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은 한 달 내내 날씨가 지독하게 더웠다.
본인은 올해의 하계 휴가는 예전의 관행과 달리, 인천· 경기도를 벗어나지 않는 단거리 위주로 산발적으로 다녀왔다. 그리고 새로운 장소를 개척하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기존 장소를 찾아갔다. 코로나19 시국과 개인적인 신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이렇게 움직이게 됐다.

먼저 을왕리 해수욕장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뒤, 다음으로는 양평 계곡에 다녀오고 거기 부근에서 캠핑을 했다. 당초 계획했던 동해 바다를 포기하는 대신, 이걸 황해 바다와 계곡으로 나눠서 퉁친 셈이었다.

방역 때문에 밤에 시원한 바다 코앞에서 텐트 치고 놀지를 못하게 한다니.. 그럼 멀리 동해까지 원정 가는 것의 의미가 없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코로나니 뭐니 해도 이 더위에 어디든 바다는 보고 와야 하니 그냥 가까운 곳을 찾아가게 됐다.

1. 첫째 날: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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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왕리는 3년 전에 다녀 온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이 어디 가지는 않아서 주변 지리가 낯익어 보였다.
그때도 한낮에 찾아가니 물이 다 빠져 있었는데.. 나중에 용유도 일대의 만조· 간조 시간대를 찾아보니 진짜로 오후 2시 반쯤이 물이 제일 없는 시간대였다. 황해에서 물놀이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런 것도 고려를 해야겠다.

그래도 만조 ↔ 간조 사이의 간격이 얼추 6시간이니, 두어 시간 정도 지나자 물이 금방 들어왔다. 한참 멀리 떨어져서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부표들도 금세 물에 잠겼다.
워낙 폭염이 강하고 수심이 얕기도 한지라, 바닷물은 그냥 온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지근했다. 그리고 아래가 내려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한 흙탕물이었다.

동해는 시종일관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고 거품 낀 맑은 물이 솟구치는 대신, 바닥도 급격히 깊어져서 물에 얼마 들어가지를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원도건 부산이건 별 구분 없이 말이다.
이런 사소한 것들도 매년 꾸준히 바다에 다녀오니 차이점이 눈에 들어오고 경험과 노하우가 생긴다.;;

여기서는 발 담그고 해변 산책, 식사와 카페 휴식 정도만 했다. 방역을 빌미로 해수욕장이 폐장 상태이고, 샤워장조차 운영하고 있지 않으니 뭘 더 할 수가 없었다.
그럼 발을 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야외 수도꼭지 같은 거라도 있어야지? 그것도 없으면 사람들이 나갈 때 온통 공중 화장실로 몰릴 것이고 세면대 하수구가 모래에 막혀서 배기지를 못할 텐데.. 이미 공중 화장실 세면대는 개판이 돼 있었다.;;;

2. 둘째 날: 계곡

이튿날, 본인이 찾아간 곳은 양평의 모 계곡이었다. 여기도 수 년 전에 교회 수련회 일정에 껴서 친구들과 다녀온 적이 있어서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작년에 굉장히 시원하고 인상이 좋았던 안양 병목안 산림욕장의 계곡, 또는 양주 송추 계곡도 후보에 껴 있었다. 하지만 거기는 연계 관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지라, 이번에도 역시 검증된 피서 휴양 코스인 양평을 선택하게 됐다. 서울을 떠나서 국도 6호선을 따라 한강 경치를 감상하는 건 나를 언제나 들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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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서는 인구 밀도 대비 수량이 부족해서 앉거나 눕는 기동밖에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 길고 긴 폭염 와중에 이만치라도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곳, 선풍기와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있는 곳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물이 적은 대신 퀄리티가 바닷물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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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물이 졸졸 흐르는 전용석에 기다랗게 누워서 한 30분이 넘게 컴퓨터 작업을 했다.
그늘 밑에 돗자리 깔고 거기서도 낮잠을 자고 간식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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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문 뒤에는 계곡을 나와서 근처를 방황하던 중,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어느 공터를 발견했다.
놀이터였던 곳이 방치된 것 같은데.. 차도에서 가깝지만 길에서는 공터 안이 수풀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 은폐 보안성을 자랑(?)했다. 게다가 옆에 정자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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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바로 옆에 흐르거나 화장실· 수도꼭지 같은 것만 근처에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캠핑을 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다. 여기서 텐트 치고 밤을 보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3. 셋째 날: 한강 주변 카페, 두물머리 세미원

계곡에서는 6시간을 채 있지 않았던 반면, 이 캠핑 아지트에서는 자는 시간을 포함해서 무려 12시간 가까이 있었다.
둘째 날까지 물놀이와 캠핑을 했다면 셋째 날엔 두물머리 일대에서 시각 힐링과 관광을 즐겼다. 이런 연계 코스 때문에 계곡에 갈 때도 다른 지역 대신 양평을 선택한 것이었다.
다만, 이 관광지들은 상수원 보호 구역에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관광만 가능하다. 이제 물놀이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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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교회 수련회를 다녀오면서 개척한 적이 있던 카페인데.. 예나 지금이나 주변 경치가 가히 킹왕짱이었다. 날씨도 흐릴 거라는 예보와 달리 쾌청해서 더욱 좋았다. 여기서 제대로 씻고 전자기기들을 충전하고 간식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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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햇볕이 내리쬐고 날씨가 많이 더워져서 야외 활동은 자제할까 생각도 했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근처의 '세미원'이라는 곳을 가 봤다.
'평범한 연꽃 공원처럼 보이는데 무슨 입장료까지 받나, 옆에 있는 두물머리 공원과 차이가 뭐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들어갔지만 생각이 곧 바뀌었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시설이 정말 잘 꾸며져 있고 볼거리가 많았다.

특히 저 사진에서 보다시피, 입구에서부터 울창한 나무들 아래로 물이 졸졸 흐르는 징검다리길이 있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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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는 이렇게 커다란 연꽃들이 가득했다. 꽃이 피었다가 시든 자리는 무슨 샤워기 같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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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도 이렇게 잘 꾸며진 공원과 연못이 아주 넓게 갖춰져 있었다. 그저 풀숲뿐인 두물머리 공원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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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하늘과 강이 참 예뻐서 한 컷 찍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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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원에서도 다리를 통해 이웃집인 두물머리 공원으로 갈 수 있었다. 단, 두물머리에서 세미원으로 재입장을 하기 위해서는 티켓을 잘 간수하고 있어야 한다.
뙤약볕 아래에서 긴 거리를 걸어 다니느라 다리가 아프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돌아다닐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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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돌아오면서 강북이 아니라 강남에서 강북 쪽을 바라보며 찍은 한강 경치이다.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이상이다. 본인은 이렇게 이번 휴가철엔 바다(3) - 계곡 개울(1) - 큰 강(2)의 순으로 답사를 하고 돌아왔다.
각 장소별로 물놀이는 바다(2 발만..) - 계곡 개울(3 제일 많이) - 큰 강(1 전혀 못 함)의 순으로 했다.
사진은 바다(1 별로) - 계곡 개울(2 조금) - 큰 강(3 제일 많이) 이런 순으로 많이 남겼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15 08:34 2021/08/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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