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IME 개발 관련 에피소드

1. 크롬 브라우저

Google 크롬 브라우저는 뭔 바람이 들어서 디자인이 갑자기 동글동글하게 바뀌었나 모르겠다. 탭과 각종 버튼들, 주소 입력란의 테두리가 말이다. 본인이 변화를 감지한 건 대략 버전 69(작년 9월쯤)부터이니 벌써 1년 남짓 됐다. 탭 모양이 저렇게 바뀌니까 크롬이 아니라 다른 브라우저를 쓰는 것 같다.

혹시 기억하는 분이 계시려나 모르겠는데, 크롬은 원래는 탭이 각진 사다리꼴 모양이었다.
Edge도 탭의 테두리가 그냥 직사각형 모양이다가 차기 베타 버전은 약간 둥글어져서 "edge"가 좀 무뎌졌다. 그에 반해 FireFox는 직사각형을 고수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크롬은 그렇게 외형이나 HTML 파싱 및 렌더링 엔진, JavaScript 엔진이나 개선하면 될 것을.. 한중일 문자 입력을 받아들이는 IME 계층까지 지난 1년간 왜 이렇게 널뛰기 하듯이 바뀌는지 모르겠다. 나의 오랜 소감을 말하자면, 크롬은 IME 지원이 파이어폭스보다 더 열악하고 버그가 더 많으며 더 불안정하다. 현재 Firefox는 TSF도 완전히 지원하지만 크롬은 여전히 그렇지 않다.

(1) 크롬 버전 71(작년 12월 중반)쯤에는.. 주소창에서 바로 한글 검색어를 입력하기 위해서 네이버나 위키 등의 주소를 자동 완성한 뒤 바로 탭을 눌렀는데, 한글 첫 타는 조합이 끊기는 현상이 발생했던 적이 있다. 'ㅎㅏㄴ글' 이렇게 말이다.
MS, 날개셋 모두 동일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외부 모듈 쪽 문제가 아니다. 단, 이건 버전 73쯤부터 해결된 듯하다.

(2) 저거보다 더 오래되고 심각한 문제로.. 크롬은 대략 2016~17년이니 굉장히 오래 전부터(50대 버전), 주소창에서 한글을 조합하는 중에('고') 마우스로 주소창 딴 곳을 클릭해서 조합을 끊으면.. 내부적으로 조합 종료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서 조합이 덧나는 버그가 있었다. 새로 cursor 위치가 바뀐 곳에서도 기존 한글 조합이 계속되었다. ('ㅏ' 대신에 '과'로..)

날개셋만 그런지 MS IME도 그런지는 기억이 안 난다만.. 오래 전부터 알려진 문제였기 때문에 내 프로그램의 도움말에다가도 이 현상을 언급해 놓았다.
고급 옵션에서 "하드웨어 가속 기능 사용"을 켰을 때만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도 굉장히 괴이한 점이었다. 그래픽에서의 하드웨어 가속이랑 IME의 동작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랬는데 버전 74쯤에서는 다행히도 이 문제가 '사라졌다.' 역시 크롬에서 자체적으로 이 버그를 수정한 것이었다. 모든 일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했다.

(3) 허나, 올해 상반기 크롬 75쯤부터는 상황이 최악으로 나빠졌다.
고쳐진 듯하던 '고과' 문제가 재발했으며, 한글을 입력하던 중에 비한글 문자를 입력하다 보면 프로그램이 그냥 뻗고 꺼져 버렸다. 도대체 뭘 건드렸길래.. >_<

크롬 카나리아 77의 경우, 한글을 조합하던 중에 마우스로 딴 델 찍으면 조합 상태는 초기화되지만 그 조합 문자열이 두 번 덧나곤 했다. '가가'가 되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을 쓰다 보면 뻗는 건 동일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크롬은 그야말로 세계구 급인 프로그램인데 내 입력기가 크롬의 동작에 맞춰야지.. >_<

덕분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 9.8은 크롬에서 최소한 프로그램이 뻗지는 않게 개선되었다. 그리고 사실은, 이걸 작업하면서 Firefox에서 자잘하게 오동작하던 문제, IE + 키보드 보안 ActiveX이 돌아가는 모 사이트에서 내 입력기가 뻗던 문제까지 덤으로 해결됐다. 그러니 내 프로그램도 일말의 개선의 여지가 있긴 했던 모양이다.

(4) 크롬이 같은 75.x 버전대에서 또 잠수함 패치된 뒤부터는.. '고과' 문제는 없어졌으나, 한글 조합 중에 Alt+D나 마우스 클릭 같은 행동을 하면 카나리아 77처럼 '가가'로 덧나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크롬 본버전과 크롬 카나리아의 동작이 동일해진 것이다.
날개셋 9.8은 뻗는 문제까지만 해결됐지 '가가' 문제는 여전히 갖고 있다. 이건 지난 9.81버전에서야 추가로 조치가 취해졌다.

세상에 같은 조작 요청을 했는데 굳이 저렇게 이상하게 동작하는 프로그램은 난 지금까지 크롬밖에 못 봤다. 크롬 최신 버전은 조합이 외부에 의해 종료됐을 때 그때 IME에서 조합 문자열을 딴 걸로 변경하면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았다.

그게 지금의 78 버전에까지 이어지고 있고, 78은 바로 지난번에도 언급했듯이 갑자기 겉으로 메트로 앱인 것처럼 동작하는 것 같다. 내부는 딱히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뭐가 자꾸 많이 바뀌는 중이다.

2. MS Word에서의 겹침 모드 지원

운영체제의 GUI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텍스트 입력란(컨트롤? 위젯?)은 대개 삽입 모드만 존재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텍스트 에디터나 워드 프로세서들은 ins 키를 이용해서 겹침 모드라는 것도 같이 제공하곤 한다.

일반적인 영문 입력에서야 겹침 모드를 구현하는 건 일도 아니며, 한글 입력 정도만 돼도 반드시 1글자씩만 조합했다가 덮어써지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Windows에 문자 입력 프로토콜이 재래식 IME밖에 없던 시절에는 텍스트 입력란을 제공하는 응용 프로그램이 겹침 모드를 그리 어렵지 않게 재량껏 구현할 수 있었다. IME는 확정된 형태의 문자열과 조합 형태 문자열을 알려 주기만 하지, 이걸 본문에 삽입하는 건 응용 프로그램의 재량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어· 일본어 IME는 임의의 길이의 문장을 조합으로 잡아서 한꺼번에 내보낼 수 있기 때문에 겹침 모드라는 게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그냥 1~2글자씩만 주고 받을 때나 한국어 IME일 때만 겹침 모드를 지원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이 동작하면 됐다.

그런데 TSF라는 새로운 프로토콜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다소 복잡해졌다.
TSF는 cursor 위치를 옮기고 거기에 무슨 텍스트가 있는지 얻어 오고, 텍스트의 일부 구간을 블록을 잡고 거기를 새로운 내용으로 대체하는 등.. 삽입/겹침이라는 모드별로 행해지는 동작을 저수준으로 직접 기술을 할 수 있다. (비록 모든 프로그램에서 이 정도로 자유로운 조작이 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체계에서는 겹침 모드에 따른 동작을 응용 프로그램이 아니라 해당 외부 모듈이 달리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텍스트 에디터의 삽입/겹침 상태가 TSF compartment 값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외부 모듈은 이 값을 참고할 수 있고 말이다. 하지만 마소에서 프로그램을 그런 식으로 개발하지는 않은 것 같다.

MS Word의 경우, 먼 옛날 97~2000까지는 내 기억이 맞다면 IME 기반으로 그냥 trivial한 방법으로 겹침 모드를 제공했었다. 한글 입력에 대해서도 겹침 모드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TSF로 바뀐 XP부터는 한글에 대해 겹침 모드가 사라졌다. 2003에서는 "한글 입력에 대해서는 겹침 모드가 지원되지 않습니다"라고 에러 메시지도 나타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랬는데 2007인가 2010에서는 TSF 기반으로도 한글 겹침 모드가 잠시 구현되었다. 외부 모듈이 아닌 Word에서 자체적으로 말이다.
아마 외부 모듈이 요청하는 문자 삽입 요청을 재구성하여, 요런 패턴을 만족하는 것은 진짜 삽입이 아니라 뒷글자를 대체하는 식으로 동작하게 인위적인 보정을 했던 것 같다.

게다가 이건 특정 외부 모듈, 아니 특정 패턴을 대상으로만 불완전하게 동작했다. 똑같이 한글을 삽입하고 한글 다음에 비한글 문자를 집어넣는데, 같은 마소 IME에서만 겹침 모드가 동작하고, 날개셋이나 한컴 IME 같은 3rd-party IME에서는 동작하지 않았다.
겹침 모드로 인식되게 하는 패턴을 개인적으로는 찾아내어 파악했다. 하지만 당장 날개셋 외부 모듈의 동작을 그렇게 고칠 수는 없다. 수많은 다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최근에 MS Office의 기간제 구독형 에디션인 365를 설치해 봤는데.. Word에서 겹침 모드로 지정해도 이제는 마소 기본 IME도 겹침 모드가 전혀 인식되지 않고 언제나 삽입 형태로만 동작했다. 몇 번이나 확인해 봐도 그렇다. 설마 365랑 정규 에디션인 201x가 동작이 서로 다를 리는 없을 테고..

겹침 모드를 저렇게 무리수로 구현하는 건 영 아니다 싶어서 도로 뺀 것 같다. 본가인 마소에서 포기했으니 날개셋 역시 겹침 모드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이야기가 좀 찝찝하게 끝난 것 같은데.. 다시 말하지만 내 생각은 TSF 환경에서는 삽입/겹침을 각 외부 모듈이 알아서 처리하는 형태가 됐으면 좋겠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엔진은 그걸 가정하고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텍스트 입력 모드가 겹침 모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 당장 그렇게 동작할 수 있다.

날개셋 외부 모듈은 처음에는 언제나 겹침 옵션이 꺼져 있고 삽입 모드로만 동작한다. 날개셋 편집기를 쓸 때처럼 ins 키가 지원되지는 않으니 날개셋 제어판을 열어서 '겹침 모드' 옵션을 수동으로 골라 줘야 한다. 그리고 이 옵션은 TSF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9/10/30 08:32 2019/10/3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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