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벌 검색 기능의 퇴화(?)
예전에도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비주얼 C++에는 Alt+F12를 누르면 심벌 검색을 할 수 있다. 주어진 프로젝트의 소스 코드에 등장하는 모든 명칭들(클래스, 함수, 전역 변수 등등)의 선언과 정의가 있는 곳을 곧바로 찾아갈 수 있으니 이건 매우 편리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이 기능이 특히 강력한 이유는 내가 해당 프로젝트의 내부에서 선언한 명칭뿐만 아니라, 인클루드 파일에 있는 명칭들도 전부 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C/C++ 라이브러리에 있는 함수나 윈도우 플랫폼 SDK 내지 MFC 라이브러리에 있는 방대한 명칭들도 다 조회가 되어서 해당 명칭의 출처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어차피 소스 코드를 빌드하여 precompiled header나 인텔리센스 정보를 만들 때 이런 정보들을 다 한 번씩 파싱을 하기 때문에, 심벌 검색은 최적화된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대상으로 신속하게 행해진다. 무식하게 수백, 수천 개의 헤더와 소스 파일들을 텍스트 형태로 찾는 find in files 형태가 아니다.
그런데, 비주얼 C++ 2010을 보니 심벌 검색은 해당 프로젝트에서 직접 선언한 명칭만 가능하고, 그 프로젝트가 stdafx.h에다가 인클루드하여 사용하는 플랫폼 SDK, MFC 같은 것들의 명칭은 조회되지 않는다.
200x 시절과 동일하게 '참조에서 찾기' 옵션을 켜고, 검색 범위를 'All components'로 바뀌었는데도 여전하다. 이 기능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궁금하다.
(WM_CREATE 위치가 뜨는 2003 좌, 하지만 뜨지 않는 2010 우)
물론, 소스 코드에서 MFC나 플랫폼 SDK의 명칭을 참조하는 부분에서 F12를 눌러 보면 여전히 해당 명칭의 선언부로 가긴 간다. 하지만 명칭을 직접 입력해서 찾는 심벌 검색 기능은 왜 그게 불가능해진 걸까?
보아하니 그저 닷넷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의 명칭을 조회하는 기능에만 신경 쓰느라, C++ 네이티브 개발 쪽은 지원이 간과되기라도 한 건지? 2010은 그렇잖아도 인텔리센스에다 빌드 보조 파일들이(*.sdf, *.ipch) 예전에 비하면 기겁을 할 정도로 방대해졌는데 편의 기능은 도리어 없어지면 어떡하냐 말이다.
2. 메뉴 편집기의 우클릭
C++ 프로젝트를 새로 만들거나 열어서 리소스에서 메뉴 편집기를 연다. 아, 프로젝트를 만들 필요 없이 그냥 리소스 템플릿만 하나 만들어서 메뉴를 생성해도 되겠다.
열었으면 클라이언트 화면의 빈 공간을 아무 데나 우클릭하여 메뉴 편집기에 대한 컨텍스트 메뉴를 연다. 그 후 마우스로 다른 곳을 클릭하거나, 명령을 선택하거나, ESC를 눌러서 컨텍스트 메뉴를 없앤다.
그러면 컨텍스트 메뉴가 화면 좌측 상단에 한 번 또 나타나서 사용자를 성가시게 할 것이다.
이는 명백한 버그이다. 대화상자 같은 다른 리소스 편집기에서는 우클릭을 해도 이런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2010뿐만이 아니라 무려 2003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견된다. 거의 10년 묵은 버그라는 뜻인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지 지금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설마 6.0에서까지 이랬을 것 같지는 않은데 잘 모르겠다. 아직도 6.0 쓰시는 분이 계시면 확인 요망.
여담이지만 마우스가 아니라 Shift+F10 같은 키보드로 컨텍스트 메뉴를 열면 이런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화면 빈 공간이 아니라 편집 중인 메뉴 항목의 경우 우클릭하더라도 역시 그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이건 아주 사소한 코딩 실수로 보이고, 몇 라인만 고치면 바로 제거할 수 있는 버그이다만,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발견하고 지적한 사람이 없었나 보다.
C#이나 VB, C++/CLI 같은 닷넷 환경의 경우, 폼(네이티브 개발 환경으로 치면 대화상자)에다가 메뉴 컴포넌트를 집어넣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메뉴를 편집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 네이티브 개발과는 환경이 꽤 다르다.
닷넷 프로그램도 기본 메뉴는 일반 윈도우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표준 네이티브 메뉴 형태로 나오지 않겠나 하고 생각해 왔는데,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 비주얼 스튜디오 200x와 비슷한 형태인 싸제 메뉴이다.
3. 툴바 편집기의 화면 잔상
이뿐만이 아니다.
리소스 중에서 툴바 편집기를 보면, 툴바 아이템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찍어 보기만 해도 예전 selection 흔적이 지저분한 잔상으로 잔뜩 남는다. 저건 절대로 multiple selection을 나타내는 게 아니며, WM_PAINT 메시지만 다시 받아도 잔상은 싹 없어진다.
그리고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건 비주얼 C++ 2003 시절부터 변함없던 버그이다!
전세계에서 압도적인 인지도와 점유율을 자랑하는 개발툴에 이런 초보적인 버그가 있다는 게 믿어지는가? 6.0은 그렇지 않았던 걸로 난 기억한다.
아이콘의 배치 순서를 조정하거나 중간에 여백을 넣기 위해서 드래그 드롭만 해도 잔상이 잔뜩 쌓인다. 구체적으로 재연 조건과 증상을 일일이 기술하기에는 구차하나, 잔상 현상은 2010에서 조금 더 심해졌다.
4. 속성 대화상자
비주얼 C++ 6.0까지는 전통적으로 가로로 길쭉한 자신만의 context-sensitive한(문맥 민감. 사용자가 키보드 포커스를 두거나 선택한 개체나 문서에 따라서 대화상자 내부 내용이 수시로 동적으로 바뀌는) 속성 대화상자가 있어서 Alt+Enter를 누르면 언제든지 그게 떴었다. old timer라면 추억의 옛날 스타일 대화상자를 기억하실 것이다.
특히 프로젝트 설정 대화상자(VC6 표준 단축키 기준 Alt+F7)도 이 형태로 리모델링된 것 여러분들 다 아실 것이다.
그러나 프로퍼티 그리드가 커버하지 못하는 UI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preview 기능이다.
비트맵, 대화상자, 메뉴 등 리소스들을 일일이 열 필요 없이 찍어 보기만 해도 이놈이 대략 어떻게 생겼는지 간략히 표시해서 보여주는 기능인데,
이건 2차원적인 공간에다 뭔가를 그려야 하기 때문에 기존 프로퍼티 그리드로 커버할 수가 없다.
그래서 별도의 버튼을 누르면 결국 과거 6.0 시절의 속성 대화상자와 비스무리하게 생긴 대화상자가 떠서 미리보기를 보여주는 기능이 들어갔다. 뭐, 여기까지는 뭐 나쁘지 않다. 메뉴나 대화상자가 좀 더 깔끔하게 그려졌으면 좋겠는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바뀐 게 없이 똑같이 엉성하다는 건 아쉽지만 말이다.
그런데 과거의 200x 시절에는 미리보기를 보는 중에도 키보드 포커스는 각종 리소스들을 고르는 화면에서 계속 유지가 되어서 위· 아래 화살표를 누르며 리소스들을 조회할 수 있었는데,
2010부터는 뭔가를 선택하고 나면, 키보드 포커스가 미리보기 대화상자로 바뀌어 버린다. 그래서 마우스로 해당 아이템들을 일일이 찍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비주얼 C++은 4.0 때 Developer Studio (MSDEV)라는 첫 UI가 갖춰진 이래로 닷넷으로 넘어갈 때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쳤고, 2010 때는 WPF 기반으로 또 IDE의 구현체가 크게 바뀌었다.
요즘 다시 C++11 지원처럼 C++ 지원이 강화되고는 있다지만, 기존 코드들이 리팩터링되는 과정에서 예전에는 없던 사소한 버그들이 끼어 들어가는 게, MS에서 닷넷에 비해 네이티브 환경 개발에 점점 소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다. 닷넷과 관련된 개발 환경이라면 저런 버그가 들어갔을 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
다음은 버그까지는 아니고, 비주얼 C++과 관란하여 추가로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1. 비주얼 C++은 32비트 시절 이래로(무려 4.x부터) 80비트 초정밀 부동소숫점인 long double을 무시하고, 이것도 일반 double과 완전히 동일한 64비트 부동소숫점으로만 제공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난 32비트 CPU에서는 10바이트 단위로 정보를 처리하는 게 불편해저서 long double이 도태한 게 아니겠나 정도로만 생각해 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인텔 CPU엔 80비트 부동소숫점을 연산하는 명령 자체는 존재한다고 한다. 단지, MS 컴파일러가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이것까지 지원해야 하면 %타입 문자부터 시작해서 언어 라이브러리에도 그야말로 대대적인 칼질이 가해져야 하는 건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있는 CPU의 기능을 컴파일러가 활용하지 않는 건 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인텔 컴파일러 같은 다른 벤더 제품 중에는 long double을 쓸 수 있는 놈이 있는지 궁금하다.
2. 오늘날 거의 모든 IDE와 에디터들은 탭을 customize할 수 있다.
화면에 표시되는 탭 길이를 조절하고(보통 거의 다 4를 쓰지만), 코딩용 자동 들여쓰기를 할 때 공백을 삽입할지 탭을 삽입할지를 지정할 수 있다. 그리고 언어별로 어떤 탭 설정을 사용할지도 지정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읽어들이는 소스 코드의 형태를 보고 탭 컨벤션을 자동 감지하게 할 수는 없나?
space로 맞춰져 있는 소스 코드에다가 눈치 없게 탭으로 들여쓰기를 삽입한다거나 혹은 그 반대로 하는 것. 불편하다.
자동 들여쓰기를 구현했을 정도라면 앞뒤의 중괄호가 어떻게 돼 있고 whitespace들이 space인지 tab인지 주변 context들은 다 파악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조금만 더 센스 있게 동작하게 만드는 것은 마치 코드의 줄바꿈 문자의 종류를 자동 감지하는 것만큼이나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여겨진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