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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종류

하늘을 날아다니는 유인 비행기는 운영 주체와 비행 목적· 방식에 따라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그룹으로 나뉘는 것 같다.

1. 민항기(여객기+화물기)

항공사에 소속되어 정해진 스케줄대로 승객을 태우고 날아가는 바로 그 물건이다. 비행기들 중 덩치가 가장 크고 일반인들 눈에도 제일 많이 띄니 존재감이 가장 크다. 자동차로 치면 고속버스(여객)나 대형 트럭(화물)에 대응하겠다. 자가용· 사업용을 넘어 가장 어려운 운송용 조종 면허까지 딴 파일럿만이 이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다.

사고가 한번 나면 전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게 되는 비행기도 바로 여객기이다. (특히 국제선) 일례로 1997년 8월 6일 같은 날에 괌에서 대한 항공 801편 추락 사고와, 여주에서 KF-16 전투기 추락 사고가 났었다. 하지만 후자는 전자에게 완전히 묻히는 바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2. 군용기

민간 여객기와는 운용 방식이 사뭇 다르다. 그나마 수송기는 단순 민항기와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날개가 위쪽에 달렸고 날개 아래에 프로펠러가 있다거나, 선박처럼 뒷문을 개방해서 진출입 램프로도 쓰는 식으로 구조가 차이가 있기도 하다.

전투기는 그 덩치에 겨우 2명밖에 못 타지만 자동차로 치면 탱크의 무장에다 스포츠카의 성능을 갖췄다! 비행기들 중에 속도가 제일 빠르고 제일 과격한 급기동을 할 수 있다. 다만, 훈련을 빌미로 너무 위험한 기동을 하다가 종종 고장· 추락 사고가 난다.

3. 헬리콥터

정· 재계 높으신 분들의 자가용, 또는 병원· 소방서· 방송국· 산림청 등의 기관에서 특수한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 민· 군· 관에서 모두 골고루 비슷한 유형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회전익기에다가만 따로 고유한 그룹을 부여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다만, 얘는 긴급한 인명 구조용으로 쓰이는 대신, 평시 여객용으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육상 교통수단으로 치면 오토바이와 비슷해 보인다. 공중 정지와 수직 이착륙처럼 고정익기로 할 수 없는 기동을 할 수 있지만, 덩치가 매우 작고 항속거리가 짧으며 자세가 더욱 불안한 것도 오토바이를 닮아 있다.
 
4. 나머지 자가용· 개인 사업용이나 교육 실습용 소형 비행기

이런 마이너한 수요를 위해 공항 중에는 일반항공용 FBO(운항 지원 사업자)를 갖춘 곳이 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요즘 생산되는 경비행기는 전투기의 사출 좌석 같은 건 아니어도 비상 낙하산이 있다. 탑승 인원이 워낙 적고 기체가 작고 가볍기도 하니 그런 것까지 챙길 수 있구나 싶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민항기 군용기 헬리콥터 경비행기
취급 장소 일반 공항 공군 기지 헬리포트/패드 비행장/이착륙장
식별번호 7/8xxx (제트기) ?? 6/9xxx 1/2/5xxx (피스톤/프롭)
자동차 대응 고속버스, 트럭 탱크, 장갑차, 경찰차, 지프 오토바이 승용차

2와 3이야 워낙 독특한 분야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1과 4는 더 분명한 구분이 필요해 보인다.
단적으로 말해, 프로펠러 경비행기라도 비행기 조종만 하는 것하고, 아예 여객기 조종사가 되는 건 격이 완전히 다르다. 자동차만 해도 그냥 승용차 모는 것하고 아예 고속버스 기사가 되는 건 격이 완전히 다르니 말이다. 항공 쪽 진로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17 08:36 2020/03/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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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로의 풍경들

세월이 흘러 2019년 가을부터는 번호판의 앞자리가 세 자리(!!)인 차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 말고도 당장 아스팔트 길바닥에도 시각적으로 새로운 요소들이 눈에 띄고 있다.

불법 주차를 더욱 강하게 금지하고 계도하기 위해서 요 얼마 전부터는 소방차의 진입에 필요한 크리티컬한 구역 한정으로 길가에 빨간 실선이 도입됐다. 원래는 주황색 실선만으로도 주· 정차 금지인데, 여기는 불법 주차 적발시 더 강하게 처벌할 것이고 차를 세울 생각일랑은 꿈에도 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더 강한 색깔이 도입됐다.

파란색은 버스 전용 차선 또는 고속도로 하이패스 차로를 표시하기 위해 쓰인다. 요즘 초록과 분홍은 고속도로 같은 데서 상· 하행별 진출로 안내를 위해 차선이 아닌 차로에 칠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마치 지하철역 환승띠 같은 느낌이 들고 괜찮다.

자동차 전용 도로에 그런 색깔띠가 있다면, 시내 도로에는 보행자를 주의하라고 횡단보도 부근에 마름모 ◇ 표식이 종종 등장한다. 최근에는 그걸로도 모자라서 지그재그 차선도 거의 같은 용도로 등장해 있다. 어떻게든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서이다.
스쿨존에서는 길바닥뿐만 아니라 자기 차 속도계의 20과 40 사이에 그어진 "빨간 눈금"도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30km/h 이하). 괜히 그어진 게 아니니 말이다.

아울러, 편도 2차로 정도의 좁은 길에서는 아예 교차로에 대각선 횡단보도까지 그려져 있어서 교차로의 모든 방향 차들이 정지하고 모든 방향 신호등이 켜지는 교차로도.. 예전에는 일방통행이나 1차로급 아주 작은 길에서나 가끔 있다가 2010년대쯤부터 더 적극적으로 눈에 띄기 시작했다. 뭐, 보행자 입장에서는 좋지만 차량 통행이 많은 곳에서는 비효율적일지도 모르겠다.

2. 제2경부, 제2 순환 고속도로

2020년 현재 철도계에 신안산선, 중부내륙선, 동해선, 수인선(아직 건설 중인 잔여 구간) 따위가 개통 예정이라면, 고속도로에는 두 가지 큰 이슈가 있다. 하나는 포천-세종 고속도로(29)이고, 다른 하나는 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400)이다.

전자 29의 경우, 한강 이북으로 번듯한 폐쇄식 종축 고속도로가 만들어진 거의 최초의 사례이지 싶다. 기존의 서해안-경부-중부는 서울 시내로 진입하는 선형인 관계로 한강을 건너기 전에 고속도로가 끝나 버리는 반면, 쟤는 서울 시내가 아닌 외곽을 통과하고, 그렇다고 100 같은 순환선도 아니라는 차이가 있다.

지금 한강 강동대교(100 고속도로용)의 서쪽에 건설 중인 교량이 바로 이 고속도로가 사용할 예정인 다리이다. 강을 건너서 남쪽으로 간 뒤에는 서울 강동구와 남한산성을 지하로 통과하게 된다. 여러 모로 대단한 고속도로가 될 것 같다.

한편, 후자 400도 특이한 점이 여럿 있다. 현재 국내에 순환형 고속도로 자체는 서울 수도권 말고 부산 같은 다른 대도시 주변에도 존재하나.. 기존 순환선과 동일한 중심을 기준으로 지름이 더 큰 순환선이 더 생기는 사례는 이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순환 고속도로인 100은 송파구 끄트머리에서 아주 잠깐 인서울을 경유하기라도 하지만 400은 그런 거 없다. 그리고 100은 개방식이지만 400은 더 멀리 떨어진 관계로 폐쇄식으로 운영된다. 도로의 성격과 분위기가 100과는 사뭇 다를 것 같다.
뭐, 실제로 개통된 구간은 아직은 (1) 인천과 김포의 저 서쪽 끄트머리, (2) 화성-동탄 쪽에 찔끔, 그리고 아직은 너무 짧아서 29의 지선 정도로나 간주되는 (3) 저 북쪽 의정부 근처가 전부이다.

100은 맨 처음에 구리-판교 고속도로라는 타이틀로 시작했는데, 29는 맨 처음에 구리-포천 고속도로로 시작했다는 것 역시 참고할 점이다.

3. 시외· 고속버스와 고속도로의 변화들

  • 언제부턴가 시외버스가 운임이 비정상적으로 굉장히 오른 것 같아서 내막을 살펴보니.. 고속버스에만 존재하던 일반/우등 구분이 이제 시외버스에도 적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본인이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지금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는 경계가 굉장히 모호해지고 구분이 무의미해진 지경에 갔다. 열차가 기존의 '-호'로 끝나는 등급명 구분이 굉장히 문란해진 것만큼이나 이건 피할 수 없는 변화이다. 특별히 역사· 지리적인 사연이 있지 않는 한, 새로 짓는 버스 터미널들은 시외와 고속을 구분 없이 같이 취급하는 게 추세이다.
  • 고속도로가 전국 곳곳에 깔리고 있으니 시외버스도 고속버스처럼 고속화, 직행화, 고급화로 가고 있다. 반대로 고속버스도 휴게소 환승 같은 시스템이 도입되어서 꼭 터미널에서만 타고 내리지는 않는 존재가 됐다.
  • 고속도로의 버스 정류장은 한때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되어서 다들 없어지고 졸음 쉼터로 교체되었지만, 지금은 수도권과(특히 외곽순환) 일부 지역 한정으로는 다시 광역버스 환승 허브로 부활 중이기도 하다.
  • 졸음 쉼터보다는 규모가 크지만 정규 휴게소보다는 시설이 빈약해서 화장실과 편의점 정도만 달랑 있는.. '주차장 휴게소'라는 것도 생겨 있다.

가까운 미래에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는 시스템이 완전히 통합· 합병될 것으로 보인다. 마치 서울 메트로와 도철이 합병한 것처럼 말이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시외버스와 달리 고속버스는 운임에 부가세가 붙어 있다. 이건 전국에 고속도로라는 게 경부 등 극소수밖에 없고, 고속도로가 아주 특별한 도로라는 옛날 사고방식에서 유래된 관행이다. 이런 구분도 지금은 전혀 무의미히고 시대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다.

4. 안내방송의 통합

요즘(대략 2010년대 중후반부터) 고속버스와 전철에서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트렌드 중 하나는.. 회사마다 제각각이던 안내방송들이 모조리 하나로 통합됐다는 것이다.

전철의 경우 2000년대까지만 해도 환승역 진입을 알리는 BGM이 코레일, 서울 메트로, 도철이 모두 서로 달랐다. 또한 한국어 및 영어 성우도 전부 달랐다. 그러다가 그 BGM은 언제부턴가 퓨전 국악 '얼씨구야'로 회사를 불문하고 천하 통일이 됐다. 게다가 지난 2017년부터 서울 메트로와 도철이 한데 통합되면서 차이는 더욱 없어졌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졌다.

다만, 코레일의 경우 주요역에서는 영어 방송에 역의 번호까지 명시하고 있으며, 이제 매번 성우를 쓰는 게 아니라 TTS, 일명 보이스웨어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것이 그나마 코레일 차량과 서울 메트로 차량의 차이점으로 남아 있다.
그러고 보니 시종착역에서의 BGM과 방송도 양 회사가 동일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건 잘 모르겠다. 요 근래엔 시종착역에서 전철을 타 보지를 않아서..;;; 문득 궁금해진다.

한편, 철도 다음으로 고속버스도 금호, 코오롱(과거..), 한진 등 각 회사별로 출발 직후, 휴게소 정차, 도착 직전 등의 이벤트 때 흘러나오는 BGM과 안내방송을 당연히 제각각 따로 다르게 만들었지만.. 이 역시 옛말이 됐다. 지금은 전부 동일해졌다.
다만, 열차 안내방송에서는 종착역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나오는 반면, 고속버스의 안내방송은.. 그냥 "잠시 후 목적지 터미널에 도착하겠습니다"라고.. 아무 행선지에나 적용 가능한 대명사 버전 하나만 만들어 놓고 모든 노선에다 우려먹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내 경험상 육상 교통수단이 아니라 여객기가 TTS나 성우 목소리 없이 기장과 객실 승무원의 라이브 육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들을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도착지의 시각과 날씨, 현재 고도와 비행 속도, 도착 예정 시각, 난기류 발생 따위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10 19:35 2020/02/1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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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도 복습

인류가 개발한 교통수단들 중에 외형상 가장 철저하게 시스템에 의한 통제를 받으며 돌아가는 교통수단은 철도이다.
철도는 비행기 같은 3차원이 아니고, 선박이나 자동차 같은 2차원도 아니라 오로지 앞 아니면 뒤밖에 진행하지 못하는 1차원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그렇다. 스스로 방향 전환조차 할 수 없고 외부에서 선로를 전환해 줘야 한다.

(덧: 잠수함도 잠항과 부상이 있으니 넓은 의미에서는 3차원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공중이 아닌 물 속의 3차원일 뿐인 데다 사실상 군 전용이고, 대중교통의 형태로 운용되는 것은 전무하므로 논외로 하자. 물 속에서는 공기가 없어서 내연기관을 가동할 수 없다!)

철도 차량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파악되고 통제 가능한 '독 안에 든 쥐' 상태로 움직인다. 그리고 조향이라는 차원 하나를 희생한 대신, 일반 자동차를 훨씬 능가하는 수송 능력과 효율, 속도와 승차감과 안전을 얻었다.
"아스팔트 길에서 고무 바퀴 vs 철길에서 철 바퀴"는 동력 효율이 얼마나 차이가 날까? 그리고 도로와 철도에서 무인 자율 주행을 구현하는 기술적 난이도가 서로 얼마나 차이가 날지도 한번 생각해 보자.;;

철도에서는 앞 차와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거나 일정 속도를 벗어나거나, 기관사가 생존을 인증하는 신호에 응답하지 않는 등... 별별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열차는 즉시 제동이 걸리고 멈춰서게 된다.
비행기는 테러리스트에 의해 장악되어 폭주하기 시작하면 전투기가 출격해서 격추시키는 것밖에 달리 통제할 방법이 없는 반면, 철도는 비행기는 물론이고 자동차와도 차원이 다른 안전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 보면 열차가 걸핏하면 "앞 차와의 거리 유지" 명목으로 답답할 정도로 서행하거나 심지어 급제동이 걸리는 걸 경험할 수 있는데..
이건 기관사가 자동차 몰듯이 자의로 브레이크를 밟아서 그렇게 된 게 아니다. 차량이 자기가 달리는 선로의 신호 상태를 감지해서 알아서 그렇게 동작한 것이다. 철도는 육안으로 앞 차를 발견한 뒤에야 제동을 걸었다가는 십중팔구 충돌 사고가 나며, 그런 무식하고 원시적인 방식은 현업에서 애초에 쓰이지도 않는다.

철도 차량을 그나마 자동차 운전과 비슷하게 기관사의 자의만으로 조종 가능한 곳은 자동차의 주차장뻘 되는 차량 기지 내부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는 일반인이 절대 출입 금지일 뿐만 아니라, 거기서는 어차피 사람 걷는 속도로밖에 못 밟는다.

이건 증기 기관차가 단선 선로에서 달리던 시절 이래로 열차의 안전이 인간의 오감과 판단력이 아닌 시스템 차원에서 자동으로 보장되는 방법을 연구해 온 엔지니어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어떤 경우에도 한 폐색 구간에 두 열차가 동시에 진입하지 않고, 열차끼리 정면 충돌이나 후미 추돌 사고가 나지 않게 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고속철의 경우, 지금의 시속 300에서 400~500으로 증속을 하는 것은 차량만 최신 고성능으로 새로 뽑아서 죽어라고 밟는다고 해서 실현 가능하지 않다. 신호· 관제 시스템이라는 소프트웨어 요소까지 싹 다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내가 알기로는 국내 기술만으로 그냥 가능하지 않다. 과거에 재래선에서 열차의 주행 속도를 100에서 150으로 야금야금 올리던 시절과는 상황이 다르다. 철도라는 게 그만치 상상을 초월하게 정교한 시스템인 것이다.

2. 여객기의 항로

육지에 도로와 철도, 바다에 선박의 항로만 있는 게 아니라 하늘에도 지정된 항로라는 게 있다. 이에 대해서는 본인이 3년쯤 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다.
여객기들은 목적지 공항을 향해서 무작정 구면기하학에 근거한 직선 지름길 경로로만 가는 게 아니다. 비록 육상 교통수단처럼 산과 강이라는 지형의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다음과 같은 변수들의 영향을 받는다.

  • 제트 기류: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여객기가 갈 때와 올 때 항로가 서로 다른 이유는 이 때문이다.
  • 언제든지 비상 착륙이 가능한 공항까지 일정 거리 이내 유지: 그러니 아무리 지름길 최단거리여도 태평양 정중앙으로 날아가는 여객기는 없다.
  • 비행 금지 구역 회피: 우리나라의 경우 청와대, 원자력 발전소와 원자력 연구원, 군사분계선 부근이다.

지금이 무슨 린드버그가 살던 때처럼 누가 비행기를 인류 최초로 발명해서 아무런 통제도 없는 하늘을 마음대로 누비고 대서양을 횡단하던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너 말고도 하늘을 날 수 있는 기계류는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라도 비행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고, 남의 나라라면 영공 통과료 내고 관제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하며, 비행 금지 구역 같은 곳에 가서는 안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객선의 항로는 다음과 네이버의 민간 인터넷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친숙하지만 비행 항로 지도는 정말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직업으로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접할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항로들은 나름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칭까지 부여돼 있다. 마치 고속도로나 국도의 번호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서울-부산을 잇는 경부선뻘 되는 항로는 A582이다(중간에 대구 경유). 그리고 동해를 따라 국도 7호선과 비슷한 종축 항로는 V11이며, 미국으로 가기 위해 국토를 횡단하는 항로는 G597이다.

위의 항로를 보니 대도시 중에서 서울 강북, 그리고 대전은 공중에서 여객기를 볼 일이 전혀 없는 지역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구로-금천 일대는 경부선(+경인선) 때문에 열차가 많이 지나갈 뿐만 아니라 비행기도 굉장히 많이 지나가는 곳이다. 안양 부근에서 미국· 일본행과 국내선 여객기들이 분기한다.

3. 항로의 개선, 복선화

(1) 경상남도 끝자락에 있는 사천 공항의 경우, 서울 김포를 최단거리로 잇는 항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대구와 광주 사이,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 상공이 공군의 군사 훈련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민항기가 비행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김포에서 사천을 가려면 과거에는 아예 제주도로 갈 때처럼 광주를 먼저 찍고 나서 동쪽으로 우회해서 사천으로 가는 삽질을 해야 했다. 시간 낭비 돈 낭비는 당연지사였다. 자동차도 아니고 비행기가 이게 뭔 뻘짓인가..;;

이것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민원이 빗발쳤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이후에는 규제가 완화되고 대구-사천 항로가 개통된 덕분에 광주가 아닌 대구를 경유하는 것으로 동선이 개선되었다.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의 지상에서는 88 올림픽 고속도로가 오랫동안 악명을 떨치다가 결국은 전구간 4차로로 다시 만들어졌는데.. 하늘길에도 오랫동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우여곡절이 있었던 셈이다.

다만, 개선된 항로가 개통된 때는 이미 통영-대전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항공 수요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뒤이니 시기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2) 지난 2012년에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정도로 많은 트래픽을 자랑하던 서울-제주 항로가 무려 '복선화'했다. 철도에서 서울-부산이 1군이라면, 국내선 항공은 서울-제주가 1군인 셈이다. 그리고 저기가 국내 최초 유일의 복선 항로가 됐다.

물론 비행기들은 단일 항로에서도 고도 차이로 상행과 하행(그리고 국내선과 국제선도)을 구분하기 때문에 단선이 곧 철도의 단선 같은 열악한 환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울-제주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비행기가 제때 이· 착륙을 못 하고 공항 주변을 돌거나(착륙 허가) 활주로에서 대기하며(이륙 허가) 시간을 왕창 날려야 했다.

결국 여기는 방향별로 항로가 분리됐다. 원래 서울-광주-제주 항로는 B576이었는데, 하행용으로 Y711, 상행용으로 Y722라는 항로가 새로 생겼다.
상선과 하선은 서로 무려 14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제주 방면이 서쪽이므로 개념적으로 우측통행이다.
기존 B576은 다른 용도로 여전히 쓰인다. 상행인 Y722가 B576에 더 가까이 있다.

항로의 복선화는 철도의 복선화처럼 거창한 시설 따위 만들 필요 없이 지도에서 선만 새로 그으면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거 하나 고치는 데도 관련 법을 고치고 관제 시스템을 업데이트 하고 중국 같은 이웃 나라들로부터 동의도 얻는 등 절차가 굉장히 복잡했다고 한다.

(3) 오늘날의 관점에서야 단선 철도는 느리고 불편하고, 자동차가 발달하지 못해서 어차피 철도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던 옛날에나 존재하던 유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19세기에 영국에서 철도가 완전 처음으로 등장했던 극초창기에는 철도도 단선이 아닌 복선을 기본으로 깔고 달렸다.

왜냐하면 진짜 옛날에는 전신기라는 것도 없어서 역간의 통신조차 아직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선 교행을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술적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으니 열차 운행은 최소한의 안전이 자명하게 보장되는 복선 위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폐색 구간 같은 정교한 안전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더 저렴한 단선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마치 자동차도 19세기 말~20세기 초 극초반에는 전기차가 잠시 활발하게 연구됐고 시속 100도 넘었지만.. 한순간에 도태되고 없어진 것과 비슷한 얘기처럼 들린다.

4. 나머지

(1) 비행기가 기수를 위로 향한 채 땅에 거의 근접해 있는 정지 사진 하나만 보고 이게 이륙 중인지 착륙 중인지 분간이 가능할까?
나 같으면 기체의 pitch 각도(일반적으로 이륙 중일 때가 더 가파름), 랜딩기어 주변의 연기(착륙할 때만 마찰열 때문에..), 주익에 펼쳐진 플랩(착지까지 한 뒤에) 같은 변별 요인이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차이가 없으면 알 수 없을 것 같다.

전후대칭형 열차의 정지 사진을 보고 진행 방향이 어딜지 판별하는 것은 백색 및 적색 램프가 켜진 방향, 그리고 전철의 경우 팬터그래프가 펼쳐진 쪽(뒤)을 토대로 가능하다. 이거 마치 노을 사진을 보고 아침인지 저녁인지 판별하는 것과도 비슷해 보인다. (그림자의 방향 말고 하늘 색깔만 보고 판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

(2) 끝으로, 제트 엔진이 달린 비행기는 자동차처럼 한 엔진이 몇 행정 몇 기통이라는 식의 구분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그냥 엔진 자체가 2개냐 4개냐 같은 구분이 있을 뿐이다.
비행기가 순항 중일 때는 공기가 빨려 들어가고 뿜어져 나오는 소리까지 가미되어 육상 교통수단에 존재하지 않는 고유한 날카로운 소리가 난다. 하지만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이제 막 가속과 이륙을 시도할 때는 '웨에엥~' 하면서.. 뭔가 전동차의 VVVF 구동음과 일말의 유사점이 있는 소리가 잠깐이나마 난다.

전동차와 비행기의 구동음이 서로 더 비슷해질 수는 없을까? 그러면 철덕과 항덕이 모두 좋아할 텐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1/14 08:35 2020/01/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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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전 면허의 종류

자동차를 포함해 모든 교통수단들은 잘 알다시피 관련 면허를 취득한 사람만이 운전하고 운행할 수 있는 물건이다.
특수한 유형의 자동차를 몰기 위해 추가로 따야 하는 자격증이 있긴 하다. (버스 운전 자격, 위험물 차량 취급 자격..) 하지만 아무 특성 없고 제일 몰기 쉬운 자그마한 경차라도, 아니 오토바이라도 몰기 위해서는 면허를 따야 한다.
자격증은 보유자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긍정 관점이지만, 면허는 반대로 이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은 관련 행위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 관점이 더 강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면허가 다 같은 면허는 아니다. 몰 수 있는 차체의 크기 내지 승차 인원수에 따라 종류가 갈리며, 다음으로 운전의 성격에 따라서 종류가 갈린다. 자동차 운전 면허의 경우, 보통/대형은 차체의 종류를 구분하며, 1종/2종은 운전 성격을 구분한다. 2종 면허에 같이 붙는 편인 '자동'은 면허 조건을 명시하는 부가적인 옵션 중 하나이다.

운전 성격은 무엇이냐 하면 비영리 자가용 운전이냐, 아니면 금전적인 이득이 걸린 영업용 운전이냐 하는 것이다. 영어에서 명사가 셀 수 있는 개념인지 여부를 매우 중요하게 따진다면(가산· 불가산), 교통수단의 면허에서 매우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자가용/영업용 종류이다.

자동차 면허에서 1종은 원래 비행기로 치면 사업용 내지 운송용에 대응하는 전용 면허였다. 그랬는데 자동차가 워낙 흔해지면서 그런 구분이 많이 옅어졌기 때문에 1종은 그냥 대형+수동 연계 면허인 것처럼 굳어졌다. 그러니 요즘은 대형 면허 없이 보통만으로 긴급자동차 승합차를 몰 수 있고, 2종 면허만으로도 '바사아자' 번호판의 택시 기사가 될 수 있게 조건이 완화되고 있다.

잘 알다시피 1종 보통으로도 트럭은 대형 버스 뺨치는 크기인 무려 11톤급까지 몰 수 있다. 2종은 4.5톤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이미 중형 버스를 능가하는 크기이다. 그런 트럭은 차가 아무리 커 봤자 사람이 3명밖에 안 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1종 보통으로 승합차는 아담한 15인승 봉고차급까지만 몰 수 있고, 중형 버스를 운전하려면 1종 대형 먼허가 필요하다. 차량 크기와 승차 인원에 이런 관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독자 여러분은 영업용 자동차 중에 제일 몰고 싶은 차가 무엇인가? 택시는 제일 잽싸고 날렵한 난폭운전 총알 기동이 가능=_=하고.. 대형 버스는 왕창 크고 사람을 많이 태운 상태에서 '버스 전용 차로'라는 메리트를 이용해서 꽤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대형 트럭은 차종에 따라서는 버스보다도 더 거대하며, 운전대가 압도적으로 제일 높고 뒷좌석 내지 천장의 아늑한 개인 공간(침대 또는 다락방)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속도와 통행 우선순위는 제일 낮고 둔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무슨 차량을 몰든 운전은 재미있다. 하지만 쉬고 싶을 때 못 쉬고 운행 스케줄을 맞춰서 불철주야 강제로 운전해야 한다면 그것만 한 고문도 별로 없지 싶다.

2. 차들의 크기와 폭

난 대형 시내버스와 고속· 시외· 관광버스는 동일한 반경의 타이어를 사용하는 대형 버스이고 크기가 거의 같지 않은가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제원표를 보니 시내버스는 대형이라 해도 길이가 11m급인 반면, 고속버스 중에는 12m가 넘는 놈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높기도 후자가 좀 더 높다.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 도로법 시행령 제79조,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4조"에 따르면, 국내에서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의 최대 크기 한계는 길이 13m, 폭 2.5m, 높이 4m이다. 굴절 버스나 트레일러처럼 중간에 꺾임이 있는 놈은 좀 더 길어도 되지만, 꺾임이 없는 단일 차체의 한계는 저렇다.
그리고 무게는 축당 10톤, 전체 40톤이 한계인데, 이건 사람을 태우는 버스는 무게 따위 걱정할 필요 없고 트럭이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현대 유니버스, 기아 그랜버드 같은 버스의 최고 사양을 보면 길이는 거의 12.1 ~ 12.5m에 달하고 폭은 2.49m, 높이는 3.3 ~ 3.5m여서 법적 한계에 거의 근접해 있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제일 큰 버스이다. 엔진은 1미터당 1000cc씩 잡기라도 했는지 역시 12000cc를 넘는 배기량에 400마력 이상이다.
화물차 역시 트레일러 말고 25톤 트럭(현대 엑시언트), 또는 그보다 작은 트럭이라도 초장축 모델을 보면 이 한계에 근접해 있다.

이 크기와 무게를 초월하는 차량은 일반 차량들처럼 등록해서 평범한 번호판을 받고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 없다. 공항 활주로, 탄광 내부, 놀이공원 내부 같은 자기 영역에서만 주행 가능하며, 이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도 다룬 적이 있다.
또한 군용차 중에서도 승용차나 트럭을 넘어 아예 탱크나 자주포처럼 무기에 더 가까운 건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는 물건이 아니다. 그거 조종 특기는 군에서든 사회에서든 자동차 운전 면허와 동급으로 인정되지도 않으며 별개로 취급된다.

남자라면 왕창 빠른 차 아니면, 이렇게 엄청나게 큰 차를 몰아야 간지가 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운동 에너지 1/2 mv^2 중에서 m과 v 둘 중 적어도 하나는 왕창 큰 거 말이다.
참고로 국내 기준으로 경차는 길이 3.6m, 폭 1.6m, 높이 2m, 엔진 배기량 1000cc 이내이니 얼마나 작은지가 비교된다..;;

한편, 자동차가 폭의 한계가 저렇게 2m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 철도 차량은 표준궤 기준으로 3m대에서 논다.
"철도차량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과 관련 별첨 자료를 보면 집전 장치를 제외한 높이의 한계는 4.5m이고, 폭은 3.4m가 한계이다. 다만, 차량의 상부와 하부는 폭의 한계가 3.2m대로 약간 줄어든다.
그 좁은 궤도 위에 자동차보다 훨씬 더 뚱뚱한 차량이 올라가서 달린다는 걸 생각하면, 철도가 공간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3. 10% 유도리

우리나라에 자동차 주행의 ‘규제’와 관련된 거의 모든 법규에는 10% 초과까지는 봐 주는 유도리라는 게 존재한다.
최대 속도 100km/h 단속이면 이론적으로 110까지는 봐 준다.
과적 단속이 차량 총중량 40톤까지이나, 실제로는 44톤까지는 봐 준다.

승차 정원 초과는 과속· 과적만치 적극적으로 단속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 상태로 사고가 나서 주행 실태가 까발려지면 그때부터 골치 아파진다.
일단 법적으로는 이 역시 10명당 한 명꼴로 초과는 봐 준다. 단, 고속도로 주행이 아닐 때에 한해서다.

12인승 승합차 정도의 덩치라면 13명이 구겨서 타는 것쯤을 묵인한다는 뜻이다. 다만, 택시는 얄짤없다. 기사의 입장에서 승차거부가 불법인 것만큼이나, 승객의 입장에서도 돈 아끼려고 한 차에 기사 포함 6명 이상씩 한 차에 구겨 타는 것은 동일하게 불법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물론, 아침에 입석 시내버스 한 대에 6~70명씩 콩나물 시루처럼 타는 것은 이런 법으로부터 열외된 영역이다. 거기는 좌석의 안전벨트 설치 규정조차도 적용되지 않을 정도이니 말이다. 또한, 경차도 시장의 특수성-_- 때문에 각종 까다로운 안전 테스트에서 열외되어 오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참고로, 승차 인원을 계산할 때 13세 미만 영 유아 어린이는 3인을 성인 2인과 동급으로 친다는 세부 규정도 있다(!!). 어린이는 차량의 승차정원의 관점에서 2/3인으로 간주된다는 뜻이다. ㅎ

사람 머릿수야 사람이 직접 세는 이산적인 값이니 오차가 있을 리 없겠지만, 과속과 과적 단속은 사정이 다르다. 10% 유도리는 운전자 쪽이나 단속자 쪽에서 혹시나 눈금이나 계기에 오차가 생기는 바람에, 법을 아슬아슬하게 지켰는데도 초과 위반이라고 판정되는 논란과 분쟁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 그 여유 buffer는 마치 도로의 갓길이나 안전지대와도 같은 개념인 셈이다.

평소에 갓길이나 안전지대에 주· 정차를 하거나 거기를 주행하지 말아야 하듯, 애초부터 유도리를 전제하고서 “80이라고 쓰고 88이라고 읽는다, 100이라고 쓰고 110이라고 읽는다”에 충실하게 운전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러다가는 단속에 걸려도 할 말 없다.

여담: 개인적인 생각

(1) 운전 중에 앞에 차가 없이 공간이 아주 많고, 그렇다고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는 것도 아닌데..
단순히 커브나 내리막이라는 이유만으로 브레이크 좀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브레이크 경고등은 뒷차를 굉장히 신경 쓰이게 만들며, 이런 것들이 쌓여서 유령 정체까지 유발하게 된다.

매우 비경제적 비효율적인 짓인 건 덤이고 말이다. 재가속 한번 할 때마다 몇십 원 이상의 비용이 공중으로 날아간다는 관념이 좀 있어야 할 텐데..
버스, 지하철, 택시를 탈 때는 100원 하나 올라가는 것조차 신경 쓰이고 아깝지 않더냐?

(2) 또한 본인은 개인적으로 과속 단속 카메라를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최저임금제뿐만 아니라 저거도 좀 없앴으면 좋겠다. 저것 때문에 쓸데없이 드는 제동+재가속 기름 손실도 전국적으로 장난이 아닐 거다. 대한민국은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라면서? ㄲㄲㄲ
과속 단속 카메라는 커브+신호대기 교차로 같은 걸 앞두고 있을 때에나 극히 제한적으로 뒀으면 좋겠다. 그런데 현실은... 시내 주행 속도 제한이 60이던 걸 50으로 더 낮췄더라. 젠장..

도대체 속도가 무슨 죄냐?
"어 빈부격차 문제가 심하다고? 그럼 부자들을 강제로 세금 걷어서 같이 거지로 만들어 주면 되겠네?" (당연히 자기 패거리들은 더 부자 되고) 식으로..
안내 표지판의 시안성 개선, 1차로 저속 차량 단속, 음주운전의 처벌 강화 같은 더 합리적인 개선을 할 생각은 안 하고, 뭐든지 적기조례 식으로 쥐어짜기 규제부터 하고 보는 인간들 목을 비틀어 주고 싶다.

빼도 박도 못하고 어느 블랙기업의 막장 운영 때문에 발생한 선박 교통사고를 갖고 대통령의 7시간 개X랄 하던 시절이나,
멀쩡히 속도 지키면서 잘 가다가 그냥 자살 급으로 차 사이에서 튀어나온 애를 친 걸 과속이라고 프레임 씌우는 거나..
이 반도가 감성팔이 선동이라는 악성코드에 취약한 건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사람 뇌는 보안 패치 업데이트 좀 할 수 없나? 소프트웨어만으로 안 되면 물리 치료 하드웨어 장착이라도 동반해서..

아아, 그리고 구간 단속은 진짜 최악의 병신짓이고 악랄함의 극치이다.
경제를 시장 자유방임에 맡기는 것만큼이나 자동차 속도도 좀 자유방임에 맡겼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아니면 고속도로에서 속도 제한을 150~160 정도로 좀 현실화하든가 말이다.
이렇게 운전자들이 쌩쌩 잘 달려 줘야.. 시속 120에서도 휘발유 엔진으로 3000rpm을 안 넘어가는 6단 변속기까지 개발해 낸 자동차 회사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대신에 저속 차량은 알아서 우측으로 갖다대고, 추월은 반드시 좌측으로만 하게 해야 한다. 한 차로에 좌우로부터 차량이 동시에 진입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앞지르기 규정 위반” 이게 알고 보면 무려 중앙선 침범, 음주· 무면허, 신호위반과 동급의 12대 중과실이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교통 범죄이다. 그런데 그 범죄를 저지르도록 강요하는 것들이 바로 1차로에서 저속으로 가고 있는 무개념 차들이다. 이것들이 단순 과속 차량보다 훨씬 더 도로를 무질서하게 만드는 애들이기 때문에 그런 관행부터 근절해야 된다.

아~ 이 정도면 난 운전 습관도 우파인 건가. ㅡ,.ㅡ;;
사람이 먼저 그딴 게 아니라 빠른 차와 느린 차의 편차를 인정하고 장려하고, 규제 대신 운전자의 자율과 책임,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더 중요시하는 성향이니까. 프로그래밍 언어로 치면 C/C++과 비슷한 이념이다.

(3) 이런 맥락에서.. 본인은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왼쪽 줄은 걸어 올라가는 바쁜 사람을 위해 반드시 비워 두자" 주의이다.
안 그래도 에스컬레이터의 주행 속도부터가 세계 최하위권으로 끔찍하게 느린 주제에 걷거나 뛰지도 말라고? 안일한 규제 만능주의 행정 편의주의 미친 짓일 뿐이다.
다만, 오르막이나 평지(무빙워크)가 아닌 내리막에서 쿵쾅거리며 뛰어 내려가는 것은 기계에 무리를 줄 수 있으니 반대다. 걸어 내려갈 거면 발에다 힘을 줘서 사뿐사뿐 내려가야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9/12/20 08:32 2019/12/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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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지금과 같은 고속도로 번호 체계는 2001년에 전면 개편되어 그 해 8월 24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체계는 무식하게 개통된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는 게 아니라, 숫자의 번호만 보고도 이 도로가 횡축인지(0부터 시작하는 짝수) 종축(5부터 시작하는 홀수)인지, 대략 어느 위치를 지나는지(대소 비교), 간선인지 지선인지(2~3자리), 지역 순환선인지 같은 것을 얼추 알 수 있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체계는 첫 도입됐던 당시에는 굉장히 참신하고 합리적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치 2004년 버스 노선 개편처럼 말이다. 홀짝으로 종축· 횡축을 구분하는 것은 기존 국도의 번호 체계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이제 고속도로의 번호도 그런 관행을 더 깔끔하게 따르게 되었다. 고속도로도 앞으로 국도처럼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많이 깔릴 것을 미리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체계의 큰 특징은 개통 시기나 사업 주체가 다르더라도 같은 선형이면 동일한 도로라고 보고 동일한 번호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논산-천안 고속도로는 혼자 따로 노는 민자이지만 기존 호남 고속도로와 동일하게 25번이며, 부산-대구 민자 고속도로도 기존 중앙 고속도로와 동일하게 55번이다.

이때 서울-안산 고속도로가 서해안 고속도로(15)로 편입됐으며, 반대로 처음에 서해안 고속도로 소속이던 안산-신갈 구간은 깔끔하게 영동 고속도로(50)의 서쪽 구간으로 넘겨서 각각 종축과 횡축으로 선형을 일치시켰다.

이는 마치 서울 지하철 4호선에다가 코레일 과천선과 안산선을 몽땅 하늘색으로 엮어서 '수도권 전철 4호선'이라고 표기한 것과 비슷한 통합이다. 어차피 열차들이 직통 운행을 하니까 말이다. 지하철과 국철의 구분을 없애고,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지하철 고유색인 빨강이 사라진 게 2000년 4월부터이다.

그리고 철도계 역시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미래에 동일선상의 직결 운행이 예정된 전철들은 같은 색깔로 표기하고 있다. 경의선과 중앙선이 대표적인 예이고, 지금 수인선도 분당선과 동일하게 노란색으로 표기하고 있다.
김포 경전철의 경우, 비록 시스템적으로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직결 운행을 할 수는 없지만 개념적으로 9호선의 연장선상이라고 보고 9호선과 동일한 금색/커피색을 내세우는 중이다.

시스템이 그런 식으로 바뀌었는데..
고속도로의 경우 요즘 하도 많이 생기고 있어서 정신이 없다. 옛날의 경부라든가 서해안, 중앙, 중부내륙처럼 장거리 간선들을 작정하고 바둑판 형태로 만들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 그 대신 여기저기 찔끔찔끔, 복잡한 선형으로 개통하는 게 많은지라, 번호를 어떻게 부여하면 좋을지 직관적으로 예상이 안 되는 게 늘었다. 가령, 15 서해안으로도 모자라서 151(서천-공주)에다 17(평택-파주), 171(용인-서울) 등등..
전라선 철도의 고속도로 버전인 순천-완주는 27이고, 구리-포천은 29..

사실, 제2중부 고속도로도 지금 같은 컨벤션이라면 37보다는 351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결코 짧지 않은 영천-상주조차 301이 됐는데 말이다. 그리고 두 자리 수 번호 중에 x1, x3은 앞으로 쓰일 일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기왕 이 번호 체계가 깔끔하게 유지되려면 미래에 건설될 고속도로들의 전체 큰 그림에 대한 굉장한 선견지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프로그래밍에다 비유하면, 미래에 구현될 기능까지 다 염두에 두고 부모 클래스와 가상 함수들을 미리 세밀하게 설계하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그리고 끝으로, 고속도로의 이름은 기점과 종점 도시를 연결하는 형태로 지어지곤 하는데, 어디가 기점이고 어디가 종점일까? 철도만 해도 역의 번호를 부여하는 순서가(상· 하행) 노선별로 굉장히 케바케 뒤죽박죽인데, 비슷한 문제가 고속도로의 작명 방식에도 존재한다.
가나다 순서인지, 서울에서 가까운 순서인지, 바다에서 가까운 순서인지.. 301은 공식 명칭이 영천-상주가 아니라 상주-영천인 걸 보면.. 도대체 원칙이 무엇인지 난 잘 모르겠다.

옛날에 경부 고속도로가 처음 생겼던 시절에는 '간'이라는 단어까지 있어서 '서울-부산간 고속도로'였는데, 그게 '경부 고속도로'라고 축약되었고, 이후의 고속도로들은 다시 도시 이름을 full로 붙이는 게 유행이 됐다.
가령, 60번 고속도로는 잠시 '경춘 고속도로'라고 불린 적이 있었지만 더 연장된 뒤부터는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됐다.

사실, 한국 도로 공사에서는 궁극적으로는 고속도로에도 이름을 없애고 국도처럼 번호만으로 모든 것을 식별하려 하고 있다. 물론 예전의 오랜 관습이라든가 사업 구간의 차이에 따른 구분 때문에 이름이 가까운 미래에 완전히 없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름뿐만 아니라 재래식 톨게이트도 없애는 게 궁극적인 장기 계획이니.. 우리나라의 교통 시스템은 이것저것 바뀌어야 할 것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은 이름 다음에는 '고속도로'라는 칭호를 붙이고, 번호 다음에는 '고속국도'를 붙이는 게 어떨까 싶다. 예를 들어 "호남 고속도로와 논산천안 고속도로는 모두 고속국도 25호선(또는 25번 고속국도)에 속한 구간이다" 같은 식이다.

한편, 도로 말고 서울의 한강 교량들은 처음에는 개통 순서대로 "제n 한강교"라고 이름을 붙여 왔다. 그러다가 다리의 수가 늘어나고 번호가 뒤죽박죽 꼬여 가자, 번호만 상류에서 하류 순으로 오름차순 리넘버링하는 식으로 개편하지 않았다. 번호 자체를 없애고 마포, 반포, 한남처럼 교량마다 고유한 이름을 붙이게 됐다. 1980년대에 한강 종합 개발 사업을 시작하면서 취한 조치이다.

교량이야 도로처럼 선이 아니라 강의 특정 지점이라는 점에 가까운 개념이니, 고유한 이름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고속도로도 나들목들까지 이름을 싹 없애고 번호만 붙이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다만, 나들목도 외국인이 알아보기 쉽게 번호를 병기하자는 의견도 소수나마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12/07 08:33 2019/12/0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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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부 고속도로 금토 JC

용인-서울 고속도로(171)가 개통한 지도 어언 10년이 넘었다. 2009년 7월이니 서울 지하철 9호선의 1차 개통일과 아주 비슷하다.

근처의 경부 고속도로는 수원 이북으로 서울 TG를 넘어 판교 부근까지 10km가 넘게 곧은 직선이다. (다만, 오르내리막 기복은 이따금씩 있음) 한때 비상 활주로를 표방했을 정도로 직선이며, 게다가 지리적으로도 경도의 변화가 거의 없이 위도만 변하는 그 직선이다.
그에 비해 서쪽의 용인-서울 고속도로는 서수지-서분당 등의 구간도 적당히 구불구불한 곡선인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얘는 길이가 어중간하게 짧아서 휴게소가 전무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분기점이 전혀 없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허나 바로 작년 말에 경부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금토 분기점이 개통되면서 이 역시 옛말이 됐다.

두 고속도로는 X자 모양으로 교차한다. 경부 하행에서 용인 하행으로 갈아탈 수 있고, 반대로 용인 상행에서 경부 상행으로 갈아탈 수 있다. 다시 말해, 헌릉 IC를 거치지 않고도 용인 고속도로를 드나들 수 있게 해 준다.
금토 JC는 이 두 길목만 존재하는 아주 자그마한 분기점이다. 하행이 더 만들기 쉬워서 작년 여름에 먼저 개통하고, 상행은 산을 깎고서 270도 꼬부랑 턴을 해야 하는 관계로 어려워서 반 년 남짓 늦게 개통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머지 방향이야.. 뭐 상행과 하행을 전환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용인 하행에서 경부 하행으로 간다거나, 경부 상행에서 용인 상행의 헌릉IC 방면으로 가는 길목도.. 딱히 가성비가 맞지 않다고 여겨져서 만들지 않았다. 정말 최소한의 조치만 취한 셈이다.

금토 JC는 외곽순환 고속도로와 교차하는 판교 JC를 제치고, 경부 고속도로의 최북단에 있는 분기점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뭐, 판교 JC는 X가 아닌 +형이며, 경부에서는 상행만이 저쪽으로 갈아탈 수 있고, 외곽순환에서는 경부의 하행으로만 갈아탈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2. 톨게이트가 이원화된 IC

폐쇄식 고속도로에는 고속도로와 일반 도로를 연결하는 IC(나들목)가 있고, 그 길목에는 톨게이트(요금소)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1IC 1TG가 원칙(?)이며, 고속도로에 진입한 차량은 톨게이트를 통과한 뒤에 상· 하행 방향을 선택하여 분기하게 된다.

그런데 드물게 톨게이트가 둘 달린 IC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한 지역에서 동서남북 접두사가 붙은 IC가 여럿 흩어져 있는 것 말고, 한 IC에 대한 톨게이트가 복수인 것 말이다.
경부 고속도로 수원신갈 IC의 경우.. 교통량의 증가를 감당치 못해서 원래 있던 비스듬한 IC는 고속도로 진입 전용으로 바꾸고, 더 남쪽에 시내 진출 전용 IC를 추가로 만들게 됐다. 즉, 수원신갈 TG 쌍은 각 방향별 일방통행 형태로 바뀌었다. 2010년대의 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중앙 고속도로 제천 IC도 톨게이트가 둘인데, 여기에는 좀 더 기괴한 사연이 있다.
지금으로서는 믿기 어렵지만, 처음에 중앙 고속도로의 그쪽 구간은 왕복 2차로에다가 '개방식' 요금제 형태로 건설되고 있었다. 장거리 간선 고속도로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만들기 시작했나 모르겠다. 중앙 고속도로가 최초로 만들어지던 모습을 보는 건 마치 스타크래프트나 Doom의 먼 개발 초기 알파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과 비슷하지 싶다.

그러다가 한창 건설을 하던 중에 감사원의 지적으로 인해 법이 바뀌었다. 1992년 4월엔 앞으로 모든 고속도로는 처음부터 최소한 4차로 이상의 형태로 만들 것이고 지금 당장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고속도로에도 이 원칙을 소급 적용한다는 건설부의 방침이 내려왔다. 그래서 중앙 역시 지금처럼 폐쇄식 4차로라는 정상적인 형태로 뒤늦게 뜯어고치게 됐다.

원래 중앙 고속도로(수직)의 제천 IC 밑으로는 국도 5호선(수평)이 지났으며, 이들은 별다른 톨게이트 없이 평범하게(?) 입체 교차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뒤늦게 확장하고 폐쇄식으로 고치면서, 고속도로와 교차하던 국도의 양 옆에 톨게이트가 설치됐다.

이미 입체교차로 자체는 건재하고 있으니 방향별로 단일 톨게이트로 안내하는 길을 따로 또 만드는 수고를 하지는 않은 것이다. 국도의 일부 구간이 톨게이트로 가로막혀 버렸기 때문에 국도 5호선의 기존 구간은 장평천 이남으로 살짝 이설되었다.

뭐, 당연한 말이지만 서쪽과 동쪽의 어느 톨게이트로 진입하더라도 중앙 고속도로의 상· 하행 아무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진출 역시 상· 하행 어느 쪽에서도 동쪽과 서쪽 아무 톨게이트 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다.
지도를 보면 인터체인지가 사통팔달 통하는 전형적인 클로버형인데, 서남쪽만(3사분면..;; ) 장평천 때문에 공간이 부족해서인지.. 고속도로 하행에서 국도 동쪽으로 진출하는 연결선의 선형이 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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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교통량 증가 때문이든, 출생의 비밀 때문이든 톨게이트가 2개 이상이 된 고속도로 나들목이 또 있는지 궁금하다.

  • 중부(35): 꽤 옛날에 만들어졌지만 서울· 수도권과 가까운 위치 덕분에 2차로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애초부터 4차로로 만들어졌다. 다만, 이것마저도 너무 비좁아져서 제2중부(37)를 또 만들게 됐을 뿐이다.
  • 중부내륙(45)/통영대전(35)/서해안(15): 역시 처음부터 4차로로 만들어졌거나, 타이밍의 특성상 도중 설계 변경의 타격을 별로 입지 않은 듯하다.
  • 옛 88 올림픽(12): 전구간 2차로로 당당히 만들어졌으며, 알다시피 도로의 저퀄리티와 높은 사고율 때문에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큰 악명을 떨쳤다. 영동 고속도로도 마찬가지였지만 얘는 88보다는 훨씬 일찍 새 도로로 대체됐다.
  • 중앙(55): 얘만 타이밍이 영 좋지 않았는지 거의 혼자 독박 쓰고 낭패를 본 듯하다. 1990년대 초까지 2차로로 길을 한창 닦고 있던 중에 대판 뜯어고쳐야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 처음부터 6, 8차로급으로 지어진 고속도로는 생각보다 드문 것 같다.
경부 고속도로 서울-수원 구간은 4차로이다가 6을 거치지 않고 곧장 8차로로 확장되고 그 뒤에 서울 구간은 10차로로까지 확장되긴 했지만, 오리지널은 4였다.

외곽순환 고속도로도 지금이야 전구간이 8차로이고 동남쪽의 중부 고속도로와 만나는 일부 구간은 10차로이기까지 하다만.. 먼 옛날에 판교-구리 고속도로 형태로 처음 만들어질 때는 당시 대한뉴스 화면을 보면 역시나 4차로(...)였다. 그나마 용인-서울은 비교적 최근에 그것도 수도권에 건설된 덕분에 처음부터 6차로였다.
철도를 처음부터 복복선으로 부설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만큼이나.. 기존 도로를 연장· 확장하는 게 아닌 이상 처음부터 왕창 거대하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도, 흔한 일도 아닌 듯하다.

다만, 요즘 세상에 어지간한 오지가 아닌 이상이야 고속도로를 겨우 2차로로 만드는 건, 요즘 세상에 철도를 꼴랑 단선으로 만드는 것과도 같은 소탐대실 단견일 것이다.
가령, 고속도로는 아니지만 '대교'라는 이름이 붙었으면서 왕복 2차로인 교량으로 내가 아는 건, 민통선 안의 교동도를 연결하는 교동대교가 유일하다. 그 정도라면 교통 수요 대비 원가 절감을 위해 2차로로 만든 걸 납득하겠다.;;

3. 천안에 있는 휴게소와 나들목

천안은 철도에서는 장항선이 분기하는 곳이며, 고속도로에서는 호남 방면의 논산천안 고속도로가 분기하는 곳이다.
그리고 북부의 북천안 IC 인근은 수원-신갈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비상 활주로 공용 구간이었기 때문에 도로가 곧은 직선이기도 하다.

경부 고속도로의 행정구역상 천안 구간에는 북쪽에서 남쪽 순으로 나열했을 때 입장, 망향, 천안삼거리, 천안이라는 4개의 휴게소가 있다.
그런데 얘들은 그 순서대로 각각 상행, 하행, 상행, 하행에만 있다. 양방향에 모두 존재하는 휴게소는 없다.
또한, 각 휴게소들 사이에 입장-(북천안)-망향-(천안)-천안삼거리-(목천)-천안의 순으로 IC(나들목)가 등장한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입장 휴게소는 자가용보다는 대형 화물차의 운전자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서 주차 공간이 넉넉하며, 주변의 다른 휴게소들보다 인지도가 낮은 덕분에 상대적으로 덜 혼잡하다는 장점이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건물과 주차장이 도로와 일렬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곤 한데, 얘는 휴게소 부지가 도로와는 수직으로 확보되어 있다. 휴게 시설들이 고속도로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망향 휴게소는 인근에 '망향의 동산'이라는 일종의 국립묘지가 있어서 이름이 저렇게 붙었다. 저기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묘지일 뿐, 현충원은 아니기 때문에 꼭 국가유공자나 군· 경만 묻혀 있는 건 아니다. 그 대신 타지에서 죽은 재외 동포가 묻히는데, 이런 이유로 인해 1983년 대한 항공 007편 격추 사고 희생자 위령비도 저기 안에 세워져 있다고 한다. (양재 시민의 숲에 있는 건 1987년의 858편 폭발 사고 희생자 위령비)

천안삼거리 휴게소는 이름은 많이 들어 봤지만 다른 특이점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저기가 무슨 계기로 언제부터 호두과자로 유명해졌나 모르겠다.

경부 고속도로 천안 북부 구간은 마치 수원-신갈-죽전 일대처럼 도로가 북쪽으로 곧게 쫙 뻗어 있어서 과거에 비상 활주로로도 쓰이던 구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고속도로를 활주로로 공용하던 관행이 없어졌으며, 거기에는 북천안 IC까지 생겼기 때문에 비행기가 뜨고 내릴 가능성은 더 확실하게 없어졌다.

끝으로.. 영동 고속도로의 마성 IC가 에버랜드를 위한 IC라면, 남쪽에 있는 목천 IC는 독립 기념관을 위한 IC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마성은 1976년에, 그리고 목천은 1986년에 해당 시설들이 생긴 뒤에 추가로 만들어졌다.

4. 중앙 고속도로 단양 휴게소

지난 추석에 고향을 다녀올 때는 정체 구간을 우회하느라 모처럼 중앙 고속도로를 실제로 달려 보게 됐다.
그 와중에 화장실(급똥...;;ㄲㄲㄲ) 때문에 단양 휴게소를 우연히 들렀는데, 마침 얘도 공교롭게도 평범한 휴게소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본선상에서 휴게소 건물이 전혀 보이지 않으며, 휴게소 진입로가 무슨 어지간한 나들목/톨게이트의 진입로 같았다. 거의 ? 모양으로 한참을 꼬불꼬불 올라간 뒤에야 휴게소 건물이 나타났다.
휴게소를 언덕을 깎아서 옆에 가까이 만든 게 아니라, 그냥 언덕 위에다 만들었다. 그래서 본선과의 높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진출입로가 불가피하게 길어진 것이다. 이런 휴게소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

휴게소를 굳이 그런 형태로 힘들게 만든 이유는? 여기 일대는 주변이 온통 산이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상행과 하행이 서로 7km에 가깝게 떨어져 있으며, 둘 다 형태가 저렇다.;; (특히 경부 고속도로 입장 휴게소처럼 휴게소 건물이 고속도로와는 수직으로 배치) 이럴 거면 얘도 상· 하행 통합으로 큼직한 놈 하나만 만들지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단양 휴게소는 접근하기가 조금 힘든 대신, 다른 여느 휴게소에는 없는 유니크템을 보유하고 있다.
하행 방면의 경우, 건물 뒤에 넓은 풀밭과 '힐링 테마 공원'이라는 게 있다. 자그마한 야외 민속 박물관 컨셉으로 물레방아, 절구, 장승, 각종 뚝배기 같은 게 꾸며져 있어서 쉬어 가기 좋다.

그리고 상행은.. 아예 인근의 언덕 꼭대기에 있는 국보 제198호 "단양 신라 적성비"에 다녀올 수 있다. 휴게소 내부에 저렇게 언덕을 오르는 길과 안내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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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한때 신라가 여기까지 영토를 확장했었다는 땅밟기 인증 표식이다.
경부 고속도로의 휴게소에서 고속도로 개통 관련 기념비와 위령비를 답사할 수 있다면, 이 휴게소에서는 저런 걸 잠시 보고 올 수 있다는 게 매우 흥미롭다. 공교롭게도 이 휴게소에는 중앙 고속도로 개통 기념비도 있다!
본인은 동선과 스케줄 때문에 깜깜한 밤에야 여기를 방문할 수 있었다. 그러니 주변 풍경은 다른 블로그의 링크로 대체하도록 하겠다.

이렇듯.. 중앙 고속도로는 단순 아우토반 이상으로 재미있는 사연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험준한 산악 지형이라 하면 영동 고속도로가 떠오르는 편이지만, 영동 고속도로에서 진짜 영동 산악 지형은 동쪽 끝에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나머지 경기도 구간에서는 넓은 평지가 더 많다.
하지만 중앙 고속도로야말로 온통 산이다. 오르막엔 저속 차량용 전용 차로가, 내리막엔 구간 단속 카메라가 도대체 몇 개가 나오나 모른다.

Posted by 사무엘

2019/12/01 08:38 2019/12/0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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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흡연과 재떨이

오늘날은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정도로 금연이 당연한 사회 풍조로 정착했다.
군대에서 보급 담배는 진작에 없어졌으며, 담뱃갑에는 끔찍한 사진과 함께 경고문이 반드시 일정 크기 이상으로 부착되는 게 의무가 됐다.

버스 정류장을 포함한 모든 공공장소와 대중교통 내부에서는 담배를 일체 피울 수 없다. TV 드라마 같은 데서 담배를 뻑뻑 피우는 모습을 내보내는 것조차도 금지됐으며, 부득이하게 흡연 동작이 포함된 영화 장면 따위를 인용할 때는 담배가 무슨 흉기이기라도 한 것처럼 모자이크 처리를 하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강하게 규제를 걸고 금기시해도.. "흡연은 폐암을 유발합니다", "당신이 지불한 담뱃값은 국회의원들 월급 주는 데 쓰입니다" 등의 온갖 기발한 문구로 경고를 해도..
그래도 담배를 피울 사람은 여전히 피운다.. =_=;; 수 년 전에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폭등했어도 담배 판매량과 매출은 이내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하니 말이다.

옛날에는 그런 풍조를 반영하여 승용차에도 앞쪽 대시보드의 아래엔 시거라이터 잭(...)과 재떨이가 있었으며, 좀 고급 승용차는 뒷좌석 도어의 안쪽에도 재떨이가 비치되어 있었다.
그에 반해 요즘 차는 뒷좌석 재떨이까지는 없다. 전국 지도(< 내비게이션)라든가 돌돌이 닭다리 창문 개폐 크랭크(< 파워윈도우)만큼이나 이제는 찾아볼 수 없어진 물건이다.

그래도 내 차를 살펴보니 시거라이터는 있다. 지금까지 동전통으로 사용했던 자그마한 통이 알고 보니 재떨이였구나..;; 물론 지금까지 이 통에는 담뱃재가 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옆에 하이패스 단말기를 연결해 두는 소켓은.. 자동차에만 존재하는 전자기기용 플러그이기라도 한가 모르겠다.

자, 비행기와 관계 없는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
이런 강력한 금연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여객기의 화장실 안에는 재떨이 비스무리한 물건이 2019년 현재까지도 의외로 여전히 남아 있다.
기내엔 흡연은커녕 액체 연료 라이터조차도 반입을 못 할 텐데, 그리고 기내 금연은 여객기의 내구연한보다 더 오래 전부터 시행되었을 텐데?
심지어 금연 표지판 바로 옆이나 밑에 재떨이가 버젓이 비치되어 있기도 하다. 왜 그런 걸까?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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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화장실에다 연기 감지기를 설치하고 제발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계도를 해도 말 안 듣고 담배를 몰래 피우는 사람이 수많은 탑승객들 중에 꼭 한둘씩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노선이면 그 긴 시간 동안 담배를 전혀 피울 수 없으니 괴로울 법도 하다. 비행기에 고속버스처럼 휴게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기어이 피울 거면 일말의 양심을 발휘해서 담뱃재와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지 말고 여기에다가 버리기라도 하라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재떨이를 남겨 놓은 거라고 한다..;; 버릴 곳이 없어서 담배 꽁초가 휴지통을 포함한 아무 데나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 다른 쓰레기에 불이 붙어서 기내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재떨이는 기내에서 흡연이 가능하던 시절의 잔재 레거시가 아니며, 새로 만들어진 비행기도 반드시 갖춰야 하는 법적 의무 사항이다. 마치 자동차에 법적으로 방향지시등과 헤드라이트, 안전벨트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만큼이나 말이다. 흡연자들을 배려해서가 아니라 화재 예방을 위해서 갖다 놓은 거라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육해공 대중교통 중에서 그나마 흡연이 제일 자유로운 곳은 역시나 선박인 것 같다. 갑판이 있으니까..;;.

여담이지만, 극장에서 영화 본편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 불이 켜지는 것도 '금연 비행기 내부의 재떨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존재하는 관행이다. 영화 제작자들이 엔딩 크레딧을 아무 이유 없이 만드는 게 아니고, 도의적으로 원칙적으로는 모든 관객들이 이것까지 다 진지하게 봐야 영화가 완전히 끝나는 게 맞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을 켜건 말건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 시작하면 자리를 뜨고 나가는 관객이 적지 않으며, 이때 조명이 없으면 깜깜한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그런데 이러다 사람이 다치면 극장에 대한 고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빗거리를 없애기 위해 "조기 조명 ON"이라는 권장되지 않는 관행이 극장에 존재하게 되었다.

2. 비행기 이모지

유니코드에는 U+1F6EC Airplane Arriving이라는 이모지가 있는데..
본인은 이걸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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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비행기는 다들 아시다시피 착륙할 때도 이륙할 때와 마찬가지로 기수가 위를 향하고 있다. 뒷쪽이 앞쪽보다 먼저 착지한다.
이와 달리 저 그림처럼 기수가 아래를 향한 채로 하강하는 건 아무리 봐도 착륙이 아니라 추락하는 모습이다..;;;

일출 노을 풍경과 일몰 노을 풍경을 일반적으로 서로 구분할 수 없듯이.. (그림자 방향이나 지형 같은 단서가 없다면)
정지 사진만으로 비행기의 이륙과 착륙을 구분하는 건 내가 알기로 불가능하다. 굳이 따지자면 이륙이 착륙보다 미세하게나마 더 고각이긴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모지에서는 그냥 편의상 기수의 방향과 랜딩기어의 수납 여부로 이륙과 착륙을 구분시켜 놓은 것 같다.

3. 우주 발사체와의 차이

고정익 비행기와 우주 발사체(인공위성? 로켓?)는 모두 지표면에서 끊임없이 수평 이동을 해야 고도가 유지되며, 속도가 너무 느려지면 추락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 둘은 당연한 말이지만 요구되는 속도의 수준과 추락 조건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 급이 다르고 차원이 다르다.
마치 육상 교통수단들이 고속으로 갈수록 더 가속하기가 어려워지는 건 공기 저항 때문일 뿐이지, 무슨 광속에 가까워지면서 상대성 이론에 따라 질량이 증가하기 때문은 전혀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이다.

비행기가 빠르게 이동하는 이유는 날개의 상하로 공기의 압력 차이를 만들고 이로부터 양력을 얻어야 뜰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연료를 연소시키기 위해서 공기 중의 산소가 필요하지만, 비행기는 엔진을 돌리는 것뿐만 아니라 뜨는 것 자체를 위해서도 공기라는 유체가 필요하다. 이걸 유지할 만한 속도를 못 내어 비행기가 양력을 잃고 조종성까지 상실하는 것을 실속(stall)에 빠졌다고 말한다.

한여름에 날씨가 너무 더워지면 공기가 부피가 커지고 밀도가 낮아지는데, 이러면 비행기도 뜨기가 어려워져서 활주거리가 길어진다. 그래서 작은 공항에서는 폭설도 아니고 폭염 때문에 큰 비행기가 뜨지 못해서 결항될 수 있다. (이륙 활주 공간 부족)
또한, 이륙 후에도 공중에서 공기가 갑자기 희박해지는 곳을 지나면 비행기가 고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아래로 주저앉게 된다. 이건 폭염으로 인한 레일의 팽창 때문에 고속철이 서행 운행하는 것만큼이나 비행의 악재로 작용한다.

이런 비행기와 달리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 발사체는 공기와 전혀 무관하게 움직인다. 실속이고 상승 기류고 난류고 나발이고 없다. 애초에 공기를 받는 날개가 있지도 않으며, 로켓은 양력이 아니라 전적으로 추력만으로 날아간다. 비행기의 제트 엔진과 달리, 로켓은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지 않으며 오히려 연료와 함께 산화제를 자체적으로 내장하고 있다.

그리고 로켓은 그야말로 공기와의 마찰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그나마 돌파해 봤다는 지구 적도 표면의 자전 속도보다도 10배 이상 빠르게 이동한다.
지표면으로 수직으로 떨어지는 속도보다 수평 이동하는 속도가 커야 지구를 향해 "한없이 추락"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우주 발사체가 추락하지 않고, 그리고 연료도 거의 쓰지 않으면서 비행(?)하는 비결이다.

달로 가는 로켓이라고 해서 무슨 위를 바라보고 달을 향해서 한없이 쭉쭉 올라가는 게 아니다. 우주로 나가는 모든 로켓들은 단별로 가동 시간이 보통 겨우 몇 분, 길어야 10분을 채 넘기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많은 연료를 몽땅 소모하면서 수직으로는 겨우 수십~수백 km 위로만 올라가며, 발사체가 지상의 시야에서 사라질 즈음에는 기수를 기울여서 수평으로 필사적으로 가속한다. 지구 궤도를 도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로켓의 목적인 것이다.

쉽게 말해 비행기는 한국에서 미국까지 날아가는 10몇 시간 내내 엔진이 켜져 있다. 그러나 로켓 내지 우주 발사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달로 갈 때는 지구를 도는 타원 궤도의 이심률을 키우고 달 궤도로 끌려가기 위해서 또 가속을 하지만, 그 가속 시간 역시 단 몇 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며칠 동안 날아가는 건 전부 관성 무동력으로 행해진다.
비행기와 로켓이 서로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를 알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11/01 19:34 2019/11/0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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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교통수단

1. 기술 디테일

자동차가 자그마한 승용차 급이다가 대형 버스나 트럭 내지 그 이상으로 커지면 내부 구조가 다음과 같이 바뀐다.

(1) 엔진
휘발유 기반이다가 디젤로 바뀐다. 디젤 엔진은 휘발유 엔진보다 더 복잡하고 무겁고 비싸지만 저속 토크가 더 강하며, 실린더의 개당 부피에 제약이 없어서 엔진의 대형화에 근본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령, 4기통만으로 4000cc에 달하는 엔진은 디젤로는 구현 가능하지만 휘발유로는 가능하지 않다. 이런 차이는 양 엔진의 점화 방식의 차이 때문에 존재한다(점화 플러그 vs 압축 착화).

물론 디젤 엔진 정도야 대형차 전용인 건 아니며 소형 승용차에도 쓰인다. 하지만 반대로 휘발유 엔진이 대형차에서 쓰이는 일은 없다. 휘발유 엔진의 GDI와 디젤 엔진의 CRDI는 둘 다 direct injection으로 끝나는데 각각 자기 분야에서 무엇을 크게 개선한 기술인지 궁금해진다.

참고로, 자동차 말고 타 교통수단들도 작은 놈은 자동차 같은 왕복 피스톤 엔진을 사용한다. 그러다가 덩치가 더 커지면 철도 차량은 아예 전기 모터로 갈아타고 비행기는 제트 엔진을 장착하게 된다.

(2) 브레이크
승용차 수준에서는 방열 성능과 정비성이 더 뛰어나고 제동력 조절도 용이한 디스크 방식이 앞뒤 바퀴에 모두 쓰인다. 그러나 대형차로 가면 닥치고 제동력이 더 좋은 드럼 방식이 적어도 뒷바퀴에는 여전히 지존이다. 다만, 대형차 말고 아예 경차도 원가 절감을 위해 드럼 브레이크가 쓰이곤 한다.

그리고 승용차와 소형 트럭에서는 제동력을 전하는 매체가 브레이크액이라는 액체인 반면, 중형급 버스나 트럭(4~5t쯤?)부터는 역시나 성능이 좋다는 이유로 압축 공기가 쓰인다. 대형차에서 걸핏하면 '축~ 취익~' 방귀 소리가 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브레이크는 짧은 시간 동안 너무 자주 많이 밟으면 엔진만큼이나 과열될 수 있다. 브레이크액이 끓을 정도가 돼서 페달을 밟아도 쑤욱 들어가기만 하고 제동이 전혀 안 걸리는 것은 vapor lock 현상이다. 그리고 브레이크 패드가 달궈져서 제동력이 떨어지는 건 fade 현상인데, 디스크보다는 드럼 방식이 더 취약하다.
대형차는 브레이크액 방식이 아니니 vapor lock 현상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fade 현상과 아예 공기압의 고갈을 조심해야 한다. 계기판에 브레이크 공기압 게이지가 달려 있다.

(3) 변속기
승용차급에서는 자동 변속기가 대세가 된 반면, 대형 상용차(트럭, 버스)에서는 차량 가격과 성능, 연비 같은 효율 문제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수동 변속기가 주류이다.
그리고 100~400마력짜리 자동차 레벨에서 수동 변속기라면 그냥 톱니바퀴만으로 감당 가능하다. 철도 차량도 짤막한 디젤 동차는 이런 식으로 동력을 변환한다.

그러나 수천 마력의 출력으로 여러 객차를 끄는 기관차에서 기어만으로 동력 변환을 하려면 변속기가 너무 커지고 복잡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효율은 약간 떨어지지만 동력을 간접적으로 전해서 변환하는 유체 변속기 내지 토크 컨버터가 쓰이며, 자동차에서도 자동 변속기는 이 방식을 쓴다.

아울러, 전기도 교류는 같은 전력에서 전압-전류 출력 변환이 용이하니, 대형 디젤 기관차는 변속기 오일 대신 전기를 중간 매체로 사용해서 디젤 전기 기관차 형태인 게 보통이다.

사실은 철도 차량까지 갈 것 없이 버스 중에도 저상 버스는 커다란 물리적인 기어박스를 원하는 형태로 밑에 장착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인해, 불가피하게 자동 변속기가 장착되어 왔다. 허나 최근에는 그런 기술적인 한계가 극복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저상 버스에도 수동 변속기가 널리 보급되면 기사가 운전하기는 더 힘들지만, 버스 회사의 입장에서는 구입 단가가 저렴해질 수 있겠다.

(4) 서스펜션
세상의 자동차들은 바퀴와 차체가 곧이곧대로 딱딱하게 붙어 있는 게 아니다. 한쪽으로 충격을 받으면 그걸 흡수하여 반대편으로 들썩거린다. 마치 초고층 빌딩이 바람을 맞으면 미세하게나마 흔들리게 설계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 같다.

육상 교통수단에는 이걸 담당하는 서스펜션 내지 현가장치라는 게 있어야 좋은 승차감이 보장될 수 있다. 자동차가 아닌 마차 시절에도 초보적인 형태의 현가장치는 고안되어 쓰여 왔다.
철도는 길이 워낙 곧고 부드러우니 차량에 이런 게 전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만, 그래도 거기에도 간략하게나마 자동차와는 다른 형태의 현가장치가 있다. (철도 차량에는 차동 기어는 없음. 커브를 돌 때 좌우 바퀴의 회전수를 달리하여 동력을 전하는 장치)

승용차의 바퀴 주변을 보면 지면과 수직으로 코일 내지 스프링이 둘러진 막대기가 보이는데, 그게 서스펜션이다. 더 세부적인 방식으로는 multi-link 방식, rigid axle 방식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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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 대형 트럭의 뒷바퀴를 보면 통상적인 스프링이 아니라 무슨 활 모양의 휘어진 작대기가 지면과 수평으로 여러 겹 둘러진 게 보인다. 요것은 대형차에서 주로 쓰이는 판(leaf) 스프링 서스펜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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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스프링 서스펜션은 코일 스프링보다 승차감이 별로이지만, 그래도 역시나 저렴하고 강한 충격과 하중에도 안 부러지고 버티기 때문에 천상 대형차용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정비를 제대로 안 하다가 판 스프링 중 일부가 주행 중에 부러져서 떨어지고, 그걸 뒷차가 밟는 바람에 휙 튕겨 날아가서 주변의 차들에게 사고를 유발하는 민폐를 종종 끼치곤 한다.

특히 지난 2018년 1월, 중부 고속도로 이천시 구간에서는 달리던 승용차의 앞으로 웬 철판이 날아들어 신혼 부부 신랑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고가 났는데.. '죽음의 철판'이라고 불린 그 물체도 바로 불상의 화물차에서 부러지고 떨어져 나간 판 스프링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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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밟아서 반대편 차로로 튕긴 주범은 어느 관광버스였다. 경찰에서 두 달이 넘게 빡세게 CCTV를 판독하고 조사한 끝에 기어이 찾아냈다. 하지만 깜깜한 밤에 길쭉한 철판 조각이 떨어진 것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 버스 기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철판을 떨어뜨린 차량은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2. 특수한 대형 자동차

세상에는 엔진이 달렸고 바퀴가 굴러가지만,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일반 도로에서 주행할 수 없는 자동차가 있다. 이런 차들은 특수한 구역 내부만 주행할 수 있으며, 통상적인 등록 절차를 거친 '바사아자'(자가용일 리는 없을 테니) 번호판이 달려 있지도 않다.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 없는 이유는 대체로 길이나 폭 같은 크기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에버랜드의 주차장 셔틀버스가 좋은 예이고, 더 일반적으로는 공항 계류장에서 이런 특수한 자동차들이 여럿 볼 수 있다. 비행기를 활주로까지 밀고 당겨 주는 토잉카라든가, 탑승교가 없는 공항에서 승객을 비행기까지 단거리 수송하는 일명 램프 버스/에이프런 버스 말이다.

전자의 경우, 보잉 747급의 대형 여객기를 옮겨 주는 물건은 공사장이나 탄광에서 쓰이는 어지간한 중장비· 건설 기계보다도 출력이 훨씬 더 높다. (거의 1000마력 근처) 토잉카는 바퀴의 공전 현상 없이(= 충분한 접지력) 비행기를 견인하기 위해 자기 자신부터 엄청나게 무겁게 만들어지며, 엔진도 그에 상응하는 출력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램프 버스는 어차피 경사가 전혀 없는 공항 계류장만 다닐 테니 기존 시내버스보다도 바닥이 극도로 낮다. 폭과 길이는 도로교통법에서 규정된 한계를 씹어먹을 정도로 더 크지만(비행기 승객을 한번에 모두 태우기 위해서) 좌석은 아예 전혀 없다. 도시형 입석 시내버스보다 더 단거리 가축 수송에 최적화돼 있는 셈이다.

얘들은 차량 크기뿐만 아니라 배기가스 규제 쪽도 통상적인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오래된 연식의 차량도 계속 굴러다닌다고 한다. 글쎄, 아예 전기차로 바꿔 버려도 될 것 같다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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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국내의 경우 원주 공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터미널과 활주로가 1.7km 가까이 멀리 떨어져 있으며, 중간에 일반 차도를 지나야만 두 장소를 왕래할 수 있다. 그래서 램프 버스도 일반 자동차들과 동일한 번호판에 동일한 체격인 일반 버스이다. 뭐, 저기는 국제 공항도 아니고 제주도 행 대한 항공 여객기가 하루 한 편 다닐까 말까인 군소 공항이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기면 된다.

공항을 벗어나서 여객이 아닌 화물· 중장비· 건설 기계 분야로 가면 역시나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특수 차량을 볼 수 있다.
Mack Titan처럼 road train이라고 불리는 초대형 트레일러는 그래도 그 나라의 도로교통법에 맞게 설계되었고 일반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이다. 그것 말고.. 광산에서 쓰이는 트럭 중에는 통상적인 길이· 높이· 폭과 축중량 한계를 몽땅 무시한 괴물이 있다. Terex Titan, Komatsu 930E, CAT 797F 이런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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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은 공장에서 생산되고 나서 광산 현장으로 이동은 어떻게 했겠는지 궁금하다.
하긴, 가끔은 여러 개의 차선을 점유하는 초대형 화물--로켓 부품 같은?--을 일반 도로에서 트레일러로 불가피하게 수송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는 미리 허가를 받은 뒤에 앞뒤로 에스코트 하는 차량을 두고 옛날 적기 조례가 적용되었던 것처럼 진짜 살금살금 조심조심 움직여야 한다. 이런 짓은 주변에 끼치는 민폐가 크기 때문에 한밤중에 몰래 하는 편이다.

3. 쌍동체 비행기

지금까지 글이 대부분 초대형 특수 자동차 위주로 진행됐는데, 초대형 특수 비행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글을 맺도록 하겠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는 An-225 내지 에어버스 A380이 1위를 다투고 있다. 비행정까지 포함하면 옛날의 휴스 H-4 허큘리스가 명목상 최대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마치 아이스크림 쌍쌍바처럼 꼬리날개를 포함한 동체가 둘로 구성된.. '쌍동체' 비행기가 있었다. 뭐 그때는 쌍동체라고 해 봤자 기체 전체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복엽기만큼이나 당대의 제한된 기술만으로 비행기의 성능과 수송력을 끌어올리려던 여러 시도 중 하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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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상 과학 소설에서는 보잉 747 같은 대형 여객기가 2개 내지 3개의 동체로 편성돼서 한번에 무슨 타이타닉처럼 1000~2000명씩 타는 게 묘사된 걸 본인은 읽은 기억이 있다. 무슨 열차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얼추 비슷하게 현실이 된 게 있다.
Stratolaunch라는 회사에서 로켓을 완전 지상이 아닌 공중에서 저렴하게 발사하기 위해, 로켓을 실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특수 쌍동체 비행기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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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폭이 117m에 달한다고 한다. 기체 대비 저 깨알같은 사람의 크기를 비교해 보시라..;;
얘도 통상적인 규격 하에서 만들어진 공항 활주로에서 이착륙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휴스 H-4 허큘리스를 제치고 전세계에서 폭 하나는 제일 큰 비행기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폭만 무식하게 크고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가녀리게 생긴 저 비행기에서 로켓 발사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엔 이런 식으로 특이하게 거대하게 생긴 특수 목적 교통수단이 분야별로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선박이야 원래부터 워낙 거대한 놈 천지이며, 뭔가 외형이 크게 특이하게 바뀌면서 덩치가 커지는 게 없으니 논외로 하자.

Posted by 사무엘

2019/10/06 08:33 2019/10/0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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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

  • 1920년대: 1차 세계 대전 후, 비행기라는 게 군용뿐만 아니라 민간용으로도 극소량 단거리 위주로 쓰이기 시작함.
  • 1930년대: 비행기의 덩치와 성능이 더욱 향상되고 금속 재질+단엽기 형태로 정착함(보잉 247). "비행선이 밀려나고 도태함" (비행기의 성능 향상 + 비행선 힌덴부르크 호 화재 사고 크리)

  • 194~50년대: "제트 엔진"이 발명되고 여객기에도 적용됨. 대양 횡단이 가능해짐.
  • 1960년대: 여객기의 덩치가 점점 커지기 시작. 삼발기 등장.
  • 1970년대: "보잉 747 초대형 점보 광동체 여객기" 등장. 초음속 여객기까지 등장했으나 가성비 안 맞는 계륵으로 전락함.

  • 1980년대: 쌍발기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삼발기가 도태함. (버스로 치면 전방 엔진 버스가 도태한 것과 비슷한 시기) 보잉 747-400 덕분에 "한국-미국이 앵커리지 경유 없는 직항"이 가능해짐.
  • 1990년대: 여객기들의 덩치와 성능이 오늘날과 별 차이 없는 형태로 정착. "항공기관사 퇴출". (버스 안내양이 퇴출된 것과 비슷한 시기)
  • 2010년대: 보잉 747, A380 같은 초대형 여객기가 단종되고 도태하는 중. 기술의 발달 덕분에 쌍발 엔진이 과거의 4발 엔진에 맞먹는 출력과 항속거리를 달성함

아주 흥미진진하다!

2. 뜨는 원리

물체가 공중에 뜨는 힘의 원천으로는 부력(비행선), 양력(비행기), 또는 추력(로켓)이 있다. 닥치고 높게 떠서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나가려면 추력이 필요하겠지만, 지구 안에서 잠시 떴다가 수평 이동을 멀리 하는 용도로는 양력을 이용하는 게 경제적이다.
고정익 비행기에서 추력을 발생시키는 엔진은 기체를 들어올리는 게 아니라 그냥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쓰인다. 후자는 전자보다는 훨씬 덜 힘든 일이다.

비행기가 양력을 얻기 위해서는 날개가 달려 있어야 한다. 자동차는 고속 주행 중에 살짝 떠 버려서 제동· 조향 능력을 상실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스포일러'가 뒤에 장착되곤 한다. 이건 비행기의 날개와 정반대로 양력을 상실시키는 역할을 한다.

비행기가 양력을 받아 뜨는 원리에 대해서 베르누이의 원리, 벤추리 관, 긴 경로(날개 윗쪽이 윤곽이 더 완만하고 길다) 등 잘못된 이론이 오랫동안 항공 전공 서적에 별다른 검증 없이 소개돼 왔다. 그런데 난 잘못된 이론과 맞는 이론 모두 잘은 모르겠고 완벽하게 내 것으로 소화를 못 했다. 양력은 부력보다는 훨씬 더 이해하기 어려운 힘이니까.. 그 뿐만 아니라 이 자연에는 전자기력처럼 이해하기 더 어려운 현상도 많다.

비행기에는 공기를 사정없이 휘젓고 내뿜기 위해 뭔가 커다랗게 뱅글뱅글 돌아가는 물체가 어떤 형태로든 달려 있다. 그 물체의 종류로는 프로펠러가 제일 대중적인데.. 비행기의 (1) 프로펠러는 선박의 스크루와 개념적으로 동일한 역할을 한다. 프로펠러를 돌리는 엔진은 피스톤 왕복 또는 터보프롭 방식 중 하나인데, 비행기에서 자동차 같은 왕복 엔진은 완전 초소형 경비행기 급에서나 쓰인다.

이론적으로 비행기도 배처럼 프로펠러가 뒤에 달린 형태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공기의 밀도와 바닷물의 밀도는 서로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에 생긴 모양이 동일하지는 않다. 선박의 프로펠러는 꽈배기처럼 배배 꼬인 형태이기 때문에 screw라고 불린다.

헬리콥터는 프로펠러로 추력이 아니라 양력을 직접 발생시켜서 뜨는 비행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프로펠러 자체가 회전익, 즉 날개 역할을 하며 이를 (2) 로터라고 부른다. 로터라고 해서 프로펠러와 크게 다른 물건은 아니기 때문에 틸트로터 같은 특이한 수직 이착륙기도 존재할 수 있다. 같은 바람개비를 각도만 조절해서 이륙할 때는 헬리콥터의 로터처럼 쓰고, 순항할 때는 일반 프로펠러처럼 운용하니까 말이다.

오늘날 비행기에서 주력으로 쓰이는 제트 엔진이 왕복 엔진과 다른 점은.. 연료를 태운 배기 가스까지도 그냥 곱게 배출하는 게 아니라 세차게 내뿜어서 추력을 내는 데 쓴다는 점이다. 즉, 제트 엔진은 노즐이 달려 있다. 단지, 산화제를 자체 탑재한 게 아니라 주변 공기를 빨아들인다는 것만이 로켓과 다른 점이다.

터보 제트, 터보 팬 같은 제트 엔진에도 (3) 팬 블레이드라는 바람개비가 달려 있다. 하지만 이건 공기를 빨아들이고 압축하는 용도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펠러와는 성격이 다르다.
비행기 엔진을 넘어 로켓 엔진이 되면 노즐 꽁무니에서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르며, 오로지 추력에만 의존해서 날아가기 때문에 딱히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건 없다.

육해공을 막론하고 교통수단에 피스톤 왕복 엔진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나 철도 차량에서는 가능한 한 전철이 쓰이고 있으며 비행기도 덩치가 조금만 커지면 제트 엔진이 쓰인다. 자동차와 선박만이 왕복 엔진이 대세인 듯하다. 프로펠러는 비행기와 선박이, 고무 바퀴는 자동차와 비행기가 공유하고 말이다.

3. 조종법

(1) 페달
자동차는 두 페달(가속, 브레이크)을 동시에 밟을 일이 없고, 또 클러치 페달이 추가로 있는 수동 변속기 차량과의 호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오른발 하나만으로 두 페달을 모두 밟는다. 자동 변속기 차량에서는 왼발은 그냥 하는 일 없이 논다.

하지만 비행기는 두 페달을 동시에 밟을 일이 있기 때문에 양발을 모두 쓴다. 게다가 페달의 위쪽을 밟는 것과 아래쪽을 밟는 것의 구분도 있다. 비행 중일 때는 페달이 방향타 역할을 하고, 지상에서는 랜딩기어의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핸들을 돌리는 게 아니라 양 부위별로 브레이크를 다르게 걸어서 택싱 중인 기체의 방향을 조절한다.

(2) 엔진 가동
자동차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동안만이(가속, 오르막 오르기 등) 실질적인 힘을 쓰는 상태이다. 나머지 시간은 그냥 시동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연료 분사만 하거나(아이들링), 아니면 평지· 내리막에서 바퀴를 따라 엔진이 관성으로 저절로 돌아가는 퓨얼컷+엔진 브레이크 타력 주행 상태이다.

하지만 비행기가 엔진이 그렇게 아이들링인 상태인 건 글라이더처럼 활강하면서 서서히 추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비행기는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언제나 힘차게 돌아가면서 기체를 움직이고 양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페달을 밟는 깊이로 출력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마치 선풍기/에어컨의 출력처럼 손으로 조작하는 스로틀 레버의 위치로 출력을 조절한다.

비행기 엔진은 공기를 상대로만 돌아갈 뿐, 자동차 엔진처럼 무거운 차체와 지면 사이의 마찰력을 극복해야 할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와 같은 변속기가 달려 있지는 않다.

(3) 조향
자동차의 핸들은 한 축(비행기로 치면 yaw)만 조절하지만, 비행기의 조종간은 조이스틱 같은 형태로 두 축(대략 roll, pitch)을 조절한다.

비행 중에 방향을 전환할 때는 조종간뿐만 아니라 얼추 yaw를 담당하는 페달까지 적절히 밟으면서 전환한다.
그리고 상승· 하강할 때는 조종간뿐만 아니라 엔진 출력도 적절히 조절하면서 고도를 바꾼다.
이륙할 때 앞부분이 먼저 뜨고, 착륙할 때는 뒷부분이 먼저 착지한다.

활주로에서 충분히 속도가 붙어서 이제 이륙을 중단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을 V1 속도 도달이라고 하며, 조종간 당기고 자세 잡아서 뜨기만 하면 되는 직전 속도를 rotate 속도라고 한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무슨 제1~3 우주 속도(탈출 속도) 같은 용어를 듣는 느낌이다. 그리고 자동차에도.. 이제 노란불이 되더라도 급정거를 할 수 없고 교차로를 무조건 빨리 통과해야 되는.. 교차로에서의 V1 속도, 지점 같은 개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비행기를 조종하려면 이런 기본 중의 기본 스킬 말고도 무수한 항공 관제 규약, 비행기 기기 조작 매뉴얼을 숙지해야 한다.

옛날에는 비행기도 자동차와 별 차이 없는 피스톤 회전 엔진을 사용해서 시동 걸면 털털털털 부우웅~ 소리가 났지만.. 앞서 역사에서 언급했듯이 1940~1950년대부터 제트 엔진이 보급된 뒤부터는 엔진 소리가 지금과 비슷한 형태로 바뀌었다. 6· 25 전쟁 당시에 미군 전투기에 '쌕쌕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로켓 엔진은 그냥 자기 연료와 산화제만 연소시켜서 뿜지만 비행기 엔진은 주변 공기도 왕창 빨아들여서 내뿜는다.

비행기가 타 교통수단과 크게 다른 점은.. 엔진이 꺼지면 곱게 정지나 표류가 가능한 게 아니라 그대로 추락과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한번 자세가 어긋나서 양력을 잃고 실속에 빠지면, 엔진 출력 올리고 밟기만 한다고 해서 곧장 자동으로 회복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종이 어렵다. 물론 자동차도 타이어가 접지력을 상실하고 미끄러지면 매우 큰 위험에 빠지지만, 그 위험이 비행기에 비할 바는 아니다. 헬리콥터는 고정익기보다 이런 게 더 취약하고 불안하다.

4. 기내 화재로 인해 발생한 항공 사고

지금 이 시각에도 전세계에 얼마나 많은 비행기들이 평온하게 날아다니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비행기는 매우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가 전혀 없는 건 아니며, 그 드문 사고는 이· 착륙 중에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이륙은 연료가 제일 많이 들어있어서 비행기가 제일 무겁고 엔진 출력도 제일 세게 땡기는 때이다. 활주로의 길이는 제한돼 있는데 이미 충분히 가속하여 활주해 버린 뒤에 무슨 이유로 인해 공중으로 뜨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진다.

반대로 착륙하려면 엔진 출력과 기체 주행 속도를 줄이고 또 줄여야 하는데.. 이렇게 느려지면 기체의 자세 제어와 조종도 제대로 안 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위치를 잡기가 더욱 어려우며, 돌발상황에 취약해진다. 착륙하려다가 실패/포기하고 재이륙하는 건 조종사에게 굉장한 부담을 주는 기동이다.

이런 외부적인 요인 말고 내부 요인 때문에 발생한 사고도 있다. 옛날에는 기체의 구조적인 결함으로 인한 사고도 있었지만, 그건 수십 년간의 사고 데이터 분석과 비행기 제조사들의 기술 발달 덕분에 없어지는 추세이다. 1970년대 이후에는 차라리 정비 불량의 비중이 더 높으며, 다소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화물칸의 화재'로 인한 사고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항공 163편(1980년 8월 19일, 록히드 트라이스타)은 이륙 7분 만에 화물칸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기껏 회항하고 비상 착륙까지 아주 극적으로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로 비행기가 곧장 서지 않고 엔진도 꺼지지 않고, 문도 제대로 안 열렸다.

300명이 넘는 승객과 승무원들은 착륙 후에 지상의 기내에서 옴짝달싹 못 하다가 화마에 희생되어 전원 사망했다. 대놓고 추락이나 공중 분해도 아니고 이렇게 멀쩡히 착륙 후에 탑승자가 전원 사망한 사고는 무척 이례적이다. 착륙 후에 기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탈출이 지체되었는지, 그리고 무슨 수하물에서 왜 화재가 발생했는지는 밝혀지지 못하고 미스터리로 남았다.

남아프리카 항공 295편(1987년 11월 28일, 보잉747-200 계열)은 이륙 후 9시간째 잘 날고 있던 중에 역시 화물칸에서 불이 났다. 화재는 맨 앞 조종실에까지 연기가 들어올 정도로 심각해졌으며, 비행기는 조종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채 결국 아프리카 마우리티우스 섬 근처의 인도양 바닷속으로 추락했다. 역시 전원 사망.

이 사고도 어느 화물에서 화재가 왜 발생했는지는 밝혀지지 못했다.
날짜를 보고 눈치 챈 분도 계시겠지만 이건 대한항공 858편 폭파 테러의 "바로 전날"에 발생한 사고이다. 858도 추락 내지 실종 지점이 나름 인도양 권역인 것이 비슷하다. 비록 후자는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지만 말이다.

요것들은 1980년대 이야기이니 지금과는 상황이 동떨어진 것 같지만.. 지난 2011년 7월 말, 아시아나항공 991편 화물기의 추락 사고도 원인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얘는 범인은 밝혀졌지만 역시 왜 뜬금없이 불이 붙었는지는(범행 동기??) 불명으로 남았다.
화물칸 화재로 인한 비행기 추락 사고들은 여느 인재들과 달리 정확한 원인이 규명된 게 별로 없는 것이 더욱 괴이하다.

자동차도 나름 내연기관이 달려 있으며, 비행기만치는 아니어도 사고 시에 화재 위험이 존재하는 물건이다. 그래도 리튬이온과 달리, 자동차의 무거운 재래식 납-황산 배터리는 불이 붙거나 폭발하지는 않는 게 다행이다.
대형 냉동 창고에서 쓰이는 암모니아 냉매는 폭발하지만, 가정용 냉장고의 CFC 내지 그 대체제 냉매는 폭발하지 않고 안전한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06/13 08:35 2019/06/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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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자동차 기반의 장거리 대중 교통수단으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라는 이원화된 시스템이 존재한다.
사실, 법적으로는 이들은 일반형 시외버스, 직행형 시외버스, 고속형 시외버스라는 세 부류로 나뉘는데, 고속형 시외버스가 고속버스라고 여러 모로 특별 취급을 받는 구도이다. 그리고 나머지 시외버스들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갈수록 직행화하고 고속버스와 형태가 비슷해지고 있다.

본인은 옛날 대학 시절에 경주에서 울진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이용한 적이 있었다. 고속도로가 없이 국도만 타느라 울진까지 가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렸던 걸로 본인은 기억한다. 더구나 이런 지방 왕래 수요가 많을 리가 없으니, 버스도 무슨 완행 열차가 정차하듯이 온갖 시골 정류장들을 들쑤시고 다녔다. 그래야 수지가 맞을 것이다.

지방에서 시외버스는 원래 이런 식으로 운행되고 있다. 울진 같은 경북의 오지뿐만 아니라 당장 강원도의 전방에서 차가 없는 사람들의 이동을 책임지는 것도 시외버스가 유일하다. 화천· 양구 같은 곳에 철도가 있나, 공항이 있나? 동서울 터미널에 괜히 군인들이 우글거리는 게 아니다.

다만, 요즘은 집집마다 승용차를 굴리는 세상이며, 중소 규모 이상의 도시에는 철도 같은 대체제도 있다. 전국에 고속도로도 워낙 촘촘하게 많이 건설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버스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촘촘한 단거리 이동보다는 장거리를 어설픈 중간 경유 없이 승용차보다 더 빠르고 편하게 가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일반형 완행 시외버스는 저런 시골 지방 말고는 없어지는 추세이다. 철도로 치면 간이역들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고속버스는 시외버스의 고급 특화 케이스이기 때문에 시외버스보다 노선이 훨씬 적다. 그 덕분인지 승차권 발매· 예매를 위한 단일 통합 전산망도 2000년대 초부터 시외버스보다 훨씬 더 잘 갖춰져 있었다. 과거 1980년대에 철도 승차권 전산 발매도 새마을호에 제일 먼저 적용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길이가 100km 이상이고, 전체 구간의 60% 이상을 고속도로로 달리는 노선에만 고속버스가 투입될 수 있다. 고속도로는 그 정의상 최대 속도가 100km/h 이상으로 정해진 곳이니 고속버스의 정의에는 속도와 거리에 모두 100이라는 숫자가 존재하는 셈이다.

경주-대구 사이에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노선이 모두 존재해서 서로 경쟁 중이다. 저기는 80km가 안 되는 짧은 거리이지만, 100km 이상 규정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고속버스 노선이 여전히 존재하는 중이다. 마치 이화여대 초등교육과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사립 기관이듯이 말이다. (국립 교육대들보다 먼저 존재했음)
뭐, 신경주 역에서 KTX를 타면 동대구 역까지 20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운임과 역 접근성 때문에 버스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역이 시내에서 너무 멀므로..)

그리고 고속버스는 태생적으로 중간 정차가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시점과 종점만 있는 시외버스라는 게 원래는 고속버스의 전유물이었다. 고속버스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두세 시간 간격으로 정차하고, 아니면 시점 또는 종점과 동일한 지역에 소재한 정류장에 딱 한 번만 추가 정차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는 대구-서울 고속버스이다. 상행은 동대구 역 근처에 있는 터미널을 출발한 뒤에 서대구 정류장을 들렀다가 서울로 가며, 하행은 반대로 서대구 정류장을 들렀다가 터미널로 간다. 대구 시내 안에서 터미널과 정류장 사이만 왕복하는 용도로는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즉, 쟤들은 터미널을 출발하자마자 곧장 고속도로로 진입하지 않는다. 굳이 대구 시내를 횡단해서 서대구 정류장을 경유하느라 고속버스의 표정속도가 하락하는 건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끼는 점이다.
이 정도만이 고속버스에게 허용된다. 이런 고속버스와는 달리, 동서울을 출발한 직행 시외버스는 경주에서 승객을 하차시킨 뒤 포항까지도 간다.

다음으로 운임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고속버스는 시외버스보다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교통수단으로 간주되어 운임에다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즉, 원가 대비 차삯이 더 비싸다. 하지만 겨우 고속버스가 사치품인 것은 무슨 1970년대에 경부 고속도로라는 게 처음 생겼고 버스 안에 안내양까지 탑승하던 시절의 사고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법리적으로 볼 때 부가세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고속버스에는 1991년인가 92년부터 우등이라는 등급이 생겨서 좌석 수가 더 적고 넓고 큼직한 대신, 더 비싼 버스가 등장했다. 열차는 상위 등급이 정차역 수가 적고 더 빨리 가는 반면, 고속버스는 처음부터 중간 무정차를 표방했기 때문에 우등이라고 해서 더 빠른 건 아니다. 그 대신 버스는 그 구조상 한 차량 안에서 특실/일등석(!) 같은 구분은 없다.

새마을호에 종아리 받침대가 달린 한국 철도 역사상 최고급 좌석이 등장한 것도 비슷하게 1990년대 초인 것으로 본인은 기억하는데.. 우등 고속을 의식한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우등 고속이 더 나중인지는 정확한 시기와 역학관계를 잘 모르겠다. 승차감과 좌석 앞뒤 간격은 철도인 새마을호가 더 낫고(특히 특실은!), 좌석과 팔걸이의 폭은 아예 2-1 배열인 우등 고속이 더 컸던 것으로 본인은 기억한다.

직행형 시외버스에도 우등형 좌석 차량이 있다. 단, 얘들은 앞뒤 간격이 우등 고속보다 약간 더 좁아서 28인승이 아닌 33인승이다.

고속버스 업계에서는 우등 고속이 생긴 지 25년 가까이 지난 2017년부터 우등보다도 더 고급스러운 21인승 프리미엄 우등이라는 것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건 서울-부산 같은 소수 장거리 노선 말고는 막 보급되기 어려울 듯하다. 우리나라가 무슨 1000km짜리 노선이 있는 것도 아닌데.. 속도의 향상 없이 내장재만 잔뜩 고급화해서 비싼 운임을 받는 건 타 교통수단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 곤란하다. 다만, 좌석에 콘센트나 폰 충전 단자가 있는 버스라면 개인적으로 귀가 약간 솔깃해지긴 한다!

지금이야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시외버스도 고속버스 못지않은 승차권 전산 발매 인프라를 갖췄고, 심지어 시내/광역버스처럼 교통카드 결제가 가능해지기도 했다. 줄 서서 창구에서 표 사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맨 처음에는 무인 예매 발권기라는 게 생겼고 2000년대 초반에는 홈티켓이 유행했는데, 이제는 그냥 모바일 승차권을 써도 된다.
그리고 고속버스도 무조건 한 차량으로 시점-종점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휴게소 환승이라는 것도 이미 10여 년 전에 생겼다.

그 전에 옛날에는 고속버스의 승차권 전산 발매 시스템이 통합돼 있지 않아서 일부 지역은 kobus, 일부 지역은 이지티켓(easyticket)으로 별도의 사이트를 이용해야 했다. 그 시절에 동영상 코덱들이 난립하고 휴대전화 충전 단자들이 통일돼 있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대구는 대도시에 걸맞지 않게 고속버스 터미널이 회사별로 찢어져 있던 것으로 악명 높았다. 동부/서부 이렇게 정말 지리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진 게 아니라, 똑같이 동대구이고 그냥 한 블록 간격인데 회사가 관할하는 행선지별로 터미널이 찢어진 것이다. 더구나 이게 전산 시스템에도 반영돼서 '대구 한진', '대구 동양' 같은 식으로 찢어졌으니 병크가 따로 없었다.

그러다가 대구에 드디어 동대구 역과 연계되고 기존 동부 시외버스 정류장과 백화점까지 통합한 동대구 통합 고속버스 터미널이 완공됐으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진작에 그렇게 됐어야 했다.
이 추세라면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라는 두 체계는 궁극적으로 하나로 통합해도 되지 않나 싶다. 육군이 서부와 동부 전선 야전군(제1, 제3)을 통합해서 그냥 전방 담당 사령부를 만든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게 별다른 특권이 아니며 직행 시외버스와 고속형 시외버스의 경계가 굉장히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고속버스만 타 시외버스와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별로 없다. 단일 시외버스 체계에서 시골 지방을 위한 완행 아니면 직행 구분만 하면 될 것 같다. 차량과 전산망 말고 터미널 건물은 요즘 모든 지역들이 고속과 시외 구분 없이 통합해서 만드는 게 대세가 된 지 오래다.

한반도에 철도와 시내버스까지는 일제 시대에도 있었던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고속철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전에 고속도로와 고속버스라는 것은 그 시절을 넘어 할배 슬하의 1공화국 시절에도 없었다. 1970년대 박통 때에 와서야 등장했다.
사실, 일제 시대 경성 시내 사진을 봐도 길거리에 자동차와 노면전차까지는 다니지만, 길에 차선이 그어지고 신호등이 설치된 걸 본 적은 없을 것이다. 미국 LA는 1940년대 모습이 이미 우리나라의 1970년대 이상 같고 자동차의 모양만이 옛날 디자인 같은데.. 참 대조적이다.

그렇게 길거리에 교통 시설이 아무것도 없다시피했기 때문에 미군정은 1946년에 자기 재량으로 한반도에서 자동차의 통행 방향을 좌측에서 우측으로 곧장 변경할 수 있었다. 자동차가 극히 드물던 시절, 고속버스를 타는 것만으로도 지금으로 치면 비행기를 타는 것 같은 희소한 경험이던 시절에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을지가 궁금하다.

또한 저것보다는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운전석 옆에 안내양이 앉는 작은 의자가 있던 시절, 그리고 우등 고속의 오른쪽 맨 앞자리(3번)에 냉장고와 이동식 공중전화가 비치되어 있던 시절, 현대도 대우도 아닌 아시아 자동차 버스가 있던 시절도 개인적으로 문득 그리워진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28 19:33 2019/03/2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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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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