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명

지금으로부터 불과 수십~수백 년 전만 해도 인간들은 정말 간단한 안전 장치가 없어서 정말 간단한 사고만으로도 죽고.. 저렴하게 보충 가능한 무슨 영양분이나 약, 백신이 없어서 간단한 상처만 입고도 세균 감염 때문에 죽고, 간단한 병에만 걸려도 죽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겨우 '종기'가 동서양의 수많은 왕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괴롭히고 죽게 했는지를 생각해 보자. 평민이 아니라 군주.. 당대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던 사람을 말이다.
충치나 잇몸병도 치료 안 하고 극단적으로 방치하면 독소가 뇌까지 가서 사람이 얼마든지 죽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러니 "현대인들은 옛날처럼 결핵, 콜레라, 장티푸스, 파상풍, 전염병으로 죽지 않으니, 끝에 가서 암에 걸려 죽는 편이다"란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후진국형 감염병 전염병 → 성인병 → 암의 순으로 병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 같다.

이렇듯, 옛날엔 의료 보건 위생이 열악하고 영양 상태가 열악했기 때문에 사람이 장수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먼 옛날 성경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노아의 홍수 이전에는 사람이 900살이 넘게 살았는데, 그 뒤부터는 사람 수명이 급격히 짧아져서 100을 넘기가 어려워졌다. 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후세들이 단명하는 걸 보고 이러다 인류가 멸망하는 거 아니냐고 굉장히 놀라고 겁먹었지 싶다.;; 요즘 저출산을 걱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고대 과거에도 이 역경을 딛고 8, 90까지 사는 용자도 가끔은 있었다. 신체의 면역력이 최강이었던 듯? 그리고 옛날에도 암 걸려 죽는 사람도 없는 건 아니었다.
조선 시대엔 사람이 나이 80인가 90을 넘으면 노비여도 해방시켜 주고 왕이 찾아가서 어르신~ 굽신거리며 인사를 했다고 그런다. 창세기 끝부분에서 파라오가 야곱 옹을 찾아가서 인사하던 장면이 생각나는군.

2. 동물로부터 옮는 병

개, 돼지, 소와 얽힌 무서운 병이 하나씩은 다 있는 것 같다.
광견병은.. 치사율이 99.99%에 달하는 정말 무서운 병인데 그나마 백신이 인류를 구했다. 증상은 물과 빛에 접촉하는 게 고통스러워진다니, 식물과는 완전히 반대가 되는 것 같다.

광우병은 병의 명칭이 정확하지 않고 환자도 극소수라는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일단 걸리면 뇌가 망가지면서 죽는 무서운 병이다. 백신도, 치료제도 현재까지 전무하며, ‘프리온’이라는 원인 물질이 기존의 세균이나 바이러스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고 한다.
그런데 영국에서 처음으로 발병한 병이 왜 미국산 소고기로만 불똥이 튀었는지는 난 지금도 잘 모르겠다.

저런 병들에 비해, 구제역이나 돼지열병은 종간장벽에 걸려서 사람한테는 딱히 해를 끼치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한번 발생했다 하면 불쌍한 돼지들이 몽땅 다 매몰 살처분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큰 손해를 끼치기는 한다.
2010~11년경에 한번 대판 난리를 겪은 뒤, 요즘은 우리나라에 구제역 백신은 꼬박꼬박 다 맞힌다고 한다. 돼지들을 정상적으로 키우지 않고, 원가 절감을 위해 너무 좁고 열악한 곳에서 면역력도 약한 채로 항생제 꼬라박고 살만 찌우며 사육하는 게 문제라고 그런다.

3. 에이즈

그리고 끝으로 에이즈..;;
에이즈는 인체의 면역을 무너뜨려서 다른 기회질병들을 왕창 일으킴으로써 사람을 죽게 만드는.. 다시 말해 딴 질병들을 끌어들이는 ‘메타질병’(!)이다.
그 기작을 일으키는 병원체 바이러스는 HIV라고 부르고, 이놈 때문에 일어나는 여러 증상들 일체를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 AIDS라고 부른다. “HIV에 감염된 뒤에(양성 판정) 인체가 놈을 이기지 못해서 AIDS가 발병하기까지는 수 년에서 십수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런 관계다.

이렇게 사람이 면역 무장이 해제되고 나면 평소에는 절대 안 걸릴 감기나 호흡기 질병, 폐의 아주 자잘한 염증만 갖고도 사람이 픽 쓰러지고 훅 가게 된다. 그리고 자잘한 피부 질환들도 컨트롤이 안 돼서 그대로 도지고 시뻘겋게 흉측하게 변한다. 방사능 피폭 때문에 온몸이 총체적으로 망가지고 서서히 죽는 것과.. 분야와 방식은 다르지만 결과물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에이즈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피나 정액 (+ 모유, 질액)처럼 일상적으로 쉽게 나오지는 않는 찐한-_- 체액을 통해서만 전파된다. 땀, 대소변, 타액, 비말, 눈물, 콧물, 입김 정도로는 절대 전파되지 않는다.
우한 괴질 COVID19는 사람 비말에 담겨서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고 그래서 전세계 사람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마스크 쓰고 얼마나 삽질해야 했던가? HIV는 전혀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공기 중에서 단독으로는 얼마 못 살고 죽는다.
그러니 에이즈 예방을 위해서는 ㅋㄷ을 착용하라고 그러지, 마스크를 착용하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HIV는 피를 통해서 전해진다고는 하지만 의외로 모기에게 물려서 감염되지는 않는댄다.
말라리아 ‘균’은 모기의 체내에 무사히 머무르고 살아 있지만, HIV 바이러스는 종간장벽에 걸리는지 모기의 면역 체계를 뚫고 들어가지 못한댄다.
오 개인적으로 궁금했는데 그렇구나.. 그 하찮은 미물 모기한테도 면역이라는 게 있구만. -_-;;

에이즈의 기원은 아프리카에서 인간이 어떻고 원숭이가 어떻고 그런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인간이나 원숭이의 생태가 열악했던 건 수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이런 병이 왜 하필 1980년대가 돼서야 뿅 나타났는지 진짜 기원과 발생 배경은 여전히 수수께끼 미스터리라고 한다.

이렇듯, 에이즈는 평범하게 건강· 영양 관리 안 하거나 보건 위생이 불결해서 걸리는 병이 아니다. 하필 피와 정액만 저렇게 저격하는데 정작 모기를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고. 증상이 정말 끔찍하고 무섭고, 아직까지도 치료법은 많이 발달했지만 근본적인 바이러스 퇴치는 못 하고..
그래서 당시엔 사람들이 이걸 20세기 흑사병, 세기말 신의 징벌 급으로 생각하면서 두려워했다. 진짜 특이한 병이기는 하다~!

모든 게이들이 에이즈 환자인 건 아니고, 모든 에이즈가 동성애 때문에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동성애가 에이즈 감염을 늘린다는 건.. 마치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만큼이나 통계적으로 팩트이다. 이에 대한 필요 이상의 확대해석이나 혐오발언은 자제해야겠지만 일단 현실은 그렇다.
오죽했으면 쌍팔년도 시절에 에이즈를 지칭하는 비공식 코드명이 ‘게이들이 걸리는 괴질’ GRID인 적도 있었다. 뭐, 1970년대에는 미국에서도 동성애를 아직 정신병으로 규정했을 정도니까.. 이것조차도 동성애를 아예 형법상 범죄로 규정했던 더 옛날에 비해서는 인식이 많이 달라진 거다.

(1940년대에 앨런 튜링이.. 천재 머리로 2차 세계 대전의 승전에 기여하고 세계를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불이익을 당했던 걸 생각해 보자. 사우디아라비아나 우간다 같은 나라가 아니라, 서구 열강이던 영국에서 말이다.)

에이즈는 그 특성상 성행위뿐만 아니라 수혈을 통해서도 전파되고, 무슨 유전병마냥 산모를 따라 태아가 그냥 모태로부터 감염된 채로 태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요즘 정상적인 병원에서는 주사기를 절대로 재사용하지 않으니 그럴 일이 없는데.. 한 주사기를 여러 명이서 돌려 쓰는 뒷세계 약쟁이들 사이에서 바로 저런 이유 때문에 에이즈 감염이 잦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말에 내국 자국민 중에서 최초의 에이즈 감염자가 확인됐다. 1985년은 아직 국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전이었다. 젊은 청년이 연고가 없는 아프리카 지역에 간 건 놀러 간 게 아니라 일하고 외화 벌러 간 것이었다. 그런데 어딜 잘못 삐끗하는 바람에 병이 옮은 듯..
그 환자는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2011년도의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50대 중반의 나이로 생존 중이라고 한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에이즈도 고혈압이나 당뇨 정도의 위험도로 많이 내려간 듯하다. 물론 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HIV는 무슨 광견병 바이러스 같은 놈은 아닌지라, 감염자의 80% 정도는 꾸준히 약 먹고 몸 상태 관리하면서 잘 생존해 있다고는 한다. 통계를 검색해 보니 2020년대에 국내의 에이즈 환자는 15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문제는 감염자가 매년 1000여 명씩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 이것도 마약 사범의 증가만큼이나 큰 문제가 될 것 같다. 매년 드는 그 비싼 약값(그것도 나라에서 보장해 주는!!)이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11/20 08:35 2023/11/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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