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트필드
C언어의 구조체에는 다른 언어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는 비트필드라는 물건이 있다.
얘는 굉장히 편리하고 강력한 프로그래밍 요소이다. 바이트 경계에 딱 떨어지지 않는 숫자를 일반 숫자 다루듯이 읽고 쓰게 해 주니 이 얼마나 대단한가? IEEE754 부동소수점이라든가, 과거 2바이트 조합형 한글 같은 건 비트필드 구조체를 잘 만들어서 내부 구조를 쉽게 분석해 볼 수 있다.
다만, 비트필드와 관련해서 언어 문법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점이 보완되거나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오래 전부터 들었다.
(1) 지정 가능한 자료형은 그냥 unsigned 아니면 signed 둘 중 하나로 굳혀 버리고, 나머지 쓰잘데기없는 키워드들은 몽땅 거부하고 에러 처리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이 필드의 크기는 뒤의 비트수에 의해서 결정될 텐데.. int니 char이니 long이니 하는 건 전혀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괜히 unsigned char _field: 10; 이런 거 체크해서 10이 8보다 더 클 때만 에러 처리하는 건 잉여스러운 짓이다.
사실 본인은 비트필드에서 부호 "있는" 자료형이 쓰이기는 하는지, signed조차도 필요는 한지 그것도 굉장히 회의적이다. 차라리 enum이 쓰일 가능성은 있을지 모르겠다.
(2) 비트필드에서 공간을 배치하는 순서는 결국 타겟 플랫폼의 비트 endianness의 영향을 받는다. unsigned member : 4 라고 해 주면.. little endian에서는 하위 0~3비트가 할당되며, big endian에서는 상위 4~7비트가 할당된다.
더구나 비트필드라는 건 결국 2~4바이트짜리 커다란 정수 하나를 잘게 쪼개기 위해 존재하는 물건인데, 쪼개는 순서 자체가 비트 endianness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비트필드를 사용해서 특정 파일 포맷이나 패킷 구조를 기술해 놓은 구조체 선언을 보면.. 빌드 환경의 endianness에 따라 조건부 컴파일을 시켜서 little일 때는 같은 멤버를 abcd 순으로 배치하고, big일 때는 이를 dcba 순으로 무식하게 배열해 놓곤 한다.
이게 정형화된 패턴이니 프로그래머가 쓸데없는 삽질을 할 필요 없이, 언어 차원에서 문법을 지원을 좀 했으면 좋겠다.
"이 비트필드들은 16/32비트 기준으로 큰/작은 자리부터 순서대로 분해하는 것이다. 그러니 타겟 아키텍처의 endianness가 이와 정반대이면 컴파일러가 알아서 멤버들의 배치 순서를 뒤집어라" 이렇게 힌트를 준다.
이런 일이 컴파일러가 하기에는 너무 지저분하다면 #pragma 같은 걸로 빼내서 전처리기 계층에다 담당시켜도 된다.
핵심 요지는.. 똑같은 멤버를 프로그래머가 순서만 바꿔서 다시 써 주고 조건부 컴파일을 시키는 무식한 짓만은 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트필드가 쓰일 정도의 상황이면.. 아마 이 공간 전체를 거대한 숫자 한 덩어리로 같이 취급하게도 해 주는 union, 그리고 구조체 멤버 배치를 어느 플랫폼에서나 비트 단위로 일치하게 강제 동기화시키는 #pragma pack도 같이 쓰이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pragma pack과 #pragma once는 진짜로 사실상의 표준이니 C/C++에서 정식 표준으로 좀 등재시켜야 하지 싶다. char32_t / char16_t 같은 게 결국 built-in type으로 받아들여지고 정식 표준이 된 것처럼 말이다.
참, 당연한 얘기이다만.. 구조체 템플릿에서는 비트필드의 크기를 나타내는 숫자도 템플릿 인자로 공급해 줄 수 있다.
비트필드의 크기는 구조체 멤버에 들어있는 배열의 크기와 위상이 거의 같으니 말이다. 구조체의 크기에 영향을 주는 숫자이며 컴파일 시점에서 값이 상수로 결정되어야 한다.
template<size_t N> struct XXXX {
unsigned _member: N;
};
아주 C스러운 요소와 C++스러운 요소가 한데 만난 것 같다. ㄲㄲㄲㄲㄲ 비트필드의 크기를 템플릿 인자로 지정할 일은 극히 드물 것이다.;;
교통 분야에서 좌측· 우측 통행이 국가별로 찢어져 있다면, 디지털 컴퓨터에서는 비트의 배치 순서 endianness가 통행 방향과 비슷한 개념이며 아키텍처별로 찢어져 있는 듯하다.
네트워크 표준은 big endian이지만, 컴퓨터들은 x86이 주류이다 보니 little endian이 주류이다. 이건 세계적으로 자동차 도로 우측 vs 좌측과 비슷한 비율이며, 안드로이드 vs iOS와 비슷한 비율인 것 같다. 본인은 big endian을 native로 사용하는 컴퓨터를 평생 한 번도 구경해 본 적이 없다.
2. C의 단순 평면성
C++에 비해, C는 마소에서 거의 아오안 취급을 하기 때문에 컴파일러의 버전이 바뀌어도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 다만..
- C99에서 추가된 가변 길이 배열이 Visual C++에서는 지원되지 않는다.
- 구조체의 가장 마지막 멤버를 구조체 자체의 크기를 차지하지 않는 명목상의 멤버로.. char data[] 내지 data[0] 같은 형태로 선언해서 구조체의 뒷부분을 가변 길이로 활용하는 게.. 여전히 일부 컴파일러의 편법일 뿐, 정식 표준이 아닌 것 같다.
- 대소문자를 무시하고 문자열을 비교하는 함수가 의외로 표준이 아닌 것 같다. stricmp와 strcasecmp 부류가 혼재해 있다. C는 라이브러리 함수가 ANSI니 POSIX니 하면서 의외로 파편화된 게 좀 있어서 플랫폼 간의 이식성을 저해하는 중이다.
C는 클래스와 상속 계층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각종 명칭에 다단계 계층 scope이란 것도 없다. namespace나 using 같은 걸 신경쓸 필요 없이 모든 명칭이 오로지 local 아니면 global.. 그도 아니면 매크로 함수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클래스라기보다는 번역 단위 자체가 클래스와 비슷하며 static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private 역할을 얼추 담당한다.
그러니 뭔가 아주 단순하며, 입체적인 게 아니라 '평면적이고' 깔끔해 보이기는 하는데.. 한편으로 너무 중구난방이고 명칭이 충돌하기 쉽다.
새로 짓는 이름은 접두사에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이런 언어로 초대형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대형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매크로 함수를 너무 사악하게 남발 남용할 경우, 어지간히 복잡하게 꼬인 C++ 템플릿 이상으로 코드가 알아보기 어려워진다. 특히 전처리기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디버거는 매크로 함수와 완전히 상극이다.
매크로 함수 내부의 코드를 한 단계씩 실행할 수 없고, 또 ## 연산자에 의해 새로 생긴 토큰 명칭들은 어지간한 IDE에서 자동으로 파악도 못 해 준다. 이렇게 IDE와의 괴리가 커지고 붕 떠 버린 코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짜증이 나서 제대로 들여다보고 유지 보수하기가 싫어진다. 이는 결국 생산성의 저하로 이어진다.
이런 게 C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 것 같다. -_-
3. C언어의 강력하고 자유로운 면모
- 지역 변수, 전역 변수, heap 등 어디든지 가리킬 수 있는 포인터
- 한 함수 안에서 어디로든 분기할 수 있는 goto문
- type이고 뭐고 다 씹어먹고서 메모리를 조작할 수 있는 memcpy, memmove (malloc, free 같은 생짜 수동 메모리 관리는 덤)
- 무슨 토큰이건 다 치환할 수 있는 전처리기 매크로
하지만 위의 요소들은 위험성과 복잡도도 너무 키운다. 저런 저수준 조작이 잔뜩 쓰인 복잡한 코드에서 버그를 찾아내야 된다면.. 정말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를 것이다.
오늘날의 프로그래밍 언어에서는 저것들은 최대한 금기시되고 봉인되고, 다른 형태로 대체되고 있다.
goto는 아무리 사악하다고 하지만 이중 for 문을 한꺼번에 빠져나가기, 그리고 switch와 while/for문을 한꺼번에 빠져나가기 같은 건 너무 아쉽다. 자기보다 뒤로만 goto가 가능하게 제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한편, 개발툴에서 define 전개된 결과 기준으로 문자열을 find in files 하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4. 전처리기 #if 의 동작 방식
C/C++에서 원래 있는 if문 말고, 전처리기의 #if에서는 소스 코드에 있는 변수들을 당연히 전혀 사용할 수 없다. 오로지 #define 심벌과 상수, 기성 연산자만이 사용 가능하며, #define 심벌들은 매크로 치환 후에 다들 상수로 바뀌어야만 한다.
변수나 type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대입 관련 연산자는 당연히 전혀 사용할 수 없으며 포인터도 아웃이요, sizeof 연산자도 지원되지 않는다. 그 대신, 어떤 심벌이 #define돼 있는지의 여부를 판별하는 defined라는 고유한 bool값 연산자가 있다.
sizeof는 피연산자가 값이 아닌 타입 명칭일 때는 피연산자를 ( )로 싸지 않아도 된다.
이와 비슷하게, defined도 피연산자가 다른 수식이 아니라 명칭 달랑 하나이기 때문에 ( )가 없어도 된다.
그리고 나도 지난 25년 가까이 전혀 몰랐던 특성이 하나 있는데..
#if 문에서는 정의되지 않은 아무 명칭/심벌을 들이대도 에러 처리되지 않는다. 그런 듣보잡 심벌은 그냥 곱게 상수 0과 동급으로 간주된다~!
무슨 포인터 역참조 할 때 if(ptr && *ptr==1) 이러듯이 #if defined SYMBOL && SYMBOL==1 같은 defined 가드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SYMBOL 자체가 #define돼 있지 않다면 #if SYMBOL==1은 어차피 자동으로 false로 처리된다.
겨우 이런 사소한 사항 때문에 전처리기가 까탈스럽게 에러를 뱉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5. 특수한 코딩 요소
(1) 빌드 configuration이 맞지 않는다면 코드가 아예 빌드되지 않고 고의로 에러가 유발되게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때는 일부러 무식하게 C/C++ 문법에 어긋난 문자열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이 #error라는 전처리기 지시문을 쓰면 된다.
컴파일러에 따라서는 에러가 아니라 경고 메시지만 흉내 내고 빌드는 계속 진행되게 하는 #pagma message도 표준에 준하는 기능으로 쓰인다. deprecated API를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표시하는 것처럼.. 이런 건 언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2) 파싱과 문법 체크만 할 뿐, 실제 코드를 생성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허깨비 유령 함수라는 것도 필요하다. 디버그 로그를 찍는 함수를 조건부로 숨길 때, 템플릿 클래스에 인자가 제대로 주어졌는지 체크할 때 등(static_if 나 컴파일 타임 assert와 비슷)..
이건 _noop라는 컴파일러 인트린식 형태로 제공되는 편이다. 마치 인라인이나 매크로 함수처럼.. 외형은 함수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주소가 존재하고 매개변수의 push/pop이 행해지는 함수가 아닌 셈이다.
(3) 내용을 깡그리 무시하고 컴파일러가 파싱하지 않게 하는 영역은 '주석'이라고 불리며, 이건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에 존재한다.
C/C++에서는 /* */ 와 //뿐만 아니라 전처리기를 이용한 #if 0 / #endif도 사실상 주석처럼 쓰일 수 있다.
게다가 얘는 /* */ 와 달리, 중첩이 가능하다. #if 0으로 막혀 있는 구간이라도 전처리기의 #if #else 로직은 무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에 또 #if 0이 섞여 있는 코드라도 한번에 싹 막았다가 해제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