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는 말
본인은 지난 4월 말에 경기도 광주 일대를 다녀온 뒤, 이 달(6월) 초엔 우리나라 중북부 전방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6일 현충일이 화요일이어서 징검다리 연휴가 있었는데, 마침 직장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사람은 전날 월요일에도 자기 연차를 써서 다들 쉬라고 사실상 전사 휴무 조치를 내렸다.
이에 본인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 새 버전이 나온 것도 기념할 겸, 6월 3일 토요일 아침에 집을 출발했다. 가평-춘천-철원-화천-포천의 순으로 동선을 짜서 6월 6일 현충일 아침에 집에 돌아왔다.
원래는 이번 여행에서 연천을 답사하고 싶었다. 태풍 전망대와 함께 횡산리 민통선 마을을 구경하고, 상승 전망대와 함께 제1 땅굴 관련 전시물을 관람하려 했으나.. 저기는 방문하는 게 좀 므흣해 보였다.
단체 안보 관광 패키지가 있지도 않으면서 동승자가 전혀 없는 1인 단독 방문은 번거로워서 그런지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는댔다. 그래서 지금 내 처지로는 방문하기가 좀 난감해서 이번에는 보류하게 됐다.
이번 여행에서는 서쪽 연천 방향 대신, 동쪽 양구 방향으로 더 다녀왔다. 그런데 이것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2016년 강원도 여행과 약간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그건 벌써 7년이나 전 일이고 저기는 얼마든지 다시 가 볼 가치가 있었다.
사실, 철원에도 지난 2014년에 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무려 9년 전 일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때와 전혀 겹치지 않는 곳만 들렀다. 이런 식으로 이번 여행은 예전의 여행을 많이 보완하면서 더 즐거운 추억을 내게 남겼다.
1. 가평 남이섬 + 춘천 시내
2010년 직장 워크숍 이후 13년 만에 남이섬에 다시 가 봤다. (그때는 경춘선 전철조차 아직 없던 옛날이었..)
개인적으로는 남양주를 넘어 가평과 춘천까지 열차가 아니라 자가용 운전으로 가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고속도로(60) 대신 수석-호평 고속화도로, 국도 46 등 다양한 도로를 타면서 갔다. 이른 아침부터 차가 생각보다 아주 많고 길도 좀 막힌 편이었다.
옛날에는 중앙의 메타세콰이어길과 꼬마열차 철길밖에 본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섬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돌고 중앙의 숲과 풀밭까지 다시 돌아다니면서 모든 구역을 꼼꼼히 살펴봤다.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 2시간 반이 걸렸으니 오전 시간 전체를 여기서 보냈다.
남이섬은 둘레가 4~5km, 면적은 0.46제곱km에 달한댄다. 0.3제곱km 남짓인 마라도보다도 더 크다.
이 날 날씨가 너무 좋았다. 하늘이 맑고 파랗고, 더워도 딱 적당하게 기분 좋게 더웠다.
섬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컸다. 숲길, 풀밭, 흙길 등 여러 주제별로 생태 공원을 아주 잘 꾸며 놓아 있었다. 중앙에는 물론 카페와 공연장도 있어서 도떼기시장 같은 곳도 있다.
직접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이동 수단도 꼬마열차뿐만 아니라 짚라인, 공중 레일바이크, 자전거, 전기차로 정말 다양했다.
우왓, 이런 것도 예전부터 하고 있었나? 한쪽 구석에다가는 숙박업까지 시작했는지 아예 투숙객이 하룻밤 자고 가는 용도인 팬션과 호텔 객실도 지어져 있었다. 언젠가 나중에 나도 이용해 보고 싶다. =_=;;
아니면 돗자리 정도라도 가져갔으면 유용하게 썼을 텐데.. 옛날 기억이 너무 오래돼서 섬을 실제 크기보다 너무 작게 생각했던 게 실수였다.
아침 9시 무렵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섬이 아주 한산한 편이었다.
그러나 11시쯤 되자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 본인이 퇴장할 때쯤엔 관광객이 수백 명씩 꾸역꾸역 들어오고 있었으며, 주차장은 관광버스들로 꽉 차 있었다. 역시 아침에 좀 일찍 출발했더니 이후의 모든 일정이 더 순탄할 수 있었다.
춘천이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닭갈비가 그렇게 유명해졌나 모르겠다. 마치 마라도가 짜장면이 유명해진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데 말이다. =_=;;
남이섬에서 춘천 시내로 들어가는 길도 일일이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바깥 경치가 대단히 좋았다. 산과 강, 호수, 댐이 가득했고 길도 고가 교량 아니면 오르막 내리막 언덕 형태였다.
닭갈비는 다 똑같은 닭갈비인 것 같은데 유명 맛집은 그래도 뭐가 다른 것 같았다. 정규 식사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2~3시에도 주차장에 차들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예약 대기가 넘쳐났다. 이 식당은 낮 시간대 브레이크 타임이라는 게 없겠구나 싶었다.
뜬금없는 얘기이다만, "토평 IC"라는 표지판을 보니까 자꾸 토익 TOEIC이 떠오른다. 이것도 강박관념인가? -_-;;;
그리고 춘천이 호반의 도시가 아니라 호박의 도시라고 기억됐으면 좋겠다. ㅋㅋㅋㅋㅋㅋㅋ
2. 철원에서
이렇게 가평· 춘천을 찍은 뒤, 서북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철원으로 향했다. 포천을 거쳐서 철원으로 가는 길(국도 37, 43)은 큰 특징 없이 평범한 4차선 국도 위주였다.
저녁 5시쯤엔 포천 영중면의 38선 휴게소라는 곳에 도착해서 여기 풀밭에서 돗자리를 깔고 쉬고, 가져온 간식을 좀 먹었다.
그 뒤 날이 슬슬 저물어 가는 시간대에 철원의 남부 지역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고 근처에 한탄강이 지나는 곳을 무작정 찾아서 서쪽으로 갔는데, 교량 아래로 아주 멋진 낚시터 겸 캠핑용 공터가 있었다. 이미 낚시 중이거나 텐트를 친 사람도 몇몇 보였다.
강물은 정말 시원스럽게 많이 흐르고 있고 유속이 빨랐다. 모든 것이 좋았지만 물이 흐리고 탁하고 별로 맑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물놀이는 못 하고 그냥 텐트 치고 물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탄강을 제대로 즐기려면 동송읍 방면으로 최소한 고석정 정도 되는 상류를 찾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동선은 그쪽이 아니다 보니 그리로 가지 못했다.
새벽부터 하루 종일 돌아다닌 것 때문에 피곤했는지 금세 잠들었다. 사실, 철원으로 가던 중에도 운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졸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텐트 안도 많이 더웠지만 밤 11시가 넘어가니 이제 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가 됐다.
근처에 이런 폭포 비스무리한 것도 있던데..^^
이렇게 첫째 날엔 그 유명한 철원 한탄강 부근에서 숙박을 했다. 좀 더 북쪽 상류로 가서 고석정 근처에서 캠핑을 했으면 경치가 더 좋았을 것 같긴 한데.. 그건 좀 아쉽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