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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폭염이 극심했던 올여름 8월 동안 전국 이곳저곳을 누볐다. 바다와 계곡에서 두루 물놀이를 했다.

1. 홍천 아름다운마을

지난 광복절 연휴에 교회 수련회를 여기로 다녀왔다. 행정구역 상 홍천이지만 동쪽 끝의 내면 소재여서 인제· 강릉과 가까웠다.
3주가 넘게 지속된 열대야 때문에 고통받던 와중에.. 여기까지 먼 길을 운전해서 찾아간 보람이 있었다. 새벽 최저 기온이 겨우 18~19도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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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회 숙소 근처에는 이렇게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사실, 여기까지 갈 것도 없이 가는 길에도 곳곳에 강과 계곡이 많이 보였다. 거기서 물놀이를 하는 일행도 눈에 띄었다. 시간이 부족한 상황만 아니었다면 나도 몇 번이고 차를 세우고 물놀이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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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구간은 성인 남자의 가슴과 목까지 찰 정도로 물이 꽤 깊었다.
물놀이를 정말 원없이 했고, 미리 챙겨간 말통에다 이 맑은 물을 잔뜩 담아서 40~50리터 가까이 채웠다. 이것들은 모두 우리 호박이들 농업용수로 쓰였다.

그나저나, 수련회 강의 주제가 "약속의 땅 이스라엘"이었던지라.. 준비 찬송으로는 '여호와 하나님', '허락하신 새 땅에 들어가면서', '나는 순례자, 낯선 나라에'처럼 뭔가 이스라엘스러운 곡을 골랐다.
그리고 갈 때와 올 때 모두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명불허전 상습 정체 구간(화도-서종-설악)의 지긋지긋한 위력을 체험했다.

2. 강원도 양양

교회 수련회는 여친과 함께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친과는 두 주쯤 뒤인 8월 말에 바다로 여행을 따로 다녀왔다.
양양과 속초 사이, 대포항과 물치 해수욕장보다 약간 남쪽에 있는 모텔방을 잡았다. 여기는 7번 국도에 바로 붙어 있고 동해 해변도 바로 내려다보여서 경치가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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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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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변에도 누군가가 텃밭 일구고 호박을 잔뜩 키우고 있어서 몹시 반가웠다. 동업자가 있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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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비가 내렸고 하늘이 우중충했지만.. 기온으로나 수온으로나 물놀이를 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본인과 여친 모두 물에 들어갔다.
다만, 날씨가 날씨여서 그런지 파도가 강한 편이었다. 하반신 이상 물이 차는 곳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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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으로 이런 오글거리는 말을 하기는 좀 뭣하지만.. 바다는 남자의 가슴을 흥분시키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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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로사 커피점이 우리나라 브랜드라는 거, 그리고 본점이 강릉에 있다는 거.. 이 두 가지를 처음 알게 됐다. 지난 6월 에디슨 박물관에 이어 또 다른 강릉 명소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 이런 곳에서 여친과 함께 커피와 후식을 먹어 보니 아주 운치 있었다.

오후에 돌아올 때는 오랜만에 영동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이때가 8월 29일이었는데, 일본의 무슨 태풍 때문인지 강릉 일대에서는 정말 앞이 안 보일 정도의 물폭탄 폭우가 쏟아졌었다. 대관령 서쪽에 들어서가 날씨가 거짓말같이 바뀌어서 맑아졌다.

영동 고속도로는 2000년대 초에 대대적으로 선형개량이 됐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더 나중에 만들어진 서울-양양보다는 선형이 열악해 보였다. 급커브와 급경사가 많고(물론 고속도로 설계 기준에는 맞췄겠지만), 일부 내리막은 시속 80 구간 단속까지 있었다. 세월의 격차와 기술력의 차이가 느껴졌다.

3. 영종도 왕산 해수욕장

8월 31일, 동해를 다녀오고서 이틀 뒤 주말엔 서해 끝자락인 영종도의 왕산 해수욕장을 다녀왔다. 을왕리의 바로 옆 이웃인데, 여기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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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이런 분위기..
한낮에 갔더니 밀물이어서 물이 많고 나름 파도도 쳤다. (동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사람들도 바글바글 엄청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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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는 방수빽에다가 전화기를 집어넣은 채로 사진을 찍었다. 이게 있으니 소지품 걱정을 할 필요 없고, 해수욕 중에도 전화기를 늘 몸에 지닐 수 있어서 좋았다만.. 그 대신 사진의 화질을 많이 희생하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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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님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사진은 아니라고 판단되어 그대로 수록한다~~

* 번외편: 길고양이

여친님은 나처럼 회사 다니는 직장인이 아닌 관계로, 작업실 내지 스튜디오를 따로 구해서 평일엔 거기서 일한다.
거기 주변에는 닝겐뿐만 아니라 주인 없는 길고양이가 여럿 돌아댕기는 것 같았는데.. 어쩌다 보니 아주 귀엽고 애교 많은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치게 됐고 얘와 친해져 버렸다. 요것도 지난 8월에 있었던 주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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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요놈이다.
아니, 여느 야생 길고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한테 대뜸 다가와서는 발등에다가 얼굴을 부비고, 벌렁 퍼질러 눕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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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 작업실에도 몇 번 초대해 줬더니 거기도 돌아다니면서 자기 영역 표시를 하고, 벌렁 나자빠져서 행복한 표정을 짓더라. 딴 고양이 냄새가 전혀 없는 아지트를 발견했으니 오죽 좋겠어?
이제는 우리 커플의 얼굴과 목소리를 기억한다. 내가 아침이나 저녁에 찾아가서 "냐아옹~" 흉내를 내면 걔도 야옹 거리면서 나온다. 집으로도 쭐래쭐래 따라온다.
여느 고양이한테는 이러면 그냥 경계하고 달아난다. 절대로 얘처럼 반응하지 않는다. 진짜로 집고양이였다가 버려졌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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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반려묘로 키워야 하나 싶은데.. 일단은 밥만 하루에 한두 번꼴로 주고는 밖에 도로 내보낸다. '츄르'라는 간식을 고양이가 그렇게도 좋아한다고 하는군..
얘는 맛있는 참치나 닭가슴살만 먹고 다른 평범한 사료는 남기는 '편식'까지 할 줄 알더라. 주변에 다른 캣맘들도 있으니 대놓고 밥을 쫄쫄 굶지는 않는 듯하다.
그런데 얘는 꼬리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사고나 학대를 당해서 잘리기라도 한 건지.. 그리고 사료에 비해 물을 너무 안 마시는 것 같다.

작업실 주변에 개집.. 대신 고양이집을 하나 마련해 줬는데, 얘가 거기에 들어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겨울이 되고 날이 추워진 뒤에 저 안에다가 핫팩 하나 던져 주면 어떨까? 그러면 거기서 밤을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길고양이들이 겨울엔 따뜻한 곳을 찾아서 갓 시동 꺼진 자동차의 엔진룸 안까지 들어간다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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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 작업실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심지어 저 아이의 친구인 듯한 다른 고양이도 가끔 목격되곤 했다. 얘는 꼬리가 있고, 쟤보다 야위었다는 것만 빼면 둘이 색깔이 완전히 동일하고 빼닮았다.
얘는 작업실 근처까지 온 적은 없어서 우리가 직접 밥을 주지는 못했다.
뭐 이런 일이 있었다~~ ^^

Posted by 사무엘

2024/09/15 08:35 2024/09/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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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답사기: 백운산

본인은 지난 2010년대 중후반에 등산을 여기저기 집중적으로 한 적이 있었다. 뭐, 설악산· 지리산 급이 아니라 그냥 인서울 뒷산 산책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그때는 이 블로그의 여행 카테고리도 등산 사진들로 가득 찼었다.
그러다가 2020년대부터는.. 딱히 코로나19와 관계는 없지만 등산 유행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내 관심사는 산 같은 자연 오지에서 아예 밤을 보내거나=_=;; 농작물을 키우는 것으로 확장됐는지 바뀌었는지.. 어쨌든 그렇게 됐다.

그 와중에 이번 어린이날 연휴 때는 뜻하지 않은 생소한 지역에서 오랜만에 등산을 하게 됐다. 바로 인천 영종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백운산.
높이가 256m라니 그냥 아차산이나 서울 남산 같은 아담한 산이다. 날씨도 아주 맑고 화창할 때 잘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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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은 공항철도 운서 역의 남동쪽에 있다. 하늘 고등학교, 인천 과학 고등학교 등 뭔가 교육과 관련된 시설들이 왠지 백운산의 서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이 산의 등산로는 저렇게 얼추 T자 모양이며, 본인은 저 '현위치'라고 적힌 지점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별로 크지도 않은 산인데, 생각 같아서는 동쪽 끝의 용궁사라든가 남쪽 끝의 백운사 방면으로 하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가용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 해서 그럴 수 없었다. 그냥 저 전망조망대와 백운정까지만 갔다가 돌아오는 걸로 경로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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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위치'의 주변은 이렇게 생겼다. 저 오른쪽의 계단을 오르면 된다.
이 당시 백운산에는 산책· 등산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으며, 옆의 차도는 차들이 잔뜩 세워져 있었다. 산행하는 사람들의 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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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는 길은 특별한 게 없고 온통 빽빽한 숲이었다. 나무들 덕분에 그늘이 많아서 좋았다. 주말마다 등산을 다니던 옛날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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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까지 2km 남짓한 거리 중에서 40% 정도를 간 지점인데.. 정자와 벤치와 테이블, 그리고 심지어 운동과 산림욕 시설까지 갖춰진 휴게소 같은 공터가 나왔다.
이런 곳에서 캠핑까지는 못 해도 2~3시간은 죽치고 앉아 있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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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또 산길이 쭉 이어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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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상이 임박했는지 뻥 뚫린 천장, 아니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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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정상이 등장했다. 웅장하기 그지없다~!
산 기슭의 각종 교육 시설들, 그리고 빽빽한 아파트들, 그리고 저 멀리 인천 공항 터미널까지.
이 맑고 더운 날씨에 안개가 있을 리는 없고.. 미세먼지 때문에 시야가 안 좋은 것 같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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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끝의 저 다리는 인천대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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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퀘스트에는 이런 경치 보상이 있는가 보다.
아까 그 입산 지점에서 여기까지는 1시간까지는 절대 아니고 50분이면 충분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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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의 근처에는 저렇게 커다란 정자가 있고, 옛날 봉화대를 재현해 놓은 기념물이 있었다.
정자는 드러누워서 쉬기 딱 좋은 모양이었으며.. 옆에는 이렇게 정상 표지석도 놓여 있었다.
작지만 산으로서 정상에 있을 건 다 갖춰져 있으니 개인적으로도 인상이 참 좋게 느껴졌다. ㄲ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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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를 지나서 동쪽으로 더 가면.. 요런 벤치와 평상이 나왔다. 여기나 저기나 나의 캠핑 본능을 자극하는 것 같다만.. ^^
내 취향을 저격했는지 "캠핑, 텐트, 취사 금지" 현수막이 주변에 걸려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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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패드가 요렇게 다른 공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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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건 헬리패드에서 저쪽을 내려다본 풍경..
원래 영종도에는 농촌· 어촌 마을 내지 자그마한 단독주택이나 빌라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온통 고층 아파트와 빌딩들이 올라가는 중이다.
나중엔 영종도가 중구에서 분리돼서 영종구 정도가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이상이다. 본인은 이 이상은 더 진행하지 않고 돌아왔다. 하산은 왔던 길 재탕이기 때문에 사진을 생략하겠다.
백운산에서 약 2시간 반 동안 좋은 시간을 보냈다.
더위에 대비해서 물이나 수건이나 자외선 크림을 더 챙기고, 돗자리 같은 거라도 챙겼으면 산에서 더 오래 있을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는 못해서 아쉬웠다.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자연과 벗하는 일상이 틈틈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4/05/12 08:35 2024/05/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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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을이 무르익어 간다. 날씨가 워낙 좋으니 밖에서 독서를 하기에도 좋고, 무엇보다 캠핑이건 비바크건 노숙이건.. 어쨌든 밖에서 자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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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잠이란 건 이렇게 자야 인간답게 아늑하고 포근하게 푹 잘 수 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
어디든지 으슥한 곳에서 돗자리 깔고 텐트 치고.. 아니면 텐트 없이 바로 침낭을 뒤집어쓰기만 하면 그곳이 곧 나의 숙소이다.

건물은 그냥 전기와 상하수도, 와이파이를 위해서 필요한 존재일 뿐이다.
밤에도 섭씨 두 자리수 기온은 추운 게 아니다. 침낭에 담요만 두르면 바로 따뜻해진다.
텐트 없이 잘 때도 긴팔은 추위 때문이 아니라 모기 때문에 필요했다.

그래도 날씨가 추워지면서 올해의 호박 농사도 끝나 간다.ㅠㅠ 호박 얘기는 나중에 추가로 할 것이고, 이 글에서는 본인이 지난 한글날 연휴 때 온라인 지인분과 가평에 다녀온 얘기를 좀 하고자 한다.

나 혼자 밖에서 잘 때야 저렇게 적당히 으슥한 곳 아무 데나 가서 노숙 수준으로 대충 자고 온다. 첨언하자면, 이렇게 텐트 치고 들어가서 혼자서 무슨 강력 범죄, 미제 살인/실종 사건, 대형 교통사고, 자연재해 같은 기사들을 읽고 있으면 등골이 오싹해지고 짜릿하고 제일 재미있다. ㅋㅋㅋㅋ

하지만 여러 사람이서 고기도 구워 먹고 놀려면 장소를 대충 잡아서는 곤란하다. 제대로 된 캠핑장이나 숙박업소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여름이 휴가 시즌이라면 가을은 캠핑 시즌인 듯? 서울 근교나 교외의 적당히 가까운 캠핑장들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 난리였다.

주말은 그야말로 1~2개월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못 쓰며, 그것도 날짜가 뜨자마자 바로 예약이 마감되는가 보다. 서울 사람들은 캠핑 못 가서 안달 나기라도 한 것 같았다. ㅠㅠㅠ
서울 하늘공원 근처의 노을 캠핑장이라든가 강동 그린웨이 캠핑장 같은 곳은 어림도 없다.

그래서 캠핑장 대신 평범한 민박, 펜션으로 타겟을 바꿔서 서울 북쪽 교외선 쪽의 장흥· 일영 유원지 일대도 알아봤다. 하지만 여기도 어지간한 곳은 주말에 찜하려면 2~3주 전 예약이 필수였다.
마치 평일에 에버랜드에 가는 것처럼 평일에 한적한 모텔이나 펜션, 캠핑장 잡고 놀아 보면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_-;;

그러니 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서 서울에서 점점 더 멀리 떨어진 오지까지 찾아보게 됐다.
낙찰된 곳은 남양주를 넘어서 가평.. 남이섬과 자라섬보다도 더 먼 곳에 있는 펜션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냥 숙소를 잡는 것에만 급급해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를 충분히 살펴보지 못했었다. 바로 앞에 맑은 시냇물(승안천)이 있네? 정도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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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함께 놀고 나서 이분들은 방에서 자고, 본인은 혼자 밖에서 잤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기는 용추 계곡이라는 긴 시냇물과 함께 ‘연인산 도립공원’ 산책로가 근처에 있었다.
그래서 이튿날 아침엔 용추 계곡을 왕복 9km에 가깝게 걸었다. 주변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고 대박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평까지 가게 됐는데 근처에 이런 보물이 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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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길게 뻗어나가는 시냇물이 가히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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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넓은 풀밭 공터도 눈에 띄었다. 이건 정황상 이건 옛날에 난립하던 불법 평상 같은 게 있던 공간이지 싶다.
이런 데서 돗자리 깔고 눕고 싶었다. 여기는 텐트는 당연히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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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이렇게 물이 깊고 많아지는 곳도 종종 나왔다.
날씨가 맑을 때였으면 경치가 더 아름다웠을 것이고, 이때보다 두세 주만 늦게 여길 찾아갔으면 나뭇잎들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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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길이 이런 좁은 흙길로 바뀌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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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치에 감동하여 본인은 10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물에 첨벙 뛰어들기도 했다. 운동화 대신 크록스 쓰레빠 신고 산책한 덕분에 입수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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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흔들바위가 있는 곳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저쪽으로 쭉 더 가면 연인산 정상까지도 도달하지만, 여전히 7~8km는 더 가야 하며 그건 지금 우리 여건으로 가능하지 않았다.
뭔가 의성 빙계 계곡 같은 분위기인데,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이 이렇게 길게 이어지니 너무 좋았다. 이거 나름 가평군에서 비교적 최근에 발굴하고 관광지로 개발한 거라고 한다. 빙계 계곡은 군립공원인 반면, 여기는 도립공원이라는 차이도 있다.

다 좋은데 여전히 아쉬운 건 돌아올 때의 교통이었다.
60번 서울-양양 고속도로.. 상행 방면에서 설악-서종-화도 사이의 미친 교통체증은 어찌할 길이 도저히 없는 건지 모르겠다. 지난 여름에도 제대로 고생했었는데..
화도 IC 내지 졸음 쉼터만 지나면 거짓말처럼 정체가 풀리는 걸 보니, 이건 사고 때문도 아니고 단순 교통량 증가 때문도 아니다. 유령 정체를 포함해 도로에 구조적인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다.

이래저래 서울은 동쪽이 양평이나 남양주 방면으로 놀러 나가는 방향이다. 주말에 동쪽으로 빠져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참 고생길인 것 같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10/17 19:35 2023/10/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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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화진포 해수욕장 + 화진포 관광지

주말이 아니라 평일이어서 그런지.. 여기는 크고 유명한 해수욕장임에도 불구하고 해변은 예상 이상으로 사람이 없고 아주 조용하고 황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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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예상 밖의 애로사항으로는.. 이 달밤--이 당시 커다란 보름달이 떴음--에도 바닷가가 하나도 시원하지 않았다. 바다가 지척임에도 불구하고 바람도 전혀 불지 않고 그저 덥기만 했다.
텐트를 세팅하는 동안 땀을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에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바닷물에 뛰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 뒤에 모래와 바닷물을 털어내는 뒷감당이 부담스러운 지경이었기 때문에 못 했을 뿐이다.

새벽에도 이제 땀이나 안 나는 정도이지, 전혀 시원하지 않았다. 그 대신 습도가 높았는지, 텐트가 밤에 비 대신 이슬 폭격을 맞아서 다 젖었을 뿐이었다. 기온이 별로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이슬이 이렇게 많이 맺힌 건 습도 탓이겠지..;
개인적으로는 이슬 물기라도 수건에다 적셔서 더위를 식히는 데 활용할 수 있었다.

그래도 모래밭은 잔디밭 이상으로 푹신하고, 파도 소리는 자장가처럼 들려서 좋았다. 이런 건 계곡이나 시냇가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다.
여기는 네임드 메이저 해수욕장이어서 그런지 모래밭에서도 공공 와이파이가 잡혔다. 내일은 벌써 연휴 마지막 날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라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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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쯤에 일어나서 날이 서서히 밝아지는 걸 지켜봤다. 그 뒤, 더 더워지기 전인 아침 7시쯤에 물놀이를 시작했다. 이미 6~7시쯤에 해가 뜨자마자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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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송지호 만만찮게 물이 맑고 얕고 정말 좋았다.
간밤에 너무 더워서 쌓였던 땀과 피로를 속 시원하게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이로써 어제부터 오늘까지 송지호, 명파, 화진포 이렇게 해수욕장 3개를 성공적으로 섭렵했다~~ ^^

8시 무렵이 되자 텐트를 흠뻑 적셨던 이슬은 순식간에 증발하고 없어졌다. 밤에도 별로 시원하지 않았는데 이젠 텐트 안에서 지내는 게 도저히 불가능해졌다.
1시간 남짓한 물놀이를 마친 뒤, 텐트를 철수하고 짐을 쌌다. 짐이 워낙 많아서 한번에 다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침구류 같은 건 화장실에 다녀올 때 조금씩 차에다 미리 옮겨 놓기도 했다.

씻고 옷 갈아입고 텐트와 매트에서 모래를 완전히 털어내는 것도 무척 신경 쓰이고 귀찮았다. ㅠㅠ
물에서 나온 직후에는 한동안 덥지 않고 시원하고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러나 뒷정리를 하느라 땡볕 아래에서 오랫동안 있으니 그 보호막이 없어지고, 물놀이 전의 더운 상태로 몸이 되돌아갔다. ㅠㅠㅠㅠ

바다는 계곡에 비해 이런 뒷정리가 참 번거롭긴 하다. 이러니 모래밭 말고 풀밭에 나무 그늘 있는 별도의 바닷가 캠핑장이 장사가 되는 것 같다. 거기는 차와 화장실과 수돗물도 훨씬 더 가까이 있고, 돌아다닐 때 모래 털어낼 걱정도 안 해도 되니까.. 단지, 텐트에서 바다까지의 거리가 더 멀어진다.

아침 9시쯤에 화진포 해수욕장을 빠져나왔다.
본인이 들렀던 해수욕장들은 모두 주차비를 징수한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차단기까지 동작하면서 주차비를 징수한 곳은 화진포 한 곳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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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호와 화진포는 육지 쪽에 호수가 있고 바닷가에 자그마한 바위섬이 있는 게 공통점이다.
그래서 화진포의 성(일명 김 일성 별장) 같은 곳에서 바닷가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고개만 돌리면 호수를 목격할 수 있다.
예로부터 돈과 권력 있는 사람들이 괜히 이 오지까지 찾아가서 별장을 만든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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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호수와 바다 사이의 캠핑장 구간에는 이렇게 숲길이 잘 꾸며져 있었다. 날씨가 더웠지만 이 기회에 여기 산책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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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전후에 공산주의자와 민족주의자 간 내란이 발생할 여지가 없게 해 달라
  • 한반도엔 소련이 개입하지 않고 미국이 단독 진입해야 된다.
  • 북괴는 저렇게 놔 두면 언젠가 반드시 침략해 올 거니까 남한 땅에 제발 일정 수준 이상의 군사력을 남겨놔야 된다. 일본군 무장 해제만이 장땡이 아니다.
  • 우리는 공산당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공산주의를 빙자한 반역 매국질을 반대하는 거다.
  • "아니, 백범 그 양반은 북한과 대화를 하려면 스탈린을 찾아가야지, 왜 김 일성을 찾아가는가?"

아아~ 건국 대통령 리 승만 할배는 저 정도로 선각자 초인이었다. 단지, 신이 아니라 인간이었기 때문에 지상락원 유토피아까지는 못 만들고, 그냥 지지고 볶고 흑역사도 있는 현실 속의 최선, 아니면 끽해야 차선의 국가를 세웠을 뿐이다.
귀가를 앞두고 화진포 리 승만 대통령 별장을 오랜만에 다시 들러서 국뽕을 한 사발 충전했다.

미국이 할배의 말을 안 들어서 우리나라가 이 지경이 됐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도 얼마나 불필요하게 고생하고 삽질을 했나 모른다.
그런데 우리도 가난하고 아무 힘이 없어서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는 처지였으니, 마냥 미국 탓을 할 수는 없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고 한계였으니 말이다.

잠깐만 험악한 막말 좀 하겠다.
리 승만이 분단의 원흉이네, 전쟁 벌여 놓고 튀었네 이 X랄 하는 개새X들,
천안함 함장보고 경계에 실패한 패잔병 씨부리는 씨X놈들. (우리가 군한테 큰 권한을 준 적은 있었냐. 무조건 선빵 맞은 뒤에만 대응 가능하고, 예방 전쟁, 선제공격, 보복 한번 못 한 주제에.. 이건 뭐 군대가 아니라 자위대지..)

그래도 걔들도 인간이니까 먼저 갱생의 기회는 줘야지. 팩트와 정답을 친절히 알려줬는데도 산업화되고 회개하지 않는다면 다 대가리에 총 갈겨서 쏴 X여 버려야 된다.
리 승만 별장에 단체 관광으로 찾아온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좋았다. 이 기붕 별장, 화진포의 성, 화진포 생태 박물관도 다시 들르기는 했는데.. 물론 7년 전 대비 달라진 것도 있지만, 사진 소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이상이다.
서울로 돌아갈 때는 7번 국도를 따라 남쪽 속초와 양양까지 갔다. 하조대 해수욕장 구경까지 잠깐 한 뒤 서울-양양(60) 고속도로를 전구간 이용해서 귀가했다.
이 도로는 긴 터널이 정말 많았다. 중부나 외곽순환 같은 익숙한 고속도로를 전혀 경유하지 않고 서울 시내로 진입하니 느낌이 색달랐다.

강원도 북쪽 끝에서 서울까지 거리가 생각보다 길지 않아서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것 같았다. 홍천-춘천 사이에서 차가 많아져서 약간 막혔지만 이 정도는 견딜 만했다. 그러나 남양주에 도달한 서종-화도 사이에서 정말 미칠 것 같은 끔찍한 정체의 헬게이트가 시작됐다.

새로 들어오는 차량들, 공간을 차지하는 일부 고장 차량들, 차로가 줄어드는 구간 등의 요인이 겹쳐서 차들이 나아가질 못했다. 차가 제대로 달리지 못하니 에어컨도 찬바람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운전이 더욱 괴로워졌다. 바깥 공기는 뜨거운 한증막 같아서 창문을 열 수도 없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여기는 도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상습 정체 구간이랜다. 그런데 어차피 주변의 다른 국도들도 왕창 막히고 있기 때문에 딴 데로 우회할 수도 없고.. 도로가 확장이 어려운 고가· 터널 일색인 데다 민자 구간(경춘)도 섞여 있어서 뭘 어찌하기가 난감한 지경이라고 한다.

뭐 이렇게 휴가를 잘 마치고 돌아왔다. 올해 정도면 2018년 폭염보다 더한 걸까? 무더위가 어서 좀 식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후일담으로 일영· 장흥 계곡이나 안양 병목안 계곡도 가 보고 싶다. 그리고 올해 유일하게 폭염경보가 없었다는 평창 대관령 일대도.. 앞으로 여름에 계속 이렇게 더우면 그런 곳도 차차 개척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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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7 19:35 2023/08/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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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송지호, 명파 해수욕장

텐트 안에서 편안하게 잘 자고 일어났다.
여기도 전날 저녁에는 좀 더웠지만, 새벽이 되자 텐트 창문을 닫아도 될 정도로 시원해졌다. 여기는 저녁에는 뱅이골 공원보다 덜 더웠고, 그 대신 새벽에 시원한 것도 뱅이골 공원보다 덜했다. 온도 변화가 더 작은 것 같다.

아침 8시 무렵이 되자 어김없이 뙤약볕이 내리쬐면서 주변이 몹시 더워졌다. 이제 냇가에서 물놀이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한 뒤, 텐트를 철거하고 고성으로 길을 떠났다. 차창 밖에는 꼬불꼬불 산길과 들판, 개천이 차례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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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고성의 남쪽으로 가서 지금까지 말로만 들었던 송지호 해수욕장에 들렀다. 시간은 아침 9시 무렵..
지금까지 계곡과 냇물에서만 물놀이를 하다가 넓은 동해 바다를 접하니 정말 감격스러웠다.
전날 바닷가에서 야영을 했는지 모래밭엔 텐트 몇 개가 이미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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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수욕장이 인기가 많은 이유를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모래밭이 왕창 넓으며, 반대로 동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물이 잔잔하고 얕았다. 거의 100미터 이상 들어가야 내 가슴과 목까지 물이 차더라.
쉽게 말해 황해의 얕음에다 동해의 맑고 시원함이 결합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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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 동안 시원한 바닷물 속을 거닐면서 무더위를 완전히 날려 버렸다.
너무 시원해져서 “이거 뭐 하나도 안 더운데? 피서 괜히 온 거 아냐?” 이런 배부른 생각까지 하다가..
물놀이를 마친 뒤에 열받아서 뜨겁게 달궈져 있는 핸드폰을 만지면서 현타를 체험하는 거.. 이게 개인적으로 최고로 치는 피서 경험이다.

바다는 물의 행동 패턴이나 물놀이 하는 방법이 계곡· 냇물과는 완전히 다르다.
바다는 모래와 소금물 씻어내기라는 후처리가 필요해서 물놀이를 하는 게 다소 번거롭다. 그리고 물놀이를 하는 동안에는 그늘의 혜택을 전혀-_-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피부가 더 타기도 쉽다.
그래도 계곡하고는 비교할 수 없이 넓고, 물 속 바닥 지형이 더 부드러운 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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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소지품의 맨 위에다가 호박 쿠션을 올려 놓으니 멀리서도 눈에 잘 띄고 좋았다~~~ ㅋㅋㅋㅋㅋ
해수면과 모래밭이 이렇게 높이 차이가 나는 건 황해는 절대 해당사항이 없지. 동해 맞다.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는 근처의 카페(샌드스케치)에서 오전 내내 쉬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옷을 말리고 인터넷을 확인하고, 노트북과 폰과 배터리를 잔뜩 충전하면서 보급을 넉넉히 받았다. 어제 진부령 캠핑장에서는 꽤 오랫동안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배터리를 또 왕창 소모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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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국도 7을 타고 북쪽으로 한참을 달려서는.. 대한민국 최고위도 최북단에 있는 명파 해수욕장을 찾아갔다.
고성군은 서쪽이 몽땅 산이며 휴전선도 거의 수직으로 쫙 그어져 있다. 그래서 종축 간선 도로인 7번 국도의 좌우로 마을이나 해수욕장이 포도송이처럼 송송 매달려 있는 형태이다.

송지호에서 명파까지는 직선 거리로 25km가 넘었다. 도로는 쌩쌩 달리기 좋긴 하지만 조금 달릴 만하면 교차로 신호에 걸려서 서야 하는 게 애로사항이었다. 아무래도 고속도로가 아니니까.. =_=

송지호 해수욕장 주변은 제법 마을이 있고 으리으리한 호텔도 지어져 있었던 반면, 명파 주변은 자본주의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듯이 낙후한 시골 깡촌이었다. 7번 국도 구도로를 끼고 산길을 오르내리면서 접근하는 것도 훨씬 더 불편했다. 뭐, 여기는 통일 전망대 검문소가 지척에 있을 정도의 최북단 오지이니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다.

7년 전에도 여길 가 본 적이 있었는데 이 정도로 차이가 났었나? =_=;; 물론 그때는 해수욕장이 폐장 상태였기 때문에 명파는 해변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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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파는 모래밭과 해변의 크기도 송지호보다 더 작았다. 하지만 낮 시간이고, 또 전국 최북단이라는 인지도가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피서객이 많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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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여기서도 30분이 넘게 2차 물놀이를 하면서 또 시원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해수욕장이 규모가 작으니 주차장에서 모래밭까지, 모래밭에서 바닷물까지 거리가 짧고 금방 갈 수 있었다. 이게 의외로 편하고 좋았다. ^^

현장에 있던 당시에는 명파나 송지호나 수질은 비슷하고 명파가 좀 더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명파는 송지호보다 물이 덜 맑은 것처럼 찍혔다. 시간대와 광량, 카메라의 상태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진짜로 그런 수질 차이가 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명파에서 물놀이를 마친 뒤에는 고성군에서 중심부에 속하는 간성읍에 갔다. 여기서 개인적인 쇼핑과 잉여질을 하고, 낮잠도 한숨 자면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보급을 받았다.
읍내의 도로에는 의외로 "30분 이상 주차 시 단속"이라는 페널티가 걸려 있었다. 해수욕장 때문인지 양구· 인제보다는 주차 조건이 더 빡빡했다. 그래서 차를 오래 세우려면 골목 같은 더 구석을 찾아 들어가야 했다.

해가 진 뒤, 이번 여행의 종지부를 찍은 곳은 화진포였다. 여기도 7년 전에 들러 보긴 했지만, 그래도 경치가 워낙 좋은 곳이니 또 들를 가치가 있어 보였다.
캠핑도 여기 모래밭에서 했다. 이로써 강가 캠핑과 바닷가 캠핑을 모두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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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5 08:35 2023/08/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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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후 보급 + 진부령 유원지

이렇게 두타연과 첫 물놀이 미션을 마친 뒤엔 더 동쪽의 인제· 고성으로 향했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게 됐는데..
전날 캠핑을 했던 장소인 뱅이골 공원에 다시 들러서 여기서 잠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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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시각은 12시 반. 정말 살인적인 뙤약볕이 내리쬐었지만 이 그늘 아래의 벤치는 생각보다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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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원은 쉬거나 캠핑을 하는 장소로 정말 좋은 것 같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완전 한적하고 조용하고 자연의 정취가 느껴지고.. 이런 곳에서 최대한 오래 머물러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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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에서 인제로 갈 때는 국도 31을 타고 쭉 달렸다. 이 도로로 진입하기 위해서 어제 들렀던 파로호 부근까지 되돌아가야 했다.
이거 말고 다른 길은 지방도 453이 있더라. 얘는 양구 해안면 펀치볼을 경유하는 꼬불꼬불 산길인데.. 경치는 좋을 것 같지만 딱 봐도 경로가 국도 31보다 더 삽질스러워 보여서 그리고 가지 않았다.
하긴, 7년 전에는 제4 땅굴과 을지 전망대를 보러 해안면으로 갔으니 저 길을 지나갔지 싶다.

산을 하나 넘고 긴 터널을 지나니 행정구역이 인제로 바뀌었다. 가는 길에도 시냇물과 계곡을 몇 번이나 마주쳤으며, 거기에도 대낮부터 텐트 치고 캠핑하는 사람이 여럿 보였다.
본인은 인제군 원통리 읍내에서 그야말로 총체적인 보급을 받았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으며, 근처 카페에 들러서 약 2시간 동안 인터넷을 확인하고 노트북과 폰, 보조 배터리를 가득 충전했다. 여기가 정말 오아시스 같았다.

그 다음 인제에서 고성으로 가는 길(국도 46)도 아주 경치 좋은 산길이었으며, 산을 하나 넘으니 계곡을 나란히 따라갔다. 이런 길을 오랫동안 운전하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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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과 진부령이 나뉘는 갈림길 부근에서는 온통 황태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던데.. 그뿐만 아니라 이런 명물이 있었다.
'매바위 인공 폭포'라고 높이 83미터짜리 폭포라고 한다. 그 많은 물을 어디서 어떻게 저 높은 곳까지 끌어올렸다가 떨어뜨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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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보라와 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못해 쌀쌀할 정도였다. 여기도 정말 훌륭한 피서지였다.
그리고 저 맑은 물에 바로 뛰어들어서 몸으로 폭포수를 직접 맞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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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령 정상에 도달했다가 쭉 내려가는 도중엔 이렇게 졸음 쉼터가 잘 꾸며져 있었다. 지방도 460에 있던 그 해산 전망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제 날도 슬슬 저물고 있는데, 이런 풀밭에 텐트를 치고 자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하지만 여기는 물놀이를 할 곳이 없고 화장실도 없으니.. 원래 캠핑을 하기로 계획한 곳까지 그냥 갔다.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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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이다. 둘째 날 캠핑을 한 곳은 진부령 유원지이다. 이번에는 아무도 없는 오지가 아니라 정식 캠핑장을 찾아갔다.
어쩌다 보니 입장료 지출까지 하게 됐지만, 이게 나름 장점도 있었다. 시냇물이 바로 코앞에 있는 곳에다가 차를 대고 텐트를 칠 수 있었으며, 수돗물과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캠핑장에는 나 말고도 텐트를 친 팀이 3개 정도 더 있었다. 의외로 애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는 아니고 다들 중· 장년 아저씨들이었다. 그래도 캠핑장의 면적에 비해 이 정도면 아주 조용하고 한산하고 공간이 충분히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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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은 맑고 시원하고 양도 많았다. 얕아 보여도 깊은 곳은 나름 가슴까지 물이 찼다.
낮에 이어 저녁에도 온몸을 시냇물에 담그니 무더위가 완전히 날아가고 세상 근심 걱정까지 다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물놀이를 마친 뒤엔 텐트 안에 누워서 글과 코딩 작업을 했다.

이렇게 여행 둘째 날이 저물었다. 지금까지 산과 계곡을 즐기는 여행을 했다면, 다음 날부터는 바다를 즐길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8/13 08:35 2023/08/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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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타연 + 물놀이

새벽에 뭔가 싸늘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떴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주변은 더워서 땀이 날 정도였는데 지금은 기온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뚝 떨어져 있었다. 텐트 창문을 닫고 심지어 텐트 커버를 덮어야 할 정도였다.

유일한 애로사항이던 무더위가 해소되니 여기는 진정한 지상락원 무릉도원으로 거듭났다. ^^ 먼 길을 달려 피서를 떠난 보람이 있었다. 이 상태로 아침 8시 무렵까지 있으면서 푹 잘 쉬었다.
(스포일을 미리 하자면.. 이게 이번 강원도 여행 전체를 통틀어서 경험했던 가장 시원한 밤이었다. ㄲ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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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벌써부터 열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텐트가 나무 그늘 아래에 있었던 덕분에 아직까지는 별로 덥지 않았다. 이제 여기서 북쪽으로 몇 km 남짓 더 가서 두타연 관광을 떠났다.

두타연~~!! 평화의 댐 근처에 이런 게 있다고 얘기는 어렴풋이 들어 왔지만, 민통선 안에 있다고 그래서 지금까지 범접하지 못했다. 지금은 1회당 최대 100명씩 하루에 3번만(아침 10, 오후 1, 오후 3) 군인들의 통제 하에서 입장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나야 제일 이른 아침 10시를 선택했다.

저기는 민통선 안이기 때문에 들어가려면 마치 국제선 비행기를 타는 것 같은 보안 검색을 거쳐야 했다. 차 뒷좌석과 트렁크를 군인에게 형식적으로나마 보여줘야 했을 정도이니..
그 뒤 수십 명의 인원이 자기 차를 몰고 일렬로 늘어서서 한꺼번에 입장하고 퇴장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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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민통선 입구(안내소)에서부터 두타연 바로 근처의 내부 주차장까지도 수 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그 찻길은 몽땅 비포장이더라. 한번 주행하고 나면 차가 흙먼지를 왕창 뒤집어쓰기 때문에 세차를 해 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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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편한 절차를 감내하고 결국은 두타연 계곡을 보게 되었다. 강물이 한데 고였다가 흐르는 커다란 계곡? 물웅덩이 내지 폭포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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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경치는 듣던 대로 정말 아름답고 한편으로 웅장했다. 하지만 힘들게 찾아갔는데 여기서 물놀이나 캠핑을 할 수 없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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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의 자유도는 단체 패키지 관광보다 약간 나은 정도였다. 그냥 서너 팀 정도로만 갈라져서 군인이 지켜보는 상태로 1시간 남짓 머무르는 게 전부였다. 가이드만 따라다닐 수도 있고, 가이드의 페이스가 답답하면 몇몇 무리에 껴서 이탈할 수 있었다.
(원래는 이 정도까지 통제는 안 했댄다. 허나, 최근의 그 미군 월북 사건을 계기로 보안이 더 강화됐다고.. =_= 아놔 그거랑 이게 뭔 상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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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아래에서 한 컷.. 이런 몇몇 지점에서 계곡 물에 손발을 잠깐 담그는 것까지만 가능하다. 이런 곳에서 제대로  쉬지를 못하고 그냥 눈요기만 하고서 허겁지겁 돌아와야 하다니. ㅠㅠㅠ
모든 관광객들은 목걸이를 받는데, 거기에 GPS가 달려 있다고.. 돌발행동이 감지되면 군인들이 바로 출동한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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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연 소개는 이 정도까지 하련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는 민통선 이북 특유의 자연 경치 하나는 정말 죽여 준다.
그러나 나 정도로 안보 관광에 관심이 있거나 자연 계곡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런 보안 불편을 감수하고까지 꼭~~ 갈 만한 곳이라고는 말을 못 하겠다. 물놀이 텐트질을 할 거면 그냥 여기보다 더 서쪽의 천미 계곡을 한번 더 가는 게 나을 테니까.
여기는 특별한 곳에 한번 와서 이런 비경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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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연 입장 안내소로부터 1.5km 남짓 남쪽에는 다리 아래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여기는 두타연과 달리 입장에 아무 제약이 없다. 그러니 본인은 여기서 물놀이를 하면서 더위를 식혔다. 시원한 냇물에 온몸을 적시니 낮 기온 35도에 달하는 폭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오전 시간을 이렇게 보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8/10 19:36 2023/08/1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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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하순부터 두 주 가까이 우리나라엔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덥다. 아주 가끔씩 국지적인 소나기 정도나 찔끔 내린 것 같지만.. 무더위의 해소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되었다(서울· 수도권 기준). =_=;;
그나마 그 직전에 워낙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이 와중에 가뭄 걱정이 없는 건 다행이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에어컨을 그렇게 많이 틀어댔을 텐데 전기 공급에 트러블이 딱히 없는 것도 다행..

본인은 지난 현충일 연휴로부터 거의 두 달 뒤인 7월 말과 8월 초에 걸쳐서 강원도 동북부에 여행을 다녀왔다. 날씨가 저 지경이니 하계휴가로서는 이때가 정말 최적의 시기였다.
현충일 때 철원과 화천에 갔다면, 이번에는 더 멀리 동쪽까지 가서 양구와 고성을 찍고 바다에 도달했다. 3박 3일 동안 계곡과 바다를 모두 구경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은 7년 전, 2016년에 다녀왔던 여행과 일부 겹치는 구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워낙 옛날이기도 하고, 또 그때는 해수욕장이 폐장한 9월 초에 간 것이었기 때문에 피서 효과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

또한, 지난 6월 여행 때는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강원도 북부를 다녔기 때문에 고속도로는 포천-구리(29)밖에 이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춘천까지 서울-양양(60) 고속도로를 타고 순식간에 이동했다. 강원도에 가는데 영동(50) 고속도로를 전혀 이용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강촌 IC를 앞두고 홍천강을 건널 때, 다리 아래의 풍경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거기 강변엔 유원지와 캠핑장이 있어서 차량과 텐트들이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늘어선 상태였기 때문이다. 오~ 저기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가 보고 싶다.

철도와 잠시 비교를 해 보자면.. 영월과 태백을 찍고 강릉으로 올라가는 기존 태백선과 영동선 철도는 고속도로로 치면 40과 비슷할 정도로 너무 남쪽으로 우회한다.
그나마 50과 대등한 강릉 방면 준고속선 철도가 2010년대 말에 평창 동계 올림픽 덕분에 만들어지긴 했다. 그러나 그 무렵엔 고속도로는 50보다 더 올라가는 60이 만들어지면서 격차가 다시 벌어지게 됐다. 과연 60에 대응하는 철도가 만들어지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1. 파로호, 뱅이골 공원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뒤, 춘천 동부 외곽에서 양구까지는 46번 국도를 따라 이동했다. 길은 대체로 2차로이지만, 터널이 많고 곧고 길게 잘 뚫려 있었다. 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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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외국어 고등학교, 양구 선사 박물관, 양구 역사 체험관을 거쳐서 파로호 한반도섬 부근에 도달했다. 토요일 오후에 좀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이때는 이미 저녁 6~7시가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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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뭔가 팔당호에 있는 팔당 물안개 공원 내지 두물머리 공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기는 꼭 가고 싶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1시간 남짓 산책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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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 그늘은 한낮에도 생각보다 시원할 것 같다. 밤에 혼자 이런 곳에 텐트 치고 있어도 무척 아늑하고 시원할 것 같긴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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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다들 이렇게 생겼던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렇게 자그마한 갈대밭 위로 목재 데크 산책로만 있는 지역은 진짜 한반도섬이 아니었다. 저기서도 다리를 건너서 건너편으로 한참을 더 가야 한반도섬이 나왔다.
진짜 한반도섬은 자동차까지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정말 큰 육지이고, 안에 온갖 건물과 조형물까지 있더라만.. =_=;;

나는 그냥 넓은 주차장 공터가 있고 한반도섬 이정표가 있는 강변에서 막연히 산책을 시작했는데, 거기는 한반도섬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안내가 거기엔 충분히 돼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난 한반도섬 근처의 갈대밭 습지만 산책하다가 돌아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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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아무 배경지식 없이 갔다가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 뭐냐 하면..
파로호라는 것 자체가 ‘화천 파로호’와 ‘양구 파로호’로 나뉘어 있고, 둘은 사실상 별개의 호수라고 봐야 할 정도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7년 전에 화천댐과 함께 전망대, 안보 전시관을 끼고 있던 파로호는 북한강을 낀 전자이다.
그러나 한반도섬이 있는 이 파로호는 양구 서천을 낀 후자이다. 이런~
철원 마현리와 화천 마현리는 그래도 인접해 있기라도 하지만 화천 파호로와 양구 파로호는 그렇지도 않다. 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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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호를 떠나서 더 북쪽으로 가니 국도 31을 벗어나 꼬불꼬불한 산길인 지방도 460이 나왔다. 이 길가에 '뱅이골 공원'이라는 게 있어서 본인은 여기 풀밭에다 텐트를 치고 드러누웠다. 이때쯤 되니 시간도 밤 8시를 넘어가고 날이 저물었다. (위의 사진은 이튿날 아침에 찍은 것임 =_=)

여기는 정말 환상적인 장소였다.
푹신한 잔디밭이 넓게 깔려 있으면서 은폐성 좋고 적막하고 주변에 아무도 없고, 주차 공간 넉넉하고 차와 아주 가까이에서 캠핑 가능하고..
정말 지상락원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여기는 다른 벌레가 돌아다닐지언정, 모기도 없는 것 같았다.

단, 날씨가 날씨이다 보니 해가 진 뒤에도 텐트 창문을 열고 물을 적시면서 버텨야 한다는 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었다.
비탈 아래에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긴 했다. 하지만 수풀이 너무 무성해서 지금 차림으로는 더 내려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환상적인 캠핑을 즐기다가 곧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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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8 08:35 2023/08/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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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천의 계곡들

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6~7시쯤부터 이미 햇볕 열기가 느껴지고 추위가 풀리는 듯했다.
여기는 밤과 새벽에는 어제의 한탄강 주변보다 더 추웠고, 아침에는 거기보다 더 빨리 따뜻해진 것 같았다.
이 좋은 곳에서 더 오래 머물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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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 주변은 경치가 정말 멋지긴 한데, 7년 전에 가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특별히 사진을 더 찍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 한적한 화천-양구 일대에서 월요일 평일 아침을 맞이하다니.. 이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평화의 댐은 국가 기간 시설인 댐, 그것도 위험한 최전방에 있는 댐인 관계로, 주변 아무 데서나 호락호락 캠핑을 할 수는 없댄다. 아래의 강 주변에 오토캠핑장 정도나 있고, 여기에는 사람들이 여럿 이미 캠핑 중이었다.
본인은 거기를 지나서 더 북쪽으로 더 가 봤는데.. 여기서 그만 지상락원을 발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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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천미 계곡이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양구라고 한다. 예전에는 민통선 안에 있었는데 피서 관광 수요 때문에 민통선이 더 북으로 물러나는 걸로 개정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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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처럼 맑고 시원한 물, 아니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물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제일 깊은 웅덩이에는 물이 가슴 정도까지 찼다. 바닥은 진흙이 아니라 깔끔한 자갈이었다.
나름 자동차로 접근하기 좋고, 주변에 깔끔한 화장실도 있어서 1박 정도 하기에도 좋았다.

난 여기서 물놀이를 하고 그늘에서 좀 쉬면서 2시간 정도 머물렀다. 여기에 있으니 정말 행복했다.
그러고 보니 '두타연'이라는 곳이 그렇게도 유명하다는데, 그건 여기보다도 동쪽으로 한참을 더 가야 나오는 듯하다. 난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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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다음으로는 서남쪽으로 화천과 춘천 사이에 있는 사창리 마을로 향했다. 거기로 가는 길도 북한강을 따라 호수도 나오면서 경치가 아주 아름다웠다.
7년 전에 지나쳤던 화천댐을 다시 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쪽 파로호 쪽이 아니라 서쪽으로 갔다.
강변 도로를 벗어난 뒤엔 철원-화천-양구 못지않게 굽고 가파른 산길이 이어져서 운전이 아주 재미있었다(국도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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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창리에 도착해서는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고 인터넷을 확인하고 노트북을 충전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음식과 취사 도구를 잔뜩 챙겨서 캠핑지에서 밥을 해 먹는데, 나는 그러지 않고 오지 캠핑지에서는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잠만 잤다. 먹고 마시는 보급은 마을에서 한다. ^^

벌써 셋째 날 오후가 됐으니 이제는 포천· 서울 방면으로 발길을 돌렸다(지방도 372).
내비 지도에 나와 있지도 않은 작은 개울이 길 옆으로 계속 지났는데, 아니나다를까 광덕 계곡이라는 게 있었다. 여기도 맑고 시원한 물이 많이 흐르고 천미 계곡 만만찮게 환상적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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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난 이런 걸 보면 정말 환장한다. ^^ 지상락원 2인 듯..
내려가서 접근하기가 좀 빡셌지만, 난 그런 건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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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당장 내려가서 물놀이를 하고, 바위에 앉아서 컴퓨터 작업을 하며 좀 쉬었다. 아무도 없는 계곡에서 자연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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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 계곡을 지난 뒤에도 계곡 내지 개울물이 길을 따라 계속 이어졌다. 나중에는 백운 계곡이라는 곳도 지났는데, 여기서는 물놀이를 하지는 않고 구경만 하고 넘어갔다. 여기는 주변에 식당도 이미 많이 들어서 있어서 자연을 즐긴다는 느낌이 훨씬 덜 났다.

이렇게 계곡 구경을 실컷 한 뒤, 포천으로 가는 국도 47에서 오랜만에 속도를 냈다. 시속 80 이상을 밟아 보고 신호 대기와 도로 정체를 보는 게 참 오랜만인 것 같았다. 철원이나 화천에 비하면 서울과 많이 가까워졌지만 그래도 집에서 여전히 60km 이상 떨어져 있었다.
5시 반쯤엔 길가의 중국집에서 밥을 사 먹었다. 그러고 보니 이게 오늘의 최초이자 유일한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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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보니 포천천이라는 강이 있었다. 차를 세울 수 있고 한적하고 강가에 접근도 어렵지 않아 보이니, 오늘 밤엔 여기서 텐트를 쳤다. 아침에 봤던 맑은 계곡에 비하면 수질이 아쉽지만, 이렇게 외박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해가 지자마자 좀 일찍 잠들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새벽 1시쯤에 눈을 떴다. 텐트를 철거하고 차로 돌아와서 곧장 서울로 귀환했다. 구리-포천 고속도로(29)에서 시속 150 가까이 밟으며 잘 달렸다.

이상이다. 이렇게 중북부 전방 지상락원 여행을 잘 마쳤다.
지난 2021년과 2022년은 우한 괴질 창궐과 몇몇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여름에 장거리 여행을 못 했다. 그냥 양평이나 영종도 정도나 다녀오고 말았는데..
이제 올해는 장거리 여행을 가고 그것도 몇 차례에 나눠서 갈 생각이다. 올 7~8월 사이엔 몇 년 동안 못 갔던 강원도 동해 바다에 다시 가 보련다.

계곡이 너무 아름다워서 은퇴하고 나서는 화천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진지하게 들었다.;; 여기서 호박 농사 짓고 애완용 멧돼지도 키우는 걸로.. ^^

Posted by 사무엘

2023/06/24 08:35 2023/06/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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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았다 뜨니 이튿날 새벽 5시 반이었다. 텐트에서 잘 자긴 했는데, 이 시간엔 날씨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쌀쌀했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난 침낭을 쓸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텐트 밖으로 나가니 지금이 무슨 10~11월은 된 것 같았다. 그나마 텐트 안은 바깥보다 훨씬 더 따뜻해서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지낼 만했다. 극과 극인 일교차를 다시 실감했고, 시원한 여기까지 찾아간 보람을 느꼈다.

철원에는 한킹을 사용하는 말보회 계열 지역교회가 있더라. 일요일이니 본인은 거기 가서 예배에 참석했다.
언뜻 본 기억으로 온 사람이 20여 명 정도 온 것 같았다. 이 시골에 이런 마이너한 교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목사님 부부를 포함해 교회 사람들이 본인을 아주 반갑게 환영하고 맞이해 주셨다. 목사님 부부는 평일에는 다른 생업이 있으신 듯했으며.. 사모님이 아주 당차고 믿음이 굳건하신 것 같았다. 그리고 아들이 아니라 딸이 있어서 예배 때 플루트를 부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교회에서 오전· 오후 예배에 참석하고 점심을 먹고 노트북 배터리도 든든히 충전했다.
여기 근처에 박 정희 대통령의 군 전역 기념 공원(현재 명칭은 군탄 공원)이 있다고 해서 잠시 들른 뒤, 다음으로 동북쪽 화천 방면으로 길을 떠났다(국도 5). "본인과 같은 불운한 군인이 다시는 없기를 바랍니다" 이 유명한 말을 한 곳이 여기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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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이렇게 생겼고 넓은 풀밭이 잘 꾸며져 있었다. 국도 43호선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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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쪽 구석에 이렇게 박 정희 대통령을 기리는 조형물--동상, 기념비, 친필 석판--들이 세워져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박 정희 기념관 방문 같은 체험을 하고 가는구나. ^^.

(그나저나 박 정희도 그렇고 나중에 전 두환도 그렇고.. 이 사람들은 현역 시절에 유의미하게 복무한 계급은 투스타 소장이다. 중장은 몇 달 정도만 달고 있다가 대장으로 진급하고, 그러고 나서 거의 직후에 전역했다. 그래서 최종 계급은 다들 포스타인데..
장군 계급장이 무슨 병 작대기 계급장도 아니고 뭐냐..;; 전역하는 달 내지 당일에 병장 달아 주고 전역시키는 것 같은 느낌이다. -_-;; )

3. 철원-화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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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탄 공원을 둘러본 뒤, 본인은 국도 43호선을 타고 북쪽 끝까지 이동했다. 길은 저렇게 전형적인 좁은 시골길 모양이었다.
9년 전에는 제일 동쪽 끝까지 갔던 게 전선 휴게소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동쪽이다.

그런데 국도 43에서 국도 5로 갈아타는 길목이 민통선으로 막혔고 더 진행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남쪽으로 도로 후퇴해서 국도 56을 타고 막힌 구간을 우회한 다음에야 국도 5의 화천 방면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 부분에서 예기치 못한 삽질을 좀 했다.
서쪽의 지방도 464도 일부 구간이 민통선으로 막혀 있는데.. 여기도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이걸로도 모자라서 철원과 화천을 왕래하는 국도 5호선 산길도 통째로 다 민통선 안이다.
하지만 여기는 외지인은 자기 연락처를 알려준 뒤, 임시 통행증을 받아서 단순 통과 정도는 할 수 있었다. 30분 안으로 건너편 초소에 도달해서 통행증을 반납하란다. ㄲ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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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말로만 들었던 근남면 마현리 마을이 바로 이 민통선 안에 있더라. 아아..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조국 강산의 가장 중심된 이 농토가 누구의 피땀으로 가꾸어졌는가를.
울진에서 발생한 태풍 사라의 수재민 66세대가 1960년 4월 7일 (4 19 의거 직전이었군!! 인생 한번 참 타이밍..)
이 땅에 입주하여 고달픈 천막 생활과 허기진 배를 주리며
피땀으로 얼룩진 괭이와 호미로 6· 25 동란 이후 버려졌던 황무지를 옥토로 가꿨던 것이다"

저 때는 울진이 강원도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강원도지사의 재량으로 철원 이주가 가능했다.

그랬는데, 일단 저기 가면 지원 많이 해 주겠다는 약속이 정권이 바뀌면서 전부 나가리 났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고 입주했던 첫 세대들이 새 되고 피똥 싸는 고생을 했다고 한다.
이건 기념비 옆에 선 내 모습 사진도 남기고 싶었으나, 동승자도 없고 주변에 다른 사람도 없어서 그러지 못했다.

기념비의 뒤에는 실제 입주했던 66세대의 세대주 명단이 새겨져 있었다.
경부 고속도로 건설 순직자 위령탑도 뒤를 보면 순직자 77인의 명단이 새겨져 있는데, 이와 같은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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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은 이렇게 생겼더라. 마현 초등학교라는 학교가 있기도 했으나, 이건 이미 15년도 더 전에 폐교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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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산을 타기 시작했는데.. 오오, 금성 지구 전투 전적비가 있었다. 저거 6 25 사변 중 최후의 고지전 전투가 아니었던가? (중공은 오늘날까지도 이 전투에서 국군과 UN군을 꺾은 걸 대대적으로 자랑하고 선전한다)

잠깐 차에서 내려서 돌아다니고 사진을 찍었다.
옆에 웬 탱크도 하나 전시돼 있어서 둘러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차량 번호 oooo 운전자 김 용묵 선생님이시죠?" / "네 그렇습니다" (왜??? 차 빼달라는 연락도 아니고 뭐지??)
"xx시 xx분경에 yyy초소를 통과하시고 지금 전차 옆에 서 계시죠?" (헉 뭐야)
"CCTV로 보고 말씀드리는 건데요. 정차하고 차에서 내리시면 안 돼서 연락드립니다"
(으악) "아.. 전적비가 하나 있어서 구경 좀 하고 있었는데.. ㅠㅠㅠ 네 알겠습니다."

웬 또랑또랑한 여자 목소리로 이런 얘기가.. 게다가 유선 전화도 아니고 010 개인 핸드폰 번호이던데 말이다.
너무 놀라서 탱크 사진은 찍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차로 돌아갔다. ㄷㄷㄷㄷㄷ
작년쯤에 버스 정류장 안에서 마스크 써 달라는 방송을 듣고 화들짝 놀랐던 거 이래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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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저 전적비의 근처에는 이렇게 순직 군장병 위령비? 추모비가 있었다.
지난 1996년 7월 26~27일 사이에 여기 일대엔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고, 특히 산사태가 병영을 덮쳤던가 보다. 이 때문에 군인이 23명이나 순직했다고 한다. 병뿐만 아니라 간부도 여럿 희생됐다.
직장 사람 중에 공교롭게도 그때 저 지역에서 군복무를 해서 저 사고를 어깨 너머로 직접 들은 사람도 있었다.;;

이 추모비는 저 전화가 오기 전에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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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을 겪은 뒤, 5시 반쯤에 화천의 산양리 마을에 도착했다.
그 전에 마현리가 너무 길게 계속되는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철원 근남면 마현리와 화천 상서면 마현리가 서로 인접해 있다고 한다. ㄲㄲㄲㄲㄲ

동서울 터미널에서 행선지 이름으로만 봤던 '산양리'를 실제로 구경하다니!!
주변엔 식당, 편의점, PC방과 버스 터미널이 있어서 나도 캠핑을 앞두고 음료수와 간식을 샀다. 일요일 저녁이다 보니 휴가 마치고 복귀하는 듯한 군인들이 아주 많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여기는 곳곳에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이 있어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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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더 동쪽으로 가려면 지방도 460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그러려면 남쪽의 읍내까지 가야 했다. 읍내에는 북한강이 거의 중랑천과 비슷한 강폭으로 흐르고 있어서 경치가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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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화천과 양구 사이의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산길.. 그 이름도 유명한 지방도 460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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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과 긴 터널을 지나서 한참을 달린 뒤에야 7년 전에 들른 적이 있는 '해산 전망대' 공터에 도착했다. 차를 세우고 한구석에 텐트를 치니 시간은 7시 반이 넘어 있었다.
산 속에서 해가 지니 조용하고 적막하고 으스스한 데다 쌀쌀하고 춥기까지 했다. 하지만 텐트 안은 바깥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포근하고 아늑했다.

이 뜻깊은 장소에서 캠핑을 하게 되니 너무 행복했다. 텐트로도 모자라서 침낭까지 뒤집어쓰고 눕는 이 편안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물가와는 달리 여기는 차와 텐트가 가깝고, 이동할 때 수직 이동이 없어서 더 좋았다.

Posted by 사무엘

2023/06/21 08:35 2023/06/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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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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