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나라의 인천 국제공항은 경부 고속철도 내지 서해안 고속도로와 비슷하게 1992년쯤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2001년 3월 29일에 개항했다. 외국 여행이 전면 자유화되고 나니, 기존의 김포 공항만으로는 폭증하는 항공 수요를 도저히 다 감당할 수 없겠다는 게 예측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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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에서는 서울-부산 간 육상 트래픽의 폭주를 해소하려 고속철을 만들었다. 그것처럼 나라 사이에는 항공 트래픽 폭주를 해소하려 공항을.. 둘 다 비슷한 시기에 구상하고 만들기 시작했다는 게 흥미롭다.

고속철이 대전-천안 시험선의 건설부터 시작됐다면, 공항은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를 간척하는 어마어마한 토목공사부터 시작됐다. 건물을 올리기 전에 건물을 지을 땅부터 확보해야 하니 말이다.
여객터미널과 부속 시설들의 공사는 1996년쯤부터 시작됐다. 참고로 고속철의 경우, 1998년에야 KTX 제 1호차가 처음으로 수입돼 들어왔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개발 과정에서 베타테스트라는 걸 하고.. 철도 노선이 새로 개통하기 전에는 몇 달에 걸쳐 시운전을 한다.
그것처럼 인천 공항도 개항을 앞두고 모든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세계 각국에서 날아오는 비행기들을 잘 처리해 내는지 테스트를 꼼꼼히 했다.

2.
그리고 인천 공항의 정식 개항 하루 전이던 2001년 3월 28일, 이때 국내의 메이저 항공사이던 대한 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본진을 옮기는 대공사를 벌였다.
김포에서 마지막 비행기를 띄운 뒤, 미리 싸 둔 어마어마한 양의 이삿짐들을 인천 공항으로 날랐다. 김포에 주기돼 있던 비행기들 수십 대도 인천까지 초단거리 비행을 시켜서 밤 늦게까지 차곡차곡 자가비행 탁송(?)했다.

그 비행기는 김포에서 겨우 인천을 가더라도 최단거리 직선으로 날아가는 게 아니라, 규정된 항로를 따라서 안양 부근을 찍고 훨씬 더 길게 우회해서 빙빙 돌면서 갔다.
이건 지하철 개통을 앞두고 거대한 전동차들 수십 량을 반입하는 것과 비슷한 절차인데.. 이때 저기 주변을 살았던 사람들은 참 진귀한 구경을 했지 싶다. 끊임없는 비행기 소음 때문에 고생했을지도..??

이들은 트럭 1000대가 넘는 분량의 이삿짐을 나르느라 공항 고속도로 톨비만 총 7천만 원 가까이 들었고, 각 회사당 이사 비용이 수십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어지간한 정부 기관의 지방 이전 비용에 맞먹었다.
지상조업에 쓰이는 토잉카, 소방차, 발전차, 탑승교 차량 등 온갖 특수한 중장비들도 몽땅 그렇게 탁송했다. 이런 기계류들 중에는 일반적인 공도를 주행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거운 것들도 있었다. 개통한 지 얼마 안 됐던 영종대교를 살금살금 조심해서 통과해야 했다.

어제까지 김포이다가 바로 다음날부터 인천..
항공사들은 업무가 단절 없이 진행돼야 했기 때문에 모든 짐을 어차피 하루아침에 몽땅 다 옮기지도 못했다. 이사는 단계적으로 진행됐으며, 이 운송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서 일부 물자를 날릴 것에 대비한 보험도 단단히 들었었다고 한다.

옛날에 오키나와에서는 시내 도로들을 미군정 시절의 우측통행에서 일본 본토 방식인 좌측통행으로 바꾸는 7 30 조치가 취해졌었다. 1978년 7월 29일 밤 10시부터 긴급한 소방차 경찰차 구급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들의 통행이 금지됐고, 이때부터 이튿날 아침 6시까지 공무원들이 모든 공도에서 우측통행 기준의 기존 표식과 신호등을 가리고, 미리 설치해 놨던 좌측통행 표식과 신호등을 꺼내 놓은 것이다.
이것도 참 역사적인 일회성 사건인데, 김포 공항에서 인천 공항으로의 이전 역시 그에 맞먹는 엄청난 사건이었던 것 같다.

3.
인천 공항은 그렇게 여객터미널 하나로 개항한 뒤, 지난 20여 년 동안 차근차근 확장도 해 왔다.
2008년 7월에는 확장 탑승동이 하나 완공됐고, 여객터미널과 탑승동 사이를 오가는 지하 경전철이 생겼다.
원래는 이렇게 확장 탑승동을 여러 개, 최대 무려 3개까지 만드는 식으로 확장한다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인해 그 계획이 엎어지고, 2018년 1월에는 아예 여객터미널이 하나 더 생겼다.
지금은 일반항공(= 자가용 비행기)의 취급에 특화된 제3 여객터미널을 더 만들 계획이 있다고 한다.

공항이라는 게 여객터미널과 활주로, 관제 시설만 덩그러니 만든다고 다가 아니고 안에서 돌아가는 시스템도 상상을 초월하게 복잡 정교하다.
특히 수하물을 비행기에서 출입국장까지 착오 없이 신속 정확하게 보내는 지하 컨베이어 네트워크의 길이는 이미 100수십 km에 달한다고 한다. 제2터미널이 생긴 지금은 더 길어졌지 싶다. 어지간한 택배 물류허브의 복잡도를 능가한다.

우리나라 인천 공항은 터미널 화장실이 깨끗하고 무선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프런트 엔드뿐만 아니라 이런 백 엔드까지도 우수하다고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4.
(1) 지금이야 다 지나간 일, 상관 없는 이야기가 돼 버렸지만.. 인천 공항이 완공이 임박했던 1999~2000년 즈음에는 한글 운동 단체들에서 새 공항의 이름을 '세종'이라고 지어 달라고 청원 민원을 넣고 난리를 쳤었다.
이 진영에서는 공문서 한자 혼용 반대, 영어 공용화 반대, 한글날의 국경일+공휴일 지정뿐만 아니라 세종대왕이나 조선어 학회 사건 투옥자들을 기리는 일에도 앞장서는 편이었다.
허나, 인천이라는 지명을 홍보하고 싶어하는 정치 논리 앞에서 세종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그 대신, '세종'이라는 이름은 잘 알다시피 새로 만들어지는 행정수도의 이름에 쓰이게 되었다.

(2) 1996년인가 마이클 잭슨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공연 장비들을 무려 An-225에다 싣고 방한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파괴된 비운의 비행기, 세계에서 가장 거대했던 6발 화물기)
이때는 이 비행기를 김포 공항이 차마 감당할 수 없어서 오산 공군 기지에 착륙했었다고 한다. 물론 저 사람 당사자야 여객기 일등석이건 전용기건 뭐든 타고 김포 공항에 내렸고, 화물기만 저리로 보냈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면 둘 다 인천 공항에 얼마든지 착륙 가능했을 것이다.

(3)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북한의 VIP 내지 손님들은 다 인천 공항으로만 드나들어 왔다. 북한 사람들한테는 감히 성남 서울 공항을 보여주지 않는 게 우리나라의 방침이라고 한다. 보안· 안보 문제 때문에.

(4) 우리나라의 모든 공항들은 '한국 공항 공사' 관할이다. 그러나 인천 공항은 '인천 공항 공사'라는 별도의 운영사가 있다. 마치 서울이 다른 시· 도들과는 다른 취급을 받는 것, 강원랜드만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국민이 출입 가능한 카지노인 것과 비슷한 모양새이다.
그래도 국내선 면세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 공항에만 있다.

(5) 인천 공항이 생긴 덕분에 김포 공항의 청사 하나가 텅 비어서 놀면서 리모델링 대상이 됐다. 바로 그 낡고 빈 건물을 배경으로 영화 <튜브>(2003, 백 운학 감독) 초반부의 공항 총격전 씬이 촬영될 수 있었다.
원래 감독의 의도는 강남 테헤란로에서의 총격적이었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무리. 그 대신 공항이 선택된 것이다.
그 당시, 김포 공항 주변에서는 "여기 안에서 영화 촬영 중이니 총소리가 들리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안내를 하는 차량과 현수막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25 08:35 2024/07/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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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외형과 인상

1. 복장

사람은 말이나 글을 동원할 필요 없이, 자신의 복장만으로 주변에 무언의 메시지를 어느 정도 전할 수 있고 주변 분위기에 부응할 수도 있다. 이런 게 사회 관습이 되면 드레스 코드라는 일종의 매너로 발전한다.

장례식 때 온통 검은색 옷을 입는 거,
결혼식 때 신부가 물론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지만 그렇다고 여느 파티처럼 한없이 현란하고 화려하고 컬러풀한 옷을 입지는 않는 거.. (최대한 아름답게 보이기는 하되, 한편으로 너는 이제 평생 한 남자하고만 즐겨야 한다!!)
이런 게 다 유래와 의미가 있다.

그래서 하다못해 옛날에 죄수의 목을 치던 사형 집행인 말이다. 이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평판이 썩 좋은 직업이 아니었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망나니라고 해서 대놓고 개차반인 사람이 술 취한 상태로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사형 집행인이 연미복? 턱시도?를 깔끔하게 잘~~ 차려 입고.. 목을 칠 때는 치더라도 사형수를 개인적으로 대면할 때는 아주 공손하고 댄디하고 따뜻 정중하게 대한 경우가 있었다. 특히 단두대가 발명된 뒤부터 말이다.

이런 점에서 옷차림은 음악과도 비슷한 면모가 있는 것 같다. 데모 투쟁 이러는 데서 샤방샤방 조용한 음악을 틀지는 않을 것이다. 타이타닉 호가 침몰하는 와중에 찬송가를 틀면 틀지, 디스코 댄스곡이나 락 헤비메탈을 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옷차림과 음악 모두 mood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들이 mood를 결정하기도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프랑스 영화 안젤리크(2013)에서는..
여주인공이 페락 백작과 정략 결혼 당하는 게 싫어서 결혼식 당일에 까만 승마복을 입고 입장했다.;;;
신랑이 빨간 드레스를 챙겨 줬지만, 신부는 그걸 무시하고 결혼식 날 거의 남장에 가까운 복장을 하고 들어왔다. 이 남자와 결혼하기 싫다는 소극적인 저항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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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본인이 다니는 교회의 어느 자매님은.. 과거에 침례식 때 빨간 드레스를 입고 왔었다고 한다~!
한때 세상적으로 완전 잘 나가고 잘 놀던 분이었는데, 뒤늦게 예수 믿고 구원받으면서 그 기절로 열혈 크리스천이 됐다.
믿음 고백하고 침례받는 날은 그야말로 자기 인생 최고의 기념일이기 때문에 그 느낌을 저런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었다고.. ㅋㅋ 교회 사람들은 당연히 눈이 휘둥그레졌었다고 한다. ㅡ,.ㅡ;;

으음. 빨간 드레스가 참 강렬하게 와 닿는다. ^^
옛날에 탈옥수 신 창원이 체포됐을 땐 그 당시에 그가 입고 있었던 컬러풀한 옷이 같이 큰 주목을 받았다.
요 몇 달 전엔 어떤 갑부 아줌마가 걸출한 입담으로 대한민국 최대의 도파민 분비 기자회견을 했을 때 역시.. 당사자가 입고 있었던 캐주얼한 옷이 왕창 주목받고 옷도 구설수에 오르곤 했다.

보석이 12종이나 콕콕 박혀 있던 구약 이스라엘 제사장들의 복장도 정말 왕창 튀지 않았을까? 주변 이방 민족 이방 종교들 성직자하고는 완전히 다른 인상이었지 싶다.

2. 대머리

세상에 그 어떤 논쟁도 바로 셧다운 시키고 상대방을 입 다물게 만들고, 그 어떤 화기애애한 대화도 갑분싸 시킬 수 있는 치트키가 바로.. "하지만 넌 대머리잖아"..;; 라고 한다.
뭐 농반진반으로 하는 말이겠지. ㄲㄲㄲㄲㄲㄲ 저건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원천봉쇄의 오류 중 하나이다.

헤어 스타일은 사람의 얼굴 인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의상 만만찮게 사람의 외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남자보다도 여자에게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그런지 옛날 사람들은 자기 머리카락이 멀쩡히 있는데도 가발을 많이 썼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굳이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말이다. 서양에서 법조인이나 고관대작 남자들이 쓴 가발은 유명하다.

허나, 그 반대급부로 탈모· 대머리는.. 그 사람의 생명 유지는 말할 것도 없고 지능, 인격, 팔다리 피지컬과도 추호도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막대한 스트레스와 멘탈 대미지를 야기하곤 했다.
현대 의학으로도 피를 100% 똑같이 인공적으로 만들지는 못하고, 그것처럼 빠진 털을 다시 돋아나게 하지는 못한다. 탈모는 기본적으로 불치병이다.

먹기만 하면 대머리 정수리에서 검은 머리털이 숭숭 돋아나는 탈모 치료약을 만들면 그 사람은 그야말로 억만장자가 될 텐데.. 약이 아니면 치료 시술로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건 없는 생명을 새로 만드는 것과 동급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어떤 질병이나 부상이 정말 불가피하고 심각한 건지를 따져보는 잣대가 둘 있는데, (1) 건강보험이 적용되냐, (2) 그걸로 군대를 빠질 수 있느냐 이다.
단순히 노화나 유전으로 인한 탈모는 보다시피 치료가 의미가 없기 때문에 건보 열외이다. 그러나 지루성 피부염이나 스트레스 같은 질병으로 인한 탈모의 치료는 건보 적용 대상이다.
(탈모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가 더 진행되고.. 악순환인 건가. ㅡ,.ㅡ)

그리고 머리털 정도를 넘어서 눈썹 포함 몸의 털들이 싸그리 다 빠지고 최근 1년 동안 치료를 해도 아무 차도가 없는 극단적인 범발성 탈모는... 군대에서도 5급으로 처분한다고 한다.
뛰고 구르고 방아쇠 당기는 데는 지장이 없을지라도, 동료 병사들한테 심각한 비주얼 테러를 야기하는 건 군 사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_-;;; 그게 아니라 20대에 벌써 정수리만 살짝 벗겨지는 정도로는 현역 처분이다.

성경의 레위기 13장은 부정 vs 정결 판별 요령으로 가득한데 40절은 이렇다. "머리털이 빠진 사람은 대머리이다. 허나 그는 정결하다"
주변 문맥을 같이 보면, 쉽게 말해서 "대머리인 것 자체만으로 부정한 건 아니다" 이런 뉘앙스이다. ㄲㄲㄲㄲㄲㄲ
이건 노화와 함께 뒤따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특별히 격리 처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왕하 2:23에 나오는 초글링 개떼들의 "대머리야 올라가라, 대머리야 올라가라 ㅋㅋㅋㅋㅋㅋ" 조롱은 정말 전설적인 일화이다.
대머리가 놀림감이었다는 게 무려 성경에 기록돼 있을 정도니까.
빡친 엘리사 당사자의 저주 한 마디에 저 애들 40여 명이 곰의 습격을 받아서 사망· 중상 떼죽음을 당했다.
물론 겨우 개인적인 대머리 조롱 때문은 아니고 신성모독적인 배경 때문에 피바다 징벌이 임했던 것일 거다.

3. 무력· 폭력

이건 사람이 몸에 걸치고 있는 것 말고, 손에 든 도구를 이용해서 외형과 인상에 변화를 주는 방법이다. -_-;;

  • 말을 공손하게 댄디하게 하되, 손에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서 그리해라. 그러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 친절한 말보다는 친절한 말과 총으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 알 카포네 (미국 마피아 두목)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가리를 한 대 쳐맞기 전까지는. -- 마이크 타이슨 (권투 선수)
  •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 마오 쩌둥 (중국 초대 주석)

이래서 인간 사는 곳에는 폭력이 끊이질 않으며, 사회가 법과 공권력이란 게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가 보다.
저기서 말하는 친절하고 공손하고 댄디한 건 앞서 소개했던 서양의 사형 집행인이 예의 차리는 것하고 일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_-;;

4. 마네킹

우리 주변에는 사람이 아닌데 사람처럼 생긴 '물건'이 있다. 대표적으로 마네킹.. 백화점을 비롯해 옷 가게에서 옷을 착용한 모습을 preview 시켜 주는 몸빵 셔틀이다.

옛날에는 마네킹이 살색에다 가발도 씌워져 있어서 사람과 꽤 비슷하게 만들어지는 편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물건이 사람과 어설프게 많이 닮아 있으면.. 그건 사람에게 거부감과 공포심을 유발하기 쉽다. 시체 토막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마네킹 공장이나 창고를 배경으로 괴담· 호러물이 한둘 만들어진 게 아니다. ㄲㄲㄲㄲ

그렇기 때문에 2000년대 이후의 마네킹은 말 그대로 몸빵 기능에만 충실해서 색깔은 하얗고 이목구비는 단순해지거나 아예 생략해 버리고, 머리카락도 없고.. 옛날 마네킹에 비해 기하학적으로 훨씬 더 단순한 모습이 됐다. 사람의 체형 체구만 흉내 낼 뿐, 그 이상 사람과 비슷한 면모는 깔끔하게 없앤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네.. 마네킹의 디자인 컨셉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자동차 충돌 실험용으로 쓰이는 '더미'는 마네킹의 탈을 쓴 기계에 가까운 비싼 물건이다.
글쎄, 미대생들을 위한 데생 실습용 인체 석고상은 여전히 실제 사람과 비슷한 모양이어야겠지만 색깔까지 그대로 재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색깔까지 재현해야 되면 아예 누드 모델을 쓰고 말지..)

그것 말고.. 리얼돌...??? 하아 이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대놓고 기계를 표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앞으로 진짜로 인간을 닮은 물건이 개발될 일이 있을지, 그런 걸 만들 필요나 명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5. 그림자

끝으로.. 사람 그 자체 말고 사람의 그림자만으로 이런 기발한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참 흥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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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토 각하께서는 뼛속까지 호색한 색마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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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는 장애인 제조기입니다! (심지어 아예 뇌사 장기 기증자 제조기, 과부 제조기라는 극언까지..)
뾰족한 사람 발등 그림자만 편파적으로 촬영해서 폭행· 협박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꿔 놓은 그림도 있던데.. 뭐 그런 식이다.
아이고.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에서 시작해서 이야기가 좀 밖으로 샜나? 아무튼 오늘도 여러 생각을 늘어놓게 됐다. ^^

Posted by 사무엘

2024/07/22 08:35 2024/07/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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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철도 역사 -- 그땐 그랬지

예전에 한 번씩 언급했던 얘기들도 있지만 다들 한데 모아서 나열해 본다.

1. 구한말

(1) 을미사변이 일어나던 당시, 민비를 살해하러 경복궁으로 침투했던 일본 낭인들은 무려 배를 타고 한반도를 빙 돌아서 인천항에 도착한 뒤, 거기서 서울로 갔다. 그때는 아직 경부선 철도라는 게 없었고, 비행기는 더욱 없었기 때문이다.

(2) 한반도의 첫 철도인 경인선이 표준궤로 부설된 것은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진 것이고 무척 다행이었다. 일제는 미국이 건설하다가 만 이 철도를 도로 협궤로 개궤할까 고민을 했었지만.. 이내 고민을 접고 표준궤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 궤간이 경부선으로도 이어졌다. 그때는 이미 자국 내에서도 협궤는 좀 아닌 것 같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3) 이토 히로부미는 열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수원-안양 부근에서 원 태우 의사가 던진 돌에 맞아서 다쳤고, 끝내는 최후도 기차역에서 맞이했다. (국내 철도역은 아니지만)

2. 일제강점기

  • 이때는 부산 방면이 상행이고, 경성과 대륙 방면은 하행이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이게 당연한 선택이다.
  • 지금의 부산 역은 그때는 그냥 초량 역이었다. 진짜 부산 역은 더 남쪽의 바다 코앞에 만들어져 있었으며, 거기서 곧장 연락선으로 갈아타서 일본으로 갈 수 있었다.
  • 원래 서대문이 경성 역이었는데 3· 1 운동 이후에 없어지고, 남대문이 경성 역이 된 건 유명한 일화이다. 경성-신촌의 과격한 90도 드리프트에는 사연과 내력이 존재할 것이다.
  • 1930년대 이후의 아카츠키 호가 서울-부산을 6시간 반 만에 찍었다. 이게 그 당시 한반도에서 가장 빠른 육상 교통수단이었다.
  • 저 시절에 한반도의 유일한 복선 철도는 경부· 경의선이었다. 경인선과 경원선도 복선화 계획이 있긴 했지만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 저 시절에 한반도의 유일한 전기 철도는 금강산선이었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는 게 증기 기관차로는 도저히 무리였기 때문이다.
  • 오늘날 경인선은 전철만 복복선으로 다니는 노선이다만.. 저 시절에는 단선에서 모든 열차가 모든 역에 정차하는 형태로 하루 10여 회 남짓 운행됐었다.
  • 일제가 건설 중이던 최후의 철도는 동해중부선이었다. 금강산선의 선로조차도 전쟁 물자로 공출되어 나가던 와중에 저기는 그래도 일제가 대륙 진출을 위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1) 경부선 철도는 1905년 개통 당시에는 지금의 국도 4호선의 선형처럼 금오산 고갯길을 오르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열차를 운행해 보니 증기 기관차의 출력이 너무 딸려서 고작 그 오르막도 제대로 오르지를 못했다.
보조 기관차를 장착하는 별짓을 다 하다가 10여 년 뒤에는 결국 산기슭을 북쪽으로 빙빙 돌면서 구미 시내를 더 가까이 우회하는 형태로 철길이 새로 만들어졌다. 참 공교롭게도 박 정희가 비슷한 시기에 딱 거기 일대에서 태어났다.

(2) 1930년대에는 경성(서울 역)-서소문(충정로)-아현-신촌-서강-대흥-공덕-용산을 삥 도는 10km 남짓한 '경성 순환 노선'이라는 일종의 단거리 도시철도가 다닌 적이 있었다. 노면전차가 아니니 혼동하지 말 것~!!
이 짧은 단선 철도에서 꽤 빡세게 교행을 하면서 양방향 운행을 했다니 일본이 철도 운영 기술은 정말 뛰어났던 것 같다. 딱 이 비슷한 시기에 서울-부산을 증기 기관차로 6시간 반을 찍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철도는 전철이 아니었으며, 디젤 동차 내지 휘발유 동차가 투입됐었다고 한다.
1944년에 일제가 전쟁 때문에 물자 공출 명목으로 선로와 차량을 뜯어가 버리면서 폐지됐다. 하긴, 저 때는 기름이 없어서 목탄가스 자동차가 다닐 정도로 경제 사정이 궁핍했었다.

3. 해방 이후

(1) 경인선은 나름 증기 기관차 → 디젤 동차 → 전철을 모두 경험한 철도이다. 디젤 기관차나 휘발유 동차가 공식 운행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디젤 동차의 경우, 1965~66년 사이에 복선화와 함께 도입되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요런 차량이 경원선에서도(용산-성북) 전철화 이전에 운행됐었다.

(2) 우리나라 철도에서 공식 운행된 마지막 협궤는 잘 알다시피 구 수인선이다.
정규 열차 운행 구간 중에 마지막 통표 폐색 구간은 정선선 정선-아우라지 구간이라고 알려져 있다. 정선선은 비둘기호가 마지막으로 다녔던 곳이기도 하고, 원시적인 폐색 방식이 최후까지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한 셈이다.
한편, 원시적인 완목 신호기가 2024년 현재 아직도 현역으로 쓰이는 최후의 장소는 강원도 북평선의 삼화 역이라고 한다. 여기는 여객철도는 아니고 시멘트 공장에서 운영하는 사철/화물철도라고 한다.

(3) 공장이나 발전소로 들어가던 철길 중에 없어진 것들이 많다. 서천화력선(장항선의 지선), 화순선(우리나라 탄광 1호!), 군산 부근에 있던 전설적인 세풍제지선..
오류동 역에서 뻗어서 남쪽 부천과 시흥시의 공장과 군부대로 들어가던 경기화학선도 생각난다.
부산에는 문현선이라고 1972년, 수려선과 비슷한 시기에 폐선된 철도가 있었다. 그 반면 우암선은 지금도 현역이다.

현대제철(당진)· 포스코 같은 제철소로 들어가는 철도는 지금도 남아 있다.
그 반면, 서빙고 역에서 용산 미군 기지로 들어가는 철도, 호남선의 지선으로서 논산 육군훈련소 부지로 들어가는 철도(연무대 역!)는 아마 지금은 준폐선 상태겠지..??

(4) 철도청 포함 정부에서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시골에서 전적으로 주민들이 요구하고 주민들이 역 건물을 직접 짓기까지 해서 만들어진 역이 딱 두 곳 있다. 경부선 신거(새마을 운동 관련)와 영동선 양원(진짜 노답 첩첩산중 오지여서). 물론 둘 다 지금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역은 아니다.

(5) 교외선은 폐선될 듯 말 듯하면서도 그래도 완전히 버려지지는 않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복선 노반만 확보해 놓고 일단은 단선으로라도 전철화해서 가끔 전동차나 ITX-청춘, 화물열차를 굴리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해방 후에 우리나라에서는 교외선과 경원선 선로를 주축으로 해서 순환 노선 열차를 운행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일제 시절 당시의 자그마한 경성순환선보다 고리의 크기가 훨씬 더 커졌다.
고속도로는 '서울외곽순환'이 '수도권1순환'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는데, 철도는 '서울교외'가 그냥 '교외'라고 개명됐다는 차이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19 19:35 2024/07/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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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1) 현대 왕회장은 경부 고속도로 건설하던 시절에, (현대건설)
하늘이 두 쪽 나는 한이 있어도 완공 기한을 무조건 맞춰야 하는데 하필 재수없게 제일 어려운 대전-대구 옥천 터널 구간을 맡았다.
육중한 돌산에다가 터널 하나를 못 뚫어서(옥천 당재터널) 인부들이 사고로 죽어 나가고, 나중엔 무섭다면서 작업을 거부하고 포기하고 나가는 지경이 됐다.

그는 결국은 기업 이윤을 포기하고 훨씬 더 비싸지만 더 빨리 굳는 시멘트를 전격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걸로 시간 더 벌어서 공사 기간을 간신히 맞추고 제때 완공했다.
경부 고속도로는 개통식 3시간을 앞두고 전구간 차선 도색을 간신히 끝냈다고 한다.

(2) 왕회장은 1977년쯤.. 고유모델 포니 개발하는 걸 포기하라는 미국 대사의 회유를 거절했다.
나중에 1980년대엔 자체 엔진 개발 따위 때려치우라는 일본 미쓰비시 측의 회유를 거절하고 이 현순 박사의 편을 끝까지 들어 줬다.

물론 돈 버는 기업의 입장에서 모든 걸 고지식하게 다 자체개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저 두 과감한 결정은 원천기술이라는 걸 만들고 오늘날의 현대 자동차를 있게 한 선견지명이 됐다.

(3) 그리고 현대 왕회장은 1981년경엔 정말 뜬금없이 스포츠 외교대사가 돼서 서울 올림픽 유치를 이끌어냈다. 세계 각국이 일본 나고야가 이기는 건 너무 당연하고 "몇 표 차로 이길까?"를 갖고 내기를 했던 시절에 말이다.

나고야가 막 돈지랄 선물 공세를 하면서 방심할 때 이 사람은 감성 마케팅을 했다. 꽃바구니를 손수 돌리고, 호텔 입구와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울나라를 홍보하고, "이 시국에 코리아 같은 개발도상국에게 기회를 부디 한번 주세요" 그렇게 정말 겸허하고 공손하게 처신하면서 IOC 위원들 마음을 움직였다.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자기 회사 물건을 팔려고 "불가능이란 없다" 이렇게 뛰는 영업맨의 자세가 아니었을지..?? 그게 52:27 "쎄울~~" 바덴바덴의 기적을 만들었다.

어디 그뿐이랴, 현대와 스포츠의 인연을 말하면서 양궁을 빼놓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이 수영은 박 태환, 피겨는 김 연아, 마라톤은 옛날에 이 봉주.. 이렇게 극소수 1인 천재 독주 위주인 반면, 양궁은 그렇지 않다.

저기는 양궁의 박 태환, 양궁의 김 연아 같은 괴물들이 그냥 우글거린다. 지금의 올림픽 국대가 다음 올림픽 국대에 다시 선발된다고 절대 장담을 못 한다.
양궁에다 후원을 잔뜩 하면서 이런 인재풀을 만들어 놓은 일등공신도 바로 현대 정 주영 가문이었다.

이거 뭐 온갖 분야에서 신화를 만들었구나.
내가 아는 일화만 이 정도이고.. 그 밖에 조선소 건립이나 해외 중동 건설과 관련해서 생겨난 일화나 기적은 알지도 못한다.
그랬던 사람이 1992년 대선에 한번 출마했었고.. 쌍팔년도 시절에 유행했던 개그인 최불암 씨리즈에도 개그 캐릭터로 등장한다. (최불암과 절친이었다고 함)

1998년에는.. 뭔 바람이 들었는지 북한으로 울트라리스크... 아니, 진짜 소몰이를 했다.
이러니 우리나라에 대기업 총수, 재벌은 여럿 있지만 저 사람이 왕회장이라고 불리는가 보다. 저 사람이라면 그럴 자격이 있는 것 같다. "이봐, 해 보기는 했어?"라고 말할 자격이 되는 것 같다. =_=;;

※ 삼성

삼성, 특히 예전 이 건희 회장 시절의 삼성은 이것저것 여러(모든)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하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무리수를 감행해서라도, 그게 언제나 실용적인 결과를 내지는 않았더라도 말이다.

“현대에서는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가전, 반도체, 컴퓨터를 만들면서(그 당시 현대전자) 또 자동차도 만드는데 우리는 왜 자동차를 못 만드냐?”
이러면서 한때 자동차 제조에 손을 댔었다. 저 사람이 개인적으로 엄청난 기계덕 차덕이기도 했으니..

그리고 컴퓨터 쪽이야 메모리 반도체에 정말 과감하게 투자했던 건 말할 것도 없고,
어째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잘 꾸려서 1990년대에 훈민정음이라는 워드 프로세서를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하긴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도 꽤 옛날부터 있었지?

도스 시절부터 워드를 꾸준히 개발해 왔던 한컴조차도 Windows로 갈아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초창기 아래아한글 3.0 시절엔 삽질이 많았다.
하물며 워드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던 기업에서 무려 1992년에 도스가 아닌 처음부터 Windows용으로 그 정도 규모의 소프트웨어를 밑바닥부터 뚝딱 만든 건 엄청난 기술력의 산물이었다.

특히 훈민정음 95는 동시대의 아래아한글 2.5 확장팩처럼 엄청난 글꼴과 클립아트 데이터에다가.. HTML 문서 지원 어쩌구 하면서 당대에 뜨는 기술 트렌드도 엄청 많이 참고해서 개발됐었다.

그런데 개발팀이 Windows 표준 GUI 가이드라인은 참고하지 않았는지 ‘도움말’ 메뉴라는 게 없고, 메뉴 설명이 프로그램 제목 표시줄에 표시된다거나.. 삽입/겹침, 한/영 상태를 빨간색 caret으로 표시하는 식으로 좀 특이한 UI 피드백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프로그램 전반적인 디자인이 워드 프로세서보다는 DTP에 가까운 컨셉으로 설계된 느낌이었다.

훈민정음은 아래아한글과 MS Word에 밀려서 오래 전부터 시장 경쟁력을 잃었지만, 이 건희 회장이 오랫동안 애착을 갖고 개발팀을 유지시켰다…고 난 들었다. 자체 워드 프로세서 엔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야 된다고 말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무려 2014년이 돼서야 훈민정음을 사내에서도 완전히 퇴출시키고 사용을 중단했다.

으음.. 지금 훈민정음 같은 존재가 된 건 타이젠 OS이려나? 이것도 협력사들이 다 빠져나가고 삼성 스마트 가전에만 탑재되는 전용 물건처럼 됐다. 그래도 운영체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하고 만든 노하우가 어딘가에 쓰이기는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내가 딱히 삼성맨은 아니지만 삼성에 대해서 불현듯 이런 기억이 떠오른다.
쟤들이 지금처럼 갤럭시 시리즈로 세계를 석권하기 전엔 아담한 Windows용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고, 애니콜과 옴니아를 만들기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옛날에 한컴 vs 마소 이러던 것이 지금은 네이버 vs 구글, 삼성 vs 애플.. 이런 구도로 바뀐 느낌이다.
더 옛날 금성 패미콤 vs 삼성 SPC-100은 브리사 vs 포니 같은 골동품인 건지?

(1) 천지인 한글 입력 방식은 잘 알다시피 삼성전자 직원의 사내 발명에서 유래됐다. 무려 1994년작으로, 일본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QR 코드라는 게 발명됐었다~!
1988년엔 한국의 의사가 V3을 만들었고 일본 의사가 LHA를 만들었던 것과 비슷한 짝을 이룬다.

(2) 물론 요즘 산업계는 돈 안 되고 승산 없는 분야는 빨랑빨랑 접고 손 떼고, 자기 전문이 아닌 기술은 그냥 사서 쓰는 게 대세이다. 기업들 트렌드가 옛날 같은 독점보다는 개방으로 바뀌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마소에서는 모바일 OS를 완전히 접었고, LG전자는 스마트폰을 완전히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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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7 08:35 2024/07/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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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위대한 일을 했지만 곧 사자에게 물려 죽은 어느 일회용 선지자

열왕기상 13장에 나오는 '하나님의 사람'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하고 교훈거리가 많다. 그건 예전에 "자의와 타의의 경계 문제" 글에서 이미 다뤘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엘리야 이야기부터 시작하도록 하겠다.

1. 갈멜 산에서의 불 대결

(1) 열왕기상 18장에 기록된 엘리야의 갈멜 산 대결 말이다.
안 그래도 극심한 가뭄 때문에 물이 귀한 상태였는데.. 엘리야는 기도를 하기 전에 제단에다가 물을 수십 리터 이상 끼얹어서 아예 도랑을 만들었다. 왜 그랬을까...??

아 물론 화력 조절을 위해서다. 더 구체적으로는 화재, 산불 예방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내 뇌피셜이다. "{주}의 불이 내려와서 태우는 희생물과 나무와 돌들과 흙을 태우고 또 도랑의 물을 핥으므로" (왕상 18:38)
모든 게 바짝 말라 있던 산에서 저런 화염이 떨어져서 불똥이 잘못 튀면.. 그야말로 대재앙이 벌어지지 않았겠느냐 말이다. =_=;;

저 때 도랑의 물은 불길의 열기 때문에 순식간에 증발하면서 허연 수증기를 왕창 뿜어냈지 싶다.
로켓 발사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발사대의 아래에는 로켓 엔진이 뿜어대는 어마어마한 화염 열기를 받아내고 주변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서 물이 잔뜩 담겨 있다. 로켓 발사 직후에 천지를 뒤덮는 허연 연기들은 대부분이 수증기이지, 단순 배기가스가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대륙 정도나 횡단하는 가벼운 미사일은 순식간에 쌩 날아가서 발사대를 벗어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사람이나 인공위성을 싣고, 정지 궤도 진입까지 목표로 연료까지 왕창 많이 실은 거대한 우주 발사체는..??
너무 무겁다. 발사 직후에는 몹시 굼뜨면서 완전히 상승할 때까지 발사대에 오랫동안 대미지를 준다. 마치 무거운 디젤 트럭이 갓 출발할 때는 시꺼먼 매연이 왕창 많이 나오는 것처럼..
그러니 이런 대형 우주 발사체의 발사대는 하단에 냉각 설비를 특별히 빵빵하게 갖춰야 한다.

아이고 엘리야 얘기하다가 우주 발사체 얘기로..
뭐 엘리야는 신의 도움으로 하늘에서 불을 내린 적이 있었고, 심지어 자기도 승천해서 하늘로 올라갔다. 저런 무거운 로켓 엔진의 도움이 없이도!
그러니 엘리야 이야기와 우주 발사체 얘기는 연결고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으잉? ㄲㄲㄲㄲㄲ

(3) 저 때 엘리야를 대적했던 사람이 무려 950명이나 됐다. 18량에 길이가 388m이나 되는 KTX 열차 한 편성에 간신히 다 탈 수 있는 인원이다.;;
바알 선지자 450은 이해되는데 나머지 400명은.. 아세라(한킹)? 작은 숲(흠정역)? 도대체 뭘 숭배한 걸까?

예전에 한번 얘기한 적 있듯이, 둘은 음역이냐 번역이냐의 차이이다. 나무를 깎아서 무슨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같은 장승 목상이라도 만들어서 숭배한 건 아니고.. 저거는 살아 있는 나무가 심긴 숲을 말한다.
근데 숲이라고 하면 무슨 대자연 mother nature 숲의 정령이라도 숭배하나.. 이런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저쪽 진영에서는 그냥 평범한 숲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아세라' 음역을 선택한 것이다.

요약하자면, 킹 제임스 성경 유일주의 자체를 지지하지 않는 진영에서는 장승 같은 '목상'을 떠올리고, 킹 진영에서는 살아 있는 나무가 심긴 숲을 떠올린다. 근데 한킹 진영에서는 숲과 우상을 모두 반영하려고 아세라 음역을 했고, 딴 킹 진영에서는 '작은 숲'을 골랐다는 것이다.
참고로 흠정역은 탬버린도 '작은북'이라고 옮겼기 때문에 '작은'이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다.

(4)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알인지 뭐시긴지, 그 배후에 있는 사탄 마귀도 원래 하늘에서 불을 내릴 능력 자체는 있는 놈이다. 욥 1:16을 보면 생존자가 이건 하나님의 불이라고 착각까지 했다.
하지만 이 갈멜 산의 대결 중에는 하나님이 사탄에게 불 내리는 걸 막고,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다니엘서에서 사자들의 입을 막은 것처럼 말이다.

(5) 비가 진짜로 내릴 거라는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 안 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성을 간다, 내 전재산 다 건다" 이런 극단적인 약속은 못 하더라도 최소한 밖에 나갈 때 우산이라도 챙겨 가야 하는 법이다. 그게 그 사람이 믿음이 있다는 최소한의 증거이다.
엘리야는 하늘에서 불을 내린 다음에는 당장 불보다도 더 필요한 비도 실제로 끌어 오는 데 성공했다. 그 반면, 출애굽기 이집트의 마술사들은 개구리들을 생성하는 훼이크까지는 쳤지만 개구리를 없애는 일은 흉내 내지 못했다.

2. 기근

열왕기상 3장에는 그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이 기록돼 있다.
한 집에 같이 사는 여인 2명이 각각 자기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그 중 한 여인이 자기 아이를 실수로 압사? 질식사 시키고는 남의 아이를 몰래 바꿔치기해 버렸다. 이 때문에 그 아이의 진짜 엄마가 누군지를 갖고 분쟁.

이런 사건은 CCTV나 하다못해 유전자 감식 기술만 있었으면 실제 엄마를 찾아내는 게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저 때는 무려 기원전 900년대였다는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로몬 왕은 칼 한 자루만으로 사건을 간단히 해결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0여 년 남짓 뒤, 열왕기하 6장을 보면..
여기서도 여인 2명이 애 때문에 다투고 있고 국왕에게 중재를 호소한다. 여기까지는 솔로몬의 재판과 아주 비슷한데 이 본문에서 여인들이 다투는 이유는 정말 경악스럽기 그지없다.

이때도 인류 멸망 급의 기근이 있었다. 그 흉년 기근을 견디다 못해 두 집이 아이를 서로 맞바꿔서 잡아먹을 지경이 됐다. 자기 친자식을 차마 먹을 수는 없어서 말이다. 이거 무슨 더러워진 양말이나 속옷을 갈아입긴 하는데 새것이 아니라 상대방 속옷을 교환한다거나 심지어 겉과 속을 뒤집어서 입는 것 같다.. =_=;;;

그런데 그 와중에 A가 B 집 애를 먹어 놓고는 자기네 애를 B에게 넘겨주지 않고 먹튀를 시전했다는 것이다. ㄷㄷㄷㄷㄷㄷ 이건 왕이 뭐 어찌 중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_<

참고로 성경 전체에서 뭔가 물가 예시를 들면서(= 물가 폭등) 극심한 기근을 묘사하는 게 저 열왕기(왕하 6:25), 그리고 계시록 대환란(계 6:6) 이 둘뿐이다.
그 뒤 예레미야애가에도 소말리아나 북한 애들 같은 끔찍한 묘사가 여럿 나온다. 어린애가 밥을 너무 못 먹어서 졸도한다거나(애 2:12), 애엄마가 자녀를 잡아먹거나(애 2:21).. 심지어 제일 인정 많고 여리고 소녀감성 유리멘탈 물멘탈이던 여인일지라도 인륜이고 천륜이고 다 저버리고 오로지 밥에 목숨 거는 짐승처럼 돌변한다는 묘사가 있다(애 4:10)!

요즘은 농업과 상업이 발달한 덕분에 저런 원초적인 기근은 아니어도.. 빚이나 생활고에 시달리다 부모가 자녀와 같이 동반 ㅈㅅ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1940년대 태평양 전쟁에서는 천하의 미군도.. 기근은 아니지만 인간의 한계까지 너무 고생하고 쪽발이들의 광기에 학을 떼다 보니 일부가 맛이 가 버리기도 했다. 죽은 일본군 시체를 분해해서 두개골을 전리품으로 갖고 다니고, 찦차나 땅크에다 악세사리처럼 장착하고, 그걸 심지어 여친한테 선물로 주기도 하고.. -_-;;

사람은 조금만 생존에 위협을 느끼면 정신줄 놓고 금세 야만인으로 바뀔 수 있는 것 같다. 그게 새삼스러운 일이 절대 아니다.

3. 바빌론 포로기

그 뒤 이스라엘은 갈 데까지 가서 북왕국은 아시리아에게, 남왕국은 바빌론에게 모두 멸망해 버렸다.
구약 이스라엘의 역사에 등장하는 바빌론 포로기 70년은..
이스라엘 민족의 오랜 죄악을 정산한 기간이면서 한편으로 이들 민족을 골수 유일신 민족으로 개조시킨 기간이다. 그리고 안식년을 한 번도 맞이하지 못한 채 혹사당하던 땅을 강제로 휴경시키고 지력을 회복시킨 기간이기도 하다. (대하 36:21)

이때 “쳐맞고 바빌론 갈래, 그냥 바빌론 갈래?”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진실을 선포했던 선지자는 졸지에 매국노 민족반역자 비국민으로 몰려서 고초를 겪었다. 대표적으로 예레미야.
그러나 70년이 지나자 아무 기적이나 이변이 없는데 정말 뜬금없이 귀환령이 딱 떨어진 것도 과거의 출애굽 사건 이상으로 기적적인 사건이었다.

70년은 인간의 자연 수명에 필적하는 기간이다. 우리나라 일제강점기나 이스라엘 출애굽 세대의 광야 뺑뺑이 기간의 2배에 가까운 기간이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역사도 인제 얼추 70년을 넘었다.
이 70년은 단기간이 아니니 당장 집 짓고 농사 짓고 정착은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대대로 수백 년 영원무궁토록 눌러앉아 있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기간이다.

이는 이 세상에서 순례자의 삶을 사는 크리스천들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 당장 이 세상에서 자기 생업을 갖고 돈 벌고 저축도 하면서 열심히 살 필요는 있지만, 그게 인생의 전부인 듯이 미련을 갖고 매몰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것들을 언제든지 몽땅 놔두고 버려두고 떠나게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건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특히 구원 받은)이 죽었을 때, 당장은 당연히 슬퍼하고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 땅이 꺼질 듯이 멘탈 붕괴되고 실신한다거나, 너무 상심해서 그 뒤로 매일 술에 파묻혀 산다거나 심지어 자기도 같이 따라 죽는다거나.. 그 정도로 극단적으로 행동할 필요는 없는 것과도 비슷한 자세인 것 같다. 크리스천들에게는 그것보다 더 큰 그림과 보험 보장이 있고 진짜 본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바빌론 포로기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 보니 꽤 다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유대인들이 이렇게 대이동을 했던 기원전 500년대부터 400년대 사이.. 하필 이 시기에 아시아에서 불교와 유교가 생기고, 중국 대륙에 온갖 제자백가 사상가 철학자들이 나타나 활동했던 것은 개인적으로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14 08:35 2024/07/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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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사기(판관기)의 전반적인 특징

- 본격적으로 이스라엘 백성의 주적 '바알'신이 등장한다. 블레셋도 본격적인 악역 몹 몬스터로 등장한다.
- 다들 지 꼴리는 대로 각자도생하던 영적 암흑 무법천지의 극치를 묘사한다.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 사람마다 자기 눈에 옳은 것을 행하였더라."

- 폭력· 살인을 묘사하는 수위가 모세오경 시절보다 더 올라가고 잔혹해진다.
옆구리 칼빵, 대량 학살, 문자적으로 사람 뚝배기를 깨거나(아비멜렉) 못을 박아 넣어서(시스라) 죽이기,
자기 친딸을 문자적으로 번제 헌물로 만들어 버리기, 자기 첩 시체를 토막 내서 전시하기...
인간들이 성경에 무지하고 영적으로 막장으로 치달으면 저런 일들, 아니 저것보다 더한 일도 얼마든지 벌어진다는 걸 성경은 보여준다.

여친과 함께 읽으면서 주찬양 10집 회복 "왕이 없었더니" 트랙을 들려 줬다. 반응은.. 뮤지컬 남바 같다는 평.. ^^
이 음반은 예배 찬송가를 지향하는 게 아니고 그냥 성경 스토리를 노래로 표현한 것이니 뮤지컬 남바라는 비유가 적절해 보인다.

- 한편으로 사사기엔 심은 대로 거두는 인과응보 참교육, 보복 살인이 자주 나온다.
엄지손가락과 발가락을 짜르기(1:6-7), 찔레와 가시로 참교육(8:16), 삼손의 깽판 등. 뭐, 넓게 보면 사무엘상에서 아말렉의 왕 아각이 토막(..) 살해 당하는 것도 좀 인과응보 같은 묘사이다.

- 영화 300은 아무래도 기드온의 300 용사를 오마주한 것 같다.;;
- 판관 시대는 세습 왕조가 아니었는데 판관들이 그때 그때 어떻게 선출되었고, 어쩌다가 여성 판관이 등장하기도 했는지 매우 궁금하다.

2. 기드온

기드온은 기본적으로 선한 인물이면서 정말 현실적이고 입체적이고.. 뭔가 오늘날의 크리스천과도 싱크로가 잘 되는 인물인 것 같다.
6:13.. "하나님이 계신다면 지금 우리가 왜 요 모양 요 꼴입니까? 옛 선조들에게 보여주셨다는 그 기적, 리즈 시절은 지금 도대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지금 우리가 얼마든지 던질 수도 있는 의문이지 않느냐 말이다.

최대한 의심하면서 하나님에게 증거 표적을 구했지만, 그래도 표적이 충족되자 군소리 없이 믿고 받아들였다. 삐딱하게 하나님을 떠보는 악한 의심을 한 건 아니다. 그래서 그는 민족을 구하는 큰일을 하는 데 쓰임받을 수 있었다. 난 이 자세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

그는 그렇게 영웅이 되고 부귀영화를 얻자, 인간적으로 호색한 기질도 마음껏 발휘했다. =_=;;; 아내와 첩을 여럿 거느리고 자식이 70이 아니라 아들만 무려 70명을 두는..;;; 업적도 남겼다. 대단하다.
(성경에 아들 70명이었다는 사람은 기드온과 아합밖에 없다. 그런데 아합은 악인이잖아..)

그리고 기드온도 아들 70명을 두면 뭐 하나.. 개차판 아들 한 명(아비멜렉)한테 나머지 아들들이 몽땅 몰살 당하는 콩가루 집안 참극도 벌어졌다. 하긴, 아합의 아들들 70명도 나중에 한꺼번에 처형 당해서 멸문지화를 당하고 말이다.

기드온은 처음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못을 박았었고 주님의 명령만을 신실하게 이행했었다.
그러나 유명해지고 부귀영화를 얻으면서 저렇게 색(...)도 밝히고 이상한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황금 에봇을 만들어 입기도 하면서 교만해지고 흑화했다. 막 대놓고 우상 숭배를 하고 악행을 벌인 건 아니었지만 정신 상태가 초심을 잃은 것이다. 그것 때문에 저런 비극적인 가정사를 맞이한 건지도 모르겠다.

다만, 기드온 자신은 개인적으로 가문의 심판을 당했을지 모르지만, 아비멜렉 같은 또라이가 기드온 집안을 대적한 것도 큰 죄악이었다. 성경은 기드온의 은혜를 잊어버린 배은망덕한 인간들이 아비멜렉 편을 들고 반역했었다고 분명히 언급한다.

3. 나무나라 비유

우리나라엔 “뽕나무가 뽕 하고 방귀를 뀌니 / 대나무가 댓끼놈 야단을 치네 / 이때 참나무가 점잖게 하는 말~ 참아라”
라는 참 유치찬란한 우화 동화인지 동요인지가 있다. =_=;;;;
그런데 성경에도 이와 아주 비슷한 느낌이 드는 나무 우화가 있다. 사사기 9장에서 무슨 동물의 왕도 아니고 나무들의 왕 뽑는 비유가 등장한다. ㅋㅋㅋㅋㅋㅋ

사사기 9:8-15에 나오는 나무나라 비유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어쩜 이렇게 딱 정확하게 저격하고 풍자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근래 모습과도 싱크로율이 아주 높다.
똑똑하면서 선량하고 인성 인품 좋은 사람, 자기 관심분야에서 바쁘고 할 일 많은 사람들은 굳이 권력에 연연하지 않는다. 정치판에 들어오라는 손짓에 어지간해서는 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능력은 쥐뿔 없으면서 찌질하고 열등감 쩔었고 남 앞에 나서길 좋아하고 명예욕 권력욕 많은 저질 인간은..
그런 기회가 오면 넙죽넙죽 나서는 편이다. 심지어 자기보다 더 큰 사람, 더 훌륭한 사람을 모함하고 음해하면서까지 나선다.
그래서 큰 권력을 쥐게 되면 피바람을 일으키고 나라를 다 말아먹는다.

이게 인간 사회 정치의 역설 비극인 듯하다. 진짜 정치를 해야 하는 사람이 정치판에서 버티지를 못하는...
이 비유에서 올리브, 무화과, 포도나무가 나오고, 가시나무는 그런 귀한 열매를 맺는 게 없는 폐급으로 취급된다. 나무가 아니라 박꽈 덩굴로 치면.. 호박도 수박도 참외도 아닌 가시박이나 환삼덩굴 같은 잉여 잡초일 것이다. ㄲㄲㄲ

이 비유가 임팩트가 컸는지 "니 주제, 분수를 파악하라"라는 의미로 "가시나무가 백향목에게 깝치다가 참교육 당했다"는 비유가 훗날 또 등장하기도 한다. (왕하 14:9) 또, 예수님도 이런 나무의 퀄리티 차이를 비유에다 동원해서 눅 6:44 같은 말씀을 하신 바 있다. bramble, thorn, thistle 등 세부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이 문맥에서 그리 중요한 차이점은 아니므로 패스..;;

4. 전반부와 후반부

성경에서 창세기 1장은 시간 순서에 따른 6일 창조 얘기이고.. 그 다음 2장은 그 중에서 여섯째 날(아무래도 아담에 대한 언급이 있으니)에 있었던 일의 세부 묘사가 있다.

그런 것처럼 사사기(판관기)는 1~16장은 옷니엘부터 삼손까지 이스라엘의 재판관들에 대한 시간 순 연대기이다.
그 다음 17~21장은.. 그 재판관 시대의 특정 시기에 어떤 사건이 있었고 이 백성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악을 행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열거된다.

"이스라엘 민족들이 주의 눈앞에서 악을 행하였더니.. 주께서 이들을 징벌 차원에서 XXX 민족의 손에 YY년 동안 넘겨주었다" 패턴의 세부 내역이 이랬다는 뜻이다.
사사기의 주된 코멘트인 "그때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는 바로 후반부에서 반복해서 등장한다. 후반부의 사건으로는 17~18장 종교 타락이랑, 19~21장 흉악 범죄 내전이 언급된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비느하스가 언급될 정도이니 여호수아 이후로 그렇게 먼 미래도 아니다. 가나안 땅 들어가고 얼마 되지도 않아서.. 재판관 시대의 초창기에 벌써 이런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5. 블랙코미디

리암 니슨이 나오는 2019년도 블랙코미디 영화 "콜드 체이싱"이란 게 있다.
거기 보면.. 그냥 심심하면 그냥 사람이 죽는다. 자기 아들이 죽은 댓가로 적대 세력의 누구를 또 죽이고, 소식 전하러 온 전령을 죽이고, 누굴 오인해서 죽이고 또 죽이고..
사사기의 저 후반부도 그런 느낌이었다. 이건 타 민족과의 전쟁· 항쟁 얘기가 전혀 아닌데도 뻑하면 그냥 마을을 통째로 지도에서 지워 버리는 학살이 끊이질 않는다.

앞의 신명기에서 율법을 묵상하고 골수에 새기라는 신신당부가 그렇게도 많이 나오는데 사사기의 저 장면에서는 그런 거 없다. 그냥 뒷일 생각 안 하고 임기응변 병맛 광기로 우르르.. 뻑하면 보복으로 사람 죽이고 악을 다른 악으로 찍어누르고, 부작용 생기면 또 다른 사고를 치고..

아브라함과 롯만 해도 외부 나그네 대접을 얼마나 융숭 극진하게 했는데 사사기 19장에서는 그런 거 없다. "여기 처음 오신 분 같은데.. 노숙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하지 마세요. 봉변 당하십니다"..;;
"저 남자를 끌어내라~~!!! 우리가 그들을 알리라(관계하리라)"
이게 수백 년 이상 전의 소돔 고모라가 아니라, 나름 율법을 받았다는 이스라엘 내부의 상황이었다.
그냥 다들 단체로 미치고 맛이 갔던 거 같다. 사사기 20~21장을 직접 읽어 보면 안다. =_=

애꿎은 여인을 싸패들이 집단 윤간해서 죽게 만든 거.. 정말 끔찍한 죄다. 그 범죄자들을 잡아 넘기지 않은 것도 명백히 그 지파 차원의 죄다. (베냐민)
그런데 그 여인도 이미 불륜 간음을 저지른 상태였다. 차라리 율법대로 돌에 맞아서 처형 당하는 게 나았을지, 아니면 저렇게 윤간 당해서 죽는 게 더 나았을지.. 그건 판단을 못 하겠다;;

하지만 그 여인의 남편 레위 인도 마냥 선의의 피해자이기만 한 건 아니었다. 범죄 사실을 주변에 신고할 때 자기가 떳떳하지 못한 것은 일체 함구하고 그냥 감성팔이 선동만 했다.
애초에 그 여인은 정식 부인이 아닌 첩이었다. 그 첩의 불륜을 관대하게 용납한 덕분에 장인에게서 정말 굽신굽신 융숭한 대접을 받을 정도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불량배들과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고 여인을 몸소 지킬 정도로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 것도 아니었다.

진짜 사랑하던 아내가 죽었으면 저렇게 시체를 토막 내서 "이 범죄자 놈들 때려잡자" 시체장사를 절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레위 인이었으니 직업적으로 동물들을 잡고 각 뜨던 그 솜씨로 자기 첩의 시체도 처리했지 싶다.;;

이 본문을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10여 년 전에 읽었을 때보다 느낌, 감흥이 훨씬 더 강하게 와 닿는 것 같다.
원래는 이래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는 거라고 맥락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11 08:35 2024/07/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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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광야에서 백성들의 고기 불평

민수기 11장 말이다.
고기 투정 자체야 인간적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이해가 된다. 제아무리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전투식량이 배급되었다 해도, 군대에서 1년 내내 C 레이숀만 마르고 닳도록 먹으면 그 누구라도 질리지 않겠는가? 하나님 역시 정상적인 정당한 간구에는 응당 응답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저 장면에서는 백성들이 말하는 싸가지가 심각하게 문제였다. 차라리 이집트 노예 시절이 더 나았다느니, 지금이라도 도로 이집트로 빠꾸하자느니 등등.
이건 철없는 애새끼가 부모한테 “나 왜 낳았어? 날 왜 이런 집구석에서 태어나게 한 거야?” 거의 이렇게 대든 거나 마찬가지이다.
(나 같으면 친자식이어도 저러면 귀싸대기를 날렸을 텐데.. 저런 상황에서 오 은영 같은 사람은 어떤 대처 매뉴얼을 갖고 있을지 궁금하다. -_-)

저 때 하나님의 대응은..
“오냐, 그렇다면 그놈의 고기는 니가 신물이 나도록 쳐먹여 주마. (나중에는) 어이구 준다고 또 진짜로 넙죽 쳐먹냐? (역병크리)”
정도 됐다. 범죄도시 2에서 “하이고 얄밉게도 쳐먹네” 부분을 떠올리면 되겠다. ㄲㄲㄲㄲㄲㄲ

쟤들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거의 8, 90cm 높이로(2큐빗) 잔뜩 쌓인 메추리들을 보고는 기겁을 해서 “헉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우리가 감히 이걸 먹어도 되겠습니까? 우리가 주께 죄를 지었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이런 립서비스라도 한 마디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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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문득 “아 불고기!!”가 떠오른다. ㄲㄲㄲㄲㄲㄲ

2. 호통판사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중에 하나님이 “이놈의 자슥들 다 홀로코스트 해 버리고 모세 너한테서 민족을 리셋하겠다” 이 정도로 빡쳐서 모세가 “오 노노 그러시면 안 됩니다. 이전 약속을 기억해 주십쇼 ㅠㅠㅠ” 데꿀멍 했던 때는 두 번이었다.
출애굽기 32장 금송아지 사건이랑 민수기 14장 가나안 정탐 사건.

금송아지는 “이집트로 돌아가자” 이런 드립은 없었고, 뭔가 영역이 다른 별개의 반역이었다.
그 반면, 가나안 정탐 사건은 그야말로 출애굽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해 버린 반역이었다.
이건 그 벌로 사람만 좀 죽은 정도가 아니라, 광야의 뺑이 생활 자체가 40년으로 연장돼 버렸다. 당대의 성인들은 광야에서 몽땅 늙어 죽어 버리고 다음 세대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됐다.

백성들이 혼쭐이 난 뒤에야 뒤늦게 정신 차리고 “이제라도 가나안 땅으로 전쟁하러 들어가겠습니다!” 으쌰으쌰 거렸지만 이미 결정된 사항은 번복되지 않았다.
“안 돼. 안 바꿔 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이게 성경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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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거절할 수 없는 제안

민수기 22~25장 발람과 발락 얘기는..
뭔가 대놓고 불평 반역은 아닌데 하나님이 정말 싫어하고 최고 혐오하시는 방향으로 잔머리가 잘 굴러갔던 양다리, 간보기 잔머리의 달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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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할 수 없는 제안".. 이게 무슨 미국 마피아 영화에 나오는 대사인데
저건 성경 판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에피소드이다. 돈 돈 돈 돈~~ 사람도 기쁘게 하고 싶고 하나님으로부터 벌도 안 받고 싶고..
내가 이 본문을 배경으로 설교를 한다면 제목을 저렇게 정했을 것이다.
발람이 왜 신약에서 발람의 오류, 발람의 교리, 발람의 길이라고 두고두고 까이고 하나님이 이를 갈며 싫어하셨는지를 묵상할 수 있다.

한킹과 표킹만이 발람을 '발라암'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모음이 aa 장모음이어서 그런 듯.
근데 발람을 발라암이라고 표기할 거면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도 '이사악'이라고 표기해야 일관성이 있을 것 같다.
그건 희한하게도 우리말 성경 중에서는 천주교 공동번역만이 유일하게 '이사악'이라고 표기했다.

4. 신명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

  •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마라.
  • ... 이렇게 이렇게 해서(주로 해당 죄인을 돌로 쳐 죽여서) 이스라엘 땅에서 악을 제거할지니라.
  • 주야로 이 율법을 묵상하고 골수에 새겨라
  • 주 네 하나님을 사랑하라

신명기는 그야말로 거짓 선지자나 살인자, 심지어 부모 말 안 듣는 불효 패륜 망나니까지도 무자비하게 돌로 쳐 죽이라는 명령과 동시에..
응가 한 걸 땅에 고이 잘 파묻어라, 새신랑은 군대에 징집하지 마라, 이삭을 일부 떨어뜨려서 과부나 외국인이 주워갈 수 있게 해라.. 이런 배려 명령이 동시에 나오는.. 극과 극의 책이다.

5. 여호수아기는..

- 성경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허용하고--부녀자고 애들이고 싹 다 학살 몰살 멸절-- 이 땅에서 어딘가 진출하고 정복하는 걸 긍정적으로 묘사한 책이다.
- 지도 없이는 보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후반부.. 하긴, 민수기도 출애굽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별도의 지도가 필요하긴 하다.
- "성경을 주야로 묵상하라. 강하고 담대하라 성공하리라. 우리로 말하건대 우리는 주를 섬기리라" 같은 여호수아기 특유의 문구를 볼 수 있다.

개독안티들이 성경에 대해서 단골로, 정말 마르고 닳도록 트집 잡고 욕하는 사항 중 하나가 뭐냐 하면, 저 가나안 민족 학살이 잔인하다느니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천부당만부당한 단견이다.
이건 하나님의 경륜 내지 척결 대상 민족의 끔찍한 노답 죄악이 동시에 맞물렸던 덕분에, 그 당시에만 예외적으로 내려졌던 조치이다.

정작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걸 다 제대로 이행하지도 않아서 일부 이방 민족들과 조공이나 받으며 공존하게 됐고, 그게 그들에게 결국 화근이 됐다.
마치 우리나라가 6· 25 때 북괴를 완전히 몰아내지 못한 덕분에 결국 통일이 물 건너가고 영구 분단이 고착화된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그리고 "큰 능력에는 큰 책임이 따릅니다".. 이거는 정복 당사자인 이스라엘 민족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쟤들도 하나님 잊어버리고 타락하고 죄 지었을 때는 가나안 백성들에게 적용됐던 그 심판의 잣대가 진짜 똑같이 적용됐다.
쟤들도 말기에 가서는 서로 자식을 잡아먹기, 임산부의 배 가르기 등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꼴을 당하면서 나라가 타 민족에게 멸망 당했다. 오히려 처음부터 하나님의 특별 관리를 받지 않았던 타 민족이라면 같은 죄를 지어도 이 정도까지 벌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쉽게 말해 하나님이 잔인한 게 아니라 죄의 결과가 이 정도로 끔찍 처참 참혹한 것이다.
다음 사사기는 얘기가 좀 길어진 관계로, 다음 글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ㄲㄲㄲㄲㄲ

※ 나머지

- 창세기 8장에서 노아가 방주 주변을 정찰하러 까마귀아 비둘기를 날려보낸 걸 보니.. 요즘으로 치면 드론이 떠오른다. 노아가 리모콘으로 카메라 달린 드론을 띄워 보낸다면.. 흐음~~ ㄲㄲㄲㄲㄲㄲㄲ

- 이집트 재앙 중 일부는 저그 디파일러와 정말 비슷한 느낌이 든다. 다크 스웜(파리 떼)이라든가 플레이그 역병, 물이 피로 변하기. =_=;;;
-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기적은 아무래도 원래는 살아 있던 사람이 병이 걸린 것을 고치거나, 죽어 버린 환자를 살리는 것 위주이다.
그 반면, 출애굽기의 기적은 생물과 아예 처음부터 무생물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것 위주이다. 지팡이가 뱀으로 바뀌었다거나, 티끌이 머릿니로 바뀌는 식.

- 구약의 '아간'과, 신약의 아나니야· 삽비라가 참 비슷해 보인다.
- 엘리야는 모세와도 비슷하고 침례인 요한과도 비슷한 심상이 있다. 승천했다는 점에서 에녹과 비슷하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 성경에는 밥/빵(민 14:9)도 나오고, 똥/배설물(빌 3:8)도 나온다.
- "그 은혜가 네게 족하다"는 신약에도 나오고(고후 12:9; 병 고침 간구 거절) 구약에도 나온다. (신 3:26; 가나안 땅 들어가려는 요청 거절)
- "신발을 벗으라"는 모세 버전도 있고(출 3:5) 여호수아 버전도 있다(수 5:15).

- 사무엘상 초반부를 보노라면, 그때 다곤 신전에 CCTV라도 좀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곤 상이 자빠지고 박살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녹화되게 말이다.

- 교회가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는 교회의 정당성을 초자연적으로 입증하는 사도들의 표적이 있었다. 그것처럼 이스라엘에 처음으로 왕정이 시작됐을 때는.. 사울 왕의 정당성을 하나님 차원에서 입증하는 표적이 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사울이 무슨 방언(?)이라도 터진 듯이 막 예언을 한다. 이런 장면들도 생각보다 사도행전을 닮아 있다.

- 성경에는 '아사헬'이라고 달리기를 잘해서 전쟁터에서 적을 추격은 엄청 잘했지만, 기습을 당해서 푹찍악 당한 군인이 있다. 뭔가 길 잃은 바이킹 게임에서 날쌘돌이 캐릭터가 생각난다.
삼하 2:14에서 무술인지 전투인지 모를 이 대련 장면은 고려 시대 수박 대회가 연상되기도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08 08:36 2024/07/0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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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근황: 호박 농사, 연애 등

2024년이 하반기로 들어섰다. 오늘은 오랜만에 내 근황 소식을 분야별로 전하고자 한다.
원래 이맘때쯤이면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다음 버전 개발 근황이 올라오고 신규 개발 아이템만으로 글이 한 편 완성되곤 했는데.. 지금은 딱히 그 방면으로 글을 쓸 게 별로 없다. ㅠㅠㅠㅠㅠㅠ

프로그램 개발 근황 대신, 호박 농사 근황과 딴 얘기가 준비돼 있다.
그리고 개발 근황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받았던 문의 메일들에 대해 총괄적인 소감과 답변을 전하도록 하겠다.

1. 날개셋 한글 입력기 관련

(1) 내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지만, 별 희한한 온갖 오동작 의심 증상에 대한 문의가 종종 온다. 그래도 나를 믿고 문의를 하는 건데 더 도움이 되게 스마트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버그 신고를 하기 전에 날개셋뿐만 아니라 기존 마소 한글 IME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건지를 살펴봐 주시면 좋겠다. 내가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게 된다.

(2) '한글 조합 중에 space 키의 처리 방식' 이거는 정말 이것만을 위해서 응용 프로그램별 전용 보정 옵션을 추가해야겠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이것 관련 문의가 지금까지 한두 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떤 오동작이 마소 IME 기준으로 두벌식이나 세벌식(390/최종은 불문.. 어느 것이건 무관) 중 한 자판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99.9% 이것과 관계가 있다. 하나에 맞춰서 동작하게 해 놓으면 다른 방식으로는 오동작이 발생하게 된다. 원래는 오동작이 발생해서는 안 되지만 내 프로그램이 보정을 해서 동작하는 수밖에 없다.

(3) 후원을 해 주신 분들께 늘 감사드린다. 프로그램의 '감사의 글'란에 후원자들을 가나다 순으로 등재하고 있다.

(4) Windows on ARM은 정말 내 주변에서 기기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쓰는 분이 계신지 궁금하다. 나로서는 개발 장비가 없어서 지원을 못 한다. ARM용으로 컴파일 바이너리라도 올려서 관심 있는 사용자가 비공식 배포본이라도 만들 수 있게 할까~ 정도가 고민거리이다.
자, 공적인 얘기, 업무 얘기는 여기까지. 딱히 새로운 얘기가 없기 때문에 그냥 근황 글의 챕터 하나에다 다 때려박아 넣었다. -_-;; 그 다음으로는..

2. 여친과 함께 바다 여행

이 블로그에다가는 처음으로 소식을 전하는데 말이다.
본인은 올해 초엔 평생을 함께할 사랑스러운 여친.. 아니 약혼자, 배우자(진)를 만났다. 연애가 아주 잘 진행 중이고, 올해 하반기쯤에 결혼할 예정이다.
이제 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상견례는 어떡하고 새 신혼집에다 세간은 뭘 더 갖다놓을지, 신혼집에서 통근은 어떡하나 같은 얘기도 나누고 있다.

지금까지 여친과 함께 여러 곳을 같이 돌아다녔지만, 이 글에서는 바다 풍경만 약간 소개하도록 하겠다.
지난 현충일 연휴 때는 동해 강릉을 다녀왔다. 그 이름도 유명한 경포 해수욕장.. 바닷물이 정말 맑고 시원하고 경치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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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작년에도 동해를 다녀오기는 했지만.. 그때는 강릉보다 더 북쪽 위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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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의 소나무숲은 돗자리 깔고 바람 쐬면서 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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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충일 연휴가 끝나고 찾아온 토요일 주말에는 서울에서 가까운 영종도 을왕리 해수욕장도 다녀와 봤다.
사진을 찍은 시간대가 다르긴 하지만(강릉은 아침, 저기는 저녁) 그래도 여기는 동해보다 물이 훨씬 더 얕고 탁하다는 게 절실히 느껴졌다.

게다가 이때는 간조가 오후 4~5시 무렵, 만조가 10~11시 사이였다 그래서 본인이 물놀이를 했을 때는 아직 썰물이었다.
안 그래도 엄청 멀리까지 나가야 물이 깊고 시원해지는데, 진흙 뻘밭도 있어서 땅과 물 사이를 왕래하기가 더 어려웠다. ^^
정작 밤이 되고 철수하고 귀가할 때가 되니까 물이 서서히 차 오르고 파도도 쳤다. 물놀이를 이때쯤 하면 더 좋았을 텐데.. 이게 동해에서는 거의 발견할 수 없는 황해의 특징이다.

3.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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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호박 농사 근황이다.
본인은 지난 5월 말에는 무성해진 호박 덩굴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꽃과 열매가 맺혔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딧물 피해가 좀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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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원은 곧 이뤄졌다. 6월 초쯤부터 잎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펜촉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매일 노란 꽃들이 어김없이 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싹 난 지 거의 50~60일 만의 일이다. 꽃이 피니 꿀벌도 이른 아침부터 어김없이 날아들기 시작한 건 덤이다.

또한, 진딧물도 말이다. 한때는 보다못해 세제 탄 물을 일일이 잎에다 발라 주기도 했는데..
6월쯤부터는 도대체 어디서 찾아왔는지 새빨간 무당벌레도 여러 마리 붙어서 진딧물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오오~~
꿀벌과 무당벌레라니. 호박 키우는 재미가 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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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싹이 너무 많이 나서 하천 둑에다 몰래 옮겨 심어 놓은 애들이다. 위에 애들이 두 주 만에 아래처럼 바뀌었다.
얘들은 옮겨 심기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굉장히 오랫동안 난쟁이 신세였지만.. 새로 뿌리를 내리면서 적응에 성공했다. 그래서 한 달쯤 전부터 드디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본가의 화분 호박과도 덩치가 대등해졌고, 주변의 잡초들조차 역관광 태울 만한 세력을 형성했다~!!! 우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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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도 원래 화분 상자에서 싹을 틔웠지만, 공간 부족으로 인해 저 둑보다는 흙이 열악한 곳에 옮겨 심은 애들이다.
물과 영양의 부족으로 인해 영구적인 난쟁이가 됐지만 얘들도 저 상태로 꾸준히 예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저 상태로 암꽃까지는 무리이겠지만 말이다.

다들 이례적인 초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 6월 한 달 동안 잘 자라 줬다. 물론 내가 방치만 한 건 아니고.. 꾸준히 물과 비료를 주기도 했다.

강가에 심긴 호박들은 물을 좀 안 줘도 괜찮았던 반면, 건물 옥상의 갑갑한 화분에 심긴 호박은 바로 전날 물을 줬는데도 걸핏하면 목 말라서 기공을 닫고 잎이 축 쳐져 있곤 했다.
식물이 기공을 닫고 있다는 건 광합성을 못 한다는 거고 양분을 만들지도 못한다는 뜻이니 절대 좋지 않은 상태이다.

이렇게 호박들이 길어지고 굵어지고 잎이 정말 파릇파릇해지고 꽃도 피우기 시작했는데.. 암꽃은 여전히 너무 안 피는 것 같았다.
그나마 암꽃 씨방이 수십 개는 생겼지만 거의 다 암꽃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혼자 누렇게 시들고 떨어지곤 했다.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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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에 폈던 암꽃이 수분 성공하면서 새 생명 1호가 저렇게 잉태되었다. ^^ 아~ 얼마 만에 호박 인공수분을 다시 해 보고 열매를 다시 보는지..??
수분이 성공하면 거의 하루나 이틀만 지나도 씨방이 부푸는 게 눈에 띄더라. 사흘 정도면 100% 성공/실패 여부가 결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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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2호와 3호도 맺혔다. 1호, 2호는 이제 어지간한 과일보다 더 커졌고, 동글동글한 형태를 벗어나서 더 납작 쭈글쭈글해졌다.
3호는 모양은 둥글고 예쁜데 더 커지지는 않는 것 같아서 의아하다.
지금 저 호박들을 따면 애호박이고, 그대로 40~50일 정도 두면 색깔이 누렇게 바뀌면서 늙은 호박이 될 것이다.

호박을 한두 포기 심은 게 아닌데, 다음 호박 근황글에서는 열매 소식이 더 전해졌으면 좋겠다. 부디 암꽃이 더 피길.. ^^
저렇게 줄기와 잎이 파릇파릇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일부 잎은 수명이 다해서 갑자기 누렇게 말라 비틀어지면서 시들고, 한 줄기가 통째로 힘 빠져서 죽기도 하더라. 그러면서 또 새 줄기와 잎이 딴 곳에서 나고.. 참 신기한 현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05 08:35 2024/07/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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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켓

비행기에서 쓰이는 제트 엔진 내지 터빈은 자동차에서 쓰이는 4행정 왕복 엔진보다 연료 소모가 더 많다. 하지만 로켓 엔진은 이 비행기용 제트 엔진보다도 연료 소모가 훨씬 더 극심하다. 오죽했으면 엔진 가동 시간을 그냥 '분' 단위로만 매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많은 연료를 몽땅 다 태워 없애기 때문이다.

로켓이란 게 다른 건 몽땅 단점밖에 없다. 하지만 지구의 어마어마한 중력을 이기고 payload를(연료 자체의 무게까지 포함) 지상 100km 이상의 고도까지 띄우고, 거기서 궤도 공전이 가능한 시속 수만 km 이상의 속도로 가속시키는 현실적인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쓰인다. 대포를 쏴서 우주로 가겠는가, 아니면 우주까지 무슨 엘리베이터를 만들겠는가? 다른 대안이 없다.

현재 인류의 과학 기술을 아득히 초월하는 광속 이동이나 순간이동 워프 같은 게 개발되지 않는 한, 인간이 그렇게 쉽게 우주로 나가는 건 SF에서나 가능한 요원한 일일 것이다.;; 여기서 병목이 걸리는 바람에 197~80년대에 유행했던 우주 관련 SF물들이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못하고 SF에만 머물러 있는 거다.

이와 비슷하게, 교류 전기라는 것도 다른 건 다 단점밖에 없다. 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까다롭고 지저분하고, 저장도 안 되고, 흐르는 동안 주변에 끼치는 부작용도 크고.. 하지만 변압이 유리하고 장거리 송전에 유리하다는 압도적인 장점 하나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이 쓰인다. 따지고 보면 교류 없이는 오늘날 같은 찬란한 전기 문명이 이룩될 수 없었다.;;

2. 엔진의 크기, 종류와 연료 민감성

(1) 외연기관인 증기기관은 물을 어떻게든 끓이고 뜨거운 증기를 잘 밀폐시켜서 피스톤을 밀게만 만들면 된다. 고철을 뚝딱 해서 오늘날의 기계들에 ‘비해서는’ 덜 정교하게라도 어떻게든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물을 끓일 수만 있다면 난방유 폐유 식용유 송근유, 심지어 석탄까지.. 무엇이든 집어넣을 수 있다.
즉, 외연기관은 기술적인 난이도가 낮고 연료도 덜 가리는 편이다. 그 대신 태생적인 성능과 효율이 메롱일 뿐..

그에 비해 내연기관은 엔진 내부에서 연료의 폭발을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외연기관보다는 기계 구조가 훨씬 더 정밀해야 하며, 연료도 외연기관처럼 아무거나 집어넣어서는 절대 안 된다.
즉, 내연은 만들고 운용하기가 더 어렵다. 왕복운동 엔진이 아니라 터빈에서는 외연과 내연의 기술적 격차가 더 벌어진다. 하지만 내연이 외연보다 효율이 훨씬 더 좋고 소형화에 더 유리하고 화력 조절과 운전이 더 쉽다.

(2) 같은 내연기관이라 하더라도 오늘날의 최첨단 초정밀 엔진이 100년 전 자동차의 엔진보다 연료의 상태와 품질에 훨씬 더 민감하다. 오늘날의 엔진은 깔끔한 연료가 불순물 없이 싹 연소하는 것을 가정하고 출력을 극한까지 짜내도록 최적화됐을 뿐만 아니라,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것에도 딱 거기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물질이 들어가면 효율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엔진이 망가지고 고장 난다. 배탈이 예전의 단순한 엔진보다 더 심하게 난다는 뜻이다.

완전히 같은 맥락은 아니겠지만 이런 엔진의 발달사는 총의 발달사와도 비슷해 보인다.
옛날 구닥다리 화승총 시절에는 화약과 탄환을 따로 넣었고, 탄환으로는 그야말로 현지 조달한 쇠구슬을 넣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총열에 강선까지 정교하게 새겨진 오늘날의 총에서는 그렇게 해서는 어림도 없다. 정말 정교하게 양산된 전용 탄환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 규격에 안 맞는 총알은 총에 안 들어가면 다행이고, 격발 불량이나 오발, 총기 고장 같은 갖가지 불행한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3) 자동차 엔진은 이런 첨단을 달리고 있는 반면, 농기계인 경운기 엔진은 필요 이상의 고출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 환경 규제가 딱히 없다는 점, 크기와 무게와 가격을 줄여야 한다는 점으로 인해 과거의 원시적인 소형 디젤 엔진 형태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4행정이긴 하지만 단기통이고(그래서 털털털 진동이..), 시동도 배터리의 도움 없이 플라이휠을 손으로 돌려서 건다. 요즘 디젤 엔진에다 넣었다간 큰일 날 저질 경유를 넣어도 그럭저럭 잘 돌아간다.
경운기나 트랙터 같은 농기계 덕분에 소는 농사에서 퇴출되고 식용이나 젖 용도만 남았다. 활이 스포츠용으로만 남은 것과 비슷한 이치 같다.

(4) 경운기가 소형 디젤 엔진의 예시라면, 소형 휘발유 엔진의 예시는 전기톱, 예초기, 오토바이 따위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내연기관 발전기에는 휘발유보다는 4행정 디젤 엔진이 훨씬 더 많이 쓰이는 듯하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요즘은 작은 오토바이도 다 4행정 휘발유 엔진으로 만드는 반면, 디젤 기관차에는 2행정 디젤 엔진이 쓰인다고 한다. 휘발유에서의 2행정/4행정의 차이보다 디젤의 2행정/4행정의 차이가 더 크다고 한다.

(5) 사실 내연기관은 외연기관에 비해 소형화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반대로 대형화가 어려운 구석이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뜨거운 증기만 다루는 기계와 아예 폭발을 다루는 기계가 난이도가 같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나마 왕복 엔진에서는 디젤이 휘발유보다 대형화에 유리해서 한계가 좀 극복될 수 있었다.

지난 2022년쯤엔가 잠깐 동안은 국내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더 전에는 요소수 품귀 현상도 잠깐 벌어졌었고.
디젤차는 그렇잖아도 더 첨단 장비가 들어가고 동급 배기량의 휘발유 차보다 더 비싼데,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게 되면 중고차 시장에서도 완전히 찬밥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6) 천연가스 엔진은 디젤처럼 압축착화 방식일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버스도 휘발유 엔진 택시처럼 점화 플러그가 있는 건지??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3. 기름 내연기관의 대안

한편, 통상적인 기름 내연기관 말고 다른 동력원이나 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자동차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문제는..;;
동급의 출력과 항속거리를 내기 위해 필요한 엔진/연료통 공간이 내연기관보다 더 크다.. 즉, 공간과 무게 면에서 불리하다는 것이다.

전기차야 모터는 아주 아주 작고 효율적이지만, 배터리 때문에 그 장점이 몽땅 무효가 돼 버린다.
수소 연료전지나 천연가스는 연료가 액체가 아닌 기체라는 특성상, 연료의 공간 밀도와 효율이 기름 대비 메롱이 될 수밖에 없다.

로켓이 액체 연료 버전과 고체 연료 버전만 있지, 기체 버전이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천연가스만 해도 석유보다 훨씬 더 싸고 흔한 연료인데도, 활용하는 기술은 20세기 중후반이 돼서야 저온 고압 액화 기술이 개발되면서 간신히 실용화되지 않았는가?
하물며 더 가볍고 끓는점이 더 낮은 수소는 취급하는 난이도가 그보다 더 높다. 하지만 우주 로켓을 날리려면 천연가스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고, 차라리 등유 아니면 수소를 직통으로 연소시킬 수 있어야 하는가 보다.

아무튼.. 전국의 시내버스들은 상당수가 친환경 동력원으로 바뀌었고 그게 대도시의 공기에 매우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장거리 시외· 고속버스는 여전히 디젤을 벗어나기 곤란한 지경이다. 엔진 출력이나 항속거리 한계는 기술의 발달로 많이 극복된 듯하지만, 지방엔 충전소 인프라가 여전히 열악하다.
그리고 가스 탱크나 배터리가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객실 밑에다 짐칸을 넉넉하게 마련하지 못하는 것도 큰 단점이라고 한다.

수소 연료전지 기반인 현대 일렉시티 시내버스의 경우, 맨 뒤에 좌석이 통상적인 4~5개가 아니라 3개밖에 없는 게 이 때문이다. 과거 197, 80년대에 디젤 엔진도 기술이 부족하던 시절에 '맥스 픽업트럭'의 엔진룸 뚜껑이 위로 봉긋 솟아 있었던 것과 비슷한 모습 같다.

비슷한 이유로 2층 버스도 내가 알기로 전기나 천연가스나 수소가 파고들기 몹시 난감하고 디젤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기름 내연기관 외의 다른 동력원으로 2층이나 되는 공간을 뽑아서 2층 버스에 걸맞은 엔진 출력과 항속거리를 내는 건 도저히 타산이 안 맞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요 근래, 2021년에야 우리나라 현대차에서 배터리 기반의 '일렉시티 2층'버스를 내놓기는 했다. 이건 정말 엄청난 공밀레의 산물이지 싶다. 이 배터리로 광역버스 정도는 만들지만 장거리 서울-부산 시외· 고속버스는 무리이다.

4. 환경 규제

지난 20세기 중후반엔 자동차가 세계 곳곳에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 오염 문제가 세계적으로 공론화됐다. 그래서 197~80년대부터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관련된 강력한 환경 규제가 생겼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를 계속 팔거나 수출하려면 이 트렌드를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가장 먼저 탄화수소와 일산화탄소를 물과 이산화탄소로 변환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배기가스 정화 장치가 등장했다. 휘발유 엔진의 경우, 이게 질소산화물까지 질소로 환원시켜 주는 백금 기반 삼원 촉매로 발전했다. (물론 거기 붙어 있던 산소는 이산화탄소와 물로 뿅~)

이 촉매 변환 장치는 원활하게 동작하기 위해 두 가지 중요한 변화를 이끌었다. (1) 무식한 카뷰레터가 아니라 전자 제어 연료 분사, 그리고 (2) 납이 들어있지 않으면서 다른 대체제로 노킹 현상을 막아 주는 무연 휘발유.

1980년대와 그 이전 옛날 자동차는 카뷰레터에 들어가는 공기의 양을 수동으로 제어하는 초크 밸브라는 게 있었고, 또 내리막길에서는 기어를 중립으로 바꿔야 연료를 절약할 수 있었다. (엔진 브레이크가 가동될 때도 연료가 씀풍씀풍..) 이런 엔진은 연료 소비 효율이 나쁠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휘발유에 첨가되어 들어가던 납 성분은 배기가스에 섞여서 인체에 매우 해로울 뿐만 아니라, 저 삼원 촉매 변환 장치를 망가뜨려서 다른 배기가스의 정화도 제대로 못 하게 만들었다. 환경 관점에서는 그야말로 절대악 그 자체이기 때문에 신속히 퇴출되었다.

한편, 휘발유가 아니라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 엔진 쪽은 질소산화물보다는.. 불완전 연소 때 발생하는 그을음· 매연을 완전히 태워 없애는 쪽으로 정화 장치가 더 고도화됐다. 디젤 산화 촉매(DOC)부터 시작해서 DPF, SCR 등 휘발유 엔진보다 더 정밀하고 까다로운 후처리 설비가 도입됐다.

1992년부터 2014년까지 6단계에 걸쳐 엄청나게 까다로워지고 강화된 유로규제를 보면 마치 Windows NT 4.0의 서비스 팩 6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거 맞추느라 공돌이들이 많이 갈려들어가는 바람에 '클린 디젤'이니 '디젤게이트'니 하는 씁쓸한 사기극도 벌어졌지만 말이다.

이런 일련의 노력 덕분에 세계 대도시들은 평소에 다니는 그 수많은 자동차들에 "비해" 공기 질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
뭐, 호흡기가 많이 민감한 사람들은 시골에 살다가 서울 시내로 가면 여전히 코와 목이 따갑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수동 차량의 경우,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라 밀어서 야메로 시동을 걸면 배기가스 정화 장치가 제대로 동작하지 못한다고 그런다. 트럭의 경우 과적은 차체와 도로에 무리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좋지 않다. 디젤 차량이 처음 출발할 때 시꺼먼 매연이 나오는 걸 다들 한 번쯤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자동차 동력원을 더 친환경적인 것으로 바꾸려고 시도되었던 1세대 기술이 하이브리드(승용차) 내지 천연가스(승용차, 시내버스)인 것 같다.
그러다 더 나아가서 2세대는 수소 연료 전지 또는 배터리 전기차.. 전기차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철도는 자동차와 같은 육상 교통수단이지만 전철화라는 너무 독자적이고 압도적이고 치트키에 가까운 대안이 있다. 그러니 환경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비행기나 선박은? 얘들은 여전히 내연기관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지만, 사람이 직접 거주하고 활동하는 영역 근처를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환경 규제가 자동차 동네보다 훨씬 널널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연휘발유가 자동차에서는 이미 수십 년도 더 전에 퇴출된 반면, 비행기 연료로는 여전히 현역이랜다. (경비행기 위주로)
그리고 선박에는 자동차용 경우보다 더 품질 나쁘고 매연도 많이 나오는 중유(= 값싼)가 여전히 쓰인다고 한다.

5. 나머지 얘기들

(1) 전에도 얘기한 적 있지 싶은데,
확실히 2010~2030년대는 자동차 동력원의 춘추전국 과도기로 인류 역사에 기록될 것 같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시기이다.
과거에는 짐받이에다가 보일러를 실어서 나무 목가스를 이용해서 달리는 가난한 차량이 있었고, 트레일러 트랙터에 견인되어 끌려가는 기괴한 모양의 버스, 앞에는 자동차 바퀴, 뒤에는 무한궤도인 트럭도 있었다.
그것처럼 과도기/하이브리드 차량은 자동차 역사에서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진 아주 독특한 시도라고 평가받을 듯하다.

일본이 아주 일찍부터 휘발유-전기 하이브리드를 시도했던 것처럼 울나라 현대는 수소 연료 전지를 밀고 있고, 중국이 갑자기 뜬금없이 배터리 전기차를 많이 파는 것 같다.
다만, 경주용 자동차, 군용차, VIP 의전차 같은 분야에 기름 내연기관 말고 다른 동력원이 도입되는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2) 모든 학자들이 공감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만... "지구 전체의 관점에서 석유는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단지 석유의 채굴 채산성이 떨어질 뿐이다" 이런 말이 있다.
마치 "지구에 물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단지 가뭄과 홍수로 불균등하게 분배될 뿐이다"처럼 말이다.
198,90년대에 앞으로 석유는 3~40년쯤 뒤에 고갈될 거라면서 다들 많이 걱정했던 걸 생각하면 참 격세지감처럼 느껴진다.

근데, 이제는 지구에 있는 석유를 다 태워 없애기 전에 지구 대기 중의 산소가 먼저 고갈될 거라고 전망하는 사람까지 있으니 이건 반대편 극단인 걸까? 물론 인간의 과학 기술력이 지표면 전체와 바다 밑바닥까지 샅샅이 다 뒤져서 자원을 캐낼 여력에 이르지는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02 08:36 2024/07/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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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업계에서 인텔의 경쟁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1) 동급의 x64 CPU를 만들어서 경쟁하는 AMD,
(2) 아키텍처 차원에서 x64에 도전하는 ARM 내지 애플, 혹은 심지어 (3) 울나라 삼성 전자까지 떠올릴 수 있다. 인텔이 메모리 반도체에도 손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텔은 저것들보다는 대외 인지도가 낮은 분야에서 AT&T와도 경합한 게 좀 있었다.

1. 바이너리: 오브젝트 파일 포맷

C/C++ 언어로 코딩을 한 뒤에 컴파일을 돌리면 생기는 자잘한 obj 파일들 말이다. 기계어 코드를 담는 이 컨테이너 껍데기의 포맷은 누가 언제 제정했을까?
x86 진영에서는 CPU 본가인 인텔에서 제정한 OMF 방식이 16비트 시절부터 널리 쓰였다. 볼랜드니 마소니 컴파일러가 다르더라도 obj 파일은 호환됐기 때문에 툴을 달리하여 링크가 가능했다.

그러나 마소에서는 32비트 Windows NT를 개발하면서 실행 파일 포맷을 바꾸고(NE에서 PE), 빌드 툴체인도 싹 갈아치웠다. 단순히 OMF의 32비트 확장을 쓰는 게 아니라 obj/lib의 포맷도 AT&T에서 제정한 COFF 방식으로 바꿨다. 그 반면, 볼랜드 컴파일러들은 32비트에서도 여전히 OMF 방식을 쓰면서 서로 파편화가 발생하게 됐다.

그 시절에 마소에서는 빌드를 더 편하게 하기 위해서, 로딩을 더 빠르게 하기 위해서(메모리 매핑), 거기에다 이식성까지 고려해서 같은 여러 명분으로 COFF를 도입했었다. 다만, 지금은 그런 명분이 기술적으로 많이 옅어지고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GNU 툴킷의 도스용 버전에 속하는 djgpp 컴파일러도 라이브러리· 오브젝트 파일 포맷은 COFF 방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바이너리 에디터로 들여다보면 arch! 앞에 이런 문자열이 있고.. "이건 마소 진영과 오픈소스 진영이 공통이네?" 이런 생각을 예전에 했었다.

2. 텍스트: 어셈블리어 문법

자기네 x86 기계어를 간단한 숫자와 영단어 나열만으로 풀어서 표기하는 어셈블리어 말이다. 이것도 인텔 식 문법과 AT&T 식 문법이 공존한다. 이건 단순히 '어셈블러' 제조사 간의 문법 차이가 아니라 '어셈블리어' 차원에서의 더 저수준 차이점이다.

인텔 문법 AT&T 문법
mov eax, 5
add esp, 24h
movsxd rax, ecx
paddd xmm2, xmm1
movl $5, %eax
addl $0x24, %esp
movslq %ecx, %rax
paddd %xmm1, %xmm2

간단하게는 숫자 앞에 $, 레지스터 이름 앞에 %가 막 붙어 있는 게 AT&T 문법인데, 본인 역시 Visual C++이 표시해 주는 인텔 문법에만 익숙하다. 하지만 역시 리눅스 진영 gdb 같은 데에서는 AT&T 문법이 주류이다.
현업에서 어셈블리어를 직접 짤 일은 없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을 디버깅 하다 보면 디버거가 디스어셈블리해 준 어셈블리어 코드를 보게는 된다.

마소는 이거 문법은 딱히 AT&T 식으로 갈아타지 않았고 인텔 문법을 고수하는 듯하다. Macro Assembler 같은 기존 제품과의 호환 문제가 있기 때문인 듯하다.
뭐, 어차피 같은 CPU 아키텍처이고, 짜는 게 아니라 읽기만 한다면야 자잘한 표기 차이는 그렇게 심각한 차이점은 아닐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건 적당히 고급 언어를 표방하면서 실용성을 갖춘 게 인기를 얻고 대중화되는 편이다.
그럼 실용성 대신에 한쪽으로 특화된 언어는 (1) 함수형처럼 수학 내지 순수주의 쪽으로 특화되거나, 아니면 (2) 어셈블리어처럼 기계 지향적인 쪽으로 특화되는 것 같다.

한 소프트웨어의 모든 코드를 저런 특화 언어만으로 작성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이다.
그래서 기존의 실용적인(?) 다중 패러다임 언어들은 저 (1), (2)의 특성을 제한적으로 부분적으로 제공하곤 한다. 그게 (1) 람다 아니면 (2) 인라인 어셈블리인 셈이다.;;

요즘 세상에 대학교 컴공과에서 어셈블리어 코딩 실습을 하는 건 군대에서 총검술, 사관학교에서 승마 실습을 잠깐 하는 것과 아주 비슷한 모양새인 것 같다.
비록 현대의 전장이나 현대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버렸지만, 코딩이라는 전투에서 백병전이 어셈블리어 실습이 아니겠나..;; =_=;; 실무에서는 쓸 일이 없지만 컴공 엔지니어를 양성한다는 학교에서는 컴퓨터의 밑바닥 모습을 이런 식으로라도 경험시켜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6/30 08:35 2024/06/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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