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교회 지인과 헤어진 뒤에는 서울로 돌아가면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경기화학선 내지 항동 철길이라 불리는 그 선로를 거의 전구간 농로를 따라 차와 도보로 답사했다. 마음 속 오랜 숙원을 이뤘다.

그 철길은 오류동에서 시작해서 서울 항동과 부천 옥길동을 경유한 뒤 선로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부근의 '경기화학(현재 KG케미칼.. 울산 온산 공단 소재)'이라는 공장으로 가는 걸로 끝나고, 다른 하나는 시흥의 경기 자동차 과학 고등학교 부근까지 더 내려가서 7578부대(육군 3군수지원 사령부)의 뒷문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부천 옥길동 일대가 아파트 건설 부지로 개발되면서 경기화학 공장과 해당 선로는 흔적도 없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공장 부지는 대략 2017~18년부터 '부광로'라는 넓은 도로로 바뀌었다. 본인은 도로 공사가 시작되고 있을 때 현장 근처를 간신히 방문했던 적이 있다. (☞ 3년 전 글)

다른 사람들의 과거 답사기들을 검색해서 읽어 보면, 2015~2016년까지만 해도 매주 목요일 아침 또는 심야에 하루 한두 번꼴로 관련 시설(군부대 or 공장??)을 드나드는 열차가 아주 천천히 조심해서 통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젠 그런 거 없고 저 선로는 이미 녹슬고 잡초가 무성하며.. 거의 교외선과 비슷한 준 폐선 상태이다.

그나마 서울 항동 구간은 유명해서 공원 산책로로 바뀌기라도 했지만, 시외 구간은 선로가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 그러니 아직 선로가 남아 있을 때 방문해서 기록을 남겨 두는 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참고로, 여기 말고 인서울에 폐철길이 수백 m 이상의 유의미한 산책로 형태로 꾸며진 곳은 구 경춘선 성북-화랑대 구간밖에 없을 것이다. 용산선 지상 구간도 얼마든지 철길 공원으로 꾸며질 수 있었을 텐데 그리 되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그리고 서빙고 역에서도 차도를 가로지르기까지 하면서 인근의 미군부대 내부로 들어가는 지선 철길이 있긴 하지만.. 그건 길이가 너무 짧아 보인다.

한국어 위키백과의 설명에 따르면, 경기화학선은 생각보다 옛날인 1960년대에 만들어져서 꽤 오랫동안 열차가 다녔다고 한다. 서울 밖에서 얘의 선형은 목감천과 얼추 비슷하며, 시흥(과림동)과 광명(노온사동)의 경계나 마찬가지이다.
본인은 광명 능촌교에서 북쪽 노온사교까지 약 1.5km 구간, 그리고 시점(항동..)과 종점(군부대) 부근은 걸어서 왕복 답사했고, 나머지 구간은 차를 몰고 따라가면서 주요 구간만 촬영하는 식으로 답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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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은 도보 답사를 하며 촬영한 주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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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종점 부근에 와서는 선로가 주변의 도로보다 높이가 약간 더 높아졌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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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커브를 틀고는 군부대의 뒷문 안으로 들어갔다. 보다시피 종점 근처는 선로의 상태가 저 북쪽보다 더 양호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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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북쪽으로 농로를 따라 차를 몰면서 선로의 궤적을 추적했는데.. 어떤 곳은 위의 사진과 같이 풀숲으로 뒤덮혀서 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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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선로가 차도보다 고도가 낮아졌고.. 아예 빗물에 침수되어 있는 안습한 구간도 딱 한 번 등장했다. 여기에 열차가 다시 다니려면 노반 정비를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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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vs 광명이 아니라 부천 구간으로 들어서자 철길의 선형이 차도와는 평행이 아니라 수직으로 따로 놀기 시작했으며, 근처에서 차로 나란히 이동하면서 선로를 추적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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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가 바로 경기화학 공장 방면과 군부대 방면의 선로가 갈라지는 지점이었던 흔적이다. 매우 중요하다. 부천 옥길동 연동로159번길 소재.
이곳은 여행 당시에 미처 들르지 못해서 추후에 재답사하여 풍경 사진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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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에 도달했으니 이 철길의 항동 구간을 또 답사했다. 5년 전에도 여기를 들른 적이 있었지만(☞ 그 시절 기록), 빌라촌이 끝난 뒤에도 철길이 저렇게 계속 이어지는 것은 그때도 발견하지 못했었다. 오류동 역보다도 7호선 천왕 역에서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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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이렇게 항동이라는 가상의 임시 승강장까지 꾸며 놓았다. 그리고 벤치도 열차 궤도를 둥글게 말아 놓은 기발한 모양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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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길은 이어지고.. 이것으로 본인의 여행도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안양, 안산, 시흥, 인천, 화성, 수원, 광명, 부천 등..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서울 동부는 상수원 보호 명목으로 산과 강이 발달해 있고, 서남부는 그런 건 좀 덜하지만 동부보다 철도 관련 볼거리가 확실히 더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곳에는 어디든 공원도 참 기가 막히게 잘 꾸며 놓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수서 역 주변의 율현 공원을 보고도 무척 놀랐던 적이 있다.
이번 여행 중에도 미처 들르지 못한 공원을 도대체 몇 개를 발견했나 모르겠다. 그만치 세상은 넓으며, 인적 드물고 노숙할 만한 곳도 넘쳐난다는 걸 느꼈다.

끝으로 문득 든 생각인데.. 내 것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차량 내비 지도에는 여느 인터넷 지도와 달리, 철길이 표시돼 있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몹시 불편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역만 나와 있지 역과 역을 잇는 선분이 없다.
애마를 철도 답사 용도로 많이 활용하는 사람으로서 이건 작지 않은 애로사항이라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0/10/07 08:37 2020/10/0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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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의 폐선, 폐역, 임시 승강장 개념

철도는 궤도를 따라 앞 아니면 뒤로만 다닐 수 있는 1차원 교통수단이라는 특성상, 다른 교통수단에는 없는 재미있는 특성을 몇 가지 지닌다.
조향이 필요하지 않은 덕분에 비행기 다음으로 빠르게 주행할 수 있지만, 길 위에 차 한 대가 뻗어 버리면 그로 인한 타격을 가장 크게 받는 교통수단도 철도이다.

또한 철도는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노선 설정의 제약이 무척 크다.
다른 교통수단들은 '폐선'이라고 하면 그냥 운영자 마음대로 교통수단을 그 노선대로 굴리지 않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교통수단이 평소에 다니던 그 주변 환경이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러나 철도 노선이 하나 폐선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프로 치면 정류장이라는 vertex뿐만이 아니라 선로라는 edge까지 이제 관리를 포기하고 선로를 걷어내고 부지를 매각하는 일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철도는 edge 차원에서의 변화는 쉽지 않다. 21세기 들어서 장항선, 경춘선, 전라선 등이 일제 강점기 시절의 구닥다리 티를 벗고 복선 전철 + 고가 직선(선형 개량) + 장대 레일화 등으로 변신 중이지만, 이제 이렇게 한번 집중적인 투자를 받고 변화를 겪은 철도는 또 앞으로 100년 이상은 변화 없이 그대로 갈지도 모른다. ^^;;;

그러나 철도에 vertex 차원의 변화는 이따금씩 있어 왔다.
지금 사라지고 있는 수많은 간이역들은--교행 내지 신호장 말고 순수하게 여객용--, 옛날에 철도가 구불구불 느리고 개인 교통수단이라고는 없던 시절의 유물이다.
그나마 인구가 워낙 많은 대도시 주변에 있는 작은 역들은 전철역으로 탈바꿈이라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역들은 전적으로 자가용이나 버스에 승객을 빼앗기고 폐역크리를 먹었다.

신호나 교행, 기관차 교체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임시역은 선로가 아예 복선화하거나, 기관차 교체 이유가 사라지거나(전철화 구간 확장, 스위치백 이설 등...), 입체 교차로가 신설되는 등 철도 시설이 더 좋아지면서 존재 목적을 상실하여 없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번거로운 관행은 오늘날은 다 없어지는 추세이다. 열차를 중간에 번거로운 조치 없이,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달리게 해야 도로에 비해 경쟁력을 얻을 테니까 말이다. 요즘은 중련 편성 열차의 중간 합체· 분리도 다 없어졌다.

선형 개량으로 인해 역 자체가 이설되는 경우가 있다. 이 역이 원래부터 수요가 있었다면 '이설'로 명맥을 유지하겠지만, 그렇잖아도 퇴출 0순위 역이었는데 어차피 선로 이설로 인해서 옮겨질 운명이라면 새 선로에다 옛 역의 자취를 남겨 놓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들 말고, 철도 내부 사정이 아닌 외부적인 특수한 이유로 인해 정규 여객역 외의 임시 승강장이 만들어졌다가, 그 이유가 없어진 후에 없어지기도 한 사례가 있다. 그런 요인으로는 첫째 대규모 행사가 있을 수 있고, 둘째로 유명 장소가 있을 수 있다.

경부선에는 1968년 9월 9일부터 10월 20일까지, 40일 남짓한 기간 동안 '박람회'라는 역이 있었다.
이건 지금의 가산디지털단지 역 근처에 있었는데(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음), 당시 구로공단에서 개최된 '제 1회 한국 무역 박람회'의 참관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임시로 만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거기 근처에 경부선 철길을 타넘는 자동차 다리의 이름은 무려 ‘수출의 다리’! 딱 저 시절에 박정희스러운 이름으로 만들어진 다리이다. ㄲㄲ

1968년이면 한국 철도사의 관점에서는 가히 상상도 못 할 까마득한 옛날임을 알아야 한다. 서울에 아직 지하철이 없으며 경부선 영등포-시흥(현 금천구청) 사이에 역이 하나도 없던 시절이었다! 선로도 2복선이 아닌 그냥 복선. 승객들은 시끄러운 디젤 기관차나 털털거리는 디젤 동차를 타고 박람회 역을 이용했을 것이다.

저렇게 행사를 목적으로 만든 임시역 중에 유명한 예는 역시 '엑스포' 역이다. 이건 맨땅에 승강장을 설치한 건 아니고, 여객 열차를 취급하지 않으면서 엑스포 장소와 가까이 있던 대전조차장 역 내부에다 여객 시설을 임시로 설치하여 역을 만들었다. 1993년 8월 7일부터 11월 8월까지 살아있던 역이었다. ^^;;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에 워낙 도로 교통편과 전철망이 발달한 덕분에 특정 행사를 위해서 임시 철도역이 생길 일은 거의 없어졌지만, 우리나라에 간선 철도망이 강남으로도 잘 발달해 있었다면 '올림픽' 역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었을 것이다. 올림픽이 개최되던 당시에 서울 지하철 9호선 전구간 같은 간선 철도나 지하철이 있었다면, 공항, 고속버스 터미널, 종합운동장이 철도로 한데 연결되어서 가히 금상첨화였을 텐데!

박람회와 엑스포(어 그러고 보니 둘이 어차피 비슷한 의미이다.-_-)가 일시적인 행사를 위해 만든 역이라면,
인근 장소로의 접근성을 위해 철도 당국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임시역을 만들어 준 경우가 있다.
본인이 당장 생각나는 예로는 충북선의 청주공항 역, 그리고 경전선의 진주수목원 역.
이런 역은 존재 가치가 일회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해당 시설이 안 없어지고 이용객을 많이 이끌어 준다면 정규역으로 승격되기도 한다. 뭔가 철도역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_-;;

즉, 이 글의 결론은.. 비록 철도가 선로를 따라 원천적으로 무척 경직된 영업을 할 수밖에 없지만, 그 선로 위에서 어떤 역을 살리거나 죽이는 일은 생각보다 나름 유동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차량 기지 내부에 시종착역 명의로 작은 역을 만드는 테크닉은 이미 2기 지하철 무렵부터 일종의 트렌드가 되어서 7호선 장암, 분당선 보정뿐만 아니라 9호선 개화와 심지어 공항 철도 용유까지 물려받아 있으나, 중간에 이런 임시역이 생기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라 하겠다.

그나저나 가산디지털단지(구 가리봉) 역은 서울 지하철 1호선, 즉 경부선 서울-수원 구간이 2복선으로 확장되기 전에 생긴 역이라는데 어째 양 승강장 사이로 선로 네 가닥이 있는지 궁금하다. 승강장 시설 자체가 대대적으로 확장된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04 21:17 2011/02/0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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