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PC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잔고장의 양대 산맥은 (1) 액정 화면 접촉불량과 (2) 키캡 빠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본인이 개인용 노트북 PC를 사용한 지가 15년이 넘었고 지금 쓰는 맥북은 제 5대 컴퓨터인데,
예전에 쓰던 노트북들은 쓴 지 1년 남짓 되면 저런 잔고장이 어김없이 발생하곤 했다.
물론, 언제나 새 노트북만 쓴 게 아니라 중고나 준중고를 쓴 것도 있기 때문에, 품질이 원래부터 안 좋아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다.

(1)은 화면을 편 각도에 따라서 붉은 세로줄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거나, 화면이 아예 꺼진다거나 하는 등 굉장히 성가신 증상이다. 이것 때문에 서비스센터 들러서 수리 받느라 신경 쓰이고 시간· 돈이 낭비되는 것도 과거엔 상당한 수준이었다.

(2)도 노트북 키보드가 데스크톱 PC 키보드보다 약해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인 듯.
자주 누르는 편인 화살표, 엔터, space, shift 같은 게 잘 빠졌으며 가끔은 문자 키가 빠지기도 했다. 키캡이 없어도 해당 키를 누르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빠른 타자와 원활한 컴퓨터 사용에는 애로사항이 꽃핀다.
빠진 키캡 한두 곳만 수리가 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키캡이 대여섯 개쯤 빠질 때까지 컴을 더 쓰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키보드 기판을 교체하곤 했던 것 같다. 돈 몇만 원 정도는 깨진다.

그런데.. 지금 쓰는 맥북은.. 쓴 지 2년이 넘었지만. 위의 잔고장이 지금까지 전혀 발생한 적이 없다. 엔터 키가 약~간 달랑달랑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키캡이 완전히 빠진 건 없다. 잡느님의 손길이 담긴 품질 덕분인 걸까? 놀랍다.
맥북은 한번 병원 치료를 받으면 일반 놋붉에 비해 수리비가 작살나게 깨진다는 게 겁나긴 했었지만, 아직까지 A/S를 받을 일 자체가 전혀 없었다.
(참고로 난.. 흔들리는 교통수단 안에서도 쓰고 몇 번 떨어뜨린 적도 있고, 노트북 PC를 시도 때도 없이 험악하게 혹시시키며 쓰는 편이다.)

따라서 애플케어를 구입 안 한 게 현재로서는 결과적으로 이익이었다.
난 비록 맥북으로도 95% 이상의 시간은 맥OS가 아닌 Windows만 쓰며 지내지만 맥북의 이런 품질은 만족스러우며 인정할 만하다.

다만, 세월 때문인지 배터리 용량은 예전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 2시간 남짓이면 간당간당하다. 배터리는 아직 구경도 못 해 봤다.
그리고 얼마 전엔 맥북을 쓴 지 2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능 고장을 경험했다. 본체나 LCD 쪽은 아니고, 전원 어댑터가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저기서 전선의 피복이 슬슬 벗겨지면서 속의 금속선들이 드러나 보이기 시작했다. 벗겨진 부분에다가는 테이프를 감았으며, 노출 부위 때문에 감전이나 화재 사고가 날까 두려워서 잘 때나 부재 중일 때는 전원 플러그를 빼 두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나중엔 컴퓨터 본체와 연결하는 목덜미 부분이 너무 너덜너덜해진 나머지 거의 두 동강 나다시피하면서 결국 단선됐다. 전원을 연결해도 본체에 전원 공급이 되지 않기 시작했다. 컴퓨터 본체는 이제 2시간짜리 시한부 인생으로 전락했다.

어댑터 전선에 피복이 벗겨지면서 고장이 이런 식으로 발생하는 노트북 컴은 맥북이 처음이다. 그런데 다른 맥북/아이폰 사용자에게 물어 보니, 애플 제품은 그런 식으로 전원 어댑터 내지 충전기가 망가지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일이라고 한다.

어댑터 자체는 이상이 없고 전선만 망가진 건데 어째 물건을 재활용할 수는 없나 궁금하다. 물론, 콘센트 쪽 전선이 아니라 컴퓨터에다 꽂는 쪽의 전선이다 보니 어댑터와 분리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은 어댑터를 새로 구입해서 상황을 마무리 지었지만, 약 3~4일 동안 내 컴을 못 쓰면서 좀 불편하게 시간을 보냈다. 다음부터는 좀 불편하더라도 컴퓨터 본체와 어댑터 선이 언제나 같은 높이와 평행한 각도가 유지되게 해 놓고 써야겠다. 목덜미 부근엔 수축 튜브를 감아 주고, 전선을 둘둘 감아서 가방에 넣는 것도 굉장히 조심해서 해야 할 것 같다.

* 다음은 여담.

1. 맥 OS가 의외로 굉장히 유용한 경우가 있는 걸 본인이 얘기한 적이 있나 모르겠다. 바로 학교 안에서이다.
Windows의 경우 컴퓨터의 속도를 한 반쯤 깎아내리는 엄청난 백신, 보안 솔루션 등을 강제로 설치해야만 교내 무선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반면, 맥 OS는 그런 것 전혀 없이도 바로 인터넷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주 편리하고 좋다.

2. Windows 진영에서는 Metro라는 이름을 안 쓰는 게 마음에 안 들던데, 애플 진영에서는 매킨토시로도 모자라서 Mac이라는 이름까지 왜 빼 버렸나 궁금하다.. 자기 정체성을 가장 잘 분명하게 보여 주는 명칭을 빼 버리고 그냥 OS X...;;;

3. 그러고 보니, 플래시가 깔려 있지 않은 맥 OS의 사파리 브라우저에서 유튜브 동영상이 나오고 있어서 깜짝 놀라서 살펴봤더니.. 말로만 듣던 HTML5 기반 동영상이다. 우와~ 물론 비스타+IE9 구닥다리에서 실행해 보니 여전히 플래시다. 브라우저에 따라 기술을 알아서 판별하는 듯하다.

솔직히 플래시든 뭐든 인터넷으로부터 패킷을 받아서 하드웨어 가속으로 동영상을 틀어 준다는 기본 원리는 똑같다. 단지, 동영상을 해독하고 재생하는 기계어 코드가 예전에는 플래시 ActiveX라는 일종의 private한 영역에 있었던 반면, 이제는 그게 통일된 규격으로 웹브라우저에 있다는 차이만이 존재할 뿐이다. 웹 표준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담는 그릇의 규격에 대한 논쟁인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4/07/08 08:29 2014/07/0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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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 프로 지름

지난 3월 24일, 맥북 프로 13인치형 모델이 본인의 제 5대 개인용 노트북 PC로 취임했다.
본인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노트북 PC를 사용한 이래로 14년 만에 애플 계열 컴퓨터를 개인용 컴퓨터로 장만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제4대 노트북은 2008년 5월에 도입되었고 윈도우 비스타 + 코어2 Duo 기종이었다. 오늘날의 PC 기준으로는 완전히 구닥다리로 전락한 셈.
좀 나중에 석사 졸업 기념으로 컴을 바꿀 생각이었지만, 마침 고향에서 부모님께서 새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하여 지금 내가 쓰던 걸 고향으로 보내고 나는 새 컴을 예정보다 더 일찍 장만하게 됐다.

초대 노트북은 분실, 2~3대 노트북은 고장 폐기였던 것에 비해, 4대 노트북은 약 4년에 가까운 임기를 마친 후 비교적 명예롭게, 그리고 예상보다 살짝 더 일찍 은퇴했다. 빠진 키캡 정리와 하드디스크 정리, 사소한 접촉 불량 수리 같은 정비를 받은 후, 고향으로 갔다.

지금까지 정말 유용하게 잘 사용해 왔고 키보드와 터치패드의 모든 감도가 손에 착 익은 정든 놈이긴 하지만, 이제 성능이 너무 뒤쳐졌고 액정 화면도 슬슬 누렇게 뜨는 등 노후화의 기미는 피해 갈 수 없었다. 물론 이것도 고향에 있는 컴퓨터보다는 훨씬 더 좋은 기종이다. 지금까지 부모님께서 쓰시던 컴은 이제 정말로 갖다 버릴 때가 됐고.. ㅜㅜ

구입한 새 노트북에 대해 스펙 차원에서 좀 아쉬움을 감수한 것은,
운영체제를 두 개나(윈도우와 맥 모두) 쓰는 것치고는 좀 부족한 감이 있는 하드디스크 용량.
그리고 지금 노트북보다 화면 해상도 픽셀수가 가로와 세로 모두 떨어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4:3이 아닌 요즘 대세인 와이드 화면을 쓰는 만큼, 이제 task bar를 가로가 아닌 세로로 배열해야겠다.
이질적인 키보드· 마우스 사용법은 덤.

Windows 운영체제는 내가 알아서 장만이라도 해서 깔아야 하는지 우려됐는데(OS 자체의 설치는 그렇다 치더라도 각종 드라이버들은 어떻게 잡으라고!!), 다행히 웃돈만 주면 판매처에서 아예 알아서 설치까지 한 채로 제품을 준다고 해서 안심을 했다.

Windows에다가는 단골 18번지 프로그램들을 설치해서 내가 늘 하던 일만 쭉 하고, 오픈소스 크로스 플랫폼 형태로 존재하는 프로그램들은 가능한 한 맥용으로 설치하는 방법으로 맥OS에 차츰 적응을 해 나갈 생각이다. 물론, 단골 18번지 프로그램들이 다들 단순 취향을 넘어서 내 생업과 관련된 일들을 하기 때문에, 나는 Windows를 아주 떠나서 살 수는 없다.

당장 개발툴만 예로 들어 보면, Windows에다가는 비주얼 스튜디오를, 맥에다가는 xcode와 Eclipse를 설치했다. 이클립스를 굳이 윈도우에다가 설치할 필요는 없으니까. 나도 드디어 윈도우 7 + 비주얼 스튜디오 2010으로 완전히 갈아탔다. 거기에다 호환성 차원에서 2003도 여전히 설치.

나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혼자서 만들었을 정도로 Windows 환경 개발에 정통한 것에 '비해서'는 여타 운영체제를 너무 안 다뤄 봤고 너무 모른다. 가령, 그 정도 기술 수준의 프로그램을 만들 줄 알면서 유닉스 명령을 나 정도로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 싶다. 지금까지 쓸 일이 없었으니까. 오로지 Windows 독식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번 맥북 장만은 약간 risk도 감안하면서 내린 결정이긴 하다만, 15년에 가까운 나의 Windows 독점 풍토에 뭔가 새로운 바람을 수혈해 넣을 거라는 기대를 해 본다.
비록 나는 이제 예전에 맨대가리 헤딩으로 프로그래밍에만 매달려서 윈도우 API를 공부했듯이 맥OS API를 새로 처음부터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 미래라는 건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같은 데스크톱급 PC로도 모자라서 스마트폰은...;; 글쎄다. 이것도 언젠가는 안드로이드든 아이폰이든 써 보면 좋을 것 같지만, 딱히 길 안내 기능 말고는 그 돈까지 주면서 일부러 앞장서서 사서 쓸 매력을 느끼지는 않는다. PC에서 벌여 놓은 일이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다 쫓아가다간 다 놓친다. pruning이 필요함.

컴퓨터를 새로 세팅하다 보니, 이제 운영체제와 각종 소프트웨어들을 온통 업데이트해 줘야 하고, 맥 기반 개발툴들도 다 인터넷을 통해서 구해야 한다. 고로 수백~수 GB에 달하는 트래픽이 예상되는데, 언제 날잡아서 안정적인 유선 네퉉으로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12/03/31 08:22 2012/03/3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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