 태그 세트도 전세계 공통 통합 체계를 만들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걸 난생 처음 들었는데, 저 세션은 바로 그 UD 관련 발표 세션이었다.

또한 (4) 본인처럼 한글 코드와 글자판 같은 기초/마이너 분야의 연구를 하는 분을 몇몇 뵐 수도 있었다.
변 정용 교수님은 재작년에는 특강만 하시더니 올해는 논문도 투고하셨고, 내 논문까지 포함해서 아예 이 분야만을 위한 별도의 발표 세션도 배당되었다. 이것도 좋았다. 재작년에 냈던 내 논문은 인지과학 세션으로 분류됐었다.

그러니 이번 학술대회는 개인적으로 느낀 분위기가 재작년 대회보다 훨씬 더 좋았다.
그런 데다가 정말 고맙게도 본인은 2년 전에 이어 올해에도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재작년과는 달리 아예 대회 시작 전에 미리 알려 주더라.
뭐, NLP처럼 많은 연구자들이 몰리는 주류 연구 주제에서 두각을 보였다기보다는, 워낙 독특하고 마이너한 분야를 파고 있고 그게 학술적으로 무가치한 건 아니니, 그 연구 성과를 인정받은 것에 대한 비중이 더 컸을 것이다.

본인이 여기에 논문을 하나 더 낸 이유는 다른 동기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학교 졸업 이수요건 충족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학계에서 논문이라는 건 크게 학위논문(대학원 졸업용), 학술지(저널) 논문, 그리고 학술대회 발표 논문(프로시딩)으로 크게 나뉜다.
본인은 발표 논문만으로 이수요건이 충족되는 줄 알고 있었으나 그렇지는 않더라. 사실 프로시딩은 투고하고 게재되는 절차가 제일 신속 간편하고 격도 제일 낮다. 학계 이 바닥의 최신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자기 연구 성과를 정말 짤막하게 신속하게 광고하는 수단에 가깝다.

결국 학술지 논문 두 편 이상인데, 하나는 KCI 등재 또는 등재후보 등급 이상의 학술지에 실어야 한다. 그건 본인이 이미 작년에 하나 해냈다. 나머지 하나 더는 이론적으로는 정말 아무 학술지에나 실어도 되고 더 부담 없이 해도 된다.
하지만 논문이란 건 한번 투고하면 영원히 기록이 남고 특히 박사들에게는 취업 스펙이나 마찬가지인 아이템인데, 너무 대충 아무렇게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발표 논문도 학술지 논문으로 발전시켜서 실으려면 내용을 추가 보완하는 두벌일을 하게 됐다.

그래도 이런 학술대회에서 우수 논문 추천을 받으면 관련 학술지에다가 발표 논문의 파생 논문을 싣는 것도 한결 더 수월해진다. 본인의 이전 학술지 논문도 이런 절차를 거쳐서 실을 수 있었다.
한글 및 한국어 정보처리 학술대회는 본인과 이런 관계가 있는 자리였다. 올해 대회에 참가하여 추억을 만들고 온 기록을 내 블로그에다가도 남기고자 한다.

※ 장소와 분위기

고려대는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이 많은 게 인상적이었다.
교내로 들어온 차량은 지하로 쏙 보내 버리고 지상에는 보행자와 이륜차 정도만 지나가는 넓은 광장을 두는 게 요즘 대학교 캠퍼스들의 디자인 트렌드인 것 같다. 라이벌인 연세대만 해도 2010년대 초중반에 '백양로 재창조' 리모델링을 하면서 캠퍼스를 그렇게 뜯어고쳤으니 말이다.

요런 학회는 첫째 날엔 참가자들이 몽땅 한 자리에 모이니 커다란 강당이 필요하고, 다음날 실제 학회가 진행될 때는 발표 세션들이 있을 강의실 네댓 개와 포스터가 전시될 광장이 필요하다.
두 공간이 성격이 좀 다르다 보니 이번에는 첫째 날 모이는 장소(인촌 기념관)와 둘째 날 모이는 장소(현대자동차 경영관)가 학교 정문의 서쪽과 동쪽으로 서로 완전히 달라졌다. 동일하거나 인접한 건물에서 층만 달라지는 정도가 아니었다.

올해 학술대회는 논문이 많이 투고된 것에 비해 첫째 날의 프로그램이 의외로 어느 때보다도 적었다. 특강 딱 세 개 이후에 경과 보고와 시상식만 하고 끝이었다.
보통 저녁 7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저녁 먹으러 나갔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5시 반에 칼같이 첫째 날 일정이 종료됐다. 새내기 박사 졸업자들의 자기 학위 논문 발표라든가 후원사 홍보 세션 같은 것도 없고..

그리고 만찬도 예전에는 뷔페라든가, 앉아서 먹는 한식 정도가 나왔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냥 교내 학생 식당에서 각자 알아서 배식 받아 먹는 것으로 끝이었다. 이번 학회가 참가자가 이례적으로 굉장히 많아서 이렇게 결정한 것 같긴 하나.. 이렇게 하니 모르는 사람과 안면을 틀 기회가 없어서 일면 아쉬웠다.

※ 특강(초청 강연): 검색엔진

특강 세 편 중에서 (1) 네이버에서 근무 중인 어느 언어공학 박사가 한 강의가 제일 유익했고 머리에 제일 많이 남았다.

  • 오늘날 전세계에 유의미하게 남아 있는 검색엔진은 구글, 마소 Bing, ..., 러시아 XXX, 중국 바이두, 한국 네이버 등 딱 7개 남짓밖에 없다. 정치적으로 폐쇄적이거나, 기술 배경이 특이하게 고립된(갈라파고스화..) 곳 말고는 그나마 구글이 사실상 전부 다 먹었다. 우리(네이버)는 이런 상황에서 뒤쳐지고 도태하지 않게 위기의식을 갖고 피말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 웹사이트 검색과 블로그/뉴스 검색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 검색엔진들이 웹 문서들을 평가하고 노출 순위를 매기는 세부 기준들은 전적으로 개발사들의 권한· 재량인 동시에 중대한 영업기밀이다. 교사들의 시험 문제 출제와도 같다. 그게 유출되면 당연히 오· 남용 악용되고(시험지 유출처럼..!!) 그걸 막으려고 피차 또 왕창 피곤해진다. 아무리 오픈소스네 개방이네 해도 개방되는 건 중립적인 기술과 알고리즘일 뿐, 그런 주관적인 잣대는 국회의원 같은 높으신 분이 요청한다 하더라도 넘겨줄 수 없다.
  • 뭔가 얼토당토않은 사이트가 상위로 랭크된 듯한 게 있으면 그건 기술적인 문제나 한계, 버그 때문일 뿐이다. 노출 우선순위는 전적으로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상상을 초월하게 방대하고 복잡한!) 결정될 뿐, 그게 내부인의 농간에 의해 호락호락 조작 가능한 게 아니다. 관련 괴담이나 음모론들은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
  • 굳이 AI나 기계 학습 관련 알고리즘을 다 이해하고 있고 직접 코딩 구현까지 했다고 해서 엔지니어 채용 시에 크게 가산점을 주지는 않는다. 그런 기술을 이용해서 실제 언어 데이터를 상대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창의적인 실험을 해 봤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강연 내용들은 본인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 내 직장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옛날에, 1990년대 25년쯤 전에 검색엔진이라는 건 수많은 웹사이트들을 사람이 손으로 도서 분류하듯이 카테고리화해서 안내하는 길잡이, 아니면 msdn의 검색(search) 기능처럼 그냥 기계적으로 특정 주제어가 존재하는 웹페이지들을 정확도와 빈도 순으로 보여주는 메타사이트일 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검색엔진은 웹메일, 뉴스 기사 등 온갖 서비스들을 같이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를 겸하게 되어 덩치가 커졌으며, 검색 기능에도 온갖 자연어 처리 기술이 접목되었다.
2002년쯤에 네이버에 지식인이라는 게 도입되면서 이변이 일어났다. 검색엔진은 그냥 기계적인 검색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고 그 사람이 원하는 정보를 즉각 대령하는 경지에 다다르게 됐다.

그리고 나라 밖에서는 구글이라는 신흥 강자가 세계의 웹을 정복했다. 야후, 심마니, 엠파스 등.. 1세대 검색엔진들은 싹 도태해 버리고 물갈이 됐다. 과거에 워드 프로세서를 두고 마소 vs 한컴이던 게 지금은 검색엔진을 갖고 구글 vs 네이버 구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아무튼..

(2) 그 다음, 젊어 보이는 어느 고려대 '영문과' 교수님은 맥북 Keynote를 써서 발표하면서(예능· 디자인?), null space가 어떻고 야코비안 행렬이니 벡터 편미분이니 나열하며 반쯤 선형대수학 강의를 하시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요즘은 정말 학문에 경계란 게 없는가 보다.
하긴 언어 응용 중에 음성 처리 쪽은 기술 집약적이고 굉장히 이과스러운 분야이기도 하니까..

※ 특강: 한글 코드

(3)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 정용 교수님은 예나 지금이나 자음· 모음을 이중 삼중으로 임의로 집어넣은 한글을 구현하려고 애쓰고 계셨다.
지금 유니코드에서는 한글을 글자 단위로 완성형으로 쓰지는 않는다. 단지, 낱자 레벨에서는 완성형인 게 사실이다. 초성의 자음 집합과 종성의 자음 집합이 일치하지 않는다. ㅄ이라는 낱자 번호로부터 ㅂ과 ㅅ을 자연스럽게 추출할 수 없으며, 초성 ㅂ으로부터 종성 ㅂ의 코드값을 얻을 수 없다. 다 테이블을 갖고 있어야 한다.

변 교수님의 주장은 그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지금의 160여 만 자 옛한글조차도 한글을 컴퓨터에서 제대로 구현한 게 아니라고 한다. 원래 훈민정음의 원리대로 한글 자모를 뭉쳐 넣고 조합하면 399억 종류, 32비트 정수 범위를 초과하는 가짓수의 글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그냥 영어의 strike, school라든가, 중국의 xian, yao 등등.. 세계 모든 언어에서 1음절로 표현되는 음운은 몽땅 한글 한 글자로 묶어서 표현하겠다는 포부이다.;;

프로그래밍 언어 분야에도 극단적인 순수주의자(purist)가 있듯이, 한글의 표현 방식에 대해서 이런 최고 수준의 추상화와 순수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분이 계시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24자인지 28자인지 최소한의 낱자만 문자 코드에 배당해 놓고, 얘를 쭈루룩~~ 늘어놓는 것만으로 모아쓰기 글자가 생성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단지 그렇기 하기에는 제반 글꼴 기술이라든가 음절 경계 구분 쪽의 부담이 대책 없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낱자는 그냥 코드 차원에서 완성형으로 퉁친 것이다. 심지어 현대 한글은 글자마디 11172자를 다 집어넣기도 했다.
뭐, 유니코드 5.2가 등장하기 전에는 심지어 마소에서도 1.1 자모를 최대 3개까지 한데 묶어서 최대 9개의 코드 포인트를 차지하는 옛한글을 편법으로 구현한 적이 있다. 그러니 변 교수님의 지론도 기술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조합 가짓수가 비현실적으로 너무 많긴 하다.

변 교수님이야 무려 1980년대부터 한글 코드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분이니, 학회에서도 이분에 대한 courtesy 차원에서 특강에 논문 발표 기회까지 잔뜩 마련해 줬다. 하지만 "한글을 굳이 저렇게 이상한 형태로 활용할 필요가 있나, 그게 무슨 돈이 되고 실용적인 의미가 있나? 멀쩡한 IPA 부호를 냅두고 굳이 저런 한글 변형을 쓸 사람이 있겠나" 같은 이의 제기도 물론 있다. 이건 요즘처럼 AI네 빅데이터네 머신러닝이네 떠들어대는 시절에 신세대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을 만한 인기 분야라고는 할 수 없다. =_=;;

발표 자료 중에는 북한에서 유니코드 위원회에다 '한글' 대신 '조선글'이라는 명칭을 써 달라 뭐 이렇게 영어로 이의 제기 메일을 보냈던 것의 캡처 화면이 잠시 지나갔다. 북한은 국가· 민족 정체성과 관련하여 한(韓)이라는 글자를 아주 싫어하니까..
물론 북괴는 그래 봤자 회비도 잔뜩 체납된 상태에서 발언권이고 영향력이고 아무것도 없었다. "한글 배열 순서를 북한 식으로 해 달라, 최고존엄(김 일성 김 정일) 전용 문자 코드를 배당해 달라" 이런 요청 따위도 몽땅 씹혔으며, 유니코드에서 한글은 오로지 100% 남한의 관행대로만 배당되었다.

북한이 작성한 이메일을 쭉 훑어보니 byte를 bite로 잘못 써 놓은 게 보였다. ㅡ,.ㅡ;;
하긴, '자전거'도 bycicle이라고 쓰기 쉬운 와중에 I와 Y를 헷갈리는 거 이해는 된다.
게다가 4비트 nibble도 '야금야금 물어뜯어 갉아먹다'라는 뜻이 있으니, 그 다음 byte 역시 bite와 전혀 무관한 명칭은 아니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8/10/22 08:31 2018/10/2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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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억의 산소 드립

먼저 심각한 시사· 정치 분야가 아닌 재미있는 분야부터 생각해 보자.
2007년 12월, 디씨 미연시 갤러리에서 H2O가 뭐냐는 질문이 올라왔다.
미연시란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게임 장르 명칭의 준말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굉장히 하앍하앍 오타쿠스러운 명칭이다.

그리고 H2O는 사실 얼마 전인 2006년에 출시된 어느 미연시 게임의 이름이었다. 정확히는 H2O - Footprints in the sand이라고..
질문자가 의도한 정답은 저것이었다. 허나, 어느 눈치 없거나 장난기 발동한 네티즌이 ‘물이잖아?’이라고 동문서답 또는 개드립을 쳤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바로 그 와중에 어느 용자께서 너무 당당하게
“병시나 산소
문과 출신인 나도 알고 있음”

이라고 확인사살을 해 버렸다.
그냥 산소라고 평범하게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그것도 모르냐 이 ㅂㅅ아”라는 면박 뉘앙스를 팍팍 담아서, 자신의 학력과 전공을 당당히 인증까지 하면서..
자기 무덤 속으로, 물 안 담긴 풀장 아래로 장렬하게 자폭 다이빙을 해 버렸다..ㅠㅠㅠ

그럼 그렇지. 무슨 오비탈이 어떻고 공유결합 수소결합, 반 데르 발스 힘 이런 건 문과 출신이 알 수 없겠지만,
H2O가 무슨 물질인지쯤은 문과 출신도 당연히 알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사자는 곧 실수를 깨닫고 몇 분 후 글을 황급히 지웠으나, 겨우 그 짧은 시간 동안 캡처 화면은 이미 전국으로 퍼졌다. 쌀은 쏟고 주워도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으며, 이런 댓글도 도로 거둬갈 수 없었다.

H2O 산소 드립은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종 회자되고 있다. 저 당사자 분은 저 사건을 정말 일생일대의 흑역사로 치부하면서 “아 이제 제발 좀 그만..” 뭐 그런다고 들었다.
본인 역시 그 용자분을 비웃거나 명예 훼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쁜짓 한 것도 아닌데 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지 “병시나 산소” 덕분에 나도 이 각박한 세상에서 잠시나마 빵터질 수 있었고 심히 즐거울 수가 있었다. 오히려 이름도, 누군지도 모르는 그분에게 감사하고 싶다.

2. 잘못된 근자감

"난민들은 위험하지 않으며 그들이 오히려 위험에 처해 있어요~"라고 주장하면서 난민 인권 운동을 해 온 독일의 한 20대 여성(소피아 뢰슈)이 얼마 전 6월 21일, 역설적으로 무슬림 이민자에게 살해당하여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 관련 링크)
이 사건 때문에 온 유럽이 충격에 빠졌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전혀 새삼스럽지 않은 일인데 뭐가 그렇게 충격적인지 모르겠다.

더 옛날에 스웨덴에 '엘린 크란츠'(Elin Krantz)라고 "우리는 다문화 다양성을 좋아해요", "제3세계 난민들이 우리나라와 북유럽 일대로 이민 오시는 거 쌍수 들고 환영해요 ♡" 이러는 운동을 하던 20대 아가씨가 있었다.
그러나 2010년 9월 26일, 그녀는 밤에 노면 전차(버스라는 말도 있음)에서 내려서 귀가하던 중, 음욕을 품고 같이 따라 내린 어느 에티오피아 난민 출신의 불량 청년에게 무참히 성폭행 당한 뒤 살해 당했다. (☞ 자세한 정보)

게다가 2008년경엔 이런 일도 있었다.
"인간은 착하다며 돈 한푼 없이 여행 떠난 여성의 최후" (☞ 자세한 정보)
Pippa Bacca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좀 낸시 랭 같은 인상이 풀풀 풍기는 이탈리아 처자가 겁도 없이 치안 안 좋은 곳에서 혼자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다가 결국은 쥐도 새도 모르게 성폭행+살해당했다.
(출처를 완전히 까먹어 버린 상태였는데, '여자 터키 살해'라고만 검색하니까 명예살인 관련 자료 다음으로 2순위로 곧장 걸려 나옴..! 구글 너무 대단하다 ㄷㄷ ㅠㅠ)

이런 사례들은 냉정하게 말하면 거의 다윈 상 좀 줘야 하지 않나 싶다.
분야만 다르지, 오토바이 헬멧 강제 착용 법규에 항의하려고 헬멧 없이 질주하다가 넘어져서 죽어 버린..-_-;; 미국의 2011년 다윈 상 수상자랑 다를 게 무엇인가?

인종· 민족에 대한 편견이란 게 큰 그림에서는 나쁜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는 나쁘게 '변질되고 타락할 위험성'이 높다. 마치 정치에서 독재처럼 말이다. 악을 악으로 맞서는 방법론들이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이다.

구약 성경은 줄곧 "너희(이스라엘 백성)는 이집트에서 오랫동안 이방인 나그네였다. 그러니 너네 나라 세운 뒤에도 이방인· 나그네 취약 계층에게 자비와 아량을 베풀어 줘라"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어린 학생들이 베트남이던가 노동자들 비하하며 수군거리자, 고집불통 아재 꼰대 영감쟁이인 주인공 덕수가.. "나도 옛날에 한때는 억만 리 타지에서 외국인 노동자였었는데(독일 사람 입장에서) 어딜 감히!" 이러면서 빡치는 장면이 나온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질 나쁜 종자들에 대해서는 편견이라는 게 마냥 아무 근거 없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걸 무시하고서 그냥 다양성, 아량? 그것도 중동 이슬람 애를 상대로?
원자력 발전 박살내고 있는 것만큼이나 나라를 그냥 고의로 말아먹겠다는 수작이다. 성경은 인간에 대해 성선설을 결코 지지하지 않으며 필요악을 적극 인정한다.

3. 호의를 권리로, 당연한 것으로 아는 어리석음

여름철에 물과 관련해서 한 20~25년쯤 전의 환경 여건을 회상해 보면 다음과 같다. 본인이 옛날 글에서 간간이 언급한 적이 있긴 했을 것이다.

(1) 1990년대 중반쯤에 한번 대차게 가뭄이 들었었다. 그러고 나서는 전국적으로 제한급수를 하네 마네 말이 많았다. 온통 "물을 아껴 씁시다" 캠페인을 했다.

특히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게, 이때 공중목욕탕의 샤워기들이 다 '절수형'으로 바뀌었다. 물이 한없이 계속해서 나오지 않고 중간에 멈추는 거. 한창 씻고 헹구고 있는데 물이 툭 끊어졌으며, 불편하게 버튼을 또 눌러 줘야 물이 나왔다.
절수형 샤워기가 몇 년 동안 쓰이다가 2000년대에 와서 언제부턴가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 1990년대 중반까지는 한번 장마나 태풍, 홍수가 지났다 하면 TV에서 뉴스 끝나고서 맨날 내보내던 게 이재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과 전국 수재의연금 성금 모금 내역이었다.
수천만 단위로 제일 많이 낸 모 회장님은 영화 엔딩 credits에서 A급 주연 배우가 나오듯이 큰 글씨에 단독 화면으로 나왔다. 그 뒤로 천~만 단위로 낸 사람들은 이름만 목록으로 주욱 떴다.

그에 반해 요즘은? 모금 자체는 알음알음 하는 것 같지만 옛날처럼 대놓고 기부 독려와 홍보를 하지는 않는다.
요즘은 2~30년 전에 비해 기상이변 천재지변이 더 늘면 늘었지 날씨가 더 유순해졌을 리는 없을 것이고.. 그럼 남는 가능성은 하나다.
우리나라는 치수를 잘한 덕분에 알게 모르게 옛날보다 환경 여건이 굉장히 더 개선된 것이다.

신토불이 국산품 애용, 양담배 추방, 외화 유출하는 타이타닉 안 보기 운동 이러던 게 2~30년 전 일인데.. 지금은 외국 문물을 물 쓰듯이 이용해도 경제가 멀쩡히 돌아가는 것 역시 그냥 공짜로 된 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너무 흔해 빠져 넘치는 커피만 해도.. 커피가 무슨 쌀이나 담배처럼 국내 재배되는 작물이기라도 한 것 같다.. ㅠㅠ)

너무 당연한 듯이 풍부하게 풍요롭게 누려 왔던 것들..
지킬 수 있을 때 지키거나 유지하지 못하고 몽땅 빼앗기거나 비용이 폭등하고 나면, 그제서야 아쉬워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4. 말을 뱉어내는 입의 무서운 파괴력

이 글은 언뜻 보기엔 기독교/성경 카테고리에 들어갈 내용이지만, 마침 산소드립도 언급되고 했으니 그냥 여기에다 마저 적도록 하겠다.

"또한 배들을 보라. 그것들이 그렇게 커도 사나운 바람에 밀려가되 사공이 매우 작은 키 하나로 자기가 가고자 하는 대로 그것들을 돌리느니라."
Behold also the ships, which though they be so great, and are driven of fierce winds, yet are they turned about with a very small helm, whithersoever the governor listeth. (약 3:4)


성경에서 바다 냄새가 많이 나고 선박 항해가 나오는 걸로 손꼽히는 책은 요나서, 그리고 사도행전 후반부 정도이다.
그런데 야고보서에서도 배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는 문장이 있다. 다만,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문맥에서다.

제아무리 엄청나게 많은 사람과 화물을 실은 거대한 배라 해도 조타수 한 명이 키를 어디로 돌리느냐에 따라서 가는 방향이 확 좌지우지된다.
타이타닉 호를 생각해 보라. 빙산을 뒤늦게 발견하고 조타를 잘못하는 바람에 빙산과 측면 충돌을 하고 침몰해 버려서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인명· 재산 피해가 나지 않았던가?

말을 쏟아내는 '입'이 사람이라는 배에서 조타 장치와도 같은.. 크리티컬한 존재라는 것이다. 성경은 어째 이렇게 비유를 할 생각을 했는지 참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이걸 잘못 내뱉으면 산소드립이야 그냥 귀여운 병맛으로 유명해지는 정도이지만, 완전 패가망신하고 심지어 전쟁까지 날 수 있다.

한국어는 동물 말과 언어 말이 동음이의어이다.
그런데 약 3:2에서는 '말에서 실족하지 아니하면'(word)이 나오고, 바로 다음 3절에서는.. 동물 말을 통제하기 위해서 입에 재갈을 물리듯이 사람도 입을 자물쇠를 잘 채우고 잘 관리해야 된다고 말한다. 이 역시 절묘하다.

그리고 끝으로.. 내가 약 3:4의 영어 구절을 굳이 소개한 이유는.. 뒷부분 ... whithersoever the governor listeth라는 표현이 무척 친근하게 느껴져서이다.
저기서 list는 wish, desire과 비슷한 뜻의 고어이다. "원하는 대로 어디든 간다"라는 문맥에서 이 단어를 쓴 것은 요 3:8 "The wind bloweth where it listeth"와 짝을 이루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8/09/05 08:34 2018/09/0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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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는 이야기와 생각들

소사-원시, 서해선이 이미 지난 6월 중순에 개통했구나! 철덕답지 않게 완전 깜빡 잊고 있었다. 광역전철 동해선은 부산권에 있지만 서해선은 수도권에 있다. 노선색은 서울의 우이 경전철과 비슷한 녹색이다.
이것 말고 올여름 휴가 이후 본인의 머릿속을 거쳐 갔던 경험과 아이디어들을 다음과 같이 두서없이 나열해 본다. 어쩌다 보니 경제 쪽 얘기도 나왔다.

1. 경제 양상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셀프 주유소라는 건 극히 드물고 생소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급증해서 대세가 돼 가고 있다.
  • 종로 한복판 건물들에 "임대 문의" 상태인 공실이 이렇게 많은 걸 보고 놀랐다. 나중에는 이 공실들을 국가에서 매입해서 이런 식으로 부동산 국유화라도 실현할 것 같다.
  • 패스트푸드점들은 요 1년쯤 전부터 이제 키오스크 기계로 주문을 안 할 수 없게 됐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직원에게 직접 주문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불편하다.
  • 편의점 계산대의 직원이 예전엔 전부 나보다 어린 알바생이었는데 지금은 다들 중장년 어르신으로 바뀌었다.

지하철 개찰구와 매표소에 직원이 몇 년 전에 진작에 사라졌던 것처럼.. 이들 변화 중에 일부는 기계화· 무인화 추세로 인해 비정치적으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도 있다.
그러나 비현실·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인건비 때문에 그런 변화가 더 가속화되고 부추겨진 것도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임대료나 카드 수수료 탓만 할 게 아니다.

2. 무더위

올해의 폭염은 드디어 1994년 폭염까지 압도하면서 관측 사상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수립했다. 낮 최고 기온의 10자리가 3이 위태롭고(40도), 밤 최저 기온의 10자리에 2가 위태로운(30도) 지경이 됐다. 너무 더워서 오히려 해수욕장 인파가 줄어들 정도이고, 심지어 모기조차 자취를 감춘 것 같다. (땀과 이산화탄소가 있는 곳은 언제 어디서든 기가 막히게 달려오니, 이거 뭐 옛날 사람들이 자연 발생설을 괜히 믿었던 게 아닌 듯..)

아침에 일어나서 코와 피부 상태를 살펴보면 습도가 막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건조 고온일 때는 일교차가 커서 밤에라도 시원해지는 편인데 올해는 지구 표면이 태양의 반대편으로 돌아섰을 때에도 어쩜 이렇게 계속해서 더운지 모르겠다.

이 와중에 원전 다 망가뜨리고, 그 대신 북괴 땅을 통과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북괴산 석탄으로 화력 발전을, 산림 마음껏 파괴하는 태양광 발전을 돌려서 어디 한번 에어컨 잘 가동해 봤으면 싶다. 누가 들으면 4대강에만 특혜· 비리가 가득하지, 태양광 발전판 납품은 지저분한 관행이 전혀 없을 줄 알겠다.

3. 냉난방

요즘 자동차들은 똑똑해서 평지에서 "가속 → 타력 주행과 함께 감속 → 재가속"을 반복하는 것보다, 액셀러레이터를 아주 약하게나마 계속 밟으면서 적은 힘으로 등속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연료가 덜 든다고 한다.

그런데 동일한 원리가 냉난방 설비인 보일러와 에어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보일러도 그냥 온수 모드로 켜 놓고 잊어버리는 게 낫고.. 에어컨도 적당히 높은 온도에서 상시 켜 놓는 게 어설프게 껐다 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전기가 덜 든다. 완전히 높아져 버린 온도를 새로 낮추는 게 자동차로 치면 멈춘 상태에서 가속만큼이나 아주 힘든 일이긴 한가 보다.

4. 아는 것이 힘

보이스피싱이야 요즘 수법이 하도 많이 알려졌다 보니, 이제 문명의 이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외에는 어지간해서는 속는 사람이 없다. 다짜고짜 돈을 어디로 보내라거나 보안 카드 번호를 다 입력하라는 무식한 주문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그나마 근래에까지 사용되어 온 그럴싸한 수법은 법원· 검찰 직원 사칭이다. 당신이 지금 사기 범죄에 연루됐으니 혐의를 벗으려면, 오해를 풀려면, 니 계좌에서 돈이 몽땅 인출돼 털리는 피해를 막으려면.. 돈을 다른 안전한 계좌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데, 여차여차 하면서 결국 대출 얘기가 슬쩍 나오는가 보다.

이런 부류의 낚시에도 절대 속을 필요 없다. 정부 기관이 일반인에게 저런 식으로 접근해서 그 따위 요구를 할 일이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법과 관련 규정을 조금만 알면 속을 일이 없는데 사람들이 몰라서 당하기 쉬운 것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해 보인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견인차는 법적으로 긴급자동차가 전혀 아니라는 것, (걔들도 교통법규를 다 지켜야 함, 우리가 일부러 비켜 줄 필요 전무함)
택시에 목적지부터 들은 뒤에 구두에 의한 조건부 승차 거부는 불법, 그리고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도(현금이 더 싸고 카드는 더 비싼 것까지 포함) 탈세와 연루된 완전 불법이라는 것 말이다.

그리고 피서철에 경치 좋은 계곡의 전망 좋은 곳에 평상이 꼭 설치되어 있고 거기서 놀려면 근처 식당에서 바가지 요금을 주고 반드시 식사를 해야 하는 것 말이다.
개발 제한 구역 내에서 어느 누구의 땅도 아닌 곳을 사유지화해서 그렇게 영업을 하는 것부터가 불법이다. 고발당해서 과태료인지 벌금인지 그거 뜯기는 것보다, 법을 모르는 행락객들에게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기 때문에 업주들이 그렇게 배째라를 시전하는 거다.

5. 체지방과 뱃살

살 빼려면 적게 먹고, 먹는 양보다 활동· 운동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건 틀림없다. 다만..

인간은 자동차 용어로 치면 연비가 상상 이상으로, 기막히게 좋고 효율적인 피조물이다. =_=;; 차라리 항온동물의 특성상 숨 쉬고 가만히 있으면서 체온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열량 소모가 많을지언정, 운동 때문에 추가로 소모되는 열량은 굉장히 적다. 죽어라고 몇 시간씩 운동해서 소모한 열량 정도는 밥 한 그릇 뭐 하나 먹으면 바로 보충되고 원상복귀될 정도..
하긴 그렇게 효율적이니, 인류가 옛날에 왕창 못살던 시절에 흉년 들고 쫄쫄 굶어도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냥 무식하게 굶기만 하면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체지방이 빠지는 게 아니라 수분과 근육부터 먼저 빠진다고 하니 낭패. 당연히 건강에 안 좋다.

그럼 열량 소모를 늘리겠다고 추위에 오랫동안 벌벌 떨며 살면? 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열량 소모가 크게 증가하긴 한다. 하지만 면역력 저하 등으로 인해 이 역시 건강에는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친다. 부작용이 크다.

심지어 운동조차도 어설프게 해서는 안 되고 땀이 날 정도로 그리고 한 30분 이상 해야 그때부터 체지방이 슬슬 빠진다고 그러던데..
체지방이야말로 신체에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닌 존재인가 보다. 난감하다. =_=;;
건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체지방만 곱게 빼는 길은 참 멀고도 험하다.

6. 연구는 엔진 가동, 강의는 히터

요즘 대학교 등록금이 너무 비싸서 방학 동안 알바를 죽어라고 뛰어도 학비를 마련할 수 없네, 이래서 헬조선이네 뭐네 그런 불평 불만이 많다.
그에 대한 반박으로는 대학 교수는 학원 강사와는 차원이 다른 고급 인력이고 대학교 시설도 마찬가지인데, 등록금이란 게 왜 반드시 두 달 알바만으로 충당 가능한 액수여야 하느냐, 가치가 서로 동등하다고 볼 수 있냐 같은 원론적인 말이 있다. 이 블로그에서 양측에 대한 옳고 그름을 논하지는 않겠다.

사실 대학교는 고등 교육 기관이며, 단순 지식 전달보다는 연구가 더 우선이어야 한다. 학부를 영어로 괜히 under이라는 말을 붙여서 표현하는 게 아니다. 학부는 중등 교육까지 마치고 나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기 위한 기본 전공 내지 이론을 익히는 과정이다. 그리고 진짜 연구는 대학원부터가 시작이다.
그게 아니고 그냥 취업을 위한 공부, 고시 합격을 위한 공부가 전부라면 대학은 존재 의미가 없다. 학원과 별 다를 바 없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학 교수에게는 연구가 main이고 강의는 덤인 게 맞다. 그런데 이 개념을 누군가가 SNS에서 정말 기가 막히게 맛깔난 비유를 동원해서 표현했더라.
"(대학교에서) 강의는 엔진에 연결된 압축기를 돌려야 하는 에어컨이 아니라, 엔진의 폐열을 이용하는 히터다."

우와...!! 하트 뿅뿅~~
공돌이 냄새가 풀풀 작렬하는 완전 직관적이고 참신하고 멋진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약 빨아야 이런 예를 생각해 낼 수 있을까?
나도 내가 쓰는 글에서 이런 유형의 비유를 많이 생각해 내서 써먹고 싶다. 사람의 입을 선박의 조향타에다 비유한 성경 이래로 혼자 읽기 아까운 비유를 발견하여 여기에다가도 공유하게 됐다.

이런 대학은 개나 소나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아니며, 학비 부담 때문에 전국민이 갈 수 없다고 해서 그 자체가 크게 잘못되거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2차 대전 당시에 그 전쟁광 나치 독일과 일제조차도 대학생은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징집을 연기해 주거나, 징집하더라도 병이 아니라 장교로 임관시켰을 정도였다.

우리나라는 대학 등록금이 문제인 것보다는 쓸데없는 학력 인플레가 더 문제이다. 공부 적성 아닌 애들은 빨리 다른 적성 찾아서 자기 분야 기막히게 잘하면 돈 벌고 성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다가 공부 좀 하고 싶어진 만학도들이 추가 교육을 받는 평생 교육 인프라가 발달돼야 할 것이다. 뭐 말은 쉽지만 이것도 실현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7. 소유, 구매, 임대

끝으로, 경제 쪽 얘기를 어설프게 좀 늘어놓고 하고 글을 맺겠다.
"물고기를 그냥 덥석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줘라"라는 요지의 격언이 있다. 그런데 물고기를 잡는 것으로도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해서 일을 더 키우면 자기가 아예 물고기 떼를 양식하게 된다.

본인은 완전 경알못이다 보니 정확한 개념이나 용어는 모르겠지만.. 경제가 돌아가는 건 내가 어렸을 때 생각하는 것만치 단순무식 고지식하지 않다. 월급만 모아서는 노후 대비까지 충분히 할 수 없으니, 부자가 되려면 돈으로 돈을 벌 생각을 해야 한다. 큰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투기 같은 합법적인 도박도 하고, 빚까지 동원해서 없는 돈을 있는 것으로 많이 '간주'시켜야 한다.

그리고 재화를 갖는 방법이란 게 소유에서 구매로, 구매에서 임대나 공유로 더 가벼워지고 있다. 부동산이나 자동차 같은 비싼 물건뿐만 아니라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무형 자산도 라이센싱 정책이 월 임대 형태로 다 바뀌고 있지 않던가?

기업으로 치면 자체 기술 개발을 하기보다는 그냥 사 오는 것이다. 그게 당장 더 싸게 먹히니까. 상황에 따라서는 어느 선택도 기업에 득이 되거나 해가 될 수 있다. 현대 자동차나 삼성 반도체나 다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니 망정이지, 그 비용 대비 결과가 시원찮았으면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다. 물론 과거의 대우 자동차는 기술 개발을 너무 소홀히 한 게 자충수가 됐지만..

농산물의 경우 수입 개방을 하면 안 되네, 식량이 무기화되네 이러면서 예로부터 말이 많았다. 물론 식량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고 해서 수출국이 자기 멋대로 식량을 호락호락 무기화하지는 못한다. 걔네들이 몽땅 북괴 같은 미친 나라도 아닌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국의 농업 인프라가 몽땅 망해 버리는 것도 마냥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오늘날이 선진국급 국가들 사이에 재래식 무기 전쟁이 거의 없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군대를 필요 없다고 해체하지는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수틀리면 언제든 자유 무역이 중단되고 보호 무역이 대세가 될 수 있으며, 전쟁도 다시 벌어질 수 있다. 그에 대한 대비는 필요한 것 같다.

모든 걸 경제 논리로만 따지자면 무기를 개발하고 군대를 운영하는 그 천문학적인 비용을 그냥 적장에게 건네 주면서.. "이 돈 줄 테니 우리 침략하지 말고 그냥 돌아가 줘. 그럼 너도 편하고 나도 좋지 않냐 ㅠㅠ" 읍소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짓 해 봤자 람로완 앞에서의 오 명규 사장 꼴밖에 나지 않으니 거시적으로는 매우 비효율적이지만 각 나라별로 군비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북괴를 상대로 "이 돈 줄 테니 우리 침략하지 마" 평화 운운하는 놈들은 정말 쳐죽여도 시원찮을 사악한 빨갱이인 것이다..

8. 직업에서 안정성과 자유도는 사실상 반비례

똑같이 연 소득이 4000이라 해도, 프리랜서의 4000과 사기업 4000, 그리고 공무원 4000은.. 정말 급이 다르긴 하다. 특히 프리랜서는 4대 보험과 노후 대비는 말할 것도 없고, 근무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도 전부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니, 소득에다 최하 1.5~2는 곱해야 동급의 공무원 연봉과 비교되지 않을까 싶다.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경기 영향 안 받는 직업을 가지려고 괜히 아둥바둥 매달리는 게 아니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절대 안 망하고 월급 꼬박꼬박 나오고 퇴직 연금까지 나오는 조직에 들어가려고 괜히 목숨 거는 게 아니다.

그런데 안정적이거나 소득 높은 직업은 대부분 합당한 이유가 있다. 자기가 창의적으로 뭘 만드는 일이 아니라 휘하의 사람이나 물자를 관리하는 일, 스트레스 받고 책임감 큰 일, 아니면 제복 입고 근무 중 순직이 가능한 일이다. 일례로, 교사가 그렇게도 메리트가 많고 신랑감 신부감으로 적격이라지만.. 난 그런 일은 절대 안 맞으며 못 하겠다.

조직 생활 스트레스 없고 마음대로 일감 찾아서 일하면 되는 프리랜서랑, 반대로 들어가는 것부터 왕창 힘들고 스트레스이지만 일단 들어가면 안에서 최강 철밥통인 조직은.. 서로 일장일단이 있는 듯하다.

세상에 값도 싸고 성능도 왕창 좋은 물건은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듯이 직업 세계도 다수가 도저히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비합리적이지는 않다. 편하게 앉아서 돈 많이 버는 직업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눈에 보이지 않게 정신 건강이라도 야금야금 등가 교환하는 게 있는 법이다. 그러니 너무 간보려 하지 말고 자기 여건에 맞고 자기가 가장 잘하고 1인자가 될 수 있는 직종을 선택해서 종사하면 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08/09 08:34 2018/08/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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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빌 보면서 든 생각들

이미 수 년 전부터 B급 병맛 명품 액션 영화인 <킬 빌>에 대해서 종종 언급하고 한두 마디 잡생각을 던진 적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서 아이템 몇 가지를 별도의 글로 더 늘어놓고자 한다.

1.
킬 빌 2부에는 베아트릭스 키도가 암염탄을 맞고 생매장을 당하는 장면이 있다. 그러나 그녀는 관을 정권지르기로 뚫고 무덤을 탈출해 버린다.
누님은 완전 흙투성이가 된 몰골로 지상으로 나온다. 그리고는 근처의 어느 카페에 불쑥 들어가서 점원에게 물 한 잔 좀 달라고 부탁한다.

거기 점원은 혼자 커피 맛을 보면서 빈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서 뽀얀 흙먼지를 날리면서 다가오는 누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엥, 저게 뭐야?" 하며 표정이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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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라이터를 켜라>에서, 허 봉구가 열차 옆문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본 식당칸 직원이 어리둥절해하는 것과 굉장히 유사한 장면 같다. 뭔가 음식 서빙을 하는 직원이 단역으로 잠시 출연하고, 시간대가 밤이고, 뭔가 위급한 상황인 주인공을 독대한다는 공통점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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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역시 2부를 보면 왕년에 베아트릭스 키도가 위치가 노출되는 바람에 호텔 방에서 '카렌'이라는 다른 여성 킬러와 대치했던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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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누님의 대사는 다음과 같다.

Well, guess what, bitch?
I'm better than Annie Oakley. And I got you right in my sight.
"근데 말야.. 난 애니 오클리보다도 명사수이고 넌 이미 내 사정거리에 들어있어.
손만 까딱하면 곧바로 네년 이마에 납덩이가 박힐 거야. 그러니 곱게 내 말 들으라고.."


엥? 애니 오클리? 저 사람은 누구지? 그래서 찾아봤다.
그녀는 미국에서 거의 전설을 넘어 레전드 급이던 여성 총잡이(1860-192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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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났지만 이 바닥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는지, 자기보다 나이 더 많고 경력 많은 남성 총잡이 라이벌들까지 모조리 쳐바르면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길고 두툼한 치마 차림의 아가씨가 저 멀리 사람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동전을 총을 쏴서 명중시켰다.. 총기도 권총, 라이플, 샷건을 가리지 않았다.

하긴, 1800년대 후반이 딱 마침 백색화약과 탄피 같은 게 막 도입되어서 총기가 우리가 아는 형태로 발전한 그 시기였다.
애니 오클리보다도 총 잘 쏜다는 말은 박 태환보다 수영 더 잘하고 김 연아보다 얼음판 스케이트를 더 잘 탄다는 얘기와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옛날 사람인 관계로 스포츠 사격으로 가서 우리가 아는 그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거나 하지는 않았다. 전쟁터에서 수백 명을 장거리 저격해서 전공을 세운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리즈 시절이 세계 대전이나 남북 전쟁, 서부 개척 같은 격변의 시기를 묘하게 비껴 가서 그런가 보다. 그 놀라운 사격 실력이 주로 수렵 내지 서커스 묘기로나 선보여졌다는 게 아쉽다.

저분은 19세기 말에 북미 대륙에서 총 쏘며 살았으니 여행비둘기도 많이 잡았으려나 모르겠다.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을 정도로 많던 놈들이 1914년에 결국 멸종..)
저격수 '스나이퍼'라는 단어도.. 날아다니는 도도새를 쏴서 맞힐 정도로 총 잘 쏘는 사람, 즉 수렵에서 유래되긴 했다.

아무튼 킬 빌 덕분에 이런 역사 상식을 하나 주워 담았다. ^^
물론, 한국 사람이 애니 오클리가 누군지 알 리가 없으니, 한국어 자막은 당연히 영어 곧이곧대로 번역되지 않았다.
'블랙 맘바'조차도 생소하다고 그냥 코브라로 번역됐을 정도인걸..

3.
한편, 앞의 저 장면에서 상대편 암살자인 카렌 김을 연기한 배우(헬렌 김)은 한국계라고 한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성인 윤막순을 연기했던 한국계 배우 스텔라 최와 비슷한 캐스팅 같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국제시장에서 이산가족 상봉 씬을 보고 있으면.. 처음엔 통역사가 영어를 통역해 주는데, 상봉이 성공한 뒤부터는 영어가 갑자기 자막으로 동시 통역되어 나온다.
이건 실제 생방송에는 절대 가능하지 않은 처리이다. 하지만 울고불고 하는 장면에서 통역사가 말을 일일이 통역하는 게 어색하니 마치 '시적 허용'처럼 영화적 각색이 들어간 셈이다.

킬 빌에서는..?? 키도 누님이 시퍼런 일본도를 수하물도 아니고 버젓이 기내에 반입한 채로 비행기 타고 오키나와에서 도쿄로 가는 것만 해도 완전 비현실적인 각색이다.

4.
2편에서는 엘 드라이버가 돈가방에다가 블랙 맘바 독사를 몰래 숨겨서는 버드를 교묘하게 죽여 버리는 장면이 있다.
버드가 독사에게 물려서 의식을 잃고 죽어 가는 동안, 엘은 아주 태연하게 인터넷에서 찾아 본 블랙 맘바의 독의 위력을 설명해 주는데..
그때 사용하는 표현들이 정말 가관이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연출만 한 게 아니라 각본도 썼다는데, 문학 조예가 굉장히 뛰어난 것 같다.

The amount of venom that can be delivered from a single bite can be gargantuan.
You know, I've always liked that word, "gargantuan."
I so rarely have an opportunity to use it in a sentence.
단 한 방만 물려도 주입되는 독의 양은 gargantuan(무진장 많은.. 거대한, 크고 아름다운)이래.
이거 알아? 난 gargantuan이란 단어를 완전 좋아하거든.
지금까지 이 단어를 사용할 기회가 좀체 없었는데 말야.


저 생소한 단어는 또 어디서 찾아 와서 써먹었는지 원..;;
그리고 엘은 끝에 가서야 자기가 너(버드)를 죽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 준다.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실력만은 개인적으로 인정했던 베아트릭스 키도가.. 자기와 결투라도 벌인 끝에 장렬하게 죽은 게 아니라 겨우 너 같은 찌질한 놈팽이에게 어이없이 제압 당하고 죽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랜다.

Now in these last agonizing minutes of life you have left,
let me answer that question you asked earlier more thoroughly.
Right at this moment, the biggest "R" I feel is regret.
Regret that maybe the greatest warrior I have ever met, met her end at the hands of a bushwhackin', scrub, alkie, piece of shit like you. That woman deserved better.


여기서 갑자기 biggest "R"이 왜 나오느냐 하면.. 이 부분 대사는 원래 다음과 같이 더 길게 쓰여졌었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상영 시간 등 모종의 이유로 인해 편집됐다.

Now in these last agonizing minutes of life you have left,
let me answer the question you asked earlier more thoroughly.
When it comes to that bitch, I gotta lotta "R's" in me.
Revenge is one. Retribution is another. Rivalry is definitely one.
But I got another "R" for that bitch you might be surprised to find out. Respect.

But right at this moment, the biggest "R" I feel, is Regret.
Regret that maybe the greatest warrior I have ever met, met her end at the hands of a bushwhackin, scrub, alacky piece of shit like you. That woman deserved better.


복수, 응징, 경쟁.. 거기에다 존경심. 하지만 지금 제일 강하게 느끼는 건 유감스러움.
이것들이 전부 R로 시작하는 단어로 표현한 것이다. 천재적이지 않은가?

5.
1부에서 오키나와에 있는 핫토리 한조 아저씨의 가게 장면을 보니 갑자기 그게 너무 땡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혼밥을 이렇게 질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steel이 단순히 강철 자체가 아니라 sword처럼 검을 가리킬 때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어떤 분은 킬 빌을 많이 보고 나니 KB 국민은행을 보고도 KB가 영화 제목 이니셜인가.. 생각하고 순간 뿜었다고 그런다..;;
킬 빌 1에서는 그야말로 수십 명 이상이 죽어 나가지만 2에서는 단 세 명밖에 안 죽는다. 버드, 파이 메이, 빌.
그리고 전부 남자가 여자에게 죽임 당한다.

1편에서는 일본 사무라이가 나오더니만, 2편에서는 중국 쿵푸와 총질까지.. 뭔가 만화적인 무술 잡탕이다. 최종 병기는 오지심장파열술이라는 궁극의 기술이 아니던가..;;
정말.. 어지간한 평범한 창의력으로 만들 수 있는 영화는 아닌 거 같다... ^__^

Posted by 사무엘

2018/07/04 08:37 2018/07/0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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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본인도 좀 흔치 않은 협동과정 대학원에 소속돼 있긴 하다만..
서울대에 있는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은 더 독특한 곳인 것 같다.

박사 졸업생 중에.. 문 중양 교수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학부이지만 이쪽으로 전공을 완전히 바꿔서 현재는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물론 조선 및 한국의 과학사 쪽에 특화돼 있다. 국사 연구에도 이공계들이 좀 많이 와야 한다고 호소하던 허 성도 전 서울대 중문과 교수 같은 분이 좋아할 듯하다.

장 대익 교수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학부인데 대학원을 가서는 진화생물학, 인지과학 이런 걸 쭉 파다가 어쨌든 역시 서울대 교수가 됐다. 다만 여느 교수들과는 달리 전공의 스펙트럼이 막 깊고 좁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분은 열렬한 다윈 매니아이고 창조과학의 맹렬 안티 저격수이기도 하다.;;

김 태호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 학부 졸업 후에 이 분야로 진로를 옮겼고, 현재는 전북대 교수 겸 '한국 과학 문명학 연구소'에 재직 중이다. 세벌식 자판 사용자이고, 작년 가을엔 연세대에서 무려 한글 기계화의 역사에 대해 강연도 했다.
강연 중 화면을 보니 직결식 글꼴도 잠시 나오던데.. 청중 중에 그 직결식 글꼴을 만든 사람도 있었다는 걸 과연 알았을지 궁금하다.

2. 멋있는 법조인

  • 한 문철: "예상할 수도 없었고 피할 수도 없었던 사고. 100대 0입니다!" (이 판정을 보험사 직원들이 싫어합니다)
  • 천 종호: "안 돼 안 바꿔 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 그럼 니 돈 주면 되지 왜 남의 돈을 뺏어 주...나!!! 공부만 잘하면 되나?"
  • 박 준영: 명대사 때문은 아니고.. 그야말로 한국판 엔자이 사건들을 전부 들춰 내서 피고인들의 누명을 벗겨 줬거나 그러려고 애쓰고 있구나.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2007년의 수원 역 노숙 소녀 살인 사건, 그리고 무기수 김 신혜 사건까지 다 동일 인물인 줄은 몰랐다.

그런데 글쎄, 아무리 사회 약자를 위해서 발벗고 일한다 해도, 변호사까지 돼서는 사무실 월세도 못 내고 파산에 스토리펀딩 운운하는 건 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좀 언플 오바 같다. 선장이 자기 할 일 다했고 다른 선원과 승객들 다 대피시켰고, 자기도 충분히 구조되고 탈출할 수 있는데도.. 선장은 배와 함께 가라앉는다고 객기 부리는 것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데..
뭐 종합적인 평은 지켜봐야 할 일이고.

다만, 머리는 좋아서 사시까지 붙었는데 그 뒤로 사상은 이상해지고 맛이 가서 6· 25가 무슨 침인지 모른다거나, 자기 나라 정체성 부정과 적화 부역에 앞장서고 있는 이상한 법조인들과 그거 출신 정치인들은 하나도 멋있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아주 징그러운 괴물처럼 보인다.

3. 멋진 말들

싸움  관련

  • 빈 라덴을 용서하는 건 신이 할 일이다. 그러나 빈 라덴과 신의 만남을 주선하는 건 우리가 할 일이다. -- 미국 해병대 표어
  • 제군들은 조국을 위해 죽지 마라. 적군이 우리나라를 위해 죽게 만들어라. -- 조지 패튼 장군
  • 북한/베트남/쿠바를 폭격해서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겠다. -- 커티스 르 메이 장군
  • 적의 뇌를 먹어 삼켜라. 그렇게 힘의 근원을 취하라. -- 메이어 다간 (전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
  • 나는 만년 전사다. 여러분도 전사가 되어라. -- 남 재준 (전 국정원장)

우주 개발 관련 인물

  • 세상에 불가능한 게 무엇인지를 말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어제의 꿈은 오늘의 희망이요, 내일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 로버트 고다드
  • 우리는 달에 갈 것입니다. 우리는 달에 갈 것입니다. 우리는 1960년대 안에 달에 갈 것이고, 다른 일들도 할 것입니다.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입니다. -- 케네디 대통령

케네디는 그렇다 치더라도, 옛날에 로버트 고다드도 이렇게 멋진 말을 남겼는 줄은 지금까지 몰랐다. 나이키 광고 카피보다 훨씬 더 고퀄이다.
게다가 저 말은 고다드가 액체 연료 로켓을 개발해서 유명인사 되고 떼돈 번 뒤,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면서.. 밥 로스 화가가 "참 쉽죠?" 이러듯이, 기자들이나 후학 앞에서 덕담이랍시고 지어낸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 말은 고다드가 1904년, 고등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덕분에 그 당시 관행이었던 졸업생 대표 고별 연설 때 나왔다..;; 질병 때문에 학교를 늦게 들어가서 동기들보다 나이가 두 살 정도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말 후덜덜이다.
참고로 서 재필도 1889년에 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식 때 고별 연설을 한 바 있다. 공부 하나는 정말 겁나게 잘했는가 보다. 그리고 같은 고졸이어도 100년 전의 고졸과 지금의 학력 인플레 하에서의 고졸은 같은 레벨이 아니었을 거라는 게 실감이 간다.

물론 세상에는 엄연히 인간의 힘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도 있으며, "오로지 정신력만으로 까라면 까"가 많은 폐단과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의 노력만으로 신 앞에서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서 인간의 정상적인 지적 활동과 노력이 몽땅 쓸데없는 바보짓인 것도 절대 아니다. 최소한의 상식적인 분별력과 판단력이 있으면 21세기가 다 돼 가지고서 달 착륙 자작극이네 NASA 음모론 그딴 소리는 절대 나올 수 없다.

  • 아폴로 13 (1995): Hello, Houston. This is Odyssey. It's good to see you again.
  • 에어 포스 원 (1997): Liberty 2-4 is changing call signs. Liberty 2-4 is now Air Force One!
  • 라이터를 켜라 (2002): "열차가 부산역에 멈춰 섰다. 다시 반복한다. 열차가 부산역에 안전하게 멈춰 섰다."

다들 비슷한 형태의 결말부이긴 한데,
1이 제일 스케일 크고 감격스럽고 멋있고.. 2는 그냥 통쾌하고 정의 실현을 대리 만족한 정도이고, 3은... 좀 병맛스럽다.

4. 경찰에 대한 뻔한 이미지

법조인 다음으로 경찰을 살펴보면.. 영화에서 경찰이 묘사되는 모습을 보면 뭔가 판에 박힌 패턴이 있는 것 같다.
먼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꼭 나온다. <아저씨>에서는 차 태식에게 "이 아줌마 콧구멍에서 반점이 나왔어. 뭔 얘긴지 알아?"라고 열과 성의를 다해 심문을 하던 박 형사가 있으며,
<범죄도시>에서 '진실의 방'을 빤히 쳐다보던 피의자에게 "뭐 보노, 새꺄? xx 터쟈뿔라.."라고 일침을 놓는 오 동균 형사가 있다. 주연 못지않게 아주 웃겼다.

그리고 미국물의 경우, 경찰은 근무 중에 끼니를 때우기 위해 꼭 도넛을 먹고 있다. 주토피아에서 아주 잘 묘사돼 있지만 꼭 주토피아만 그런 건 아니다.
일본의 경우 도넛 역할을 하는 게 컵라면이라고 한다. 옛날에 강력 사건이 벌어져서 단체로 수색 작업에 나선 경찰들 모습이 매스컴을 탔는데.. "어, 그런데 저 경찰들이 먹고 있는 건 뭐야?" 이런 식으로 마케팅이 돼서 컵라면이 대박을 쳤다고 한다.

옛날에는 설거지를 해도 서양에서는 동물인 해면을, 동양에서는 식물인 수세미를 썼다고 하는데 문화권별로 재미있는 차이점이 보인다.

5. 한국, 일본, 미국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 군대를 일정 기간 강제로 의무적으로 다녀와야 하는 나라 vs
  • 국제법상 군대를 가질 수 없는 나라 (침략 전쟁, 해외 파병, 무기 수출 같은 거 할 수 없는 자위대만으로..)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 이 좁아 터진 땅덩어리 하나 겨우 지켜 내느라(그것도.. 같은 언어 쓰는 명목상의 동족으로부터) 천신만고 겪은 나라, 육군이 비대한 나라 vs
  • 2차 대전, 6·25, 베트남전, 걸프전, 이라크전 등등 세계 방방곡곡 남의 나라의 평화를 지키느라 애쓴 자국 군인의 노고를 치하하는 나라, 해군이 비대한 나라

완전 극과 극이다.

6. 괴담과 도시전설

그러고 보니.. 내가 초딩 정도로 어렸던 시절엔 도대체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이상한 괴담, 도시전설 같은 게 그리도 많이 나돌았다.
밤이 되면 학교 안의 무슨 동상· 석상이 살아 움직여서 책을 읽는다네, 눈에서 빛이 난다네 하는 거,
옛날에 조폐공사 사장의 딸 '김 민지' 양이 끔찍하게 유괴 살해 당해서 현행 동전 디자인에 그 아이의 족적이 곳곳에 들어갔네 어쩌네 하고.. ㅠㅠ

공포의 삐에로 인형의 섬뜩한 한 마디 "또 둘이네."라든가..
그러니 <공포특급>, <오싹오싹 공포체험> 이런 책도 인기가 많았다. 요즘은 국내에 암약 중인 "조선족 장기 적출단의 실체" 같은 게 괴담 역할을 대신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옛날에 관련 중국· 홍콩 영화가 인기를 끌기라도 했는지, '강시'라고 팔· 다리의 관절이 굽지를 않는 청나라 복장의 좀비? 드라큘라?에 대해서는 내가 어떻게 알게 된 걸까?
이놈한테 당하지 않으려면 숨을 쉬지 않고 꾹 참아야 된댄다. 쟤는 모기처럼 이산화탄소를 감지하는 능력이라도 있는 걸까?

끝으로, 초딩 시절에는 정말 몸서리칠 정도로 무서웠던 의료 통과의례가 두 차례 있었다. 하나는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포경수술이요, 다른 하나는 주사의 끝판왕 일명 '불주사'라고 불리는 결핵 예방 접종이다.
세월이 흘러 포경수술은 굳이 모든 애들이 반드시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대세가 굳어져 가고 있다.

이거 원조는 유대인의 표적으로서 성경에서 당당히 언급되는 할례이다. 그런데 어느 미개한 곳에서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를 대상으로 소중한 부위에다가 무슨 짓을 하길래 거기에다가도 할례라는 말을 붙이고, 그러다 애 잡거나 성 불구로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불주사라는 용어 그 자체는 옛날에 물자가 부족해서 주사 바늘을 일회용으로 못 쓰고 알코올 램프 불꽃으로 소독해서 재활용하던 관행에서 유래되었다(흐음, 알코올 자체도 소독제인데..??). 하지만 주사 바늘은 사용 과정에서 바늘 끝이 미세하게 손상되고 뭉툭해져서 관통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굳이 위생과 감염 문제가 아니더라도 재사용해서 좋을 것은 전무하다. 마치 아날로그 신호나 JPG 그림이 열화되는 것처럼 성능이 떨어지게 된다.

내 기억으로 결핵 예방 접종(BCG)은 처음에 어깨가 아닌 팔뚝에 준비 주사를 놔 보고 며칠 뒤에 거기가 부풀어올랐는지의 여부에 따라 후속 접종을 하거나 안 했지 싶다.

엄청 옛날에 행해졌다고 전해지는 천연두 예방접종은 더 뜨겁고 따갑고 아팠는지 모르겠다만, 그 시절 얘기가 와전되고 과장되어.. 결핵 예방 접종까지도 무슨 담배빵을 지지기라도 하는 듯이 '불주사'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초등학생들에게 극도의 공포심을 선사했던가 보다.

지금도 흉터가 남는 주사식 결핵 예방 접종 자체는 시행되고 있는가 보다. 그리고 옛날에 초등학교에서는 크리스마스 씰도 결핵 퇴치 기금을 모으자는 취지로 판매? 강매되었던 것인데 요즘은 옛날 이야기가 돼 간다. 차라리 카톡 이모티콘 같은 걸 이런 형태로 판매하는 게 더 나을지도..?

7. 흔한 오류

내 경험상, 가방끈 길고 머리에 든 게 많은 사람이 특별히 빠지기 쉬운 위험, 오류 내지 함정이란 별 거 아니다.

(1) 자기가 배우고 아는 지식이나 이론이 실제로 유효하게 적용되는 조건, 문맥, 한계, 범위를 분간하지 못하고 아무 데서나 나대는 것.
(2) 자기가 이 분야에서 전문가이니까 딴 분야에서도 전문가일 거라고 착각하는 것. 위의 1번이랑 비슷하지만 좀 더 고의적이고 적극적인 맥락에서다.


이 함정에 빠지면 그 누구라도 헛똑똑이 바보가 될 수 있다. "세상에 나보다 더 겸손한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내지 "저는 평생에 거짓말이라고는 전혀 한 적 없습니다"처럼 되고 "난 오로지 완벽한 사람들로만 구성돼 있는 교회에 다니고 싶어" 같은 망상에 빠지게 된다.
마음 상태 문제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능도 전혀 개입하지 않는 건 아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8/06/12 08:33 2018/06/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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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둥글다 =_=;;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해변에서 가까이서 본 광안대교와, (대략 1.2km 정도 떨어짐)
저 멀리 일본 쓰시마 섬의 한국 전망대에서 본 광안대교(대략 50km)는 외형상 서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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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쪽에서 본 교량은 해수면 수평선의 아래로 푹 꺼지듯 내려앉아 있음이 명백하다.
굳이 이 사진 말고 어느 풍경 사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원근법 때문에 작게 보이는 게 아니라는 건 교량 위 아래의 기둥 크기 비율을 고려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망원경으로 보더라도 아래로 꺼진 건 명백하게 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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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광안리 해수욕장 해변은 말 그대로 해수면에 거의 근접하는 낮은 고도인 반면, 쓰시마 섬에 소재한 '한국 전망대'는 해발 70m에 달하는 언덕 위의 고지대이다! 그럼 상식적으로 광안대교가 밑동까지도 잘 보여야 정상일 것이다. 참고로 광안대교의 도로는 해발 45~50m 남짓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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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이가 왜 발생할까?
답은 하나, 지구는 둥글기 때문이다.
배가 저 멀리 사라질 때도 그냥 중앙의 소실점 근처에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 수평선 아래로 내려앉듯이 사라지는데..
그 현상만 갖고는 flat earther들이 선뜻 수긍하질 않으니, 이럴 땐 일개 선박보다 훨씬 더 크고 확실한 증거인 광안대교 풍경을 제시해 보자.

이 문제 갖고 고민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특히 성경 믿고 신의 창조를 믿는다는 사람들이 말이다.
과학으로 검증이나 재현 불가능한 영역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해서, "세계 지도가 평면이니까 지구도 평면이다" 수준의 유체이탈이나 마찬가지인 아무말을 지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예수님 부활이 사실인 것만큼이나 아폴로 승무원들이 달에 다녀 온 것도 사실이고, 지구가 둥근 구인 것도 사실이다. 그건 창조· 진화라든가 성경의 무오성하고는 아무 관계 없다.
"땅의 원"(circle of the earth - 사 40:22)이 지구가 둥글다는 말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땅의 네 모퉁이"(four corners of the earth - 계 7:1)는 지구가 평면이라는 말이 아니다. 성경이 그 문맥에서 직접적으로 말하는 바는 그런 게 아니다.

그리고.. 세상을 너무 음모론 괴담스럽게 볼 필요 없다. 세상이 영적으로 아무리 악해도 멀쩡히 눈과 귀로 관찰 가능하고 재현 가능한 것을 호락호락 조작하고 사기를 치지는 않는다. 지구 모양을 갖고 사기를 쳐서 도대체 누가 무슨 이득을 얼마나 볼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늘 하는 얘기가 있는데, 세상 다른 현상은 다 음모론적으로 접근한다 해도 최소한 (1) 전기차가 망한 것과 (2) 인간이 과거에 달이 간 적이 있는지, 갔다면 지금은 왜 달에 더 안/못(?) 가고 있느냐 하는 건 음모론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는 현상이다.

(1)은 무슨 석유 회사의 외압 로비 같은 거 전혀에 가깝게 없으며, 있다 해도 전기차 몰락의 주 요인이 결코 아니다. 그냥 전기차가 배터리의 무게와 가격, 항속 거리와 충전 시간이라는 고질적인 문제 때문에 기름차의 기술 발달을 따라가지 못해서 망했을 뿐이다. 전기차는 처음에 간단하게 만드는 게 기름차보다 쉬웠을 뿐이지 그 이후로는 실용화가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디젤 엔진 기반의 대형 버스와 트레일러가 배터리 기반 전기차로 가능할까?? 21세기에도 어림도 없는 일이다.

(2) 역시.. 천문학적인 발사 비용 대비 효과가 없으니 더 안 보내는 것일 뿐이다. 허무하게 들리지만 현실에서 이것보다 더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우주 관련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꼭 미국 NASA만 세상 모든 정보를 움켜쥔 빅 브라더스 흑막인 것처럼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도대체 왜 소련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미국 최대의 경쟁자요 어떻게든 미국의 행보에서 약점 잡을 것 찾느라 목숨을 걸었던 소련조차 미국이 달에 사람을 보냈던 걸 빼박 다 ㅇㅈ했구만.. 설마 미국과 소련이 나란히 같이 짜고 조작극을 벌였다고 믿으시는가? 애초에 NASA 자체가 소련의 스푸트니크 쇼크에 멘붕 하고서 미국이 허겁지겁 설립한 연구 기관일 뿐인데 말이다.

지금은 그 냉전이 끝났다. 컴퓨터가 처음으로 대중화되고 정보화 시대네 뭐네 말이 나오자 이번에는 666이 어떻고 모든 것이 컴퓨터에 의해 중앙 통제되고 정보 접근성으로 인한 신분 계층 차별이 일어나고 모든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게 될 거라는 식으로 괴담이 왕창 나돌았다.
난 그 심정은 이해한다. 198, 90년대라면 나도 그런 쪽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010년대의 뚜껑을 열어 보니 세상은 그렇게 막장으로 무식하고 폐쇄적이고 흉물스럽기보다는.. 훨씬 더 상업주의 자본주의적으로 돈의 논리를 따라 개방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양의 기술과 정보들이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기는커녕, 대중들에게 개방되고 무료로 내지 아주 저렴하게 풀렸다. CCTV, 블랙박스, 중앙집권 전산화 덕분에 치안, 행정과 금융이 정말 투명하고 깨끗해지고 신속· 공정해졌다.

남극과 달은 은폐는커녕 표면의 스트리트 뷰가 나도는 지경이다!
아폴로 우주선을 제어하던 컴퓨터 프로그램의 어셈블리어 소스가 github에 공개되어 있다. 설마 그게 다~~ 주작 조작이겠는가?

물론 그것들이 마냥 자선행위 차원에서 풀린 건 아니며, 그 투자 비용은 더 교묘한 방식과 다른 형태로 어떻게든 회수되긴 할 것이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졌던 기술과 집중되었던 자본이 나중에는 인간성을 말살하는 쪽으로 얼마든지 악하게 쓰일 수 있으며,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 가능성은 본인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게 언제 어떤 형태로 구체적으로 실현될지 우리로서는 선뜻 추측할 수 있지 않다. 다만 한 가지, 그 엄청난 기술들이 대중들을 통제하여 고작 아폴로 계획 자작극이나 지구 평면이라는 엄청난 팩트(?)를 은폐하는 데 동원되어 쓰이고 있다고 믿는 건... 성경을 믿는 것보다 정말 엄청나게 더 큰 믿음을 필요로 하는 게 틀림없다.

고대 그리스의 에라토스테네스는 같은 날 같은 정오 시간대에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그림자 길이가 차이가 난다는 걸 발견하고는 그걸 토대로 지구의 둘레를 추측 계산해 내기까지 했다. 이 때는 성경의 구약과 신약 중간 시기이던.. 그야말로 엄청난 옛날이다. 기구 하나조차 띄울 여력이 안 되던 시절에 지구가 둥근 건 너무 당연한 귀결이고, 그 둘레를 오늘날의 측정값과 비교해 봐도 상당히 정확하게 알아맞힌 것이다.

컴퓨터, 우주선, 휴대전화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지금으로부터 2천 몇 백 년 전의 사람보다도 통찰력이 뒤쳐져서야 되겠는가?
세상 자녀들이 빛의 자녀보다 더 지혜롭게 머리 잘 돌아가는 분야가 있다는 건 성경도 인정한 팩트이다(눅 16:8). 그걸 굳이 부인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8/06/07 08:33 2018/06/0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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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세카이 2018/07/14 01:08 # M/D Reply Permalink

    제가 이걸 수학적으로 계산해 보았습니다
    저는 수학과 물리를 좋아하는 이과생이었고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도 있었으며
    대학에서는 공업수학과 4대역학(열역학, 재료역학, 유체역학, 동역학)을 공부했었습니다

    initial condition :
    1) 현대 과학에서 말하는 대로
    지구는 반지름이 6377000 m인 구라고 가정
    2) 쓰지마 섬의 한국 전망대에서 광안대교까지 거리는 50000 m라 가정(네이버 지도에서 보면 실제는 56000 m 정도)


    1st. 쓰지마섬의 한국 전망대에서 관측자의 높이를 해발 0 m 라고 가정했을 때
    50000 m 떨어진 거리의 광안대교는 해발 몇 미터부터 보일 것인가?

    고1 수학에서 원의 접선의 방정식과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하면 이건 금방 풀 수 있습니다
    제 연습장에는 완벽하게 풀이했지만 타자로 치기 번거로운 관계로
    간단한 풀이방법과 결과만 소개하고 실제로 맞는지는 직접 계산해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저는 공학용 계산기를 사용했으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구가 둥글면
    해발 196 m부터 보이게 됩니다
    즉 광안대교가 보여서는 안 됩니다


    2nd. 쓰지마 섬의 한국 전망대에서 관측자의 높이를 해발 70m라고 가정했을 때
    50000 m 떨어진 광안대교는 해발 몇 미터부터 보일 것인가?

    원 밖의 한 점에서 그은 접선의 방정식입니다
    첫번째 풀이보단 많이 복잡하지만 이것도 고1 수학 수준입니다

    지구의 중심을 xy좌표의 (0,0)으로 하고 반지름은 6377000 입니다
    쓰지마 섬의 한국 전망대에서 관측자의 높이(원 밖의 점)를 (0, 지구 반지름 + 해발고도)
    즉 (0, 6377070)으로 가정합니다

    연습장 3쪽 정도 나왔는데
    31.743 m부터 보여야 합니다
    광안대교 도로의 높이가 50미터라고 하면 30/50즉 해수면에서 도로까지 거의 60%에 해당하는 지점이
    안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참고로 해발 70미터에서 해수면(지구의 표면)이 보일 수 있는 최대 거리는 29879m입니다

    <풀이법>

    해발 고도를 0m라고 가정 했을 때

    "반지름 * 각도 = 호의 길이"를 이용하여 호의 각도를 구하고
    빛이 직진하며 이 각도로 반지름과 탄제토 각도를 곱하고
    피타고라스 정리를 활용하면
    쉽게 구할 수 있으며

    해발 고도를 70m라고 가정했을 때

    직선의 방정식 y = mx + 6377070
    원의 방정식 x^2 + y^2 = 6377000^2

    직선이 원의 방정식에 접하는 기울기를 찾고
    (제가 찾은 것은 m = -4.685511425 * (10^-3)
    그러므로 직선의 방정식은 y = -4.685511425 * (10^-3) x + 63377070)
    원의 중심에서 광안대교까지 그른 직선의 방정식
    Y축에서 시계방향으로 (50000/6377000) 라디안 만큼 기울어진 직선
    즉 기울기 tan(pi/2 - 50/6377)
    직선의 방정식은 y = tan(pi/2 - 50/6377) x
    를 연립하고
    (0, 0)에서 부터 거리를 구하고
    이것에 원의 반지름을 빼면 됩니다

    <사람들이 직접 계산해 보지 않는 이유>
    심리적인 건데 요즘 과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필수로 극한의 개념을 배우게 되는데
    미분과 적분이나 테일러 급수전개나
    역학에서 미소 변화에서 tan a = a로 근사값으로 계산해 버리는데
    이게 지구도 그렇게 거대해서 극한의 개념이 적용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사실 지구가 크다고 해도 극한의 개념이 적용될 정도로 크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고1 수준의 수학 문제니까
    사무엘님도 충분히 계산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 신세카이 2018/07/14 02:48 # M/D Reply Permalink

    아리스토텔레스의 지구 크기 계산에 대해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비친 그림자의 길이 차이로
    지구의 둘레의 길이를 측정했다는 것은 정말 유명한데요

    처음에 전제 조건을 다는 것이
    태양이 무한히 먼 거리이고 빛에 평행하게 들어온다고 가정을 하는데

    실제로 태양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멀지 않고
    빛이 직진은 하지만 평행하게 들어오지 않는다면
    지구가 둥글지 않아도 그림자의 길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구글에서 "햇살 구름"이라고 검색해서
    여러 이미지들을 보면
    구름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절대 평행하게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사무엘 2018/07/14 06:56 # M/D Permalink

      안녕하세요! 신세카이 님과 지금까지는 주로 정치· 종교 쪽 얘기만 나눴던 것 같은데 이 분야 얘기는 완전 처음이네요. ^^ 자세한 보충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이공계이신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삼각함수 동원해서 광안대교의 예상 높이를 혼자 얼추 계산해 보기도 했습니다. 부산과 쓰시마 섬에서 계산으로 얻은 높이 차이는 님의 말씀처럼 100수십 m대의 값이 나왔었습니다. 저는 input에 차이가 있어서 그런지 196보다는 작은 값을 얻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예전에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갔을 때는 얘들은 도대체 태양열을 받는 각도가 얼마나 차이가 나서 한국보다 더운가 계산하려 '시도'한 적도 있답니다. (이건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부터 시작해서 계산에 필요한 input 값들을 정확하게 얻는 것부터가 어려워서 포기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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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봄 나들이

1. 남산

본인은 옛날에 서울 남산을 가장 먼저 북서쪽에서 도보로 올라 본 뒤, 다음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봤다. 이제 올해엔 반대편 남동쪽에서 버스를 타고 오름으로써 가능한 모든 접근 수단을 이용하게 됐다. 걷는 건 너무 힘들고, 케이블카는 대기 시간이 너무 길고 비싸니.. 가성비가 제일 나은 건 버스인 것 같다.

남산 안의 차도는 노선 버스, 관광 버스, 등록된 직원이나 기자, 공무 수행 차량만 이용 가능하지 일반인이 자가용을 끌고 들어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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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과 마찬가지로 남산도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사람이 많이 있다. 하지만 본인은 여건상 저기까지 자전거를 몰고 갈 일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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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서울시에서 전멸하다시피한 노란색 순환 버스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02, 03, 05라는 세 노선이 존재한다.
낙산의 정상까지 올라가는 건 종로구와 성북구의 마을 버스이다. 남한산성의 정상까지 올라가는 건 평범한 성남시 시내버스이다. 그 반면, 서울 남산의 정상까지 올라가는 건 전용 등급이나 마찬가지인 순환 버스이다.

참고로 순환 버스는 운행 구간이 짧지만 기본 요금이 여전히 1200원으로 타 버스와 동일하다. 요금도, 차량도 모두 대형 버스와 동급이지, 마을 버스 등급이 아니다.
남산 내부의 차도는 편도 1차선 일방통행으로만 돼 있기 때문에 올라갔던 길로 되돌아올 수도 없다. 그러므로 버스 노선들 역시 편도로만 짜여 있다.

이런 노란 버스 말고, 초록색 줄무늬 계열로 뭔가 독특하게 도색된 과거의 한국 화이바 제작 전기 버스도 정규 노선 순환 버스로 투입돼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짧은 항속 거리와 출력 부족, 고장 같은 여러 문제로 인해 이제 저것들도 내부는 다 내연 기관 기반으로 재개조된 듯하다. 산을 내려갈 때는 저런 버스를 타게 됐는데, 구동음이 전기 모터 소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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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는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봄에는 학교나 유치원에서 소풍 나온 애들, 일부 가족과 커플,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여기가 확실히 서울의 명물이긴 하다. 지금 지리적으로 서울의 남산 역할을 하는 건 관악산이나 청계산이지, 이 남산은 서울의 딱 중심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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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남산의 다른 봉우리 꼭대기에는 군사 시설이 있다. 남산을 도보 등산로 대신 차도를 이용해서 오르내리면 군부대 진입로도 잠시 마주치게 된다.

남산의 기슭에 있던 옛 중앙정보부 청사가 없어졌을 뿐이지 남산 꼭대기에 군부대는 수도 방위를 위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이해하면 정확하다. 그런데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곳에서 남사스렇게 철조망을 치고 '군사시설 방향 촬영 금지' 이렇게 티를 낼 수도 없으니, 이 정도 노출쯤은 그냥 묵인해 주는 것일 뿐이다.

2. 배봉산

재작년에 갔던 배봉산을 그로부터 2년 뒤, 신록의 계절을 맞이하여 다시 올라가 봤다.
처음 갔을 때는 자전거를 세워 놨기 때문에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제약이 없이 남쪽에서 북쪽 편도로 산을 완전히 종단했으며, 휘경2동 주민 센터 방면으로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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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작고 낮고 아담하니 산 전체가 공원화돼 있었다.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와는 별개로, 둘레길이 통나무 바닥과 울타리 형태로 조성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배봉산에도 남쪽의 꼭대기에 군부대가 오랫동안 자리잡아 있었으며, 그게 없어진 진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배봉산이 정상까지 딱히 차도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의외다.
군부대가 있던 정상 자리에는 '해맞이 생태 공원'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그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배봉산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상에 여전히 접근할 수 없고 봉인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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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와 둘레길이 이렇게 서로 마주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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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봉산은 낮고 길쭉하고 공원이 꾸며져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니 서울 동쪽 끝의 일자산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일자산은 배봉산보다 훨씬 더 길며, 등산로가 서울 둘레길의 일부이다. 배봉산은 그렇지 않다.
이런 곳에 종종 놀러 와서 잠도 이런 밖에서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더워지고 모기가 들끓기 전에 말이다.

3. 한글 비석 공원

본인은 작년 가을에 불암산 등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도로명 주소를 통해, 1500년대에 한글 문장을 써 넣은 무덤 비석이 여기 일대에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
그 뒤 최근에 본인은 공릉동 일대를 방문한 일이 생겼는데, 이때 덤으로 짬을 내어 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한글 비석을 보러 갔다.

버스을 타면 서라벌 고등학교 근처에서 내리게 된다. 길 건너편에 먼저 '한글 비석 근린 공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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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넓으며 곁에 벤치도 여럿 있어서 앉아서 쉬기 좋았다.
의왕시에 있는 갈미 한글 공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국어학자 이 희승 박사의 출생지라는 이유로 조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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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원 한켠에는 한글 비석을 정교하게 복제한 '레플리카'가 전시되어 있었다. 현장에 가면 다음과 같은 소개· 안내 문구가 있다.

비명(碑名): 한글 고비(古碑)

- 이곳에 세워 놓은 비석은 노원구 하계동 산12번지에 있는 한글 고비를 동일한 형태로 제작하여 1997년 6월 20일 "한글비 근린 공원"인 이 공원에 세우게 되었다.
- 한글 고비는 국내에서는 오직 조선 시대의 유일한 국문 고비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어 1974년 1월 15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되었다.

- 영비(靈碑)라고 부르는 한글 고비는 1536년도에 세워진 것으로 조선 중종 때의 문인 이 문건이 승문원 종9품 부정자의 벼슬을 지낸 선친 이 윤탁과 어머니 고령 신 씨를 합장한 묘 앞에서 부모 묘의 훼손을 염려하여 세웠으며 한글 30자(비석 서측)는 15세기 고어의 모습을 보여 주는 국어학의 학술 자료로서 훈민정음 창제 초기의 국문 서예에 대한 연구 자료로 매우 중요한 것이기에 교육적인 측면에서 진품과 유사한 본 비석을 만들어 세우게 된 것이다.

1997. 6. 20. 노원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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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는 서라벌 고등학교는 으리으리한 성처럼 꾸며진 사립 학교였다. 고려대 모 건물처럼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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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은 한글 비석은 "공원 → 서라벌 고등학교 → 큰길" 쪽으로 나가서 길 건너 2~300m쯤 가야 나온다. 인근 도로의 확장 공사 때문에 원래 있던 자리에서 15m 남짓 옆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이 길엔 노선 버스는 전혀 안 다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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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각종 조선 왕릉 옆에 있는 그 건물 같고, 사람 모양의 석상은 초안산에서 본 석상 같다. 고인의 무덤은 카메라 시점에서 오른쪽에 있으며, 문제의 한글 비석 원판은 저 건물의 안에 잘 보관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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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말이야 아주 신령한 비석이다. 그러니 이걸 무너뜨리는(훼손하는) 자는 화를 입을 것이다. 다른 문구는 다 한문으로 썼지만 이 경고문만은 한문을 모르는 사람도 읽고 주의하라고 특별히 한글로 써 두는 바이다."


훈민정음 서문도 그렇고 이 문구도 그렇고.. 중세 한국어는 한편으로는 음운 구조가 더 복잡하지만 한편으로는 현대어보다 생략을 많이 하고 표현이 간결· 함축적이기도 했던 것 같다. 또한 '-느니라', '-노라'처럼 요즘은 성경 같은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고어체를 그 시절에는 입말로도 직접 사용했을까? 킹 제임스 성경의 영어 고어에서도 여러 모로 비슷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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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끝으로...
한글 비석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굉장히 참신한 한글 파괴 현장을 목격했다..;; (정확히는 한글 맞춤법 파괴)
평생 듣도 보도 못했던 용언이 하나 새로 생겼다. ㅠ.ㅠ
노이즈 마케팅을 의도하고 현수막을 일부러 저렇게 만든 건지는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8/05/29 08:35 2018/05/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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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올해 2018년은 지난 1936년과 어쩜 이렇게 닮았나 모르겠다. 공통점이 무려 두 가지나 존재한다.

  • 운동 경기를 빙자하여 사악한 진영에 의한 불순한 정치 프로파간다 선전 무대가 열렸음. 순수 아리안 혈통 vs 백두혈통? ㄲㄲ
  • 거기에서 누구는 태극기를 못 달고 나가는 설움을 감내해야 함

젠장.
강원도 평창에 북한 빨갱이들이 득시글거리고 있던 동안, 본인은 그쪽으로는 정말 오줌도 누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올림픽이 개최됐으니 뭔가 상징적인 기념 이벤트는 있어야겠고.. 그래서 결심했다.

상쾌한 토요일 어느 아침, 강원도 평창 대신 서울 평창동을 답사하면서 북한 사람 대신 북한산이나 잠시 접견하고 왔다. 공산당이 싫다고 콩사탕까지 싫어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시흥과 양평도 서울의 동 이름과 경기도의 시 이름이 겹치긴 한다.

평창동은 북악산의 뒤쪽, 북한산 기슭에 자리잡은 고지대 마을로, 부자들의 저택 단지 겸 서민들에게는 자리값 약간 비싼 데이트 코스와 카페, 드라마 촬영지 등으로 알려진 곳이다. 똑같이 내부순환로 이북의 산기슭이어도 근처의 구기동, 정릉동과는 분위기가 묘하게 다르다.

무슨 교통편으로 이동할까 고민하던 끝에 자가용을 선택했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 저기는 뚜벅이로 갈 곳이 못 됐다. 지도나 심지어 로드뷰만 봐서는 실제 현장에 가서 경험하게 되는 엄청난 고저 차이의 압박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
딱 하나, 종로 06이라는 마을버스가 평창동 산길을 구석구석 한 바퀴 돌긴 하지만, 배차 간격이 무려 30분이어서 무효였다..;;

늘 얘기하듯이.. 차를 가져가면 당장 이동은 편하지만, 그 뒤에 산행 동선에 큰 제약이 걸리며(되돌아와야 하므로), 그리고 주차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저기도 꼬불꼬불 좁은 산길에 어디 차 세울 데가 있으려나 일면 걱정이 됐다.
하지만 이것도 로드뷰를 보면서 미리 다 잘 알아보고 갔다. 최종 목적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외부인도 차를 세울 만한 공터가 용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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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의 압박이 엄청나다. 사진을 찍은 방향의 뒤쪽으로도 계속 계단이 있다.
이렇게 산지에 계단식으로 집들이 늘어서 있는 걸 부산에서 봤는데 나름 서울에서도 구경하게 됐다.
그리고 여기는 보다시피 평지 시내와는 달리 눈이 내린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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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평창동 마을의 흔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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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다를까 여기도 계곡이 있었다(평창 계곡). 본인이 방문했던 당시에는 물이 마르지 않고 남아 있긴 했으나, 몽땅 얼어붙어 버린 관계로 물이 흐르는 걸 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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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어느 집 입구에 태극기가 게양되어 펄럭이는 걸 발견했다.
이 날은 국경일도 아니고 국기를 달 아무 이유가 없는 날이었는데.. 여기 집 주인분도 태극기 없는 친종북 반역 평양 체육대회를 규탄하는 애국 보수 시민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문득 반가웠다.
태극기가 최대한 넓은 면이 노출된 순간을 노려서 사진을 한 컷 찍었다.

드라큘라가 마늘이나 십자가를 싫어하듯이, 북한 공산 괴뢰 집단은 '한국(韓)', '태극기' 이런 말이나 물건을 아주 싫어한다. 그러니 걔네들이 싫어하는 말을 즐겨 쓰면서 악의 무리들을 멀리하고 퇴치하면 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용어의 차이에 대해서도 좀 짚고 넘어가고 싶다.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라는 명칭에는 북한이라는 정권의 특성과 정체성과 일치하는 단어가 단 하나도 없다. 민주주의? 공화국? 개뿔..

하지만 '북한 공산 괴뢰 집단'은 구구절절 정확한 명칭이다! 한반도의 북쪽에 자리잡았다고 해서 북한, 사유재산이 없으니 공산, 예나 지금이나 소련 내지 중국의 꼭둑각시이니 괴뢰.. 우리 헌법 FM대로라면 애초에 국가도 아닌 반국가단체일 뿐이니 집단.. 참으로 절묘하다. 우리는 terminology에서도 놈들에게 양보하거나 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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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주변 구경을 하고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북한산 등산로 출입구를 발견했다. 여기 명칭은 '평창 공원 지킴터'이다. 참고로 동쪽으로 북악 터널을 지나 국민대 근처에 있는 등산로 출입구는 '북악 공원 지킴터'이다.
나름 찾는 사람이 많은 유명한 등산로여서 그런지, 주변에는 외부인의 불법 주차를 절대 금지한다는 경고 현수막이 잔뜩 붙어 있었다.

북한산은 전체가 국립공원이다 보니 역시나 경비 초소와 공중 화장실 같은 게 마련돼 있었으며, 여기 말고 다른 데서 산을 무단으로 오를 수 없게 일부 구간은 높은 울타리와 철조망까지 둘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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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어디 봉우리 정상까지는 안 가고 30분 남짓 산책만 하다가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왔다. 진지한 북한산 산행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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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국가보안법 제6조)

으하하하.
그런데 왜 '점'도 아니고 '정'이라고 써 놨나 모르겠다. 저건 무슨 의존명사인지 한자인지, '정보'의 약자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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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는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 말고, 서울 둘레길 루프의 일부로서 산의 능선만 타는 산길이 있다. 그래서 북악 터널 위쪽을 도보로 건너서 국민 대학교 내지 정릉 방면으로 갈 수도 있다. 본인은 그런 길이 있는 걸 지도를 통해서만 확인했지 직접 가 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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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평창동 답사와 북한산 등산로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평창동은 '평창문화로'라고 내부순환로보다 미묘하게 더 북쪽을 지나는 큰 도로에서 북쪽 방향으로 방향을 꺾어서 평창25길, 평창30길, 평창36길 같은 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1차 진입로는 폭은 보다시피 왕복 2차로 이상급으로 넉넉한 편이지만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1단 엔진 브레이크를 걸고도 엔진 rpm과 함께 속도가 계속 붙어서 주기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정도였다. 눈이라도 오면 다니기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8/02/20 08:36 2018/02/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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