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철도의 변화 추이

1. 수인분당선

지난 9월 12일에는 우리나라 철도 역사에 길이 기록될 이벤트가 하나 발생했다. 바로 수인선이 전구간 복선 전철(시설)로 완공되었으며, 곧장 분당선과 연결되어 수인분당선이라는 이름의 수도권 광역전철(운행 계통) 형태로 부활했기 때문이다.

이는 경의중앙선의 사례와 비슷하다.
원래 용산-성북 국철이라고 불리던 1호선 짜끄레기 지선(?)이 중앙선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색깔이 옥색으로 바뀌고 덕소, 팔당, 국수.. 지금은 양평을 넘어 용문까지 정말 엄청나게 길어졌는데.. 그게 2009년부터 DMC/서울 역까지만 개통해 있던 경의선과도 연결됐기 때문이다. 2014년에 용산선 구간이 모두 지하로 재개통한 덕분이다.
그래서 경의중앙선은 문산(임진강)-용문(지평)이라는 어마어마한 길이를 자랑하는 옥색 광역전철이 되었다.

그러면 수인분당선은 어땠는가?
1994년 9월, 철도 불모지이던 서울 동남부에 수서-오리 분당선이 개통했다. 얘는 색깔도 확 튀는 노란색인 데다, 철도청이 건설하는 철도 중에는 그 당시에 기존 철도와 만나는 게 전혀 없이 단절돼 있던 유일한 철도였다. 2009년 용인-서울 고속도로(171)가 건설 당시에 기존 고속도로와 만나는 분기점이 전혀 없이 단절된 고속도로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랬는데 분당선은 남북으로 쭉쭉 길어져서 왕십리와 수원을 잇는 거대한 전철 노선이 됐고.. 급기야는 이제 수인선과 연결돼 버렸다. 그래서 역 수가 60개가 넘는 왕십리-(수원 경유)-인천이라는 초월적인 노선으로 거듭났다. (참고로 1호선의 무려 소요산-천안이 역 수가 얼추 60개;; )

다만, 수인-분당선은 구간별로 성격과 수요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상당수의 열차는 여전히 과거의 분당선 아니면 오이도 이북의(시흥-인천) 수인선 구간만 다닐 예정이다. 여느 방사형 노선들은 서울로부터 멀어지는 말단 외곽이 수요가 적지만.. 수인선은 반대로 양 말단인 인천과 분당· 서울 쪽이 수요가 많고 중간의 화성· 안산 쪽은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기존 안산선 구간인 오이도-한대앞을 포함해서 이번에 새로 개통한 사리-야목-고색 등의 구간을 다니는 열차는 왕십리부터 인천까지 전구간 풀코스를 다니는 열차만으로 국한된다. 이런 열차는 1시간에 2~3대꼴로만 운행된다.

그러므로 오이도 역은 동쪽에서는 4호선의 종착역이기도 하면서, 서쪽에서는 수인선의 중간 종착역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하게 된다.
사실은 한대앞-오이도는 애초에 안산선이 기존 수인선의 선형을 따라 건설된 것이었다. 그걸 수인선 복선전철이 나중에 되찾았을 뿐.. 여기는 2복선 같은 것 없이 한 선로에서 안산선과 수인선 열차가 모두 오가게 된다. 같은 선형이지만 선로는 복층으로 다른 경의선 & 공항 철도의 서울 시내 용산선 구간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 수인선이 개통하면서, 과거에 분당선 수원 행에 대응하던 운행 계통은 종점이 수원이 아니라 서쪽으로 한 정거장 더 진행한 고색으로 바뀌었다.
과거에 1호선 수원 행 계통이 2003년부터 병점으로 바뀐 것과 비슷한 현상 같다. 어쩐지 그래서 고색 역은 시종착역 역할을 하기 위해 지하에서 이례적으로 쌍섬식으로 건설돼 있었다.

그래서 수원 역은 1호선도, 수인분당선도 모두 중간 종착역 역할을 하지 않게 됐는데, 이것은 두 노선의 중간 종착역 역할을 꾸역꾸역 수행하고 있는 오이도 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본인은 9월 12일이 낀 주말에 답사 여행도 다녀왔다. 여행기는 글과 사진을 정리하는 대로 이 블로그에다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렇게 철도에 거대한 수도권 순환선이 추가된 2020년 9월부터.. 고속도로에서는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100)의 명칭이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라고 개명되었다. 뭔가 의미심장한 변화인 것 같다.
저 동네가 서울 외곽 변두리 짜끄레기라는 부정적인 어감을 걷어내고, 또 더 큰 제2순환선(400)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을 반영한 개명이다.

2. 급행 전동차의 변화

지난 2019년 말~2020년 초 사이에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경부선 급행열차 체계가 꽤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용산-구로 사이의 급행 선로는 동인천 급행만이 사용하는 경인선 전용 선로로 바뀌었고, 천안 급행은 내선(급행 및 일반열차 선로)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군포와 의왕 같은 몇몇 역에다가 대피선 추가)

이 때문에 경부선 급행은 안양-수원 구간에서 내선을 주행하던 과거에 비해 속도빨이 조금 감소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경부선 급행을 더 많이 투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용산에서 끊어지는 게 아니라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까지 더 길게 운행 가능해졌다. 환승역인 금정 역에 정차할 수 있게 된 건 덤이다.

어째 운영 시스템을 이렇게 개편할 생각을 했는지?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나 모르겠다.
이런 조치 덕분에 이제는 서울 지하철 9호선뿐만 아니라 1호선의 지하철 구간에서도 이따금씩 ‘천안 급행’이라는 어색한 열차 행선지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코레일에서는 요런 완행 기반의 경부선 급행을 늘린 대신에, 하루 세 번 있는 기존의 서울-천안 급행을 슬쩍 폐지했는데.. 그건 승객들의 반발에 부딪혀 곧 무산됐다.
이제 하루 세 번 있는 이 열차만이 안양-수원에서 일반열차 선로를 주행하는 유일한 전동차이다. 누리로도, 급행 체계 대개편도 1981년 경부선 서울-수원 복복선 개통과 함께 등장한 이 40년 짬밥의 전동차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

3. 고속버스(고속도로) 대비 철도의 변화

우리나라에 좌석에 종아리 받침대가 있는 고급 육상 교통수단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초이다.
1991년인가 92년 사이에 등장한 우등 고속버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에 등장한 새마을호 장대형 객차.
열차와 버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의 영향을 받은 건 분명한데.. 어느 게 어느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는 본인도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다.

좌석 자체가 더 두툼 큼직하고 푹신한 것은 우등 고속버스이다. 특히 팔걸이의 폭 말이다. 하지만 앞뒤 간격이 훨씬 더 넉넉하고 전반적인 승차감이 더 좋은 것은 열차이다.

그리고 저 때 이후 2010년대부터 고속버스와 열차는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고속버스는 기존 우등보다도 더 비싸고 좌석이 더 안락한 프리미엄 우등이란 게 나와서 일부 노선에서 운행 중이다.
그러나 열차의 경우, 저 새마을호가 한국 철도 120년 역사상 전무후무한 가장 크고 안락한 좌석을 보유한 차량이었고 그것으로 끝났다. 지금은 KTX 특실 좌석에도 종아리 받침대 따윈 없다.

그렇게 된 이유는?
열차는 인테리어만 한없이 더 고급화하는 게 아니라, 속도가 더 빨라지는 쪽으로 일면 바람직하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요즘 제트 여객기가 과거의 비행선이나 대륙 횡단 여객선처럼 내장재를 신경쓰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나라도 KTX가 없고 열차의 증속에 한계가 있던 시절엔, 내장재와 정차역만으로 상위 등급 열차를 운용해야 했다. 새마을호의 크고 안락한 좌석은 그 시절이 만들어 냈던 유물인 것이다.

물론 기존 인프라만 갖고 노오력을 쥐어 짜내서 서울-부산을 4시간 10분까지 단축시켰으며(1985년), 더 장기적으로 3시간 반 정도까지 단축시키려는 계획은 있었다. 하지만 그거 갖고 철도가 갈수록 늘어나는 고속도로와 자가용, 고속버스의 경쟁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고속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 훨씬 더 절실히 필요했던 사업이었다. 김포 공항을 대체하는 인천 공항만큼이나 말이다.

같은 논리를 적용해 보면 고속버스가.. 우등이라고 해서 카레이서 출신의 엘리트 기사가 대형 버스로 고속도로를 시속 150~200으로 밟으면서 '초고속버스' 같은 운전을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내장재만 고급화한 버스를 운용하는 것이다.

서울-부산을 1시간 만에 가는 여객기, 2시간 반 만에 가는 열차가 있는 와중에.. 도로 교통수단이 시간 메리트가 없다면, 고속 와이파이는 물론, 최소한 좌석마다 개별 영상 서비스와 콘센트가 달린 버스 정도는 요즘 세상에 정말로 나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4. 서빙 카트

오늘날 승무원이 먹을것을 실은 카트를 끌고 복도를 왕래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은 열차와 여객기 정도인 듯하다.

참고로 고속버스에도 안내양이 있던 1960~80년대 먼 옛날에는 안내양이 버스 안에서 스튜어디스와 비슷한 일을 했다. 탑승 전 검표, 안전벨트 착용 안내뿐만 아니라 무슨 관광버스처럼 지금 차량이 지나고 있는 지역의 특산물 소개 같은 방송도 하고 주기적으로 음료 서빙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이런 것들은 모두 사라졌다. 시대의 변화 때문이겠지만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도 안내양이 없어지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여객기나 과거의 고속버스 같은 건 승차권 가격에 포함된 정식 서비스를 모든 승객에게 동등하게 제공하기 위해서 승무원이 카트를 끌고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열차는 별도로 판매되는 간식류들이 실려 있다는 점에서 카트의 성격이 좀 다르다. 다른 교통수단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오~

철도청 시절에는 이런 일을 홍익회라는 유착(?) 법인에서 전담했지만 공사화 이후에는 이런 풍경을 거의 볼 수 없어졌다. 그나마 KTX 같은 고급 고속열차에서는 코레일네트웍스 같은 자회사 소속 직원이 카트를 끌고 다닐 뿐.. 수익이 적은 새마을/무궁화호 열차를 시발역에서 타면 "우리 열차는 차내 영업사원이 탑승하지 않습니다. 식사는 탑승 전에 해결하시거나 차내 카페객차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가 자주 나왔었다.

5. 토목 기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의 장소는 서울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일명 고텀) 역의 환승 통로이며, 9호선 승강장의 위층에 있는 거대한 공터이다. 직접 본 적이 있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높은 천장을 뚫고 딱 15cm만 위로 올라가면 지하철 3호선 선로가 나온다.
9호선 고텀 역은 그 무거운 전동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3호선과 7호선의 바로 위와 옆으로 아슬아슬 아찔하게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만들어졌다. 이들 역이 동시에 건설된 것도 아님을 주목하라. 신기하지 않은가?

불과 30년 남짓 전에 2호선이 처음 건설됐던 시절엔.. 복잡한 영등포 역 아래를 그렇게 뚫고 내려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선로 밑으로 땅 잘못 파면 선로가 내려앉아서 1993년의 구포 무궁화호 열차 전복 사고 같은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그때는 한적한 곳까지 비껴 가서 신도림역을 환승용으로 따로 만들어야 했다.

이를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고텀 역의 경우, 옛날 3호선은 그냥 개착식, 7호선은 NATM(발파..), 9호선은 CAM(cellular arch) 공법으로.. 적용 알고리즘이 모두 다르다.

우리나라의 '삼부토건'이라는 건설사는 자기 회사를 소개할 때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여의나루 한강 하저 터널을 건설했던 이력을 반드시 자랑으로 내세운다. 그건 1990년대 초에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했던 장거리 하저 터널이기 때문이다.
광나루-천호도 하저 터널이지만, 그건 댐을 쌓아서 강물을 다 걷어내고 개착식으로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크게 새롭지는 않다.

서울 지하철 7호선 남성-숭실대입구역 구간의 경우, 시공사는 기억이 안 난다만 아무튼 중간에 길을 벗어나서 관악 현대 아파트의 아래를 대놓고 관통한다.
물론 공사는 20여 년 전에 그 위에서 살았던 아파트 입주민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스텔스로 잘 끝났다.

이런 게 21세기 토목 기술의 힘이다. 이미 부산 시내를 몽땅 지하로 관통하는 경부고속선이 완공됐고, 이제는 서울에서 평택까지 전부 지하로 가는 SRT, 그리고 고심도 광역 급행 전철까지 만들어지는 중이다.

참고로 지하 시설이라는 건 공간만 냈다고 장땡이 아니다. 내부에 계속해서 환기를 해 줘야 하며, 지형에 따라서는 지하수를 빼내는 펌프를 24시간 내내 가동해야 한다. 안 그러면 햇볕도 안 들어오는 탁한 지하 공간에서 사람이 지낼 수가 없어진다.
이런 최소한의 토목 디테일을 알면 북괴의 초장거리(?) 남침 땅굴 굴착설 같은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괴담임을 간파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9/17 08:34 2020/09/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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