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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1 컴퓨터의 포인팅 장비 by 사무엘 (10)

컴퓨터가 글자가 아닌 그림을 처리하기에는 능력이 한참 부족하던 시절에, 벌써부터 포인팅 장비라는 개념이 있는 게 사용자 인터페이스 차원에서 좋겠다는 생각을 한 선구자가 있었다. 그게 한 196~70년대의 일이다.
포인팅 장비는 2차원 평면에서의 속도감 내지 곡률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에서 키보드와는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한 중요한 입력 장치이다.

마우스: x, y 축의 재빠른 이동과 클릭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포인팅 장비. 옛날에는 버튼이 3개였으나 요즘은 2버튼으로 통일되었고, 대신 휠이 달려 나온다. 또한 볼 마우스이던 것도 다 광 마우스로 대체. 3버튼이나 트리플 클릭이 없는 것은 인간이 심리적으로 3회 이상의 동일 동작 반복을 싫어한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마우스를 쓰는 프로게이머는 있어도 트랙볼이나 터치패드를 쓰는 변-_-태는 없다. 하지만 인체공학적으로 잘 만들어지지 못한 마우스를 오래 사용할 경우 사용자의 손목에 굉장한 무리를 주므로 주의 필요.

트랙볼: 볼 마우스의 볼을 직접 굴리는 방식으로, 마우스와 기능면에서는 동일하다. 마우스의 쾌적한 이동성은 다소 희생했지만, (1) 좁은 공간에서 사용 가능하고 (2) 손가락만 까딱이면 되지 손목 전체를 움직일 필요가 없어서 피로감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노트북에 전통적으로 트랙볼 류의 포인팅 장비가 탑재되는 경향이 있었다.
트랙볼은 x, y뿐만 아니라 마우스로는 가능하지 않은 z축 이동을 이론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볼 자체를 좌우로 굴리기!!) 나름 3차원 장비라는 뜻. z축을 휠로 사용해도 될 것 같은데.

터치패드: 역시 노트북용 마우스 대체 장비로 손가락을 마우스처럼 이동한다. 트랙볼의 장점을 어느 정도 가지면서 이동의 편의성이 트랙볼보다 낫지만 여전히 마우스보다는 못하며, 이동 중에 클릭이나 휠 조작을 동시에 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터치패드에 영 적응을 못 해서 늘 마우스를 지참하는 노트북 사용자도 있으나, 본인은 터치패드로 스타도 할 정도로 이놈을 아주 능숙하게 다룬다. 노트북 사용 10+년 경력.

IBM 노트북에만 있는 거시기: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 트랙볼보다도 더욱 홀쭉한 bar를 한 손가락으로 어루만지고 있으면, 손가락이 닿은 지점에 따라 마우스 포인터가 직선 내지 매끄러운 곡선 궤적을 그리면서 이동한다. 공간 활용성은 최적이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정말 신기하기 그지없는 물건이긴 하나, 이동성은 그리 좋지 못하다고 봐야겠다.

아울러, 마우스를 제외한 다른 대체 포인팅 장비들은 휠을 굴리는 것까지는 표현하는 방법이 있는 반면, ‘휠을 누르는’ 동작은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휠을 누르면 동그란 앵커가 포인팅 지점에 나타나면서 문서를 위나 아래로 자동으로 스크롤하는 모드가 된다. ^^;;

터치스크린: 이건 마우스와는 성격이 약간 다른 장비이기 때문에 마우스의 대체품이 되지는 못한다. 말 그대로 화면을 터치할 수 있는데 여러 곳의 동시 터치가 가능하고 장비에 따라서는 터치하는 압력을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손가락을 동시에 써서 그림을 그리거나 문자를 입력하거나, 건반악기의 화음 표현까지도 가능하다.

다만, 터치스크린은 딱히 스타일러스 펜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좌표의 정밀도가 크게 떨어지며, 마우스로 치면 늘 click이나 drag만 존재하지 포인터를 움직이기만 하는 hovering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이다. 즉, UI 요소에 대해서 ‘이게 뭐지?’ 하는 tooltip을 구현하기 어렵다. 또한 좌클릭/우클릭 구분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마우스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의 UI 설계가 필요하다.

태블릿: 옛날에 본인이 어렸을 때는 디지타이저라고 배웠던 것 같다. 웹툰 작가 같은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필수인 물건이다. 모니터가 아니라 종이처럼 생긴 납작한 물건 위에다가 펜으로 그린다. 그래픽용으로 쓰는 물건인 만큼 압력을 표현할 수 있다.

※ 덧붙이는 말

1. 도스 시절에는 마우스를 모뎀과 같은 COM port에다 꽂았다. 추억의 mouse.com 프로그램. 무슨 인터럽트 서비스를 호출해 주면 하드웨어? 차원에서 아주 자그마한 마우스 포인터가 나타났었다. 그런데 마우스 포인터를 유지하는 게 도스 시절엔 꽤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화면을 고칠 때마다 포인터를 숨기고 다시 그려 줘야 했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화면에 잔상이 남음.

1990년대 중반에 그래픽 카드의 성능이 발달하면서 윈도우 3.1 시절부터 flicker-free 포인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드웨어 차원에서 마우스 포인터의 모양을 입체적으로 보존해 준다는 뜻이다. 그것도 처음에는 시스템 기본 포인터라든가 monochrome(단색) 포인터만 지원되던 것이 2000년대부터 아무 포인터에 대해서도 OK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윈도우 2000은 안전 모드로 부팅해서 허접한 일반 VGA 16컬러 모드에서 구동될 때도 마우스 포인터가 flicker-free가 보장되는 게 인상적이었다. 9x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2. 초창기에 마우스를 지원하던 프로그램은 마우스 포인터라는 게 없었고, 위· 아래로 마우스를 움직이면 선택 막대가 움직이는... 오늘날로서는 아주 기괴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3. 그나저나 마우스 휠이라는 건 1997년 무렵에 MS가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널리 퍼졌다. WM_MOUSEWHEEL이라는 메시지가 운영체제 차원에서 추가된 것은 윈도우 98부터이다.
그때는 나중에 휠이 연속적이고 부드러운 rolling도 표현 가능할 것을 염두에 두고 메시지의 스펙을 설계했지만 지금 휠이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바뀐 것 같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마우스 휠 메시지는 다른 마우스 메시지와는 달리, 마우스 포인터가 가리키고 있는 윈도우가 아니라 현재 키보드 포커스를 받고 있는 윈도우로 날아간다. 그래서 원래 휠 메시지는 마우스 포인터가 어디 있든지 관계없이 받을 수 있는데 예외가 있다. 웹브라우저 창에서 굴리는 휠은 키보드 포커스도 있고 포인터 역시 그 창에 있어야 인식된다. 한 브라우저 창 안에 여러 프레임이라든가 심지어 글자 입력란처럼 여러 윈도우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디자인된 것 같다.

4. 옛날 컴퓨터에는 컴퓨터의 동작 전체를 멈출 수 있는 pause 키가 존재했다. 그리고 컴퓨터가 동작 중일 때 키를 자꾸 눌러서, 처리되지 못한 키 버퍼가 꽉 차면 컴퓨터 차원에서 ‘삑삑’ 경고 beep음이 났다. 이거 기억하는 분 계시는가?

이 경고음을 마지막으로 들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하긴, 윈도우 9x의 BSOD도 아련한 추억이 돼 간다. 그 시절엔 그만큼 컴퓨터도, 운영체제의 구조도 단순했으며 컴퓨터의 전체 자원을 특정 프로그램이 순식간에 전부 장악하는 게 가능했다. 일부 게임을 실행하면 하드웨어를 이상하게 제어해서 pause 키가 안 먹히고 ctrl+alt+del도 안 먹히고, 심지어 caps/num lock 같은 키의 램프의 toggle도 안 되게 바뀌기도 했다.
지금은? 그렇게 한 프로그램에게 덥석 줘 버리기에는 컴퓨터의 성능과 자원이 너무 커졌고, 또 그걸 과거 컴퓨터와의 하위 호환성까지 최대한 유지하면서 제공하느라 구조가 더욱 복잡하기 짝이 없게 돼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1/11 13:51 2010/11/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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