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모니터 화면을 픽셀 단위로 있는 그대로 저장하는 기능의 필요성은 과거 도스 시절부터 쭉 있어 왔다. 프로그램의 기능을 설명할 때, 특정 인증샷을 남길 때 등 여러 모로 유용하고 필요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키보드에는 print screen이라는 키가 있다. 옛날에는 사용자가 이걸 누르면 하드웨어 차원에서 인터럽트가 발생하여, 텍스트 모드 화면에 찍혀 있던 글자가 프린터 포트(LPT1)로 진짜로 갔다. 프린터가 안 켜진 상태에서 이걸 누르면 컴퓨터가 멎었다. pause를 누르면 컴퓨터의 전체 작동이 일시 중단되고 ctrl+alt+del을 누르면 컴퓨터가 곧바로 재부팅되던 시절의 얘기이다.

하지만 이런 기본 기능은 너무 원시적이고 빈약하며, 그래픽 모드에 대한 대비책이 전무했기 때문에 화면 캡처는 결국 소프트웨어 계층이 담당하는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도스 시절의 화면 캡처 프로그램은 응당 램 상주(TSR) 프로그램의 형태였다. 아래아한글의 경우, 1.5x에서는 hcopy.exe라는 자그마한 유틸리티가 있었는데, 텍스트 모드 아니면 무려 허큘리스 단색 그래픽 모드만 지원했었지 싶다. 2.0과 그 이후부터는 별도의 유틸리티는 없어졌고 대신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에 자체적으로 화면 캡처 기능이 들어갔다. 언제라도 Alt+키패드 +키를 누르면 지금 화면을 PCX 그림 파일로 저장할 수 있었다.

한동안 본인이 사용했던 프로그램은 수채화라는 그래픽 프로그램에 내장되어 있던 snap이라는 덜 유명한 국산 프로그램, 그리고 Screen Thief라는 비교적 유명한 외국산 프로그램이다 ST는 아주 특이하게도 텍스트 모드도 색깔과 바이오스 글꼴이 모두 가미된 그래픽 원형 그대로 캡처해 주는 끝내주는 기능이 있었다. 생성되는 그림 파일 확장자도 GIF로, 비록 오늘날의 JPG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PCX보다야 더 무겁고 압축률이 뛰어난 포맷이었다.

도스에서 윈도우로 넘어가면서 화면 캡처는 굉장히 쉬워졌다. 여러 프로그램들을 동시에 띄우고 드나들 수 있는 멀티태스킹 환경일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Print Screen만 누르면 화면 전체 또는 활성화된 창이 비트맵 형태로 클립보드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그래픽 하드웨어가 워낙 겹겹이 잘 추상화되다 보니, 화면 캡처란 이제 기술적으로 대상 윈도우의 DC 내용을 내 DC로 Bitblt하는 것이 전부이다.

너무 간단해졌다. 옛날에는 하드웨어 가속을 받는 동영상이나 일부 게임 화면은 이 방법으로 캡처할 수 없어서 별도의 특수한 프로그램을 써야만 했지만 이것도 비스타부터는 옛말이 됐다.

기본적인 기능은 운영체제가 자동으로 제공해 주니, 캡처 유틸리티들은 편의성을 더욱 강화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그래픽 편집과 보정 기능도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여러 윈도우의 동시 캡처, 자동 스크롤 캡처, 그리고 현재 화면보다 더 큰 해상도를 가장한 화면 캡처, 멀티모니터 지원, 텍스트 정보 추출 등, 화면 캡처라는 주제 하나만으로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적지 않다. 편집 쪽도 Blur 같은 전문적인 사진 보정보다는, 색깔 추출, 디더링 같은 산술적인 변환 기능이 더 필요할 것이다.

본인은 옛날에는 동영상 화면의 캡처를 위해 HyperSnap이라는 프로그램을 잠깐 썼었는데 나름 굉장히 잘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거 없이도 동영상 화면 캡처가 얼마든지 가능해졌기 때문에 안 쓴다. 그냥 옛날 Paint Shop Pro가 같이 제공하는 화면 캡처 기능을 유용히 쓰는 중이다.
오늘날은 국산 프로그램으로는 ‘오픈캡처’가 이 분야에서 아주 유명하다. 완전 무료 프로그램이다가 최근에는 기업 대상으로 유료화되었다.

윈도우 환경이라도 게임들 역시 전통적으로 화면 캡처 기능을 제공해 왔다. 옛날에 256색 게임들은 운영체제의 print screen 키로는 비록 비트맵 데이터는 화면 캡처가 되지만 팔레트 정보가 저장되지 않아 화면이 이상한 색으로 저장되곤 했기 때문이다. 한편, 요즘은 컴퓨터의 성능이 놀랍도록 좋아지고, UCC 만들기가 보편화하면서 아예 게임 화면 동영상을 찍는 기능도 쓰이고 있다. 외산으로는 프랩스(Fraps), 국산으로는 반디캠 같은 프로그램이 좋은 예이다.

화면도 나오고 동영상도 나왔으니, 글을 맺기 전에 소리 캡처에 대해서도 잠깐만 언급하겠다. XP 이하 시절에는 내 컴퓨터에서 나오는 소리를 도로 녹음하는 것이 비교적 쉽게 가능했는데 비스타부터는 그게 방법이 꽤 까다로워지고, 하드웨어 환경에 따라서는 아예 불가능한 컴퓨터까지 생겼다고 본인은 알고 있다. 비스타 때부터 비디오와 오디오의 하드웨어 계층이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키매크로 유틸리티와 저런 부류의 캡처 유틸리티는 운영체제가 기본 제공할 만한 보조 프로그램의 아주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컴퓨터의 활용 능력 및 생산성하고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5/31 08:36 2012/05/3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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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의사신 2012/05/31 09:37 # M/D Reply Permalink

    Vista부터 추가된 것인지 7부터 추가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Windows에 직접 딸려 오는 캡처 도구를 사용합니다.

    시작 메뉴의 보조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1. 사무엘 2012/05/31 10:14 # M/D Permalink

      캡처 도구는 스티커 노트와 더불어 7에서 추가된 유틸리티입니다.
      매킨토시는 키보드에 print screen 키 자체가 없으니 캡처 유틸리티가 진작부터 OS에서 제공되었는데 이 관행을 Windows에서도 받아들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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