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관광도 하고 식사도 한 뒤, 다음 남은 시간 동안은 철원 서북부의 민통선 이남 지대를 차를 몰고 다니면서 내 마음대로 답사했다.
우리가 전선 휴게소로 갈 때는 지방도 464호선의 동남쪽을 통해 민통선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다음으로 답사하는 곳은 그 도로의 서쪽 구간에 있다. 그래서 민통선 밖으로 나갈 때 그쪽으로 바로 나가면 목적지에 훨씬 더 빨리 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들어갔던 곳으로 다시 나가야 했으며, 철원 동북-서북 외곽을 횡단하기 위해 다시 남쪽의 고석정으로 되돌아갔다가 국도 87호선을 거쳐서 다시 지방도 464로 갈아타야 했다. (전선 휴게소는 동북 외곽에 있음) 동선이 대략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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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어 가는 코너다. '오덕'의 압박..;;
하긴 그래도 야동리보다는 낫다. 옛날에 사람 중에도 이 오덕이라는 분이 계시기도 했고.
차 안에서 밖을 촬영한 것이어서 화면이 좀 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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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말로만 들었던 백골 부대 백골 구조물을.. 국도 43호선상에서 실제로 봤다..;; (저건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은 아님.)

자, 내가 동선의 삽질까지 감수하면서 찾아간 곳은 바로 이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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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87과 지방도 464가 만나는 월하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얼마 안 가면 '한다리'라는 자동차 교량이 나오는데, 거기서 오른쪽(남쪽) 방면으로 한 200m쯤 떨어진 곳엔 옛날 금강산선 철도의 교량이 기둥만 남아 있다. 이걸 현장 답사했다.
그 옆을 보면 언덕이 두 동강 나기도 했을 정도로 옛날에 철길이 있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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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다리로부터 3km 정도 동쪽으로 더 가면.. '대위교'라는 교량이 나오며, 역시 여기서도 오른쪽을 보면 한다리보다 더 온전한 형태의 금강산선 교량이 남아 있다! “금강산 가던 철길!”이라는 글자까지 있음을 주목하시라.
이걸 직접 발견했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뻤을지 여러분은 상상할 수 있으시겠는가? 자동차는 이런 걸 답사할 때 쓰라고 만들어진 물건인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 보면 나보다 어린 친구가 차도 없이 철원까지 대중교통으로 찾아간 뒤, 민통선이 코앞인 여기까지는 근성으로 걸어서 답사한 경우도 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빠르고 편안하게 찾아갔는가? 완전 양반이다.
한다리, 대위교 근처에 있는 교량과, 전선 휴게소 근처에 있는 교량을 지도에서 찾아서 한 선분으로 이어 보면, 옛날에 금강산선의 선형이 대략 어떠했을지를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대위교 인근에는 '철길가든'이라는 식당이 있고, 또 민통선 구역으로 들어가는 초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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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교까지 간 뒤 본인은 차를 돌려 서쪽 백마고지 역으로 향했다. 지도를 보면 국도 87호선이 90도 꺾이는 지점이 있는데, 사실 길이 그것밖에 없는 건 아니다. 다른 방향은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는 길일 뿐. 그리고 바로 그 교차점에 그 이름도 유명한 노동당사가 있었다.

철원이 북한 치하에 있었을 때 그들이 후딱 지어 사용하던 일종의 관청 건물이다. 근대 문화유산 등록 문화재 제22호. 얼마나 튼튼하게 만들었으면, 6·25 때 주변의 다른 건물들은 폭격 때 다 폭삭 무너지고 부서졌지만 쟤만 그래도 뼈대는 저렇게 온전히 남았을 정도라고 한다.

우리는 조선 총독부 청사나 서대문 형무소를 기억하는 것만큼이나 이 건물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여기는 북한 공산당이 양민을 수탈하고 애국 우파 인사들을 체포하고 고문하고 죽이던 악마의 소굴이었다. 공산주의는 실현 불가능한 사상이기 때문에 공산주의자들은 그걸 강제로 실현하기 위해, 사람들을 감시· 억압하고 거짓 선동하고 자유를 빼앗는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악랄하고 잔학한 만행을 저질러 왔다.

남산 안기부? 남영동 대공분실? 노동당사의 악랄함에 비하면 새 발의 피는 될까 싶다. 내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는 분들은 절대악과 필요악을 분간 못 하는 오류를 절대로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공산주의자를 상대로 빨갱이라는 극단적이고 경멸적인 호칭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순수한 의미에서의 공산주의 국가는 아니겠지만, 공산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공산주의자가 사용해 온 악한 방법론과 배경 사상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사악한 반국가단체일 뿐이다. “우리나라에도 공산당도 허용돼야 진정한 민주주의..” 운운하는 건 정말 역사와 현실을 모르는 극도의 무개념· 무지의 소치이다..

오해가 없게 말씀드리자면, 나의 정치 성향은.. 악의 세력으로서 본질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북한 수뇌부와 잘 검증된 과거 역사 팩트에 굳건한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보다 훨씬 덜 중요한 겨우 무슨 새누리당이니 민주당이니 일베 오유 같은 것에 뿌리가 있는 게 아니다.
달랑 진보냐 보수냐, 성장이냐 분배냐 그딴 것만을 논하는 거라면 정치색 같은 걸로 논쟁하고 싸울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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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각은 벌써 오후 5시가 넘어 있었다. 서쪽으로 수 km를 더 달려 도착한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는 지난 2012년 말에 개통한 경원선의 북쪽 종점인 백마고지 역이었다. 근처에 백마고지 유적지가 있기도 하다.

원래 옛날에는 백마고지 역 일대도 민통선 지대였는데 나중에 해제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어차피 또 민통선을 만나게 된다. 역 주변엔 걸어서 가 볼 만한 건 없다시피하다니, 연계 교통수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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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선은 경의선과는 달리 남북 연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로가 심지어 민통선 안 구간에도 못 들어가고 이렇게 딱 끊어져 있다. 경의선 도라산 역은 잉여롭긴 해도 출입국 사무소가 있고 승강장에서 북쪽으로 쭉 이어진 선로를 볼 수 있었던 반면, 이곳은 단촐하고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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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신탄리 역 이북에 철도 중단점이 있었는데 그걸 그대로 옮긴 건 아니고.. 철도 중단점을 새로 만들었다. 그래, 이걸 실물을 직접 보면서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승차권이나 입장권 없이도 승강장과 선로 끝에 슬쩍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철원에서 철도 and/or 안보와 관련된 대부분의 명소들을 답사하면서 철덕력을 키웠다. 그리고 대한민국 땅에 주어진 자유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돌아올 때는 국도 3호선을 이용했다. 길이 상당 부분 경원선 철길과 겹치다 보니 돌아오면서도 철도역과 철길 구경을 덤으로 할 수 있었다. 도로 정체 때문에 돌아오는 길은 2시간이 좀 넘게 걸렸으며, 아침 7시 반으로부터 정확히 12시간 뒤인 저녁 7시 반에 서울에 무사히 귀환했다.

돌아오는 길엔 친구들은 너무 피곤해서 간식을 먹을 기력조차 없이 차에서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본인은 운전대를 잡고 있는 동안은 절대로 피곤을 느끼지 않았다. 단지 집에 도착한 뒤에 침대에 쓰러져서 시체 모드가 됐을 뿐.

철저한 준비 덕분에 길에서 전혀 헤매지 않았으며 시간도 적절히 분배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장소를 답사할 수 있었다. 인파가 바글바글 몰리는 데가 아니어서 분위기가 좋았으며, 완벽에 가깝게 좋던 날씨 역시 성공적인 여행을 더욱 빛나게 해 주었고 말이다.
다음날 교회에서는 같이 간 친구들의 부친께서 한 분씩 날 개인적으로 불러서 좋은 구경을 시켜 주느라 수고 많았다며 칭찬을 해 주셨다. ㅎㅎ

Posted by 사무엘

2014/05/14 08:24 2014/05/1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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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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