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에 운동 삼아 가까운 산이나 강 중 어딜 좀 갈까 고민하던 중.. 예전에 한강 공원들에 대해 조사하다가 스쳐 지나갔던 '서울함 공원'이 문득 떠올랐다.
한강 공원에 웬 군함이라니..! 본인의 집에서 자전거로 가기에는 좀 먼 거리이지만 모처럼 근성을 발휘해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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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말로만 듣던 군함이 진짜로 보였다. 한강의 선형이 직선이 아니며 강에도 밤섬 같은 장애물이 있다 보니.. 군함은 서강대교· 양화대교를 넘어서 목적지에 거의 다 와서야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본인의 퇴역 군함 답사는 평택 해군 기지, 그리고 강릉 통일 공원 이후로 세 번째이다. 각 답사 때 보고 온 것들은 다음과 같다.

  • 평택(2012): 초청해 주신 분이 직접 근무하고 계시던 포항급 초계함, 피격 침몰했다가 인양된 천안함, 그리고 제2 연평해전 당시에 침몰했다가 인양된 참수리 고속정[357].. 전국에서 제일 빡센 해군 기지이다 보니 제일 하드코어한 전시물이 많았다.
  • 강릉(2016): 구축함인 전북함[916](1972년 미군으로부터 인계, 1999년 퇴역), 강릉 무장공비들이 탔던 북한 잠수함, 어느 탈북자 팀이 타고 온 목선
  • 그리고 지금 서울: 호위함인 서울함[952](1984년 건조, 2015년 퇴역), 만기 퇴역한 다른 참수리급 고속정, 돌고래급 잠수함

정리하자면, 평택에서는 아예 현역인 군함 아니면 파괴된 군함을 봤으며, 강릉에는 북한에서 만들어진 배가 있다. 그에 반해 서울함 공원에는 정상적으로 만기 퇴역한 국내 군함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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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띄워져 있는 이 군함은 공원의 이름이기도 한 '서울함'이다. 제원을 검색해 보니 강릉의 전북함보다는 덩치가 약간 작다(길이 119m vs 104m). 그래도 서울함이 훨씬 더 나중에 만들어졌으며, 당시로서는 시설도 제일 좋았기 때문에 이름도 여느 지방이 아니라 수도인 '서울'이 당당히 붙었다고 한다.

퇴역한 뒤엔 경인 아라뱃길(운하)를 통해서 배를 한강으로 예인해 놨는데.. 꼭대기 부분이 너무 높아서 한강 교량 아래를 통과할 수 없는 부분은 별 수 없이 잘랐다가 재조립을 했다고 한다. 서울에 딱히 부산 영도대교 같은 도개교가 있지는 않으니까.. (해군 관계자 가이드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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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 근처에는 서울함 공원 안내소 건물이 있었다. 이 안내소와 군함 내부에 입장하려면 입구에서 입장료(성인 3천원)를 내고 당일 유효한 종이 팔찌(?)를 차야 하더라.
그리고 안내소 안의 벽에는 이렇게 우리나라 해군과 한강의 역사, 그리고 전시된 군함들의 현역 활동 시절 사전이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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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 군함들 중에 (1) 잠수함은 덩치가 가장 작은 덕분에 아예 실내에 이렇게 같이 전시되어 있었다. 마침 가이드가 잠수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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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 참수리 고속정은 땅에 전시되었으며, 안내소 건물의 2층과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현재 참수리급 고속정은 후속 모델인 '윤영하 급' 신형 고속정으로 대체되고 있는 중이다. 이 급에 속하는 동일한 형태의 고속정이 여러 척 제작되겠지만, 최초로 제작되는 배는 '윤영하함'이라는 이름이 붙을 거라고 한다.

프로그래밍 언어로 치면 급은 타입의 이름이요, 그 급으로 만들어진 각 배들의 이름은 그 타입으로 선언된 변수의 이름에 대응하는 셈이다. 천안함의 경우, '천안'은 변수의 이름이고 이 변수의 타입(급)은 '포항'이다.
선박은 타 교통수단과 달리 각각의 개체에 고유한 이름을 붙이는 게 관행으로 남아 있다. 거기에다 군함만 그런지는 모르겠다만, 번호까지.. 번호도 붙이는 체계가 있을 텐데, 더 자세한 건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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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수리 고속정의 조타실이다. 영화 <연평해전>에서 한 상국 상사가 근무하다가 전사한 곳으로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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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이 지휘를 내리는 곳인데, 윤 영하 소령도 바로 여기서 적탄을 맞아 치명상을 입고 전사했다고 한다.
평택에서도, 지금 여기서도 가이드를 하신 분은.. 그 당시 357호는 상대방이 절대로 공격하지 않을 거라 믿고 배 옆구리를 다 내주면서 방어 기동을 하다가 기습 공격을 당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괴놈들이 비열한 건 훗날 박 왕자 씨 총격, 천안함, 연평도, 목함 지뢰에 이르기까지 전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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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참수리 고속정의 구경을 마쳤다.
다음으로 서울함도 안내소에서 저렇게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자전거 도로가 다리 아래를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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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군함을 여러 번 구경한 경험이 있으니 배의 안팎 분위기는 그럭저럭 익숙했다.
여행용으로 잠깐만 탄다면 모를까 이런 덥고 비좁은 배에서 며칠 묵으면서 남자들과 부대끼고 숙식을 해결해야 하고, 복잡한 기계류를 유지보수 관리하고 청소하고, 낮은 확률로 자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전투까지 벌어야 한다니..

선원과 군인은 둘 다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인데 해군은 두 직종의 교집합이다.
해군은 타군에서 찾을 수 없는 세일러복, 특유의 흰색 정복, 그리고 육군과는 미묘하게 다른 용어들이 인상적이다.
일반인들은 이 순신 장군이라고 말하지만 해군 출신은 이 순신도 제독이라고 부른댄다. 글쎄, 라이벌(?)이라 일컬어지는 영국의 넬슨 다음에는 제독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반면, 동양의 이 순신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딱히 제독이라고 부른 적이 없는 것 같다.

captain은 육· 공군에서는 대위이지만 해군에서는 훨씬 더 높은 계급인 대령이다.
ensign도 깃발을 나타내는 '엔싸인' 말고 2음절 모음을 생략한 '엔쓴'은 해군 소위라는 뜻이다.
미군은 과거의 일본군 같은 병맛스러운 육· 해군 대립은 없지만, 계급 용어가 서로 통일이 안 돼 있다.

육군에서 소대· 중대· 대대 같은 편제는 딱히 논리적인 개연성 없이 전적으로 편의상 집단을 분할해 놓은 것에 가깝다. 그러나 해군은 아무리 작은 놈이라도 배 한 척의 최고 책임자인 정장· 함장이 되는 것의 상징성이 매우 매우 크다. 그러니 고속정의 승조 인원은 육군 1개 중대의 인원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정장이 육군 중대장에 준하는 대위 계급의 보직인 것이지 싶다.

뱃사람들의 전통에 따르면 함장석에는 함장보다 더 높은 사람이라도 앉을 수 없다는데.. 글쎄, 이건 마치 초병은 아무리 높은 사람에게라도 원칙대로라면 FM대로 반말로 검문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사항처럼 들린다. (현실에서는 잘 안 지켜진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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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서울함 공원 안내소와 그 주변을 본 모습은 이러하다. 서울에 이런 곳도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가 볼 것을 권한다. 오후 2시 반부터 약 1시간 동안 가이드 설명이 있던데, 그 다음 가이드 시각이 오후 4시 언제던가..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 여행 가다가 단순 교통사고로 침몰한 배보다야 훨씬 더 기억해야 하는 배는 이런 계열의 배들이다.

북한에서는 동해안에서 자기들이 먼 옛날 나포한 미국 푸에블로 호를 먼 공해 쪽으로 빙빙 돌아서 서해안으로 예인해 왔다. 그래서 대동강 강변에다가 전시해서 자기네 안보 교육(?)에 써먹고 있기도 하다.
남한도 수도 시내를 관통하는 강변에 비슷한 성격의 전시품이 생긴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09/02 08:29 2018/09/0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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