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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압축 유틸

요즘은 Adobe Reader 같은 거 설치할 필요 없이 크롬이나 Edge 같은 브라우저만으로도 자체적으로 pdf 문서를 바로 열어 볼 수 있다.
압축 유틸리티에서 광학 디스크 이미지 파일의 내용을 바로 볼 수 있게 된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한 분야의 프로그램이 비슷한 다른 분야의 프로그램의 역할을 일부 흡수해 버렸다.

물론 이미지 파일을 새로운 드라이브로 mount 시키는 것까지 압축 유틸이 지원하지는 않는다. 그것까지 지원하면 압축 유틸의 기능이 옛날 도스 시절의 Double Space 같은 디스크 압축 유틸 급으로 커지는데.. 요즘은 그런 기능이 필요할 정도로 디스크의 용량이 부족한 시절이 아니기 때문에 유행이 지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드라이브 mount는 이제 운영체제(Windows 10)가 자체적으로 제공해 주는 기능으로 흡수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20여 년 전, 이 바닥이 WinZip, WinRAR 같은 외국산 압축 유틸리티 일색이던 시절에 이스트소프트의 '알집'이 처음에 적절한 마케팅 덕분에 시장 선점을 잘 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버그· 안정성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서 2000년대 말쯤에 컴덕들 사이에 욕을 엄청 먹었으며, 그 와중에 기업 대상 유료화까지 선언하는 바람에 입지를 더욱 잃게 됐다.

그 와중에 개인 개발자 1인의 작품인 '빵집'이 알집의 대체제로 각광 받아서 2000년대 후반에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빵집은 개발자의 개인 취미 생활이다 보니 유지보수에 한계가 있었고, 결국 개발이 중단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날이야.. 그 틈새를 저격한 반디소프트의 '반디집'이 탁월한 완성도로 천하를 평정했다.

압축 유틸의 역사를 읽어 보노라면, 소프트웨어는 모름지기 수요와 타이밍, 시장 공략을 잘 해야겠다는 걸 느낀다.
zip은 압축 해제뿐만 아니라 생성까지 소스가 완전히 공개돼 있고 그 다음부터 7z, ace, rar 등 압축 알고리즘들의 압축률은 이론적인 정보량 한계에 근접해서 거기서 거기이다 보니.. 알고리즘은 zip 하나만 있으면 되고 그 뒤 멀티코어, 64비트, 유니코드, 기본적인 보안, 운영체제 셸과 잘 연계하는 UI...

이것만 제공되면 그 다음부터 굳이 유료 유틸을 쓸 필요가 크게 줄어드는 것 같다. 실제로 본인도 '-집' 계열 유틸을 사용하기 시작한 뒤부터는 Windows에서 zip 말고 rar 등 다른 압축 파일을 '생성'해 본 적이라고는 전혀 없는 것 같다.

2. 유튜브

(1) 유튜브 동영상에 광고가 5~10여 년 전에 비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게 느껴진다.
뭐, 쟤들도 흙 파서 먹고 사는 건 아닐 테니, 오랫동안 무료로 잔뜩 뿌리고 투자했던 것을 회수할 때가 됐다.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수의 동영상들을 저장하고 전송 트래픽을 감당할.. 서버 유지비가 장난 아니게 깨질 것이며.. 몸값 비싼 엔지니어들을 고용하는 인건비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서버 관리자, 웹 UI 디자이너 및 개발자, 동영상 코덱 전문가, 동영상 컨텐츠들의 검색과 분류 알고리즘 전문가 등..

그러니 동영상 포털이 사용자에게 거부감을 제일 덜 주면서 수익을 내는 건 광고 또는 사용자에게 "광고 안 뜨는 기간제 유료 계정" 판매로 자연스럽게 귀착될 것이다. 나도 광고가 너무 잦아지니 잠시 동안만이라도 광고 없는 유튜브 프리미엄 유료 계정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유튜브도 사용자를 이렇게 적당히만 귀찮게 하는 걸 목표로 하지 싶다.

요즘 친구들끼리 생일 선물로 카카오톡으로 이모티콘이라든가 커피 상품권을 주고 받는 게 있다. 그런 것처럼 몇천 내지 1~2만원대의 유튜브 프리미엄 n개월 이용권이 온라인/모바일 생일 선물로 오가는 건 어떨까 싶다.

여담이지만, 유튜브뿐만 아니라 평소에 위키백과를 지식 습득용으로 유용하게 사용해 온 사람이라면 거기에도 후원금을 소액이나마 내는 게 좋을 것이다. 특정 기업의 입맛에 휘둘리지 않고 상업 광고도 없는 개방된 지식 저장소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지금 같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투명하게 개방된 정보의 바다로 만드는 데 절대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2) 다음으로, 돈이나 광고와 별개로 본인이 요 근래에 유튜브에 대해서 느끼는 굉장히 큰 불만이 하나 있다.
HD급 이상의 무거운 고화질 동영상일수록 더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 슬라이더에서 좌우 화살표를 눌러서 앞뒤 5초 남짓 단위로 seek를 한번 하는 데 걸리는 딜레이가 너무 길다는 것이다. 동일 화질 기준으로 그냥 하드에 저장된 동영상을 데스크톱용 플레이어 앱에서 seek하는 것만치 빨리 즉시는 절대 못 한다. 답답하지 않으신가?

옛날 저화질 동영상은 이렇지 않다. 이건 다운로드 자체는 이미 다 된 구간을 돌아다니는 것만 말한다. 그러니 네트워크 상태하고도 무관하다.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느린 건지 아니면 이것도 설마 현질 유도를 위해 고의로 들어간 핸디캡인지는 잘 모르겠다.

(3) 끝으로, 유튜브 유료 계정에 제공되는 서비스로는 광고 제거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아예 로컬에다 다운로드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별도의 서비스가 없더라도 뒷구멍을 통한 다운로드 서비스가 넘쳐나다 보니 유튜브에서도 단속을 포기한 것 같다. 별도의 앱이던 게 더 간편한 웹으로 바뀌기까지 하고 말이다. 사실 이건 기술적으로,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3. 이메일: 대용량 파일 첨부, 발송 확인 및 취소 기능

15년쯤 전에 구글 gmail이 최초로 1GB짜리 웹 기반 무료 이메일을 개설한 이래로 요즘은 어디건 이메일 서비스는 기본이고 용량이 기가바이트급이다. 하지만 이메일은 편지함 용량과 컴퓨터의 하드 용량이 증가한 것에 ‘비하면’, 무슨 영화 파일 급의 대용량 첨부 파일을 주고 받기에는 여전히 좀 버거운 수단이다. 기껏해야 수~수십 MB 정도가 한계?

초대용량 파일은 메일에다가 직접 붙이는 게 아니라 다른 클라우드/웹하드에다 올리고 나서 그거 링크만 메일에다 넣는 형태로 대체되는 게 요즘 추세이다.
수신 확인 및 오발신 취소 같은 것도 이메일의 정식 프로토콜/스펙에 규정된 기능이 아니라 각 웹메일 서비스 사이트에서 자기 계정간 이메일에 한해서만 제공되는 비표준 편의 기능인데.. 이것도 좀 표준으로 승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4. 크롬 브라우저로 네이버 블로그 첨부 파일 다운로드

크롬 브라우저로는 네이버 블로그 기반의 사이트에서 첨부 파일 다운로드가 잘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나만 겪는 현상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검색을 해 보니, 네이버 블로그는 https 기반인데 다운로드 링크는 보안이 취약한 http 기반이어서 크롬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다운로드를 차단한 것이었다.
즉, 네트워크 구조에 문제가 있어서이지, 첨부 파일의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이렇게 웹페이지의 구성요소에 https와 http가 뒤섞여 있으면 브라우저가 의심스럽고 불안하다고, 그래도 내용을 다 보고 싶냐고 온갖 귀찮은 확인 메시지를 사용자에게 띄운다. 다들 한 번쯤은 그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크롬의 경우, 그 어떤 에러 메시지도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네이버 블로그로부터의 다운로드를 씹어 버리니 당혹스러웠다. 은행 ActiveX도 아니고 파일 다운로드를 위해서 구닥다리 IE를 끄집어내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뭐, 궁극적으로는 천하의 네이버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네트워크 구조를 불안 요소가 없게 어서 고쳤으면 좋겠다.

크롬은 이제 올해부터 플래시조차 지원을 완전히 끊었다. 아직도 메뉴가 플래시 기반인 웹사이트는 한 몇 년은 관리를 안 한 완전 구닥다리.. "1024*768 해상도에서 IE 6 브라우저에서 가장 잘 보입니다" 이러면서 제로보드 게시판까지 같이 붙어 있는 사이트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플래시, 제로보드, Visual Basic 6, 재래식 hlp.. 이런 것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5. 마이너한 검색들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기능은 아닐 테니 유료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더라도..

(1) 많고 많은 웹툰들은 그림 파일뿐만 아니라 말풍선 안의 대사들도 색인화돼서 대사로 해당 컷의 검색이 됐으면 좋겠다.
짤방으로 써먹고 싶은데 그 그림이 긴 웹툰 시리즈의 어느 화에 있었는지 기억을 못 할 때가 많다.
물론 "이 학교의 주인은 이사장인 나예요."(사립정글고), "네놈을 살려 두긴 쌀이 아까워!"(이말년), "선 넘네"(엉덩국 애기공룡 둘리) 같은 거야 너무 강렬하고 유명하니 일반 검색 엔진으로도 대사와 컷 이미지가 개념적으로 연결돼 버렸지만.. 그렇지 않은 컷도 많다.

(2) 주선율 음표 표기로 음악 검색. 밖에서 재생되는 음원을 들려줘서 비슷한 음반의 노래를 찾는 건 이미 서비스 되는 게 있지만.. 그건 음원이 없고 사람의 오랜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음악을 찾아 주지는 못한다. 내가 말하는 건 음악들의 주선율 악보를 색인화해서 검색하는 것이다. 다만, 이걸로 검색하려면 사용자도 최소한의 채보· 기보 능력이 있어야 한다.

검색 엔진이란 게 처음에는 같은 웹에서 텍스트 위주로만 검색을 지원했다. 그러나 요즘은 웹뿐만 아니라 종이책, 잡지, 옛 신문들과 방송 자료, 논문 같은 오프라인 매체로 범위가 확장되었으며, 정보의 형태도 텍스트에 국한되지 않고 그림과 동영상까지 취급한다.

그러니 이게 앞으로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람이 마우스로 얼추 끄적인 스케치와 비슷하게 생긴 그림이나 실제 로고타입을 찾아 주고, 콩나물 배열만으로 음악을 찾아 주는 경지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 그야말로 사람의 기억을 보조해 주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국내 웹툰뿐만 아니라 과거의 뉴스 보도, 특히 대한뉴스들도 다 색인화되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4/16 08:33 2021/04/1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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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동물 이야기

1. 동물 분류

내가 생물 분류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생각보다 많은 동물들이 가축화된 에디션과 그렇지 않은 야생 에디션으로 나뉜다는 것이 꽤 흥미롭게 느껴진다.

  • 집토끼 / 산토끼
  • 소 / 들소, 물소
  • 개 / 들개
  • 말 / 야생마, 얼룩말
  • 돼지 / 멧돼지
  • 생쥐 / 들쥐

동물이건 식물이건, 인간에게 식량을 제공할 목적으로 사육/재배된 놈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이 용도로만 엄청나게 품종 개량이 진행됐다고 한다. 그래서 살코기나 열매는 크고 많이 산출하지만, 얘들은 거친 야생에서는 스스로 거의 생존하지 못한다고 한다.

후천적 획득 형질이 후세로 유전까지 되지는 않을 텐데 품종 개량이라는 게 동식물별로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사실은 사람조차도 흑백황 인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궁금하다.

2. 익충과 해충

지렁이는 비록 생긴 건 좀 뱀처럼 혐오스럽지만 땅의 흙을 부드럽게 하고 지력을 회복시켜주기까지 해서 농사에 큰 도움을 준다. 쇠똥구리는 말 그대로 더러운 골칫거리인 소똥을 처리해 주면서 인간에게는 위생적으로 큰 문제를 끼치지는 않아서 이롭다.

그런데 자연 전체를 통틀어 인간에게 가장 큰 유익을 주고 있는 '곤충'은 꿀벌이다. 겨우 꿀 생산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고, 얘는 꽃가루를 받아 줘서 충매화 식물들의 번식이 가능하게 한다.
이 역시 꼭 장미나 튤립 같은 꽃만 꽃이라고 생각하지는 마시길.. 야생에서 꿀벌의 이 역할과 효율 가성비는 인간의 과학 기술로 대체할 수 없다. 꿀벌이 싹 멸종하면 좀 과장 보태면 인간의 농업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니 꿀벌은 비슷하게 집단 생활을 하고 근면의 상징으로 통용되는 개미보다 대접이 훨씬 더 좋다. 오죽했으면 꿀벌은 법적으로 가축으로 분류된 유일한 곤충이기도 하다.
이런 꿀벌과 달리, 인간을 지금까지 제일 많이 죽인 악랄한 해충은 모기이다. 이 역시 흡혈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말라리아 같은 다른 질병을 옮기기 때문이다. 빈대나 거머리도 흡혈을 하고 모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악랄한 구석이 있지만, 이것들은 그래도 모기 정도의 치명적인 병을 옮기지는 않는다.;;

인간이 주변에서 접하는 수많은 해충들은 민폐를 끼치는 방식에 따라 대략 이런 식으로 분류가 가능할 것 같다.

  • 비행 불가능하고 인간 거주지에 서식: 개미, 바퀴벌레
  • 비행 가능하고 신체에 접촉: 파리, 모기
  • 신체 표면에 기생: 벼룩, 빈대, 이, 진드기, 사면발이
  • 신체 내부에까지 기생: 회충, 흡충, 촌충 따위

그나마 개미와 바퀴벌레는 한 개체를 잡아 죽이는 것 자체는 상대적으로 쉬운 축에 든다. 날아다니는 놈들은 때려잡기가 상당히 어려우며, 인체에 기생하는 너무 작은 놈들은 역시 그것대로 잡기가 어렵다. 신체의 털을 다 민다거나, 약을 먹고 바르는 식으로 제각기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데 떼거지로 날아다니면서 사람을 성가시게 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람을 쏘거나 무는 식의 해를 끼치지는 않는 벌레들도 별도의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깔따구, 하루살이, 그리고 어쩌면 날파리도?
얘들은 대체로 수명이 아주 짧으며 어인 일인지 입이 없거나 퇴화했다. 파리· 모기보다 잡기도 쉽다. 하지만 얘들은 여름철에 더러운 물웅덩이로부터 떼거지로 나타나서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존재만으로도 큰 불쾌감을 선사한다. 주변 가게들은 영업을 못 할 지경이 된다.

요 몇 년 사이에 전국 각지에서 이런 벌레들이 너무 많이 창궐해서 난리라는 뉴스 보도를 종종 접한다. 저런 놈들뿐만 아니라 더러운 음식이나 시체에 붙는 날파리와 구더기, 여름에 모기 같은 것도.. 이놈들은 평소에 잠도 안 자고 어디에 숨어 있다가 밑도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걸까? 옛날 사람들이 생명 자연 발생설을 믿었던 게 일면 이해가 된다.
게다가 구더기가 파리의 유충이라는 것, 지렁이가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것은 거의 19세기는 돼서야 발견된 사실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보다도 훨씬 더 늦게 알려졌다.

3. 동물이 만드는 보석

흑연과 다이아몬드가 탄소의 동소체인 것만큼이나 조개 껍질과 진주도 완전히 같은 탄산칼슘 물질일 뿐이라니.. 꽤 흥미롭다.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경수와 중수 같은 동위원소 차이도 아니고 그냥 분자 배열이 다를 뿐이다. 하물며 조개 껍질 vs 진주는 차이가 그 만치 미시적인 것도 아니고 훨씬 더 더 가깝다고 한다.

그럼 다음으로 역시 보석을 만들어 내는 특이한 생물인 산호는 정체가 뭘까?
조개는 그래도 껍데기 안에 살이 있고 동물 같은 구석이 1만치는 느껴지지만 산호는..? 영 그래 보이지 않는다. 육지로 치면 버섯처럼 생긴 구석이 좀 있는데, 버섯은 균류이고 균류는 동물도 식물도 아닌 고유한 계(kingdom; 균계)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산호는 버섯과 달리 여전히 동물로 분류되어 있다. 체내의 세포 구조가 세포벽이 없는 형태에서 식물은 아니며 그렇다고 균류도 아니라 동물이라는 것이다. 단지 같이 공생하는 다른 식물 조류가 있을 뿐이라고..
산호도 진주처럼 주 성분은 탄산칼슘이다. 다이아몬드, 진주, 산호는 분명 보석이며 다이아몬드는 무기물 광물이기도 하지만, 금· 은 같은 귀금속에 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4. 외눈박이 동물?

사람을 비롯해 주변의 곤충, 동물들은 모두 눈이 두 개 달려 있다. 사고나 장애로 애꾸눈이 되더라도 그건 그 개체만의 문제이지, 안면에 눈알 2개의 자리 자체는 있다.
그런데, 아예 유전자 차원에서 눈이 하나만 달린 동물이 과연 있을까?

외눈박이는 굉장히 기괴하게 느껴지다 보니 도깨비라든가 게임 몬스터 따위의 특성으로 종종 묘사되었다. Doom 게임에서도 둥둥 떠다니는 카코데몬과 페인 엘리멘탈은 외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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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m의 후속작인 Quake에서는 몬스터들이 눈이 아예 없고 입만 달린 형태인 것 같더라만.. 이것들은 다 인간의 창작물이다.
궁금해서 검색을 해 봤더니.. 현실에서는 최소한 척추동물 이상의 고등한 동물 중에 외눈박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이 동물들에게 눈알은 두 짝씩 달아 주는 것을 디자인 원칙으로 삼으신 듯하다.

그 대신, 요각류, copepod라고 불리며 물에 살고 길이가 1~2mm급에 불과한 듣보잡 동물 중에는 외눈박이가 있다고 한다. 이런 것도 SF의 우주선과 현실의 우주선의 차이와 비슷한 걸까? 입이 없는 벌레만큼이나 무척 기괴한 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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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구제역

작년이야 전세계가 중공 염병 우한 폐렴 때문에 난리를 겪었고 그 여파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2010년 말부터 11년 초 사이엔 사람이 아니라 돼지 때문에 전국이 발칵 뒤집혀 있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구제역 때문에 말이다.

구제역 자체는 그 전에도 있었고 지금까지도 감기 유행처럼 찔끔찔끔 발생하고 있지만, 저 때만은 그야말로 0이 몇 개 더 붙은 전국구 수준의 궤멸적인 피해가 났었다. 살처분 보상금 기준으로 피해액이 다른 구제역은 수십~수백억 원이었지만 저 때는 조 단위였다.

이것도 초기 대응 실패로 인해 제주·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 구제역이 확 퍼져 버렸고.. 그 자체가 감염자를 무조건 죽이는 에이즈 급의 병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치료법도 없다 보니 여러 정황상 그냥 닥치고 매몰 살처분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 많은 가축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킬 수는 없으니..

지금이야 가축들에게 구제역 백신을 꼬박꼬박 시키고 있지 싶은데 저 때는 아직 그리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접종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백신은 미래의 예방제일 뿐 현재의 치료제가 아니므로 문제의 본질을 해결해 주는 물건이 아니고.. 또 한동안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반납하고 무역 같은 데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치사율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치료법이 없고, 그냥 무식하게 모든 개체들을 몽땅 떼어 놓거나 죽일 수밖에 없으며, 전국에 궤멸적인 피해를 냈고 백신 접종이 뒤늦게 시작됐다는 점에서 10년 전의 가축 구제역과 지금의 우한 폐렴은 살짝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타겟이 가축이다가 지금은 어째 인간으로 바뀌었을까?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은 것 같다.

내 기억이 맞다면, 식당에서 먹는 삼겹살의 1인분 가격이 저 때 1만원 이상으로 오르고 나서 다시 내리지 않고 있다. 원래 8000원 정도 하다가 말이다.

6. 미스터리 괴물??

198~90년대에는 과학 기술의 발전과 세기말 분위기가 합쳐져서 UFO, 초능력 같은 불가사의 신비주의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쏠려 있었다. 이에 대해 기독교계에서는 물론 크게 경계하며 반발했다.
그 당시에 과학의 불가사의라는 건 여러 카테고리로 나뉘었는데, 그 중엔 예티라든가 빅풋 사스콰치(sasquatch) 같은 정체불명 이족보행 괴물 부류도 있었다.

사스콰치에게 납치됐다가 탈출했다는 어떤 사람의 회고에 따르면.. "산에서 캠핑 중이었는데 한밤중에 누군가가 저를 슬리핑 백째로 번쩍 들고 어디론가 가더랍니다" 영락없이 보쌈(...;;)을 당했다는 묘사도 있었다. 이게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침낭이라는 물건을 접한 곳이었다.

허나, 서기 2000년을 넘어서 무려 2021년에 도달한 지금은..?? 불가사의니 신비주의니 하는 건 굳이 기독교계에서 반발하지 않아도 볼짱 다 봤고 거품이 알아서 사그라들었다. 상당수가 그냥 근거 없는 낚시나 사이비 유사과학이었기 때문이다.
버뮤다 삼각지대, 이집트 피라미드 무엇의 저주, 네스 호의 괴물, 히말라야 예티, 북아메리카 사스콰치 따위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고 불가사의 미스터리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들었다. 마치 UFO처럼 말이다.

일례로, 요즘은 개인이 초고성능 스마트폰 카메라로 밤에 천체 사진까지 찍는 시대인데도 1980년대에 비해 UFO 사진이 올라오는 건 없다시피하다.
예티는 증거랍시고 전해지던 윗머리 가죽이라는 게.. 멀쩡한 기존 동물(야크)의 것으로 밝혀져서 신뢰도가 수직 추락했다. 이런 식이다.

저런 괴물이 존재한다면 이놈은 저그와 프로토스 중에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인간으로 진화 중인 유인원인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연장선인지 등 다양한 관찰과 연구가 가능했을 텐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는 않았다.
물론 옛날에는 지금처럼 지식과 정보, 개나 소나 인증샷 동영상들이 넘쳐나고 투명하게 공유된다거나.. 외국의 각종 괴담이나 미스터리들이 신속하게 검증되는 때가 아니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엔 우리나라는 아직 외국 여행도 전면 자유화되지 못했었고, 무려 '유리 겔러' 아재가 염력(!!)으로 숟가락 구부리면서 마술사가 아닌 초능력자 행세를 하는 게 가능했다. 아기공룡 둘리가 "호이~ 호이" 거리면서 마법이 아니라 굳이 초능력을 구사한다고 주제가 가사에까지 묘사된 건 명백하게 그 당시의 사회적인 관심사가 반영됐던 설정이었다~! =_=;;

하지만 어린 시절에 예티에 대해서 읽었던 게 잠재의식 속에 남은 덕분에.. 훗날 퀘이크라는 게임에 나오는 제일 강한 몬스터인 섐블러(Shambler)는 뭔가 예티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영화 킬 빌 1에서 '오렌 이시이'가 윗머리 가죽이 뎅겅 잘리면서 죽는 장면에서도 예티의 윗머리 가죽이 떠오르고 말이다..;; 예티의 존재감이 강렬했던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1/04/13 08:35 2021/04/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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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의 관행들

군대라는 곳은 규율, 질서, ‘절도 있음’을 강조하는 집단이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무엇이든 구부리지 않고 ‘각 잡는 걸’ 아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부 관행은 비록 폼 나고 멋있어 보일지는 모르지만, 전투력과는 별 관계 없으면서 쓸데없이 삽질스러운 똥군기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1. 직각 식사와 거위걸음

위의 둘은 그야말로 군대· 군인의 상징이다만.. 실제로 해 보면 엄청나게 힘들고 부자연스럽고 불편한다. 현직 군인이라도 일상적으로 시행하는 건 무리이다.
한국군의 경우 쌍팔년도 급의 먼 옛날에는 심지어 병들에게도 싸제물 빼기의 일환으로 훈련소에서 직각 식사를 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부사관들조차 그냥 패스이고, 저건 최정예 사관학교 생도만의 한 달 남짓한 통과의례로 존재감이 많이 축소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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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거위걸음은 걷거나 달릴 때 무릎을 굽히지 않으면서 걷는 동작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매 걸음마다 다리를 반쯤 발차기 하듯이 고각으로 드는 게 포인트다. 팔은 반대로 자연스럽게 흔들지 말고 차렷 자세이거나 소총을 파지하거나, 아니면 거수경례 자세를 유지한다. 시선은 정면이 아니면 측면에서 이 행군을 관전하는 최고존엄-_-이나 지휘관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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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수백· 수천 명의 병사들이 동시에 똑같이 수행하면 굉장히 웅장하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직각 식사로도 모자라서 거위걸음 행군은.. 자유 진영 민주주의 국가보다는 과거에 전체주의 군국주의가 강한 나라 내지.. 오늘날의 북괴· 중국 같은 공산권 국가의 관행이라는 느낌이 든다. 마치 카드섹션 매스게임처럼 말이다.
라이온 킹 Be prepared 노래에서 하이에나 떼거지들의 행군 장면도 생각해 보시길..

총검술이야 냉병기 쓰던 옛날 군대 전술에서 유래되었지만, 저런 직각 식사나 거위걸음은 의외로 머스킷+전열보병 급의 옛날 군대하고도, 격투기 무술하고도 아무 관계가 없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국 무술이나 일본 닌자 어쌔신 같은 것도 사실 19세기 말에야 정립됐듯이, 저 둘도 그에 준하는 비슷한 시기에 서양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흑백 카메라 내지 후장식 총기의 등장 시기와 비슷하다.

2. 거수경례

군인은 각 잡는 차원에서 평상시에 고개조차 함부로 숙이지 않는다. 그래서 평범한 인사 대신 거수경례가 관행이 돼 있다. 뭐, 나치식 경례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제는 영구봉인 돼 버렸고..
여느 격투기 스포츠라면 대련 전에 상대방에게 인사 정도는 아무 제약 없이 고개를 선뜻 숙이며 한다는 걸 생각해 보자. 그런 데서 거수경례를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군대라고 해도 해군은 좁은 배의 복도에서 그 정도 팔 뻗을 공간도 없을 수 있기 때문에 경례를 더 약식으로 한다고는 한다.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경례 자세는 뭐 똥군기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성경에는 야전에서 얕은 개울물을 마실 때 경계하는 자세로 손으로 떠서 마신 사람 vs 그렇지 않고 팍 엎드려서 입을 수면에다 대고 벌컥벌컥 마신 사람을 갖고 군인 자질을 평가한 대목이 있다(삿 7:5-6). 그 유명한 기드온의 300 용사가 이 기준으로 선발되었다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할 점이다.

한편, 단재 신 채호 선생은 세수할 때도 고개를 안 숙여서 옷을 다 적셨다고 한다. 그건 개인적인 다른 신념 때문에 그리한 것이지, 군사적인 각진 멋을 추구했기 때문은.. 아니다. -_-;;

3. 불침번

인간이 만든 거의 모든 건물이나 시설에는 24시간 상주하는 경비원이 있다. 이는 군대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사람은 잠을 자야 하니 24시간 경비를 서려면 2명 이상이 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
또한 건물이 아니더라도 여러 사람이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오지로(폭우, 들짐승 등..) 야영이라도 갔다면 아무래도 교대로 불침번을 서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군대에는 위병소나 GOP 같은 곳의 외부 경계 근무와 별도로, 병사들이 지내는 생활관(내무반) 내부에서도 일정 주기로 불침번을 운용하고 있다. 이건 직각 식사나 거위걸음처럼 멋이나 간지는 전혀 없으면서 군생활의 스트레스와 난이도를 크게 올리는 주범이다.

군인들은 군대 일과표 상으로는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8시간 수면이 보장돼 있지만.. 며칠이 멀다 하고 돌아오는 불침번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수시로 중간에 잠을 깨야 해서 거의 절반 남짓밖에 못 자기 때문이다.
이건 뭐 완전한 근무도 아니면서 휴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식 같은 것도 아닌 이상한 관행이다. 안 그래도 군인 병은 마치 시내버스의 안전벨트 열외만큼이나 근로기준법에서 열외되어(최저임금..) 착취 당하고 있는데 불침번은 열정페이 착취의 최고 정점이 아닐까 한다.

심지어 과거에는 군 병원에서 병사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형식적인 불침번을 세웠다고 한다. 이건 불침번이 가능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가르는 기준부터가 명확하지 않고 그냥 부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여겨진다. 별 이유 없이 쫄병은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풀어진 채 그냥 놔둬서는 안 된다는 탁상행정에서 유래된 부조리이다. 질병이야말로 푹 자고 푹 쉬어야 빨리 낫는다는 게 기본 상식 아닌가?

내가 알기로 해군과 공군은 불침번 같은 거 없다. 마치 직각 식사라든가 심지어 수류탄(!!)처럼.. 훈련소 시절에만 잠깐 체험하고 그걸로 끝이다. 국군도 더 근대화 현대화되면 무식한 의지드립 강요 똥군기에서 벗어나서 내부 관행들이 더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생활관 내부를 24시간 제대로 지키고 싶으면 밤에 정식으로 당직병을 두고, 이튿날 아침에 온전한 근무 취침을 보장해 줘야 할 것이다.

불침번 교대자를 보면 컴퓨터의 연결 리스트 자료구조를 보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1/04/06 08:34 2021/04/0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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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0년쯤 전에 도스용으로 만들어졌던 프로그래밍 툴 중에는 자기 언어로 만들어진 예제 프로그램으로 그럴싸한 게임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었다.
QBasic의 경우, 포트리스 내지 Scorched Earth와 비슷한 형태의 턴 기반 슈팅인 '고릴라'가 유명했으며.. 길다란 뱀을 사방으로 적절히 조종하면서 아이템(?)을 먹는 퍼즐인 nibbles도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이템을 먹을수록 뱀은 길이가 더 길어지며, 머리가 벽은 물론이고 자기 몸통과도 부딪치지 않도록 조종을 잘 해야 한다. 그리고 레벨이 올라갈수록 뱀의 이동 속도가 더 올라가고 장애물도 더 많아져서 게임 진행이 더 어려워진다.
영문판 원판은 80*25 텍스트 화면에서도 아스키 그래픽 문자를 적절히 이용해서 글자 한 칸을 상하로 쪼개어 세로 공간을 두 배로 늘리는 편법을 구현했다. 하지만 한글판에서 제공된 nibbles는 문자 코드의 한계로 인해 그런 게 다 삭제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마소 말고 볼랜드 개발툴에서 제공한 예제 프로그램 중에는 가히 이 분야의 끝판왕이 있었다. 번듯한 체스 게임이 컴퓨터 AI까지 포함해서 소스가 통째로 제공되었던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거 기억하는 분 계신가..?
그런데 이게 bgidemo보다 훨씬 덜 유명하고, 본인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얘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아무 버전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예제는 아니었기 때문이지 싶다.
즉, 보급형인 Turbo가 아니라 기함급인 Borland라는 브랜드가 붙은 C++ 내지 Pascal을 설치하고, Windows 개발 환경에다 자체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까지 다 선택해야 얘를 구경하고 돌려볼 수 있다.

이 예제 프로그램의 이름은 볼랜드에서 개발한 C++용 Windows API 프레임워크의 이름을 딴 OWL Chess였다.
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Turbo Vision 기반의 도스용 체스 예제도 있었다. 체스판과 말을 그래픽 모드가 아니라 텍스트 모드에서 꽤 기괴한 색과 특수문자를 동원해서 표현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한 내역은 너무 오래돼서 잘 모르겠다.

Windows용 OWL Chess는 이런 식으로 동작했던 걸로 본인은 기억한다.

  • 16비트 전용이다. 32비트 에디션에도 포함됐다거나, Delphi 및 C++ Builder 같은 후대의 컴포넌트 기반 RAD툴로 리메이크 됐다는 소식은 내가 아는 한 없다. 그러니 얘는 Windows XP에서 실행됐을 때도, 저 스크린샷에서 보다시피 프로그램의 제목 표시줄에 테마가 적용돼 있지 않다.
  • 역시 저 스크린샷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창 크기는 고정 불변이다. 요즘처럼 모니터가 크고 화면 해상도가 높은 시대엔 크기 조절이 안 되는 프로그램은 사용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 키보드 포커스가 딴데로 넘어가서 프로그램이 비활성화 되면 즉시 게임판이 가려지고 pause 모드로 바뀐다.
  • 컴퓨터 AI는 1990년대의 바둑 같은 보드 게임 AI들이 그랬던 것처럼 규칙 기반으로 move를 평가하고, 재귀적으로 수읽기를 하면서 알파-베타 가지치기로 복잡도를 제어하는 식으로 구현됐다. 생각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멀티스레드라는 것도 없던 시절에 이 동작이 찔끔찔끔 idle time processing만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컴퓨터의 생각이 현재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는지가 수시로 현란하게 시각적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지겹지 않다.

하긴, 1990년대 초중반에는 프로그래밍깨나 공부 좀 한 사람들이 도스의 그래픽 모드에서 아기자기한 오목· 장기 게임을 구현해서 PC 통신 자료실에 무료로 공개한 게 많았다. 아, 심지어 화투 치는 고도리...도 그 시절부터 있었다.
또한 그 시절에 유명한 프로그래밍 기술 간행물이던 '비트 프로젝트' 시리즈에도 초창기엔 Borland C++로 개발한 Windows용 장기 게임이 있었다.

지금이야 국내에서 유료 판매까지 되고 있는 장기 게임 프로그램으로는 '장기도사'가 있다. 하지만 그 전에는 '바다장기'라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얘가 내 기억이 맞다면 저 원조 OWL Chess의 소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듯했다.
프로그램의 외형과 동작이 굉장히 비슷하게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또한 바다장기도 검색을 해 보면 16비트스러운 스크린샷밖에 안 나오는 게 더욱 비슷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서양의 체스와 동양의 장기가 완전히 동일한 게임은 아닐 텐데, 체스 AI를 장기 AI로 룰을 개조하는 건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원판 AI 코드도 move를 기술하고 평가하는 룰 계층만 바꿔 주면 어지간한 보드 게임의 AI에 모두 대응 가능하도록 상당히 추상적이고 깔끔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바다장기는 AI를 '추론 엔진'이라는 용어를 써서 표현했다.

일개 예제 프로그램의 체스 AI가 전문 상업용 AI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어디인가? 지금 저 프로그램의 소스를 다시 볼 수 있으면 보드 게임 AI의 구현과 관련해서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얘의 소스만 어디 github에 따로 올라와도 될 텐데 말이다.
본인은 체스는 룰조차도 모르지만.. 그래도 학창 시절에 오목과 스크래블이라는 보드 게임 AI를 연구했던 이력이 있는 사람이어서 이런 쪽에 더욱 흥미를 느낀다.

Posted by 사무엘

2021/03/17 19:35 2021/03/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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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4년부터 1767년 사이에 프랑스의 Gevaudan이라고 불리던 지역에서는 정체 모를 시커먼 괴물 맹수가 출현하여 사람을 죽이고 잡아먹어서 주민들이 극심한 공포에 떨었다고 한다. 총 희생자 수는 피격 210명에 사망자가 무려 113명에 달했다. 단시간에 여러 지역에서 한꺼번에 피해가 보고된 적이 있는 걸 보면, 한 마리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18세기이면 막 황당무계할 정도의 옛날이 아니다. 더구나 유럽에서 나름 수학과 과학이 발달하고 선진국 축에 들던 프랑스에서 저런 괴수가 나타났다는 것은 비록 사진이나 박제 현물이 없어서 아쉽지만, 문헌과 그림이 있고 외국의 동시대 기록을 통해 교차 검증까지 되는 100% 팩트이다. 단순 괴담 도시전설이 절대 아니다.

그럼 그 맹수의 정체는 정확히 무엇이었을까?
지금으로서는 그냥 커다란 늑대, 아니면 그냥 하이에나 같은 평범한 개과 부류가 아니었을까 추정되지만.. 당대 사람들은 단순 늑대가 아니라 beast라고 적었다.
덩치가 꽤 컸으며(특히 머리와 입과 이빨) 시커먼(검붉은?) 털에 온몸이 악취로 가득했다고 한다. 박제가 보존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도 지독한 악취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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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맹수라면 사냥감을 목을 물어 죽였을 텐데, 이놈은 강력한 턱과 이빨로 목이 아니라 말 그대로 대가리를 물어서 깨뜨리는 식으로 공격했으며.. 가축보다도 사람을 일부러 더 공격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정말 평범하지는 않아 보인다.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몬스터에 근접한 건지도..??
그나마 인간이 아닌 짐승인 덕분에, 도구를 쓰거나 뭘 던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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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와서 놈의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 군대까지 동원하여 의심 개체를 모조리 사살하고 토벌한 뒤부터는 다행히 이런 피해가 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건 마치 15세기에 스코틀랜드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잡아먹다가 결국은 발각되어 처형된 식인귀 소이 빈 패밀리..;;
19세기 말에 미국에서 수많은 양과 소들을 지능적으로 학살하면서 농장주들을 치를 떨게 만들었던 시튼 동물기 이리 왕 로보..
이런 얘기처럼 들린다.

인간이 기관총을 발명해서 자연 먹이 사슬의 최강자로 군림하기 전까지는 동양 서양 할 것 없이 산에서 호랑이나 늑대에게 물려 죽거나 심지어 잡아먹히는 사람도 매년  장난 아니게 많았다. 옛날 어린이들의 3대 재앙 중에 "호환"이 괜히 포함된 게 아니었다. 이를 생각하면 '제보당의 괴수'가 창궐하던 시절과 지금 사이에 참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괴짐승에 대한 온갖 묘사가 적혀 있고 독자가 그걸 읽으면서 짐승의 정체를 추론하는 게.. 무슨 성경에 묘사된 짐승의 묘사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한, 프랑스는 안 그래도 "미녀와 야수" 스토리의 원산지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는데, 그 동네에서 정체불명의 야수 괴수에 의한 끔찍한 인명 피해가 실제로 있었다는 것도 매우 놀랍다.
이 스토리는 이미 2001년에 <늑대의 후예들>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에서 영화화도 됐다. 영화로 만들기 좋은 소재인 것 같다. 한국 영화 <대호>의 프랑스 버전과 비슷하게 대응될까? ㄲㄲ 공포에 질린 주민들, 괴수 잡으러 파견된 사냥꾼, 그리고 괴수를 잡았다고 거짓 보고를 올리면서 비리를 저지르는 부패 정치인 등.. 뭔가 프랑스 식으로 정의를 추구한다는 냄새가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옛날에 아동용 반공물 내지 각종 반공 포스터에서 북괴 공산당을 딱 저런 괴물로 묘사하는 편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인적으로 제보당의 괴수의 이미지와 좀 오버랩 되는 것 같다.;; 물론 저 괴수보다는 작고 귀엽게(?) 그려졌지만.. (1950년대 어느 고딩들의 멸공 북진통일 퍼레이드 모습)

Posted by 사무엘

2021/03/15 19:33 2021/03/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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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식

(1) 간장이 용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듯이 기름도 마찬가지이다. 기름은 액체이지만 마신다고(...)는 안 하고 그냥 먹는다고 표현한다.

  • 생으로: 참기름이나 들기름이 여기에 속한다. 음식이 다 완성된 뒤 제일 나중에 소량 넣는다. 생산 단가가 높은 비싼 기름이 쓰인다.
  • 열을 가해서 굽거나 부치기: 계란 프라이, 스팸 구이, 전, 부침개처럼 납작한 냄비에다가 기름을 살짝 두르고 열을 가하는 요리들이다.
  • 열을 가해서 튀기기: 동그랗고 깊은 냄비에다가 기름을 물 붓듯이 쏟아붓는다. 감자 튀김, 통닭, 돈가스 등...

생으로 먹는 기름은 참기름, 들기름 등 각각의 재료가 명칭으로 쓰이지만, 열을 가하는 요리에 다량으로 쓰이는 기름은 그냥 '식용유'라고 퉁쳐져서 불리는 경향이 있다.

(2) 비슷한 음식들

  • 빵 vs 과자: 케이크는 법적으로 빵이 아니라 과자이다. 제빵이 아니라 제과에서 다룬다.
  • 곰탕 vs 설렁탕: 곰탕은 요리법에 따라서 덜 허옇고 맑은 형태인 것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차이점을 정말 잘 모르겠다.
  • 과일 vs 채소(야채): 구분이 의외로 불분명한 구석이 있다. 원래는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만이 과일이기 때문에 수박, 토마토 같은 건 과일이 아니다.
  • 국? 찌개? 전골? 스튜?: 수분과 건더기의 밀도로 구분하는 것 같던데.. 럭비와 미식 축구의 차이만큼이나 잘 모르겠다..;;

2. 명칭

(1) 나도 지금까지 생각을 진지하게 안 하고 있었는데.. GMT와 UTC는 마치 서울말 vs 표준어, 유니코드 vs ISO 10646과 비슷한 관계인 것 같다.
후자는 표준으로서의 명칭이고, 전자는 그 자체의 고유한 명칭이라는 차이가 있다.

(2) 어떤 물체가 회전하는 방향을 말할 때 '시계 반향 또는 반시계 방향'이라고 말하는 것이 관례가 돼 있다.
그런데 원탁에서 차례가 돌아가는 방향을 말할 때는 '고스톱 방향'-_-이라는 것도 좀 웃기긴 하지만 준 관례인 것 같다.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반시계 방향인 것이다. 수건돌리기, 육상 경기 등에서 사람이 뭔가 자연스럽다고 인지하고 도는 방향도 다 고스톱 방향이다.

(3) 우리나라의 헌정 체제는 1988년 이래로 지금까지 제6공화국이 30년이 훌쩍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좁은 의미에서 6공화국은 최초의 민주화 정권인 노 태우 시절만을 가리키기도 한다.
Windows NT라는 명칭도 이와 비슷한 사례인 것 같다. XP, Vista, 7, 8, 그리고 10까지 전부 다 NT 커널 기반이지만.. 좁은 의미만 볼 때는 얘는 초창기 버전인 NT 3 내지 4만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4) 엑셀: 자동차 이름이다가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 이름으로..
드론: 저그 일꾼 이름이다가 경량 무인 항공기의 명칭으로..
신천지: PC 통신 기반의 유명 사설BBS의 이름으로 유명하다가 이제는 유명 이단 종파 이름으로..

신천지는 대외적으로 자기 정체를 밝히지 않고 활동을 비밀스럽게 하며, 다른 교회에 침투도 몰래 교묘하게 해 온 편이다. 하지만 한때 코로나 대처를 병신같이 해서 나라를 뒤집어엎어 놓으니 이제는 자기들의 동선과 행적과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스타로 치면 다크 템플러나 클록킹 고스트가 플레이그를 맞아서 드러나 보이는 것과 비슷한 신세가 된 것 같다.

3. 수학 용어

(1) 평균 다음에 기하평균, 조화평균, 코시 슈바르츠 부등식이 나오는 건 일반적인(?) 대수학이고..
평균 다음에 분산과 표준편차 따위가 나오는 건 통계학이다.;;

(2) 유리수와 무리수는 rational에 대한 번역이 좀 이상하게 된 용어이니 ‘리’ 대신 ‘비’를 쓰는 게 더 낫다는 제안이 있다. 부동소수점보다 차라리 유동소수점이 더 나아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양함수와 음함수는 처음에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유리수/무리수보다 더 이상한 번역인 것 같다. explicit/implicit가 아니라 positive/negative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차라리 명함수/암함수가 더 낫다는 제안이 있을 정도로.. 수학 용어에도 이런 식의 우여곡절이 있다.

4. 대중교통 탑승 시의 휴대품

요즘 버스와 지하철이라는 대중교통에서는 다음과 같이 반드시 소지해야 하는 물건, 휴대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 몇 가지 존재한다.

  • 음식(X): (1) 이대로 당장 먹는 목적이 아닌 단순 식재료 또는, (2) 충분히 포장· 밀봉된 상태가 아닌 음식은 버스에 갖고 탈 수 없다. 전철에서도 일일이 단속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묵인하는 것이고 심지어 일부 역은 승강장에도 음식을 파는 가게까지 있긴 하다만.. 음식을 갖고 열차 안에 들어가는 건 권장되지 않는다. 더구나 이런 코로나 시국에는 더욱 말이다.
  • 마스크(O): 안 쓰면 이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
  • 접지 않은 자전거(△): 이건 버스에서는 무조건 불가능이니 전철에만 해당되는데, 차내에 반입 가능한 시기와 시간대가 노선별로 대동소이한 차이가 있어서 상황이 약간 복잡하다.

5. 사물, 기계

(1) 망원경과 현미경은 뭔가를 확대해서 보여주는 물건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확대하는 대상과 방식은 서로 완전히 다르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작게 보이는 놈 vs 크기 자체가 절대적으로 너무 작은 놈의 차이이다.
전자 현미경이 있듯이 전파 망원경도 있다. 그리고 망원경에 쌍안경 형태인 것도 있듯이 현미경도 광축이 하나인 놈과 둘인 놈이 모두 존재한다.

(2) 담배를 피우는 형태 내지 매체가 긴 파이프였다가 20세기 후반부터 간단한 종이 궐련으로 바뀐 것을 보면 총의 격발 형태가 후장식에 탄피로 간편하게 바뀐 내력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3) 텐트와 넥타이는 원래 형태도 있고, 더 쉽게 매거나 설치할 수 있는 원터치/자동 버전도 나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4) 처음 가 보려는 식당이 지금 영업 중인지 확인하러 전화를 거는 게.. 서버에다 ping 날리는 것과 무척 비슷하게 느껴진다.

(5) 자동차에 유턴 버튼이 있다면, 컴퓨터에는 컵 받침대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컵 받침대는 2010년대 이후부터는 차차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말이다.

6. 교통수단

(1) 풍매화와 충매화, 산란(난생)과 배란(태생) 같은 생물 원리를 보면 기계로 치면 외연기관과 내연기관의 차이를 보는 것 같다.
회와 구이는 전기 vs 열기관 정도? 민물과 바다는 직류와 교류에 대응하고 말이다.
동력기관이란 게 "왕복엔진 - 터빈 - 제트 엔진 - 로켓 엔진"의 순으로 스케일이 커져 있고, 전기 모터는 왕복엔진에서 가지를 뻗어 나가는 다른 계보 정도 되겠다.

(2) 가스 레인지와 전기 레인지의 관계는 마치 디젤 기관차와 전기 기관차의 관계를 보는 것 같다. 다만, 전기차가 배터리 문제 때문에 실용화가 어렵고 철도 차량에만 머물러 있는 것처럼.. 전기 레인지를 휴대용으로 만드는 건 좀 어려울 듯하다. 전기 전자 공학의 다른 모든 분야가 미친 듯이 발전해 왔지만 유독 전원· 전지 분야가 그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3) 우주의 항성과 행성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기관차와 객차가 같이 떠오르는 건..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궤도만 해도 orbit과 railway가 모두 대응하는 게 굉장히 절묘하다.

(4) 스포츠계에서 돔구장과, 교통에서 해저 터널(제주도 같은..)은 서로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위상의 떡밥인 것 같다. 날씨로 인한 단절--우천 취소, 결항-- 없이 안정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건설과 유지 비용이 살인적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5) 해수욕장 바다에는 이안류, 겨울철 도로에는 블랙아이스, 공중에는 윈드시어(난기류)가 각각 거기 있는 사람이나 교통수단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6) 고정익 비행기가 엔진이 갑자기 꺼져서 활강과 함께 서서히 추락하는 것, 배가 물이 새면서 서서히 침몰하는 것, 전화기가 충전이 안 되는 채로 시한부 인생이 돼 있는 것.. 다들 참 비슷한 심상이 느껴진다.

(7) 난 지금까지 연애는 휴스 H-4 허큘리스가 하늘을 날았던 것만치, 우리나라에서 석유가 나는 것만치, 한국인 노벨 상 수상자의 존재감만치 해 봤다.

Posted by 사무엘

2021/01/26 19:34 2021/01/2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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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경주

‘달리기’라는 동작으로 대표되는 육상 경주는 공이나 다른 도구 같은 게 일체 필요하지 않고 그냥 몸으로 달리기만 하면 되는 매우 단순하고 원초적인 스포츠이다.
성경에 등장하며(전 9:11) 심지어 신앙 생활에 직접 비유되기도 한 유일한 스포츠이다(고전 9:24, 히 12:1).

이 바닥은 축구처럼 태생적인 피지컬에 의존하는 면모가 강하다. 특히 순발력이 생명인 단거리로 갈수록 말이다.
그만큼 선수의 은퇴 연령도 낮은 편이다. 그리고 농구와 더불어 왠지 흑형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100 내지 200m짜리 단거리에서는 크라우칭(엎드린) 자세로 출발을 하며, 뒷바람이 2m/s 이상으로 불 때 수립된 기록은 인정되지 않는다. 일반 여객기가 제트 기류를 탄 덕분에 잠시 음속을 넘은 것 갖고 초음속 비행이라고 인정되는 게 아니듯이..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은 굉장한 고지대에서 열렸는데, 이것조차도 육상의 기록에 영향을 끼쳤다. 공기 저항이 작아져서 단거리에서는 호재였지만 장거리에서는 산소 부족 때문에 악재였다고 한다.

400m 이상 장거리 내지 마라톤으로 가면 지구력이 중요하지 스타트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선수들이 그냥 선 채로 떼거지로(?) 설렁설렁 출발한다. 특히 마라톤은 길이가 너무 길고 개최지마다 코스의 지형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대회의 기록을 비교하는 게 원래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비교하자면 마라톤 세계 기록은 2시간 1분~2분대로 좁혀졌고 2시간대가 간당간당하다.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는 공식 기록이 2018년 2시간 1분 39초였는데(독일 베를린 마라톤), 비공식적으로는 이미 2019년 1시간 59분 40초를 수립했다고 한다.
참고로 마라톤 코스는 높이 변화가 1km당 1m를 넘지 않는 평지여야 한다는 조건이 국제 육상 연맹에 의해 규정돼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생 동갑내기 마라토너인 황 영조와 이 봉주 이후로 21세기부터는 토종 육상의 명맥이 끊긴 상황이다. 그런데 어째 공교롭게도 옛날 손 기정과 남 승룡도 1912년생 동갑이다.

얼마나 재능이 뛰어나고 거기에다 살인적인 노력이 더해졌으면.. 일제조차도 내키지는 않지만 자국민 대신 조선인을 국대로 선발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이들이 어째 그 어렵고 힘든 마라톤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나란히 따 버렸을까? 너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손 기정은 나름 히틀러를 가까이에서 대면하고 악수도 한 유일한 한국인이다.

* 참고: 단거리 세계 기록

마라톤의 반대편 극단이라 할 수 있는 100미터와 200미터 달리기의 세계 최고 기록은.. 201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육상의 천재.. 자메이카 출신의 ‘우사인 볼트’(1986-)가 수립한 9.58초(2009)와 19.19초(2009)이다.

그럼 남자가 아닌 여자는..?
역시 흑인이지만 국적은 미국 토박이인 ‘플로렌스 조이너’(1959-1998)가 수립한 10.49초(1988)와 21.34초(1988)이다.
이 사람의 100m 신기록은 미국 내부의 올림픽 국대 선발전에서 나왔으며, 200m 신기록은 서울 올림픽에서 나왔다.

먼저 남자 얘기부터 하자면, 우사인 볼트는 뭐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세나 식사나 의상을 별로 튜닝 하지도 않고 설렁설렁 대충 뛰어도 금메달에 신기록이 그냥 제조되어 나왔다. 이건 다른 선수들이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격차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거 약의 힘이 아닌지 수상하다고 심판진이 눈에 불을 켜고 소변 검사 피 검사 별별 검사를 다 했지만.. 우사인 볼트에게서는 그 어떤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남자쪽과 달리.. 여자 쪽은 비록 공식적으로 약물이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약의 힘이 아니었나 의심을 받고 있다.
일단 기록이 30년이 넘게 깨지지 못했으며, 시간이 무려 서울 올림픽 시절에서 멈춰 있다.

저 선수는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정도까지 활동할 법도 했지만 88년을 끝으로 석연찮게 은퇴했으며, 40을 못 넘긴 젊은 나이에 석연찮은 병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것도 약물 후유증 때문이 아니었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때 짙은 화장과 치장을 하고 나온 건 약물로 인한 신체 변화를 감추려는 게 아니었나 싶고.. 그 당시 같이 뛰었던 외국의 경쟁자 선수들은 이 정도면 쟤는 약을 빤 게 틀림없다고 증언했다. 얼굴을 자세히 보면 호르몬의 왜곡으로 인해 수염이 나려는 것까지 감지됐다는데..;;

그런데 우리나라는 서울 올림픽 당시, 남자 육상에서 벤 존슨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복용을 적발해서 크게 한 건 터뜨렸던 반면, 여자 육상 쪽은 별 말 없이 넘어갔었다. 알 수 없는 일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12/26 08:33 2020/12/2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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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여 년쯤 전엔 당시 우리나라 국방부 장관이었던 분이 간담회를 하던 중에 “(...) 지금 아프리카를 보세요. 거기는 그냥 밀림 자연뿐이고 무식한 흑인들이나 뛰어다니는 곳입니다”라는 말을 내뱉는 바람에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아 물론, 저 사람은 군인과 공직자로서는 아주 유능하고 훌륭하고 청렴하기까지 한 분이었다. 그리고 저게 솔직히 말하면 우리 같은 사람이 흔히 갖기 쉬운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기도 하다.

심지어 소싯절에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해서 1950년대에 노벨 상까지 받았던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도.. 2007년경엔 “흑인은 유전자 차원에서 백인보다 지능이 떨어짐” 이런 말을 버젓이 해서 세계적으로 물의를 빚었으며, 늘그막의 이미지를 다 구긴 바 있다.

지능까지는 모르겠지만 아프리카 흑인들이 예나 지금이나 처지가 대체로 기구한 건 사실이어 보인다. 노예로 유난히 많이 팔려간 내력이 있으며, 2차 대전 이후에 그나마 유럽 강대국들로부터 해방되고 독립한 뒤에도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내전 벌이면서 여전히 못 사는 경우가 많다.

저 동네는 딱히 이슬람· 공산주의· 파시즘 따위가 적극 유입되지 않았는데도 과거에 이디 아민 같은 미친 독재자가 떡하니 나왔다. 쟤가 무슨 폴 포트나 히틀러나 김 일성, 마오처럼 무슨 이념에 사로잡혀서 맛이 가서 똘끼 학살극을 벌인 것 같지는 않다.

소말리아니 르완다니 하는 곳이야 오늘날까지도 상황이 어떤지는 두 말하면 잔소리다. 모잠비크와 짐바브웨는 완전히 경제 파탄 상태이며, 지금 우간다는 대통령이 동성애 반대하는 기독교인이라고는 하지만 뭔가 다른 방면으로 정상이 아닌 것 같다.;;; (사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토속 신앙을 제외하면 이슬람이나 가톨릭이 아니라 의외로 기독교가 강세이다. 정확히 무슨 교파인지는 모르겠지만..)

19~20세기에는 유럽인들이 제국주의 기류에 편승해서 흑인을 미개하고 열등한 인종으로 취급하고 식민지 착취를 자행하긴 했다. 유럽에서 한편으로는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하고 학교와 병원을 세웠으면서, 한편으로는 정치인· 기업인과 군인들이 저런 짓을 한 게 참 아이러니이다. 인간이 하는 일이 100% 다 선하거나 100% 다 악한 건 아니었을 테니..
그 중 벨기에의 레오폴드 2세는 고무 채취 할당량을 못 채우면 콩고 원주민들의 손목을 자르는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질렀다. 손목 다음엔 당연히 목을 쳤으며, 급기야는 마을 주민을 몽땅 몰살했다.

영국 같은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조차 그건 너무하다고 국제적으로 규탄하고 뜯어말렸을 정도였다. 도둑질 하다가 잡힌 죄인의 손목을 자르는 것쯤은 아주 양반으로 보일 지경이니... 벨기에나 일본처럼 제국주의 대열에 뒤늦게 뛰어든 나라들이 식민 통치 노하우가 없기도 하고 의욕만 넘쳐서 피지배 주민들을 더 잔혹하게 다스린 편이었다.

다만, 유럽 백인들이 처음부터 아프리카에서 저런 깽판을 쳤던 것은 아니다. 저건 항생제와 기관총이 발명된 뒤부터 가능해진 일이다.
그 전 18~19세기의 흑인 노예는 나름 거래를 해서 ‘사 온’ 것이었다. 그때는 총칼을 앞세워서 아프리카 땅 자체를 식민지화한 게 아니라, 노예를 사서 아프리카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 노예들은 아프리카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다가 하루아침에 무슨 테이큰 찍듯이 악마 백인들에게 납치 인신매매 당해서 노예로 팔린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본토에서도 이미 노예 신세이다가 유럽인에게 팔렸을 뿐이다. 마치 스페인의 코르테스가 아즈텍 제국을 멸망시켰지만.. 쟤들도 주변의 이웃 부족들을 식민지로 부려먹고 심지어 인신공양까지 시켜 온 것처럼 말이다. 오로지 유럽 백인 한 놈만 절대악인 게 아니다.

아프리카 대륙 내부의 흑인 부족들끼리도 아웅다웅 싸움이 있었으며, 진 부족은 이긴 부족의 노예로 전락했다. 이긴 부족은 그 노예를 유럽의 무역상들에게 팔고 백인들로부터 총이나 다른 물건을 샀다. 노예들은 유럽으로도 팔려가고 미국으로도 끌려갔다.

물론 처음부터 신분이 그랬다고 해서 유럽 백인이 노예들에게 저지른 가혹한 인권 유린이 정당화되는 건 아닐 것이다. 그 노예들을 배에다가 싣고 수송한 방식부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인간적이고 끔찍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Amazing Grace)의 작사자 존 뉴턴이 바로 이런 노예 무역선의 선장으로 재직하다가 본업을 때려치우고 노예 제도 반대  소신을 지닌 성공회 성직자로 전향했다. 저 찬송시가 써진 게 1770년대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 과거의 나치 유대인 수용소 vs 노예선)

한편, 조선은 흑인이 아니라 자국민 노비가 말기로 갈수록 좀 많아졌던 것 같다.;; 도대체 그냥 쌍놈 천민이랑 노비의 경계와 차이는 무엇인지, 단순 종이나 머슴은 무엇인지 이 시점에서 용어를 좀 정리하고 싶어진다.
뭐, 이웃 일본도 근대화 이전에 영주나 무사 같은 높으신 분들 말고 쌍것들의 생활이 참혹한 것은 변함없었다. 세금 부담이 너무 심해서 오죽했으면 낳았던 아이를 도로 죽여 버릴 정도였다(마비키).

훗날 일제가 조선의 주권을 빼앗은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물론 나쁜짓이었지만, 최소한 일제가 고종 휘하에서 오순도순 행복하게 잘 살던 조선인들의 평안과 안녕을 파괴한 건 아니었다. 어차피 더 빼앗을 평안과 안녕 자체가 별로 없던 지경이었다는 것도 생각할 점이다.;;

그리고 현대로 와서 일본군 위안부의 경우.. 일본놈들이 알바니아 트로포야 출신의 마르코라도 된 듯이 여자들을 마구잡이로 일방적으로 강제 납치한 게 아니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당장 조선인들끼리도 여자 인권은 가히 헬이었으며, 같은 동족 포주가 그 소녀들에게 일자리니 학업이니 알선해 주겠다고 꼬드기면서 사람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 놓곤 했다. 서양의 흑인 노예 무역이 돌아간 것과 비슷하게 돌아갔다는 뜻이다.

이 쯤에서 본질적인 의문을 하나 던져 본다. 인류 역사상 노예라는 건 어쩌다가 왜 존재하게 된 것일까?
단순히 사회 조직에서 하는 일의 지위가 갑이 아니라 을인 것만으로 노예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노예는 거주지 이동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가 현저히 침해받고 사생활과 사유 재산이 심각하게 제약받으며, 인생의 대부분을 남이 시키는 일만(그것도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 위주로) 해야 하면서 시세 대비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보수를 받는 비참한 사람을 일컫는다.

게다가 자기 신분이 자녀에게 세습까지 된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노예로 팔아 버릴 수도 있었다. 이런...

그 반면, 오늘날은 세상에 그 어떤 막장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그 일을 언제라도 때려치우고 나갈 수는 있다. 그런데 그마저도 금지돼 있고 목숨을 걸고 탈출해야 할 정도라면 노예 지수는 수직 상승한다. 북한 주민들이 비참한 노예 상태에 있으며 해방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기본적인 자유마저 박탈당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목숨 부지하기 위해 다른 인간에게 무조건적으로 굴종하게 된 것은 먼 옛날부터 있었던 일이다. 학교 안에 불량 학생 양아치와 호구 뺭셔틀이 있는 것만큼이나..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또한, 지금처럼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물자가 풍부해지고 선조들의 많은 시행착오 역사 자료가 쌓이기 전.. 옛날엔 집안을 다 말아먹는 사고를 쳐서 나가 죽는 것 외에는 도무지 답이 없을 때.. "목숨만은 살려 준다. 하지만 너는 이제 평생 내 밑에서 일하며 죄값을 갚아라" 이것만으로도 주종 관계는 아주 간단하게 형성됐다. 전쟁에서 졌다거나, 실수로 불을 내서 마을 전체를 태워먹었거나..

예수님이 사시던 로마 제국 시절에야 당연히 노예가 있었다. 일부 용감한 노예가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다 붙잡히고 주동자는 예수님처럼 십자가형을 당해 죽었다. 먼 옛날에 한국사에서도 '만적의 난'이라는 미수 사건이 있었고 말이다.
중세 봉건 시절에는 '농노'라고 전통적인 노예보다는 약간 권한이 생겼지만, 여전히 지주에게 속박된 반쯤 노예이면서 국가에 대한 의무도 져야 하는 이상한 중간 신분도 있었다.

물론 세상일이 무작정 노예만 총칼로 위협하면서 억지로 갈아넣는다고 다 이뤄지는 건 아니다. 벤허 시절의 갤리선 노 젓기는 일자무식 노예에게 맡기기에는 너무 어렵고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전문적인 자유민 노꾼이 담당했다고 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도 노예가 아니라 자유 평민이 고대치고는 꽤 후한 보수와 권한을 약속받고서 참여한 거라고 한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이집트에 노예 운용이 아예 없었다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피라미드가 다 지어졌으니 피라미드의 내부 구조를 아는 너희 일꾼들은 이제 죽어 줘야겠다" 괴담도 내가 알기로 괴담이 아니라 사실이었다고 함)

노예· 죄수를 무작정 선원이나 군인이나 공작원으로 양성하는 것 역시 비슷한 이유로 인해 영화적 과장이 아주 많이 들어가며 현실성이 별로 없다. 우리야 조선의 청년들을 강제 징용한 일제를 나쁜놈이라고 욕하겠지만, 놈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상황이 다급해도 조선인들에게 안심하고 믿고 총을 쥐어 주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백인들이 신대륙 식민지를 개척하고 거기 원주민들을 죽이거나 노예로 만든 것은 앞서 언급했던 아프리카 개척보다 훨씬 전의 일이다. 그때는 기관총이 아닌 대포와 화승총만으로 원주민들의 냉병기를 꺾었던 때였다.
아프리카는 뭐랄까 유라시아 같은 구대륙도 아니고, 아메리카나 오세아니아 같은 신대륙도 아니면서 딱히 세계사에 등장하는 일도 별로 없고 존재감이 참 거시기하다.

어디까지가 단순한 종이다가 어디부터가 노비, 노예의 범주에 드는지는 판단 기준이 다소 주관적인 구석이 있다.
다만, 성경은 고대 사회에 존재하는 종(servant)이라는 신분 자체는 인정한다. slave 노예가 아니라 servant이다. 넓게 보면 현대 사회에서 월급 받는 피고용자 직원도 종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신약에서 말하는 "너희 주인에게 순종하라" 하는 문맥에서 말이다. 노예는 계 18:13 같은 데서나 극히 드물게 등장한다.

아프리카부터 시작해서 노예라는 주제로 여러 시대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다루게 됐다.
사람의 신분과 계층의 차이는 결국 죄 때문에(일진 양아치), 혹은 반대로 죄를 방지하고 막기 위해(공권력), 또 죄값을 갚기 위해 같은 여러 이유 때문에 존재하게 됐다. 물론 그 지위를 이용해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가혹하게 착취하고 유린하는 경우도 당연히 왕창 많다. 이것이 인생이다.

이렇게 인간 사회에서 보편적인 현상을 근거로 인종의 우열을 논한다거나, 한쪽만 절대적인 선 내지 절대적인 악이라고 몰아세우는 건 부질없는 짓이라 하겠다. 현대 사회는 과거의 선조들이 겪은 시행착오들을 많이 개선해서 사회 구조와 삶의 양상을 많이 바꿔 놓긴 했지만, 양상만 바뀌었지 또 다른 형태의 노예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 갈다.
그리고 글을 맺으면서 생각해 봐도 아프리카는 그 잠재성에 비해 상황이 너무 안습한 지경인 건 틀림없다. =_=;;

Posted by 사무엘

2020/12/16 08:35 2020/12/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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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처럼 컴퓨터의 문자 인코딩이 유니코드로 천하통일이 되기 전엔 국내에서는 2바이트 완성형과 조합형 한글 코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완성형은 94*94 격자 모양의 단순하고 국제 규격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인코딩돼 있었지만 한글의 구성 원리를 무시하고 한글을 난도질했다는 비판을 떠안고 있었다.

완성형은 “한글 vs 비한글”을 구분하고 처리하는 데 유리했다.
그에 비해 민간에서는 “한글 글자 vs 낱자”의 처리가 더 용이한 조합형이 훨씬 더 대중적으로 쓰였다. 그도 그럴 것이 640KB 기본 메모리를 1KB라도 더 확보하려고 목숨 걸던 시절, 메모리 모델이 어떻고 far 포인터가 어떻고 이러던 시절에.. 한글 처리를 위해서 2350자 테이블을 내장하고 다닌다는 건 성능과 효율로나 민족 정서(?)로나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명목상 국가 표준은 완성형이었기 때문에 마소 역시 도스와 Windows의 한글판을 전적으로 완성형 기반으로 만들었다. 완성형은 두벌식과 마찬가지로 그 시절에 소프트웨의 한글판을 필요 이상으로 더 무겁게 만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다만, 이건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표준을 이상하게 만든 게 잘못이지 마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Windows 3.1이야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한글 IME로 똠, 펲 같은 글자가 입력되지 않았으며, 또ㅁ, 페ㅍ이라고 글자가 풀어졌다. ‘썅’은 2350자에 속해 있는데 중간의 ‘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썅’까지 덩달아 입력할 수 없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쌰’를 입력하면 ‘ㅆㅑ’라고 잘 갈라지는데, 두벌식에서 ‘있’ 다음에 ㅑ를 입력하면 ‘이ㅆㅑ’가  되지 않고 뭔가 올바른 동작이 나오지 않았던 걸로 본인은 기억한다.
이런 것들이 한글 입력기, 특히 특정 문자 입력 제한이 걸린 두벌식 입력 방식을 구현할 때 고려해야 하는 복병이다. 날개셋이야 이 분야 전문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도 다 정상적으로 처리해 준다.

그럼 차기 버전인 Windows 95는 상황이 어땠을까?
Windows 95는 오늘날 세계 표준 문자 집합 겸 인코딩인 유니코드, 특히 유니코드 중에서도 버전 2.0이 한창 제정되고 있던 와중에 개발되고 먼저 출시되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 년 전 유니코드 1.x 시절에는 완성형 2350자만 그대로 제출하는 삽질을 저지른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유니코드 2.0에서 문자 체계를 싹 재정비하는 인류 역사상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을 때.. 한글을 11172자 모두 순서대로 등록하려는 과감한, 역사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래야 글자 코드값으로 자모 정보를 쉽게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스타에다 비유하자면 종족 밸런스를 앞으로 다시는 바꾸지 않는 1.08 패치와 비슷한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세계를 설득해야 했다.
다른 나라들은(특히 일본과 중국도) BMP 영역의 1/5 가까이를.. 그것도 사용자가 1억도 채 안 되는 언어의 고유 문자로 싹 도배하려는 한국을 고깝게 보고 이의를 제기했다.
유니코드 회의에서 누가 발언권을 얻으려면 한화로 억대에 달하는 회원 등록비도 많이 내야 하는데, 이런 비용을 한컴 같은 기업에서 많이 후원해 줬다. 저 때는 삼성전자도 훈민정음 워드 같은 프로그램이나 간간이 만들었지, 지금 정도로 IT계에 세계구급 영향을 행사하는 기업이 아니었다는 걸 생각해 보자!

이런 우여곡절 끝에 한글 11172자는 1996년 7월, 유니코드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서 성공적으로 등재되었다. 이거 내막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도 1981년 서울 올림픽 바덴바덴의 기적에 맞먹는 외교 승리라고 여기고 칭송한다. 올림픽은 52:27의 압승이라도 했지만 11172자 등재는 찬성이 반대를 한 표 차이로 정말 간신히 꺾은 거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Windows 95는 유니코드 2.0이 정식으로 발표되기 미묘하게 약간 전에 출시되었다는 것이다. 한글판도 1995년 11월 말에 출시됐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글꼴과 코드 변환 테이블은 이미 유니코드 2.0을 기준으로 맞춰져 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유니코드 2.0에다가 한글을 2350자가 아니라 11172자를 몽땅 집어넣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했다. 유니코드가 아닌 기존 2바이트 인코딩 중에도 한글 11172자 표현이 가능한 놈이 있어야 했다.
그럼 Windows가 처음부터 조합형 코드로 개발됐으면 좋았겠지만 모종의 이유로 인해 그리 되지 못했고.. 결국은 기존 완성형에다가 지저분한 독자적인 편법을 동원해서 비완성형 한글을 끼워넣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그 이름도 유명한 확장완성형, 일명 CP949 인코딩이다.
KS X 1001은 한글 2350자, 한자 4888자 등을 포함하는 그 2바이트 완성형 문자 집합/코드이고, KS X 1003은 역슬래시를 원화로 대체한 그 한국 특유의 1바이트 영문/숫자 아스키 문자 집합이다. 이 둘을 합쳐서 EUC-KR이라고 부르고, 여기에다가 확장완성형까지 추가하면 CP949가 된다. 집합 관계를 정리하자면 (KS X 1001 ∪ KS X 1003) = EUC-KR ⊂ CP949이다.

(참고: KS X 1002는 완성형 형태로 현대 한글, 옛한글, 한자를 추가로 정의하는 규격이다. 하지만 KS X 1001과 병용하는 인코딩 규칙이 제정되지 않아서 컴퓨터에서 실제로 쓰인 적은 없는 캐잉여이다. 얘는 애초에 유니코드 1.1에다가 글자를 추가로 등록할 근거를 마련하려고 어거지로 만든 문자 집합에 지나지 않는데, 이제는 유니코드 1.1 자체도 오래 전에 흑역사가 됐으니 더욱 의미와 존재감이 없다.)

이렇듯, 확장완성형이라는 건.. 비록 처음에 첫단추를 잘못 끼우긴 했지만 뒤늦게 유니코드 2.0에라도 한글을 11172자를 순서대로 다 집어넣기 위해서 도입한 2바이트용 타협 절충안이었다. 마소에서는 한국 편을 들면서 도와 주면 도와 줬지, 최소한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 건 절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당시에는 마소에서 완성형에다가 그보다 더한 확장완성형까지 집어넣어서 한글을 난도질한다고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한컴에서도 아래아한글 도움말 및 제품 광고에서 이 괴담을 어느 정도 활용하고 부추겼다.

왜 한글을 난도질 하느냐 하면, 확장완성형은 이미 2350가 조밀하게 순서대로 배치된 건 그대로 유지하면서 나머지 틈새에다가 비완성형 8822자를 집어넣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겉보기로는 11172자가 모두 배당되지만 문자의 코드값 순서가 그 문자의 사전상의 배열 순서와 일치하지 않게 된다. 사전 순 정렬을 하려면 코드값을 별도로 보정을 해야 한다.

물론 코드값만으로 문자를 정렬할 수 있는 게 가능하지 않은 것보다는 더 직관적이고 깔끔하고 낫다. 하지만 오늘날 유니코드는 시간 차를 두고 뜬금없이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추가된 문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특히 한자~!!), 거시적으로 봤을 때 코드값만으로 문자들을 정렬하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고 무의미해져 있다.

뭐, 이것도 논란이 다 끝난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니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 2바이트 한글 코드만 단독으로 생각하던 시절에 확장완성형이 답답하고 지저분하게 보이는 것도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그리고 마소는 훗날 IMF 때 경영난에 빠진 한컴에다가 돈줄을 대 주는 대신 아래아한글의 개발을 중단시키려 했던 바 있다. 그러니 확장완성형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 실드를 감안하더라도 마소에 대한 국민 감정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 시절 Windows 95는 유니코드 2.0의 정식 도입을 선도하면서 온전한 한글 11172자의 입출력이 가능해지려는 과도기에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참고로 95 말고 Windows NT는 도스 짬뽕이던 기존 Windows와 달리, 1993년 첫 버전부터 2바이트 wide char 유니코드 기반이었다. 얘도 유니코드 2.0이 정착할 무렵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정식 한글판이 나올 수 있었다. 3.51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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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 NT 3.5 한글판의 ‘베타 버전’ 평가판. 이건 Windows NT의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한글판으로, 정말 엄청난 희귀 레어템이다. 마치 Windows 2.x의 듣보잡 한글판처럼 말이다.

저 화면에서 한글 글꼴은 기존 Windows 3.1의 돋움체(큐닉스 제작) 8포인트이다. 하지만 영문은 정체를 모르겠다. W와 i의 폭이 다른 가변폭인 걸 보니 같은 돋움체의 영문은 아닌데, Arial은 물론이고 심지어 후대에 등장한 Tahoma나 Verdana까지 그 어떤 영문 글꼴도 저 크기에서 9나 5의 획이 저렇게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저 영문 모양이 내가 보기에 전혀 낯설지는 않다.
마소에서 개발한 1990년대 옛날 프로그램의 스플래시 화면 내지 About 대화상자에서 Copyright 문구가 저런 스타일의 글꼴로 표시된 걸 본 것 같기도 한데..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다.

내 기억이 맞다면 Windows NT 3.51의 정식 한글판은 3.51의 특성상 Windows 3.1과 같은 구형 UI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한글 글꼴은 이미 Windows 95 한글판과 동일한 한양 시스템 글꼴로 갈아탔다.
Windows NT의 역사에서 유니코드 1.1 방식 한글이 존재했던 적은 내가 아는 한 없다. 만에 하나 있다면 그건 조합형 코드를 잠깐 썼었다고 전해지는 MS-DOS의 초창기 한글판만큼이나 완전 전설 속에나 존재하지 싶다.

이렇게 95건 NT건 온전한 11172자짜리 유니코드 2.0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95의 한글 IME를 써 보면.. 구버전인 Windows 3.1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2350자밖에 입력할 수 없었다. 다만, “있+ㅑ”일 때는 ㅆ이 뒷글자로 넘어가지 않도록 로직이 약간 개선돼 있었다.;; ㅎㅎ

사실, Windows 95의 한글 IME는 확장완성형을 기반으로 11172자를 모두 입력하는 기능도 구현은 돼 있었다. 하지만 그걸 기본적으로는 봉인해 놓았으며, 사용 여부를 별도의 유틸리티를 통해 따로 지정할 수 있었다!
바로, C:\Windows 디렉터리에 있는 iso10646.exe라는 30KB짜리 자그마한 프로그램이다. 역시 괜히 과도기였던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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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UI에는 유니코드니 완성형이니 같은 말은 없고 그냥 "ISO 10646 사용 여부"가 전부였다. 유니코드의 문자 집합을 가리키는 표준 규격 명칭이 ISO 10646이기 때문이다.
전체 사용 아니면 특정 프로그램에서만 사용.. 이런 걸 지정해 주면 타 프로그램에서 똠쌰 등등의 글자를 입력할 수 있었다.

신기한 것은 Windows용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도스용 mshbios의 한글 입력기까지 이 설정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설정값을 레지스트리가 아니라 파일에다 저장했던가 보다. 아니면 도스에서도 레지스트리 파일에 저수준으로 접근을 했던지..

확장 한자의 사용 여부를 옵션으로 지정하는 것처럼 2350/11172자 입력 범위도 그냥 IME의 옵션으로 지정하면 됐을 것 같은데 굳이 별도로.. 제대로 문서화되지도 않은 프로그램에다 저렇게 꽁꽁 숨겨 놨다.
부작용을 어지간히도 의식했는지 각종 프로그램별로 입력 범위를 달리 지정할 수 있게 신경을 썼다. 즉, 여느 평범한 IME 옵션이 아니라.. 날개셋으로 치면 응용 프로그램별 동작 보정 옵션과 비슷한 걸로 취급한 것이다.

훗날 MS Office 97이 나왔고.. 그 중 Word는 단품으로 따로 팔기도 했다.
마소 역시 한컴 진영의 조합형 한글 마케팅을 많이 의식했는지, 신문 광고에서 조그맣게.. "우리 마소 제품에서도 똠방각하 펩시콜라 찦차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 문구와 함께, iso10646 프로그램 사용법을 소개해 놓기도 했었다.

본인은 학창 시절에 그 광고를 직접 본 기억이 있다.
지금도 구글에서 iso10646.exe 라고 검색해 보면 옛날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마소의 전략은.. 요런 프로그램을 몰래 집어넣은 뒤, 확장완성형이 계속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Windows 95는 그딴 거 지원한 적 없다고 발뺌 하면서 2350자 기존 완성형에만 머무르면 될 것이고,
한글을 2350자밖에 입력 못 한다고 욕먹는 게 더 크면, 저 비장의 프로그램을 음지에서 양지로 끄집어내려는 속셈이었던 것 같다. 쉽게 말해 간보기 전략이다.

그러다가 Windows 98부터는 이런 간보기가 없어지고 그냥 모든 프로그램에서 확장완성형까지 활용한 11172자 한글 입력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나중에 Office 2000과 함께 옛한글 입력기가 도입됐을 때는 이제 마소의 제품이 옛한글의 표현 능력도 아래아한글 97과 한컴 2바이트 코드를 추월하게 됐다.

이상이다. “라떼는 말이야” 같은 얘기가 좀 길어졌다.. ^^
25년 전, Windows 3.1에서 95로 넘어간 것은 정말 엄청난 격변이었다. 하지만 Windows 95와 98 사이에도 컴퓨터 환경은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가정용 PC의 평균 램 용량이 4~16MB대이던 것이 그 짧은 기간 동안 32~128MB로 순식간에 뻥튀기 됐다. PC 규격도 이것저것 많이 바뀌고.. 또 무엇보다도 이 사이에 유니코드 2.0이 제정되었다. 운영체제 차원에서 UTF-8 인코딩이 직접 지원되기 시작한 최초의 Windows가 바로 98이다.

Windows에서 완성형 2350자에 구애받지 않고 한글 입력이 가능해지기까지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다.
Windows 98은 현대 한글이 완전히 해금됐고, 지난 Windows 8 (2012)부터는 옛한글까지 해금됐으니 참 격세지감이다. 그 사이의 XP는 입력 프로토콜이 IME에서 TSF로 넘어간 과도기였고 말이다.

그런데 정작 옛한글 말뭉치를 엄청나게 많이 구축한 21세기 세종 계획은 이것보다 미묘하게 일찍 진행된 바람에 비표준 한양PUA 방식으로 결과물을 산출해 버렸으니 타이밍이 안습했던 구석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1/09 08:35 2020/11/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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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에게 30여 년 전의 어린 시절부터 친숙했던 비디오 게임 장르는 액션/아케이드 계열이다. 사람 주인공을 화살표 키로 움직이고, 장애물을 직접 뛰어넘고 적을 공격하는 형태 말이다.
그것 말고 다른 장르는 생소했다. 그나마 전략 시뮬은 듄, 워크래프트, 스타 때문에 알게 됐다. 그 전에 삼국지 같은 건 실시간이 아니라 턴 기반 전략 시뮬이었던가 보다.

롤플레잉은 내가 즐겨 하지는 않았지만 주변 친구 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알음알음 접했다. “RPG 쯔꾸르” 같은 툴로 자기가 직접 시나리오를 짜서 게임을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툴은 정교한 트리거 편집 기능을 갖춘 스타 캠페인 에디터보다도 customize의 자유도가 더 높고, 그렇다고 아예 코딩을 직접 해야 하는 게임 엔진 SDK보다는 폭이 좁은 수준인 것 같다.

그럼.. ‘어드벤처’라는 장르는? 잘 모르겠다. 남이 하는 것도 거의 못 봤다. 그 이름도 유명한 “인디아나 존스”, “원숭이 섬의 비밀”이 이 장르라고 하나.. 본인은 1990년대 컴퓨터 잡지를 통해 이름만 들어 봤지 해당 작품을 당대에 직접 구경해 보지 못했다.
다만, 본인의 기억에 남아 있는 건 1992년 말, 초딩 시절 모 컴퓨터 잡지에서 봤던 “어둠의 씨앗”(Dark Seed)라고 640*350 EGA에서 실행됐던 독특한 게임이다.

요런 게임은 주인공을 화살표 키를 누르는 게 아니라 마우스로 화면에 표시된 목적지를 찍어서 이동시킨다. 실시간 3D 그래픽이란 게 없던 관계로, 화면은 그냥 방 단위로 바뀌며, 모든 그래픽은 그냥 도트 스프라이트이다.
하지만 방 안에서 원근법이 구현돼 있기 때문에 카메라에서 멀어지면 주인공의 겉보기 크기도 작아진다. 게임이 실제로 돌아가는 모습은 먼 훗날 유튜브를 통해서나 구경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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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그로부터 3년쯤 뒤인 1995년에는 ‘시에라 온라인’이라는 게임 개발사에서 Phantasmagoria(판타즈마고리아)라고.. 읽기도 힘들어 보이는 대작 어드벤처 게임을 내놓았다. 장르는 호러..;;

귀신 나오는 haunted house에 주인공이 들어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 한 화면에서 주인공을 클릭 해서 이동시키는 것 등 전반적인 UI와 느낌은 어둠의 씨앗과 아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얘는 온통 인게임 시네마틱으로 가득하며, 주인공 이동도 전~부 블루스크린 치고 영화 스튜디오에서 실사 촬영한 스프라이트로 구현했다..;; BGM 중에는 합창단 코러스도 있고.. 그야말로 반쯤 영화, 반쯤 게임을 표방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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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인게임 컷씬쯤은 몽땅 3D 엔진으로 처리했겠지만 저 때는 그게 가능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록 실사 추출 스프라이트라고는 하지만 겨우 256색 저해상도 비디오에서 많은 걸 바랄 수는 없다. 그저 그런 화질에다 배경과 스프라이트가 제대로 융합되지 못하고 붕 뜬다. ㅎㅎ

압축도 빡세게 하기 어려웠는지 저 게임은 7개 챕터(레벨)에 서너 시간 남짓한 플레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CD 7장..;; 분량이었다. 디스켓을 갈아 끼우듯이 CD를 갈아 끼워야 했다.
25년 전의 가정용 PC 환경이 그만치 열악했다. 그리고 실사 영상을 후처리해서 깔끔하게 256색용 스프라이트로 만드는 건 굉장히 노동집약적이며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기술 얘기가 좀 길어졌다만, 이 게임은 주인공이 나름 미녀이다(단, 유부녀). 나중에는 남편이 악마가 빙의하여 맛이 가 버리고, 주인공을 형틀에 묶어서 죽이려 한다. 우리의 주인공은 양손이 몽땅 결박당하기 전에 기지를 발휘해서 정당방위 차원에서 그 남편을 죽이고 초췌한 모습으로 집을 빠져나가게 된다. 이게 게임의 스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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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기술적으로 꽤 근성어린 시도를 했지만, 스토리는 꽤 허접 빈약하고 남는 건 잔혹한 호러 컨텐츠밖에 없다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똘끼어린 문제작 취급을 받긴 했어도 그래도 당시에는 유명세를 타서 물건이 많이 팔리기도 했다고 한다. 수지가 맞았으니 후속작까지 나올 수 있었다.

작중 주인공의 이름은 에이드리언(Adrienne)이다. 같은 발음이 스펠링을 저렇게 쓰면 여자 이름이 되고, Adrian이라고 쓰면 남자 이름이 되는 것 같다(에이드리언 카맥.. 남자). 실제 배우는 Victoria Morsell인데.. 그냥 무명 배우이고 현재까지 이쪽 일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Dark seed의 경우, Mike Dawson이라는 주인공 이름과 정체성을 개발자 자신에게서 그대로 따 온 반면, 저 작품은 그리하지 않았다.
Beyond: Two Souls (2013)이라는 게임에서는 유명 배우 엘렌 페이지의 얼굴을 차용한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3D 폴리곤 모델이지 옛날 같은 실사 스프라이트는 아니라는 차이가 있다.

이런 엄청난 게임을 기획한 사람은 시에라 온라인의 공동 창업자인 윌리엄스 ‘부부’ 중.. 남편 말고 부인인 Roberta Williams였다. 이 사람이 정말 여장부였던 것 같다. 평범한 주부이다가 갑자기 게임 기획 쪽으로 각성해서 90년대 어드벤처 장르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판타즈마고리아 게임의 잔혹한 고어 묘사에 대해서도.. 우리 게임은 동시대의 Doom이나 Mortal Kombat 시리즈에 비해 그렇게 심할 것 없다면서 쿨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 부부는 결혼을 일찍 했고 소싯적에 게임 개발로 성공해서 돈도 많이 번 덕분에.. 2010년대에는 은퇴해서 여기 저기 크루즈 여행을 다니며 풍족한 노후를 보내고 있댄다. 누구처럼 아예 우주로 나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디 어설픈 사업이나 투자하다가 먹튀 하고 몰락하는 것보다는 나은 모습인 것 같다.

판타즈마고리아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구나.. 이걸 근성으로 플레이 하고 컷씬들의 대사와 스토리 진행을 리스닝만으로 친절하게 요약해 놓은 블로그 글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저 게임 자체는 불친절하게도 자막이 나오는 게 없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소개하고 싶은 게임은 왕년에 페르시아의 왕자로 스타 개발자에 등극했던 조던 메크너가 기획하여 1997년 초에 내놓은 또 다른 문제작 Last Expres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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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3인칭이 아니라 1인칭 구도이다. 물론 3D 엔진 기반인 건 아니지만 시점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경은 1914년 7월,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의 파리-이스탄불 오리엔트 급행 열차이다. 메크너 아재가 그 시절의 열차 인테리어와 운행 시각표까지 찾아가며 고증을 꼼꼼히 신경 써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특징으로, 얘는 페르시아의 왕자 시절부터 로토스코핑 덕후였던 제작자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위에 보다시피 모든 그래픽이 만화영화풍의 그림인데.. 전부 실사 영상을 본따서 디자이너들이 별도의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 때문에 실사 사진을 보정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시간과 제작비가 소모되었을 것이다. 얘는 CD 3장 분량이었다.

얘는 전무후무하게 참신한 실험 시도로 인해 작품성과 비평 쪽으로 수작.. 혹은 긍정적인 의미로의 문제작 칭호를 받았다. 팔리기도 10만 카피 정도 팔렸다. 하지만 이건 수 년 동안 너무 많이 소모되었던 제작비를 건지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상업적으로는 흥행에 실패했다. 다만, 이렇게 된 것에는 제작사가 상황이 안 좋아서 제품의 홍보와 마케팅을 제대로 못 한 잘못도 있었다고 한다.

이상이다.
요약하자면, (1) 3D 없이 재래식 기술만으로 (2) 통상적인 액션/아케이드/롤플레잉 장르가 아니면서 (3) 영화 같은 서사와 스토리텔링을 집어넣은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주제로 몇 가지 대작 작품을 살펴보게 됐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소설인데 1부터 N까지 수십 개의 짤막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섹션의 끝에는 “이 사람의 제안에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예’는 x번으로 가시오. ‘아니요’는 n번으로 가시오” 분기로 가득한 멀티엔딩 형태의 책도 있었던 것 같다. 이건 반쯤 게임, 반쯤 소설인 건지?
작가가 이런 거 만드는 게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웠을 텐데 나름 참신한 구성이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0/10 08:35 2020/10/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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