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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는 남산, 북악산, 청계산, 관악산, 아차산, 용마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인왕산, 안산(무악) 등의 산이 존재한다.
그리고 강은 한강이라는 거대한 횡축 간선을 필두로 해서 청계천, 중랑천, 안양천, 탄천, 불광천, 홍제천, 양재천, 성내천, 성북천, 도림천, 정릉천, 우이천 등 다양한 개천이 존재한다.

한강은 강폭만 1km가 넘는 거대한 강이며, 강에 놓여 있는 하중도라든가 교량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지리덕들의 지적 욕구를 자극한다. 한강 다음으로 서울에서 가장 크고 긴 강은 동부에서 종축으로 흘러서 한강으로 흘러드는 중랑천이다.
이렇게 산과 강 다음으로 본인은 문득 '호수'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서울과 거기 주변엔 호수는 얼마나 있을까?

호수는 강도 바다도 아닌 고인물이다. 너무 작으면 연못, 너무 얕으면 늪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왕창 커서 파도가 치고 건너편의 육지가 보이지 않는 체급도 있다. 이 정도면 사실상 '바다/sea' 같은 취급을 받는다.
산 정상의 호수는 화산 분화구가 변해서 만들어지는 게 많다. 우리나라의 백두산과 한라산만 해도 그렇다. 그 높은 지대에 출렁출렁 물이 고인 호수가 있다는 건 분명 보통일이 아니어 보인다.

산 말고 평지에서는 인간의 토목 기술을 동원해서 땅 파고 물 부어서 호수를 일부러 만들 수도 있다. 시골에서는 농업 용수를 조달하기 위한 저수지가 이런 인공 호수의 범주에 든다. 그 반면, 서울에 있는 호수는 농업과 무관한 토목 공사의 산물들이다.

(1) 건국대 일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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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대학교의 명물로, 인서울에서는 손꼽히게 크고 넓은 호수라고 한다. 습지를 개조해서 만든 인공 호수인데, 나름 여기에서 발원해서 나가는 성수천이라는 개천도 있다고 한다(현재는 전구간 복개됨).
서울 지하철 2호선이 남서쪽(신대방, 구로디지털..)이 도림천을 따라 가느라 지상이라면, 북동쪽(건대입구, 강변..)은 이 성수천을 따라 가느라 지상이다.

(2) 석촌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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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원래 한강의 본류 중 하나인 '송파강'이 흐르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강의 물줄기를 바꾸면서 여기는 강이 없어졌고, 물이 흐르던 일부 구역이 웅덩이로 남아서 이 호수가 형성된 것이다. 이거 무슨 철길의 이설 및 선형 개량 공사로 인해 폐선된 흔적을 보는 것 같다. 경부선 서동탄 역 일대처럼 말이다.
롯데월드 매직 아일랜드가 이 호수 위의 섬에 지어져 있다.

(3) 서서울 호수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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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과거에 한강물을 정수해서 만든 수돗물을 인천 쪽으로 쭉 흘러내려 보내기 위해 고지대에 만들었던 '배수지'(配水池)였다. 전기로 치면 고압 변전소인 셈인데, 그게 2009년부터 호수 공원으로 자연스럽게 조성된 것이다. 정수 시설이었다가 공원으로 변한 '선유도'와 비슷한 변화이다.

얘는 현재 서울에서 '호수 공원'이라는 명칭이 유일하게 붙은 공원이다. 서울은 한강 공원이 인지도가 훨씬 더 높지, 호수 공원은 아무래도 생소할 수밖에 없다. 위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이 호수는 김포 공항 근처의 이착륙 비행기의 항로 상에 있는 것도 특징이다. ㄲㄲ

순수한 인서울은 이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 다음으로..

(4) 일산 호수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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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는 아무 접점이 없던 농경지에다 일부러 작정하고 인공 호수를 만들고, 신도시와 연계해서 '호수 공원'이라는 걸 꾸민 국내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1996년). 실제로 크기가 굉장히 크고 주변 산책로가 잘 꾸며져서 일산의 명물 역할을 하고 있다.

(5) 삼육대 제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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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상 서울을 아주 약간 미묘하게 벗어났다. 얘는 불암산 기슭 삼육대의 부지 내부에 있는 자그마한 호수인데, 크기보다는 주변 자연 경치가 대단히 아름답다. 그래서 인근 주민, 등산객, 삼육대 재학생 등 여러 사람들의 산책로와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얘는 어찌해서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공이 아닌 천연 호수라고 한다.

다음으로, 얘들은 서울 밖에서 저수지였던 곳이 호수 공원으로 꾸며진 사례이다.

  • 의왕 왕송: 의왕 역 근처에 있는 그 호수이다.
  • 군포 반월: 근처에 KTX 고속선 철길이 지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 수원 광교, 용인 기흥, 화성 동탄: 경부 고속도로 부근에 은근히 저수지가 여럿 있다.

얘들은 모두 행정구역상 '성남시'에 있으며, 호수 공원보다는 저수지라는 명칭이 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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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저수지는 분당 율동 공원이라고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머지 셋은 개발되지 않은 전원적인 곳에 있어서 자연의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 분당 저수지
  • 대왕 저수지
  • 운중 저수지
  • 서현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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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 저수지)

뭐, 부천과 안산에도 호수 공원이 있다고는 하는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호수는 물 덕분에 도심의 열섬을 억제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한다.
서울에 연못보다 더 큰 호수가 저것들 말고 더 있는지 궁금해진다. 하긴, 대전 카이스트의 오리 연못은 말 그대로 연못일 뿐, 호수라고는 불릴 수 없을 것이다.

본인은 경주 출신이다 보니 태어나서 제일 먼저 실물을 본 호수는 아무래도 '보문호'였던 것 같다. 몇 년간 가뭄이 심했을 때는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바짝 마르기도 했다.
'수심이 깊으므로 위험. 수영을 금함'이라는 표지판이 완전히 무색할 정도였다. 마치 막혀서 차들이 엉금엉금 서행하는 와중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10 08:35 2022/11/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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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상 정지 / 탈출 / 자폭

교통수단에는 위급한 상황에서 (1) 자기 차체/기체/선체 따위를 강제로 세우고 정지시키고, (2) 탑승자를 붙잡고 감싸거나 (3) 반대로 강제로 내보내서 보호하는 안전 기능이 존재한다.

자동차는 (2)에 속하는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있다. (3)은 버스 한정으로 유리창을 부수는 망치가 해당되는 듯하다.
오토바이는 어느 쪽으로든 그런 안전장치를 장착할 여건이 도저히 안 되기 때문에 탑승자가 헬멧을 써야 한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다음으로 철도 차량은 (2)나 (3)의 범주에 드는 안전 장치가 없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안전벨트는 무의미하고, 유리창도 자동차 같은 정도의 강화 유리를 쓰지 않는다.
얘들은 승객이 아니라 차량이 '독 안에 든 쥐' 수준으로 매우 정교한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1)이 크게 발달해 있다. 선로와 차량이 연계해서 조금이라도 조건에 어긋나면 바로 감속하고 차량을 강제로 세운다. 심지어 기관사가 일정 간격으로 생존 인증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차량이 비상 정지한다.

사실, (2)/(3)보다는 (1)이 더 발달된 교통수단이 원론적으로 더 안전한 교통수단이기도 할 것이다. (2)/(3)은 사고가 난 뒤의 대처이지만, (1)은 사고가 애초에 나지 않게 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공중에 뜬 비행기나 우주 발사체 정도가 되면 (1)이 아예 가능하지 않다. 비행기의 GPWS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pull up!" 경보만 하염없이 내보낼 뿐, 철도의 ATS/ATC/ATO처럼 기체를 안전하게 세운다거나 착륙시키지는 못한다.

비행기 중에서 경비행기와 전투기는 (3)형에 속하는 비상 탈출용 낙하산을 갖추고 있다. 전투기의 경우 더 빠르게 기체로부터 이탈하라고 사출 좌석까지 있다.
유인 우주발사체에는 비슷한 개념으로 비상 탈출용 로켓이 있다. 선박으로 치면 구명보트나 튜브에 대응한다.

이렇게 교통수단별 안전/탈출 시스템을 살펴봤는데, 문득 드는 생각은..
운전 중인 자동차가 갑자기 통제가 안 되고 폭주할 때 어떡하느냐 하는 것이다.

시동도 못 끄고, 어디 옆에 쫘악 긁거나 들이받을 데도 없고 도저히 세울 방법이 없는데, 앞이 낭떠러지이거나 사람들이 가득 있으면..
자동차에 대해서 (1)에 해당하는 강제 정지 조치는 핸들을 옆으로 확 돌려서 차를 전복시키는 것이지 싶다. 실제 상황에서 이런 것까지 차분하게 판단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더 큰 사고를 막으려면 그렇게라도 해서 굴러가는 차 바퀴를 지면에서 떼어 놓고 차를 어떻게든 세워야 된다.

차가 어디 부딪히지 않고 혼자 뒤집히는 것만으로는 탑승자가 사망· 중상 급으로 다치지 않는다. 벨트를 단단히 매고 에어백과 튼튼한 A필러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말이다.
다만, 벨트를 안 한 채로 차가 뒤집혀서 탑승자가 머리를 아래로 향한 채로 바닥에 떨어지거나 심지어 원심력 때문에 차 밖으로 튕겨나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렇게 되면 사람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러니 차 탈 때 안전벨트는 꼭 매야 한다.

우주 로켓은 통제력을 상실하고 아무 방향으로 폭주할 때를 대비해서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 말라는 취지로 자폭 모드라는 게 있다. 1986년 챌린저 호 폭발 사고 때도 고체 연료 부스터가 제멋대로 날아가기 시작하자 지상 기지에서 원격으로 명령을 내려서 그걸 자폭시켰었다.
육상 교통수단이라면 어떻게든 강제 정지만 시키면 되겠지만, 쟤들은 비행선도 아니고 공중에 혼자 둥실둥실 떠 있을 수 없다. 그러니 격추나 자폭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2. 주행 방해· 위험 행위

대중교통의 운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수십~수백 명에 달하는 탑승객의 시간을 빼앗고 안전을 위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중범죄로 강하게 처벌된다.

먼저 자동차는? 열차나 비행기 등의 타 교통수단과 달리 차체가 아주 작기 때문에 운전석이 객실과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운전사가 악성 진상이나 취객이 저지르는 범죄에 노출되기도 쉬운 편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지금으로부터 10~15년 쯤 전, 지하철역들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때와 비슷한 시기에 시내버스의 운전석이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로 둘러지기 시작했다. 즉, 이것도 처음부터 당연히 존재해 온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승강장 투신 자살이 여러 건 터진 뒤에야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었듯, 지상에서는 버스 운전사 폭행 사건이 몇 건 터진 뒤에야 이런 칸막이가 생겼다. 물론 버스 운전석 칸막이는 스크린도어보다는 훨씬 더 저렴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아마 일본?), 버스보다 더 작은 택시도 운전석이 칸막이로 둘러진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굳이 차내가 아니라 밖에서는 도로에다가 압정이나 쇳조각 같은 자그마한 장애물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타이어 펑크를 유발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무한궤도 차량이 다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비슷한 원리로, 철길 레일 위에다가 짱돌을 올려놓는 것도 굉장히 위험한 짓에 심각한 범죄로 간주된다. 열차는 비록 타이어 펑크는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그런 장애물을 부수지 못하고 타고 올라가다간 탈선 사고가 날 수 있다. 철도에서는 이게 제일 큰 위험이다.

정말 자그마한 과속방지턱 하나만으로도 자동차의 통과 가능 속도가 얼마나 낮춰지는가? 이게 바퀴의 약점이며, 철도 차량은 그런 약점의 파급 효과가 더욱 크다.

비행기야 내부 보안이 철도역이나 버스 터미널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이 삼엄하기 때문에 민간인이 지상에서 비행기에 호락호락 접근해서 해코지를 할 수는 없다. 조종실에 잠입하는 것도 과거에 테러 몇 건을 겪고 나서는 보안이 강화되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 대신, 지상의 민간인이 저공 비행 중인 비행기에다가 의외로 쉽게 테러를 저지르는 방법이 있다. 바로.. 비행기를 향해 레이저 포인터 불빛을 쏘는 것이다.
이건 테란 메딕의 기술인 옵티컬 플레어의 실사판이며, 밤에 자동차 운전자끼리 구사하는 하이빔 테러보다 더 치명적이다. 비행기 조종사의 시야를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심하면 영구적인 안구 손상까지 야기하기 때문이다. 레이저를 겨우 선글라스로 차폐할 수 있지는 않을 테고.. 비행기에다 기계적인 대미지를 전혀 주지 않으면서 안전을 치명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그럼 반대로 생각하면.. 전시에 적국 군용기의 야간 작전 수행을 이런 식으로 방해할 수도 있겠는데? 하지만 그러면 조종사는 레이저 불빛이 발사된 쪽으로 폭격을 하면 될 테니 실용성은 별로 없겠다.;;;
도로에 압정과 유리 조각, 철길에 짱돌, 공중으로 레이저.. 흥미롭다.

3. 철도 차량의 관절대차

우리나라에 KTX, 고속철도라는 게 등장한 지 좀 있으면 무려 20주년이 된다.
외국물 먹은 KTX 차량은 지금까지 국내의 기존 철도 차량에는 존재하지 않던 흥미로운 특성이 있었는데.. 하나는 바로 ‘관절대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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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특히 트럭 업계에서는 바퀴가 장착되는 부위를 차축 내지 축(axle)이라고 부르는 반면, 철도 차량에서는 상응하는 동일 부위를 ‘대차’(bogie)라고 부른다.
그리고 자동차 차축이야 말 그대로 차량의 좌우에 달리는 바퀴 한 쌍을 끼우는 작대기 하나만을 가리키지만, 철도 대차는 그 작대기를 앞뒤로 2개, 즉 한 쌍 단위로 묶어서 바퀴를 총 4개 끼우는 형태인 게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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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랜딩기어도 트럭의 복륜이라기보다는 약간 철도 대차처럼 생긴 구석이 있어 보인다;; 둘 다 굉장히 단단하고 무겁다는 공통점도 있다.)

자동차가 앞바퀴 뒷바퀴가 있는 것처럼 철도 차량도 평범하게 차량의 앞과 뒤에 대차를 하나씩 장착하는 게 보통인데..
관절대차는 대차 하나가 앞차의 뒷부분과 뒷차의 앞부분을 담당하게 한 것이다. 굉장히 신기한 형태이다.

이렇게 하면 같은 개수의 차량을 굴리는 데 필요한 대차의 수가 일단 절반에 가깝게 줄어든다.
그리고 튼튼한 대차가 앞뒤의 차량을 동시에 굳게 붙들고 있기 때문에 차량이 옆으로 뒤집히고 탈선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차량의 주행 안정성이 더 나아진다는 것이다.

과거에 국내에서는 광명 역 탈선 사고(2011), 강릉선 탈선 사고(2018) 같은 꽤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허나, 그 정도 충격량에도 불구하고 관절대차 덕분에 차량이 뒤집히거나 더 심하게 부서지지 않았으며, 인명 피해도 더 적을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안전에 관한 한 관절대차는 확실히 메리트가 있었다.

그렇다고 관절대차가 장점밖에 없는 만능인 것 역시 아니다. (1) 그 특성상 당연히 객차를 분리하는 유동적인 편성이 불가능한데.. 뭐, 이건 기관차-객차가 아닌 동차에서 원래부터 크게 희생하는 특성이긴 하다.

그리고 대차의 수가 줄어드는 만큼, (2) 차량 하나의 길이와 무게 한계에 제약이 더 커진다. 그런데 이 역시 고속 주행을 위해서는 어차피 공기 저항을 극복해야 하고 차량의 피지컬을 크게 최적화해야 하니 그리 큰 단점이 아니다.

고속철도 차량의 관점에서 관절대차의 진짜 큰 단점은 (3) 동력분산식 구조와 같이 연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뭐,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서로 어울리는 형태가 아니다. 동력차와 무동력차가 한데 연결되었을 수도 있는데 바퀴는 양 차량에 걸쳐 있으면 설계가 좀 난감할 것이다.;;

일본의 바로 다음으로 고속철 차량을 의욕적으로 개발했던 프랑스는 관절대차를 최초로 도입했다. 쟤들은 동력집중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관절대차가 단점보다 장점이 확실히 더 크다고 본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KTX와 KTX-산천에서 관절대차가 채택되어 있으며, 김포와 부산 김해, 그리고 서울 우이라는 경전철 차량도 의외로 관절대차 기반이다.

그 반면, ITX-청춘/새마을, 그리고 심지어 KTX-이음은 동력분산식이어서 그런지 관절대차를 채택하지 않았다.
일본의 신칸센이야 골수 동력분산식이기 때문에 역시 관절대차와 인연이 없으며, 독일의 ICE도 마찬가지이다.

1985년 8월에 발생했던 일본 최악의 항공 사고인 JAL123기 추락 말이다.
이거 사고 원인은 뒤쪽 벌크헤드의 수리를 부실하게 했기 때문으로 밝혀져 있다. 아래의 그림에서 원래 위처럼 수리돼야 하는 게 아래처럼 얼렁뚱땅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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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강판이 한데 이어져 있지 않으니.. 결국 리벳 한 줄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고 외력에 훨씬 더 취약해지게 된다.
수 년 동안 반복된 비행으로 인해 압력을 너무 많이 받은 부위가 결국 피로파괴를 일으켰고, 유압 상실과 조종 불가로 인해 여객기의 추락과 끔찍한 인명 피해를 야기한 것이다.

그런데 철도에서 관절대차가 개념상 하는 일이 바로 저 파란 보강판이 양 옆의 철판을 붙드는 것과 정확하게 동일하다~!! 철판 둘은 앞뒤 차량에 대응하고.. 절묘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04 08:35 2022/11/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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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속도

자동차는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는 게 법적으로 특별한 '고속'으로 간주된다. 고속도로는 신호 대기가 없고 보행자와 느린 차량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아서 좋은 대신, 모든 탑승자에게 안전벨트 착용도 의무이다. 그리고 입석이나 10% 남짓 정원 초과가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1차로를 추월용으로 비워 두는 지정차로도 내가 알기로 고속도로에서만 엄격하게 적용된다.

허나, 철도에서는 시속 200 이상으로 꾸준히 달리는 열차와 선로 시스템을 고속철도라고 규정한다. 철도는 소음· 진동이나 급가속· 급선회 없이 주행의 품질이 워낙 좋기 때문에 자동차 도로보다 요구 사항이 더 높다. 그리고 고속철은 시속 200~300으로 달리더라도 안전벨트 따위 없고 정원 초과 입석 승객도 얼마든지 받는다.

자동차가 100이 경계이고 철도가 100의 두 배의 200이 경계라면.. 비행기는 100의 뒤에다 0을 하나 더 찍은 1000대의 속도가 초음속이라는 중요한 경계를 형성한다. 초음속으로 날아야 다른 평범한 비행기보다 더 빠른 '고속기'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바닥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속 900~1000대의 아음속 여객기가 대세이다. 초음속기는 경제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객기의 주류가 되어 있지 못하다.

자동차의 경우, 1920년대에 독일과 오스트리아 같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 평면교차 신호대기가 없는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라는 것을 처음으로 구상하고 만들었다. (아우토반..!!)
철도에서 비슷하게 건널목을 없애고 터널과 교량으로 굴곡 선형을 없애서 고속선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구상하고 실현한 나라는.. 잘 알다시피 1960년대의 일본이다. (신칸센)

고속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깔끔한 선로와 고성능 동력원뿐만 아니라 차량의 공기 저항 최소화, 선로와 차륜을 극도로 정밀하게 유지 보수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에 덧붙여서 신호· 통신 시스템도 첨단화돼야 한다.
바깥 경치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이제는 기관사가 신호기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 현재 이 차량에 적용되는 신호가 차내의 계기판에 나타나게 해야 한다.

일본 신칸센은 그 당시에 그런 것도 다 자체 개발했다고 한다. 중앙 집중 제어 장치(CTC)도 당연지사..
그 시절에 한쪽에서는 원시적인 단선에서 증기 기관차가 통표를 싹 낚아채면서 다녔는데.. 그에 비해 신칸센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과학 기술의 산물인지를 알 수 있다. 아무튼...

자동차는 완전 통제 무인 운전이 보급되지 않는 한, 현행 교통법규가 지금보다 더 증속을 허용할 가능성이 전무하다. 즉, 인간의 조종 능력의 한계 때문에 더 빨라지는 게 불가능하다.
비행기는.. 뭔가 획기적인 고효율 제트 엔진이 개발되지 않는 한 가성비가 안 맞아서 증속을 못 한다.
그나마 가까운 미래에 지금보다 속도가 유의미하게 더 빨라질 가능성이 제일 높은 교통수단은 철도 같은 육상의 궤도 교통수단이라 하겠다. 물론 새로 지어지는 것 한정으로 말이다.

일본의 신칸센 다음으로 곧장 등장한 고속철도는 잘 알다시피 프랑스 TGV이다. 얘는 1970년대 초 맨 처음엔 잠시 가스 터빈 엔진 기반으로 개발된 적도 있었다는 게 매우 흥미롭다. (헬리콥터나 탱크처럼!) 전철로 먼저 개발됐던 신칸센과의 차별화 시도를 일부러 했던 것이다. 뭐, 전철 설비도 처음 만드는 비용이 정말 엄청 비싸기도 하니까..
하지만 계산기를 두들겨 보니 가스 터빈은 연료비가 너무 많이 들고 환경 문제도 있다는 게 고려되어 신칸센과 동일한 전기 모터 기반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2. 바퀴와 무한궤도

동물에게 달린 다리와 기계에 달린 바퀴는 하는 일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동작하는 원리는 서로 놀라울 정도로 상극이다.
혈관과 신경이 연결된 생체 조직에서 배배 꼬이지 않고 끝없이 굴러갈 수 있는 바퀴라는 부위는 존재 불가능하다. 반대로 다리를 기계로 구현하는 것은 다족이건 사족· 이족이건 공학적으로 극도로 어렵고 까다롭다. 이건 굉장히 흥미로운 차이점인 것 같다.

바퀴는 관성 버프를 받아서 평평한 길에서는 아주 빠르고 편하게 잘 굴러갈 수 있는 대신, 지형에 따른 효율의 편차가 굉장히 커진다.
경사를 오를 때 사람은 좀 가파르더라도 이동 거리가 짧은 계단이 유리한 반면, 바퀴 달린 교통수단은 긴 경사면/빗면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퀴는 계단을 오르내리기란 거의 불가능이며, 과속방지턱 하나만 있어도 주행 가능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 비포장 도로에서는 어지간한 급커브처럼 시속 40 이상도 내기 힘들어진다.

다리 달린 동물이야 아스팔트 도로, 사막의 모래밭, 자갈밭도 모두 별 차이 없이 동일한 속도로 주행 가능하다.
인간이 21세기 최첨단 과학 기술을 동원한다 해도, 숲 속에서 산짐승보다 더 빠르고 날렵하게 달리는 건 불가능하다. 모래 사막· 자갈 사막에서 낙타의 수송력을 능가할 수도 없다. 아예 헬리콥터를 띄워서 기름을 퍼부으며 위험하게 떠 다니지 않는 한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리 움직이는 걸로 육지를 시속 200~300으로 달리는 건.. 생체로든 기계로든 심각한 무리수일 것이다. =_=;; 두 방식의 장단점은 절대적이기보다는 좀 상대적인 구석이 있다.
(또한, 다리뿐만 아니라 새나 곤충의 날개도 말이다. 동물들은 날개를 퍼덕일지언정, 프로펠러나 로터나 팬 같은 걸 돌리는 게 없다는 걸 생각해 보자. 쟤들은 비행 원리도 고정익과 회전익 중 하나로 정확하게 딱 떨어지는 형태가 아니다. 하늘에 뜨기 위해서 활주로가 필요한 새가 있는가?? =_= 이런 것도 참 오묘하다.)

생물과의 비교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바퀴와 다리는 특성이 이렇게 다른 게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같은 바퀴 중에도 자동차의 고무 바퀴와 철도 차량의 철바퀴는 특성이 굉장히 다르며, 심지어 이들의 중간인 무한궤도라는 것도 있다.
철도는 바퀴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특화된 방식이다. 그 반면 무한궤도는 바퀴의 단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특화된 방식이다~!

철도는 바퀴와 노면의 마찰을 줄여서 일반적인 자동차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차량을 견인할 수 있다. 조향이 필요하지 않으니 안정된 고속 주행이 가능하고, 매끈한 궤도 위만 달리니 승차감도 아주 좋다.
그러나 이런 쇠바퀴로 울퉁불퉁한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는 없으며, 철도는 마찰이 작다는 특성상 오르막 등판능력도 매우 취약하다.

한편, 무한궤도는 일부 건설기계나 군용 무기(탱크..!!)에서 쓰이는데, 차축이 많이 달렸고 바퀴가 구를 궤도를 자기가 내장하고 있는 형태이다. 일반 자동차보다 접지압이 훨씬 더 높기 때문에 모래밭 수렁을 포함한 온갖 험지를 더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으며 등판능력이 더 높다. 고무 타이어 기반이 아니니 압정이나 유리 조각을 잘못 밟아서 타이어가 터질 일도, 타이어 옆을 칼로 긁는 테러를 당할 일도 없다.

또한 얘는 그 특성상, 비포장 도로를 달릴 때 바퀴에 밟혔던 돌멩이가 튀어오르는 게 없다. 비행기가 선회하듯이 좌우의 구동 속도를 달리해서 매우 작은 회전 반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빙판길에서는..?? 무한궤도는 고무 타이어에 장착하는 체인의 넘사벽급 상위 호환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무한궤도는 단단한 쇳덩어리인 만큼 엄청나게 무겁고 연비가 안 좋으며.. 고속 주행과도 상극이다. 고무 타이어만으로도 충분한 잘 닦인 길에서는 너무 단단한 무한궤도가 오히려 도로 포장을 손상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도로에서는 무한궤도 차량을 그냥 일반 트럭에다 실어서 나르거나, 고무 같은 걸로 무한궤도를 감싸서 자력 주행한다고 한다.

3. 보조 전원/엔진(APU)

승용차 같은 작은 차량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우리 주변의 여러 교통수단들은 주행· 비행을 위한 주 엔진뿐만 아니라 보조 엔진이 추가로 장착된 경우가 많다. 개발툴로 치면 실제 코드 생성용 컴파일러 vs IDE의 빠른 문법 체크용 컴파일러처럼 말이다.;;

크레인, 레미콘 같은 중장비· 건설기계는 이동 말고 자기 기계를 가동하기 위해서 별도의 보조 엔진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리고 꼭 그런 부류가 아니더라도 버스처럼 사람을 많이 태우는 교통수단의 경우, 접객 공간에 전기를 공급하는 게 엔진 힘만으로는 다 감당하기 곤란할 수 있다.

특히 쌍팔년도 이전, 기술이 부족하던 시절엔 40인승 대형 버스에 탑재되는 6~7000cc 급 디젤 엔진의 최대 출력이 200마력이 채 안 되고, 요즘으로 치면 겨우 중형 승용차급인 150~160마력 남짓이기도 했다.
그런데 버스 내부의 넓은 공간을 식히기 위한 에어컨을 가동한다면..?? 부족한 엔진 출력을 끌어다 쓴 발전기나 압축기만으로는 답이 없었다. 에어컨 내지 발전기만을 위한 전용 엔진을 가동해야 했다.

또한 얘는 자동차의 본 엔진 시동과 무관하게 켜고 끌 수 있다. 관광버스는 운전사가 시동을 끈 채로 차에서 장시간 대기할 일이 많으니, 이런 게 설령 주 운전사의 복리후생을 위해서 필요한 구석이 있었다. 주 엔진의 출력이 충분하다 할지라도 말이다.

비행기는 엔진의 무서운 괴력으로 하늘을 날았다가 사뿐히 내려앉지만, 정작 공항 계류장에 있는 동안은 너무 시끄럽고 연료 소모와 후폭풍이 심한 주 엔진을 함부로 가동하지 못한다. 터미널 건물에서 뒤로 돌아서 활주로로 가는 동안 견인차의 도움을 받을 정도이다.
그래서 이렇게 주 엔진이 꺼져 있는 동안 객실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 공항 시설의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지만, 자체 보조 엔진을 가동해서 전력을 생산하기도 한다.

비행이 시작되면 보조 엔진은 시동이 꺼지며, 주 엔진이 발전기까지 같이 돌리게 된다. 그러나 비행 중에 주 엔진이 꺼지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보조 엔진이 다시 동작한다. 추락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라도 기내에 전기가 공급되고 조종에 필수적인 장비가 동작하고, 조종실과 지상의 통신이 되게는 해 준다.

보조 엔진은 벌크헤드나 블랙박스와 마찬가지로 비행기의 맨 뒤 꽁무니에 장착되는 편이다. 얘마저 맛이 가면 동체나 날개의 하체에 비상용 풍력 발전기(램 에어 터빈 RAT)가 비행풍을 맞으면서 돌아가서 최소한의 전기를 생산하는 발악을 한다. 비행의 입장에서는 공기 저항을 늘리는 물건이지만.. 전력을 생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훨씬 더 중요하니 말이다.

끝으로, 철도 차량은 기관차-객차의 경우, 별도의 발전차가 앞이나 뒤에 편성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엔진 차원에서 객실 전원 공급 장치(HEP Head End Power)라는 파트가 같이 있다면.. 전원 공급이 자체적으로 가능했다. 무슨 10량 이상의 엄청 긴 열차만 아니면 됐다.

디젤이더라도 새마을호 디젤 동차나 7000호대 봉고 기관차는 HEP가 장착돼 있었다. 반대로 전기이더라도 초창기 8000호대 기관차는 HEP가 없었기 때문에 여객열차는 발전차를 또 편성해야 했다.
7000호대 디젤 기관차의 HEP는 엔진 소음을 심하게 키우고 문제가 많아서 결국 쓰지 않게 됐다는 건 잘 알려진 일화이다.

이렇게, 보조 동력에 의지하지 않은 채 엔진의 동력이나 자체 배터리만으로 차내에서 전기를 많이 끌어다 쓰는 건 아무래도 무리이다.
특히 자동차용 납 배터리는 시동을 걸 때 전기를 잠깐 짧고 굵게 썼다가 다시 곧장 충전하는 것에 최적화돼 있다.
시동을 끈 채로 많이 방전시켰다가 오랫동안 재충전을 안 하고 방치해 버리면 영원히 충전을 다시 못 하게 되고 배터리가 망가져 버린다. 명색이 이차 전지라지만 반쪽짜리 이차 전지일 뿐인 것 같다.

소싯적에 전자기기에서 쓰이던 니켈카드뮴 배터리는 메모리 효과 때문에 완충 완방이 권장되었다지만.. 이런 납 배터리 내지 리튬이온 배터리는 그렇지 않다. 그냥 조금 쓰고 바로 바로 충전해 주는 게 낫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01 08:35 2022/11/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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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동차와 도로

과거에 우리나라의 몇몇 자동차와 고속도로에는 유사시에 군사용으로 전환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흔적이 좀 있었다.
먼저 고속도로의 경우, 일부 긴 직선 구간에 ‘비상 활주로 공용 구간’이란 게 있었다. 경부 고속도로 기준으로 대표적인 예는 수원-신갈, 천안 북부, 그리고 김천 부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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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중앙분리대부터가 튼튼한 고정식 붙박이가 아니라 좀 부실하고 portable한 형태였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도로를 틀어막고 중앙분리대를 치운 뒤, 여기로 전투기의 이착륙 훈련을 실제로 했었다~! 비상 활주로 구간의 한쪽 끝엔 주기장 역할을 하는 넓은 공터도 붙어 있었다.

세상에, 경부 고속도로의 수도권 구간에 전투기가 뜨고 내렸었다니..!!
고속도로에 차들이 365일 24시간 넘쳐나고 도로 주변이 몽땅 개발되어 가는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관행일 것이다.

그러나 197, 80년대.. 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가 무단횡단자가 있을 정도로 한산하던 시절엔.. 기왕 이런 도로를 만드는데 유사시에 활주로로 활용 가능하게 만드는 게 아주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애초에 박통이 잔뜩 참고했던 아우토반부터가 나치 독일 시절에 활주로 겸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었다.

그러다가 이런 활주로는 고속도로를 틀어막는 게 도저히 불가능해지고, 고속도로를 차지하지 않는 대체 활주로들이 따로 만들어지면서 차차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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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자동차는.. 쌍용 코란도 같은 찦차/SUV에 ‘등화 관제등’ 장치가 있었다.
찦차는 일반 승용차보다 차체가 높고 사륜구동도 지원하니 험지를 잘 달리고 군용으로 적합하다. 우리나라는 이런 차량을 전시에 필요하면 군용차로 우선 징발해 가는 대신, 세금 같은 다른 금전적인 부분에서 혜택을 주는 식으로 차량 구매자와 딜을 했다. (예: 영업용이 아닌 자가용이지만 동일 배기량의 타 승용차보다 자동차세 저렴)

아.. 아니, 사실은 이건 딜이 아니고 일방적인 강제 의무 통보였다. “세금 혜택 안 줘도 되니 내 차는 전시에 징발하지 마세요” 라는 선택이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화 관제란 전시에 우리 위치가 적에게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건물이나 차량의 불빛을 몽땅 끄고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 걸 말한다. 하지만 자동차는 야간에 안전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아주 자그맣고 특히 위로 새어나가지는 않는 불빛은 필요한데, 그게 등화 관제등이다.

우리나라는 전시 징발을 염두에 두고 SUV 차량에 등화 관제등의 장착이 오랫동안 의무였다.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던 희한한 조건이었는데, 이건 1999년쯤에 폐지됐다.

2. 잠수함

우리나라 해군은 1990년대가 돼서야 잠수함이란 걸 처음으로 도입하고 운용하게 됐다(장보고 급 잠수함).. 자국 인공위성 발사와 시기가 비슷하다~!
즉, 우리나라는 민주화 이전 군사정권 시절에는 잠수함을 보유한 적이 없었다. 뜬금없는 예이지만, 1980년대 이전에는 국내에 국산 참치 통조림이라는 게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반세기 전, 태평양 전쟁 때는 일본이나 독일, 미국 등이 잠수함을 잘도 굴려서 유명한 해전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6 25 전쟁 때 우리나라에서 잠수함이 어뢰를 쏴서 적선을 격침시켰다거나 한 건 없다. 이것도 뭔가 역사· 전쟁사와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오오~ 현타를 느끼게 한다.

(오히려 북괴는 육군만 신경 쓰느라 바다에서는 탈탈 털렸었다. 섬들은 북한 지역의 것들까지 국군과 UN군이 몽땅 점령하고 있다가 나중에 철수했을 정도였다. 그러니 서해5도가 북한 본토에서 굉장히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휴전 당시에 남한이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럼 북괴는 언제부터 잠수함을 도입한 걸까..?? 쟤들은 잠수함으로 어뢰를 몰래 쏴서 천안함을 격침시킨 적이 있었고.. 더 옛날엔 무장공비를 침투시킬 때 잠수함을 동원했었다. 1996년 강릉처럼. 쟤들의 도입 이력도 문득 궁금해진다.
이제는 잠수함이 고작 공작원 침투용이 아니라 아예 미사일 쏘고 튀는 용도로 쓰이지만 말이다. 자기도 원자력으로 움직이고, 미사일에도 핵탄두가 달려 있고..

우리나라 최초의 잠수함은 의외로 우리나라 철도와도 접점이 있다.
그 장보고 급 잠수함에 들어간 엔진은 독일 MTU제 16기통짜리 디젤 엔진인데.. 이게 거의 그대로 새마을호 전후동력형 디젤 액압 동차(DHC)에 쓰였기 때문이다. (MTU 16V 396TC)
DHC도 1987년 7월에 대우 중공업 생산분이 첫 도입되어서 1990년대 초에 리즈 시절을 찍었음을 생각하면.. 시기가 얼추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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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새마을호 디젤 동차에는 잠수함용 엔진이 쓰인 셈이다.
출력 대비 아주 조용하고 가벼워서 좋긴 했는데.. 묵직한 디젤 기관차에 비해서 너무 가벼워서 바퀴가 레일에서 헛도는 현상에 취약했다고 한다.
평지에서 빠르게 달릴 때는 좋은데 오르막은 잘 못 오르니.. 새마을호 디젤 동차는 경부· 호남 외에 중앙선에는 투입되지 못했다. 나중에 선형 개량이 된 장항선과 전라선 정도에나 추가로 들어갔다.

독일 MAN사가 자동차/엔진 제조사로 유명한데, MTU라는 기업도 있구나.
유보트를 만들었던 본가에서 장인 정신으로 만든 잠수함 엔진인지..??
근데 디젤 엔진은 수면에 떠 있을 때에나 쓰이지, 잠수 중일 때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어차피 전기 모터로 움직여야 된다.
잠수함이야말로 배터리가 차지하는 공간과 무게 오버헤드가 굉장히 크지 싶다.
달에서 월면차가 내연기관-_-이 아니라 당연히 빼박 전기차여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 여담

잠수함이나 잠수정, 호버크래프트, 공중급유기 같은 건 아무래도 군대에서만 볼 수 있는 물건이다. 민간 여객기야.. 엄청 장거리 노선이라면 차라리 휴게소에 들르듯이 중간 기착을 하고 말지, 비행 중의 실시간 급유 같은 초 오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다.

헬리콥터도 군용 아니면 기껏해야 소방· 인명 구조 용도이다. 이런 게 민간에서 뭔가 정규 노선을 뛰는 대중교통으로 쓰이지는 않는다. 저런 특수한 교통수단들은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용도로만 적합하지, 많은 승객과 화물을 저렴하고 빠르고 편하게 수송하는 쪽은 안타깝지만 완전 쥐약;;;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군용기나 군함을 만들던 기술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일본의 경우, 1960년대에 이미 100% 자체 기술로 신칸센 고속철을 개발했는데, 거의 같은 시기에 YS-11이라는 국산 여객기도 자체 개발했다. 열차와 비행기를 모두.. ㅎㄷㄷㄷ;;
쟤들은 그 전부터 제로센 같은 군용기까지 만들던 나라이니 저런 것도 가능했지 싶다. 초창기 신칸센 0계는 아예 왕년에 자기들이 만들었던 제로센의 앞모습을 쏙 빼닮은 형태로 만들기도 했었고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8/08 08:36 2022/08/0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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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하중도들

섬이라고 하면 보통은 망망대해의 한가운데에 외로이 솟은 섬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강이나 호수에도 섬이 있을 수 있다. 가령, 남이섬은 북한강에 놓여 있는 꽤 큰 하중도이며, 현재는 유료 유원지로 꾸며진 사유지이다.

1. 선유도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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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상수도 정수 시설이 있었고 그게 지금은 무슨 툼 레이더 맵 같은 기묘한 지형을 지닌 '선유도 공원'으로 잘 변모해 있다.
양화대교가 얘의 동쪽 끝부분을 스쳐 지난다. 그리고 강남의 양화 한강 공원에서도 별도의 다리를 통해 여기로 접근할 수 있다.

2. 노들섬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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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유지였다가 서울시에서 땅을 사들였다. 그런데 그 뒤에 얘를 그냥 무인도로 놀린 건 아니고, 최소한의 산책로만 뚫어서 생태 공원을 만든 것도 아니고.. 여기에다 뭔가를 만들려는 사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랫동안 갈팡질팡했다.
한강대교가 노들섬의 정중앙을 관통한다. 현재는 다리의 서쪽 구간은 적당한 상업 시설과 풀밭, 산책로가 꾸며졌고 동쪽 구간에는 좀 더 야생스러운 숲이 조성된 것 같다. 뭐, 적절한 활용인 것 같다.

선유도는 육지에서 가까운 편인 반면, 노들섬은 강의 정중앙에 있어서 육지에서 좀 멀다.
노들섬 내부에도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공간이 매우 작기 때문에 사실상 작업· 업무 차량 전용이라고 봐야 한다. 인근의 강북 이촌 한강 공원 주차장에다 차를 세우고 걸어 오는 게 속 편하다.

3. 밤섬 (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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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교가 관통하는 하중도로, 한강의 하중도들 중에서 제일 신기한 놈이지 싶다.
얘는 위의 선유도· 노들섬보다 훨씬 더 크고 조선 시대엔 실제로 입주민이 있어서 뽕나무 농사까지 지었다고 한다. 본토와의 왕래는 물론 나룻배로 했고..
그러나 이 섬은 1960년대 말에 안보상의 이유가 아니라 그냥 강물 선형의 변경과 도시 개발 명목으로 무인도로 처리됐다. 주민들은 내륙으로 강제 이주 당했으며, 섬은 한번 폭파까지 됐다고 한다.

그랬는데 현재는 퇴적물이 또 쌓이면서 섬이 폭파 이전 시절보다 덩치가 더 커졌다. 이런 게 자연의 회복 능력인 건지..?? 그 위에 울창한 숲도 꾸며져서 철새 도래지 내지 천연 자연 생태의 보고처럼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얘는 위의 두 섬과는 달리, 공원 형태로도 일체 개방하지 않는 무인도로 꽁꽁 봉인되어 있다. 서울의 DMZ처럼 남겨 두려는가 보다.

지난 2009년에는 "김씨 표류기"라고 꽤 참신한 소재의 영화가 개봉했었다. 주인공이 한강으로 투신 자살을 시도했는데 실패하고, 어쩌다 보니 근처의 밤섬에 기어 들어가서 혼자 살게 된다. 망망대해 무인도도 아니고 서울 한강 한복판의 무인도에서 야인처럼 산다니 정말 낭만적이지 않은가?? 나도 한번 그렇게 살아 보고 싶다.ㄲㄲㄲㄲㄲ

소재 설정뿐만 아니라 영화로서의 작품성도 뛰어났는지.. 비록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마치 "지구를 지켜라"처럼 재평가도 받고 있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식인 멧돼지가 나오는 '차우'도 2009년작이고, 일제 강점기 대체역사물인 '로스트 메모리즈'도 2009년작이니.. 이때 어째 국내에서 뭔가 참신한 영화들이 여럿 만들어졌던 것 같다. 하지만 본인은 2009년 당대에는 이런 작품들을 전혀 접해 보지 못했다.

물론, 이 영화는 현실성은 전혀에 가깝게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_-;;
한강 다리 정도의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착수 직후에 충격이나 저온 쇼크 때문에 매우 높은 확률로 곧장 의식을 잃으며, 그대로 익사하게 된다. 자살할 의도가 전혀 없었던 성 재기 아재도 옛날에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렸다가 밤섬으로 불시착은.. 개뿔, 그냥 서강대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리고 밤섬은 무인도이지만 공무원들이 주기적으로 찾아와서 순찰하고 나무들을 관리하고 새똥을-_- 치우는 등 청소도 한다. 한 사람이 저렇게 오랫동안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저기에 짱박혀 있는 건 절대 가능하지 않다. 열차를 탈취하는 게 현실에서 절대 가능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튜브, 라이터를 켜라).
그래도 저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결국 공무원들에게 들켜서 본토로 송환되긴 하니, 최소한의 현실은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4. 백마도 (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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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선유도처럼 강남 내륙 쪽에 가까이 붙은 자그마한 섬으로, 김포대교의 바로 옆에 붙어 있다. 하지만 이 섬은 생태가 아닌 군사· 안보 명목으로 민간인의 접근이 금지된 무인도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이 섬에 작정하고 군부대가 지어져 있거나 인터넷 지도에서 흐리게 가려졌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반대로 위장을 위해 숲이 울창하게 꾸며져 있다거나 하지도 않다.
언덕 하나만 빼면 섬의 대부분은 그냥 황무지 뻘밭이며, 거기 중앙에 헬리패드가 만들어져 있는 정도이다.

이 섬은 1 21 김 신조 사태를 계기로 1970년쯤에 군사 시설로 둘러싸이고 무인도로 봉인되었다고 한다. 무장공비가 서울로 침투하는 걸 봉쇄하기 위해 청와대 근처의 산들은 몽땅 요새화됐으며, 한강 하류도 온통 철조망이 둘러졌다. 한강 내지 임진강의 하구 끝자락은 강만 건너면 바로 북한 땅이기 때문이다.
이때 백마도는 서울의 적당한 외곽에 있겠다, 적당한 크기에 내륙에서도 그리 멀지 않으니 한강을 경비하는 용도로 찜해지게 됐다.

그나마 2013년부터는 거의 1년에 한 번(하루)꼴로 500명 남짓 예약을 받아서 민간 개방 행사도 하는가 보다. 단, 섬 내부의 촬영은 금지이기 때문에 주변 사진은 언론 보도 자료 말고는 딱히 없다.
요즘이야 북괴가 핵과 미사일로 도발하고 있지, 이렇게 무식하게 침투를 하지는 않으니 1970년대 스타일의 서울 경비는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대비를 전혀 할 필요가 없는 건 또 아니니 원..

백마도의 바로 곁을 지나는 김포대교는 고속도로(수도권1순환) 교량이다. 이 고속도로가 동쪽 고리에서 통과하는 교량은 강동대교이다.
그리고 백마도 일대에는 한강 수중보가 설치되어 있다. 다른 수중보는 잠실대교 부근에 있다. 한강의 수심 유지, 바닷물의 역류 방지 등의 목적으로 설치되었는데, 북괴 잠수함의 침투를 방지하는 목적도 덤으로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5. 보너스: 초평도(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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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한강이 아니라 임진강에 있는 넓은 섬이면서 섬 전체가 천연 습지이다. 먼 옛날에는 여기서 논농사도 지어졌다고 하지만 6· 25 전쟁이 끝난 뒤에는 얄짤없이 무인도로 전락했다. 다만, 강 건너편이 당장 북한 땅이나 DMZ인 건 아니고 그냥 민통선 지역이다. 백마도와는 달리, 이 섬 자체가 무슨 군사 시설로 쓰이고 있는 건 아니다.

남북 통일이 된다면 군사· 안보 위협은 없어지겠지만 자연 상태 보존을 위해서 여전히 무인도 지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교량 같은 건 없으니, 이 섬에 접근하는 수단은 어차피 나룻배(...보트)밖에 없다.

이상이다.
산 정상뿐만 아니라 하중도도 군사 시설로 쓰이는 경우가 있는 것이 흥미롭다.
한강은 김포 방면의 하류 말고 하남· 양평 쪽에도 하중도가 몇 개 더 있는데, 이런 것들은 국유지 사유지 같은 소유 관계는 어찌 되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03/13 08:35 2022/03/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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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규 노선 버스가 드나드는 대학교

국내의 대학교들은 캠퍼스가 왕창 넓다거나, 기숙사가 없는데 교통이 좀 불편한 곳에 있다거나 하면 통학 버스, 셔틀버스, 내부 순환 버스 같은 것을 자체적으로 굴리곤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학교에서 굴리는 버스 말고 해당 지역의 정규 노선 버스가 마을버스건 지선버스건 캠퍼스 내부까지 들쑤시고 다니는 학교로는 어떤 예가 있을까?

정규 노선 버스가 상시 다니려면 학교 안팎으로 골고루 거리가 일정 규모 이상이고 여객 수요도 받춰 줘야 할 것이다. 쉽게 말해 대도시에 소재한 종합대학 급의 매우 큰 학교라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서울에서는 서울대가 독보적이고 '거의' 유일하다. 55xx 지선과 관악02 마을버스가 다닌다. 얘는 지하철역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도 꽤 멀고, 캠퍼스 자체도 워낙 크기 때문에 셔틀버스와 내부순환의 역할을 겸하는 정규 노선 버스가 당당히 존재한다. 게다가 여기는 학생뿐만 아니라 주말에 관악산 등산객의 수요도 있기 때문에 명분이 더욱 크다.

서울대 말고는 서울 과학기술대가 있다. 얘도 인서울 대학치고는 캠퍼스가 꽤 크며, 노원13 마을버스가 학교 안과 석계 역 사이를 오간다. 원래 저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셔틀버스를 운영하다가 접고 마을버스를 교내로 유치한 거라고 한다.

연세대는 캠퍼스 심시티를 어찌 하느냐에 따라 이런 버스를 유치하지 못할 법은 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백양로 차도를 주차장과 같이 지하로 집어넣어 버렸다. 사실, 지상을 정원과 인도 위주로 단장하는 건 요즘 대학교들의 디자인 추세이기도 하다.

서울 밖에서 노선 버스가 존재하는 대학으로 내가 아는 건 역시 지거국인 충남대(대전)와 부산대(부산), 거기 말고는 조선대(광주) 정도이다. 대구의 지거국인 경북대는 안 그런 듯하다.
충남대 옆의 카이스트는 캠퍼스는 꽤 크지만 종합대는 아니고 기숙사가 발달해 있으니 내부 관통 노선 버스 같은 건 없다. 그 대신 학부 기숙사와 기계공학동 사이에 택시들이 잔뜩 들어와서 대기해 있긴 했다. 비싼 택시를 안 탈 거면 그냥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야 했다.

뭔가 마을버스 하나라도 캠퍼스 안까지 들어가는 대학을 다니면.. 사람들로 바글바글 북적거리고 내가 뭔가 고등학교가 아닌 대학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2. 성남시 수정구

서울의 수서 이남으로 지방도 23호선을 따라 남쪽으로 쭉 가면, 동쪽으로(진행 방향 기준 왼쪽) 서울 공항과 15비행단 공군 부대 부지를 길게 지난다(심곡동, 고등동). 거기서 더 남쪽으로 시흥동 구간에 진입하면.. 금토동과 판교동으로 진입하기 직전에 이번엔 서쪽으로(진행 방향 기준 오른쪽) 뭔가 범상찮은 기관들 근처를 지나게 된다.

  • 세종 연구소: 연구 분야가 외교 쪽인지 대북 안보 쪽인지, 주체 기관이 무엇이며 국영인지 민영인지, 어떤 사람이 취업해서 들어가는지 정체를 영 모를 연구소이다. KDI(한국 개발 연구원) 같은 느낌도 들지만 거기보다는 공신력이나 인지도가 훨씬 낮아 보인다. 설립 배후에 5공 전땅크의 입김이 많이 개입해 있는 듯하며, 아웅산 폭탄 테러 피해자 유족을 지원하는 일도 해 왔댄다.
  • 국가 기록원 나라 기록관 서울 분원: 기록원의 본부는 정부 대전 청사에 있지만 서울· 수도권에도 이렇게 적절하게 으슥한 곳에 보관소가 있다. 프로토스 템플러 아카이브 생각이 나네..
  • 한국 국제 협력단(KOICA): 한때는 여기에 파견 나가는 것으로 병역 특례까지 있었지만, 그 제도는 이미 10여 년 가까이 전에 폐지됐다. 이거 활동이 요즘 취준생들의 스펙 쌓기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세종 연구소와 이웃집처럼 바로 붙어 있는데, 둘이 어째 교류· 협력 관계이기도 하댄다.

인상적이지 않은가?
과거엔 여기 부근에 원래 한국 도로 공사의 본사가 있기도 했다. 마침 경부 고속도로와도 아주 가까워서 '대왕판교'라고 서울 방면으로만 통하는 도로 공사 전용 나들목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랬는데 걔는 수 년 전에 김천으로 이사를 갔고, 옛 부지는 업무 지구로 전면 재개발되는 중이다.

서울 공항을 포함해 지방도 23호선 주변, 그리고 탄천의 건너편 동쪽으로 서울 지하철 8호선이 지나는 구 시가지가 모두 성남시 '수정구'에 속한다. 하지만 양쪽은 생활권과 분위기가 서로 매우 다르다. 마치 성남시 분당구가 경부 고속도로 동쪽과 서쪽별로 분위기가 매우 다르듯이 말이다.

3. 서울의 중앙 버스 전용 차로

서울에서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큰 길을 꼽자면 아예 자동차 전용 도로인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내부순환로 등이 있다.
그런 길은 대중교통과 보행자의 접근성은 떨어지며, 시내 도로로서 큰 길과는 영역이 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본인이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서울에 현재 중앙 버스 전용 차로가 개설되어 있는 대로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이건 자동차 전용 도로 말고 당연히 시내 도로에 해당되는 사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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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을 해 봐도 의외로 최신 자료가 나오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대체로 도심을 향해 방사형으로 길이 생겨 있는 게 보인다.
경인국도(국도 46), 지하철 3호선과 비슷한 선형의 통일로, 종로와 천호대로, 구리 방면 망우로(국도 6), 강남의 횡축 강남대로 쪽은 본인이 직접 본 적도 있다.

종로는 동쪽 방면에 버스 전용 차로가 끊기는 구간이 좀 있었는데 그게 아마 1~2년 전인가 공사를 해서 연결을 시켰다.
천호대교는 한강 교량들 중에 중앙 버스 전용 차로가 있는 유일한 물건이지 싶은데.. 개인적으로 이건 좀 삽질인 것 같다. 안 그래도 6차로밖에 안 되던 교량이 너무 좁아졌기 때문이다.

강남은 횡축으로도 차로가 굉장히 많은 대로가 여럿 있어서 중앙 버스 전용 차로를 만들 법도 하지만 아직 딱히 없는 것 같다. 만들게 된다면 지금 같은 화단· 가로수 중앙분리대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종축 중에 동쪽 끝에 있는 영동대로는 중앙이 아니라 구석에 버스 전용 차로가 있다.

4. 서울에서 놀고 있는 땅

서울에 딱히 외곽 그린벨트 지역이 아니면서 출입금지 장벽이나 가림막만 쳐진 채 아직까지 놀고 있는 공터라고 본인이 들은 건 다음과 같다.

  • 동대문구 배봉산 기슭의 전동 초등학교와 래미안 아파트 사이에 자그마한 공터가 있다. 국유지인지 사유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딱히 업무용 건물이 들어설 만한 곳은 아니니 개발된다면 그냥 공원이 들어설 것 같다.
  • 금천구청 역 바로 옆에 있던 군부대 부지는 앞으로 어찌 활용되려나 모르겠다. 인천 공항의 개항으로 인해 김포 공항의 청사 하나가 리모델링되던 무렵에 거기서 영화 <튜브>의 공항 총격전이 촬영됐는데.. 저기 군부대 시설의 해체에 맞춰서 역시 군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미운 오리 새끼>가 촬영되기도 했다.
  • 과거에 거대한 철도차량 공작창이 있던 용산 역 인근의 넓은 부지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인가 보다. 거기에다 용산 미군 기지가 대거 평택으로 이전하고 나면 용산구는 완전히 환골탈태할 것 같다.
  • 정동에 덕수 초등학교와 구세군 역사 박물관이 있는 곳 일대에도 문화재 보존과 복원을 위해서인지 딱히 개발하지 않고 오랫동안 묶어 놓은 넓은 공터가 있다.
  • 이 분야의 끝판왕은 송현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복궁 동쪽 덕성여중 근처의 넓은 공터이지 싶다. 오랫동안 국유지였다가 1990년대가 돼서야 민간으로 넘어갔으며, 삼성을 거쳐서 현재는 한진 그룹 소유이다. 위치는 엄청 좋지만 고도와 용도 등 규제가 붙은 게 한둘이 아니어서 뭔가 진지하게 크고 아름다운 업무용 건물을 올리는 건 불가능한 계륵 같은 땅이라고 한다.

5. 지리 관련 노래

(1) 우리나라 유행가 중에 뭔가 지리(+역사)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의 독보적인 원탑은 "독도는 우리땅"이지 싶다. 그 다음은 개인적으로 "화개장터"를 꼽는다. 저게 아니었으면 영남과 호남 사이에 무슨 강이 있고 뭐가 달려 있는지 일반인들이 알 일이 없었을 테니까..
어째 철도 경전선과 88올림픽 고속도로가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된 게 모두 2015~16년 비슷한 시기인 것이 의미심장하다.

(2) 그 밖에 "서울 대전 대구 부산"과 "남행열차"는 주제가 지리 쪽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목만 봐도 철덕의 감성을 마구 자극해서 좋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에만 정차하던 옛 4시간 10분짜리 경부선 새마을호 #1~#4 열차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데 요즘 자동차들은 지름길 고속도로가 많이 뚫린 덕분에 굳이 대전을 경유할 필요가 없어졌다. 여객기야.. 원래부터 지름길 경로도 아닐 뿐더러 각종 보안 연구 시설들이 있는 곳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대전 쪽은 전혀 안중에 없었다.
이제 열차만이 서울-부산을 오가면서 대전을 꼬박꼬박 찍어 주고 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그리고 공식 용어는 '남행'이라기보다는 '하행'이지..
"남행열차"를 듣거나 부르면 내 머릿속에는 예전에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 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열차는 목포 행 무궁화호 열차입니다 ..." 이러던 200x년 철도청 시절의 안내방송이 자동 재생된다.
호남고속철까지 개통된 지금의 시점에서는 참 격세지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1/21 08:35 2021/01/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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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이미 언급했던 아이템들도 좀 있지만 도로 철도 항공 몽땅 한데 통틀어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단선 터널

육상 교통수단에서 단선이란 건 선로를 따라 매우 정교한 신호와 통제가 가능한 철도에서나 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그리고 요즘은 철도도 교통량이 아주 적은 곳이 아니라면 최소한 복선으로 만드는 게 기본이다. 철도가 넘사벽의 접근성을 자랑하는 자동차와 경쟁해서 이기려면 자동차로 도저히 불가능한 고속 대량 수송에 올인해야 하는데, 그건 단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상황이 달랐다. 자동차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고, 도로를 닦는 기술과 자본도 부족하다 보니 도로에 지금 같은 엄격한 상· 하행 구분이나 차량과 보행자의 구분 자체가 별로 돼 있지 않았다. 일제 시대만 해도 경성 시내 도로에 깔끔하게 중앙선과 차선이 그어져 있고 신호등이 설치된 것을 내가 본 기억이 없다. 노면전차 때문에 공중에 전차선들만 어지럽게 늘어서 있었을 뿐..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정말 믿기 어렵지만, 자동차 도로 터널이 겨우 1차로로 만들어진 게 있다. 짤막한 굴다리 수준이 아니라 나름 600m가 넘는 길이이며, 일방통행도 아니고 상· 하행 공용인 게 말이다.
2020년 현재 국내에는 딱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여수의 '마래 터널'(현재는 정확히는 마래 제2 터널로 개칭)이고, 다른 하나는 울릉도의 '통구미 터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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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터널의 입구는 교차로나 횡단보도 따위가 없어서 그냥 직진만 하면 됨에도 불구하고 신호등이 있다. 한쪽에 차량이 진입했으면 맞은편에서는 차량의 진입을 막아야 한다.
자동차 도로가 이렇게 되는 건 보통은 왕복 2차로 도로에서 차로 하나가 사고나 공사 때문에 막혔을 때일 것이다. 이때는 현장의 인부가 일정 주기로 상행과 하행의 통행을 허용하면서 교통을 정리하는 편이다.

그런데 터널이 통째로 1차로인 건.. 무려 1920년대의 여건 하에서 산의 암반을 힘겹게 뚫어서 차로 하나만 개통시킨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래 터널은 단면이 철도 터널처럼 생겼으며 마침 전라선 구선로(여수 엑스포에 맞춘 복선전철화 이전)도 근처를 지난다. 그러니 마래 터널이 전라선 철도의 진짜 오리지널 구간이 아니었나 하는 의문도 든다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자동차용 터널 중에 이런 비좁은 물건이 있는 게 흥미롭지 않은가..?
참, 여담이지만 인터넷으로 찾아 본 바에 따르면, 울릉도는 모든 도로가 시멘트로만 포장돼 있고 아스팔트 포장은 없다고 한다. 도로가 처음으로 포장되던 시절에 아스팔트 포장을 위한 중장비를 거기까지 동원하는 건 여러 모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2. 2차로 고속도로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라는 건 통행료를 내야 이용 가능한 대신, 평면교차가 없고 보행자도 없고 길이 가장 곧고 상태가 좋아서 차가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최고급 도로이다.

요즘은 지방에 국도도 중앙분리대를 갖추고 고속도로 못지않은 고속 주행이 가능한 고퀄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들도 시내로 들어가면 다시 신호를 받기 시작하며 지속적으로 빠르게 달릴 수 없다.
그리고 상하 구배나 커브가 레알 고속도로보다는 아무래도 더 급격하다. 운동 에너지라는 게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 만큼, 시속 80 기준 설계와 100/110 기준 설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런데 이렇게 도로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고속도로가 겨우 왕복 2차로라면..?? 그 도로는 제대로 추월을 할 수 없으며 사실상 고속도로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역사적으로 왕복 2차로의 열악한 반쪽짜리 고속도로가 존재했으며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 영동 고속도로의 강원도 구간은 20세기까지 아예 국도/고속도로 공용을 표방하는 막장 2차로 산길 형태였다. 그러다가 2001년이 돼서야 지금과 같은 깔끔한 새 길이 완공됐다.
  • 우리나라 최후의 왕복 2차로 고속도로는 잘 알다시피 88 올림픽 고속도로였다. 하지만 2015년에 전구간이 4차로인 대구광주 고속도로로 리모델링 됐다.
  • 중앙 고속도로는 나름 장거리 횡축 간선인 주제에 2차로 형태로 건설되고 있다가 뒤늦게 4차로로 다시 만들어졌다.

그래서 2020년 현재, 우리나라는 수십 km 이상 간선 고속도로 중에 2차로짜리는 완전히 전멸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건 제2경인 고속도로에서 인천대교로 이어지는 학익-옥련 사이의 아주 짤막한 구간, 그리고 151번 고속도로의 말단인 동서천 IC-동서천 JC 구간이다. 간선이 아니라 고속도로 연결선에 가까운 자동차 전용 도로일 뿐인데.. 법적인 이점을 얻기 위해서 명목상 고속도로라고 등재해 놓은 듯하다.

어떤 도로가 고속도로라면 한국 도로 공사 관할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해당 지자체의 관할이 된다. (경부 고속도로 vs 양재IC 이북의 경부 간선 도로의 차이처럼..)
그리고 고속도로의 주변 부지는 다른 도로의 주변에 비해 개발 제약이 더 심하기 때문에 지금 미리 고속도로라고 찜해 놓는 게 나중에 이 도로를 확장하는 데 더 유리하게 된다.

3. 철도

(1) 신호(재래식 통표 폐색): 정선선의 끄트머리인 정선-아우라지가 최후의 보루이다. 정선선은 20여 년 전에 비둘기호의 최후의 보루였는데 이제는 통표 폐색 방식을 마지막까지 간수하고 있나 보다.
여기 말고 전라선 모 구간에서 2000년대까지 아직 통표가 쓰이는 곳이 있었다고 하지만.. 복선 전철화가 모두 완료되면서 옛날 이야기가 됐다. 호남선은 주요역 위주로 호남고속선이 새로 깔렸지만 전라선은 본선 자체가 준고속선으로 개량됐다는 차이가 있다.

(2) 오르막 급경사(인클라인/스위치백): 영동선 통리-심포리 구간이 전국 유일의 스위치백 구간으로 잘 알려져 있었으나, 이미 2012년에 루프식 터널(솔안 터널)로 바뀌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전국에 루프식 터널은 내가 알기로 중앙선에 두 곳(치악), 함백선, 그리고 저기 저렇게 총 네 곳 있다.

(3) 기관차 방향 전환: 증기 기관차 시절의 엄청 옛날 이야기이다만, 그때는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들이 대전에서의 정차 시간이 꽤 긴 편이었다. 호남선이 서울 방면과 곧장 연결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호남선과 전라선 열차는 대전에서 기관차를 열차의 뒤쪽으로 바꿔 달아야 했다. 그리고 경부선 열차라 해도 어차피 150km 정도 달린 뒤에는 물 보급이라든가 기관차 상태 관리 때문에 10분이고 20분이고 쉬어 줘야 했다.
대전 역이 우동(가락국수)으로 유명해진 이유가 이 때문인 것은 이미 다들 아실 것이다. 호남선에서 서울 방면으로 곧장 진입 가능해진 것은 1978년에 호남선 북쪽 구간이 복선화된 뒤부터이다.

(4) 나무 침목, 자갈밭과 레일 이음매: 우리가 철도 선로에 대해서 흔히 생각하는 이 모습조차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갈수록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요즘은 그냥 다 하얀 시멘트인지 콘크리트인지 노반이 침목과 자갈 역할을 다 하고 있다. 교량이고 평지고 터널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도로는 시멘트 포장과 아스팔트 포장이 장단점이 있어서 현재까지 모두 쓰이고 있지만, 철도는 뭔가 획일화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4. 비행기

(1) 엔진 수: 기술의 발전 덕분에 요즘 여객기는 어지간해서는 쌍발 엔진만으로 다 커버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3발기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보기 힘든 퇴물이 됐으며, 4발기도 2010년대부터 대형 비행기(A380, 747..)들이 몰락하면서 갈수록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2) 앵커리지 중간 기착: 과거에는 비행기의 항속거리가 지금만치 길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국까지(서부· 동부 불문) 직통으로 갈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미국 본토까지 미묘하게 덜 간 알래스카 앵커리지가 중간 기착 허브로 굉장히 각광을 받았다. 과거의 한국 철도에다 비유하자면 저기가 마치 대전 역의 비행기 버전 같은 지위에 오르기라도 한 것 같은데..
한국-미국 직통 비행이 가능한 보잉 747-400이 1990년대에 등장하면서 앵커리지의 명성은 퇴색하기 시작했다.

(3) 항로 안내: 지금이야 GPS라는 게 자동차와 개인 스마트폰에도 다 들어있어서 지도와 현재 위치 표시 서비스(내비게이션)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제공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여객기에 기장· 부기장에다가 항공기관사와 항법사까지 조종실에 탑승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훗날 항법사가 항공기관사에 흡수되고, 더 나중엔 후자까지 없어짐) 게다가 항로 측정에 착오가 생겨서 적성 국가 영공에 잘못 들어갔다가 여객기가 격추 당한다니... 이것도 지금이야 소설 같은 일이지만 1980년대에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였다.

Posted by 사무엘

2021/01/12 19:35 2021/01/1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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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비행기 수준은 아니지만 지면이나 수면을 약간 떠서 다니는 교통수단이 있다.

1. 지면에서는 자기 부상 열차가 대표적인 예이다. 얘는 분명 육상의 궤도 교통수단이고 차량을 열차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철도의 범주에 드는 물건이 아니다. 당장 차량의 밑에 바퀴가 달려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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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전자기력의 힘으로 아주 미세하게나마(수 cm 남짓) 위로 떠서 달리니 구름 마찰력 따위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조용하고 진동 없고 주행 속도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198, 90년대의 공상 과학 매체에서 진작부터 미래의 교통수단이라고 주목 받아 왔다.

하지만 기존 철도와 전혀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선로, 그것도 첨단 기술의 집약체여서 건설비도 엄청 많이 깨지는 시설을 수백 km씩 새로 건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2020년 현재까지도 자기 부상 열차는 장거리 고속 간선이 아니라 단거리 중저속 도시철도 경전철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국내의 경우 대전 엑스포 공원과 인천 공항의 자기 부상 열차가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에는 상하이 시내와 푸동 국제 공항을 잇는 공항 철도가 어째 자기 부상 고속철 형태이다.

다음으로 일본의 츄오 신칸센이 2020년 현재 세계 최초의 유일한 장거리 간선 + 초전도 기반의 자기 부상 열차를 표방하며 건설 중이다. 시속 200km짜리 고속철에 이어 시속 600짜리 자기 부상까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은 놀라운 일이겠지만, 요즘 세계의 경제 시국을 감안하면 저건 경제 대국 일본의 입장에서도 꽤 버거운 과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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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부상 열차의 동력원은 linear motor라고 부르는 선형 전동기이다. 하지만 얘 자체는 부상식이 아닌 철차륜 접지식 철도에도 적용 가능하다. 용인 경전철이 ‘선형 전동기’라는 말을 국내에 거의 처음으로 선보인 사례이다.

요즘 자동차가 휘발유에서 전기 같은 대체 에너지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면, 철도는 전철은 진작부터 따 놓은 당상이니, 다음으로 기존 열차의 틀을 깨고 공기 저항이나 구름 마찰력을 차원이 다른 방법으로 극복해서 초고속을 실현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철도가 아음속기의 속도를 따라잡을 때쯤이면 비행기는 초음속기가 다시 실용화되지 않을지?

2. 다음으로 수면에서는.. 위그선과 수중익선, 공기부양정(호버크래프트)이 있다.

(1) 먼저 위그선은 생긴 것부터가 날개가 달린 게 경비행기 내지 헬리콥터.. 어쨌든 비행기를 짬뽕한 것처럼 생겼으며, 수면 위를 수~수십 m 정도 뜰 수 있다. 덕분에 속도도 시속 수백 km에 달하고 매우 빠르다. 배멀미가 없는 것은 덤.. 그 대신 얘는 평범한 배를 운전하는 감과 노하우만으로는 제대로 조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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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좀 더 발전시켜서 아예 비행정이나 수상기를 만들면 되지 이런 어중간한 물건은 왜 만들까? 위그선은 비행기와의 차이가 무엇일까?
위그선은 아무래도 완전한 비행기보다는 연비가 훨씬 더 좋으며, 조종 난이도도 비행기만치 높지는 않다. 그러면서 비행기의 장점을 바다 위에서 저렴하게 얻을 수 있다. 참고로 위그선은 초저공 비행 중에 날개가 공기를 아래로 누르면서 발생하는 '지면 효과'로부터 생성된 양력을 활용해서 뜬다.

다만, 위그선은 굉장히 빠르게 날아가는 도중에 아래의 파도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양력 비행이란 건 어떤 형태로든 밀도가 낮은 공기 중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공기보다 훨씬 무거운 물이 기체에 부딪혀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 금세 자세가 흐트러지고 속력을 잃고 양력도 잃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나쁜 상황이 발생한다.

위그선은 선박의 경제성과 비행기의 속도를 적당히 절충한 교통수단으로서 나쁘지 않지만.. 전문적인 선박이나 비행기의 틈새를 뚫고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할 만치 획기적으로 뛰어난 물건은 아니어서 그냥 마이너한 특수 목적 교통수단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 이걸 타고 굳이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건널 필요는 없으니까.. 단지 포항이나 울진에서 울릉도 정도를 갈 때, 인천이나 안산에서 백령도 연평도 정도를 빨리 가고 싶을 때 비싼 헬기를 띄우느니 이런 물건이 가성비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위그선은 비행기와 선박 사이의 정체성이 무척 모호한 물건인데,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물론 선박이다. 법적으로 수면 위에서 고도 150m 이하로만 떠 다니는 것들은 다 선박이고 그 이상부터가 비행기라고 한다. 비행기가 이륙을 성공한 것으로 간주되는 최소 높이가 35피트(약 10.7m), 국내에서 사전 신고 없이 경량 드론을 띄울 수 있는 최대 고도가 150m이다가 최근에 최대 300m로 완화됐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기체 반경 600m 이내에 있는 가장 높은 건물의 옥상 높이에서 추가적으로 이 높이까지)

(2) 다음으로 수중익선은 선체 아래에 U자 모양의 둥그런 '날개'가 달렸다. 주행을 시작하면 이게 물 속에서 양력을 받아서 선체를 위로 수 m 남짓 띄운다. 양력을 공기 중에서 얻는 게 아님을 유의할 것. 날개(수중익) 부위는 여전히 물에 잠겨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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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배도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워낙 압도적으로 더 높기 때문에 비행기처럼 크게 돌출되지도 않은 저 작은 날개만으로도 그 무거운 선체를 띄울 수 있다고 한다.
수중익선은 모든 부위가 공중에 뜨는 위그선보다야 느리다. 하지만 위그선보다 더 대형화가 가능하고, 같은 출력으로 일반 선박보다 더 빠르고 편안한(= 배멀미 없는) 운항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중익선은 저렇게 떴을 때는 물이 양력의 매체 역할만 하지 스크루를 돌려서 동력을 전하는 매체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워터제트 엔진을 따로 장착해서 물을 뒤로 뿜어서 나아간다.

(3) 끝으로, 공기부양정은 마치 호치키스처럼 본명보다도 호버크래프트라는 제조사의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데..
얘는 날개가 없고 딱히 항공역학적인 디자인이 아니다. 하체가 공기 쿠션으로 둘러져 있고, 그 공간에다 압축 공기를 불어넣어서 그 공기의 압력으로 뜬다. (양력이 아니라 추력...) 딱 자기 부상 열차가 뜨는 만치만(cm 단위..) 간신히 뜨기 때문에 공중부양(?)을 한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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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얘는 위그선보다야 훨씬 더 크게 만들어서 많은 사람과 짐을 실을 수 있으며, 물 없는 바닥 위에서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다. 일반 선박들은 바닥이 지면과 닿으면 곧바로 긁히고 좌초하는 반면, 얘는 그런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중부양정은 험한 지형의 바닷가에 상륙 작전을 펼치는 군사 용도로 매우 적합하다. 물의 저항을 덜 받는 덕분에 일반 선박보다 훨씬 더 빠를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내륙 깊숙히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속도는 비행기만치 빠르지는 못해도 승용차 정도는 나온다.

공기부양정은 일반 선박처럼 물에 잠긴 형태의 스크루가 달려 있지 않으며, 옛날 증기선 같은 외륜도 없다. 뒤에 달린 프로펠러가 선체 상부의 공기를 뒤로 내뿜어서 나아간다는 게 특징이다. 물이 아니라 공기를 뒤로 밀어낸다.
사실, 비행기도 프로펠러를 뒤에다 장착해서 추진하고 뜨는 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단지, 이륙하면서 기수가 위로 들릴 때 뒤의 프로펠러가 땅에 닿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안 할 뿐...

모든 교통수단은 이것저것 겸용으로 만들면 효율이 매우 떨어지고 생산 비용도 비싸진다. 공기부양정 역시 예외가 아닌지라 일반 선박보다 수송량 대비 매우 비싸고 연비도 낮고 엔진 소리가 시끄럽다. 그렇기 때문에 잠수함처럼 민간이 아닌 군용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2/28 08:35 2020/12/28 08:35

항공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꼭 볼 만한 명작 영화로는
Flight 93 (2006), 그리고 Sully (2016)가 있다. 실제 사건으로나 영화의 작품성으로나 모두 탁월하다.

1.
전자는 2001년 9 11 테러 당시에 테러리스트에게 피랍된 유나이티드 항공 93편(미국 국내선, 보잉 757-222) 여객기 내부에서 벌어졌던 일을 다룬다. 9 11 테러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항공 보안 규정은 지금보다 훨씬 더 널널했다.

사건은 빨간 머리띠를 두른 테러리스트들이 갑자기 승무원들을 제압하고 조종실로 난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중에는 승객들이 힘을 합쳐 기내식 카트로 박치기를 해서 조종실 문을 부수기는 하지만.. 이미 조종간을 잡고 있던 테러리스트가 이판사판 동귀어진 차원에서 비행기를 평지로 추락시켜 버렸다.
추락 충격이 얼마나 컸으면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커다란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면서 기체는 형체도 없이 박살났다. 그리고 전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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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승객들의 영웅적이고 숭고한 저항 덕분에 이 사건은 저 비행기만 혼자 추락하는 걸로 끝날 수 있었다. 테러리스트들을 그대로 놔 뒀으면 쟤는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이나 국회의사당에다 꼬라박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때 미처 무장을 못 하고 긴급 출격했던 미군 F-16 전투기 2기는 얘와 몸으로 충돌할 각오까지 했었다고 한다.
이 기체가 추락한 지점에는 현재 Tower of Voices라는 이름의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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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편, 후자는 2009년 1월,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US 에어웨이즈 1549편(미국 국내선, 에어버스 A320-214)의 불시착 사고를 다룬다. ‘설리’는 당시 여객기 기장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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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체는 이륙한 지 얼마 못 가 새떼들과 제대로 충돌한 덕분에 좌우 엔진이 몽땅 망가지고 시동이 꺼져 버렸다. 새가 기체와 단순히 부딪힌 정도를 넘어 엔진으로 빨려들어갔기 때문이다. 공기만 들어와야 하는 엔진 내부에 크고 무거운 생명체 이물질이 들어갔으니 뭐..
기체는 순식간에 글라이더로 전락하고 서서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기장이 얼마나 적절한 상황 판단으로 강에 잘 불시작해서 승객들을 전원 구출했는지는.. 직접 보면 알 수 있다. 공포의 GPWS 경보음을 “웽웽~ pull up!” 단계까지 듣고도 멀쩡히 살아남은 여객기 기장은 세계적으로도 드물지 싶다.

영화에서는 NTSB 조사관들이 저런 영웅 기장을 과실 있는 가해자인 것처럼 막 의심하고, 그때 비행기를 꼭 이렇게 처박았어야 했냐는 식으로.. 검사가 피의자 심문하듯이 거칠게 몰아세우는 것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실제 사고 조사 때는 그렇지 않았다. 도저히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것이 명백했기 때문에 딱히 빡세게 조사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기장 당사자가 영화에서 상대측 조사관들이 너무 악의적으로 묘사됐다고 이의를 제기했을 정도였다.

3.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도 1971년 1월, 대한항공 포커 27기 납북 미수 사건 정도면 충분히 영화로 만들 만한 스토리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납북 미수라고는 하지만 이건 진짜 북괴 간첩은 아니고 그냥 중2병 또라이의 단독 범행이었다. (대공 용의점 없음) 그렇지만 피의자가 진짜 폭발물을 소지하고 있었고 여객기를 진짜로 이북으로 보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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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승무원들은 매우 적절하게 잘 대처했다. 기내에 탑승 중이었던 보안관이 놀라운 실력으로 테러리스트를 사살했으며, 결정적으로 놈이 기폭시킨 폭탄은 전 명세 부기장이 자기 몸으로 덮어서 폭발을 상쇄했다. 그리고 그분은 순직.. 기체는 다행히 바닷가에 잘 불시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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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강 재구 소령의 비행기 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시절에 강 소령 전기 영화(1966)도 나오고, 공군의 활약을 다룬 빨간 마후라(1964)도 나왔는데.. 저 일화가 잊혀져 가고 있는 건 아쉬운 일이다.
또한, 보안관이야 1969년 말 YS-11기 납북 사건의 교훈 때문에 도입된 것이지만 그 당시에 소지품 보안 검색은 저런 사제 폭탄의 반입을 허용했을 정도로 여전히 허술했던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0/10/31 19:34 2020/10/3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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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0여 년 전, 찰스 린드버그의 대서양 무착륙 횡단

요즘 An-2니 세스나 172니 하는 경비행기들은 항속거리가 대체로 1000km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찰스 린드버그는 무려 1927년에 겨우 20대 중반의 나이로 직접 마개조한 붕붕이 경비행기를 조종해서 대서양을 무착륙 직통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참고로 뉴욕에서 파리까지는 직선 최단거리만으로도 무려 5800km를 넘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는 시속 300km 정도 될까..? 딱 KTX 열차의 주행 속도로 나아가는 비행기를 꼬박 33시간 동안 혼자서 한숨도 안 자고 조종했다. 한 순간도 조종간을 놓지 않고, 밥도 안 먹고 용변도 그냥 제자리에서 해결하면서 근성으로 날아갔다.. (☞ 관련 자료)

그는 1920년대 기술로 만들어진 가냘픈 경비행기로 초장거리 무착륙 비행을 하기 위해, 닥치고 기체의 무게를 줄이고 연료를 무조건 많이 꽉꽉 채워넣고, 기계 시스템을 최대한 '신뢰성' 있게 꾸미는 데 목숨을 걸었다.
그래서 일체의 편의장비를 제거했다. 엔진은 단발로 편성하고, 교대 운전도 포기하고 자기 혼자 타고, 고도계 속도계 오토파일럿, 무전기, 전등, 비상 탈출용 낙하산 전부 없앴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경마 기수 수준으로 살 빼고 체중을 줄였다.

아문센이 1910년대 기술로 남극점까지 갔다가 살아서 돌아오기 위해 체면 따위 마다하고 개썰매와 개고기까지 적극 활용했으며, 1940년대에 둘리틀 특공대가 항공모함에서 함재기가 아닌 뚱뚱한 육군 폭격기를 이륙시키기 위해 이것저것 다 떼어내고 눈물겨운 최적화를 한 것과 같은 급의 노력을 한 것이다.

그 결과 린드버그는 파리에 잘 도착했다. 환영 인파들에게 간단히 답례를 한 뒤, 그는 그대로 탈진했다. 다 때려치우고 곧장 근처 호텔에 가서 방 잡고 잠부터 잤다. 비행 시간만 33시간 반이고, 자기 자신은 거의 50시간이 넘게 잠을 안 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으로 귀환할 때는 비행기째로 미군 항공모함에다 싣고 그냥 배 타고 돌아왔다고 한다;;)

1920년대엔 한국인 중에도 안 창남, 신 용욱 등의 비행기 조종사가 최초로 등장하긴 했다. 하지만 동양에서 이제 막 파일럿이 배출될 정도이면 서양에서는 더 앞서가서 저런 엄청난 똘끼를 발산한 사람이 나온 셈이다.
무모하고 위험한 짓을 한 대신, 그는 지금 같은 복잡한 비행 계획 신고, 관제 교신에 착륙료, 영공 통과료 지불 따위 없이 아무도 없고 아무의 통제도 받지 않던 하늘을 최초로 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무한한 자유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저 양반은 파리에 도착해서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착륙 지점을 찾는 심정이 어땠을까? 아폴로 우주선이 처음 보는 달 표면 지형을 내려다보면서 착륙 지점을 찾는 것과 비슷했지 싶다~!

2. 20세기 전반과 후반의 비행기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아직..

(1) 로켓 엔진이 없었고 미사일이라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태평양 전쟁에서 전함을 격침시키기 위해 가냘픈 함재기들이 폭탄을 싣고 직접 날아가서 급강하 폭격을 하거나.. 해수면 근처까지 하강해서 어뢰를 떨궈야 했다.
지금으로서는 정말 상상하기 힘든 원시적이고 위험천만한 기동이지만, 그 시절엔 통상적인 해전이 항공모함 함재기 교전으로 바뀐 것만 해도 공상과학 느낌이 들 정도로 첨단 기술이었을 것이다.

미사일이 없으니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 폭탄도 미군의 폭격기가 현장까지 친히 찾아가서 떨구고 갔다. 버튼 하나 누르면 자동으로 핵 미사일이 발사되는 것 따위는 그때 없었다.

그리고 지상이나 수면의 목표물이니까 위력이 강한 폭탄이지, 높이가 자신과 대등한 비행기끼리는 여전히 기총사격에 의존해야 했다. 그래도 옛날에는 이것만으로도 공중전을 벌여서 적기를 잡았다. 일본의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만 해도 항공 이동 중에 미군의 습격을 받았으며, 기관총에 벌집이 돼서 전사했다.

(2) 사실은 아직 제트 엔진도 없었다. 독일에서 말기에 간신히 개발에 성공해서 잠깐 투입했던 물건을 제외하면 이때 활약했던 모든 비행기들은 아직 피스톤 왕복 엔진 기반의 붕붕이였으며 프로펠러기였다.

그리고 초음속 비행이라는 것도 전무했다. 그런 것들은 다 종전 후에 등장하고 가능해졌다. 그로부터 몇 년 되지도 않아 6· 25 사변 때 곧바로 P-80 같은 미군 최초의 신형 고성능 제트 전투기가 나타났으니.. 그 시절 사람들이 ‘쌕쌕이’라고 부르며 신기해할 만도 했다.

비행기에서 제트 엔진의 등장은 열차가 증기 기관차에서 디젤이나 전기 기관차로 바뀐 것만큼이나 큰 혁신이었다. 등장 시기도 서로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열차가 좀 더 먼저) 20세기 중반 정도로 비슷한 편이다.

오늘날은 비행기고 배고 미사일이면 다 끝나는 것 같다. 그리고 전투기들이 너무 강해지는 바람에 오히려 2차 대전 시절 같은 툭탁툭탁 공중전이 벌어질 여지가 없어진 감이 있다.

3. 이스라엘의 일란 & 아사프 라몬 국제공항

바로 1년 반쯤 전, 2019년 1월에는 이스라엘의 남부에서 '일란 & 아사프 라몬 국제공항'이라는 커다란 공항이 개항했다. 넓은 땅을 찾다 보니 간척지나 인공섬이 아닌 더운 사막에 최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공항이 지어졌다.

이 공항은 명칭에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의 이름이 부여된 게 인상적이다. 저건 친형제나 부부의 이름이 아니라 부자(아버지 아들)의 이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란 라몬은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이스라엘이 배출한 최초의 우주비행사였으나.. 2003년, 컬럼비아 호 우주왕복선 공중분해 사고 때 순직했다. 이때는 이스라엘 전국민이 슬퍼하면서 추모하고 난리가 났다.
다음으로 아들인 아사프 라몬은 부친을 따라 공군 조종사의 길을 갔는데.. F-16 훈련 비행을 하던 중 추락 사고를 당해 2009년, 겨우 20대 초반의 나이에 순직했다.

부자가 나란히 나라를 대표해서 항공우주와 관련된 일을 하다가 순직했으니 이들의 이름은 공항의 이름으로 매우 적절하게 쓰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라몬(Ramon)'이라는 명칭은 비록 어원은 전혀 다르겠지만 필리핀의 옛 대통령도 떠오르게 한다. 라몬 막사이사이.
매우 공교롭게도 이 사람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순직했고, 공항 이름에 쓰여도 될 정도로 훌륭한 인물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드골 국제공항, 케네디 국제공항..)

세상에 재임 중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은 국가 원수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되겠다 궁금했는데.. 찾아 보니 생각보다 많다. (☞ 링크) 위키백과가 별 걸 다 정리해 놨다.;;

4. 보잉 사

보잉 사는 초창기엔 지금 록히드 마틴이 그러는 것처럼 방산업체로서 군용기의 인지도가 더 높은 기업이었으며, 먼 옛날엔 심지어 선박도 만들었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에 여객기 제조의 넘사벽 명가로 잘 자리잡은 데에는 경영자가 비행기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게 크게 기여했다. IT 업체에다 비유하자면 처음엔 SI 외주 개발이나 정부 과제만으로 먹고 살다가.. 온라인 게임 하나 자체 개발해서 초대박을 터뜨린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격이다. 닥치고 비행기를 만들기만 한 게 다가 아니다.

군용기를 만들던 노하우를 살려서 명작 707로 숨통을 튼 뒤, 삼발기 시절에 727, 그리고 대형 점보 여객기가 각광받을 때 747, 적당히 작은 중거리용으로 737, 나중에 여객기의 트렌드가 2발기로 다운사이징 될 때 777로 시장을 적절히 잘 공략했다.

옛날에 초음속 여객기라는 도박이 시도되던 시절에는.. 같이 개발하던 747을 언제든지 화물기로 개조할 수 있게 대비를 잊지 않았다. 그러다가 주판알을 튕겨 보니 초음속기는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는 게 명백해지자, 개발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손 뗐다.

콩코드를 굴리던 영국과 프랑스는 비록 체면과 명성은 얻었지만, 기체를 처음 예상한 것만치 다 생산하지도 못하고 적자 때문에 많이 고생해야 했다.
그 반면 아음속기 747은 1970년대에 여객과 화물에서 모두 흥행 대박을 냈다. 석유 파동 시국에 경제적인 아음속기가 옳은 선택이었음이 더 명백해졌다.

훗날 유럽의 에어버스는 보잉 747보다 더 큰 A380을 내놓으면서 크기면에서 747을 추월했다.
하지만 21세기는 초대형 여객기, 더 나아가 4발기의 시대 자체가 저물고 있었다. 결국 A380도 콩코드와는 다른 이유로 인해 처음 예상 분량만치 생산을 못 하고 단종되게 됐다.
보잉 사는 오랜 역사에 비해 이런 식으로 시대를 잘못 읽은 삽질이 별로 없이 경영을 잘 해 왔다.

Posted by 사무엘

2020/10/17 19:35 2020/10/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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