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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철도의 변화 추이

1. 수인분당선

지난 9월 12일에는 우리나라 철도 역사에 길이 기록될 이벤트가 하나 발생했다. 바로 수인선이 전구간 복선 전철(시설)로 완공되었으며, 곧장 분당선과 연결되어 수인분당선이라는 이름의 수도권 광역전철(운행 계통) 형태로 부활했기 때문이다.

이는 경의중앙선의 사례와 비슷하다.
원래 용산-성북 국철이라고 불리던 1호선 짜끄레기 지선(?)이 중앙선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색깔이 옥색으로 바뀌고 덕소, 팔당, 국수.. 지금은 양평을 넘어 용문까지 정말 엄청나게 길어졌는데.. 그게 2009년부터 DMC/서울 역까지만 개통해 있던 경의선과도 연결됐기 때문이다. 2014년에 용산선 구간이 모두 지하로 재개통한 덕분이다.
그래서 경의중앙선은 문산(임진강)-용문(지평)이라는 어마어마한 길이를 자랑하는 옥색 광역전철이 되었다.

그러면 수인분당선은 어땠는가?
1994년 9월, 철도 불모지이던 서울 동남부에 수서-오리 분당선이 개통했다. 얘는 색깔도 확 튀는 노란색인 데다, 철도청이 건설하는 철도 중에는 그 당시에 기존 철도와 만나는 게 전혀 없이 단절돼 있던 유일한 철도였다. 2009년 용인-서울 고속도로(171)가 건설 당시에 기존 고속도로와 만나는 분기점이 전혀 없이 단절된 고속도로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랬는데 분당선은 남북으로 쭉쭉 길어져서 왕십리와 수원을 잇는 거대한 전철 노선이 됐고.. 급기야는 이제 수인선과 연결돼 버렸다. 그래서 역 수가 60개가 넘는 왕십리-(수원 경유)-인천이라는 초월적인 노선으로 거듭났다. (참고로 1호선의 무려 소요산-천안이 역 수가 얼추 60개;; )

다만, 수인-분당선은 구간별로 성격과 수요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상당수의 열차는 여전히 과거의 분당선 아니면 오이도 이북의(시흥-인천) 수인선 구간만 다닐 예정이다. 여느 방사형 노선들은 서울로부터 멀어지는 말단 외곽이 수요가 적지만.. 수인선은 반대로 양 말단인 인천과 분당· 서울 쪽이 수요가 많고 중간의 화성· 안산 쪽은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기존 안산선 구간인 오이도-한대앞을 포함해서 이번에 새로 개통한 사리-야목-고색 등의 구간을 다니는 열차는 왕십리부터 인천까지 전구간 풀코스를 다니는 열차만으로 국한된다. 이런 열차는 1시간에 2~3대꼴로만 운행된다.

그러므로 오이도 역은 동쪽에서는 4호선의 종착역이기도 하면서, 서쪽에서는 수인선의 중간 종착역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하게 된다.
사실은 한대앞-오이도는 애초에 안산선이 기존 수인선의 선형을 따라 건설된 것이었다. 그걸 수인선 복선전철이 나중에 되찾았을 뿐.. 여기는 2복선 같은 것 없이 한 선로에서 안산선과 수인선 열차가 모두 오가게 된다. 같은 선형이지만 선로는 복층으로 다른 경의선 & 공항 철도의 서울 시내 용산선 구간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 수인선이 개통하면서, 과거에 분당선 수원 행에 대응하던 운행 계통은 종점이 수원이 아니라 서쪽으로 한 정거장 더 진행한 고색으로 바뀌었다.
과거에 1호선 수원 행 계통이 2003년부터 병점으로 바뀐 것과 비슷한 현상 같다. 어쩐지 그래서 고색 역은 시종착역 역할을 하기 위해 지하에서 이례적으로 쌍섬식으로 건설돼 있었다.

그래서 수원 역은 1호선도, 수인분당선도 모두 중간 종착역 역할을 하지 않게 됐는데, 이것은 두 노선의 중간 종착역 역할을 꾸역꾸역 수행하고 있는 오이도 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본인은 9월 12일이 낀 주말에 답사 여행도 다녀왔다. 여행기는 글과 사진을 정리하는 대로 이 블로그에다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렇게 철도에 거대한 수도권 순환선이 추가된 2020년 9월부터.. 고속도로에서는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100)의 명칭이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라고 개명되었다. 뭔가 의미심장한 변화인 것 같다.
저 동네가 서울 외곽 변두리 짜끄레기라는 부정적인 어감을 걷어내고, 또 더 큰 제2순환선(400)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을 반영한 개명이다.

2. 급행 전동차의 변화

지난 2019년 말~2020년 초 사이에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경부선 급행열차 체계가 꽤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용산-구로 사이의 급행 선로는 동인천 급행만이 사용하는 경인선 전용 선로로 바뀌었고, 천안 급행은 내선(급행 및 일반열차 선로)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군포와 의왕 같은 몇몇 역에다가 대피선 추가)

이 때문에 경부선 급행은 안양-수원 구간에서 내선을 주행하던 과거에 비해 속도빨이 조금 감소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경부선 급행을 더 많이 투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용산에서 끊어지는 게 아니라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까지 더 길게 운행 가능해졌다. 환승역인 금정 역에 정차할 수 있게 된 건 덤이다.

어째 운영 시스템을 이렇게 개편할 생각을 했는지?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나 모르겠다.
이런 조치 덕분에 이제는 서울 지하철 9호선뿐만 아니라 1호선의 지하철 구간에서도 이따금씩 ‘천안 급행’이라는 어색한 열차 행선지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코레일에서는 요런 완행 기반의 경부선 급행을 늘린 대신에, 하루 세 번 있는 기존의 서울-천안 급행을 슬쩍 폐지했는데.. 그건 승객들의 반발에 부딪혀 곧 무산됐다.
이제 하루 세 번 있는 이 열차만이 안양-수원에서 일반열차 선로를 주행하는 유일한 전동차이다. 누리로도, 급행 체계 대개편도 1981년 경부선 서울-수원 복복선 개통과 함께 등장한 이 40년 짬밥의 전동차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

3. 고속버스(고속도로) 대비 철도의 변화

우리나라에 좌석에 종아리 받침대가 있는 고급 육상 교통수단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초이다.
1991년인가 92년 사이에 등장한 우등 고속버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에 등장한 새마을호 장대형 객차.
열차와 버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의 영향을 받은 건 분명한데.. 어느 게 어느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는 본인도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다.

좌석 자체가 더 두툼 큼직하고 푹신한 것은 우등 고속버스이다. 특히 팔걸이의 폭 말이다. 하지만 앞뒤 간격이 훨씬 더 넉넉하고 전반적인 승차감이 더 좋은 것은 열차이다.

그리고 저 때 이후 2010년대부터 고속버스와 열차는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고속버스는 기존 우등보다도 더 비싸고 좌석이 더 안락한 프리미엄 우등이란 게 나와서 일부 노선에서 운행 중이다.
그러나 열차의 경우, 저 새마을호가 한국 철도 120년 역사상 전무후무한 가장 크고 안락한 좌석을 보유한 차량이었고 그것으로 끝났다. 지금은 KTX 특실 좌석에도 종아리 받침대 따윈 없다.

그렇게 된 이유는?
열차는 인테리어만 한없이 더 고급화하는 게 아니라, 속도가 더 빨라지는 쪽으로 일면 바람직하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요즘 제트 여객기가 과거의 비행선이나 대륙 횡단 여객선처럼 내장재를 신경쓰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나라도 KTX가 없고 열차의 증속에 한계가 있던 시절엔, 내장재와 정차역만으로 상위 등급 열차를 운용해야 했다. 새마을호의 크고 안락한 좌석은 그 시절이 만들어 냈던 유물인 것이다.

물론 기존 인프라만 갖고 노오력을 쥐어 짜내서 서울-부산을 4시간 10분까지 단축시켰으며(1985년), 더 장기적으로 3시간 반 정도까지 단축시키려는 계획은 있었다. 하지만 그거 갖고 철도가 갈수록 늘어나는 고속도로와 자가용, 고속버스의 경쟁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고속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 훨씬 더 절실히 필요했던 사업이었다. 김포 공항을 대체하는 인천 공항만큼이나 말이다.

같은 논리를 적용해 보면 고속버스가.. 우등이라고 해서 카레이서 출신의 엘리트 기사가 대형 버스로 고속도로를 시속 150~200으로 밟으면서 '초고속버스' 같은 운전을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내장재만 고급화한 버스를 운용하는 것이다.

서울-부산을 1시간 만에 가는 여객기, 2시간 반 만에 가는 열차가 있는 와중에.. 도로 교통수단이 시간 메리트가 없다면, 고속 와이파이는 물론, 최소한 좌석마다 개별 영상 서비스와 콘센트가 달린 버스 정도는 요즘 세상에 정말로 나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4. 서빙 카트

오늘날 승무원이 먹을것을 실은 카트를 끌고 복도를 왕래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은 열차와 여객기 정도인 듯하다.

참고로 고속버스에도 안내양이 있던 1960~80년대 먼 옛날에는 안내양이 버스 안에서 스튜어디스와 비슷한 일을 했다. 탑승 전 검표, 안전벨트 착용 안내뿐만 아니라 무슨 관광버스처럼 지금 차량이 지나고 있는 지역의 특산물 소개 같은 방송도 하고 주기적으로 음료 서빙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이런 것들은 모두 사라졌다. 시대의 변화 때문이겠지만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도 안내양이 없어지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여객기나 과거의 고속버스 같은 건 승차권 가격에 포함된 정식 서비스를 모든 승객에게 동등하게 제공하기 위해서 승무원이 카트를 끌고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열차는 별도로 판매되는 간식류들이 실려 있다는 점에서 카트의 성격이 좀 다르다. 다른 교통수단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오~

철도청 시절에는 이런 일을 홍익회라는 유착(?) 법인에서 전담했지만 공사화 이후에는 이런 풍경을 거의 볼 수 없어졌다. 그나마 KTX 같은 고급 고속열차에서는 코레일네트웍스 같은 자회사 소속 직원이 카트를 끌고 다닐 뿐.. 수익이 적은 새마을/무궁화호 열차를 시발역에서 타면 "우리 열차는 차내 영업사원이 탑승하지 않습니다. 식사는 탑승 전에 해결하시거나 차내 카페객차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가 자주 나왔었다.

5. 토목 기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의 장소는 서울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일명 고텀) 역의 환승 통로이며, 9호선 승강장의 위층에 있는 거대한 공터이다. 직접 본 적이 있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높은 천장을 뚫고 딱 15cm만 위로 올라가면 지하철 3호선 선로가 나온다.
9호선 고텀 역은 그 무거운 전동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3호선과 7호선의 바로 위와 옆으로 아슬아슬 아찔하게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만들어졌다. 이들 역이 동시에 건설된 것도 아님을 주목하라. 신기하지 않은가?

불과 30년 남짓 전에 2호선이 처음 건설됐던 시절엔.. 복잡한 영등포 역 아래를 그렇게 뚫고 내려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선로 밑으로 땅 잘못 파면 선로가 내려앉아서 1993년의 구포 무궁화호 열차 전복 사고 같은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그때는 한적한 곳까지 비껴 가서 신도림역을 환승용으로 따로 만들어야 했다.

이를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고텀 역의 경우, 옛날 3호선은 그냥 개착식, 7호선은 NATM(발파..), 9호선은 CAM(cellular arch) 공법으로.. 적용 알고리즘이 모두 다르다.

우리나라의 '삼부토건'이라는 건설사는 자기 회사를 소개할 때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여의나루 한강 하저 터널을 건설했던 이력을 반드시 자랑으로 내세운다. 그건 1990년대 초에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했던 장거리 하저 터널이기 때문이다.
광나루-천호도 하저 터널이지만, 그건 댐을 쌓아서 강물을 다 걷어내고 개착식으로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크게 새롭지는 않다.

서울 지하철 7호선 남성-숭실대입구역 구간의 경우, 시공사는 기억이 안 난다만 아무튼 중간에 길을 벗어나서 관악 현대 아파트의 아래를 대놓고 관통한다.
물론 공사는 20여 년 전에 그 위에서 살았던 아파트 입주민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스텔스로 잘 끝났다.

이런 게 21세기 토목 기술의 힘이다. 이미 부산 시내를 몽땅 지하로 관통하는 경부고속선이 완공됐고, 이제는 서울에서 평택까지 전부 지하로 가는 SRT, 그리고 고심도 광역 급행 전철까지 만들어지는 중이다.

참고로 지하 시설이라는 건 공간만 냈다고 장땡이 아니다. 내부에 계속해서 환기를 해 줘야 하며, 지형에 따라서는 지하수를 빼내는 펌프를 24시간 내내 가동해야 한다. 안 그러면 햇볕도 안 들어오는 탁한 지하 공간에서 사람이 지낼 수가 없어진다.
이런 최소한의 토목 디테일을 알면 북괴의 초장거리(?) 남침 땅굴 굴착설 같은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괴담임을 간파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9/17 08:34 2020/09/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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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나라들의 지하철

1. 영국 런던

  • 세계 최초의 지하철.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벌어지던 시절에!) 흠좀무이지만 증기 기관차가 다니기도 했던 지하철
  • 전차선이 땅바닥에 있고, 터널의 단면이 차량의 단면과 별 차이 없을 정도로 왕창 좁음. 튜브의 원조
  • 실제 위치와 거리가 아니라 역들의 관계만을 간략하게 나타낸 노선도 디자인의 원조
  •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지하철 역명판용 고유 서체(폰트)
  • 매년 성탄절엔 올스톱.. (대중교통이 몽땅..)

2. 프랑스 파리

  • 고무 타이어
  • 한때 우리나라에서 수입해서 썼던 삼발이 개집표기와 마분지 승차권 시스템의 원조
  • 이름 대신 n호선이라는 명칭을 도입한 원조

3. 미국 뉴욕

  • 24시간 운행
  • 롱시트가 아닌 전방 좌석형 구간도.. (과거 우리나라의 CDC 통근열차와 비슷)
  • 더럽고 냄새 나고 쥐가 돌아다니고, 그래피티 낙서가 가득하고.. 밤에 혼자 다니면 위험하고.. >_<

4. 미국 LA

  • 노선을 이름도, 번호도 아닌 그냥 색깔로 식별함. 각 노선들이 올지하 아니면 올지상인 식임. 안내방송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 역 내부에 딱히 개집표기와 개표 영역(paid area) 구분이 없었던 걸로 기억함.

5. 일본 도쿄

  •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통한 지하철. 그런데 본인은 일본 철도는 신칸센, 아니면 지상에서 달리는 게이큐 쾌특 급행 전철 같은 것만 알지, 정작 도쿄 지하철에 대해서는 배경지식이나 선입견 따위가 형성된 게 없다.;;
  • 최초로 개통된 긴자와 마루노우치만 표준궤에 제3궤조이고, 후대의 것들은 모두 협궤에 가공전차선 방식이다. 집전 방식을 바꾼 건 잘한 것 같지만, 궤간은 처음에 표준궤로 시작했던 것을 왜 줄여 버렸는지가 의문이다.
  • 긴자 선이 1927년에 개통한 뒤에 그 다음 마루노우치 선은 무려 27년 가까이 뒤인 1954년에야 개통했다. 이렇게 긴 간극이 존재하는 이유는.. 모두가 짐작 가능하다시피 오랫동안 전쟁 때문에 지하철을 더 만들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6. 중국 베이징

  • 나름 1970년대에 최초로 개통했지만, 20세기가 끝날 때까지 거의 30년 가까이 노선이 꼴랑 1호선과 2호선 둘밖에 없었다. 이 역시 기술 지원을 해 주던 소련과의 사이가 틀어진 데다, 대약진운동 병크 등으로 인해 지하철을 더 만들 여력이 한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도쿄와는 다른 형태의 사연이 있었던 셈..
  • 그러다가 2000년대가 돼서야 뒤늦게 그야말로 미친 듯이 10여 개의 노선을 한꺼번에 건설하면서 지금 같은 대규모 지하철 네트워크가 완성됐다. 이런 것도 대륙의 기상이 좀 느껴진다.
  • 이것 말고는 역시 별다른 느낌이나 선입견 없음..

7. 한국 서울

  • 싸고 깨끗하고 환승 할인 잘 되고 와이파이 잘 터지고.. 여러 모로 서비스 좋음
  • 수백 개에 달하는 역들에 2010년대 동안 스크린도어가 몽땅 설치돼 버린 것도 좀 사기에 가까움.
  • 도쿄와 베이징의 지하철은 나름 10호선이 넘는 노선이 존재하는 반면, 서울 지하철은 광역전철이나 경전철이 아닌 중전철 도시철도는 9호선이 진짜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일본이 전쟁 딜레이, 중국이 문화혁명 딜레이가 있었다면 한국은 뭐 그런 정치적인 딜레이가 없었음. 하지만 서울 수도권 이후에 타 지방의 광역전철 개통이 40년 가까이 늦었다. (부산 동해선 광역전철)

8. 북한 평양

  • 최초 개통 자체는 서울 지하철보다 명목상 1년 더 이름.
  • 왕창 깊고 구소련 지하철과 비슷한 인테리어. (뭐, 러시아 지하철에 대해서는 본인은 아는 것 전무함.)
  • 1970년대에 2호선까지 만들어진 건 베이징 지하철과 비슷하나, 평양은 중국과 달리 2020년대까지 그 노선 그대로 변함없이 얼어붙어 버림. =_= 지하철이 다니는 나라들 중에서는 제일 가난하고 못사는 나라의 지하철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8/17 08:34 2020/08/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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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와 철도의 터널과 교량

1. 자동차용 터널과 교량

도로나 철도를 만들다가 산 같은 장애물을 정면돌파 하려면 터널을 뚫게 되고, 기존 도로를 입체 교차하거나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교량을 건설하게 된다. 이런 시설들은 구불구불 우회해서 가야 할 경로를 굉장히 곧게 해 준다.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요즘은 옛날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매우 크고 길고 넓은 터널과 교량이 많다.
산 하나를 통째로 관통하는 건 일도 아니고 도시 시가지를 통째로 지하로 통과한다. 2차로를 넘어 4차로 광폭 터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제한적이나마 바다를 건너는 터널(아래로)이나 교량(위로..)도 있다. 아무래도 고가(교량)보다는 지하도(터널..)가 만들기 더 어려운 것이 주지의 사실인데, 하저· 해저터널 같은 건 참 경이롭다.

다만, 이런 곳을 자동차로 운전해서 갈 때는 좀 주의해야 한다. 터널을 드나들 때는 주변의 밝기가 갑자기 변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시야가 교란될 수 있으며, 교량은 바람이나 온도가 일반 평지와는 달라서 길이 미끄러울 수 있다.
그리고 둘은 형태는 다르지만 길 밖으로 벗어날 곳이 딱히 없기 때문에 비상 대피나 탈출이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터널은 화재라도 났다간 질식의 위험까지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터널이나 교량에서는 한 치의 예외 없이 차선들이 실선으로 그어졌으며, 차로 변경과 추월이 금지돼 왔다.
하지만 모든 교통사고가 오로지 과속과 추월 때문에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저건 현실과 안 맞는 너무 규제 위주의 악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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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종일관 한 차로로만 달리기에는 너무 길고 큼직한 터널도 많다. 그리고 강을 건너는 교량 말고 강과 수 km째 나란히 가는 교량도 많은데 거기도 차로를 몽땅 실선으로 틀어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있다.

국도 20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북건천 분기점은 긴 건천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분기점이 뿅 나타난다. 경주에서 20을 이용해서 달리다가 저기서 4로 갈아타서 영천? 대구 방면으로 가려면 아예 터널에 진입하기 전부터, 한참 전부터 맨 오른쪽 n차로로 차로를 바꿔야 한다. 터널 안에서 차로를 바꾸는 건 실선 차로와 각종 차단봉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형태로 새로 만들어지는 터널에 한해서 터널 안도 점선 차선이 그어지고 차로 변경을 허용하는 추세이다. 교량 쪽은 소식을 못 들었다만, 거기도 좀 더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쪽으로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2. 철도용 터널과 교량

자동차가 다니는 터널과 교량은 그렇고.. 그럼 이제부터는 철도의 터널과 교량에 대해서 얘기하도록 하겠다.
요즘 만들어지는 큼직한 터널은 도로용이나 철도용이 외관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옛날 초창기에, 특히 철도가 다들 단선 비전철 위주이던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다.

철도 차량은 레일 근처 하부의 폭과 중상부의 폭이 차이가 많이 나는 교통수단이다. 이는 제한된 레일 궤간에서 최대한 큼직한 차량을 굴리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그래서 한국의 경우, 법적 차량 한계가 1250mm 이하의 낮은 부위와 그 이상 높은 부위의 폭이 서로 다르게 명시돼 있다.

철도 차량은 자동차와 달리 레일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정밀 정확하게 다니니.. 터널도 그야말로 차량 한계가 허용하는 한계치까지 작게 만드는 게 가능하다. 그래서 터널의 단면조차 차량의 단면과 비슷하게 하부가 상부보다 더 작으며, 단면이 말발굽 모양처럼 돼 있다. 이것은 철도 터널이 자동차용 터널과 결정적으로 다른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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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언제까지나 옛날에 그랬다는 것이다. 요즘은 한 터널 안에 복선 선로를 집어넣고 위에 전차선도 집어넣고.. 또 고속 주행을 위해 공기가 드나들 틈을 더 내기도 하니 철도 터널도 옛날보다야 더 큼직하게 만든다.

그리고 철도는 교량도 좀 특이했다.
옛날에는 철교의 상부에 딱히 난간이나 트러스 같은 게 없었고 생긴 게 참 단촐(?) 소박했다. 뭐, 어차피 레일이 있으니 단순히 통과 차량의 안전을 위한 난간이나 가드레일 따위는 없어도 될 것이다.

과거의 단선 비전철 철길은 선로의 좌우에 아무 인공물이 보이지 않아서 좌우의 창 밖을 보면 자동차를 탈 때보다 자연의 정취랄까 그게 더 강하게 느껴졌다. 반대편 선로라는 것도 없고 전차선 전봇대도 없고.. 침목과 레일이 놓인 자갈밭이 끝인데 그건 양 옆의 시야로는 어차피 보이지 않는다. 열차가 교량을 통과할 때면 그냥 강물 위로 공중에 떠 있기라도 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교량은 딱히 ‘도상’이란 게 없어서, 레일 밑에 깔린 침목 아래로 곧장 강물이 출렁출렁 내려다보였다. 자갈밭조차 없었다는 뜻이다. 옛 수인선의 소래철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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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날은 이런 식으로 철교를 만들지 않는다. 레일 밑에 아무 지반이 없으면 열차가 지나갈 때 소음과 진동이 주변에 너무 크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궤도 아래에 침목과 자갈 같은 걸 괜히 만드는 게 아니다. 물론 요즘은 나무 침목이나 자갈조차도 안 쓰고 싹 다 콘크리트 땜빵이지만..
자동차 도로도 고속도로 같은 건 옛날처럼 아스팔트를 안 쓰고 이제 시멘트 포장을 하니, 철길 노반과 도로 노반이 생긴 모습이 다 허옇게 비슷해졌다.

내 기분상 도로 교량보다는 철도 교량이 상부에 이렇게 철골 구조물이 치렁치렁 솟아 있는 경우가 많다. 삼각형 그물 모양의 뼈대 구조이다 보니 무슨 3차원 그래픽 와이어프레임을 보는 것 같은데..
단순히 잉여 미관 때문이 아니라 교량을 안정적으로 지탱하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 넣은 거라고 한다. 한강 최초의 교량인 한강 철교도 이런 형태로 만들어졌었다. 110여 년 전에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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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20/07/03 08:35 2020/07/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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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부선의 전철화

우리나라 최대의 간선 철도인 경부선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전철화가 됐다.

(1) 1974년 8월 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과 직통으로 수도권 전철 운행을 하기 위해 서울-수원 구간이 가장 먼저 전철화됐다. 하지만 이때 이후로 거의 30년 동안 추가적인 전철화는 전무했다. 뭐, 여기 대신 경부고속선을 따로 만들긴 했지만..

(2) 2003년 4월 30일, 수원에서 딱 두 정거장 더 남하한 수원-병점 구간이 전철화된 동시에 선형 개량과 2복선화도 같이 진행됐다. 원래 있던 선로 방향에는 병점 차량기지가 만들어졌으며, 회차를 위한 입체교차 선로도 같이 만들어졌다.

(3) 2004년 4월 1일, KTX의 운행을 위해 대전-옥천, 대구-부산 구간이 전철화됐다. 전용 고속선이 없기 때문에 기존선의 전철화부터 먼저 한 것이다.
옛날에 중앙선이 전구간 복선화를 할 여력이 도저히 안 되니 신호장이라도 늘리고 단선 전철화부터 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하겠다. 거기는 힘이 더 좋은 전기 기관차를 투입하는 것만으로도 화물의 수송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4) 2005년 1월 20일, 병점-천안 구간이 전철화 및 2복선화됐다. 이제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수원과 오산, 평택을 넘어 천안까지 가게 되었다. 병점은 수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데다 차량기지와 입체교차 시설 때문에 중요도가 높아서 2년 먼저 미리 개통했던 것이다.

(5) 2005년 3월 30일, 전철화된 근처의 충북선과 서울 방면의 연계 강화를 위해 천안-조치원 구간이 전철화됐다.

(6) 2005년 7월 1일, 충북선과 대전 방면의 연계 강화를 위해 조치원-대전 구간도 전철화됐다. 대전-제천 무궁화호에 전기 기관차를 투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렇게 2005년에 천안 이남에서 전철화 과업은 앞의 광역전철이나 고속철처럼 여객의 관점에서 변화를 야기한 것이 없다 보니.. 존재감이 매우 미미하다. 잘 알려지거나 보도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인터넷에서 관련 언론 보도를 거의 찾을 수 없다.

(7) 그리고 2006년 12월 7일, 대구-옥천이 산악 구간의 선형 개량과 함께 전철화됨으로써 경부선 441km 전구간이 전철화가 완료되었다. 선형 개량을 하면서 길이도 좀 짧아졌을 텐데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딱히 자료를 못 찾겠다.
경부선의 전구간 전철화는 상징성이 크니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알리고 보도했었다. 이제야 중앙선뿐만 아니라 경부선 일반열차에서도 전기 기관차를 볼 수 있게 되었고, 오늘날 새마을호의 후신인 ITX-새마을 전동차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경부선의 전구간 전철화 완료 이후 1주일 남짓 뒤인 12월 15일에 수도권 전철 1호선의 북쪽이 의정부북부에서 소요산까지 연장됐다는 것도 추가로 알아두면 좋다. 그리고 그로부터 또 2년 뒤인 2008년 12월 15일엔 남쪽 끝이 천안에서 또 연장되어 장항선의 신창까지 가게 됐다. 2009년 여름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누리로 전동차가 등장한다.

그 사이의 2008년 1월에 장항선과 군산선이 새 선로로 연결되었다. 거기 일대에 있는 세풍제지선이 한때 철덕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없어졌다. 그게 그 시절 그 지역의 주요 철도 역사이다.

2. 고속선의 개통

여기서 이야기를 끝내기에는 좀 짧으니, 기존선 말고 고속선도 살펴보면 이렇다.

  • 2004년 4월 1일, 서울-대전-대구 (1차)
  • 2010년 11월 1일, 대구-부산 (2차)
  • 2015년 8월 1일, 대전과 대구 도심 구간까지

경부선 쪽은 이런 순서대로 완공됐다.
호남 고속철은 2015년 4월 2일에야 오송-광주송정 구간이 완공되어 1차 개통했으며, 광주송정에서 목포까지는 여전히 호남선 기존선 기반이다. 경부고속선이 대구까지만 개통했던 과거 시절과 상황이 비슷하다. 잔여 구간은 현재까지도 고속화 공사가 진행 중이며 앞으로 몇 년은 더 있어야 완료될 것 같다.

이제는 시속 300까지 밟지는 못해도 그래도 200 정도는 밟을 수 있는 준고속선이라는 개념도 생겨 있다. 경강선 내지, 개량된 전라선처럼 말이다.
참, 포항 쪽도 준고속선이 완공되어 호남선 개통과 같은 날에 KTX가 개통했다. 그쪽은 기존 동해남부선이 완전히 걷히고 기존 경주 역이 신경주 역으로 완전히 대체될 날만 남았다. 아울러 대구선과 중앙선 복선 전철화가 진행 중이다.

3. 2020년 상반기의 철도계 동향

(1) 경의선 수도권 전철화 구간이 문산을 넘어 드디어 임진강까지 연장됐다(3월 28일). 그 사이에 있던 임시승강장인 운천 역은 폐쇄되고 정식 역사가 지어지고 있으며, 문산-도라산 사이는 하루 4번 셔틀 열차만 왕래하고 있다.
이는 중앙선 끝의 지평 역에도 하루 단 4회만 열차가 운행되는 것과 처지가 같지는 않지만 비슷해 보인다. 경의중앙선의 양 끝에는 열차가 하루에 4회만 다니는 셈이다.

내년에는 도라산 역까지도 전철화가 되고 경원선도 소요산 이북의 연천까지 수도권 전철이 연장될 예정이니 더욱 기대된다. 그런데 단선 전철이라니..
경남 양산에서 건설 중인 경전철이 전국 최초의 단선 도시철도가 될 예정인데.. 경원선은 전국 최초의 단선 '중전철' 광역전철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게 되겠다.

(2) 지난 4월 1일부터 서울 지하철들의 새벽 1시 운행이 중단되고 막차 시간대가 자정으로 당겨졌다.
기억하는 분이 계신지 모르겠지만 이건 2002년, 이 명박 서울 시장 시절부터 행해진 것이다. 그 1시간 연장 운행 관행이 거의 18년 만에 무기한 중단되고 원래대로 돌아간 셈이다.

자동차에다가 비유하자면.. 일반인이 시속 200까지 밟을 일이라고는 현실에서 거의 없다. 그래도 시속 200까지 내는 고성능 차를 몰면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120쯤은 아주 가볍고 여유롭고 가뿐하게 달릴 수 있다.
그것처럼 열차가 막차가 1시이면 그 전의 자정 시간대엔 중간 주박역에서 끊어지지 않고 종점까지 쭉 가는 열차를 탈 수 있다. 열차의 막차 시각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4. 참고: 철도역과 고속도로 나들목의 위상

어떤 지역에서 그 지역명을 그대로 딴 대표 철도역은 대체로 그 지역의 대표 행정기관(시청· 군청)과도 별 차이 없을 정도로 완전 시내 도심 중심부에 있는 편이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부산과 인천이야 항구와 더 가까이 있지만, 그래도 수도 서울이나 대구 정도만 해도 시청과 철도역이 꽤 가까이 있다.

그 이유는 뭐.. 다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가장 단순하게는.. 철도가 개통하던 시절에는 전국 어디건 시가지의 크기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기준으로는 철도가 좀 변두리 외곽에 만들어진 것인데도 나중에는 그 철길 주변도 역세권 버프를 받고 온통 개발되어, 결과적으로 도시의 중심부처럼 바뀌었을 수 있다. 서울 남산이 지금은 남쪽 끝의 산이 전혀 아니라 그냥 서울 중심부의 산으로 바뀌었듯이 말이다.

더구나 옛날에는 자동차가 지금처럼 보급돼 있지 않았으며, 승객을 철도역까지 연계하는 보조 대중교통이 충분치 못했다. 그러니 철도의 혜택을 입으려면 닥치고 최대한 역에 가까이 붙어서 살아야만 했다. 철도역이 도시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철도역과 달리, 고속도로 나들목은 이용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넘사벽 급의 수송력을 자랑하는 자동차이다. 여기는 애초에 일반 도로와 자동차 전용 도로를 구분하는 경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속도로 나들목은 태생적으로 도시의 외곽 변두리 끄트머리에 있는 게 자연스럽다. 고속도로 나들목 주변까지 온통 개발되고 건물로 뒤덮힌 경우는 수원 IC처럼 매우 드물다. 경인이나 외곽순환 고속도로 나들목 주변은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경부 고속도로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이런 개념조차 생소했다. 그래서 도시의 시장이라는 사람이 XXX 나들목을 자기 관할인 XXX 시의 도심 안으로 유치하겠다고 떼를 쓰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그리고 요즘은 새로 만들어지거나 이설되는 철도역들도 마치 고속도로 나들목처럼 온통 외곽 변두리에 자리잡는 추세이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선로의 선형을 최대한 직선으로 만들려다 보니 기존 도심지를 경유할 수 없는 것, 그리고 굳이 간선 철도가 시가지를 대놓고 통과하지 않더라도 시가지와 철도를 연계해 주는 다른 교통수단이 충분하다는 것.

결국은 철도는 당장 역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도 고속화와 직선화로 대량 간선 수송에 충실하고, 단거리 연계는 다른 교통수단이나 도시철도가 담당하는 것이 시스템 전체의 교통 효율에 좋다는 것이다. 그러니 요즘 철도역들이 20세기의 철도역처럼 시내 깊숙히 들어와 있지 않고 외곽으로 멀어지는 것을 마냥 나쁘게만 보지 말고, 그 트렌드에 대해 어느 정도 적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0/04/22 08:35 2020/04/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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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찬가

1.
내 개인적으로는 진정한 철덕이라면 일단 자기 팔이나 다리를 어느 정도 벌린 폭이 1435mm 표준궤인지 자 없어도 감을 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폭과 무게와 차륜 크기가 동일한 사륜자전거를 타고 같은 힘으로 페달을 밟을 때,
철 바퀴로 레일을 달릴 때가 고무 바퀴로 아스팔트를 달릴 때보다 얼마나 더 매끄럽게 오랫동안 잘 나아가는지를 직감적으로 체득하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거야말로 철도의 존재 이유와 당위성을 설명하는 본질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철도가 바퀴의 마찰을 줄여서 효율을 올렸다면, 미래의 궤도 교통수단은 자기 부상 방식으로 전기 저항과 마찰을 더 줄이고, 더 나아가서는 전용 터널에서 공기 저항까지 극복해서 극도의 효율과 속도를 실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
체코의 드보르작뿐만 아니라 프랑스에도 아르튀르 오네게르라고 아주 열혈 철덕 작곡가가 있었다.
아아.. 프랑스는 100년 전 20세기 초에도 “퍼시픽 231”이라고 증기로 이미 시속 120km를 찍었던 고속열차를 개발한 바 있다. 그리고 저 사람은 그 열차에 감탄해서 동명의 교향곡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달렸던 ‘파시’ 증기 기관차하고는 태평양이라는 이름의 어원만 동일할 뿐, 기술적으로는 관계 없다.

“나는 언제나 기관차를 정열적으로 사랑하였다. 나에게 있어 기관차는 살아있는 것이나 같은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여자나 말을 사랑하듯 나는 기관차를 사랑하였다.
이 곡에서 내가 나타내려고 한 것은 단순하게 기관차 소음의 모방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가시적인 인상과 하나의 육체적인 희열을 음악적으로 구성, 번역하려고 한 것이다.”
-- 아르튀르 오네게르


드보르작은 자기가 인생을 다시 살아서 증기 기관차의 제작자가 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음악 커리어와 교향곡쯤은 몽땅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저 사람도 만만찮다~!!

3.
철도가 없던 시절의 역사 암기는 정말 고문이 따로 없다. 국사 시험 도대체 어떻게 치냐..?? ㅠㅠㅠ
근현대 이전의 역사는 역사가 아닌 것 같다. -_-;;

태정태세 문단세 이런 건 죽어라고 안 외워지지만.
1899년 9월 18일 제물포-노량진 경인선, 1905년 1월 1일 경부선, 1908년 4월 경의선, 1914년 호남선, ...
1946년 해방자호, 1955년 통일호, 1960년 무궁화호, 1969년 관광호, 1974년 새마을호와 서울 지하철 1호선,
1981년 경부선 서울-수원 2복선, 1980~1984년 서울 지하철 2호선, 부산 지하철 1호선 등등등등등...은
머리 뇌세포에 오일이 발라지기라도 했는지 날짜와 연표가 그냥 술술술 외워진다.

이게 바로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Looking for you의 기적이다.
오늘도 철도님 사랑합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4/15 08:36 2020/04/1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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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분석

1. 철도 차량의 3무

철도 차량은.. (자동차와 비교했을 때)

  • 운전석에 steering 핸들이 없고
  • 좌석에 안전벨트가 없고,
  • 차축에는 차동기어가 없다.

이것이 철도 차량의 3無이다.
자동차는 커브를 돌 때 한 엔진이 생성한 동력을 차동기어를 통해 양 바퀴에다 달리 배분하고, 비행기나 탱크는 아예 좌우의 엔진 출력을 달리해서 속도 차를 만든다.
그에 비해 철도 차량은 바퀴 자체가 완벽한 원기둥이 아닌 살짝 원뿔대처럼 만들어져 있고, 커브를 틀면 레일이 접촉하는 부위의 직경 차이로 인해 양 바퀴의 회전 속도가 차이가 나게 한다.

그리고 철도는 개인 자가용이 전무하다시피한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고, 선박이야 초대형 선박들도 선주의 신분을 따지면 전부 private 일색이다. 서양에서 사략선이란 게 괜히 있었던 게 아니다.

그 비싼 비행기도 미국처럼 땅 넓고 잘사는 나라로 가면 자가용의 규모가 결코 작지 않지만.. 철도는 자가용으로 굴리기에는 너무 꽉꽉 조여지고 통제되는 시스템이니 private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자가용은커녕 대중교통 운영사 자체가 사기업인 경우도 우리나라는 매우 드물며, 사철도 일부 공장, 발전소 등에 극도로 제한적으로 있는 형편이다.

2. 철도의 경사와 커브

교통 내지 항공 업계에서는 경사를 나타낼 때 각도가 아니라 수평 이동 대비 수직 이동 비율인 기울기, 탄젠트를 사용한다. 우리나라 철도에 규정된 오르막의 한계는 35퍼밀, 즉 3.5%이다. 그리고 이 정도면 이미 거의 극악에 가까운 한계이며, 현실에서는 2%대만 돼도 철도 차량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급경사이다.
자동차 도로는 좀 가파른 곳에 5%, 10% 경사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저런 경사 표지판이 있음).. 철도 차량은 등판능력이 부족한 셈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급경사를 자랑하던 곳은 강원도에 태백선· 함백선이 병행하는 구간이다. 하지만 서울에도 경의선 용산-효창 사이의 지상-지하 구간은 기존 건축물들을 피해서 부족한 공간만으로 수직 이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법을 겨우 간신히 어기지 않는 수준으로 거의 35퍼밀에 근접하는 경사가 생겼다.

서울에서건 용산에서건 경의선이 서쪽으로 방향을 확 트는 건 자연스럽지 않고 부담스러운 급커브인데.. 지하화하면서 급경사까지 생긴 셈이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시청-종각에서 급커브를 트는 건 동쪽이고.. =_=)
이와 비슷한 예로, 분당선 서울숲-왕십리 역시 그 깊은 하저터널 이후로 곧장 지상으로 올라오느라 꽤 부담스러운 급경사가 생겨 있다.

이 분야의 끝판왕 구간은 2016년에 개통한 인천 지하철 2호선의 아시아드경기장-검바위이다. 여기도 지상과 지하가 바뀌는데, 여기는 전국의 궤도 교통수단을 통틀어서 가장 가파른 무려 55퍼밀짜리 경사가 있다.
이건 법을 어긴 게 아니라 고무차륜이어서 접지력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반 철차륜 철도라면 가능하지 않다.

3. 철도가 잘못 만들어지는 경우

철도는 사람들의 정치적인 개입으로 인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잘못 만들어질 수 있다.

  • 님비: 시끄럽다고 철도 건설을 무작정 반대하고 비현실적인 이설 내지 지하화를 요구한다. 요즘 철도는 안 그래도 선형 직선화라는 명목으로 구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만들어지는 편인데 이런 일까지 벌어지면 철도의 접근성과 도로 대비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 핌비: 이번엔 무조건 자기 지역을 경유하라고, 혹은 생판 뜬금없는 곳에 역을 만들라고 요구한다. 선로에 곡선을 만들고 열차의 표정속도까지 떨어뜨려 가면서, 정작 자기들은 열차를 충분히 많이 이용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철도 시설은 여느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한번 만들고 나면 고치기가 극도로 어렵다. 전쟁이나 지진 때문에 다 파괴되어서 몽땅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도를 한번 잘못 만들어서 발생한 손해와 비효율은 후손들이 두고두고 뒤집어쓰게 된다.

핌비 성향으로 인해 철도가 이상하게 만들어져서 철덕들에게 두고두고 까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 오송: 이 분야의 가히 전설을 넘어 레전드라고 불린다. 개인적으로 충북 지역에 아무 연고도 없고 감정도 없지만.. 주민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과 전투력으로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호남 고속철의 선형이 매우 괴상해졌음은 물론, 승객 수요도 못 살린 최악의 자충수를 두게 됐다.
  • 총신대입구: 열차 운영 자체와 관련된 사항은 아니지만.. 총신대는 자신과 그리 가까이 있지도 않은 지하철역의 역명에 왜 그리도 이상한 집착을 했나 모르겠다. 7호선 남성의 부역명에나 총신대를 집어넣고, 4호선과 7호선 환승역은 '이수' 정도로 바꿨어야 했다.
  • 강남리 마을 전철: 광역전철인 분당선에 무슨 농간이 있었는지.. 서울 강남구 구간에 1km도 채 안 되는 간격으로 역이 너무 많이 만들어졌다. 이건 두고두고 시간적인 비효율과 금전적인 비효율을 야기하게 됐다(텅 빈 채 왕창 깊기까지 한 여러 잉여역들을 관리하는 비용)

4. 철도 차량의 번호판

철도 차량에는 자동차처럼 간편하게 탈착할 수 있는 번호판 같은 건 없다.
그 대신, 기관차의 경우 앞면에 차량 등록번호 4자리가 새겨져 있다. 현재 7xxx대는 대형 디젤 기관차, 8xxx대는 전기 기관차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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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마치 비행기의 식별 번호와 비슷하다. 한국을 뜻하는 HL로 시작하는 4자리 숫자가 있는데, 맨 앞자리는 그 비행기의 엔진 형태를 나타낸다. 7xxx, 8xxx는 제트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객기가 해당되고, 그보다 작은 번호는 헬리콥터나 프로펠러기, 피스톤 경비행기에 할당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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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도 앞부분을 잘 보면 2~3자리짜리 일련번호가 붙어 있다. 옛날에 새마을호 디젤 동차의 표면에는 그런 걸 딱히 못 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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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비행기와 철도의 유사점

(1) 비행기가 광활한 하늘에서 정말 높고 빠르게 날다가 고도와 속도를 줄이고 줄여서 딱 정확하게 활주로의 시작 지점에 맞춰 착지하여 착륙하는 건 참 경이롭다. 지하철 전동차가 빠르게 달리다가 딱 정지선에 맞춰 칼같이 정차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2) 착륙을 최대한 부드럽게 한다고 해도 비행기의 랜딩기어가 착지하는 순간에는 객실에도 진동이 전해지게 된다. 이건 철도 차량으로 치면 레일 이음매를 고속으로 통과할 때 전해지는 진동과 동질감이 느껴진다. 물론 요즘 철도는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이음매 없이 쭉 매끄러운 레일을 놓는 게 대세이며, 비행기 역시 조종 기술과 랜딩기어의 서스펜션의 발전을 통해 착륙 진동을 줄이고 있다.
덜컹거림이 없는 철도라니, 마치 켜질 때 깜빡거리지 않는 형광등을 보는 느낌이다.

(3) 비행기에는 동체의 균형을 잡고 방향을 조절하기 위해서 꼬리날개(미익)라는 게 달려 있다. 최소한의 조작만으로 최대의 회전력을 내려면 미익은 동체의 무게중심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게 바람직하다. (시소처럼)
미익은 최대한 멀리 떨어진 뒤쪽에 장착되는 부품이라는 점에서 전기 철도 차량의 팬터그래프와 비슷한 존재인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09 08:35 2020/03/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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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와 관련된 기간 시설들

교통수단에는 승객이 이용하는 여객 터미널이나 정류장뿐만 아니라, 그 교통수단을 세워 두고 유지보수 하는 시설도 필요하다. 그래서 비행기에는 격납고가 있고 버스에는 차고지가 있으며, 철도에는 차량기지라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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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지하철에는 이런 차량기지가 각 노선별로 노선의 말단에 있는 편이다. 그럼 도시와 도시를 넘어 전국을 잇는 장거리 일반열차들은 사정이 어떨까? 단순히 차량기지라는 단어 하나로 뭉뚱그리기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성격의 시설이 더 존재한다.

1. 공작창 (과거)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독점의 지위를 누리면서 철도 차량을 생산하는 기업은 '현대 로템'이다. 하지만 먼 옛날 초창기에 우리나라는 철도의 운영과 관련된 모든 것이 '철도청'이라는 정부 기관에 의해 행해졌다. 철도청 내지 그 산하 기관이 지금의 코레일(소프트웨어, 운영)과 철도 시설 공단(하드웨어, 건설)의 역할을 겸임했을 뿐만 아니라, 차량의 생산과 정비까지 모두 담당했다.

그래서 차량을 생산하고 기존 차량의 중정비(전부 분해+점검 후 재조립)까지 모두 감당 가능한 하드코어한 국영 철도 차량 공장이 있었는데, 이 시설의 그 시절 명칭은 '공작창'이었다. 다들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공장이 원조이다. 일단 인천 공작창이 유명하고(현재의 송현 초등학교 부근, 1937년 설립), 서울 영등포(현재의 영등포 경찰서 부근)와 용산, 그리고 부산에도 그런 공작창이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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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천 공작창 내부의 작업 모습)

없는 철도 차량을 새로 설계하고 창조할 기술까지는 물론 없으니, 처음에는 그냥 수입해 온 부품을 조립해서 증기 기관차나 디젤 동차(해방 후)를 면허 생산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객차 정도는 직접 만들게 됐다.

이런 공작창들은 후술할 '차량정비단'으로 바뀌거나 아예 폐지되어 없어졌다. 영등포 공작창은 1980년에 대전 공작창(당시 명칭)으로 대체되어 없어졌으며, 인천 공작창도 1983년에 없어졌다. 1970년대 후반부터 철도 차량의 생산은 민간 기업(xx 중공업) 담당으로 넘어가고, 철도청은 기존 차량의 중정비만으로 역할이 분담됐기 때문이다.

이건 한국 철도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기존 공작창 부지에는 진작에 아파트들이 지어졌기 때문에 오늘날은 공작창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인천의 경우 송현 초등학교의 동북쪽에 있는 미륭/동부 아파트, 그리고 영등포의 경우 경남아너스빌· 동부센트레빌이다. 영등포 공작창이 1980년에 없어졌다는 점에서는 강북의 당인리선의 폐선 시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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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공작창이 있던 시절에 영등포 역에서 공작창까지 이어진 경로)

그래서 우리나라 철도 역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의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부터 현대 정공(현대 중공업에서 분리됨)의 MELCO 초퍼 전동차 얘기가 나오고, 1980년에 대우 중공업에서 DEC와 EEC 동차를 들여 왔다는 식으로 이때부터 국내 기업 얘기가 등장한다. 그 전에 현대· 대우 중공업에서 미카 증기 기관차를 조립· 생산했다거나, 구닥다리 니카타 디젤 동차를 생산한 이력은 없다. 그건 공작창이 있던 시절의 옛날 얘기인 것이다.

1986년 4월에 현대 정공은 7000호대 봉고 디젤 기관차와 유선형 새마을호 객차를 생산하고, 이듬해 1987년 7월에 대우 중공업은 떼제베 열차의 외형을 본딴(그 시절에 벌써!) 전후동력형 새마을호 디젤 동차를 최초로 생산하여 새마을호의 외형을 완성했다. 전동차 분야에서도 현대는 미쓰비시 내지 스웨덴 ABB(서울 5호선~!)사 인버터를 도입하고, 대우는 GEC 알스톰 인버터를 도입했던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운영 부문에서 지하철 공사와 코레일(또는 vs 도철)이 신경전을 벌인 것처럼 차량 생산 부문도 이렇게 회사별 취향(?)과 개성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에서도 현대는 미쓰비시 같은 일본 기업과 기술 제휴를 해서 주유구까지 주로 왼쪽에 달렸을 정도이지만, 대우는 오펠 같은 유럽 기업과 제휴를 해서 차들이 유럽 스타일이었던 것과 비슷하다. (5호선 전동차는 좀 예외적인 사례이니 논외로 하고)

그러다가 1990년대 말, IMF를 계기로 이들 기업(현대, 대우, 한진 중공업)의 철도 차량 부문은 경영 효율을 위해 하나로 합병됐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과거 자동차 공업 합리화 조치의 철도 버전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회사별 업종 강제 분할 대신, 회사 자체를 합병했으니.. 그리고 그 단일 기업도 결국은 현대 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됨으로써 지금과 같은 '현대 로템'이 된 것이다.

2. 차량정비단

지금까지 공작창 얘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일반열차의 차량기지를 논하면서 차량기지의 전신· 원조인 공작창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내력을 거쳐서 오늘날 일반열차의 중정비가 가능한 메이저 기지 역할을 하는 시설은 정식 명칭이 '차량정비단'이다. 지하철 차량기지에다 비유하자면 주박과 경정비만 가능한 마이너 기지 말고(방화, 천왕..), 중정비까지 가능한 메이저 기지(고덕, 도봉...)에 대응한다.

고양시에 소재한 '수도권 철도 차량정비단'은 KTX의 개통과 함께 만들어진 고속철 전용 기지이다. 근처에 행신 역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것 말고 인서울 끄트머리의 수색에 있는 유명한 일반열차 차량기지는 '차량정비단' 이 아닌 '차량사업소'로, 바로 다음 항목에서 다룰 것이다.

남쪽의 말단인 광주와 부산에도 행신 기지와 대등한 급의 차량정비단이 있다. SRT 고속철은 행신 방면으로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은 공작창 시절 내력까지 있을 정도로 역사가 길며 차종별로 시설이 당감동(고속철)과 범천동(나머지)에 흩어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광주 기지는 2015년 호남 고속철의 개통과 함께, 그리고 곧 개통할 SRT를 염두에 두고 굉장히 근래에 만들어졌다.

고속열차가 아닌 일반열차용으로 가장 거대한 메이저 차량정비단은 바로 대전 철도 차량정비단이다. 신탄진 역의 동남쪽에 이 기지로 들어가는 별도의 선로가 있다.

대전 기지는 영등포 공작창의 중정비 기능을 계승할 목적으로 1980년에 건립되었으며, 완공 직후 몇 년 동안은 실제로 '공작창'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KT&G 본사 및 공장의 남쪽에 소재해 있으며, 무슨 군부대처럼 직원 거주용으로 아파트까지 있다. (대창 아파트)
얘는 대전 조차장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시설이니 혼동하지 않도록 하자. 조차장에 대해서도 나중에 따로 다룰 것이다.

한편, 경부고속선 오송 역의 북쪽에도 뭔가 차량기지 같은 시설이 있는데, 이건 '철도 시설 공단'에서 운영하는 고속철 시설 관리 사무소이다.
경부고속선을 건설하던 당시에는 여기가 레일을 생산하는 공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주변과 경부선· 경부고속선을 끼고 철도 연구원 시험 선로도 순환선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3. 차량사업소

2020년 현재 우리나라에 철도 차량정비단은 수도권(고양), 대전, 부산, 광주 이렇게 네 곳이 전부이며, 나머지 철도 차량기지들은 모두 '차량사업소'이다. 얘들은 경정비 + 좀 더 여객 운행 지향적이기 때문에 기관사 승무사업소가 같이 딸려 있는 편이다.

(일각에서는, 특히 지하철 업계에서는 마치 '사구간' 대신 '절연구간'이라는 말을 쓰듯이 어감 개선을 위해 '차량기지' 대신에 '차량사업소'라는 말을 쓴다고 관계를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차량기지'가 '차량사업소'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 용어라고 간주하였음을 밝힌다.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색 기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량사업소이다. 수도권 차량정비단이 고속철을 취급하는 인천 공항이라면, 저기는 나머지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김포 공항 정도 된다.
정비단과 사업소를 구분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철덕의 기본기를 뗐다고 볼 수 있다. 마치 군사에서 전차와 자주포를 구분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둘의 구분이 좀 모호한 경우도 있다.

일례로, 옛날에는 용산 역 주변에 거대한 철도 차량기지가 있었고 거기 부지가 아직도 개발되지 못해 놀고 있다는 것을 다들 아실 것이다.
거기는 원래 인천· 영등포만큼이나 '서울 공작창'이라는 거대한 철도 차량 공장이 있었다. 그 뒤 차량정비단 급의 중정비 시설을 갖추고 있다가 나중에는 '수도권 철도 차량정비단' 관할의 '용산 차량사업소'로 명칭이 바뀌고, 2012년 7월 말에 폐지되었다.

용산 기지가 하던 임무도 대전 철도 차량정비단으로 몽땅 이관되었다고 하니 용산도 분명 '차량정비단' 급의 시설이었다. 하지만 공식 명칭은 차량사업소였으니 폐지 전의 위상을 무엇이라고 분류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산 차량사업소는 가야 역 인근에, 그리고 부산 차량정비단(당감동 고속철 에디션)의 북쪽에 붙어 있다. 이러니 이것도 헷갈리기 쉽다.

여기 말고도 차량사업소는 대구(동대구 역), 청량리처럼 정규 노선 열차가 시종착하는 지점에 다들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흔히 접할 수 있다. 단지, 수색이나 부산(가야)처럼 여객 취급 대비 차량 취급의 비중이 더 큰 역이 차량사업소로서의 존재감이 더 부각되어 보일 것이다.

구로 기지는 매우 거대하고 관제 센터까지 있지만 차량사업소의 관점에서는 일반열차 없이 전동차만 취급하는 곳이다.
병점 기지는 전동차 위주이지만 일반열차인 '누리로'도 취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4. 조차장

우리나라의 철도 노선도에는 '조차장'이라는 명칭이 붙은 역이 대전조차장, 제천조차장 이렇게 두 곳 있다. (둘을 연결하면 공교롭게도 충북선과 얼추 비슷한 선형이 나온다.)

조차장은 철도 노선의 중간 분기 지점에서 여객이나 신호 취급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중요 처리를 엮어서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화물이라든가, 기관차의 입환(방향 바꿔 달기), 열차 편성 변경..
게다가 이런 조차장 주변이 해당 지역의 차량사업소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역은 여객 취급을 하지 않지만 중요한 역이다.

대전조차장의 경우, 1978년 호남선의 서대전-이리(익산) 구간이 복선화되었을 때 호남선의 분기 지점에 같이 만들어진 역이다. 역세권이나 여객 수요 따위는 전혀 따지지 않고 철도 운영의 관점에서 필요하고 지리 지형적으로 유리한 곳에다가 만들었을 뿐이지만.. 1993 대전 엑스포 때 '엑스포 역'이라고 간판을 바꿔 달고 잠시 여객 취급을 하기도 했었다.

제천조차장이야.. 거기도 중앙선, 충북선, 태백선이 한데 만나는 데다, 강원도 쪽에서 오는 화물도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열차의 중간 관리를 위한 조차장 같은 역을 만들 명분이 아주 충분하다.

한편, 고속철의 경우 화물이나 기관차 입환 따위와는 아무 상관 없지만, 그래도 말단에만 있는 차량정비단이나 차량사업소 말고, 여객 취급도 하지 않는 단순 주박기지가 있기도 하다. 고속선 주변으로 역은 아닌데 무슨 길다란 여러 선로들이 늘어서 있는 것들이 다 그런 기지이다.

수도권에서 가까이 있는 대표적인 예는 바로 광명 주박기지이다. 영등포-광명 셔틀 전동차가 종착역에서 회차하여 선로를 바꿀 때 여기 진입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얘들은 차량 정비 기능은 없고 진짜 그냥 공간 셔틀이다.

요런 게 본인이 알기로는 영동군 심천면, 그리고 칠곡의 약목 역 부근에도 더 있다. 고속도로로 치면 비상 활주로 구간 내지 일반 차량이 아닌 작업· 관리 차량용 진출입로 같은 느낌이다.

5. 운영 회사

자, 이제 차량을 생산하고 보수하고 세워 두는 걸 넘어서, 아예 철도 회사 자체를 생각하는 단계가 됐다.
서울 메트로 본사는 자기가 운행하는 2호선 사당 역 근처에 있고, 합병되기 전 과거의 도철은 자기가 운행하는 5호선 답십리-장한평 사이에 있었다. 코레일 본사는 한때 대전 정부 청사에 입주해 있다가 지금은 대전 역 근처에 철도 시설 공단과 함께 나란히 쌍둥이 사옥을 갖게 됐다.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철도 회사는 차량기지와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요즘 추세는 꼭 그렇지 않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이라든가 우이-신설 경전철은 본사 사옥도 차량기지와 나란히, 또는 기지 내부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피스 따로, 현장 따로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특히 우이-신설선은 차량기지를 통째로 지하화해서 항공 사진상으로 아무 티가 나지 않는 테크닉까지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코레일은 10여 군데의 철도역에다가 지역 본부를 할당하고 있다.
서울 본부야 당연히 서울 역이지만, 수도권 서부 본부는 영등포 역이고, 동부 본부는 청량리... 가 아니라 신이문 역이다.
영등포 역은 부근에 있던 공작창이 폐지됐지만 여전히 다른 방면으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신이문의 경우, 전동차용 이문 차량기지의 역할도 겸하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역할이 겹친다.

6. 관제 센터

그리고 끝으로.. 공항의 관제탑처럼 철도에는 관제 센터가 있다. 철도야말로 레이더 없이도 관할 선로에 놓여 있는 모든 열차들의 상황을 이 잡듯이 파악해서 철두철미한 관제가 가능하다.
글쎄, 요즘은 버스도 BIS가 잘 구축돼서 모든 버스들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이 다 되고 있지만, 도로는 민간인 차량들도 워낙 많이 다니고 있으니 일반적인 도로 교통 정보 외의 중앙 관제라는 게 별 의미가 없다.

서울 지하철의 관제 센터는 각 지하철 회사 본사의 모처에 있다. 현재는 서울 메트로와 도철이 합쳐졌으니 장기적으로는 군자 차량기지 부지에 1~8호선을 모두 통합합하는 관제 센터를 새로 만들려는 계획이 잡혀 있다. 아직까지는 예전에 하던 대로 1~4호선과 5~8호선 관제실이 따로 있다.

일반 철도 버전으로는 구로 차량기지의 북서쪽에 코레일 종합 관제 센터 건물이 있으며, 이건 나름 민간 지도에 표시도 되지 않는 중요 보안 시설이다.

그런데 이것도 공간이 부족하고 시설이 노후화한 관계로 이전하려는 계획이 있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오송 역 부근으로 확정됐다고 한다.
죽이 됐건 밥이 됐건 어쨌든 경부와 호남의 분기역이고, 아직 개발 덜 돼 있고, 주변에 고속철 시설 사무소와 시험선도 있고.. 여기에다 종합 철도 관제 센터까지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오랜만에 하드코어한 철도 얘기를 한데 정리해서 쭉~ 늘어놓으니 기분이 좋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23 08:35 2020/02/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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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춘선 철도는 일제 강점기의 말기에 근접한 1939년에 개통했다. 1939년부터 1941년에 걸쳐 찔끔찔끔 개통한 중앙선과 시기가 비슷하다.
경춘선은 그 당시 사철 형태로 건설됐으며, 다른 철도와 달리 설립 배경에 왜색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나름 춘천 지역 조선인 유지들의 자본이 많이 투입된 것으로 유명하다.

해방 이후 경춘선은 국영 철도로 편입됐다. 경춘선은 원래 지금의 제기동 역 근처의 '성동' 역에서 시작했지만 1971년에 해당 선로가 폐선되었다. 그 대신 청량리에서 출발해서 성북(지금의 광운대)에서 경춘선 선로가 분기하는 형태로 선형이 바뀌었다.

경춘선에는 한동안 무궁화호와 통일호라는 두 종류의 일반열차가 다녔지만 2004년 3월, KTX의 개통과 함께 구닥다리 통일호는 퇴역했다. 그 뒤 2010년 12월, 복선전철화가 완료되면서 선형이 대대적으로 바뀌었고 차량은 광역전철 전동차로 대체되었다.
급행 전동차도 잠깐 다녔지만 없어지고 이내 ITX-청춘으로 바뀌었다.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급행 전동차는 현대 YF 쏘나타의 2400cc 고급형 모델이 자취를 감춘 것과 시기적으로 비슷하게 없어진 것 같다.

경춘선의 복선전철화는 차량뿐만 아니라 선로에도 굉장히 큰 변화를 야기했다.
광운대 역 부근은 경원선 복선 선로이다. 경춘선 열차가 거기서 경춘선으로 나가려면 경원선의 맞은편 열차 선로를 타넘으며 잠시 평면교차를 해야 했다. 열차가 몇 분 간격으로 다니는 철도에서 평면교차는 단선 교행만큼이나 절대로 좋은 여건이 아니었다. 선로 용량이 줄어들고, 사고의 위험도 커지고..

그랬는데 새로운 복선전철 선로는 경원선이 아니라 중앙선의 상봉· 망우 역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얘들은 중앙선으로 합류 자체를 안 하고 중앙선보다 북쪽의 선로에서 따로 노니 평면교차를 하지 않게 됐다.
(물론 더 멀리 용산까지 가는 ITX-청춘은 여전히 평면교차를 한다. 그리고 지금 분당선 전동차 중에서도 가끔 왕십리를 넘어 청량리까지 가는 열차도 선로를 건너갈 때는 불가피하게 잠시 평면교차를 한다.)

이로써 성동-성북 선로가 없어진 지 거의 40년 만에 성북-갈매의 꼬불꼬불한 시내 선로도 폐지됐다. 그리고 거기에 있던 신공덕, 화랑대 같은 역도 없어졌다.
이 두 역은 초라해 보여도 나름 1939년 경춘선의 개통 당시부터 있었던 역사 깊은 역이었다. 물론 이름이야 일제 시대에 거기 근처에 대한민국 육사가 있었을 리가 없으니, 처음엔 화랑대가 아니라 태릉이고.. 그런 식이었다.

경춘선의 시내 관통 구선로가 있던 곳에는 숲길 산책로가 꾸며졌다. 이 점에서는 역시  공원 산책로가 조성된 용산선 구선로 구간과도 상황이 비슷해 보인다. 수도권 전철 경의선이 개통한 때도 2009년이니 서로 더욱 비슷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용산선은 경의선 신촌-가좌 구간에 밀려서 현역 시절에도 존재감이 너무 없었고 2000년대부터 사실상 화물 전용에 폐선 신세였지만.. 경춘선은 그런 지경이 아니었다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일까? 경춘선 구선로는 ‘경춘선 숲길’이라는 별칭이 붙은 한편으로.. 상당수의 구간에 기존 레일이 고스란히 남겨지고 보존되었다. 소리소문 없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용산선 선로와는 다른 처분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서울여대 정문과 육사 정문 사이의 공간, 즉 구 화랑대 역은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었으며, 주변에 ‘화랑대 철도 공원’이라는 것도 만들어졌다! 본인은 이를 답사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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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도로와 육사 정문의 갈림길 사이에 '경춘선 숲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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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본인을 반긴 것은 협궤 선로용 소형 증기 기관차인 '혀기'였다.
삼성 교통 박물관에서도 동명의 기관차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 저건 규격이 달랐다.
교통 박물관 것은 더 옛날 1937년에 제조되어서 1952년까지 운행되었으며, 탄수차가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텐더식). 그러나 여기에 있는 것은 1951년에 제작되어 1973년 초까지 운행된 신형인 한편으로 탄수차가 별도로 있지 않는 탱크식이다.

우리나라 철도에서 협궤는 수려선과 수인선뿐이었고 이들 기관차도 딱 저기만 다녔다. 그리고 1973이라는 연도에서 미뤄 볼 때, 얘는 수려선이 폐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이 퇴역한 것으로 보인다.

1967년 8월 말에 증기 기관차가 현업에서 공식적으로 퇴역한 뒤에도 협궤 전용인 혀기 기관차는 거의 1970년대 중후반까지 더 굴러다녔다. 그래서 1977년작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같은 영화에서 주 기철 목사 가족이 평양으로 가는 것을 묘사한 열차씬에서도 고증 오류를 무릅쓰고 폭이 대놓고 좁은 협궤 열차가 달리는 모습이 잠깐 나온다.
경의선은 협궤가 아니었지만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현역 증기 기관차를 간단하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수인선 구간을 답사했음이 분명하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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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차의 안에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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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웬 외국산 전동차..는 아니고 노면전차이다. 저게 전동차라면 출입문이 저렇게 낮게까지 만들어지고 더구나 폴딩 형태이기까지 할 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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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름 화랑대 역 승강장 레플리카와.. 무려 무궁화호 객차 세트가 등장했다.
세상에, 인서울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철도 기념물을 구경하게 될 줄이야~!
본인은 작년 이맘때쯤엔 문정 근린 공원에서 철길 흔적을 발견했다고 좋아서 난리를 쳤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한 거물을 발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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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 구역사는 마치 옛날 신촌 역처럼 봉인되고 보존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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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 있는 육사 정문의 모습이다.
생도들은 좋겠다. 학교 주변에 이런 철도 기념 공원이 있으니 말이다. 서울여대 애들도 마찬가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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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호 객차의 앞에 놓여 있는 건 미카 증기 기관차였다. 맨 처음 봤던 혀기보다 훨씬 더 크다.
증기 기관차들은 어린이 대공원에 있던 것을 여기로 옮겨 놓은 거라고 한다. 어린이 대공원은 50여 년 전에 처음 만들어지던 시절에는 꼭 필요했던 시설이지만 지금은 다른 유원지나 공원, 놀이 시설에 밀려서 너무 낡은 감이 있다. 뭐, 그래도 주말이면 지금도 차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 변함없으니, 완전히 파리 날리고 망한 지경은 아니다.

근처에는 마지막으로 다른 1량짜리 일본 전동차가 하나 있었는데 이건 사진 첨부를 생략하겠다.
증기 기관차들은 다 유래에 대해 설명이 나와 있던데 정작 이런 외국 차량들은 그냥 병풍으로 갖다놓은 건지 아무 설명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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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동쪽으로 더 가면 이제 철도 공원은 끝나고 철길과 함께 산책로만 이어진다. 이런 식이다. 생각보다 길어서 1~2km는 된 것 같다.
육사를 완전히 지나고 태릉 선수촌과 태릉 골프장까지 거친 뒤에야 끝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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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철길부터 먼저 끝난다. 이제 여기 이후부터는 그냥 철길 노반 자갈밭만 몇백 m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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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경춘선 숲길이 통째로 끝난다. 저기부터는 행정구역도 서울을 벗어나서 구리시이다.
참고로 철길 산책로는 철도 공원의 동쪽뿐만 아니라 서쪽으로도 제법 길게 이어져 있다. 거기는 주변이 여기처럼 한적한 차도나 육사 캠퍼스가 아니라 본격적인 주택가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인다. 이 글은 동쪽으로만 끝까지 가 본 답사기임을 밝힌다.

여기서 경춘선 전철 갈매 역까지는 10분 정도 더 걸어서 도달할 수 있었다. 본인은 거기서 전철을 타고 귀가했다.
작년 말에 개통한 지하철 6호선 신내 역도 이번 기회에 드디어 구경할 수 있었다. 여기 근처에 있으니까... 서울 지하철에서 차량기지 내부에 있는 단선 종착역은 지금까지 7호선 장암밖에 없었는데 이제 6호선 신내도 추가됐다. 7호선은 전역인 도봉산이 환승역인 반면, 6호선은 종착역 자체가 환승역이 됐다는 차이가 있다.

9호선 개화도 차량기지 내부에 있는 종착역인 것까지는 일치한다. 그러나 거기는 단선이 아니며 모든 일반열차들이 도달하는 정규 종착역이다. 장암이나 신내처럼 전체 열차의 절반 이하만 찔끔찔끔 드나드는 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13 08:36 2020/02/1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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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철도계 근황과 미래 전망

1. 신안산선 착공

한국 철도 역사상 최장, 최대의 기약 없는 베이퍼웨어로 악명을 떨쳤던 신안산선이 2019년 가을부로 드디어 '착공'에 들어갔다. 서울 3기 지하철 계획 중 10호선에 속했던 노선이 저런 대체 노선으로 바뀐 지가 어언 20년 가까이 전인데.. 노선과 운영 방식 등 갖가지 계획들이 원만히 확정되지 못하고 2010년대에 이르도록 질질 끌다가 이제야 건설이 시작된 것이다. 계획상의 완공 예정 시기는 2024년이라지만, 현실적으로는 거기에 최하 1, 2년은 더 추가해야 할 듯하다.

소사-원시 서해선에 이어 또 서울 서남부에 광역전철이 하나 더 생길 예정이라니 기대된다. 일단 여의도에서 광명 역이 직통으로 쭉 연결될 예정인데.. 여의도 정도 위치에서 KTX 타려면 그냥, 서울이나 용산으로 가면 되지 광명이 딱히 거리 메리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2. 객차형 열차의 종말

버스업계에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만큼이나 21세기의 국내 철도계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새마을-무궁화-통일-(비둘기)이라는 기존 차급 체계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다양한 전동차들이다. 고속철 KTX부터 시작해 누리로, ITX-청춘, ITX-새마을이 전부 전동차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EEC 아니면 통근형 차량만 있던 전동차가 어느샌가 주류로 급부상했다.

우리나라에 디젤 동차가 마지막으로 도입된 것은 1997~99년의 CDC 통근열차이다. 차급으로나 동력원으로나 시대에 맞지 않으니 오죽했으면 걔를 2008년경에 RDC라는 무궁화호로 승격해서 과거 NDC처럼 비전철 구간에서 써먹게 됐다.

그것처럼 우리나라에 기관차 피견인 객차가 도입된 것은 2002~04년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다른 차급들이 몽땅 없어졌으니 무궁화호는 다른 전동차에 속하지 않는 기관차-객차형 일반열차의 총칭처럼 됐다. 이 와중에 기관차-객차형 ITX-새마을이라는 아주 이례적이고 예외적인 열차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그건 논외로 하자.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기관차-객차형 열차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수익성 없는 단선 비전철에서는 차라리 1량짜리 디젤 동차가 다닐 것이고, 대형 기관차는 디젤이건 전기건 화물 위주로 운행될 것이다.

이 때문에 2000년대에 한창, 특히 경부선의 전철화 완료와 맞물려서 여객용으로 잔뜩 도입됐던 8200호대 전기 기관차가 가까운 미래 2020~2030년대에는 꽤 애매한 계륵 위치로 전락할 것 같다. 내구연한은 아직 한창 남았는데 객차형 일반열차 자체가 도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뭐, 잉여분은 중고차 명목으로 외국으로 수출될 듯..

3. 월미도 모노레일

한편, 오랫동안 인천의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던 월미도 모노레일도 재정비해서 지난해 10월에 드디어 재개통했다.
우리나라는 용인과 의정부 경전철의 과거 선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전철 궤도 교통수단들은 정치 논리를 따라 이상한 동기로 이상하게 만들어지고, 노선 선정과 운영을 구리게 하는 바람에 적자투성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경전철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를 나쁘게 깎아먹어 왔다.

월미도 모노레일은 도시 대중교통은 아니지만 이 역시 저런 안 좋은 사례에 속했다. 이미 만들어져 버린 것은 철거하지 않을 거면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운영을 똑바로 하고, 앞으로는 경전철들이 그렇게 대충 만들어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건 영화계로 치면 왕창 구리게 만들어서 흥행 쫄딱 망하고 투자자들의 돈을 다 날리는 무능한 영화 감독과 같다.

그나저나 영종도의 자기 부상 열차도 법적으로 저런 도시 대중교통이 아니지 싶은데.. 요즘도 그냥 무료로 운행되고 있는가 모르겠다.

4. 서울 지하철들의 연장 구간

서울 지하철 6호선이 연장되어 봉화산 이후의 신내 역이 개통했다. 차량기지 안의 단선 승강장이니 뭔가 7호선 장암 역의 시즌 2를 찍은 셈이다. 얘는 경춘선과의 환승역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5호선의 하남 방면 상일동 연장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2020년 말에나 개통 예정이고..
4호선과 8호선이 모두 남양주 방면으로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4호선은 긴 터널을 파서 산을 뚫어야 하고, 8호선은 하저터널을 파야 한다. 오옷~

5호선(2개)과 분당선에 이어 제4의 하저 터널이 생기는 셈이니 기대된다. 2019년 말에 착공에 들어갔으니 앞으로 3~4년 정도 걸릴 것 같다. 29번 고속도로 구간용으로 고덕-구리 한강 공원 사이에 이미 만들고 있는 그 교량과도 아주 가까이 있다.
8호선 연장 구간이 개통할 때쯤에 복정-산성 사이의 신설역도 개통하지 않을까 싶다.

5. 서대구 역

먼 옛날 구한말에 경부선 철도가 개통했을 때 대구에는 말 그대로 대구 역 하나가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1969년엔 동쪽 외곽에 오리지널 대구보다 더 큰 규모로 동대구 역이 추가로 만들어졌는데, 얘가 원래 있던 대구 역을 제치고 대구 전체를 대표하는 역으로 등극했다. 대구와 동대구 역은 마치 김포와 인천 공항 같은 관계가 됐다.

마치 SI단위들 중 킬로그램만 유일하게 접두사가 붙어 있듯, 대구는 이례적으로 대표역의 이름에 '동'이라는 접두사가 붙어 있다. 그렇다고 동대구를 대구라고 개명하고 기존 대구를 서대구 정도로 바꾸기에는 옛 대구 역의 이름값도 만만찮다. 이게 아예 고속선 vs 기존선의 관계라면 경주와 울산의 사례처럼 역명 개명이 발생할 수 있지만 대구와 동대구는 그런 관계도 아니다. (경주야 옛 경주 역은 선로까지 완전히 없어질 예정이고, 울산은 기존역이 '태화강'이라고 개명됨)

대구 역 이후로 동대구 역이 만들어지기까지 60년이 넘는 간격이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동대구 역 이후로 거의 50년이 넘게 지난 2021년경에는.. 대구의 서쪽 외곽에 진짜로 서대구라는 역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참고로 대구-동대구 거리보다 서쪽으로 더 멀리 떨어져 있다. 경주에도 신경주 말고 기존 나원과 서경주를 대체하는 이름 없는 역이 더 만들어지고 있는데 마치 그걸 보는 느낌이다.

거기는 수도권으로 치면 오봉 역처럼 물류 허브와 화물 취급 전용역을 만들려고 오래 전부터 부지를 확보해 놓았던 곳이었다. 그랬는데 화물 기지는 다른 곳에 따로 만들어지고 계획이 틀어진 채, 부지는 오랫동안 공터로 놀게 됐다. 이건 마치 옛날에 만들려다 말았던 서울 동남부의 화물 철도와도 비슷한 느낌인데.. 대구에서는 그 자리에 여객을 취급하는 역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서울에 영등포, 부산에 구포, 대전에 신탄진처럼 대구에도 역이 더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접사 파생어 형태의 역명이 더 만들어지는 건 이색적이다. 일반열차가 서-X-동이라는 3개역에 모두 정차하는 건 아니며, 장기적으로는 대구에도 경부선 선로를 기반으로 광역전철이 운행될 계획이 있다고 한다. 아무렴, 장거리 여객은 고속철 위주로 바뀌고, 기존선은 화물이나 단거리 광역전철 위주로 바뀌는 것이 추세이긴 하다.

6. 서경주 역

경북 경주에는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역이 ‘서경주’라는 간판을 걸고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되풀이해 왔다.

  • 시즌 1 (과거): 1985년부터 1992년 사이에 송화산 기슭에 존재했다가 폐지된 서경주 신호장이다.
  • 시즌 2 (2020년 현재!): 1992년부터 현곡면에 새로 생긴 금장 역이 2009년 1월 1일부터 서경주라고 개명되었다. 하지만 얘는 경주 역과 마찬가지로 시한부 인생이다.
  • 시즌 3 (미래): 앞으로 몇 년 뒤엔 현곡 초등학교 근처의 동해선 KTX 선로상에 기존의 금장과 나원 역을 통합한 ‘새로운’ 서경주 역이 생길 것이다. 아직 역이 완공되지 않았지만 주변의 도로 표지판들은 역명을 ‘서경주’라고 기재하고 있다.

시즌이 올라갈수록 역이 계속해서 북쪽으로 이동한다는 게 흥미롭다. 시즌 1~2, 2~3의 두 역들은 직선 거리가 2.3~2.5km 정도에 불과하니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다.
재래식 경주 역이 영업을 중단하고 없어지고 나면(건물은 보존) 신경주 역은 앞의 ‘신’자를 떼어내고 얘가 경주 역으로 간판을 바꿔 달지 않을까 싶다. 현재 신경주와 동대구는 전국에서 매우 드물게 지명 앞에 접두사가 붙어 있는 KTX 정차역이다.

한편, 서쪽의 광주도 상황이 비슷해서 광주 역은 그야말로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최악의 경우 옛 광주 역은 폐역돼 버리고 광주송정이 광주 역으로 개명될 수도 있다. 지금은 광주-광주송정 사이는 그나마 통근열차를 투입해서 연계시키고 있다고 한다.

7. 절연 구간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경의중앙선 전철이 용산-이촌 사이를 지날 때 전등이 잠시 꺼지지 않고 있다. 경강선 KTX의 개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절연 구간을 없앴다고 한다. 생각보다 오래 전 일이다.
절연 구간은 안 그래도 열차의 동력이 끊어져서 차가 힘이 약한데 상· 하 구배 내지 꽈배기굴, 급커브처럼 선형도 덩달아 불량한 경우가 많아서 더욱 아슬아슬하다.

평면교차가 없어지고 절연 구간이 없어지는 것처럼 뭔가 시설이 열악하고 취약하던 것이 개선된 것은 무엇이건 좋은 일임이 틀림없다.

8. 굴림체의 압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이쿠, 서울 지하철 2호선 승강장에 전광판 화면의 타이포그래피가 언제 저렇게 시각 테러에 가까운 퀄리티로 바뀌었나? 컴퓨터에 악성 코드가 걸려서 글꼴 파일이 삭제되기라도 했는지?
코레일 광역전철역의 전광판 화면에 굴림체가 쓰인 건 옛날에 본 적이 있다만, 서울 지하철까지 저러는 건 처음이다.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니라 2호선이 저러니, 마치 옛날에 2호선에만 최후까지 남아 있던(한 2009~10년까지) 구형 플랩식 전광판의 시즌 2를 보는 느낌이다.

9. 서울 메트로와 도철

비록 서울이 세계구급 대도시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도시에 지하철 회사가 사기업도 아닌 공기업이 둘씩 있는 건 보기 드문 형태였다. 그런데 두 회사가 따로 있는 것과 하나로 합병한 것의 차이를 일반 승객이 실감할 수 있는 타이밍은 바로.. 지하철 회사 근로자들이 파업을 할 때이다.
예전에는 서울 메트로에서만 파업을 하면 그래도 5~8호선은 멀쩡한 편이고, 반대로 도철에서 파업을 한 것은 1~4호선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서울 지하철 파업은 곧장 9호선을 제외한 서울 지하철 전체의 막장화로 직결되게 되었다.

사실, 서울시에서도 그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비효율을 감수하고라도 1990년대에 2기 지하철 관할용으로 도철이라는 회사를 따로 설립한 것이었다. 지금 인천의 경우 '인천 교통 공사'가 인천의 지하철로도 모자라서 시내버스까지 몽땅 관할하는 기관이 된 것과 굉장히 대조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05 19:37 2020/02/0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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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국내 철도 동향에 대한 평론을 좀 하고자 한다. ㅎㅎ

1. 철도 차량기지들의 변화

서울에는 '구로'와 '창동'이라고 각각 코레일과 서울 교통 공사 소속의 전동차 차량기지가 있다.
그런 기지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절엔 거기 주변이 허허벌판이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이제 공항이나 군부대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 중이며, 해당 지역에서 당장 이전시키지를 못해 안달 나 있다.
구로는 생각 같아서는 광명 역 주변으로 치워 버렸으면 싶고, 창동 기지의 경우 지하철 4호선이 당고개 이북으로 연장되면 북쪽 종점이 있는 남양주 쪽의 더 외곽으로 이사 가는 것이 실제로 확정되었다.

그런데 이들보다 서울 중심부에 훨씬 더 가까이 있는 군자 기지는 그런 잡음이 없이 당당히 건재하다. 얘는 서울에서 최초로 지어진 지하철 차량기지로, 근처에는 서울 교통 공사의 통합 본사가 있다(과거 서울 도시철도 공사의 사옥). 앞으로는 군자 기지의 내부에 9호선까지 포함한 서울 지하철 통합 관제 센터까지 지어질 거라고 한다.

하긴, 군자 기지는 애초에 주요 부지부터가 복개 하천(전농천)이었으며, 주변에도 평범한 주거 구역이 아니라 가스 저장소에 하수도 처리 시설 같은 거나 있으니.. 아파트나 업무 건물에 밀려서 이전할 여지가 없기도 했다. 지금 구로 차량기지의 내부엔 코레일 관제 센터가 있는데, 군자 기지도 바로 그와 비슷한 급의 서울 지하철 허브로 쑥쑥 발전할 듯하다.

군자 말고 서울 지하철 2호선의 다른 차량기지인 신정 차량기지는.. 기지의 공간 일부를 덮어 버리고 그 위에 아파트가 지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2호선은 순환선이기 때문에 차량기지를 서울 중심부에서 한없이 멀리 옮길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땅을 활용하게 된 듯하다.

한편, 코레일 소속의 차량기지 중에는 신이문 역과 함께 있는 이문 차량기지가 기존 철도역과 노선(망우선) 부지를 활용하여 그럭저럭 잘 만든 사례에 속한다. 코레일의 수도권 동부지사 본부가 같이 있기도 하다.
과거엔 용산 역의 바로 옆에도 차량기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수도권 철도차량 정비단'이 있었는데 이 넓은 부지는 앞으로 어찌 개발되려나 모르겠다. 용산 미군 부대 부지만큼이나 떡밥이다.

2. 철도가 새로 개통하는 도시들

서울 주변의 경기도에는 수원, 부천, 인천, 의정부처럼 진작부터 철도의 혜택을 입은 도시가 있는가 하면 안산, 과천, 성남처럼 나중에 따로 건설된 철도의 혜택을 입은 도시가 있고, 21세기가 되도록 철도가 아직 전혀 존재하지 않는 철도 불모지도 있다.
아래의 세 도시는 서울 주변에서 철도 불모지로 유명(?)했던 곳인데, 서로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거나 바뀔 예정이다.

(1) 하남 (기존 지하철의 연장)

따로 경전철을 만드네 마네 말이 많더니 결국은.. 잘 알다시피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상일동 지선 구간이 더 연장되는 것으로 결정되어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이다.
서울 지하철 7호선이 서쪽으로 연장되어 부천과 인천으로 가듯이, 5호선은 동쪽으로 연장되어 하남까지 가게 된다. 환승 없이 한 열차만 타고 서울 도심까지 쭉 갈 수 있으니 승객의 입장에서도 편리하다.

5호선의 마천 지선은 자신이 아닌 타 노선이 연장되어서 환승역이 더 생겼지만(오금, 올림픽공원), 상일동 지선은 타 노선과 만날 여지가 없이 자신이 더 연장된다는 게 흥미롭다.

하남 연장 이후에는 5호선 열차들은 더 길어진 상일동으로만 가고, 강동-마천은 별도의 지선으로 취급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경의선 전철이 중앙선과 직결된 뒤부터 서울역-신촌-가좌 구간은 별도의 지선으로 떨어져 나간 것처럼 말이다. 애초에 차량기지가 있어서 가장 먼저 개통했고 본선으로서의 정통성(?)을 지닌 구간은 마천이 아닌 상일동 쪽이기도 하다.

(2) 김포 (경전철)

이 동네는 올해 철도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연장 대신, 김포 공항에서 시작하는 경전철이 따로 만들어져서 개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원래 올여름에 개통했어야 했는데 몇 달 더 미뤄진 모양이다.
김포는 하남과는 반대로 서울의 서쪽 끝 지역인데, 도시철도도 하남과는 정반대 형태로 개통한 셈이다. 그 대신 경전철의 노선색은 9호선과 거의 같은 금색으로 정해졌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동쪽으로는 신논현과 종합운동장을 거쳐 서울의 완전 끝인 보훈 병원까지 쭉쭉 연장됐지만, 서쪽으로는 지금까지 결코 더 연장되지 않았다. 그리고 동쪽으로든 서쪽으로든 서울을 벗어나지도 않았다.
그렇게 9호선은 자기 노선은 변함없는 대신, 오랜 떡밥이던 "공항 철도와의 직통 운행"이 추진되고 있다. 양 노선간 입체교차 연결선은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 직· 교류 겸용 차량과 운임 분배 같은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

한때는 공항 철도에 KTX가 다녔다. KTX 정차역으로 지정된 검암 역에는 이에 맞춰 저상홈 승강장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건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몇 달 못 가 폐지되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가까운 미래에 9호선 열차가 공항 철도 구간을 같이 달리게 될 것이다. 지금 서울 지하철 1, 3, 4호선에서나 볼 수 있는 직· 교류 겸용 전동차도 오랜만에 다시 등장하면서 말이다.

(3) 시흥 (광역전철+일반열차)

여기는 기껏해야 안산선 말단(정왕, 오이도)이나 수인선이 조금 스쳐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시가지들을 연결하고 서울로 직통으로 가는 철도 같은 건 없었다. 그랬는데 바로 1년 전 2018년 6월에 수도권 전철 서해선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철도가 개통하면서 아쉬운 대로 숨통이 트였다.

얘는 평범한 지방 지하철이나 경전철이 아니라 엄연히 광역전철이며, 아예 일반열차와 화물열차까지 다니게 될 장거리 간선 철도의 일부이다. 스케일이 제일 큰 셈이다. 이름을 괜히 '서해선'이라고 지은 게 아니다.
다만, 얘는 경강선이나 부산 '동해선'처럼 민간 자본의 개입 없이 순수하게 코레일만이 운영하는 형태는 아니며, 그렇다고 신분당선처럼 대놓고 별도의 운임 체계를 쓰는 형태도 아니다. 지금의 서울 지하철 9호선이나 공항 철도처럼 운영되는 것 같다.

3. '송정'이라는 역명

난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김포공항의 바로 옆 역이 '송정'이기 때문에.. 공항 근처의 강서구에 송정동이라는 행정구역이 있기라도 한 것으로 오랫동안 생각했다. 같은 5호선의 '양평' 역이 영등포구 양평동을 가리키듯이 말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추측이다.
하지만 실제로 확인해 보니 그렇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놀랐다. 송정동은 강서구가 전혀 아니라 성동구에 있다.

신사동은 서울의 강남구(3호선)에도 있고 은평구(6호선 새절)에도 있다. 도화동과 논현동은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에도 있다. 신길동은 서울뿐만 아니라 안산(신길온천..)에도 있다.
하지만 송정동은 겹치는 것도 없이 유일한 명칭이다. 먼 옛날, 거기가 인서울이 아니던 시절에 쓰였던 '김포군 송정리'라는 명칭에서 유래된 거라고 한다.

물론 인서울에서만 안 겹칠 뿐이지, 전국적으로는 송정이라는 동이 여럿 존재한다.
서울 밖에서는 광주에 KTX도 서는 광주송정 역이 유명하다. 거기는 진짜로 송정리에서 송정동/광주송정의 순으로 행정구역과 철도역명이 바뀌어 왔다.

4. 역명에 '역'이 또 붙는 경우

우리는 지하철역을 가리킬 때 'XXX 역' 같은 식으로 이름의 뒤에다가 '역'을 덧붙인다. 정류장/정거장이라는 명칭은 버스를 타는 곳에다가만 쓴다.
따지고 보면 철도역 중에도 건물이 없이 진짜 허접한 버스 정거장 수준에 불과한 간이역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철도에 대해서는 그냥 관습적으로 역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역 중에는 기존 철도역과 연계하는 것도 있다. 용산이나 영등포 같은 역은 일반열차와 지하철 계열의 전동차를 타는 곳이 한데 있지만 수원· 서울 같은 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두 시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런 역은 이름에 '-역'이 또 붙게 되는데, '서울역 역'이라고 부르기는 뭣하니 이럴 때는 '지하철 서울 역 / 기차(철도, KTX) 서울 역' 같은 형태로 구분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5. 역명에 '동'이 또 붙는 경우

그리고 일반열차건 도시철도건 역의 이름은 아주 특출난 사연이나 명물이 있지 않은 이상, 아무래도 인근의 지명을 따서 평범하게 지어지는 편이다.
일반열차야 역간거리가 시· 군 또는 구의 수준으로 길기 때문에 그런 큰 등급의 지명이 그대로 붙는 편이다. 그러나 도시철도는 역이 그보다 훨씬 더 조밀하게 많이 있기 때문에 동 수준의 명칭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역명이 곧 지명은 아니기 때문에 역명에다 동, 시, 군, 구 같은 행정구역 접미사가 굳이 또 붙을 필요는 없다. 특히 '동' 말이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신설동'('신설' 단독으로는 고유명사로서의 변별력이 너무 부족해서), '목동/길동/상동'(외자 이름이어서), '상일동/둔촌동'(??) 정도가 예외인 것 같다. '동'을 예외적으로 붙이는 조건 내지 원칙을 잘 모르겠다.

부산에서는 원래는 동을 꼬박꼬박 붙였다가 2010년대 초쯤에 일괄적으로 다 떼어내 버린 바 있다. (예: 노포동 → 노포)

Posted by 사무엘

2019/08/13 08:35 2019/08/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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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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