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로이드 -- 下

이제 우리는 오일러 방정식 말고 다른 방식으로도 사이클로이드의 최단 강하 성질을 유도해 보고자 한다.
이것은 뉴턴 말고 동시대의 다른 천재 과학자이던 요한 베르누이가 최초로 발견했다.

물리 과목이 고전역학과 유체역학, 열역학, 전자기학을 넘어 파동과 입자 파트로 넘어갈 즈음에, 우리는 스넬의 법칙이란 걸 접하게 된다.
빛이 한 매질 속에서 v1이라는 속도로 나아가다가 속도가 다른(v2) 매질로 진입했을 때 잘 알다시피 굴절이 발생하는데.. 그 굴절 각도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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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 θ1 : v1 = sin θ2 : v2

비율이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법칙이다.
물리학이라는 게 딱딱한 물체의 가시적인 움직임만 기술하는 줄 알았는데.. 물 속에 비치는 물체가 실제보다 얕게 보이는 이유와 정확하게 얼마나 얕게 보이는지까지 수식으로 알려준다는 것이 경이롭다. 이건 게임에다 비유하자면 말 그대로 오브젝트들의 운동 역학뿐만 아니라 그래픽 렌더링에까지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뭐, 0도~90도 사이에서 sin x는 x 자체와 별 차이 없을 정도로 단조증가만 하니, 위의 법칙이 아주 특이한 결과를 만들지는 않는다. 빛의 속도가 빠른 곳에서는 각도가 작아지고, 느린 곳에서는 각도가 대체로 커진다. 단지 고각이 될수록 그 정도에는 선형적이지 않은 차이가 발생할 뿐이다.
(낮은 각도에서 x와 sin(x)는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은 단진자 주기의 근사값을 구할 때도 쓰인다. 이에 대해서는 곧 다시 다루어질 것이므로 참고하시라.)

그런데 빛은 애초에 질량이 없는 물건이고 구슬처럼 데구르르 구르지도 않을 텐데 저 법칙이 사이클로이드 내지 최단 강하 곡선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고지대는 매질이 진해서(...;) 빛의 속도가 제일 느리고, 아래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선형적으로 매질의 농도가 옅어져서 빛이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게 빛에게 중력 역할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해, 공기 아니면 물 같은 이산적인 흑백이 아니라, 그러데이션을 생각하면 된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위에서 아래로 빛을 조금이라도 비스듬하게 쏘면.. 빛 역시 단순무식하게 직선 형태로 나아가지 않게 된다.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쭈루룩 휘어지고, 그 궤적이 놀랍게도 사이클로이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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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궤적의 어느 점에서나, 어느 높이에서나 sinθ / v의 값은 일정해야 한다.
출처에 따라서 sinθ / sqrt(h) = C(상수) 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앞서 값을 구한 바와 같이, 속도 v는 sqrt(2*g*y)로, 높이의 제곱근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y축이나 높이 h나 동일한 개념인 것은 다들 아실 테고..

그리고 여기서 각도 θ라는 건 보다시피 y축(세로선) 기준의 값이다. 이를 x축 기준으로 환산하면 90도-θ나 마찬가지이다. 즉, y축 기준 입사각 90도는 x축 기준 0도와 같다는 뜻.. 그러므로 y축 기준으로 sin θ는 우리 입장에서는 cos θ와 같은데..;;

여기서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
cosθ는 1/sqrt(tan(θ)^2 + 1) 로 형태를 바꿔치기 할 수 있다! (sinθ^2 + cosθ^2 = 1이니까)
여기서 탄젠트라는 건? 고맙게도 x축 대비 y의 변화량.. dy/dx, 다시 말해 y'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sinθ/v에서 분자는 1/sqrt(1+y'^2)로 깔끔하게 나왔고, 분모 v에다가는 sqrt(2gy)를 집어넣으면..
이게 곧 미분 방정식

1/( sqrt(2gy)*sqrt(1+ y'^2)) = C

이 나오는데, 이건 앞서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에서 d/dy 안에다 대입해서 집어넣었던 ∂F/∂x'와 같은 형태이다. 그때는 x를 먼저 구했지만 지금은 y를 먼저 구할 뿐... 그리고 그때도 지금처럼 y를 먼저 구하는 식으로 풀 수 있다.

잡다한 상수와 근호를 치우고 식을 정리하면 y(1+y'^2) = C 를 얻는다.
제곱이 좀 압박스럽게 보이긴 하지만, 얘는 dx = dy sqrt( y/(C-y) ) 로 변형 가능하며 이건.. 역시 이전 방식에서 얻었던 x'의 형태와 같다.
그러니 y를 삼각함수의 제곱으로 치환해서 계속 풀어 나가면 된다. 이상..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다른 참고 사이트에서 열람하시기 바란다. (☞ 참고 1, 참고 2)

사이클로이드는 공대 1학년의 기초 필수 코스인 벡터 미적분학 교육과정에서 정말 최고로 적합한 교보재인 것 같다.
스넬의 법칙 덕분에 풀이의 일부가 좀 간소화된 듯한 느낌인데.. 사실 스넬의 법칙도 직접 유도해 보면 물리에 앞서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과 동급의 수학 원리가 이미 깔끔하게 담긴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빛이 속도를 최대화하기 위해 사이클로이드 궤적 형태로 굴절된다니, 이건 우주 로켓 발사와도 동일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공기가 가장 짙고 공기 저항도 극심한 지상에서는 이 구간을 빨리 빠져나가는 게 중요하므로 로켓이 닥치고 수직 상승한다. 하지만 공기가 충분히 옅어지면 이제 수평으로도 속도를 내서 지구 궤도에 진입할 채비를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각 고도별로 수직과 수평 동력을 잘 배분하여 연료를 가장 적게 쓰고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경로를 짜는 건 굉장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여기에도 사이클로이드 궤적이 쓰이는지 궁금하다.

2. 등시 곡선

아이고 힘들다.. 최단 강하 곡선 얘기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네.. 그런데 이게 사이클로이드의 역학적 특성의 끝이 아니다.
얘는 최단 강하 곡선인 동시에 놀랍게도 ‘등시 곡선’이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공을 곡선의 맨 꼭대기에서 굴리든, 밑바닥 근처에서 살살 굴리든, 목적지인 밑바닥에는 동일한 시간 후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공기 저항과 마찰을 무시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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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들으면 같이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단진자의 운동.
학창 시절에 배운 기억으로는 단진자도 각도라든가 추의 무게와 무관하게 왕복 주기가 동일하다. 오로지 실의 길이 l과 중력가속도 g의 영향만 받아서 2π*sqrt(l/g)라는 공식이 나왔었다. (줄 길이의 제곱근에 비례)

그런데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단진자가 그리는 궤적은 사이클로이드가 아니라 그냥 원호이다. 둘이 어떻게 동일할 수가 있지?
관련 자료를 다시 찾아보니, 단진자의 주기는 각도와 완전히 무관한 게 아니었다. 중등 수준에 맞게 난이도 보정을 하느라 θ가 충분히 작아서 sinθ가 θ와 얼추 같다고 “치고” 식을 유도한 것이었다. 원래 미분방정식은 θ'' + sinθ *g/l = 0 이렇게 나오는데, sinθ를 놔두면 미분방정식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언젠가 물리 시간에 뭔가 “sinθ가 θ와 얼추 같다고 치고” 식을 유도하는 걸 접한 기억은 있지만 그게 단진자 주기 공식이었다는 건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sinθ를 살려서 문제를 해석학적으로 정확하게 풀려면 타원 적분이란 걸 동원해야 하며, 최종적인 답이 무한급수의 형태로 튀어나오게 된다. 이런 복잡한 항들이 2π*sqrt(l/g)의 뒤에 덕지덕지 추가적으로 곱해진다. 자세한 것은 타 사이트의 설명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단진자가 이 정도로 까다로운 물건이었다니..;;

그럼 60도짜리 진동과 15도짜리 진동이 일치할 정도가 되려면.. 진자도 원호 궤적이 아니라 사이클로이드 궤적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 사이클로이드는 원 궤적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앞서 설명한 바 있다. 진자의 궤적이 사이클로이드가 되게 바꾸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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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렇게.. 반지름 a/2짜리 원을 굴려서 얻어지는 사이클로이드 모양의 벽을 반반 쪼개서 양 옆에 배치하면 된다. 그러면 아무 지점에서 진동시켜도 사이클로이드 궤적을 그리면서 완벽한 등시 등주기가 실현된다. 얘는 각도와 무관하게 진동 주기에 π*sqrt(l/g) 다음으로 원운동 진자 같은 복잡한 항이 덕지덕지 붙지 않는다. 이것을 첫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호이겐스 진자라고 부른다.

사이클로이드 궤적은 어째서 등시 강하가 보장되며, 저렇게 진자를 진동을 보정하면 어떤 원리로 사이클로이드가 되는 걸까?

우린 임의의 궤적 함수가 주어졌을 때 구슬이 끝까지 다 굴러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구하는 함수 T를 이미 구한 바 있다. 분자는 sqrt(1+f'(x)^2) dx이고, 분모는 sqrt(2*g*f(x))이던 그 식 말이다.
그걸 써먹으면 된다. 얘를 임의의 시작점을 집어넣어서 끝까지 적분을 하더라도 항상 동일한 값이 나온다는 것을 입증하면 등시 강하 특성을 입증할 수 있다.

그런데 사이클로이드는 매개변수 형태로 표현돼 있으므로..
x = r*(θ-sinθ), y = r*(1-cosθ) 로부터
dx/dθ = r*(1-cosθ), dy/dθ = r*sinθ 를 얻는다.
그러므로 dy/dx는 양변을 r로 나눈 sinθ / (1-cosθ)가 된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 식의 분자 부분을 다음과 같이 깔끔하게 dx 대신 dθ로 치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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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분모는? f(x), 아니 y에 해당하는 r*(1-cosθ)만 대입해 주면 되는데...
우리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약간의 변화를 줘야 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최고점인 y=0일 때 속도가 0이었지만, 우리는 y>0이고 더 낮은 임의의 지점에서 가속을 시작하여 구슬을 굴리더라도 끝까지 다 구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동일하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그 임의의 지점을 단순 높이로 나타내건 각도로 나타내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원을 0도에서 180도(pi!) 반원 각도만치 굴려서 사이클로이드 궤적을 굴리는 상황을 설정할 것이므로 각도 표기를 계속 사용할 것이다.
θ0이라는 각도에서 처음으로 공을 굴렸다면 속도가 어떻게 될까?
v = sqrt(2g*(y-y0)) 로부터 sqrt( 2g*r*( cos(θ0) - cos(θ) )) 이 나온다. 각도를 빼는 게 아니라 y축 관점에서 cos 결과값을 빼 주면 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사이클로이드의 y축 매개변수 r*(1-cosθ)에서 1이 cos(θ0)로 바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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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냥 제일 높은 곳에서 처음부터 구른 것이면 θ0는 0도이기 때문에 분자와 분모에서 2a*(1-cosθ)가 통째로 약분되어 없어진다. 적분식은 θ와 무관한 상수가 되며(= 극값), 사이클로이드가 고정된 최단 강하 곡선임이 증명된다.
다음으로 분모의 1을 cos(θ0)이라는 상수로 바꾸고, 얘를 θ0부터 pi까지 정적분한 값도 θ0와 무관하게 고정된 값이 나온다는 것을 입증하면.. 이건 구르는 소요 시간이 θ0의 값과 무관한 등시 곡선임을 추가로 증명할 수 있다.

얘도 다루기가 많이 까다로워 보이지만.. 그래도 끝자락이 삼각함수에서 비교적 취급하기 쉬운 상수인 pi이며, 삼각함수들을 반각/배각 공식을 이용해 제곱으로 치환하면 제곱근 근호를 걷어내고 적분을 그럭저럭 격파할 수 있다.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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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경이롭다. =_=;; 특히 마지막에 arcsin으로 치환되는 적분 부분이 정말 압권이다.
이를 통해 θ0은 싹 사라져 버리고, θ0가 있더라도 그냥 θ0=0일 때와 동일하게 상수 시간이 도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이다. 사이클로이드를 제대로 마스터 하려면 호이겐스 진자의 진동 궤적이 왜 사이클로이드가 되는지도 해석학적으로 유도해야겠지만.. 그건 이 자리에서는 생략하겠다.
아무쪼록 (1) 사이클로이드가 원이나 타원의 호가 아닌 이유, (2) 저게 최단 강하 곡선인 이유, (3) 어느 위치에서건 등시 강하 곡선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면 당신은 대학 나온 훌륭한 이과생 공돌이라고 불릴 자격이 될 것이다.

1600년대 중후반은 갈릴레오와 케플러에 이어 뉴턴, 라이프니츠, 베르누이 같은 사람이 등장하면서 미적분학이 태동하고 고전역학이 전성기를 맞이한 시기였다. 그 옛날 사람들이 사이클로이드라든가 단진자 운동의 특성을 갖고 저런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저 때는 괘종시계가 현역이던 옛날이었기 때문에 단진자 운동을 정확하게 기술하고 등주기를 실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그게 시계의 정확도와 직결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1700년대에 가서는 오일러와 라그랑주가 나오면서 이 바닥은 더 세련된 계산법이 개발되고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1/25 08:35 2020/11/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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