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제어판에서 불러다가 곧장 쓸 수 있는 20여 개의 다양한 예제 입력 방식들을 덩달아 제공하고 있다.
6.7 이후 다음 버전에서는 예제 데이터에 아래와 같은 여러 변화가 생길 예정이다.

- 6.7에서 잘 알다시피 종성 지향 두벌식을 활용하여 'MS 두벌식'이라는 유형 파일이 추가되었는데.. 여기에다가 한글 자모 외의 숫자와 기호는 글쇠를 먹지 않게 하는 입력 스키마 설정도 추가했다. (지난 6.5에서 추가된 글쇠 인식 customize 기능으로) 어차피 시스템의 영문 글자판과 똑같은 글자는 IME가 입력시키는 게 아니라 아예 글쇠 자체를 가로채지 않고 응용 프로그램으로 넘겨 준다는 뜻.
이것까지 갖춰 주면 진짜 MS IME와 고증이 100% 일치하게 된다. 특히 외부 모듈에서 말이다.

- 네벌식이 글쇠배열 *.key이 아니라 오토마타와 낱자 결합 규칙을 갖춘 유형(*.ist) 파일로 승격되었다.
받침을 입력하려면 모음을 아무 모음이나 써도 되는 게 아니라 타자기 설계 차원에서 받침용으로 의도된 모음을 써야만 하며, 그렇지 않으면 받침은 다음 글자로 튕긴다.

모음의 용도를 구분하는 건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다. 비받침용 모음은 0으로 대응하는 가상 받침을 같이 입력되게 하여 여타 받침과의 결합을 차단시킬 수도 있는데, 본인의 경우 두벌식 모음과 세벌식 모음으로 구분하여 오토마타가 O 변수를 써서 구분하도록 하는 방법을 썼다.

이 외에도 네벌식 오토마타는 초+중(+종)과 중+종은 허용하지만, 초에서 바로 종은 허용하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97 이전의 도스용 아래아한글이 이런 오토마타를 갖추고 있었다. 또한 ㅒ, ㅖ가 바로 입력 가능하지 않다는 특성상 ㅑ+ㅣ, ㅕ+ㅣ로 해당 모음을 입력할 수 있게 했다.

네벌식은 그나마 옛날 타자기 표준이라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고, <날개셋> 기능 활용면에서 의미가 있어서 추가했을 뿐, 타자 관점에서 효율적인 입력 방식은 절대로 아니다. 특히 공 병우 세벌식에 비하면 이런 허접하고 불편한 타자기로 한글 입력을 해야 했을 옛날 타자수들을 생각하면 그저 안구에 습기가 찰 뿐이다.

- 일명 '한소프트 세벌식'과, '드보락 호환 두벌식' 글쇠배열은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삭제했다.
특별히 '한소프트 세벌식'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자면, 정체가 불분명하고 원문 자료를 제공하던 사이트도 운영이 중단되어 접속이 불통된 지가 이미 수 년이 지난 상태이다. 글쇠배열도 어차피 그리 잘 만들어진 것도 아닌지라 퇴출을 결정했다. 특히 숫자를 저렇게 Shift를 누른 채 양손으로 입력하게 해 놓으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_-

2.

현재 '세벌식 순아래' 글쇠배열이라는 게 있어서 예제 파일도 아니고 아예 프로그램에 내장되어 있는 배열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것은 장기적으로는 *.key 급으로 격하될 예정이다. 내장 데이터로 쳐 주기에는 너무 듣보잡화해 있기 때문이다.

공 병우 박사의 이념을 물려받은 권위와 정통성 있는 세벌식 연구 기관에서--한글 문화원이라든가, 한글 문화원이라든가...-- 앞으로 390과 최종을 통합하는 새로운 세벌식 표준안을 제정한다면, 그 새 배열이 지금 순아래가 있던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통합안은 더 장기적으로는 390을 또 대체하게 될 수도 있다. 과거에 390이 389를 대체했듯이 말이다.
통합안은 기호 문제 때문에 최종보다는 390에 훨씬 더 가깝게 만들어질 것이다.
그 반면 2000년대부터 세벌식을 접한 사람들은 390보다는 최종이 더 많다. 본인도 최종 사용자.
최종은 27개 겹받침 모두 수록이라는 궁극의 아킬레스건이 있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크며, 통합안이 나온 뒤에도 별도로 존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인해, 기존 390 사용자들만 통합안으로 갈아타면, 최종과는 달리 390은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나의 짧은 생각이다.

3.

내 프로그램에는 역사적으로나 설계 방식면에서 의미가 있는 세벌식 글쇠배열 몇 개가 key 파일로 제공되고 있다. 세벌식 389는 받침 배열이 390과 최종의 짬뽕 같으면서도 숫자가 노트북 PC의 키패드 배열과 일치한다는 특징이 있으며, '송 영상'(닉: 길동무)이라는 분이 고안한 영상 세벌식은 세벌식계의 떡밥인 왼쪽부터 시작하는 세벌식을 나름 독창적으로 구현한 배열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왼손/오른손 세벌식은 no shift로도 모자라서 진짜 말 그대로 한 손으로 타자를 치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내가 알기로 영문 드보락 자판에도 이런 왼손/오른손 변종 배열이 있다. 아마 옛날에 도스용 에디터 같은 데서 이것저것 수집한 자료이지 싶다.

이런 것들은 역사적인 의미 외에 실용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오토마타나 낱자 결합 규칙 같은 것도 그냥 일반적인 PC용 한글 입력기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유형 파일이 아니라 글쇠배열 형태로만 간단히 제공된다.

4.

현재 프로그램이 기본 제공하는 예제 입력 방식이 20여 개가 있다지만, 파일 하나가 겨우 몇백~몇천 바이트밖에 하지 않으니, 다 합쳐도 크기는 3만 바이트가 채 되지 않는다.
본인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사용자가 만든 UCC..는 아니고 UCI (user-created input methods) 데이터를 받는다.
마음에 드는 건 프로그램의 다음 버전에다 같이 수록도 흔쾌히 해 줄 것이다. 사실은, 이런 데이터만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좀 있으면 좋겠다.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하나 이상을 잘 만족하면 된다.

- 아이디어가 기술적으로 독창적일 것: 복벌식이나 신세벌식 같은 것. 이런 식으로 <날개셋>의 조건부 수식과 오토마타, 가상 낱자, 더 나아가 특수 글쇠 따위를 잘 활용하여 두벌식과 세벌식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독창적이고 기발한 한글 입력 방식은 얼마든지 웰컴이다. 수록 0순위임. 다만 한 아이디어 당 한 개, 많아야 두 개로 국한임.

- 역사적 가치가 있거나, 인지도· 권위가 있을 것: 역사성이라 함은 앞서 언급했던 여러 legacy 세벌식 글쇠배열 말이다. 아니면 다수가 쓰거나 명목상의 표준이기라도 해야 한다.
북한 국규 표준은 나름 그쪽에서 권위를 가지고 통용되는 입력 방식이니, 통일을 대비해서라도 예전에 key로만 제공되던 것을 최근에 완전한 유형 형태로 격상했다. 아래아한글 97과 맥 OS, MS 두벌식 같은 기존 메이저 소프트웨어가 미묘하게나마 차이가 존재하는--그것도 오토마타 차원에서!-- 독창적인 한글 입력 방식을 제공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휴대전화용 3대 표준 입력 방식(천지인, 이지한글, SKY-II)은 기술적 독창성과 권위를 모두 갖추고 있으니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수록이다. 사실 이것들을 포인팅 장비로 써 볼 수 있는 보조 입력 도구(패드)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6.7에서는 숙원을 못 풀었다.

- 타자 행동 관점에서 아주 효율적이거나 독창적일 것: 모바일용 입력 방식은 워낙 기술적인 메커니즘이 많은 반면, PC용 입력 방식은 딱히 그런 trick은 없이 그냥 글쇠배열 논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인 뿌리나 인지도가 없고 그렇다고 기술적인 독창성도 없는 마이너 글쇠배열이 <날개셋>의 예제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진짜 타자 효율이라도 압도적으로 좋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면 순아래/한손 배열처럼 장애인 접근성 분야라도 파든가.

'영상 세벌식'은 타자 능률까지는 모르겠지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세벌식이라는 점이 독창성을 인정받아 예제 데이터로 수록되어 있다. 앞서 말한 기술적인 독창성 말고, 배열 자체가 독창적이라는 뜻이다.

- 한글 입력과 관련된 실생활에서 유용할 것: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기본적으로 한글 입력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예제 데이터도 한글 입력 방식을 우대함을 원칙으로 한다. 한글이 아닌 문자는 한국 문화권에서 한글과 같이 즐겨 쓰이는 문자들로 국한한다.

가령, 일본어 문자는 아무래도 아랍· 태국-_- 문자보다야 한국에서 더 친숙하며, <날개셋> 고급 입력기의 사용자 정의 조합 기능을 이용해서 간단히 커버 가능한 예이기 때문에 히라가나와 가타카나가 모두 수록되어 있다. 구결도 마찬가로 국어 정보학 분야에서 유용하기 때문에 수록이다.
콜맥 글자판은 한글 입력과 관계가 없는 영문이지만, 드보락 다음으로 나름 인지도가 있는 마이너 배열인지라 영문 배열은 딱 하나만 선택해서 넣었다.

이상으로 내가 예제 입력 데이터를 선별하여 수록하는 대원칙을 공지했다.
저런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만족하고 기존 예제들과도 완전히 다른 입력 방식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창의적인 한글 입력 방식이 많이 만들어지고 쓰이면 좋겠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한글 입력과 관련된 그런 지적 재산들을 모두 구현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니 말이다.
그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초창기엔 가장 엄밀한 극단이라 할 수 있는 공 병우 세벌식부터 추구한 뒤, 점차 더 generic한 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여담이지만, '한글 로마자 입력 방식'처럼, 그 자체가 한 입력 방식이 아니라 특정 포괄적인 아이디어 하에서 세부적으로 다양한 입력 방식이 파생되어 나올 수 있다면, 그건 유형 파일이 아니라 아예 별도의 '빠른설정'이라는 플러그 인 프로그램이 담당하게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2/09/13 19:18 2012/09/1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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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팥알 2012/09/14 02:14 # M/D Reply Permalink

    얼마 전에 네벌식 타자기를 만져 볼 기회가 생겨서 굴려 보며 네벌식.ist도 만들어 보느라 없는 머리를 쥐어짰는데 날개셋 다음판에 들어가는군요. 제가 만든 건 가상낱자 기능을 쓰지 않고(실은 뭔지 몰라서) 변수 하나에 얽힌 조건식만 오토마타에 끼워 구현했습니다. 타자기에서는 초+종만 찍을 수 있어서 초+종을 막지는 않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 스스로도 공병우 자판으로 업무를 보아 온 사람이어서 한글문화원 같은 단체가 일찍 나서지 않은 것이 아쉽고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어쩌면 공병우 자판이 더 발전할 수도 있었을 2000년대를 그냥 보냈으니, 당장 완벽한 개선안이 나오더라도 많이 늦었습니다. 제가 공개한 3-2011 자판과 3-2012 자판를 성급히 공개한 것이 당장 쓸 배열이 아쉽기 때문이었는데, 단체 차원에서 이보다 더 철저히 연구하고 검증한 개선안이 나오고 보급되었으면 합니다.

    공병우 세벌식 대표안은 당연히 요즈음의 PC 환경에서 실무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편리한 쪽으로 연구되어야 할 것이고, 저도 포함하여 공병우 최종 자판을 오래 써 온 사람들의 취향은 조금 억누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공병우 최종 자판처럼 기계화까지 바라는 배열은 응용안으로 따로 가꾸면 된다고 봅니다.

    1. 사무엘 2012/09/14 10:32 # M/D Permalink

      안녕하세요? 블로그에 타자기 역사 글 올리시다가 늦은 시각에 여기 들어오셨군요. ^^
      저는 지난번에 블로그에다 올렸던 윈도우 7/8 관련 작업에 이어, 지금은 예제 데이터와 도움말을 재정비하는 중입니다. <날개셋> 프로그램 작업을 하고 있으면 즐겁습니다.

      가상 낱자는 동일한 낱자를 내부적으로 다르게 취급되게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없는 낱자를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반대로 있는 낱자를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해 주는 기능이기 때문에 입력 방식을 만들 때 다양하게 쓰인답니다.

      한글 문화원은 그저 아무 이유 없이 가만히 있기만 한 건 아니고요, 내부적으로 좀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더 먼 미래에 차츰 얘기를 하도록 하죠.
      통합안을 다시 만든다고 해서 뭔가 거창하거나, 390이나 최종하고 완전히 동떨어진 글자판이 나오는 건 절대 아니니 오히려 너무 기대를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기계식 타자기와의 호환성, 그리고 모바일 시대의 요구 사항 부합이라는 두 이념을 잘 절충해야겠지요.

      다만, 최종 글자판은 그 자신만의 특징과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독자적인 위상은 유지하고 있을 걸로 보입니다.

    2. 팥알 2012/09/14 15:24 # M/D Permalink

      가상 낱자 기능이 그런 거였군요.
      이해하지 못해서 쓰지 않았는데, 앞으로 궁리해서 꼭 써먹어야겠습니다.^^

      타자기는 기계가 아예 나오지 않지만, 전화기 자판은 꼭 더 좋은 배열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3. 사무엘 2012/09/15 22:55 # M/D Permalink

      네, 당장 세벌식에서 겹모음용 ㅗㅜ와 홑모음용 ㅗㅜ를 구분하는 것도 가상 낱자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

  2. 김재주 2012/09/15 15:00 # M/D Reply Permalink

    전 전역하고 학교생활에 다시 적응하고 나면 stochastic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두/세벌식 자판 최적화를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 게 많은데 여기에선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네요

    1. 사무엘 2012/09/15 22:52 # M/D Permalink

      기대할게요. 좋은 연구 성과 남기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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