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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철도 역사 -- 그땐 그랬지

예전에 한 번씩 언급했던 얘기들도 있지만 다들 한데 모아서 나열해 본다.

1. 구한말

(1) 을미사변이 일어나던 당시, 민비를 살해하러 경복궁으로 침투했던 일본 낭인들은 무려 배를 타고 한반도를 빙 돌아서 인천항에 도착한 뒤, 거기서 서울로 갔다. 그때는 아직 경부선 철도라는 게 없었고, 비행기는 더욱 없었기 때문이다.

(2) 한반도의 첫 철도인 경인선이 표준궤로 부설된 것은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진 것이고 무척 다행이었다. 일제는 미국이 건설하다가 만 이 철도를 도로 협궤로 개궤할까 고민을 했었지만.. 이내 고민을 접고 표준궤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 궤간이 경부선으로도 이어졌다. 그때는 이미 자국 내에서도 협궤는 좀 아닌 것 같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3) 이토 히로부미는 열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수원-안양 부근에서 원 태우 의사가 던진 돌에 맞아서 다쳤고, 끝내는 최후도 기차역에서 맞이했다. (국내 철도역은 아니지만)

2. 일제강점기

  • 이때는 부산 방면이 상행이고, 경성과 대륙 방면은 하행이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이게 당연한 선택이다.
  • 지금의 부산 역은 그때는 그냥 초량 역이었다. 진짜 부산 역은 더 남쪽의 바다 코앞에 만들어져 있었으며, 거기서 곧장 연락선으로 갈아타서 일본으로 갈 수 있었다.
  • 원래 서대문이 경성 역이었는데 3· 1 운동 이후에 없어지고, 남대문이 경성 역이 된 건 유명한 일화이다. 경성-신촌의 과격한 90도 드리프트에는 사연과 내력이 존재할 것이다.
  • 1930년대 이후의 아카츠키 호가 서울-부산을 6시간 반 만에 찍었다. 이게 그 당시 한반도에서 가장 빠른 육상 교통수단이었다.
  • 저 시절에 한반도의 유일한 복선 철도는 경부· 경의선이었다. 경인선과 경원선도 복선화 계획이 있긴 했지만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 저 시절에 한반도의 유일한 전기 철도는 금강산선이었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는 게 증기 기관차로는 도저히 무리였기 때문이다.
  • 오늘날 경인선은 전철만 복복선으로 다니는 노선이다만.. 저 시절에는 단선에서 모든 열차가 모든 역에 정차하는 형태로 하루 10여 회 남짓 운행됐었다.
  • 일제가 건설 중이던 최후의 철도는 동해중부선이었다. 금강산선의 선로조차도 전쟁 물자로 공출되어 나가던 와중에 저기는 그래도 일제가 대륙 진출을 위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1) 경부선 철도는 1905년 개통 당시에는 지금의 국도 4호선의 선형처럼 금오산 고갯길을 오르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열차를 운행해 보니 증기 기관차의 출력이 너무 딸려서 고작 그 오르막도 제대로 오르지를 못했다.
보조 기관차를 장착하는 별짓을 다 하다가 10여 년 뒤에는 결국 산기슭을 북쪽으로 빙빙 돌면서 구미 시내를 더 가까이 우회하는 형태로 철길이 새로 만들어졌다. 참 공교롭게도 박 정희가 비슷한 시기에 딱 거기 일대에서 태어났다.

(2) 1930년대에는 경성(서울 역)-서소문(충정로)-아현-신촌-서강-대흥-공덕-용산을 삥 도는 10km 남짓한 '경성 순환 노선'이라는 일종의 단거리 도시철도가 다닌 적이 있었다. 노면전차가 아니니 혼동하지 말 것~!!
이 짧은 단선 철도에서 꽤 빡세게 교행을 하면서 양방향 운행을 했다니 일본이 철도 운영 기술은 정말 뛰어났던 것 같다. 딱 이 비슷한 시기에 서울-부산을 증기 기관차로 6시간 반을 찍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철도는 전철이 아니었으며, 디젤 동차 내지 휘발유 동차가 투입됐었다고 한다.
1944년에 일제가 전쟁 때문에 물자 공출 명목으로 선로와 차량을 뜯어가 버리면서 폐지됐다. 하긴, 저 때는 기름이 없어서 목탄가스 자동차가 다닐 정도로 경제 사정이 궁핍했었다.

3. 해방 이후

(1) 경인선은 나름 증기 기관차 → 디젤 동차 → 전철을 모두 경험한 철도이다. 디젤 기관차나 휘발유 동차가 공식 운행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디젤 동차의 경우, 1965~66년 사이에 복선화와 함께 도입되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요런 차량이 경원선에서도(용산-성북) 전철화 이전에 운행됐었다.

(2) 우리나라 철도에서 공식 운행된 마지막 협궤는 잘 알다시피 구 수인선이다.
정규 열차 운행 구간 중에 마지막 통표 폐색 구간은 정선선 정선-아우라지 구간이라고 알려져 있다. 정선선은 비둘기호가 마지막으로 다녔던 곳이기도 하고, 원시적인 폐색 방식이 최후까지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한 셈이다.
한편, 원시적인 완목 신호기가 2024년 현재 아직도 현역으로 쓰이는 최후의 장소는 강원도 북평선의 삼화 역이라고 한다. 여기는 여객철도는 아니고 시멘트 공장에서 운영하는 사철/화물철도라고 한다.

(3) 공장이나 발전소로 들어가던 철길 중에 없어진 것들이 많다. 서천화력선(장항선의 지선), 화순선(우리나라 탄광 1호!), 군산 부근에 있던 전설적인 세풍제지선..
오류동 역에서 뻗어서 남쪽 부천과 시흥시의 공장과 군부대로 들어가던 경기화학선도 생각난다.
부산에는 문현선이라고 1972년, 수려선과 비슷한 시기에 폐선된 철도가 있었다. 그 반면 우암선은 지금도 현역이다.

현대제철(당진)· 포스코 같은 제철소로 들어가는 철도는 지금도 남아 있다.
그 반면, 서빙고 역에서 용산 미군 기지로 들어가는 철도, 호남선의 지선으로서 논산 육군훈련소 부지로 들어가는 철도(연무대 역!)는 아마 지금은 준폐선 상태겠지..??

(4) 철도청 포함 정부에서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시골에서 전적으로 주민들이 요구하고 주민들이 역 건물을 직접 짓기까지 해서 만들어진 역이 딱 두 곳 있다. 경부선 신거(새마을 운동 관련)와 영동선 양원(진짜 노답 첩첩산중 오지여서). 물론 둘 다 지금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역은 아니다.

(5) 교외선은 폐선될 듯 말 듯하면서도 그래도 완전히 버려지지는 않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복선 노반만 확보해 놓고 일단은 단선으로라도 전철화해서 가끔 전동차나 ITX-청춘, 화물열차를 굴리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해방 후에 우리나라에서는 교외선과 경원선 선로를 주축으로 해서 순환 노선 열차를 운행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일제 시절 당시의 자그마한 경성순환선보다 고리의 크기가 훨씬 더 커졌다.
고속도로는 '서울외곽순환'이 '수도권1순환'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는데, 철도는 '서울교외'가 그냥 '교외'라고 개명됐다는 차이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19 19:35 2024/07/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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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늘어놓는 철도 덕질 썰이다.

1. 역명

(1) 서울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 역이 '자양'이라고 개명됐다. 이건 옛날 7호선 건설 당시에 임시로 쓰였던 가칭으로 되돌아간 것이어서 흥미롭다. 개명 얼마 전에 영문 표기가 뚝섬 resort에서 뚝섬 park라고 바뀌었던 바 있다.

여기는 지금 같은 형태의 한강 공원(고수부지?)이라는 게 생기기 전, 먼 옛날에는 진짜로 강수욕장(!!)도 있고 맛집들 즐비하고 얼추 서울 교외 유원지 같았던 곳이긴 했다. 지금으로 치면 서쪽 끄트머리의 행주산성 유원지와 비슷하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이야 저기 일대가 몽땅 다 개발됐고 뚝섬도 여러 한강 공원 중 하나일 뿐이다. 딱히 '유원지'라고 부르기에는 정체성이 많이 흐려졌다.

(2) KTX 신경주 역이 앞의 '신'자를 떼고 그냥 '경주'라고 개명됐다! 구 경주 역이 폐역돼 없어졌고, '서경주' 역도 새로 생긴 와중인데, 이건 언젠가는 행해질 조치인 것 같았다. 수긍이 간다.
울산은 고속철 울산 역과 일반열차 태화강 역이 따로 돌아가는 반면, 경주는 그렇지 않다.
대구는 지리· 역사와 관련된 여러 내력(경로의존성..)으로 인해, 메이저인 동대구 역에서 '동'자를 떼어내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듯하다.

(3) 난 개인적으로 서울 지하철 7호선의 서쪽 종점인 '석남'은 그렇게 적절한 작명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GTX A선이 개통되면서 판교-이매 사이의 '성남' 역과 사실상 동명이역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비음화 자음동화가 존재하는 언어다. 이건 전산상으로는 문제 없을지 모르겠지만, 실질적으로는 5호선 양평과 중앙선 양평 같은 충돌이나 마찬가지이다.

2. 노선

서울시에서는 9호선을 끝으로 저런 형태인 시내 도시철도는 더 건설하지 않고 있다. (도시 한쪽 끝과 한쪽 끝을 완전히 관통, 대형 중전철, 100% 공기관 운영) 그 대신 패러다임이 광역 일반철도(대규모) 아니면 경전철(소규모)로 바뀌었다.

사실 전국적으로도 중전철 기반의 도시철도를 건설한 건 무려 20여 년 전의 대전 지하철 1호선이 마지막이다. (그 뒤로는 다 경전철) 하필 한국형 표준 전동차 프로토타입이 제정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말이다. 서울에서는 9호선 전동차가 딱 그 표준 프로토타입이 적용된 차량이다.

규모가 큰 광역전철급은 교류에 좌측통행이고, 규모가 작은 도시철도-경전철은 직류에 우측통행인 것이 흥미롭다. 자동차만 해도 작은 승용차 급은 휘발유 엔진에 디스크/유압식 브레이크 위주인 반면, 대형 버스· 트럭은 디젤 엔진에 드럼/에어 브레이크 위주인데.. 서로 무관한 기술 간에 상관관계가 성립하는 것 같다.

서울보다 작은 도시들은 경전철만으로 기존 지하철과 대등한 도시철도 노선으로 치는 반면(부산 4, 대구 3, 인천 2 등), 서울은 그렇지 않다. 반대로 GTX는 광역전철의 특별 심화판 격이다.

지금 GTX A선 수서-동탄은.. 서울 시내까지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자기만의 구간이 새로 개통한 게 전혀 없고, 그냥 이미 있는 고속선에다 역만 개통한 거다.
공항철도가 김포까지만 개통했던 것, 분당선이 수서까지만 개통했던 것, 경의선이 DMC까지만 개통했던 것과 비슷한 처지이다. 정말 못해도 삼성까지는 개통해서 바로 갈 수 있어야 수요가 더 늘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공항철도 서울 역과 GTX A선이 쭉 연결되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신분당선은 용산이 아니라 남산 아래로 지나가서 광화문 쪽으로 가고 말이다.

* 여담이지만.. 요즘 생기는 전철들 덕분에 한강 하저터널이 알게 모르게 부쩍 늘어났고 더 생기고 있다.
한때는 5호선에다 기껏해야 분당선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소사대곡선도 하저터널이요, 8호선 북쪽 연장과 GTX까지 다 강 아래로 한강을 건널 예정이다.
그에 비해 부산에는 낙동강 하저터널이 아직 단 하나도 없다.;;;

3. 차량 -- 퇴역

(1) 1996~97년부터 CDC라는 이름으로 최초로 도입됐던 통근형 디젤 동차 차량이 지난 2023년말부로 완전히 퇴역하고 사라졌다.

통일호라는 차종이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없어진 뒤에 얘들은 ‘통근열차’라는 이름으로 서울 북부의 경의선과 경원선에서 명맥을 유지했었다. 그러다가 일부 차종은 2007~08년경엔 RDC로 개조되었고, 노후화된 NDC 동차의 뒤를 잇는 무궁화호로 운행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경의선과 경원선이 몽땅 전철화되면서 CDC가 퇴출되었고.. 이 CDC, 아니 RDC는 마지막에는 광주선에서 광주-광주송정 셔틀을 뛰다가 퇴역하게 됐다.
2010년에 무궁화호 NDC, 2013년에 새마을호 DHC에 이어 2023년엔 통일/무궁화호 CDC/RDC가 뒤를 이은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디젤 동차가 씨가 말라 간다.;;;

(2) NDC와 DHC의 경우, VIP용 바리에이션 차량이 있었다.
NDC는 퇴역이 임박했던 2009년에 한 편성이 비즈니스 동차로 개조되어서 코레일 사장급 VIP 전용으로 쓰였다. 얘는 2015년에 완전히 퇴역했으며, 현재는 철도 박물관에서 그래도 운행 가능한 형태로 동태보존 되어 있다.

DHC는 이미 1999년 김 대중 시절에 만들어진 경복호가 잘 알려져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 전용 차량..
DHC 차량 자체는 이미 10년도 더 전에 전량 퇴역했으니, 이제는 경복호만이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새마을호 디젤 동차의 외형을 지닌 철도 차량이다.
얘는 현역이긴 하지만, KTX 차량 중에도 ‘트레인 원’이라고 불리는 VIP 객차가 있기 때문에 요즘은 자주 쓰이지는 않는다고 한다.

(3) 지금이 전기 철도가 주류가 됐다고 해서 디젤 동차만이 찬밥 신세인 건 아니다.
지난 21세기 초에, 특히 경부선 전철화 완료와 함께 리즈 시절을 경험했던 8200호대 전기 기관차는 생각보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얘는 전기 차량이기는 하지만 ‘전동차’와는 접점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기관차 피견인형 객차라는 게 마지막으로 도입된 게 무려 20년도 더 전 일이다. 8200은 전동차가 아니고, 화물에 특화된 전기 기관차가 아니고, 그렇다고 비전철화 구간을 위한 디젤 기관차도 아니다 보니 가까운 미래에 존재감이 애매한 계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되거나, 무게와 기어비를 바꿔서 화물용으로 개조되거나.. 뭔가 특단의 조치가 취해질 것 같다.

4. 차량 -- 도입

퇴역하고 없어지는 차량이 있다면, 새로 도입되는 차량도 있는 법..

(1) 고속철도 KTX라는 게 개통한 지 어언 20주년이 넘었다. 오리지널 18량짜리 KTX 차량의 기술을 기반으로 2010년대엔 ‘산천’이 등장했고, 그 다음으로 ‘이음’에 이어 ‘청룡’이 개발되었다니 참 고무적인 일이다. ‘이음’은 시속 200대의 준고속 에디션이기 때문에 이 청룡이 산천 다음의 제3세대 차량이다.

이 청룡은 신칸센처럼 동력분산식으로 개발되어서 기술적으로 이전 TGV와의 접점이 없어졌다. 동력차가 더 촘촘하게 분포해 있기 때문에 가감속이 더 뛰어나며, 최신 기술이 접목되어 최고 속도도 더 높은가 보다.

(2)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를 직결 운행하는 차량은 언제쯤 등장하려나 궁금해진다.
현재 수도권 전철에서 직교 겸용 차량이 다니는 곳은 오로지 1호선과 4호선 차량밖에 없는데.. 서울 1기 지하철이 아니라 3기 지하철 구간에서 이런 직교 겸용 차량이 다시 등장한다면 느낌이 무척 색다를 것 같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하던 시절엔 KTX가 서울 역을 떠나서 행신이 아니라 공항철도로 진입해서 인천 공항까지 가던 적이 있었다. 심지어 검암 역은 저상홈을 따로 만들어서 KTX의 정차 취급까지 했었다. 그랬던 게 이제는 일반열차가 아니라 9호선과의 직결을 준비 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5/19 19:35 2024/05/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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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증기 기관차 지하철

1863년 1월, 영국 런던에서는 세계 최초의 지하철 메트로폴리탄 선이라는 게 개통했다.
이때는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링컨이니 남북전쟁이니 하는 얘기랑, 대도시 지하철이 동시대라니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때 우리나라 조선은?? 이제 겨우 대동여지도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됐다. ㄲㄲㄲㄲㄲㄲ

허나, 남북전쟁은 일개 내전 주제에 기관총 저격총에, 철도 보급 총력전에 초보적인 잠수함까지 등장한 의외의 첨단 과학기술 전쟁이었다. 그 와중에 런던에서는 지하철이 개통하긴 했는데..
지하철에서는 증기 기관차가 다녔다. ㅡ,.ㅡ;; 아직 전기 철도라는 게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하에서 석탄 매연 문제가 장난 아니게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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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이 돼서야 영국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전기 철도라는 게 등장하고 지하철의 주 동력원은 전기로 바뀌었다. 증기 기관차를 경험한 적 있는 지하철은 당연히 세계 전체를 통틀어 저기가 유일하다.

이렇게 전철이 개발되면서부터 유럽 열강들 대도시의 지하철은 1890~1910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일본은 최초의 도쿄 지하철인 긴자 선이 딱 영국 스타일로 표준궤에 제3궤조 집전식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뒤에는 전부 협궤에 가공전차선으로 바뀌었다.

2. 원자력 기관차

1950년대 냉전 초창기는 증기 기관차가 슬슬 끝물을 보던 시절이었다. 이때 미국과 소련에서는 탄수차 대신 원자로를 얹어서 물을 끓이고 터빈을 돌리는 원자력 기관차라는 무시무시한 물건을 생각했었다.;; 이른바 atomic train, nuclear locomo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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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원자력답게 연료봉을 하나 꽂아 주면 거의 1년은 마일트레인 급의 무시무시한 화차들을 잘 끌고 다닐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오긴 했다. 원자로를 표준궤 열차 수준으로 소형화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건 도저히 극복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안전 문제가 너무 노답인 데다, 그 시절엔 기름값이 확 싸지고 디젤 내지 전기 기관차 기술도 눈부시게 발달해 버렸다. 경쟁 후보 대비 가성비가 확 떨어진 바람에 이 계획은 1950년대에 구상 단계에서 다 백지화됐다. 오늘날 원자로가 탑재된 교통수단은 전부 해군에 소속되어 망망대해에서만 뛰고 있다(잠수함, 항공모함).

3. 가스 터빈 고속철

1964년 10월에 개통된 일본 신칸센은 자동차와 비행기에 밀려 몰락하던 세계의 철도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100여 년 전, 영국에서 "철도를 지하에다 집어넣어서 도시 교통체증을 해결해 보자",
30여 년 전, 독일에서 "신호 대기 없이 쭉쭉 달리는 자동차만의 전용 도로를 만들어 보자"에 이어..
일본에서는 "건널목을 몽땅 없애고 총알탄 열차를 만들어서 교통난을 해소하자"라는 엄청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현한 것이다. 물론 쟤들은 미래가 없는 노답 협궤 기존선들 때문에 상황이 더 절박했던 것도 있고 말이다.

일본 신칸센이 열차로서 시속 200km를 최초로 넘자, 프랑스에서는 TGV라는 고속철을 자체 개발했다. 그런데 얘들은 처음엔 가스 터빈을 동력원으로 검토했다. 즉, 프랑스는 내연기관 고속열차를 연구 개발해 본 유일한 나라이다.

1963년에 신칸센 전철이 시운전 시속 250km를 돌파한 데 이어, TGV 001호는 가스 터빈 엔진으로 1972년에 시운전 시속 318km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1973년 이후 오일쇼크가 닥치자 기름값 유지비가 감당이 안 됐고.. 이를 계기로 TGV도 개발 차량이 아닌 영업용 차량은 신칸센처럼 100% 전철로 동력원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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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원자력 기관차는 기름값 하락이 몰락에 일조했던 반면, 얘는 반대로 기름값 상승이 몰락에 기여했다는 차이가 있다.
교통수단에서 터보샤프트 급 가스 터빈 엔진은 헬리콥터나 탱크 정도에서 쓰이고 있다. 철도 차량의 동력원으로는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아주 마이너하다.
초창기 가스터빈 떼제베 001과, 후대의 전철 떼제베는 관계가 마치 우리나라 DEC / EEC 열차쌍과 비슷해 보인다.

4. 제트 엔진 고속철

이건 초음속 자동차의 철도 버전이며, 앞의 2번과 3번을 합친 것 같은 무시무시한 야사이다.
미국과 소련에서는 가스 터빈 정도가 아니라 노즐까지 달린 제트 엔진을 철도 차량에 접목할 생각도 했었다. 1960년대 중후반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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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개발한 Yak-40, 미국에서 개발한 M-497)

그래서 이런 게 실제로 개발됐었다. 달에 먼저 가겠다고 우주 경쟁을 하던 시절에 서로 이런 것도 만들었다는게 참.. ㄷㄷㄷㄷ 얘들는 바퀴식 고속전철이 한참 나중에야 달성한 시속 300~400을 1960년대에 진작에 찍기도 했다.

오오~ 전차선과 팬터그래프가 달리지 않은 고속철도라니.. 게다가 얘는 바퀴를 굴리는 게 아니라 공기를 뒤로 밀어내면서 달리니 마찰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공전 현상 따위의 영향도 받지 않겠다.
과거 우리나라의 새마을호 디젤 동차가 잠수함 엔진을 얹었다면, 쟤들은 폭격기 엔진을 얹었다.

그러나 이런 게 실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뭐..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연료 소모가 너무 극심할 뿐만 아니라, 선로 주변에 배기가스와 귀를 찢는 소음 문제가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때는 훨씬 더 경제적이고 주변에 민폐 덜 끼치면서 시속 200~300을 찍는 신칸센 고속전철이 개통돼 있었기 때문에 가성비 면에서 더욱 수지가 맞지 않았다.

철도 차량의 제트 엔진은 차체를 통째로 공중에 들어올리는 건 아니니까 비행기보다 연료 소모가 적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 지표면은 비행기들의 순항 고도 지점보다 공기의 밀도가 높고 공기 저항이 훨씬 더 심하기 때문이다.

비행기만 해도 저고도에서는 속도와 연비가 우리 생각 이상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비행기가 괜히 힘들게 수 km 이상 위로 상승하는 건 단순히 승객들에게 멋진 구름 경치를 제공하기 위해서인 게 아니다. 자동차에 경제 속도가 있듯이 비행기에도 경제 고도가 있는 셈이다.

10km 고도에서 마하 1~2를 찍는 전투기라도 겨우 수백 m 고도에서는 그 속도로 날지 못한다.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는 걸 넘어 기체가 공기 저항을 못 버티고 부서진다고 한다.;;
이걸 생각하면 사막에서 제트 엔진 얹어서 시속 1600km대로 주행한다는 초음속 자동차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옛날에는 rocket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아서 진짜로 로켓을 연구하는 NASA의 연구소마저 이름이 '제트 추진 연구소'였었다. 그런데 훨씬 더 옛날에 영국에서 증기 기관차의 이름이 그 당시로서는 초고속이었다고 '로켓 호'라고 지어졌다니.. 이것도 참 의미심장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4/03/10 08:35 2024/03/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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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국내 철도 근황

1. 국내의 셔틀 열차

철도 노선 중에는 장거리 간선 다음으로 단거리 지선이 있으며, 이보다도 더 짧아서 사실상 양쪽 끝만 왕래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셔틀 노선'도 있다.
서울 지하철에서 이렇게 셔틀에 가까운 지선의 대표적인 예는 2호선의 성수-신설동, 신도림-까치산 지선일 것이다. 광역전철이나 일반열차 레벨에서는 다음과 같은 게 있다.

(1) 경의중앙선의 서울-신촌-대곡 지선: 열차를 1시간에 1대 남짓밖에 못 굴리는 구간이니 별도의 4량짜리 운행 계통을 이렇게 만들었다. 경의중앙선의 전신이 바로 용산-왕십리-성북 국철이었는데 걔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노선도 나중에는 교외선과 연계해서 별도의 운행 계통으로 분리되면 좋을 것 같다. 경춘선이 중앙선으로부터 분리되듯이 말이다.

(2) 영등포-광명 셔틀: 수요로나 선로용량으로나 처지가 정말 안습하지만.. 그래도 폐지되지는 않고 4량으로 꿋꿋이 버티고 있는 노선이다. 신안산선이 개통되어 광명 역을 경유하는 전용 전철 노선이 개통되면 이 무리수 많은 셔틀은 바로 빛의 속도로 폐지되어 없어지지 싶다.

(3) 광주-광주송정: 현재 CDC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다니며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이다. 통근열차는 경의선과 경원선에서 전철에 밀려 차례로 퇴출되었는데, 그 뒤 굉장히 뜻밖에도 광주선에서 최후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20여 년 전에 비둘기호가 정선선에서 최후를 맞이했던 것처럼 말이다.

신촌 역과 광주 역은 역사가 길지만, 둘 다 간선에서 벗어나는 바람에 완전히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호남 고속철이 개통된 뒤부터는 광주-광주송정의 관계가 진짜 대구-동대구.. 아니, 그걸 능가하는 관계가 됐으니 말이다.
그 대신 저 두 역에는 단거리 셔틀 열차가 드물게나마 다니게 된 것이다.

2. 공항선 일대의 최근 근황

공항철도에서는 한동안 인천공항 역(현재의 제1터미널 역) 이후로 '용유'라고 차량기지 내부의 임시역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17년, 인천 공항 자기 부상 열차가 개통되고부터 이 역은 폐지되고 없어졌다. 그렇잖아도 공항철도는 용유 쪽이 아니라 제2터미널 쪽으로 연장되기도 했고 말이다.

이건 먼 옛날, 분당선의 죽전 차량기지 안에 '보정'이라는 임시역이 있었다가 폐지된 것과 비슷한 변화인 것 같다. 그 임시역은 없어졌으며, 거기서 약간 떨어진 분당선 지하 본선상에 정식으로 보정 역이 따로 생겼다.
공항선의 경우, 자기 부상 열차가 용유 역을 경유하기 시작했다. 마침 얘도 노선색이 개나리 노란색이어서 분당선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기껏 개통한 자기 부상 열차는 승객이 너무 없고 적자가 심했는지, 지금은 운행을 중단한 상태이다. 그러니 얘로나 기존 공항선 열차로나 용유 역을 갈 수는 없게 됐다.

3. 단선 전철

일반열차가 아니라 통근형 전동차가 다니는 광역철도/도시철도/경전철은 종점· 말단 같은 곳을 제외하면 아무래도 복선으로 만드는 게 국룰이었다. 철도를 아예 안 만들면 안 만들었지, 만든다면 복선 전철로 만들어야 속도와 수송량 면에서 자동차 대비 경쟁력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부터는 그런 클리셰도 조금씩 깨지고 있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경원선 소요산 이북 구간은 연장 구간은 단선 전철로 만들어진다. 즉, 열차만 CDC 대신 전동차로 바뀌지, 전동차가 예전의 통근열차가 그랬던 것처럼 교행 대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물론 배차간격은 30분~1시간에 달한다.

그리고 사실은 부산권에도 양산 경전철은 정말 이례적으로 단선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부산 지하철 1호선이 전국에서 유일한 3도어 규격 차량을 쓰듯, 저기는 주요 구간이 기본적으로 단선인 전국 최초 유일의 도시철도가 될 듯하다. 무엇이건 튀는 면모를 하나씩 갖춘 셈이다.

난 부산 지하철 2호선의 북쪽 양산 연장 구간이 단선으로 만들어지는 걸로 들었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거기는 복선이고, 새로 만들어지는 경전철이 단선이다. 글쎄, 당장 건설비는 좀 아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단선에서 열차 운행을 조밀하게 하는 건 굉장히 스트레스 받고 힘들 텐데 그건 좀 우려된다. 아무리 부산도 서울· 수도권에 밀려 인구가 줄어들고 많이 몰락했다지만, 엄연한 도시철도를 단선으로 만들 정도로 수요가 막장인가 싶은 의문이 든다.

나중에 서울 외곽의 교외선에 전동차가 운행된다면 거기도 현재로서는 단선 전철이 예상된다. 당장 운영은 단선으로 하더라도 복선 노반은 확보해 놓고 운영했으면 좋겠다.

4. 서울의 경전철 비교

서울은 노면전차(1899), 지하철(1974), 광역전철의 도입은 전국 최초였다.
그러나 시내버스나 경전철의 도입은 전국 최초가 아니었다. (각각 대구, 부산)

신림 경전철(2022)은 고무차륜 3량이다. 우이 경전철(2017)은 철차륜 2량이다.
전자는 차량이 더 작기 때문에 둘의 편성 당 수송 인원수는 서로 대등하다.

신림 경전철은 여건상의 한계로 인해 여의도까지는 못 가고 샛강에서 멈췄다. 사실, 반대쪽 끝인 서울대 안으로 더 깊숙히 들어가지 못한 것도 아쉽다.
우이 경전철은 여건상의 한계로 인해 왕십리까지는 못 가고 신설동에서 멈췄다.

신림 경전철은 강남 쪽에 있고 관악산 기슭에서 끝난다.
우이 경전철은 강북 쪽에 있고 북한산 기슭에서 끝난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01 08:35 2023/12/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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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시스템, 용어 등 이야기

1. 궤간

수요가 적은 곳에 철도를 건설할 때는 중전철 대신 경전철로 축하중과 차량 크기를 줄이는 건 기본이요, 전차선은 가공전차선 대신 제3궤조로 만들고, 1량짜리 꼬마 동차를 투입하고 심지어 부산처럼 선로 수까지 후려쳐서 단선으로 만드는 극단적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규모가 작은 경전철이라도 요즘은 협궤는 쓰지 않는 게 국룰이다. 그렇잖아도 요즘은 1435mm 표준궤에다가 폭이 3m가 넘는 차량을 얹어서 굴리는데, 궤간을 후려치면 차량이 너무 비좁아지고 주행 안정성이 떨어지고 각종 부품 호환에도 문제가 생긴다.
요즘은 쬐끄만 스마트폰이라도 CPU는 64비트이지, 작은 기기라고 해서 구닥다리 16비트나 32비트 CPU를 쓰지는 않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비트수까지 후려치는 건 사람이 직접 다루지 않는 임베디드 환경 한정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은 미국이 표준궤로 건설하려다가 만 것을 일본이 물려받았으니 망정이지.. 처음부터 100% 일본의 자본과 기술로 건설됐으면 협궤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첫 단추를 표준궤로 깔았으니 경부선과 경의선도 선뜻 일본 자국의 표준과 다른 표준궤로 잘 만들어질 수 있었다. ㄲㄲㄲㄲ
참고로, 잠깐 활동하다가 말았던 대한제국 철도국은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 처음부터 나라의 표준 철도 궤간을 일본 같은 협궤가 아니라 표준궤로 지정했었다고 한다.

2. 등판능력

우리집 근처의 모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출입구 계단은 수평으로 정사각형 블록을 두 개 이동하는 동안 수직으로 한 칸 상승하는 각도이다. 기울기가 0.5, 즉 50%이고 이를 각도로 환산하면 약 27도이다. 그나마 이것도 어지간한 고층 건물 비상구의 계단보다는 완만한 경사이다. 그런 곳은 거의 30~32도대에 달한다. (60%대 초반)

그리고 우리나라 스키장에서 경사가 가장 심한 슬로프의 경사각도 이와 비슷한 20후반~30초반이고 기울기로 환산하면 60%대이다. 이 정도면 연비 따위 쌈싸먹은 중량과 출력에다 무한궤도까지 깔아서 접지력과 마찰력을 극대화한 군용 탱크 정도나 오를 수 있다.

오늘날 고무 바퀴로 달리는 대부분의 자동차들의 등판능력의 한계는 35%~40%대이다. (18~20도) 참고로 대형 여객기의 이륙 상승각이 15도~20도이니 이와 비슷하다.
국내의 자동차 도로의 법적 오르막 설계 한계는 17%라고 한다. (9~10도)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25조 종단경사)

물론 이 정도 각도면 완전 극단적인 험지이며 자동차가 정상적으로 달릴 수 있는 경사가 아니다. 낡고 제대로 정비 안 한 자동차는 이런 경사를 오래 오르면 엔진 힘이 딸려서 퍼져 버린다.
종이에다가 저 기울기를 그려 보면 전혀 가팔라 보이지 않지만, 실제 지형을 보면.. 이것만으로도 엄청 급격하고 가팔라 보일 것이다.;;;

자동차가 다니는 산길의 경사는 계단의 경사보다야 훨씬 더 원만하다.
그러나 철도 차량은 그런 자동차보다도 등판능력이 훨씬 더 부족하다.
저 바닥에서는 백분율 %보다 더 작은 단위인 퍼밀(천분율)을 쓰며, 최고 열악한 선로에 대해서 35퍼밀(3.5%)을 한계로 규정한다. 이것은 각도로 환산하면 2도밖에 되지 않는다. (국유철도건설규칙 제11조 구배의 한도)

30퍼밀, 3%대만 되어도 철도의 입장에서는 기관차가 굉장한 부담을 느끼는 험한 경사이다.
서울 2호선 합정-당산, 그리고 경의선 전철 효창공원-용산 구간이.. 철도의 입장에서 법적인 한계를 간신히 준수하는 극악의 급경사이다.

이건 엔진 출력을 강화해서 극복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세게 밟아 봤자 바퀴만 헛돌지, 경사를 못 오르고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인천 지하철 2호선 검바위 역 부근의 급경사는 5.5%로, 이건 고무바퀴 경전철이니까 가능한 오르막이다. 일반 철도에서는 존재 불가능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일대에 있는 크림대교도 도로교와 철교가 이렇게 완전히 다르게 생긴 것이다.
철교를 도로교처럼 저렇게 봉긋 솟아오르게 만들면 열차가 자력으로 전혀 지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_=

크림대교는 울나라 인천대교나 영종대교와 달리, 현수교나 사장교 형태로 만들지는 않았나 보다. 건설비를 절약하려고 단순한 공법을 사용했는지, 교각이 굉장히 촘촘하고 높이도 낮은 편이다. 그래서 큰 선박이 아래로 통과할 수 없겠다.

3. 시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1) 톨게이트를 모조리 없애고 미국 프리웨이처럼 (2) 노선과 진출입로에 번호를 매기는 것이 장기적인 미래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 철도는? 역 번호는 초창기부터 잘 정착했다. 광역전철이나 경전철 노선들은 아직까지 번호 없이 이름만으로 통용되고 있는데, 이것도 노선이 10개쯤 되면 번호를 부여하자는 얘기가 차차 나오지 싶다. GTX 노선이야 특정 지명만으로 이름을 붙이기 난감하기 때문에 진작부터 ABC라고 번호에 준하는 명칭이 붙었다.

한편, 고속도로의 톨게이트에 맞먹을 급으로 우리나라 철도에서 가까운 미래에 완수하려는 과업은.. (1) 모든 기관차를 1인 승무로 바꾸는 것, (2) 그리고 역들 승강장을 고상홈으로 바꾸는 것이지 싶다.

대형 여객기를 부기장 없이 1인만으로 조종하는 건 정서적으로 여전히 거부감이 많다. 그러나 철도야 900명이 넘게 타는 KTX도 이미 한 명이 운전하고 있는데 기존 기관차도 사각지대 카메라를 늘리고 각종 절차들을 간소화· 자동화해서 승무원을 줄이는 게 업계의 유행이다.
지하철/전철 쪽도 최장길이인 서울 1~4호선 10량은 아직까지는 앞의 기관사, 뒤의 차장 이렇게 2인 승무인데.. 가까운 미래에 1인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고상홈이야.. 자동차에서 저상버스가 도입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고속버스는 아래의 짐칸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일본의 신칸센 역들은 진작부터 고상홈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장거리 고속열차를 마치 지하철 타듯이 계단 없이 간편하게 타고 내리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다. 우리나라도 그런 스타일을 도입하게 될 것이다.

4. 용어

우리나라가 군대에서 일본식 한자어나 일본어식 음차가 많다며, 엑스반도(밴드-_-), 구보(달리기 뜀뛰기), 고참(선임), 미싱(물청소), 도수체조(맨손체조), 반합(밥통, 도시락), 요대(허리띠), 모포(담요), 화이바(헬멧, 방탄모), 총기수입(손질) 등의 용어들을 바꿔 가는 추세이다.
심지어 헌병이라는 말조차 군사경찰로 바꿨는데 이건 짧고 익숙한 단어를 굳이 왜 바꿨는지 모르겠다.

그것처럼 철도 업계에도 일본식 한자어.. 뭔가 무슨 한자로 이뤄졌을지 얼추 짐작은 되지만 좀 딱딱하고 건조하고 약간 위압적으로 느껴지는 용어가 좀 있다.
방금 얘기가 나왔던 구배(경사)부터 시작해서 사구간(절연구간).. 대합실은 거의 20년 전에 이미 맞이방이라고 바뀌었다.
차량기지는 딱히 일본식 용어 같지는 않은데 괜히 차량사무소라고 공식 용어가 바뀌었다.

'-창'.. 공작창, 정비창이라는 말도 요즘은 안 쓴다. '자전차, 변소'(자전거, 화장실)라고 하면 굉장히 옛날 할아버지 말투처럼 들리듯이 말이다. 군대 영창은 용어뿐만 아니라 그 제도 자체가 요 몇 년 전에 폐지됐다.
그러고 보니 '무'(務)자가 들어간 장소 이름들이 우리나라에서 잘 안 쓰는 일본식 한자어로 여겨지는가 보다. 내무반(군대), 역무실(철도), 형무소(교정시설)처럼 말이다. 의무실조차도 공식 용어가 아니고 '건강관리실'이 표준이다.

우리나라도 해방 이후에 한동안 형무소라는 말을 써 왔다. 그러나 리 승만 할배 이후에 경무대가 청와대라고 이름이 바뀐 시기(1960~61)에 수형 시설의 이름도 교도소와 구치소로 바뀌고 세분화됐다.
우리나라는 반일 감정, 그리고 ‘무 duty’라는 의미에서 느껴지는 건조함과 권위주의 위압감 때문에 정서적으로 이런 조어를 피한 것 같다. =_=

그에 반해 일본에서는 태평양 전쟁 전범들이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된 걸 '법무사'(士가 아니라 死!!!!)했다고 표현을 정도이니.. 일본이 저 '무'자를 정서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더 즐겨 쓰긴 하는가 보다. 참고로 '경무대'는 '무'의 한자가 武이며, 일본식 한자어가 전혀 아닌 조선 고유의 명칭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9/24 19:35 2023/09/2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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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토가 분단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철도의 변화

우리나라 인서울에서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거대한 시종착역은? 서울, 용산, 청량리이다.
영등포는 저런 역들에 밀려서 고속열차(KTX, SRT)는 취급하지 않게 됐다. '대구' 역이 동대구에 밀려서 KTX를 취급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노량진은 한때는 소수의 일반열차를 취급했지만 2000년대 초부터 이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일반열차를 취급하지 않지만 굉장히 큰 부지를 갖추고 있는 역으로는 경의선 방면의 수색, 경원선 방면의 광운대(구 성북), 그리고 중앙선 방면의 망우 정도가 있다. 수색과 망우는 애매하게 가까운 곳에 환승역이 또 놓여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DMC, 상봉).

만약 우리나라가 분단되지 않았다면.. 망우는 몰라도 수색과 광운대 역은 뭔가 강북의 영등포처럼 일반열차가 다니는 큰 역이 됐지 싶다. 경의선과 경원선은 일제 시대의 복선이 그대로 유지되고, 서울 부근은 아예 2복선도 됐을 것이다.
아울러, 경의선 개성과 경원선 철원은 수원이나 춘천 같은 아주 중요한 역이 됐을 것이다. 특히 철원은 금강산선이 분기하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상상만 해도 흥미롭지 않은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예로부터 춘천 사람, 정확히는 춘천의 지주· 유지들이 한 근성 했다.
경춘선은 일제 말기에 만들어진 사철인데.. 일본인이 아닌 조선인 자본으로 만들어졌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일제가 강원도청을 춘천에서 철원으로 옮기려 하자 춘천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사재를 털어서 서울에서 춘천으로 가는 철도를 뚝딱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이것이 경춘선의 유래이다.
난 강원도청은 원주에 있다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춘천이 뺏어 버린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2. 1988년

지난 쌍팔년도 1988년은.. 서울 올림픽이 열렸을 뿐만 아니라, 철도나 안보 관광과 관련해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제법 있었던 해이다.

(1) 경북 청도에는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이 1967년에 직접 건립했던 '신거'라는 이름의 간이역이 있었다. 하지만 수요 저조로 인해 1988년경에 비록 완전 폐역은 아니지만 역 건물이 헐렸다. (날짜 불명)
그런데 공교롭게도, 경북 봉화에서 주민들이 직접 건립하고 철도청에다 열차 좀 세워 달라고 민원을 때렸던 영동선 '양원' 역이 이 해 4월 1일에 정식 개업했다~!
오지에 사는 주민들이 직접 세운 간이역이 비슷한 시기에 하나는 없어지고 하나는 새로 생긴 셈이다.

(2) 1974년 11월경엔 연천 고랑포에서 북괴의 남침 땅굴이 최초로(제1) 발견됐는데.. 얘는 1976년부터 한동안 일반인에게 공개돼 오다가 1988년부터 비공개로 바뀌었다고 한다. 다른 땅굴들과 달리 너무 얕고 전방과 가깝고, 단면적이 너무 작아서 다니기 힘든 점이 감안된 듯하다.
지금까지 발견된 남침 땅굴 4개 중에 1호인 얘만 유일하게 비공개이다. 그런데.. 1988년에 정확하게 언제부터 비공개로 바뀌었는지에 대한 기록이나 신문· 방송 보도 자료를 전혀 못 찾겠다.

(3) 아울러, 1988년에는 철원에서 안보 관광지를 크게 정비했다.
우리가 아는 그 월정리 역 건물을 처음으로 만들고 구 철원 역 터에다가 승강장을 꽂은 때가 이때라고 한다.
이것도 1988년의 정확히 언제 있었던 일인지 자료를 못 찾겠다. 올림픽 때문에 정신 없었을 하반기는 아니고 정황상 상반기에 있었던 일 같다.
이 철원의 이벤트와 제1땅굴의 봉인이 서로 연계해서 같이 발생한 사건인지는 잘 모르겠다.

3. 우주 개발과 각종 토목 건설

철덕과 우주덕이 결합하면.. 취소된 아폴로 18, 19, 20호 얘기를 읽으면서 취소된 구 서울 3기 지하철 10, 11, 12호선 계획이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흠, 미국의 우주 탐사 계획에 제동을 건 게 베트남 전쟁이었다면, 한국의 3기 지하철 계획에 제동을 건 것은 IMF였구나.;;

그리고 역덕/밀덕과 우주덕이 결합하면.. 아폴로 8호와 함께 미드웨이 해전 정도가 떠오를 수 있을 듯하다.
미드웨이 해전은 2차 대전의 딱 중반이던 1942년 6월에, 미국이 기가 막힌 첩보를 통해 일본의 대형 항공모함 4척을 몽땅 격침시키고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이 일본을 역전하는 첫 계기를 마련한 전투이다.

그것처럼 아폴로 8호는 1968년 말, 유인 달 착륙 경쟁의 중반쯤 되던 시기에, 미국이 소련을 역전하는 첫 계기를 마련한 미션이다. 시간에 너무 쫓긴 나머지, 처음 시도하는 여러 위험한 실험들을 한꺼번에 과감하게 추진했는데, 그게 다행히 전부 멋지게 성공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지구 대기권뿐만 아니라 지구 중력까지 벗어난 우주에 역사상 처음으로 나가 본 것, 일부 윤곽이 아니라 완전히 동그란 지구의 전체 모습을 최초로 목격한 게 아폴로 8호 때이다~!

그리고 요즘은 고속도로나 지하철 모두, 국가가 주도해서 국비만으로 주요 굵직한 간선을 건설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젠 여기저기 자잘한 지선이나 경전철을 만들고 있고, ‘민자’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것처럼 오늘날은 우주 개발도 옛날 냉전 시절처럼 국가가 육성하고 체제 우월성 경쟁을 위해 인간을 달에 보내려고 미친 돈지랄을 하는 형태는 진작에 끝났다.
이제는 철저히 민간 기업 위주로, 실용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1세계와 2세계가 경쟁하는 게 아니라, 여러 나라들이 힘을 합치고 협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남한보다 1년 더 먼저, 1973년에 평양 지하철 천리마선을 개통한 것에도 체제 경쟁 입김이 분명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엔 운동 경기 기록은 말할 것도 없고, 뭐든지 먼저 만들고 건물도 더 크게 올리고, 깃대를 올려도 더 높게 올려야 직성이 풀리던 정말 오글거리고 유치한 시절이었다.

남한과 북한은 겨우 대성동 기정동 깃대라든가 63빌딩 VS 류경호텔을 갖고 경쟁했지만, 미국과 소련은 우주를 갖고 경쟁했다는 스케일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또한, 남한은 그때 이후로 그야말로 눈부신 서울· 수도권 지하철과 광역전철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반면, 북한 평양은 저 때 이후로 시간이 정지해 버렸다는 차이가 있을 뿐..

Posted by 사무엘

2023/05/09 08:35 2023/05/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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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했던 말도 있지만 오랜만에 철도 역사 얘기를 정리해 본다.

1.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경부선 남쪽 방면 종점은 1974년 첫 개통 이래로 30년 가까이 쭉~ 수원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2003년 4월 30일, 거의 30년 만에 딱 두 정거장 남하한 병점으로 연장됐다. 그리고 2005년 1월 20일, 이 종점은 무려 천안까지 내려갔다. 경부선 천안-수원간 2복선 전철화가 모두 완료됐다.

그럼.. 수원 다음에 바로 천안으로 한꺼번에 개통하면 될 것을.. 아니면 화끈하게 오산이나 평택 정도의 중간 지점도 아니고, 그 당시에 겨우 화성시 병점까지만 먼저 연장 개통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원과 병점 사이에는 '세류'라는 역 하나만 달랑 있다. 여기는 바로 옆에 공군 기지가 있어서 여객 수요가 별로 없고, 전철이 굳이 선개통을 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여객이 아니라 시설 때문이었다.
수원을 살짝 벗어난 병점 역 근처에 병점 차량기지가 만들어졌고, 전동차 회차를 위한 전용 입체교차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게 전철 운영을 위해 꼭 필요했기 때문에 이 짧은 구간부터 먼저 개통을 한 것이다.

2.
이 과정은 우리나라의 지폐 신권의 도입 과정과 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원래 한국 은행의 의도는 2009년에 새로운 5만원권과 함께 기존 지폐들도 새 도안을 내놓고, 모든 지폐를 한꺼번에 신권으로 교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전 2007년에 기존권의 신권을 먼저 풀게 되었고 특히 5천원은 2006년 초에.. 0순위로 제일 먼저 시급히 내놓았다. 신권을 이렇게 준비되는 대로 찔끔찔끔 '축차투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그 당시에 5천원 구권의 위조지폐가 엄청나게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명 "77246 위조지폐" 사건인데, 이 엄청난 사고를 친 범인은 무려 2013년에야 잡혔다.
돈은 위조지폐 때문에 신권이 일찍 나오게 됐고 전철은 수원 역의 회차 시설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에 병점부터 먼저 시급히 개통했다.

병점 기지와 입체 회차 시설이 없던 시절에는 수원까지 간 하행 전동차가 상행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로 치면.. "유턴"이라는 걸 해야 하는데.. 하행 외선에서 상행 외선으로 평면교차로 가다 보니 중간에 내선 일반열차 선로를 횡단해야 했다.
새마을호처럼 수원 역을 전속력으로 무정차 통과하는 열차도 있는 선로를 횡단하는 건... '비보호 좌회전'만큼이나 굉장히 위험 부담이 큰 기동이었다.

물론 철도는 아주 정교한 신호와 시각표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이게 진짜 자동차 도로 같은 비보호인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전철은 일반열차를 피해서 회차를 해야 하니 회차 용량을 늘릴 수 없고, 이 때문에 경부선 전철 자체를 충분히 증차할 수 없었다. 1981년에 애써 경부선 서울-수원 2복선화까지 했는데 회차 용량이 선로 용량을 많이 까먹어서 도루묵으로 만들었다.

2002년 2월에는 수원 역 부근에서 서울 메트로 소속 전동차가 일반열차를 먼저 보내주려 신호 대기 중이었는데.. 철도청 선로 보수 차량이 이를 추돌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짙은 안개 속에서 철도청 새내기 신입 기관사가 앞을 제대로 못 보고 사고를 낸 거라고 전해진다. 아마 이 사고도 철도청에게 트라우마를 안기고, 병점 역의 시급 조기 개통에 영향을 줬으리라 생각된다.

3.
그리고 이 병점 차량기지는 아무 곳에다 새로 만든 게 아니었다.
경부선 수원-천안간 2복선화 과정에서 병점 부근의 선로가 선형개량이 되어서 딴 데로 이설되었다. 병점 기지는 바로 이설 전 기존 선로 부지에다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0년에는 여기에 '서동탄'이라는 전철역도 만들어지게 됐다.

이건 뭐랑 비슷한가 하면.. 서울 송파구 잠실 근처에 있는 석촌 호수이다.
여기는 원래 한강의 남쪽 지류가 흐르던 곳이었다. 그런데 1970년대에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벌여서 물길의 방향을 통째로 바꿔 버리고, 거기만 호수로 남겨둔 것이다. 그래서 거기 일대에 '송파 나루' 같은 지명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석촌호수가 원래 한강이 있던 곳이었다면, 병점 차량기지는 원래 경부선 선로가 있던 곳이었던 셈이다.

4.
(1) 참고로, 병점 기지가 만들어지고 2년쯤 뒤인 2005년 7월엔 인서울인 이문 차량기지가 새로 생겼다. 얘는 망우선의 잉여역이던 '이문 역'을 대체하는 형태로 부지를 확보해서 만들어졌다. 근처에 이미 '신이문'이라는 전철역이 별도로 있다.

(2) 2005년 1월 20일로부터 11개월 뒤, 12월 20일엔 경부선에 이어 경인선도 주안 이후로 동인천 역까지.. 즉, 마지막 인천 역을 제외한 나머지 전구간이 2복선화가 완료됐다.
이로써 수도권 전철 1호선은 인천 라인과 수원-천안 라인이 모두 복복선으로 갖춰졌다. 경부선 라인은 2008년에 천안 이남으로 장항선 구간까지 침투해 들어가긴 했지만.. 이건 존재감이 좀 덜하다.
그리고 인천은 일반열차가 다니지는 않지만.. 승장장 이후로 인상선로가 없어서 열차가 빨리 진입하지 못하며, 이게 회차 용량을 여전히 떨어뜨린다. 이 한계는 오늘날까지도 개선되지 않았다.

(3) 병점 차량기지는 오랫동안 누리로 전동차의 주박 기지로 쓰였다. 하지만 지난 2020년 5월말부터 서울-신창 누리로 열차가 폐지됐고, 얘들은 경부선 대신 웬 중앙· 영동· 태백선 쪽으로 전보(!!) 발령됐다. 소속도 강릉 기지로 변경.. 그러니 병점 기지에서는 이제 누리로를 볼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07 08:35 2023/02/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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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의 급행화

열차 중에서 KTX나 새마을· 무궁화 같은 일반열차 말고.. '통근형(입석형) 전동차' 기반인 일명 '지하철, 전철'들 말이다.

얘들은 좌석이 길쭉한 형태이고 좌석 번호 같은 것도 없다. 운임 체계가 일반열차와는 다르며, 버스와 환승 연계가 되고 모든 열차가 사실상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만 있는 게 당연시되는 편이다.
하지만 어떤 노선에서는 이런 열차에도 급행이란 게 있다. 전철에서 급행이 제공되는 형태를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 경부선 (1호선)

급행 전철의 원조라 할 만하다. 1981년 말에 경부선에서 전철이 다니는 서울-수원 구간이 특별히 2복선으로 연장된 뒤, 전동차의 선로용량이 늘어난 걸 기념해서 무려 1982년 초부터 하루 3차례 서울-수원 급행 전철이 운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하철 1호선 서울 역이 아니라, 지상 일반열차 서울 역의 동쪽 끝 플랫폼에서 탑승하고 내린다.

즉, 경부선은 급행에 관한 한 압도적으로 유구한 짬을 자랑한다. 그러다가 전철이 천안까지 연장되고 경인선도 2복선화가 완료된 2005년 즈음에는 매일 1시간에 1대꼴로 용산-천안 급행이라는 것도 추가로 생겼다.

이렇듯, 경부선은 복복선 덕분에 일반열차과 전철의 선로가 완전히 분리되긴 했다. 그러나 급행 전동차가 완행 전동차를 추월하려면 역시 전철이 일반열차 선로로 위험하게 들어가야 했다.
이런 문제로 인해 경부선 급행은 안양에서 수원까지 굉장한 장거리를 일반열차 선로(내선)에서 무정차로 달렸다. 중간의 환승역인 금정 역에는 급행이 정차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2010년대를 보내고 2020년부터는 여기에 변화가 생겼다. 안양, 의왕 같은 넓은 역에 전철용 대피선을 추가로 설치하고, 급행 전동차도 평소에는 언제나 외선으로만 다니게 했다. 급행의 정차역을 좀 더 늘린 대신 종점을 용산이 아니라 청량리로 늘려서 지하철 1호선과 더 가까운 운행 계통으로 바꿨다.

이제 이전의 동인천-천안 급행이 다니던 승강장에는 동인천 급행만 다니게 됐다. 경부선에 전철 운행과 관련된 변화를 한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주행 선로가 일반열차와 완전히 분리됨: 경부선 서울-수원 2복선화 (1981~82)
  • 종점 회차 공간이 일반열차 선로와 완전히 분리됨: 병점 기지, 그리고 수원-천안 2복선화 (2003, 2005)
  • 급행의 추월 공간이 일반열차 선로와 완전히 분리됨 대피선: 구로-수원간 대피선 설치, 운행 계통 변경 (2020)

    한편, 40여 년의 유구한 짬을 자랑하는 서울-수원(천안) 급행을 대체하기 위해 한때(since 2009??) 누리로 열차가 경부선에 도입됐었다. 그러나 무궁화호 급인 누리로가 저렴한 전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었으며, 현재 누리로는 현재 중앙· 영동선 쪽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2. 경인선 (1호선)

    경인선은 한반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철도이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일반열차 없이 전동차만이 2복선으로 다니는 전동차 천국이다.

    급행이 완행과 1:1급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정 간격으로 하루 종일 상시 운행된다. 게다가 완행과 급행이 서로 자기만의 전용 선로에서 따로 다니니 지저분하게 대피/대기 따위 없다. (급행열차를 먼저 보내 주느라 기다립니다) 그냥 자기 시각표대로 가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경인선은 전국의 전철들 중 유일하게 급행보다도 정차를 덜 하는 '쾌특'이란 게 시도된 적이 있기도 하다.

    1990년대, 경인선은 딱히 급행화보다는 그냥 절대적인 수송 능력의 증대를 위해 2복선화됐다. 급행화만이 목적이라면 그냥 주요역에다가 대피선만 설치하면 됐을 테니까..
    2복선화 공사가 진행 중이던 시절엔 개통된 구간만 슬그머니 다니는 잉여 보조 열차가 다녔다. 기존 선로의 양 옆 바깥에 외선이 추가되는 형태였다.

    그러다가 주안 정도까지 개통되면서 완행과 급행의 구분이 생겼고, 내선과 외선의 용도가 바뀌었다. 처음에는 '직통열차'라는 부정확한 명칭이 쓰이다가 2복선화 공사가 완료된 2005년 즈음에 '급행'이라고 공식 용어가 개정됐다.

    3. 서울 9호선

    얘는 처음에 만들어질 때부터 급행이 계획됐고, 그 덕분에 진정한 완급 결합 운행이 이뤄지고 있는 국내 유일의 모범 사례이다.
    "n분 뒤에 급행이 오며, 얘는 n개역 이후부터 앞의 완행을 추월할 예정. 그러니 XXX 역 이전까지만 가면 지금 완행을 타는 게 낫고, 더 멀리 갈 거면 더 기다렸다가 급행을 타는 게 낫다" 이런 안내까지 적극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경인선 같은 빵빵한 2복선이 아니라, 그냥 복선에서 주요역 대피선만 동원해서 말이다. 경부· 경인 같은 광역전철이 아니라 인서울 도시철도 지하철에 이렇게 급행이 존재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무시무시한 10량 편성이 서울 지하철 1~4호선에만 존재한다면, 상시 완급 결합 지하철은 우리나라 전체를 통틀어 9호선이 아마 전무후무한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경전철이 완급 결합 운행이 필요할 정도로 장거리를 달릴 리는 없을 테니..

    경인선 급행이 종점인 인천 바로 직전인 동인천 역까지만 가는 것처럼.. 9호선 급행은 종점인 개화의 바로 직전인 김포공항까지만 간다. 사실, 인천과 개화 모두 방향이 틀어진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이 노선이 서쪽으로 계속 연장된다면 이 역들은 지선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현재는 둘 다 지형적인 이유 때문에 서쪽으로 연장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말이다.

    • 여담이지만, 서울 지하철 9호선은 중전철 형태로 건설된 서울의 마지막 지하철이다.
    • 대전 지하철은 전국에서 경전철이 아닌 중형 중전철 형태로 건설된 사실상 마지막 지하철이다.
    • 울산은 우리나라의 마지막 광역시이다. (이후의 수원, 성남 따위는 그냥 특례시로..) 지하철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광역시이기도 하다.
    • 한편, 대전은 공항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광역시이고, 인천은 아직까지는 KTX를 탈 수 없는 유일한 광역시이다.
    • 그리고 광주야말로 무엇무엇이 없는 유일한 광역시.. 이런 타이틀이 여럿 있을 텐데.. 꼭 교통 분야가 아니어도.. 당장 기억이 안 난다.

    4. 신분당선

    신분당선은 별도의 급행이 다니는 건 아니지만, 그냥 서울과 성남 시계 구간이 역간거리가 엄청나게 긴 덕분에 빠른 급행 같은 효과가 나는 전철이다. 여기 말고 서울이나 용인-성남 시내 구간은 그냥 평범한 도시철도 수준이다.

    앞으로 노선이 왕창 길어지고 시계 구간에도 역이 막 생긴다면 여기도 먼 미래엔 급행이 필요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처음에 대피선 같은 게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현실은 시궁창이다.
    무인 자동 운전으로 완급 결합과 열차간 대피, 추월까지 구현한다면 이건 정말 최첨단 기술일 듯하다. =_=;;

    5. 경춘선, 공항철도

    얘들은 급행이 통상적인 새마을/무궁화가 아닌 별도의 좌석형 열차로 존재하는 노선이다.
    경춘선 전철의 경우, 개통 직후에는 일반 통근형 전동차 기반의 급행이 잠시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ITX-청춘 2층 열차가 도입되면서 곧 폐지되어 없어졌다.

    공항철도는 급행 정도가 아니라 철도역에서 미리 수속을 마친 승객을 태우고 공항으로 논스톱으로 끊는 진짜 직통열차라는 걸 굴리고 있는데.. 얘는 수요가 너무 적은 것 같다. 중간에 몇 역이라도 정차하는 통상적인 좌석형 급행으로 전환하는 게 어떨까 싶다.

    사실, 경춘선과 공항철도 모두 신분당선 만만찮게 역간거리가 길어서 완행도 표정속도가 꽤 높긴 하다.
    하지만 공항철도는 역세권이 개발되면서 10년 전에 비해 역이 굉장히 많이 생겼다. 그러니 얘들도 급행이 좀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공항 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광역버스와의 경쟁력도 더 확보될 것이다.

    경강선도 현재는 수요로나 역 수로나 완행만으로 충분한 정도이지만, 여기는 장차 일반열차가 투입될 계획도 잡혀 있는 엄연한 간선이다. 급행은 ITX-청춘처럼 일반열차에 준하는 별도의 열차가 담당하게 될 것 같다.

    6. 나머지 광역전철들

    수인분당선, 안산선, 경의중앙선, 1호선 경원선 구간 등에도 살짝 급행이 다니는 게 있다. 그러나 이건 평일 출퇴근 시간 한정이고 아주 일부 구간밖에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는다. 완행에다 붙는 추가 서비스 액세서리에 가까운 위상이기 때문에 시간 절약 효과는 미미하다. 허나, 그래도 이것도 아예 시도를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아 보인다.

    즉, 얘들은 앞서 소개했던 경부· 경인선이나 9호선 등에 비해서는 급행의 상황이 열악하다.
    사실, 경부선도 40년 전에 처음 전철이 들어섰을 때는 역간거리가 지금의 경춘선이나 경강선 같은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역세권이 개발되고 역이 엄청 많아지면서 급행이 등장한 것이다. 나머지 전철 노선들도 차차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통근형 입석 전철을 급행화하는 것만으로는 이동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 지금은 결국 '대심도 좌석형 급행 전철 GTX'라는 걸 완전히 새로 만드는 지경이 됐다. 버스에 한계를 느껴서 지하철을 파고, 일본에서 기존 철도에 한계를 느껴서 신칸센을 새로 만든 것과 비슷한 격이라 하겠다.

    자동차 쪽이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구분을 없애고 재래식 톨게이트를 없애는 게 장기 과제라면, 철도 쪽은.. 여객열차들을 사실상 다 동차형으로 바꿔서 기관차-객차는 화물에만 남기는 것, 그리고 승강장을 모두 계단 없는 고상홈으로 바꾸는 것이 장기 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승객이 적은 곳에서 버스 같은 1량 동차가 다니든, 1000명씩 태우면서 동력분산식으로 빠르게 가속하든, 어느 경우든 여객 철도에는 동차가 더 유리하다. 지금은 차량은 동차가 갈수록 늘어 가고, 승강장은 저상홈과 고상홈이 뒤섞여 쓰이는 과도기에 속한다. 이 와중에 전철 시스템과 일반열차 시스템의 구분이 많이 문란해지고, 둘의 중간에 속하는 운임 체계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이런 한국 철도의 하드웨어 백 엔드를 주관하는 기관은 '한국 철도 공단' 이럴 것이지 웬 '국가'라고 이름을 붙였냐? 전국구 단체나 기관 이름이 대한/한국 대신에 '국가'라고 시작하는 건 미국에서 NBA, NASA, NRA(전미 총기..) 같은 이니셜의 N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관행이다.
    갑자기 '국가 철도 공단'이라고 하니까 옛날 철도청 시절 같은 사회주의 냄새가 난다.

    Posted by 사무엘

    2022/08/21 08:35 2022/08/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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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인천

    우리나라에서 뭔가 사람, 물자, 정보 따위가 흐르는 통로는 아무래도 서울-인천 사이가 가장 먼저 개통되곤 했다.

    • 모스 부호 전신: 1885
    • 철도: 1899
    • 상수도: 1910 (1908 뚝도 정수장 다음임. 완전 최초는 아님. 서서울 호수 공원, 선유도 등, 과거에 서울의 서부에 있었던 상수도 시설들이 흥미롭다)
    • 고속도로: 1968~1969
    • 광역전철: 1974
    • 송유관: 1992년 말 (1990년에 대한 송유관 공사 설립 후 최초)

    철도를 조금만 더 살펴보면..

    • 1899년에는 경성 전차(5월)와 경인선 철도(9월)가 나란히 개통했다.
    • 1910년대 중후반에는 어째 서대문과 관련된 건축물들이 철거됐다. 1915년쯤에 노면 전차의 복선화를 위해 서대문(돈의문)이 헐렸으며, 3· 1 운동 직후에는 서대문 역과 이쪽 선로가 없어지고 신촌 방면 급커브 선로가 새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남대문 역이 경성 역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 1967~68년에는 증기 기관차와 서울 전차가 나란히 퇴역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시기가 절묘하게 비슷하다.
    • 1974년 8월 15일에는 서울 지하철과 수도권 광역전철이 동시에 개통했다.
    • 2015~16년은 호남 고속철, 경부 고속철의 대구· 대전 도심 구간, 포항 방면 KTX, SRT 수서 고속철이 연이어 개통해서 나름 고속철도의 중흥기였다..

    2. 근래에 한강에 새로 만들어진 다리들

    (1) 성산대교 바로 옆의 월드컵대교 (일반 도로): 예산 부족 때문에 꽤 오랫동안 진도를 못 빼고 질질 끌었던 물건인데.. 작년 9월 1일에 드디어 개통했다. 얘가 있으면 강북에서 서부 간선 도로로 가기가 좀 더 수월해질 것이다.

    (2) 서울 지하철 8호선 암사 이북으로 구리로 가는 하저 터널 (철도): 역시 작년 6월 28일에 터널이 다 뚫려서 관통됐다. 이제 거기 안에다 선로와 전차선을 설치하면 되겠지..
    8호선도 이제 한강을 건너며, 심지어 5호선과 분당선에 이어 하저 터널을 보유하게 됐다. 분당선과 마찬가지로 실드 공법을 써서 만들어졌다.
    원래 8호선은 복정-산성 사이가 굉장한 장거리 구간이었는데 이젠 저 북쪽 구간이 장거리 구간이 될 듯. 복정-산성 사이엔 '남위례'라는 역이 추가될 예정이다.

    (3) 8호선 하저터널과 강동대교 사이에 일명 고덕대교 (고속도로): 세종-포천 고속도로(29)의 구간으로서 건설 중이다. 올림픽대교와 같은 사장교 형태이다. 얘는 아직 건설 중이다.

    부산만 해도 아직 낙동강을 건너는 하저 터널이 없구나..
    부산 지하철 2호선 민락-센텀시티 사이는 '수영강'을 건너는 하저 터널이다.

    3. 서울 경전철 신림선

    지난 5월 28일부로 서울에서 경전철 2호격인 신림선이 개통했다. 신안산선과 비슷하게 서울 서남부의 종축을 잘 관통한 것 같다.
    우이선은 철차륜 2량 편성이었지만 신림선은 고무차륜 3량 편성이다. 그리고 차량의 폭이 우이선의 것보다도 더 작다고 한다.

    • 경전철 1호인 우이선은 중전철 1호선의 신설동 역을 잇는다. 이와 비슷하게 경전철 2호인 신림선은 중전철 2호선인 신림 역을 잇는다.
    • 1호인 우이선이 북한산 기슭까지 간다면, 신림선은 관악산 기슭까지 간다.
    • 우이선이 왕십리까지는 차마 못 가고 그 앞 신설동에서 그쳤다면, 신림선도 여의도까지는 차마 못 가고 그 앞 샛강까지만 간다.

    경전철은 2010년대에 서울 바깥 수도권에서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지하철의 본좌급인 서울도 경전철 노선을 2개나 보유하게 됐다.
    대한민국에서 경전철이 아니라 '작은 중전철'(중형)이 만들어진 것은 대전 지하철이 마지막이 됐고 사실상 맥이 끊겼다.;; 도시철도 레벨에서는 경전철이 트렌드로 정착했기 때문인 듯하다.

    도시철도가 아닌 광역철도에서는 서울· 수도권 밖에서도 여전히 대형이다. 부산과 울산을 연결하는 광역전철 동해선에도 '대형 중전철'이 들어갔지, 중형이 투입되지는 않았다.

    다음으로 주목할 점은 지역별로 경전철의 작명 방식이다.
    의정부, 용인, 김해에서는 도시철도가 하나 개통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이니 그냥 '지역명 경전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 반면, 이미 중전철 지하철이 있는 부산· 대구· 인천 같은 도시에서는 새로 만들어진 지하철 n호선이 통째로 경전철 기반이다. 중형 중전철이나 경전철이나.. 규모면에서 서로 호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은 사정이 다르다. '지하철 n호선'이라는 명칭은 중전철 전용으로 예약됐고, 경전철은 저렇게 'XX선'이라는 별도의 이름이 붙게 됐다.
    경전철은 지하철 n호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커버하는 구간이 너무 짧고 수송력도 기존 지하철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명명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 서울 지하철 8호선 (그냥 성남시 마을전철에 더 가깝.. ㄲㄲㄲㄲㄲ)
    • 제2중부 고속도로 (그냥 중부의 지선인걸 37보다는 351 같은 번호가 더 적절했을 듯.. 훨씬 더 긴 영천-상주 고속도로도 301인데..)

    그러니 이런 특례를 앞으로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뭐, 서울 8호선의 경우, 서울시가 옛날에 시민들을 성남 저 동네로 대거 이주시키면서 좀 빚진 게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서울의 연장선 차원에서 특혜를 주는 것도 있긴 하다(광주대단지 사건 흑역사.. ㅡ,.ㅡ;; ). 그래서 8호선의 성남시 구간까지 모두 지하철 정기권 서울 전용 구간으로 이용 가능하고 말이다.

    그나저나 서울 경전철 신림선의 운영에 왜 광주 도시철도공사가 개입하는 거지..??? 벌써부터 냄새가 좀 난다.. =_=;;

    Posted by 사무엘

    2022/07/31 19:36 2022/07/3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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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하철: 일반열차와 도시철도

    수도권 전철 1, 3, 4호선에는 코레일 광역전철 구간과 서울 지하철 구간이 한 노선으로 직결 운행을 하는 게 있다. 1호선은 전기 공급 방식이 바뀌며(남영-서울), 4호선은 심지어 좌우 통행 방향까지 바뀐다. (남태령-과천선)

    3호선 일산선은 저런 과거의 삽질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광역전철 구간도 지하철과 동일한 직류 우측통행 규격으로 맞춰서 건설됐다.
    그런데 일산선을 건설하면서 기존 종점이던 지축 역 이북으로 선로만 더 만드는 게 아니라, 지축 역 자체도 확장을 하게 됐다. 얘는 6량 기준의 아주 작은 지상 임시 종점 형태로만 만들어졌는데 이걸 10량 기준의 정식 통과역으로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이거 공사는 철도청이 담당했다. 이 때문에 지축 역은 길이를 2:3으로 나눠서 새로 확장된 곳은 철도청 관할, 기존 영역은 서울 지하철 관할..;; 승객 집계도 따로 하고 출입구 번호의 폰트도 서로 다르고...;;;
    무슨 도끼 만행 사건 이후에 남북 영역 경계선이 그어진 판문점 같은 꼴이 됐다. 4호선의 꽈배기굴 같은 삽질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그마한 삽질인 셈..

    지금은 그런 관행이 없어져서 지축 역은 전부 서울 지하철 관할로 바뀌었으며, 어지간해서는 한 역은 그냥 한 회사가 몰아서 관리하는 관행이 정착했다. 지하철 회사조차도 서울 메트로와 도철로 나뉘어 있던 것이 통합된 게 벌써 4년도 더 전의 일이 됐다.

    2. 도로: 서울과 지방

    그런데 이런 식의 관할 변화는 철도뿐만 아니라 도로에도 있다.
    같은 자동차 전용 도로이지만 청담대교에서 복정 교차로까지는 서울 관할이고 '동부 간선도로'이다. 하지만 거기 이남부터는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이며 경기도 관할이다.

    이 도로는 서울 시내 구간은 가로등 불빛이 백색이다가, 복정 이남 경기도 구간부터는 불빛이 모두 노랑으로 바뀌었다.
    그랬는데 지금 다시 보니 가로등이 교체됐는지 백색 구간이 더 늘었다. 모란 정도는 간 뒤부터 불빛이 노랑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수 년 전에는 서울 시내 구간은 속도 제한이 80이고 경기도 구간부터는 90이었다.
    그랬는데 요 근래에 다시 주행해 보니 전부 80으로 바뀌었고, 등신 같은 과속 단속 카메라가 더 늘어 있었다. 내 인생에 도움이라고는 안 되는 물건 같으니라고.
    (특히 학교 주변이라고 멀쩡한 60짜리 도로까지 상시 30으로 까내린 공무원놈은.. 멱살 잡아 주고 싶을 뿐이다.)

    경부 고속도로도.. 한데 연결된 도로인 것 같지만 법적으로는 양재 IC 이남만이 한국 도로 공사에서 관리하는 최대 시속 100~110짜리 진짜 고속도로이다. 그 이북은 그냥 강변북로 같은 시속 80짜리 서울 시내 관할의 자동차 전용 도로일 뿐이다. 정식 명칭은 '경부 간선 도로'.

    단지, 폐쇄식 톨게이트가 있는 곳과 버스 전용 차로가 적용되는 곳이 법적인 고속도로의 시종점과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운전자들에게 혼동의 여지가 있다.
    양재 IC는 1987년 11월, 지금의 서울 톨게이트가 성남 궁내동에 세워지기 전에 최초의 서울 톨게이트가 있던 곳이기는 했다.

    3. 지하철: 서울과 지방의 격차

    그나마 부산은 동해선 광역전철이 생긴 덕분에 이 노선 한정으로는 서울· 수도권과 같은 대형 전동차를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서울과 수도권의 전철의 차이는 이런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만..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서울 지하철 7호선이 인천까지 연장됐을 때의 일이다. 본인은 인천 지하철 1호선과 서울 지하철 7호선의 환승역이 된 부평구청 역을 찾아가 봤다. 그랬는데 두 노선의 승강장은 완전 극과 극 수준이었다.

    서울 지하철은 전광판이 고해상도 컬러 LCD 화면이었고 스크린도어도 갖춘 최신식 시설을 자랑했다.
    그러나 인천 지하철은 여전히 청색이 없는 90년대의 저해상도 LED 화면이었고 스크린도어도 없고.. 내 기억이 맞다면 심지어 노반도 콘크리트가 아니라 자갈이었다. 참고로 서울 지하철은 굳이 이렇게 새로 개통한 구간 말고 기존 구간도 다 저렇게 리모델링을 완료한 상태였다.

    인천뿐만 아니라 부산도.. 부산 지하철 1호선은 지금도 자갈 노반인지 모르겠다.
    서울 2호선과 부산 1호선은 둘 다 1980년대로 비슷한 시기에 개통했고 처음 개통했을 때는 다들 비슷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서울 지하철은 그 뒤로 엄청나게 많이 바뀌었지만 부산 지하철은 그리 되지 못하고 옛날 모습에서 멈춰 버렸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디자인만 해도 그렇다. 가령, 서울· 수도권 전철의 노선도에서는 환승역 모양에 태극 무늬가 없어진 지 10여 년이 훌쩍 넘었지만, 부산에서는 여전히 그걸 쓰고 있다. 그러니 옛날 생각이 날 수밖에.. 다만, 부산은 4호선에, 동해선, 김해 경전철까지 전철이 많이 생겨서 예전에 비해서는 노선도가 많이 풍성해진 게 느껴진다.

    그리고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2015년 이후에 도입된 신형 차량은 좀 각진 모양에다 객차간 출입문의 위에 자막 전광판이 있는 게 지금까지 서울· 수도권에 없던 디자인이다. 부산 같은 지방 지하철 차량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4. 도로와 철도의 외곽순환선

    벽제, 일영, 송추 쪽을 지나는 그 존재감 없는 철도는 1961년에 처음 개통했던 시절엔 '서울교외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남이 아직 서울로 편입되지 않아서 광주군이었던 까마득한 옛날이니.. 그때는 이 철도에다가 경원 구간을 합하면 진짜로 서울의 변두리를 빙 도는 노선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랬는데 얘는 2008년에는 '서울'을 떼어낸 그냥 '교외선'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리고 처음에 '판교-구리 고속도로'로 시작했던 그 고속도로는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라는 이름이 붙었다가 나중에 '수도권 1순환 고속도로'라고 개명됐다.
    둘 다 서울이라는 단어를 떼어내고 서울의 변두리, 덤터기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속도로 번호 체계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개정되고 정착한 지도 어언 20년이 넘었다. (since 2001)

    이제 고속도로는 번호가 없이는 제대로 지칭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많아졌고, 요금제도 하이패스 없이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복잡해져 있다. (늘어나는 민자 구간, 폐쇄식/개방식 등등..) 하지만 철도는 노선이 그 정도로 많고 복잡하지 않아서 여전히 이름 위주로 불리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2/07/29 08:34 2022/07/2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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